title
stringlengths
1
35
classification
stringclasses
5 values
readAge
stringclasses
3 values
mergedText
stringlengths
1.02k
132k
하나와 점박이 사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사과나무에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어요. 가을 햇살을 받으며 사과가 빨갛게 익어 가요. 이곳은 하나 할머니네 과수원이에요. 하나는 주말마다 아빠와 함께 이곳에 오지요. “하나야, 어디 있니? 점심 먹으렴!” 하나는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사과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집으로 향했어요. 통통거리며 걷던 하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어요. “어, 사과 얼굴에 파란 점이 있네!” 하나는 나무 아래에 놓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파란 점이 있는 사과에 코를 갖다 댔어요. “으음, 향기가 참 좋네. 난 네가 마음에 들어. 나랑 친구 하자. 이제부터 너를 점박이라고 부를게.” 하나가 사과를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하나는 할머니네 집에 올 때마다 점박이를 보러 갔어요. 햇볕이 잘 들도록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도 치워 주고, 그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도 읽었지요. 그날도 하나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요. 아빠와 할머니는 근처에서 사과를 따서 옮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어머니, 올해는 맛있는 사과를 많이 거둘 수 있겠어요.” “그래, 사과 농사가 잘되어서 좋기는 하다만 사과 값이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구나.” 그때,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오더니, 하나 머리 위로 뭔가가 후드득 떨어졌어요. “우박이다, 우박이야!” 아빠와 삼촌이 놀라 소리쳤어요. 사과들이 떨어져 여기저기 뒹굴었어요. “점박이는 괜찮을까?” 하나는 걱정이 되어 사과나무를 올려다보았어요. 다행히 점박이는 거센 바람과 우박에도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었어요. 한참 뒤, 바람이 잦아들고 우박도 멎었어요. 상처가 난 사과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어요. 아빠와 삼촌은 사과들을 주워 담아 창고로 옮겼어요. 하나는 사과에 묻은 흙을 깨끗이 닦았지요. “후유, 이 사과들은 팔기 어렵겠어요.” “이러다간 사과나무를 기른 값도 안 나오겠구나.” 아빠와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어요. 다음 날, 과수원으로 한 아저씨가 커다란 트럭을 몰고 왔어요. 매년 이맘때면 사과를 사러 오는 아저씨였지요. “백화점과 시장에서 할머니네 사과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사과를 사러 온 아저씨가 말했어요. “우박이 내리는 바람에 팔 만한 사과가 많지 않아요. 그러니 올해는 사과 값을 좀 더 올려 받아야겠어요.” 아저씨는 할머니에게 사과 값을 치른 다음, 트럭에 사과를 싣고 도시로 떠났어요. “아빠, 저 아저씨는 사과를 어디로 가져가는 거예요?” 트럭이 떠나는 걸 지켜보던 하나가 아빠에게 물었어요. “농산물 도매 시장으로 가져간단다. 그곳에서 과일 가게 상인들에게 사과를 다시 팔 거야. 물론 할머니에게 치른 값보다 더 비싼 값을 받고 팔지.” “그럼 사람들은 그 과일 가게에 가서 사과를 사고요?” “그렇지, 우리 하나가 금방 알아듣네.” 아빠가 기특해하며 하나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오후에는 도시의 대형 할인점에서 사과를 사러 왔어요. 삼촌은 창고에 있던 사과 상자들을 트럭에 옮겨 실었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대형 할인점을 많이 이용해. 이렇게 산지에서 직접 사다가 팔기 때문에 신선하고 값도 싸거든.” “삼촌, 사람들이 우리 사과를 많이 사 먹으면 좋겠어요.” 하나가 떠나는 트럭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어요. “우리 점박이는 잘 있나?” 하나는 문득 점박이가 생각나서 후다닥 과수원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점박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혹시 바닥에 떨어졌나 하고 사방을 찾아보았지만 점박이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점박아, 어디 있니?” 하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어요. “삼촌, 파란 점이 있는 사과 못 봤어요?” “아까 대형 할인점으로 보낸 상자에 들어간 것 같은데?” “그 사과는 내 친구란 말이에요.” 하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어요. “저런, 삼촌이 미처 몰랐구나. 그 대신 삼촌이랑 사과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까? 사과를 인터넷으로 팔려고 하거든.” 삼촌의 말에 하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삼촌은 사과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어요. 하나도 기운을 내어 삼촌을 도왔지요. 그때, 하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하나는 얼른 전화기 앞으로 달려갔어요. “유림아, 우리 할머니네 사과가 아주 맛있는데 엄마한테 얘기해서 사과 좀 사지 않을래? 우리 할머니네 과수원에서 직접 사면 훨씬 싸거든.” 하나는 친구들과 통화를 하고 나니, 점박이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어요. 하나는 그날 저녁 늦게야 아빠와 집으로 돌아왔어요. 며칠 뒤, 하나는 엄마와 함께 대형 할인점에 갔어요. “오늘 저녁 반찬은 뭘 할까?” 엄마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하나도 엄마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구경을 했어요. 그때, 갑자기 하나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빨간 사과들 틈에 점박이가 놓여 있었거든요. “앗, 점박이다! 엄마, 이 사과 사 주세요.” 하나가 엄마를 보며 소리쳤어요.
포포 아저씨의 아이스크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안녕? 내 이름은 포포야. 나는 오늘 가게를 새로 열었어. 무슨 가게냐고? 흐흐,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야. 가게 이름은 ‘포포 아이스크림’이지. 누구든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면 그 맛에 폭 빠지고 말 거야. 이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볼까? 커다란 그릇에 우유와 크림을 넣은 다음 팔이 아파도 꾹 참고 휘휘 저어야 해. 설탕은 적당히 넣는 게 중요해.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하고, 적게 넣으면 달콤한 맛이 안 나거든. 마지막으로 신선한 과일을 넣고 냉동실에서 얼리면 돼. 참, 얼릴 때도 자주 꺼내 저어 주어야 하지. 그래야 아이스크림이 부드러워지거든. 아이스크림은 몇 개를 만들면 좋을까? 10개는 너무 적겠지? 10개만 만들어 팔면 전기료도 못 낼 거야. 그럼 200개쯤 만들까? 아니야. 그러다 다 안 팔리면 어떡해? 그래, 100개가 적당하겠다!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니까 100개는 모두 팔 수 있을 거야. 아이스크림 가격은 얼마로 정할까? 만들 때 들어가는 돈을 하나하나 따져 봐야겠어. 재료비가 가장 많이 들고, 전기료도 만만치 않네. 아이스크림을 팔아 이윤도 남겨야겠지. 그래, 아이스크림 가격은 1000원이 적당하겠어. 이 가격이면 누구나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을 거야. 난 돈을 많이 벌면 멋진 자동차를 살 거야. 지붕이 열리는 빨간 자동차를 미리 봐 두었거든. 그나저나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려야 할 텐데. 그래야 빨간 자동차를 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안 해. 누구든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면, 또 먹고 싶어 할 거야. “아저씨, 딸기 아이스크림 주세요.” 야호! 드디어 첫 손님이 왔어. 왜 이렇게 가슴이 콩콩 뛰지? “아저씨,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여기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면서요? 저도 하나 주세요.” 이런, 벌써 맛있다고 소문이 났나 봐.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 맛에 사람들이 반할 줄 알았어. 어제는 광고지를 만들어 여기저기에 붙였어. “여기가 포포 아저씨네 아이스크림 가게이지요?” “여기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달콤해요?” “포도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렸어. 나중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니까, 하하!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니 이제 가격을 좀 더 올려도 되겠어. 이제는 아이스크림 하나에 2000원을 받아. 그래도 모두들 내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려고 하지. 곧 빨간 자동차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며칠째 가게 앞을 서성대는 아이들이 있어. “너희들, 거기서 뭐 하고 있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돈이 500원밖에 없어요.” “2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500원에 줄 수는 없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들이 자꾸 마음에 걸려. 오늘은 하루 종일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았어. 저녁때가 다 되었는데도 아이스크림은 겨우 10개가 팔렸을 뿐이야. 뭔가 이상해서 밖에 나가 보니, 우리 가게 앞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새로 생겼잖아? 게다가 아이스크림 가격도 1000원밖에 안 해. 그러니 내 아이스크림이 팔리지 않았던 거야. 나는 할 수 없이 아이스크림 가격을 내려야 했어. 내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다시 1000원으로 내리자, 사르르 아이스크림 가게는 가격을 800원으로 내렸어. 내가 가격을 800원으로 내리자, 사르르 아이스크림 가게는 가격을 600원으로 내렸어. 나도 따라서 가격을 600원으로 내려야 했어. 마침내 아이스크림 가격은 500원까지 내려갔어. 아이스크림을 팔기는 했지만, 나는 점점 손해를 보게 되었어. 우유를 살 돈도, 전기료를 낼 돈도 없었지. 빨간 자동차를 사는 건 꿈도 못 꾸게 되었어. “아저씨,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날마다 우리 가게 앞을 서성대던 아이들이 500원짜리 동전을 내밀며 말했어. “아이스크림 여기 있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누어 먹었어. “하나 더 줄까?” 내가 묻자, 아이들은 고개를 저었어. “아이스크림이 달콤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아요.” “그래,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는 가게를 깨끗이 청소하고, 새롭게 꾸몄어. 달콤하지 않은 아이스크림은 모두 버렸지. 커다란 그릇에 신선한 우유와 크림을 넣고 팔이 아플 때까지 젓고 또 저었어. 그리고 설탕과 싱싱한 과일을 넣고 얼렸어. 물론 얼릴 때도 자주 꺼내 저어 주었지. 아이스크림은 다시 달콤해졌어. 가게로 다시 손님이 몰려오기 시작했어. “포포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어요.” 사람들이 그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았어. 나는 빨간 자동차를 사는 것보다 더 멋진 계획도 세웠어. 정말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주는 일이야. 그러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우리 가게로 와. 달콤한 포포 아이스크림 가게로! 누구나 물건을 사려면 물건 값을 치러야 해요. 파는 물건에는 모두 가격이 정해져 있는데, 똑같은 물건이라도 파는 곳이나 시기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나지요. 그렇다면 물건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가격의 결정. 가격은 물건이나 상품의 가치를 돈으로 나타낸 것이에요. 쉽게 말해 물건 값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 물건을 살펴보면, 저마다 가격이 다른 걸 알 수 있어요. 물건을 만들어 팔 때 들어간 비용이 다르고, 만들어 낸 물건의 양과 사려는 사람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물건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보아요.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가격을 정해요.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은, 물건을 만들 때 들어간 비용을 계산해 가격을 정해요. 물건을 만들 때 들어간 비용에는 재료를 산 재료비와 물건을 만든 사람에게 준 임금 등이 있지요. 그 밖에 공장이나 가게를 유지하는 비용, 물건을 배달하는 운반비, 상품을 알리기 위해 쓰는 광고비, 나라에 내는 세금 등도 비용에 포함되지요. 생산자나 판매자는 이런 비용에 물건을 팔아서 남길 이윤을 더해 가격을 정해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돼요. 가격은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와 물건을 사는 소비자 사이의 힘겨루기를 통해 결정돼요. 판매자는 물건을 비싸게 팔아 이윤을 더 많이 남기고 싶어해요. 하지만 무턱대고 가격을 비싸게 정할 수는 없어요. 그러면 소비자가 물건을 사지 않을 테니까요. 반면에 소비자는 물건을 싼값에 사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소비자도 혼자 가격을 정할 수는 없어요. 이렇게 판매자와 소비자는 서로 입장이 달라요. 그래서 물건 값을 두고 흥정을 하다가 서로 만족하는 가격이 정해질 때 물건을 사고팔지요. 가격의 변동. 가격은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모두 만족할 때 결정되지만, 시장 상황이 바뀌면 가격은 다시 변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사려는 물건의 양을 수요량이라 하고 팔려는 물건의 양을 공급량이라고 하는데, 가격은 이 수요량과 공급량에 의해 변해요.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많을 때 가격은 올라가요. 팔려는 물건의 양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파는 사람은 더 높은 가격을 내겠다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지요. 이렇게 되면 물건의 가격은 올라가요. 모자 사세요! 2000원입니다. 여기 모자가 예쁘다고 소문났어요. 이제 2개 남았어요. 돈을 더 낼게요. 나한테 팔아요. 3000원에 팔겠습니다. 비싸도 좋으니 제게 파세요.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적으면 가격은 내려가요. 팔려는 물건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적으면, 사려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곳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겠지요. 그러면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끼리 서로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가격이 내려가지요.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그 밖의 요소들. 수요량과 공급량 외에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어요. 물건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가격이 달라져요. 즉 국제 석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고, 밀가루 가격이 내리면 밀가루가 들어간 빵이나 과자 가격은 내려가지요. 그 밖에 인건비, 소비자의 소득이나 취향 등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기도 하지요. 공정 가격. 물건의 가격은 대부분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나라에서 결정하는 가격도 있어요. 이를 공정 가격이라고 하는데, 전기 요금, 수도 요금, 가스 요금 등의 공공요금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전기나 수도, 가스 등의 요금이 비싸면 국민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이러한 공공요금의 가격을 정해 놓는 답니다. 물가가 오르면 나쁜 건가요? 물가란 여러 종류의 상품 가격을 종합하여 평균을 낸 것을 말해요. 즉 빵 100원, 우유 200원, 아이스크림 300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격이지만, 여러 가지 상품의 가격을 종합하여 평균을 낸 것은 물가라고 하지요. 또 물가의 변화를 수치로 나타낸 것을 물가 지수라고 해요. 물가 지수는 쌀, 배추, 이동 전화료 등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또는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을 중심으로 계산하는데, 이 때문에 물가 지수가 오르면 사람들의 생활도 어려워진다는 뜻이 돼요. 왜 나라마다 물건 값이 달라요? 나라마다 물건 값이 다른 이유는 재료비와 임금 등 물건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커피 원두를 싸게 살 수 있는 나라에서는 커피 값이 싸요. 임금이 비싼 나라에서는 물건 값이 비싸지만, 임금이 싼 나라에서는 물건 값도 싸지요. 또 물건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은 같아도 물건 값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나라마다 물건에 대한 수요량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모든 물건에는 가격이 있나요? 모든 물건에 다 가격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가격은 물건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있어야 결정되는데, 모든 물건을 다 사고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자기가 꼭 가지고 싶어서 만든 물건이나,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물건은 파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매길 수 없답니다. 할인 판매를 하면 손해 아닌가요? 원래 가격보다 싸게 판다며 ‘할인 판매’라고 써 붙인 가게를 본 적이 있나요? 원래 가격보다 가격을 내리면 물건을 파는 사람이 손해를 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싸게 팔아도 그 값에 이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다만 이윤을 적게 남기는 것뿐이지요. 그리고 물건을 싸게 팔면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익일 수도 있어요. 백화점은 왜 물건 가격이 비싼가요?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이 비싼 이유는 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백화점은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시설도 좋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싸요. 또 손님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을 교육하고 채용하는 데도 많은 비용을 들이지요. 이런 비용을 모두 가격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같은 물건이라도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 값이 시장에서 파는 물건 값보다 비싼 거랍니다. 왜 명절에는 과일 가격이 오르나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차례를 지내는 집이 많아요. 차례 상에는 과일이 반드시 올라가기 때문에 명절 때는 사과, 배, 밤 같은 과일을 사려는 사람이 많지요. 시장에 나온 과일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과일을 파는 사람은 과일 가격을 올리지요. 명절에는 과일뿐만 아니라 차례 상에 올리는 다른 식품들도 가격이 올라간답니다. 보석은 왜 비싼가요? 보석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보석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많은 돈을 주고라도 보석을 사고 싶어 하기 때문에 흔하지 않은 보석일수록 가격이 비싸지요. 보석을 사는 사람은 보석을 갖게 되었을 때의 만족감 때문에 비싼 값을 내고 보석을 사는 거예요.
산타 마을의 선물 준비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산타 마을에는 산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요정들이 모여 살아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산타 마을에 편지가 배달되기 시작했어요. “이런, 이런! 이 편지 좀 읽어 봐요.” 산타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편지 한 장을 보여 주며 말했어요. 편지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못 받은 아이가 보낸 거였지요. 산타 할아버지께.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왜 선물을 안 주셨어요? 너무 속상해서 막 울었어요. 하지만 이젠 안 울어요. 앞으로는 더 착한 어린이가 되기로 했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로봇 선물을 꼭 주셔야 해요. 푸른초등학교 1학년 임채헌 올림.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열심히 만들어도 선물은 늘 모자랐지요. “좋은 생각이 있어요! 요정들의 도움을 받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하던 할머니가 말했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요정들을 불러 모았어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 요정들이 신이 나서 왁자지껄 떠들었어요. “와! 우리도 선물을 만드는 거야?” “어떤 선물을 만들까? 정말 기대된다.” 할머니가 요정들에게 편지를 보여 주었어요. 전 세계의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였어요. 편지마다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이 쓰여 있었어요. 로봇을 받고 싶다는 아이가 가장 많았지요. 요정들은 편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나는 멋진 로봇을 만들겠어.” “나는 타냐를 위해 초콜릿을 만들어야지.” “난 과자! 토란이가 좋아할 거야.” 요정들은 각자 만들고 싶은 선물을 골랐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다음 날 아침까지 선물을 만들어 오라고 했어요. 로봇을 만들기로 한 다섯 요정은 걱정이 되었어요. “내일 아침까지는 밤을 새워도 못 만들 것 같아.” “나는 조립은 잘하는데, 색칠은 자신 없어.” 그때 초록비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어요. “함께 모여서 서로 가르쳐 주며 만들자!” “그래, 좋은 생각이야!” 초록비의 말에 모두 찬성했어요. 다섯 요정은 초록비의 집으로 갔어요. 모두 탁자 앞에 둘러앉아 일을 시작했지요. 얼음장화가 설계도를 그리다 말고 투덜거렸어요. “아이참, 설계도는 그리기 너무 어려워. 부품을 만드는 건 잘할 수 있는데.” “난 설계도는 잘 그릴 수 있어.” 유리붕어가 설계도를 쓱쓱 그리며 말했어요. 유리붕어가 그린 설계도를 보고, 얼음장화는 부품을 만들었어요. “나는 조립을 잘해.” 뾰족이가 로봇을 조립하기 시작했어요. “난 아무래도 저렇게는 못할 것 같아.” 노랑방울이 자신 없는 얼굴로 말했어요. 그러자 유리붕어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그럼 각자 잘할 수 있는 일만 하면 어떨까? 일을 서로 나누어 하는 거야." 다섯 요정은 탁자에 로봇을 만드는 순서대로 앉았어요. 유리붕어가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얼음장화는 설계도를 보고 부품을 만들었지요. 뾰족이는 까다로운 조립도 척척 해냈어요. 노랑방울은 조립을 마친 로봇에 색칠을 했어요. 초록비는 완성된 로봇을 예쁘게 포장했지요. 그러는 동안 유리붕어는 두 번째 로봇 설계도를 그렸어요. “우아, 로봇을 만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초록비가 리본을 묶으면서 말했어요. 정말 일을 할수록 로봇을 완성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로봇 모양도 점점 더 멋있어졌어요. “난 예전부터 색칠을 잘했지만, 색칠만 계속하니까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 노랑방울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어요. 다섯 요정이 만든 로봇이 척척 쌓여 갔어요. 다음 날, 산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 앞에 쌓인 눈을 말끔히 쓸고 요정들을 기다렸어요. 요정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죄송해요. 초콜릿을 다 만들지 못했어요.” 초콜릿을 만들기로 한 요정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방망이로 반죽을 미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과자를 만들기로 한 요정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요. 요정들은 하나같이 피곤한 얼굴이었어요. 오자마자 꾸벅꾸벅 조는 요정도 있고, 소파에 누워 자는 요정도 있었지요. 밤을 새워 일을 하고도 선물을 다 만들어 온 요정은 아무도 없었어요. “후유, 올해도 선물이 모자라겠네.” 산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때였어요. “로봇은 모두 완성했어요!” 다섯 요정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어요.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로봇을 다 만들었다고?” 앉아서 졸던 요정이 벌떡 일어나며 물었어요. “이것 봐! 다 만들어서 예쁘게 포장까지 했잖아.” “우아, 정말이네!” 모두들 부러운 듯 다섯 요정을 바라보았어요. “모두들 밤새 한숨도 안 자고 만든 거야?”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어떻게 다 만든 거야?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어요 “우리 다섯 요정이 함께 모여서 만들었어요.”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누어 했어요.” “잘하는 일만 하니까 시간도 얼마 안 걸렸어요.” 다섯 요정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부러운 듯 바라보던 다른 요정들이 웅성거렸어요. “우리도 모여서 일을 나누어 하자.” 산타 마을 요정들의 선물 준비가 다시 시작되었어요.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산타 할아버지는 썰매에 선물을 가득 실었어요. “올해는 선물을 못 받는 아이가 없을 거예요.” “선물을 다 만들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서로 일을 나누어 하기를 잘했어요.” 요정들은 신이 나서 한마디씩 했어요. 썰매를 타고 떠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요정들이 손을 흔들며 외쳤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분업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가정에서, 지역에서,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분업이 이루어져요.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분업에 대해 알아보아요. 기업끼리 나누어 생산해요.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도 분업이 이루어져요. 한 기업에서 물건을 만들 때 재료나 부품까지 다 만들기는 어려워요. 가방을 만드는 기업에서 가죽과 지퍼, 단추 등을 다 만들지는 않지요. 가죽을 가공하는 기업에서 품질 좋은 가죽을 사 오고, 지퍼와 단추는 다른 기업에서 사들여요. 그런 다음 여러 재료와 부품들로 가방을 완성하지요. 이렇게 기업끼리 일을 나누어 하면 각자 자기 기업에서 만드는 제품의 기술 개발에 힘쓸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가족끼리 집안일을 나눠요. 분업은 가정에서도 이루어져요.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옛날에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이 나누어져 있었어요. 남자는 농사를 짓고, 여자들은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았지요. 오늘날에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집안일이나 아이 돌보는 일 등을 서로 나누어 하는 집이 많지요. 집에서 대청소를 할 때 아빠는 청소기를 돌리고, 엄마는 쓰레기를 버리고, 아이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다 분업이에요. 직업이 나뉘어 있어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의사, 교사, 변호사, 공무원, 건설 노동자 등 직업이 참 다양해요. 이렇게 직업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는 한 사람이 집을 짓고, 병을 고치고, 아이를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받지요. 여러 가지 직업이 있는 것도 사회 전체로 보면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랍니다.
문어네 먹물총 회사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심술쟁이 상어가 꼬마 물고기들을 괴롭히고 있었어요. 상어는 꼬마 물고기들 주변을 빙빙 돌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내보이며 겁을 주었어요. 꼬마 물고기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고만 있었지요. 바로 그때, 문어가 나타나 상어에게 먹물을 쏘았어요. 꼬마 물고기들은 그 틈에 멀리 달아났지요. “네 먹물은 정말 최고야!” 말미잘이 문어에게 말했어요. “내게도 그런 먹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먹물만 있으면 상어도 무섭지 않을 텐데.” 새우와 흰동가리도 부러운 듯 말했지요. 그 말을 들은 문어가 갑자기 소리쳤어요. “좋은 생각이 났어! 먹물총을 만들어 팔자. 먹물총 회사를 차리는 거야.” “회사를 차린다고? 정말 멋진 생각인걸!” 친구들은 모두 문어의 말에 찬성했어요. 문어는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회사를 차렸어요. 회사 이름은 ‘문어네 먹물총 회사’로 정했지요. 문어 친구인 오징어도 돕겠다고 찾아왔어요. 문어와 친구들은 먹물총을 만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어요. 각자가 할 일을 정해 먹물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오징어는 문어들로부터 먹물을 사 모았어요. 새우가 해초를 모아 오면, 말미잘과 흰동가리는 해초 안에 먹물을 넣었어요. 문어는 먹물총의 이름을 ‘뿅뿅이’로 정했어요. 그리고 바다 마을 짱 마트에서 뿅뿅이를 팔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뿅뿅이는 잘 팔리지 않았어요. “후유, 왜 이렇게 안 팔리지?” 문어가 한숨을 내쉬었어요. “뿅뿅이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잘 모르나 봐.” 말미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어요. 그때, 오징어가 손뼉을 치며 말했어요. “맞아, 바로 그거야. 뿅뿅이를 모두에게 알려야 해.” 문어와 친구들은 뿅뿅이 광고지를 만들어 바다 마을 곳곳에 붙였어요. 그리고 뿅뿅이 사용법도 알리러 다녔지요. “우아! 저 먹물총은 정말 훌륭한데!” “저 먹물총만 있으면 무서운 상어도 따돌릴 수 있겠어.” “당장 엄마한테 사 달라고 해야지.” 바다 마을 동물들은 너도나도 뿅뿅이를 갖고 싶어 했어요. 며칠 뒤, 문어가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어요. “뿅뿅이의 인기가 엄청나! 글쎄, 하루에 백 개씩 팔린다니까.” 뿅뿅이는 정말 잘 팔렸어요. 바다 마을 짱 마트 앞은 뿅뿅이를 사려는 동물들로 늘 붐볐어요. 이제 뿅뿅이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오징어가 씩씩대며 회사로 뛰어 들어왔어요. “큰일 났어. 해마네 회사에서도 먹물총을 만든대.” “뭐라고? 해마네 회사에서는 가구를 만들어 팔잖아.” 문어가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뿅뿅이가 잘 팔리니까 욕심이 났나 봐.” 오징어의 말에 흰동가리가 걱정을 했어요. “그러다가 우리 뿅뿅이가 잘 안 팔리면 어떡하지?” 아니나 다를까,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어요. 해마네 회사의 먹물총이 뿅뿅이보다 잘 팔렸어요. 해마네 회사에서는 화학 약품으로 먹물을 만들어 먹물총을 만드는 돈이 적게 들었어요. 그래서 값이 뿅뿅이보다 훨씬 쌌지요. “해마네 먹물총이 나온 뒤로 우리 뿅뿅이가 안 팔려. 이대로 가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라.” 새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문어에게 말했어요. 어는 서둘러 긴급회의를 열었어요. “뿅뿅이를 다시 잘 팔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문어가 친구들에게 물었어요. “우리도 화학 약품으로 먹물을 만들어 싼값에 팔자.” 말미잘의 말에 오징어가 고개를 저었어요. “해마네 먹물총을 쏘면 이상한 냄새가 나고 눈이 막 따갑잖아. 화학 약품은 틀림없이 몸에도 해롭고 바다도 오염시킬 거야. 잘 팔린다고 그런 먹물총을 만들면 안 돼.” 오징어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어요. “먹물총에 끈을 달아 목걸이처럼 만들면 어떨까? 가지고 다니기 편하면 모두 좋아할 거야.” 새우가 친구들을 둘러보며 말했어요. “단추를 누르면 길어지는 먹물총은 어때? 그럼 멀리서도 정확하게 맞힐 수 있잖아.” 흰동가리도 의견을 냈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문어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그래, 좋아! 새로운 뿅뿅이를 만들어 보자.” 새로운 먹물총은 말미잘과 흰동가리가 만들기로 했어요. 말미잘과 흰동가리는 작업실에 들어가 몇 날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쉬지 않고 일했어요. 드디어 새로운 뿅뿅이가 만들어졌어요. 흰동가리는 멀리서도 상어를 맞힐 수 있는 뿅뿅이를 만들었어요. 말미잘은 구슬 목걸이가 달린 뿅뿅이를 만들었지요. 새우와 오징어는 바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화학 약품의 해로움을 알렸어요. “어머, 화학 약품이 바다를 오염시킨대.” “어쩐지, 해마네 먹물총을 쏘면 눈이 따갑더라.” “해마네 먹물총을 사면 안 되겠어.” 바다 마을 동물들은 화학 약품의 해로움을 알게 되자 다시 뿅뿅이를 사 가기 시작했어요. 모두들 새 뿅뿅이를 좋아했어요. 새 뿅뿅이는 해마네 먹물총보다 훨씬 더 잘 팔렸지요. “얘들아, 기쁜 소식이 있어. 우리 뿅뿅이가 이달의 우수 상품으로 뽑혔대.” 오징어가 신문을 들어 보이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얘들아, 기쁜 소식이 있어. 그래서 이달부터 월급을 올려 주기로 했대.” 문어가 오징어의 말을 흉내 내며 말했지요. 그러자 모두 기뻐하며 크게 소리쳤어요. “뿅뿅이 먹물총 만세!” 기업의 역할 우리 주변에는 많은 기업이 있어요. 각 기업마다 만들어 내는 물건이 다르고, 규모도 달라요. 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경제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요. 기업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아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생산해요 우리는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물건을 사용해요. 학용품에서부터 가구, 전자 제품, 자동차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아주 많지요. 이 물건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생산해 내요. 기업은 물건의 생산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해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해 주는 것, 백화점에서 물건을 파는 것,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라 주는 것 등이 모두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이지요. 일자리를 만들어요 기업이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서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고용하지요. 기업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해져 일자리가 늘어나요. 일자리가 늘면 더욱 많은 사람이 직업을 갖게 되므로 경제도 발전하지요. 소득을 제공해요 기업은 사람들에게 일을 한 대가로 임금을 주는데, 그 임금은 일한 사람들의 소득이 되지요. 사람들은 그 소득으로 여러 기업에서 만든 물건을 사요. 그러면 기업은 물건을 판 만큼 이윤을 얻게 되어 사람들에게 임금을 더 많이 줄 수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의 소득도 늘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기업은 이익을 얻은 만큼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얻은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 주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좋은 기업이 될 수 있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어요.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기업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해서 얻은 이윤을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써야 해요. 새로운 장비나 시설을 들여오고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하지요. 그런 노력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면 외국으로 수출도 할 수있어요. 그러면 기업도 성장하고, 나라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요. 법을 지키고 정직해야 해요 기업 가운데는 이윤을 많이 남길 생각에 법을 어기는 기업도 있어요.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건강에 해롭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재료로 물건을 만들기도 하고, 일한 사람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거나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기업이 그렇게 법을 어기면 소비자는 더 이상 그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을 거예요. 법을 지키고 정직한 기업만이 크게 성장할 수 있지요. 얻은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어야 해요 많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이윤의 일부를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지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노인을 돕고, 재해가 일어났을 때는 앞장서 도와줘요. 또 예술가를 지원하거나 극장을 짓는 등 문화 사업을 벌이기도 하지요. 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어 그 기업의 제품을 사게 만들어요. 그러면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지요. 기업은왜광고를하나요? 기업이 광고를 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고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예요. 기업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광고를 해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광고를 하거나 제품 설명회를 열어 소비자에게 직접 알리기도 해요. 또 견본을 만들어 미리 사용해 보게 하지요.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처럼 유명한 사람을 광고에 출연시키기도 해요. 광고는 상품의 좋은 점을 집중적으로 알리기 때문에 소비자는 광고를 보면서 제품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게 되고, 그 제품이 사고 싶어져요.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꼭 필요한 물건인지 먼저 따져 봐야 하겠지요. 제품마다왜상표가있어요? 상표는 기업이 자기 회사의 제품을 다른 회사 제품과 구별하려고 만들어요. 상표는 주로 제품의 이름이나 특징을 그림이나 글씨 등으로 디자인 해 만들지요. 소비자가 상표만 보고도 그 제품을 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기업은 기억에 오래 남고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상표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문구점같은가게도기업인가요? 기업은 모두 규모가 클 거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큰 기업도 있고 작은 기업도 있지요. 문구점 같은 가게는 한 사람이 자기 돈으로 가게를 꾸리고 운영하는데, 이렇게 개인이 꾸리는 기업을 개인 기업이라고 해요. 문구점을 비롯해 식당이나 빵 가게, 미용실 같은 작은 가게는 대부분 개인 기업이에요. 반면에 여러 사람이 돈을 내어 꾸리고 운영하는 기업은 회사 기업이라고 해요.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처럼 규모가 큰 기업이 많지요. 여러기업이경쟁하면좋은가요? 만약 한 기업에서 로봇 장난감을 만들었는데 인기가 좋아 잘 팔리면 다른 기업에서도 그런 로봇을 만들어 팔려고 해요.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사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여러 기업에서 같은 물건을 만들어 경쟁을 하면, 기업들은 더 품질이 좋고 값이 싼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그러면 소비자는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답니다. 기업이망할수도있나요? 다른 기업과 경쟁을 해서 밀리거나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기업은 이윤을 얻기 어려워요. 기업이 이윤을 얻지 못하면 망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옛날에는 거리마다 얼음을 파는 가게가 많았어요. 하지만 집집마다 냉장고를 들여놓게 되자 얼음 가게는 사라졌어요. 큰 기업도 이윤을 내지 못하면 망할 수 있어요. 큰 기업이 망하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돼요. 그래서 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 언제나 노력해야 하지요.
나는 날마다 은행에 가요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나는 삼촌과 방을 같이 써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삼촌이 조금 이상해졌어요. 밤에 잠을 못 자고 뒤척일 때가 많고 한숨을 푹푹 내쉬기도 해요. 혹시 삼촌도 나처럼 고민이 있는 걸까요? 내 고민은 어떻게 해야 새 자전거를 살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두 번이나 자전거를 잃어버렸다고 엄마가 다시는 자전거를 안 사 준다고 했거든요. 나는 삼촌에게 내 고민을 살짝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삼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삼촌이 도와줄게.” 늘 내 머리만 쥐어박던 삼촌이 나를 도와준다니, 나는 뭔가 수상했지만 일단 고맙다고 했지요. “스스로 돈을 모아서 사면 절대 안 잃어버릴 거예요. 제가 휴가 동안 은행에 데리고 다니면서 경제 교육도 확실히 시킬 테니 걱정 마세요.” 삼촌은 몇 시간 동안 엄마를 설득해서 간신히 자전거를 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냈어요. “삼촌, 정말 고마워!” “하하, 고맙긴 뭘. 그 대신 열심히 은행에 가는 거다!” 웬일인지 삼촌이 나보다 더 신이 난 것 같았어요. 다음 날, 나는 삼촌과 함께 은행에 갔어요. “어서 오세요!” ‘선유미’란 이름표를 단 누나가 우리에게 인사했어요. 그런데 삼촌은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어요. 나는 그제야 삼촌이 나를 도와준 이유를 알았어요. “저는 김소중인데요. 통장을 만들고 싶어요.” 어쩔 줄 몰라 하는 삼촌 대신 내가 누나에게 말했어요. “조카가 돈을 모아 자전거를 사려고 하는데, 어떤 예금이 좋을지.” 삼촌이 쑥스러워하며 더듬더듬 말했어요. 그러자 누나가 미소를 지으며 예금 안내지를 꺼내 보여 주었어요. “스스로 돈을 모아 자전거를 살 거라니, 참 기특하네. 그럼 어떤 예금 통장을 만들지 먼저 정해야겠구나!” 그러더니 누나는 보통 예금, 정기 예금, 정기 적금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나는 누나의 설명을 듣고 보통 예금 통장을 만들기로 했어요. 다음 날부터 나는 돈을 모으기 위해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했어요. 엄마, 아빠는 기특하다며 칭찬해 주었지요. 칭찬도 받고 돈도 모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삼촌, 나 지금 은행에 갈 건데 같이 갈래?” “뭐, 정말? 조금만 기다려.” 삼촌은 은행에 가자는 말만 하면 무조건 따라나섰어요. 나는 날마다 은행에 갔어요. 예금만 하면 누나와 이야기할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일부러 물어보기로 했어요. 조금 귀찮지만 삼촌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거든요. “누나, 돈은 어디에서 만들어요?” 누나는 오늘도 내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줬어요. “돈은 한국은행에서 만들어. 한국은행은 일반 은행과 달리 개인의 예금은 받지 않아. 그 대신 일반 은행들의 은행 역할을 하거나 나라의 돈을 관리한단다.” 삼촌은 나보다 더 열심히 누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날 저녁, 나는 엄마의 통장에 쓰인 ‘이자’라는 글자를 보고 물었어요. “엄마! 이자가 뭐예요?” “은행에서 예금한 사람들에게 일정하게 주는 돈이지. 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고 은행에 내는 돈이기도 해. 이자는 이렇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내는 돈을 말한단다.” 소중이는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가 생긴다는 엄마 말을 듣고 은행에 가는 게 더 좋아졌어요. 하루는 엄마 심부름으로 은행에 가서 전기료를 냈어요. 나는 은행에서 하는 일이 궁금해 누나에게 또 물었지요. 누나 말이 은행에서는 예금을 맡아 주는 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는 일, 공과금을 받는 일, 외국 돈으로 바꿔 주는 일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대요. 내가 누나의 설명을 듣는 동안, 삼촌은 의자에 앉아 잡지를 보는 척하며 누나를 힐끗힐끗 바라봤어요. 며칠 뒤 삼촌과 함께 은행에 가는 길이었어요. 삼촌은 뭐가 좋은지 실실 웃으며 앞서 걸어갔어요. “삼촌, 같이 가!” 내가 부르는 순간, 쌩하고 오토바이가 지나갔어요. “으악!” 삼촌은 그대로 길바닥에 쓰러져 눈도 뜨지 못했어요. 나는 너무 놀라 엉엉 울기만 했지요. 병원에 실려 간 삼촌은 다행히 곧 깨어났어요. 하지만 며칠 동안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대요. 나는 삼촌이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은행에 갔어요. 하지만 은행에 가는 일이 전처럼 신나지 않았어요. 누나에게 묻고 싶은 것도 없어졌어요. “소중아, 요즘은 궁금한 게 없니? 그리고 왜 삼촌은 같이 안 오니?” 나는 누나에게 삼촌이 병원에 있다고 알려 줬어요. 그리고 정말 궁금한 걸 물어보았지요. “누나, 우리 삼촌 어때요?” 누나는 금세 얼굴이 빨개졌어요. 누나에게 처음 말을 걸 때의 삼촌처럼요. 삼촌은 곧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어요. 휴가가 끝난 삼촌은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았어요. 그 대신 은행 밖에서 누나를 만났어요. 다 내 덕분이지요. 나는 혼자 은행에 가는 데 재미를 붙여 새 자전거 살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열심히 돈을 모았어요. 삼촌이 병원에서 퇴원한 날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어요. 드디어 나는 멋진 새 자전거를 샀어요.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자전거를 사고 나니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기뻤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일도 있었지요. 그건 바로 천사처럼 예쁜 외숙모가 생긴 거예요.
할머니의 깜짝 변신술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유빈이네 반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경제 교실이 열린답니다. 그날은 부모님들이 일일 교사로 와서 수업을 해 주지요. 지난번에는 은행에 다니는 한준이 아빠가, 지지난번에는 세무서에 다니는 홍이 엄마가 와서 생생한 경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이번 달 경제 교실에는 어떤 분이 오시면 좋을까? 유빈아, 아빠가 신문사에 다니시지? 그럼 이번 주 토요일 경제 교실에는 유빈이 아빠가 오셔서 우리나라 산업 발달에 대해 얘기해 주시면 좋겠구나! 앗, 저요? 그날 저녁, 유빈이는 아빠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열리는 경제 교실의 수업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이거 어떡하지? 이번 주 토요일에는 취재하러 가야 되는데. 아빠! 꼭 가셔야 돼요? 안 가시면 안 돼요? 선생님께 벌써 약속했단 말이에요. 거참, 난감하네. 어떻게 하면 좋지? 호호호. 다음 날 아침, 유빈이는 복도에서 담임선생님과 마주쳤어요. 선생님, 드릴 말씀이. 응, 조금 전에 아빠가 전화로 다 얘기하셨어. 아빠 대신 근사한 선생님이 오실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어떡하나 걱정 했는데, 다행이다. 드디어 경제 교실이 열리는 토요일이 되었어요. 선생님이 일일 교사를 소개했어요. 오늘 누가 오셨는지 궁금하지요? 자, 모두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얘들아, 안녕! 난 오늘 일일 교사를 맡은 김끝순 할머니란다. 만나서 반갑구나!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이런, 우리 할머니잖아! 혹시 너희들 중에 너덜너덜하게 해진 옷을 입고 온 사람 있니? 아니면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은 사람 있어? 헤헤헤, 요즘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래, 요즘은 그런 일이 드물지. 하지만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이렇게 잘산 건 아니란다. 지금부터 내 얘기를 잘 들어 보렴. 1950년대,그러니까 내가 너희만 했을 때 우리 집은 농사를 지어 먹고살았단다. 우리 집뿐만이 아니었어. 사람들 대부분이 농사를 지어 먹고살았지. 아무튼 그때를 생각하면가난하고 배고팠던 기억밖에 안 나. 농사를 지었는데 왜 가난하고 배가 고팠어요? 그때는 기계가 없어서 사람들이 일일이 모내기를하고 낫으로 베어 추수를했어. 그러니 수확량이 적어 양식이 부족할 수밖에. 또 전쟁이 끝난 뒤라 온 나라가 가난했지. 내가 열여섯 살이 됐을 때였지. 중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야 했어. 옆집 언니는 가발 공장으로, 뒷집 언니는 신발 공장으로 가고, 나는 친구와 함께 섬유 공장으로 갔지. 섬유 공장은 뭘 만드는 곳이에요? 옷감을만드는곳이지. 섬유 산업은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한 산업이었어. 중학교에 갈 나이에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힘들지 않았어요? 어린 나이에 오랜 시간 일하느라 무척 힘들었지. 하지만 내가 만든 옷감이 세계로 수출되고,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났지. 할머니는 언제까지 섬유 공장에 다녔어요? 내 나이 스물세 살이 되던 1970년에 결혼을 하면서 공장을 그만두었지. 남편은 텔레비전을 만드는 전자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었어. 공무원, 은행원,이런저런 총각을 만나 보았지만 그렇게 멋진 남자는 처음 봤단다. 작업복을 입고 모자를 쓴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첫눈에 반해 버렸지. 호호호, 어때? 잘생겼지? 1970년대에는 어떤 산업이 발달했어요? 그때는 전자 공업뿐만 아니라 배를 만드는 조선업, 금속을 만드는 철강업, 석유 화학 공업 같은 중화학 공업이 크게 발달했단다. 사람의 노동력만으로는 안 되고, 기계가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었지. 값비싼 기계를 살 수 있을 만큼 경제가 발전했다는 뜻이야. 경제가 발전하면서 도로와 공장, 아파트를 많이 짓게 됐고, 건설업도 크게 발전했지. 아파트 단지가 처음 생긴 것도 바로 그때란다. 나, 여기 있지. 1980년대, 그러니까 우리 큰아이가 너희들만큼 자랐을 무렵이지. 그때부터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했단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 자동차 산업이랑 경제 성장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자동차는 부품이 엄청나게 많고 복잡한 기계야. 게다가 사람의 목숨이 달린 거라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지. 그러니까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 부품을 만드는 공장도 늘어나고 그만큼 기술도 발전하게 된단다. 나라 경제도 성장하게 되고 말이야. 사람의 노동력을 이용한 산업보다 머리를 쓰는 산업이 발달해야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법이거든. 1980년대는 컬러텔레비전의 시대가 열린 때이기도 해. 집집마다 컬러텔레비전을 보게 되자, 시청자들에게 상품을 알리는 광고업이 발달하기 시작했지. 광고는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물건은 아니지만, 광고 문구, 광고 음악처럼 사람의 아이디어로 이익을 얻는 색다른 산업이란다. 우리나라는 사람의 머리를 써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뛰어난 모양이야. 1990년대부터는 컴퓨터와 반도체 산업이 불같이 일어났거든. 요즘에는 컴퓨터가 없는 집이 거의 없지. 또 정보 통신 산업이 발달하여 휴대 전화가 없는 사람도 거의 없어. 또 예전보다 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졌어. 여행을 다니고, 공연을 즐길 여유도 생겼고 말이야. 자, 이제 199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어떤 산업이 가장 발달했는지 알아볼까? 각자 나누어 준 종이에 부모님의 직업을 써 보자꾸나. 선생님, 미용사, 의사, 공무원, 택시 기사, 꽃집 주인, 식당 주인. 부모님들이 참 다양한 일을 하시는구나! 그런데 한두 분 빼고 나머지 분들의 직업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뭘까? 부모님들이 대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계시네요. 네, 그렇지요. 선생님 말씀대로 너희들 부모님은 대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계신단다. 서비스업이오? 그게 뭔데요? 물건을 파는 일, 머리를 깎아 주는 일, 지식을 전하는 일, 물건을 배달하는 일처럼 다른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이란다. 그러한 일을 서비스라고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산업을 서비스업이라고 한단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생길수록 서비스업은 더욱더 발달하게 되어 있지.
우리 아빠는 대통령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세아야, 일어나야지.” 날 깨우는 소리에 눈을 가늘게 떴더니 아빠, 엄마가 침대맡에 나란히 서 있었어. 그런데 너무 졸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거야. “방학이니까 좀 더 자게 내버려 둡시다.” 아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어. 아빠,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방을 나갔어. 나는 잠이 깬 뒤에도 한참 동안 침대에서 빈둥거렸어. 만화책도 보고,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도 했지. 그러다 우연히 침대 밑에서 아빠의 수첩을 발견했어. 아빠는 수첩에 중요한 걸 모두 적어 두기 때문에 수첩이 없으면 몹시 곤란할 거야. 그러니까 나라를 위해서라도 수첩을 빨리 갖다 줘야 해. 그게 무슨 말이냐고? 우리 아빠는 대통령이거든. 나는 아빠의 수첩을 챙겨 들고 후다닥 거실로 나왔어. “방학이라고 늦잠을 잤구나.” 거실에 있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어. 하지만 내가 들고 있는 수첩을 보고는 금세 얼굴이 심각해졌지. 아빠에게 수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주머니도 잘 알거든. 아주머니는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아빠의 일정을 물었어. 나는 그 짧은 동안에도 마음이 급했지. 아빠에게 빨리 수첩을 전해 주어야 하니까. 비서실에서 팩스로 보내 준 아빠의 일정표 첫 줄에 이렇게 적혀 있었어. 8시 대회의실에서 국무 회의 참석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55분이지 뭐야! 나는 아빠의 수첩이랑 일정표를 들고 대회의실까지 냅다 뛰었어. 나는 숨을 몰아쉬고는 대회의실 문을 살짝 열었어. 그런데 대회의실 안이 텅 비어 있지 뭐야! “대통령께서는 조금 전에 나가셨단다.” 회의실을 정리하고 있던 아저씨가 말했어. 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얼른 일정표를 보았어. 10시 대접견실에서 국가 대표 선수 훈장 수여 나는 다시 대접견실을 향해 뛰어갔어. 이번에도 아빠를 못 만나면 안 되니까 말이야. 대접견실 안에 사람이 많은 걸 보니 다행히 이번에는 늦지 않았나 봐. 사람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도 있었어. 나는 급한 마음에 아빠 수첩 뒷장에 그 선수의 사인을 받았어. 사인을 받고 나서 아빠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어. 다음 일정 때문에 벌써 밖으로 나간 게 분명해. 나는 아빠의 다음 일정이 뭔지 보았어. 11시 소접견실에서 대법관 임명장 수여 시계를 보니 10시 40분이야. 이번에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어. 소접견실은 대접견실 바로 옆방이거든. 그런데 문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뜻밖의 말을 했어. “대통령께서는 일정이 바뀌어서 여기 안 계신단다. 좀 전에 헬기장으로 가셨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헬기장으로 달려갔어. 하지만 헬기는 벌써 하늘 높이 날고 있었어. 나는 힘이 쭉 빠져 멀어져 가는 헬기를 멍하니 쳐다봤지. 그때,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다가왔어. “어디 있나 한참을 찾았단다. 아빠는 만났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헬기를 가리켰어. “이제 어쩔 수 없게 됐으니, 가서 밥이나 먹자.” 아주머니가 내 어깨를 가만히 도닥거려 주었어. 나는 점심을 먹으며 아빠의 일정표를 자세히 살펴봤어. 공무원들과 면담, 영국 총리와 정상 회담, 일본 총리와 통화. 하루에 이 많은 일을 하다니 정말 놀라워. 그런데 아빠는 수첩 없이 일을 잘하고 있을까? 나는 자꾸만 아빠가 걱정됐어. 오후 늦게 엄마가 내 방문을 두드렸어. 엄마는 하루 종일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았대. 내가 어깨를 주물러 주자 엄마가 환하게 웃었어. “저녁에 외국 대사 가족들과 만찬이 있단다. 너도 옷 갈아입고 준비하렴.” 내가 만찬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나는 기뻐서 엄마를 와락 끌어안았어. 나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만찬장에 갔어. 모두들 내 옷을 보고 멋있다며 칭찬해 주었어. 하지만 만찬장에서 가장 멋진 건 아빠였지. 아빠는 내가 건네준 수첩을 보며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감동적인 연설을 했어. 아빠의 연설이 끝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어. 아마도 내 박수 소리가 가장 컸을 거야. 만찬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어. 아빠는 만찬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돌아왔어. “세아야, 수첩을 가져다줘서 고맙다. 우리 세아 덕분에 연설을 잘할 수 있었어.” 아빠의 말에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어. 내가 우리나라 대통령을 도운 거잖아! 비서 아저씨가 아빠를 찾아왔어.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대통령께서 처리해 주실 일이 있어서요.” 아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이마에 뽀뽀를 하고 밖으로 나갔어. 피, 이제 아빠랑 놀 수 있나 했더니. 하지만 그래도 난 괜찮아. 아빠가 대통령이니 이 정도는 내가 이해해야지.
법원에 간 아름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엄마가 아름이에게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사 준대요. 아름이는 엄마와 함께 애견 센터에 갔어요. 애견 센터에는 예쁜 강아지가 참 많았어요. “여기 이 강아지는 어떠니? 아주 건강하고 애교가 많은 강아지란다.” 애견 센터 주인이 어린 시추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아름이는 왠지 그 강아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엄마, 이 강아지로 할래요. 이름도 벌써 정했어요. 쭈쭈라고요.” “쭈쭈야, 괜찮니? 너,어디 아픈 거야?” 아름이가 쭈쭈를 바라보며 걱정스레 말했어요. 쭈쭈는 집에 온 이후로 줄곧 기운 없이 누워만 있었어요. 그러더니 설사를 하고 토하기까지 했지요. 엄마와 아름이는 급히 쭈쭈를 동물 병원에 데려갔어요. 쭈쭈는 장염이 심해 오랫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한대요. 아름이는 쭈쭈를 병원에 두고 오려니 마음이 아팠어요. 엄마와 아름이는 쭈쭈를 산 애견 센터로 갔어요. “장염에 걸린 강아지를 건강하다고 속여 팔아도 되나요?” 엄마의 말에 애견 센터 주인이 도리어 화를 내며 따졌어요. “그런데요? 그 강아지가 우리 가게에서 장염에 걸렸다는 증거라도 있어요?” “뭐라고요? 동물 병원에서 그러는데 장염에 걸린 지 오래됐대요.” 엄마와 주인은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어요. 하지만 주인은 끝끝내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우겼어요. 그날 저녁, 엄마와 아빠는 쭈쭈 일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런, 그 애견 센터 주인에게 속아 병든 강아지를 산 사람이 한둘이 아니군.” 아빠가 인터넷을 검색하며 말했어요. “그런 못된 사람은 가만두면 안 돼요. 재판이라도 해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해야겠어요.” 아빠도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음 날, 아름이는 엄마를 따라 법원에 갔어요. 법원 건물은 엄청나게 크고 높았어요. “저기 가서 재판을 신청하면 애견 센터 주인이 잘못한 걸 밝혀 줄 거야.” 엄마가 아름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어요. 우뚝 서 있는 법원 건물 앞에 서자 아름이는 조금 긴장이 됐어요. 엄마도 아름이처럼 긴장이 되나 봐요. 엄마와 아름이는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엄마가 경비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재판을 신청하려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민사 재판인지, 형사 재판인지에 따라 다른데.” 엄마는 아저씨에게 왜 재판을 받으려는지 이야기했어요. “아, 그런 일이라면 민사 재판을 신청해야지요. 저쪽에 있는 접수실로 가서 서류를 작성하세요.” 경비 아저씨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접수실은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엄마는 재판을 신청하는 서류를 꼼꼼히 작성해 접수실에 있는 언니에게 건넸어요. 법원에서 곧 재판 날짜를 정해 알려 줄 거래요. 애견 센터 주인에게도 따로 알려 줄 거고요. 그럼 그때 다시 법원에 와서 재판을 받아야 한대요. 얼마 안 있어 재판이 열린다고 생각하니 괜히 아름이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재판 준비로 바빴어요. “인터넷에서 봤는데 재판에서 이기려면 우리에게 유리한 자료를 많이 챙겨야 한다는구나.” 엄마는 애견 센터에서 받은 영수증과 계약서를 챙겼어요. “엄마, 이것도 도움이 될까요?” 아름이는 엄마에게 쭈쭈의 사진을 보여 주었어요. 쭈쭈가 아파 누워 있을 때 찍은 사진이었어요. “그래, 아주 큰 도움이 되겠어.” 엄마와 아름이는 다시 동물 병원에 찾아갔어요. 쭈쭈는 힘없이 엎드려 주사를 맞고 있었어요. “쭈쭈야, 많이 아파?” 아름이는 쭈쭈가 가여워 눈물이 핑 돌았어요. 엄마는 수의사 선생님에게 재판에 대해 말했어요. “필요하다면 제가 증인으로 나가 드릴게요.” 수의사 선생님은 쭈쭈의 진찰 기록을 복사해 주고 따로 선생님의 의견을 써 주기도 했어요. 오늘은 재판이 열리는 날이에요. 아름이네 가족은 재판 시간에 맞춰 법원에 도착했어요. 쭈쭈에 대한 재판은 민사 소액 법정에서 열린대요. 법정 앞에 도착하자 엄마가 아름이에게 말했어요. “법정에 들어가면 조용히 해야 해. 알겠지?” “알았어요, 엄마!” 아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름이네 가족은 조심조심 법정 안으로 들어갔어요. 판사가 엄마의 이름과 사건 번호를 불렀어요. 엄마와 애견 센터 주인이 판사 앞으로 나갔어요. “원고, 강아지가 언제부터 아팠습니까?” 판사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집에 데리고 온 첫날부터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판사는 다시 애견 센터 주인에게 물었어요. “피고, 강아지가 원래 아팠나요?” “아니요, 우리 가게에서는 아주 건강했습니다.” 애견 센터 주인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어요. 판사는 몇 가지 더 묻고는 엄마가 낸 자료를 살폈어요. 마침내 판사가 판결을 내렸어요. “피고는 건강한 개를 팔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병든 개를 건강한 개라고 속여 판 게 확실하므로 원고에게 개 치료비를 모두 보상하기 바랍니다.” 아름이는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쳤어요. 애견 센터 주인은 벌레 씹은 얼굴이 되었지요. “이제 저 애견 센터 주인도 정신을 차리겠지.” 아빠가 법원을 나오면서 말했어요. 쭈쭈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름이는 건강한 쭈쭈를 보자 무척 기뻤어요. “쭈쭈야! 너, 이제 다 나은 거야?” “왈왈!” 쭈쭈가 대답이라도 하듯이 씩씩하게 짖었어요. 이제 아름이네 집은 쭈쭈의 짖는 소리와 아름이의 웃음소리가 가득해요.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루다의 생일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루다야,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케이크를 먹는 루다에게 아빠가 물었어요. “외교관!” “그래? 외교관이 뭔지는 알아?” “몰라, 아무튼 할아버지처럼 될 거야.” 사실 루다는 외교관이 뭔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멋진 외교관이었다는 건 잘 알고 있지요. 며칠 뒤, 루다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네 집에 놀러 갔어요. 할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루다를 꼭 안아 주고는 선물이라며 커다란 상자를 주었어요. “루다야, 뭐가 들어 있나 한번 열어 보렴.” 루다가 상자를 열어 보니, 상자 안에는 빨간 스크랩북이 들어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루다를 위해 만든 것이었지요. 루다는 얼른 스크랩북을 펼쳐 보았어요. 루다야, 할아버지처럼 멋진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지? 할아버지가 어떻게 외교관이 되었고, 외교관이 되어 무슨 일을 했는지 루다에게 얘기해 주고 싶구나. 할아버지는 외교관이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 외교관이 되었을 땐 정말 자랑스러웠지. 외교관이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단다. 외교관이 되는 시험은 아주 어려워. 나는 외교관이 되는 시험을 보려고 3년, 그러니까 1095일 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했어. 내가 행운을 빌던 네 잎 클로버. 이렇게 많은 책을 보며 공부하고도 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졌어. 외교관 임명장을 받던 날.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단다. 외교관이 되어 첫 출근 하던 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했지. 외교관이 되면 외국에 갈 일이 참 많단다. 외국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외국에 머물며 나라를 위해 일하기도 하거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교관도 많아. 할아버지도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일하면서 외교에 관련된 일을 하나씩 배워 나갔단다. 내가 외교관일 때 사용하던 여권이야. 일반 여권은 초록색이 지만 외교관의 여권은 남색이지. 외교관이 되어 처음 한 일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나이지리아 대표단을 안내하고 돕는 거였어. 처음 하는 일이라 모든 게 서툴러 쩔쩔맸지만, 나이지리아 대표단이 우리나라의 산업 시설을 부러워하는 걸 보며 뿌듯했지. 할아버지가 외국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일할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호하고 돕는 일을 주로 했어. 외국에서는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거든. 그럴 때면 외교관이 나서서 도와주어야 해. 이로운 영사님께 지난 여름에 여권을 잃어버리고 대사관으로 찾아갔던 가족을 기억하세요? 제 실수로 엄마, 아빠 여권까지 몽땅 잃어버렸지요 . 제가 속상해서 막 우니까, 영사님이 달래 주셨잖아요. 이로운 영사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여권을 다시 발급받고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어요 . 정말 고마웠습니다. 영사님을 잊지 못하는 동건이 올림. 동건이네 가족과 찍은 사진. 낯선 나라에서 도둑을 맞으면 무척 놀라게 되지. 영국에서 일할 때, 한 여학생이 도둑을 맞았다고 찾아왔어. 내가 경찰서까지 가서 도와준 덕분에 금방 도둑을 잡았지. 이 여학생이 네 할머니란다. 하하! 말을 타고 다니는 영국 경찰관. 내 그림 솜씨 어떠니? 어렸을 적 내 꿈이 화가였는데.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르단다. 그래서 가끔은 곤란하거나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 하지만 외교관은 어느 나라에 가든지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잘 알고 따라야 한단다. 중국에서 국제 회의를 한 뒤, 중국 대표단과 저녁을 먹으며 찍은 사진이야. 중국 음식 가운데는 먹기 힘든 음식도 많았지만, 중국의 음식 문화라 생각하고 맛있게 먹었단다. 썩은 오리 알. 곰 발바닥. 전갈. 달팽이를 먹는 나라도 있지. 일본의 생선 초밥. 인도 사람은 음식을 손으로 먹지. 인도 사람들은 소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아. 길을 가다가 소를 만나면, 급한 일이 있더라도 소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해. 태국 사람들은 머리 만지는 걸 싫어해. 어린아이라도 귀엽다고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으면 안 돼. 외교관은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함을 외국에 알리고 외국의 문화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기도 한단다.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 할아버지는 그 일을 할 때 참 즐거웠어. 영국에 있을 때, 우리 나라 전통 무용을 소개하는 공연을 열었어. 영국 사람들은 아름답다며 감탄을 했지.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해지더구나. 그때 그 공연장. 뉴질랜드 문화를 우리 나라에 소개하기도 했어.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뉴질랜드 원주민의 전통 춤을 보면서 뉴질랜드를 가깝게 느끼기를 바랐단다. 춤이 재미있어 나도 무대에 올라가 추고 싶었지만 꾹 참았지. 에스파냐의 전통 춤인 플라멩코야. 내가 좋아하는 춤이지. 그곳에 있을 때 잠깐 배우기도 했어. “할아버지, 외교관은 정말 좋겠어요. 여러 나라를 맘껏 돌아다니면 무척 신 날 것 같아요.” 스크랩북을 보던 루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할아버지도 외교관이 되기 전에는 너처럼 생각했었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도 다니는 멋진 모습만 생각했어. 하지만 막상 외교관이 되고 보니, 생각보다 할 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았단다.” 루다는 할아버지 얘기를 들으며, 스크랩북의 다음 장을 넘겼어요. 루다야, 외교관은 하는 일이 참 많단다. 외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에 외교관이 필요해. 경제, 환경, 스포츠 같은 여러 분야의 일 중에는 외교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아주 많거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사로 나가 있을 때였어. 석유가 펑펑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넓은 사막에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했단다. 나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그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 우리 기업에 알려 주었지. 내가 그린 사막의 낙타. 멕시코에서 환경 회의를 할 때, 그곳에 모인 여러 나라 대표들과 찍은 사진. 우리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걸 알고 있니? 1988 년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결정된 순간, 모두 기뻐 펄쩍펄쩍 뛰었지.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루다야, 할아버지가 외교관이 되어 한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뭔 줄 아니? 외국과의 무역 협상을 성공시킨 거란다. 그 일로 할아버지 얼굴이 신문에 크게 실리기도 했지. 공항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협상 대표단들. 협상을 하느라 모두들 고생했지만 보람도 컸지. 그때는 정말 외교관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세계로 수출되는 우리 자동차! 외교관은 세계 평화를 위해 국제기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한단다. 한 나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여러 나라가 모여서 힘을 합치면 해결할 수 있거든. 유엔 건물 앞에서 어린이들과 찰칵! 유엔 대사가 되어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할 때에는 큰 보람을 느꼈지. 유네스코 회의장에서. 이 회의에서 석굴암과 불국사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정해졌단다. 국제기구에서 하는 일은 다양해. 몇 년 전, 조류 독감이 유행했을 때는 조류 독감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세계 보건 기구에서 조류 독감이 발생한 나라에 사람들을 보내 도왔지. 조류 독감과 관련된 신문 기사의 사진.
타냐는 내 짝꿍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우리 반에 까만 피부의 여자 아이가 전학을 왔어요. “자, 모두 조용!” 선생님이 웅성거리는 아이들에게 여자 아이를 소개했어요.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공부할 친구예요.” 그러자 여자 아이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안녕, 내 이름은 타냐야. 앞으로 잘 지내자!” 타냐는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에서 왔는데, 한국에 오래 살아서 우리말을 잘한대요. 선생님이 갑자기 내 쪽을 보며 말했어요. “타냐는 은하 옆 자리에 앉으면 되겠구나!” ‘치, 하필 내 옆 자리가 비었을 게 뭐람.’ 나는 짜증이 나서 속으로 투덜거렸어요. 타냐가 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하는데도 나는 흘겨보기만 했어요. 이상한 아이와 짝꿍이 되는 게 싫었거든요. 다음 날 아침, 교문 앞에서 타냐를 만났어요. 타냐는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있었어요. 타냐를 바래다주러 온 것 같았지요. 머리에 하얀 천을 두른 엄마와 남동생도 타냐처럼 얼굴이 까무잡잡했어요. 생김새가 비슷해서 금세 가족인지 알 수 있었지요. 타냐는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나는 또 모르는 척하고 혼자 걸어갔어요. 교실에서도 타냐와는 한마디도 안 했어요. 타냐가 말을 걸어도 계속 모른 체했지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멀리서 타냐를 흘끔흘끔 보기만 할 뿐 얘기도 안 하고, 같이 놀지도 않았어요. 어떤 아이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킥킥거렸어요. 타냐가 조금 가여웠지만 그래도 타냐와 친해지기는 싫었어요. 며칠 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타냐가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다투고 있었어요. 타냐 곁에서는 남동생이 엉엉 울고 있었지요. 아이들은 남동생의 옷자락을 들추며 검둥이라고 놀려 댔어요. 타냐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졌어요. “이크발이 어쨌다고 못살게 구니?” “검둥이보고 검둥이라고 하는데 뭐가 잘못됐어?” “그래서 너희들이 잘했다는 거야?” “야, 파키스탄 검둥이가 화내니까 되게 무섭다!” 아이들은 타냐와 이크발에게 모래를 뿌렸어요. 머리에 손수건을 뒤집어쓰고 타냐 엄마 흉내를 내며 약을 올리는 아이도 있었어요. 타냐가 이크발을 데리고 집으로 가려고 하자 아이들은 타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어요. “너희들 정말 못됐구나! 당장 그만둬!” 나는 아이들에게 달려가며 소리쳤어요. “뭐야? 너도 검둥이 편이야?” 아이들은 나한테도 모래를 뿌리며 욕을 했어요. “너희들, 당장 사과 못 해?” 나도 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덤볐지요. 그러자 아이들은 귀찮다는 듯 가 버렸어요. 나는 타냐에게 괜찮냐고 물었어요. 타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그런 타냐가 정말 가엾고 딱했어요. 다음 날, 타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밝은 얼굴로 학교에 왔어요. 내가 먼저 타냐에게 “안녕!” 하고 인사했어요. 그러자 타냐가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오늘이 내 생일인데,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나는 조금 망설이다 그러겠다고 약속했어요. 나는 유정이와 함께 타냐네 집에 갔어요. 타냐네 식구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우리는 타냐에게 준비해 간 선물부터 건넸어요. 나는 생일 선물로 동화책을 준비했고, 유정이는 예쁜 일기장을 가져왔어요. “생일 축하해, 타냐!” “고마워!” 타냐가 기뻐하며 밝게 웃었어요. 타냐는 부모님에게 우리를 소개했어요. “얘가 어제 얘기한 은하고, 얘는 유정이예요.” 그러자 타냐 엄마가 내 뺨에 살짝 얼굴을 대며 말했어요. “반갑다, 은하야. 타냐하고 친하게 지내렴.” 타냐 아빠도 미소를 지어 보였어요. 동생 이크발도 우리를 환영해 주었지요. “너희들 배고프지? 내 방으로 가자!” 타냐는 얼른 자기 방으로 우리를 데려갔어요. 방 안에는 생일상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어요. “우아, 이게 다 뭐야?” 나는 음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이건 케밥이고, 요건 차파티, 저건 사모사.” 타냐가 파키스탄 음식을 하나하나 소개했어요. “너희들 주려고 하루 종일 만들었단다. 맛있게 먹으렴.” 타냐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타냐 엄마가 만든 파키스탄 음식은 정말 맛있었어요. 타냐는 네 시가 되자 거실로 나갔어요. 나와 유정이는 살짝 거실을 내다보았어요. 타냐네 가족이 바닥에 엎드려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잠시 후, 타냐가 기도를 마치고 와서 말했어요. “알라신에게 너희처럼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어.” 나는 타냐의 말에 조금 쑥스러웠어요. 나와 유정이는 어느새 타냐네 가족과 가까워졌어요. 타냐의 엄마와 아빠는 상냥하고 다정했어요. 이크발은 귀여운 장난꾸러기였지요. 우리와 피부색, 음식, 종교는 달랐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은 다르지 않았어요.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타냐네 집을 나섰어요. 타냐와 이크발이 동네 앞까지 배웅해 주었지요. 나는 내 짝꿍 타냐가 참 좋아졌어요. 사람은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가지는데, 이것을 인권이라고 해요. 모든 사람이 보장받아야 하고, 모두 함께 보호해야 할 인권에 대해 알아보아요. 보장받아야 할 인권.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억누르거나 침해하는 일이 없어야 해요. 그래서 국가에서는 국민의 기본 권리를 법으로 정하여 보장하고 있지요. 자유권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예요. 모든 국민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며 직업, 종교, 살 곳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할 자유가 있지요. 평등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므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떤 종교를 믿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에 상관없이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는 권리예요. 참정권 국민이면 누구나 나랏일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예요. 선거에 후보로 나갈 수 있는 권리와 중요한 나랏일을 결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국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어요. 그 밖의 기본권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회나 행정 기관에 고칠 점이나 바람 등을 요구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보장하는 청구권이 있어요. 또 좀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사회권과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할 행복 추구권 등이 있어요. 보호해야 할 인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국가와 사회는 이런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장애인을 위한 노력 정신이나 몸의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도 사람들과 어울려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지어진 시설이나 사회 환경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국가에서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편의 시설을 마련하고 있어요. 노숙자를 위한 노력 우리 사회에는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가 된 사람이 많아요. 노숙자는 제대로 된 밥이 나 옷,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길거리를 떠돌며 살아가지요. 시민 단체에서는 노숙자를 위해 무료로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운영해요. 또 국가에서는 노숙자를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노력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공장이나 공사장 등에서 힘든 일을 하며 지내요.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인권을 침해받고 있지요. 국가나 시민 단체에서 이들을 위해 무료로 상담을 해 주거나 법률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요. 세계 인권 선언. 1948년 12월 10일에 국제 연합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이 선포됐어요. 세계 인권 선언에는 인종, 성별, 사회적 신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요. 세계 인권 선언은 지금까지도 인권의 표준으로 인정받는 역사적인 헌장이에요.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12월 10일을 인권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어요. 세계 곳곳에는 피부색이나 종교, 성별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차별에 맞서 싸우며,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아요. 흑인 인종 차별에 맞선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주 오랫동안 백인의 지배를 받았어요. 흑인은 백인이 타는 버스나 기차에 탈 수 없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흑인끼리 모여 살아야 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백인과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없고, 선거 때는 투표를 할 수도 없었어요. 넬슨 만델라는 이런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며 흑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받기 위해 싸우다 27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지요. 감옥에서 풀려난 만델라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 선거를 통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되었어요. 어린이 인권을 위해 싸운 이크발 마시흐.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이크발은 집안이 몹시 가난해 네 살 때부터 카펫 공장에서 일했어요. 하루 열 시간씩 일을 해도 한 달 월급은 우리나라 돈으로 24원 정도밖에 안 됐지요. 이크발은 몇 년 뒤 공장을 탈출해 자신이 일하던 공장의 실상을 알리고, 노예처럼 일하는 어린이 노동자들을 구하는 일에 앞장섰어요. 이런 이크발의 노력이 세계에 널리 알려져, 어린이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 어린이상’을 탔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크발은 열세 살 때 카펫 공장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요. 이크발이 세상을 떠난 지금도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위대한 정신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답니다. 원주민 해방에 앞장선 리고베르타 멘추. 멘추는 1992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의 여성 인권 운동가예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멘추는 학교도 못 간 채 농장에서 일을 해야 했어요. 그 당시 과테말라 정부는 원주민들을 힘으로 억누르며 차별했어요. 멘추는 스무 살 때 인권 운동 단체에 들어가 인권 운동을 시작했어요. 멘추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원주민이 겪는 차별과 고난을 낱낱이 세상에 알리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흑인 인권 운동의 지도자, 마틴 루서 킹. 1955년 미국의 한 도시에서 버스에 탄 흑인 여성이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어요. 그러자 그 지역의 흑인들은 버스 안 타기 운동을 벌였지요. 이 운동에 앞장서 승리를 이끌어 낸 사람이 바로 개신교 목사였던 마틴 루서 킹이에요. 킹 목사는 그 뒤로 미국 곳곳을 다니며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비폭력 투쟁과 인권 운동을 벌였어요. 1964년에는 흑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답니다. 여성 투표권의 역사. 예전에는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수도, 재산을 소유할 수도 없었어요. 물론 나랏일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투표권도 없었지요. 그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 여성들은 여성 인권 해방 운동을 펼치며 투표권을 얻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여성이 감옥에 갇히기도 했지요. 제일 먼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는 뉴질랜드예요. 이후 호주, 미국, 영국 등의 나라에서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주었지요. 우리나라는 1948년에 헌법을 만들면서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주었고, 이때부터 남녀 모두 평등한 투표권을 갖게 되었어요. 오늘날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중동의 몇 개 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여성들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대요.
