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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의 뻥튀기 가게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음, 맛있어. 역시 뻥튀기가 최고야!” 초초는 뻥튀기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씹을 때는 바삭하고, 먹을 때는 고소하고. 알밤보다도 도토리보다도 뻥튀기가 더 맛나요. 초초는 날마다 뻥튀기를 아삭바삭 먹지요. 초초는 친구 토토와 늘 가던 뻥튀기 가게에 갔어요. 그런데 가게가 없어졌지 뭐예요! “이젠 어디서 뻥튀기를 사 먹지?” 실망한 초초에게 토토가 말했어요. “초초야, 네가 직접 만들어 보면 어때?” “내가? 그럴까? 뻥튀기라면 도전해 볼래!” 초초는 자신감이 퐁퐁 솟았어요. 초초는 뻥튀기 만드는 방법을 찾아 보고, 뻥튀기를 만들 수 있는 쌀과 기계를 샀어요. 설명서를 보며 차근차근 따라 해 보았지요. 좌르르, 쌀을 넣고 손잡이를 쑥 내렸더니. 뻥! 동그란 뻥튀기가 튀어 나왔어요! “와, 내가 뻥튀기를 만들었어!” 초초는 뻥튀기를 잔뜩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초초야, 뻥튀기를 직접 만들다니 멋져!” 친구들은 뻥튀기를 아삭바삭 맛있게 먹었어요. "초초야, 정말 맛있어! 뻥튀기를 더 많이 만들어서 팔면 어때?" "아하! 그럼 그렇게 해 볼까?" 초초는 작은 뻥튀기 가게를 열었어요. 하루 종일 열심히 뻥튀기를 만들었지요. 유아차를 탄 새끼 토끼도, 가족 손님들도 초초의 뻥튀기를 사러 왔어요. “하하, 뻥튀기 가게를 창업하다니 정말 대단해!” 그런데 뻥튀기를 먹던 손님들이 투덜댔어요. “아이고, 가루가 여기저기 날리네.” 얼굴보다 큰 뻥튀기를 떨어뜨린 아기 토끼는 울음을 터뜨렸고요. “으앙!” 비가 오는 날에는 뻥튀기가 금방 눅눅해졌어요. “뻥튀기가 눅눅해져서 맛이 없어.” 뻥튀기 가게에는 손님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초초의 작은 어깨가 축 처졌지요. “어떡하지? 가게를 열 준비가 부족했나 봐.” 토토가 초초를 토닥이며 말했어요. 초초야, 힘내! 넌 뻥튀기 박사잖아. 방법이 있을 거야. 정말 그럴까? “그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초초는 용기를 냈어요. “어떤 점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아봐야겠어.” 초초는 다시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어요. 초초는 손님들에게 뻥튀기를 먹으면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물어보았어요. 또 어떤 뻥튀기를 먹고 싶은지도 물어보고 손님들의 대답을 수첩에 꼼꼼하게 적었지요. 뻥튀기 가루가 많이 날려 먹기 불편하다. 비 오는 날에는 뻥튀기가 금방 눅눅해진다. 아기들 손이 작아 큰 뻥튀기를 집고 먹기가 불편하다.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에 좋은 뻥튀기를 먹고 싶다. 아이들 여러 가지 맛 뻥튀기를 먹고 싶다. 뻥튀기와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으면 좋겠다. ‘뻥튀기 모양을 재미나게 만들어 볼까? 아이들이 딸기 맛 뻥튀기를 좋아할까?’ 새로운 뻥튀기를 만들기 위해 초초는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마침내 초초는 새로운 뻥튀기를 만들었어요. 아기 손에 딱! 손잡이 뻥튀기 눅눅해지지 않아요! 눅눅해지지 않아요! 따로 포장 뻥튀기 가루가 날리지 않아요! 한입 뻥튀기 도토리와 알밤이 가득! 건강 뻥튀기 알록달록 무지개색! 과일 맛 뻥튀기 “초초야, 별의별 뻥튀기를 다 만들었구나!” 토토는 뻥튀기를 보고 감탄했어요. 그때 초초에게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어요. “가게 이름도 ‘별의별 뻥튀기 가게’가 좋겠어!” 토토가 새로운 가게 이름이 적힌 팻말을 박아 주었어요. 초초는 새로 만든 뻥튀기를 예쁘게 차려 놓았어요.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도 더 만들었지요. 드디어 ‘별의별 뻥튀기 가게’가 문을 열었어요. 손님들은 새로운 뻥튀기를 이것저것 맛보고 인터넷에 뻥튀기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 “여긴 정말 별의별 뻥튀기가 다 있어!” 초초의 가게는 점점 더 유명해졌어요. 초초는 이제 인기 많은 ‘별의별 뻥튀기 가게’의 어엿한 사장이에요. 초초는 모두가 즐겁게 뻥튀기를 먹는 모습을 보니 행복했지요. “역시 뻥튀기가 최고야!” |
개미들이 유튜버가 됐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시원한 그늘에서 베짱이가 부르는 노래였어요. “노래는 즐거워.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반짝!” 노래를 부르던 베짱이가 개미들에게 말했어요. “좀 쉬면서 해. 내 아름다운 노래도 들으면서 말이야.” 하지만 개미들은 베짱이의 노래를 들을 시간이 없었지요. 울긋불긋 나뭇잎이 물드는 가을. 개미들은 더 바빠졌어요. 겨울 동안 먹을 먹이를 모아야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베짱이는 계속 노래만 불렀어요. “베짱이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내려고 저럴까?” 개미들은 베짱이가 걱정되었어요.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겨울.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문을 열어 보니 따뜻한 외투를 입은 베짱이가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커다란 선물 상자를 한 아름 들고 말이에요. “개미들아, 안녕? 너희들에게 줄 선물을 잔뜩 가지고 왔어.” 개미들은 깜짝 놀랐어요. 베짱이는 기타를 꺼내며 말했어요. “나 유튜버가 되었어.” “유튜버? 그게 뭔데?” 개미들은 베짱이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내가 노래 하나는 정말 잘하잖아. 그래서 노래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지. 그랬더니 다들 많이 보는 거야. 그러니까 광고도 들어오고 돈도 생기더라고.” 개미들은 베짱이의 말을 듣고 동영상을 찾아 보았어요. 베짱이의 동영상을 본 개미들은 깜짝 놀랐지요. “이렇게 노래하는 동영상만 올려도 돈을 벌 수 있다고?” 겨울 동안 개미들 사이에서는 유튜브 바람이 불었어요. 너도나도 유튜버가 되겠다고요. 하지만 어떤 모습을 찍어 올려야 할지 몰랐지요. 그러는 사이 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왔어요. 개미들은 아직도 어떤 동영상을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지요. 그때 한 개미가 나섰어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닐까? 그 모습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 보자!” “그래, 그래!” 개미들은 각자 무엇을 할지 정했어요. 개미들은 각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착! 착! 착! 난 어떤 모습을 찍을지 생각해 볼게. 내가 일하는 모습을 찍을게. 음, 우린 지금처럼 일만 하는 게 좋겠어. 개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공부했어요. “우리도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자.” 부지런한 개미들은 동영상 만드는 일에도 열심이었지요. 실수하는 장면도 찍어야지! 딸기 따는 장면도 찍어 볼까? 맛있게 먹는 장면도 찍자! 어떤 장면이 재미있을까? 어떤 말을 넣으면 좋을까? 동영상 완성! 개미들은 동영상을 올리고 가슴을 졸이며 조회 수를 보았어요. “와, 우리 동영상을 보는 동물 친구들이 점점 늘고 있어.” “드디어 ‘좋아요’ 수도 엄청나게 올라갔어!” 개미들은 계속 여러 가지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어요. 개미들은 부지런히 일도 하고, 동영상도 찍어 올렸어요. 틈틈이 영상 라이브 방송도 했지요. 또다시 겨울이 왔어요.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문을 열어 보니 예전의 멋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허름한 옷을 입은 베짱이가 서 있지 뭐예요. 베짱이는 매서운 겨울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요. 베짱이는 몸을 녹이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내가 동영상도 띄엄띄엄 올리고, 영상 라이브 방송을 잡아 놓고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그랬더니 동영상을 보는 동물 친구들이 점점 줄어드는 거야.” 개미들은 베짱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유튜버는 누구든 될 수 있어. 하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그만큼 노력이 필요해!” 개미들은 베짱이를 위로해 주었어요. 이번 겨울은 개미들과 베짱이가 함께였어요. 개미들과 베짱이는 기나긴 겨울 동안 즐겁게 노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지요. 앞으로 개미들은 봄에는 꽃구경을, 여름에는 비 구경을 하며 즐겁게 지낼 거예요. 물론 일도 열심히 하면서요. |
딸기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제제와 아빠는 딸기를 무척 좋아해요. 아침에는 딸기 주스를 마시고, 점심으로는 딸기 파이를, 저녁에는 딸기 케이크를 먹지요. 간식으로는 싱싱한 딸기를 한입에 꿀꺽하고요. 제제는 아빠와 함께 딸기를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제제가 아빠와 함께 마트에 왔어요. “제제야, 오늘 딸기가 정말 싱싱하구나.” “네! 향기도 좋고, 반짝반짝해요.” “가격도 싸니까 우리 두 바구니 살까?” “좋아요!” 제제는 아빠와 딸기를 살 때가 두 번째로 행복하답니다. 아빠와 제제가 딸기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데, 슈퍼스타 룰루 씨가 나왔어요. 룰루 씨는 양손 가득 딸기를 들고 말했어요. “제 아름다움의 비결은 바로 날마다 먹는 이 딸기랍니다.” 제제와 아빠는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어요. “역시 딸기가 최고야!” 제제는 오늘도 아빠와 함께 딸기를 사러 집을 나섰어요. “아빠, 오늘따라 다들 딸기를 많이 들고 다녀요.” “그러게. 무슨 일이지? 우리도 얼른 가 보자.” 제제와 아빠가 마트로 향했어요. 마트에 도착한 제제와 아빠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딸기 판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거든요. “딸기 없나요?” “방금 다 팔렸어요.” “딸기가 다 팔렸다고요?” “슈퍼스타 룰루 씨처럼 아름다워지겠다고 다들 딸기만 찾지 뭐예요.” 제제와 아빠는 딸기를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오늘은 딸기를 살 수 있겠지?” 제제와 아빠는 서둘러 마트로 향했어요. 다행히 딱 한 바구니가 남아 있었지요. 그런데 가격이 엄청 올라 있지 뭐예요!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다들 사려고 해서 딸기가 부족한걸요. 이것도 마지막 딸기랍니다.” 제제와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사천 원을 내고 딸기를 사 왔어요. 아빠가 딸기를 먹으며 뉴스를 봤어요. "딸기가 더 귀해지겠는걸.” 아빠는 한숨을 푹 쉬었어요. 갑작스러운 태풍으로 농장의 피해가 큽니다. 지금 엉망이 된 딸기밭에 나와 있습니다. 마트에 온 제제와 아빠는 너무 놀라 입이 쩍 벌어졌어요. “어쩔 수 없어요. 태풍 때문에 딸기를 구하기가 어려워요.” 제제의 얼굴이 시무룩해졌어요. “제제야, 딸기 맛 과자라도 사 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치치 할머니를 만났어요. “제제야, 왜 그렇게 기운이 없니?” “딸기가 너무 비싸서 못 샀거든요.” “조금만 기다려 보렴. 잘 팔리지 않으면 다시 딸기 가격이 내려갈 거란다.” “정말 그럴까요?” “그럼! 두고 보렴.” 아빠도 눈을 찡긋하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제제는 기분이 조금 나아져서 딸기 맛 과자를 흔들며 집으로 달려갔어요. “딸기 사세요. 딸기가 비싸져서 잘 팔리지 않아 가격이 내려갔어요.” 아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어요. “그래도 비싸요. 다음에 살게요.” “그럼 포도는 어떠세요? 요즘 포도가 싸고 맛있어요.” “좋아요, 포도 주세요!” 텔레비전에 홈런왕 팡팡 씨가 나왔어요. 팡팡 씨가 한입 가득 포도를 먹으며 말했어요. “제 홈런의 비결은 바로 날마다 먹는 싱싱한 포도랍니다.” “오, 팡팡 씨는 포도를 좋아하는구나!” “아빠, 그럼 혹시 내일?” 제제와 아빠는 마주 보며 씩 웃었어요. 아빠와 제제가 마트에 왔어요. 포도 판매대 앞은 와글와글했지요. “역시!” 제제와 아빠는 신이 나서 손뼉을 마주쳤어요. 그러고는 오랜만에 딸기 두 바구니를 샀지요. |
세금 없는 나라에 간 냠냠 씨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아침이 밝았어요! 기지개를 쭉! 살랑살랑, 여우들이 꼬리를 흔들며 일어나요. 이곳은 여우들이 오손도손 모여 사는 여우성이에요. 오늘도 여우들은 땡그랑땡그랑 세금을 내요. 여우성에 사는 여우는 모두 세금을 내야 해요. 세수하면서 물을 쓸 때도, 식당에서 밥을 사 먹을 때도, 일하고 돈을 벌 때도, 문구점에서 장난감을 살 때도, 멋진 여우 자동차를 살 때도, 모두 세금을 내요. 돈을 벌고 쓰는 모든 일에 세금을 내야 하지요. 세금 내기 아까워! 투덜투덜, 투덜투덜. 요리사 냠냠 씨는 세금을 내는 게 불만이에요. “세금으로 다리를 만들고 공원도 만들었다고? 나는 여우 총총 다리를 건너지도 않아! 여우 반짝 공원도 안 간다고!” 냠냠 씨는 짐을 싸서 여우성 밖으로 나와요. “흥, 세금을 안 내도 되는 너구리성으로 가야겠어.” 달빛을 따라 신나게 폴짝폴짝. “어서 와. 여기는 너구리들이 사는 성이야.” “너구리성에서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고 들었어.” “물론이지. 우리는 세금을 안 내.” “좋아! 나 여기서 살래!” 너구리성을 돌아보던 냠냠 씨가 꽈당 넘어져요. 길은 울퉁불퉁하고 주위는 깜깜해요. 냠냠 씨는 모르나 봐요. 길을 반듯하게 만들고 가로등도 세우려면 세금이 필요해요. 다음 날, 냠냠 씨는 절뚝거리며 손발 쭉쭉 병원으로 가요. 그런데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요! 냠냠 씨는 모르나 봐요. 여우성에서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서 병원비가 안 비쌌던 거예요. 어쩜 이럴 수 있지? 냠냠 씨가 병원에서 나와 지갑을 챙겨요. 그때, 누군가 지갑을 훔쳐 쌩 달아나지, 뭐예요. 냠냠 씨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냠냠 씨는 모르나 봐요. 학교를 만들려면 세금이 필요해요. 냠냠 씨는 꼬마 너구리들이 귀여워요. “얘들아, 내가 만든 과자 좀 먹을래?” 냠냠 씨가 과자를 꺼내 나누어 주어요. “불이야! 불이 났어요!” 너구리 집에서 새까만 연기와 새빨간 불길이 활활 치솟아요. 냠냠 씨는 깜짝 놀라 외쳐요. 119! 119! 소방서에 연락해요!” 너구리성에는 불을 끄러 올 소방차도, 소방관도 없어요. 결국 집은 꺼멓게 타고 말았어요. 냠냠 씨는 모르나 봐요. 소방서를 짓고 소방차와 소방 장비를 사려면 세금이 필요해요. “흑흑, 여우성에서 편안하게 살고 당연하게 누린 것들이 모두 세금 덕분이었어!” 냠냠 씨는 여우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해요. 밝고 반듯한 길, 병원, 경찰서, 학교, 소방서가 모두 있는 곳으로요. 냠냠 씨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해요. 냠냠 과자 가게를 열어 부자가 되었거든요. 꼬마 너구리 얼굴이 그려진 과자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야 하지만 냠냠 씨는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아요. 모두를 위해 세금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왜 세금을 내나요? 나라를 지키고, 도로나 댐 등을 만들고, 학교나 도서관을 짓고,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등 많은 일을 세금으로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세금은 돈이 없거나 나이가 많아서 생활이 힘든 사람들에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해 주기도 해요. 또 갑자기 태풍이 오거나 지진이 나고, 심각한 전염병이 퍼질 때,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음식이나 옷을 주는 등 나라의 여러 일을 할 때 쓰여요. 누가, 얼마나 세금을 내나요?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은 모두 세금을 내요. 세금은 꼭 내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모두가 똑같은 금액의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에요.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은 세금도 적게 내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도 더 많이 내요. 만약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나라에서 집이나 땅, 자동차 등 재산을 강제로 가져가거나 벌금을 내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처벌을 받을 수 있어요. |
스크루지, 경제 시장이 되다!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난 캐럴시 최고 부자 스크루지다!” 스크루지는 지독하게 아끼고 아껴 엄청난 부자가 되었어요. 돈 한 푼 쓸 때는 아까워서 발발 떨지만 돈을 긁어모으는 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요. 어느 날 스크루지는 길을 가다 벽보를 보았어요. ‘캐럴시의 시장을 뽑는다고? 그래, 내가 시장이 되어 모두 부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어!’ 스크루지는 시장 선거에 나갔어요. “여러분! 캐럴시 최고 부자 스크루지입니다. 저를 뽑아 주시면,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고 캐럴시도 부자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된다는 말에 스크루지를 시장으로 뽑았어요.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그때, 스크루지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외쳤어요. “이렇게 돈을 쓰면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세요!” 옷은 새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천을 덧대면 새 옷처럼 입을 수 있습니다! 가위만 있다면 집에서도 자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요리는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며칠 뒤, 북적이던 거리는 조용해졌어요. 사람들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꾹 참고 가게 앞을 쌩 지나갔지요. 그 모습을 보고 스크루지는 흐뭇하게 웃었어요. ‘캐럴시는 곧 부자 도시가 될 거야.’ 어느 날, 스크루지는 아침부터 빵집 앞을 서성였어요. 빵집에서 새어 나오는 빵 냄새를 맡으려고요. 그런데 이상해요. 냄새는커녕 빵도 보이지 않았어요. 스크루지는 무슨 일인지 주인에게 물었어요. “사람들이 빵을 안 사니, 빵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밀가루와 우유도 다시 돌려보내려고요. 직원들에게 월급 줄 돈도 못 벌어서 큰일이에요.” 빵집 주인의 말에 스크루지는 조금 놀랐어요. 스크루지는 마트를 찾아갔어요. 마트에는 밀가루와 우유가 넘쳐 났어요. 마트 주인은 유통 기한이 지난 물건들을 고르고 있었지요.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아 다 버리게 생겼어요.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가게가 망하고 말 거예요.” 스크루지는 이번엔 좀 더 크게 놀랐어요. 밀가루는 밀로 만들지요. 그럼 밀 농장은 어떨까요? 스크루지는 당장 밀 농장을 찾아갔어요. 농장엔 추수한 밀이 잔뜩 쌓여 있었어요. 농부들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지요. “밀가루를 안 쓰니 추수한 밀을 쌓아만 놓았어요. 이렇게 많은 밀을 다 어쩌면 좋지요?” 스크루지는 다시 거리로 돌아왔어요.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썰렁해졌어요. 여기저기 문 닫은 가게들이 보였지요. 스크루지는 너무 놀라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어요. 사람들이 스크루지에게 몰려들었어요. “시장님,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오지 않아요. 이러다 우리 모두 망하게 생겼어요.” “가게 문을 닫아서 우린 일자리를 잃었어요. 돈을 못 버는데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사람들은 울상이 되어 하소연을 늘어놓았어요. 이제는 스크루지가 울 것만 같았어요. ‘다 같이 안 쓰고 아끼면 모두 부자가 될 줄 알았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스크루지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그래, 캐럴시를 되살리려면 문 닫은 가게들을 다시 열게 하고, 가게가 망하지 않도록 사람들이 물건을 사야 해!’ 스크루지는 사람들에게 다시 외쳤어요. “여러분! 무조건 아낀다고 부자가 되는 게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사서 돈이 돌고 돌아야 우리 모두 잘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크루지의 말을 한 번 더 믿어 보기로 했어요. 거리는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어요. 마트 주인은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바쁘고, 빵집에서는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겨 나왔어요. 스크루지는 추운 겨울 낡고 낡은 옷 대신 입을 패딩 점퍼를 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단정하게 잘랐어요. 이웃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샀지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불빛이 반짝거려요 거리에는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이 가득해요. 저기, 케이크를 고르고 있는 스크루지도 보이네요. 길을 가던 사람들이 스크루지에게 인사를 해요. “스크루지 시장님, 메리 크리스마스!” “여러분, 모두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생쥐 삼 형제의 선택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포포와 투투, 티티는 생쥐 삼 형제예요. 삼 형제는 좋아하는 것이 각각 달랐어요. 맏형 포포는 악기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지요. 온종일 챙챙 악기를 연주했어요. 둘째 투투는 먹는 것을 좋아했어요. 맨날 음식을 혼자 후다닥 먹어 버렸지요. 막내 티티는 조용히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형들이 방해했어요.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보니 삼 형제는 티격태격 다투는 일이 많았어요. 결국 참다못한 티티가 소리쳤어요. “형들, 우리 그만 다투고 따로 살자!” 막내 티티의 말에 생쥐 삼 형제는 따로 살기로 결정했어요. 포포 형, 연주 좀 그만해! 시끄러워서 귀가 아파! 내 음악이 어때서! 투투야, 음식을 혼자 다 먹으면 어떡해? 미안, 맛있어서! “역시 혼자 사는 게 좋아! 악기를 마음껏 연주해야지.” 맏형 포포는 집을 나와 악기 가게로 갔어요. 포포는 기타와 작은북을 골랐지요. “어떤 것을 선택하지? 기타를 살까, 작은북을 살까?” 어느새 포포 눈앞에 기타가 아른아른. “그래, 좀 더 마음에 드는 기타를 사야지!” 포포는 기분 좋게 기타를 샀어요. 둘째 투투는 집을 나와 피자 가게로 갔어요. “그래, 혼자 사는 게 좋아! 피자도 시키고 스파게티도 시켜야지. 나 혼자 다 먹을 거야!” 하지만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푹! “휴, 이 돈으로 둘 다 사 먹지는 못하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해. 피자를 먹을까, 스파게티를 먹을까? 으악, 어려워! 남들은 무엇을 먹나 볼까?” 투투는 기분 좋게 피자를 시켰어요. 음, 난 피자 선택! 피자가 제일 좋아! 원래 피자를 좋아하지만, 오늘은 스파게티! 어제 피자를 먹었거든. 피자보다 스파게티가 좋아. 스파게티 선택! 막내 티티는 도서관으로 갔어요. “방해하는 형들이 없어서 좋네. 혼자 실컷 책이나 읽어야지!” 티티는 신이 나서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자꾸 형들 생각이 났어요. “형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티티는 재미있는 책을 읽어도 즐겁지 않았어요. 티티는 도서관에서 나와 공원으로 갔어요. 그때 같이 놀고 있는 다람쥐 삼 형제가 보였어요. “같이 놀아서 재미있겠다. 후유, 혼자 노니까 하나도 재미없네. 형들과 놀면 훨씬 재미있는데. 싸울 때도 있지만 말이야.” 티티는 한숨을 푹 쉬었어요. “얘야, 왜 이렇게 힘이 없니?” 너구리 할아버지가 물었어요. “제가 형들이랑 같이 사는 것과 따로 사는 것 중에서 따로 사는 것을 선택했는데 올바른 선택인지 모르겠어요.” 너구리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잘 생각해야 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단다. 어떤 것을 포기할 때는 그것이 소중한 것인지 아닌지 잘 따져 봐야 하지. 기회비용을 따져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렴.” 너구리 할아버지의 말에 티티가 용기를 내었어요. “아, 맞아요! 선택을 바꾸면 돼요! 할아버지, 저 선택을 바꿀래요! 감사합니다!” 티티는 집으로 강중강중 뛰어갔어요.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터질 것만 같았지요. 집에 형들이 먼저 와 있을 것만 같았어요. “형, 형! 포포 형! 투투 형!”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형! 혀엉. 진짜 형들이 없네. 괜히 따로 살자고 말해서. 내가 선택을 잘못했어, 흑!” 티티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때 집 밖에서 기타 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포포 형 목소리잖아!” 티티는 문을 열어 보았어요. “피자를 사 왔으니 같이 먹자! 내가 이미 두 조각을 먹었지만.” 투투가 피자를 스윽 내밀며 말했어요. 셋은 나란히 앉아 피자를 먹었어요. 또 싸우기는 하겠지만 셋이 함께 있어 행복했지요. |
쇼핑이 정말 좋아!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드디어 새집으로 이사 왔다!” 도치는 열심히 짐을 옮기고, 짐 정리를 끝냈어요. “새집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런데 집을 더 예쁘게 꾸밀 꽃과 꽃병이 있으면 좋겠는걸.” 도치는 쇼핑하러 가기로 했지요. 다음 날, 도치는 마트로 갔어요. 예쁜 꽃과 마음에 드는 꽃병, 멋진 화분을 샀어요. 게다가 귀여운 인형과 장난감도 샀지요. 도치는 마트를 나와 집으로 향했어요. 그런데 봉투 여러 개에 화분까지. 두 손으로 들기에도 너무 많고 무거웠어요. 그때 옆집에 사는 비비를 보았어요. 도치는 비비에게 멋지게 인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짐이 많아 허둥지둥. 제대로 인사를 할 수 없었지요. 도치는 많은 짐을 들고 겨우겨우 집에 왔어요. 새로 산 꽃과 꽃병은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런데 집에 생각보다 화분이 많았어요. 장난감을 놓으려고 보니 비슷한 장난감이 있었어요. 도치는 계획 없이 물건을 산 것을 후회했지요. “아이, 기분이 별로 안 좋아. 텔레비전이나 봐야겠다.” 텔레비전을 켜니 홈 쇼핑에서 자전거를 팔고 있었어요. 헬멧과 보호대가 공짜라고? 아주 좋아! 곧 매진이라는 말에 도치는 갑자기 흥분되었어요. 빨리 사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도치는 스마트폰으로 바로 주문했어요. “난 역시 쇼핑을 잘해! 쇼핑이 정말 좋아!” 며칠 뒤 자전거가 배달되었어요. 그런데 배달되어 온 자전거가 맘에 안 들었어요. 집에 있는 자전거보다 별로잖아! 매진이라는 말에 너무 급하게 주문했나 봐. 또 물건을 계획 없이 사 버렸네. 도치는 자전거를 돌려보냈어요. 도치가 이번에는 음식을 사러 마트로 갔어요. 도치는 또 별생각 없이 이것저것 샀어요. 멍멍이가 사과를 사는 것을 보고 사과도 샀어요. 어느새 도치의 쇼핑 카트가 가득 찼어요. 쇼핑을 마친 도치는 밖으로 나왔어요. 물건이 너무 많아 혼자 들기에도 벅찼지요. 도치는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낑낑거리고 있었어요. 그때 비비가 다가왔어요. “우아, 물건을 많이 샀구나! 내가 도와줄까?” “비비야, 고마워.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래. 집에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비비는 도치의 집까지 짐을 옮겨 주었어요. 그런데 도치의 집에 들어가 짐을 놓는 순간 와르르! 봉투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쏟아졌어요. “도치야, 음식을 이렇게 많이 사 놓으면 상할 텐데.” 도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어요. “아, 그게 사다 보니까 이렇게 많아졌네.” “도치야, 나도 예전엔 계획 없이 물건을 사기도 했어. 이런 걸 충동구매라고 하지. 그래서 난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고 꼭 사야 할 물건을 종이에 적어. 너도 해 볼래?” 비비는 도치에게 쇼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어요. 비비가 돌아간 뒤 도치는 물건을 정리했어요. “비비가 집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지? 그래야 비슷한 물건을 또 사지 않을 수 있댔어.” 도치는 비슷한 물건끼리 모아 놓은 것을 보았어요. “아, 계획 없이 사서 쓰지 않은 물건들이 많네. 앞으로는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겠어. 그리고 꼭 계획한 것만 사야지.” 도치와 비비가 함께 쇼핑하기로 한 날이 되었어요. 마트 앞에서 비비가 도치에게 말했어요. “도치야, 오늘은 꼭 필요한 것만 사는 거야.” 도치가 선물 상자를 비비에게 내밀었어요. 비비는 도치를 보며 활짝 웃었지요. “하하, 도치야, 고마워. 넌 정말 쇼핑을 좋아하는구나!” |
똑똑하게 돈 쓰는 법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여러분, 안녕하세요? 울리불리 쇼의 울리불리예요. 오늘은 똑똑하게 돈을 쓰는 주인공을 찾아 나설 거예요. 똑똑하게 돈을 쓰면 초록 불이, 아니면 빨간 불이 들어와요. 자, 출발해 볼까요? 여기는 오리네 집이에요. 미세 먼지가 심해서 아기 오리들이 쓸 마스크가 필요해요. 마스크를 사러 가는 오리 아주머니를 따라가 볼까요? 엄마, 마스크가 하나도 없어요. 가족이 많아서 금방 다 써 버렸네. 오리 아주머니는 대형 마트에 왔어요. 대형 마트에는 여러 종류의 마스크가 있지요. 오리 아주머니가 마스크를 고르고 있어요. 어떤 마스크를 살지 고민하는 오리 아주머니 입이 씰룩거려요. 마스크가 100개나 들어 있다고? 캐릭터 마스크를 사면 사은품으로 인형을 준다고? 100개나 들어 있어 오래 쓰겠는걸. 가족이 많으니, 양이 많을수록 좋겠지.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서 아기 오리들이 좋아할 거야. 게다가 사은품으로 인형도 주잖아. 오, 초록 불이 들어왔어요. 마스크가 많이 필요한 오리 가족에게 딱 맞는 선택이군요! 좋아, 이 마스크를 사겠어! 너구리 아저씨는 어떤 마스크를 고를까요? 너구리 아저씨는 캐릭터 마스크를 골랐어요.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너굴이를 위해서는 더 좋은 선택이지요. 우리 집 너굴이는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잖아.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는 좋아할 거야. 좋아, 이 마스크를 사겠어! 두더지 아저씨는 안경 가게를 찾고 있어요. 하나뿐인 안경을 잃어버렸다고 했거든요. 저기 안경 가게가 나란히 있네요. 두더지 아저씨를 따라가 볼까요? 앞이 잘 안 보여서 너무 불편해. 두더지 아저씨가 세모안경에 왔어요. 세모안경은 안경 하나를 사면 똑같은 안경 하나를 더 준대요. 네모안경은 안경값을 할인해 준대요. 어떤 안경 가게에서 살지 두더지 아저씨 눈이 요리조리 데굴데굴. 하나를 더 준다고? 어디에서 안경을 살까? 안경을 싸게 산 대신 간식을 사 먹을까? 오호, 초록 불이 들어왔어요. 안경이 없으면 꼼짝 못 하는 두더지 아저씨에게 딱 맞는 선택이군요. 좋아, 세모안경에서 사겠어! 여우 아가씨는 선글라스값을 할인해 주는 네모안경에서 샀어요. 하나만 필요하다면 이것이 더 좋은 선택이지요. 나 같은 멋쟁이에게 똑같은 선글라스가 두 개나 있을 필요는 없지. 싸게 사는 게 더 낫겠어! 룰루랄라, 돼지 사장님이 붕어빵을 사러 시장에 가요. 돼지 사장님을 따라가 볼까요? 사장님, 달콤한 크림이 잔뜩 들어 있는 걸로요! 내가 얼른 가서 붕어빵을 사 올게요! 돼지 사장님이 자주 사 먹는 붕어빵 가게에 왔어요. 늘 먹던 크림붕어빵은 쿠폰에 도장을 한 개만 더 찍으면 왕슈크림빵을 공짜로 받을 수 있어요. 새로 나온 매콤붕어빵을 사면 경품 게임을 할 수 있대요. 어떤 붕어빵을 고를지 돼지 사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려요. 도장을 한 개만 더 찍으면 왕슈크림빵을 공짜로 먹을 수 있겠군. 잘만 맞히면 붕어빵이 100개야!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 다들 좋아하겠지? 저런, 빨간 불이 들어왔어요. 꽝을 맞힌 돼지 사장님이 시무룩한 얼굴로 매콤붕어빵 한 봉지를 들고 돌아가네요. 똑똑한 소비는 모두가 먹고 싶어 했던 크림붕어빵을 사는 것인데, 경품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한 거예요. 경품에 정신이 팔려 붕어빵을 잘못 사 버렸어. 잉, 매콤붕어빵은 매워서 못 먹겠어요. 흑흑, 도장 한 개만 더 찍으면 왕슈크림빵을 받을 수 있었다고요. |
사람도 동물도 행복하게!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그러다 무언가와 퍽! 부딪쳤어. “꼬꼬댁, 누구야?” 노란 닭이 소리쳤어. “쉿! 나 지금 탈출하는 중이야.” 흰 닭이 속삭였어. “너도? 나도!” “정말? 그럼 일단 뛰어!” 흰 닭이 노란 닭을 앞지르며 말했어.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산으로 뛰어 올라갔어. “야호! 뛰니까 신나.” 노란 닭이 말했어. 맞아. 나는 거의 한 번도 못 뛰었어. “맞아. 나는 거의 한 번도 못 뛰었어. “나도. 맨날 서서 알만 낳았어. 그래야 알을 많이 얻을 수 있다나. “참,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살던 곳은 끔찍해. 돌아가기 싫어.” 흰 닭이 한숨을 포옥 쉬며 말했어. “함께 새집을 찾자.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노란 닭이 말하자 흰 닭이 냉큼 좋다고 대답했어. 그때 토끼가 헉헉대며 뛰어왔어. “토끼야, 왜 그렇게 헐떡이니?” “앗, 깜짝이야! 난 실험실에서 도망치는 중이야.” 토끼가 눈을 찡그리며 말했어. 헉헉 “토끼야, 눈이 아파?” 흰 닭이 물었어. “응, 사람들이 내 눈에 따가운 물을 넣었거든. 화장품을 만들 때 몸에 좋은지 나쁜지 알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하는 거라나. 실험은 아프고 무서워.” “사람들은 너무해! 토끼야, 너도 같이 갈래? 우린 안전한 새집을 찾아가는 길이거든.” 흰 닭이 말했어. 토끼야, 기운 내! 그런데 안전한 곳이 있을까? 사람들은 우릴 괴롭혀서 물건을 만들어 팔고, 또 그 물건을 사잖아. 토끼가 귀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어. “토끼야, 힘내. 우리랑 같이 찾아 보자!” 노란 닭이 힘주어 말했어. 셋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지. 연못가를 지날 때였어. 한쪽 구석에서 새 한 마리가 끙끙대고 있지 뭐야. “새야, 어디 아프니?” 흰 닭이 물었어. “잠깐! 나는 멋진 깃털 거위라고 불러 줘.” “멋진 깃털 거위라고?” 노란 닭이 의아해하며 물었어. 거위는 비쩍 마르고 털이 듬성듬성했거든. 그래. 내 깃털은 원래 보들보들 풍성했어. 그런데 사람들이 몽땅 뽑아 갔어. 내 털이 따뜻해서 옷을 만들 때 쓴다나. 그래서 우리에서 달아났지. 거위가 말했어. “아팠겠다. 거위야, 너도 같이 갈래? 우린 안전한 새집을 찾아가는 길이거든.” 토끼가 말했어. 거위는 좋아서 날개를 파닥거렸어. 넷은 한참 동안 걸어가다 나무와 꽃이 가득한 곳을 발견했어. “멋지다. 여기서 살면 어때?” 노란 닭과 흰 닭과 거위가 뛰어가려는데, “잠깐!” 토끼가 코를 찡긋거리며 소리쳤어. “화장품 냄새가 나.” 잠깐! 뭔가 이상해. “앗, 여기 알도 쌓여 있어!” 노란 닭이 외쳤어. “맙소사! 내 털로 만든 옷도 있잖아!” 거위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깜짝 놀라 말했어. “여긴 위험해. 달아나자!” 흰 닭이 외쳤어. “쉿! 잡힐지도 몰라. 조용조용 빠져나가자.” 토끼가 살금살금 앞장서고, 셋은 그 뒤를 따랐어. 그런데 가게에 이렇게 쓰여 있지 뭐야. 동물 실험 반대! 토끼도 좋아하는 유기농 화장품! 사람 피부에도 좋아요! 만드는 곳 착한 농장 신소재로 만든 털옷! 동물 털만큼 따뜻한 착한 옷! 사람 마음도 착해질걸요! 착한 농장에서 행복하게 뛰어논 닭이 낳은 건강한 알! 사람도 건강해져요! “와! 나한테 실험하지 않고 만든 물건이라고?” 토끼가 외쳤어.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 만든 물건을 판대.” 거위가 말했어. “착한 물건을 파는 착한 가게구나.” 노란 닭이 말했어. “응, 착한 가게가 많아지면 우리도 행복해질 거야.” 흰 닭이 맞장구쳤지. “우리 새집으로, 착한 물건을 만드는 ‘착한 농장’이 어때?” “좋아!” “빨리 가고 싶어!” 넷은 서로를 쳐다보았어. 그리고 힘차게 걸어갔지. |
썼던 거라고? 괜찮아!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안 쓰는 물건은 모두 치워야지. 자, 시작해 볼까?” 재용이는 엄마와 함께 대청소를 하기로 했어요. “먼저 장난감 바구니부터 정리할래요!” “우아, 이게 여기 있었네!” 재용이가 변신 로봇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쳤어요. 네 살 때 아주 좋아했던 장난감이거든요. “엄마, 변신 로봇은 버리기 아까워요.” 재용이가 아쉬워하자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재용이처럼 재미있게 놀아 줄 친구를 만나게 해 줄까?” “어떻게요?” “중고로 팔면 되지. 재용이가 해 볼래?” “좋아요! 제가 새 친구를 찾아 줄래요.” 재용이는 변신 로봇을 덥석 안았어요. “너를 아주아주 좋아해 줄 친구를 찾아 줄게.”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리려면 사진이 필요해. 그 전에 먼저 깨끗이 씻겨 줄까?” 엄마가 말했어요. 재용이는 변신 로봇을 깨끗이 씻겨 주었어요. “아주 멋지게 찍어 줄게.” 변신 로봇을 여러 모습으로 찰칵! 찰칵! “다음은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해!” 엄마는 재용이가 할 일을 차근차근 알려 주었어요. “변신 로봇, 네가 얼마나 강하고 용감한지 자세히 써 줄게.” 엄마는 재용이의 생각을 정리해서 타닥타닥 소개 글을 써 주었어요. 제가 네 살 때 가장 좋아했던 우주 최강 로봇이에요. 눈 깜짝할 사이에 멋진 자동차로 변신할 수 있어요. 지구를 지키느라 많은 적과 싸웠지만, 한 번도 다치지 않아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해요. 무적의 용사 변신 로봇이 우주의 평화를 함께 지킬 새 친구를 기다려요. 로봇을 좋아하고 아껴 줄 친구라면 좋겠어요. “이제 얼마에 팔지 정해 볼까?” 재용이는 엄마와 함께 ‘변신 로봇’을 검색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얼마에 파는지 알아보려고요. 그러자 수십 개의 변신 로봇이 나왔어요. 로봇의 종류나 상태도 다르고, 가격도 제각각이었어요. 재용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엄마, 변신 로봇이 엄청나게 많아요.” 재용이의 말에 엄마가 빙그레 웃었어요. “변신 로봇뿐만 아니라 다른 장난감도 많아.” “네! 게임기도 많고, 인형도 많아요.” “그래, 장난감부터 침대나 냉장고 같은 큰 물건까지, 거의 모든 게 다 있단다.” “우아! 자동차도 있어요!” 재용이는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살펴보았어요. “엄마, 이런 라디오도 판대요. 낡은 전화기랑 금이 간 그릇도 있어요.” “아, 골동품이구나! 모두 오래된 물건들이야.” “사고 싶다는 사람도 많아요.” “오래되고 낡았지만 새것으로는 살 수 없어서 더 소중하기도 해. 내게 필요 없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보물이 될 수도 있거든.” 엄마의 말에 재용이는 변신 로봇을 손에 꼭 쥐었어요. 엄마와 재용이는 계속해서 중고 거래 앱을 둘러보았어요. “엄마, 정말 많은 사람이 중고 물건을 사고파네요.” “응, 정말 좋은 일이야.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니까.” 예쁘고 깨끗한 강아지 집 있다멍! 딱! 세 번 들어가 보았당개. 내 몸에는 좀 작아 안 되겠다멍. 새 집 같은 중고 집을 사서 환경을 지킬 강아지, 어서 나오랑개, 멍멍! “엄마, 주인이 여러 번 바뀐 물건도 있어요. 이 토스트기는 세 번째 주인을 찾는대요. 와, 무료로 준대요!” “응, 무료로 나누는 것도 꽤 많아. 서로 나눠 쓰고, 바꿔 쓰는 것도 좋은 일이지.” 토스트기 무료로 드려요! 저는 빵을 아주 잘 구워요. 으쓱으쓱. 살짝 노릇하게, 바짝 바삭하게. 주인이 원하는 대로 척척 구워요. 첫 번째 주인도, 두 번째 주인도 제 덕에 따듯한 빵을 먹는다고 날마다 고마워했지요! 나눔 채팅하기 노릇노릇 토스트기 드려요! “엄마! 오천 원이 좋겠어요.” 중고 거래 앱을 한참 둘러보던 재용이는 드디어 변신 로봇의 가격을 정했어요. 엄마도 이것저것 팔 물건을 부지런히 올렸어요. “이번에 번 돈으로 중고 재봉틀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는 기대에 차서 말했어요. “재용아, 변신 로봇을 팔아서 받은 돈은 네 용돈으로 써도 돼.” 엄마의 말에 재용이는 신이 났어요. “와, 정말요?” “응, 어디에 쓸지 잘 생각해 보렴.” 변신 로봇을 팔아 받은 돈은 무척 소중하게 여겨질 것 같았어요. 띠링, 드디어 변신 로봇을 사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이제 새 친구를 만나러 가자. 앞으로도 지구를 잘 지켜 줘!” 변신 로봇이 어떤 친구를 만날지, 재용이의 가슴이 두근두근 설렜어요. |