한별이와 빨간 조끼 아저씨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한별이는 학교 현관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종이 가방을 품에 안고 빗속으로 나왔어요. 종이 가방에는 쌀이 담겨 있었지요. 어렵게 사는 한별이를 위해 선생님이 챙겨 준 거예요. 아이들이 비를 맞고 걸어가는 한별이를 바라봤어요. “다른 데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야 해.” 한별이는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며 집을 향해 걸었어요. 한별이는 집 근처에 있는 놀이터 앞까지 왔어요. 비 때문에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지요. “헤헤.” 한별이는 헤벌쭉 웃으며 비에 젖은 그네에 걸터앉았어요. 그네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니 절로 신이 났어요. 곧장 집으로 가라던 선생님의 말은 까맣게 잊었지요. 한별이는 지금처럼 놀이터가 비어 있을 때만 그네를 타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무섭기 때문이지요. 어느새 비가 그쳤어요. 짓궂기로 소문난 동호와 준식이가 한별이에게 다가와 심술을 부렸어요. “정한별, 저리 비켜!” 동호가 그네를 타고 있던 한별이를 밀치자 한별이는 모래 바닥에 푹 엎어졌어요. 곁에 있던 준식이는 종이 가방을 걷어찼어요. 그러자 하얀 쌀이 모래 바닥으로 쏟아졌지요. 한별이는 겁먹은 얼굴로 울음을 터뜨렸어요. 때마침 놀이터를 지나던 복지관 아저씨가 울고 있는 한별이를 보고 다가왔어요. “아이고, 어쩌다 아까운 쌀을 다 쏟았니?” 아저씨가 쏟아진 쌀을 주워 담으며 물었어요. 한별이는 훌쩍이며 아이들 눈치만 보았지요. “에잇, 말도 못하는 게?” 아이들은 한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달아났어요. 그 바람에 놀란 한별이가 몸을 웅크렸어요. 아저씨는 그런 한별이를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빨간 조끼를 입은 복지관 아저씨가 한별이네 집으로 찾아왔어요. 한별이는 아저씨를 보자 얼른 아빠 뒤로 숨었어요. “며칠 전에 놀이터에서 한별이를 만났습니다. 그 뒤로 한별이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 저희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복지관 아저씨가 아빠에게 말했어요. “한별이는 또래에 비해 모든 게 늦어요. 게다가 자신감도 없고, 친구도 못 사귀지요. 더 늦기 전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아저씨의 말에 아빠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저는 그저 말이 좀 늦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 한별이를 돌볼 겨를이 없었어요.” 아빠는 아저씨에게 한별이의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것과 한별이가 자라 온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어요. 다음 날, 복지관에서는 회의가 열렸어요. 아저씨는 복지관에 있는 복지사 선생님들에게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한별이의 안타까운 사정을 이야기했어요. “학교 담임선생님도 한별이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쌀이나 우유 같은 걸 챙겨 주고 있더군요.” 아저씨는 한별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했어요. 선생님들은 한별이를 돕기로 뜻을 모았어요. 한별이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복지관에 다니게 되었어요. 검사를 통해 ‘발달 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졌지요. 그래서 복지관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게 되었어요. “정한별 친구예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세요.” 선생님이 한별이를 소개하자, 복지관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박수를 쳤어요. 하지만 한별이는 아이들과 눈도 맞추지 못한 채 교실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한별이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어요. 제자리를 두고도 늘 구석진 데 가서 앉았어요. 구석에 웅크린 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지요. 동요를 부를 때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요. 친구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림을 그릴 때도 한별이는 빈 도화지를 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런 한별이 때문에 아저씨는 마음이 아팠어요. 한별이의 여덟 번째 생일날이었어요. 복지관에서 한별이를 위해 생일잔치를 열었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케이크를 보고 흥이 난 친구들이 큰 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자 멀뚱멀뚱 앉아 있던 한별이가 떠듬떠듬 생일 축하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한별이가 복지관에 다닌 지 여러 달이 지났어요. 이제 한별이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그림도 제법 잘 그리게 되었어요. “오늘은 한별이가 어땠나요?” 아저씨는 날마다 선생님께 물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지요. “한별이가 춤을 췄어요!” “한별이가 귓속말을 했어요!” “이것 좀 보세요! 오늘은 한별이가 편지를 써 왔어요.” 선생님의 말에 아저씨는 깜짝 놀랐어요. “그게 정말입니까?” 아저씨는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한별이의 편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소리 내어 읽었어요. "그내를 타써요. 친구랑 그내를 타써요." 비록 맞춤법이 엉망인 짧은 글이었지만 말 한마디 못하던 한별이가 쓴 편지였어요. 편지를 읽는 아저씨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그네를 타는 한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저씨는 편지를 읽고 또 읽었어요. 사회 복지사. 사회 복지사는 사회적 또는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요. 복지 시설에 따라 사회 복지사가 하는 일은 조금씩 다른데, 복지 시설 이용자들을 상담하고 지도하는 일,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 재활 훈련을 돕는 일 등을 주로 하지요. 사회 복지사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돕는 따뜻한 마음과 봉사 정신이 필요하답니다. 사회 복지 시설. 사회 복지 시설 가운데는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도 있고, 복지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곳도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언제든 이런 복지 시설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사회 복지사와 상담을 하여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요. 살 곳을 마련해 주어요. 갈 곳 없는 노인들은 무료로 운영되는 양로원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어요. 이런 양로원에서는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돌보아 주어요. 또 미술이나 체육 등의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즐거운 여가 생활을 할 수 있게 돕고, 경로잔치 같은 행사를 열기도 해요.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 외에도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장애인이나 고아들을 위한 여러 복지 시설과 쉼터들도 운영되고 있어요.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요. 사회 복지 시설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해요. 어린이들을 위해 공부방이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기도 하고, 불우하고 어려운 생활환경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치료해 주는 일도 해요. 또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나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어요.
쓰레기 소각장은 절대 안 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우리 집은 부추 농사를 짓고 살아요. 그래서 해마다 온 가족이 밭에서 땀 흘려 일을 하지요. 지금은 밭에 하얀 부추 꽃이 가득 피었어요. 머지않아 부추 꽃이 지면 부추 씨를 거두느라 바빠질 거예요. 우리 아빠는 함박리 이장이에요. 그래서 마을에 일이 생기면 모두들 아빠를 찾지요. 어느 날, 우리 가족이 아침을 먹고 있는데 환이 아빠와 부녀회장 아주머니가 다급히 아빠를 찾아왔어요. “이장님! 이장님, 계세요?” “아침부터 웬일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 “이장님, 큰일 났어요. 마을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선대요! 이제 우리 마을은 어떻게 되는 거지요?” 아빠는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며 어리둥절해했어요. 그날 오후, 마을 사람들이 마을 회관에 모였어요. “제가 확인해 보니, 우리 마을에 쓰레기 소각장을 세운다는 소문이 사실이더군요.” 아빠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주민들 허락도 없이 쓰레기 소각장을 세운다고요?” “우리를 만만하게 본 게 틀림없어요.” 마을 사람들이 흥분해서 소리쳤어요. “쓰레기 소각장을 세우기에 우리 마을만 한 곳이 없대요. 전문가들 이야기를 듣고 정한 거라는데.” 아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어요. 바로 그때, 창문 너머로 측량하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우르르 밖으로 달려 나가 측량 도구를 빼앗으며 당장 마을을 떠나라고 했지요. 그러자 그 사람들이 도리어 으름장을 놓았어요. “여러분, 저희 일을 방해하면 처벌을 받습니다.” “여긴 우리 마을이오. 당신들 마음대로 측량을 하고, 멋대로 쓰레기 소각장을 세울 권리가 없단 말이오.” 아빠가 단호하게 말했어요. 일주일 뒤, 시장님을 만나고 온 아빠가 마을 사람들에게 시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어요. "쓰레기 소각장은 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고, 우리 함박리가 쓰레기 소각장을 세우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과 나쁜 공기, 환경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따졌지요. 그랬더니 시장님이 다시 공청회를 열겠다고 했어요." 드디어 여러 마을 대표와 시청 공무원, 환경 전문가 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청회를 열게 되었어요. “우리 시의 쓰레기는 우리가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장님이 애원하듯이 말했어요. “다이옥신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환경 전문가는 자료를 보여 주며 말했어요. “당신들 말은 못 믿겠소!” “우리 마을에 설치하는 건 절대 반대요.” 공청회장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져 나왔어요. 토요일 아침, 나는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섰어요. 처음에는 놀이 공원에 가는 줄 알았는데, 옆 도시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에 가는 거였어요.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하자 한 아저씨가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지요. “우리 소각장은 몸에 해로운 가스를 내보내지 않습니다. 다이옥신 측정 수치도 0에 가깝지요.” 아저씨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과 안전한 시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아빠, 쓰레기 소각장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아빠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얼마 뒤, 여러 마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쓰레기 소각장 설치 추진 협의회를 만들었어요. 어른들은 그것을 ‘소추협’이라고 줄여 불렀어요. “어느 마을에든 쓰레기 소각장을 세워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 시의 쓰레기는 우리가 책임져야지요.” 회의를 이끄는 소추협 의장님이 소리 높여 말했어요. 그러나 모두들 눈치만 볼 뿐 아무 말이 없었어요. 아빠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어요. “제가 옆 도시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에 가 보았는데 쓰레기 냄새도 나지 않고, 다이옥신 같은 가스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더군요. 어쩌면 쓰레기 소각장 설치로 우리 마을이 발전할.” 아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이 소리쳤어요. “그럼 우리 마을에 소각장을 지어도 괜찮다는 거요?” “시장 꼬임에 넘어간 모양이야! 시장이 그렇게 시켰겠지!” 그러더니 마을 사람들이 아빠를 밖으로 내쫓았어요. 나는 너무 놀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아빠는 부추 농사를 지으며 소추협 일을 계속했어요. 소추협에서는 소각장을 세울 만한 네 마을을 골랐어요. 그리고 주민 투표를 해서 찬성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마을에 쓰레기 소각장을 세우기로 했지요. 네 마을에는 함박리도 포함되었어요. 아빠는 함박리에 쓰레기 소각장이 세워지기를 바라며, 마을 사람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다녔어요. 저도 이 마을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우리 마을에 해가 되는 일을 하자고 하겠어요? 주민들을 위해 수영장과 헬스장도 만들어 준대요. 소각장에서 나오는 열로 난방도 싸게 할 수 있대요.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쓰레기 소각장에 견학을 다녀오거나 시에서 여는 설명회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우리 막내네 마을에도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섰는데, 그러고 나서 마을이 오히려 좋아졌대요.” “견학 가서 보니까, 시설이 아주 잘 갖춰져 있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은 만나면 쓰레기 소각장 이야기만 했어요. 오늘은 주민 투표를 하는 날이에요.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마을 회관으로 갔어요. 마을 어른들은 마을 회관 안에 설치된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했지요. 네 마을에서 치러진 투표의 결과는 일주일 뒤에 시장님이 발표한대요. 일주일 뒤, 네 마을 주민들이 시청 앞에 모였어요. 이윽고 시장님이 주민 투표 결과를 발표했지요. “함박리 주민들의 90퍼센트 이상이 쓰레기 소각장 설치에 찬성했습니다. 따라서 쓰레기 소각장은 함박리에 설치하겠습니다.” 마침내 마을 주민들의 뜻에 따라 우리 마을에 쓰레기 소각장이 세워지게 된 거예요. 우리 가족은 발표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가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 지방 자치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이 지역 실정에 맞게 지역의 일을 꾸려 나가는 지방 자치에 대해 알아보아요. 지방 자치 시대. 지방 자치는 자기 지역의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 가는 민주 정치 제도로, 우리나라는 1995년 6월부터 지방 자치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요. 지역의 일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의견을 모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꾸려 나가면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또 지방 자치는 지역 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중앙 정부 마음대로 지역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게 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수 있게 하지요. 지방 자치 단체. 지방 자치 단체는 그 지역의 일을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단체로 광역 자치 단체와 기초 자치 단체로 나누어져요. 지방 자치 단체의 대표인 지방 자치 단체장은 지역 주민이 선거를 통해 뽑아요. 광역 자치 단체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자치시,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광역시, 그리고 각 도의 행정 기구와 의회 등 넓은 지역의 일을 맡아 하는 지방 자치 단체를 광역 자치 단체라고 해요. 광역 자치 단체는 중앙 정부의 관할하에 있어요. 기초 자치 단체 시, 군, 구와 같이 광역 자치 단체보다 좁은 지역의 일을 맡아 하는 지방 자치 단체는 기초 자치 단체라고 해요. 기초 자치 단체는 우리 생활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하는 곳이에요. 지방 의회에서 하는 일. 지방 의회는 각 지역의 주민들이 뽑은 의원들로 구성되며, 지역의 여러 가지 일을 결정해요. 지방 의회에서 그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아요. 예산을 결정하고 잘 썼는지 심의해요. 지방 의회는 주민을 대신해서 시나 도의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결정해요. 또 지방 자치 단체가 주민들이 낸 세금을 낭비하거나 엉뚱한 곳에 쓰지는 않았는지 심사하고 토의하지요. 조례를 만들어요. 조례는 그 지방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법이에요. 지방 자치 단체는 조례를 만들고, 고치고, 없애는 일에 대해 지방 의회의 결정을 거쳐야 해요. 일을 잘 처리하는지 감시해요. 지방 자치 단체에서 하는 일을 감시하고, 잘못이 발견되거나 조사할 일이 있을 때는 관련 공무원을 의회에 불러 묻고, 답변을 듣고, 대책을 요구해요. 주민의 의견을 들어요. 지역 주민들이 지방 자치 단체에 바라는 점과 지역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가기도 해요. 또 주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공청회나 주민 간담회 등을 열기도 하지요. 풀뿌리 민주주의. 풀을 뽑아 보면 뿌리 주위에 잔뿌리가 많이 붙어 있어요. 이 뿌리는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줄기로 보냄으로써 식물을 자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예요. 각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면 밑에서부터 민주 정치가 실현되지요. 지방 자치는 풀뿌리처럼 여러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라는 뜻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불러요. 지방 자치 제도는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제도예요.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방 자치에 성공한 여러 사례를 살펴보아요. 체험 학습장으로 되살아난 와룡마을. 전라북도에 있는 와룡마을은 근처에 댐이 만들어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되었어요. 그래서 온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가 살게 되었지요.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끝에 농작물을 길러 가공해 파는 일을 시작했어요. 또 도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시골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 학습장을 만들었지요. 와룡마을에 대한 소문이 퍼져 마을을 찾는 사람이 늘자, 마을 사람들이 만든 가공 음식도 자연히 잘 팔리게 되었어요. 요즘에는 와룡마을의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기도 한대요. 성공한 도시 포르투알레그리.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라는 도시는 지방 자치로 성공한 대표적인 도시예요. 브라질의 노동당은 ‘참여 예산제’라는 정책을 세워, 도시 주민들에게 직접 시의 예산을 짜게 했어요. 주민들은 회의를 열어 시의 돈을 쓸 곳을 하나하나 결정했어요. 그 과정에서 시의 주인은 자신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시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애썼지요. 그 결과 포르투알레그리는 지방 자치로 성공한 대표 도시로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교육 품앗이로 살려 낸 학교.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서정 분교는 학교 문을 닫을 위기를 맞았어요. 전교생이 다섯 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학부모들의 ‘교육 품앗이’와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그 위기를 이겨 냈을 뿐만 아니라 가고 싶은 학교로 거듭나게 되었어요. 이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 자원 봉사자가 방과 후에 일대일 개인 수업을 맡아 하고, 영어와 중국어 교실을 비롯해 풍물, 과학 실험, 생태 체험 등의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의 교육에 힘쓴 결과 작은 학교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답니다. 주민의 힘으로 지켜 낸 맹산.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맹산은 개발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될 뻔했어요. 하지만 맹산을 아끼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훼손될 위기에 놓여 있던 맹산을 지켜 낼 수 있었지요. 주민들은 먼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소쩍새 등이 살고 있는 맹산에 생태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어요. 그리고 지역 생태 조사를 통해 반딧불이가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반딧불이 체험 교실을 만들었지요. 또 반딧불이 축제와 다양한 생태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맹산의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 앞장섰답니다. 여러 가지 주민 참여 제도. 지방 자치는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제도예요. 따라서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요. 주민 참여 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주민 투표제. 지역에 쓰레기 매립장, 화장장,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과 같은 공공시설을 설치하거나 지역 축제를 여는 등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예요. 주민 소송제. 지방 자치 단체와 지방 의회에서 법을 위반했을 때 지역 주민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예요. 지역의 세금을 마음대로 쓰거나, 지역 일을 하는 데 쓸 돈을 해외 여행이나 명절 선물비 등으로 쓴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 주민들은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있어요. 주민 소환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 자치 단체장이나 지방 의회 의원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는 등 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그런 지방 자치 단체장이나 지방 의회 의원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제도예요.
사건으로 본 우리 정치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국가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한 국가의 국적을 갖는 국민이 돼요. 그리고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든든히 지켜 주는 울타리 구실을 하지요. 국가가 없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누가 지켜 줄까요?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국가 세계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어. 땅덩이가 크든 작든, 인구가 많든 적든, 나라를 이루려면 영토와 국민과 주권, 이 세 가지를 꼭 갖추어 야 해. 영토는 한 나라의 통치권이 미치는 일정한 지역을 말해. 그리고 그 영토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을 국민이라고 하지. 주권은 나라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뜻해. 완전한 자주 독립국이 되려면 영토와 국민이 있어도 주권이 없으면 온전한 나라라고 할 수 없어. 지난날 우리 민족은 일본에게 36년 동안 주권을 빼앗겼다가 되찾았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중국에 주권을 빼앗긴 티베트 민족은 지금까지 중국의 다스림을 받으며 살고 있어. 국민 주권 영토 바다에도 주권이 미쳐요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바다를 ‘영해’라고 해요. 바다는 수산 자원과 광물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육지 못지않게 중요한 영토랍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이유도 자원이 풍부한 독도 주변의 너른 바다를 차지하려는 속셈 때문이지요. 국가가 없으면 사람들이 재산을 빼앗기고 목숨을 위협받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사회는 금방 혼란해질 거야. 국가는 사회 질서를 지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 호해 줘. 그리고 다른 나라의 침략을 막고 국민 모두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도 국가가 하는 일이야. 국가의 주인은 국민 주권은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간섭 없이 스스로 나라의 주요한 일을 결정하는 최고 권력이야. 이처럼 중요한 주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우리나라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야. 우리나라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밝히고 있어. 대한민국에는 대략 5,000만 명의 국민이 살고 있어. 그러니까 5,000만 명 모두가 대한민국의 주인인 셈이지. 마땅히누려야 할권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어요. 이러한 권리를 기본권이라고 해요. 기본권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자유권 자유권은 바라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야. 누구나 살고 싶은 데서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권리가 있어.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법을 어겨서는 안 돼. 자유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회권 사회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위해 국민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야. 사회권에는 근로권, 교육권, 환경권과 같은 것들이 있어. 근로권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할 권리야. 교육권은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이고, 환경권은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말해. 국가는 모든 국민이 이런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해. 평등권 평등권은 자유권과 함께 매우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이야. 여성이든 남성이든, 돈이 많든 적든, 종교와 직업이 무엇이든 법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대접을 받고 차별받지 않으며 균등한 기회를 가져. 청구권 국가에 필요한 것을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야. 국민이 국가에 바라는 것이 있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회나 행정 기관에 알려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재판을 받아서 바로잡을 수도 있어. 청구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란다. 참정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야. 선거에 참여하여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나라의 일꾼을 뽑고, 직접 국민의 대표가 되어 나랏일을 할 수도 있어. 또 국민투표에 참여하여 나라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수도 있지. 꼭지켜야 할 의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면 동시에 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도 있어요. 의무를 잘 지켜야 국민으로서의 권리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거예요. 국민의 의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민의 의무 아빠와 엄마는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하고 세금을 내. 그리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키지. 이렇게 저마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온 가족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거야. 국가도 똑같아. 튼튼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국민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단다. 국민의 의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근로의 의무 개인과 국가가 모두 잘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납세의 의무 나라 살림을 꾸리는 데 꼭 필요한 세금을 내야 할 의무가 있어요. 환경 보전의 의무 환경 오염을 방지할 시설을 설치하거나 분리수거를 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교육의 의무 모든 국민은 일정 기간 동안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어요. 국방의 의무 모든 국민은 나라를 지킬 의무가 있어요. 정치와 민주주의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쳐 싸운 덕분에 지금과 같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거예요. 민주주의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목숨을 걸 만큼 소중한 걸까요? 국민이 주인인 세상! 6월 민주 항쟁 1987년 6월 10일, 군부 독재에 반대하며 일어난 민주 항쟁이에요. 4 19 혁명 1960년 4월 19일, 시민과 학생들이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패, 부정 선거에 항거하여 시위를 벌였어요. 모두의의견을모아 정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만 하는 걸까요? 우리도 날마다 정치를 하고 있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정치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정치 활동에 대해 살펴보아요.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 흔히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정치’라고 해. 정치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조정해서 조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다양한 의견을 골고루 반영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 정치하는 사람들은 왜 싸울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정치인들이 곧잘 싸우는 것 같지? 여러 사람이 모여 일을 의논하다 보면 서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단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야.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항상 자기만 옳다고 여기면 다툼이 생겨.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충돌할 때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아. 정치는 어른들만 하는 걸까? 정치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같은 정치인들만 하는 걸까? 사실 정치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엄마랑 아빠도, 이웃집 아저씨도, 어린이들도 정치를 하고 있어. 회사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마을에서 말이지. 여러 사람이 모여 필요한 일을 의논하는 일이라면 모두 정치라고 할 수 있어. 국민이 주인인 나라 민주주의! 많이 들어 본 말이지요? 민주주의는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되었어요. ‘민주주의’ 라는 말에 담긴 뜻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기본 원리를 알아볼까요? 민주주의는 국민이 다스린다는 뜻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정치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야. 민주주의는 몇몇 사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인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 제도야. 국민 모두가 나라의 주인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뜻이지. 이와는 반대로 한 사람이 권력을 몽땅 움켜쥐고 제 맘대로 하는 것을 독재라고 해. 민주주의의 근본정신 민주주의는 인간 존중의 마음을 근본정신으로 삼고 있어. 사람들은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어. 그렇지만 누구나 소중한 대접을 받아야 해. 인간 존중의 마음과 함께 자유와 평등도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이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국적, 피부색, 인종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어.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가 바로 민주주의가 꿈꾸는 사회란다.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을 지키려면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인 인간 존중, 자유,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어. 국민주권주의, 입헌주의, 권력 분립의 원칙이 바로 그것이야.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인 국민이 제대로 주인 노릇을 하려면 이 원칙을 꼭 지켜야 해. 우리나라는 법에 따라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입헌 정치 국가야. 그래서 민주주의의 근본정신과 그것을 지키는 데 필요한 원칙을 헌법으로 정해 놓고 꼭 지키도록 하고 있어. 민주 사회의 모습들 민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절하는 것이에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민주적인 사회랍니다. 대화하고 타협해 다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듣고 서로 충분히 대화한 다음, 한 발짝씩만 양보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지. 대화와 토론, 타협의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 다수결! 많은 사람의 생각에 따르자 대화와 타협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쪽으로 결정하면 아무래도 국민의 뜻을 더 많이 존중할 수 있겠지? 이것을 ‘다수결의 원칙’ 이라고 해. 그런데 많은 사람이 찬성한다고 해서 그 의견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야. 진정한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면서도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거야.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 사람은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어. 이것을 ‘인권’ 이라고 해. 인간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정신과 닿아 있는 인권은 법으로 만들어 놓은 권리가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 갖는 기본적인 권리야. 1948년 유엔 총회에서는 ‘세계 인권 선언’ 을 발표했어. 이 선언에서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며, 인종이나 피부색, 성별, 사회적 신분,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지. 특별히 보호해야 할 우리 이웃 모든 사람이 존중받으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바로 민주주의가 꿈꾸는 세상이야.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있어. 또, 스스로를 지킬 힘이 부족해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지. 국가는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해. 민주주의와 시민혁명 시민 혁명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평등, 자유를 해치는 부당한 힘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항거하면서 시작된 사회 변혁 운동이에요.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세계의 시민 혁명에 대해 알아볼까요? 1960년 4·19 혁명 4·19 혁명은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반대하여 시민과 학생들이 일으킨 항거였어. 이승만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 이에 분노한 국민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어.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하와이로 망명했단다. 1987년 6·10 민주 항쟁 6·10 민주 항쟁은 1987년 6월 10일 이후부터 벌어진 민주화 운동을 말해. 전두환 군사 정권 때 대학생인 박종철과 이한열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분노한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지. 6.10 민주 항쟁으로 6·29 선언이 발표되었고, 국민이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단다. 영국의 명예혁명 1668년 영국에서 일어난 명예혁명은 무력 충돌 없이 이루어진 혁명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당시 영국의 왕은 종교 문제로 의회와 갈등을 빚었어. 그 과정에서 의회가 새로운 국왕을 추대했고, 신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권리 장전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했지. 영국의 명예혁명은 왕의 권한을 줄이고 의회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한 혁명이야. 프랑스 혁명 프랑스 혁명은 1789년에 일어난 시민 혁명이야. 당시 프랑스 사회는 강력한 계급 사회로 신분 간의 차별이 심했어. 왕실의 사치로 국가 재정은 점점 궁핍해졌고 국민들의 삶은 더 힘겨워졌어.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는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었지. 혁명이 일어난 뒤 프랑스 국민 의회는 신분제를 폐지하고 자유, 평등, 재산권과 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인권 선언을 발표했어. 대한민국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아빠와 엄마가 알뜰살뜰 살림을 꾸리듯, 국가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살림을 꾸려요.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학교를 짓고, 공원도 만들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돕지요. 누가, 어떻게 국민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을 움직일까요? 국민의대표를국회로 국회는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대표들이 모여 법을 만들고, 나랏일에 대한 중요한 회의를 하는 곳이에요. 국회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법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를 ‘입법부’ 라고 하기도 해요. 국민이 뽑은 일꾼, 국회의원 오늘날에는 국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직접 나랏일을 하기는 어려워. 그래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아 국민 대신 일을 하도록 하고 있지. 국회의원은 4년마다 뽑는데, 국민이 뽑아만 준다면 몇 번이고 할 수 있어. 그 대신 다른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되고 오직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 국민이 뽑은 일꾼인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모여 일을 해.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여서 하는 본회의, 나랏일을 여러 분야로 나누어 의논하는 상임 위원회, 특별한 안건을 심사하여 처리하는 특별 위원회로 구성된단다. 국회에서 회의를 여는 기간은 따로 정해져 있어. 일 년에 한 번씩 매년 9월 1일부터 정기 국회가 100일 정도 열리고, 필요하면 따로 임시 국회를 열기도 한단다. 국회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국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고, 나라가 살림을 잘 꾸려 가는지 감시도 하며, 나라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를 하지. 법을 만드는 과정 우리나라는 법에 따라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법치 국가야. 대통령도 국회에서 만든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지. 이러한 법은 국회에서 수많은 논의와 검토를 거쳐 만들어져. 입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법률안을 대통령이 공포하면 그때부터 그 법률안은 효력을 갖게 돼. 나라 살림은행정부에서 행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 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행정부가 하는 일은 우리의 일상생활과도 아주 관련이 많답니다. 행정부가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 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행정부는 나라의 살림꾼 행정부는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으로 많은 일을 해. 모두 18개 부서가 나라 살림을 나누어 맡고 있지. 각 부서에서는 차관과 공무원들이 최고 책임자인 장관을 도와 일을 해. 행정부가 일을 잘해야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단다. 국민이 낸 세금을 엉뚱한 곳에 쓴다거나 국회에서 만든 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나라 살림은 엉망이 되고 말 거야.
정치야, 놀자!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국회 의사당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예요. 민주주의 국가란 국민이 주인인 나라예요. 주인인 국민이 선거로 국회의원을 뽑아 나랏일을 맡기는데, 국회 의사당은 바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모아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랍니다.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모아 푸른색 지붕이 공처럼 둥글게 올라온 건물이 바로 국회 의사당이에요. 국회 의사당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먼저 국회 의사당 건물을 둘러보고, 국회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 봐요! 국회 의사당은 1975년에 지어졌어요. 국회 의사당 건물 모습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건물을 둘러싼 커다란 기둥 24개는 일 년 24절기를 상징하며, ‘24시간 내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은다.’ 는 뜻을 나타낸답니다. 앞에 있는 기둥 여덟 개는 우리나라 전국 8도를 나타내고요. 둥근 푸른색 지붕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둥그스름한 하나의 결론으로 모으는 것을 뜻한다고 하네요. 참 재미있지요? 아름다운 로턴다 홀 이제 국회 의사당 본회의장으로 갈 거예요. 본회의장으로 가기 전 4층 전시실에서 보면 넓은 중앙 홀이 보일 거예요. 이 홀은 바닥에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요. 연꽃무늬, 석굴암의 천장 무늬, 경복궁 근정전의 꽃살무늬 창 등을 본뜬 이 무늬는 우리나라 행정 구역을 뜻한다고 해요. 고개를 들어 천장을 한번 보세요. 해처럼 생긴 노란색 원이 있고, 24절기를 뜻하는 24개의 선이 있어요. 홀의 한쪽에는 이승만과 신익희 동상이 있어요. 여러분이 자라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정치가가 되어 홀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꿈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나랏일을 의논하는 국회 본회의장 국회 의사당 본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이 여러 가지 회의를 하는 곳이에요. 투표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거나 법을 만들고,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를 하기도 해요. 본회의장 앞 국회 의장석 뒤쪽 벽을 보세요. 무궁화 모양 안에 ‘나라 국’을 새겨 넣은 금색 장식이 달려 있지요? 저 장식은 우리나라 국회를 상징해요. 국회 의장석 앞에는 국회의원들이 의견을 발표하는 발언대가 있고, 그 앞에는 의원들의 말을 받아 적는 속기사석이 있답니다. 그 앞에 둥글게 놓인 의자가 국회의원들이 앉는 의원석이에요. 의원석 뒤쪽에는 방청석과 중계석이 있어요. 국민들은 방청석에서 직접 본회의를 지켜보거나 텔레비전으로도 볼 수 있어요. 의원회관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국회 의사당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의원 회관이에요. 이곳은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의 보좌관들이 일을 하는 곳이랍니다. 보좌관과 비서관은 국회의원을 도와 법률과 정책에 대한 연구를 열심히 해요. 국회 의사당에서 열리는 정책 회의를 준비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하는데 그 일을 국회의원 혼자서 하기는 힘들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한 명당 보좌관 두 명, 비서관 네 명까지 나라에서 지원을 해 줘요. 의원 회관은 국가의 정책과 법률을 연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어요. 나중에 여러분이 커서 훌륭한 국회의원이 되면, 이 건물에서 정책에 대해 열심히 연구할 수 있겠지요? 국회의원 선거 과정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려면 먼저 투표를 할 수 있는 주민 목록인 선거인 명부를 작성해요. 그다음은 선거에 나가려는 후보가 선거 관리 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해요. 등록된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하고 선거 운동을 지켜본 뒤 투표로 국회의원을 뽑아요. 국민과 함께하는국회 제1전시실을 둘러본 뒤 2층으로 올라가면 제2전시실이 있어요. 제2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법인 헌법을 검색해 볼 수 있고, 우리나라 국회의 구성과 운영, 세계 여러 나라의 의회 제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꾸며 놓았어요. 계단 뒤편으로 가면 의정 체험관이 있어요. 이 곳에서는 모의 국회를 체험할 수 있답니다. 여러분이 직접 국회의원이 되어 토론도 하고 투표도 하면서 법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어요. 통일을 준비하는 국회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예요. 그래서 남북통일이 되었을 때 나라를 꾸려가는 일에 큰 혼란이 없도록 대비를 해야 해요. 제3전시실에서는 통일이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현재 국회 의사당 본회의장 맞은편에 있는 제2회의장은 남북통일을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랍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독일, 예맨, 베트남의 통일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어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서대문 형무소는 1908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만든 감옥이에요. 일제 강점기 이후로는 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갇혔던 곳이기도 해요. 서대문 형무소를 둘러보면서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아요. 아픔이 서린 전시관과 옥사 서대문 형무소는 1908년 대한제국 말 일본에 의해 지어져 경성 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어요. 서대문 형무소 역사 전시관에는 형무소의 역사와 애국지사들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요. 전시관 1층과 2층에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위한 기획 전시가 열려요. 일본이 어떻게 우리나라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또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독립 운동가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알 수 있어요. 지하에 있는 전시실에는 애국지사들을 고문했던 당시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독립 운동가들이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 만세를 부르다가 숨져 간 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요. 잔인한 감시 공간 전시관을 나와 중앙사 건물로 가 보아요. 중앙사는 옥사(감옥이 있는 건물)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건물로 옥사와 연결되어 있어요. 2층 강당에서는 수용자들에게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교육을 시켰다고 해요. 지금은 역사 지식을 알아보는 퀴즈와 애국지사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영상실이 있어요. 옥사에 갇힌 사람들 옥사는 형무소에 잡혀 온 사람들을 가두는 곳이에요. 중앙에서 전체를 감시하기 쉽도록 T자 모양으로 복도를 만들고, 감방은 서로 마주 보도록 양쪽에 만들었어요. 옥사는 낮에도 매우 어두컴컴했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아 옥사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병에 자주 걸렸다고 해요. 밥도 아주 조금 주었기 때문에 영양실조로 굶어 죽는 일도 많았다고 하네요. 애국지사들의 작업 공간 일제는 ‘공작사’ 라고 하는 제13옥사에 수감된 애국지사와 투옥자들에게 전쟁에 사용할 물건을 만들게 했대요. 9옥사 건물의 벽돌도 이곳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니, 벽돌 한 장 한 장에 애국지사들의 슬픔이 묻어 있는 것 같아요. 공작사에서는 순국선열들이 겪었던 아픔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고문, 재판, 수감, 사형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요. 수감자 옷을 입고 감옥에 앉아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고문이나 사형 체험은 약간 무서울 수도 있으니까 마음 약한 친구들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비 추모비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어요. 추모비에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곳 형무소에 투옥된 뒤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요. 전쟁에 지자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무시무시한 일을 감추려고 형무소에 있던 자료들을 불태워 버렸어요. 그래서 서대문 형무소에 누가 갇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지요. 지금의 명단은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모아 복원시킨 애국선열들의 이름만 새겨 놓은 것이라고해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숨져 간 분들의 뜻을 생각하며 추모비를 향해 묵념을 올려 보세요. 한이 서린 사형장 사형장은 서대문 형무소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애국지사들의 사형이 집행된 곳으로 서대문 형무소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요. 사형장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담벼락을 자세히 보면 하얗게 칠해진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은 죽음을 앞둔 사형수가 달아날 경우를 대비하여, 불빛을 비추었을 때 달아나는 사형수가 잘 보이도록 하얀 칠을 한 것이라고 해요. 사형이 집행되었던 방을 들여다보니 아까 사형 체험한 것이 생각나서 좀 무서워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애국지사들은 얼마나 무섭고 슬펐을까요? 사형장으로 들어가는 문과 밖으로 나가는 문을 한번 비교해 보세요. 문의 크기가 다르지요? 사형장 안으로 들어갈 때는 사형수와 간수 두사람이 들어가지만, 나올 때에는 시신만 들것에 실려 나가기 때문에 문의 크기가 다른 것이래요. 시신이 나가는 길 사형장 바깥으로 나가면 동굴처럼 생긴 통로가 보여요. 푸른 이끼가 끼어 있는 어둡고 긴 이 통로는 시신이 나가는 문이라고 해서 ‘시구문’ 이라고 해요. 사형이 집행된 뒤, 시신은 이 통로를 통해 형무소 바깥에 있는 공동묘지에 몰래 버려졌어요. 일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립 운동가들의 시신을 보면 분노하여 항거가 일어날까 봐 몰래 시신을 옮기려고 이 통로를 만들었다고 해요.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만행이 비난 받을까 두려워 이 통로를 막아 버렸지만, 1992년 서대문 독립 공원을 만들 때 40미터 정도를 복원하였다고 해요. 사형장의 미루나무 사형장 담벼락 안과 밖에는 같은 날 심었다는 미루나무 두 그루가 있어요. 밖에 있는 굵은 미루나무는 사형장 안으로 들어가는 사형수들이 이 나무를 붙들고 통곡을 했다고 해서 ‘통곡의 미루나무’ 라고 해요. 사형장 담장 안에 있는 미루나무는 밖에 있는 나무와 달리 앙상해요. 이 나무는 사형수들의 한이 서려 잘 자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꽃다운 나이에 숨져간 유관순 이제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유관순 지하 감옥이에요. 유관순 지하 감옥은 일제가 여성 독립 운동가들을 가두기 위해 만들었으며 ‘유관순 굴’ 이라고도 해요. 유관순 지하 감옥은 독방과 고문실을 갖추고 있어요. 일제는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을 가두고 고문하는 데 남녀를 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곳 지하 감옥에 여성 애국지사들을 가두고 가혹한 심문과 고문을 했어요. 1934년 일제가 감옥을 고치면서 땅속에 묻은 것을 1992년에 복원했어요. 특히 이곳은 유관순 열사가 일제에 의해 모진 고문을 받으며 복역했던 곳으로 ‘유관순 굴’ 이라고도 해요. 국립 5 18 민주 묘지. 국립 5 18 민주 묘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된 분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에요. 국립 5·18 민주 묘지를 둘러보고,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요. 민주의 문을 들어서며 오늘날 우리가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말하고, 자유롭게 살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자유를 누리기 어려웠어요. 오늘 둘러볼 국립 5 18 민주 묘지는 5 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된 분들과, 부당한 권력의 탄압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분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에요. 우리가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이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국립 5 18 민주 묘지를 둘러보면서, 5 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또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로 해요. 빛나는 희망의 씨앗 민주의 문과 추념문을 지나면 참배 광장이 나와요. 참배 광장에서는 여러 조각상을 볼 수 있어요. 이 조각상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의 탄압에 저항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조각상에 표현된 얼굴 하나하나가 모두 생생해서 마치 그때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아요. 참배 광장에는 높이 40미터의 추모탑이 있어요. 이 추모탑은 우리나라 전통 당간지주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해요. 탑 위에 있는 동그란 설치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이 나요. 두 손으로 동그란 설치물을 받들고 있는 모습 같지요?
엘리제 공주는 마녀가 아니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엘리제는 귀엽고 명랑한 공주였어.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일곱 오빠가 있어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 그러던 어느 날 새 왕비가 들어왔어. 사람들은 몰랐지만 새 왕비는 마법의 나라 마녀였어. 새 왕비는 아이들을 싫어해서 내쫓을 꾀를 냈어. 왕에게는 거짓말로 왕자들을 외국에 보낸다고 하고는 왕자들에게 까마귀가 되는 마법을 걸었어. 하지만 마법이 잘 듣지 않아 왕자들은 백조가 되었어. 백조가 된 왕자들은 왕궁에서 쫓겨나고 말았지. 왕비는 엘리제도 마저 내쫓고 싶었어. 그래서 또 나쁜 꾀를 생각해 내 왕에게 거짓말을 했어. "엘리제가 병에 걸린 것 같아 시골로 요양을 보내야겠어요." 왕은 왕비의 말을 믿고 엘리제를 요양 보내도록 했어. 왕비는 엘리제를 동물로 만들어 내쫓으려 했지. “더럽고 냄새나는 돼지가 되어라, 얏!” 하지만 엘리제에게는 마법이 듣지 않았어. “이상하네. 까마귀가 되어라, 얏! 들쥐가 되어라, 얏!” 아무리 해도 마법이 듣지 않자, 왕비는 엘리제를 먼 시골 마을에 내다 버렸어. 엘리제가 울며 걸어가는데 한 아이가 지나가며 말했어. “왕관을 쓴 아가씨가 왜 이런 곳에서 울고 있지? 호숫가에는 왕관을 쓴 백조가 일곱 마리, 여기엔 왕관을 쓴 아가씨가 있네.” 엘리제는 백조들이 오빠들일 거라고 생각했어. 엘리제는 호수를 향해 부지런히 뛰어갔어.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 그때 일곱 마리 백조가 사람으로 변하며 내려앉았어. “오빠!” 엘리제는 오빠들에게 힘껏 달려갔어. 오빠들은 날지 못하는 엘리제를 위해 그물을 만들었어. 그 그물에 엘리제를 태우고 날았지. 하지만 위험할 때도 많았어. 어느 날은 바다 위를 날다 해가 기우는데 육지를 찾지 못했어. “해가 지면 아래로 떨어질 텐데 어떡하지?” 그때 한 오빠가 섬을 발견했어. 일곱 왕자와 엘리제는 겨우 섬에 내려앉을 수 있었지. 다음날 엘리제는 오빠들에게 말했어. “나를 태우고 다니는 건 위험하니 난 여기 있을게.” 그때부터 엘리제는 바닷가 언덕에서 지내게 되었어.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오빠가 말했어. “우리의 마법을 풀 비밀이 마법의 나라에 있다는구나.” 오빠들은 마법의 나라로 날아가 비밀이 적힌 은빛 두루마리를 물어 왔어. 두루마리에는 마법이 듣지 않는 여자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쐐기풀 옷을 짜서 백조에게 입혀야 백조가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어. “나는 마법이 듣지 않으니 내가 옷을 짤게.” 엘리제가 오빠들에게 말했어. 엘리제는 그때부터 입을 굳게 닫은 채 쐐기풀을 뜯어 옷을 만들기 시작했어. 쐐기풀은 가시가 있어 따갑고 쓰라렸지만 엘리제는 꾹 참고 쐐기풀 옷을 짰어.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나라 왕이 엘리제를 보았어. 왕은 엘리제를 사랑하게 되어 궁전으로 데려갔지. 엘리제는 왕비가 되었지만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계속 쐐기풀 옷을 짰어. 쐐기풀이 떨어지면 무덤가로 가서 쐐기풀을 뜯었지. 쐐기풀은 무덤가에서 많이 자라거든. 그걸 본 한 신하가 왕에게 말했어. “폐하, 왕비는 마녀인 게 틀림없습니다.” 왕은 엘리제가 무덤가에서 쐐기풀을 뜯는 것을 보고 신하의 말을 믿게 되었어. 그 당시에는 마녀로 알려지면 불에 타 죽는 벌을 받게 돼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제는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어. 드디어 엘리제가 벌을 받는 날이 되었어. 엘리제는 여전히 쐐기풀 옷을 짜는 일을 멈추지 않았지. ‘이제 마지막 한 벌만 완성하면 돼.’ 그때 어디선가 일곱 마리의 백조가 날아왔어. 엘리제는 얼른 화형대 위로 올라가 백조들을 향해 일곱 벌의 쐐기풀 옷을 휙휙 집어 던졌어. 엘리제가 짠 쐐기풀 옷이 몸에 닿자마자 백조들은 왕자로 변해 땅에 사뿐 내려섰어. “오빠! 오빠!” 엘리제가 눈물을 흘리며 오빠들을 불렀어. 엘리제는 그제야 입을 열어 그동안의 일을 낱낱이 밝혔어. 왕은 엘리제를 다시 왕비로 맞아들이고, 일곱 왕자도 궁궐에서 함께 살게 해 주었어. 얼마 후 일곱 왕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 새 왕비를 몰아내고 쓰러져 가던 나라를 일으켜 세웠어. 그 뒤로 그 나라에는 쐐기풀 공주와 백조 왕자들이 나라를 구했다는 전설이 전해졌대. 오빠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엘리제 공주. 엘리제는 백조가 되어 버린 오빠들을 위해 입을 꼭 다문 채 쐐기풀 옷을 짜요. 쐐기풀은 닿기만 해도 따갑고 쓰라린 풀인데, 그걸 뜯어 실을 만들고 옷을 짰으니 얼마나 아프고 쓰라렸을까요. 하지만 엘리제는 그 모든 아픔을 꾹 참고 견뎠어요. 그뿐인가요. 쐐기풀이 떨어져 무덤가에 뜯으러 갔다가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하게 되었는데도 변명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말을 했다가는 오빠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해서 엘리제는 결국 오빠들도 구하고 다시 왕비가 되어요. 오빠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참고 견딘 결과였지요. 쐐기풀은 어떤 풀인가요? 쐐기풀은 잎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뾰족뾰족하게 생긴 풀이에요. 잎사귀와 줄기에 작은 바늘 같은 가시털이 가득 나 있는데, 거기에 개미산이 들어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매우 쓰라려요. 엘리제 공주는 이런 쓰라림을 참고 쐐기풀을 뜯어 실로 만들어 옷을 짠 거예요. 실제로 유럽에서는 목화로 실을 뽑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이 쐐기풀로 실을 만들었다고 해요. 쐐기풀로 만든 실은 매우 질겨서 배의 돛이나 밧줄, 군복 등에 쓰였어요. 쐐기풀은 찔리면 매우 쓰라리지만, 뱀독을 푸는 약으로도 쓰여요. 마녀가 진짜 있었나요? 동화에는 마녀가 잘 나와요. 그런데 마녀는 진짜 있을까요? 마녀는 어떤 사람일까요? 한번 알아보아요. 빗자루 타고 다니는 마녀.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는 매부리코에 턱은 뾰족하며 까만 고깔모자를 쓴 채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녀요. 마술을 부려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아요. 이런 마녀의 모습은 중세 유럽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에요. 당시에 전쟁과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지자 모든 게 마녀 탓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마녀가 악마와 계약을 맺고 마술을 부릴 힘을 얻어서 나쁜 짓을 일삼는다고 생각했어요. 일부러 이런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지요. 억울하게 화형당한 마녀들.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는 여자를 마녀 같다고 일러바치기만 하면 붙잡아다 지독한 고문을 했고, 견디다 못해 마녀라고 자백하면 화형(불에 태워 죽이는 일)을 했어요. 중세 유럽에서는 이런 일이 매우 많이 일어났는데, 이것을 마녀 사냥이라고 해요. 중세 시대에 마녀 사냥으로 죽은 여자들이 수만 명이었다고 해요. 농부의 딸로 태어나 백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잔 다르크도 억울하게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지요.
투란도트 공주의 수수께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투란도트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어.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은 모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지. 하지만 투란도트는 마음이 얼음처럼 차갑고 인정이 눈곱만큼도 없어서 사람들은 투란도트를 '얼음 공주'라고 불렀어. 투란도트는 오늘도 다른 나라에서 온 왕자를 처형하려고 했어. "누구든 나에게 청혼할 수 있다. 단,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면 나와 결혼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이 왕자처럼 목숨을 잃을 것이다." 투란도트의 말과 함께 왕자는 목숨을 잃었어. "너무 잔인해, 청혼한 남자를 어떻게 죽일 수 있담." "전쟁 때 공주의 어머니가 다른 나라 왕에게 목숨을 잃었잖아. 그 뒤로 세상의 모든 남자를 미워하며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대." 구경꾼들의 이야기를 들은 칼라프 왕자는 마음먹었어. "내가 청혼해서 수수께끼를 풀고 공주와 결혼하겠어. 그래서 꽁꽁 언 공주의 마음을 풀어 줘야지." 그때 근처의 한 눈먼 할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쓰러졌어. 칼라프 왕자는 얼른 할아버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다 깜짝 놀랐어. "아니, 아버지 아니세요!" 눈먼 할아버지는 칼라프 왕자의 아버지 티무르왕이었어. 전쟁에서 진 뒤 눈까지 잃고 떠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였어. "그동안 류가 나를 보살펴 주었단다." "류, 정말 고마워.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구나." 칼라프의 말에 시녀 류는 기뻐하며 속으로 말했지. '왕자님은 제게 빛과도 같은 분인걸요.' "류, 나는 투란도트 공주에게 청혼하러 가니, 아버지를 잘 돌봐 다오." 류와 티무르왕이 깜짝 놀라 말렸지만, 칼라프 왕자는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았어. 칼라프 왕자는 왕궁 앞으로 달려가 징을 크게 울렸어. 공주에게 청혼하려는 사람은 그 징을 치도록 되어 있었거든. "에구, 또 아까운 남자가 죽게 생겼군." 사람들이 수군거렸어. 드디어 얼음 공주 투란도트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냈어. “캄캄한 밤에 사람들 마음에 한 줄기 빛을 비추고는 아침이면 사라졌다가 밤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캄캄한 밤이면 누구나 두려워지지. 하지만 아침이 온다는 희망으로 두려움을 이겨 내. 그래, 희망!’ 곰곰이 생각한 칼라프가 공주에게 외쳤어. “그것은 희망이오!” 칼라프가 답을 맞히자 투란도트는 깜짝 놀랐어. 아직까지 아무도 수수께끼를 푼 적이 없었거든. 투란도트는 다시 두 번째 수수께끼를 냈어.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불꽃은 아니며, 승리를 꿈꿀 때 뜨거워지는 것은 무엇이지?” 칼라프 왕자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 외쳤어. “그것은 피! 내 피는 불꽃처럼 타오르지. 하지만 진짜 불꽃은 아니고, 승리를 꿈꿀 때 뜨거워지오.” 구경 나온 사람들이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어. 마침내 투란도트가 마지막 수수께끼를 냈어. "얼음같이 차갑지만 너에게 불을 붙이고, 네가 타오를수록 더욱 차가워지며, 너를 죽일 수도, 왕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은?" 칼라프는 답이 생각나지 않아 탄식했어. "아, 얼음 공주, 그대는 나에게 불을 붙여 놓고 내 마음이 타오를수록 차가워지는군. 맞아, 그건 바로 당신, 투란도트요!" "안 돼! 내가 이름도 모르는 자와 결혼하다니!" 투란도트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칼라프 왕자는 배짱을 부렸어. "이번엔 공주가 내 이름을 맞혀 보시오. 내일 아침까지 알아맞히면 결혼을 취소하고 내 목숨을 내놓겠소." 투란도트는 온 도시에 명령을 내렸어. “아무도 잠들지 말고 이 자의 이름을 알아내라!” 하지만 칼라프는 자신만만하게 웃었어. “하하하, 이 도시엔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데 내 이름을 어찌 알까?” 공주의 신하인 팡, 핑, 퐁은 칼라프를 살살 꾀었지. “여기에 이름을 쓰기만 하면 이 나라의 넓은 땅을 다 주겠소.” “아무에게도 말 안 할 테니 나에게만 살짝 이름을 말해요. 응?” 그때 누군가가 티무르왕과 류를 가리키며 말했어. “저 두 사람이 수수께끼를 맞힌 남자와 함께 있었어요.” 병사들은 두 사람을 잡아 공주에게 끌고 갔어. 투란도트는 끌려온 두 사람을 고문했어. 그러자 류는 티무르왕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어. “그분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입니다. 이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장님이에요.” 류는 온갖 고문에도 왕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어. 투란도트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 물었어. “너는 무엇 때문에 그 고통을 참으면서 그자를 지켜 주려는 것이냐?”
울보 평강 공주가 시집을 갔다고?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옛날 고구려 평원왕에게 딸이 하나 있었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귀엽고 예뻤지. 딱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고집을 피우고 운다는 거야. “아휴, 머리야. 저 울음을 그치게 할 방법이 없느냐?” 그때 한 신하가 말했어. “궁 밖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울 때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하면 울음을 뚝 그친답니다. 그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그 방법을 써 보았더니 공주가 울음을 딱 그치네. 그때부터 임금님은 공주가 울기만 하면 말했어. “자꾸 울면 바보 온달한테 시집보낸다.” 세월이 흘러 공주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어. 임금님은 부자인 귀족에게 공주를 시집보내려 했지. 하지만 공주는 싫다고 고집을 부렸어. “저를 온달한테 시집보낸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온달한테 시집갈래요.” 참다못한 임금님이 화를 버럭 냈어. “그럼 네 마음대로 하거라!” 공주는 정말로 짐을 싸서 궁궐을 나왔어. 그러고는 물어물어 바보 온달을 찾아갔지. “저는 평강 공주예요. 온달 님의 신부가 되려고 왔어요.” 공주가 말하자, 온달과 어머니는 깜짝 놀랐어. “방금 뭐라고 했소? 우리 온달이의 색시가 되겠다고?” “와하하, 예쁘다, 예뻐. 그만하면 내 색싯감으로 합격!” 그날부터 평강 공주는 온달의 집에서 살게 되었어. 공주는 궁에서 가져온 보석들을 내놓으며 말했어. “이것들을 팔아서 온달 님을 뒷바라지하겠어요. 온달 님은 열심히 공부하고 무술을 익히세요.” “에이, 난 공부도 싫고 무술도 싫어.” 그때 온달의 어머니가 버럭 소리를 질렀어. “그게 무슨 소리냐! 당장 내일부터 색시 말대로 하거라. 안 그러면 이 어미가 혼내 줄 테다!” 온달은 효자여서 어머니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 공주는 온달에게 말을 사 오라고 했어. “꼭 궁궐에서 내다 파는 말을 사야 해요.” 장터에 가니 마침 궁궐에서 나온 말이 있지 뭐야. 온달은 얼른 그 말을 샀지. 그랬더니 사람들이 웃었어. “하하, 바보 온달이 병든 말을 사 가네.” 하지만 공주는 달랐어. “좋은 말을 잘 사 오셨네요. 이제 들어가서 공부하세요.” 온달은 공부가 하기 싫어 빈둥빈둥. 훈장님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지. 그러던 어느 날 온달이 말했어. “공주의 끈기에 졌어요. 이제 열심히 공부할게요.” 공주가 병든 말을 잘 먹이고 보살폈더니 번개처럼 빠르고 날쌘 말이 되었어. “이야, 신난다!” 온달이 말을 타고 달리면 꼬꼬댁, 꽥꽥, 깨개갱! 동물들이 이리저리 피하고 난리가 났어. “우리 닭장 망가진 거 어떡할 거야!” 마을 사람들이 온달에게 손가락질하며 화를 냈어. 공주는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을 달래야 했어. “안 되겠어요, 깊은 산으로 들어가 무예가 뛰어난 도사님에게 무술을 배우세요.” 온달은 공주의 말대로 깊은 산에 들어가 무술을 배웠어. “이얍! 우아아아 얍!” 골짜기에 온달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어. 온달은 하루도 쉬지 않고 무예를 갈고닦았어. 산짐승들조차 온달을 보면 벌벌 떨 정도가 되었지. 어느 날 도사님이 온달에게 말했어. “내가 가르칠 것은 이제 다 가르쳤구나. 가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거라.” 온달이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라에서 뛰어난 장수를 뽑는 사냥 대회가 열렸어. “드디어 갈고닦은 실력을 펼칠 날이 왔군요.” 공주는 온달을 대회에 내보냈어. 수많은 장수들이 모여들어 실력을 뽐냈지만 그중에 온달이 가장 뛰어났어. 온달은 눈 깜짝할 새에 호랑이 한 마리와 멧돼지 다섯 마리를 잡아 왕과 장군들 앞에 우뚝 섰어. “이렇게 훌륭한 장수가 우리 고구려에 있었다니 내 마음이 아주 든든하구나. 장수는 이름이 무엇인가?” “저는 온달이라고 하옵니다.” 평원왕은 그 말에 화들짝 놀랐어. “뭐? 네가 온달이라고?” 평원왕은 평강 공주가 바보 온달을 장수로 만든 이야기를 듣고 펑펑 울었어. 그러곤 신하들을 시켜 평강 공주를 데려오게 하고 온달은 높은 장군으로 삼았지. 온달은 외적이 쳐들어올 때마다 앞장서서 적을 무찔러 나라를 구해 냈어. 그러던 어느 날 아주 큰 싸움이 벌어졌어. 수많은 군사들이 들판을 까맣게 뒤덮었지. “겁내지 마라!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자! 자, 나가자! 와아아아!” 넓고 넓은 들판이 병사들로 가득 찼어. 그 가운데 온달 장군은 누구보다 용맹했어. 그런데 어느 순간 화살이 피융 날아와 온달의 가슴에 콱! 온달은 화살을 맞고도 끝까지 싸우다 쓰러지고 말았지. 그걸 본 고구려 군사들은 더 용맹히 싸워 마침내 적을 물리쳤어. 그 후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온달 장군을 마차에 실었지. 그런데 웬일일까? 아무리 밀고 끌어도 온달 장군을 실은 마차가 움직이질 않는 거야. 평강 공주가 부리나케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 “애쓰셨어요, 서방님 덕분에 나라가 평안해졌으니 이제 마음 놓고 떠나세요.” 그제야 온달을 실은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바보를 장군으로 만든 슬기로운 여자 평강 공주는 예쁘고 귀여웠지만 고집쟁이 울보예요. 아버지인 평원왕은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지요. 결혼할 나이가 되어 귀족에게 시집을 보내려 하자,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겠다며 집을 나와요. 아버지가 장난으로 한 말을 진짜로 믿고 실제로 행동한 거예요. 하지만 평강 공주는 매우 슬기로운 여자예요. 바보 온달을 뒷바라지해 똑똑하고 용맹한 장수로 만들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게 하지요. 여자가 세상에 나설 수 없던 시대에 남편을 통해 나라를 구한 셈이에요. 온달과 평강 공주는 실제 인물인가요? 우리나라 삼국 시대의 역사책인 삼국사기의 열전에 온달의 이야기가 쓰여 있어요. 고구려 제25대 왕인 평원왕이 울보 딸을 놀리며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로, 평강 공주가 정말 온달에게 시집가 온달을 훌륭한 장수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중에 온달전이라는 옛 소설도 쓰였지요.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이니 실제로 살았던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크겠죠? 평강 공주와 온달의 전설이 어린 곳. 우리나라에는 평강 공주와 온달의 이야기가 어린 곳들이 있어요. 충청북도의 온달산성과 서울의 아차산성은 온달이 싸우다 숨진 곳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또 북한의 평양에 있는 고구려 무덤 진파리 4호는 온달과 평강 공주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어요. 온달산성. 충청북도 단양에는 온달이 쌓았다는 온달산성이 있어요. 온달은 이곳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싸우다 죽음을 맞았어요. 온달은 전쟁에 나가면서 평강 공주에게 싸움에 이기지 않고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그런데 죽음을 맞고 말았으니 집으로 갈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온달의 관이 움직이지 않았던 거예요. 그것을 안 평강 공주가 와서 어루만지며 돌아가자고 하자, 그제서야 관이 움직였다는 전설이 전해 오지요. 아차산성. 아차산은 서울 광진구 한강 북쪽에 있는 산이에요. 이곳에 온달이 쌓았다는 성이 남아 있어요. 삼국사기에 따르면 온달은 신라 군사와 싸우다 아단성 아래에서 죽었다고 해요. 온달이 죽은 아단성이 이곳 아차산성인지 온달산성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개구리 공주는 빨간색을 너무 좋아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오늘도 공주는 예쁜 빨간색 옷을 입고 빨간색 리본을 맸어. 공주는 예쁜 것을 너무너무 좋아해. 그중에서도 빨간색을 아주 좋아하지. 귀걸이도 빨간색, 구두도 빨간색, 모두 모두 예쁜 빨간색이야. 어느 날 왕궁에 마법사가 찾아왔어. “임금님, 마법사가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마음에 안 드는 건 마법으로 망가뜨릴 수도 있어요.” 그러자 공주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어. “못생긴 마법사가 마음보도 고약하네.” 순간 마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지. 마법사는 왕궁을 떠나기 전, 몰래 공주에게 다가갔어. “수리수리 술수리 마하수리 파하수리.” 순간, 펑! 소리가 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공주는 사라지고 빨간 개구리 한 마리만 남은 거야. 마법사 일행이 왕궁을 떠나고, 얼마 후 왕궁에 소동이 벌어졌어. “공주가 대체 어디로 간 거냐? 어서 공주를 찾아라!” 하지만 어디에서도 공주를 찾을 수 없었어. 며칠이 지나도 공주를 찾을 수 없자, 임금님은 마침내 온 나라에 방을 붙였어. ‘공주를 찾아오는 자에게는 큰 상금을 내리고 사위로 삼겠노라.’ 마법사는 이웃 나라의 왕을 찾아갔어. “왕궁에 마법사가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마법으로 마음에 안 드는 자를 아프게 하고, 눈멀게 할 수도 있는데요.” 임금님과 왕자는 점잖게 거절했어. “우리는 마법 없이도 잘 살아간답니다.” 그때 마법사의 주머니에서 빨간 개구리가 폴짝! ‘이야, 빨간 개구리잖아?’ 왕자는 살금살금 걸어가 빨간 개구리를 덥석 잡았어. 그 뒤로 왕자는 무엇이든 빨간 개구리와 함께했어. 밥 먹을 때도 빨간 개구리와 함께, 운동할 때도 빨간 개구리와 함께, 책을 볼 때도 빨간 개구리와 함께, 잠잘 때도 빨간 개구리와 함께, 꿈속에서도 빨간 개구리와 함께했지. 얼마 후 마법사가 다시 공주의 나라에 오게 되었어. 그리고 거리에 붙은 방을 보았어. “흐흐, 이게 웬 떡이냐! 빨간 개구리, 아니, 공주를 데리고 가면, 내가 왕의 사위가 되는 거야!” 하지만 곧 빨간 개구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지. “빨간 개구리를 어디서 잃어버린 거지?” 마법사는 여기저기 빨간 개구리를 찾으러 다녔어. 그러다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 “왕자님이 글쎄 개구리랑 산다지 뭐야?” “나도 들었어. 빨간 개구리라지?” 마법사는 빨간 개구리가 있는 곳을 알아차렸어. 마법사는 곧바로 왕자가 사는 왕궁으로 가 멋진 선물을 내놓으며 말했어. “폐하, 제가 이곳에서 지난번에 작은 개구리 한 마리를 잃었습니다. 소문을 들으니 이곳에 있다더군요.” 마법사의 말에 왕자는 깜짝 놀랐어. ‘빨간 개구리를 찾으러 온 게 틀림없어. 하지만 저 마법사는 나쁜 사람 같아.’ 그때 임금님이 왕자를 보며 말했어. “왕자가 키우고 있는 개구리는 아니겠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마법사가 말했어. “혹시 모르니 개구리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개구리를 보여 주기 전에 물어볼 게 있습니다. 개구리가 무슨 색인가요?” “그야 물론 빨간색이지요.” “그냥 빨간색인가요? 점은 없나요?” “아, 그게.” “혹시 등에 세 개의 점이 있나요?” “맞아요, 맞아! 점이 딱 세 개 있어요.” 그제야 왕자는 안심한 듯 미소 지으며 말했어. “나의 개구리는 점이 7개이니 당신 개구리가 아니군요.” 마법사는 왕자의 꾀에 당한 걸 알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왕궁을 떠났어. “빨간 개구리 공주!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평생 개구리로 살아야 할 거야!” ‘빨간 개구리 공주? 빨간 개구리가 공주란 말인가?’ 왕자는 빨간 개구리에게 더욱 잘해 주었지만, 빨간 개구리에겐 마음의 병이 생기고 말았어. ‘왕자님과 지내는 건 행복하지만, 정말 평생 개구리로 살아야 하면 어쩌지?’ 빨간 개구리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 “빨간 개구리야, 네가 아프니 내 마음이 아프구나. 공주든 개구리이든 난 언제나 너를 좋아할 거야. 그러니 어서 나으렴.” 왕자는 개구리를 안아 들고 온 마음을 담아 입맞춤했어. 그 순간,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어. 그러더니 빨간 개구리가 어여쁜 공주가 되었어. 왕자의 진정한 사랑이 마법을 이긴 거야. 공주는 그동안의 일을 왕자에게 모두 이야기해 주었어. 그리고 왕자와 함께 자기 나라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나고, 멋진 결혼식도 올렸지. 그 뒤 공주와 왕자는 왕과 왕비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 그리고 귀여운 아들딸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며 이렇게 말했지. “아무리 나쁜 마법이라도 진정한 사랑만 있으면 모두 물리칠 수 있는 거란다.”
앤 공주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이른 아침 궁궐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어. 임금이 공주를 찾는데 공주가 보이지 않는 거야. “공주님! 공주님! 어디 계세요!” 궁궐 안의 모든 사람들이 공주를 찾아다녔지만 공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 “아무래도 공주님이 밖으로 나가신 것 같습니다.” “뭐라고? 공주가 혼자서 밖으로 나갔다고?” 깜짝 놀란 임금은 근위대장을 불러 당장 공주를 찾아오라고 명령을 내렸어. 그때 궁궐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마을 길을 두 아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고 있었어. “너 아까부터 왜 자꾸 나를 따라오니?” “너 따라가는 거 아닌데?” “아까부터 내 뒤를 졸졸 따라왔잖아.” “헹, 다 알아챘구나.” 여자아이가 딱 잡아떼려다 말고 말했어. “오늘 하루 실컷 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여자아이의 말에 소년이 인심 쓰듯 말했어. “좋아, 그럼 나랑 같이 가자.” “아이, 좋아라!” “난 브레드야, 넌?” “난 앤, 아, 아니, 바니야.” 여자아이는 그러더니 배가 고프다고 했어. 브레드는 보퉁이*에서 기다란 빵을 꺼내 주었지. “흠, 딱딱하지만 맛있는 빵이네. 과일은 없니?” 브레드는 여자아이가 뻔뻔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자기가 먹으려고 가져온 사과를 꺼내 주었어. 얼마 뒤 둘은 브레드의 친척 집에 도착했어. “기특하구나, 이 멀리까지 심부름을 오고. 친구도 같이 왔으니, 심부름값을 넉넉히 주마. 둘이서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렴.” “네, 고맙습니다.” 브레드는 꾸벅 인사를 했어. 둘은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어.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는 거야. “앤 공주가 궁궐에서 사라졌다지 뭐예요.” “근위병*들이 앤 공주를 찾느라 난리라니까요.” 그 말을 들은 바니가 브레드를 잡고 골목 쪽으로 뛰었어. 골목으로 들어서자 미용실이 보였어. “여기는 뭐 하는 데지?” “그것도 모르니? 머리를 자르거나 다듬어 주는 데잖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니는 가게로 쓱 들어가더니 머리를 짧게 잘라 달라고 했어. 머리 자른 값은 브레드의 심부름값으로 치러야 했지. 조금 가자 시장이 나왔어. “이야, 여기엔 없는 게 없네! 빵 가게, 과일 가게, 채소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 여러 가게들을 보며 바니는 처음 본 듯 즐거워했어. 시장 귀퉁이에서 바니가 우뚝 서더니 말했어. “저 토끼 진짜 귀엽다!” 그러더니 꼼짝 않고 서 있는 거야. “공을 던져서 맞히면 인형을 준단다. 세 번 던질 수 있으니 한번 해 보렴.” 장사꾼이 브레드를 보고 말했지. 맞은편에서 근위병들이 다가오자 바니는 브레드를 끌고 재빨리 성문 뒤에 숨었어. 브레드는 바니에게 소곤거리며 물었어. “그런데 우린 왜 숨는 거야?” “그것도 몰라? 근위병들에게 쫓기는 도망자놀이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절대 들키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그럼 우리 절대 들키지 말자.” 브레드는 돈을 내고 공을 집어 들었어. 그러고는 휙! 토끼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어. 또 한 번 휙! “아이, 또 안 맞았네.” 바니가 발을 동동 굴렀어. 마지막으로 휙! 이번에도 공은 빗나가 버렸어. “쳇, 너 던지기는 잘 못하는구나.” 바니가 뾰로통해서 입을 내밀었어. “자, 못 맞힌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장사꾼 아저씨는 예쁜 머리띠만 하나 주었어. 시장 귀퉁이에서 바니가 우뚝 서더니 말했어. “저 토끼 진짜 귀엽다!” 그러더니 꼼짝 않고 서 있는 거야. “공을 던져서 맞히면 인형을 준단다. 세 번 던질 수 있으니 한번 해 보렴.” 장사꾼이 브레드를 보고 말했지. 15 맞은편에서 근위병들이 다가오자 바니는 브레드를 끌고 재빨리 성문 뒤에 숨었어. 브레드는 바니에게 소곤거리며 물었어. “그런데 우린 왜 숨는 거야?” “그것도 몰라? 근위병들에게 쫓기는 도망자놀이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절대 들키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그럼 우리 절대 들키지 말자.” 조금 뒤 근위병들이 망루 꼭대기에 이르렀어. “아니, 공주님! 여기에 계셨군요!” 근위병들이 우당탕퉁탕 뛰어 올라와 무릎을 꿇었어. 그러자 바니가 아닌 브레드가 뒤를 돌아보았어. “공주님이라니요? 저는 브레드인데.” 근위대장이 화를 내자 근위병 한 명이 말했어. “대장님, 망루에 올라가면 시내가 다 보이니 공주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때 멀리서 바니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어. “저 아이는 꼭 앤 공주님처럼 생겼는데.” 임금님을 모시다 실수를 저질러 쫓겨난 시종장이었어. 시종장은 매를 날려 보내며 말했어. “저 아이들을 따라가거라!” 근위대장이 망루 입구를 향해 뚜벅뚜벅 걸었어. “공주님은 대체 어디로 가신 거야? 정말 골치 아픈 공주님이라니까.” 23 바니와 브레드는 아래를 보며 신나서 외쳤어. “우아, 멋지다! 우리가 세상의 주인인 것 같아.” 그러다 바니는 근위병들을 보았어. “큰일 났다, 근위병들이 올라오려나 봐.” 망루 주위로는 시종장의 매가 빙빙 돌고 있었지. 바니와 브레드는 높이 솟은 망루*에 다다랐어. “저기 올라가면 온 세상이 다 보이겠다.” “그럼 우리 올라가 볼래?” 얼마 안 돼 근위대장과 부하들도 그곳에 다다랐어. “대체 뭐 하느라 여태 공주님을 못 찾는 거야!” 조금 뒤 근위병들이 망루 꼭대기에 이르렀어. “아니, 공주님! 여기에 계셨군요!” 근위병들이 우당탕퉁탕 뛰어 올라와 무릎을 꿇었어. 그러자 바니가 아닌 브레드가 뒤를 돌아보았어. “공주님이라니요? 저는 브레드인데.” 근위대장이 화를 내자 근위병 한 명이 말했어. “대장님, 망루에 올라가면 시내가 다 보이니 공주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때 멀리서 바니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어. “저 아이는 꼭 앤 공주님처럼 생겼는데.” 임금님을 모시다 실수를 저질러 쫓겨난 시종장*이었어. 시종장은 매를 날려 보내며 말했어. “저 아이들을 따라가거라!” 근위대장이 망루 입구를 향해 뚜벅뚜벅 걸었어. “공주님은 대체 어디로 가신 거야? 정말 골치 아픈 공주님이라니까.” 23 바니와 브레드는 아래를 보며 신나서 외쳤어. “우아, 멋지다! 우리가 세상의 주인인 것 같아.” 그러다 바니는 근위병들을 보았어. “큰일 났다, 근위병들이 올라오려나 봐.” 망루 주위로는 시종장의 매가 빙빙 돌고 있었지. 바니와 브레드는 높이 솟은 망루*에 다다랐어. “저기 올라가면 온 세상이 다 보이겠다.” “그럼 우리 올라가 볼래?” 얼마 안 돼 근위대장과 부하들도 그곳에 다다랐어. “대체 뭐 하느라 여태 공주님을 못 찾는 거야!” 조금 뒤 근위병들이 망루 꼭대기에 이르렀어. “아니, 공주님! 여기에 계셨군요!” 근위병들이 우당탕퉁탕 뛰어 올라와 무릎을 꿇었어. 그러자 바니가 아닌 브레드가 뒤를 돌아보았어. “공주님이라니요? 저는 브레드인데.” 근위대장이 화를 내자 근위병 한 명이 말했어. “대장님, 망루에 올라가면 시내가 다 보이니 공주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21 그때 멀리서 바니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어. “저 아이는 꼭 앤 공주님처럼 생겼는데.” 임금님을 모시다 실수를 저질러 쫓겨난 시종장*이었어. 시종장은 매를 날려 보내며 말했어. “저 아이들을 따라가거라!” 얼마 뒤 약속한 곳으로 간 브레드는 근위병들처럼 바니 앞에 무릎을 꿇었어. “앤 공주님이셨군요,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브레드, 이러지 마. 지금의 난 공주가 아니라 네 친구 바니야. 네 덕분에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어.” 둘이 다시 옷을 바꾸어 입고 막 숲을 빠져나오려 할 때 매를 이용해 공주를 뒤쫓아 온 시종장과 연락을 받은 근위병들이 마차와 함께 도착했어. 앤 공주는 아쉬운 얼굴로 마차에 올라야 했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브레드는 궁궐에서 온 편지를 받았어. 앤 공주의 생일 파티 초대장이었어. 브레드는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지. 마침내 앤 공주의 생일날, 브레드는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고 궁궐로 갔어. 하지만 궁궐에선 누구보다 초라해 보였지. 사람들이 흘끗거리며 쳐다보고 아이들은 촌뜨기라고 흉보며 쫓아내려 했어. 브레드는 왠지 슬퍼져 구석에 서 있었어. 뒷면지 뒷면지 그때 임금과 왕비의 손을 잡은 앤 공주가 나타났어. 사람들이 앞다퉈 공주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어. 하지만 앤 공주는 계속 두리번거리기만 했지. 그리고 마침내 브레드를 찾아냈어. “브레드, 와 줘서 고마워.” 앤 공주가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어. “공주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브레드가 인사를 하며 선물을 내밀었어. “우아, 내가 갖고 싶어 했던 토끼 인형이잖아! 고마워, 브레드. 넌 정말 좋은 친구야.” 궁궐 안의 사람들이 모두 브레드를 부러운 듯 쳐다보았어. 브레드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지.
티파니 공주는 정말 용감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머나먼 바닷가 험한 바위산 위에 튼튼하게 지어진 성이 우뚝 서 있었어. 얼마 전까지 그 성은 ‘평화의 나라’라고 불렸어. 위엄 있고 인자한 임금님이 다스리고 있었지. 울프 왕자는 아직 어리지만 임금님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어. 하지만 마법사의 딸이 새 왕비로 들어오면서 모든 게 달라졌어. 얼마 뒤 임금님이 죽고 왕비가 나라를 차지해 버렸어. “이제부터 이 성의 주인은 나다. 누구든 내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 성을 ‘마법의 성’이라 불렀어. 성의 주인이 된 왕비는 울프 왕자가 눈엣가시* 같았어. 신하들은 아직도 왕자가 장차 왕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안 되겠어, 왕자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해야지.’ 왕비는 마법을 써서 왕자를 나무 인형으로 만들어 버렸어. 마법의 주문을 걸어 자물쇠를 채우고 병사들을 불러 말했어. “이 나무 인형을 늑대의 숲에 버리고 오너라.” 병사들이 나무 인형을 들고 늑대의 숲으로 향했어. “이상해, 나무 인형이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어.” “기분 나쁘니 어서 버리고 오자.” 숲에 이르자 “크르릉!” 늑대 소리가 났어. 신하들은 나무 인형을 휙 내던지고는 뒤도 안 보고 달아났어. 왕비는 총리대신에게 여왕 즉위식을 위해 이웃 나라의 왕과 왕족들을 초대하라고 했어. 평화의 나라와 가깝게 지내던 기쁨의 나라도 여왕의 즉위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장을 받았어. “이상하네, 왜 왕비가 여왕이 된다는 거지?” 임금님의 말에 티파니 공주가 물었어. “울프 왕자님이 왕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게 말이다, 가서 알아보자꾸나.” 마법의 성에서 여왕 즉위식과 함께 성대한 파티가 열렸어. 이웃 나라 왕과 왕족들이 먹고 마시며 파티를 즐겼지. 하지만 티파니 공주는 계속 주위를 살피고 있었어. “이상하네, 울프 왕자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티파니 공주는 병사 둘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어. “왕자님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늑대의 숲에 버리고 왔다고?” “그렇다니까, 그런데 인형이 꼭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더라고.” 티파니 공주는 왠지 그 인형이 울프 왕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날 오후, 티파니 공주는 늑대의 숲을 찾아갔어. 얼마 안 가 잿빛 늑대들이 티파니 공주 주위를 빙 둘러쌌어. 티파니 공주는 무서웠지만 늑대들을 똑바로 쳐다보았어. 잿빛 늑대들은 티파니 공주를 해칠 생각이 없어 보였어. “두려워 말고 우리를 따라오세요.”라고 말하는 듯했지. 티파니 공주가 늑대들을 따라가자 커다란 나무 구멍 속에 나무 인형이 보였어. “아, 진짜 왕자님을 닮은 인형이야!” 그때 건너편에서 갈색 늑대들이 “크아앙!” 하며 달려들었어. 잿빛 늑대와 갈색 늑대들이 싸우기 시작했어. 하지만 얼마 안 가 잿빛 늑대들이 이겼어. 그때 보름달이 늑대들을 환하게 비추었어. “공주님, 우리 왕자님의 마법을 풀어 주세요.” 큰 늑대가 티파니 공주를 보며 말했어. “아니, 늑대가 어떻게 사람의 말을.” “우리는 원래 사람인데, 왕비가 마법으로 이렇게 만들었어요. 보름달이 비칠 때만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지요. 이곳에는 늑대의 숲에 처음 들어온 여자가 마법을 풀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옵니다. 공주님이 바로 그분입니다. 공주님이 왕자님과 우리의 마법을 풀어 주세요.” 공주는 늑대의 등에 타고 다시 성으로 돌아왔어. 궁궐에서는 아직 파티가 한창이었지. 공주는 여왕과 총리대신을 보고 얼른 기둥 뒤로 숨었어. “왕자는 지금쯤 늑대들에게 갈가리 찢겼겠지.” “네, 그럴 겁니다.” “호호, 그러면 이 열쇠를 쓸 일도 없겠군. 자, 이건 자네가 마셔 버리게. 자, 어서!” ‘저 열쇠가 왕자님의 마법을 풀 열쇠가 틀림없어. 그런데 저걸 어떻게 손에 넣지?’ 티파니 공주는 기둥 뒤쪽으로 살그머니 돌아갔어. 티파니 공주는 춤추는 척하다 총리대신을 잡고 미끄러졌어. 총리대신이 쿵 엉덩방아를 찧고, 술잔이 쨍그랑 깨졌어. 티파니 공주는 번개처럼 열쇠를 집어 숨겼지. 조금 뒤 왕비가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 질렀어. “열쇠! 열쇠를 찾아, 어서!” 신하들이 파티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열쇠는 찾을 수 없었어. 이미 티파니 공주가 가지고 사라진 뒤였으니까. 티파니 공주는 열쇠를 손에 넣었지만 어떻게 해야 마법을 풀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어. 그때 총리대신이 왕비에게 쫓겨 나왔어. “열쇠를 찾기 전엔 얼씬도 하지 마!” “총리대신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잔을 깨뜨리는 바람에.” “아니에요, 그 덕분에 제가 살았는걸요. 왕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저를 없애려고 열쇠에 독을 묻히고 그걸 술잔에 떨어뜨린 겁니다.” 그러고는 왕비의 비밀을 모두 털어놓았어. 티파니 공주는 총리대신 덕분에, 왕비를 물리치고 왕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 티파니 공주는 왕비에게 가서 거짓으로 일렀어. “총리대신이 열쇠를 가지고 토굴로 가고 있어요.” “뭣이? 이 자가 열쇠를 갖고 있으면서 감히 나를 속였단 말이야?” 머리끝까지 화가 난 왕비는 토굴로 달려갔어. 그곳엔 늑대들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지. 토굴 속을 달리던 왕비는 갑자기 멈춰 섰어. 토굴에선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거야. 그때 늑대들이 왕비에게 와락 달려들었어. 그 순간 티파니 공주는 나무 인형의 가슴에 열쇠를 꽂았어. 총리대신에게 들은 대로 주문을 외고 살며시 돌렸지. 조금 뒤 나무 인형이 스르르 스르르 자라기 시작했어. 그러더니 어느새 살아 있는 왕자로 바뀌었어. “티파니 공주! 고마워요.” 울프 왕자는 티파니 공주를 와락 껴안았어. 왕자와 함께 늑대들도 모두 사람으로 바뀌었어. 그 뒤 울프 왕자와 티파니 공주는 결혼을 했고, 평화와 기쁨의 나라를 잘 다스렸대.
백설 공주, 조금만 조심해 줘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내 친구 백설 공주를 소개할게. 참 예쁘게 생겼지? 마음씨도 아주 착해. 앵무새인 나에게도 무척 상냥하지. 딱 한 가지 흠은 남을 너무 잘 믿는다는 거야. 나는 새 왕비가 마녀 같으니 조심하라고 했어. 하지만 백설 공주는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어. 왕비에게는 요술 거울이 있었어.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이 세상에서 왕비님이 가장 예쁘지요.” 이러던 거울이 백설 공주가 더 예쁘다고 하자 왕비는 주먹을 꽉 쥐었어. 하루는 왕비가 백설 공주를 불러 말했어. “몸이 아파 숲속에서 하는 연회에 갈 수가 없으니 백설 공주가 나 대신 가 다오.” 그러면서 사냥꾼과 함께 떠나게 했어. 깊은 숲속에 이르자 사냥꾼이 말했어. “왕비님이 공주님을 없애 버리라고 했지만 살려 드릴 테니, 왕비님이 찾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세요.” 벌벌 떠는 우리를 두고 사냥꾼은 사냥을 하러 떠났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왕비는 마녀라니까.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안 듣더니, 이게 뭐야?” 나는 백설 공주 옆을 날면서 투덜거렸어. 백설 공주는 슬픈 얼굴로 중얼거렸지. “새엄마가 마녀라니, 믿을 수가 없어.” 얼마나 갔을까, 배도 고프고 힘도 빠졌어. 그때 작은 오두막이 보였어. “여보세요? 누구 안 계세요?” 아무 대답이 없자, 백설 공주는 문을 열고 들어갔지. 식탁 위엔 일곱 개의 접시에 맛있는 음식이 가득. 백설 공주는 야금야금* 한 그릇을 다 비워 버렸어. “아, 배부르니까 졸리네. 조금 자고 갈까?” “안 돼! 나쁜 괴물의 집이면 어쩌려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나쁜 괴물일 리 없어. 분명히 착한 사람들일 거야.” 그러면서 백설 공주는 금세 잠들어 버렸어. 정말 겁도 없지 뭐야. 나만 콩닥콩닥 가슴을 졸였지. 얼마 뒤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어. 나는 겁이 나서 얼른 침대 밑으로 숨었지. 일곱 난쟁이가 우르르 집으로 들어왔어. “아니, 누가 내 음식을 다 먹어 버렸어!” “우아, 여기 예쁜 아가씨가 있다! 자고 있으니 모두 쉿!” “여기 앵무새도 있는걸.” 난쟁이 하나가 날 발견하고 말았어. 난 난쟁이들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해 주었어. “아휴, 못된 마녀 같으니라고!” “백설 공주가 정말 안됐네.” 착한 난쟁이들 덕분에 우린 그곳에서 살게 되었어. 어느 날, 방물*장수가 찾아와 백설 공주에게 빗을 팔았어. 그 빗을 꽂자 백설 공주가 쿵 쓰러지고 말았어. 변장하고 온 왕비의 꾐에 빠진 거야. “백설 공주가 쓰러졌다! 백설 공주가 쓰러졌다!” 나는 동굴로 날아가 난쟁이들을 불러왔어. 난쟁이들이 빗을 빼자 백설 공주가 부스스 깨어났지. 이야기를 들은 난쟁이들이 백설 공주에게 말했어. “앞으론 누구한테도 문을 열어 주지 마세요.” 그러고 또 얼마가 지났을까, 한 할머니가 찾아와 말했어. “아이고, 다리야. 힘들어서 쉬었다 가야겠네. 예쁜 아가씨, 물 한잔 주시겠수?” 물을 다 마신 할머니가 사과를 내밀었어. “고마워서 어쩌나, 이 사과라도 좀 먹어 봐요.” 백설 공주가 사과를 아삭 깨물더니 쿵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거야. 내가 얼른 난쟁이들을 불러왔지만, 이번엔 백설 공주를 살려 내지 못했어. 난쟁이들은 백설 공주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예쁘게 꾸민 유리관에 눕혀 놓았어. “흑, 내가 잘 지켰어야 했는데. 흑흑!” 나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었어. 얼마 뒤 이웃 나라 왕자가 사냥을 나왔다가 백설 공주의 유리관을 보았어. “아, 정말 아름다운 아가씨로구나!” 왕자는 백설 공주를 데려가기로 했어. “왕궁의 의사에게 보여 살릴 방법을 찾아보겠소.” 나와 난쟁이들은 그러라고 했지. 왕자가 백설 공주를 데려가려고 일으켜 안는 순간, “컥!” 소리와 함께 백설 공주의 입에서 독이 든 사과 조각이 튀어나왔어. 잠시 후 백설 공주가 살며시 눈을 떴지. “어머, 누구신가요?” “아름다운 공주님, 살아났군요. 나는 이웃 나라 왕자랍니다. 나와 함께 왕궁으로 갑시다.” “안 돼요, 이젠 아무나 믿지 않기로 했어요.” 백설 공주가 딱 부러지게 말했어. 난쟁이들과 나는 깜짝 놀랐지. 왕자는 부하들을 데리고 왕궁으로 떠났어. “왕자님을 따라갔어야지.” 나는 아쉬워서 투덜거렸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어. 그 뒤로 왕자가 자주 찾아왔거든. 그리고 얼마 뒤 왕자는 백설 공주에게 청혼*을 했어. 백설 공주는 왕자와 멋진 결혼식을 올렸어. 그 뒤로 백설 공주는 아름다우면서도 조심성 있고 지혜로운 왕비가 되었지. 백설 공주는 예쁘고 착하지만, 바로 그게 문제예요. 너무 착해서 다른 사람을 쉽게 믿어 나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는 거예요. 친구 앵무새가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번번이 믿었다가 못된 왕비에게 당하고 말아요. 하지만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아서 일곱 난쟁이들은 위험에 빠진 백설 공주를 도와주어요. 여러 번 위험을 겪어 본 백설 공주도 결국은 조심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게 되지요. 서로서로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살피고 조심할 줄도 알아야 해요.
회오리 공주와 함께 춤을!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궁궐에 초대받은 부인들이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어. “파랑 부인, 혹시 공주님 봤어요?” “그럼요, 지난번보다 더 뚱뚱해졌더라고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는 분홍 풍선인 줄 알았지 뭐예요.” “어머, 분홍 풍선이라니! 말이 심하시네요.” “심하긴요, 이웃 나라에서는 뚱뚱이 공주라고 한다던데요.” 공주는 오늘도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짭짭 먹었어. “공주야, 이제 그만 먹으렴. 벌써 배가 볼록 나왔잖니!” “냠냠, 난 맛있는 게 좋단 말이에요.” “허허, 그래. 마음껏 먹으렴.” 임금님의 말에 왕비는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물고 말았어. 공주는 점점 뚱뚱해져서 숨쉬기조차 힘들어지고 말았어. 걱정하는 왕비에게 시종장이 말했어. “왕비님, 다이아트라는 자가 먹는 병을 고치고 몸무게를 줄이는 데 아주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당장 그 사람을 불러오세요!” 왕비가 다이아트에게 공주를 날씬하게 만들어 달라고 하자, 다이아트는 공주가 먹는 음식을 보여 달라고 했어. “우아, 이 많은 음식을.” 다이아트는 앞으로 공주가 식사를 하는 동안 자기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어. 다음 날부터 공주의 방은 음식이 들어갈 때만 열렸어. 가끔 툭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들어가 보지 않았어. 그랬다간 공주가 더 뚱뚱해질 거라고 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열흘 뒤, 공주가 문을 열고 뛰쳐나오더니 픽 쓰러져 울음을 터뜨렸어. “아앙, 배고파! 더 이상 못 참겠어요.” 그 뒤로 다이아트가 손에 고기를 든 채 뒤뚱뒤뚱 걸어 나왔어. “아니, 호리호리하던 다이아트는 어디 가고, 뚱뚱이 먹보가.” 모두 배불뚝이가 된 다이아트를 보고 놀라 입을 딱 벌렸어. “흑흑, 나한테는 계속 쓴 콩만 먹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다이아트가 다 먹었어요.” 공주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어. “뭐라고? 공주를 날씬하게 만들랬지, 굶기라고 했느냐! 저놈을 잡아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 주어라!” 임금님이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치자 다이아트는 부리나케 도망치며 큰 소리로 외쳤어. “천 년 묵은 멧돼지가 공주를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동안 잘 먹은 값으로 알려 드리는 겁니다.” 그러곤 성문 밖으로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어. 왕비는 다시 걱정에 빠졌어. “어떻게 해야 공주를 날씬하게 만든담?” 그때 한 시녀가 다가와 사근사근하게 말했어. “왕비마마, 요즘 끈으로 살을 빼는 마술사가 유명하던데, 그 사람에게 부탁해 보면 어떨까요?” 왕비는 끈으로 살을 빼 주는 마술사를 데려오게 했어. “왕비마마, 요즘 성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마술사입니다. 끈으로 몸을 칭칭 동여매고 마술을 걸면 식빵처럼 살찐 사람도 소시지처럼 날씬하게 된답니다.” 신하의 말에 왕비는 마술사에게 공주를 맡겨 보기로 했어. 마술사는 공주를 풀밭으로 데리고 나왔어. “자, 이제부터 식빵처럼 부푼 살도 부스스, 코끼리처럼 단단한 살도 말랑말랑, 살을 쏙 빼 주는 마술 쇼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술사가 마술 끈을 들고 설명했어. 공주는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어. “흥, 진짜인지 아닌지는 해 보면 알겠지.” 그때 나무에서 보라색 뱀 한 마리가 내려오더니 마술사의 몸을 칭칭 휘감았어. “에잇! 하찮은 뱀 녀석이 감히 나를 방해해!” 마술사는 커다란 멧돼지로 변해 보라색 뱀과 싸웠어. 공주가 놀라 비명을 지르자 임금님과 왕비가 뛰어나오고, 그사이 멧돼지와 보라색 뱀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왕비가 낮의 일을 생각하며 침대에 누우려 할 때였어. “으악!”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보라색 뱀이 들어와 있었어. “왕비님, 놀라지 말고 제 말을 들어 주세요. 저는 이웃 나라 왕자인데 마술사의 꾐에 빠져 뱀이 되었어요. 낮에 본 멧돼지가 마술사인데, 이번엔 공주를 노리고 있어요.” 보라색 뱀은 마술사를 물리치고 마법을 풀기 위해 왕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어. “보름 동안 아무도 모르게 황금 꽃에 맺힌 이슬을 받아 주세요.” 다음 날부터 왕비는 새벽에 몰래 뜰로 나왔어. 황금 꽃의 이슬을 받아서 보라색 뱀에게 주었지. “이걸 마시고 꼭 우리 공주를 지켜 줘야 해.” 보라색 뱀은 알았다는 듯 인사를 하고 사라졌어. 그런데 열넷째 날 새벽, 시녀가 그 모습을 보고 말았어. “에구머니나! 왕비님이 뭘 하시는 거지?” 시녀가 임금님에게 달려가는 것을 보고 보라색 뱀이 한탄하듯 말했어. “아, 하루만 더 마시면 되는데, 들켜 버렸으니 다 틀렸어요. 하지만 보라색 꽃이 있으면 멧돼지를 잠들게 할 수 있는데.” 보라색 뱀은 그 말을 남기고 다시 사라졌어. 왕비는 공주의 옆에서 깜박 잠이 들었어. 그런데 꿈에 보라색 뱀이 나타나 한숨을 쉬며 말했어. “아, 누가 왕궁 뒤 숲으로 보라색 꽃을 가져오면 멧돼지를 물리칠 수 있는데.” 잠에서 깬 왕비는 꽃병에 꽂힌 보라색 꽃을 보았어. 왕비는 꿈이 진짜같이 느껴졌지. 왕비가 보라색 꽃을 들고 왕궁 뒤 숲으로 가니, 멧돼지가 보라색 뱀을 구덩이에 넣으려 하고 있었어. 하지만 멧돼지는 보라색 꽃을 보자 힘을 잃고 스르르 잠이 들었어. 왕비는 얼른 멧돼지를 구덩이로 밀어 넣었지. 그 순간 “펑!” 소리와 함께 보라색 뱀이 멋진 왕자로 변했어. 며칠 후 성대한 잔치가 열렸어. 마법사를 물리치고 왕자의 마법이 풀린 것을 축하하는 잔치였어. “나와 함께 춤을 추시겠습니까?” 왕자가 공주에게 춤을 청했어. 둘은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추어 사뿐사뿐 빙그르르 춤을 추었어. 공주는 매일같이 왕자와 춤을 추었어. 궁궐에서도, 풀밭에서도 사뿐사뿐 빙그르르. 그 모습이 마치 회오리치는 듯해서 사람들은 그 춤을 회오리 춤이라 부르며 따라 추었어. 어느새 공주의 이름도 회오리 공주라고 불리게 되었지. 그러는 사이 공주는 몰라보게 날씬해졌어.
인어공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깊은 바닷속 어느 곳에, 진주와 산호로 된 성이 있었어요. 그곳에는 아름다운 인어 공주가 살았어요. 인어 공주에게는 다섯 명의 언니가 있었어요. 언니들은 인어 공주에게 바다 위 세상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밤하늘의 달과 별들은 또 얼마나 예쁘다고.” “사람들은 다리로 걸어 다녀.” 바다 위 세상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인어 공주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어요. 하지만 인어는 열다섯 살이 되어야 바다 위로 나갈 수 있었어요. 드디어 인어 공주는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어요. 그날 밤, 인어 공주는 바다 위로 헤엄쳐 올라갔어요. “우아, 빛나는 별이랑 달 좀 봐! 정말 아름다워.” 인어 공주는 밤하늘에 눈을 뗄 수 없었어요. 그때 흥겨운 음악과 함께 화려한 배가 다가왔어요. 인어 공주는 배 위에 서 있는 왕자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날 밤 인어공주는 배가 폭풍우에 휩쓸리고 , 왕자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걸 보게 되었어요. “왕자님을 구해야겠어!” 인어 공주는 온 힘을 다해 왕자를 물 위로 끌어올렸어요. 그러고는 왕자를 꼭 안은 채 거센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어요. 마침 한 아가씨가 왕자에게 다가가자, 정신을 차린 왕자는 아가씨를 보곤 환하게 웃었어요. 왕자를 구해준 건 사실 인어공주였는데 말이에요. 인어공주는 슬퍼하며 바닷속으로 돌아갔어요. 인어공주는 왕자를 안고 모래톱에 올라갔어요. 그러나 곧 사람들을 피해 바위 뒤로 몸을 숨겼지요. 그날 이후, 인어 공주는 왕자를 그리워했어요. “사람이 되어 왕자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결국, 인어공주는 바다 마녀를 찾아갔어요. “바다 마녀님, 인간이 될 수 있는 약을 주세요” 바다 마녀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이 약을 먹으면, 다리가 있어도 걸을 때마다 칼에 찔린 듯 아플 거야. 그리고 네 목소리를 내놓아야 해. 마지막으로 왕자의 신부가 되지 못한다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거야. 그래도 인간이 되고 싶으냐?” 인어공주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약을 마셨어요. 인어공주는 왕자의 성이 보이는 바닷가로 갔어요. “진짜 아름다운 다리가 생겼어!” 인어 공주는 무척 기뻤어요. 하지만 모래밭에 한 발 딛고는 아파서 주저앉고 말았지요. 때마침 왕자가 인어공주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어요. 하지만 인어공주는 대답할 수 없었지요. 마녀가 목소리를 가져가 버렸으니까요. 왕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인어공주를 불쌍히 여겨 성으로 데려갔어요. 그날부터 인어공주는 왕자의 성에 머물렀어요. 왕자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인어공주를 아껴주었어요. 인어공주는 발끝이 아팠지만, 왕자님과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왕자가 말했어요. “넌 나를 구해준 아가씨와 많이 닮았어. 그 아가씨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꼭 그녀와 결혼을 하고 싶어.” 인어공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왕자님을 구한 건 나예요.’ 인어 공주는 슬프게 왕자를 바라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왕자님은 임금님의 명령으로 이웃 나라 공주님을 만나러 가게 되었어요. 물론 인어공주도 왕자를 따라갔지요. 그런데 이웃 나라 공주님을 보자마자 왕자가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겠어요. “날 구해준 이가 바로 저 공주였어. 저 공주를 내 신부로 맞아야겠어.” 결혼식 날, 인어공주는 신부의 긴 옷자락을 잡아주었어요. 결혼식을 마친 왕자는 배에서 흥겨운 파티를 열었어요. 모두 왕자의 결혼을 축하하며 즐거워했어요. 단 한 명, 인어 공주만 빼고요. 인어 공주는 혼자 밤바다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이제 해가 떠오르면, 난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겠구나.’ 그때, 언니들이 찾아왔어요. 긴 머리카락이 싹둑 잘린 채로 말이에요. “막내야, 바다 마녀에게 우리들의 머리카락을 주고 이 칼을 받아왔어. 이걸로 왕자의 심장을 찌르면 다시 인어가 될 수 있대.” 인어공주는 칼을 들고 왕자가 자고 있는 방으로 향했어요. 왕자는 신부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 있었어요. 인어공주는 왕자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어요. ‘왕자님을 없애고 나서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인어공주는 밖으로 나와 칼을 바다 멀리 던져 버렸어요. 바다 위로 해가 떠올랐어요. 인어 공주는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포근하고 따사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아! 물거품이 아니라 바람이 되었네.’ 인어 공주는 애타게 자신을 찾고 있는 왕자를 한참 바라보았어요. ‘왕자님! 행복하세요!’ 인어 공주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는 하늘로 올라갔어요.
양배추 없애기 작전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만두는 요리사가 꿈이야. 그런데 양배추는 먹지 않았어. “양배추를 먹을 바에는 차라리 치과에 갈래.” 아빠, 엄마, 누나도 만두처럼 양배추를 먹지 않았지. “양배추를 먹을 바에는 온 동네를 청소할래!” “양배추를 먹을 바에는 하루 종일 빨래할 거야!” “양배추를 먹을 바에는 운동장 스무 바퀴를 돌겠어!” 그러던 어느 날, 쿵 소리와 함께 집이 흔들렸어. 온 가족이 깜짝 놀라 거실로 뛰어나왔어. 글쎄, 거실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바로 엄청나게 큰 양배추였어!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런데 양배추가 쑥쑥 자라더니, 아빠 키보다 더 커졌지 뭐야? 만두네 가족은 힘을 합쳐서 커다란 양배추를 힘껏 밀었어. “영차! 영차!” 하지만 양배추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 “잎사귀를 떼어서 옮겨 보자.” 만두네 가족은 양배추 잎사귀를 한 장씩 떼어서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어. 다음 날 아침, 만두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어. “악!” “만두야, 무슨 일이야?” 만두의 소리에 거실로 나온 아빠, 엄마, 누나는 기가 막혔어. 양배추가 다시 커져 있었거든. “잠깐! 여기 무슨 쪽지가 있는데?” “뭐? 먹어야 사라진다고?” “양배추를 어떻게 먹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만두네 가족은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어. 양배추를 먹는 건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거든. 그렇게 며칠이 지났어. 양배추는 계속 자라더니, 어느새 거실을 가득 채웠어. 만두네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양배추를 먹어 보기로 했어. 커다란 양배추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하니 별수 있겠어? 하지만 양배추를 어떻게 먹어야 좋을지 몰랐어. 그때 만두가 나섰지. “요리책에서 봤는데, 양배추즙이 피로 회복에 좋대요.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아빠는 양배추즙 어때요? 사과랑 같이 갈아서 마시면 맛있대요. 누나는 전을 좋아하니까 양배추 전이 딱이야.” “엄마는 김치를 가장 좋아하니까 양배추김치로 해요!” 만두는 엄마를 도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어. 어느새 집 안은 음식 냄새로 가득 찼지. 드디어 양배추 요리가 모두 완성됐어. 하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만두네 가족은 서로 눈치만 봤지. 그때, 만두가 용기 내어 양배추 전을 입 안에 넣었어. “어? 먹을 만한데?” 그러자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젓가락을 들었어. “어? 왜 이렇게 맛있지?” 만두네 가족은 눈 깜짝할 사이에 양배추로 만든 음식을 전부 먹어 치웠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만두네 가족은 양배추로 만든 음식을 먹었어. 양배추샐러드, 강된장에 양배추쌈, 새콤달콤한 양배추 피클. 만두는 양배추로 또 어떤 음식을 만들지 생각만 해도 콧노래가 절로 나왔어. 물론 양배추도 쑥쑥 줄어들었지. 거실을 차지했던 양배추를 거의 다 먹었을 때쯤, 만두네 가족은 양배추가 없는 밥상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어. “우리가 양배추를 왜 싫어했지?” “그러게, 이 맛있는걸.” “맞아, 이제 가지만 아니면 돼.” “나도 가지만 아니면 무엇이든 먹을 수 있어.” 사실 만두네 가족은 가지도 먹지 않았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어려서부터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15살 즈음에 화가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공부할 때도 그림보다는 요리에 관심이 더 많았지요. 그래서 친구였던 산드로 보티첼리와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이라는 식당을 차린 적도 있었어요. 요리가 독특해서 식당은 금방 문을 닫고 말았지만, 다빈치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주방을 새롭게 바꿀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지요. 자동 석쇠, 장작을 화덕으로 옮기는 장치, 물 나르는 기계 등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기계의 도면을 그렸어요. 하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아서 사고가 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요.
주머니 밖은 무서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꼬마 캥거루 노노는 엄마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어. 노노는 겁이 아주 많았거든. 노노가 처음부터 엄마 주머니 속에만 있던 건 아니었어. 따뜻한 바람이 부는 어느 봄날, 노노는 엄마 주머니 밖으로 폴짝 뛰어내렸어. 이리저리 콩콩 뛰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지. 노노는 아프고 놀라서 주머니 속으로 쏙 숨어 버렸어. 아이, 아파. 괜히 이리저리 뛰었어. 무더운 여름이 되었어. 노노는 용기 내어 엄마 주머니 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물가에서 놀다가 그만 발라당 넘어졌지 뭐야. 노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주머니 속으로 다시 숨어 버렸어. 괜히 물가에서 놀았어. 단풍이 울긋불긋한 가을에도 노노는 여전했어. 낙엽 더미에서 꼬마 토끼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랐거든. 노노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몸을 잔뜩 움츠렸어.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노노는 다시 한번 용기를 냈어. 눈사람을 꼭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 하지만 신나게 눈덩이를 굴리다가 주르륵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 ‘주머니 밖은 정말 무서워!’ 노노는 더 이상 엄마 주머니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노노가 점점 커 갈수록 엄마의 걱정도 커졌지. 엄마는 잠든 노노를 쓰다듬으며 속삭였어. “언제쯤 우리 노노가 씩씩해질까?” 그러던 어느 날, 노노네 집 앞이 시끌벅적했어. 노노는 요란한 소리에 덜컥 겁부터 났지. 노노네 옆집에 라라네 가족이 이사를 온 거였어. 엄마끼리 인사를 나누는 동안 노노는 주머니 속에서 빼꼼 얼굴만 내밀었어. “안녕, 나는 라라야!” 라라가 활짝 웃으며 노노에게 인사했어. “아, 안녕. 나는 노노야.” 노노는 수줍게 인사하고는 다시 주머니 속으로 쏙 숨어 버렸지. 그날부터 밖에서 라라의 웃음소리가 자주 들렸어. 노노는 라라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어. 노노는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살금살금 창가로 갔어. 그리고 라라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지. 이튿날, 또다시 라라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노노는 후다닥 창가로 갔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말이야. 라라가 이사 온 지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어. 똑똑, 누군가 노노네 현관문을 두드렸어. “누, 누구세요?” “노노야, 나야 나. 라라!” 노노는 얼른 뛰어가서 문을 열었어. 너무 반가운 마음에 엄마 손을 붙잡지도 않은 채 말이야. “안녕, 노노야! 우리 같이 놀래?” 라라는 노노에게 손을 내밀었어. 노노는 머뭇거리다 슬그머니 라라의 손을 잡았어. 신기하게도 노노는 라라의 손을 잡고 있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어. 오히려 신나고 재미있었지. 폴짝 높이 뛸 때도, “어? 하나도 안 무서워!” 물가에서 놀 때도, “어, 어? 시원하고 재미있잖아!” 낙엽을 밟고 놀 때도, “우아, 신기한 소리가 들려!” 노노는 라라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았어. 그러던 중 노노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어.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지. 노노는 학교 입학식에 가는 내내 어쩔 줄 몰라 했어. “엄마, 처음 보는 고슴도치가 반갑다고 꼭 안으면 어떡해요? 너무 따가워서 눈물이 날 거예요.” “엄마, 올빼미가 커다란 눈으로 계속 쳐다보면 어떡해요? 내가 겁쟁이란 걸 들키고 말 거예요.” “엄마, 토끼가 같이 밥 먹자고 하면 어떡해요? 당근은 딱딱한데.” “엄마, 호랑이 선생님을 만나면 어떡해요? 어흥 소리만 들어도 무섭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큰 울음소리가 들렸어. 아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진 라라가 엉엉 울고 있었던 거야. 그 순간 노노는 이상하게 용기가 생겼어. 노노는 잡고 있던 엄마의 손을 놓고 라라에게 뛰어갔어. “라라야, 울지 마. 내 손 잡아!” 노노는 라라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학교로 들어갔어. 그날 이후, 노노는 두려운 마음이 생길 때마다 용기를 내 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어.
나누면 행복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바비는 초원에 사는 바오바브나무야. 비가 내리면 빗물을 빨아들여서 몸에 한가득 물을 채웠어. 물을 채우고 나면 멀리서도 알아볼 정도로 몸이 빵빵해졌지. 바비가 몸에 물을 가득 채워 두는 건 다 이유가 있었어. 친구들에게 물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였어. 가끔은 더 달라고 조르는 친구들 때문에 난감할 때가 있기도 했지.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던 어느 날, 바비는 목마른 코끼리들을 불러 모아 물을 나누어 주었어. 하지만 바비가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코끼리들은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어. “조금만 더 줘!” “나도 더 마시고 싶어!” 코끼리들은 앞발을 들고 코를 휘휘 저으며 바비에게 졸라 댔어. 바비는 코끼리들 때문에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어. 오랫동안 끙끙 앓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바비는 친구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쳤어. 바비는 몇 해 전 하늘로 떠난 바바에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렸어. “나누면 행복해진단다. 내가 나눈 것이 돌고 돌아 행복이 되어 돌아오거든.” 하지만 바비는 아무리 생각해도 할머니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 아무리 나누어 줘도 친구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더 달라고만 했거든.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자, 초원은 점점 더 메말라 갔어. 바비의 몸과 마음도 더욱더 메말라 갔지. 새들과 개코원숭이, 코끼리들이 바비를 찾아왔지만, 울타리 안에 숨은 바비를 만날 수 없었어.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가야만 했지.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즈음, 바비는 문득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침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깨워 주던 새들과 신기한 재주로 모두를 웃겨 주던 개코원숭이가 생각났어. 그리고 누구보다 코끼리들이 많이 보고 싶었어. 코끼리들은 초원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매일매일 바비에게 들려주었거든. 바비는 그제야 깨달았어. 바비가 나눈 만큼 친구들도 바비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걸. 바비는 친구들이 걱정되었어. 하지만 바비도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물이 충분하지 않았지. 바비는 울타리를 치워 버리고는 매일 밤 바바에 할머니에게 기도했어. “할머니, 딱 하룻밤만 비가 내리게 해 주세요.” 바바에 할머니가 바비의 기도를 들으셨던 걸까? 톡! 토독!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우아, 비다! 바바에 할머니, 고맙습니다!” 바비는 힘껏 빗물을 끌어모았어. 아무리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어도 마르지 않게 빗물을 모으고 또 모았어. 밤새도록 빗물을 모은 바비는 전보다 훨씬 큰 바오바브나무가 되었어. 날이 밝자, 비가 그쳤어.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초원은 금세 바짝 말라 버렸지. 바비는 서둘러 친구들을 불렀어. “친구들아, 나에게 물이 아주 많아. 어서 와서 물 좀 마셔!” 친구들은 바비의 말을 듣고 모두 모여들었어. 친구들이 바비에게 다가왔어. “바비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아니야, 괜찮아.” 코끼리들이 말했어. “그때는 우리가 너무 목이 말라서 네 생각을 하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난 너희가 있어서 행복한걸. 예전처럼 재미있는 초원 이야기를 들려줘.” 초원은 바비와 친구들이 재잘대는 소리로 하루 종일 시끌시끌했어. 바비야, 열매를 나누어 줘서 고마워! 내 친구 바비, 다시 만나 반가워. 실컷 마셔, 아기 코끼리야. 목이 많이 말랐구나. 천천히 마시렴!
도토리 수호대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우아, 다람쥐다. 아이, 귀여워!” 꼬마 다람쥐 다람이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어요. ‘사람들은 우리를 좋아하나 봐.’ 다람이는 숲에서 실컷 놀다가 어둑해질 때쯤 도토리 마을로 돌아왔어요. 도토리 마을에서는 다람쥐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도토리를 많이 주워 가서 도토리가 조금밖에 없어요.”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참으로 걱정이네요.” “사람들이 우릴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거야 말뿐이지,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뭔지 관심도 없다니까요.” 다람쥐들은 도토리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도토리는 다람쥐의 식량이다!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다람쥐들은 사람들에게 직접 알리기로 했어요. “진작에 이렇게 할걸.” “이제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 가지 않겠지요?” 다람쥐들은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어요. 하지만 다람쥐들의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어요. 도토리를 주워 가는 사람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었거든요. 도토리 마을에 다시 회의가 열렸어요. “이러다가 우리 모두 먹을 게 부족해질 거예요.” “이대로라면 숲도 사라져 버릴 거예요.” “아휴, 오죽하면 먹을 것을 구하려고 아기들을 데리고 산 아래에 있는 마을까지 내려갔겠어요.” 언제 왔는지 멧돼지 아주머니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어요.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다람이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사람들한테 편지를 쓰는 건 어떨까요?” “사람들이 우리가 쓴 편지를 읽기나 하겠어요?” 다람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뭐라도 해 봐야지요.” 멧돼지 아주머니가 다람이의 말을 거들었어요. 다람쥐들과 멧돼지 아주머니는 간절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털보 아저씨께. 아저씨가 재미로 가져가신 도토리는 우리에게 소중한 식량입니다. 도토리가 없으면 우리 다람쥐들은 계속 굶게 될 거예요. 제발 도토리를 주워 가지 마세요. 다람이 드림 뽀글 할머니께. 우리가 땅속에 숨겨 둔 도토리는 내년 봄에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랄 거예요. 도토리가 없으면 숲이 사라질지도 몰라요. 할머니도 숲이 사라지는 건 싫으시지요? 제발 도토리를 주워 가지 마세요. 도토리 마을 다람쥐들 드림 방글 아주머니께.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 가서 아기들이 먹을 게 없어요. 먹을 것을 찾아 어쩔 수 없이 마을로 내려가면, 사람들은 겁을 먹고 우리를 마구 공격해요. 도토리가 넉넉하면 마을로 내려가지 않을 텐데. 제발 도토리를 주워 가지 마세요. 멧돼지 가족 드림 다음 날 아침, 웅성대는 소리에 다람이는 눈을 번쩍 떴어요. “사람들이 몰려와요!” 다람이가 소리쳤어요. “무슨 일이지?” “편지 때문에 화가 난 걸까요?” 깜짝 놀란 다람쥐들은 사람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정말 도토리가 별로 없어요.” “아이고, 이를 어쩐담.” 털보 아저씨와 뽀글 할머니가 숲을 둘러보며 걱정스럽게 말했어요. “우리가 도토리를 지키는 게 어때요? 도토리 수호대가 되는 거예요.” “도토리 수호대?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방글 아주머니의 말에 모두 맞장구를 쳤어요. 그때 한 아이가 머뭇거리며 말했어요. “다람쥐들을 위해 도토리 저금통을 만들었어요.” “도토리 저금통이라고?” “다람쥐들이 꺼내 갈 수 있도록 도토리를 주워서 저금통에 넣어 놓는 거예요.” 저금통을 살펴보던 털보 아저씨가 말했어요. “멧돼지는 꺼내기 힘들겠는데? 멧돼지 가족이 사는 숲속에는 내가 직접 도토리를 뿌릴게요.” “좋아요, 좋아!” 사람들의 노력으로 도토리 마을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요. 다람쥐들은 땅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줍기도 하고, 도토리 저금통에 모인 도토리를 꺼내 가기도 했어요. 다람이도 주운 도토리를 숨기느라 바빴지요. 도토리 수호대 여러분께. 도토리를 지켜 주셔서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도토리를 조금 남겨 두었으니, 맛있는 도토리묵 만들어 드세요. 봄에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다람쥐들 드림.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토독 토독 톡톡! 도토리 마을 여기저기에 도토리 새싹이 돋아날 거예요.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으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웃었다! 어른들은 아기를 아주아주 예뻐해. 아기가 잠을 자거나, 방긋 웃거나 똥만 잘 누어도 말이야. 아유, 똥도 예뻐. 아기가 조금 더 자라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지. “아뿌빠빠!” “들었어? 들었어? 아빠라고 하는 거?” 어른들은 아기가 아무 말이나 해도 정말 좋아해. “아, 언제쯤 우리 아기는 말을 잘하게 될까?” 하지만 아기가 자라서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좀 달라져. 왜왜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했어. 왜왜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모두 좋아했어. 어른들은 왜왜를 귀여워했지. 이게 뭐예요? 그건 포크야. 이게 뭐예요?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포크야. 이게 뭐예요? 맛있는 음식을 콕 찍어 먹을 때 사용하는 포크야. 하지만 왜왜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어른들의 태도가 달라졌어. “왜왜야, 동생 자니까 조용히 놀렴.” “엄마, 동생은 왜 잠만 자요?” “쉿! 동생 깰라.” “아빠, 나도 아기 때 잠만 잤어요?” “아빠 지금 바쁘니까 장난감 가지고 놀렴.” 왜왜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궁금해할수록 엄마, 아빠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 “엉뚱아, 저기 비행기 지나가는 거 보이니?” “네, 삼촌. 그런데 하늘에는 왜 신호등이 없어요?” 하늘을 바라보던 엉뚱이는 문득 궁금해졌어. 삼촌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말했지. “그건 나중에 알려 줄게.” “나중에 언제요? 지금 알려 주세요.” “신호등 때문에 비행기가 멈추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렇지? 엉뚱아,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삼촌은 엉뚱이의 물음에 끝까지 대답해 주지 않았어. 실망한 엉뚱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기로 마음먹었지. 미라는 밥을 먹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겼어. 그래서 아빠를 빤히 쳐다봤지. “미라야, 아빠한테 할 말 있니?” “아빠,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아기? 그건 말이야. 밥 다 먹으면 이야기해 줄게.” 미라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얼른 밥을 먹었어. 미라는 밥을 다 먹자마자 아빠를 졸졸 쫓아다니며 물었지. “아빠, 이제 알려 줘요.” “아, 아기는 예쁜 보자기에 싸서 택배 아저씨가 가져다주는 거야. 가끔 부엉이가 물어다 주기도 하고.” “아빠는 거짓말쟁이! 선생님이 엄마 배에서 아기가 나온다고 했단 말이에요!” 미라는 아빠가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아서 속상했어. 민이네 가족은 바닷가에 놀러 갔어. 민이는 바닷가에서 ‘엄마와 함께 그림 그리기’ 숙제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형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 엄마가 화장실에 가자 형이 말했어. “다 그리려면 아직 멀었어? 나도 엄마랑 놀고 싶단 말이야.” 형이 재촉하자 민이가 대답했어. “형,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뭐?” “바다가 너무 커서 스케치북에 다 그릴 수가 없어.” “너, 엄마랑 놀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지?” 형이 소리를 지르자, 민이는 깜짝 놀랐어. 결국 민이는 그림을 다 그리지 못했어.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재미있고 엉뚱한 생각이 가득해. 항상 궁금해하고, 상상하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 재미있고 엉뚱한 생각은 점점 자라고 자라서, 필요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지. 그러다 보면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나, 에디슨 같은 발명가가 될 수도 있어. 또, 나이팅게일처럼 훌륭한 간호사나, 멋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으면 생각이 자라나지 않아. 생각이 자라나야 꿈도 생기는 거니까, 앞으로 많이많이 궁금해하면 좋겠어!
또또 할머니의 산타 되기 프로젝트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내 이름은 루디야. 또또 할머니와 함께 하루하루 평온하게 살고 있었지. 그런데 요즘 걱정스러운 일이 한 가지 생겼어. 글쎄, 또또 할머니가 산타가 되겠다지 뭐야? 산타가 되는 건 어려운 일 같은데, 또또 할머니의 결심은 대단했어. 산타가 되고야 말겠어! 또또 할머니는 산타가 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어. 하지만 산타가 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 그러다가 예전에 산타였던 할아버지를 알게 되었지. 또또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산타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았어. 이것만 잘하면 산타가 될 수 있단 말이지? 산타가 되는 방법. 1. 물건 척척 나르기. 2. 길 찾기. 3. 벽 타기. 4.아이들의 소원 알기. 산타가 되는 방법을 알게 된 또또 할머니는 라면 상자부터 옮겨 보기로 했어. 하지만 라면 상자 하나를 옮기는 것도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 무거운 물건을 척척 나르는 건 할머니한테는 무리였어. 또또 할머니,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 아이코, 허리야! 나는 또또 할머니가 금방 포기할 줄 알았어. 하지만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 또또 할머니가 힘을 키우려고 운동을 시작했거든. 어느새 또또 할머니의 몸은 아주 튼튼해졌고. 팔은 무쇠처럼 단단해졌어. 무거운 가방도 번쩍번쩍 들었지. 또또 할머니가 이번에는 길 찾기에 도전했어. 할머니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찾았지. 그런데 이러면 반칙 아냐? 스마트폰을 보고 길을 찾는 건 너무 쉽잖아. 이러다가 또또 할머니가 정말 산타가 되면 어떡하지? 그럼 나 혼자 너무 심심한데. 그럼 그렇지,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산타가 되는 게 그렇게 쉬우면 너도나도 산타를 하려고 했겠지. 높은 산에 올라오니 길 찾기가 잘 안되네. 다음 날, 또또 할머니는 서점으로 갔어. 지도란 지도는 모두 사서 살펴보았지. 복잡한 지도를 보는 것도 어려운데, 할머니는 지도를 보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 지도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말이야. 그러더니 나중에는 지도를 보지 않고도 길을 척척 찾아냈어. 지도를 보며 길을 익혔더니 이젠 길 찾기가 아주 쉬운걸. 이건 말도 안 돼! 또또 할머니가 이번에는 벽 타기에 도전했어. 벽 타기는 정말 어려워 보였지. 할머니가 높은 벽을 타는 건 상상이 안 되었어. 그런데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어. 암벽 등반을 꾸준히 연습한 또또 할머니는 어느새 능숙하게 벽을 탔어. 꼭대기까지 올라간 또또 할머니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지. 산타 할머니가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거야. 앗,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우아, 대단해요! 이제 또또 할머니에게 남은 숙제는 아이들의 소원을 아는 것! 이건 정말정말 어려운 일 아닐까? 하지만 또또 할머니는 이번에도 방법을 찾아냈어. 열심히 공부해서, 유아 교육과에 입학했던 거야. 만약 꿈을 위해 노력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있다면 무조건 또또 할머니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나저나 내 꿈은 뭐였더라? 어느덧 시간이 흘러 또또 할머니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 실습을 하게 되었어. 또또 할머니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었고, 그런 또또 할머니를 아이들도 잘 따랐어. 꿈을 키운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목표를 정해 놓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아, 나는 무얼 하고 있냐고? 곧 알게 될 거야. 드디어 또또 할머니가 꿈을 이루었어. 지구 최초로 산타 할머니가 되었거든. 꿈을 이룬 할머니는 무척 행복해 보였어. 난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뭐,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지만 말이야. 나도 안아 주세요. 우아! 산타 할머니, 멋져요. 산타가 된 또또 할머니가 처음으로 썰매를 탄 날이었어. “아이들이 선물을 기다리고 있겠지? 얼른 나누어 주러 가야겠어.” 또또 할머니의 얼굴이 발그레했어. 나 또한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힘들었지. 왜냐고? 내가 바로 썰매 끌기 대장이었거든. 또또 할머니 덕분에 나에게도 꿈이 생겼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어.
무찌르자, 충치균!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점심 먹고 양치질 깨끗이 했나요?” “네, 했어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하지만 훈이는 대답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폈어요. 이 닦는 것이 귀찮은 훈이는 며칠째 이를 닦지 않았거든요. 아름이도 마찬가지였어요. 게다가 훈이와 아름이는 틈만 나면 사탕과 캐러멜을 먹었어요. 충치균 부대가 행진하고 있어요. 썩썩균이 이리저리 둘러보았어요. “이곳은 살기 좋아 보이는걸. 적군은커녕 식량들이 널려 있잖아.” 캉캉균은 신이 났어요. “좋아! 이곳에 자리를 잡자. 이번 본부는 매우 평화로운 곳에 잘 잡은 것 같다.” 썩썩균, 흔들균, 캉캉균으로 이루어진 충치균 부대는 훈이의 입 안으로 들어갔어요. 썩썩균은 훈이의 어금니에 똥을 뿌지직 쌌어요. “이에 붙은 달콤하고 끈적이는 밥, 밥! 그걸 먹고 싸자, 똥! 하얀 이를 까맣게, 똥! 똥! 똥!” 캉캉균은 어금니 위에서 캉캉 곡괭이질을 했어요. “구멍 내자, 구멍 내. 어금니를 구멍 내! 슬근슬근 캉캉, 슬근슬근 캉캉.” 흔들균은 잇몸에서 들썩들썩 삽질을 했어요. “잇몸아 무너져라, 이야 흔들려라!” 훈이는 동화책을 보며 낄낄대기만 할 뿐,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아야아야.” 사탕을 깨물어 먹던 아름이가 얼굴을 찡그렸어요. 놀란 선생님이 아름이에게 다가왔어요. “아름아, 입 좀 벌려 볼래?” 그러자 옆에 있던 훈이가 코를 막았어요. “어, 냄새! 아름이 입에서 냄새나요.” “어머나, 이를 언제 닦은 거야?” 선생님도 깜짝 놀랐어요. “이도 안 닦고 단것만 먹어서 이가 썩었구나. 아름아, 당장 치과에 가야겠다.” 치과라는 말에 아름이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훈이는 아름이처럼 치과에 갈까 봐 무서웠어요. ‘나, 나는 절대 치과에 안 갈 거야. 얼른 이 닦아야지.’ 훈이의 입 안에서 일하던 캉캉균이 곡괭이질을 멈췄어요. 어디선가 딸기 냄새가 났거든요. “오호, 이번엔 새콤달콤 딸기로구나!” 캉캉균이 코를 킁킁거리자, 흔들균도 삽질을 멈췄어요. 달콤한 냄새에 취한 썩썩균은 향기가 나는 곳으로 갔어요. “야호, 달콤한 딸기다!” 썩썩균은 순식간에 달려가서 치약을 한입 꿀꺽 먹었어요. “퉤퉤, 속았다! 진짜 딸기가 아니라 딸기 맛으로 위장한 치약이다!” 흔들균이 외쳤어요. “이럴 수가, 적군이 나타났다. 전쟁이다!” 그때 훈이가 칫솔을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갑작스러운 공격에 충치균 부대는 정신을 못 차렸어요. 이번에는 썩썩균이 외쳤어요. “칫솔이 쳐들어온다, 납작 엎드려!” 캉캉균은 곡괭이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어요. 그때 흔들균이 잇몸에 딱 붙으며 외쳤어요. “캉캉균, 정신 차려. 위험해, 어서 피해!” 하지만 캉캉균은 훈이의 칫솔에 쓸려 나갔어요. “으악, 비겁하게 몰래 공격하다니!” 칫솔에 쓸려 나간 캉캉균이 힘없이 쓰러지면서 외쳤어요. 납작 엎드려 있던 썩썩균도 치약 거품 공격에 숨이 막혔어요. “쳇, 치사하게 딸기 맛으로 위장하다니!” 버티던 썩썩균도 치약 거품 속에 빠지고 말았어요. 캉캉균은 거의 대부분 쓰러졌고, 썩썩균도 조금밖에 살아남지 못했지요. 간신히 살아남은 썩썩균은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을 붙잡았어요. 흔들균도 얼른 이 사이에 숨었지요. “에잇, 분하다. 대체 우리를 괴롭히는 치약은 누가 만든 거야?” 그러자 흔들균이 대답했어요. “우리는 사람들에게 맨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아주 편안하게 살았어. 그런데 어떤 사람이 작은 우리를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발명한 거야. 거기에다가 우리를 물리칠 치약까지 만들어 낸 거지.” “분하다, 분해. 인간이 똑똑하지 않았더라면 오래오래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 바로 그때였어요. “적들이 또다시 몰려온다. 모두 피하라!” 날카로운 칫솔 털이 흔들균이 숨어 있던 이 사이를 공격했어요. “으악!” 흔들균은 칫솔 털에 찔려 힘없이 쓰러졌어요. 놀란 썩썩균이 다른 이 사이로 피하려는 순간, 물 폭탄이 휘몰아쳤어요. 썩썩균은 물 폭탄을 맞고 휩쓸려 떠내려갔지요. 훈이는 칫솔을 헹궈 제자리에 놓았어요. 이를 닦고 나니 입 안도, 기분도 상쾌했어요. 훈이의 이가 반짝반짝 빛났어요. “훈아, 이 깨끗이 닦았니?” “네!” 선생님은 치실을 가져와 사용하는 법을 알려 주었어요. “치실을 쓰면 훨씬 더 깨끗해진단다.” 이 사이에 숨어 있던 마지막 흔들균이 치실에 딸려 나왔어요. “으악, 두고 봐라! 다음번엔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테니.”
맞을래, 말래?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오늘 아침에는 진짜 일어나고 싶지 않았어. 달력에 이렇게 표시되어 있었거든. ‘모리 독감 예방 주사 맞는 날’이라고 말이야. 나는 눈을 감고 자는 척했어. 그러자 엄마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지. “오늘은 모리가 갖고 싶었던 인형 하나 사 줄까?” 인형 사 준다고 하면서 병원에 데려가겠지? 나는 절대로 주사 맞지 않을 거야. 이것들만 있으면 예방 주사를 맞지 않아도 독감을 피할 수 있어. 거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어. “모리야! 준비 다 됐니?” “네, 엄마.”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어. 나는 서둘러서 옷장 안으로 들어갔어. 걸어 놓은 외투 뒤로 숨으려고 하는데, 하마터면 뒤로 꽈당 넘어질 뻔했어. 옷장 뒤가 뻥 뚫려 있지 뭐야. 눈앞에 숲이 펼쳐져 있었어.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숲속으로 들어갔어. 숲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사자가 나타나 나를 가로막았어. “어이쿠, 깜짝이야!” “쪼그만 꼬마야, 네 목도리를 내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네가 깜짝 놀라 넘어지게 만들 테다.” 하지만 나는 사자가 전혀 무섭지 않았어. 사자는 감기에 걸렸는지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거든. 나는 엄마처럼 혀를 끌끌 찼어. “그러니까 나처럼 평소에 손발을 깨끗이 씻었어야지. 목도리는 줄 수 없어!” 계속 숲길을 걸어가는데 사자가 중얼거리며 내 뒤를 졸졸 따라왔어. “아프지 않게 손발을 깨끗이 씻을걸. 깨끗이 씻을걸, 깨끗이 씻을걸.” 나는 사자가 아주 귀찮았어. 그래서 더 빨리 걸었지. 계속해서 숲길을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악어가 갑자기 나타나지 뭐야? “어흥, 깜짝이야!”, “어이쿠, 깜짝이야!” “쪼그만 꼬마야, 네 마스크를 내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너를 아프게 콱 깨물어 줄 테다.” 하지만 나는 악어도 전혀 무섭지 않았어. 악어가 나를 겁주려 할 때마다 기침을 했거든. 나는 아빠처럼 혀를 쯧쯧 찼어. “그러니까 나처럼 평소에 따뜻하게 입고 다녔어야지. 마스크는 줄 수 없어!” 계속 숲길을 걸어가는데 사자가 내 뒤를 따라왔고, 그 뒤를 악어가 중얼거리며 졸졸 쫓아왔어. “아프지 않게 따뜻하게 입고 다닐걸. 따뜻하게 입고 다닐걸, 따뜻하게 입고 다닐걸.” 나는 악어가 아주 귀찮았어. 물론 사자도 마찬가지였지. 그래서 이번에는 걷지 않고 뛰었어. 숲길을 후다닥 뛰어가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곰이 불쑥 일어서지 뭐야? “악, 깜짝이야!”, “어흥, 깜짝이야!”, “어이쿠, 깜짝이야!” “쪼그만 꼬마야, 네 외투를 내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아프게 한 대 때려 줄 테다.” 하지만 나는 곰도 전혀 무섭지 않았어. 곰은 얼마나 추운지 몸을 덜덜 떠느라고 서 있기조차 힘들어했거든. 나는 선생님처럼 혀를 쩟쩟 찼어. “그러니까 나처럼 평소에 골고루 먹었어야지. 외투는 줄 수 없어!” 내가 빨리 뛰어가는데 사자가 내 뒤를 따라왔고 그 뒤를 악어가 쫓아왔지. 그리고 맨 끝에서 곰이 중얼거리며 졸졸 쫓아왔어. “아프지 않게 골고루 먹을걸. 골고루 먹을걸, 골고루 먹을걸.” 나는 곰이 아주 귀찮았어. 물론 사자랑 악어도 마찬가지였지. 그래서 이번에는 더 빨리 뛰었어. 한참을 그렇게 뛰었는데, 다행히 동물들이 쫓아오지 않는 것 같았어. 휙 뒤돌아보니 사자가 아파서 비실비실, 악어도 아파서 비틀비틀, 곰도 아파서 흐느적흐느적. 아파서 힘들어하는 동물들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동물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 “엄마, 저 왔어요! 사자도 왔어요. 악어도 왔고요. 그리고 곰도 왔어요!” 엄마는 우리 모두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 우리는 다 같이 동물 병원에 왔어. 동물들 모두 독감에 걸렸지 뭐야. 곰은 입원을 했고, 사자는 약을 먹었고, 악어는 링거를 맞았어. 나는 사자와 악어와 곰이 나아지는 걸 보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어. “모리야 고마워.” “앞으로는 아프기 전에 예방 주사 꼭 맞아. 엄마, 우리도 예방 주사 맞으러 가요.” 나는 사자와 악어 그리고 곰처럼 아프고 싶지는 않았어. 예방 주사를 맞으면 독감 따위는 오지도 못하고 달아나 버릴 테니까 말이야.
소파 껌딱지 도지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지만아, 밥부터 먹어야지. 과자는 안 돼!” “과자 먹을래. 밥 먹기 싫어!” 아침부터 지만이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과자를 먹기 시작했어요. ‘쳇, 유치원도 안 가는 날인데 과자 좀 먹으면 어때서?’ 지만이는 아침밥을 먹지 않고 텔레비전 앞 소파에 누워 과자 봉지만 내내 껴안고 있었어요. “지만아, 과자 좀 그만 먹어!” “지만아, 텔레비전 그만 보고 꺼라.” 엄마 아빠가 지만이에게 소리쳤어요. 하지만 지만이의 귀에는 텔레비전 속 우주 경찰 먹따찐따가 뿅뿅 레이저를 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엄마가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동안에도 지만이는 계속 소파에 누워 젤리를 먹으며 상상했어요.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과자와 햄버거, 핫도그, 피자를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지만! 너, 그러다 소파 된다!” 엄마의 목소리가 거실에 쩌렁쩌렁 울렸어요. 잠시 상상에 빠져 있던 지만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지만이는 슬쩍 눈을 감고는 소파에 누워 자는 척을 했어요. 다음 날 아침, 햇빛이 집 안 구석구석을 비출 때였어요. “지만아, 지만아. 도지만!” 엄마 아빠는 이 방 저 방 지만이를 찾아다녔어요. “얘가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엄마가 피아노 위도 보고, 아래도 보았지만 지만이는 없었어요. “이 소파는 뭐지? 여보, 우리 소파가 이런 색이었나? 그런데 다 망가졌잖아.” 아빠는 지만이를 찾으러 나가면서 소파를 대문 앞에 내놓았어요. ‘아, 잘 잤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춥지?’ 지만이가 눈을 뜨자, 거실이 아닌 골목길이 보였어요. ‘이상하네? 분명히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었는데.’ 그때 동네 어른들이 지만이네 집 앞을 지나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니, 지만이를 아직도 못 찾았대요?”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지.” ‘어? 나 여기 있는데.’ “누가 사탕 준다고 살살 꼬드겨서 데려간 건 아니겠죠?” “고 녀석이 사탕, 과자, 젤리라고 하면 정신을 못 차리잖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어휴.” “에이, 그런 말 말아요.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지만, 함부로 누굴 따라가진 않았을 거예요.” 지만이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이상하다, 나 여기 있는데. 왜 내가 안 보이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조금 뒤, 지만이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는 엄마와 걱정 가득한 얼굴의 아빠를 보았어요. ‘어, 엄마 아빠. 저 여기 있어요!’ “여보, 여기 소파에 앉아서 눈물 좀 닦아요.” 아빠의 말에 엄마의 커다란 엉덩이가 소파가 된 지만이의 얼굴 위로 다가왔어요. ‘뭐, 뭐야? 설마 내가 소, 소파가 된 거야? 안 돼! 몸에 안 좋은 것만 먹고, 종일 텔레비전만 봤더니 엄마 말대로 진짜 소파가 되었나 봐! 어떡해, 어떡해!’ 엄마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앉으며 말했어요. “내가 지만이를 너무 혼냈나 봐요. 지만이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엄마, 나도 돌아가고 싶어요. 소파로 살기 싫어요. 돌아갈 수만 있다면 밥도 잘 먹고, 과자도 안 먹을게요. 운동도 열심히 할게요! 흑흑. 지만이가 울자 소파가 들썩거리며 눈물에 젖었어요. 그때였어요. 펑! “아, 숨 막혀. 엄마, 엉덩이 좀 치워 보세요.” 엄마는 깜짝 놀라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소파와 똑같은 무늬의 옷을 입은 지만이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엄마를 쳐다보았어요. “지만아!”, “어머나, 세상에!” 깜짝 놀란 엄마 아빠는 지만이를 안고 울기만 했어요. “우아! 다시 나로 돌아온 거야?” 지만이가 기뻐하며 자기 몸을 만져 보았어요. 여전히 볼은 왕사탕을 물고 있는 것처럼 빵빵하고, 뱃살 때문에 옷도 작았어요. “이제 진짜진짜 살 뺄 거예요!” 집으로 돌아온 지만이는 엄마와 약속을 했어요. 매일매일 골고루 먹고, 운동을 하기로요. 그 뒤로 지만이는 정말 과자는 먹지 않고,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었어요. 그리고 엄마와 함께 날마다 날씬 체조를 했어요. “지렁이처럼 꿈틀! 개구리처럼 폴짝! 살이 쪽쪽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보이지 않았어요. 대신 못 보던 소파 하나가 놓여 있었지요. 지만이는 아빠를 찾으러 나가는 대신 소파 옆에 서서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 그러니까 스마트폰 그만 보고 운동 좀 하시라고요!” ‘지만아.’
영웅도 잠을 자야 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하늘에서 구름을 뚫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웅 바쁘다맨이 나타났어요. “우아, 바쁘다맨이다!” “바쁘다맨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고 돌아왔다!” “우주 쓰레기가 떨어지면 우리가 다칠 수도 있었다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바쁘다맨을 반겼어요. “안녕, 친구들. 기다려 줘서 고마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바쁘다맨을 찾아 줘. 앗, 어디선가 또 나를 부르네. 나중에 보자!” 바쁘다맨은 눈 깜짝할 사이에 높은 파도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로 날아갔어요. 그러고는 물속으로 가라앉으려는 배를 순식간에 들어 올려 사람들을 구해 냈지요. 여기저기서 바쁘다맨 이야기로 떠들썩했어요. 모두 바쁘다맨을 칭찬하느라 바빴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어떤 더벅머리 남자가 마을을 휘젓고 다녔어요. 쾅! 더벅머리 남자가 전봇대를 들이받았어요. “앗, 미안합니다.” 더벅머리 남자는 전봇대에 사과했어요. 그러고는 풍선 인형을 향해 넙죽 인사를 했지요. 게다가 더벅머리 남자는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성큼성큼 횡단보도를 건너갔어요. “맙소사, 저 더벅머리가 바쁘다맨이었어?” “아니야, 바쁘다맨일 리가 없어.”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어. “어쩐지 영웅, 영웅 할 때부터 이상하더라.”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어? 처음부터 수상했다니까.” 바쁘다맨을 칭찬하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돌변했어요. 그때, 다섯 명의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였어요. 설록과 와순이 만든 척척 탐정단이었지요. “바쁘다맨은 사라지지 않아. 우리의 영웅이니까. 그리고 영웅도 실수할 수 있어.” “바쁘다맨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우리가 밝혀내자.” 척척 탐정단은 매일매일 서로 돌아가면서 바쁘다맨을 관찰했어요. 바쁘다맨은 며칠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쁘게 지냈어요. 척척 탐정단은 바쁘다맨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내고야 말았어요. “바쁘다맨, 잠깐만요!” 바쁘다맨은 와순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왜? 나 지금 바쁘단 말이야. 여기저기 나를 찾는 곳에 빨리 가려면 몸이 튼튼해야 해. 지금은 운동해야 하니까 나중에 이야기해. 바쁘다맨은 와순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시 운동하기 시작했어요.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백만 스물셋.” 척척 탐정단은 나가려는 바쁘다맨을 말렸어요. “바쁘다맨, 당신은 오랫동안 잠을 안 잤어요. 그래서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인 거예요. 이제 잠을 자야 해요.” “안 돼,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단 말이야.” “나가 봤자 소용없어요. 머리가 멍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니까요.” “맞아요, 잠을 자지 않으면 어지럽고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다쳐요.” “또 아는 것도 잊어버리고, 물건이랑 사람이랑 헷갈리고요.” 척척 탐정단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어요. “정말? 그래서 내가 자꾸 실수를 하는 걸까?” “네, 그러니까 잠을 자야 해요!” 바쁘다맨은 잠을 자기로 마음먹었어요. “얘들아, 오랜만에 자려고 하니까 잠이 오지 않아. 어떻게 자는지 잊어버렸나 봐.” “걱정 마세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와순이 따뜻한 우유를 가져오고, 설록은 커튼을 쳐서 방을 어둡게 했어요. 그러고는 바쁘다맨의 등을 톡톡 두드려 주면서 자장가를 불러 주었지요. 드르렁드르렁 쿨쿨. 드르렁드르렁 쿨쿨. 어느새 바쁘다맨은 아기처럼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잠에서 깬 바쁘다맨은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잘 자고 일어났더니 힘이 막 솟아나네. 우아, 머리도 멍하지 않고 상쾌하잖아!” 바쁘다맨은 흥얼거리며 거리로 나왔어요. “앗, 누군가 위험에 빠졌다!” 바쁘다맨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재빠르게 날아갔어요. 며칠 전 엉뚱한 행동을 했던 더벅머리 바쁘다맨은 다시 영웅으로 돌아온 거예요. 다음 날, 신문과 텔레비전에서는 바쁘다맨의 이야기가 흘러나왔어요. “우리의 영웅, 바쁘다맨이 돌아오다!” “바쁘다맨, 화재로 빌딩에 갇힌 사람들을 모두 구하다!” 뉴스에서 바쁘다맨의 인터뷰도 볼 수 있었지요. “사실 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건 척척 탐정단 덕분이에요. 척척 탐정단이 나에게 알려 준 중요한 사실은 바로! 잠을 잘 자는 것이랍니다. 하하! 척척 탐정단, 정말 고마워요. 어린이 여러분, 나처럼 영웅이 되려면 매일매일 잠을 잘 자야 해요!” 그러고는 엄지를 척 들었답니다.