우리도 소비자예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와, 어린이날이다!” 홍이와 지우, 당찬이는 어린이날 선물로 용돈을 받았어요. 용돈으로 홍이는 팽이를 샀어요. 지우는 인터넷으로 소리 나는 강아지 인형을 샀고요. 당찬이는 조립 로봇을 샀지요. 신이 난 홍이는 상자에서 팽이를 꺼냈어요. 그림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멋진 팽이였어요. “돌아라, 씽씽!” 홍이는 힘차게 팽이를 돌렸어요. 그런데 어? 상자에 그려진 것과 다르게 팽이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홍이는 장난감 가게 앞에서 십 분째 발만 구르고 있었어요. 팽이에 왜 불이 들어오지 않는지 물어보러 왔거든요. 용기를 내어 가게에 들어서는데 아저씨와 홍이의 눈이 딱 마주쳤어요. 가슴이 쿵쾅쿵쾅. 홍이는 얼른 팽이를 등 뒤로 감추었어요. 빨개진 얼굴이 금방이라도 빵 터져 버릴 것 같았지요. 지우는 선물로 도착한 강아지 인형을 몽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몽이는 쓰다듬으면 재잘거리는 것이 마치 동생 같았어요. “몽이야, 언니 기다리고 있었어?” “몽! 모로로로록.” 그런데 몽이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멈춰 버렸어요. “어, 왜 이러지? 몽이야!” “받은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고장이 난 걸까?” 지우는 한숨을 푹 쉬며 몽이를 바라보았어요. “바꾸려면 복잡하고 또 오래 기다려야 할 텐데.” 몽이는 요즘 인기 있는 장난감이라서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일주일 만에 받았거든요. 소리는 안 나지만 몽이는 여전히 귀여웠지요. “에이, 그냥 가지고 놀래.” 당찬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로봇을 조립하고 있었어요. 얼마 전에 새로 나온 티라 로봇이에요. 이제 다리만 조립하면 멋진 티라 로봇이 완성될 거예요. “어, 어디 갔지?” 그런데 티라 로봇의 왼쪽 발이 보이지 않았어요. “왼발아, 어디 갔냐고오!” 상자 안을 아무리 찾아봐도 왼발은 없었어요. 당찬이는 한달음에 문방구로 달려갔어요. “아저씨, 여기 로봇 발 하나가 없어요.” 당찬이는 조립하다 만 로봇을 내밀었어요. 당찬이는 입을 삐죽 내밀며 걷다가 놀이터에서 홍이와 지우를 만났어요. 당찬이는 친구들에게 티라 로봇 이야기를 했어요. 당찬이의 말에 홍이도 팽이 상자를 보여 줬어요. 지우는 고장 난 몽이 생각이 났지요. 상자 안에 로봇 왼발이 진짜로 없었다니까. 상자에는 분명히 팽이에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거든. 우리 몽이는 받은 지 며칠 만에 고장이 났는데. 홍이는 다시 장난감 가게에 갔어요. 이번에는 당찬이, 지우도 함께였지요. “아저씨, 팽이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요.” 홍이가 아저씨에게 팽이를 내밀며 말했어요. 그래? 어디 보자! 잠시 후, 아저씨가 상자의 작은 글씨를 가리켰어요. 거기에는 팽이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쓰여 있었어요. “물건을 살 때는 포장 상자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단다. 상자에는 물건에 대한 정보가 쓰여 있거든.” 아저씨의 말에 홍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저씨는 더 설명을 해 주었어요. “산 물건 때문에 다치거나 아프게 되면 보상을 받을 수도 있어. 또 내 실수가 아닌데 물건이 고장 나거나 잘못되었다면 바꾸거나 물건값을 돌려받을 수 있지. 이게 다 소비자의 권리란다.” 아저씨의 말에 지우, 당찬이, 홍이의 눈이 반짝였어요. “소비자의 권리!” 그때 한 아이와 아주머니가 가게에 들어왔어요. “조금 전에 샀는데 여기가 떨어져 있더라고요.” 당찬이는 다시 문방구로 달려갔어요. “아저씨, 여기 영수증이랑 장난감이요. 아무리 찾아도 로봇 왼발이 없었어요.” 아저씨가 상자 속 로봇과 영수증을 살펴보더니 물었어요. “바꿔 줄까? 아니면 물건값을 돌려줄까?” 당찬이는 힘차게 외쳤어요. “바꿔 주세요!” 지우는 집에 오자마자 몽이를 찾았어요. “엄마, 몽이가 고장 났나 봐요. 소리가 안 나요.” “어머,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꿔 달라고 할까?” “아니요, 고쳐 주세요! 고쳐서 몽이랑 맨날맨날 놀 거예요.” “그래, 지우 말대로 하는 게 좋겠구나.” 엄마가 지우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어요. 홍이와 지우, 당찬이는 마트에 갔어요. 홍이는 과자 봉지 뒤에 쓰여 있는 내용을 꼼꼼히 읽었어요. 옆에서 과자를 고르던 지우가 말했어요. “먹을 것을 살 땐 유통 기한을 꼭 봐야 한댔어.” 당찬이가 아주머니에게 물었어요. “우리, 똑똑한 소비자 맞죠?” “그럼, 물론이지. 너희들은 정말 똑똑한 소비자로구나!”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어요. |
토비의 주식회사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야호, 드디어 완성이야!” 토비가 기쁜 목소리로 외쳤어요. 연구실에 콕 박혀 있던 토비가 요리로봇을 개발했거든요. “요리로봇을 많이 만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어디서 구하지?” 토비는 요리로봇을 만들어 팔고 싶었어요. 하지만 공장을 세우기엔 돈이 부족했지요. 토비는 요리로봇 사업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사업 설명회를 열기로 했어요. “여러분, 로봇에 조리법을 넣으면 요리가 뚝딱 만들어져요. 누구나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답니다.” 토비는 요리로봇을 소개했어요. ‘저 로봇이 정말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모두 요리로봇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토비는 더 큰 목소리로 말했어요. “요리로봇이 있으면 언제든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어요.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세요!” “요리로봇에 투자하겠습니다.” “저도 투자할게요.” 토비는 투자를 받는 데 대성공했지요. 토비는 투자를 받은 돈으로 주식회사를 세웠어요. 그리고 투자자들에게는 주식을 주었지요. “주식 1주의 가격은 1,000원이에요. 1,000원을 투자하면 주식 1주, 5,000원을 투자하면 주식 5주예요.” 토비는 돈을 벌면 번 돈의 일부를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드디어 요리로봇이 팔리기 시작했어요. “요리로봇 주세요.” “로봇 덕분에 요리가 정말 편해졌어요.” 토비의 요리로봇은 불티나게 팔렸어요. “역시 토비 회사에 투자하길 잘했어!” 토비 회사의 투자자들은 싱글벙글했지요. 요리로봇이 잘 팔리자 여기저기서 토비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몰려왔어요. “토비 회사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토비 회사의 주식을 사세요!” 투자자들은 토비 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증권 회사를 알아보았어요. 토비는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많아져 흐뭇했지요. 토비 회사 주식을 사야지. 그런데 얼마 뒤 다른 회사에서도 요리로봇을 만들었어요. “이 로봇은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니!” “토비 회사의 요리로봇보다 이 로봇이 더 좋은걸.” 세계 요리로봇은 토비의 요리로봇보다 인기가 더 많았어요. 이제는 토비의 요리로봇보다 세계 요리로봇이 더 많이 팔렸어요. 토비 회사는 전만큼 돈을 벌지 못했지요. 토비의 요리로봇이 안 팔리자 토비 회사의 주식도 가격이 떨어졌어요. “토비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지?” 토비 회사의 투자자들은 돈을 잃을까 안절부절못했지요. 토비도 고민에 빠졌어요. “안 되겠어. 방법을 찾아 보자.” 토비는 더 열심히 연구하여 이번엔 맛집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어요. “전 세계에 있는 맛집 요리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이제 집에서도 편하게 맛집 요리를 즐기세요!” 신제품 맛집로봇은 아주 많이 팔렸어요. 토비는 돈을 많이 벌어 투자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지요. 그러자 다시 여기저기서 토비 회사의 주식을 사겠다고 나섰어요. 윙, 탁탁! 오늘도 토비 주식회사의 공장은 로봇을 만드느라 바쁘게 돌아가요. 회사가 잘돼야 투자자들이 토비 회사 주식을 많이 사거든요. 그러면 그 돈으로 토비 회사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어요. 토비가 다음에는 어떤 로봇을 만들까요? “싫어하는 채소를 달콤한 맛으로 바꿔 주는 로봇을 만들어야지!” 오늘도 토비는 연구실에 콕 박혀 새로운 로봇을 만들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주식회사는 주식을 발행하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투자받아 세운 회사를 말해요. 주식회사는 돈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투자한 만큼 주식을 주어요. 주식을 가진 사람들을 ‘주주’라고 하지요.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 |
꿈에 투자하는 슈퍼 보이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열 밤! 도도네 유치원 발표회가 열 밤 남았어요. 미미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랄랄라! 라라는 춤을 추기 위해 까치발을 하고 쭉! 도도는 피아노를 치기로 했는데 걱정이 많았지요. 난 노래 부를 거야. 난 춤을 출 거야. 나는 마술! 도도야, 발표회 때 뭐 할 거야? 나는 피아노를 칠 건데. 집으로 돌아온 도도는 발표회를 걱정하며 할머니에게 얘기했어요. “할머니, 발표회에서 피아노를 치다 실수하면 어떡하죠?” 잠깐 생각하던 할머니는 도도에게 옷을 하나 주며 말했어요. “도도야, 이건 비밀인데. 이 파워 슈트를 입고 연습하면 뭐든지 잘하는 슈퍼 보이가 된단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파워 슈트의 힘이 커지지.” 도도는 옷 속에 파워 슈트를 입고 매일 또로롱또로롱 피아노 연습을 했어요. 좋아하는 로봇 놀이와 게임도 하지 않았지요. 엄마는 달라진 도도를 보며 칭찬했어요. “날마다 시간을 들여 연습하니까 실력이 아주 좋아졌구나!” 날마다 연습하더니 정말 잘하네! ‘킥킥, 파워 슈트 덕분인데.’ 열 밤이 지나갔어요. 드디어 유치원 발표회 날이 되었지요. 미미는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라라는 아름답게 춤을 추었어요. 도도의 차례가 되었어요. 두근두근, 도도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도와줘, 파워 슈트!’ 도도는 무대로 나가 또로롱또로롱 연주했어요. 슈퍼 보이 도도에게 박수가 쏟아졌지요. 난 지금 파워 슈트를 입고 있으니 잘할 거야! 친구들도 도도를 칭찬했어요. 도도는 어깨가 으쓱으쓱! 기분이 최고로 좋았지요. 도도야, 피아노 연주 멋졌어! 너 피아노 굉장히 잘 치더라. 다음 날 도도는 놀이터에서 미미와 라라를 만났어요. “도도야, 우리 달리기 시합 하자.” “좋아, 내가 이길 거야. 난 슈퍼 보이거든!” 도도는 신나게 달리다가 그만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요. 으악! 도도야, 괜찮아? ‘파워 슈트가 찢어졌네. 어쩌지?’ 찢어진 구멍으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했어요. “도도야, 괜찮아? 넘어져서 많이 아프지?” 미미가 노래로 도도를 위로해 줬어요. 도도야, 힘내! 내가 노래 불러 줄게. “미미야, 넌 노래를 잘해서 좋겠다.” 도도는 미미가 부러웠어요. “도도야, 나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거든. 그래서 노는 시간을 줄이고 계획을 세워 매일 노래 연습을 해. 너도 나처럼 노력하면 점점 잘하게 될 거야.” 연습? 응, 연습! 라라는 도도를 위해 춤을 추어 주었어요. “라라야, 텔레비전에 나오는 댄서 같아!” “나는 댄서가 되는 게 꿈이야. 하루도 안 빼고 춤 연습을 해.” “안 힘들어?” “당연히 힘들지. 연습하기 싫을 때도 있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춤을 잘 추게 되어 기분이 좋아. 도도야, 네 꿈은 뭐야?” “어, 글쎄.” 도도는 찢어진 파워 슈트를 보며 슈트를 고쳐야 꿈도 찾을 것 같았어요. 라라야, 멋지다! 내 꿈은 댄서야. 난 춤추는 게 제일 좋아! 도도는 곧장 집으로 가서 할머니를 찾았어요. “할머니, 파워 슈트가 찢어졌어요.” “우리 도도, 많이 속상했겠구나!” 할머니는 도도를 토닥여 주었어요. 할머니! 슈트가, 파워 슈트가. 무슨 일이니? “미미는 가수가, 라라는 댄서가 될 거래요. 그런데 전 잘하는 게 없어요. 뭐든 잘하는 슈퍼 보이가 되면 꿈이 생길 것 같아요. 할머니, 파워 슈트를 고칠 수 있겠지요?” 할머니, 전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도도야, 사실 파워 슈트는 힘이 없단다.” “네? 그럼 파워 슈트가 가짜예요?” “네가 피아노 연주를 잘한 것은 그만큼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이야.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너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해.” ‘파워 슈트 때문에 슈퍼 보이가 된 줄 알았는데. 진짜 내 실력이었다고? 내가 시간을 들여 연습했기 때문이라고?’ 내가 노력해서? 도도는 방으로 들어가 친구들과 할머니의 말을 떠올렸어요. 난 계획표를 만들어 날마다 실천했어. 힘들 때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력한 만큼 잘하게 돼. 네 꿈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렴.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소중히 써야 한단다. 사실 도도는 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바로, 가을 피아노 연주회에 나가는 거예요. 도도는 계획표를 만들었어요. 맨 위에 목표를 쓰고 계획을 적었지요. 가을 피아노 연주회에 나가기 유치원 갔다 와서 연습하기 피아노 학원 가기 저녁 먹기 전에 연습하기 첫날, 도도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연습을 빼먹었어요. 그래서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피아노 연습을 했어요. 으악, 텔레비전을 볼 때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다음 날 일요일, 도도는 너무 피곤해서 늦잠을 잤어요. 도도는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을 다시 세웠어요. 도도야, 아침이다. 아직도 자니? 어제 종일 피아노 연습만 했더니 힘들어요. 너무 욕심을 냈나 봐.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표를 짜야겠어. 월요일부터 금요일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 저녁 먹기 전에 1시간 연습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1시간, 오후에 1시간 “이제 꼭 계획표를 지킬 거야!” 도도는 피아노 학원에서 또로롱또로롱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계획표 덕분에 시간을 잘 쓰게 되었고, 피아노 실력도 쑥쑥 늘었어요. ‘슈퍼 보이가 된 것처럼 연주가 잘돼. 다 시간을 들여 연습한 덕분이야.’ 도도는 뿌듯했어요. 열심히 연습해야지! 어머, 도도야! 주말에도 연습! 기특하구나. “도도야, 피아노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가을 피아노 연주회에 나가 볼래?” 선생님의 말에 도도가 활짝 웃었어요. 빰빠라밤! 꿈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었지요. 신이 난 도도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외쳤어요. “할머니, 저 가을 피아노 연주회에 나가요!” 할머니는 파워 슈트를 주며 말했어요. “멋지다, 도도야. 이제 이건 필요 없겠구나.” 오늘은 가을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는 날이에요. 공연장에서 도도가 자신 있게 피아노를 쳤어요. 빰빠라밤! 도도는 멋진 피아니스트! 노력한 만큼 훌륭히 연주하는 도도를 엄마와 할머니, 친구들이 자랑스레 지켜봤어요. 그런데 도도는 연주복 안에 파워 슈트를 입었을까요? |
주아의 특별한 기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아함, 좋은 아침! 나는 주아의 토끼 인형 버니야. 우리는 주아 방에 살고 있어. 오늘은 주아가 몹시 바쁜가 봐. 아침부터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챙겨서 엄마랑 같이 외출을 하네. 어디로 가는 걸까? 주아가 없으면 이 방은 우리 인형들의 세상이야. “요즘 주아가 우리랑 놀아 주지 않아서 심심해.” 앗,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주아가 돌아왔나 봐! 다들 모여! 귀를 쫑긋 세워! “얘들아, 나 오늘 기부하고 왔어.” 주아가 아주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어. 기부? 기부가 뭘까? 우리는 주아 몰래 속삭였어. “자기 것을 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거야?” “주아는 왜 자기 것을 나누어 주고도 기분이 좋은 걸까?” 우리는 잘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했어. 주아가 또 무언가를 하네. 어렸을 때 입었던 옷을 모두 꺼내고 있어. 그리고 깨끗한 옷만 골라서 상자에 넣고 있어. 몇 년 전에 신었던 예쁜 장화도 있네. 저 샌들은 몇 번 신지도 않았던 것 같아. 주아는 엄마와 함께 무엇을 하려는 걸까? “버니야, 우리 같이 나가자!” 오늘은 주아가 나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나 봐. 여기가 어디지?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가게잖아? “버니야, 여기는 기부하는 가게야.” 사람들은 이 가게에 자신의 물건들을 기부한대. 그러면 가게는 그 물건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팔지. 그렇게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지 뭐야. 정말 멋지지? 그 말에 주아가 생글생글 웃었어. 어, 그런데 이게 무슨 기분이지? 내 마음도 몽글몽글 따뜻해지는 것 같아. 가게 아저씨가 주아 물건을 꼼꼼히 살폈어. “주아야, 네 옷과 신발을 팔아서 좋은 곳에 쓸게. 네 덕분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겠구나.” 주아는 엄마, 아빠와 함께 가게에서 나왔어. 그러고는 병원으로 가는 거야. 어, 주아가 어디 아픈가? 어떡하지? 휴, 다행히 그건 아니었어. 주아가 예쁜 옷으로 갈아입었거든. “버니야, 나 어때? 예쁘지? 오늘 여기서 엄마랑 아빠랑 재능 기부를 할 거야.” 짠짠짠, 즐거운 공연! 주아네 가족은 아픈 친구들을 위해 공연을 시작했어. 친구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어. 아픈 친구들을 돌보는 가족들도 좋아했지. 어깨를 들썩들썩! 엉덩이도 실룩실룩! 내 마음이 따뜻해져 왔어. 이제 알 것 같아. 주아가 기부하며 기뻐하는 이유를 말이야. 그런데 주아는 지금 누구를 보고 있는 거지? 어,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를 보고 있어. 주아는 왜 저 친구를 보는 걸까? 저 친구는 왜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걸까? 며칠 뒤였어. 우리는 주아를 보고 깜짝 놀랐지. 주아가 긴 머리를 짤막한 단발머리로 자른 거야. “얘들아, 내 머리 어때? 긴 머리가 짧아져서 좀 어색하지? 내가 머리카락을 기부했거든.” 머리카락을 기부해? 우리는 어리둥절했지. 주아는 발그레한 얼굴로 이야기했어. “버니야, 병원에서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 봤지? 아파서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이 빠진 거래. 그런 친구들을 위해 내 머리카락을 기부한 거야.” 주아의 머리카락으로 아픈 친구들의 가발을 만든대. 머리카락도 기부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지. 기부할 머리카락 길이는 25센티미터가 넘어야 해. 묶은 고무줄 위로 머리카락을 잘라. 봉투나 상자에 머리카락을 포장해서 기부해. 몸이 아파 머리카락이 빠진 친구들을 위해 가발을 만들어. 주아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 단발머리는 더욱 예뻐 보이고. 우리는 다 함께 입을 모아 외쳤어. “멋쟁이 주아, 사랑스러운 주아,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주아!” 주아, 최고! |