내 엉덩이 털이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말썽쟁이 브로는 오늘도 선생님께 혼이 났어.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며 장난을 쳤거든. “브로! 여자 친구들의 치마를 함부로 들추면 안 된다고 했지?” “흥! 쌤통이다. 당근케이크만 아니면 실컷 놀려 주고 가는 건데!” 호니는 혼나고 있는 브로에게 혀를 쏙 내밀고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어. 호니는 맛있는 당근케이크를 먹을 생각에 골목길로 들어섰어. 골목길은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거든. 그런데 컴컴한 골목길을 보니까 아침에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났어. “호니야,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가 잡아먹힐 뻔한 거 봤지? 낯선 이를 항상 조심해야 한단다. 컴컴한 골목길도 가지 말고.” 하지만 호니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어. 빨리 집에 가서 당근케이크를 먹어야 하니까 말이야. 그때였어. 지팡이를 짚은 양 할머니가 호니에게 다가왔어. “꼬마야, 할머니가 눈이 잘 안 보여서 그러는데 나를 골목길 끝에 있는 집까지 좀 데려다주겠니?” 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딱 잘라 말했어. “죄송해요. 다른 어른한테 부탁해 보세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양 할머니가 갑자기 사나운 얼굴을 하더니 호니의 손목을 확 낚아채지, 뭐야. “조그만 녀석이 좋은 말로 하니까 안 듣는구나. 이리 따라와!” “아야!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그때 어디선가 큰 목소리가 들렸어. “당장 아이를 놓지 못해?” 덩치가 큰 곰 아저씨였어. 깜짝 놀란 양 할머니는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도망을 쳤어. “감사합니다, 곰 아저씨.” “꼬마야, 이렇게 어두운 골목길은 혼자 다니면 위험하단다. 아저씨가 골목길 끝까지 같이 가 줄 테니 걱정 말렴.” 호니는 곰 아저씨와 함께 걸으니, 마음이 든든했어. 그런데 골목길 중간쯤에서 곰 아저씨가 걸음을 멈췄어. “아야, 아까 너를 도와주다가 팔을 다친 것 같구나.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어.” 곰 아저씨가 눈물을 찔끔 흘리며 호니를 바라봤어. “제가 얼른 집에 가서 약을 가지고 올게요.” 호니가 걱정하며 말했지만 곰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 “토끼들이 쓰는 약으로는 낫지 않는단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네가 도와줘야만 해.” 곰 아저씨가 속삭이듯 말했어. “그게 뭔데요?” “네 엉덩이 털같이 부드러운 털을 만지는 거란다. 다른 털로는 낫지 않아. 꼭 네 엉덩이 털이어야만 해.” ‘엄마가 엉덩이 털은 소중하기 때문에 남이 함부로 만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호니가 머뭇거리자, 곰 아저씨가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어. “엉덩이 털을 만지게 해 주면 가방에 있는 선물도 줄게.” ‘선물? 선물은 받고 싶은데. 곰 아저씨가 나 때문에 다쳤으니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호니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어. “딱 한 번만이에요. 대신 선물은 꼭 주셔야 해요!” “그럼, 그럼. 꼭 주고말고, 으흐흐.” 곰 아저씨가 커다란 손을 호니에게 쭉 뻗었어. 그 순간 호니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눈을 크게 뜨고 또박또박 말했어. 아!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 아주아주 잘 듣는 약이 있어요. 뒷마을 곰 아주머니가 팔을 다쳤을 때도 그 약을 바르고 금방 나았거든요. 빨리 집에 가서 가져올게요! 호니는 쏜살같이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어. 호니는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왔어. 문을 꼭꼭 닫고 나서야 겨우 가쁜 숨을 내쉴 수 있었지. “호니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엄마 아빠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달려온 호니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어. ‘컴컴한 골목길로 왔다고 말하면 엄마한테 혼날 텐데.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야 돼.’ 호니는 용기를 내어 엄마 아빠에게 골목길에서 만난 양 할머니와 곰 아저씨에 대해 말했어. 엄마는 호니를 꼭 안아 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호니야, 용기 있게 말해 줘서 고마워. 할머니와 아저씨를 도와주려고 한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에게 거짓말한 어른들이 잘못한 거야.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꼭 주변에 있는 어른들에게 큰 소리로 알려야 한단다. 엄마는 따뜻한 코코아와 당근케이크 한 조각을 주었어. ‘다시는 컴컴한 골목길로 다니지 말아야지.’ 아빠는 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아주아주 화가 났어. 경찰서로 곧장 달려가 호니가 겪은 일을 모두 말했지. 결국 양 할머니와 곰 아저씨는 경찰에게 잡혀갔어. 그런데 곰 아저씨 가방에 선물이 정말 있었냐고? 아니, 쓰레기만 잔뜩 있었대.
제멋대로 고무 손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또, 또, 또!” 엄마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미후에게 소리쳤어요. “스마트폰 그만하랬지! 이리 내!” 미후가 슬그머니 텔레비전을 켜도 마찬가지였어요. “텔레비전 끄고, 책 좀 읽어!” 하지만 미후는 책을 읽는 대신 엄마 몰래 컴퓨터를 켰어요. “컴퓨터 그만해. 나 컴퓨터로 숙제해야 해.” “어? 잠, 잠깐만.” 누나의 말에도 미후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게임에서 지자,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려쳤어요. “에잇, 누나 때문에 졌잖아!” 미후는 버럭 화를 내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어요. 게임 속에서 미후는 천하무적이에요.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는 전투복을 입고, 번쩍번쩍 빛나는 광선 검을 휘두르거든요. 점수를 조금만 더 모으면 전투기도 얻을 수 있어요. “자, 모두 덤벼라! 내가 모조리 무찔러 주겠다!” 이크, 엄마가 나타났어요! “너, 누나한테 또 소리 질렀지? 때려 부수는 게임만 하더니 걸핏하면 화만 내고 말이야. 당장 게임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폭탄 공격은 천하무적 미후도 당해 낼 수가 없었어요. ‘잔소리 폭탄을 피하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야.’ 미후는 허겁지겁 게임 종료 버튼을 눌렀어요. 후유, 가까스로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난 미후는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어요. 누나가 컴퓨터로 숙제하는 동안 엄마가 준 춤추는 빨간 구두나 읽어 보려고요. “카렌은 빨간 구두를 몰래 꺼내 신었어요. 구두를 신자마자 빨간 구두가 제멋대로 춤추기 시작했어요.” 큰 소리로 책을 읽어도 미후의 머릿속에는 게임 장면만 떠올랐어요. “누나, 숙제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 미후는 지루해서 몸을 배배 꼬았어요. 그러다 번쩍! 엄마의 스마트폰이 눈에 띄었어요. 미후는 엄마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팔을 뻗었어요. ‘조금만, 조금만 더.’ 미후가 안간힘을 쓰자 갑자기 팔이 고무줄처럼 쭉쭉 늘어났어요. 미후는 제멋대로 늘어난 고무 손으로 식탁 위에 있는 스마트폰을 재빨리 잡았어요. ‘우아, 성공이다!’ 미후는 얼른 방으로 들어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어요. ‘팔이 늘었다 줄었다 내 마음대로 되다니, 정말 신기해. 꼭 게임에 나오는 말랑말랑 몬스터 같잖아!’ 기분이 좋아진 미후는 게임 속으로 더 빠져들었어요. 침대에 벌렁 누워 게임을 하는데, 스르르 졸음이 몰려왔어요. 미후는 돌덩이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부릅떴어요. 게임을 오래 하다 보니 눈이 뻑뻑하고 목이 말랐어요. 미후는 책상 위에 있는 음료수병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어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손으로 병을 잡을 수도, 들어 올릴 수도 없었어요. ‘어, 왜 이러지?’ 방에서 나가려고 해도 문손잡이가 잡히지 않았어요. 스마트폰 빼고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지요. “엄마! 엄마!” 소리쳐 불렀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어요. 미후의 머릿속에는 끔찍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엄마 말대로 스마트폰 그만할걸. 카렌도 빨간 구두를 신고, 평생 춤만 추다가 결국 벌을 받았잖아. 나도 방 안에 갇혀 평생 스마트폰만 하다가 쫄쫄 굶어 해골이 되면 어떡하지? 다시는 엄마도 못 보고. 미후는 생각할수록 슬프고, 무서워졌어요. 미후는 눈물을 꾹 참으며 창밖을 내다보았어요. ‘친구들은 저렇게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노는데, 나는 이게 뭐야. 다시는 철봉도 못 하고, 예지 손도 못 잡고. 어떡해, 어떡해!’ 미후는 발만 동동 굴렀어요. 그때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어요. “미후, 너! 스마트폰 당장 안 가져....” 미후는 엄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내밀었어요. “여, 여기 있어요! 이제부터 스마트폰은 숙제 다 하고 딱 30분만 할게요!” 미후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어요. 다음 날, 부지런히 숙제를 하는 미후의 눈에 엄마의 스마트폰이 보였어요. 미후의 손이 또 ‘제멋대로 고무 손’이 되려고 해요. “안 돼, 숙제를 먼저 끝내야 한다고! 또 고무 손이 되는 건 정말 싫단 말이야!”
산다라의 빗자루, 빗자루, 빗자루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마녀 산다라는 고양이 치치랑 둘이 살았어. 산다라와 치치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산다라는 가끔 치치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어.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말이야. 한 번도 쓰지 않은 모자 열다섯 개, 옷장 가득한 원피스 스무 벌, 신어 본 적 없는 부츠 열 켤레를 사는 동안에도 그랬지. 어느 날, 산다라는 치치가 먹을 빵을 사러 나갔다가 빵집 앞에서 친구를 만났어. “안녕, 산다라. 내 빗자루 멋지지? 빗자루가 너무 낡아서 새로 샀어.” 산다라는 친구의 새 빗자루를 보자마자 홀딱 반하고 말았어. 산다라는 ‘뭐든지 팔아’ 백화점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어. “새로 나온 빗자루 좀 보여 주세요.” 더팔아 씨가 눈 깜짝할 사이에 빗자루 두 개를 가져왔어. “골라 보세요. 모두 오늘 새로 나온 빗자루랍니다.” 산다라는 두 개 중에 하나만 고를 수가 없었어. 둘 다 갖고 싶었거든. 하지만 새 빗자루는 너무 비쌌어. 결국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주고도 하나밖에 사지 못했어. 산다라는 손잡이에 검은 깃털이 달린 빗자루를 골랐어. 깃털 끝에는 보석이 하나하나 박혀 있어서 빗자루를 조금만 움직여도 깃털에서 빛이 났지. 빗자루를 보는 산다라의 눈도 반짝반짝 빛났어. 산다라는 새 빗자루 하나만 달랑 들고 집으로 돌아왔어. “야, 야옹. 배고파.” “미안, 미안. 빗자루 사느라 돈을 다 써 버린걸. 빵은 내일 꼭 사 올게.” 그날 밤 치치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배가 너무 고팠거든. 산다라도 잠을 잘 수가 없었지. 사지 못한 빗자루가 자꾸 생각나서 말이야. 다음 날, 산다라는 아침부터 집에 있는 돈을 몽땅 챙겨서 ‘뭐든지 팔아’ 백화점으로 갔어. “어제 본 분홍색 빗자루 주세요.” 더팔아 씨는 손잡이에 분홍색 리본이 감긴 빗자루를 내주었어. “정말 잘 선택하셨어요. 이건 이 세상에 딱 세 개밖에 없는 빗자루랍니다.” 산다라는 새로 산 빗자루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어. “치치, 이 빗자루 좀 봐. 정말 사랑스럽지 않니?” 집에 돌아온 산다라는 치치에게 새로 산 빗자루를 자랑했어. “내 빵은? 난 너무 배고프단 말이야!” “어머, 깜빡했네. 미안, 미안. 내일은 꼭 사 올게.” “빗자루는 하나면 충분하잖아. 한 번에 빗자루를 두 개씩 타는 것도 아니고!” 치치는 기가 막혀서 소리쳤어. 하지만 산다라는 치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산다라는 오늘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어. 백화점 벽에 걸려 있던 다른 빗자루가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야. 혼자서 살랑살랑 움직이고, 멀리서 봐도 빛이 나는 아주 신비로운 빗자루였어. “그 빗자루를 꼭 갖고 싶어.” “뭐라고! 또?” 치치가 놀라서 벌떡 일어났어. 이제 산다라는 빗자루를 살 돈이 한 푼도 없었어. “돈을 어떻게 구하지?” 산다라는 벽에 걸린 그림 앞으로 다가갔어. “아, 나도 미다스 왕처럼 황금 손이면 얼마나 좋을까?” “손으로 만지는 것마다 황금이 되면 정말 좋을 거야. 그러면 뭐든지 살 수 있을 텐데.” 산다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마술봉을 들고 집을 나섰어. “이 대단한 마술봉을 줄 테니까, 저 빗자루 주세요.” “한번 바꾸면 다시는 못 바꿉니다.” “네, 얼른 주기나 하세요.” “치치, 이 빗자루 좀 봐! 이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빗자루야.” 산다라는 신이 나서 치치를 불렀어. “솔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깃털 같지? 지금은 낮이라 잘 모르겠지만 밤에는 서로 다른 빛이 난대.” 그런데 집 안이 너무나 조용했어. “치치, 치치! 어디 있어?” 산다라는 마술봉으로 치치를 찾으려고 허리춤을 더듬었어. 하지만 마술봉은 없었어. 신비한 빗자루와 이미 바꿔 버렸으니까. “이젠 마술봉도 없고, 치치도 없구나.” 산다라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어떻게 해야 치치가 돌아올까.”
일곱 살은 말이지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나는 뭐든지 척척 잘하는 일곱 살이야. 그런데 딱 하나 못 해 본 게 있어. 바로 심부름하는 거야. “엄마, 나도 이제 심부름쯤은 잘할 수 있어요. 앞집 단우도, 윗집 인아도 다 해 봤단 말이에요.” 하지만 엄마는 나 혼자 밖에 나가는 건 정말 정말 위험하대. 동화 속 빨간 모자처럼 늑대를 만날 일도 없고, 잭처럼 젖소를 요술 콩으로 바꾸어 오는 일도 없는데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드디어 결심을 했어. “네모야, 심부름 좀 해 줄래?” 엄마는 도서관에 반납할 책과 심부름 쪽지, 500원짜리 동전 여섯 개를 주었어. 그런데 동생 세모가 같이 가겠다고 떼를 썼어. “엄마, 일곱 살은 말이죠, 동생을 데리고 심부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나는 심부름할 생각에 들떠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 버렸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때는 상상도 못 했어. “네모야, 세모 손 꼭 잡고 길 건널 때 조심해. 알았지?” “네, 엄마!” 나는 세모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섰어. 그런데 누군가 자꾸 따라오는 것 같았어. “엄마, 따라오지 마세요. 나는 일곱 살이라니까요!” 엄마는 알았다고 하면서도 자꾸자꾸 따라왔어. “엄마, 진짜 따라오지 말라니까요.” 어? 엄마가 없네. 엄마가 안 보이니까 갑자기 겁이 나지 뭐야. 아니야, 괜찮아! 나는 뭐든지 척척 잘하는 일곱 살이니까. 나는 세모 손을 꼭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어. 신호등에 녹색등이 켜지자마자 세모가 막 건너려고 하지 뭐야. 나는 얼른 세모 손을 잡아당겼어. “세모야, 멈춰! 횡단보도 앞에서는 신호가 바뀌어도 우선 멈추고 차가 오는지 봐야 해.” 나는 두리번두리번 차가 오는지 확인한 뒤, 횡단보도를 건넜지. 그때까지는 그나마 괜찮았어. “오빠, 우리 인형 뽑기 하자, 응?” “안 돼, 그럴 돈 없어.” “오빠, 오빠. 이 토끼 모자 진짜 예쁘다!” “집에 모자 있잖아, 빨리 가자.” “오빠, 나 호떡 사 줘!” “알았어, 알았어. 나중에 사 줄게.” 후유, 세모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어. 간신히 세모를 달래고 달래서 겨우 도서관에 도착했어. 도서관에서 나는 책 두 권을 들고 머뭇거렸어. 사실 한 번도 내가 책을 반납해 본 적이 없었거든. 나는 주뼛주뼛 사서 선생님에게 다가가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했어. “저 선생님.” 그때 갑자기 세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어. “선생님, 책 가져왔어요!” 조금 창피하긴 했지만, 세모 덕분에 무사히 책을 반납했지. 도서관에서 나오자마자, 세모는 내 손을 뿌리치고 뛰기 시작했어. 세모가 뛰어간 곳은 놀이터였어. “오빠, 미끄럼틀 딱 한 번만!” 그런데 딱 한 번만 타겠다고 하더니, 열 번도 넘게 타지 뭐야. 이러다 금세 깜깜한 밤이 될 것 같았어. “세모야, 이제 그만 타고 가자. 오빠 말 잘 들어야 호떡 사 줄 거야.” 세모는 호떡이라는 소리에 후다닥 달려왔어. 세모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나는 세모의 손을 꼭 잡고 채소 가게로 갔어. 우물쭈물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용기를 내서 말했지. “저 애 애호박 한 개만 주세요. 그리고 또 뭐였더라?” 그때 느닷없이 세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애호박 샀으니까 이제 호떡 사 줘! 아까 사 준다고 했잖아.” 나는 너무너무 창피해서 애호박만 사고 서둘러 호떡집으로 갔어. 우리는 채소 가게에서 놀이터를 지나, 도서관을 지나, 호떡집에 도착했어. “호떡 두 개만 주세요.” 세모와 나는 달콤한 호떡을 한 입씩 베어 물었어. 그 순간 갑자기 생각났지, 뭐야. “아, 맞다! 콩나물!” 나는 마음이 급했어. 다시 채소 가게로 가기 위해 세모 손을 세게 잡아끌었어. 그 바람에 세모의 호떡이 땅에 뚝 떨어졌지 뭐야. “으앙, 내 호떡!” 세모는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어 댔어. “자, 내 거 먹어!” 나는 내 호떡을 세모에게 내밀었어. 나도 엄청 먹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왜 세모를 데리고 심부름한다고 했을까? 콩나물을 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열 번도 넘게 후회했어. “네모야, 세모야!” 아파트 앞까지 왔을 때 엄마가 우리를 불렀어. 나는 엄마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엄마, 으앙 세모가.” “왜 그래, 네모야! 세모가 뭐?” “아니에요, 아무것도.” 나는 눈물을 닦고 시장바구니를 엄마에게 내밀었어. “우리 네모, 심부름 정말 잘하는구나. 진짜 최고!” 나는 뭐든지 척척 잘하는 일곱 살이야. 일곱 살이면 말이지, 옷 입기, 신발 정리, 장난감 정리, 젓가락질, 동생을 데리고 심부름하는 것도 문제없다고! 그래서 나는 요즘 엄청 바빠.
나는 울트라 척척맨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나는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줄 모르는 아이였어. “엄마가 해 주세요. 나 못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엄마가 못 이기는 척 다 해 주었어. 며칠 전에도 마찬가지였어. “엄마, 변신 로봇 어디 있어요? 밥 다 먹으면, 찾아 주세요!” 그런데 엄마가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말하는 거야. “지오야, 이제 너도 우리 집안의 비밀을 알 때가 된 거 같아.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엄마가 무슨 말을 할까? 나는 너무 궁금해서 침을 꿀꺽 삼켰어. “사실 우리 가족은 모두 울트라 척척맨이란다.” “울트라 척척맨이요?” “쉿, 조용히 해!” 엄마는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주위를 둘러보았어. 그러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지. “울트라 척척맨은 어떤 일도 척척 해내는 슈퍼 영웅이야. 영웅 중의 영웅이지.” 나는 엄마가 농담하는 줄 알았어. “하지만 영웅이 되려면 어려운 훈련을 통과해야만 해.” “어떤 훈련인데요?” “영웅이 되려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해내야 해. 엄마나 아빠에게 부탁해서도 안 돼.” 엄마의 진지한 얼굴을 보니 농담이 아니었어. 갑자기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 “나, 뭐든 할 수 있어요. 울트라 척척맨이 되고 싶어요!” “좋아, 그러면 장난감부터 정리해 볼까?” “네, 네, 네!” 나는 여기저기 어질러진 장난감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로봇은 여기, 자동차는 저기에 넣고.”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장난감 정리를 끝냈어. “후유. 장난감 정리 다 했어요, 엄마!” 다음 날 아침, 엄마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어. “엄마, 내가 할게요.” 나는 화분에 물을 주었지. 물을 조금 흘리기는 했지만 금세 끝냈어. “혼자 하는 거 어렵지 않네.” 이대로라면 금방 울트라 척척맨이 될 것 같았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쉬워 보였는데 왜 이렇게 어렵지?’ 나는 젓가락질을 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어. 반찬을 여기저기 흘리기만 하고 제대로 집을 수가 없었지. “엄마가 도와줄까?” “아니요, 혼자 해 볼게요!” 나는 크게 소리쳤어. “나와라, 울트라 척척 파워!” 그랬더니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았어. 나는 집중해서 차근차근 젓가락질을 했어. “우아, 아까보다 훨씬 쉽네. 나 진짜 울트라 척척맨이 될 거 같아!” 젓가락질에 성공한 나는 양치질에도 도전했지. 하지만 매일 엄마가 해 줬던 일이잖아. 혼자 하려니까 생각보다 잘되지 않았어. 치약 뚜껑을 여는 것도, 치약을 짜는 것도, 칫솔질을 하는 것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어. 그냥 엄마를 부를까? 아냐아냐. 지금까지 힘들게 훈련했는데 다 망칠 수는 없잖아. “나와라, 울트라 척척 파워!” 나는 크게 소리치고 다시 한번 양치질을 해 보기로 했어. 치약 뚜껑을 열고, 칫솔 위에 치약을 꾹 짜서 칫솔질을 했어. “후유, 다 했다! 내가 닦으니 이가 더 반짝반짝하네.” 나는 정말 신이 났어. “엄마, 내가 혼자 장난감 정리도 하고, 화분에 물도 주고, 젓가락질도 하고, 이도 닦았어요!” “우리 지오, 정말 대단해. 힘든 훈련을 했으니까 우유 한 잔 마실래? 어머나, 그런데 우유가 다 떨어졌네.” “그럼 내가 우유 사 올게요.” “정말 할 수 있겠니?” “그럼요! 내가 마실 거잖아요.”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우유를 사러 나갔어. 그런데 이를 어쩌지? 막상 혼자 가려니까 마트로 가는 길이 생각나지 않는 거야. ‘어느 쪽으로 가더라?’ 가슴은 또 왜 이렇게 뛰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나는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지. ‘나와라, 울트라 척척 파워!’ 그랬더니 갑자기 마트로 가는 길이 생각났지 뭐야?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아주 커다란 장난감 로봇이 보였어. “이거 변신 로봇이잖아. 우아, 날개도 달려 있어!” 나는 장난감 로봇을 보느라 왜 마트에 왔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어. 그때 누군가 나를 탁 치고 지나갔어. “앗, 미안.”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 “아, 맞다! 뭘 사러 왔는데. 그게 뭐였더라?” “그래, 생각났어. 우유! 어휴, 큰일 날 뻔했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마침내 우유를 찾았어. ‘어, 그런데 무슨 우유가 이렇게 많지?’ 나는 잠깐 머뭇거렸어. 하지만 자신 있게 우유 하나를 딱 골랐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유는 이거야!” 나는 돈을 내고 거스름돈도 받았어. “엄마, 나 혼자서 우유 사 왔어요!” 엄마를 보며 어깨를 으쓱으쓱. 어머, 우리 지오가 드디어 어려운 훈련을 다 해냈구나. 이제 지오도 울트라 척척맨이 된 거야. 앞으로도 스스로 척척 잘할 수 있겠지? 엄마는 나를 꼭 안아 주고는 선물을 주었어. 그건 바로 울트라 척척맨 망토였어! 나는 더 멋진 울트라 척척맨이 되기 위해 지금도 매일 훈련을 하고 있어. 가끔은 엄마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말이야. 너희도 울트라 척척맨이 되는 훈련을 해 볼래?
우리 반 창피왕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내가 왕이다!” “아니야! 내가 왕이야!” 친구들이 왕 놀이를 하는데 드르륵 문이 열렸어.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의 손에는 방귀쟁이 며느리 책이 들려 있었지. “방귀쟁이 며느리?” “얘들아,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 들어 볼래?” 선생님이 방귀를 참던 며느리가 얼굴이 노래졌다는 부분을 읽는데, 갑자기 배 속이 꾸르륵거렸어. 뽀옹. 이를 어쩌지? 나도 모르게 그만 방귀가 나오고 말았어. “무슨 소리지?” “누가 방귀를 뀐 거야? 너야?” “나 아니야, 송희 쪽에서 소리가 났는데?” 영민이가 내 엉덩이를 가리키며 말했어. 아닌 척 가만히 있는데 얼굴이 화끈거렸어. “얘들아, 책은 이따가 읽고, 우리 창피왕을 한번 뽑아 볼까?” 선생님이 나에게 살짝 윙크했어. “창피왕이라고요?” 친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어. “그래! 창피왕에게는 선물을 줄 거야.” 선생님이 교탁 아래에서 커다란 선물 상자를 꺼냈어. “그럼, 선생님부터 도전! 아침에 학교로 신나게 걸어오는데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는 거야. 그걸 보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쾅 부딪치고 말았어. 너무 창피해서 아픈 줄도 몰랐단다.” 선생님 이야기에 친구들은 까르륵까르륵 웃음을 터뜨렸어. “창피왕은 바로 선생님이지? 이 선물은 선생님이 가져갈게.” 선생님이 선물 상자를 슬며시 끌어당기자, 친구들이 앞다퉈 손을 번쩍 들었어. “선생님, 저요, 저요!” “아니야, 내가 먼저 손 들었어! 선생님, 저요!” 먼저 수지가 말했어. “아침에 학교에 도착해서 신발을 벗었는데 양말에 구멍이 뚫려 있지 뭐예요. 누가 볼까 봐 창피해서 후다닥 실내화로 갈아 신었어요.” 수지가 발을 번쩍 들어 올렸어. 정말 엄지발가락이 양말 구멍 밖으로 툭 삐져나와 있었어. 수지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는 연호가 재빨리 끼어들었어. “양말에 구멍 난 게 어때서 그래? 나는 바지가 쭉 찢어진 적도 있어. 팬티가 다 보였다니까!” 연호의 말에 친구들은 큰 소리로 웃어 댔지. 신영이도 슬쩍 이야기를 꺼냈어. “지난번에 체험 학습을 가다가 버스에서 토했을 때 엄청 창피했어.” 그건 차멀미 때문에 토한 거잖아. 실수한 것도 아닌데 뭐가 창피하냐? 그런 건 내가 겪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영민이가 우쭐대며 말했어. “아, 이건 진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어제 놀이터에서 오줌이 마려운 걸 참고 놀다가 바지에 싸 버렸어.” “하하, 영민이가 창피왕이다!” 친구들이 소리쳤어. 그때 동우가 자랑스럽게 말했어. “아니야, 창피왕은 바로 나야! 나는 자다가 이불에 오줌 싼 적 엄청 많거든.” “선생님, 저도 이야기할 게 있어요.” 손을 들고 일어서는데 배가 또 꾸르륵거렸어. “송희야, 어디 아파? 얼굴이 노래졌어!” 영민이가 이번에는 내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어. 방귀를 참으려고 엉덩이에 힘을 주는 순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귀를 뀌고 말았어. “아까 방귀도 송희가 뀐 거야?” 수지의 말에 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어. “오늘의 창피왕은 바로 송희!” 선생님이 나에게 선물 상자를 주자, 친구들이 내 자리로 우르르 몰려왔어. 선물 상자 안에는 막대 사탕이 가득 담겨 있었어. 막대 사탕 한 개를 입에 쏙 넣자 달콤한 체리 향이 입 안에 가득 퍼졌어. 나는 친구들에게도 막대 사탕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어. “아까워! 내가 창피왕이 될 수 있었는데.” 영민이는 아쉬운 듯 발을 굴렀어. “내일은 꼭 내가 창피왕이 될 거야!” 연호는 막대 사탕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어. 막대 사탕이 내 입 안에서 조금씩 줄어들면서 노랬던 얼굴색도 조금씩 나아졌어. 내일은 누가 창피왕이 될까?
진짜 유령이 되는 방법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꼬마 유령 세로는 유령 학교에 다녀. 진짜 유령이 되려면 유령 학교를 졸업해야 해. 하지만 그건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야 하니까. 세로는 어떻게든 진짜 유령이 되고 싶었어. 마침내 세로에게도 기회가 찾아왔어. 혼자 사는 할아버지의 집에 가게 되었거든. 하지만 세로는 선생님이 이름만 불러도 바들바들 떨 정도로 마음이 약했어. 막상 할아버지의 집에 가려고 하니 쓸데없는 걱정들만 뭉게뭉게 피어났지. “나는 진짜 유령이 되고 싶은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세로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어. 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할아버지의 집으로 갔어. 그러다 놀라지 않으시면? 불을 갑자기 확 꺼 버릴까? 할아버지가 놀라지 않으시면. 아주 큰 소리를 낼까? 소심한 유령으로 살게 될지도 몰라. 난 유령 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거야.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밤이었어. 번개가 번쩍하더니 집 안의 불이 모두 꺼졌어. 세로가 할아버지를 놀래 주려고 불을 끈 거였어. 하지만 할아버지는 흔들의자에 앉아 창밖만 보았어. “허허, 오늘따라 시원하구나.” 할아버지가 놀라지 않자, 세로는 양초처럼 새하얗게 굳어 버렸어. ‘분명히 학교에서 배운 대로 했는데. 내가 실수를 했나?’ 다음 날, 세로는 다시 한번 해 보기로 했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할아버지 옆에서, 뒤에서 불쑥불쑥 나타났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손만 휘휘 젓지 뭐야. “아이고, 집에 파리가 날아다니나?” 세로는 그만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어. ‘이러다가 진짜 유령이 못 되는 건 아니겠지.’ 세로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비명을 꺄아아아 질렀어. 비명 지르는 건 그나마 자신 있었거든. 그런데 이걸 어쩌지? 할아버지가 깜짝 놀라기는커녕 흐뭇하게 웃기만 하는 거야. “옆집 꼬마가 노래를 부르나?” 사실 할아버지는 눈이 침침해서 잘 보지 못했고, 귀가 어두워서 큰 소리도 잘 듣지 못했어. 할아버지 놀래 주기에 실패한 세로는 옷장 안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어. “진짜 유령이 되긴 틀렸어. 나는 왜 이렇게 잘하는 게 없을까?” 세로는 속상해서 엉엉 울었어. 세로가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세로는 옷장 문을 열고 살짝 내다봤어. 아니, 이게 뭐야? 할아버지 집에 도둑이 들었지 뭐야. 도둑들은 살금살금 슬금슬금 집 안을 돌아다니며 할아버지의 회중시계도 덥석, 금목걸이도 덥석덥석! 도둑들은 자루 속에 이것저것 집어넣었지. 세로는 깜짝 놀라 옷장 문을 닫았어. ‘아니지, 내가 왜 놀라? 나는 유령인데. 도둑들이 할아버지 물건을 훔치고 있잖아. 어쩌면 좋지?’ 세로는 옷장 안에서 뱅뱅 돌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그래! 도둑들을 놀라게 해서 쫓아내는 거야!” 세로는 막상 도둑들을 놀래 주려니 덜컥 겁이 났어.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손도 덜덜 떨렸지. “그래도 어떻게든 해 보자. 도둑들이 할아버지 물건을 다 훔쳐 가게 둘 수는 없잖아. 할 수 있어! 나를 믿는 거야!” 바로 그때였어. 도둑들이 빵빵해진 자루를 메고,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뭐야. 세로는 새하얀 얼굴이 더 새하얘질 때까지 온 힘을 다해서 책장을 밀고 또 밀었어. 한 권, 두 권 책들이 조금씩 밀리더니 와르르와르르 책들이 전부 쏟아졌어! 도둑들은 쏟아지는 책들에 놀라 걸음을 멈췄어. “우아! 책장을 쓰러뜨려 본 건 처음인데, 내가 해냈어!” 세로는 얼른 부엌으로 가서 찬장의 접시들을 날려 와장창 깨뜨렸어. 도둑들은 세로가 깨뜨린 접시 소리에 깜짝 놀라 두리번두리번했어. “네가 그런 거야?” “아니야, 네가 그런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여기 우리 말고 대체 누가 있다고?” 마지막으로 세로는 새하얀 얼굴을 부풀려 허둥거리는 도둑들 앞에 불쑥 나타났어. “으악, 유령이다!” 도둑들은 소리를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쳤어. 훔치려던 물건은 내팽개치고 말이야. “우아,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다고!” 꼬마 유령 세로는 이제 뭐든 자신 있는 진짜 유령이 됐어. 도둑들을 놀래 주어서 유령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거든. 세로가 유일한 졸업생이었지. “어떻게 진짜 유령이 된 거야?” 친구들이 세로에게 물었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봐. 그럼 못 할 게 없어!” 세로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지.
커져라! 짜증 방망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쳇, 내 방망이는 왜 이렇게 작은 거야?” 꼬마 도깨비 툴툴이는 친구들이 놀려 대서 정말 속상했어요. 키도 작은 데다가 방망이까지 작아서 더 놀림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혹시 방망이를 키우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 궁금한 건 꼭 책을 찾아봐야 하는 툴툴이는 냉큼 도서관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딱 맞는 책 한 권을 찾아냈어요. 방망이가 쑥쑥 커지는 짜증 방망이 만드는 법!을요. “하하, 바로 이거야! 짜증 방망이를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짜증 방망이 만드는 법 1. 방망이에 두꺼비 오줌을 묻히고, 달밤에 잘 말린다. 2. 방망이를 깨끗한 물로 씻어 낸 뒤, 해바라기씨 기름을 바른다. 3. 방망이가 아이들 머리 위에 있는 짜증 구름을 먹으면 쑥쑥 커져서 짜증 방망이가 된다. 툴툴이는 책에 적힌 대로 정성껏 방망이를 만들었어요. 그때 어디선가 ‘이히히’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두리번거리던 툴툴이는 방망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방망이에 실쭉샐쭉 입이 생겨났지 뭐예요! “아이, 간지러워! 툴툴아, 나 배고파. 빨리 짜증 구름 먹으러 가자!” 방망이는 입을 앞으로 쭉 내밀며 무엇이든지 먹어 치울 것처럼 말했어요. 툴툴이는 마을로 내려와 여기저기 둘러보았어요. “저기 있다, 짜증 구름!” 방망이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방망이가 가리킨 곳을 보니 한 아이의 머리 위로 짜증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엄마, 찬이가 내 로봇을 망가뜨렸어!” “그러게 좀 잘 두지 그랬니? 동생은 아기라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네가 형이니까 참아.” “쳇, 엄마는 매일 찬이 편만 들어.” 동이의 머리 위에 짜증 구름이 더 많아졌어요. “툴툴아, 빨리빨리!” 짜증 구름을 본 방망이는 툴툴이를 잡아끌었어요. 툴툴이와 방망이는 어느새 동이네 집 안에 들어와 있었어요. “나 그림 그릴 거야. 방해하지 마.” 동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스케치북을 펼치고, 가장 좋아하는 공룡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때였어요. “툴툴아, 바로 지금이야!” 방망이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툴툴이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동이의 머리 위로 방망이를 가져갔지만, 짜증 구름은 어느새 사라진 뒤였어요. 짜증 구름을 하나도 먹지 못한 방망이는 배가 몹시 고팠어요. “툴툴아, 나 배고파. 정말정말 배고프단 말이야.” 방망이는 툴툴이에게 짜증 구름을 달라고 계속 졸랐어요. 그때. “엄마, 나 치과 가기 싫어! 무섭단 말이야.” “오늘만 가면 치료 끝나니까 조금만 참아.”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어요. 아이의 머리 위에서 짜증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툴툴이는 신이 나서 재빨리 아이 뒤로 다가갔어요. 그런데. “수민아, 이리 와. 엄마가 안아 줄게.” 수민이 엄마가 울먹이는 수민이를 꼭 안고 달래 주었어요. 그러자 수민이 머리 위에 있던 짜증 구름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어요. “엄마 따라 숨을 천천히, 크게 쉬어 볼까?” 수민이는 엄마를 따라 천천히, 크게 숨을 쉬었어요. 짜증 구름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곧 사라지고 말았어요. “뭐야, 또 놓쳐 버렸잖아!” “짜증 구름이 자꾸 사라지는 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방망이는 툴툴대면 툴툴댈수록 입이 점점 작아졌어요. 툴툴이도 짜증이 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저 멀리 여러 아이들 머리 위로 짜증 구름이 보였어요. “저기 짜증 구름이 엄청 많다! 이번엔 틀림없어!” 툴툴이는 헐레벌떡 달려갔어요. 그런데. “미세 먼지 때문에 밖에서 놀지도 못했어.” “우리 트램펄린 타고 놀까?” 아이들은 실내 놀이터에서 신나게 트램펄린을 타고 놀았어요. 그러자 짜증 구름은 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어요. “하루 동안 짜증 구름을 먹지 못하면 내 입은 사라져 버린다고!” 방망이는 작아진 입으로 계속 투덜거렸어요. “너, 이제 그만해! 나도 짜증 난단 말이야!” 툴툴이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툴툴아, 내 입이 이상해!” 방망이는 입이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사라지고 말았어요. 툴툴이는 속상하고 화도 났어요. “짜증 방망이도 못 만들고, 하루 종일 방망이 잔소리만 듣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힘들기만 했어. 어휴, 짜증 나!” 계속 짜증을 내다보니 툴툴이는 배가 살살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렸어요. “그래, 나도 아이들처럼 해 볼까?” 툴툴이는 크게 숨을 쉬고, 벽에 쓱쓱 그림도 그리고, 펄쩍펄쩍 트램펄린도 신나게 탔어요. 그러자 짜증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어요. 그때, 툴툴이 엄마가 툴툴이를 찾아왔어요. “툴툴아, 어디 갔었어? 엄마가 한참 찾았잖아.” 엄마는 툴툴이를 꼭 안아 주었어요. 그러자 툴툴이의 마음이 순식간에 편안해지고, 짜증 나던 마음은 사라져 버렸어요. 툴툴이와 친구들은 펄쩍펄쩍, 팔짝팔짝! 밤늦게까지 신나게 놀았어요.
유리의 진짜 속마음은?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오늘도 엄마는 이삿짐을 정리하느라 바빴어요. 몇 밤만 더 자면 이사를 가거든요. “유리야, 조금만 기다려. 배고프지?” “괜찮아요, 엄마. 천천히 하세요.” 유리는 이사 가는 날만 기다렸어요. 자기 방이 생기는 데다가 새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지요. 엄마가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말했어요. “유리야, 이 고양이 간식을 혜원이에게 주고 와.” “고양이 간식은 매일매일 내가 줄 건데요.” “이사 가면 너무 멀어서 오기 힘들어.” “아니에요! 나는 매일 올 거예요.” “멀어서 오기 힘들다니까.” “그럼, 혜원이는요? 혜원이도 매일 못 봐요?” 혜원이는 유리와 가장 친한 친구예요. “혜원이는 가끔 놀러 와서 보면 되잖아.” 유리는 갑자기 이사 가는 게 싫어졌어요. “나는 이사 안 갈래요!” 갑자기 왜 그래? 너, 이사 가고 싶어 했잖아. “아니요, 이사 가기 싫어졌어요.” 유리의 마음이 오락가락했어요. 유리는 자기 방이 생기고, 새 친구들과 만날 생각을 하면 빨리 이사 가고 싶었지만, 혜원이와 자주 만나지 못할 걸 생각하면 이사 가고 싶지 않았어요. 유리는 어제도 오늘도 유치원에서 혜원이를 봤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화난 듯한 유리의 모습에 엄마가 “왜 그래?” 하고 물었지만 “몰라!” 하고 대답할 뿐이었지요. 보다 못한 엄마가 말했어요. “유리야! 집에서 짜증만 내지 말고 이거 혜원이네 가서 주고 와. 유리는 투덜대며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요. “아야, 아파라.” “유리야, 괜찮아?” 골목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오며 말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 고양이는 유리가 간식을 챙겨 주던 길고양이였어요. 유리가 ‘흰 양말’이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였지요. “흰 양말아, 너 말을 할 수 있구나!” “내 이름은 안토니오야. 흰 양말이 아니라고. 그리고 유리, 너에게만 알려 주는 건데, 나는 바이올린 연주하는 걸 좋아해.” “거짓말하지 마. 고양이가 어떻게 연주를 해?” “진짜야, 내가 연주를 들려주면 믿을 거니?” “난 지금 연주를 들을 기분이 아니야.” “왜? 무슨 일 있어? 기분이 안 좋아?” “몰라.” “모른다고? 왜?” “몰라, 몰라! 나도 내 기분을 잘 모르겠어!” “음악을 들으면 지금 네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난 음악 듣고 싶지 않대도!” “그래도 한번 들어 봐.” 안토니오는 음악을 한 곡 연주했어요. 막상 음악을 들으니, 유리는 혜원이와 하얀 솜사탕을 먹던 때와 그네를 타며 즐겁게 놀던 때가 생각났어요. 또 이사를 가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날 생각도 하니 신이 났어요. “어때?” 안토니오는 연주를 끝내고 물었어요. “신나!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그래? 이번엔 이 음악을 들어 볼래?” 음악을 들으니, 유리는 동생이 과자를 빼앗아 먹었을 때와 아빠가 놀아 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가 생각났어요. 게다가 이사를 가면 혜원이가 다른 친구들과 더 친해져서 유리가 만들어 준 구슬 팔찌를 다른 친구에게 줘 버릴 것 같았어요. 그 생각을 하니 유리는 점점 화가 났어요. “이 음악을 들으니까, 화가 나!” “또 다른 음악은 없어?” 안토니오는 씩 웃더니 한 곡 더 연주했어요. 이번에는 자기 전에 엄마 아빠가 안아 줄 때가 떠올랐어요. 안토니오를 껴안고 얼굴을 비빌 때도 이런 기분이었어요. “어때?” “마음이 편안해.” “그런데 그 가방은 뭐야?” 안토니오가 물었어요. “아차, 이거 네가 먹을 간식인데. 나는 이제 여기에 매일 올 수 없거든. 혜원이한테 네 간식을 챙겨 주라고 부탁하러 가는 길이었어.” 유리는 다시 마음이 답답해졌어요. 유리는 외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속상해하는 엄마를 봤을 때도, 강아지 시루가 아팠을 때도 지금 같은 기분이었어요. “안토니오, 이제야 내 마음을 알았어! 나는 혜원이를 자주 못 만날까 봐 슬픈 거야.” 안토니오는 유리를 토닥이며 달래 주었어요. “유리가 혜원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사를 가면 혜원이도 슬플 거야. 네 마음을 혜원이에게 말해 보는 건 어때?” 초인종을 누르자 혜원이가 나왔어요. 유리는 혜원이에게 말했어요. “혜원아, 나 내일모레 이사 가. 어제도 유치원에서 말하려고 했는데 못 했어.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유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어요.
거짓말 전시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미술 학원에 선생님이 새로 오셨어. 나는 선생님이 처음 온 날부터 선생님이 정말 좋았어. 선생님은 얼굴도 예쁘고 목소리도 예뻐. 전에는 미술 학원에 다니기 싫었는데 이젠 안 그래. 매일매일 미술 학원에 가고 싶어. 그림을 100장 그려 오라고 해도 그릴 수 있어. “서진아, 호랑이를 정말 잘 그렸구나!” 뭐야? 선생님이 서진이를 칭찬하잖아? 게다가 선생님이 서진이 머리도 쓰다듬었어. 내가 그린 그림에는 눈길도 안 주고 말이야. 공룡은 내가 서진이보다 잘 그리는데. 내가 아무리 큰 소리로 공룡 흉내를 내도 선생님은 서진이 그림만 보고 나는 바라보지도 않아. 후유, 집에 빨리 가고 싶어. “오늘 다 그리지 못한 그림은 집에 가서 완성해 오세요.” 선생님 말씀이 끝날 때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어. 나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어. “지훈아, 기대할게. 마무리 잘해 오렴.” 야호! 드디어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어! 선생님이 내 그림을 기대한다잖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야. 집에 오니까 누나가 공룡을 그리고 있었어. 나는 누나의 공룡 그림이 너무 탐났어. 그 그림이라면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을 것 같았지. 나는 스케치북에 공룡을 그리다 마음에 들지 않아 찢고 다시 그리고, 찢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어. “야, 그만 그려. 종이가 아깝다.” 누나는 나를 약 올리면서 나가 버렸어. 나는 누나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나가 그린 그림을 가방에 몰래 넣었어. 나는 내 방에 가방을 잽싸게 놓고 나왔어. 잠시 뒤, 누나가 자기 방에서 나오며 말했어. “엄마, 내 그림 못 봤어요? 숙제라 가져가야 하는데 그림이 없어졌어요.” “잘 찾아봐, 집에 있던 그림이 어디 갔겠니?” “지훈아, 네가 숨긴 거 아니야?” “아냐, 난 몰라!”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누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다음 날,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미술 학원에 갔어. “여러분, 그림 다 완성해 왔죠?”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서 누나 그림을 내지 못했어. 그런데 내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선생님이 누나 그림을 손에 들고 있지 않겠어? “지훈아, 이렇게 멋지게 그려 왔는데 왜 안 냈니?” 친구들이 우르르 선생님 옆으로 모여들었어. “어? 이거 지난번에 그리던 그림이랑 다르네?” “집에 가서 내가 다시 그린 거야.” 나는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울적했어. 집에 오자마자 내 방에 있는 뾰족성 뒤로 숨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뾰족성 한쪽에 문이 생겨 있었어.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봤더니. 으리으리한 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 “거짓말 전시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화가들이 거짓말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해설가가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었어. 나도 그림 해설가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었어. 이상하게 가슴이 찌릿찌릿, 따끔따끔했어. 어리석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이 그림을 자세히 보세요. 양 떼 속에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숨어 있어요.” “이 방에는 최고의 거짓말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그림 앞으로 우르르 모여들었어. 나도 까치발을 하고 기웃거리다가 깜짝 놀랐어. “남의 그림을 훔쳐서 자기 그림이라고 거짓말한 그림이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못 된 거짓말쟁이로군!”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크게 혼쭐이 나야 해!” 관람객들은 웅성거리며 그림 앞에서 손가락질을 했어. 그러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 모두 나를 바라보는 거야.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 한참을 도망쳐서 도착한 곳은 내 방이었어.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빛이 자꾸 생각났어. 커다란 바위가 가슴을 누르는 것만 같았지. 누나한테 내가 가져갔다고 사실대로 말해야겠지? 미술 학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말이야.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 “엄마, 그제 잃어버린 그림을 다시 그리느라 잠을 잘 못 잤어요.” 누나 얼굴을 보니까 엄청 피곤해 보였어.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거짓말한 게 미안해서 누나랑 눈도 마주치지 못했어. 누나가 학교에 간 뒤, 나는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 “엄마, 사실은요. 내가 거짓말을 했어요. 내가 어제 누나 그림을 몰래 미술 학원에 가져갔어요.” 엄마에게 혼날 줄 알았는데 엄마는 나를 꼭 안아 주었어. “지훈아, 엄마한테 정직하게 말해 줘서 고마워. 누나에게도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겠니?”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어. “엄마, 이번에는 진짜 내가 그린 그림이에요.” 미술 학원의 그림 전시회에 가자마자 엄마에게 말했어. “지훈이가 그린 그림 저기 있다!” 누나는 내 그림 앞으로 달려갔어. 선생님이 내 그림 앞에서 엄마와 누나를 반겨 주었어. “지훈아, 공룡이 그림 밖으로 나올 것 같아.” “헤헤, 선생님은 제가 지켜 드릴게요!” 선생님이 나를 보고 싱긋 웃었어. 나도 웃으며 엄지를 척 들었어.
싫어 싫어, 좋아 좋아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구두장이 요정 왼발이와 오른발이는 둘도 없는 단짝이야. 그런데 둘의 성격은 정반대였어. 왼발이는 무엇을 하든지 “아니.”, “싫어.”, “못 해!”라고 했어. 그런데 오른발이는 무엇을 하든지 “괜찮아.”, “좋아.”, “할 수 있어!”라고 했지. 둘은 정말 달랐지만, 사이는 아주 좋았어. 어느 날, 왼발이와 오른발이가 숲속 작은 마을에 가게 되었어. “배고파서 더는 못 걷겠어!” 왼발이가 주저앉자, 오른발이는 마음이 급해져서 두리번거렸지. 그때였어. “찾았다, 구둣방!” 왼발이는 벌떡 일어나 구둣방 쪽으로 달려갔어. 구둣방은 아주 낡고 허름해 보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지. 구두장이 요정은 구둣방에서만 빵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 왼발이와 오른발이는 구둣방에 들어가자마자 접시를 찾았어. 어떤 구둣방이든 구두장이 요정을 위한 접시가 준비되어 있거든. 하지만 왼발이와 오른발이가 들어간 구둣방에는 접시도, 빵도 보이지 않았어. “어떡해, 어떡해! 아무것도 없잖아.” 왼발이는 짜증을 내며 발을 동동 굴렀어. “기다려 봐. 분명 어딘가에 빵이 있을 거야. 내가 찾아볼게.” 바로 그때 구둣방 안쪽의 문이 열렸어. “어휴, 영감 먹을 빵도 부족하면서.” “나는 조금만 먹어도 괜찮아요.” 흰머리에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가 갓 구운 빵이 담긴 접시를 들고나온 거야. “혹시 알아요? 구두장이 요정들이 배고파서 들를지도 모르잖소. 허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탁자 위에 빵이 담긴 접시를 놓고 다시 구둣방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갔어. 왼발이와 오른발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따뜻한 빵을 먹어 치웠어. “우아,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이야.” “빵도 먹었으니까, 최고로 멋진 구두를 만들어 볼까?” “그래, 좋았어!” 오랜만에 왼발이와 오른발이의 마음이 딱 맞았지. “오른발이, 네가 가죽을 잡아. 내가 가위질을 할게.” 배불러서 기분이 좋아진 왼발이가 무거운 가위를 들었어. “자, 간다! 어, 어, 어?”하지만 가위질에 서툰 왼발이는 손에서 가위를 놓치고 말았어. “어떡해, 어떡해? 가죽이 댕강 잘렸잖아. 몰라 몰라.” 하마터면 왼발이가 울음을 터뜨릴 뻔했지. 하지만 오른발이는 미소 지으며 말했어. “괜찮아, 가죽 조각을 이어 붙이면 아주 재미있는 구두가 될 것 같은데?” “그, 그래?” 둘은 함께 가죽 조각을 이어 붙여 하나의 구두를 완성했어. “이번에는 풀칠부터 해야지.” 기분이 나아진 왼발이가 풀을 짜려고 하다가 그만 풀 통 위에 주저앉고 말았어. “엄마야, 풀 바다가 됐어! 으앙, 몰라 몰라. 어떡해!” 풀이 탁자 위에 잔뜩 쏟아졌어. 그때 오른발이가 얼른 나섰지. “괜찮아, 이렇게 두 손에 풀을 많이 묻혀서 밑창에 쓱쓱 바르면 되지.” 둘이 함께 풀을 바른 덕분에 구두 밑창을 금세 붙일 수 있었어. “이건 내가 할게.” 왼발이는 얼른 붓을 들었어. 구두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 오른발이는 기다란 걸레로 탁자 위에 남은 풀을 닦고 있었어. 그러다가 엉덩이로 왼발이의 붓을 툭 치고 말았어. 왼발이의 붓은 구두 위에서 쭉쭉 미끄러졌지. “으앙, 몰라 몰라. 어떡해! 내 그림 다 망쳐 버렸어.” 왼발이는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어. 그때 깜짝 놀란 오른발이가 눈을 크게 떴어. “어? 잠깐만.” 왼발이가 울음을 뚝 멈췄어. “자, 이것 봐! 여기를 이렇게 이어서 그리면 예쁠 거야.” 오른발이는 붓을 들고 왼발이가 그리다 망친 부분을 예쁜 무늬로 만들었어. “우아, 정말 근사한 구두가 됐어!” 왼발이는 기분이 좋아졌어. 왼발이와 오른발이는 밤새 구두를 만들었어. 잘못 자른 가죽 조각과 망가진 장난감 자동차의 바퀴로 아주 멋진 구두를 만들었지. 왼발이와 오른발이는 너무 피곤해서 깊이깊이 잠들었어. “이 구두는 내가 사야지.” “안 돼요! 그거 내가 살래요.” 구두장이 요정들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어. 진열장에 올려놓은 구두를 사려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온 모양이야. 특히 바퀴 달린 구두는 아이들마다 엄마 아빠에게 사 달라고 난리가 났지. 구두장이 요정들이 만든 구두는 순식간에 다 팔렸어. 그날 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빵과 쿠키를 푸짐하게 차려 놓았어. 왼발이와 오른발이는 신나게 먹었지. “어휴, 너무 배부르잖아. 에이, 기분 나빠.” “그래? 난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하고, 배불러서 기분이 아주 좋은걸.” 정말 확실한 건 둘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거야.
나도 할 말 있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유진이는 착한 아이야. 정말 착한 아이야.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받아도 유진이는 투정하지 않아. “언니 옷도 잘 입네, 우리 유진이 예쁘다.” 하고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든. 그러면 새 옷 입고 싶은 마음도, 속상한 마음도 꾹꾹 참게 돼. 동생이 퍼즐을 망가뜨려도 유진이는 화내지 않아. “역시 누나라서 의젓하구나.” 하고 아빠가 어깨를 두드려 주거든. 그러면 화가 나도 한숨 한번 크게 쉬고 꾹 참는 거지. 유진이는 친구들이 어질러 놓은 책도 혼자서 정리해. “고마워, 유진아. 너밖에 없어.” 하고 친구들이 웃으면서 말하거든. ‘어질러 놓은 사람이 치워.’ 하고 말하고 싶지만, 친구들이 싫어할까 봐 또 꾹 참아. 이렇게 착한 유진이도 욱이를 보면 화가 난대. 장난꾸러기 욱이는 특히 유진이를 못살게 굴거든. 하루는 욱이가 유진이 등에 이상한 쪽지를 붙이고, 반 친구들과 신나게 놀려 댔어. 유진이는 등에 붙은 쪽지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새빨개졌지. 당장이라도 엄마에게 이르고 싶었어. ‘우리 반 욱이가 자꾸 괴롭혀요.’ 그런데 바쁜 엄마를 보면 말을 못 꺼내겠어. 그래서 또 꾹 참고 그냥 넘어갔어. 어느 날 욱이가 유진이의 필통에 제멋대로 낙서를 했지 뭐야. 이번만큼은 유진이도 참을 수가 없었어. 엄마 아빠가 생일 선물로 사준 유진이의 보물 1호였거든. “처음으로 나한테 생긴 새 필통인데 너 때문에.” “뭐? 나 때문이라고? 내가 뭘 어쨌는데! 그깟 필통 쓱쓱 닦으면 되지, 뭐 부서지기라도 했냐?” 욱이의 말에 유진이는 정말정말 화가 났어. 그래서 진짜로 화를 내려고 했는데. 하지만 유진이는 그럴 수 없었어. 큰 소리를 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콩닥, 온몸이 부르르 떨려 오는걸. 그러니 또 꾹 참는 수밖에. 유진이의 마음속에서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가 쳤어. 유진이는 갈라진 담벼락 틈에 대고 소곤소곤 말했어. “욱이 나빠, 정말 미워.” 그래도 기분이 별로 나아지지 않아서 조금 더 큰 소리로 외쳤어. “욱이 진짜 나빠! 너무너무 미워!” 집으로 돌아온 욱이의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어.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또 유진이를 화나게 했어.’ 욱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았어. 며칠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유진이가 마음을 털어놓았던 담벼락 틈에서 민들레가 피었다가 지고는 민들레씨가 맺혔어. 그런데 민들레씨가 바람에 날릴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지 뭐야! 그 소리는 바람을 타고 담벼락을 넘어 교문을 지나 교실 안까지 날아들었어. ‘어머, 저건 내 목소리잖아?’ 유진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욱이를 바라보니, 욱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 어머, 이게 무슨 소리야? 욱이가 또 동네 꼬마들한테 장난쳤니? 선생님 말씀에 교실 안이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어. 유진이와 욱이 얼굴만 새빨개졌지.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유진이의 앞을 가로막았어. 바로 욱이였어. “저, 저기 유진아, 나 미워하지 마. 나는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유진이 앞에 선 욱이가 교실에서보다 더 빨개진 얼굴로 말했어. “그럼 그렇다고 말로 하면 되잖아, 진짜 속상했단 말이야!”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 나자, 유진이의 답답했던 마음이 신기하게도 눈 녹듯이 사라졌어. 유진이는 착한 아이야. 여전히 정말 착한 아이야. 유진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지만 조금 바뀐 것이 있어. 유진이는 더 이상 꾹꾹 참지만은 않아. 마음속에 담아 두는 말보다 마음 밖으로 꺼내는 말이 더 많아졌지. 유진이는 이제 자기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어. 특히 욱이가 심하게 장난칠 때는 이렇게 말해. “욱아, 장난 그만 치고, 그냥 나랑 같이 놀자.” 얼굴이 빨개진 욱이도 유진이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 말하지. “그, 그래. 좋아!” 어? 그런데 저기 담벼락 틈에서 또 민들레씨가 날아오르고 있네?
여기도 저기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없네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아이고, 지겨워. 그만할래.” 목도리를 뜨던 배추는 털실 뭉치를 휙 내던져 버렸어. 그때 창밖에서 아이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 “안 돼!” “그 말만은 안 돼!” “큰일 났다, 큰일 났어!” 배추는 문도 계단도 없는 뾰족탑 맨 꼭대기 방에 갇히고 말았어. 그 방에는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어. 누가 쓴 편지냐고? 그건 바로 ‘여기도 저기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없네, 왕국’의 왕이 직접 쓴 편지였어. 배추야! 지겨워서 오래 걸리는 건 하기 싫지? 지겨워서 힘든 것도 하기 싫지? 탑 안에 있다 보면 진짜 지겨운 게 뭔지 알게 될 거야. 네가 갇히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탑에 갇혔단다.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렴. 혹시 털실 사다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때? 누가 먼저 탈출할지 정말 궁금하군. ‘여기도 저기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없네, 왕국’의 왕 여기도 저기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없네, 왕국에는 뭐든지 “아이고, 지겨워. 그만할래.”라고 말하며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많았어. 풀과 채소들도 끝까지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금방 시들어 버렸다니까.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게 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던 왕은 높디높은 뾰족탑을 여러 개 세웠어. 그러고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을 잡아서 가두어 버렸어. 여기도 저기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없네, 왕국의 왕은 배추를 무조건 탑에 가두기만 한 건 아니야.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렴. 하며 털실 뭉치를 배추가 갇혀 있는 방에 잔뜩 쌓아 놓았으니까. 털실로 긴 사다리를 만들어 탈출하라고 말이야. 하지만 배추가 그렇게 할 리가 없지. 조금 하다 말고 지겨워할 게 뻔했거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탑에 갇힌 아이들이 하나둘씩 탈출했다는 소식이 들렸어. 동쪽 탑에 갇혔던 아이는 구석에 잔뜩 쌓아 놓은 숟가락으로 벽을 파고 또 파서 탈출했어. 그리고 서쪽 탑에 갇혔던 아이는 아래로 자라는 덩굴을 정성껏 키워서, 덩굴을 타고 탑 밖으로 나왔다지 뭐야. 그 소식을 들은 배추도 탑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어. 그래서 털실로 긴 사다리를 만들기 시작했지. 하지만 한 뼘 정도 만들고 나니 눈이 자꾸만 감기고, 두 뼘 정도 만들고 나니 하품이 나오지, 뭐야. 배추는 해가 질 때쯤 잠에서 깼어. 창밖을 내려다보던 배추는 눈물을 뚝뚝 흘렸어. “이렇게 높은데 털실로 긴 사다리를 언제 다 만드냐고?” 바로 그때였어. 탑을 탈출한 아이들이 함께 모여 배추에게 종이비행기를 던졌어. 종이비행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지. ‘그만두고 싶어지면 일부터 백까지 세어 봐. 숫자를 세는 동안만이라도 계속해 봐.’ “하나, 둘, 셋, 넷.” 배추는 입으로 숫자를 세면서 뜨개질을 했어. “구십팔, 구십구, 백.” 이상하게 숫자를 세는 동안은 시간이 빨리 가지 뭐야. 하지만 그것도 딱 하루뿐이었어. 배추는 다시 뜨개질이 지겨워졌어. “누가 라푼첼처럼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주면 좋겠어.” 그때 종이비행기 한 장이 또 날아들었어. 가장 좋아하는 게 뭐니? 그걸 생각하는 동안만이라도 계속해 봐. 배추가 가장 좋아하는 건 노래를 부르는 거였지. 그래서 노래를 부르며 뜨개질을 했더니 좀 할 만했어. 어떤 날은 일부터 백까지 세면서, 또 어떤 날은 노래를 부르며 뜨개질을 했어. 그랬더니 어느새 기다란 털실 사다리가 완성됐지, 뭐야? 배추는 자기가 만든 털실 사다리를 창문 밖으로 내렸어. 그런데 이런! 털실 사다리의 길이가 조금 모자랐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뜨개질을 했는데도 탑에서 탈출할 수 없다니. 배추는 울고 싶었어. 바로 그때였어. “괜찮아, 그냥 내려와. 우리가 도와줄게.” 아이들이 순식간에 탑 아래로 모여들었어. 배추는 조심조심 털실 사다리를 잡고 내려왔어. 길이가 조금 모자랐지만, 아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탑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어 그때 한 아이가 말했어. “좀 부족하면 어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러자 배추가 웃으며 말했어. “맞아! 뜨개질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 높디높은 뾰족탑은 어떻게 됐냐고? 배추와 친구들이 노력한 덕분인지, 끈기 없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더 이상 탑이 필요 없어졌대. 그리고 여기도 저기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없네, 왕국의 이름이 여기도 저기도 끝까지 열심히 하는 왕국으로 바뀌었다지 뭐야.
마음에 쏙 드는 엄마를 원하세요?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다솜아, 왜 엄마 말을 자꾸 안 들어? 그렇게 네 멋대로 하면 나, 네 엄마 안 한다!” 엄마 말을 듣고 집에 막 가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못 참겠어. “쳇, 나도 엄마 딸 안 해!” “그래? 그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엄마도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이쯤이면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를 때가 됐는데.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고 있잖아? 다시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이번에도 내 이름 안 부르면 나 정말로. 그렇다고 진짜 가 버리면 어떡해. ‘난 엄마 없어도 돼!’ 뾰로통해져서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피에로가 다가와 광고지 한 장을 내밀었어. 나는 노란 천막 안으로 들어갔어. 알이 하나뿐인 안경을 쓴 키다리 할머니가 의자에 앉은 채로 나에게 말했어. “내 이름은 베스타 올덴부르크. 손님들에게 딱 맞는 엄마를 골라 준단다. 어떤 엄마를 원하니?” “우리 엄마가 자꾸 나보고 꾸물거린대요. 나를 좀 천천히 기다려 주는 엄마는 없나요?” “아하, 그럼 느긋한 엄마를 소개해 줄게.” 느긋한 엄마는 거북이 엄마였어. 나는 거북이 엄마가 마음에 쏙 들었어. 내가 밥을 느릿느릿 먹어도, 옷을 천천히 갈아입어도, 침대에 누워 꾸물거려도, 혼내기는커녕 웃으면서 기다려 주었지. 그런데 이게 뭐야! 늦장을 부리다 유치원 버스를 놓쳤어. 거북이 엄마 등에 앉아서 느릿느릿 갔더니, 깜깜해지고 나서야 유치원에 도착했어. 우리 엄마는 유치원 버스를 놓치면 차로 얼른 데려다줬는데. 나는 다시 노란 천막으로 갔어. “거북이 엄마는 너무 느려서 안 되겠어요. 다른 엄마로 바꿔 주세요.” “그래? 그럼, 번개처럼 빠른 엄마는 어때?” 번개처럼 빠른 엄마는 박쥐 엄마였어. 박쥐 엄마도 처음에는 마음에 쏙 들었어. 거북이 엄마보다 훨씬 빨랐지. 그리고 내가 늦게까지 잠을 안 자고 텔레비전을 봐도, 한밤중에 노래를 불러도, 나를 혼내기는커녕 같이 놀아 주었지. 그런데 이게 뭐야. 박쥐 엄마는 환한 대낮에는 쿨쿨 잠만 잤어.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소리쳐도 옷장 안의 옷걸이에 매달려 잠만 자잖아. 우리 엄마는 내가 말만 하면 맛있는 음식을 해 줬는데. 나는 또다시 노란 천막으로 갔어. “이게 뭐예요. 박쥐 엄마는 낮에 잠만 자느라 밥도 안 줘요. 다른 엄마로 바꿔 주세요.” “그래? 그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가 좋겠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돼지 엄마였어. 돼지 엄마는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 주었어. 그리고 생각보다 편했어. 왜냐하면 밥알을 아무렇게나 흘려도 아무 말도 안 했거든. 침대 위가 흙투성이가 되어도, 옷이 아무리 더러워져도, 나를 혼내기는커녕 같이 놀아 주고 같이 뒹굴었어. 그런데 이게 뭐야. 여기도 저기도 흙투성이야. 게다가 이상한 냄새도 나. 친구들이 놀릴지도 몰라. 우리 엄마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났는데. 나는 다시 노란 천막으로 갔어. “이게 뭐예요. 돼지 엄마는 너무 더러워요. 거북이 엄마도, 박쥐 엄마도, 돼지 엄마도 나랑은 안 맞아요! 나랑 잘 맞는, 나를 사랑하는 엄마로 바꿔 줘요!” 크게 소리쳤더니 눈물이 핑 돌고 코끝이 찡해졌어. 우리 엄마가 보고 싶어. 꾸물거린다고 혼내면서도 그림책을 읽어 주고, 매일 양치질하라고 잔소리하면서도 내 발을 닦아 주고, 빨리 자라고 소리치면서도 나를 꼭 안아 주는 우리 엄마가 보고 싶어. “다솜아!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데.” 엄마 목소리가 들려 눈을 떠 보니 내 앞에 우리 엄마가 있지 뭐야! “엄마, 보고 싶었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우리 딸!” 그래,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엄마가 최고야!
행복을 뺏으러 왔다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우리는 지구인에게서 행복을 뺏으러 왔다. 지구인이 행복을 뺏기면 바로 약해진다는 아주 좋은 정보를 알아냈다. 지구인이 약해지면 우리가 지구를 정복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지구인들이 꽁꽁 숨겨 놓은 행복을 찾아야 한다. “안녕? 그 공 좀 줄래?” 드디어 지구인 꼬마를 만났다. “너, 내가 무섭지 않냐?” “응, 무섭지 않은데.” “나 궁금한 게 있다. 대답해 주면 공 준다.” “뭔데?” “행복은 어떻게 생겼냐?” “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가 언제 행복한지는 알아.” “언제냐?” “우리 엄마는 예쁜 찻잔을 사면 엄청 행복하대.” “그럼 예쁜 찻잔이 몽땅 사라지면 너희 엄마는 안 행복하냐?” “아마 그럴걸. 아, 커피도 사라져야 해. 우리 엄마는 예쁜 찻잔에 커피를 담아 마실 때, 행복하다고 하거든.” “그럼, 지구에서 예쁜 찻잔과 커피가 사라지면 지구인들은 행복하지 않겠다.” “에이, 그건 아니지. 우리 아빠는 지구가 아니라 우주 전체에서 찻잔이랑 커피가 사라져도 신경도 안 쓸걸.” “너희 아빠는 왜 그런 거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빠는 찻잔이나 커피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지. 대신 아빠는 야구 경기 보는 걸 엄청나게 좋아해. 얼마나 행복한지 막 소리 지르고 뛰기도 한다니까.” “그럼, 세상에서 야구가 사라지면 너희 아빠는 행복하지 않겠다.” “맞아, 우리 아빠는 울지도 몰라. 내 친구 초롱이도 분명히 울 거야. 야구를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울걸.”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으냐?” “물론이지. 야구 경기가 열리면 엄청나게 큰 야구장이 사람들로 꽉 차잖아. 야구가 없어지면 그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하지 않을걸.” “하지만 야구가 사라져도 수호는 별로 상관없을걸.” “왜? ” “왜냐하면 수호는 야구가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니까 !” “좋아하는 거랑 행복한 거랑 같은 거냐?” “좋아하는 걸 해야 행복하니까 비슷한 거지.” “그럼, 지구에서 야구와 축구가 사라지면 지구인들은 행복하지 않겠다.”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후후는 아닐걸.” “왜?” “후후는 야구도 축구도 좋아하지 않으니까.” “대신 후후는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해. 수민이는 언니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하고, 용이는 철봉에 매달리는 걸 좋아하고, 내 동생 민지는 모래놀이 하는 걸 좋아하지.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게 다 달라.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할 때 행복해.” “으악, 지구인들은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그냥 공 가지고 가.” “참, 그러는 너는 언제 행복하냐?” “나? 어휴, 너무 많아서 말하기 쉽지 않은데.” “너무 많다고? 그럼, 오늘은? 오늘도 행복한 적이 있었냐?” “당연히 있었지. 난 오늘 너처럼 특별한 친구를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서 정말 행복했어.” "뭐, 뭐라고? 정말이냐?" “나 이제 가야겠다, 안녕.” “잘 가, 안녕.”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니. 좋다. 기쁘다. 웃음이 난다. 지금 나 행복한 것 같다. 얼른 우리 별로 돌아가서 친구들한테 말해 줘야겠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손을 잡고 춤추고 있는 이 그림은 프레더릭 모건의 '장미꽃 둘레를 돌자'예요. 서로 손을 잡고 춤추는 아이들의 기분이 어떤 것 같은가요? 그림만 보아도 까르르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요. 함께 손을 잡고 노래하며 춤추고 싶은 느낌이 들지요? 프레더릭 모건의 작품에는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화목한 가족의 모습 등 소박한 일상이 담겨 있어요.
딱 보면 알아 고민 상담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여우가 휘파람을 휘휘 불며 ‘딱 보면 알아 고민 상담소’라고 쓰인 간판을 달고 있었어요. “곧 손님들이 몰려오겠지? 히히.” 여기저기 붙어 있는 광고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어떤 고민이든 해결해 드립니다.’ 여우의 생각대로 광고지를 보고 손님들이 찾아왔어요. 첫 번째 손님은 애벌레였어요. 애벌레가 자리에 앉자마자 여우가 먼저 말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딱 보니 알겠어요. 살이 쪄서 고민이군요! 친구들이 뚱뚱하다고 놀리죠?” “그게.” “알아요, 알아. 음식은 뭐든 다 맛있고, 움직이는 건 정말 귀찮지요?” “저.” “자, 오늘부터 잎사귀를 한 장씩만 드세요. 그리고 당장 운동을 시작하세요. 고민 해결! 다음 손님 들어오세요.” 애벌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갔어요. 두 번째 손님은 까마귀였어요. 까마귀가 앉자마자 여우가 또 먼저 나섰어요. 아하, 딱 보니 알겠어요. 까마귀는 부리를 쭉 내밀며 중얼거렸어요. “뭐야? 새들의 왕 뽑기도 안 읽어 봤나?” 까마귀가 나간 뒤 여우는 기분이 좋아서 우쭐우쭐했어요. “나는 정말 훌륭한 고민 상담사야!” 하지만 까마귀가 나간 뒤로 더 이상 손님이 오지 않았어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말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여우는 아랫마을 ‘다 잘 들어 고민 상담소’에 손님들이 줄을 선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도대체 비결이 뭐길래 손님이 그렇게 많은 거야?” 여우는 그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변장을 하고 길을 나섰어요. 소문대로 ‘다 잘 들어 고민 상담소’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어요. 여기저기 살피던 여우는 자신이 상담해 준 애벌레와 까마귀도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뭐야? 내가 고민을 다 해결해 주었는데 왜 또 온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봐야겠어.’ 여우는 상담소 창문 아래에 몰래 숨어서 귀를 기울였어요. “저는 번데기가 되는 게 무서워요. 나비가 되기도 전에 숨이 막혀 죽으면 어떡하죠?” 애벌레는 무서운 나머지 몸을 달달 떨기까지 했어요. 토끼는 애벌레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머나, 정말 무섭겠어요. 하지만 그 시간을 참고 견디면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여기저기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을 거예요. 달콤한 꿀도 먹을 수 있고요. 무서워도 조금만 참는 게 좋겠지요?” 토끼와 고민 상담을 마친 애벌레는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갔어요. 이번에는 까마귀 차례였어요. 까마귀는 몸을 움츠리며 말했어요. “저는 몸이 까만 데다가 목소리도 너무 커서 친구들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까마귀의 말이 끝나자 토끼가 물었어요. “친구들이 싫어한다고요?” 까마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글쎄요, 사실 싫어하는지 직접 물어본 적은 없어요.” “내가 볼 땐 까만 몸도 큰 목소리도 아주 멋진걸요.” “정말요?” “그럼요, 물론이죠.” 까마귀는 토끼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상담소를 나갔어요. 다음은 여우 차례였어요. “내가 왜 왔는지 딱 보면 알겠지요?” “고민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괜찮으니까 편안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그러자 여우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어요. “저는 손님에게 어떤 고민이 있는지 딱 보면 알거든요. 그래서 보자마자 고민을 해결해 주었는데.” 토끼가 갸웃하며 물었어요. “그냥 딱 보면 고민을 안다고요? 어떻게요?” 그 순간 여우의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 아니었나 봐요. 사실은 끝까지 다 안 들어서 손님들의 고민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여우는 고민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어요. “그동안 잘 듣지도 않고 내 말만 해서 손님들이 안 왔나 봐요.” 여우의 말을 들은 토끼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 봐야 상대방의 고민을 알 수 있어요.” 여우도 고개를 끄덕였지요. 상담을 마치고 돌아온 여우는 상담소 간판을 바꿔 달았어요. ‘두 번째로 잘 들어 주는 고민 상담소’라고 말이에요.
피노키오는 왜 귀가 커졌을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피노키오는 원래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 인형이었어요. 피노키오는 고양이와 여우에게 속아 금화를 빼앗기고, 천사에게 거짓말을 해서 코가 길어지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진짜 사람이 되었어요. “아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어린이가 될 거예요!” 피노키오는 옷도 단정하게 입고, 밥도 얌전히 먹고 언제나 고운 말만 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피노키오는 친구들의 작은 실수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요. 하나도 빠짐없이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일렀거든요. 사람들은 그것을 ‘고자질’이라고 말했어요. 오늘도 제페토 할아버지가 헐레벌떡 달려와 보니 역시나 아무 일도 아니었어요. “피노키오야, 친구들의 잘못이나 비밀을 고자질하는 건 옳지 않아.” “왜요? 인형을 망가뜨리고, 과자를 떨어뜨리고, 코를 파는데도 그냥 보고만 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를 살며시 안아 주었어요. “실수는 누구나 한단다.” “그래도요.” 다음 날, 피노키오가 친구들과 공놀이를 할 때였어요. 루시가 금을 밟자, 피노키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또 소리쳤어요. “아빠, 이것 봐요! 루시가 금을 밟았어요!” 그 순간 피노키오의 귀가 좀 이상해졌어요. “피노키오, 네 귀가 커졌어!” “아빠, 루시가 거짓말도 해요!” 바로 그때, 피노키오의 귀가 쑥 하고 커졌어요. 다른 친구들도 피노키오의 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피노키오 귀가 커졌다!” “피노키오 귀가 코끼리 귀만큼 커졌어!” 더 이상한 건 커진 피노키오의 귀에 이상한 말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요. ‘걸핏하면 고자질하더니 쌤통이다!’ “톰, 뭐라고?”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톰의 말에 피노키오는 어리둥절해했어요. 그때였어요. 퍽! 제니가 찬 공이 피노키오의 머리에 맞았어요. “어머, 미안! 괜찮.” 피노키오는 제니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소리쳤어요. “제니가 일부러 제 머리에 공을 맞혔어요!” 그러자 피노키오의 귀가 또 쑥쑥 커졌어요. ‘뭐야!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사과할 틈도 안 주고 고자질을 해?’ 제니는 입도 뻥긋 안 했는데 피노키오의 귀에는 제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피노키오는 제니에게 미안해졌어요. 친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피노키오의 귀에는 여전히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피노키오는 고자질쟁이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쳇, 혼자서 놀아 보라지.’ 이제 아무도 피노키오와 놀아 주지 않았어요. 함께 모여 놀다가도 피노키오가 나타나면 모두 숨어 버렸지요. 피노키오는 정말 외톨이가 되어 버렸어요. 피노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밖으로 나와 보니 키 큰 형이 톰을 괴롭히고 있었어요. “아빠를 부를까? 아니야, 또 고자질했다고 친구들이 싫어할 거야.” 피노키오는 어쩔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어요. “저러다 톰이 맞을 것 같아. 어떡하지?” 그때 그 형이 톰을 향해 주먹을 쳐들었어요. “아, 아, 안 돼!” “아빠! 나쁜 형이 톰을 때리려고 해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피노키오가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외쳤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한걸음에 달려왔고, 톰을 때리려던 형은 부리나케 도망갔어요. “고, 고마워, 피노키오. 너 아니었으면.” 톰은 많이 놀랐는지 울음을 터뜨렸어요. 피노키오도 흑흑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아빠, 또 고자질을 해 버렸어요. 이러다가는 귀가 너무 커져서 날아가 버릴지도 몰라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위험할 때 어른에게 알리는 건 고자질이 아니란다.” “피노키오, 네 귀 좀 봐! 원래대로 돌아왔어!” 톰의 말에 피노키오는 귀를 만져 보았어요. “정말이네! 우아, 신난다!” 다른 친구들도 달려와 피노키오의 귀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어요. “이제 고자질 안 할 거지?” “응, 이제 절대 고자질 안 해.” 피노키오는 이제 거짓말도 고자질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코가 길어지지도, 귀가 커지지도 않지요.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피노키오,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 해. 사실은 내가.” 제니가 비밀을 말해 주자, 피노키오의 입이 근질거렸어요. “톰, 이건 너만 알고 있어. 사실은 제니가 그러는데” 이 일을 어쩌죠? 피노키오의 입이 점점 튀어나오고 있어요!
나는 피터를 이해할 수 있어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노엘은 오늘도 침대에 누워 있어.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자주 아팠거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서 친구도 없었어. “노엘, 오늘은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그러니까 기운 내렴.” 엄마는 늘 활짝 웃으며 말했지만 노엘은 웃지 않았어. 사실 누워만 있는 노엘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건 흔하지 않았어. 노엘에게는 동생이 셋 있었어. 하지만 동생들은 노엘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지. 가끔 방에 들어와서는 소란스럽게 떠들다가 나갈 뿐이었어. ‘누가 나에게 말을 좀 걸어 줬으면.’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는 게 노엘이 하는 일의 전부였어. “노엘, 노엘! 비어트릭스의 편지야!” 노엘은 엄마의 말에 눈을 크게 떴어. 노엘은 엄마의 제자이자 친구인 비어트릭스를 가장 좋아했거든. 비어트릭스의 편지라는 말에 시끄러운 세 동생도 모두 노엘 곁으로 모여들었어. “엄마, 얼른 읽어 주세요.” 오랜만에 노엘이 환하게 웃었어. 편지와 함께 비어트릭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어. 나의 꼬마 친구 노엘, 침대에 누워서 얼마나 심심할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피터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너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길. 너의 영원한 친구 비어트릭스. 옛날옛날에 아기 토끼 네 마리가 살았어.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그리고 피터야. 하루는 엄마 토끼가 말했어. “맥그리거 아저씨네 농장에는 절대로 가면 안 돼. 너희 아빠도 거기에 갔다가 파이가 되고 말았단다.”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은 엄마 말대로 오솔길에서 블랙베리를 따 먹었어. 하지만 개구쟁이 피터는 몰래 맥그리거 아저씨네 농장으로 갔어. 그곳에서 아삭아삭한 상추와 당근을 먹었지. 그런데 맥그리거 아저씨와 딱 마주치고 만 거야. “어머, 어떡해?” “어머나!” 노엘도 동생들도 소리를 질렀어. 맥그리거 아저씨는 피터를 보자마자 갈퀴를 휘두르면서 뛰어왔지. “거기 서라, 요 도둑놈아!” 피터는 도망가다가 새 재킷과 신발을 모두 잃어버렸어. 그리고 농기구 창고로 들어갔어. 그다음에 어디로 뛰어들었는지 아니? 바로 물뿌리개 속이었어! 그런데 하필이면 그 안에 차가운 물이 들어 있지 뭐야? 그때 맥그리거 아저씨가 창고로 들어왔어. “요놈, 어디 있는 거야?” 맥그리거 아저씨가 화분을 하나씩 들춰 보는데 피터가 “에취!” 하고 재채기를 했어. 맥그리거 아저씨가 피터를 막 밟으려는 순간! “으악, 안 돼!” “맥그리거 아저씨, 그러지 말아요!” 노엘과 세 동생은 모두 얼굴을 찡그렸어. 피터는 재빨리 달아났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이야. 그날 저녁 피터는 감기에 걸려 끙끙 앓았단다. 엄마 말을 잘 들은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은 저녁으로 건포도가 든 달콤한 빵과 우유를 먹었어. 오랜만에 엄마가 맛있는 빵을 사 왔거든. 하지만 아픈 피터는 누워서 국화차만 겨우 한 모금 마셨지. 동생들은 얼굴을 찌푸렸어. “아, 불쌍한 피터.” “맛있는 빵을 못 먹다니!” “너무 불쌍해.” 둘째 동생이 말했어. “아픈 피터가 꼭 우리 노엘 오빠 같다.” 엄마와 세 동생은 모두 노엘을 바라보았어. “맞아, 노엘 오빠도 피터처럼 침대에 누워 있어서 답답할 것 같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사람도 없고.” “힘들었겠다.” 그러고는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다음 날, 노엘은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편지를 썼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어트릭스 이모. 피터의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피터도 나처럼 개구쟁이인가 봐요.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을 때 얼마나 속상한지 나는 알거든요. 그래서 피터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어요. 오늘부터 피터는 내 친구예요. 내 친구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당신의 친구, 노엘. 그날 이후 노엘은 피터의 새로운 이야기를 매일매일 기다렸어. 피터 생각에 잠긴 노엘은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조심 방을 걸어 다니기도 했어. ‘피터가 설마 신발과 옷을 찾으려고 맥그리거 아저씨네 농장에 또 가는 건 아니겠지?’ 노엘은 마치 자기가 피터가 된 것만 같았어. 다들 뭐라고 해도 피터가 왜 모험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었지. 그리고 피터가 또 그 무시무시한 농장에 갈 거라는 것도 알 수 있었어. 어느새 노엘은 피터가 되고, 피터는 노엘이 된 거야. 피터의 이야기를 들은 뒤, 세 동생도 많이 달라졌어. “노엘 오빠, 오늘은 기분이 어때?” “이거 내가 아껴 둔 건데 오빠 줄게. 혼자만 먹어.” “형, 혼자만 있기 심심하지? 내가 같이 있어 줄게.” 노엘은 점점 몸이 나아졌고, 비어트릭스의 편지를 기다리느라 정원에 나가 앉아 있기도 했어. 비어트릭스의 편지를 기다리던 어느 날, 갑자기 세 동생이 우르르 정원으로 뛰어나갔어. 비어트릭스가 직접 피터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엘을 찾아온 거야. “노엘 오빠, 비어트릭스 이모가 왔어!” 몸이 많이 좋아진 노엘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비어트릭스에게 달려갔어. “비어트릭스 이모! 어서 오세요. 내 친구 피터도 어서 와!” 노엘은 정말로 행복했어.
버럭 씨 구출 작전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버럭 씨는 성질이 아주 고약했어. 마을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면 버럭 화를 냈어. “상관 말아요.” 아이들이 버럭 씨 집 앞을 지나가면 버럭 소리를 질렀지. “조용히 해!” 버럭 씨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고양이 젤리뿐이었어. 젤리는 하얀색 털이 복슬복슬하고, 코는 마치 복숭아 젤리처럼 분홍색이었지. 젤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한번 보면 누구나 홀딱 반해 버릴 정도였어. “우아, 저렇게 예쁜 고양이는 처음 봐.” 아이들이 대문 밖으로 나온 젤리를 발견했어. 모두들 젤리를 쓰다듬으며 한마디씩 했지.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다.” “털이 진짜 복슬복슬해.” “안아 보고 싶다.” 그때 버럭 씨가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어. “너희 거기서 뭐 해! 누가 함부로 젤리를 만지래?” 아이들은 버럭 씨의 고함 소리에 깜짝 놀랐어. “죄송해요.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버럭 씨는 아이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어. “당장 저리 가지 못해?” ‘집에 들어오지 마시오.’ 다음 날, 버럭 씨네 담장에는 팻말이 하나 늘었어. “버럭 아저씨네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고양이가 예뻐서 쓰다듬은 것뿐인데.” “버럭 아저씨는 정말 너무해.” “흥! 다시는 오지 말자.” 아이들도 버럭 씨에게 화가 났어. 그날 오후 버럭 씨네 대문 밖에서 마을 아주머니가 고양이 간식을 들고 젤리를 불렀어. “아유, 예쁘기도 하지. 이거 먹으렴. 아주 맛있는 거야.” 젤리가 아주머니에게 다가갔어. 그때였어. “우리 젤리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버럭 씨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아주머니에게 소리쳤어.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간식을 준 것뿐이라오.” 버럭 씨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어. “우리 젤리는 그런 거 안 먹어요. 당장 가져가요.” 버럭 씨네 집 담장에 팻말이 또 하나 늘었어. “아휴, 고약하기도 하지.” “정말 너무하네.” “이제부터 우리도 아는 척하지 맙시다.” “혼자 잘 살아 보라지.” 마을 사람들도 버럭 씨에게 화가 났어. 그러던 어느 날, 버럭 씨가 젤리를 안고 나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어. 젤리를 데리러 정신없이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덜컥 겁이 나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어, 어떻게 내려가지?” 마을 사람들은 버럭 씨를 보고 소리쳤어. “버럭 씨, 위험해요. 얼른 내려오세요!” 하지만 버럭 씨는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싫었어. “상관 말아요!” 누군가 팻말을 가리키며 말했어. “남의 일에 상관 말라잖아요.” “들어오지도 못 하게 하잖아요.” “맞아요, 우리 도움은 필요 없을 거예요.” 그때 한 아이가 소리쳤어. “저것 보세요, 버럭 아저씨가 떨고 있어요.” 마을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어. “그냥 내버려 두면 큰일 나요.” “맞아요, 사다리를 놓아 줍시다.” “사다리가 있어도 높은 곳에서는 혼자 못 내려올 수도 있어요.” “맞아요, 나도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저렇게 식은땀을 흘린다고요.” “그러면 어쩌지요?” “누군가 올라가서 버럭 씨를 데리고 내려와야 해요.” “그래요!” 마을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어. 사람들은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버럭 씨가 있는 높이까지 탑을 쌓았어. 버럭 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쩔 줄 몰라 했어. “버럭 씨 조금만 참아요. 우리가 구해 줄게요.” 얼굴이 빨개진 버럭 씨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어. “미, 미안. 미안합니다.” 맨 마지막에 올라간 사람이 버럭 씨에게 다시 물었어. “뭐라고요?” “미, 미안하다고요. 그리고 고, 고맙습니다.” “괜찮아요, 우리는 이웃이잖아요. 자, 제 손을 잡으세요.” 버럭 씨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밑으로 내려왔어.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밑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같이 응원했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그날 이후, 버럭 씨네 팻말이 바뀌었어. ‘집에 들어와도 됩니다.’, ‘언제든지 오세요.’라고 말이야. 이제 아이들이 버럭 아저씨에게 인사하면 아저씨는 웃으면서 ‘잠깐 쉬었다 가세요.’팻말을 가리켜. 한 아이는 ‘집 앞에서 약간 떠들어도 됩니다.’ 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들어 보이며 말했어. “저는 이 팻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잘난 척 꾀꼬리 도도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어느 날, 농부 아저씨가 황금빛 꾀꼬리 도도를 집에 데려왔어요. "모두 내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홀딱 반해 버릴걸." 도도가 잘난 척하며 노래를 불렀어요. "꾀꼴꾀꼴 꾀꼬르르! 꾀꼴꾀꼴 꾀꼬르르!" "도도 노래 덕분에 힘이 절로 나는구나." "이럴 줄 알았어. 어디를 가나 모두 나를 좋아한단 말이야." 다음 날 새벽이었어요. "꼬끼오, 꼬꼬꼬꼬꼬! 아침이에요, 아저씨. 일어나세요!" 수탉 아리가 목청을 높여 외쳐 대자, 농부 아저씨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어요. "아함, 잘 잤다. 고 녀석, 소리 한번 힘차구나." 하지만 도도는 얼굴을 찌푸렸어요. "어휴, 시끄러워서 못 살겠네!" "아리야! 네 목소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요란해! 너무 시끄러워서 귓속까지 아프단 말이야!" 도도가 비꼬며 말하자, 아리가 입을 딱 다물었어요. "꾀꼴꾀꼴, 꾀꼬르르! 나처럼 아름답게 지저귈 수는 없어?" 아리가 도도를 따라 해 보았어요. "꼬끼, 꼬끼, 꼬끼오오오!" 하지만 아리의 입에서는 꼬끼오 소리만 나왔지요. "하긴 시끄러운 소리만 내는 닭이 아름다운 내 목소리를 따라 할 수는 없겠지." 새벽이 지나고 햇볕이 쨍쨍한 낮이 되었어요. “으르렁 컹컹! 으르렁 컹컹! 아저씨, 모르는 사람이에요!” 커다란 개 망고가 집에 찾아온 손님을 보고 짖어 댔어요. 그 소리를 들은 농부 아저씨는 화들짝 놀라 뛰어나왔지요. "괜찮아, 괜찮아. 내 친구란다. 망고는 집을 참 잘 지키는구나." 하지만 도도는 날개로 머리를 감쌌어요. "으악, 정말 시끄러워서 못 살겠네!" "망고야! 네가 짖으면 망치로 누가 내 머리를 땅땅 때리는 것같이 아파." 도도의 구박에 망고는 입을 다물었어요. "꾀꼴꾀꼴 꾀꼬르르! 나처럼 우아하게 지저귈 수는 없어?" 망고가 도도를 따라 해 보았어요. "으르렁 킁킁, 으르렁 킁킁!" 하지만 망고의 입에서는 으르렁 킁킁 소리만 나왔지요. "하긴 사나운 소리만 내는 개가 우아한 내 목소리를 흉내 낼 수는 없겠지." "꾀꼴꾀꼴 꾀꼬르르, 꾀꼴꾀꼴 꾀꼬르르!" 농부 아저씨는 눈을 감고 도도의 노랫소리를 감상했어요. "도도의 노랫소리는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까?" 농부 아저씨의 말에 도도는 더 우쭐댔어요. "들었지? 아저씨는 내 노랫소리에 홀딱 빠졌다고. 너희 목소리는 너무너무 시끄럽고, 들으면 기분도 안 좋아. 그러니까 앞으로 입도 뻥끗하지 마." "하! 정말 기가 막혀. 잘난 척하기는!" 아리는 화가 나서 볏을 꼿꼿하게 세웠어요. "정말 어이없어, 더는 못 봐 주겠어! 그렇게 잘났으면 너 혼자 다 해! 우리는 조용히 있을 테니까!" 망고도 화가 나서 콧김을 흥흥 내뿜었어요. 다음 날 새벽이었어요. 아리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어요. 하지만 꼬끼오 소리도 내지 않은 채, 통통한 지렁이를 날름날름 잡아먹기만 했지요. "아리야, 농부 아저씨 좀 깨워 줘. 나 배고프단 말이야!" 도도가 배를 움켜쥐며 말했어요. 아리는 못 들은 척 고개를 휙 돌렸지요. 농부 아저씨는 점심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어요. "어이쿠, 아리가 아침에 울지 않아서 늦잠을 잤네. 김매러 가야 하는데." 농부 아저씨는 허겁지겁 밭으로 뛰어갔어요. 도도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깜빡 잊고 말이지요. 결국 도도는 하루 종일 쫄쫄 굶어야 했어요. 그날 밤, 농부 아저씨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살금살금 몰래 들어와서는 이것저것 쓸어 담고 나가려다 도도를 발견했지요. “오! 황금빛 꾀꼬리잖아. 팔면 돈이 좀 되겠는걸.” 도둑과 눈이 딱 마주친 도도는 오들오들 떨었어요. 도둑은 성큼성큼 도도에게 다가가 새장을 집어 들었어요. 하지만 아리와 망고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모르는 척했어요. "꾀꼬리 살려, 꾀꼴! 도둑이야, 도둑!" 도도가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었어요. 잠에서 깬 농부 아저씨는 도도가 노래를 부르는 거라 생각하고 다시 잠이 들었어요. 도둑은 도도가 울거나 말거나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어요. "아리야, 망고야! 제발 아저씨 좀 깨워 줘!" 도도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울부짖었어요. "흥, 우리가 시끄럽기만 하다며?" "맞아, 입도 뻥끗하지 말라고 한 건 너야!" 도도는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정말 미안해. 다시는 잘난 척 안 할게. 제발 아저씨 좀 불러 줘, 부탁이야!” 하지만 아리도, 망고도 내키지 않았어요. “얘들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나 좀 도와줘!” 그제야 아리와 망고가 함께 큰 소리를 냈어요. “꼬끼오, 꼬꼬꼬꼬꼬!” “으르렁 컹컹! 으르렁 컹컹!” 아리와 망고의 크고 힘찬 목소리에 깜짝 놀란 도둑은 쥐고 있던 새장을 놓쳐 버리고 부리나케 도망갔어요.
크니프의 친구 사귀기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크니프는 무엇이든지 큰 악어 친구예요. 눈도 크고, 입도 크고, 키도 크고, 꼬리도 크고 길었지요. 덩치만 큰 게 아니라 힘도 엄청 셌어요. 게다가 다른 악어들보다 특별한 능력도 있었어요. 물속에서 눈을 뜨고 일부터 백까지 셀 수도 있고, 밤에는 눈에서 레이저 광선처럼 노란빛도 났어요. 크고 힘센 크니프는 달리기와 수영도 자신 있었어요. 크니프는 땅에서는 몸을 세워 두 발로 아주 빠르게 달렸어요. 물속에서는 꼬리를 흔들며 미끄러지듯이 헤엄쳤지요. 만약 달리기나 수영 시합을 한다면, 일 등은 바로 크니프일 거예요. 하지만 크니프는 어떠한 시합도 하지 못했어요. 아무도 크니프와 놀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오늘도 크니프는 혼자 있었어요. "아, 심심해. 아무도 나랑 놀아 주지 않아. 난 정말 외톨이야." 그때 어디선가 아주 작고도 작은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누구지? 노래를 참 잘 부른다." 크니프의 큰 목소리에 방울새 속삭이는 깜짝 놀랐어요. “정말 내 노랫소리가 들려? 아무도 못 듣던데. 난 속삭이야. 목소리는 작지만 아는 건 많지!” 둘은 잠시 마주 보았어요. “나는 크니프야. 너는 목소리가 참 예쁘구나. 정말 좋겠다.” “왜? 너는 목소리가 커서 멋있는걸.” “아냐아냐!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아무도 나랑 이야기도 하지 않고, 놀려고 하지도 않아.” 크니프는 뾰족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어요. “친구 사귀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해. 친구를 만나면 먼저 반갑게 인사해 봐!” 속삭이는 싱긋 웃었어요. 크니프는 속삭이의 말을 듣자마자 곧장 친구들에게 달려갔어요. 마침 친구들은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중이었어요. “아, 안녕. 얘들아!” 여기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반가워!” “아이고, 깜짝이야!” 비눗방울 놀이를 하던 친구들은 모두 깜짝 놀라 놀잇감들을 떨어뜨렸어요. 크니프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모두 귀를 막고 달아났지요. 크니프는 축 처진 꼬리를 끌고 터덜터덜 다시 늪으로 돌아왔어요. “어휴, 크니프.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을 땐 그냥 같이 놀자고 말해 봐!” 이번에도 크니프는 속삭이의 말을 듣고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어요. 크니프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지요. “저기 있잖아, 나랑 같이 물놀이하자!” 크니프의 말을 듣고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여기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크니프가 첨벙 뛰어들자마자 물이 커다란 파도처럼 높이 튀었어요. 크니프만 빼고 모두 물살에 휩쓸리고, 휙휙 날아가 버렸지요. “엄마야!” “무서워!” 물놀이는 그렇게 끝이 나고 크니프는 다시 터덜터덜 늪으로 돌아왔어요. “괜찮아, 괜찮아! 친구 사귀는 방법은 또 있어. 친구에게 네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빌려주는 거야.” 크니프는 속삭이가 알려 준 대로 했어요. 이번에도 크니프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내 장난감 빌려줄까?” 여기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으악, 무서워!” 크니프의 장난감을 보고 모두 깜짝 놀라 벌벌 떨며 달아났어요. 크니프는 또다시 터덜터덜 늪으로 돌아왔어요. “이번에는 진짜 잘될 거야. 친구의 눈을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웃어 봐.” 크니프는 또다시 친구들에게 달려가 그대로 해 보았어요.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히히!” 여기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크니프와 눈이 마주친 친구들은 이번에도 깜짝 놀라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어요. “어, 숙제하러 가야 해.” “나는 엄마가 빨리 오래.” “다 소용없어, 내 친구는 없어.” 크니프는 힘이 쭉 빠졌어요.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았지요. 그때 속삭이가 크니프의 귓가에 속삭였어요. “울지 마, 크니프. 정말정말 확실한 방법을 알려 줄게! 주위를 잘 둘러봐. 소중한 친구는 늘 가까이에 있어!” 크니프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어디? 아무도 없는데?” 크니프는 화가 나서 눈이 삐죽, 콧구멍이 벌름 커졌어요. “도대체 어디 있어? 없어, 없다고!” 그때 크니프의 커다란 눈이 속삭이의 작은 눈과 마주쳤어요. “너밖에 안 보이잖아!” 속삭이가 조그만 어깨를 으쓱했어요. “그래, 바로 나!” 순간 화가 났던 크니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어요. 크니프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맞아, 우리는 친구야!” 그 뒤로 크니프와 속삭이는 늘 함께 다녔어요. 물론 속삭이는 크니프의 엄청 큰 목소리 때문에 자주 깜짝깜짝 놀랐어요. 크니프도 속삭이의 작은 목소리 때문에 숨을 참고 귀를 기울여야 했지요. 가끔 다툴 때도 있지만, 크니프와 속삭이는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었어요.
안녕, 루루? 안녕, 매쓰!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안녕? 나는 고양이 루루야. 주디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주디네 가족은 나를 정말 예뻐해. 모두 내가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대. 그런데 얼마 전 나에게 아주 불편한 친구가 생겼어. 비가 퍼붓던 밤, 주디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온 거야. 비에 홀딱 젖어 우스운 꼴이었지. “주인을 잃은 강아지가 비를 맞고 떨고 있길래 너무 불쌍해서 데리고 왔어.” 나는 그 강아지에게 관심도 없었어. 비가 그치면 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앞으로 우리랑 같이 살 거래. “루루야, 이 강아지 이름은 매쓰야. 사이좋게 지내렴.” 나는 주디를 이해할 수 없었어. 매쓰와 나는 달라도 너무 달랐어. 친구가 되기는커녕 한집에서 살기도 힘들었지. 내가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낮잠을 자려고 하면 매쓰는 큰 소리로 짖으며 와다닥 뛰어다녔어. “우아, 이 집에는 신기한 게 정말 많구나!” 그러다 내 꼬리를 밟아 단잠을 깨웠지. 나는 매쓰가 그럴 때마다 너무너무 화가 났어. 하지만 매쓰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어. 아침이면 매쓰는 귀를 뒤로 젖히고 꼬리를 흔들며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어. “루루야, 안녕? 좋은 아침이야.” 그런 매쓰를 보면 나는 기분이 확 나빠졌지. 내가 화났다고 등을 세우고 꼬리를 높이 들어도, 매쓰는 헤벌쭉 웃으며 말했어. “루루, 너도 기분이 좋구나. 우리 같이 산책할까?” 어휴, 안 맞아! 우린 정말 안 맞아. 옛날부터 고양이와 개는 안 맞았어. 고양이와 개가 주인의 구슬을 찾아 주려다 서로 싸웠다는 옛이야기도 있잖아? 한번은 매쓰가 내 장난감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어. “루루야, 네 물고기 장난감은 진짜 물고기 맛이 나는 것 같아.” “으, 더러워. 내 장난감 당장 내려놔!” 내가 성이 난 목소리로 말하자 매쓰는 침이 잔뜩 묻은 장난감을 내 방석 위에 내려놓았어. 그러더니 나에게 와서 내 털을 핥기 시작하는 거야. “루루, 네 털은 정말 부드러워.” 으악,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매쓰, 저리 가. 제발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주디가 늦잠을 자는 일요일이었어. 보나 마나 매쓰는 또 우당탕 시끄럽게 굴겠지. 그런데 집이 이상하게 조용했어. 집 안과 마당을 돌아다니며 살펴보아도 여기저기서 뛰어놀던 매쓰가 보이지 않았지. 드디어 매쓰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나 봐. “야호,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웃음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주디와 엄마 아빠는 전혀 기쁘지 않은가 봐. 주디와 엄마 아빠는 매쓰를 찾아다니느라 매일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어. 흥! 말썽꾸러기 매쓰가 사라져서 속이 시원한데, 주디랑 엄마 아빠는 왜 저렇게 매쓰를 찾아다니는 거야? "매쓰야! 매쓰, 어디 있니?” “혹시, 이 사진에 있는 강아지를 보신 적 있나요?” 매쓰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돌아오지 않았어. 주디는 매일 밤 매쓰를 그리워하며 울었지. 이상하게 내 마음도 어딘가 텅 빈 것처럼 느껴졌어. 이런, 나를 보고 웃던 매쓰 얼굴이 왜 자꾸 생각나는 거지? 도대체 매쓰는 어디에 있는 거야? 안 되겠어. 오늘은 내가 직접 매쓰를 찾아 나서야겠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너무 싫지만, 매쓰가 너무 걱정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깜짝이야! 이렇게 빨리 달리면 어떡해. 후유, 하마터면 바퀴에 꼬리가 깔릴 뻔했네. 나는 간신히 도로를 지나 공원에 도착했어. 공원에는 이 동네 소식이라면 다 알고 있는 수다쟁이 참새와 비둘기들이 살고 있거든. 내가 수다쟁이 참새들에게 다가가자 참새들이 달아나려고 했어. “참새들아, 잠깐만! 물어볼 게 있어. 주디네 집에 사는 검은색 강아지 매쓰 못 봤니?” 그러자 참새들이 대답했어. “봤어, 봤어. 어제저녁에 쫄쫄 굶어 배가 홀쭉한 강아지가 공원 옆 길가를 돌아다니는 걸 봤어.” 나를 보고 날아가려는 비둘기들도 겨우 붙잡아 물었어. “비둘기들아, 주디네 집에 사는 검은색 강아지 매쓰 못 봤니?” “봤어, 봤어. 털이 거칠거칠한 강아지가 길을 건너다가 차에 부딪쳤는걸. 차에서 내린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데려갔어.” 나는 참새와 비둘기들 말에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 “매쓰야, 미안해. 제발 돌아와 줘. 이제 너를 미워하지 않을게.” 나는 캄캄한 밤이 다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어. “루루야! 어디 갔다 온 거야? 얼마나 찾았는데.” 주디가 나를 반기며 문을 열어 주었어. 거실로 들어가니 매쓰가 절룩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왔어. “매쓰! 돌아왔구나!” 매쓰를 보니 너무너무 반가웠어. 나도 모르게 달려가 매쓰를 와락 안았어. “너, 갑자기 왜 그래?” 매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리둥절해했어. “매쓰야, 네가 돌아와서 기뻐.”
아프다 아파 곤충 병원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어느 날 밤이었어요. 동이는 창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어요. “늦었어요, 빨리 서둘러요!” 메뚜기 의사가 풍뎅이 간호사에게 하는 말을 듣고, 동이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무작정 따라갔어요. 한참을 따라가니 아주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나왔어요. 간판에 ‘아프다 아파 곤충 병원ʼ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사이렌이 울리며 구급차가 도착했어요. “응급 환자예요, 응급 환자!” “어서 빨리 안으로 옮겨요!” 구급대원이 소리치며 환자를 옮기자, 메뚜기 의사와 풍뎅이 간호사도 서둘렀어요. 동이도 엉겁결에 곤충 병원으로 따라 들어갔어요. “아야, 아파요. 의사 선생님, 살려 주세요!” 다친 곤충들이 침대에 누워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동이는 자기도 모르게 벽 쪽으로 몸을 숨겼어요. 그때, 날개가 찢어진 나비가 울면서 말했어요. “의사 선생님, 날개가 너, 너무 아파요. 꿀을 막 빨아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떤 아이가 날개를 세게 잡아서 찢어졌어요.” ‘어, 아까 나비 날개를 좀 만지작거렸는데. 서, 설마.’ 동이는 깜짝 놀라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이번에는 꼬리가 잘린 잠자리가 병원 안으로 들어왔어요. “의사 선생님, 제 꼬리 좀 봐 주세요. 아까 풀잎에 앉아 잠깐 쉬고 있었는데. 어떤 못된 아이가 내 꼬리에 실을 묶어 날리는 바람에 꼬리가 잘렸어요.” ‘서, 설마 나는 아닐 거야.’ 동이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낮에 잠자리 꼬리에 실을 묶어서 놀았거든요. 병원 안으로 환자들이 또 들어왔어요. 턱을 다친 사슴벌레와 한쪽 다리가 없는 장수풍뎅이였지요. 사슴벌레는 말하는 것도 아주 힘들어 보였어요 “그 아이는 아주 못된 아이였어요. 우리가 지칠 때까지 싸움을 붙였다고요.” “맞아요, 싸우기 싫어서 뒤로 물러나면 다시 붙잡아 억지로 싸우게 했어요. 그 바람에 나는 한쪽 턱이 부러졌고, 얘는 다리 하나가 떨어져 나갔어요.” 동이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것이 기억났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이렇게 당하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 한쪽 다리가 없고 날개가 너덜더덜해진 사마귀가 병원 안으로 들어오면서 소리쳤어요. ‘저, 저 사마귀는.’ 동이는 너무너무 무서워서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어요. ‘곤충들을 아프게 만든 게 내가 맞나 봐.ʼ “그 못된 아이를 찾아서 혼내 주자!” “우리는 장난감이 아니라고!” “가만두지 않겠어.” “우리처럼 똑같이 만들어 놓자.” 다친 곤충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말했어요. ‘어, 어쩌면 좋아? 여기에 더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 동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어요. 그때 갑자기 곤충들이 동이 쪽으로 몸을 홱 돌렸어요. “바로 너지!” 잔뜩 화가 난 곤충들이 소리쳤어요. “우리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동이는 너무 무서워서 숨을 헐떡거렸어요. “너희는 너무 작아서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피, 피도 안 나고 소리도 안 지르니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겁에 질린 동이는 엉엉 소리 내어 울면서 말했어요. “정말 미,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동이는 너무 무서워서 눈을 꼭 감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거예요. 눈을 떠 보니 곤충 병원이 아니라 동이 방이었어요. 그때 메뚜기 의사가 나타나 무서운 얼굴로 말했어요. “다들 너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우리같이 작은 생명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 거야. 곤충들이 사라지면, 우리를 먹고 사는 동물들도 모두 죽을 거야. 엉망진창이 된 지구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 동이가 눈을 떴을 때는, 메뚜기 의사가 사라진 뒤였어요. 동이의 눈에 책상 위의 곤충 채집통이 보였어요. 동이는 바로 곤충 채집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지요.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잠자리와 메뚜기를 풀어 주었어요. “그동안 미안했어, 다시는 너희들을 괴롭히지 않을게. 얼른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가 꿈틀하더니 하늘로 날아갔어요. 메뚜기도 폴짝폴짝 뛰어서 풀밭으로 사라졌지요.
칭찬 100개 모으기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 구미호야. 미호에게는 간절한 소원이 있어. 인간 아이들처럼 유치원에 다니는 거야. 하지만 구미호 모습으로는 그럴 수가 없어. “꼭 인간이 돼서 유치원에 다니고 싶어!” 구미호는 재주를 아홉 번 넘으면 한 시간 동안 인간의 모습이 될 수 있어. 하지만 한 시간마다 재주를 넘으면서 유치원에 다닐 수는 없잖아. 그래서 미호는 진짜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었어. 칭찬 100개를 모아서 말이야. 옛날부터 칭찬 100개를 모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거든. 지금까지 모은 칭찬은 모두 91개. “이제 아홉 개만 더 모으면 된다!” ‘오늘은 어디 가는 거지?’ 미호는 아이들 뒤를 졸졸 쫓아갔어. “오늘은 숲 체험을 할 거예요.” 미호도 아이들과 함께 숲으로 가고 싶었어. “얘들아, 나는 미호라고 해. 나도 같이 가자.” 하지만 아이들은 미호를 본척만척했어. 단 한 사람, 나은이만 미호를 돌아봤어. 나은이는 불쑥불쑥 나타나는 미호가 궁금했지. “우아, 숲속 놀이터다!” 미호도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고 싶었어. 하지만 꾹 참고 칭찬부터 모으기로 했지. 미호는 먼저 공원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부지런히 주웠어. 어른을 만나면 인사도 열심히 했지. “안녕하세요?” “어쩜, 인사를 참 잘하는구나.” 넘어진 친구가 있으면 달려가 손을 잡고 일으켜 주었어. “괜찮니?” “응, 고마워.” 어? 그런데 벌써 한 시간이 지났나 봐! 미호가 점점 구미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어. 귀가 쫑긋쫑긋, 수염이 빼죽빼죽! 꼬리가 불쑥불쑥, 발톱이 삐죽삐죽! 미호는 순식간에 구미호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어. 서둘러, 빨리빨리!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재주넘기를 폴짝폴짝!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미호는 무사히 인간의 모습이 될 수 있었어. 이제 칭찬 네 개만 더 모으면 한 시간마다 재주를 넘지 않아도 진짜 인간이 될 수 있어. 미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여기저기 왔다 갔다! 바쁘다, 바빠! 착한 일 하나 할 때마다 칭찬도 하나씩 쌓여. 띠리롱, 띠리롱! 띠리롱, 띠리롱! 드디어 칭찬 100개를 다 모았어! “우아, 내가 진짜 인간이 됐어! 만세!” 미호는 너무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어. 그런데 기쁨도 잠시! 귀가 쫑긋쫑긋, 꼬리가 불쑥불쑥! 맙소사! 다시 구미호로 돌아가는 게 아니겠어? “왜 이러지? 칭찬 100개를 다 모았는데, 왜 진짜 인간이 안 되는 거야? 칭찬 100개를 모으면 인간이 된다는 말은 거짓말인 거야?” 미호는 너무나 속상했어. 자꾸만 눈물이 나서 몰래 숨어서 우는데, 누군가가 미호를 불렀어. “미호야, 미호야!” “어떡하지? 아직 재주도 못 넘었는데.” “미호야,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어.” 미호를 부른 건 나은이였어. “나를 왜 찾았는데?” “아까 내가 넘어졌을 때, 네가 도와줬잖아. 정말 고마웠어.” 미호는 얼굴이 빨개졌어. 칭찬을 모으려고 나은이를 도와준 게 부끄러워졌지. “미호야, 나랑 놀래?” 나은이의 진심 어린 모습에 미호는 울컥했어. “넌 정말 좋은 친구구나.” 미호가 누군가를 칭찬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 늘 칭찬을 모으기에 바빴거든. “나도 너랑 같이 놀고 싶어!”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미호의 귀와 꼬리가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미호는 드디어 진짜 인간이 되었어. 유치원 담장 밖으로 미호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어. 미호도 이제 유치원에 다니거든. 그리고 나은이와 최고의 짝꿍이 되었지.
백설 공주의 초대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백설 공주는 이웃 나라 왕자와 결혼한 뒤 너무너무 바빠졌어요. 몸이 약한 왕자 대신 나라를 다스려야 했거든요. 백설 공주는 매일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끊임없이 나랏일을 살펴봐야 했어요. 씩씩한 백설 공주도 쉴 틈이 없어 점점 지쳐 갔어요. “아, 딱 하루라도 마음 편히 놀고 싶어.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라도 열어야겠어.” 백설 공주는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했어요. 파티가 열리는 날이 되었어요. 신데렐라는 호박 마차를 타고 마부들과 함께 왔어요. 엄지 공주는 제비를 타고 날아왔고, 인어 공주는 가리비 마차를 타고 왔어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침대 마차에서 잠이 들어 백설 공주가 흔들어 깨워야 했어요. “모처럼 다 같이 모였는데 그만 자고 일어나.” “아이참, 한창 잘 자고 있는데 왜 깨워!” 잠이 덜 깬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짜증을 냈어요. 먼 길을 오느라 공주들은 무척 피곤해했어요. 엄지 공주가 먼저 소파에 앉고, 곧이어 신데렐라와 인어 공주가 양옆에 앉았어요. 그 순간 엄지 공주가 소파 위로 튀어 올라 천장에 머리를 콩하고 박았어요. “아이고, 머리야! 이 소파는 너무 커서 무서워, 백설 공주야.” “엄지 공주야, 네가 조심해서 앉았어야지.” 잠시 뒤 공주들은 식탁에 둘러앉았어요. 그때 왕실 최고 요리사가 음식을 담은 접시를 들고나왔어요. “공주님들의 파티에 어울리는 아주 특별한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먼바다에 나가 직접 잡아 온 바닷가재 요리입니다.” 요리사의 말에 인어 공주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화냈어요. “아니, 어떻게 내 친구를 잡아먹을 수 있어?” 바로 그때, 시곗바늘이 열두 시를 가리켰어요. “앗, 쥐, 쥐가 나타났다!” 갑자기 튀어나온 생쥐들을 보고 엄지 공주가 겁에 질렸어요. “괜찮아, 이 생쥐들은 내 마부들이야. 열두 시가 지나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거야.” 신데렐라가 생쥐를 감싸 안고 말했어요. “내가 쥐를 싫어한다는 걸 잊었어? 들쥐 할머니가 두더지와 결혼시키려고 했을 때 얼마나 싫었는데!” 엄지 공주가 작은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어요. “그렇다고 내 마부들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해? 들쥐 할머니는 들쥐 할머니고, 내 마부들은 내 마부들이라고!” 화가 난 신데렐라는 생쥐들을 데리고 가 버렸어요. 물론 엄지 공주도 돌아가 버렸지요. “이렇게 정신없고 재미없을 줄 알았다면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잘걸 그랬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하품을 하며 떠났어요. 공주들이 떠나 버리자, 속이 상한 백설 공주는 한숨을 쉬었어요. “모처럼 연 파티가 완전히 엉망이 됐어. 어떻게 해야 모두가 즐거울 수 있을까?” “맞다, 지혜의 거울에게 물어봐야겠다!” 백설 공주는 지혜의 거울이 있는 방으로 달려갔어요. “거울아, 거울아! 어떻게 하면 모두가 즐거울 수 있을까?” 그러자 지혜의 거울이 백설 공주에게 되물었어요. “네가 엄지 공주였다면 어떤 의자가 필요했을까?” “그야 작은 의자가 필요했겠지.” “네가 인어 공주였다면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음, 잘 모르겠지만 바다 친구들은 절대 먹지 않았을 거야.” “그래, 모두가 즐거워지려면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야 해.” 백설 공주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라고?” “네가 그 친구라면 어떨지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백설 공주는 친구들의 입장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고마워, 거울아!” 며칠 뒤, 백설 공주는 다시 친구들을 초대했어요. “신데렐라야, 네가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파티 시간을 앞당겼어.” “엄지 공주야, 너에게 꼭 맞는 식탁과 의자를 준비했어.” “인어 공주야, 오늘 점심은 송로버섯을 넣은 최고급 스파게티야!” “숲속의 공주야, 너는 피곤할 테니 내 침실에서 쉬었다 와. 푹 자고 나서 재미있게 놀자!” 이번 파티는 아주 훌륭했어요. 백설 공주가 친구들을 배려했기 때문이에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잘 자고 일어나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파티를 즐겼어요. 백설 공주와 친구들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인어 공주는 백설 공주에게 새빨간 사과를 내밀며 말했어요. “백설 공주야, 지난번엔 화를 내서 정말 미안했어. 내 사과를 받아 줘.” 사과를 본 백설 공주는 펄쩍 뛰며 소리쳤어요. “뭐야, 어떻게 나한테 사과를 줄 수가 있어? 내가 사과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너도 알잖아!”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나라면 어떨지 입장 바꿔 생각해 줘!”
우리는 모두모두 미나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뚜벅뚜벅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어느 나라 아이든 말이야. 책을 읽고 싶을 때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워 봐. “뚜벅뚜벅 서걱서걱, 뚜벅뚜벅 서걱서걱. 책, 책, 책!” 주문을 외우고 나서 눈을 뜨면 뚜벅뚜벅 도서관이 눈앞에 나타나 있어. 미나는 오늘도 주문을 외워. “뚜벅뚜벅 서걱서걱, 뚜벅뚜벅 서걱서걱. 책, 책, 책!” 뚜벅뚜벅 도서관이 나타나자 미나는 사서 할아버지에게 달려갔어. “할아버지, 이 책 좀 찾아 주세요.” 사서 할아버지는 도서 대출 카드를 보고 말했어. “참 이상하구나. 이 책은 네가 빌려 가지 않았니? 도서 대출 카드에는 분명 미나가 빌려 갔다고 쓰여 있는걸.” “어? 저는 빌린 적이 없는걸요.” 사서 할아버지와 미나는 뚜벅뚜벅 도서관을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나 돌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미나가 찾는 책은 없었어. “할아버지, ‘미나’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아이가 빌려 간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사서 할아버지와 미나는 ‘미나’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어. 커졌다, 작아졌다 뚜벅뚜벅 도서관은 어디든 갈 수 있어. 추운 나라건, 더운 나라건, 가까운 나라건, 먼 나라건 뚜벅뚜벅 걷다 보면 어느새 휘리릭! 무엇이든 아는 사서 할아버지는 어떤 아이와도 이야기할 수 있어. 유럽에 사는 아이건, 아프리카에 사는 아이건 할아버지 앞에만 오면 누구든 말이 통해. 첫 번째로 만난 미나는 염소를 돌보는 인도의 미나야. 주물럭주물럭 찍, 주물럭주물럭 찍! 염소젖을 짜고 있어. “미나야, 네가 이 책을 빌려 갔니?” “아니요, 그렇지만 이 염소젖을 같이 나눠 마시고 싶어요.” 사서 할아버지와 두 명의 미나는 뚜벅뚜벅 도서관에 올랐어. 두 번째로 만난 미나는 돌덩이가 가득한 수레를 끄는 이집트의 미나야. 덜그럭덜그럭, 덜그럭덜그럭! “네가 이 책을 빌려 갔니?” “아니요, 그렇지만 책 찾는 걸 돕고 싶어요.” 사서 할아버지와 세 명의 미나는 뚜벅뚜벅 도서관에 올랐어. 뚜벅뚜벅 도서관은 또 다른 미나를 만나러 갔어. 드넓은 사막을 지나 뚜벅뚜벅, 또각또각. 넓고 넓은 바다를 건너 참방참방, 첨벙첨벙. 높고 푸른 산을 넘어 뚜벅뚜벅, 휘리릭! 사서 할아버지와 미나들은 또 어디로 갈까? 세 번째로 만난 미나는 추운 나라, 핀란드에 살아. 영차영차, 끙끙! 아빠와 함께 나무를 옮기고 있어. “네가 이 책을 빌려 갔니?” “아니요, 그렇지만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싶어요.” 네 번째로 만난 미나는 나무가 많은 나라, 오스트레일리아에 살아. 대롱대롱, 휙휙! 나무를 타고 있어. “네가 이 책을 빌려 갔니?” “아니요, 그렇지만 새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만난 미나는 춤추는 걸 좋아하는 쿠바의 미나야. 두둠칫두둠칫, 두둠칫두둠칫! 거리에서 흥겹게 춤을 추지. “네가 이 책을 빌려 갔니?” “아니요, 그렇지만 저도 그 책을 읽고 싶어요.” 결국 사서 할아버지와 여섯 명의 미나는 책을 빌려 간 미나를 찾지 못한 채, 뚜벅뚜벅 도서관으로 돌아왔어. 사서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었지만, 여섯 명의 미나는 어느새 좋은 친구가 되었어. 염소젖을 짜 본 적이 없어도, 수레를 끌어 본 적이 없어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방법이 달라도, 나무를 타 본 적이 없어도, 춤을 잘 추지 않아도, 사용하는 말이 달라도, 모두 즐겁게 놀았어. 그때 누군가 사서 할아버지의 발뒤꿈치를 톡톡 건드렸어. 사서 할아버지가 뒤를 돌아보니, 자기 몸집보다 큰 책을 옮기려고 낑낑대는 생쥐가 보이지 않겠어? 사서 할아버지는 그제야 알았어. 생쥐 미나가 그 책을 빌려 갔다는 걸. 사서 할아버지는 여섯 명의 미나를 불렀어. 미나가 찾던 책은 전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르지만 이것만은 같아)라는 책이었어. 여섯 명의 미나는 다 함께 책을 읽었어.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웃음소리만은 같아. 모두 "하하." 하고 웃지. 서로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른 것, 다양성. 이름이 같아도 먹는 것, 입는 옷, 노는 법이 조금씩 다른 것이 다양성이야.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깔이나 좋아하는 음악이 다른 것도, 나라마다 사는 집과 사용하는 말이 다른 것도 다양성이야.
힘쌘, 날쌘, 똑쌘 출동!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비상! 비상! 우주 괴물 철컥집게가 나타났다! 번개같이 빠른 날쌘! 왕주먹이 강한 힘쌘!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똑쌘! 우주 최강 로봇 구조대 출동하라!” “날쌘, 에너지 충전 완료! 지금 바로 출동하겠다.” 날쌘은 충전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달려 나갔어. 힘쌘과 똑쌘을 기다릴 수가 없었거든. 사람들이 다칠까 봐 걱정도 되었지만, 날쌘은 혼자서 우주 괴물을 물리치고 싶었지. “철컥집게는 내가 상대해 주마.” 날쌘은 철컥집게가 있는 곳으로 순식간에 날아갔어. “철컥집게, 당장 지구를 떠나라!” 그러자 철컥집게는 커다란 집게발을 마구 휘둘렀어. 철컥! 철컥! 하지만 날쌘은 번개같이 빠르게 전깃줄을 던져 철컥집게를 꽁꽁 싸맸어. 그러고는 빙글빙글 돌려 철컥집게를 날려 버렸지. 철컥집게는 큰 상처를 입었어. 사람들은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어. “날쌘, 최고!”를 외치면서 말이야. 날쌘은 힘쌘과 똑쌘이 온 줄도 모르고 어깨를 으쓱거렸어. “날쌘, 혼자 출동하면 어떡해!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뻔했어?” 힘쌘은 걱정스레 말했어. “괜찮아, 더 늦었으면 사람들이 다쳤을 거야. 내가 누구야, 번개같이 빠른 날쌘이잖아. 하하!” 날쌘은 우쭐대며 큰 소리로 웃었어. 철컥집게를 물리친 지 일주일이 지났어. 또다시 비상벨이 울렸어. “비상! 비상! 우주 괴물 철컥집게가 나타났다! 우주 최강 로봇 구조대 출동하라!” “뭐? 철컥집게가 또 나타났다고?” 날쌘은 이번에도 혼자서 부리나케 달려 나갔어. “날쌘! 날쌘! 함께 가야지!” 힘쌘과 똑쌘이 아무리 불러도 소용없었지. 철컥집게는 보이지 않고, 지구는 아수라장이었어. 여기저기 건물들은 부서져 있고,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했어. “여러분, 날쌘이 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날쌘은 우선 사람들을 안심시켰어. 그때 갑자기 철컥집게가 나타나 커다란 집게로 날쌘의 발목을 움켜잡았지. “으악!” 제아무리 빠른 날쌘도 피하지 못했어. “철컥집게! 내 왕주먹을 받아라!” 날쌘을 뒤따라온 힘쌘이 소리쳤어. 철컥집게는 힘쌘의 왕주먹을 가까스로 피했어. 하지만 잡고 있던 날쌘을 놓치고 말았지. 날쌘은 힘쌘 덕분에 풀려날 수 있었어. 날쌘과 힘쌘, 똑쌘은 동시에 날아올라 한자리에 모였어. “날쌘, 힘쌘!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똑쌘은 재빨리 작전을 말했어. “역시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똑쌘이라니까!” 날쌘, 힘쌘, 똑쌘은 다 함께 손을 모으고 외쳤어. “우주 최강 로봇 구조대, 파이팅!” 똑쌘의 작전은 딱딱 맞아떨어졌지. 우선 가장 빠른 날쌘이 철컥집게 주변을 빠르게 빙빙 돌았어. 위이이잉! 위이이잉! 철컥집게는 날쌘을 따라 돌다가 이리저리 비틀거렸지. “힘쌘, 지금이야! 똑쌘을 날려 줘!” 힘쌘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힘쌘의 왕주먹에 올라탄 똑쌘은 붕 날아올랐어. 철컥집게는 입을 쩍 벌리고 똑쌘만 쳐다보았지. “힘쌘, 지금이야!” 한눈팔고 있는 철컥집게에게 힘쌘은 다시 한번 왕주먹을 날렸어. “크아아악!” 철컥집게가 소리를 지르며 벌렁 넘어졌어. “똑쌘, 마지막을 부탁해!” 날쌘과 힘쌘이 동시에 외쳤어. 똑쌘은 서둘러 ‘꼼짝달싹 그물’을 던졌지. ‘꼼짝달싹 그물’에 걸린 철컥집게는 움직이지 못했어. 그물에서 나온 뿌연 연기가 철컥집게를 감싸자, 연기를 마신 철컥집게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어. “야호, 우리가 힘을 합쳐 철컥집게를 물리쳤다!” 날쌘, 힘쌘, 똑쌘은 서로 꼭 얼싸안았어. 번개같이 빠른 날쌘! 왕주먹이 강한 힘쌘!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똑쌘! 날쌘, 힘쌘, 똑쌘이 힘을 합치면 무서울 게 없어! 우주 최강 로봇 구조대니까!
어떻게든 갑니다! 구구 택배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오늘은 칠칠이의 101번째 마법사 시험이 있는 날이에요. 한 달에 한 번씩 마법사 시험을 보고 통과해야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어요. 칠칠이는 빗자루, 약초, 배탈 약까지 완벽하게 준비했어요. 단 하나, 성능 좋은 새 마술봉만 빼고요! 해가 지는 순간부터 시험이 시작되는데, 새로 주문한 마술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 칠칠이는 창밖을 보며 발만 동동 굴렀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택배 배달원 구구가 칠칠이에게 전해 줄 마술봉을 가지고, 마법사 아파트 입구에 막 도착했으니까요. 그런데 마법사 아파트는 조금 특별해요. 주차장도, 계단도, 문도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르거든요. 과연 구구는 헤매지 않고 칠칠이네 집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요? 주차장에 트럭을 세웠지만, 길이 너무 복잡해요. 칠칠이가 사는 3동으로 가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할까요? 구구가 주차장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찾아가 보세요. 후유, 겨우 길을 찾아 3동 앞에 도착했는데 문이 잠겨 있어요. 자세히 보니 문에 무엇인가 쓰여 있어요. ‘찡그린 얼굴을 3개 모아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구구가 잠금장치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잠금장치 여는 법. 찡그린 얼굴을 3개 모아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잠금장치를 열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계단이 이상해요. 구구는 어떻게 가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요. 위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마법사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소리쳤어요. “마법사님, 어떻게 해야 칠칠이네 집으로 갈 수 있을까요?” “저 파란 문으로 나가세요.” 마법사는 친절하게 길을 알려 주었어요. 그런데 파란 문으로 어떻게 가야 할까요? 마법사가 길을 잘못 알려 준 걸까요? 파란 문을 열고 들어온 방에는 커다란 액자 2개가 걸려 있어요. 구구는 액자 2개에서 다른 곳을 다 찾아야 빨간 문으로 나갈 수 있어요. 어디가 다른지 구구와 함께 찾아보세요. 구구가 빨간 문을 열고 나오자, 무시무시한 괴물이 계단에서 쿨쿨 자고 있었어요. 계단을 지나가야 하는데 계단은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날 거예요. 피아노 건반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구구가 괴물을 깨우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생쥐에게 부탁해서, 괴물에게 귀마개를 씌워요. 계단 건반으로 자장가를 연주하며 위로 올라가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나요? 계단 건반으로 자장가를 연주하며 올라온 구구는 깜짝 놀랐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웬 꼬마 마법사가 말을 걸지 뭐예요. “제 친구들이 저 방에 숨어 버렸어요. 제 친구들을 찾아 주세요!” 숨어 있는 꼬마 마법사의 친구들을 함께 찾아볼까요? 구구가 꼬마 마법사를 도와주고 다시 길을 나섰지만, 이번에는 커다란 수박이 앞을 가로막았어요. 수박을 치우지 않으면 칠칠이네 집으로 갈 수 없어요. 어떤 방법으로 수박을 치울 수 있을까요? 휘파람으로 원숭이를 불러와 먹게 해요. 데굴데굴 굴려서 복도 밖으로 치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나요? 데굴데굴 굴려서 수박을 치워 버린 구구는 드디어 칠칠이네 집 앞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비슷하게 생긴 문이 4개가 있어요. 4개의 문에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그림이 붙어 있어요. 칠칠이는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좋아한대요. 어디가 칠칠이네 집일까요? 간신히 칠칠이네 집을 찾은 구구는 칠칠이에게 택배 상자를 건넸어요. “우아, 마술봉이 왔다!” 칠칠이는 신이 나서 택배 상자를 열었어요. 택배 상자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 마술봉이 들어 있었어요. 새 마술봉을 구경하느라 뒤늦게 구구를 본 칠칠이는 깜짝 놀랐어요. 구구의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거든요. 칠칠이는 구구에게 시원한 수박 주스를 건네주고, 빗자루에 태워 트럭 앞까지 데려다주었어요. 빰빠밤 빰빠밤 빰빠라밤. “이번 시험은 비둘기로 변신하기입니다!” 허리가 꼬부라진 대장 마법사가 말했어요. 칠칠이는 구구에게 받은 새 마술봉을 꼭 쥐고, 침을 꼴깍 삼켰어요. 그러고는 마술봉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지요! “두뚜루기 뚜루뚜루, 얍!” 과연 칠칠이는 101번째 마법사 시험에 통과했을까요?
존 할아버지와 함께한 토요일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따스한 봄날이에요. 마을의 최고 멋쟁이 존 할아버지가 초대장을 쓰고 있어요. 초대장을 받은 마을 사람들은 무슨 파티일지 무척 궁금해했어요. “존 할아버지의 생일 파티인가?” “아냐, 존 할아버지 생일은 가을이야.” “존 할아버지가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셨나?” “맞아, 존 할아버지는 요리를 좋아하시지.” “어쩌면 존 할아버지가 또 대단한 무언가를 만드셨을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다.” 드디어 파티 날이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존 할아버지 집에서 새로운 걸 찾느라 바빴어요. “어, 뭐지? 새로운 요리가 없네?” “할아버지가 새로 만드신 것도 없어.” 파티는 보통 파티와 다를 것이 없었어요. “존 할아버지, 오늘 무슨 파티예요?” 옆집 사는 토미가 물었어요. “오늘이 무슨 날일지 한번 맞혀 보렴.” 존 할아버지는 그냥 웃기만 했어요. 파티가 한창 무르익었어요. 식탁에 차려진 음식도 많이 줄었어요. 춤을 추는 사람도, 게임을 하는 사람도 없고,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던 악단도 연주를 멈추었어요. 존 할아버지가 조용히 무대 위로 올라갔어요. “여러분, 저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가지고 와 달라고 했었지요? 어떤 추억을 가지고 오셨나요? 지금부터 저에게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존 할아버지, 저는 이 가방을 가지고 왔어요. 기억나세요?” 제니 아주머니가 빨간 가방을 내밀었어요. “가만, 그 빨간 가방은. 아하! 제가 도둑에게서 찾아 준 그 가방이군요.” 존 할아버지가 무릎을 탁 쳤어요. “네, 맞아요. 존 할아버지는 정말 용감한 경찰관이셨어요.” 사람들이 손뼉을 쳤어요.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어요. “저는 존 할아버지가 고쳐 주신 자전거를 타고 왔어요.” “저는 할아버지네 유리창을 깼던 야구공을 가져왔어요 “제 생일에 선물로 주신 화분을 들고 왔어요.” “비 오던 날 빌려주신 우산을 가져왔어요.” 옆집 토미도 밀짚모자를 살짝 들어 올렸어요. “할아버지, 저는 이 모자를 가져왔어요. 작년에 할아버지랑 함께 낚시하러 갔을 때 주신 거예요.” “맞아, 그날 엄청나게 큰 물고기도 잡았었지?”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때 한 소녀가 손을 살그머니 들고 말했어요. “존 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할아버지께서 제가 잃어버린 도시락을 찾아서 들고 오셨었는데. 교실 문을 열고 ‘애나, 도시락!’이라고 소리치셨지요. 그때부터 친구들이 저를 도시락이라고 불렀어요.” 사람들은 모두 소리 내어 웃었어요. “여러분, 파티가 즐거우셨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많이 궁금하셨지요? 사실, 오늘 파티는 제 장례식이랍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리 하는 장례식이지요.” “뭐라고요? 장례식이라고요?” “장례식을 미리 한다고요?” “저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미리 장례식을 해서 여러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었어요. 제가 세상을 떠나도 오늘의 유쾌한 파티를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존 할아버지, 멋있어요!” 사람들이 일어서서 손뼉을 쳤어요. 그때 토미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토미야, 궁금한 게 있니?” “할아버지, 죽으면 다시 못 만나는 거 아니에요?” 다른 아이도 손을 들고 물었어요.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거죠?” “다시 만나지는 못하지만, 추억 속에서 함께할 수 있단다.” 존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어요. “죽는다고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어요. 같이 나눈 행복한 추억이 이렇게 많잖아요.” “그럼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까요.” “존 할아버지와 함께한 유쾌한 파티를 기억합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춤을 추었어요. “여러분, 저의 미리 하는 장례식에 와 주셔서 고마워요. 오늘을 마음껏 즐기세요.” 존 할아버지도 함께 춤을 추었어요. 시간이 흘러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어요. 모두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요. 존 할아버지는 돌아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어요. 아름다운 추억도 함께 주었지요. 존 할아버지와 함께한 토요일이 끝났어요. 겨울이 끝나 가던 어느 날이었어요. 존 할아버지는 하늘 나라로 여행을 떠났어요. 존 할아버지네 집 앞에 마을 사람들이 모였어요. 저마다 존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것들을 가지고요. 오늘은 조금 울어도 괜찮은 날이에요.
양심 제로 먹티네 지구 여행기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지구 여행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어!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지구 여행 가는 날! 우주 공항으로 가는 길에 엄마와 아빠는 서로 힐끔힐끔 보았어. “여보, 그거 잘 챙겼죠?” 아빠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빵빵한 가방을 툭툭 치며 고개를 끄덕였지. 우리 가족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에 도착했어. “엄마, 빨리 자전거부터 타러 가요.” 나와 시티는 동시에 외쳤어. 하지만 엄마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폈어. “조금만 기다리렴. 이것부터 해결하고.” “앗, 저기다.” 아빠가 가방을 번쩍 들고 번개처럼 빠르게 뛰었어. 우리도 덩달아 뛰었지. 우리도 덩달아 뛰었지. 아빠가 멈춰 선 곳은 분리배출함 앞이었어. 엄마와 아빠는 빵빵한 가방을 열었어. 그 안에는 꾹꾹 눌러 담은 온갖 쓰레기가 있었지. “엄마, 쓰레기는 왜 가져왔어요?” 엄마는 분리배출함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렸어. “우리 별의 쓰레기봉투 가격이 지구 왕복 티켓보다 비싸잖아. 너희들도 어서 버리기나 하렴.” 누가 볼까 봐 허겁지겁 쓰레기를 버리다 보니 온몸에 땀이 흘러 냄새가 나고, 옷도 지저분하게 됐어. 그때 엄마가 얼른 따라오라고 손짓했어. “엄마만 따라오렴. 엄마가 다 알아봤지.” 엄마를 따라간 곳은 공용 화장실이었어. “엄마, 호텔 같아요. 물도 콸콸 잘 나와요!” “우아, 비누도 있어! 우리 별에서는 엄청 비싼 건데.” 나와 시티의 눈이 커졌어. “비누는 지구에서 흔한 물건이야. 마음껏 쓰자!” 나와 시티는 세면대에 올라가 발을 씻었어. 엄마 아빠는 열심히 빨래도 했지. 갑자기 시티가 엄마를 불렀어. “엄마, 티티 별 휴지보다 훨씬 더 좋아요.” 휴지를 얼굴에 대어 보니, 정말 부드러웠어. “마음껏 챙기거라, 여긴 다 공짜니까.” 깨끗하게 씻은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러 갔어. “우아, 드디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어.” “우리 별에서는 자전거를 타려면 몇 달 전에 예약해야 간신히 타는데. 역시 지구에 오길 잘했어.” “그런데 이거 어떻게 타는 거야?” 아무리 들여다봐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 “회원 가입? 이건 뭐지?” 나는 신경질이 나서 자전거를 마구 흔들었어. 그랬더니 잠금장치가 툭 끊어지지 뭐야? 그랬더니 잠금장치가 툭 끊어지지 뭐야? 엄마도, 아빠도, 동생 시티도 나처럼 자전거를 마구 흔들었지. 자전거를 너무 세게 흔들었는지 바퀴가 툭, 핸들이 툭툭 떨어져 나갔어. 나는 망가진 자전거를 휙 던져 버렸어. “엄마, 우리 수영이나 하러 가요.” 수영장에 간 우리 가족은 눈이 휘둥그레졌어. “수영장이 이렇게 멋지다니!” 우리 가족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자마자 물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 갔어. 그러고는 정신없이 물놀이를 했지.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시티가 엄마를 급하게 불렀어. “엄마, 오줌 마려워요!” 엄마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 그러자 시티는 물속에서 바로 오줌을 누었어. 아니, 이럴 수가! 시티 주변의 물이 파랗게 변하지 뭐야. 티티 별 외계인의 오줌은 파란색이니 당연한 일이었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차게 물장구를 쳤어. 파란 오줌 흔적을 없애려고 말이야.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놀기 시작했어. “역시 지구 수영장이 최고야!” 어느덧 티티 별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우리 가족은 내내 즐거웠어. 공항 검색대에서 딱 걸리기 전까지 말이야. “삑! 양심 없는 외계인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양심 목걸이의 보석이 다시 생기면 오십시오.” 우리 가족은 양심 목걸이의 보석이 사라진 것을 그제야 알았어. 그리고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했는지도 깨달았지. 우리 가족은 양심 보석이 다시 생길 때까지 티티 별로 돌아가지 못했어. 지구에 남아 양심 있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100시간 동안 쓰레기 분리배출 활동도 해야 했어. “다시는 양심 없는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루에 수십 번씩 외치면서 말이야.