나누는 손 고운 손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어느 날, 병원에 맛손 할머니가 오셨어요. 맛손 할머니 이가 흔들흔들 들썩들썩. “이렇게 아플 때까지 왜 안 오셨어요?” 우물쭈물 맛손 할머니는 이가 아팠고 고쳐 씨는 마음이 아팠지요. “걱정 마세요. 제가 무료로 치료해 드릴게요.” 고쳐 씨는 오늘 나눔을 실천하기로 했어요. 윙윙 쓱쓱 쏙쏙 윙윙 쓱쓱 쏙쏙 고쳐 씨가 열심히 치료했어요. 맛손 할머니 이는 튼튼해졌지요. 집으로 돌아온 맛손 할머니는 정말 행복했어요. ‘나도 보답을 하고 싶은데.’ 마당 한쪽에 커다란 호박들이 주렁주렁. “그렇지! 호박죽을 만들면 되겠네.” 맛손 할머니는 호박을 잔뜩 따셨어요. “이건 의사 선생님께 드릴 호박, 남은 호박들은.” 맛손 할머니는 남은 호박들을 이웃들에게 나눠 주셨어요. “어머, 맛있겠다!” “공짜로 나눠 주시나 봐.” 할머니 집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박을 하나씩 가져갔어요. 잘라 씨도 호박 하나를 가져와 죽으로 만들어 먹었어요. “오, 구수하고 달콤한 게 살살 녹네.” 한 그릇 뚝딱, 두 그릇 뚝딱. 나누는 마음이 듬뿍 담긴 호박죽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지요. 잘라 씨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퐁퐁 솟았어요. ‘다른 사람을 위해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아, 그렇지!’ 잘라 씨는 가방을 챙겼어요. 잘라 씨가 찾아간 곳은 동네 경로당이었어요. 잘라 씨는 커다란 거울 앞에 의자를 놓고 어르신들께 무료로 이발을 해 드렸어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잘라 씨의 마음도 따뜻해졌지요. “어쩜 이리 좋은 일을 생각했을꼬?” 하얀 머리의 꽃손 할아버지가 물으셨어요. “이웃 할머니께서 나눠 주신 호박으로 죽을 만들어 먹었는데 정말 행복해지는 맛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퐁퐁 솟았답니다.” 꽃손 할아버지도 아름다운 마음이 피어나는 듯했어요. 집으로 온 꽃손 할아버지는 마당에 피어 있는 꽃들에게 이야기하셨어요. “오늘은 더욱 곱구나.” 꽃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춤추자 꽃손 할아버지 마음도 환해졌어요. ‘나도 이 환한 마음을 나눠야겠군.’ 꽃손 할아버지는 봉숭아의 꽃과 잎을 따셨어요. 그리고 봉지에 넣어 상자에 담으셨지요. 어느새 꽃 봉지가 수북해졌어요. 꽃손 할아버지는 동네 놀이터에 가서 꽃 봉지가 담뿍한 상자를 놓아두셨어요.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 온 하린이는 상자를 발견했어요. “엄마, 손톱에 꽃물을 들일 수 있어요?” “그럼! 얼마나 예쁜데.” “우아! 그럼 한 봉지 가져갈까요? 아빠랑 엄마랑 다 같이 할래요!” 다음 날이에요. 고쳐 씨 병원에 맛손 할머니가 찾아오셨어요. “선생님, 이제 이가 안 아파요. 너무 감사해서 호박죽을 좀 만들어 왔어요.” 맛손 할머니는 호박죽이 담긴 통을 건네셨어요. 호박죽을 받아 든 고쳐 씨의 손톱 좀 보세요. “선생님, 손톱이 참 곱네요.” 맛손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셨어요. “하하, 그렇습니까?” 고쳐 씨는 어제 하린이가 한 말이 떠올랐어요. ‘아빠, 이 꽃물에는 예쁜 마음이 담겨 있어요!’ |
고조선은 어떤 나라였을까?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하늘나라의 왕자 환웅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했어. 그래서 날마다 아버지를 졸랐지.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내려가고 싶어요.” “그렇게 소원이라면 내려가거라. 가서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해라.” 그렇게 해서 환웅은 바람 신, 비신, 구름 신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단다. 신단수 아래로 내려온 환웅은 신시를 세웠어.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법을 알려 주었어. 또 농사짓는 법과 병 고치는 법 등 360가지나 되는 일을 맡아 세상을 다스렸지. 사람들이 모여들고 마을은 점점 커졌어.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왔어. “환웅님, 우리도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었지. “백 일 동안 이것을 먹고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다.”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갖고 동굴로 들어갔어. “웩, 써! 으악, 매워!” 호랑이는 얼마 못 가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지. 그러면 곰은? 어흥, 정말 맛없어서 못 먹겠군. 조금만 더 버티자. 사람이 된 곰을 사람들은 웅녀라고 불렀어. 웅녀는 신단수 아래로 가서 기도했지. “저도 아기를 갖게 해 주세요.” 기도를 들은 환웅은 웅녀와 결혼했어. 얼마 뒤 웅녀는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바로 단군왕검이야. 단군은 평양에 도읍을 정하고 고조선을 세웠어. 고조선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나라예요. “크고 반듯한 돌을 구해야 해!” 우두머리가 죽었나 봐. 고조선 여러 마을에서는 우두머리가 죽으면 거대한 돌로 무덤을 만들었거든. 그 어마어마한 돌을 누가 옮겼느냐고? 노예들이 옮겼지. 빚을 갚지 못하거나 전쟁에서 지면 끌려가서 노예가 되었어. “이놈이 내 돈을 훔쳐 갔습니다.” “도둑놈을 노예로 삼아라!” “노예라고요?” 도둑질을 하면 노예가 되어야 한다. 풀려나려면 50만 전을 내놓아라! 고조선에는 모두 8개로 된 법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중 3개만 전해진단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 남을 다치게 한 자는 곡식으로 갚는다. 도둑질을 한 자는 노예로 삼는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탕탕탕! 고조선 사람들이 청동을 다듬는 소리야. 청동으로 칼도 만들고 거울도 만들었어. 솜씨가 좋았던 고조선 사람들은 동물의 털과 삼베, 비단으로 멋진 옷도 만들었어. 채소를 소금에 폭 절여 김치를 담그고 술도 담가 먹었단다. “왕검성을 공격하라!” 어느 날 중국의 한나라가 쳐들어왔어. 고조선 백성들은 꿋꿋이 버텼지만, 전쟁에 지친 신하들이 항복해 버렸어. 그 바람에 고조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단다. 고조선은 사라지고 없지만 오늘날까지도 솟대라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지. 그 옛날 고조선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잘 살고 싶은 소망을 담아 솟대를 만드는 거야. 우리 가족의 소망을 담아 보자꾸나. 난 우리 민족 최초의 나라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이야. 모두 나를 ‘단군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만, 고조선을 세울 때는 나도 씩씩한 청년이었지. 그때는 아주 오랜 옛날이지만 청동으로 검과 농기구도 만들어 쓸 줄 알았고, 모두 8개로 된 법도 있었단다. 바로 이 고조선으로부터 우리의 역사가 시작되지. 그런데 단군왕검이 무슨 뜻이냐고? 단군은 종교의 우두머리, 왕검은 정치의 우두머리라는 뜻이야. 이제부터 날 ‘할아버지’라고 하지 말고 ‘단군왕검’이라고 불러 줄래? 기원전 2333년 신단수 아래에서 단군왕검. |
활 쏘는 임금님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고조선이 무너진 뒤, 크고 작은 나라가 여럿 생겼어. 그중에 금와왕이 다스리는 부여도 있었지. 어느 날 금와왕은 길에서 배가 부른 여인을 만났어. “저는 하백의 딸 유화입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 금와왕은 유화를 궁궐로 데려갔어. 금와왕은 유화를 궁궐로 데려갔어. 유화는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커다란 알을 하나 낳았단다. 유화가 낳은 알에서 씩씩한 사내아이가 나왔어. 알에서 나온 아이는 활도 잘 쏘고 말도 아주 잘 탔어. 누구보다 지혜롭고 씩씩했지. 금와왕은 아이에게 주몽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 주몽은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부여의 일곱 왕자들은 재주 많고 똑똑한 주몽을 보면 샘이 났어. “쳇, 제까짓 게 뭔데!” “맞아, 주몽이 없어져 버리면 좋겠어!” 일곱 왕자들은 결국 주몽을 죽이기로 마음먹었지. “주몽아, 멀리 떠나거라.” 유화는 주몽을 도망치게 했어. “어머니, 건강하세요!” 주몽은 어머니와 부인을 남겨 둔 채 부여를 빠져나왔어. 얼마나 말을 달렸을까? 주몽과 부하들은 마침내 큰 강 앞에 이르렀어. 그런데 강이 깊어 건널 수 없지, 뭐야. 게다가 일곱 왕자들이 바짝 뒤쫓아 왔어. “하늘이시여, 제발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세요.” 주몽과 부하들이 다리를 다 건너고 나자, 자라들은 물속으로 사라졌어. 뒤쫓던 왕자들은 분해서 발을 동동 굴렀지. 그 강은 비류수라는 강이었어. “이곳에 새 나라를 세우자.” 강을 건너 졸본 땅에 이르자 주몽이 말했어. 그리고 소서노라는 여인을 만나 왕비로 삼았지. 어느 날 어머니가 유리에게 말했어. “네 아버지는 고구려의 왕이다. 네가 크면 일곱 모가 난 돌 위 소나무 밑에 묻어 둔 것을 들고 찾아오라고 하셨단다.” 유리는 소나무를 찾아 산과 골짜기를 헤매 다녔어. 그러다가 마침내 자기 집의 일곱 모가 난 주춧돌 틈에서 부러진 칼을 찾아냈지. 유리는 고구려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어. 백성을 위해 전쟁을 하며 고구려의 힘을 키우던 주몽은 마흔 살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었어. 백성들은 몹시 슬퍼하며 주몽에게 ‘동명 성왕’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단다. “아무도 고구려를 넘보지 못하게 할 테다!” 주몽의 뒤를 이은 유리왕은 국내성으로 도읍을 옮겨 나라를 튼튼하게 했어. 넓은 땅을 얻게 된 백성들은 철로 농기구를 만들어 밭을 갈고 땅을 일구었지. 주몽이 세운 고구려는 어느새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단다. 안녕? 난 부여의 대소 왕자야. 한나라가 쳐들어오고 고조선이 무너진 뒤, 아버지 금와왕이 부여라는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였어. 알에서 태어난 주몽이라는 아이가 궁에서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지. 주몽은 활도 잘 쏘고 말도 잘 탔어. 난 재주 많은 주몽이 부럽고 샘이 났단다. 그래서 일부러 못살게 굴고 괴롭히기도 했지. 그러자 주몽은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세웠어. 주몽이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들어 볼래?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준 거야. “아아, 하늘이 우리를 돕는구나!” 주몽과 부하들이 다리를 다 건너고 나자, 자라들은 물속으로 사라졌어. 뒤쫓던 왕자들은 분해서 발을 동동 굴렀지. 주몽은 주변의 부족들을 하나로 모으고 고구려를 세웠어. 비류와 온조라는 두 아들도 얻었지. 한편, 부여에 살던 주몽의 아들 유리가 자라서 소년이 되었어. “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내 아들 유리가 맞구나!” 유리가 가져온 부러진 칼을 보고 주몽은 유리를 태자로 삼았어. 주몽은 부하들을 이끌고 부여에서 도망치다가 큰 강을 만났어요. 이들 뒤에는 부여의 왕자들이 쫓아오고 있었지만, 강을 건널 배가 없었지요. 이때 주몽이 하늘을 향해 소리쳤어요. “저는 하늘 신과 물의 신 하백의 손자입니다. 제가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러자 어디선가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물 위로 다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렇게 무사히 강을 건넌 주몽은 졸본에 도착해서 나라를 세웠어요.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고 첫 도읍지로 삼은 곳은 졸본 지역이에요. 졸본은 산이 많은 곳이라서 식량을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구려는 평야 지대를 차지하기 위해 주변의 국가들과 싸워 땅을 넓혀 갔어요. 졸본성은 중국에서는 ‘오녀산성’으로도 불리는데, 200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올랐어요. 주몽이 부여를 떠나 졸본으로 왔을 때 졸본의 왕은 주몽의 능력을 알아보고 자신의 딸 소서노와 결혼시켰어요. 소서노는 굉장한 부자로 주몽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훗날 주몽이 부여에서 낳은 아들인 유리가 찾아오자, 소서노는 두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가 새로운 나라 백제를 세웠어요. 유리왕은 주몽의 맏아들이에요. 유리는 아버지인 주몽과 떨어져 부여에서 살았지요. 소년이 된 유리는 아버지를 찾아 고구려로 떠났어요. 기원전 19년 4월 유리는 아버지를 만나 태자가 되었고, 그해 9월 주몽의 뒤를 이어 왕의 자리에 올랐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사랑 노래인 <황조가>는 유리왕이 멀리 떠나 버린 부인 치희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예요. |
쪽구들 놓고 장가갈 테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두루는 뒷마당으로 들어서다 깜짝 놀랐어. 넓적한 돌들이 뒷마당에 가득하지 뭐야. “아저씨, 이게 다 뭐예요?” “보면 모르냐? 돌덩이지! 무얼 만들 건지 알아맞혀 볼래?” 수수께끼 놀이라면 언제나 좋았지. 두루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어. 넓적한 돌들은 어디에 쓰이는 거예요? 돌덩이로 대단한 걸 만들 수 있지. 자, 수수께끼 문제 나간다! “돌을 달궈서 바닥을 따끈따끈하게 하는 건 뭘까?” “군밤이요!” “예끼, 군밤으로 돌을 어찌 따끈따끈하게 만들어?” 막덕 아저씨가 알밤을 콩 때리며 다시 물었어.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굴뚝으로 연기가 나오잖아, 이게 뭘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말 모르겠는걸. 보다 못한 막덕 아저씨가 말했어. “‘구’ 자로 시작하고 ‘들’ 자로 끝나는데, 이래도 몰라?” “아하! 구들이요, 구들!” “정확히 말하면 쪽구들이지. 바닥 한쪽에만 구들을 깔거든.” “맞다, 따끈따끈한 쪽구들!” 아, 정답은 쪽구들이었구나. 아궁이에서 밥을 지을 수 있고, 동시에 난방 기능도 되지. 막덕 아저씨가 넓적한 돌판을 탁탁 두드렸어. “추운 겨울에는 뭐니 뭐니 해도 쪽구들이 최고지!” “근데 쪽구들은 어떻게 만들어요?” 먼저 강이나 산에서 판돌로 쓸 납작하고 길쭉한 돌을 구해. 돌기둥을 양쪽에 세워 벽을 만들고 그 위에 판돌로 뚜껑을 덮듯 올려놓지. 그런 다음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돌이 달궈지면서 뜨거운 기운이 방 안을 따뜻하게 하고, 연기는 굴뚝으로 나간단다. “아하, 내가 잘 곳을 따로 만들어 주려나 보네.” “어쩐담, 담이가 혼인해서 살 서옥을 짓는 건데!” 두루는 깜짝 놀랐어. “누나가 혼인을 한다고요?” “서옥을 다 지으면 신랑이 장가와서 함께 살 거야.” 두루 마음에 우르릉 쾅쾅 천둥이 쳤어. 꼭 누나를 빼앗기는 기분이었거든. “누나, 혼인하지 마!” 두루는 담이 누나에게 떼를 썼어. “담이 신랑이 오면 우리 집 일도 도와주고 참 좋지 않니?” 옆에서 옷을 짓던 어머니가 두루를 타일렀어. “그럼, 우리 집에서 계속 같이 살아요?” “아기를 낳고 키우다 자라면 신랑 집으로 갈 테지만, 그때까지는 같이 지낼 거야.” “난 누나랑 헤어지기 싫단 말이에요.” 담이 누나는 얼굴을 붉힌 채 미소만 지었어. 담이 신랑이 오면 두루랑 잘 놀아 줄 거야. 두루야, 너도 나중에 장가가야지. 누나, 나랑 같이 살면 안 돼? ‘어떻게 혼인을 훼방 놓는담?’ 두루는 뒷마당을 빙빙 돌며 생각했어. 마침 막덕 아저씨가 그늘에서 쉬고 있었지 “아하, 그래! 쪽구들을 못 놓으면 혼인을 못 할 거야.” 두루는 몰래 돌을 들어다가 수풀 속에 숨겼어. 그렇게 서너 번을 옮겼더니 온몸이 덜덜 떨리지 뭐야. 어느덧 누나의 아이들이 뛰어다닐 만큼 자랐어. 이제 신랑 집으로 갈 때가 된 거야. “앞으로 네가 부모님 잘 모셔야 해.” “걱정 마, 누나. 나도 이제 다 컸다고!” 누나와 헤어지는 게 섭섭했지만 두루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 “잘 살아야 한다!” 엄마 아빠도 오래오래 손을 흔들었어. ‘나도 이다음에 쪽구들 놓고 장가갈 테야.’ 두루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어. 그동안 저희를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루야,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
이 땅의 끝은 어디일까?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고구려가 또 쳐들어왔습니다.” 병사의 말에 근초고왕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어. “호되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근초고왕은 장수들에게 당장 모이라고 했어.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군사들을 잘 훈련시켜 고구려를 치러 간다!” 근초고왕은 이참에 고구려를 혼쭐낼 생각이었지. 드디어 고구려를 공격하는 날, 근초고왕이 맨 앞에서 칼을 높이 들었어. 기마 부대가 앞장서서 내달렸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고구려군이 숨어 있다!” 백제군은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했어. 그러나 근초고왕은 침착했어. “네 개의 무리로 나눠 싸워라!” 백제군은 번개같이 후다닥 흩어졌어. 그러고는 사방에서 고구려군을 에워쌌지. 아무것도 모르는 고구려군이 산에서 내려오는 순간, 백제군은 사방에서 함성을 지르며 공격했어. 고구려 군사들은 우왕좌왕 도망가기에 바빴어. “한 명도 남김없이 잡아라!” 근초고왕은 기세등등 군사를 이끌고 나아갔지. “백제 병사들이 고구려 사람들을 괴롭힌다지?” “저 건넛마을에서는 곡식을 빼앗아 갔대.” 백제군이 차지한 고구려 마을들에서 나쁜 소문이 돌았어. 그 소문을 근초고왕이 듣게 되었지. 근초고왕은 몹시 화가 나서 병사들에게 소리쳤어. “백성들의 집에서 노략질을 한다면 적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저들도 이제 백제의 백성들이다.” "우리는 땅을 넓히러 온 것이지 사람들을 괴롭히러 온 게 아니다. 그들도 백제의 백성들이니 우리가 지켜 주어야 한다." "예,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백제 병사들이 또 못된 짓을 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시오." "우리를 노비로 대하지 않는다니 감사합니다." 고국원왕은 평양성 성벽에 우뚝 서서 백제군을 향해 활을 들었어. “내 화살을 받아라!” 날렵하게 화살을 피한 근초고왕이 외쳤지. “화살을 쏘아라!” 그러자 평양성 위로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졌어. 빗발치는 화살을 미처 피하지 못한 고국원왕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지. “고구려 땅도 차지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백제의 장수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어. “거참, 꿈이 사발만큼 작구나. 내 꿈은 저 요동 땅을 밟는 거다!” 근초고왕은 말고삐를 힘차게 당겼지. “가자, 북쪽으로!” 병사들도 근초고왕을 따라 말을 달렸어. "우리는 북쪽으로 계속 갈 것이다!" "와! 꿈은 크게 가지는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 근초고왕께서 태자인 나에게 고구려군을 치러 가라고 하셨어. 난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 고구려군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버지께서 자세히 일러 주셨거든. 게다가 마침 고구려군 가운데에는 죄를 짓고 고구려로 도망친 백제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은 고구려군의 중요한 정보를 몰래 빼내 우리에게 알려 주었어. 그렇게 해서 우리는 고구려를 크게 이길 수 있었지. 고구려와의 싸움은 이게 끝이 아니야. 백제가 땅을 넓혀 간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 줄 테니 따라와 보렴. 369년 수곡성에서 근구수왕. “젓가락으로 콩을 집듯이 창을 정확히 찌르는 법을 익혀라!” “잘 먹인 말이 바람처럼 잘 달리지. 말을 배불리 먹여라.” “식량은 남쪽에서 재배한 귀리와 수수를 준비해라.” 고구려 공격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어. “고구려 땅을 갖겠다고? 어림도 없지!” 고구려의 고국원왕은 직접 백제군과 맞서려고 갑옷을 차려입었어. 둥, 둥, 둥, 둥! “백제군이 평양성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고국원왕은 이번에는 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 “백제군도 많이 지쳤을 거야. 지금이야말로 백제의 왕까지 잡을 기회다.” 위례성은 온조왕이 한강 지역에 세운 백제의 첫 도읍지로 ‘한성’이라 불렸는데, 500년 동안 백제의 첫 수도 역할을 했어요. 많은 역사학자들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몽촌토성과 풍납동 토성을 묶어서 백제 초기의 도읍지였던 위례성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백제의 왕들은 위례성에서 백제의 땅을 차근차근 넓혀 나가며 고대 국가로 성장해 나갔어요. 웅진성은 백제의 두 번째 도읍지예요. 고구려에 한강을 빼앗긴 백제는 지금의 공주인 웅진에 새 수도를 세웠어요. 웅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적의 공격을 막기에 좋았어요.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는 지금의 부여인 사비성이에요. 그곳에는 미륵사지를 비롯한 불교 유적지와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궁남지라는 연못이 있어요. 무령왕은 백제의 제25대 왕으로, 한강 유역을 고구려에 빼앗긴 뒤 큰 위기에 빠져 있던 백제를 안정시켰어요. 반란을 일으킨 백가를 잡아 벌을 주었고, 고구려가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성을 쌓았어요. 또 흉년이 들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 주고, 저수지를 만들어 백성들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해 주는 등 누구보다 백성을 위했지요. |