쓰레기 물고기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문다리 박사는 바다에서 아주 유명한 의사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책을 볼 시간이 있었지. 하지만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병원을 찾아오는 바다 친구들이 많아졌거든.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수가 점점 늘어났어. 그런데 아픈 이유가 다 이상했어. 오늘은 겉모습이 멀쩡해 보이는 바다거북이 찾아왔어. “어디가 아파서 왔니?” 문다리 박사의 물음에 바다거북이 힘들게 대답했어. 그때 병원 문이 빼꼼 열리고, 주황색 입술을 가진 나소탱이 들어왔어. 나소탱에게는 왜 왔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어. 몸통이 투명한 플라스틱 고리에 꽉 끼어 있었거든. 몸통보다 폭이 좁은 플라스틱 고리 때문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 “무, 문다리 박사님. 저, 저 좀 도와주세요!” 나소탱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그때였어. 밖에서 누군가 살려 달라고 소리치지 뭐야. 허겁지겁 달려 나간 문다리 박사는 귀상어를 보고 깜짝 놀랐어. “사, 상어는 치료 아, 안 하는데…….” “아이고, 배야. 나 좀 살려 주세요. 절대로 아무도 잡아먹지 않을게요!” 문다리 박사는 귀상어가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이 안쓰러웠어. “치료해 주는 대신 나를 잡아먹지 않기로 꼭 약속해!” 문다리 박사는 몸속을 찍는 사진기를 가져와 귀상어의 배 속을 찍었어. 사진을 본 문다리 박사는 기가 막혔지. 귀상어 배 속에는 캔, 비닐봉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했거든. “너희들,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정신없이 치료를 끝낸 문다리 박사가 물었어. “못 보던 먹잇감이 많아서 먹은 것뿐이에요!” “신기하게 생겨서 건드려 본 것뿐이에요!”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헤엄만 쳤을 뿐이라고요!” 귀상어, 나소탱, 바다거북이 억울하다는 듯, 제각기 목소리를 높였어. “도대체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문다리 박사는 하루 종일 바빠서 보지 못했던 텔레비전을 켰어. “지금 우리의 터전인 바다가 쓰레기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플라스틱, 비닐봉지,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편리하다고 마구 쓰고서 함부로 버리기 때문입니다. 바다에 한꺼번에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넘쳐 나는 쓰레기들로 바다 한가운데에 쓰레기 섬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바다에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던 문다리 박사와 바다 친구들은 한숨을 쉬었어. “바다에 쓰레기가 많아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쓰레기를 먹잇감으로 착각하고 먹거나, 쓰레기 모양이 신기해서 잘못 건드렸다가 다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바다 시민들이 그냥 헤엄치다가도 바닷속에 떠다니는 쓰레기에 끼이거나 부딪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바다 뉴스 물개 기자였습니다.” 문다리 박사와 바다 친구들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 “그러니까, 내 코를 아프게 만든 게......” “나를 숨도 못 쉬게 만든 게......” “내 배를 아프게 만든 게.......” “인간들이었어!” “참, 한심하고 괘씸하군. 바다가 오염되면 자기들도 못 살 텐데. 쓰레기도 줄이고, 인간들도 정신 차리게 할 방법이 없을까?” 한참을 이야기하던 문다리 박사와 바다 친구들은 기막힌 방법을 찾았어. “쓰레기 물고기를 만들자!” 인간들이 바다에 버린 쓰레기로 물고기를 만들어 육지로 보내기로 한 거야. 문다리 박사와 바다거북, 나소탱, 귀상어는 다른 바다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를 모으기 시작했어.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모였지. 손재주가 좋은 문다리 박사와 몇몇 친구들이 쓰레기를 연결하고, 끼우고, 붙이기 시작했어. 조그마했던 ‘쓰레기 물고기’는 점점 커져 갔지. 마치 쓰레기를 먹고 쑥쑥 자라는 것처럼 말이야. 어느새 ‘쓰레기 물고기’는 귀상어보다 훨씬 더 커졌어. “흠,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데......” “인간들 때문에 우리가 아프다는 걸 보여 줘요!” 바다 친구들이 한목소리로 외쳤어. 문다리 박사는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아픈 바다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기로 찍기 시작했어. 바다 친구들은 찍은 사진을 ‘쓰레기 물고기’에 깃발처럼 여기저기에 달았어. “이제 됐다!” 그날 밤, 바다 친구들은 힘을 합해 ‘쓰레기 물고기’를 육지 가까이에 몰래 가져다 두었어. 며칠 뒤, 문다리 박사와 바다 친구들은 다시 텔레비전 앞에 모였어. “얼마 전, 인간들이 깜짝 놀라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육지에 나타난 거대한 ‘쓰레기 물고기’ 때문인데요. 자기들이 바다에 버린 쓰레기로 만든 ‘쓰레기 물고기’가 나타나자, 인간들은 바다가 보낸 경고라며 분리배출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곳곳에서 아픈 바다 동물들을 구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쓰레기 물고기’ 사건 이후, 문다리 박사를 찾는 환자가 줄었어. 아직은 아주 조금이지만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줄어들었고, 바다 친구들도 쓰레기를 조심하기로 단단히 약속했거든. 환자가 줄었어도 문다리 박사는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아이코, 배야. 문다리 박사님, 저 좀 살려 주세요!” “어, 저건 귀상어 목소리인데. 설마 또?” 문다리 박사는 깜짝 놀라 달려 나갔어. 함께 온 바다거북과 나소탱이 키득거리며 이렇게 말했어. “이번엔 진짜 먹이를 너무 많이 먹었대요.”
시끌벅적 재미있는 시장 구경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너른 마당에 5일 만에 장이 섰어요. “이리 와요, 이리 와!” 엿장수는 찰칵찰칵 가위질로 손님을 부르고, 장을 보는 아낙들은 새살새살 수다를 떨고, 엄마 따라온 아이들은 엿 사 달라고 징징! 물건과 사람이 모이던 5일장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오늘은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어요. 내일이 할아버지 생신이라 장을 본다고 했거든요. 시장은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어요. 가게마다 물건들이 그득그득. 좁은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정신이 쏙 빠질 것 같았지요. 엄마는 가게들을 기웃기웃 살피고, 상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미나리가 싱싱하니 미나리무침을 하면 좋겠네요.” “오늘 아침에 온 거예요.” “얼마예요?” “오천 원이에요.” 엄마는 미나릿값이 너무 비싸다며 깜짝 놀랐어요. 미나리는 물이 있어야 잘 자라잖아요. 비가 안 오니 내다 팔 미나리양이 줄어들고 값도 비싸지지요. 엄마는 몇 걸음 안 가서 버섯 파는 아주머니와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금세 엄마 표정이 밝아졌어요. “버섯이 예전보다 많이 싸졌네요!” “예전에 비하면 반값도 안 돼요. 몸에 좋다고 사 가니 너도나도 버섯을 키워서 그렇죠. 요즘은 널린 게 버섯이지 뭐예요.” 예전에 비해 버섯양이 늘어나 구하기 쉬워지면 가격이 내려가요. 엄마와 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과일 가게에 들어갔어요. 알록달록 과일들이 예쁘게 놓여 있었어요. 달콤새큼 딸기, 길쭉길쭉 바나나, 울퉁불퉁 파인애플. 과일은 냄새도 색깔도 너무 좋았어요. “와, 귤이 엄청 크다!” “그건 귤이 아니라 한라봉이야. 제주도에서만 난단다.” 엄마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어요. “엄마, 그런데 좋은 일 있어요?” “ 예전에는 귤이나 한라봉처럼 제주도에서만 나는 과일은 서울에서 구하기가 힘들었어. 그런데 지금은 시장에만 오면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엄마, 이제 또 뭐 살 거예요?” “생선만 사면 돼.” 생선 가게에 들어서자 비릿한 냄새가 풍겨 왔어요. 얼음이 녹은 물이 흘러내려 바닥도 질척거렸고요. 그래도 생선들을 보는 건 아주 재미있었어요. 기다란 은빛 갈치, 입을 쩍 벌린 고등어, 눈을 동그랗게 뜬 동태도 있었지요. “아귀가 크고 신선하네요.” 엄마가 머리가 크고 못생긴 생선을 가리켰어요. “그럼! 오늘 새벽에 구룡포에 직접 가서 모시고 온 거야.” 생선 파는 할머니가 활짝 웃었어요. “할머니, 삼천 원만 깎아 주세요.” “아이고, 안 돼!” “그럼 이천 원만 깎아 주세요, 네? 다음에 또 올게요.” 할머니는 남는 게 없다면서도 아귀를 종이에 둘둘 말았어요. 나는 온종일 엄마를 따라다니느라 다리가 아팠어요. “ 엄마, 시장에 오니까 힘들어요. 큰 마트에 가면 카트가 있어서 편한데. 값 깎아 달라고 조를 필요도 없고.” “우리 떡볶이 먹고 갈까?” 엄마는 역시 내 기분을 풀어 주는 데에는 선수예요. 나는 떡볶이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엄마, 시장에서는 가격이 마음대로예요?” “아니야, 물건 파는 분들이 가격을 정해 놓지. 하지만 흥정을 하면 좀 깎을 수 있어. 그러면서 얘기도 하고 어울리는 곳이 시장이야.” “그래도 큰 마트가 깨끗하고 편하잖아요. 맞다, 화장실도 있고요! 아까 화장실 가고 싶어서 혼났어요.” 내 얘기에 엄마는 호호 웃었어요. 엄마와 나는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는 시장에서 산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했어요. “이제 인터넷으로 갈비찜을 주문해야겠다!” “인터넷으로 갈비찜도 살 수 있어요?” “ 그럼,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는걸.” “에이, 그래도 시식을 할 수 있는 마트가 더 좋아요.” 엄마는 군침을 삼키는 날 보며 활짝 웃었지요. “오늘 엄마랑 시장에 갔다면서? 재미있더냐?” 할아버지가 외출하고 돌아와서 물었어요. “네, 그런데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팠어요.” “할애비 어렸을 때는 엄마 따라 시장 가는 게 가장 좋았단다. 사람 구경, 물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지.” 할아버지는 옛날 생각을 하는지 빙그레 웃었어요. “왜 엄마랑 할아버지는 전통 시장이 더 좋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 그거야 전통 시장이 더 익숙하니까 그렇지. 너희는 나중에 온라인 시장이 더 익숙해질 거고. 어쩌면 온라인 시장보다 더 편리한 시장이 생길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더 편리한 것을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하잖아.” 나는 미래에 어떤 시장이 생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돈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이게 모두 돈이라고? 모양은 달라도 모두 돈이야. 아주 옛날 사람들이 썼던 돈,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가 쓰는 돈! 아주 옛날 사람들은 먹을 것을 직접 구했어. 열매를 따 모으거나 사냥을 했지. 생활에 필요한 도구도 모두 만들어 썼어. 동물의 가죽으로 입을 옷을 만들고, 돌을 갈아 창으로 만들어 사용했어. 그러자 자기가 쓰고 남는 것들이 생겨났어. 그래서 다른 사람의 물건과 맞바꾸기 시작했지. 물건과 물건을 맞바꾸는 것을 ‘물물 교환’ 이라고 해. 그런데 물물 교환은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옹기가 필요한 사냥꾼이 있었어. 사냥꾼은 토끼 세 마리를 잡아서 옹기장이를 찾아 나섰지. 운이 좋아서 반나절 만에 토끼 고기를 좋아하는 옹기장이를 찾았다고 하자. 사냥꾼은 옹기 하나에 토끼 한 마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옹기장이는 옹기 하나가 토끼 세 마리의 값어치와 같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두 물건의 값어치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르면 물건과 물건을 맞바꿀 수 없었어. 사람들은 물건의 값어치를 쉽게 매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어. 모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물건의 가치를 재는 건 어떨까? 그리고 소금이 바로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물건이었지. 옹기 하나는 소금 다섯 되, 옷감 한 필은 소금 열 되. 소금만 들고 가면 원하는 걸 구할 수 있게 된 거야. 상품 화폐는 왜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는 물건이어야 했을까요? 물물 교환을 할 때 가치를 재는 기준이 되는 물건을 상품 화폐라고 해요. 그래서 곡식, 소금, 짐승 가죽, 말린 생선 등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이 상품 화폐가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소금 대신 곡식이 주로 쓰였어. 사람들끼리 물건을 사고팔 때는 물론이고 나라에 세금을 낼 때에도 곡식을 냈지. 조선 시대에는 삼베나 무명처럼 귀한 옷감이 상품 화폐로 쓰이기도 했어. 중국에서는 곡식이나 조개껍데기가 돈의 역할을 대신했고 말이야. 소금과 곡식으로 물건의 가치를 매기니 매우 편리했겠지? 하지만 곧 또 다른 문제점을 마주했어. 값나가는 물건을 구하려면 소금과 곡식을 많이 가져가야 했거든. 소금 두 섬, 곡식 두 가마니를 지고 고개를 넘는다고 생각해 봐.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겠지? 게다가 비를 맞기라도 하면 소금은 녹고, 곡식은 상하잖아. 사람들은 더 편리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가벼운 금속이야. 가볍되, 소금이나 곡식처럼 누구나 귀하게 생각하는 금속이어야 했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쓰인 금속 화폐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땅을 본떠 만든 은병이지요. 은병은 은을 녹여서 만들었어요. 가벼운 금속 화폐는 가지고 다니기가 편했어. 그런데 불편한 점도 있더라고. 사용할 때마다 일일이 무게를 재야 했거든. 또 금과 은은 너무 귀해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 그러다 보니 유럽에서는 가짜 금이 만들어지기도 했대. 가짜 돈이 돌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지. 그래서 사람들은 또 고민했어. 갖고 다니기 편하고, 일일이 무게를 재지 않아도 되고, 구하기도 쉬운 걸 찾아야 했거든. 그러다가 쇳조각을 녹여 둥글게 만들고 가운데에 구멍을 뚫었어. 구멍에 끈을 꿰면 들고 다니거나 보관하기가 아주 편하잖아.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엽전이야. 주조 화폐 가운데 ‘엽전’이란 무엇인가요? 엽전은 둥글납작하며 가운데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 동전이 에요. 놋쇠를 녹여 만들었지요. 그럼 왜 종이 화폐가 나왔을까? 사람들은 갖고 다니기 더 편한 돈을 계속 찾았어. 그러다 금속보다 가벼운 종이를 생각해 냈지. 금속 동전과 종이 화폐는 사람들이 쓰기에 딱 좋았어.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의 돈을 보면 대부분 금속과 종이로 만들어졌잖아. 그런데 아직도 돌과 곡식을 돈으로 쓰는 곳도 있대. 세계 여러 나라의 돈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영국 지폐 파운드 영국 지폐 앞면에는 늘 여왕이 자리한다는 사실, 몰랐지? 미국 지폐 달러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과 링컨, 벤저민 프랭클린 등이 들어가 있는 미국 지폐에는 ‘IN GOD WE TRUST (우리는 하느님을 믿어요)’란 문구가 새겨져 있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폐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각각의 나라에서 사는 동물이나 식물을 지폐에 그려 넣었어. 유럽 지폐 유로 2002년 1월 1일에 태어난 유럽 지폐는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열아홉 개 국가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인도 지폐 루피 인도 지폐는 10억 인구가 쓰는 돈! 지폐에 쓰인 언어가 열다섯 개나 된다고! 지폐마저 귀찮아진 사람들은 작고 네모난 신용카드를 사용해. 또 전자 화폐도 생겨났지. 동전과 지폐 대신에 신용 카드나 휴대 전화만 챙기면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살 수 있거든. 요즘은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사고. 바로 물건값을 치를 수 있어. 은행에 예금된 돈이 인터넷 안에서 오가니까. 반짝거리는 조개껍데기,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한 소금, 번쩍이는 금화, 끈에 주르르 꿰어 차고 다니는 엽전, 가벼운 지폐와 신용 카드, 인터넷에서 오가는 전자 화폐까지. 인류가 쓴 다양한 돈의 모습이야. 모양이 참 많이 변했지? 하지만 모두 물건을 사고팔고, 물건의 가치를 정할 때 사용했지. 돈이 하는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돼지 저금통, 은행에 가다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설날 아침, 병준이는 어른들께 세뱃돈을 받았어요. 엄마는 세뱃돈을 돼지 저금통에 넣으라고 하셨지요. “엄마도 병준이처럼 돼지 저금통에 저금을 한단다.” 엄마도 돼지 저금통에 저금을 한다고요? 정말일까요? 병준이는 엄마와 시장에 갔어요. 엄마는 병준이에게 새 운동화를 사 주었어요. 병준이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뽐내려고 어기적어기적. 엄마가 병준이를 보고 쿡쿡 웃으며 말했어요. “신발 멋있다! 그런데 잠깐 은행에 들를까?” 은행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엄마는 순서를 기다리려고 번호표를 뽑았어요. “엄마, 사람들은 왜 은행에 와요?” “돈을 찾거나 빌리려고 와. 세금을 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려고 오기도 해.” “그럼, 엄마는 왜 왔어요?” 병준이 말에 엄마는 씽긋 웃음을 지었지요. “어, 지민이다!” 친구 지민이가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병준이는 지민이만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요. “안녕, 너는 여기 왜 왔어? 난 저금하러 왔는데.” 지민이는 돼지 저금통을 안고서 종달새같이 말했어요. ‘나도 집에 있는 돼지 저금통을 들고 올걸.’ 병준이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때였어요. 딩동 하고 번호가 깜빡였어요. “내 차례네!” 지민이가 은행 창구로 쪼르르 달려갔어요. 혼자서 저금을 하는 지민이가 어른스러워 보였어요. 사람들은 저금을 어떻게 할까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요. 그리고 번 돈의 일부를 저금하지요. 아이들은 용돈을 아껴서 저금할 수 있어요. 딩동. 이번에는 엄마의 번호가 깜빡였어요. “엄마도 저금하러 온 거예요?” 병준이는 엄마를 쭐레쭐레 따라가며 물었어요. “응. 여기가 바로 엄마의 돼지 저금통이야.” “그런데 꼭 저금을 해야 돼요?” “물론이지. 저금이 왜 필요한지 설명해 줄게.” 사람들이 저금을 하면 은행에 돈이 모여. 은행은 그 돈을 상품을 만드는 기업에 빌려주기도 하지. 기업은 빌린 돈으로 물건을 만들어 판단다. 물론 기업은 빌린 것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그 돈으로 은행에 이자를 내는 거야. 은행은 저금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나누어 줘. 당연히 엄마도 이자를 받지. 저금한 돈이 불어나니까 꿩 먹고 알 먹는 거 아니겠어? 병준이는 저금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며 걸었어요. 그때, 땅바닥에서 100원짜리 동전이 반짝였어요. 병준이는 동전을 냉큼 주웠어요. “엄마, 왜 동전에 한국은행이라고 쓰여 있어요?” “글쎄, 왜일까?” 엄마는 싱글싱글 웃기만 했어요. “아하, 우리나라에 있는 은행은 모두 한국은행이구나!” “아니야. 한국은행은 돈을 만들어 내는 곳이야.” “한국은행처럼 돈을 만드는 은행을 중앙은행이라고 해. 모든 나라에는 하나의 중앙은행이 있지. 그곳에서는 돈에 들어갈 그림과 돈을 만들 종이의 종류, 그리고 돈을 얼마만큼 찍어 낼지 양을 결정해. 이렇게 결정한 대로 돈을 찍어 내는 곳이 ‘한국 조폐 공사’란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이면 다른 은행은 주변 은행인가요?” 병준이는 장난스럽게 물었어요. “하하! 동네에 있는 은행들은 일반 은행이라고 하지. 물론 아까 지민이를 만난 은행도 일반 은행이고.” 병준이는 지민이 얘기가 나오자 얼굴이 빨개졌어요. 저기 은행 간판들을 봐. 이름만 봐도 은행의 종류를 알 수 있어. 기업 은행은 기업의 자금을 관리하고 경제 활동을 지원해. 농협은 농민을 위한 일을 많이 하지. 그럼 부산 은행은요? 특정 지방의 경제 발전을 위해 만든 지방 은행이야. 대구, 부산, 경남, 광주, 전북, 제주 지역에 있지. 그리고 외국 회사가 주인인 은행도 있어. 그럼 외국 은행에서는 외국 말을 써야 해요? 뭐? 호호! 우리나라 사람이 가는 은행이니까 우리말을 써야지.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이 무엇인가요? 인터넷 뱅킹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어느 때나 실제 은행처럼 이용할 수 있어요. 모바일 뱅킹은 인터넷 이 가능한 휴대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 는 금융 거래 서비스예요. 이동하면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 인터넷 뱅킹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장소의 제약도 덜 받지요. 병준이는 엄마를 도와 시장에서 사 온 물건들을 정리했어요. “어머! 할머니께 용돈 보내 드리는 걸 잊었네!” 엄마는 부리나케 마루에 있는 컴퓨터를 켰어요. “엄마, 은행에 가야지 왜 컴퓨터를 켜요?” “인터넷으로도 돈을 보낼 수 있거든.” 엄마는 돈을 부치고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어요. 병준이는 이제부터 은행에 저금하기로 결심했어요. 내일은 돼지 저금통을 가지고 은행에 갈 거예요. 사실 병준이가 은행에 저금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내일 은행에 가면 저금하러 온 지민이를 만날지도 모르거든요!
지구 마을 상점에는 무엇을 팔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반짝반짝 멋진데? 한번 입어 보고 싶어! 갖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전화기? 멋진데! 부러워할 거 없어! 해결할 방법이 있거든. 처음 보는 과일인데? 쩝쩝! 마호가니 나무로 가구를 만들면 100년 동안 끄떡없겠어! 우리나라에는 각 지방을 대표하는 상품들이 있어. 한 입 베어 물면 꿀물이 줄줄, 나주의 배. 입 안이 얼얼하게 매콤한 순창의 고추장. 신비한 빛이 알록달록, 통영의 나전칠기.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가진 지역은 없지. 세계의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는 없어. 이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자연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야. 우디아라비아는 땅속에서 석유가 콸콸 솟아나지만 건조한 사막인 탓에 농사를 짓기는 힘들어. 그래서 농작물이 많이 나는 나라에서 곡식을 사 오고, 남아도는 석유는 다른 나라에 팔지. 이렇게 나라와 나라끼리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무역’이라고 해.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무역을 했어. 배나 말을 이용해서 아주 멀리까지 갔지. 옛날에 중국은 비단을 팔려고 유럽까지 갔어. 그래서 중국과 유럽을 잇는 길이 생겼고 그 길을 비단길이라고 불러.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에 아라비아 상인들과도 무역을 했대. ‘코리아’라는 영어 이름은 이때 만들어진 거야. 쌀이 필요해요. 반도체를 수입 하고 싶어요. 석유. 나무를 보낼게요. 요즘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무역을 할 수 있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문제 될 게 없지. 석유를 보내 주세요. 자동차를 더 수입할게요. 컴퓨터를 수입하고 싶어요. 바다를 누비는 배와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있으니까. 게다가 전화와 인터넷이 먼 나라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 주니까 무역하기가 더 편해졌지. 무역은 나라 사이의 경계선을 무너뜨렸어. 브라질에서 키운 오렌지가 미국으로 건너가 주스로 만들어지고, 미국에서 만든 주스는 우리나라로 건너와 상점에서 팔리지. 무역으로 지구가 하나의 마을이 된 셈이야. 그래도 무역의 좋은 점을 모르겠다고? 우리나라의 배 만드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유명해. 배를 만들려면 철광석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철광석이 없잖아.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철광석을 사 와서 배를 생산하지. 이렇게 수입을 하면 우리에게 없는 자원을 얻을 수 있어. 수입의 좋은 점은 그뿐만이 아니야. 보다 더 싸게 물건을 얻을 수 있지. 우리가 즐겨 먹는 바나나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도 재배하지만,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같은 열대 지방에서 수입해. 그곳에서는 많은 양의 바나나를 수확하면서 인건비는 적게 들기 때문에 바나나값이 훨씬 싸거든. 그럼 수출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오스트레일리아는 풍부한 지하자원과 농산물을 수출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금과 다이아몬드를 수출하고, 쿠웨이트와 같은 서남아시아 국가들은 석유를 수출하지. 풍부한 자원을 수출해서 돈을 버는 거야. 그 돈으로 학교와 병원, 주택과 도로를 만들어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지. 다이아몬드는 반짝반짝 아름다워. 게다가 다이아몬드는 매우 단단해. 그런데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무엇을 수출할까?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반도체야. 첨단 기술로 만든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세계에서도 최고로 손꼽히지. 이처럼 천연자원 대신에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수출할 수도 있어. 우리나라의 자원을 찾아보자! 물건을 사는 나라는 필요한 물건을 얻어서 좋고, 물건을 파는 나라는 돈을 벌어서 좋고. 무역의 좋은 점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 하지만 무역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어. 수입만 하면 돈을 많이 써서 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어. 또 수출만 하면 다른 나라와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지. 남의 물건은 사지 않고 자기 물건을 팔기만 하면 얄밉지 않겠어? 무역을 할 때는 나라끼리 서로 도우며 수입과 수출을 지혜롭게 조절해야 해.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고, 또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게끔 말이야. 그래야 모든 나라가 무역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고,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 커피 열매 커피 열매는 아프리카의 케냐, 에티오피아와 남아메리카의 콜롬비아, 브라질에서 많이 나요. ‘공정 무역’이란 어떤 것인가요? 공정 무역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말해요.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의 무역을 통해 생산자(노동자)의 경제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무역 형태이지요. 나라 사이의 무역이 활발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지구 곳곳에 있는 다양한 자원을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으니까. 모든 나라 사람이 ‘지구’라는 마을의 주민이 된 것처럼 말이지.
마루네 피자 가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엄마가 생일 선물로 휴대 전화를 사 주신대요. 휴, 그런데 정말 고민이에요. 어느 가게로 가야 좋은 것을 살 수 있을까요? 한 군데에서만 팔면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텐데, 왜 이렇게 가게가 많은지 모르겠어요! 엄마, 어디로 가야 해요? ‘어떤 가게를 차리면 좋을까?’ 마루 아빠는 동네를 돌면서 고민했어요. 얼마 전에 이 동네로 이사를 왔거든요. 그 날 저녁, 마루는 피자가 먹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까운 곳에 피자 가게가 없지 뭐예요. 마루는 아빠를 졸라서 먼 곳까지 피자를 먹으러 갔어요. “아빠! 우리 마을에도 피자 가게가 있으면 좋겠어요.” “간판 올립니다!” 아저씨들이 잘 보이는 위치에 간판을 달았어요. ‘마루 피자’ 간판이 반짝반짝 빛났지요. 마루 아빠가 피자 가게를 연 거예요! 사람들이 기웃기웃 가게를 바라보았어요. 마루는 어깨를 으쓱거렸지요. 똑똑! 외국인 아저씨가 가게로 들어왔어요. “내 이름은 루치아노. 이탈리아 요리사예요.”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루 아빠가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루치아노 아저씨는 주방으로 들어가 주방장 모자를 썼어요. 하얀 밀가루 반죽을 휙휙! 햄과 치즈를 쓱쓱! 어느새 바삭바삭한 피자가 만들어졌지요. 루치아노 아저씨가 만든 피자는 금세 소문이 났어요. 하루 종일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지요. 마루 엄마는 피자를 포장하고, 마루 아빠는 배달을 나가느라 바빴어요. 루치아노 아저씨는 신이 나서 반죽을 휙휙!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얼마 전부터 손님이 줄어든 거예요. 마루 아빠와 루치아노 아저씨는 자꾸 창밖만 보았어요. “아빠, 왜 손님이 없어요?” “며칠 전에 새로운 피자 가게가 생겼거든.” 그제야 마루는 건너편에서 피자를 나누어 주는 이유를 알았어요. “앞으로 저 피자 가게와 경쟁해야 해.” ‘경쟁’이란 무엇인가요? 같은 목적(목표)에 대해서 서로 이기거나 앞서려고 겨루는 일을 말해요. 기업들의 경쟁은 나라의 발전과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마루 아빠는 가게를 나섰어요. 잠시 뒤, 여러 개의 피자 상자를 들고 돌아왔지요. 새로 생긴 피자 가게의 피자였어요. “가격도 싸고, 크기도 훨씬 크네요.” “피자의 종류도 다양하고요.” 마루 엄마는 피자를 맛보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어요. “이것보다 더 좋은 피자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마루 아빠와 루치아노 아저씨는 머리를 맞대고 며칠을 고민했어요. “가격을 낮추려면 재료를 더 싸게 구해야겠어.” “저는 우리 가게만의 특별한 피자를 만들어 볼게요!” 마루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했어요. “아저씨, 별 모양이나 반달 모양 피자를 만드는 건 어때요?” “좋은 생각인데? 아이들이 좋아하겠어.” 마루 아빠는 피자 가격을 내린다고 가게 밖에 써 붙였지요. 마루네 가족은 피자를 잔뜩 구워서 거리로 나왔어요. “이번에 새로 출시된 피자를 무료로 나눠 드립니다!” 루치아노 아저씨가 한손으로 피자를 휙휙 돌리자,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었어요. 아빠는 확성기를 들고 신나게 외쳤지요. “오늘 마루 피자를 구매하시면 할인된 가격에 음료수와 샐러드까지 드립니다!” 마루네 가게에 다시 손님이 늘었어요. 식구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지요. “요즘 마루 피자의 맛이 더 좋아졌어!” “다른 피자 가게들과 경쟁해서 그런가 봐요.” 손님들의 칭찬에 모두가 더 신이 났어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상품의 가격을 계속 내릴 수 있을까요? 같은 상품을 파는 기업들끼리 경쟁하듯 서로 가격을 내리는 것을 ‘가격 경쟁’이라고 해요. 기업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상품을 만들어 파는데, 계속 가격을 내리면 이익 이 점점 줄게 되지요. 따라서 끝없이 가격을 내릴 수는 없답니다. 그런데 또 무슨 일일까요? 마루네 가게에 손님이 다시 줄었어요. 마루는 아빠와 함께 맞은편 피자 가게로 갔지요. 가게에는 ‘폭탄 할인’이라는 광고지가 붙어 있었어요. “아빠, 우리도 가격을 더 내리면 되잖아요.” “안 돼. 우리는 저 가격으로 피자를 만들 수 없단다.” 아빠는 마루의 어깨를 토닥였어요. 어느 날, 동네가 갑자기 소란스러웠어요. 마루 피자 건너편에서 단속반 아저씨들이 가게를 나서며 소리쳤지요. “수입산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서 피자에 넣으면 어떡해요!” “유통 기한이 한참 지난 재료를 사용하면 안 되죠.” 결국 그 피자 가게는 문을 닫고 말았어요. 사람들은 이제 마루 피자를 ‘대박 피자’라고 불러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해졌거든요. “여기가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다는 마루 피자 맞나요?” 오늘도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어요. 마루는 아빠가 몹시 자랑스러웠지요. 마루도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를 만들 거예요! 외국의 큰 피자 가게들을 이긴 비결이 무엇입니까? 정직한 마음으로 손님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셋째 돼지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옛날 옛날에 아기 돼지 삼 형제가 살았어. 첫째 돼지는 볏짚으로 집을 짓고, 둘째 돼지는. 아, 다 아는 이야기라고? 그런데 이 뒤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 궁금하지? 지금부터 잘 들어 봐. 삼 형제가 집을 떠나기 전의 일이야. 엄마 돼지는 삼 형제에게 용돈을 주었어. 일주일에 한 번, 금화 5개씩 말이야. 너희도 용돈을 받으면 과자를 사 먹거나 장난감도 사고, 저금도 하지? 삼 형제도 용돈을 쓰는 모습이 다 달랐대. 첫째 돼지는 돈 쓰는 걸 엄청 좋아했어. 용돈을 받자마자 사고 싶은 건 모두 사들였지. 엄마 돼지가 가끔 첫째 돼지에게 물었어. “첫째야, 용돈 얼마나 남았니?” “몰라요. 지갑에 좀 있을 거예요.” 어쩌다 돈이 남으면 책상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어. “형은 저게 뭐람? 돈을 모을 줄도 알아야지!” 둘째 돼지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어. 용돈을 받으면 아껴 쓰고, 남은 돈은 꼬박꼬박 저금통에 넣었지.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대. “저건 내가 꼭 갖고 싶었던 게임기잖아? 몇 달 더 모으면 살 수 있겠다!” 둘째 돼지는 열심히 모은 돈을 값비싼 물건을 사는 데 모두 써 버렸어. 셋째 돼지는 용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부터 세웠어. 용돈의 반은 먼저 저금통에 넣고 남은 돈만 썼지. 또 용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매일 적어 두었어. 형들은 과자도, 장난감도 마음껏 사지 못하는 셋째 돼지를 구두쇠라고 놀렸대. 하지만 셋째 돼지는 계획대로 묵묵히 돈을 모았어. 어느 날 셋째 돼지는 용돈 기입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어. “음, 이 정도면 투자를 할 수 있겠다.” 셋째 돼지는 얼마 전 아주 맛있게 먹었던 붕어빵을 떠올렸어. 모아 둔 돈을 들고 붕어빵 가게를 찾아갔지. “염소 아저씨, 제가 붕어빵 가게에 금화 10개를 투자할게요. 이익이 나면 저에게도 나눠 주세요.” ‘투자’란 무엇인가요? 투자란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돈을 대거나 시간과 정성을 쏟는 일을 말해요. 이때, 투자에 사용한 돈을 ‘투자금’이라고 하지요. 염소 아저씨는 셋째 돼지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새 기계와 신선한 재료들을 구매했어. 덕분에 붕어빵 가게는 나날이 손님이 늘었지. 이번에는 솜씨 좋은 너구리 아저씨를 찾아갔어. 고장 난 장난감을 금방 고쳐 주었던 게 떠올랐거든. “제가 아저씨에게 금화 20개를 투자할게요. 수리만 하지 마시고, 장난감도 만들어 보시면 어떠세요? 이익이 나면 그때 저에게도 나눠 주시고요.” 고민하던 너구리 아저씨는 셋째 돼지의 말대로 멋진 장난감을 만들고. 새로운 장난감 가게도 열었어. 가게는 점점 아이들로 북적거렸지. 셋째 돼지는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했지만, 모아 둔 돈을 사용했기에 남은 돈이 얼마 없었어. 그리고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지. 셋째 돼지는 용돈을 더 알뜰히 사용했어. “돈이 있으면 나를 위해 써야지! 왜 저렇게 머리 아프게 살아?”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는 오늘도 사고 싶었던 옷을 사느라 바빴어. 몇 달 후 염소 아저씨가 가방 하나를, 너구리 아저씨가 가방 두 개를 들고 셋째 돼지를 찾아왔어. “여기, 셋째 돼지님 몫의 이익금을 가져왔어요.” ‘이익금’이란 무엇인가요? 일정 기간 동안 가게가 번 모든 이익을 ‘총수입’이라고 해요. 총수입에서 가게가 쓴 비용을 빼고 남은 것을 ‘순이익’이라고 하지요. 여기서 이익금이란 순이익을 말하는 거예요. 세상에! 각각의 가방 속에는 금화 20개가 담겨 있었어. “앞으로도 6개월에 한 번씩 이익금을 나눠 드릴게요.”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어. 셋째 돼지는 다시 투자할 곳을 찾기 시작했고 말이야. 첫째 돼지는 값싼 볏짚. 둘째 돼지는 나무. 셋째 돼지는 비싼 벽돌로 집을 짓게 된 진짜 이유를 이제 알겠니? 성실한 태도의 차이도 있었지만, 모은 돈의 양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재료도 다를 수밖에 없었던 거야. 셋째 돼지의 튼튼한 벽돌집 덕분에 삼 형제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어. 그 후 삼 형제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당장 쓸 돈부터 버느라 힘든 첫째 돼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 둘째 돼지, 꾸준히 투자해서 큰돈을 모은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셋째 돼지. 용돈 쓰는 습관으로 일하는 모습까지 달라졌대. 너희는 누구처럼 용돈을 쓰고. 누구처럼 일하고 싶니?
램프 주식회사, 주식 시장에 상장하다
사회관계
초등_저학년
이곳은 알라딘과 지니가 세운 ‘램프 벤처 회사’야. AR 안경 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둘은 수십 개의 가맹점을 둘 만큼 큰 벤처 회사의 사장이 되었지. “하하! 우리 회사가 또 신문에 났어.” “돈도 많이 벌었으니까 이제 좀 놀자고.” 그러던 어느 날, 한 직원이 다급히 서류를 내밀었어. 내용을 읽어 보던 알라딘은 깜짝 놀랐지. “지니야, 이번 달 수입이 왜 이렇게 줄었지?” 지니가 달려와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았어. “이번 달에만 가맹점 여러 군데가 문을 닫는다는데?” “큰일이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빨리 알아보자!” 알라딘과 지니가 여유를 부리며 노는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어. “이것 봐! 우리랑 비슷한 경쟁 회사가 많이 생겼어.” “이제 우리 안경은 성능도 떨어지고 프로그램도 너무 단순하대.” “아무래도 변화가 필요하겠어.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 알라딘은 실력 있는 기획자와 기술자들을 모아서 지금보다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어. 지니도 안경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어. “새로운 안경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엄청나!” “우리가 가진 돈만으로는 부족해.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지니가 무릎을 탁 쳤어. “우리 회사를 주식회사로 바꾸자! 주식을 발행해서 사람들에게 파는 거야. 우리는 돈을 모아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사람들은 주식을 산 만큼 우리 회사의 주인이 되는 거지.” “좋아. 그럼 우리 회사의 주주들을 먼저 모아 보자!” ‘주식’이란 무엇인가요? 큰 회사를 운영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그 증 거로 주식을 발행해 주지요. 주식이란 그 기업에 돈을 투자한 사람이라는 증명서, 영 수증과 같은 셈이에요. 이렇게 주식을 주고 투자를 받은 돈으로 운영하는 회사를 ‘주 식회사’라고 해요. 또,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주주’라 부르지요. 주주를 모집하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어. 알라딘과 지니는 열심히 회사를 홍보했지. “새로운 가상 현실 프로그램과 VR 안경을 개발 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VR 안경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장도 여러 곳에 마련할 계획이고요.” “램프 주식회사의 주주가 되어 주세요! 투자하신 만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주 모집은 대성공이었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주식을 사고 돈을 냈지. 지니는 모인 돈을 보고 깜짝 놀랐어. “어마어마한 돈인데? 부자가 된 것 같아!” “이건 우리 돈이 아니야. 주주들이 우리 회사를 믿고 투자한 돈이지. 이 돈으로 얼른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공장도 세우자!” 몇 달 후, 드디어 새로운 상품이 출시됐어. 알라딘과 지니가 미리 온라인으로 광고를 한 덕분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먼저 VR 안경을 사려고 줄을 섰지. 게임장도 열자마자 손님들로 가득 찼고, 새로운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사람도 계속 늘었어. ‘상장’이란 무엇인가요?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국 거래소에 회사를 등록하는 것이에요. 한 국 거래소는 주식이나 채권 등을 거래하는 곳으로, 주식의 가격이나 회사에 관한 정보 를 알려 주지요. 한국 거래소가 정한 절차를 모두 거쳐야 상장을 할 수 있어요. 상장이 되면 회사를 믿고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이 많아져,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답니다. 그날 이후, 램프 주식회사의 주식값은 점점 더 올랐어. 끝없는 문의 전화에 지니가 신이 나서 말했지. “다들 우리 회사 주식을 사고 싶대! 주식을 더 찍을까? 그러면 돈이 훨씬 많아질 텐데!” “그러지 말고, 사람들이 우리 회사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상장을 하자!” 알라딘과 지니는 서류를 준비해 한국 거래소로 향했어. 두근두근! 드디어 램프 주식회사가 상장을 마쳤어. 알라딘과 지니는 더 열심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지. 그 결과, ‘가상 현실 게임’하면 누구나 램프 주식회사를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유명해졌어. 램프 주식회사는 전보다 더 큰 기업이 되었지. 덕분에 램프 주식회사의 주가도 쭉쭉 올라갔어. “우리 회사를 믿고 투자하는 주주들이 정말 많아졌네!” “게으름 피우지 말고 더 열심히 일하자.” 오늘도 알라딘과 지니는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더 멋진 램프 주식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 주가가 오르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주식 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에 의해 주식 가격이 결정돼요. 바로 이 주식의 가격을 ‘주가’라고 불러요. 주가가 오른다는 건 내가 100원에 산 주식이 며칠 뒤 200원, 300원으로 점점 오른다는 뜻이지요. 주가가 오를수록 내가 얻을 수 있는 이 익이 많아지니 좋고, 회사는 그만큼 회사의 가치가 높아져서 좋답니다.
유럽 세계의 형성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훈 족에 밀려 이동하는 게르만족. 게르만 민족은 매우 거칠고 사나웠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다른 종족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농사 기술이 서툴렀던 게르만 민족은 추장이 이끄는 부족 국가로서, 여기저기 기름진 땅과 풀밭을 찾아다녔고 가축을 기르며 살았습니다. 이들은 푸른 눈과 붉은 수염에 키가 크고 힘이 센 민족으로 용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게르만족은 고트족, 랑고바르드족, 프랑크족, 알라만족, 반달족 등 여러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당시 게르만족은 기원전 220년 무렵부터 숲과 늪으로 가득 찬 습한 땅을 벗어나 차츰 로마 제국 영토 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발트해 동북쪽에는 게르만 민족보다 더 사나운 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훈족으로,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땅을 찾아 남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훈족은 아시아의 유목 민족으로 싸움을 아주 잘했으며, 아틸라 왕 때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용감한 게르만족 전사들이여! 우리 앞에는 항상 승리뿐이다! 게르만족은 부족 국가를 이루어 왕이나 수장의 통솔하에 있었으며, 귀족들은 자유민과 주종 관계를 맺었습니다. 국가의 중요한 문제는 자유민인 성인 남자 모임에서 결정되었습니다. 이들 게르만족은 농경을 주업으로 하게 되면서 원주지에서 남하하여, 1세기 무렵에는 라인, 다뉴브강변에 이르러 로마와 접하였습니다. 로마인들은 이동하기 전의 게르만족 집단을 ‘키비타스’라고 불렀는데, 당시의 게르만족 집단은 일정한 영토가 없는 전사들의 국가였습니다. 게르만족은 사치와 향락에 빠져 있던 로마인과는 달리 용맹스러워 사냥을 좋아하고 싸움을 잘하였습니다. 또한 자연을 숭배하고 무용과 음악을 즐겼습니다. 게르만 사회는 처음에는 모두 평등한 자유민만 있었습니다. 사치와 방탕한 생활로 로마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게르만족은 로마에서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걸음 더! 게르만족의 사회.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 그리스와 로마가 번성하고 있을 무렵, 게르만족은 발트해 연안에 살면서 수렵, 목축, 농경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농경이 주업이 되면서 비옥한 땅을 찾아 남하하기 시작하더니, 로마 제정 초기에는 라인강과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로마 제국과 맞서게 되었다. 게르만족은 여러 부족으로 갈라져서 살고 있었으며, 모두 왕이나 추장의 통치하에 있었다. 그리고 통치자의 선출 같은 중요한 문제는 자유민인 성인 남자로 구성된 민회에서 결정하였다. 게르만족은 귀족, 자유민, 노예의 신분이 있었는데, 귀족들은 자유민의 종사와 군사적 주종 관계를 맺었다. 즉, 많은 토지와 가축 및 노예를 소유한 귀족들은 평민들을 종사로 삼아 그들에게 무기와 침식을 제공해 주는 대신 군사적인 봉사를 받았다. 이러한 게르만의 종사 제도가 뒷날 서유럽 봉건 제도의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그 후 계급 제도가 생겨나 자유민과 예속민, 노예의 신분으로 나누어졌고, 특히 자유민 사회에서 지위가 낮은 사람이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도움을 받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훈족이 물밀듯이 쳐들어오자 사나운 게르만 민족도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크, 노란 유령들이 몰려온다!” 이때, 남쪽으로 무리를 지어 도망친 것이 곧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입니다. 노란 유령이라고 한 것은 훈족의 피부가 노란빛을 띠었기 때문입니다. 게르만 민족의 이동은 로마의 허락을 받은 것이 아니라, 새로이 살 곳을 찾아온 거대한 행렬의 침입이었습니다. 로마에는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이 있기 전부터 노예나 용병으로 살아온 사람들도 있었고 장군이 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차츰 로마에 동화되어 갔습니다. 그것은 부패한 로마 관리들이 뇌물을 받고 눈감아 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게르만족들이 아무리 용감하다고 한들 우리 훈족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미 기원전 50년, 카이사르는 그들을 경계하라고 말했었습니다. “이들은 용맹하고 강인하여 로마의 위험한 적이 될 수 있는 족속들이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들을 로마 영토 안에 발을 들여놓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게르만족은 로마 군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경을 지키는 병사의 부족으로 고심하던 로마는 카이사르의 경고를 잊어버리고 이들을 군사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로마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가던 게르만족은 로마 정부에 격분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로마 정부가 엄청나게 비싼 값에 식량을 팔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도 고마운 줄 알아. 이나마 안 팔면 굶어 죽을 수도 있어.” 성질이 사납고 거친 게르만족이 그냥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눈에 보이는 식량이나 가축은 무조건 빼앗아 갔습니다. “이 날도둑놈들아!” 로마 제국 또한 가만히 두고 보지 않고 싸우다가 끝내 게르만족과 로마 제국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로마군은 사나운 게르만 민족을 당해 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싸움에서 게르만족이 원한 땅은 지중해 연안 지방과 아프리카의 튀니지 지방이었습니다. “지중해 연안 지방과 아프리카 튀니지 지방을 우리에게 내어 달라!” 게르만 민족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왔습니다. 이 지방은 로마를 먹여 살리는 곡식 창고와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나운 게르만족에게 로마 제국은 눈물을 머금고 황금 같은 땅을 내어 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로마가 다스리던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은 게르만의 여러 종족이 나누어 갖게 되었습니다. 게르만 민족의 여러 종족은 각각 그들이 자리 잡은 지역에서 왕국을 이루었습니다. 즉, 갈리아 지방의 북쪽은 프랑크족, 남프랑스의 론강 일대는 부르군드족, 에스파냐는 서고트족, 브리타니아는 앵글로 색슨족, 아프리카는 반달족이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게르만족의 침입이 번번이 일어날 때,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로마 제국을 자기의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로마는 그 후로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으로 나누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 걸음 더! 게르만족의 융합. 유럽의 민족 분포는 거의 게르만족의 대이동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게르만족은 처음에 발트해 연안인 유럽 대륙 북부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이르는 지역에 살고 있었다. 당시 그 지역에 살던 게르만족은 그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남겼는데, 이들이 바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민족의 조상이다. 오늘날의 이탈리아, 프랑스, 에스파냐, 포르투갈, 즉 서유럽의 여러 지역으로 이동한 게르만 부족은 로마 제국의 백성들보다 그 수가 훨씬 적었고, 문화 수준도 낮았다. 게다가, 그들은 대개 아리우스파의 크리스트교를 믿고 있어서 정통 가톨릭교를 따르는 로마인과 융합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게르만족은 정복한 로마 지역의 사람들과 서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게르만 고유의 언어와 문화는 쇠퇴하고, 로마인의 언어와 문화에 동화되어 버렸다. 프랑스, 이탈리아, 에스파냐, 포르투갈 등의 주민들은 게르만족에게 정복당한 지역에 살고 있었으나,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그들의 언어는 라틴어 방언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그곳 주민들을 라틴 민족이라고 불렀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 한편, 게르만족을 대이동 시킨 훈족은 5세기 초에 유럽으로 쳐들어와서는 루마니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의 일부, 폴란드, 체코를 정복하고 다시 라인강을 건너 갈리아까지 쳐들어왔습니다. 아틸라가 이끄는 훈족은 영토를 더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때, 서로마 황제 바렌티니아누스 3세의 딸인 호노리아 공주는 아주 몹쓸 짓을 하여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아무리 내가 나쁜 짓을 했다고 해도 그렇지, 딸을 감옥에 가두는 아버지가 어디 있담? 골든벨 상식. 영국의 기원. 영국의 영토는 앵글 색슨 유트족 등의 게르만 여러 부족에 의하여 정복되었는데, 이곳에는 이주한 게르만족의 숫자가 많았고, 정복하였을 때 로마적인 요소가 거의 다 파괴되었기 때문에, 영국은 게르만족 국가가 되었다. 따라서, 영어로 잉글랜드라는 말은 앵글족의 영토라는 의미가 있고, 주민은 앵글로 색슨족으로서 단일 민족을 형성하게 되었다. 앵글로 색슨족은 6세기 말에 일곱 왕국으로 통합되고, 9세기에는 그중의 하나인 웨섹스가 전국을 통일하여 잉글랜드 왕국이 되었다. 9세기 말의 앨프레드 대왕은 데인족(덴마크에 살던 노르만족의 일파)의 잇따른 침입을 격퇴시키는 한편, 법전을 편찬하고 문예를 장려하는 등 영국의 고대 문화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 황제의 신하와 나쁜 짓을 한 벌이었습니다. 그녀는 거칠고 사나운 훈족의 왕 아틸라를 이용하여 감옥에서 나올 궁리를 하였습니다. 공주는 몰래 사람을 보내어 아틸라에게 반지를 전했습니다. ‘저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이 반지를 받으시고 저의 약혼자라고 하시어 저를 구해 주세요.’ 반지를 받아 든 아틸라 왕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아틸라 왕이 아니었습니다. 아틸라는 곧 신하를 황제에게 보내어 황제의 사위가 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하였소. 그리고 이미 약혼반지까지 받았소. 그러니 이 사위에게 서로마 제국 영토의 반을 떼어 주시오.’ 그러나 바렌티니아누스 3세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아틸라는 이것을 구실로 451년 갈리아에서 이탈리아반도로 쳐들어갔습니다. 이때, 서로마에는 교황 레오 1세가 있었습니다. 교황은 나라를 다스리거나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로마 제국 시민들의 믿음을 이끌어 주는 종교 지도자입니다. 그는 추기경들과 주교들을 데리고 아틸라를 만났습니다. ‘우와! 저 옷은 이 세상 사람의 옷이 아닌 것 같아!’ 짐승 털가죽 옷을 걸친 아틸라는 교황과 그 일행이 입은 화려한 복장에 눈이 부셨습니다. 교황이 입은 옷은 하느님께 예배를 드릴 때 입는 예복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틸라의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옷보다도 아름답고 성스러워 보였습니다. 아틸라는 교황에게 달려드는 부하들에게 소리치며 교황에게 정중히 예의를 갖추라고 명령했습니다. “저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분들이다. 화려한 옷과 저 미소 짓는 얼굴을 보아라.” 하고 모두 무릎을 꿇도록 한 것입니다. 우와! 저것 좀 봐. 저렇게 멋지고 훌륭한 옷은 난생처음 봐. 교황은 그들에게 로마에서 물러가라고 타일렀습니다. 윽박지르는 소리보다 교황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틸라는 더 겁이 났습니다. 아틸라는 훈족을 이끌고 즉시 이탈리아를 떠났습니다. 아틸라가 죽은 뒤 훈족은 기세가 꺾여 대부분 아시아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중부 유럽에는 여러 아시아 계통의 종족이 자리 잡았습니다. 훈족이 다스리던 왕국이 쓰러지자, 그들로부터 해방된 게르만족은 이탈리아반도로 가서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대로 물러나긴 정말 아쉽지만, 하늘에서 오신 분의 뜻이라면 돌아가야지 어쩌겠나. 또 그 얼마 뒤에 게르만족 용병대장 오도아케르가 황제를 물러나게 함으로써 서로마 제국은 멸망당했던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 여러 나라를 세운 게르만족은 로마를 적으로 보지 않고 로마의 발달된 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힘으로 로마를 정복한 게르만족은 문화적으로는 오히려 정복을 당한 셈이었습니다. 그들은 로마인들이 쓰는 말과 자신들의 말인 게르만어를 섞어 썼는데 이것이 뒤에 이탈리아어가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게르만족은 각각 그렇게 그 지역 말과 게르만어를 섞어서 독특한 언어인 에스파냐어, 프랑스어를 창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영어는 순전한 앵글로 족과 색슨족의 말로 이루어졌습니다. 프랑크 왕국과 카롤루스 대제. 프랑크족이 정착하여 나라를 세운 곳은 갈리아 지방이었습니다. 5세기 말, 메로빙거 왕조를 세운 클로비스는 크리스트교로 개종하여 교회의 지지 아래 소왕국들을 통합함으로써 갈리아 중부 지역까지 영토를 넓혔습니다. 7세기에 이르러 메로빙거 왕조는 왕권의 상속 문제로 내분이 일어나 나라의 힘이 크게 쇠약해졌습니다. 이 틈을 타 카롤루스 마르텔이 이베리아반도에서 침입해 온 이슬람 세력을 격파하여, 프랑크 왕국과 크리스트교를 수호하였습니다. 프랑크 왕국의 성립. 갈리아 지방의 남쪽은 프랑크족이 지배했습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지 10년 뒤인 486년, 게르만족이 세운 첫 나라 프랑크 왕국이 세워졌으며, 새로운 주인은 클로비스였습니다. 클로비스의 프랑크 왕국은 서유럽 역사의 시초였으며, 또한 프랑스의 시초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클로비스는 난폭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영토와 세력을 늘려야 한다!’ 이런 클로비스의 강한 정신 때문에 다른 게르만족들이 세운 왕국들은 오래가지 못했으나 프랑크 왕국만은 유럽 중심부에서 오래 버티었습니다. 그러나 남의 땅에 들어온 소수 민족이 대규모의 문화 민족을 오랫동안 지배한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우리 게르만족의 첫 나라 프랑크 왕국이 번영하려면 무조건 강해져야 한다! 클로비스가 죽자, 그의 네 아들이 왕국을 나누어 다스렸습니다. 그러다가 558년 막내아들인 클로타르 1세가 다시 프랑크 왕국을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그렇지만 형제끼리 싸움이 잦았습니다. 클로타르 1세가 죽은 뒤 다시 나라는 세 아들이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형제끼리의 싸움은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 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었고 권력은 귀족들의 지지를 업은 재상들이 쥐었습니다. 732년, 에스파냐를 점령한 이슬람군이 프랑크 왕국으로 침입해 왔습니다. “내가 적을 무찌르겠소.” 왕은 가만히 있고, 카알마르텔 재상이 앞으로 나서서 군대를 평원에 숨겨 놓았습니다. 마르텔은 군사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적을 끌어들여 말을 먼저 쓰러뜨려라! 그런 다음 적의 기병을 치면 꼼짝 못 할 것이다.” 과연 말을 탄 이슬람 기병은 말이 쓰러지자 맥을 못 추고 패했습니다. 왕이 아닌 재상의 기지로 이슬람의 침입을 물리친 것이었습니다. 이슬람군의 침입을 무찌른 마르텔은 백성의 우러름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십시오.” 백성들의 요구에 마르텔은 사양했습니다. “나는 그저 한낱 이 나라의 재상일 뿐이오.” 그 후로 마르텔은 기병을 키우는 데만 정신을 쏟았습니다. 아이고! 기병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쓰러뜨리다니! 그 뒤 서유럽에 기사들이 활약하는 시대가 왔는데 이것은 마르텔의 공이 컸습니다. 마르텔이 죽고 그의 아들 피핀이 대를 이어 재상이 되었습니다. 백성들은 피핀에게도 왕이 되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더 이상 힘이 없는 왕을 대신하여 강한 왕이 되어 달라고 거듭 부탁한 것입니다. 처음에 피핀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백성들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나는 왕을 돕는 재상일 뿐이오.” 처음에 그렇게 사양하던 피핀은, 백성들의 간청에 못 이겨 국왕을 수도원으로 보내 사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골든벨 상식. 프랑크 왕국의 성립. 게르만 민족이 세운 나라들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하고 멸망하였지만, 프랑크족이 원주지를 떠나지 않고 라인강 하류 지역에 세운 프랑크 왕국은 예외였다. 로마 제국 영토로 이주한 다른 게르만족의 경우 부족 전체가 이주하였지만, 프랑크족의 경우 부족의 일부는 본지에 머물게 하고 나머지만 북프랑스로 이주하는 영토 확장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로마 문화와 접하게 되면서도 그들 고유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5세기 말엽 프랑크 왕국의 메로빙거 왕조의 클로비스는 몇 개의 프랑크 소왕국을 통일하여 강력한 왕국을 건설하였다. 클로비스는 로마 교회의 교리를 받아들여 가톨릭교를 믿었기 때문에, 로마 교회의 지지를 얻었다. 다시 말해, 프랑크 왕국은 오랫동안 게르만족의 전통 신앙을 지속시켜 가고 있었는데, 5세기 말엽에는 정통파로 알려진 아타나시우스파에 속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신앙을 수용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크 왕국은 로마 가톨릭 신자인 로마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프랑크 왕국은 로마 가톨릭교회와 제휴하며 국가를 안정시켰고, 또 유럽의 중심 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었다. 서로마 제국의 재건. 그리하여 피핀은 왕이 되었으며, 751년 카롤링거 왕조가 열렸습니다. 이 무렵 동로마 제국은 교회의 힘이 날로 강해지고, 그 우두머리인 교황은 세력이 커져서 황제와 맞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교황과 황제의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800년, 로마 교황은 서로마 제국의 황제 직위를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에게 내렸습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바로 피핀의 아들입니다. “크리스트교와 하느님의 세계를 보호한 위대한 평화의 사도여, 그대 카롤루스는 침략하는 이교도의 무리를 지혜와 용기와 칼로 무찌르고 교회와 믿음을 지켰나니, 그대의 어깨에는 무너진 로마 제국을 건설할 성스러운 임무가 걸려 있도다.” “이제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대의 머리 위에 황금의 관을 얹나니, 이는 대로마 제국의 새로운 황제로 임명함이니라. 샤를마뉴에게 신의 축복이 있으라!” 이로써 명목상이나마 서로마 제국은 재건되었습니다. 이는 동로마 제국 황제의 권위를 부정하고, 이에 맞설 서로마 제국의 황제를 내세우기 위한 로마 교황의 계산된 의도였습니다. 어쨌든 카롤루스는 로마의 황제가 된 최초의 게르만인이었습니다. 동로마의 황제를 억누르려면 서로마에 새로운 황제를 세울 수밖에 없다. 이로써 카롤루스 대제는 서로마 제국을 이어간다는 이유로 자신의 세력을 튼튼하게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왕국으로 쳐들어가서 로마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교황에게 바쳤습니다. 그리하여 프랑크 왕국과 로마 가톨릭교회는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카롤루스가 피핀의 뒤를 이어 왕이 되자, 프랑크 왕국은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왕비를 아홉 명이나 거느렸으며, 영토를 늘리는 일에 힘을 쏟았습니다. 또한 학자들을 모아 문예 부흥을 일으키고 수도원, 학교를 곳곳에 세워 교육에도 힘썼습니다. 이리하여 그는 중세 유럽 문화의 기틀을 열었습니다. 이를 사람들은 ‘카롤링거 르네상스’라고 합니다. 그는 평생을 전쟁으로 보낸 왕으로, 일생 동안 수십 차례의 원정을 치른 강인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로써 서로마 제국은 멸망한 지 3백 년 만에 다시 일어섰습니다. 카롤루스는 사라센 군대를 피레네산맥 남쪽으로 물리쳐 유럽을 이교도들로부터 지켰고, 크리스트교의 전파를 도왔으며, 프랑크 왕국의 영토를 최대로 넓혔습니다. 그렇지만 동로마 제국 황제가 카롤루스를 시기하고 비난했습니다. “야만족 출신이 어떻게 서로마 제국의 황제가 돼?” 동로마 제국 황제는 심지어 신하들과 카롤루스 대제의 머리에서 왕관을 벗길 방법을 의논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탈리아 땅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카롤루스를 황제로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샤를마뉴 로마 황제의 즉위는 중세 유럽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샤를마뉴는 카롤루스 대제를 말합니다. 지금까지 유럽은 여럿으로 갈라진 작은 나라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 여러 왕국과 왕들 사이의 세력 다툼을 크리스트교라는 종교의 힘으로 그치게 한 교황의 세력은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로마 제국 황제의 등장으로 유럽에 또 다른 강력한 통치자가 생겼습니다. 이제 유럽에서는 교황과 황제라는 두 세력이 맞서게 되었습니다. 프랑크 왕국의 통일 국가는 원래 게르마니아, 갈리아, 이탈리아 민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샤를마뉴가 죽은 뒤, 그의 아들 루이 1세의 세 아들 사이에서 영토 분쟁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세 아들은 서로 자신이 땅을 차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장남인 내가 마땅히 왕국을 이어받아야 하지 무슨 소리야.” “형님, 웃기지 마세요. 왕의 재목은 내가 제격이라고요.” 그리하여 세 형제는 3년 동안 전쟁한 끝에 결국 영토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큰아들 로타르는 이탈리아를, 둘째 아들 카롤루스 2세는 서프랑크를, 막내 루트비히는 동프랑크를 각각 차지하였습니다. 이로써 프랑크 왕국은 오늘날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베르됭 조약입니다. 그러나 870년 로타르가 죽자, 둘째와 막내는 다시 조약을 맺었습니다. 로타르의 영토였던 로렌 지방을 루트비히와 카롤루스가 나누어 가지기로 했는데, 이것이 마르센 조약입니다. 오늘날의 유럽은 카롤루스 대제 때 그 기틀이 다져졌습니다. 왕국의 후계자 자리는 마땅히 큰아들에게 돌아가야지. 그렇게 호락호락 왕의 자리를 넘겨줄 수는 없지. 롤랑의 노래. 732년, 카롤루스 마르텔은 피레네산맥을 넘어 침입한 이슬람군을 투르 푸아티에 전투에서 격퇴시켜, 이슬람교도의 침략으로부터 프랑크 왕국과 로마 가톨릭교를 수호하였습니다. 이리하여 그의 아들 피핀은 751년에 로마 교황과 제휴하여 왕위에 올라 카롤링거 왕조를 열었습니다. 피핀은 또 북이탈리아의 랑고바르드 왕국을 쳐서 정복한 영토의 일부를 교황에게 바쳤습니다. 이것이 교황령의 시초이며, 이로써 프랑크 왕국과 로마 교회의 유대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습니다. 피레네산맥을 넘는 카롤루스. 778년, 카롤루스 대제는 에스파냐로 쳐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라센인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에스파냐는 사라고사라는 도시 하나만을 남겨 놓고 모두 정복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소?” 사라센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사라센인들은 의논 끝에 항복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결정하고 카롤루스 대제에게 사신을 보냈습니다. 가진 보물을 다 줄 터이니 화의를 맺자고 하였습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부하 장군을 모아 놓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끝까지 싸워서 사라센을 멸망시켜야 합니다!” 카롤루스 대제의 조카이며 가장 용맹스러운 장군 롤랑이 주장했습니다. 이때 가느롱 장군이 말했습니다. “적이 항복해 왔는데 더 싸울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는 롤랑을 못마땅히 여기고 질투하는 자였습니다. 사라센은 무조건 항복하겠으니 제발 화의를 맺어 주십시오. 여기 선물입니다. 롤랑과 가느롱이 서로 팽팽히 맞서서 자기의 주장을 세우려고 하자 카롤루스 대제가 나섰습니다. “이 일은 내가 결정하지. 사라센이 하자는 대로 합시다.” 롤랑은 화가 났으나 황제의 결정이므로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느롱이 사신으로 가서 사라센 왕과 화의를 하였습니다. ‘으음, 이 기회에 아예 롤랑을 없애 버리자!’ 가느롱은 이런 결심을 하고 사라센 왕에게 속삭였습니다. “롤랑 때문에 이번 전쟁도 벌어진 것이오. 그자만 없애면 우리는 계속 평화를 누릴 것이오.” 가느롱은 돌아갈 때 롤랑의 부대를 맨 뒤로 돌려놓겠으니 추격하여 죽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카롤루스 대제가 이끄는 10만 대군은 휴전을 하고 저희 나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피레네산맥을 넘은 카롤루스 군대는 롱스보라는 험한 고개를 넘게 되었는데, 이 고개를 넘을 때 뒤에서 공격해 오면 꼼짝없이 전멸당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맨 뒤 후위대를 자신이 맡겠다고 롤랑이 나섰습니다. 여기에서는 후위대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말아라! 카롤루스 대제는 자기 활을 롤랑에게 주며 위급할 때는 뿔나팔을 불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11명의 장군이 따랐는데 이들은 롤랑과 함께 카롤루스 대제의 ‘12 용사’로 유명했습니다. 롤랑은 대군의 뒤에 처져서 후위대를 이끌며 따라갔습니다. 가느롱과 내통한 사라센 왕은 30만 대군으로 롱스보 고개를 향해 추격했습니다. “적이 새까맣게 뒤쫓아 온다!” “롤랑, 빨리 뿔나팔을 불어서 본대에 위급함을 알리게.” 장군들이 말했으나 롤랑은 듣지 않았습니다. “저까짓 이슬람교도들을 보고 두려워하다니. 우리 12 용사의 수치야.” 이미 사라센군은 고갯길에 이르러 외쳤습니다. “프랑크 놈들아, 어서 알라신의 창을 받아라!” “가느롱이 너희를 배반하고 우리 왕과 짠 것을 모르느냐? 하하.” 뿔나팔을 부는 롤랑. 롤랑은 화가 나서 창을 움켜쥐고 말을 달렸습니다. 이어 적장의 목이 날아갔습니다. 그렇지만 수가 워낙 많은 적이 개미 떼처럼 몰려와서 프랑크 후위대는 하나둘 쓰러지고 나중에는 롤랑 혼자만 남았습니다. 롤랑은 뿔나팔을 불었습니다. “뿌우웅, 뿌웅.” 그러고는 롤랑도 적진 한가운데로 말을 몰아 용감하게 싸우다가 끝내 죽고 말았습니다. 이때 카롤루스 대제는 대군을 이끌어서 프랑크 왕국으로 들어섰습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뿔나팔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습니다. “아니, 저 소리는.” 그런데도 카롤루스 대제의 귀에는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군대를 돌려 내달았습니다. 하지만 롱스보 고개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후위대가 전멸당한 뒤였습니다. 너무나 분해서 군사들은 엉엉 울었습니다. “원수를 갚으러 가자!” 카롤루스 대제는 다시 에스파냐로 쳐들어가서 적을 여지없이 격파하여 사라센군을 뿌리째 뽑았습니다. 물론 가느롱의 목도 쳤습니다. 뒷날 사람들은 장한 롤랑의 높은 뜻을 기렸으며, 그를 주인공으로 한 롤랑의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 유명해졌습니다. 이 노래에서 프랑스 문학이 싹텄다고도 합니다. 한 걸음 더! 중세의 기사도 학문. 중세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한 것은 기사 계급이었다. 중세 문학에는 이러한 기사들의 기사도 정신과 기사들의 생활상이 잘 반영되어 있다. 초기에는 게르만 영웅들의 모험담을 엮은 영웅 서사시, 기사들의 무훈과 충성을 엮은 기사도 이야기, 그들의 낭만적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 등으로 나타났다. 그중 독일 게르만족의 신화와 전설에 바탕을 둔 영웅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 프랑스 카롤루스 대제의 에스파냐 원정을 소재로 하여 용장 롤랑의 무훈을 읊은 롤랑의 노래, 영국의 아서 왕과 그 부하들의 무용과 사랑을 노래한 아서 왕 이야기 등이 유명하다. 중세 문학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람은 14세기 초기에 활동한 이탈리아의 단테이다. 그는 장편 서사시 신곡에서 지옥, 연옥, 천국 등의 저승 세계를 둘러싼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렸다. 이 작품은 중세적인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묘사 방법이 생생한 점은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초서는 캔터베리 이야기를 써서 당시의 사회상을 묘사하였다. 골든벨 상식. 롤랑의 노래. 중세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무훈시이다. 카롤루스 대제가 이슬람교도를 토벌하려고 에스파냐를 원정하였을 때, 롤랑과 올리비에를 비롯한 11명의 장군들이 사라센군의 기습에서 프랑스군을 위기에서 구하고 비장하게 전사하였다는 이야기를 읊은 서사시이다. 이 롤랑의 노래는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고 신의를 버리지 않는 중세 기사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린 것으로, 롤랑은 후대 봉건 기사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천하무적 바이킹.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노르만족은 9세기부터 유럽 각지를 침략하였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10세기 초 프랑스 서북 지방에 노르망디 공국을 세웠습니다. 그 후 이 공국의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점령하여 노르만 왕조를 열었습니다. 노르만족은 또한 지중해 방면으로 진출하여 시칠리아와 남이탈리아에 나폴리 왕국을 세웠으며, 루릭이 이끄는 루스족은 러시아를 공격하여 노브고로드 공국과 키예프 공국을 세웠습니다. 노르만족은 북대서양을 건너 아이슬란드, 그린란드를 거쳐 북아메리카까지 진출하였습니다. 한편, 원주지에 머무른 노르만족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을 세웠습니다. 노르만족의 이동. “바이킹이다! 바이킹이 나타났다.” 이 소리만 나면 주민들은 허겁지겁 달아나느라고 바빴습니다. 바이킹은 게르만족 가운데 가장 성질이 거친 종족으로, 바이킹의 ‘킹’은 왕이나 왕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항해자를 가리킵니다. 바이킹의 고향은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만으로 알려졌으며, 그들은 길이 약 20미터의 배에 40~60명 정도가 타고 노나 돛을 이용하여 한 시간에 20킬로미터나 달리는 ‘해적’입니다. 그들이 상륙한 곳에는 곡식은 물론 가축 따위가 남아나지 않았고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바이킹들은 가을 추수가 끝났을 때 배를 타고 와서 농촌과 도시를 약탈하다가 이듬해 봄에 돌아갔습니다. 모두 공격하라! 용맹한 바이킹의 앞길에는 승리뿐이다! 9세기경 프랑크 왕국은 어쩔 수 없이 바이킹 두목인 롤로를 정중히 초대했습니다. “우리 평화 조약을 맺어서 사이좋게 지냅시다.” 왕이 말하자 무식한 두목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런 걸 맺으면 곡식이 하늘에서 떨어지오?” “아닙니다! 땅에서 솟아납니다.” “뭐, 뭐라고요?” “센 강 하류의 기름지고 넓은 땅을 드릴 테니 씨앗을 뿌려 보시오. 그러면 싹이 터서 곡식이 땅에서 솟아납니다.” “배만 타고 살기도 지겨웠는데 그것참 잘되었군.” 이렇게 평화 조약을 맺어 바이킹, 즉 노르만족은 땅을 얻어 살았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날 노르망디 평원입니다. 그래, 우리도 이제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볼 때도 되었지. 신성 로마 제국의 성립. 바이킹들은 노르망디 공국 외에도 영국에 침입하여 앵글로 색슨족을 누르고 노르만 왕조를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온 유럽을 벌벌 떨게 한 바이킹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습니다. 바이킹들은 세상에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것도 바이킹들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땅인 아메리카에 처음 도달했을 때 포도주의 원료인 포도가 많이 난다 하여 와인랜드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5백 년이 지난 후, 콜럼버스가 이 땅을 다시 발견한 것입니다. 한편, 동프랑크 왕국은 마자르족의 침입을 받았는데, 그 민족은 오늘날의 헝가리인 조상입니다. 마자르인은 노르만족의 잔인한 성격에 뒤지지 않을 만큼 포악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동프랑크 왕국은 그들을 10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무찔렀습니다. 마자르 군을 무찌르는 데 공이 컸던 사람은 국왕 하인리히와 아들 오토입니다. 오토 대제는 962년에 교황에게 ‘신성 로마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오늘날의 독일인 신성 로마 제국은 그 뒤 약 20년 동안 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중세의 장원과 기사들. 중세 유럽은 농업 사회였으며, 영주는 농업의 가장 중요한 생산 수단인 토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주의 토지는 자급자족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장원으로 조직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농사를 지은 것은 토지를 가지지 못한 농민이었습니다. 농민은 영주에게 예속되어 지대로 생산물을 바치거나 부역 노동을 해야 했는데, 이와 같은 농민을 농노라고 합니다. 농민들은 과중한 지대 부담과 신분적 속박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촌락 공동체를 이루고 독립된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봉건 제도의 성립. 게르만족에 의해 중세의 모든 나라는 독특한 사회 형태를 띠었는데, 이것을 ‘봉건 제도’라고 합니다. 이 봉건 사회는 8세기 말에서 15세기까지 이어졌습니다. 봉건 사회에서는 왕이 가장 높았고 그 아래에는 영주들이 있었으며, 영주들은 기사들이 받들었습니다. 영주들은 왕으로부터 땅을 받아 그 땅에 성을 쌓아서 장원을 만든 다음, 장원 안의 농민과 기사들을 다스렸습니다. 저렇게 높은 언덕에 성을 세웠으니, 누구도 쉽게 쳐들어올 수 없을 거야. ‘장원’은 중세 시대에 개인이 소유한 넓은 토지를 말합니다. 성은 곧 그들의 집과 같았으며 적의 침입을 막는 요새였습니다. 이 때문에 영주들은 물려받은 영지에다가 성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적이 쉽게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언덕이나 산 위에 성을 쌓는 것이었습니다. 또, 성 둘레에는 연못을 깊게 파서 적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성 밖 멀리까지 나가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모두 성안으로 들어와 성문을 굳게 잠그고 싸웠습니다. 적이 긴 사다리를 이용하여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연못 밑으로 굴을 파서 침입하지 않는 한 성안은 평화롭고 안전했습니다. 골든벨 상식. 중세의 봉건 영주. 영주는 영지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였다. 그들은 영지 내의 재판과 조세 부과에 관하여 국왕의 간섭을 받지 않는 불입권을 가지고 있었다. 국왕으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은 매우 약하였으며, 영주의 영내에는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영주의 영내에 거주하고 있는 백성들은 영주의 사적 소유물과 같았다. 이 때문에 영주들은 봉건 사회를 지배하는 특권 귀족층을 형성하게 되었고, 자연히 왕권은 더욱 약화되어 지방 분권 체제가 굳어졌다. 이와 같이 중앙의 국가 권력이 약한 반면, 영주에게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었으므로, 영주들 간에 벌어지는 투쟁은 대개 무력 분쟁으로 번져서 내전이 자주 일어났다. 그래서 영주는 자신의 영역에 성을 쌓는 데만 신경 쓰고, 기사는 기마나 전쟁 준비에만 온 힘을 기울였다. 따라서 그들은 학문적인 지식이 없었으며,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조차 할 수 없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지만 성안에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은 영주와 귀족들뿐이었습니다. 평민과 농사를 짓는 노예들은 말할 수 없이 비참하게 살았습니다. 평민들은 그들이 힘들여 거둔 곡식의 대부분을 영주에게 바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개와 돼지 노릇을 하며 사느니 차라리.” 그들의 보금자리는 너무도 초라하고 형편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망치는 농노들도 많았습니다. 만일 도망이라도 치다가 붙잡히면 영주에게 죽도록 얻어맞거나 불에 달군 쇠로 지지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팔다리를 잘라 버리는 짓까지 서슴없이 저질렀습니다. 영주에게는 그런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도망친 농노가 1년 1일 안에만 붙잡히지만 않으면 자유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1년 1일 안에 붙잡히면 사정없이 가혹한 처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걸음 더! 주군과 봉신의 주종 관계. 대지주인 국왕이나 강력한 귀족은 자신에게 봉사하는 사람을 봉신이라 하고, 그들에게 봉토를 나누어 주어 기사군을 양성하였다. 그리고 봉신들도 스스로 주군으로서 군주에게 받은 자신의 봉토 일부를 다시 자신의 봉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러한 주종 관계는 쌍방 계약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주종 관계는 해소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주군과 봉신의 관계는 국왕을 정점으로 하여 대제후, 중소 제후, 기사 등으로 구분되어, 이른바 피라미드형의 봉건 체제를 이루었다. 여기에서 기사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본래 기사는 봉건적 지배자의 최하층 신분을 가리키는 이름이지만, 넓은 의미로 국왕 이하의 모든 봉건적 지배자는 말을 탄 전사라는 의미의 기사였다. 봉신은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기사로서 봉사하는 대신, 주군은 봉토를 주고 기사와 그의 가족을 보호해 주었다. 다만, 봉사의 대가가 금전이 아닌 토지였다는 것은 당시가 자급자족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토지에 기초를 둔 주종 관계로 맺어진 봉건 제도하에서 영주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였다. 중세의 꽃 기사. 중세 시대에 기사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기사들은 예의가 바르고 의협심이 강하며, 특히 숙녀 앞에서 정중하였습니다. 기사는 이러한 품행과 품성을 지닌 특별한 신분의 사람이었습니다. 대개 귀족의 아들이 7, 8세가 되면 영주가 사는 성에 들어가 지내며 14, 15세 때까지 기사로서 해야 할 일과 갖추어야 할 예절, 그리고 말을 타고 적과 싸우는 무예를 배웁니다. 이 시기에는 ‘시동’이라고 불리며 귀부인의 심부름도 합니다. 귀부인은 시동에게 종교라든지 음악, 또는 사랑과 명예 따위의 지식이나 상식을 가르칩니다. 14에서 15세가 되면 말의 사육으로부터 무술 연마에 이르기까지 기사로서 갖추어야 할 군사 훈련을 받고 20세가 되면 서임식을 통해 비로소 완전한 기사가 되는 것입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선서합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지키고 악한 자를 벌하며, 여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꺼이 몸을 바치겠습니다.” 선서가 끝나면 영주는 정식으로 기사 작위를 내려 줍니다. 이렇게 기사는 ‘중세의 꽃’이었습니다. 기사가 중심이 된 나라는 프랑스이고, 다음에 영국에서도 서서히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다 기사들은 나중에 갑옷을 혼자 입을 수도 없고, 혼자 일어설 수도 없게 되어 말을 탈 때에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올라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겨우 올라탔다고 하더라도 말은 힘겨워 빨리 달리지도 못하였습니다. 말에서 떨어진 기사는 허우적거리다가 적의 포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한때 중세의 꽃으로 상징되던 기사는 이렇게 한없이 추락하고 맙니다. 열심히 배우고 익혀 이 나라 최고의 기사가 꼭 될 것이다. 황제가 된 유스티니아누스. 크리스트교, 그리스 문화, 로마의 행정 조직을 바탕으로 한 비잔티움 제국은 교회의 우두머리를 겸하는 강력한 황제를 중심으로 서유럽과는 다른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하였습니다. 6세기 중엽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북아프리카, 에스파냐 남부, 이탈리아 등 옛 로마 제국의 영토를 수복하고 라벤나에는 제국의 서부 수도를 건설했습니다. 그는 로마법을 집대성한 로마법 대전을 편찬했으며, 양잠법을 들여와 견직업을 일으키고 성 소피아 대성당을 세우는 등 나라 안을 다스리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비잔티움 제국의 성립. 동로마 제국은 게르만족의 침입에 아랑곳없이 꿋꿋하게 버티었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자리 잡은 이 나라는 ‘비잔티움 제국’이라 불렸습니다. 사납기 이를 데 없는 게르만족 왕들도 비잔티움 제국에 대해서만은 고분고분했습니다. 더욱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는 무릎을 꿇을 정도였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보잘것없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아내 테오도라 또한 오락장의 곰 조련사의 딸에 지나지 않았으며 유스티니아누스의 청년 장교 시절에 둘은 결혼했습니다. 한 걸음 더! 비잔티움 제국의 사회 제도. 전성기를 맞았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사후에 비잔티움 제국은 이민족의 침입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그래서 비잔티움 제국은 거듭되는 외침에 대처하기 위하여 군관구제와 둔전병제를 실시하였다. 군관구제란 전국을 31개의 군관구로 나누고, 사령관에게 군사, 행정의 권한을 부여한 제도이다. 그리고 둔전병제는 군 복무 농민에게 토지를 지급하여 자영농을 육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제도에 의하여 군관구의 장관은 병사들에게 토지를 지급하여 병 농의 임무를 동시에 맡게 하였다. 이것은 황제의 권력을 강화하고 토지를 소유한 농민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리하여 9세기 말엽에 비잔티움 제국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10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력한 군인이나 관리가 대토지를 사유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이러한 군관구제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골든벨 상식. 성 소피아 대성당. 성 소피아 대성당은 비잔티움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에 건립하였다. 이 성당은 바실리카 양식과 돔 양식을 결부시켰으며, 돔의 지름은 31미터이고, 바닥으로부터의 높이는 55미터에 이른다. 성 소피아 대성당을 건축하기 위해 1만 명이 5년간 일하였으며, 공사비는 1억 3,4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었다. 비잔티움 제국이 오스만 튀르크에 멸망한 후에 성 소피아 대성당은 이슬람 사원이 되었으며, 그 후 첨탑이 덧붙여지고 내부가 다소 개조되었으나 기본적인 형태는 그대로 유지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로마법 대전의 편찬. 유스티니아누스가 황제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니케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황제는 새벽에 테오도라를 깨웠습니다. “아무래도 도망쳐야겠소! 이대로 폭도들에게 맞아 죽을 수는 없소.” “도망을 치면 황제 자리를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여기에 있다가 죽자는 말이오?” “신하들을 불러 최후까지 싸우자고 다짐해야지요.” 아내의 격려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신하들과 함께 힘을 합쳐 싸워서 폭도를 무찔렀습니다. 그 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밸리사리우스 장군을 내세워 군대를 일으켰으며, 잃어버렸던 영토와 로마 제국의 영광을 되찾은 것은 물론 빛나는 업적도 많이 쌓았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로마법 대전은 바로 그가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유스티니아누스는 성 소피아 성당의 뾰족탑과 내부의 모자이크 무늬에서 보듯이 독특한 비잔티움 문화를 이루었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가 죽은 뒤, 황제의 권위는 매우 약해졌습니다. 계속되는 전쟁과 무거운 세금으로 백성들은 살기가 힘겨워졌습니다. 골든벨 상식.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는 콘스탄티노플의 근위군 사령관이었던 숙부 유스티누스 1세의 양자가 되어 교육을 받은 후, 숙부가 황제로 선출되자 제국의 숨은 실력자가 되었다. 그 후 유스티누스 황제가 사망하자, 그는 황제가 되어 로마 제국의 역사에 빛나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과거 로마 제국의 재건과 그 전통을 계승한다는 계획 아래 옛 로마 제국의 영토를 탈환하여, 지중해를 다시 ‘로마의 호수’로 만들었다. 이것은 그가 이룩한 하나의 정복 사업에 지나지 않았다. 유스티니아누스는 이보다 더 훌륭한 업적을 쌓았다. 바로 로마법을 정비하여 로마법 대전을 편찬한 것인데, 이로써 로마의 뛰어난 법률 문화가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 유스티니아누스는 또한 위대한 건축 활동가이기도 하였다. 그가 뛰어난 건축가를 발탁하여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세운 성 소피아 성당은 로마의 건축 문화를 엿보게 한다. 그가 이러한 위업을 이룰 수 있었던 이면에는 왕비 테오도라의 도움이 컸다. 테오도라는 523년에 황제와 결혼한 후 황제의 최고 조언자가 되어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쳤다.
동고야 놀자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말했니?” “몰라, 몰라, 몰라! 엄마 때문에 구리구리 대왕한테 졌잖아요!” 동고는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어요. “게임 좀 그만하고 어서 나와 점심 먹어.” “됐어요, 배 안 고파요!” 동고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작 버튼을 눌렀어요. “동고야, 놀자!” “허동고! 축구하러 가자니까!” “나 바빠!” 동고는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소리쳤어요. “동고는 안 가겠대요. 아직도 게임 하고 있어요.” 누나가 입을 비죽거리며 운동화를 신었어요. “저 녀석 요즘 너무 게임만 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걱정스럽게 동고 방을 쳐다보았어요. “조금만 더 두고 봅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니까.” 동고는 식구들이 나가는 것도 모르고 게임에만 빠져 있었어요. “동고야,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아직도 안 일어났니? 어서 일어나. 지각이야! 지각! 너 또 밤늦게까지 게임 했지?” “허동고!” 선생님의 큰소리가 들려오자, 동고는 눈을 번쩍 떴어요.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모두 동고를 쳐다보았지요. 그런데 참 이상했어요. 눈에 힘을 줘도 자꾸만 스르르 감겼어요. ‘이상하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졸리지?’ “명태야, 오늘 우리 집으로 게임 하러 가자.” 학교 수업이 끝나자, 동고는 단짝 친구 명태에게 달려갔어요. “됐어, 난 축구하러 갈래.” 명태는 다른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가 버렸어요.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래, 너는 축구나 하고 놀아라. 흥!’ 동고는 입을 비죽거리고 돌아섰어요. 동고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점수가 안 올라갔어요. “어, 자꾸 왜 이러지? 에잇!” 다른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가 버린 명태가 자꾸 눈에 아른거렸어요.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동고는 다시 게임을 시작했어요. 엄마의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대답도 하지 않았지요. “오늘 3반 애들이랑 축구하기로 했어. 수업 끝나면 운동장으로 모여.” 명태가 교실로 들어오며 친구들에게 소리쳤어요. “알았어!” 동고가 대답했어요. “어, 동고 너도 하려고? 우찬이가 뛰기로 했는데.” 명태가 당황하며 말끝을 흐렸어요. “그냥, 우찬이한테 하라고 해.” “그래, 동고는 연습도 안 했잖아.” 다른 친구들도 한마디씩 거들었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동고 얼굴이 즐거워 보이지 않았어요. 웬일인지 오늘은 게임이 재미없었어요. “에잇, 밥이나 먹자. 엄마 밥 주세요.” “엄마! 저녁밥 먹자고요!” 방에서 나와 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식탁 위에 엄마가 쓴 쪽지가 놓여 있었어요. ‘누나 피아노 연주회에 다녀오마. 저녁밥 꼭 챙겨 먹어라, 엄마가.’ 동고는 그제야 며칠 전 일이 떠올랐어요. 엄마가 누나의 피아노 연주회에 함께 가자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동고는 게임을 하려고 안 가겠다고 했었지요. 식은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차려져 있었어요. 동고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상하게 속이 상했어요. 가족들도, 명태도 모두 모두 미웠어요. “동고야! 허동고!” 갑자기 밖에서 명태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동고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어요. “내일 축구 시합이 있는데, 너도 같이할래?” 동고는 기뻐서 날아갈 것 같았지만 얼른 대답하지 못했어요. “싫은 거야?” “아니야, 갈게! 내일 같이 뛰자!” “동고야, 놀자!” 명태의 목소리였어요. 동고는 컴퓨터를 끄고 부리나케 현관으로 달려 나갔어요. “어머, 웬일이니? 게임 안 하고 어디 가?” “오늘 중요한 축구 시합이 있다고!” 동고는 누나에게 혀를 내밀고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동고야, 패스!” 명태가 공을 동고에게 넘겨주었어요. “알았어!” 동고는 골대를 향해 힘껏 공을 찼어요. 게임도 재미있지만 역시 친구들과 축구하는 게 훨씬 신이 나요. 재미있는 여가 생활이 축구뿐이겠어요? 좋아하는 취미나 특기를 살려서 실력을 쌓아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몸도 튼튼해져요. 주변을 청소하면서 기쁨을 느껴요.
이상한 꿈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지우는 특별한 아이예요. 늘 새로운 걸 꿈꾸고 있었어요. 길을 걷다가 외계인을 찾는다며 두리번거리고, 사차원 세계로 가는 문을 찾으러 다니곤 했지요. 그랬던 지우가 다리를 다쳐 꼼짝할 수 없게 되었어요. 지우는 창밖만 내다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어요. “아유, 답답해! 날마다 똑같은 하루, 똑같은 방에.” 게다가 깁스한 다리가 근질거리기까지 했어요. “정말 답답하단 말이야!” 그 순간 창밖으로 불빛이 번쩍였어요. “뭐지?” 지우는 벌떡 일어나 절뚝거리며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그곳에 모자처럼 생긴 이상한 물체가 내려앉아 있는 거예요. “우아, 이게 뭐지? 우주선인가?” 지우는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랐어요. 무엇엔가 이끌리듯 그 안으로 주춤주춤 들어갔지요. 조종실 안에는 신기한 단추들이 많았어요. 지우는 금빛 단추를 살짝 눌러 보았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밖이 캄캄해지더니 눈을 찌르듯 강한 빛줄기가 쨍하고 솟아올랐어요. 마치 놀이 기구를 탄 것 같았어요. 지우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넌 누구니?” 지우가 눈을 떴을 때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30년 전 옷을 입고 있잖아? 과거에서 왔나 봐.” “어떻게 된 거야? 누가 타임머신을 제멋대로 만진 거야?” 지우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랐어요. “타임머신이라고? 그럼 내가 미래로 왔단 말이야? 우하하하, 히히히히.” 지우가 큰 소리로 웃자 모두 어리둥절했어요. “시간 터널을 지나더니 좀 이상해졌나 봐.” “시간 먼지를 왕창 뒤집어썼잖아? 누가 얘 좀 씻겨 줘.” 그때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지우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안녕? 난 리니야. 우리 집으로 가자.” 리니는 지우의 팔을 잡아끌었어요. “건강도 꼭 체크하라고!” 리니는 사람들의 말에 킥킥거렸어요. “다들 네가 좀 이상해진 줄 알잖아.” 리니네 욕실은 신기했어요. 자동 샤워기에서 물이 쏴 뿌려지고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났어요. 벽에서 팔이 나와 지우의 온몸을 씻겼어요. “아이, 간지러워. 하하하.” 디지털 거울로 만화 영화를 보는 동안 자동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와 온몸을 뽀송뽀송하게 말려 주었어요. 일일이 수건으로 닦을 필요도 없었지요. 지우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펴보았어요. “리니야, 이건 뭐야?” 침대에 이상한 것이 달려 있었어요. “응, 그건 자동 건강 탐지기야. 자는 동안 몸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하고 알려 줘.” “와, 그럼 병원에 안 가도 되잖아? 정말 좋겠다.” 지우는 마냥 신기했어요. “그런데 다리를 다쳐서 싫어도 병원에 가야겠는걸.” 지우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리니가 달랬어요. “걱정 마. 하나도 아프지 않아. *미세 로봇이 금방 고쳐 줄 거야.” 지우는 마지못해 리니와 함께 병원으로 갔어요. 지우가 병원 침대에 눕자, 로봇 의사가 레이저 칼로 석고를 자르고 침을 꽂았어요. 그런데 리니 말대로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벽면 스크린으로,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 로봇이 보였어요. 로봇은 아픈 곳을 찾아내 치료했어요. 부러진 다리가 금세 말짱하게 나았지요. 지우는 간호사 누나를 찾느라 두리번거렸어요. 하지만 의사도 간호사도 보이지 않았어요. “서둘러, 지우야. 이제 고장 난 타임머신을 고치러 가야 해.” 타임머신을 고치는 공장은 무척 컸어요. 커다란 로봇 팔이 타임머신에 새 부품을 끼우고 나사를 꽉꽉 조였어요. “일은 로봇이 다 하네?” “응, 사람들은 컴퓨터로 조작만 하지.” “나도 컴퓨터 잘하는데!” “과거에서는 컴퓨터로 뭘 했었니?” 지우는 으스대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이것저것 많이 하지만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축구 게임이야.” “그래? 그럼 나와 한번 해볼까?” 리니가 손목에 찬 작은 단추를 누르자 입체 영상이 여기저기서 불쑥 솟아올랐어요. 리니가 손끝으로 조종을 하자 축구 경기가 펼쳐졌어요. 그런데 구경하는 친구들이 없어서 그럴까요? 지우는 이겼는데도 예전만큼은 신이 나지 않았어요. 저녁때가 되었어요. 지우와 리니는 식탁에 마주 앉았어요. 국수 만드는 기계처럼 생긴 자동 요리기에서 알약 몇 개가 튕겨져 나왔어요. 리니는 그 알약을 먹고 산다고 했어요. “언제나 혼자서 밥을 먹어?” “그럴 때가 많아. 부모님께 할 말이 있으면 영상으로 하면 되니까.” “그럼 꾸중도 자주 안 듣겠네.” 지우는 왠지 쓸쓸해졌어요. “참 이상하지?” “뭐가?” “날마다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생겼으면 했거든. 그런데 막상 미래에 오니까 기분이 이상해.” “그래?” 이번에는 리니가 쓸쓸한 표정이 되었어요. “툭탁거리며 싸우던 친구들 생각도 나고, 잔소리하는 엄마 생각도 나고, 아프게 주사 놓는 간호사 누나도 없고. 기분도 이상하고,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 “푹 자고 나면 좀 나아질 거야.” 리니가 지우를 달랬어요. 지우는 이불을 턱까지 끌어당겼어요. “지우야! 아직까지 자면 어떡해? 아침밥 먹어야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지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모든 게 꿈이었을까요? 그런데 지우의 다리는 말끔하게 나아 있는 거예요. “리니야, 고마워.” 지우는 신이 나서 아침밥을 먹고 있어요. “엄마, 된장찌개 맛이 좋다. 오늘따라 엄마 얼굴도 참 예쁜걸?” “어머, 얘 좀 봐. 아침부터 웬 호들갑이야?”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와 지우는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었어요.
시끌벅적 강릉단오제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해미는 사진작가인 아빠와 여행할 때가 가장 즐거워. “아빠,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거예요?” 차창에 코를 박고 있던 해미가 물었어. “강릉단오제에 가는 거란다.” “단오제? 그게 뭐예요?” “강릉 사람들은 단오 무렵에 축제를 열거든.” “축제? 와, 재밌겠다!” “단오제도 구경하고 할머니 댁에도 들러 보자꾸나!” 해미는 버스에서 내려 숲속을 걸었어. 다리가 아픈지 무릎을 톡톡 두드리기도 했지. “아빠, 이런 숲속에서 무슨 축제를 해요?” “신에게 먼저 제사를 올려야 하거든. 농사도 잘되고 사람들도 건강하라고 말이야.” “제사? 피, 그건 재미없을 것 같은데.” 해미는 입을 쑥 내밀었어. 한참 걷다가 작은 집 앞에 도착했어. 집 안에는 무섭게 생긴 할아버지 그림이 있었어. 사람들은 그곳을 향해 여러 번 절을 했지. 아빠는 사진기로 사람들의 모습을 찍기에 바빴어. ‘재미있는 축제는 대체 언제쯤 하는 걸까?’ 해미는 뚱하니, 신이 사는 집만 바라보았어. 얼마 뒤, 빨간 모자에 알록달록한 옷을 차려입은 할머니가 나와서 팔짝팔짝 뛰며 노래를 불렀지. 해미는 신기한 듯 할머니를 바라보았어. “무당이 굿을 하는 거야.” 어느새 아빠가 다가와 해미의 귀에 속삭였어. 한바탕 굿이 끝나고 아빠가 해미를 불렀어. “해미야, 우리 나무한테 옷 입히러 갈까?” 해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를 바라보았어. “나무한테 옷을요?” “그래, 소원을 적은 천을 나무에 매다는 거란다.” 아빠는 사진기 줄을 어깨에 메며 앞장서서 걸었어. 저만치, 두루마기를 입은 아저씨가 나무 한 그루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어. 그러더니 나무를 쓱싹 베어 내지 뭐야. 징 소리에 나뭇잎이 팔랑팔랑, 장구 소리에 사람들이 들썩거렸어. 아하! 두루마기 아저씨는 소원 천을 매달 나무를 고르고 있었나 봐. 사람들이 그 나무에 여러 가지 천들을 묶기 시작했거든. 해미도 어떤 소원을 빌까 고민했어. 그러고는 발개진 얼굴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지. ‘기연이와 짝이 되게 해 주세요.’ 붉은색, 푸른색 소원을 적은 천들이 나무에 묶여 팔랑거렸어. 정말 나무가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지. 해미는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며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상을 했어. “해미야, 오늘은 그만 할머니 댁으로 가자꾸나. 보름 뒤면 해미가 바라는 시끌벅적한 축제가 열릴 거야.” 해미의 눈빛은 기대로 가득 차올랐어. 어느새 보름이 지났어. 해미와 아빠는 할머니 댁 평상에 둘러앉았지. “내일부터 재미있는 축제가 열리는 거 맞죠?” 해미는 찐 감자를 먹으며 몇 번이나 되물었어. “그렇고말고. 내일은 볼거리가 많을 거야. 시장도 열리고, 가면극도 볼 수 있으니 우리 해미 신나겠네.” 다음 날 해미는 단오장으로 갔어. 아빠와 할머니랑 함께 가서 더욱 즐거웠지. 북적북적, 와글와글. 시장은 사람들로 넘쳐났어. 해미는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아빠를 잃어버릴 뻔도 했지. “해미야! 아빠는 사진 찍고 올게. 할머니와 맘껏 구경하렴.” “네, 아빠! 우리 여기서 다시 만나기로 해요!” 해미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곳으로 후다닥 달려갔어. 그러고는 구경꾼들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지. 말로만 듣던 가면극이 펼쳐지고 있었어. 오뚝이 모양 옷을 입은 사람 좀 봐. 킥킥 미역 줄기 달고 뒤뚱거렸어. 멋쟁이 양반이 각시의 치맛자락을 당기네? 아유, 부끄러워! 서로 좋아하나 봐! 엇! 무섭게 생긴 훼방꾼 시시딱딱이 나타났어. 나무칼을 휘두르며 춤을 춰. 얼굴도 험상궂어 마치 두목 같은걸? 휴~ 그래도 양반과 각시의 사랑이 이루어져서 정말 다행이야! 해미는 가면극을 구경하다 그네 타는 곳으로 갔어. 그네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해미의 얼굴도 따라 움직였지. “이렇게 큰 그네는 처음 봐요!” 힘껏 다리를 구르면 하늘까지 닿을 것만 같아서 해미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울렁거렸어. 한쪽에서는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 씨름을 하고 있었어. “청 샅바 이겨라!” “홍 샅바 이겨라!” 사람들은 목청 높여 응원했어. “할머니, 저건 뭐예요?” 푸르스름한 물에 머리를 감는 사람들을 보며 해미가 물었어. “창포라는 풀을 삶은 물이지. 저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도 안 빠지고, 나쁜 병도 막을 수 있단다.” “정말요? 그럼 큰삼촌 머리털도 돋아날 수 있겠네요?” 해미는 이다음에 꼭 삼촌과 와야겠다고 생각했어. 하얀 얼굴에 연지 곤지 찍어 만든 각시탈! 열심히 색칠하는 친구들 양 볼이 각시탈보다 더 발그레해졌어. 즐거운 축제에 먹을 게 빠질 수는 없겠지?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엿장수가 가위로 짤깍짤깍 장단을 맞추었어. 불을 켜는 등잔도 보이고 오줌 누는 요강도 눈에 띄었지. 해미는 신기한 듯 옛날 물건을 들여다보았어. ‘와 단오장엔 정말 없는 게 없나 봐.’ 어느새 하늘이 어둑어둑해졌어. 폭죽이 팡팡 터질 때면 수천 개의 전구가 켜진 듯 밝아졌지. ‘내일은 또 어떤 구경을 할까?’ 해미는 아빠와 할머니의 손을 잡고서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깡충깡충 뛰어 댔어.
왜 소녀의 사랑을 얻지 못했을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옛날 어느 왕국에 햄릿 왕자가 살았어. 햄릿 왕자는 무슨 일이든 너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어.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한편, 햄릿 왕자에게는 돈키호테라는 친구가 있었어. 돈키호테는 무슨 일이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지. 화창한 어느 봄날, 햄릿 왕자와 돈키호테는 말을 타고 산책하러 갔어. 언덕에 이르렀을 때, 들꽃을 꺾고 있는 한 소녀를 보았지. '아아! 정말 예쁜 소녀로구나!' 햄릿 왕자와 돈키호테 모두 소녀를 좋아하게 되었어. '소녀에게 말을 한번 걸어 볼까? 아니야, 싫어하면 어떡해.' 햄릿 왕자는 망설였어. 돈키호테는 다짜고짜 큰 소리로 말했어. "소녀여, 난 당신을 사랑해요. 내 마음을 받아 주세요." "처음 보는 사람이 날 사랑한다고? 말도 안 돼!" 소녀는 깜짝 놀라며 서둘러 집으로 가 버렸어. 그날 이후, 돈키호테는 마음 내킬 때마다 소녀를 불쑥 찾아가 말했어. "당신을 사랑해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하지만 소녀는 화난 표정으로 돈키호테에게 말했어. "당신은 늘 제멋대로군요. 좀 신중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소녀는 햄릿 왕자가 마음에 들었어. '오늘은 왕자님이 나를 만나러 오시지 않을까?' 소녀는 매일 언덕에 올라 햄릿 왕자를 기다렸지. '소녀를 찾아가서 내 마음을 전할까? 아니야, 거절당하면 어떡해.' 하지만 햄릿 왕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선뜻 소녀를 찾아가지 못했어. 햄릿 왕자는 길에서 소녀를 마주쳤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아, 인사를 해 볼까? 아니야, 날 못 알아볼지도 모르잖아.' 햄릿 왕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소녀를 지나치고 말았어. 소녀는 햄릿 왕자에게 크게 실망하고 말았지. 얼마 후, 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졌어. 그런데 잔치를 구경하던 햄릿 왕자와 돈키호테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 소녀가 한 젊은이와 결혼식을 치르고 있었거든. 햄릿 왕자와 돈키호테는 둘 다 크게 후회를 하며 터덜터덜 궁전으로 돌아갔대. 충동적인 돈키호테와 지나치게 생각만 하는 햄릿 왕자 대신 소녀는 신중하게 고백한 젊은이를 선택한 거였어. 비극의 왕자, 햄릿 햄릿은 영국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이에요. 덴마크 왕가의 왕자인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이들에 맞서는 이야기예요.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와 더불어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예요. 저돌적인 기사, 돈키호테 에스파냐의 작가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가 지은 소설이에요. 주인공 돈키호테가 부하 산초를 데리고 기사 수업에 나서면서 겪는 여러 가지 모험 이야기예요. 돈키호테는 무엇이든지 사실보다 과장하고, 터무니없이 헛된 생각을 하는 인물이에요. 파스칼.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예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여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말로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렸어요. 대표적인 책으로 팡세가 있어요.
크앙은 왕이 될 수 있을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갈 때면 사자 왕은 넓은 초원을 늠름하게 거닐었어. 사자 왕의 아들인 크앙은 생각했어. “아빠는 언제나 최고야. 나도 크면 아빠처럼 멋진 사자가 되겠지?” 어느 날, 크앙은 아빠와 함께 산책하러 갔어. 크앙은 폴짝거리며 사자 왕보다 앞서 걸었어. 동물들은 크앙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했지. “안녕하세요? 먼저 지나가세요.” “히히, 모두가 날 알아보네.” 크앙은 고개를 치켜들고 우쭐거리며 걸었어. 하이에나에게 잡힐 뻔한 아기 원숭이를 사자 왕이 구해 줬대. 사자 왕은 정말 용감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크앙은 아슬랑아슬랑 혼자서 거닐다 바위에서 쉬는 거북을 보았어. “나도 바위에서 쉬어 볼까?” 크앙은 거북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 말했어. “거북아, 자리 좀 비켜!” 거북은 크앙을 지긋이 보며 말했어. “거참 예의 없는 꼬마구나. 내 자리를 뺏을 수는 없어.” 하지만 크앙은 거북을 발로 툭툭 차며 말했어. “난 앞으로 왕이 될 크앙이야! 내 말을 들어야지!” 참다못한 거북은 강으로 풍덩 들어갔지. 크앙은 다시 아슬랑아슬랑 거닐다 바나나를 먹고 있는 원숭이들을 만났어. “원숭이들아, 제일 큰 바나나를 따서 가져와!” “크앙, 네가 직접 따 먹으렴.” 그 말을 들은 크앙은 심통이 나서 바닥에 있는 바나나를 발로 다 밟아 버렸어. “난 앞으로 왕이 될 크앙이라고! 내 말을 안 듣다니, 용서 못 해!” 크앙은 다시 아슬랑아슬랑 거닐다 먹이를 먹고 있는 여우를 보았어. 크앙은 여우에게 말했지. “여우야, 그 고기 이리 내!” “먹고 싶다면 너도 직접 잡아먹으렴.” 그 말을 들은 크앙은 여우의 먹이를 휙 낚아챘어. “난 앞으로 왕이 될 크앙이라고! 이건 내 고기야!” 어느새 해가 점점 기울어 크앙의 그림자가 쭉 늘어나 있었어. 크앙은 제 모습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어. “우아, 난 정말 멋져. 나도 아빠처럼 멋진 왕이 될 거야. 누구보다 크고, 빠르고, 힘도 센 동물들의 왕!” 날이 갈수록 크앙은 동물들을 더 괴롭혔고, 동물들은 크앙을 더 괘씸하게 여겼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난 앞으로 왕이 될 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인사를 안 하는 거야?” 크앙의 말에 작은 여우가 말했어. “흥! 누가 널 왕으로 뽑아 준대?” 크앙이 으스대며 대답했어. “난 덩치도 너보다 크고, 달리기도 너보다 빨라.” 그러자 덩치 큰 곰이 느릿느릿 걸어 나왔어. “나만큼 크지는 않은 것 같은데.” 타조도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어. “달리기라면 날 이기지 못할 텐데.” 크앙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어. “그래도 우리 아빠보다 빠른 동물은 없을 거야.” 그 말에 치타가 쓱 앞으로 나왔어. “잘 봐, 우리 아빠는 곰보다 더 커.” 그러자 코끼리가 쿵쿵 걸어 나왔어. “사자 왕보다 코끼리가 훨씬 더 커.” 크앙은 어쩔 줄 몰라 했어. “그래도 아빠는 힘이 세잖아요, 그렇죠?” “글쎄, 힘이라면 나보다야 코뿔소가 더 세지?” 코뿔소는 커다란 통나무를 뿔로 휙 날렸어. 크앙은 그만 울음을 터뜨렸어. “으앙! 이게 뭐야? 사자가 뭐든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왕인 줄 알았는데.” 사자 왕은 크앙에게 다정하게 말했어. “크앙, 뭐든 최고라서 왕이 되는 건 아니란다. 왕이 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보렴. 그걸 알게 된다면 넌 멋진 왕이 될 수 있을 거야.”
누가 더 많이 가져야 할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어느 마을에 의좋은 삼 형제가 살았어. 첫째는 아내와 딸 다섯, 아들 다섯, 이렇게 열두 명의 식구가 오순도순 살았어. 덩치가 크고 힘센 둘째는 혼자 살았고, 몸이 약한 셋째는 아내와 단둘이 살았지. 삼 형제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어. 나이가 많은 첫째와 몸이 약한 셋째는 일을 많이 하지 못했지. 그래서 둘째 혼자 농사일의 절반을 해냈어. 그래도 거두어들인 쌀은 똑같이 나눠 가졌어. "모두 배부르니 정말 행복하구나." 삼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지. 그러던 어느 날, 둘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일을 훨씬 많이 하는데 곡식을 똑같이 나누는 건 불공평 하잖아.' 둘째의 마음속에 슬그머니 욕심이 생겼지. 둘째는 당장 첫째네를 찾아갔어. "형님, 우리 삼 형제가 쌀을 똑같이 나누는 건 불공평해요. 일을 많이 한 제가 많이 가지는 게 공평한 거 아니에요?"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첫째는 고개를 끄덕였지. 곧이어 둘째는 셋째를 찾아갔어. "아우야, 우리 삼 형제가 쌀을 똑같이 나누는 건 불공평해. 일을 많이 한 내가 많이 가지는 게 공평한 거 아니야?" "네, 형님 말이 옳아요." 셋째도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하여 삼 형제는 다시 곡식을 나누었어. 가장 일을 많이 한 둘째가 많이, 가장 일을 적게 한 셋째는 조금 가졌지. "이제야 공평한 것 같군." 둘째는 산더미처럼 쌓인 곡식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 며칠 뒤, 심심하던 둘째는 첫째네 집에 놀러 갔어. 둘째가 첫째네 집 초인종을 막 누르려는 순간,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어. "엉엉! 아빠, 배고파요. 밥 좀 더 주세요." "미안하지만 쌀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단다. 우리 식구가 이 쌀로 겨울을 나려면 아껴 먹어야 해." 첫째의 말을 들은 둘째는 발길을 돌려 셋째네 집으로 향했지. "아빠, 배고파요!" 둘째가 셋째네 집 앞에 도착했을 때였어. "아이코, 무릎이야. 아이코, 허리야." 셋째의 끙끙 앓는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려왔어. "여보, 미안해요. 쌀이 모자라서 약으로 못 바꿔 왔어요." "아니요, 일을 많이 못 하는 내가 더 미안하오." 셋째의 말을 들은 둘째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 "혼자 살면서 저렇게 많은 쌀이 왜 필요하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어." 집으로 돌아온 둘째는 창고 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쌀가마니를 보자 기분이 나빠졌어. 그날 밤, 둘째는 쌀가마니를 수레에 싣고 첫째네와 셋째네를 찾아가 필요한 만큼 나누어 주었어. '일한 만큼 갖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이 더 갖는 게 공평한 거야.' 둘째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지. 공평하게 내어요, 세금.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돈이에요. 그럼 세금은 누구나 똑같은 금액을 낼까요? 아니에요. 세금은 여러 가지 경우에 따라 달라져요. 첫째, 세금 가운데 버는 돈이 많을수록, 가진 재산이 많을수록 커지는 세금이 있어요. 종합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이에요. 둘째, 똑같이 내는 세금도 있어요. 물건에 붙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누구나 똑같이 내는 세금이에요. 누구나 물건을 살 때마다 세금을 내는 것이지요. 셋째, 혜택을 많이 보는 사람이 더 내는 세금도 있어요. 자동차 운전자가 내는 교통세, 에너지세, 환경세 등이에요. 이렇듯 세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걷고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은 반드시 공평하게 걷고, 공평하게 쓰여야 한다는 것이에요.
어머니는 왜 생선을 묻었을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조선 시대 선비인 홍서봉의 어린 시절 이야기예요. 가난했던 서봉이네는 어머니가 삯바느질을 해서 겨우 먹고살았어요. 서봉이 어머니는 인정이 무척 많았어요.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밥을 퍼 주곤 했어요. 어느 날, 떠돌이 생선 장수가 서봉이네 마을을 찾아왔어요. “생선 사세요! 싱싱한 생선이 왔습니다!” 생선 장수는 크게 소리치며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서봉이 어머니는 생선 장수를 불렀어요. “생선 장수 아저씨!” 생선 장수는 생선을 펼쳐 보였어요. 그런데 생선 썩는 냄새가 났어요. “이 생선들은 싱싱한 건가요?” 서봉이 어머니가 물었어요. “그럼요, 어제 제가 직접 바다에 나가서 잡은 겁니다.” 생선 장수는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하지만 생선에서는 분명히 썩은 냄새가 나고 있었어요. 서봉이 어머니는 고민에 빠졌어요. 사람들이 고민에 빠질 때, 우리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일꾼 둘이 있어요. 바로 가까이서 보고 판단하는 ‘근이’와 멀리서 보고 판단하는 ‘원이’예요. 그럼 서봉이 어머니의 마음속에 있는 근이와 원이가 어떤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 볼까요? 서봉이 어머니가 생선을 사려고 하자 먼저 근이가 나타나 속삭였어요. “생선이 상했어요. 사면 안 돼요.” 근이의 말에 서봉이 어머니는 잠시 망설였어요. ‘그래, 상한 생선을 사 봤자 먹지 못할 테니 소용없지.’ 그러자 이번에는 원이가 속삭였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상한 줄 모르고 이 생선을 사 먹으면 배탈이 날 거예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근이가 말했어요. “앞으로 일어날 일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옳아.” 원이도 지지 않고 말했어요. 한참을 고민하던 서봉이 어머니는 결국 원이의 말을 따라 상한 생선들을 몽땅 샀어요. 그러고는 생선들을 뒷산에 묻어 버렸어요. 그날 밤, 어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서봉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상한 생선을 사서 뒷산에 묻은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서봉이 어머니는 왜 상한 생선들을 사서 뒷산에 묻은 걸까요? 고결한 인품의 선비. 선비는 조선 시대의 지식인이에요. 지식은 있으나, 벼슬은 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지요. 나쁜 일에 굽히지 않는 올곧은 정신과 깨끗한 마음가짐은 선비가 꼭 지녀야 하는 인품이었어요. 물건을 팔러 돌아다니는 보부상 보부상은 옛날 장터에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물건을 팔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장수예요. 보따리에 물건을 싸서 들고 다니는 ‘보상’과 지게에 물건을 얹어 다니는 ‘부상’이 있었어요. 보부상은 물건을 너무 비싸게 팔지 않고, 속이지 않도록 서로 돕고 노력했어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과 함께 고대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예요. 땅 위의 동물과 식물은 물론, 하늘의 별까지 연구했어요. 중세 스콜라 철학과 학문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학문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어요. 어떤 주장과 생각을 했나요? 이성은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준다.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중용이 필요하다. 행복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
소금 한 줌이 총을 어떻게 이겼을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인도에 평화를 사랑하는 ‘바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 ‘바이’는 친구라는 뜻이야. 당시 인도는 영국 사람들이 다스리고 있었어. 영국 사람들은 여러 가지 법을 만들어 인도 사람들을 괴롭혔어. “인도 사람은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해.” “인도 사람은 일을 하거나 결혼을 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해.” 영국 사람들은 인도 사람들을 자신들의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게 했어. 아주 적은 돈을 주고 노예처럼 마구 부렸어. 게다가 영국의 물건과 소금을 인도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사게 했어. 그러니 인도 사람들은 늘 가난할 수밖에 없었어. 바이는 헐벗고 굶주리는 인도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척 아팠어.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어.” “그런데도 영국 사람들은 우리 인도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리다니. 그건 나쁜 일이야.” 바이는 이렇게 말했어. 그러자 영국 사람들은 바이를 미워했어. 영국 사람들은 바이에게 돌멩이를 던지기도 했어. “앗!” 돌멩이에 맞은 바이가 쓰러지자 인도 사람들은 화가 났어. “여러분! 우리도 영국 사람들에게 돌멩이를 던집시다.” 그러나 바이의 생각은 달랐어. “누구든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이대로 당하고 있으란 말인가요?” “저는 다른 방법으로 맞설 겁니다!” “영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영국 물건을 사거나 팔아선 안 돼요. 또 앞으로는 영어 대신 인도어를 쓰도록 노력하고, 인도 사람들을 위해 일할 거예요.” 바이는 물레로 실을 자아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어. 또 바이는 바닷가에서 직접 소금을 만들어 먹었어. 하지만 종일 일해도 소금은 겨우 한 줌밖에 되지 않았어. 그러나 그 한 줌의 소금은 점차 인도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어. “바이의 생각이 옳아.” “우리 모두 바이에게 힘을 실어 줍시다.” 인도 사람들은 바이처럼 물레를 돌려 직접 옷을 만들어 입고, 직접 소금을 만들어 먹었어. 인도 사람들이 물건을 만들어 쓰고 소금을 만들어 먹자, 영국 회사들은 장사를 할 수가 없었어. 결국 영국 회사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어. 화가 난 영국은 군인들을 시켜서 인도 사람들을 마구 잡아 가두었어. 바이가 감옥에 갇히자 인도 사람들은 스스로 감옥을 찾아갔어. “바이는 우리의 친구입니다. 바이를 풀어 주지 않으려거든 우리도 가두십시오.” 감옥 안은 수많은 인도 사람들로 북적거렸어. 또 다른 인도 사람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외쳤어. “바이에게 자유를! 인도 사람들에게 자유를!” 화가 난 영국 사람들은 총과 몽둥이로 위협했어. “우리는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 인도 사람들은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걷기만 했어. 영국 사람들은 그들을 모두 잡아 가두었어. 하지만 다음 날. 더 많은 인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어. 결국, 영국은 인도의 독립을 인정했고, 인도 사람들은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어. 영국 사람들은 인도를 떠나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야. 물레와 한 줌의 소금이 총과 몽둥이를 이기다니.”
동물들아, 왜 떠나니?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북극곰은 추운 북극에서 살았어. 미끌미끌 얼음 위에서 물고기를 잡고, 소복소복 쌓인 눈을 파서 잠자리를 만들었지. 하지만 요즘은 날이 계속 따뜻해져서 큰일이야. 얼음이 스르르 녹아 버려 사냥도 할 수 없고, 눈이 사르르 녹아 버려 동굴도 팔 수 없거든.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겠어.' 북극곰은 얼음 조각을 타고 바다로 향했어. '북극곰이 왜 떠나지?' 북극여우가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마 얼음이 자꾸 녹아서 사냥하기 힘들어서일 거야." 북극여우는 북극곰이 먹다 남긴 것을 먹고 살았어. "북극곰아, 네가 떠나면 나도 살 수 없어. 나도 너랑 함께 갈래." 북극여우는 얼음 조각 위로 훌쩍 올라탔어. '북극여우가 왜 떠나지?' 순록이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마 산성비 때문일 거야." 주룩주룩 내리는 산성비는 땅을 더럽혔어. "깨끗한 땅에서 살고 싶어. 나도 너희랑 함께 갈래." 순록도 얼음 조각 위로 훌쩍 올라탔어. '순록이 왜 떠나지?' 수달은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마 더러운 강물 때문일 거야." 둥둥 떠다니는 기름과 쓰레기들이 강물을 더럽혔어. "깨끗한 강물에서 살고 싶어. 나도 너희랑 함께 갈래." 수달도 얼음 조각 위로 훌쩍 올라탔어. '수달이 왜 떠나지?' 호랑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마 숲이 사라지기 때문일 거야."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가 숲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어. "숲이 사라지면 나도 살 수 없어. 나도 너희랑 함께 갈래." 호랑이도 얼음 조각 위로 훌쩍 올라탔어. '호랑이가 왜 떠나지?' 펠리컨은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마 탁한 공기 때문일 거야." 매연 때문에 공기가 더러워져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나도 너희랑 함께 갈래." 펠리컨은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올랐어. 잠시 뒤, 커다란 고래가 나타났어. "얘들아, 어디로 가는 거니?" "맑고 깨끗한 곳을 찾아가고 있어." 북극곰이 말했어. "그럼 나도 함께 갈래. 이곳도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더러워지고 있거든." 고래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어. 북극곰과 친구들은 고래의 등 위에 올라탔어. 그러고는 맑고 깨끗한 곳을 찾아 나아갔지. "모두 함께 가자!" 얼마 뒤, 북극곰과 친구들은 작은 섬에 앉아 울고 있는 소년을 발견했어. "아이야, 넌 왜 울고 있니?" "섬이 점점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야." 소년의 말에 북극곰과 친구들은 깜짝 놀랐어.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시켜서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어. 얼마 안 가서 북극의 얼음은 모두 녹아 버리고, 작은 섬들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될 거야." "그럼 우리와 함께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나자." 북극곰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어. "좋아, 나도 너희랑 함께 갈래." 그린피스는 1971년에 12명의 환경 보호 운동가들이 모여 만든 국제적인 환경 보호 단체예요. 그린피스의 활동은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기후 변화 방지, 원시림 보호, 해양 보호, 고래잡이 방지, 유전자 조작 반대, 핵 위협 저지, 독성 물질 제거 등이 있어요.
보석보다 소중한 것은?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옛날 터키의 작은 마을에 무라트라는 의사가 살고 있었어. 무라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료비를 받지 않았어. 오히려 자신의 돈으로 약초를 사 주곤 했지. 무라트는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늘 행복했어. 어느 날 밤, 한 소년이 무라트를 찾아왔어. "선생님, 제 동생이 매우 아파요." "그거 큰일이구나. 어서 가 보자." 무라트는 당나귀를 타려고 헛간으로 갔어. 그런데 당나귀가 아픈지 꼼짝도 하지 않는 거야. 하는 수 없이 무라트는 당나귀를 빌리기 위해 이웃집을 찾아갔지. "죄송하지만 당나귀 좀 빌려주세요. 산 너머 환자에게 급히 가 봐야 해요." 무라트가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했어. "안 돼요, 산을 넘다가 우리 당나귀가 병이 들 수도 있잖아요." 이웃집 아주머니는 딱 잘라 거절했어. 무라트는 당나귀를 빌리기 위해 온 마을을 돌아다녔어. 하지만 아무도 당나귀를 빌려주지 않았지. 결국 무라트와 소년은 캄캄한 밤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어. "선생님, 가방은 제가 들게요." "고맙다." 소년은 무라트의 가방을 메고 뒤를 따라갔지. 자작나무 밑을 지날 때였어. 갑자기 새 둥지가 툭 떨어졌어. "저런, 가엾기도 하지." 무라트는 모자를 벗어 아기 새에게 따뜻한 둥지를 만들어 주었지. 동굴 앞을 지날 때였어. 여우가 바위에 발이 끼어 낑낑거리고 있었지. "저런, 불쌍하기도 하지." 무라트는 소년과 함께 바위를 들어 여우를 구해 주었어. 그리고 여우의 발에 붕대를 친친 감아 주었지. 얼마 후, 무라트는 소년의 집에 도착했어. "자, 이 약을 먹고 한숨 자고 나면 아프지 않을 거다." 무라트의 정성스러운 치료 덕분에 소녀는 병이 금세 다 나았지.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무라트는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 "무라트가 몹쓸 병에 걸렸대요." "혹시 우리도 옮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무라트를 멀리했지. 하지만 오누이는 달랐어. 병든 무라트를 찾아와 주었지. "선생님, 저희 집으로 가세요. 저희가 돌봐 드릴게요." "그런데 내가 아픈 것을 어떻게 알고 왔니?" 무라트가 갸웃거리며 물었어. "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창문을 두드리기에 따라나섰어요." "그랬더니 발에 붕대를 감은 여우가 다가와 앞장서더라고요. 여우를 따라 선생님 집까지 온 거예요." 무라트가 도와줬던 동물들이 은혜를 갚은 거였지. 무라트는 곧 오누이를 따라나섰어. "어서 오세요, 선생님." 오누이의 어머니가 무라트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 무라트는 오누이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점점 기운을 되찾았지. 며칠 뒤, 한 아주머니가 무라트를 찾아왔어. "선생님,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앓아누웠어요. 어서 마을로 돌아가 사람들을 치료해 주세요. 무엇이든 원하시는 대로 드릴게요." 아주머니는 보석을 내밀며 말했지. "보석보다 소중한 것은 남을 생각해 주는 배려랍니다." 무라트의 말에 아주머니의 얼굴이 새빨개졌어. "죄송해요, 선생님." "이제라도 잘못을 깨달으셨으면 됐습니다." 무라트는 가방을 챙겨 들고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지.
쿠마르가 부자가 된 비결은?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끝없이 이어진 농장의 꽃밭에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알록달록 피었어. 빨간 꽃, 파란 꽃, 노란 꽃, 하얀 꽃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어. 농장 사람들은 꽃밭에서 사프란꽃을 땄어. "사프란으로 노란 물감을 만들자!" 사프란의 꽃술을 말려 물에 담그면 향긋한 노란 물이 우러났어. "음, 역시 사프란이 최고야!" 모두 사프란의 향기를 맡으며 기뻐했어. 사프란은 여기저기에 두루 쓰였어. "사프란으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어." "사프란으로 목욕을 하면 정말 상쾌해." "사프란으로 교회를 소독하면 아주 깨끗해지지." "사프란으로 물들인 옷은 참 멋져." 사프란 농장을 하는 라주와 쿠마르는 사이좋은 친구였어. 라주의 사프란 농장은 아주 컸고. 쿠마르의 사프란 농장은 아주 작았어. 그러던 어느 여름날. 두 사람의 사프란 농장이 홍수에 휩쓸려 모든 걸 잃게 되었어. 살길이 막막해진 쿠마르는 남의 농장에서 밤늦도록 일하며 겨우겨우 살았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라주는 여전히 사프란 장사를 했어. "최고급 사프란을 아주 싸게 팝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라주의 가게로 몰려들었어. 덕분에 라주는 많은 돈을 벌게 되었어. 소문을 들은 쿠마르는 라주를 찾아갔어. "아니, 이렇게 많은 사프란을 어디에서 구했나?" 라주는 쿠마르에게 비밀을 털어놓았어. "비밀은 바로 소의 오줌에 있네." 소에게 망고잎을 먹이면 병이 들어 노란 오줌을 누는데. 그 오줌을 받아 사프란과 비슷한 노란 물감을 만들었던 거야. "자네도 이 물감을 좀 팔아 보겠나?" 라주가 쿠마르에게 물었어. "아니, 난 그런 물감은 팔지 않겠네." 쿠마르는 딱 잘라 거절했어. 쿠마르는 여전히 가난했지만. 라주는 가짜 사프란을 팔아 점점 더 부자가 되었어. 그러던 어느 날. 라주에게서 산 사프란으로 교회를 청소하던 신부님은 코를 움켜쥐었어. "웬 지린내가 이렇게 나지?" 이상하게 여긴 신부님은 라주를 경찰에 신고했어. 결국, 죄가 들통난 라주는 모든 걸 뺏기고 외딴섬의 감옥에 갇히고 말았어. '아,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라주는 두고두고 후회를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어. 라주의 사프란 농장은 쿠마르가 맡게 되었어. 이듬해에는 햇볕이 좋아 사프란 농사가 잘되었어. 쿠마르는 최고로 좋은 사프란을 팔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부자가 되었어. 쿠마르와 라주의 삶은 왜 바뀌게 되었을까? 지식 더하기 (문학 편).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양치기 소년이 너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소년을 돕기 위해 급히 달려왔지만, 거짓말인 걸 알고 돌아갔어요. 하지만 소년은 또다시 거짓말을 했어요. 이번에도 마을 사람들은 달려왔지만, 사실을 알고는 화를 내며 돌아갔어요. 며칠 뒤, 진짜 늑대가 나타났고 양치기 소년은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어요. 결국, 양치기 소년의 양들은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지요.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져요.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여러 모험을 겪게 되어요. 모험을 겪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피노키오는 고래에게 먹힌 제페토 할아버지를 구하고 사람이 되지요.
코이는 왜 친구들에게 돌아갔을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난 아기 코알라 코이야. 유칼리나무 숲속에서 엄마랑 아빠랑 행복하게 살고 있지. “보보야, 유칼리잎 먹으러 가자!” 난 내 친구 보보와 함께 유칼리나무에 올랐어. 그런데 요즘 들어 군데군데 잎이 없는 유칼리나무가 많아졌지. “보보야, 유칼리잎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유칼리잎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우리 코알라들이 점점 늘어나서 그래.” 보보의 말에 다른 친구도 거들었어. “맞아,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굶어 죽는 코알라도 생겨날 거야.” 난 곰곰이 생각했어. “내가 울창한 유칼리나무 숲을 찾아 볼게.” 보보도 고개를 끄덕였지. “좋아, 나도 도울게. 함께 떠나자!” “꼭 돌아올게!” 난 보보와 함께 울창한 유칼리나무 숲을 찾아 길을 떠났어. 푸른 초원에서 캥거루 할아버지를 만났어. “캥거루 할아버지. 혹시 울창한 유칼리나무 숲을 본 적이 있나요?” 캥거루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지. “사람들이 사는 큰 도시에 가면 무엇이든 있단다. 거기 가서 찾아 보렴.” 난 보보와 함께 곧장 큰 도시로 갔어. “우아! 귀여운 코알라들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우르르 몰려들었어. 보보와 난 이리저리 도망쳤지만, 사람들에게 잡히고 말았지. 보보와 난 울타리가 가득한 동물원으로 보내졌어. “안녕! 난 기린이야. 만나서 반가워.” “난 코끼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난 얼룩말! 잘 부탁해.” 여러 동물이 우리를 반겨 주었지. 동물원 생활은 무척 즐거웠어. 맛있는 유칼리잎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데다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는 것도 좋았지. “보보야, 난 이 동물원이 정말 좋아. 계속 여기에서 살고 싶어.” 난 보보에게 말했어. 그런데 보보는 나와 달랐어. “코이야, 우리는 울창한 유칼리나무 숲을 찾아서 돌아가야 해. 친구들에게 약속했잖아.” 보보의 말에 난 얼굴이 빨개졌지. “네 말이 맞아!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보보와 나는 동물원을 빠져나갈 방법을 이리저리 찾았어. 그러자 동물원 친구들이 다가왔지. “우리가 도와줄게.” 보보와 나는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동물원을 빠져나왔어. 길에서 타조 아주머니를 만났어. “타조 아주머니, 울창한 유칼리나무 숲을 본 적이 있나요?” “그럼 본 적 있지.” 타조 아주머니는 우리를 태워 타닥타닥 달렸어. “자, 여기란다!” 보보와 난 곧장 가족과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어.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아니야!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켰잖아!” 그날 밤, 모두 함께 울창한 유칼리나무 숲으로 떠났어. 이제 유칼리잎을 맘껏 먹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물감들은 왜 싸웠을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문방구의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물감 한 통이 창가로 옮겨졌어. 따스한 햇볕을 받은 색깔들은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지. "아함! 잘 잤다!" 파랑이 빨강을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어. "어머나! 빨강아, 넌 정말 강렬하구나.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보여서 다가가기 힘들겠는걸." "맞아, 맞아. 빨강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화끈 뜨거워지는 것 같아." 노랑도 맞장구를 쳤어. "빨강은 삐죽삐죽 선인장 가시처럼 강해 보여 친해지기 어려워." 초록도 빨강의 나쁜 점을 말했어. "맞아, 호호호!" 노랑이 빨강을 보며 웃자, 초록이 흘겨보며 말했어. "노랑아, 웃을 거 없어." "너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으니까." 초록의 말에 노랑도 지지 않고 소리쳤지. "흥! 그러는 초록이 넌 썩은 빵에 피어나는 곰팡이색이잖아!" 웅성웅성, 시끌시끌! 색깔들의 말다툼은 한참 이어졌어. 누구 하나 좋은 점은 말하지 않고, 나쁜 점만 늘어놓았지. 다음 날, 한 화가가 문방구 안으로 들어섰어. "물감 한 통만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문방구 주인은 창가에 놓여 있던 물감을 건네주었지. 잠시 후, 물감들은 화가의 작업실에 도착했어. "자, 그럼 예쁘게 색칠해 볼까?" 화가는 멋진 풍경을 그린 밑그림을 펼치고, 물감 뚜껑을 열었지. 화가는 초록과 노랑을 섞어 연두색을 만들어 넓은 들판을 칠했어. "우아, 노랑아. 너와 내가 섞이니까 정말 멋진 색이 나왔어." "어지러운 색이라고 놀린 거 미안해." "아니야, 나도 미안해." 초록과 노랑은 서로 사과했지. 화가는 빨강과 노랑을 섞어 주황색을 만들어 예쁜 꽃을 칠했어. "빨강아, 너랑 내가 섞이니까 정말 아름다운 색이 나왔어. 뜨거운 색이라고 놀린 거 미안해." 노랑이 빨강에게 사과했지. 화가는 빨강과 초록을 섞어 갈색을 만들어 단풍을 칠했어. "빨강아, 친해지기 어렵다고 한 거 미안해. 갈색을 보니까 우린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빨강과 초록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지. 이제 색깔들은 서로 싸우지 않을 거야. 색깔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빛깔을 가지고 있고, 함께 어우러지면 더 아름다운 빛깔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빨강은 강렬한 느낌이 있어 자신감과 열정을 자극해요. 분노와 복수의 색이기도 해요. 주황은 유쾌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어, 활기와 즐거움을 주는 색이에요. 노랑은 귀엽고, 발랄한 느낌과 질투와 인색함과 같은 반대의 느낌도 함께 있어요. 초록은 자연과 순수, 평화, 안전을 나타내는 색이에요. 눈의 건강에도 가장 좋은 색이에요. 파랑은 침착하고 냉정함을 나타내는 색이자, 희망과 평화를 나타내는 색이기도 해요. 또한 슬픔과 우울한 느낌을 주는 색이기도 해요. 프로타고라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예요. 소피스트의 제일인자로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고 하는 상대주의 입장을 주장했어요. 어떤 주장과 생각을 했나요? 사람은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세상을 사람마다 다르게 본다.
세상을 바꾼 클로뎃의 힘은?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꼬마 클로뎃은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어. 가게에서 만난 백인 남자아이와 손이 닿아 엄마에게 혼났거든. "백인하고 닿으면 안 되는 거 알면서!" 클로뎃도 백인하고 놀면 안 되는 건 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클로뎃은 고개를 갸웃거렸어. "흑인과 백인이 손이 닿았다는 이유로 혼나는 건 이해가 안 돼!" 클로뎃은 엄마와 함께 옷을 사러 갔어. "저 빨간색 물방울무늬 옷이요. 잘 어울리나 입어 볼래요!" 하지만 클로뎃의 말에 점원은 고개를 저었어. "꼬마야, 꼭 입어 보지 않아도 살 수 있단다!" 이 옷, 저 옷 마음껏 입어 보는 건 백인뿐이었지. 클로뎃은 화를 꾹꾹 참았어. "흑인의 돈은 받으면서. 흑인이 옷을 입어 보는 건 싫다는 거야?" 클로뎃은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갔어. 일찍 갔지만,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어. "백인 환자들은 흑인 환자가 앉았던 의자에 앉으려고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녁때 다시 오세요." 클로뎃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어. "도대체 왜 흑인은 백인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는 거야?" 백인은 왜 흑인을 무시하나요?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이 백인을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여기지. 고등학생이 된 클로뎃은 또래 여자애들처럼 모양을 냈어. 하지만 흑인들만 다니는 학교에서도 인기 있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피부가 밝은색이고.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카락이 곧은 아이들이었어. "왜 흑인은 스스로 백인보다 덜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왜 우리가 흑인이면서 백인을 닮은 얼굴을 좋아하는 거지? 백인들이 끊임없이 흑인들을 얕보고, 못났다고 하니까 믿게 된 거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클로뎃은 친구들과 버스를 탔어. 흑인들은 같은 돈을 내면서도 무조건 백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어. 버스가 사람들로 점점 붐비기 시작하자, 운전기사가 의자에 앉은 클로뎃과 친구들에게 소리를 질렀어. "거기 좀 일어나지?" 클로뎃의 친구들은 벌떡 일어나 뒤로 갔어. 하지만 클로뎃은 말했어. "전 비키지 않을 거예요! 흑인과 백인은 같은 권리를 가졌다고요." 운전기사는 경찰을 불렀어. "저 여자애를 체포하세요. 자리를 비켜 주지 않았어요!" 결국, 경찰관은 클로뎃을 질질 끌고 경찰차에 태웠어. 나는 흑인과 백인이 같은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해. 내 생각이 옳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면 다른 흑인들도 지금의 대우가 올바른 것인지 의심할 거야. 클로뎃의 사건은 곧 널리 알려졌어. 많은 흑인이 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를 거절했어. 목사님은 클로뎃에게 말했어. "클로뎃, 너의 행동은 흑인들에게 큰 질문을 던져 줄 거야. '언제까지 부당한 대우를 참고 지낼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지!" 클로뎃이 재판을 받던 날, 재판정은 흑인들과 백인들로 가득 찼어. 버스의 운전기사는 클로뎃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잘못했다고 했지. 제일 문제가 된 것은 클로뎃이 소리친 말이었어. "흑인이 백인과 같은 권리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결국, 클로뎃은 유죄를 선고받았어. 흑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절대로요!" 흑인들은 다 함께 버스를 타지 않기로 약속했어. 몇 시간이고 걸어 다녀야 했지만 다들 노력했어. 몇 달이 지나자 마침내 버스 회사는 두 손을 들었고, 더는 흑인을 차별하지 않았어. 그리고 흑인과 백인이 똑같이 대우받는 세상이 열렸어.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누가 왕이 되어야 할까?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옛날 어느 왕국에 공주보다 왕자를 내세우는 왕이 있었어. 왕은 늘 이렇게 말했지. "왕국을 지키려면 다음 왕은 힘이 센 왕자 가운데서 뽑아야 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검은 옷을 입은 악마들이 나타나 젊은이들을 악마의 숲으로 잡아가 버렸지. 악마에게 맞서기 위해 두 왕자가 나섰어. "저희가 악마를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해 오겠습니다." 쌍둥이 왕자는 황금 활을 들고 악마의 숲으로 떠났지. 며칠 뒤. 한 농부가 두 왕자의 황금 활을 들고 헐레벌떡 왕을 찾아왔어. "두 왕자님도 악마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때 공주가 왕에게 말했어. "제가 오빠들을 구해 올게요." "안 된다! 남자들도 못한 일을 여자인 네가 어찌 할 수 있단 말이냐?" 왕은 펄쩍 뛰며 공주를 말렸어. "남자가 못했다고 해서 여자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반드시 악마를 물리치고 오빠들을 구해 올 거예요." 공주는 편지를 잘 전하는 매 한 마리를 데리고 길을 떠났어. "이랴! 어서 가자!" 공주는 말을 타고 악마의 숲을 향해 달려갔지. 악마의 숲에 도착한 공주는 악마를 기다렸다가 그들이 나타나자 일부러 붙잡혔지. '이래야만 오빠들이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거야.' 악마는 공주를 커다란 자루에 담은 뒤, 어디론가 끌고 갔어. 바닷가에 도착한 악마는 검은 옷을 벗었어. '아니, 악마가 아니라 해적이잖아.' 공주는 해적의 위치를 적은 편지를 매의 부리에 물려 주었어. "이 편지를 왕께 꼭 전해 주렴." 매는 편지를 물고 궁전을 향해 훨훨 날아갔지. 공주의 편지를 받은 왕은 병사들을 해적들이 있는 바다로 보냈어. "용감한 병사들이여! 해적들을 물리치고 젊은이들을 구하라!" 공주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해적들과 용감히 싸웠지. "안 되겠다. 도망가자!" 겁을 먹은 해적들은 이리저리 도망쳤어. 하지만 공주가 이끄는 병사에게 모두 붙잡히고 말았지. 해적들을 물리치고 오빠를 구한 공주는 마차를 타고 당당히 궁전으로 돌아왔어. "총명하고 용감한 공주님 만세!" 얼마 후, 왕은 다음 왕을 세우려 했어. 그러자 사람들은 왕에게 말했지. "공주님이라면 나라를 잘 다스리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 "여자인 공주가 나라를 잘 지킬 수 있을까?" 그러자 두 왕자도 나섰어.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으로 다를 뿐 재능이 다른 건 아닙니다." "공주는 똑똑하고 용감하니 왕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날 밤, 왕은 공주를 찾아가 물었어. "네가 만약 왕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으냐?"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전 강한 나라를 만들 자신이 있어요." 왕은 공주의 대답이 마음에 쏙 들었어. 그래서 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했지. 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날, 공주는 여왕의 자리에 올랐어. "여왕님 만세! 만세!" 왕국의 사람들은 만세를 부르며 새로운 여왕을 축하해 주었지. 종이 오리기의 마술사, 마티스. 마티스는 20세기 프랑스의 화가로 강렬한 원색으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추구하는 야수파의 대표적인 화가예요. 대상을 대담하게 단순화하고, 보색을 살려 화려하게 장식하는 화풍을 선보였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종이를 오려 캔버스에 붙이는 방법으로 멋진 작품을 남겼어요. 강렬한 그림, 야수파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일어난 미술 운동이에요. 노랑과 빨강과 같은 강렬한 색채와 거친선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마티스, 루오, 브라크 등이 대표적인 작가예요.