맛둥 서방의 두근두근 대작전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사비성 남쪽 연못가에 서동이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어. 서동은 ‘마를 캐는 아이’라는 뜻이야. 가난했던 서동은 날마다 산으로 마를 캐러 다녔지. 낮에는 마를 캐서 시장에 내다 팔고, 밤에는 늦게까지 책을 읽었어. “자네 선화 공주를 본 적 있나?” "선녀처럼 예쁘다는 신라의 공주 말이지? 나도 꼭 한번 보고 싶다네." 장사꾼들의 얘기를 엿듣고 있는데, 옷감 장수 아저씨가 서동을 불렀어. “서동아, 서라벌에 가서 옷감 좀 사다 주겠니?” 마음씨 좋은 서동은 선선히 아저씨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지. 선화 공주가 정말 예쁘다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으실걸? 다음 날 아침, 서동은 서라벌로 떠났어. 서동은 심부름을 후딱 해치우고 서라벌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녔지. “길을 비켜라! 공주님 행차시다!” 서동이 힐끗 훔쳐보니 선화 공주는 정말이지 선녀처럼 곱지 뭐야. 두근두근 콩닥콩닥! 서동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어. ‘공주님이 내 색시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자꾸만 선화 공주가 생각난 서동은 다시 서라벌로 왔어.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마 사세요!” 서동은 행여 선화 공주를 만날 수 있을까, 마를 팔며 서라벌 거리를 이리저리 기웃기웃! 하지만 공주를 다시는 볼 수 없었어. “얼레리꼴레리, 덕칠이는 울보래요!” “나 울보 아니거든!” “얼레리꼴레리, 또 운대요!” “얘들아, 재미난 노래 가르쳐 줄까? 따라 부르면 맛있는 마를 줄게.” 서동의 꼬임에 아이들은 귀가 솔깃했어.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밤마다 맛둥 서방을 안고 간다네.” “선화 공주님이요? 하하하!”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어. 그러고는 곧장 노래를 따라 불렀지. “자네도 그 노래 들었나? 아이고, 망측해라!” 아이들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자 순식간에 서라벌에 소문이 쫙 퍼졌어. 마침내 왕의 귀에 들어갔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런 노래가 퍼진 것이냐!” 진평왕은 화가 나서 노발대발했어. “선화 공주를 당장 내쫓아라!” 아바마마,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아바마마, 부디 건강하세요!” 궁궐에서 쫓겨난 선화 공주는 하염없이 걸었어.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날이 저물어 주변이 캄캄해졌어. 선화 공주는 덜컥 겁이 났지. 바로 그때였어. 저만치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서동이 다가왔어. “공주님,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용서하세요, 공주님! 제가 바로 그 노래를 퍼뜨린 서동입니다.” 선화 공주와 서동은 함께 백제로 갔어. “값비싼 황금이니 받으세요.” 선화 공주가 지니고 있던 황금을 내밀었어. "이게 그렇게 값비싼 거예요? 내가 마를 캐던 산에 가면 잔뜩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서동의 말에 공주는 뛸 듯이 기뻐했어. “우리 황금을 신라에 가져가요.”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으며 환하게 웃었지. 궁에서 나올 때 챙겨 온 황금이에요. “서동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어마어마한 황금을 보고 진평왕은 그만 입이 쩍 벌어졌어. 그리고 서동을 사위로 맞았지. 훗날 서동은 백제의 제30대 무왕이 되었어. 어릴 적부터 지혜와 배짱이 남달랐던 무왕은 안으로는 나라를 안정시키고, 밖으로는 일본에까지 힘을 떨쳤어. |
한강은 내 거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난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큰아버지 법흥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어. 그때 내 나이는 고작 일곱 살이었지. 나라를 다스리기에 너무 어렸어. 그래서 어머니 지소부인이 나를 도와주었어. 믿음직한 신하도 여럿 있었지. 이사부 같은 훌륭한 장수도 있고, 역사책을 펴낸 거칠부도 있었어. 어미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옆에서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나이가 너무 어리신데, 잘 다스릴 수 있으시겠지? 왕 옆에는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다고! 장차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것이 부처님의 뜻임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야. 정말 웅장하게 지었다! 왕의 명령으로 흥륜사가 지어졌대! “두 나라 군사들이 모두 지쳤을 테니 그 틈을 타서 이사부 장군을 보내 공격하라.” 힘 빠진 군사를 물리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어. 고구려와 백제를 몰아낸 다음에는 군사 천 명에게 두 성을 단단히 지키게 했지. 이듬해 백제에서 사신이 왔어. “신라와 백제가 힘을 합해 고구려의 한강 지역을 공격합시다.” 마침 고구려는 북쪽의 돌궐과 전쟁 중이었지. 마침내 한강 아래쪽 백제 땅도 신라가 차지했단다. “신라가 우리를 배신하다니!” 화가 난 백제 성왕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왔어. 하지만 성왕은 신라 병사에게 붙잡혀 목숨을 잃었지. 그런데 한강 지역을 차지하고 났더니 백제와 친한 가야가 눈에 거슬리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대가야로 군사를 보냈어. 어떻게 되었냐고? 대가야를 단숨에 와르르 무너뜨렸지. 대가야를 바치겠습니다. 이제 신라는 북쪽으로는 고구려 땅이었던 함경도, 남쪽으로는 가야까지 전부 손에 넣었어. “신라 땅이 어디까지인지 직접 보고 싶구나.” 난 북쪽으로 순수를 떠났어. 먼저 한강 건너 북한산에 올라 내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리는 비석을 세웠어. 흠흠, 내 자랑 좀 할까? 신라가 나중에 삼국 통일을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나 진흥왕 덕분이란다. 우리 모두 잔치를 벌입시다! 신라의 땅이 이렇게 넓어지다니! 얼씨구! 신라도 이제 큰 나라다! 진흥왕께서 영토를 넓힌 것을 기념하는 비석을 만들어야지. 직접 와서 둘러보니 기분이 참 좋구나. 나라가 강해지려면 백성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해. 큰아버지 법흥왕이 불교를 받아들인 것도 다 그 때문이지. 난 절을 크게 지어 불교를 널리 알리고 백성들에게도 불교를 믿게 했어.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해 화랑도를 제대로 꾸렸어. 화랑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을 모아 나라를 위해 일할 뛰어난 인재로 가르쳤어. 화랑들은 글공부를 열심히 하고 무예를 닦아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길렀어. 생활 속에서는 다섯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켰지. 그게 바로 세속 오계란다. 난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야. 신라는 삼국 가운데 가장 작은 나라였어. 북쪽의 고구려, 서쪽의 백제에 짓눌려 숨이 막혔지. 두 나라가 우리 신라를 괴롭힐 때마다 나도 눈물을 흘렸단다. 그래서 진흥왕이 한강 지역을 차지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한강 지역은 땅이 기름지고 바다 건너 중국으로 가는 뱃길이 시작되는 곳이야. 절대 다른 나라에 빼앗기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해. 지혜롭고 용감한 너희를 보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부디 신라를 잘 지켜 다오. 난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 신라의 거칠부 장군은 한강 위쪽을 공격하고, 백제는 한강 아래쪽을 공격했지. 고구려 군사들은 맥없이 달아났고 한강 위쪽 지역은 신라의 차지가 되었단다. 땅은 많이 생겼지만, 신라는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와 같았어. ‘중국의 문물을 직접 받아들이려면 한강 아래쪽이 꼭 필요해.’ 그래서 난 백제를 공격하기로 했지. 마침내 한강 아래쪽 백제 땅도 신라가 차지했단다. 이제 신라는 북쪽으로는 고구려 땅이었던 함경도, 남쪽으로는 가야까지 전부 손에 넣었어. “신라 땅이 어디까지인지 직접 보고 싶구나.” 난 북쪽으로 순수를 떠났어. 먼저 한강 건너 북한산에 올라 내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리는 비석을 세웠어. 흠흠, 내 자랑 좀 할까? 신라가 나중에 삼국 통일을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나 진흥왕 덕분이란다. 직접 와서 둘러보니 기분이 참 좋구나. |
나아감은 있어도 물러섬은 없다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댕 댕 대앵! 이른 새벽, 깜깜한 절 마당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 비단옷을 입은 귀부인과 어린 아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들을 따라 탑을 돌았어. ‘얼른 자라서 신라를 빛낼 화랑이 되게 해 주세요.’ 아이는 탑을 돌며 소원을 빌었어. 신라를 빛낼 용감한 화랑이 되고 싶어요. 우리 아들이 장차 신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화랑이 되게 해 주세요. 몇 년이 지나 늠름한 소년이 된 아이는 동이 트는 토함산으로 말을 몰았어. 산마루에는 또 다른 소년이 기다리고 있었지. “준비 다 됐지? 시작하자.” 톡톡톡! 두 소년은 돌 위에 글자를 새겨 나갔어. ‘우리는 나라에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온 마음을 담았지. 두 소년은 신라의 꽃, 화랑이 된 수랑과 두지야. “수랑, 말 타는 솜씨가 많이 늘었구나. 씩씩하고 당당한 네가 자랑스러워.” 두지의 칭찬에 수랑이 웃으며 말했어. “착하고 슬기로운 두지가 내 친구라니 정말 든든해.” 두 친구는 멋진 화랑이 되자고 약속했어. “난 김유신 장군처럼 씩씩하고 훌륭한 화랑이 되고 싶어.” 수랑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어. 화랑 출신인 김유신 장군은 고구려 장수를 단칼에 베었어. 덕분에 신라가 고구려를 이길 수 있었지. 수랑은 눈을 빛내며 마음속에 품은 꿈을 이야기했어. “난 사다함 같은 화랑이 될 거야.” 사다함이 대가야를 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요. 장하도다! 사다함에게 상을 내려야겠군. 어린 나이에 정말 용감하군. 화랑이 최고야! 며칠 뒤 화랑도들은 수련을 하러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어. “난 무술 연습하는 건 좋지만, 글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는데.” “춤추고 노래할 때는 훨훨 날잖아.” 낭도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바탕 크게 웃었지. 백 일 동안의 수련을 앞두고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단다. 한곳으로 정신을 집중하자! 얼마 후, 백제 땅 황산벌에서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군과 백제군의 전투가 시작되었어. 계백이 이끄는 백제군은 만만치 않았지. 군사들이 용기를 잃어 갈 때 두지가 외쳤어. “죽어서라도 맹세를 지켰으니, 화랑으로서 부끄럽지 않아!” 신라 군사들의 기쁜 함성 속에서 수랑과 두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지. 앞으로 계속 나아가자! 용감한 화랑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덕분에 신라가 고구려를 이길 수 있었지. 수랑은 눈을 빛내며 마음속에 품은 꿈을 이야기했어. “난 사다함 같은 화랑이 될 거야.” 두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어. 생각이 깊고 마음이 여린 두지는 사다함에게 더 끌렸어. 두지는 공부를 하다가 마음이 흐트러질 때면 하늘을 보며 사다함을 생각했어. 신라에서는 나라의 중요한 일을 정할 때 여러 신하와 귀족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했어요. 한 사람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중간에 그만두다 보니 왕도 화백 회의의 결정을 믿고 따랐어요. 하지만 김춘추가 진덕 여왕의 뒤를 이어 김알천을 왕으로 삼겠다는 화백 회의의 결정을 무시하고 왕이 된 일로 인해 화백 회의의 힘은 약해졌어요. 법흥왕은 불교를 나라의 종교로 삼았어요. 서로 다른 신을 믿는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왕을 부처처럼 떠받들게 만들려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고, 이에 신하 이차돈은 목숨을 내놓았어요. 이차돈의 목이 베어지는 순간 흰 피가 솟구치고 하늘에서 꽃잎이 내려오자, 사람들은 비로소 불교를 받아들였지요. 사다함은 진흥왕 때의 화랑이에요. 열다섯 살의 나이에 5천여 명의 군사를 데리고 대가야에 쳐들어갔어요. 진흥왕이 공을 칭찬하며 수백 명의 노비와 땅을 내렸지만, 노비는 풀어 주고 땅은 부하들에게 나눠 주었어요. 김유신은 열다섯 살에 화랑이 된 이후 신라를 대표하는 장군으로 성장했어요. 황산벌 싸움에서 계백의 부대를 물리쳐 백제를 무너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뒤에는 고구려 공격에 힘썼어요. 나이가 들어 직접 싸우지 못하게 되자 왕을 도와 나랏일을 돌보기도 했지요. |
철로 만든 금빛 나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훠이 훠이, 나쁜 건 모두 물러가고 풍년이 들게 하소서!” 촌장들의 우두머리인 아도간이 외쳤어. 아홉 마을이 함께 모여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날이었지. 옛날 김해 땅에는 아홉 촌장이 각각 자기 마을을 다스리며 살았단다. 나라도 없고, 왕도 없었기 때문이야. “부디 임금님을 내려 주소서!”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빌었어. 그때였어. 구지봉이라는 산봉우리에 무지갯빛 안개가 보시시 피어오르더니 하늘에서 천둥 같은 큰 소리가 들려왔지. “여봐라! 거기 누가 있느냐?”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산봉우리를 올려다보았어. “저희 아홉 마을 사람이 모두 여기 있습니다.” 아홉 촌장이 얼른 입을 모아 대답했어. 하늘이시여, 저희의 소원을 들으신 것입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 자, 귀를 기울이자고! 하늘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셨네.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다니.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왕이 내려올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얼른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 그러자 하늘에서 금빛 상자가 내려오는 거야. “어서 열어 봅시다!” 상자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알 여섯 개가 들어 있었어. 이튿날 아침이었어. “이것 좀 보시오, 알이 갈라집니다!” 가장 큰 알이 쩍 갈라지더니 환한 얼굴의 남자아이가 나왔어. 곧이어 다른 알에서도 아이들이 나왔지. 촌장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절을 올렸어. 아이들은 쑥쑥 자라더니 열흘 만에 청년이 되었어.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나라를 세워도 되겠소!” 가장 먼저 알에서 나온 김수로는 금관가야를 세우고 왕이 되었어. 뒤이어 다른 다섯 아이들도 각각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지. 수로왕의 금관가야에서는 철이 많이 났어. 철을 다루는 기술도 아주 뛰어났지. 철로 만든 농기구와 무기를 사기 위해 멀리 왜 나라와 낙랑에서도 찾아왔어. 덕분에 금관가야는 힘이 점점 세져서 여러 작은 가야국들을 이끌게 되었어. 그런데 한 가지 빠진 게 있었어. “우리 대왕에게 왕비가 없잖아!” 사람들이 너도나도 걱정하자 수로왕은 촌장들을 이끌고 바닷가로 갔어. “하늘에서 왕비를 보내 주실 거요.” 촌장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잠자코 기다려 보기로 했지. 그러자 얼마 뒤 바다에 배 한 척이 나타났어. 배를 타고 온 사람은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었어. 공주는 수로왕에게 인사를 올리고 말했지. “꿈속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었는데, 이곳으로 가서 수로왕의 짝이 되라고 했습니다.” 수로왕은 기뻐서 활짝 웃으며 말했지. “하늘에서 그대를 보내 주실 줄 알았소!” 나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맙소. 반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수로왕과 아유타국의 공주는 부부가 되었어. “왕비가 곁에 있어서 참 든든하오!” “저도 금관가야의 왕비가 되어 행복합니다.” 수로왕과 왕비는 하늘의 해와 달처럼 잘 어울리는 짝이었지. 금관가야 백성들은 수로왕과 왕비를 진심으로 존경했어. 수로왕은 그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랫동안 철의 나라 금관가야를 어질게 이끌었단다. |
약속을 안 지키면 혼내 줄 거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신라를 공격하라!” 백제의 의자왕은 신라 땅을 마구 휩쓸었어. 윤충 장군을 보내 가야산 아래 대야성까지 무너뜨렸지. 그 소식에 김춘추는 부드득 이를 갈았어. 대야성의 주인은 바로 김춘추의 사위였거든. “두고 봐라, 백제 놈들! 내가 이 원한을 꼭 갚아 줄 것이다!" “대야성이 무너졌으니, 서라벌도 위험하오.” 선덕 여왕은 김춘추에게 명을 내렸어. “고구려의 연개소문을 만나 도움을 청하시오.” ‘고구려는 신라와 사이가 안 좋은데 어떡하지?’ 걱정된 김춘추는 김유신을 찾아갔어. 고구려가 쉽게 도와주지 않을 거요.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꼭 구하러 가겠소. 고구려가 군사들을 보내 줄까? 뭐가 예쁘다고 우릴 도와주겠어? 김춘추가 고구려에 가서 도움을 청하자 연개소문이 말했어. “신라가 빼앗아 간 고구려 땅을 돌려주면 도와주겠소.” 김춘추가 제안을 거절하자 옥에 가두어 버렸지. 얼마 후 김유신이 군사들을 이끌고 고구려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뭐라고?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구나.” 고구려 왕은 할 수 없이 김춘추를 풀어 주었어. 김유신이 반드시 나를 구하러 올 거야! 김유신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흠, 이를 어쩐담? 그 무렵 중국의 당나라는 몇 번이나 고구려에 쳐들어왔어.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바람에 좋은 수가 없을까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 그때 마침 김춘추가 당나라를 찾아갔어. “신라를 도와주면 당나라가 고구려를 치는 데 힘이 될 것입니다.” 김춘추의 말에 당나라 태종은 귀가 솔깃했어. “좋소! 그럼, 우리가 신라를 도울 테니 고구려를 주시오.” 이렇게 해서 신라와 당나라는 동맹을 맺었어. 신라를 도와주면 우리 당나라가 얻는 것은 무엇이오? 황제께 고구려를 바치겠습니다. 얼마 후 김춘추는 신라의 왕이 되었어. 바로 태종 무열왕이야. 왕이 된 김춘추는 김유신에게 백제를 공격하라고 했지. 백제의 계백 장군이 목숨 걸고 싸웠지만 결국 백제는 신라에 지고 말았어. 수도 사비성이 무너지고 찬란한 백제의 역사가 막을 내린 거야. 백제를 지키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 무열왕 김춘추는 안타깝게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것을 못 본 채 세상을 떠났어. 그 뒤, 고구려의 연개소문도 세상을 떠났지. 연개소문의 아들들은 서로 다투기에 바빴어. “이때다, 고구려를 공격하자!” 신라는 다시 당나라와 힘을 합쳤어. 두 나라가 한꺼번에 공격하자 고구려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지. 장남이 내 뒤를 잇고 아우들은 형을 도와 고구려를 지켜라. 형도 아우도 믿을 수 없어. 아버지가 나한테 맡으라고 했잖아! 고구려와 백제가 사라지고 신라만 남았어. 그러자 당나라가 슬슬 욕심을 드러냈지. 고구려는 물론이고 백제 땅까지 직접 다스리며 신라까지 넘보는 게 아니겠어? 문무왕은 당나라를 몰아내기로 결심했어. 고구려만 차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소? 글쎄 기억이 안 나는걸. 문무왕은 당나라와 맞설 좋은 방법을 생각했어. ‘당나라를 이 땅에서 몰아내려면 무너진 백제와 고구려의 옛 백성들을 받아들여야 해.’ 문무왕의 요청에 옛 백제와 고구려 장수들이 앞장섰어. “우리 힘을 합해 당나라를 물리칩시다!” 이렇게 신라, 백제, 고구려의 백성이 하나가 되었지. 마침내 당나라군이 물러가고 신라는 삼국 통일의 꿈을 이루었단다. |
해적들아, 꼼짝 마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우리 당나라로 떠나자.” 나 장보고는 친구 정년과 신라를 떠나왔어. 골품제라는 신분 제도 때문에 신라에서는 뜻을 펼칠 수 없었거든. 난 활을 잘 쏘고, 정년은 헤엄을 잘 쳤지. 우리는 당나라에서 실력을 뽐내고 인정도 받았단다. 하루는 바닷가에 나갔다가 해적에게 잡혀 온 사람들을 보았어. ‘신라 사람들을 잡아다 노예로 팔다니!’ 난 주먹을 불끈 쥐었어. “언젠가 신라로 돌아가서 바다를 지켜야지.” 난 당나라에서의 출세도 포기하고 신라로 돌아왔어. “해적들이 신라 백성들을 잡아다 당나라의 노예로 팔고 있습니다.” 난 흥덕왕을 찾아가서 말했지. “저런, 그런 놈들은 가만두면 안 되지.” “제가 해적들을 죄다 없앨 테니 저에게 책임을 맡겨 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난 청해진에 군대를 만들고 신라의 바다를 지키게 되었단다. “앗, 장보고다! 청해진 군대다!” 해적들은 우리를 보기만 해도 벌벌 떨었어. 청해진이 생긴 뒤로 해적들은 감히 신라 근처에는 얼씬도 못 했지. 덕분에 신라와 당나라, 일본은 마음 놓고 바닷길을 오가며 서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되었어. 이제 바다는 내 호령 아래 있게 된 거야. 난 당나라와 청해진을 오가며 바쁘게 지냈어. 당나라의 좋은 물건을 신라에 들여오거나 신라의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게도 했지. 청해진에서 가까운 강진에 도자기를 굽는 가마골도 지었어. ‘당나라보다 더 훌륭한 청자를 만들면 좋겠어!’ 내 바람대로 이 가마골에서는 아름다운 도자기들이 만들어졌단다. "당나라 못지않게 아름다운 도자기가 만들어졌어!" "정성을 다했으니 당나라 사람들도 분명 좋아할 거야." 청해진은 여러 나라 상인들로 북적이며 날로 활기를 띠어 갔어. 여러 나라의 온갖 귀한 물건들이 청해진을 통해 오갔지. 외국에서 들여온 물건들은 불티나게 팔렸어. 가까이에 귀족이 많이 살았기 때문이지. "하하, 청해진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어!" "아휴, 뱃멀미 때문에 정말 힘드네." "신라에서 큰돈을 벌어야지!" “바다의 왕 장보고, 최고!” 사람들은 나를 ‘바다의 왕’이라고 불렀어. 귀족이 아니었지만,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갔지. 용기를 갖고 더 좋은 세상을 꿈꾸었더니 정말로 꿈 같은 일이 펼쳐졌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된 거야. 참 신기하고 멋진 일이지? 난 신라의 제42대 흥덕왕이야. 신라는 삼국을 통일했지만, 그 뒤로 늘 잘 살았던 건 아니야. 내가 다스리던 시대에는 백성들이 무척 고생했지. 흉년이 들어 먹을 것도 없는데 도적 떼까지 들끓었어. 무엇보다 해적들이 골칫거리였어. 그래서 난 장보고를 청해진 대사로 삼아 해적들을 없애게 했지. 그랬더니 신라는 여러 나라 배가 오가는 중요한 길목이 되었어. 덕분에 중국의 당나라에서도, 멀리 서역에서도 상인들이 찾아왔단다. 바다의 왕, 장보고의 이야기를 들어 보렴. 833년 서라벌에서 흥덕왕. “이번에는 당나라에 법화원을 지었다지?” 흥덕왕은 나를 불러 크게 칭찬했어. “예! 신라 사람들이 법화원에 모여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난 당나라 신라방에 법화원이란 절을 지었어. 당나라에 사는 신라 사람들이 마음을 기댈 곳을 마련해 주고 싶었거든. 그렇게 해서 신라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당나라의 간섭 없이 살 수 있게 되었지. 흥덕왕과 장보고가 살았던 시절에 신라와 당나라는 활발하게 물건을 사고팔았어요. 신라가 당나라에서 사들인 물건은 주로 비단과 책, 도자기 같은 귀족들의 값비싼 사치품이었어요. 특히 당나라의 비단과 금·은으로 만든 장식품은 신라의 귀족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당나라에서는 신라의 인삼과 작은 말을 좋아했어요. 당나라와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당나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당나라는 불교나 유학을 공부하기 위해 온 신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과거 시험도 볼 수 있게 해 주었어요. 특히 무술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더 좋은 대접을 해 주었어요. 당나라에는 신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신라방’과 신라 사람들을 위한 관청인 ‘신라소’ 같은 것들도 생겨났어요. 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어요. 6두품 집안 출신으로, 아무리 뛰어나도 신라에서는 좋은 벼슬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최치원은 18세에 당나라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 생활을 하며 글 잘 쓰는 사람으로 이름을 알렸어요. 그러다 신라로 돌아와 신라를 위해 일하고 싶었지만 신분 제도와 귀족들의 반대로 크게 활약하지 못했어요. 설계두는 신라의 6두품 출신 청년이었어요. 골품제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차라리 당나라로 가서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고 결심했지요. 설계두는 실제로 훗날 당나라의 장군이 되어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치는 데 공을 세우고 목숨을 잃었어요. 당나라는 그를 공을 세운 신하인 공신으로 임명했어요. |
우리는 고구려의 후손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오랜 전쟁 끝에 고구려는 신라에게 무너지고 말았어. ‘우리를 치려고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다니!’ 대조영은 지나가는 당나라 군사들을 노려보았어. 그러자 당나라 군사들이 다가왔지. “뭐야, 넌? 감히 당나라 군사를 노려봐?” 그러고는 대조영의 가족을 당나라 영주 땅으로 끌고 갔어. 대조영의 가족뿐이 아니야. 다른 많은 고구려 사람들도 함께 끌려갔단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너희는 이제 당나라의 백성이 될 것이다. 아버지, 정말 분하고 억울해요! 나라를 잃어서 이런 설움을 겪는 것이다. 너희는 노예나 다름없어. 당장 일어나지 못해! 사람이 쓰러졌는데 너무하네. 반드시 고구려를 다시 일으켜 세울 거예요! 우리가 고구려의 후예라는 것을 잊지 마라. 당나라 영주 땅에는 거란족과 말갈족도 붙잡혀 와 있었어. 모두 노예나 다름없이 힘들게 살고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거란족이 들고일어났어. “걸걸중상 님, 우리 고구려인들도 참지 말고 맞서야 합니다!” 고구려 유민들이 걸걸중상을 찾아와 말했어. 흠, 이제 맞서 싸울 때가 온 것인가. 용맹한 고구려인의 기상을 보여 줍시다! 우리의 힘을 보여 주자! 더 이상 못 참겠다! 맞서 싸우자! “아들아, 아무래도 당나라와 싸워야겠다.” 걸걸중상은 말갈장수 걸사비우와 함께 당나라에 맞서 용감히 싸웠어.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지. “우리 고구려인들은 굽히지 않고 당나라와 싸울 것입니다!” 대조영이 눈물을 닦으며 외쳤어. “우리도 함께하겠습니다!” 말갈 사람들이 대조영 앞에 머리를 조아렸어. 대조영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이끌고 당나라군과 싸웠어. 비록 병사의 수는 적었지만 용감히 싸워 당나라군을 물리쳤단다. “대조영 장군 만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조영은 동모산 아래에 새 터전을 마련했어. “이곳에 고구려와 말갈의 나라를 세웁시다.” 마침내 고구려 후손의 나라, 발해가 세워진 거야. 이곳이 우리의 새 터전입니다! 힘을 합치면 못 할 일이 없다! 드디어 새 나라가 생겼다! 대조영 장군 만세! 대조영은 새 나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성을 쌓고 집을 지으라고 했어. “온돌을 써서 집을 짓도록 해라. 그러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이제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겠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던 말갈 사람들도 고구려 방식으로 아궁이를 만들었어. 아니, 저게 다 뭐래? 이렇게 돌을 쌓아 아궁이를 만드는 것이오. 온돌은 불을 지펴 방의 바닥을 데우는 방법이오. 방도 데우고 요리도 할 수 있지. 추운 날씨에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니 좋잖소. 오호, 이젠 추워서 병이 날 일이 없겠군. “고구려와 말갈이 하나가 되었으니 인재를 뽑을 때도 골고루 뽑겠소.” 대조영이 너그럽게 말했어. 그러자 말갈족 장수가 입을 열었지. “우리는 유목민이라 모르는 것이 많소. 그러니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고구려인들이 맡아 주시오.” 고구려 사람들이 발해를 이끌었어. 말갈 사람들은 고구려인이 다스리는 나라를 믿고 터를 일궈 나갔지. 서로가 힘을 합해 노력하자 발해는 나날이 크고 강해져 갔어. 고구려보다 넓은 땅을 차지한 발해는 동쪽의 번성한 나라, ‘해동성국’이라 불렸단다. |
수염쟁이와 외눈박이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삼국을 통일하고 평화를 누리던 신라는 귀족들의 힘 싸움과 계속되는 흉년으로 시들시들 힘을 잃어 가고 있었어.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굶주린 백성들은 노비가 되거나 도둑이 되었어. 차라리 도둑이 되는 게 낫겠어! 이게 나라냐? 배고파서 못 살겠다! 이 무렵 신라의 서남쪽 바닷가에 수염이 덥수룩한 장수가 있었어. 견훤이라는 이 수염쟁이 장수는 아주 용감하고 부하들을 아꼈단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 “새 나라를 세울 것이니 나를 따르라!” 견훤은 옛 백제 땅인 전라도 완산주에 후백제라는 새 나라를 세웠어. 반드시 새 나라를 세울 것이다! 야잇! 어이! 얍! 우아, 칼 휘두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냐. 그런데 한쪽 눈에 눈가리개를 했네. 이 청년은 누구지? 신라 왕실에서 태어나 버림받은 왕자, 한쪽 눈을 다쳐서 외눈박이가 된 궁예란다. 궁예도 옛 고구려를 잇겠다며 후고구려라는 나라를 세웠어. 옛 고구려의 정신을 잇는 나라를 세우겠어! 수염쟁이 견훤이 군사들에게 말했어. “우리가 누군가?” “백제의 후손입니다!” “그렇다! 신라에 빼앗긴 백제 땅을 찾으러 가자!” ‘흠, 후백제가 눈에 거슬리는군. 신라보다 후백제를 먼저 쳐야겠어.’ 궁예는 견훤이 신라와 싸우는 틈을 타서 후백제로 쳐들어갔지. 이렇게 견훤과 궁예는 서로 힘을 겨루었단다. 견훤도, 궁예도 만만치 않았어. 견훤의 후백제는 바닷길을 이용해서 중국은 물론 일본, 거란과도 외교를 펼쳤지. 후고구려의 궁예는 비록 땅이 넓었지만, 바닷길을 가진 후백제가 부러웠어. “중국과 통하는 바닷길을 막아야 해!” 궁예는 부하인 왕건에게 후백제를 치게 했어. “나주를 공격하라!” 나주를 빼앗기자, 후백제는 힘을 잃었어. 반대로 후고구려는 점점 더 부유해졌지. 나주평야와 바닷가의 소금밭까지 손에 넣었거든. 궁예가 견훤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장수 왕건이 있었기 때문이야. 후고구려 사람들은 싸움도 잘하고 마음이 너그러운 왕건을 무척 좋아했어. 그런데 이 무렵부터 궁예는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난 세상을 구원할 미륵불이다! 난 너희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모두 죽여 버렸어. 심지어 왕비와 자식까지 죽였지. 후고구려의 백성과 신하들은 불안에 떨었어. 난 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 아이고, 무서워 못 살겠네! 미륵불은 무슨! 미친 사람 같아. “우리도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에 떨던 궁예의 부하 장수 넷이 한밤중에 왕건을 찾아갔어. “궁예를 몰아냅시다!” 왕건은 고민 끝에 궁예를 쫓아내기로 했어. 신하들은 왕건을 왕으로 받들었고, 왕건은 나라 이름을 ‘고려’로 바꿨어. 그래서 고려의 역사가 시작되었단다. 난 신라의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왕실에서 버림받고 외눈박이가 되었어. 어려서부터 큰 뜻을 품고 절에 들어가 무술을 익혔지. 난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는 미륵불이 되고 싶었어. 그래서 옛 고구려 땅에 후고구려를 세웠단다. 견훤도 옛 백제 땅에 후백제를 세웠지. 신라, 후백제, 후고구려 이렇게 세 나라의 후삼국 시대가 열린 거야. 그런데 비밀 하나 알려 줄까? 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배신자를 보면 용서할 수 없었어. 그래서 애꿎은 사람들이 내 손에 많이 죽었지. 어찌 된 일인지 이야기를 들어 볼래? 915년 송악에서 미륵불 궁예. |
왕 중 왕, 왕건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내가 아직 궁예의 부하였을 때였어. 어느 날, 신하들이 나를 찾아왔단다. “백성들을 구할 사람은 장군밖에 없습니다. 부디 새로운 임금이 되어 나라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포악한 궁예 때문에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었거든. 나라 이름은 고구려를 이어받는다는 뜻으로 ‘고려’라고 했지. 고려를 세운 뒤, 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어. 신라와 후백제가 아직 버티고 있었거든. 그런데 후백제의 견훤이 아들에게 쫓겨나 나를 찾아왔지 뭐야. 얼마 뒤에는 신라의 경순왕이 스스로 나라를 바쳤어. 난 이듬해에 후백제를 무너뜨렸지. 드디어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했단다. "후백제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나 견훤이 돕겠소. 아들한테 배신당한 것을 갚아 줄 것이오." "신라의 경순왕입니다. 신라를 고려에 바치려 하니 받아 주십시오." "좋습니다! 내 딸과 혼인하고 경주를 계속 다스리세요." "가족이 많아지면 힘을 기를 수 있어." 새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는 힘 있는 호족들과 손을 잡아야 했어. 호족들은 돈도 많고 힘도 아주 세어 임금인 나에게도 두려운 존재였지. 그래서 난 여러 호족의 딸들과 결혼을 했어.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되면 모두 내 편이 되는 거잖아? 어떤 집안에는 왕씨 성을 내리기도 했어. 성이 같으면 가족처럼 느껴질 수 있잖아. 그래도 지방에는 여전히 힘 있는 세력들이 많았어. 언제라도 고려를 배신할 수 있었지. 그래서 난 그 집안의 아들들을 개경으로 데려왔어. 금쪽같은 아들이 내 곁에 있는데 설마 나를 배신할 수 있겠어? 후삼국도 통일하고, 왕권도 튼튼해졌으니 고구려의 드넓은 땅을 되찾을 때가 왔어. 난 서경을 중요하게 생각했어. 북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였지. 우리 군사들은 용감하게 땅을 넓혀 나갔어. 결국 고려 땅은 압록강 부근까지 넓어졌단다. "고구려의 드넓은 땅을 되찾고 말겠어!" '훈요 10조(부분)' 불교를 장려할 것. 연등회와 팔관회를 성실하게 열 것. 절은 도선의 풍수지리설에 따라 세우고 함부로 짓지 말 것. 절은 중국의 풍습을 억지로 따르지 말고, 특히 거란의 언어와 풍습은 본받지 말 것. 서경을 중요시할 것. 관리들의 녹봉을 함부로 가감하지 말고, 농민들의 부담을 가볍게 할 것. 난 후백제를 세운 수염쟁이 견훤이야. 내가 후백제를 세울 무렵 통일 신라는 한마디로 저물어 가는 해였지. 그런데 얼마 뒤 궁예라는 외눈박이 친구도 후고구려를 세웠지 뭐야. 그렇게 해서 후삼국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궁예의 부하였던 왕건이 궁예를 내쫓고 고려를 세우더니 후삼국을 통일해 버렸지. 비록 내 나라를 가져가긴 했지만 왕건은 멋진 사람이야. 힘으로 나라를 빼앗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려서 스스로 무릎을 꿇게 하더라고. 자, 왕건이 들려주는 고려 건국 이야기를 들어 볼까? 936년 후백제 완산주에서 견훤. 내가 전쟁만 잘하는 왕이었냐고? 천만에! 지혜롭고 너그럽기도 했단다. 신라와 후백제 출신도 모두 고려 사람으로 똑같이 대해 주었지. 고구려 후손들의 나라 발해가 멸망한 뒤에 발해 백성들도 기꺼이 고려의 백성으로 받아들였어. 힘으로 억누르기보다 마음을 합치는 것이 새 나라 고려를 튼튼하게 만들 테니까. 난 백성들이 두루두루 잘살기를 바랐단다. 백성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원칙을 세워 세금을 거두게 했지.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툼이 일어나서도 안 되겠지? 난 부처님을 믿는 불교도, 공자님을 따르는 유교도 모두 중요하게 생각했어. 그래서 백성들은 불교를 믿고, 정치는 유교의 가르침을 따랐단다. 나라를 다스리느라 힘을 쏟다 보니 어느새 훌쩍 늙어 버렸네. 난 후손들이 고려를 잘 지켜 주길 바라면서 훈요십조라는 유언을 남겼어. 외적이 쳐들어오기도 하고, 가뭄이나 홍수로 힘들 때도 있겠지. 그러나 그런 건 다 이겨 내면 되는 거야. 고려는 분명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 갈 거라 믿어. 호족은 지방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귀족들을 말해요. 호족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맡아 다스리거나 군대를 키워 힘을 길렀지요. 왕건은 호족들의 힘을 한데 모아 고려를 강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왕건은 호족의 자식들과 결혼해 한 가족이 되거나 호족에게 자신의 왕씨 성을 주어 하나로 똘똘 뭉쳤지요. 고려 왕실의 힘이 커지자 나라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고려 백성들은 땅의 기운에 따라 좋고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고려는 개경, 서경, 남경을 통틀어 삼경이라 부르고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중 서경은 옛 고구려 땅이기도 해서 왕건이 이를 되찾기 위해 북쪽으로 힘을 넓히기도 했지요. 한강이 흐르는 남경도 훗날 궁궐이 세워져 왕이 자주 오가는 곳이 되었어요. 신숭겸은 궁예를 내몰고 왕건을 받든 고려의 대장군이에요. 고려가 세워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백제군이 쳐들어와 왕건의 목숨을 노렸어요. 신숭겸은 왕건의 모습이 드러나 위험에 빠지지 않게 자신이 왕인 척 거짓으로 꾸몄지요. 결국 신숭겸은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었어요. 왕건은 신숭겸의 깊은 마음에 감동해서 ‘장절’이라는 이름을 선물했어요. |
딱 걸렸어, 거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중국에서 거란과 송나라가 서로 힘을 겨루고 있었어. ‘우리가 송나라와 싸우는 동안 고려가 쳐들어오면 어쩌지?’ 그래서 거란은 고려를 먼저 치기로 했어. 그래서 거란은 고려를 먼저 치기로 했어. 80만 명이나 되는 거란군이 쳐들어오자 고려 신하들은 잔뜩 겁을 먹었지. “항복하는 게 좋겠는데요.” 서희는 재치와 지혜로 거란을 물리치고 압록강까지 영토를 넓혔단다. 거란의 침략 의도를 알 것 같군. 내가 직접 나서야겠어. 송나라만을 섬기다니, 참을 수 없다! 여진족을 내쫓고 다시 우리 땅으로 만들어 준다면 거란과 교류하겠다. 몇 년 뒤, 잠잠하던 거란이 다시 고려로 쳐들어왔어. “송나라와 또 친하게 지낸다며? 우리가 준 땅을 도로 내놔라!” 거란 왕은 군사를 둘로 나눠 공격했어. “너희는 여기서 양규를 물리쳐라. 우리는 개경으로 갈 것이다!” 거란 왕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고려의 왕이 있는 개경으로 들이닥쳤어. “당장 고려 임금을 찾아내라!” 하지만 현종은 벌써 피난을 가고 없었어. 거란군은 궁궐과 마을에 마구 불을 질렀어. 고려의 왕은 거란 왕에게 편지를 보내 거짓 약속을 하며 달랬지. ‘내가 나중에 직접 거란에 인사하러 가겠소.’ 그제야 거란 왕은 거란으로 돌아가기로 했어. 하지만 많은 고려 사람들이 거란으로 끌려갔단다. ‘감히 고려의 백성들을 붙잡아 가다니!’ 양규 장군은 거란군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어.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고려 군사들은 수많은 거란군을 해치우고 붙잡혀 가던 백성들을 구해 냈어. 군사를 거의 다 잃은 거란 왕은 허둥지둥 달아나 버렸지. 하지만 양규 장군은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어. 8년 뒤, 거란이 세 번째로 쳐들어왔어. 그동안 고려는 전쟁 준비를 단단히 해 두었지. 강감찬 장군은 군사들을 이끌고 흥화진으로 가서 소가죽으로 강물을 막아 놓았어. 그러고는 거란군이 우르르 강을 건너는 순간, “이때다! 강물을 터라!” 윗물이 터지자, 거란군은 강물에 빠져 허우적댔어. 숨어 있던 고려 군사들은 허둥대는 거란군을 손쉽게 무찔러 버렸어. 물이 어디서 갑자기 흘러나온 거지? “이대로 포기 못 해! 고려 임금을 잡아가자!” 거란은 남은 군사를 모아 다시 개경으로 향했어. 고려 백성들은 서둘러 성안으로 피했어. 곡식과 가축, 무기를 옮겨 놓고 우물도 몽땅 메워 버렸지. 거란군은 개경 가까이 쳐들어갔지만, 물 한 모금, 곡식 한 톨 먹지 못했어. “싸움이고 뭐고, 배고프고 목말라서 못 살겠다!” 결국 거란군은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어. 강감찬 장군이 귀주에서 거란군을 기다리고 있었어. “거란군이다, 공격하라!”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과 거란군을 뒤쫓던 병사들이 한꺼번에 거란군을 공격했어. 때마침 거센 바람이 거란군 쪽으로 불기 시작하자 고려군은 화살을 쏘아 댔지. 마침내 고려가 거란의 10만 대군을 물리쳤단다. 이 싸움이 바로 유명한 귀주 대첩이야. 세 차례나 거란을 물리친 고려에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단다. |