메콩강의 노래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새벽닭 울음소리가 요란해요. 조금 있으면 강물 위에 크고 작은 배들이 나타날 거예요. 그물을 드리우고 오는 고기잡이배, 새벽 시장으로 떠나는 배들이 강물을 흔들어 대겠지요. 메콩강에 아침이 오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쯩언 아저씨의 배가 뚜이네 집 앞을 지나가요. “아저씨, 오늘 우리 아빠가 오실 거예요.” 뚜이가 신이 나서 말해요. “그래서 뚜이가 일찍 일어났구나?” 아저씨의 배가 움직이자 긴 막대 위에 매달린 바나나가 함께 흔들거려요. 뚜이네 집은 강에 기둥을 세워서 지었어요. 바로 밑으로 강물이 흘러 집이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지요. 뚜이 아빠는 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고기를 잡아요. 일주일, 때로는 한 달씩이나 집에 오지 못할 때도 있어요. 뚜이는 아빠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요. 메콩강 주변에는 물 위에 기둥을 세워 지은 집이 많아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적어서 사람들은 대부분 물길을 따라 배를 타고 다녀요. “엄마, 아빠 배는 어디까지 왔을까?” 뚜이가 엄마에게 물어요. 엄마는 물건을 배에 옮겨 싣느라 정신이 없어요. 곧 수상 시장에 가야 하거든요. “오려면 아직 멀었어.” 엄마는 무뚝뚝하게 말하고 배에 올라타요. 뚜이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노를 잡고 엄마를 도와줘요. 뚜이의 엄마는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며 물건을 팔아요. 사람들은 뚜이네 배를 슈퍼마켓 배라고 부르지요. 메콩강에는 강 위를 오가며 국수를 파는 배, 구경 온 사람들을 태우는 배도 있어요. 한 가족의 집이 되어 주는 배도 있지요. 그러나 오늘은 뱃놀이도 시시해 보여요. 아빠가 돌아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천천히 흐르는 강물을 보니 뚜이는 약이 올라요. 오늘도 할머니는 뚜이에게 꽃을 사러 가자고 해요. 다음 날 뚜이네 집 제단에 놓을 꽃이에요. 조상님께 바치는 꽃이라 싱싱해야 한대요. 뚜이와 할머니는 타잉 언니의 배를 타요. 언니는 배에 손님을 태워 주는 일을 해요. 언니의 배는 작고, 너비가 좁아요. 메콩강의 물길은 너비가 좁은 곳이 많아서 아무 배나 다닐 수 없지요. 언니는 시장 가까운 곳에 두 사람을 내려 줘요. 할머니가 천천히 꽃을 골라요. 뚜이는 아빠 때문에 마음이 급해, 빨리 돌아가자고 할머니를 졸라요.간신히 꽃을 골랐는데, 타잉 언니의 배가 보이지 않아요. 드디어 타잉 언니의 배가 보여요. 언니가 뚜이에게 손짓을 해요. “오늘 손님이 많았나 보구나.” 할머니의 말에 언니가 수줍게 웃어요. “이러다가 아빠보다 늦겠어요. 빨리 가요.” 뚜이가 언니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해 보지만, 언니는 평소처럼 느긋하게 노를 저어요. 저녁이 되어도 강바람은 시원하지 않아요. 크고 작은 배들이 뚜이 곁을 지나쳐요. 할머니는 꽃향기를 맡으며 콧노래만 불러요. 뚜이는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아요. 커다란 배가 곁으로 지나가다 큰 물결을 일으켜요. 타잉 언니의 배가 뒤집힐 것처럼 흔들거려요. 드디어 뚜이네 집이 보여요. “뚜이야! 뚜이야!” 아빠가 뚜이를 알아보고 소리쳐요. 뚜이도 아빠를 부르며 손을 흔들어요. 타잉 언니가 힘을 다해 노를 저어요. 강물도 아빠를 향해 배를 밀어 주어요.
해님을 불러오는 태양곰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푸아쿰부를 짜던 할머니가 창밖을 바라봐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쏟아져요. 할머니는 한숨을 쉬어요. 이반족의 최대 명절인 가와이다약이 석 달도 안 남았기 때문이에요. 비가 이렇게 계속 오면, 쌀이며 야채며 농사지은 것을 모두 망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면 가와이다약을 풍성하게 보낼 수 없을 거예요. 라자나는 할머니가 짜는 푸아쿰부를 한참 동안 바라봐요. “할머니, 곰의 가슴에 황금빛 말굽 모양이 있어요.” 황금빛 말굽 모양은 해님을 가리킨단다. 그래서 이 곰을 해님을 불러오는 태양곰이라고 부르지. 라자나는 왜 할머니가 태양곰 무늬 푸아쿰부를 짜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 “할머니, 태양곰이 오면 정말 비가 그치나요?” “글쎄, 아마도 그럴 거다.” “그럼 태양곰은 어디에 있는데요?” “아마 추장님이 아시지 않을까?” “추장님, 추장님! 태양곰은 어디에 있나요?” “정글 깊은 곳에 있지.” “곰이니까 무지무지 크겠네요?” “정글 깊은 곳에 있지.” “곰이니까 무지무지 크겠네요?” “태양곰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곰이란다. 다 커도 너만 할 거다.” 라자나는 하루 종일 태양곰 생각뿐이에요. “할머니, 주무세요?” “그래, 할머니 잔다.” “치, 자는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해요? 할머니, 옛날이야기 해 주세요.” “옛날이야기라. ‘투아’가 뭔 줄 아니, 아가야?” “그게 뭔데요?” “투아는 우리 이반족을 지켜 주는 수호신이란다. 숲의 요정들이 우리 이반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투아를 보내 주었지.” “할머니의 투아는 뭔데요?” “코뿔새란다.” “그럼, 제 투아는요?” “언젠가 네 꿈에 나타날 거야. 자, 이제 자자꾸나.” 다음 날 라자나는 태양곰을 찾아 숲으로 들어가요. 숲은 예전과 많이 달라 보여요. 숲에서 맨 처음 만난 건 할머니의 투아인 코뿔새예요. “코뿔새야, 어디로 가면 태양곰을 만날 수 있니?” “태양곰은 왜?” “태양곰이 해님을 불러온다고 했거든. 해님이 오면 벼와 채소가 잘 자랄 거야.” “흠, 말레이맥이라면 알지도 몰라. 워낙 오지랖이 넓은 친구니까.” “어디로 가면 말레이맥을 만날 수 있어?” “빽빽한 숲, 빽빽한 숲으로 가!” 코뿔새가 코맹맹이 소리로 외쳐요. 그러나 한참을 가도 말레이맥은 커녕 말레이맥이 산다는 빽빽한 숲도 보이지 않아요. 지친 라자나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요. 그때, 나무 뒤쪽에서 ‘쉬’ 하는 소리가 들려요. 라자나는 나무 뒤로 돌아가요. “네가 말레이맥이니?” “어이쿠, 넌 누구냐?” 오줌을 누던 말레이맥이 깜짝 놀라며 물어요. 라자나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정글의 큰물을 따라가요. “긴코원숭이야!” “사람의 아이가 이곳에는 웬일이냐?” 태양곰을 만나야 해. 태양곰이 해님을 불러오니까. “태양곰은 나무가 사라져서 아주아주 화가 났다. 그래서 빽빽한 숲을 찾아 멀리멀리 떠났다. 해님도 태양곰과 함께 꼭꼭 숨어 버렸다. 그 뒤로 후드득후드득 비가 멈추지 않는다.” 라자나는 숲속을 걷고 또 걸어요. 아무리 걸어도 빽빽한 숲은 나오지 않아요. 사람들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나무를 베었나 봐요. 하루 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라자나는 비틀거리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져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라자나는 겨우 눈을 떠요. “태양곰님?” 태양곰이 라자나 쪽으로 고개를 돌려요. “사람들이 숲을 모두 망쳐 버렸어. 나는 빽빽한 숲을 찾아 멀리 떠나야 해.” 라자나의 눈앞에서 태양곰의 모습이 사라져 가요. “태양곰님! 가지 마요!” “라자나, 라자나!”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라자나가 다시 눈을 떠요. “아가야, 괜찮으냐?” 라자나를 품에 안은 할머니가 보여요. 마을 사람들의 걱정 어린 얼굴도 보여요. “할머니, 태양곰을 만났어요. 사람들이 숲을 망쳤다고 했어요. 나무를 자꾸 베어 내면 태양곰을 영영 못 볼지도 몰라요.” 할머니는 말없이 라자나를 꼬옥 안아 주어요. “아가야, 어서 저기를 보렴!” 아침 일찍 할머니가 라자나를 깨워요. “으응? 어디요?” 할머니가 창문 쪽을 가리켜요. 창문 너머에 황금빛 태양이 떠 있어요. 비가 그친 거예요! 벽에는 할머니의 새 푸아쿰부가 걸려 있어요. 푸아쿰부 속 태양곰이 라자나를 보고 미소 짓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태양곰님! 고마워요, 나의 투아!’
꼬마 스님 엇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싸 왓디 크랍. 안녕! 나는 엇이라고 해. 엇은 내 별명인데, 올챙이라는 뜻이야.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르지. 딸깍! 먼저 문을 잠그고, 면도 크림을 찾아보자. 아빠가 면도할 때 쓰는 하얀 크림, 찾았다! 이걸 바르고 쓱쓱 하니까 아빠 얼굴이 깨끗해졌단 말이지? “아니, 엇. 한쪽 눈썹을 미리 깎고 온 거냐? 어련히 알아서 깎아 줄 것을, 이렇게 조급해서야 어찌 스님이 되겠나?” 이발사 아저씨가 놀려도 괜찮아. 나도 곧 우리 삼촌처럼 될 테니까! 부엇을 하고 돌아온 삼촌이 그랬어. 새벽에 명상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또, 또 뭐랬더라? 어쨌든 명상을 하면 나도 멋있어지겠지? 뽀옹. “꿍이 방귀 뀌었다!” 큭큭큭, 히히히! 명상하다 말고 야단법석이야. 내가 기대했던 명상이랑 너무 달라. 에헴! 큰스님 기침 소리에도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는 어쩔 수 없어. 명상이 끝나면 마당을 깨끗이 쓸어야 해. 쓱쓱 싹싹, 빗자루 소리만 들려. 스님은 마당을 청소하는 것처럼 마음도 깨끗이 하라고 했어. 마음에도 비질을 해야 하나? 꼬르륵. 아침 6시. 조별로 마을에 음식을 받으러 갈 시간이야. 어제는 형들하고 같이 나갔는데, 오늘은 큰스님과 배를 타게 됐어. 형들하고 같이 나가는 게 좋은데. “싸 왓디 카!” “싸 왓디 크랍!” 선생님 가족이 집 앞에 나와 있었어. 내가 지금 스님이기는 하지만, 선생님에게 인사를 받는 건 너무 쑥스러워. 선생님이 따끈따끈한 밥을 아주머니에게 건네자, 아주머니가 형에게, 형이 스님에게 차례차례 전달해. 꼭 줄지어서 음식을 나르는 개미 같아. 으악! 검둥개가 또 외국 사람들에게 으르렁거려. 저 개는 왜 외국 사람만 보면 저렇게 짖는 걸까? 내가 나서야겠군. 그냥 ‘쯧쯧쯧!’ 하고 혀를 차면 개들은 뒤로 물러난다는 말씀!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큰스님 말씀이 생각났어. 그래서 외국 사람들을 도와줬지. 어때, 나 잘했지?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 시간이야. 새콤하고 달콤한 바나나 솜땀이다! 내 접시에 음식을 왕창 덜어 올까? 아니야, 사람들에게 받아 온 음식은 다 같이 나누어 먹어야 하니까 욕심부리면 안 돼. 참아야 하느니라! 지금쯤 누나는 두리안을 먹고 있겠지? 내 짝꿍은 달콤한 코코아를 마시고 있을 거야. 밥을 먹었는데도 배가 허전한 것 같아. 엄마는 밥을 먹고 나면 말랑말랑한 캐러멜을 줬는데. 아, 캐러멜 먹고 싶다. 엄마, 보고 싶어요! 드디어 집에 돌아왔어. 예전에는 누나의 캐러멜을 뺏어 먹어서 엄마한테 꾸중을 들었지만, 이제부터는 욕심부리지 않을 거야. 누나랑 싸우지도 않고 꼭 착한 엇이 될 거야. 나는 꼬마 스님이었으니까! 집에 온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부엇을 한 게 아주 오래된 일 같아. 하지만 스님이 되었던 건 절대 잊지 않았어. 짝꿍의 코코아 봉지를 쿡 찌르지 않고 의젓하게 걷는 날 보라고. 부엇을 마친 나는 더는 말썽쟁이 올챙이가 아니야. 꼽꼽꼽! 난 이제 어엿한 개구리야! 타이에서는 사람들을 만나면 손 인사를 해요. 이 인사법을 ‘와이’라고 해요. 친구나 동생을 만나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인사해요. 손위 형제나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윗사람을 만나면 두 손을 턱에서 모으고 인사해요. 선생님을 만나면 엄지손가락을 입에 오도록 모으고,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께는 엄지손가락을 코에 오게 해서 인사해요. 스님이나 국왕을 만나면 엄지손가락을 두 눈썹 사이까지 올려서 인사해요. 엇에게도 진짜 이름이 있지만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은 이름 대신 별명을 불러요. 이런 문화 때문에 타이에서는 사람들끼리 이름은 모르고 별명만 아는 경우도 있지요. ‘꼽(개구리)’, ‘꿍(새우)’, ‘까이(닭)’ 같은 별명을 불러도 아무도 화내지 않아요. 놀리는 게 아니라, 친한 사람끼리 귀엽게 부르는 거니까요. 타이 사람 10명 중에 9명은 불교를 믿어요. 불교 가정에서 태어난 남자들은 일생에 한 번 이상 절에 들어가서 스님 생활을 해요. 이것을 ‘부엇’이라고 해요. 부엇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까지 하기도 해요. 스님들은 매일 아침 조를 나누어서 마을로 탁발을 나가요. 탁발은 스님들이 불경을 외면서 먹을 것을 얻으러 다니는 것을 말해요. 불교에서는 이것 또한 훌륭한 스님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겨요. 그래서 부엇을 하는 꼬마 스님들도 탁발을 나가지요. 꼬마 스님들은 절에 돌아오면 마을에서 받아 온 음식을 두 끼로 나누어 먹고, 명상을 하거나 공부를 하며 하루를 보내요.
수말락 천사를 만났어요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옛날에 아이 둘을 키우며 사는 엄마가 있었는데, 너무 가난해서 몇 날 며칠을 굶었대. 어느 날 엄마가 이웃집에서 밀을 조금 얻어다가 솥에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어. 더 넣을 것이 없어서 돌멩이 몇 개를 넣었지. 아이들은 음식을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고, 엄마도 음식을 만들다가 깜박 잠이 들었어. 잠에서 깬 엄마는 깜짝 놀랐어. 솥 위에서 천사들이 빛을 뿌리고 있었거든. 엄마는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워서 부엌으로 데려왔어. 하지만 천사들은 사라지고 없었어. 엄마는 혹시나 해서 손가락으로 죽을 살짝 찍어 맛보았어. 죽 맛이 어찌나 달콤한지 천사들이 설탕을 뿌린 것만 같았지. “엄마, 그 달콤한 음식이 뭐예요?” “바로 수말락이란다. 수말락은 아주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야.” 수말락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설날에 먹는 전통 음식이에요. 설탕을 넣지 않는데도 단맛이 나지요. 그래서인지 천사가 몰래 와서 설탕을 넣고 간다는 이야기가 전해 와요. 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도, 엄마의 나라에 가는 것도 처음이에요. 엄마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어요. 유치원 친구들은 내가 자기들과 다르게 생겼다고, 엄마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놀리곤 해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에 가는 것이 별로 기쁘지 않아요. 비행기를 탄 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창밖으로 희미하게 건물들이 보이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해요. “진수야, 여기가 바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타슈켄트야.” 이곳에는 엄마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많아요. 저기 가는 사람은 아빠와 생김새가 비슷해요. 우즈베키스탄에 한국 사람도 사나 봐요. “우즈베키스탄은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살기 때문에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단다.” 엄마의 말에 나는 이곳이 왠지 편안해져요.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외갓집에 도착해요. 엄마는 외할머니를 보자마자 뛰어가서 품에 안겨요. “7년 만에 보는구나.” 할머니의 말씀에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아빠는 머쓱한 표정으로 옆에 서 계세요. 짐을 풀고 뒷마당으로 가니 커다란 솥 주위에 외할머니와 이모, 외숙모가 앉아서 뭔가를 휘휘 젓고 있어요. “이게 뭐예요?” “이건 수말락이야.” “아, 수말락! 저도 알아요. 그런데 수말락 천사는 어디에 있어요?” “수말락 천사? 하하하.” 모두가 내 말에 그저 웃기만 해요. 우리 설날은 한참 전에 지났는데 우즈베키스탄 설날은 내일이래요. 그래서 다들 들떠 있나 봐요. 이모랑 이웃집 아주머니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들썩들썩 춤을 춰요. 어느새 나도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따라 춰요. 이렇게 신나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우즈베키스탄의 설날은 3월 21일이에요. 어두워지자 나는 까무룩 잠이 들어요. 다시 눈을 뜨는 순간 수말락 천사가 생각나요. 얼른 뒷마당으로 가 보니 할머니가 커다란 솥 앞에서 졸고 계세요. ‘이러다가는 수말락 천사가 왔다 가도 모르겠는걸.’ 나는 나무 뒤에 숨어서 수말락 천사를 기다리기로 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다리가 아프고, 졸음이 쏟아져요. 그만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요.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처럼 수말락이 담긴 솥 안에 천사들이 빛을 뿌리고 있어요. 나는 가만히 숨어 천사들을 바라보아요. “진수야, 어서 일어나.” “앗, 엄마! 수말락 천사는요?” 엄마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어요. 나는 분명히 뒷마당에서 천사들을 보고 있었는데 왜 이불 속에 누워 있는 걸까요? 나는 세수도 하지 않고 뒷마당으로 뛰어나가요. “수말락 주세요!” 엄마가 웃으며 수말락 한 그릇을 떠 주어요. 수말락은 이제껏 먹어 본 어떤 사탕보다 더 달고 어떤 아이스크림보다 더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아요. 아마도 천사들이 뿌려 준 설탕 때문이겠지요? 그때 그릇 안에 돌멩이 하나가 보여요. “진수가 돌멩이를 찾았구나! 우리 진수에게 행운이 올 거야.” 할아버지가 웃으며 소리치세요. 우리 가족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요즘도 유치원 친구들은 가끔 나를 놀려요.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나를 힐끔힐끔 쳐다봐요.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녀요. 나에게는 수말락 천사가 준 행운의 돌멩이가 있으니까요.
리앙의 보물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기차가 빌딩 숲을 스쳐 지나갑니다. 차이는 차창에 코를 박은 채, 엄마가 따라 주는 차도 한 모금 마시지 않았습니다. 아빠 직장 때문에 시골로 이사 가는 게, 차이는 너무나 속이 상했습니다. 시골에 도착하자 속상한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마을이 휑하게 초라한 데다가 다가오는 어른이나 아이들의 말을 알아듣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곳 사투리가 좀 낯설지? 그래도 곧 배우게 될 거야.” 아빠는 다독이듯 말했지만, 차이는 배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 나타난 아이가 바로 리앙이었습니다. 리앙은 차이 앞에서 수줍게 웃더니 땅바닥에 글자를 썼습니다. ‘良’ 리앙은 손가락으로 글자를 한 번 가리키고는, 자기 얼굴을 가리켰습니다. “리앙, 네 이름이 리앙이라고?” 차이가 묻자, 리앙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리앙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차이는 서로 말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는 리앙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앙은 차이에게 마을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고, 마을 근처 숲에서 양매 열매도 따 주었습니다. 빨간 열매가 무척 달콤했습니다. 하루는 리앙을 따라 집 앞 냇가를 거슬러 올랐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호수가 펼쳐졌습니다. 차이는 놀라서 입을 벌리고 한참 동안 서 있었습니다. 리앙은 그런 차이를 보며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차이는 호숫가에서 깨진 그릇 조각을 주웠습니다. 조각은 물살에 깎인 듯 둥글둥글하고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그때 리앙이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파란 용이 그려진 그릇 조각이었습니다. “그것도 여기에서 주웠어? 멋지다! 나도 용 진짜 좋아하는데.” 차이는 열심히 호수 바닥을 뒤져 보았지만, 리앙의 보물만큼 멋진 그릇 조각은 찾지 못했습니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 리앙은 차이를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리앙은 엄마랑 할머니랑 살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베이징에서 일한다고 했습니다. 리앙의 엄마는 차이를 보고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리앙이 차이를 참 좋아한단다. 같이 놀아 줘서 고맙다, 차이. 그러자 차이가 대답했습니다. 나도 리앙이 좋아요. 리앙은 내 친구인걸요. 리앙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리앙의 엄마는 차이에게 직접 종이를 오려 만든 빨간 용을 선물했습니다. 가을이 되자 차이와 리앙은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차이는 리앙하고 노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하고 소리 내어 웃고 떠들다 보니, 리앙하고 노는 게 어쩐지 시시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차이는 밤마다 창에 붙인 용 그림 너머로 리앙네 집 불빛을 보았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지만, 날이 밝으면 또 금세 잊었습니다. 며칠 뒤면 새해 첫날인 춘절입니다. 춘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로 온 마을이 북적였습니다. 리앙의 아빠도 베이징에서 돌아왔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밤이 깊어 갔습니다. 집집마다 붉은 꽃등을 달고 새해가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새해가 되는 순간, 차이는 친구들하고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타다다닥 파파팍! 흥이 나서 폭죽을 휘휘 돌리는데, 어느 사이에 리앙이 옆에 와 있었습니다. 리앙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차이의 얼굴만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차이는 어쩐지 귀찮아서 리앙을 못 본 척했습니다. 나중에 슬쩍 돌아보니 리앙은 가고 없었습니다. 다음 날, 차이는 새해 아침인데도 늦잠을 잤습니다. 눈을 떠 보니 머리맡에 빨간 꾸러미가 있었습니다. 꾸러미를 풀어 보니 리앙의 보물, 용이 그려진 그릇 조각이었습니다. 마침 방에 들어온 엄마가 말했습니다. “리앙이 어젯밤에 주고 갔어.” 차이가 어리둥절해하자, 엄마가 물었습니다. “어제 리앙한테 아무 말도 못 들었니? 오늘 새벽에 리앙네 식구 모두 베이징으로 떠났잖아.” 차이는 리앙의 보물을 손에 쥔 채 소리치며 달려 나갔습니다. “리앙! 리앙!” 큰길까지 달렸지만, 리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 리앙은 그렇게 멀리 떠나갔습니다. 리앙은 차이를 좋아해. 차이는 내 친구니까. 나의 좋은 친구니까. 좋은 친구야, 안녕!
바람이 만난 몽골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나는 몽골 바람입니다. 몽골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나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의 나라입니다. 나는 몽골 바람입니다. 나는 몽골 땅 여기저기 안 가 본 데가 없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다른 바람과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바람들끼리 어우러져 놀기도 하고, 한바탕 휙휙 소란을 피우기도 합니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우리를 피해 게르 안으로 들어가고, 아기 염소는 따뜻한 엄마 품에 파고듭니다. 깜깜해진 초원에서 우리만 남아 힘자랑을 합니다. “나는 몽골의 영웅 칭기즈 칸을 알아! 꼬마 칭기즈 칸이 처음 말타기를 배운 날이었지. 나는 한눈에 씩씩한 사내아이를 알아보고 말을 탈 때마다 매서운 입김을 불었지. 사내아이는 내 입김을 견디며 점점 용감해졌어.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 바람처럼 씩씩하게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는지도 몰라.”오늘따라 다른 바람들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오늘은 한 꼬마를 만나러 갑니다. 나는 초원의 풀을 쓰다듬고 언덕을 넘습니다. 언덕 밑에서 양 떼를 몰고 온 아저씨가 쉬고 있습니다. 나는 먼지와 냄새를 가지고 아저씨를 간질입니다. 아저씨는 ‘에취!’ 재채기를 하고서 가만히 나를 살핍니다. “음, 오늘 저녁에는 북쪽에서 센바람이 불겠군!” 나는 또다시 초원을 가로지릅니다. 아주머니와 여자아이가 동물의 똥을 주우러 다닙니다. 사람들은 이 똥으로 불을 땝니다. 똥을 바짝 말리는 건 내가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사실 똥을 말리는 일은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낙타가 막 싸 놓고 간 똥을 보고 고민합니다. 말릴까, 말까? 어느새 노란 문이 달린 게르에 도착합니다. 게르 천장을 통해 쏙 들어가자, 꼬마가 앉아 있습니다. 볼이 사과처럼 늘 발그레한데, 얼굴을 깨끗이 닦으면 꽤나 귀여운 꼬마입니다. 나는 꼬마의 옷 사이사이로 파고듭니다. 그러자 곧 옷이 마술처럼 뽀송뽀송해집니다. 나는 오늘 할 일을 다 마쳤습니다. 사방이 조금씩 밝아 옵니다. 꼬마의 엄마가 벌써 우유를 짜 왔습니다. 우유를 끓이면 게르 꼭대기로 폴폴 연기가 나갑니다. 나는 난로가 꺼지지 않도록 후후 입김을 붑니다. 조금 있으면 할아버지부터 꼬마까지 둘러앉아 아침을 마실 겁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말의 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니, 사실은 할아버지의 마두금 소리입니다. 힘들게 새끼를 낳은 어미 낙타가 너무 아파서 괴로워합니다. 다가오는 새끼를 내칠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많이 속상했던 모양입니다. 낙타는 커다란 눈을 껌벅껌벅하다가, 눈물을 주르륵 흘립니다. 새끼 낙타는 그제야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습니다. 언덕 위로 해가 이마를 내밉니다. 바람들이 서로 먼저 해를 보겠다고 솟아오릅니다. 쉭쉭거리며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그만 큰 모래바람이 일어나고 맙니다. 말을 타고 지나가던 나그네가 황급히 말에서 내려 납작 엎드립니다. 다행히도 꼬마가 모래에 덮인 나그네를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지친 나그네에게 따뜻한 수테 차를 건넵니다. “아휴! 감사합니다, 어르신. 딸아이가 보고 싶어서 며칠 좀 무리를 했습니다. 몸도 안 좋은데 일찍부터 서두르다 그만.” “다들 돕고 사는 거지 뭘 그러우. 며칠 푹 쉬었다 가구려.” 아저씨는 꼬마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나그네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그런데 쉬고 있는 나그네의 얼굴이 편해 보이지 않습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딸아이 얼굴이 떠올라,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어르신.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나그네가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섭니다. 아!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바람이니까 금세 나그네의 집까지 갈 수 있습니다. 나는 화살보다 더 빨리 나그네의 집에 도착합니다. “아빠가 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빠가 오실 거야.” 내가 속삭이자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때 하늘에 예쁜 무지개가 뜹니다. 나는 여기서 이 아이와 함께 나그네를 기다릴 것입니다.
히말라야에서 꽃핀 우정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루클라 비행장을 향해 가는 비행기 안입니다. 유리창 밖으로 히말라야산맥이 펼쳐집니다. 우리는 대지의 여신이라고 부르는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려고 합니다. 구름 위로 솟아오른 눈 덮인 히말라야가 자꾸만 우리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산비탈에 있는 루클라 비행장에 도착합니다. 우리는 마을로 내려갑니다. 오늘은 이 마을에 장이 서는 날입니다. 우리는 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조금 사서 팡보체로 갈 것입니다. 인형이나 머리핀 같은 것을 파는 곳에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대부분 아주 소박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아이들은 그것조차 살 돈이 없습니다. 그저 갖고 싶어 만지작거리기만 합니다. 나는 작은 모자와 간식거리를 삽니다. 팡보체에 도착하자마자 술링을 만납니다. 술링은 이전에도 내가 산에 오를 때 몇 번이나 도와준 셰르파입니다. 셰르파는 우리가 에베레스트산을 오를 때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대장님!” 술링의 아들 밍마가 아빠의 품에서 나를 반깁니다. 나는 장에서 산 모자를 밍마에게 안겨 줍니다.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서 산에 오를 준비를 합니다. 산에 오를 준비를 마치고 라마제를 올립니다. 차가운 하늘에 깃발이 휘날립니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에베레스트산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대지의 여신이시여, 부디 우리를 받아 주십시오.’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이렇게 신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우리는 셰르파, 포터들과 함께 출발합니다. 셰르파는 원래 티베트같은 높은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숨이 차 힘들어하는 높은 산도 셰르파들은 쉽게 오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갑자기 눈보라가 일어나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베이스캠프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눈보라를 뚫고 산을 오르고 또 오릅니다. 술링은 아주 능숙하게 우리를 안내합니다. 하지만 술링도 많이 지쳤는지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거센 눈보라가 우리를 뒤덮습니다. 눈이 감기고 몸이 움츠러듭니다. 그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립니다. “아악!”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어디에도 술링이 보이지 않습니다. 빙벽 사이로 깊게 갈라진 틈 속이 캄캄합니다. 우리는 산 정상을 밟지 못한 채 내려옵니다. 형제 같던 술링을 잃은 아픔 때문에 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우는 술링의 아내와 밍마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나는 그 뒤로 15년이 넘도록 히말라야산맥의 많은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산에 오르기 전에 히말라야산맥을 보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제발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우리를 돕다 죽어 간 셰르파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술링을 기억해 주십시오.’ “대장님, 안녕하세요?” 나는 어느 젊은이의 소리에 고개를 돌립니다. “누구신지?” “저 밍마예요. 술링 도르지의 아들. 오늘은 제가 대장님을 모시고 산에 오를 겁니다.”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가슴이 벅차올라 밍마를 꼭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술링, 아들을 보내 줘서 정말 고마워.’
이라크에가면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와, 이라크를 구경하다니 신난다!” 열기구가 이라크 땅에 닿으려는 순간 바람이 휭 불어왔어요. 열기구 안으로 종이 한 장이 날아들었어요. 나는 종이를 들여다보았어요. 종이 위에는 꼬불꼬불 지렁이 같은 이상한 그림이 있었어요. 무슨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았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 걷다 보니 산등성이를 따라 마을이 나왔어요. 흙으로 지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었지요. 이라크처럼 무덥고 건조한 지역에는 진흙과 돌로 지은 집이 많아요. 마을 어귀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어요. "얘들아, 이 그림이 무슨 뜻인지 아니?" "그것도 몰라? 나디아잖아." "어, 그건 내 친구 이름인데." 아이들은 건넛마을로 가면 나디아를 만날 수 있다고 했어요. 종이에 적힌 건 그림이 아니라 글자였어요. 건넛마을에 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긴 옷을 입은 아주머니에게 물었어요. "아주머니, 나디아라는 아이를 아세요?" "아니,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돌돌 말린 모자를 쓴 아저씨에게 물었어요. "아저씨, 나디아를 아세요?" "나디아가 어디 한둘이냐. 어쨌든 저쪽으로 가 보아라." 나는 아저씨가 말해 준 곳으로 갔어요. 한낮인데도 이상했어요. 길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요.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나는 그늘에서 잠시 쉬기로 했어요. 이라크는 여름철 날씨가 무척 건조하고 더워요. 한낮에는 거리에서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예요. 기다리다가 지쳐서 꾸벅 졸고 있을 때였어요. “어이, 너 우리 집 앞에서 뭐 해?” 고개를 들어 보니 어떤 오빠가 염소를 안고 서 있었어요. “오빠가 나디아예요?” 나는 종이를 보여 주며 물었어요. 오빠는 종이를 보더니 피식 웃었어요. “나디아? 나디아는 여자 이름인걸. 난 염소를 돌보느라 바쁘단다. 잘 가!” “으앙, 도대체 이 종이의 주인은 누구야?”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았어요. 그런데 다들 바닥에 엎드려 있었어요. “아저씨, 뭐 하고 계세요? 다들 왜 엎드려 있어요? 혹시 나디아를 아세요?” “쉿, 조용히 해라. 지금은 신에게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야.”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번, 정해진 시간에 예배를 드려요. 예배를 드릴 때는 반드시 메카가 있는 쪽을 향해요. 메카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태어난 성지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어요. 사원에서 나와 한참을 걷다가 이른 곳은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였어요. “아저씨, 혹시 나디아라는 아이를 아세요?” “글쎄, 이 근처에 사는 것 같기는 한데.” 아저씨는 손님을 맞느라 바쁜지 건성으로 대답했어요. 먹을 것을 보니 배가 고팠어요. 그때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솔솔 풍겨 왔어요. 냄새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잉어 식당이었어요. 나는 화덕 가까이 가서 코를 킁킁거렸어요.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침이 꼴깍 넘어갔지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잉어 아가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랑 똑같이 생긴 종이가 끼워져 있었어요. 앗!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어요. “내 이름표가 여기에 있었잖아!” “이게 네 거라고? 와, 찾았다!” 드디어 종이의 주인을 찾았어요. 나디아는 내 손에 있던 종이를 가져가더니 가게 주인에게 내밀었어요. 알고 보니 종이는 잉어를 산 사람의 이름표였어요. 나디아는 커다란 잉어 요리를 가져와 나에게 내밀었어요. "같이 먹을래?" 우리는 맛있는 잉어 요리를 나누어 먹었어요. "내 마스코프 이름표를 찾아 줘서 고마워." "하마터면 맛있는 마스코프를 못 먹을 뻔했어." 처음 먹어 본 마스코프는 아주 맛있었어요. 이라크에 오기를 정말 잘했어요. 마스코프는 싱싱한 잉어를 숯불에 구운 음식이에요. 보통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지요. 마스코프를 파는 가게 중에는 주문한 사람의 이름표를 잉어의 아가미에 끼워 두는 곳도 있어요. 굽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중에 와서 찾아갈 수 있게 한 거예요. 이라크 여행은 참 재미있었어요. 좋은 친구도 사귈 수 있었고요. 특별한 음식도 알게 되었어요. 다음에는 어디로 떠날까요?
축제로 만나는 일본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곤니치와 ! 안녕, 내 이름은 하루코야.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살고 있어.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아.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 모두 주식으로 밥을 먹어. 그런데 한국 사람은 밥을 먹을 때 주로 숟가락을 쓰고, 일본 사람은 젓가락을 써. 또 일본에도 한국의 추석 같은 큰 명절인 오봉이 있는 게 비슷해. 일본에서는 명절 말고도 1년 내내 곳곳에서 신나는 축제가 열려. 바로 마쓰리야. 어떤 마쓰리가 열리는지 함께 구경해 볼까? 히나닌교 맨 위에 있는 인형은 왕과 왕비야. 일본에는 지금도 국왕이 있어. 물론 왕자와 공주도 있지. 일본 사람들은 한때 국왕을 아주 높이 받들었어. 국왕은 나랏일을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일본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일본에서는 국왕을 천황이라고 불러. 일본 사람들은 특별한 날이나 마쓰리 때 기모노를 입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모노를 입으면 얌전해져. 치마폭이 좁아서 저절로 차렷 자세가 되거든. 기모노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 또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서 종류가 다양해. 히나마쓰리처럼 일본 어디에서나 즐기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특정한 곳에서만 열리는 축제도 있어. 가장 유명한 축제는 도쿄, 교토, 오사카에서 열리는 축제야. 먼저 도쿄의 간다마쓰리를 구경해 볼까? 어쩌면 일본 땅 밑에는 정말 큰 메기가 사는지도 몰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걸 보면 말이야. 일본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 학교나 공공 기관에서 대피 훈련을 자주 하거든. 일본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도 지진에 잘 견딜 수 있게 지으려고 노력해. 일본에는 화산도 많아. 200개가 넘는 화산 중에는 아직도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곳들이 있어. 유명한 후지산도 옛날에 화산이 폭발했던 산이야. 화산이 무섭기는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도 있어. 일본에는 화산의 열기 때문에 생긴 온천이 많거든. 우리 가족은 온천을 즐기고 싶을 때, 료칸에 가. 이번에는 신칸센을 타고 교토로 가 볼까? 신칸센을 탈 때는 역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어. 일본의 철도역 곳곳에서 파는 도시락을 에키벤이라고 해. 교토에 가기 전에 맛있는 에키벤을 먹어 볼까? 낫토는 콩을 발효시켜서 만든 일본 전통 음식이에요.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비슷하지요. 냄새가 독특하고, 젓가락으로 집으면 끈적끈적하게 늘어나요. 주로 밥에 얹어서 먹어요. 에키벤에는 고기반찬이 적어요. 일본은 먼 옛날에 불교 국가여서 고기를 먹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고기보다 생선이나 콩을 많이 먹어요. 밥 위에 날생선을 올린 스시는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예요. 에키벤은 대부분 일본 각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지역을 알리는 특산품 역할도 하지. 그래서 포장만 봐도 어느 역 에키벤인지 쉽게 알 수 있어. 모리 역 에키벤 통오징어에 밥을 채워 넣고 간장과 설탕을 섞은 국물에 조려 만든 도시락이에요. 삿포로역 에키벤 고급 음식 재료인 무당게를 넣은 도시락으로, 다른 것들에 비해 값이 비싸요. 모리오카역 에키벤 도호쿠 지방은 나무로 만든 전통 인형인 고케시가 유명해요. 이 인형 모양 그릇에 연어, 가리비, 밤 등을 넣어 만든 도시락이에요. 하카타역 에키벤 현해탄에서 잡은 도미를 초간장에 담근 밥 위에 얹어 만든 도시락이에요. 돗토리역 에키벤 초밥 위에 게살을 얹은 도시락이에요. 도야마 역 에키벤 둥근 나무 그릇에 조릿대잎을 깔고 초밥으로 채운 다음 송어를 올린 도시락이에요. 오다테역 에키벤 아키타현에서 나는 맛있는 쌀과 품질이 좋은 닭고기로 만든 도시락이에요. 아직도 신칸센에서 먹은 도시락이 생각나. 교토에서 마쓰리 구경을 하면서 잊어 볼까? 옛날에 일본 곳곳에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 그래서 기온 신사에서 제사를 지냈더니 병이 사라졌대. 그때부터 기온마쓰리가 시작되었어. 기온마쓰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가마 행렬이야. 가마 장식이 어찌나 화려한지 ‘움직이는 미술관’이라고 불러. 금각사(金閣寺) 건물에 금박을 입힌 부분이 유명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교토에서 가장 화려한 절이지요. 은각사(銀閣寺) 이 절을 지은 사람이 건물 바깥벽을 은박으로 입히려 했지만, 그 사람이 죽는 바람에 평범한 모습을 절로 남았어요. 철학의 길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아름다운 길이에요. 일본의 유명한 철학자가 이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곤 했대요. 교토는 일본의 옛 수도였던 도시예요.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려고 애쓰는 이곳에는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요. 기온마쓰리는 일본의 중요한 무형 민속 문화재예요. 마쓰리에 등장하는 가마 중에는 높이가 20m를 넘는 것도 있어요. 이렇게 큰 가마를 움직일 때는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요. 교토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려고 하듯이 일본 사람들은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일을 이어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하던 가게를 이어받는데, 이런 가게의 문에는 노렌이라는 천이 걸려 있어. 노렌은 맨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있던 것을 그대로 써. 노렌을 보면 가게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지. 이제 ‘물의 도시’ 오사카로 가 볼까? 오사카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물길이 많아. 오사카 중심부가 4개의 강으로 둘러싸여 있을 정도지. 물길에 놓인 다리가 무척 많아서 오사카를 ‘다리의 도시’라고도 해. 그래서 이곳은 육지와 강에서 함께 여는 축제, 덴진마쓰리가 유명해. 특히 100척이 넘는 배가 화려한 천과 횃불로 장식하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볼만해. 오사카성(오사카) 오사카는 오사카성을 쌓으면서 발전했어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성을 지었지요. 성 가운데에 있는 천수각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건물이에요. 에도성(도쿄) 도쿄에는 에도성이 있어요. 에도성에는 국왕이 살고 있어요. 이 성 주위로는 물길이 흐르는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거예요. 니조성(교토) 교토에는 니조성이 있어요. 니조성은 꾀꼬리 마루로 유명해요. 마루를 걸을 때마다 새 울음소리가 나도록 지어서 적의 침입에 대비했어요.
음식으로 알아보는 중국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베이징요리, 광둥요리, 상하이요리, 쓰촨요리!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걸. 우리 함께 중국으로 음식 여행을 떠나 볼까? 쓰촨. 쓰촨요리. 맵다, 매워, 쓰촨요리! 쓰촨성을 중심으로 발달한 내륙 지방 요리예요. 베이징. 베이징요리. 황제가 즐겨 먹던 베이징요리! 수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발달한 요리예요.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요리예요. 중국 땅은 한반도의 43배쯤 넓고, 우리나라 사람보다 27배쯤 많은 사람이 살고 있어요. 게다가 50개가 넘는 민족이 살고 있으니, 요리가 다양할 수밖에 없지요. 황제가 즐겨 먹던 베이징요리. 베이징은 천 년 동안이나 중국의 황제들이 수도로 삼았던 도시야. 그래서 화려한 요리들이 많아. 황제들은 어떤 요리를 먹었을지 궁금하지? 청나라 황제 강희제는 나라의 중요한 잔치를 열 때, 중국 여러 지역에서 나온 좋은 재료들로 요리해 상을 차리게 했대. 하루에 두 번씩, 사흘 동안 100여 가지 요리가 나왔어. 그때 차린 상의 이름이 ‘만한전석’이야. 강희제. 만한전석에 희귀한 재료들만 사용한 것은 아니에요. 한번은 강희제가 사냥을 나갔다 길을 잃었어요. 황제는 간신히 눈먼 노인이 사는 집을 찾아들었고, 가난한 노인은 황제에게 쌀죽을 대접했어요. 그 맛을 잊지 못한 황제는 그 뒤로 만한전석에 쌀죽을 포함시켰대요. 중국 황제의 잔칫상인 만한전석을 본떠 만든 음식들이에요. 황제의 집, 쯔진청. 황제가 만한전석을 먹던 궁궐이 바로 쯔진청이야. 쯔진청은 800여 채의 건물과 9,000여 개의 방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궁궐이지. 황제가 살던 옛날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지만, 지금은 고궁 박물관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인 쯔진청은 중국인들이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곳이야. 쯔진청 안에서는 동산을 빼고는 나무를 볼 수 없어요. 적이 나무 뒤로 숨지 못하도록 일부러 나무를 심지 않았대요. 시황제. 진나라의 시황제는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고 황제가 된 사람이에요. 영원히 살고 싶어서 신하들에게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명령하기도 했어요. 시황제는 몸에 좋은 것을 이것저것 찾아서 많이 먹었지만, 50세에 죽고 말았어요. 춘절엔 베이징 하늘이 화려하게 빛나! 씽! 펑펑! 춘절이 되면 베이징의 밤하늘은 온통 불꽃으로 물들어. 중국 사람들은 악귀를 쫓아내려고 폭죽을 터뜨려. 춘절은 우리나라의 설날하고 같은 날이야. 우리는 설날에 떡국을 먹지만 중국 사람들은 춘절에 교자나 연고를 먹어. 그리고 한 해 동안 좋은 일들만 있길 기도해. 춘절 기간에는 재난을 막고 복을 가져온다는 용춤을 춰요. 중국 사람들은 춘절 아침에 문에 ‘福 행복 복’ 자를 거꾸로 달아 놓아요. 그렇게 하면 복이 들어온다고 믿어요. 월병.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추석과 같은 중추절에 보름달을 보며 월병을 먹어요. 월병은 동그란 모양인데, 둥근달처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연고. 연고는 춘절에 먹는 떡이에요. 보통 황색인데, 금을 상징하지요. 교자. 교자는 보통 새해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먹어요.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중국 사람들은 교자를 빚을 때 속에 돈이나 사탕을 넣기도 해요. 그 교자를 먹는 사람은 새해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재료를 쓰는 광둥요리.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대해 알아봤으니 음식의 수도라고 부르는 광둥 지방으로 가 볼까? 광둥 지방에서는 음식을 할 때 다양한 재료를 써. ‘하늘을 나는 것 중에서는 비행기만 빼고, 네발 달린 것 중에서는 책상만 빼고 모두 먹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 중국 남동부에 있는 광둥 지방은 기후가 좋고 바다와 강이 가까이 있어 음식 재료가 풍부해요. 너구리, 고양이, 뱀 같은 야생 동물도 요리에 사용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동물을 보호하려고 많이 자제하고 있지요. 광둥 지방은 옛날부터 외국 선교사들이나 상인들이 많이 오가던 곳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양 요리가 전해졌고, 여기에 광둥 지방의 요리법이 더해져 새로운 요리가 탄생했어요. 해산물을 쓴 요리가 많은데, 토마토, 우유 같은 서양 요리 재료를 더해 만드는 것이 특징이에요. 광둥 지방에서 유래한 광둥식 탕수육이에요. 중국에서는 탕수육을 당초육이라고 해요. 우아! 이게 다 무슨 요리야? 정말 맛있겠다! 광둥 지방에서 즐기는 차와 딤섬. 광둥 지방에 왔으니 우리 얌차를 먹어 볼까? 얌차는 원래 ‘차를 마신다.’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차와 함께 딤섬을 먹는다.’라는 뜻으로 쓰이지. 딤섬은 광둥 지방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음식으로,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그 종류가 수백 가지도 넘어. 새우나 고기를 얇은 만두피로 감싼 것도 있고, 갖가지 소를 넣어 찐빵처럼 만든 것도 있지. 딤섬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음식이야. 딤섬. 중국 만두의 한 종류로 한입에 먹기 좋아요. 중국에서는 코스 요리 중간에 먹어요. 얌차. 중국 사람들은 차를 매우 좋아해요. 심지어 보온병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마셔요. 얌차를 먹을 때는 차를 먼저 주문하고 딤섬을 골라 먹어요. 홍콩은 광둥 지방 아래쪽에 있는 도시예요. 영국이 99년 동안 홍콩을 차지했고, 1997년에 중국에 돌려주었어요. 홍콩은 배들이 많이 오가는 항구 도시이며 관광과 영화로도 유명해요. 이곳에는 맛있는 딤섬 가게가 많아요. 중국 사람도 못 알아듣는 중국어. 중국의 표준어는 수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사용하는 말이야. 하지만 중국은 워낙 넓기 때문에 지역마다 사람들이 쓰는 말이 달라. 만약 광둥어를 모르는 사람이 광저우에 간다면,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 거야. 광저우는 광둥성에 있는 도시로, 광둥성의 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예요. 중국의 텔레비전을 보면 화면 아래에 한자로 된 자막이 나와요. 중국은 지역마다 사람들이 쓰는 말이 달라서 자막이 없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난 광저우 사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네. 우린 베이징 사람, 딤섬 먹고 싶어요. 해산물이 가득한 상하이요리. 이번에는 상하이로 가 볼까? 상하이는 바다가 가까이 있어 해산물이 풍부해. 또 넓은 평야에서 벼농사를 짓기 때문에 쌀로 만든 요리도 많아. 상하이요리는 간장과 설탕으로 양념해서 맛이 달고 진해. 특히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하이 게 요리와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즐겨 먹은 동파육이 유명하지. 동파육. 어느 날 소동파는 돼지고기를 불 위에 올려놓고 친구와 바둑을 두다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그런데 까맣게 탔을 줄만 알았던 요리는 색깔도 곱고 맛과 향기도 좋았어요. 그 맛에 반한 사람들이 소동파의 이름을 따서 ‘동파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와요. 상하이 게 요리. 상하이요리 중에서 가장 고급 요리로 손꼽아요. 옛날부터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요리지요. 9~11월 사이에 상하이를 비롯해 양쯔강 하구에서 잡히는 게는 크고 맛있기로 유명해요.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 이제 상하이를 구경해 볼까? 상하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야. 이 도시에서 만들어진 많은 물건들이 배에 실려 양쯔강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높이 솟은 빌딩들 좀 봐! 상하이는 중국 경제의 중심 도시야. 동방명주. 상하이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에요. 방송탑으로 지었는데 건물 중간과 윗부분에는 전망대가 있어요. 둥근 전망대 모양 때문에 ‘동양의 진주’라고도 불러요. 위안. 위안은 중국 돈의 단위예요. 중국의 옛날 지폐에는 다양한 중국 민족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1999년에 새로 나온 지폐에는 모두 마오쩌둥의 얼굴이 그려져 있어요. 상하이 세계 금융 센터.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에요. 건물 안에는 금융 기관과 호텔, 그 밖의 상업 시설 등이 모여 있어요. 상하이에서는 택시 잡기가 힘들어! 상하이 역까지 갑시다. 어서 타세요! 톈안먼의 얼굴, 마오쩌둥. 잠깐! 그런데 중국의 지폐에 그려진 마오쩌둥은 누구일까? 마오쩌둥은 바로 외국의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중국을 세운 사람이야. 톈안먼. 톈안먼에는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요. 이곳은 마오쩌둥이 새로운 국가 ‘중화 인민 공화국’이 세워졌음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곳이거든요. 마오쩌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책을 읽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리고 방학 때는 친구와 중국 여기저기를 여행했지요. 마오쩌둥은 이때 중국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그 마음을 키워 중화 인민 공화국을 세웠어요. 맵다, 매워, 쓰촨요리. 마오쩌둥도 좋아한 매운 음식! 매운 음식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쓰촨 지방이야. 그럼, 이제 쓰촨 지방으로 가 볼까? 쓰촨 지방은 바다에서 떨어져 있고 산이 많아. 여름은 덥고 겨울은 무척 춥지. 이런 고약한 날씨를 이겨 내기 위해 사람들은 맵고 신 음식을 만들어 먹었어. 매콤한 마파두부는 대표적인 쓰촨요리야. ‘음식은 중국이 최고요, 맛은 쓰촨이 최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쓰촨요리는 인기가 많아요. 마파두부. 쓰촨 지방에 곰보 할머니네 가게가 있었어요. 어느 날 가난한 사람이 두부를 가져와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대요. 곰보 할머니는 고기를 다지고 고추를 넣어 정성스럽게 두부 요리를 만들었어요. 그 요리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소문이 멀리까지 퍼졌고, 곰보 할머니네 가게는 유명해졌지요. 사람들은 그 요리 이름을 마파두부라고 불렀어요. ‘마파’는 ‘곰보’라는 뜻이에요. 어향육사. 돼지고기와 채소에 어향이라는 소스를 넣고 볶은 요리예요. 궁보계정. 튀긴 닭고기, 마른 고추, 땅콩 등을 넣고 볶은 매콤한 요리예요. 판다야, 뭐 하니? 쓰촨 지방에는 판다가 사는 대나무 숲이 있어. 판다는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이야. 그런데 지구에 얼마 남지 않아서 아주 없어질지도 몰라.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판다를 보호하려고 애쓰지. 유네스코에서도 판다가 사는 곳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정해서 보호하고 있어. 판다는 몸길이가 1.2~1.5m이고, 몸무게는 70~160kg 정도예요. 몸집이 커서 판다가 하루에 먹는 대나무의 양도 엄청나요. 눈 주위에 검은 반점이 있는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데, 사실은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동물이에요. 얼굴을 바꿔라, 변검! 쓰촨 지방에는 요리와 판다만큼 유명한 것이 또 있어. 바로 변검이야! 변검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면을 바꾸는 전통 연극 기술이야. 변검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가면을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해해. 하지만 가면을 만드는 방법이나 가면을 바꾸는 방법은 아주 중요한 비밀이래.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얼굴, 정말 신기하지? 변검은 더욱 발전해서 손을 대지 않고도 가면과 옷이 함께 바뀌는 모습을 보여 준대요. 마술처럼 가면을 바꾸는 방법은 나라의 보호를 받으며, 일부 사람들에게만 물려주고 있어요.
지폐로 알아보는 인도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나마스테! 안녕, 내 이름은 수미트.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살아. 나에겐 특별한 재주가 있어. 지폐만 있으면 인도를 멋지게 소개할 수 있지. 그럼, 지폐 속에 어떤 비밀들이 숨어 있는지 따라가 볼까? ‘나마스테.’는 인도에서 많이 쓰는 인사말로, ‘당신 안의 신에게 존경을 표합니다.’라는 뜻이야. 누구일까? 우선 지폐를 뒤집어 볼까? 지폐 뒷면을 보면 인도가 얼마나 특별한 나라인지 알 수 있어. 왼쪽에 꼬불꼬불 낯선, 여러 종류의 글자들이 잔뜩 보이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냐고? 놀라지 마. 모두 인도에서 쓰는 말이야. 인도에는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데, 민족마다 자기들만의 말이 있거든. 사실 인도에서 사용하는 말은 지폐에 있는 것보다 휠씬 많아. 인도에서 돈을 세는 단위는 루피야. 10루피는 한국 돈으로 170원 정도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줄기, 히말라야산맥. 100루피 지폐 뒷면에는 눈 덮인 산이 그려져 있어.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칸첸중가산인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아. 히말라야산맥은 얼마나 높고 추운지, 1년 내내 눈이 덮여 있어. 산 계곡으로는 거대한 빙하가 흐르는데, 히말라야산맥에 아주 오랫동안 눈이 내리고 쌓여 왔다는 걸 알 수 있지. 히말라야산맥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높은 산들이 이어진 곳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도 이곳에 있어요. 히말라야산맥은 워낙 커서 인도, 네팔, 파키스탄, 부탄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어요. 칸첸중가산은 인도 시킴주와 네팔의 경계에 있어요. 산의 높이는 8,603m로, 우리나라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의 4배가 넘어요. 빙하는 눈이 내리고 쌓여 다져진 거대한 얼음층이에요. 히말라야산맥의 빙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커. 야생 동물의 나라. 10루피 지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폐야. 지폐 가운데에 멋진 인도호랑이가 있거든. 인도호랑이는 인도를 대표하는 동물이야. 지폐에 있는 다른 동물들도 인도에서 사냐고? 물론이야. 인도에는 코끼리가 사는 정글도 있고, 코뿔소가 사는 초원도 있어. 마나스 강 주변에는 세계적인 야생 동물 보호 구역이 있지. 정글 북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늑대가 키운 소년의 이야기지요. 정글 북의 배경이 바로 인도의 정글이에요. 신성한 소, 소중한 쇠똥. 인도를 대표하는 동물이 인도호랑이라면, 인도 사람들이 가장 귀하고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은 소야. 소는 농사일을 돕고, 우리가 먹을 우유도 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쇠똥을 주지. 쇠똥이 중요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쇠똥이 있어야 집도 짓고 불도 때는걸. 쇠똥이 없었다면, 많은 인도 사람들이 따뜻한 집과 음식을 얻지 못했을 거야. 벽에 바른 쇠똥이에요. 꼭 흙을 빚어 붙인 것 같지요. 쇠똥은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해요. 인도 어디에나 널려 있는 게 쇠똥이에요. 쇠똥을 모은 뒤에 반죽해서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말려 두었다가 연료로 쓸 쇠똥이에요. 그릇 모양으로 잘 빚어 놓았어요. 인도에서 농사일을 돕는 물소예요. 인도에서는 물소만 일을 해요. 다른 소들은 일하지 않지요. 힌두교에서 소를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이에요. 신이 깃들어 사는 동물. 인도 사람들이 소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우유와 쇠똥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야.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데, 힌두교에서는 소가 신과 같아.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소를 먹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아. 그러니 소가 제멋대로 행동해도 그냥 내버려 두지. 소가 도로에서 벌렁 눕거나 가게에서 채소를 먹어 치워도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아. 이 그림 위쪽에 보이는 흰 소가 ‘난디’야. 힌두교의 파괴와 생식의 신, 시바가 타고 다닌다는 성스러운 소지.전 세계에 있는 소의 약 4분의 1이 인도에 살고 있어요. 거의 3억 마리에 달하지요. 신이 깃들어 사는 동물 태어날 때 정해지는 신분. 힌두교에서는 사람을 크게 4가지 신분으로 나누는데, 이것을 카스트라고 해. 4가지 신분은 누가 결정하느냐고?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신이 정해 준다고 생각해. 그런데 인도 사람 5명 가운데 1명은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하층민이야. 카스트가 법적으로 사라졌는데도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습관처럼 카스트를 따라. 하지만 나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가장 높은 신분은 브라만이에요. 힌두교의 승려나 선생님 같은 일을 하지요. 그다음은 크샤트리아로, 왕족이나 정치가, 군인이 대부분이에요. 바이샤는 장사를 하거나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수드라는 주로 힘든 육체 노동을 하는 계급이에요. 직물공 같은 수공업자나 짐꾼, 하인 등이 속해요. 빨래나 청소를 하는 사람들, 뱃사공 등이 카스트에 들지 못하는 하층민이에요. ‘달리트’ 또는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러요. 인도의 초등학교 수업 시간이에요. 인도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반드시 초등학교에 다니도록 법으로 정했어요. 카스트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공부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요. 열심히 일해서 다음 세상에는 더 나은 신분으로 태어나야지! 내 신분은 바이샤야. 천 파는 일을 하지. 내 신분은 크샤트리아야. 군인이지. 신을 위한 빛의 축제, 디왈리. 힌두교의 신은 그 수가 3억 3천이 넘는다고 해. 어마어마하게 많지? 신이 많다 보니 신을 위한 축제도 많아. 그중 첫째가는 축제가 디왈리야. 이때 사람들은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등잔에 불을 붙여 곳곳에 놓아. 요즘은 전깃불로 환하게 장식하기도 해. 거리는 집집마다 장식한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해. 특히 밤하늘을 수놓은 폭죽은 디왈리의 큰 볼거리야. 디왈리는 힌두교 달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열려요. 보통 10~11월 사이에 열리지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라마 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축제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디왈리 축제 기간에는 흙으로 만든 작은 등잔에 불을 붙여 곳곳을 장식해요. 신을 위한 색의 축제, 홀리. 홀리는 인도에서 인기 있는 축제 중 하나야. 디왈리만큼 유명한 축제지. 홀리 때는 거리가 온통 화려한 색으로 물들어. 사람들이 색색의 가루와 물을 뿌리며 신나게 놀거든. 이날만큼은 남자든 여자든, 신분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모두가 알록달록한 색을 뒤집어쓴 채 춤을 추지. 홀리는 힌두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인 크리슈나가 목동들과 색색의 물감을 뿌리며 놀았다는 신화에서 비롯된 축제예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요. 화려한 색의 나라. 축제 때만 화려한 색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길을 걷다 보면 흙바닥에 화려한 색의 그림이 있어. 아침마다 여자들이 색색의 돌가루로 그린 거야. 신에게 복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말이야.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면 그림이 지워져 버리지만, 내일 아침이면 또 그림을 그릴 테니까 괜찮아.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화려한 색은 바로 가게에서 파는 물감과 향신료야. 알록달록한 물감 중에는 음식에 넣어 먹는 것도 있어. 향신료는 향이 강해 외국인은 잘 먹지 못하지만, 화려한 색만큼은 모두 감탄할 정도지. 랑골리. 아침마다 집 앞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 의식을 랑골리라고 불러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다! 이제 1,000루피 지폐를 한번 볼까? 이 지폐의 뒷면에는 시추선과 인공위성 등이 그려져 있어. 우리가 쇠똥으로 불을 때며 사니까, 과학하고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 사실 인도는 과학 기술이 무척 발달한 나라야. 2008년에는 달 탐사 위성인 ‘찬드라얀 1호’를 쏘아 올렸어. 그것도 인도가 갖고 있는 기술로 말이야. 정말 놀랍지? 인도는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달 탐사 위성을 쏘아 올렸어요. 인도 최초의 인공위성인 아리아바타 호를 로켓으로 쏘아 올리려는 모습이에요. 시추선은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찾는 데 쓰는 배예요. 1,000루피가 저렇게 생겼구나! 내가 그 유명한 찬드라얀 1호를 실은 로켓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기술. 인도는 우주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과학 기술도 발달했어. 컴퓨터를 비롯해 정보 기술 분야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그래서 방갈로르 같은 컴퓨터 산업 도시들이 점점 커지고 있어. 이런 도시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력을 인정받으며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사람들을 보면 괜히 내가 으쓱한다니까. 방갈로르에 있는 첨단 산업 단지의 풍경이에요. 방갈로르는 인도 남쪽에 있는 도시로, 컴퓨터 산업의 중심지예요.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 등의 유명한 컴퓨터 회사들도 볼 수 있어요. 인도는 컴퓨터 제조부터 각종 프로그램 개발까지, 세계적으로 컴퓨터 관련 기술을 인정받는 나라예요. 인도의 컴퓨터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인도 사람들은 세계 곳곳의 컴퓨터 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첨단 기술 연구 단지인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도 인도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지폐 앞면의 단 한 사람. 아, 중요한 이야기를 빠뜨렸네. 모든 인도 지폐의 앞면에는 단 한 사람의 모습이 있어. 바로 마하트마 간디야. 간디는 종교나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했어.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늘 발 벗고 나섰지. 간디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까지 간디를 존경했어. 그래서 민족과 종교가 수없이 많은 나라인 인도의 모든 지폐에 단 한 사람, 간디의 모습이 담겨 있는 거야. 인도 곳곳에서 간디를 기리는 동상과 기념관을 쉽게 볼 수 있어요.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으로, 시인 타고르가 간디에게 바친 이름이에요. 간디는 남아프리카에서 차별받는 인도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위해 싸우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인도의 독립을 위해 싸웠고, 또 인도가 둘로 나눠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폭력을 쓰지 않고 맞서는 간디의 비폭력주의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어요. 간디는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야. 인도에서 만나자! 인도 구경 잘했니? 인도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야. 또 아직은 불평등해 보이지만, 간디 같은 훌륭한 사람이 있어서 평등한 나라를 꿈꿀 수 있지. 첨단 산업이 더 발전하면 모두들 부러워하는 나라가 될 거야. 나중에 꼭 인도에서 만나자. 나마스테!
바르샤바에 꽃이 필 때까지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쾅쾅 소리가 나면 지하실로 뛰어가야 한다. 어른들은 이걸 전쟁이라고 한다. 전쟁은 정말 무서운 거다. 얼마 전에 외할머니가 폭탄 때문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엄마는 온몸을 덜덜 떨며, 나를 안고 울기만 하셨다. 날짜: 1945년 2월 제목: <집에 돌아가는 날> 엄마가 내일은 우리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집에 돌아갈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나중에는 기분이 나빠졌다. 엄마 아빠가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뛰어놀던 분수대 광장이 없어졌다고 했다. 오빠가 다니던 학교도 이젠 돌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정말일까? 우리 집도 돌밖에 없으면 어떡하지? 그럼 우린 어디에서 잠을 자야 하나? 날짜: 1945년 3월 제목: <우리 집> 며칠이 지나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내 침대랑 인형 코슬리는 그대로 있었다. 나는 코슬리를 꼭 안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엄마는 주저앉아서 깨어진 분즐라우를 보며 울고 계셨다. 엄마가 우시니까 나도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날짜: 1945년 4월 제목: <무서운 엄마> 오빠는 만날 아빠를 따라 나간다. 그래서 나도 따라가겠다고 조르다가 엄마한테 엉덩이를 맞았다. 요즘 따라 엄마가 큰소리를 많이 내신다. 전쟁이 나고부터는 엄마가 무섭다. 나는 오늘 옆집 클로도프하고도 싸웠다. 클로도프가 자꾸 내 코슬리를 던지면서 꽥꽥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나도 클로도프에게 가라고 크게 소리쳤다. 날짜: 1945년 5월 제목: <분즐라우 가게> 엄마와 빵을 사 오는 길에 분즐라우 가게에 들렀다. 가게는 문이 부서졌고, 분즐라우도 모두 부서져 있었다. 엄마는 땅에 떨어진 분즐라우 조각들을 한참 만지작거리셨다. 외할머니가 분즐라우를 만드셨다고 했는데, 엄마는 분즐라우를 보면 외할머니가 생각나시나 보다. 분즐라우 조각이 반짝거리는 게 참 예뻤다. 나는 예쁜 조각 몇 개를 주머니에 넣었다. 날짜: 1945년 6월 제목: <우리 오빠> 엄마랑 도시락을 싸서 트럭을 타고 나갔다. 내가 자꾸 아빠를 따라가겠다고 떼써서 아빠가 딱 하루만 구경하는 걸 허락하셨다. 멀리서 오빠가 손짓을 하는데, 반가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오빠는 손에 그림을 들고 있었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고 했다. 그림을 보고 건물을 짓는 건 아주 멋진 일이다. 오늘은 오빠가 정말 자랑스럽다. 날짜: 1945년 9월 제목: <내 방> 엄마가 내 방 벽에 예쁜 색을 칠해 주셨다. 오랜만에 놀러 온 클로도프가 방이 아주 예쁘다고 했다. 클로도프는 내 방을 많이 부러워했다. 클로도프는 나에게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너의 엄마는 어디 가셨느냐고 물었더니, 전쟁이 났을 때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클로도프에게 잘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코슬리도 빌려주었다. 날짜: 1945년 10월 제목: <엄마의 소원> 집을 한참 둘러보던 엄마가 말씀하셨다. “화분이라도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옛날에는 길가에 꽃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 화분이 생기면 엄마가 웃으실지도 몰라! 클로도프랑 열심히 꽃을 찾아다녔다. 아무리 찾아다녀도 꽃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클로도프는 내 방을 왔다 갔다 하다가 분즐라우 조각들을 보더니 예쁘다고 했다. 날짜: 1945년 11월 제목: <특별한 선물> 며칠 후면 엄마 생신이다. 꽃은 구하지 못했지만, 대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선물이 엄마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내일은 엄마가 웃으실 수 있을까? “이거 할머니가 쓰신 일기예요?”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일기를 쓴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 “와, 정말요?” 할머니가 된 레나타는 미소를 지으며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아요. “옛날에는 이 집이 무척 커 보였는데. 이렇게 작은 줄은 몰랐지.” “집이 어떻게 커졌다 줄어들었다 해요?” 레나타는 오랫만에 소리 내어 웃어요. “할머니, 이것 좀 보세요!” 레나타는 손녀 아사의 목소리를 듣고 주방으로 가요. 아사가 가리키는 곳에는 파란 화분 그림이 있어요. 깨진 분즐라우 조각들을 붙여 만든 모자이크 그림이에요. 그것은 바로 어린 레나타가 엄마에게 준 선물이지요. “이건 내가 어렸을 때 만든 거란다. 엄마 생신날, 환하게 웃으시라고 내가 선물한 거야. 그런데 이걸 보시고 또 우셨지…….”
올림픽을 처음 시작한 나라는?
사회관계
초등_고학년
지금부터 재미있는 문제를 풀어 보자.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느냐고? 모두 풀고 나면 알게 될 거야. 첫 번째 문제! 세상에서 운동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은? ‘올’ 자로 시작하는 정답은 바로, 바로. 올림픽! 올림픽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더운 여름에 열리는 올림픽을 하계 올림픽, 추운 겨울에 열리는 올림픽을 동계 올림픽이라고 해.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은 2년마다 번갈아 가면서 열려. 우리나라에서도 올림픽이 두 번이나 열렸어. 바로 1988년에 열린 서울 올림픽과 2018년에 열린 평창 올림픽이야. 서울 올림픽은 1988년에 열린 하계 올림픽이고, 평창 올림픽은 2018년에 열린 동계 올림픽이에요. 올림픽은 아주아주 오래전에 제우스 신에게 바치는 제사에서 시작되었대. 그때 1등을 한 사람도 금메달을 받았을까? 아니야. 금메달 말고 월계관과 자신을 똑 닮은 조각상을 받았어. 올림픽은 2,800년 전쯤에 그리스의 올림피아에서 시작되었어요. 첫 올림픽 때에는 달리기 경기만 했는데, 이때 1등을 한 사람은 요리사였대요. 월계관은 아폴론 신에게 제사를 드릴 때 쓰던 월계수 가지와 잎으로 만들었어요. 요리사 평생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이야. 1등 한 사람과 똑 닮게 조각해야지! 남자들만 신났군! 여자는 참가할 수 없다니, 불공평해! 세 번째 문제! 피자를 장식할 때 쓰는 까만 반지 모양 열매는? ‘올’ 자로 시작하는 정답은 바로, 바로. 올리브! 그리스에는 신비한 전설이 전해 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같은 도시를 차지하고 싶어 했어. 포세이돈은 사람들에게 말과 물을,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주겠다고 했지. 사람들은 올리브나무를 선택했어. 그 도시는 아테나 여신의 이름을 따서 ‘아테네’라고 부르게 되었어. 그리스 사람들은 옛날부터 올리브나무를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올리브나무 열매와 잎은 좋은 음식 재료인데, 열매로는 기름을 짜기도 해요. 네 번째 문제! 사람들 앞에서 호랑이도 되었다가 임금님도 되었다가 하는 것은? ‘연’ 자로 시작하는 정답은 바로, 바로. 이 이야기가 전해져 올림픽에 마라톤 경기가 생긴 거야. 2,500년 전쯤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에 일어난 전투를 ‘마라톤 전투’라고 해요. 마라톤이라는 경기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지요. 승리를 알리고 죽은 그리스의 병사가 달린 거리가 40km 정도 된대요. 지금 마라톤 선수들은 42.195km를 달려요. 마지막, 다섯 번째 문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엄마 마음이나 내 마음대로만 하지 않는 것! 더 많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는 것은? ‘민’ 자로 시작하는 정답은 바로, 바로. 민주주의! 옛날에는 왕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했어. 왕이 원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따라야 했지. 그런데 그리스에서는 제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무슨 일이나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어. 왜냐하면 시민들이 투표를 해서 결정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지. 2,600년 전쯤부터 민주주의가 시작된 그리스에서는 투표를 할 때 종이 대신 도자기 조각을 사용했어요. 그때는 남자 어른들만 투표를 할 수 있었대요. 자, 문제를 모두 풀었다! 우리가 왜 이 문제들을 풀었는지 알겠어? 올림픽을 처음 시작한 곳,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곳, 올리브나무 열매로 기름을 처음 만든 곳, 연극을 처음 시작한 곳, 민주주의를 처음 시작한 곳. 이 모든 곳이 다 그리스이기 때문이야. 연극! 옛날에 그리스 사람들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위해 축제를 열었어. 이 축제에는 여러 행사가 있었는데, 그중에 연극도 있었어. 주인공 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고,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코러스가 배우와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대. 디오니소스 축제는 한 해에 4번 열렸어요. 이 축제 때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연극을 공연했지요.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 음, 나는 산이 더 좋지만. 바다! 바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