벽란도로 오세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새 임금님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셨대!” “성품도 너그러우시다며?” “정말 우리 고려의 복이야!” 문종이 왕이 되자 다들 기쁨에 들떠 있었어.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황금 의자는 너무 화려하구나. 당장 바꾸어라!” 나랏일을 시작하자마자 호통을 치는 거야. 화려한 의자에 앉는다고 훌륭한 왕이 되는 건 아니라고 말이야. 임금님의 성품은 참 너그러우셔. 나라를 다스리는 데 황금 의자는 필요하지 않지. 문종은 훌륭한 신하를 귀하게 여겼어. “최충에게 문하시중을 맡게 해라!” “전하, 최충은 나이가 너무 많아 안 됩니다.” “어허, 무슨 소리!” 문종은 최충을 믿고 의지하며 뜻을 펼쳤어. 최충은 자기를 믿어 주는 문종에게 충성을 다했지. 나라의 여러 제도를 정리하여 틀을 갖추고, 나중에는 학교를 세워 훌륭한 인재를 키웠어. 나이 많은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문하시중을 맡아 주시오! 부족한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과 신하가 마음을 합해 노력하니 백성들은 살기 좋고 나라는 발전했어. 가을 추수가 끝나고 11월 15일에 고려의 가장 큰 축제 팔관회가 열렸어. 나라를 지켜 주는 여러 신들에게 잘 차려진 음식과 춤과 음악을 바쳤지. 개경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갖가지 춤과 노래가 화려하게 펼쳐졌어. 팔관회 날이면 멀리 외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왔어. 중국의 송나라 상인도 오고, 여진족 추장도 선물을 가져왔어. 일본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도, 멀리 아라비아에서도 상인들이 찾아왔어. 이날은 고려가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온 세상에 알리는 날이기도 했단다. 외국에서 오는 상인들은 배를 타고 와서 개경 근처 벽란도에 닻을 내렸어. 벽란도는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나루’라는 뜻이지. 송나라 상인들은 비단, 책, 약재를 가져왔어. 여진족 상인들은 은과 동물의 털가죽을 가져왔지. 아라비아 상인의 배에는 수은과 향료, 산호 같은 귀한 물건들이 가득가득 실려 있었어. 외국 상인들은 가장 좋은 것은 궁궐에 바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팔았어. 물건을 팔기만 한 것은 아니야. “이번엔 인삼을 더 많이 가져가야겠소.” “이 청자들은 내가 살 거요.” “고려 종이가 최고야!” 고려 인삼과 청자와 종이는 외국 상인들에게 인기가 많았지. 삼베랑 모시, 먹, 돗자리, 부채 같은 것도 사 갔어. 연등회는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을 기리고 부처님을 섬기는 날이야. 사람들은 줄줄이 연등을 밝혀 달고 부처님께 정성껏 소원을 빌어. “와, 신난다!” 이날은 밤새 거리를 다녀도 되는 날이야. 길에도 절에도 사람들이 몰려나와 등을 밝히고 흥겨운 음악에 모두 즐거웠지. 어느새 새봄이 왔어. “어, 저길 봐!” 신부 집으로 혼인을 하러 가는 신랑 행렬이야. 신랑이 신부 집에 와서 사는 건 고구려에서 내려온 풍습이야. 아이들이 태어나 자랄 때까지 신랑이 신부 집에서 사는 일이 많았단다. 그래서 아이들은 외갓집 친척들과 가깝게 지냈지. 와, 예쁘네! 떨리면서도 기분이 정말 좋아. 고려 사람들은 아들도 딸도 똑같이 좋아했어. 아들과 딸은 재산도 똑같이 나눠 받고, 제사도 아들과 딸이 함께 지냈단다. 여자도 남자처럼 존중받는 나라였지. 흥겨운 축제가 열리고, 멀리 외국에서도 상인들이 찾아오는 나라, 고려는 참 살기 좋았나 봐. |
나도 권력을 잡고 싶다고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뭐야, 죄다 국자학 출신들이 뽑혔잖아?” 과거에 붙은 사람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어. “국자학에서 오죽이나 잘 가르쳤겠어?” 과거에 합격하면 누구나 관리가 될 수 있었지만, 합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높은 관리의 자손들이었지. 더구나 지체 높은 집안의 자손은 과거를 보지 않고도 관리가 될 수 있었어. 조상이 벼슬을 한 집안은 자손들도 이어서 벼슬을 했어. 또 그런 집안끼리 자식들을 혼인시켜 힘을 더 키웠어. 이자겸은 딸을 외손자인 인종과 결혼시켰어. 이모와 조카가 결혼한 셈이지. 끝도 없이 권력을 탐내던 이자겸은 왕을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먼 지방으로 쫓겨났단다. 제 정성을 받아 주십시오. 고운 비단을 가지고 왔습니다. 히히, 권력은 참 좋은 거야. 끼리끼리 편을 먹고 힘을 손에 쥔 귀족들은 서로 자기 욕심만 챙기기에 바빴어. 고려는 점점 병들어 가기 시작했지. 가장 큰 문제는 나라를 지켜야 할 무신들이 무시당하고 차별을 받게 된 거야. 높은 자리는 죄다 문신들이 차지했거든. 무신들의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 갔어. "장군, 이러시면 안 됩니다!" "우리를 무시하다니! 참을 수 없어!" 하루는 왕과 신하들이 궁궐 밖으로 나들이를 갔어. 잔치가 무르익자, 술 취한 문신이 한 무신에게 젊은 무신과 무술 시합을 해 보라고 시켰어. 그 무신은 무술 실력이 뛰어났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젊은 무신에게 지고 말았지. 그러자 문신이 나이 많은 무신을 비웃었어. “야, 네가 이러고도 장군이냐?” 문신은 호통치며 나이 많은 무신의 뺨을 때렸어. “으으, 더는 못 참겠다! 두고 보자, 이놈들.” 무신들은 날이 저물기만을 기다렸어. “으으, 더는 못 참겠다! 두고 보자, 이놈들.” 무신들은 날이 저물기만을 기다렸어. “저 건방진 문신들을 모조리 베어라!” 정중부 장군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신들은 문신들을 향해 달려들었어. 그러고는 그길로 궁궐을 손에 넣고 왕은 멀리 귀양을 보내 버렸어. 이 일을 ‘무신의 난’이라고 해. 그 뒤로 거의 백 년 동안 고려는 무신들의 세상이 되었어. 보통 때는 문신들 곁이나 지켜 주고, 전쟁이 나면 목숨 걸고 싸워 이기고 돌아와도 변변한 대접 한번 못 받던 무신들이었지. 이제 그런 무신들이 나라를 다스리게 된 거야. 그런데 이번에는 무신들이 권력 다툼을 벌였어. 서로 죽고 죽이는 무서운 싸움이 시작되었지. "내 공이 가장 크다고!" "무신들이 정말 무서워." "권력을 양보할 순 없지!" "그동안 당한 걸 생각하면 정말 서럽다고!" 그렇게 무신들끼리 싸우다가 최충헌이라는 장군이 권력을 잡았어. 그 뒤 최씨 집안이 대를 이어 가며 고려를 다스렸지. 왕이 있었지만, 허수아비와 마찬가지였어. 그러던 어느 날, 북쪽에서 몽골군이 쳐들어왔어. 막강한 군대로 전 세계를 떨게 한 몽골이었지만 고려는 쉽게 손에 넣지 못했어. 고려 백성들이 끈질기게 싸웠거든. "이제부터 내 세상이다!"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은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전쟁터를 누볐어. 그래서 고려 시대 처음에는 문신과 무신의 차별이 없었지. 그런데 나라가 안정되면서 점차 문신의 힘이 커져 갔어. 지체 높은 가문끼리 혼인을 맺어 힘을 더욱 키웠지. 그렇게 해서 문벌 귀족이 생긴 거란다. 문벌 귀족들은 무신을, 자기들을 지켜 주는 병사쯤으로 여겼어. 그러니 무신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지. 결국 무신들은 칼을 뽑아 들었고, 무신 정권 100년의 역사가 시작되었단다. 1170년 개경에서 장군 정중부.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는 바람에 백성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어. 결국 보다 못한 신하들이 최 씨들을 없애 버렸지. 그런 뒤 태자가 몽골 황제를 찾아가 항복을 했단다. 이렇게 전쟁이 끝나면서 무신 정권도 막을 내렸어. 이자겸은 딸을 손자와 결혼시킬 만큼 권력을 탐냈어요. 그래서 어린 인종 대신 자신이 왕이 되기로 결심했지요. 결국 군사를 이끌고 궁궐로 쳐들어가 불을 지르고 인종을 귀양 보냈어요. 권력을 잡은 이자겸은 나라는 돌보지 않고 제멋대로 굴었어요. 하지만 인종은 몰래 군대를 보내어 이자겸을 쫓아냈지요. 인종은 왕의 자리를 되찾고 나라를 잘 보살폈어요. 승려인 묘청은 인종에게 서경으로 수도를 옮기자고 했어요.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새로운 땅의 기운을 받아야 된다고 했지요. 그래서 인종은 서경에 궁궐을 짓고 자주 오갔어요. 하지만 개경에 남은 신하들이 끝까지 반대해서 도읍을 바꾸지 않았어요. 그러자 묘청은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과 반란을 일으켰지요. 묘청은 김부식이 이끄는 부대와 일 년을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었어요. 정지상은 시를 잘 짓기로 유명했어요. 그는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용기 있게 말했지요. 그래서 힘센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종을 도왔어요. 정지상은 이자겸과 함께 난을 일으켰다가 마음을 바꿔 이자겸을 죽인 척준경을 유배 보냈어요. 또 인종에게 묘청을 소개하며 수도를 옮기자고 주장한 용감한 신하였어요. |
망이 망소이의 편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쳇, 겨우 요것밖에 못 만들었어? 일을 더 많이 시켜야겠군.” 관리가 숯 더미를 발로 톡톡 차며 말했어. “아이고, 안 됩니다. 작업이 고되어 농사지을 짬도 없습니다요.” 명학소에서는 늘 한숨이 끊이지 않았어. 나라에서 이렇게 일을 많이 시키다니.농사는 언제 짓지? 아, 정말 화가 난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아이고, 시간을 몽땅 쏟아부어 만든 것인데,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까요. “에잇!” 나무를 패던 망이가 도끼를 탁 내던졌어. “더는 이렇게 못 살아. 반란이라도 일으켜지!” “뭐, 반란?” “무신들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 할까?” 망이의 말을 듣고 망소이는 깜짝 놀랐어. 그렇지만 이내 결심한 듯 말했어. “맞아,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해!” 그날 밤, 명학소 사람들이 뒷마당에 모였어. “우리도 본때를 보여 줍시다. 이웃 농민들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망이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웅성거렸어. “괜히 그러다가 다 죽어.” “그래, 어차피 질 게 뻔해.” 흠, 아무래도 질 것 같은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저렇게 나서 주는 사람이 있어서 왠지 힘이 나. 다음 날, 명학소 일꾼들은 뒷산에 모였어. 망이가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외쳤지. “뒤돌아서지 맙시다! 자, 갑시다!” 조정에서는 우선 급한 대로 관리를 보내기로 했어. 화가 난 사람들을 달래서 돌려보낼 생각이었지. 망이와 망소이, 명학소 주민들과 이웃 마을 주민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그동안 지나친 세금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관아로 쳐들어갔어. 그런 다음 천안까지 올라갔지. 조정에서는 아무 힘을 쓸 수 없었어. 조위총이라는 신하가 반란을 일으켜 군사들을 그쪽으로 거의 보냈거든. 일단 들어주는 척 달래 봅시다. 에구머니, 이거 큰일입니다요. 결국 조정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어. “너희의 신분을 올려 주고, 곡식도 보내 주겠노라.” 조정에서 온 전갈에 사람들은 뛸 듯이 기뻐했어. “만세! 이제 밥 굶을 일은 없겠네.” “정말로 우리가 해냈어!” 망이와 망소이는 서로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렸어. 만세! 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아갑시다! 야호! 이제 난 노비가 아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없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어. “내 아내가 없어졌소!” “하나뿐인 내 아들 녀석도!” 마을은 온통 가족을 찾는 사람들로 술렁였어.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의 가족을 나라에서 몽땅 잡아갔대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다들 어디로 갔지? “분하다, 우리를 속이다니!” 사람들은 다시 벌 떼처럼 들고일어났어. 하지만 조정에서도 가만있지 않았지. “어쭈, 이놈들 봐라?” 그러고는 군사들을 보내기 시작한 거야. 뜻이 아무리 굳세어도 무기를 갖춘 수많은 군사를 당해 낼 수는 없었지. 무기를 든 군사들을 어떻게 이겨? 빨리 도망가자! 결국 망이와 망소이는 병사들에게 잡히고 말았어. 아마 모진 고문을 받다가 슬프게 세상을 떠났을 거야. 하지만 그 뒤 나라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들고일어났지. 명학소 사람들은 마지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 준 거야. 우리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릴 거야! 우리 다 같이 힘을 모아 세상을 바꿉시다! 앞으로 나아가자! |
목판에 기도를 새겨 넣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몽골군이 쳐들어왔대요!” “아니, 뭐라고? 세상에서 제일 날쌔고 무섭다는 몽골군이?” 바닷가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마을 사람들은 놀라서 술렁거렸어. “걸음마 떼면 말부터 탄다는 놈들이잖아.” “가는 곳마다 모조리 다 쓸어 버린대!” 섬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어. “평안도에서 몽골군을 물리쳤다네!” 기쁜 소식에 백성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 몽골군 장수도 혀를 내둘렀대. 백성들은 개경 코앞까지 쳐들어온 몽골군을 피해 모두 허겁지겁 피난길에 나섰어. 산성으로 섬으로 너도나도 몸을 피했지. 하지만 남아서 몽골군과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어. 승려 김윤후는 숨죽인 채 몽골군을 기다렸어. “이때다! 쏴라!” 김윤후가 쏜 화살을 맞고 몽골군 장수 살리타가 쓰러졌어. 으악!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에잇, 물러가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싸웁시다!” “결과가 불 보듯 뻔하지 않소.” 신하들은 밤낮으로 말다툼만 벌였어. “나랏일은 뒷전이고 만날 잔치만 벌이고 있으니.” 백성들은 최우 무리를 보며 혀를 끌끌 찼어. 결국 태자가 화친을 맺으러 몽골 왕을 찾아갔어. “이제 그만 전쟁을 끝내 주십시오!” 참 답답하구먼!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어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있을까? 오늘 술맛이 참 좋구려! 흥겨운 가락과 함께하니 기분이 최고일세! 몽골과 화친을 맺고 돌아온 태자는 고려의 새로운 왕 원종이 되었어. “더는 싸움이 없을 것이니 개경으로 돌아가세.” 그런데 또 일이 터졌어. “배중손이 삼별초를 거느리고 강화도를 막고 있답니다!” “임금은 몽골의 꼭두각시다! 우리 손으로 고려를 구하자!” 배중손과 삼별초는 몽골과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어. 그냥 잠자코 개경으로 돌아가면 될 것을. “아, 분하다.” 고려군과 몽골군의 공격에 배중손은 목숨을 잃었어. 삼별초는 배중손이 죽고 난 뒤에도 제주도로 옮겨 꿋꿋하게 싸웠어. 하지만 몽골군과 힘을 합친 고려군에게 모두 죽고 말았단다. 마침내 고려와 몽골의 긴 싸움이 끝났어. 삼별초의 항쟁이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넓은 땅을 차지한 몽골은 원나라를 세웠어. “이제 고려는 태자를 세자로 낮춰 부르고 원나라 공주와 결혼하라!” 고려는 원나라의 사위나라가 되었지. 그 뒤로 오랫동안 고려는 원나라의 간섭을 받아야 했어. 하지만 조금씩 원나라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단다. 팔만대장경에 새긴 간절한 마음을 잊지 않았던 거야. 고려인의 자주정신을 잊지 않겠어. 고려를 위해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해야 해.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무신들이 고려를 다스리고 있을 때의 일이야. 어느 날 칭기즈 칸이 세운 몽골의 군대가 고려로 쳐들어왔어. 놀란 무신들은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겼지. 육지에 남은 백성들은 스스로를 지키려고 몽골군에 맞서 싸워야만 했어. 나도 농민군을 이끌고 용인의 처인성과 충주에서 용감하게 싸웠단다. 내가 몽골군 장수 살리타를 화살로 쓰러뜨렸을 때 고려군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지. 비록 우리 고려는 몽골과 화친을 맺을 수밖에 없었지만, 고려의 백성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어.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 볼래? 이렇게 지독하게 버티는 사람들은 처음이라고!” 그러나 몽골군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지. “강화도로 갑시다!” 왕을 허수아비로 세워 놓고 나라를 다스리던 무신 최우가 말했어. 몽골군이 거기까지는 못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몽골군은 그래도 또 쳐들어왔어. 오래된 황룡사 9층 목탑도, 귀중한 대장경도 홀랑 불타 버렸지, 뭐야. “부처님의 힘으로 몽골군을 물리치자! 대장경을 새로 만들어라!” 임금의 명을 받은 사람들은 한 글자를 새길 때마다 부처님께 절을 하며 나무 판에 불경을 새기기 시작했어. 이렇게 해서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졌지. 전쟁을 끝낸 몽골은 나라 이름을 원으로 바꿨어요. 그런 뒤 고려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기 시작했지요. 고려 왕자와 원나라 공주를 결혼시켜 사위 나라로 만들고, 고려 왕 이름에 ‘충’ 자를 붙여 원나라에 충성하도록 했어요. 또 인삼과 비단 등 고려의 귀한 물건들을 가져갔고, ‘공녀’라고 하여 여자들까지 바치라고 했어요. 오랜 세월 동안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탓에 고려 사람들은 원나라의 옷이나 풍습 등을 따라 했어요. 고려 여자들은 결혼할 때 뺨에 연지를 찍고 머리에 족두리를 썼어요. 남자들 사이에서는 머리 앞부분을 밀고 뒷머리는 땋아 내리는 변발이 유행했지요. 고려의 문화는 발전했지만, 고유한 정신은 점점 사라졌어요. |
노국 공주와 함께라면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원나라에 볼모로 머물고 있던 고려의 왕자가 있었어. 왕자는 매일 고려를 그리워했지. 이랴! 이랴! 왕자는 언덕 위로 말을 몰았어. 높은 곳에 올라가면 고려가 보일 것 같았거든. “고려로 돌아가고 싶다!” 히잉, 여기엔 신선한 풀이 많이 있네. 그리운 고려! 잘 있니? 어디선가 염소 떼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왕자는 그만 말고삐를 놓치고 말았어. 마침 그때 아리따운 소녀가 나타나더니 재빨리 왕자의 말고삐를 붙잡았어. “고, 고맙습니다.” 소녀는 생글생글 웃기만 했어. 얼마 후, 원나라 황제가 말했어. “공주와 결혼하면 고려의 왕이 되게 해 주겠다.” 왕자는 깊은 고민에 빠졌어. ‘원나라에 와서 산 것도 억울한데 결혼까지 하라고?’ 하지만 고려의 왕이 되기 위해서 왕자는 원나라 공주와 결혼하기로 결심했지. “노국 공주, 이리 오너라!” “이제 저도 고려 사람이에요. 그러니 원나라의 눈치를 보지 마세요.” “고맙소!” 왕자는 노국 공주의 손을 덥석 잡았어. 고려로 돌아와서 왕이 된 왕자는 바로 공민왕이야. “고려 사람은 고려 옷을 입어야 한다. 원나라의 옷을 벗고 땋은 머리를 풀어라!” 공민왕은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어. 신진 사대부와 천민 출신의 스님 신돈이 공민왕을 도왔지. 원나라 편에 붙어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은 못마땅해서 불만을 터뜨렸어. 하지만 백성들은 덩실덩실 춤을 췄지. 제멋대로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는군. 기가 막힌 상황을 빨리 원나라 황제에게 알립시다! “이러다가 우리가 망하겠군!” 원나라를 등에 업고 설치던 사람들은 불안해졌어. 원나라도 힘이 약해져 예전 같지 않았거든. 공민왕은 때를 놓치지 않고 개혁을 밀고 나갔어. 원나라는 공민왕을 내쫓으려 했지만 굽히지 않고 끝까지 맞섰어. 오히려 원나라에 빼앗긴 땅도 되찾고 고려의 영토를 넓혀 나갔어. 에휴, 원나라의 힘이 많이 약해졌어. 빨리 가서 대책을 세워 봅시다! 노국 공주가 앞으로 나섰어. “원나라 공주를 죽였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거야.” 결국 자객들은 스스로 물러났지. 공민왕 옆에서 힘이 되어 주던 노국 공주는 어느 날 아기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어. 슬픔에 빠진 공민왕은 나랏일도 돌보지 않고 노국 공주만 그리워했지. 그러다 그만 신하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어. 고려를 다시 일으키려던 공민왕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만 거야. 그 뒤로 고려는 점점 힘을 잃고 기울어 갔단다. 흑흑, 당신 없이 나 혼자 어떻게 살란 말이오. 내가 왕이었을 무렵 고려는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받고 있었어. 고려는 몽골족의 침입에 맞서 30년 넘게 버텼지만 결국 친하게 지내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거든. 그 뒤로 원나라는 무슨 일이든 감 놔라, 배 놔라 고려를 간섭했지. 난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력한 개혁 정치를 펼쳐 원나라 세력을 몰아냈지.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노국 공주의 사랑 덕분이야. 지금부터 고려의 마지막 불꽃과도 같았던 나 공민왕의 이야기를 들어 보렴. 1360년 개경에서 공민왕. 원나라는 고려가 자신보다 밑에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고려의 왕은 ‘폐하’ 대신 ‘전하’, 왕자들은 ‘태자’가 아니라 ‘세자’라 부르게 했어요. 게다가 원나라에 충성한다는 뜻에서 왕의이름 앞에 ‘충’ 자를 붙이도록 시켰는데, 공민왕은 왕의 이름을 다시 지어 고려 스스로 나라를 돌보려는 의지를 드러냈어요. |
말을 돌려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고려에 활을 잘 쏘는 아이가 살았어. 그 아이는 커서 용감한 장군이 되었지. 장군의 이름은 이성계란다. 어느 날 임금님이 이성계를 불렀어. “장군, 명나라 요동땅을 빼앗아 오시오.” “명나라와 전쟁을 하면 질 게 뻔합니다.” “내 말을 못 알아들었소? 당장 가서 싸우시오.” 이성계는 어쩔 수 없이 요동 땅으로 떠났어. ‘조금만 더 가면 명나라 요동 땅인데 어쩌지?’ 이성계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 “안 되겠다, 개경으로 돌아가자.” “임금님의 명령인데요.” “임금을 바꿔야 나라가 살고 백성이 산다. 말을 돌려라!” 개경으로 돌아온 이성계는 궁궐로 들어가 임금인 우왕을 내쫓았단다. 그런데 말이야, 임금을 두 번이나 바꿨는데도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거야. 너무 어려서 일을 제대로 못 하거나 흥청망청 놀기만 하는 것 같았지. “이토록 제대로 된 임금이 없단 말인가?” 이성계는 한숨을 푹푹 쉬었단다. 임금님, 술맛이 참 좋으시죠? 나랏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호호, 제가 노래 불러 드릴까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왕이 없다니, 정말 큰일이야. “장군, 귀족들이 가진 땅을 빼앗아야 합니다!” “나라에 세금도 안 내잖아요.” “백성들의 재산도 마구 빼앗는 사람들입니다.” 나랏일을 걱정하는 젊은 신하들이 이성계에게 말했어. “맞소! 새로운 법을 만드시오.” 이성계는 귀족들의 땅을 나라 것으로 만드는 ‘과전법’을 만들었어. 나라를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듭시다! 귀족의 힘을 꺾어야 합니다! 불쌍한 백성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얼마나 많은 땅을 가졌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합니다. 귀족의 땅을 빼앗겠다는 거야? 귀족들은 얼마나 이성계가 미웠겠어? 그래서 이성계가 뭔가 하려고만 하면 언제나 똘똘 뭉쳐서 반대했지. 이성계는 뜻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단다. “안 되겠소! 우리 새 나라를 만듭시다.” 이성계가 젊은 신하들에게 말했어. “좋습니다, 장군을 따르겠소.” “안 됩니다, 그래도 고려를 지켜야 하오.” 신하들은 이성계와 함께 새 나라를 세우자는 쪽과 고려를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어. 어느 날,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이 정몽주를 찾아갔지. 정몽주는 고려를 지키자는 신하들의 대표였어. “백성을 위해 새 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난 끝까지 고려를 지키겠네. 두 나라를 섬길 순 없지.” 정몽주가 고집을 꺾지 않자 결국 이방원은 정몽주를 없애 버렸어. 이런, 이방원이 사람을 보냈군. 목숨을 내놓으시지요. 도망치지 못할 것이오. 뜻은 달랐지만 친구였던 정몽주를 잃고 이성계는 몹시 슬펐어. “아버지, 더는 망설이면 안 됩니다!” “그래, 이제 내 뜻을 펼쳐야겠다.” 이성계는 마침내 새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었어. “전하, 어째서 나라 이름을 바꾸지 않으십니까?” “백성들의 마음을 돌본 뒤 차차 바꿔 갈 것이다.” 나라가 안정되자 이성계는 나라의 새 이름을 지었어. “이곳은 본디 고조선이 있던 땅이다. 고조선을 이어받아 ‘조선’으로 하겠다!” 백성들은 두 팔 벌려 새 나라 조선을 반겼어. 이제 이성계는 새로운 도읍을 세울 곳을 찾기로 했어. 나라를 세울 때 큰 공을 세운 무학대사와 함께 도읍지를 찾아 나섰지. 얼마 뒤 이성계와 무학대사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땅에 다다랐어. 나라의 한가운데에 있는 그 땅에는 한강이 흐르고 있었지. 이성계가 찾은 땅은 바로 한양이었어. 큰 강이 있으니 뱃길을 이용할 수 있었어. 산으로 둘러싸여 외적을 막기에도 유리했지. 게다가 주위에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도읍으로 안성맞춤이었어. “옳거니! 이곳이 새 도읍지로 딱 맞겠군.” 새로운 도읍 한양의 모습을 만드는 일은 정도전이 맡았어. 조선을 세우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신하였지. “한양을 빙 둘러 성을 쌓고 궁궐을 지어라!” “오래오래 큰 복을 누리라는 뜻으로 궁궐의 이름을 경복궁이라 하겠습니다!” 궁궐의 이름과 성문, 건물의 이름에 유교의 덕목과 가치를 담았지. 이렇게 해서 조선의 500년 역사가 시작되었단다. |
육룡과 함께 날아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난 조선의 세 번째 왕 태종 이방원이야.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지. “나를 따르라! 가서 싸우자!” 난 아버지가 왕이 될 수 있도록 형제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도왔어. 그런데 아버지와 정도전은 그걸 까맣게 잊었나 봐. “막내 방석을 세자로 삼겠다!"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 내가 세운 공을 무시하는 거야? 눈치채지 못하게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네, 걱정 마십시오. 불이야, 불! 이게 웬 날벼락이야? 윽,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그러게 왜 내 군사를 빼앗으려고 했습니까? 감히 내가 아끼는 정도전을 죽이다니! 안 그러면 제가 죽었을 겁니다. 방번아! 방석아! 가기 싫어요, 아바마마! 동생들을 살려 둘 순 없지. 조용히 가서 죽여라. 예, 알겠습니다! 방원 왕자님이 왕이 되셔야죠. 아니오! 사양하겠소. 둘째 방과 왕자가 왕이 되었대. 왜 방원 왕자가 왕이 안 됐을까? 욕먹을까 봐 형을 억지로 앉힌 거 아냐? 둘째 방과 형이 아버지 태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어. 그러나 왕은 이름뿐이고 모든 힘은 내가 쥐고 있었지. 난 형 대신 왕 노릇을 한 거야. “쳇, 난 이게 뭐람. 나도 왕이 되고 싶다!” 어느 날 넷째 형 방간이 싸움을 걸어 왔어. 난 군사를 이끌고 가서 단숨에 물리쳤지. 드디어 왕이 된 난 경복궁 옆에 궁궐을 지었어. 바로 창덕궁이야. 이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지. ‘아버지는 함흥에서 잘 지내실까?’ 바라던 것을 다 이루고 나니 아버지가 떠올랐어. 아버지를 모셔 오려고 신하들을 보냈지. 그러나 한번 가면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 “어허, 또 함흥차사가 되었구나!” 이번엔 아버지를 꼭 모셔 와야 하는데, 느낌이 안 좋아. 왠지 한양에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감히 또 차사를 보내?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보여 주겠어. ‘나라를 굳건하게 세워야 해. 그러려면 왕의 힘이 강해야 하지.’ 난 골똘히 생각했어. “왕자들과 지위가 높은 신하들은 군사를 모두 내놓아라!” 그때까지만 해도 왕자나 지위 높은 신하들은 자기 군사를 가질 수 있었거든. 난 먼저 그것부터 막기로 했지. 오직 왕만 군사를 가질 수 있게 되자 다시는 형제끼리 싸우는 일도 없어졌어. 난 무슨 일이든 내가 맨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무엇이든 내 뜻대로 결정했지. 그러자 신하들의 힘이 저절로 약해졌어. ‘너무 내 멋대로만 하고 있나?’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바른말을 하는 신하들을 곁에 두었어. “전하, 사냥은 그만 하시옵소서!” 왜 사냥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냐? 백성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벼를 베라니! 임금님께서 사냥하러 오신대. 짐승 잡는다고 멀쩡한 수풀을 다 깎으라고? “그만 좀 이래라저래라 하시오!” 왕비 원경 왕후는 잔소리가 너무 심했어. 왕이 될 때 많이 도와주어 고맙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지. “왕보다 왕비의 힘이 셀 수는 없소.” 난 왕비의 남동생들을 잡아다 죽였단다. 나를 넘어서려는 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지. 정말 무서운 분이시군. 정말 억울합니다. 내 앞길을 막는 자는 용서할 수 없다! 내 귀한 동생들을 죽이려 하시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나라에는 질서가 있어야 해. “누가 세금을 안 냈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난 호패법을 만들었어. 열여섯 살이 넘은 남자들은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을 적은 호패를 차고 다니게 한 거야. 그러면 세금도 걷기 쉽고, 군대에 빠지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호패법. 호패는 그 사람의 이름, 직업, 계급 등이 적혀 있는 나뭇조각이에요. 태종은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무엇을 만들었을까? 신문고.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왕에게 하소연하기 위해 치는 북이에요. 저화. 닥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돈이에요. 돈을 찍을 수 있는 곳이 드물고 종이 질이 안 좋아 금방 없어졌어요. 호패는 내가 누구인지 나타내는 물건이에요. 16세가 넘은 남자는 누구나 호패를 차고 다녔어요. 계미자. 조선에서 제일 처음으로 만들어진 구리로 찍어 낸 글자예요. “나 혼자 나라 곳곳을 살피려니 힘들구나.” 난 조선을 8개의 도로 나눠 그곳에 나 대신 일할 사람들을 보냈어. 그리고 각 고을 수령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라고 했지. 백성들을 괴롭히는 못된 수령이 있으면 혼쭐내 주라고 말이야. 내게는 아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 셋째 충녕이 가장 똑똑했어. “맏아들은 아니지만 충녕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 충녕이 바로 세종 대왕이야. 세종은 기대만큼 나라를 잘 다스렸지. 난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듯 마음 편히 세상을 떠날 수 있었단다. 나 양녕은 공부 따윈 정말 싫어! 평생 신나게 놀면서 살 거야. 난 조선을 강한 나라로 만들고 싶어. 그래야 백성들이 잘살 수 있을 테니까. 나 효령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보다 부처님을 따르는 게 더 좋아. |
책 속에 답이 있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조선은 우리가 없으면 안 돼.” 높은 벼슬을 하는 훈구파들이 으스댔어. “우리는 공부나 합시다!” “훈구파들의 횡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소!” 사림들은 과거를 봐서 벼슬에 올랐어. 하지만 곧 훈구파에게 밀려나고 말았지. “조금 더 때를 기다려 봅시다.” 훈구파.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때 공을 세운 사람들의 자손으로 큰 힘을 갖고 있었어요. 사림. 고려에 대한 의리를 지켜 지방으로 내려간 사람들의 자손이에요. 어느 날, 신하들이 연산군을 쫓아내고 중종을 왕으로 앉혔어. 말만 왕이지 중종은 아무 힘이 없었지. 공신들 눈치를 보느라 왕비와도 헤어졌어. “연산군이 없앤 모든 법을 원래대로 되돌려라!” 중종은 나라를 바로 세우려 애썼지만, 공신들의 입김이 너무 세어 힘들었단다. 누구 덕분에 왕이 되셨는지 생각해 보세요. ‘공신들에게 계속 휘둘릴 수 없어.’ 중종은 성균관을 다시 열었어. 과거 시험을 치러 새로운 인재도 뽑았지. 중종은 똑똑하고 올곧은 조광조가 마음에 들었지. 왕도 정치를 주장하는 조광조, 그대가 참 마음에 드는군. 왕도 정치. 어질고 베푸는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에요. 아이고, 미안합니다. 제가 바빠서 그만. 아닐세. 내가 미처 못 봤네. 힘드시죠? 제가 밀어 드릴게요. 허허, 고맙구나! 조광조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어. 그러자 훈구파 신하들의 불만이 커졌지. “사림파가 우리를 소인배라 부른답니다.” “뭣이? 이런 괘씸한 자들이 있나!” 훈구파가 잔뜩 벼르고 있는데, 일이 터졌어. “공을 세우지도 않은 가짜 공신들의 땅과 노비를 빼앗아야 합니다!” 분해서 오늘 밤, 잠도 안 오겠군. 흐음, 사림파의 기세가 세졌다 이거지? 내 땅을 다시 내놔라! 나뭇잎을 본 중종의 얼굴빛이 달라졌어. 조광조가 왕이 될 거란 말인가? 전하, 나뭇잎에 쓰인 글씨를 보십시오! 이때를 놓칠세라 훈구파 신하들이 나섰어. “조광조가 역모를 꾸미고 있답니다!” 중종은 그래도 망설였어. “조광조를 잡아들여야 합니다.” “전하, 허락해 주십시오.” 중종은 결국 훈구파의 손을 들어 주었어. 역모. 왕의 자리를 탐내어 나라를 다스리는 힘을 빼앗으려 하는 것을 말해요. 감히 역모를 꾸며? 당장 잡아들여라! 우린 억울하다! 훈구파, 자네들이 꾸민 일이군.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리십시오!” 훈구파는 사림파를 모두 없애고 싶었어. “전하, 사약은 너무 심합니다.” 조광조를 감싸는 신하들도 있었지만, 중종은 끝내 사약을 내렸단다. “밝은 해가 세상을 굽어보고 있으니, 거짓 없는 내 마음을 환히 비춰 주리라!” 조광조는 시 한 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 조정에는 다시 훈구파가 들끓었어. “이제 다시 우리 마음대로 합시다.” 세상은 예전으로 돌아갔고, 나라도 어지러워졌어. ‘내가 왜 사약을 내렸던고.’ 중종은 조광조를 죽인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늦은 일이었지. 퇴계 이황이 세운 도산 서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석봉이 쓴 현판. 현판은 글씨를 새긴 나무판이에요. 건물 중앙에 한석봉이 쓴 ‘도산서원’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요. 투호. 화살을 항아리에 던져 넣어 승부를 가리는 놀이예요. 잃어버린 유건. 공부하던 유생들이 쓰던 모자예요. 서원 안이나 집 안에서만 썼고 거리에서는 쓰지 않았어요. 청려장. 퇴계 이황이 쓰던 지팡이예요. 명아주의 줄기로 만들어 가볍고 단단해요. 중종은 지방의 선비들이 공부할 수 있게 서원에 땅을 내려 주었어. 사림파는 서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백성들에게 향약을 널리 알렸지. 그 뒤로도 사림파는 훈구파에 의해 몇 번씩이나 공격을 당해야 했어. |
탕탕평평 나라 만들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전하, 경하드리옵니다!” 몸이 약했던 경종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이복동생인 영조가 왕이 되었어. 영조는 무수리였던 후궁의 아들이야. 영조의 어머니는 궁녀들 세숫물이나 떠다 바치는 궁궐 노비였어. 아무도 무수리의 아들인 영조가 왕이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지. 왕이 되었지만 영조는 그저 기쁘지만은 않았어. 신하들이 눈만 뜨면 편을 갈라 으르렁거리니 머리가 지끈거렸지. “전하, 형조 판서에 소론을 앉히다니 아니 되옵니다.” “능력 있는 사람한테 맡긴 게 뭐 잘못됐소? 노론이니 소론이니 따지지 마시오!” 영조의 말에 영의정은 얼굴을 찌푸렸어. ‘쳇, 누구 덕분에 왕이 되었는데?’ 편을 가르지 마시오! 노론 신하들이 영조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어. 노론, 소론 따지지 말라고? 무수리의 자식을 왕으로 만들어 준 게 누군데? 한편 소론 신하들은 기뻐했지. 형조 판서에 오른 걸 축하하오. 하하, 고맙소! 이제 우리 소론도 힘을 냅시다. 노론과 소론은 마주치기만 하면 다투었어. 왜 자꾸 눈을 흘기시오? 먼저 째려보니까 그렇지. 영조는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지. 계속 편을 나누려거든 벼슬을 내려놓으시오! 고민 끝에 골고루 인재를 뽑기로 결심했단다. 형조 판서는 소론! 병조 판서는 노론! 하지만 신하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았어. “소론을 물러나게 합시다!” “임금은 우리 손으로 세웠잖소!”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노론 신하들이 영조에게 우르르 몰려갔어. “전하! 어째서 큰 공도 없는 소론에게 높은 자리를 주십니까?” 그러자 영조가 버럭 화를 냈어. “모두 물러나시오!” 화가 많이 나셨네. “난 노론만의 임금이 아니오.” 영조는 신하들의 눈치 같은 건 보지 않았어.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랏일을 하도록 앞으로 탕평책을 펼칠 것이오.” 그 말에 한 신하가 납작 엎드렸어. “타, 타, 탕, 탕? 여하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제야 나라가 조용해졌구나.” 영조가 강력하게 탕평책을 펼치자 신하들은 더는 싸우지 못했어.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서로 미워했지만 나랏일은 고루 나눠서 하게 되었거든.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려나?” 백성들은 기대에 부풀어 환하게 웃었어. “좋다! 탕탕평평, 탕평책!” 앞으로 싸우지 맙시다. 서로 이해해야죠 하루는 영조가 신하들에게 물었어. “군대에 가지 않는 백성은 군포 두세 필을 내고 양반은 내지 않는데, 어찌 생각하오?” 또다시 신하들의 말다툼이 시작되었지. “양반도 군포를 내야 합니다.” “말도 안 되오. 양반과 백성은 다르오.” 그러자 영조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 “그럼 한 필만 내게 하면 어떻겠소?” 신하들은 그제야 다툼을 멈추었지. 저기에 내려놓으시오. 옷감을 한 필만 내면 된다니, 이게 꿈인가? 정말 기분이 좋구려. 하루는 영조가 몰래 한양 거리로 나갔어. “어쩌다 다리를 다쳤소?” 한 남자가 여자의 다친 다리를 천으로 묶고 있었지. “주인에게 바치는 무명이 모자란다고 사람을 때려 이렇게 만들었어요.” “정말 나쁜 주인이구려.”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도 우리 노비들은 굶주리며 살아야 하지요.” 흑흑, 너무 아파요. 어휴, 우리 신세가 이렇습니다.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때리다니. 영조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왔어. “노비들이 주인에게 바치는 무명의 양을 확 줄이도록 해라!” 영조는 언제나 백성들의 편이었지.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있으면 둥둥 신문고를 두드려 알리게 했어. 또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너무 끔찍한 벌은 주지 않도록 했단다. 백성들을 위해 한 일은 그뿐이 아니야. “청계천 물이 넘쳐 집들이 잠기었답니다.” “아이고, 저런! 당장 청계천에 쌓인 흙과 모래를 퍼내고 둑을 튼튼히 쌓도록 해라.” 영조 덕분에 백성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되었단다. |
안경잡이 임금님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난 사도세자의 아들이오!” 젊은 임금 정조의 말에 신하들이 움찔했어. 그 신하들은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죽게 만든 사람들이었거든. “하지만 지난 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소.” 신하들은 그제야 후유, 숨을 내쉬었어. 사도세자. 조선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예요. 노론의 해코지로 아버지인 영조의 미움을 사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했어요. 지난 일은 묻어 두겠소! 휴, 괜히 마음을 졸였나 봐. 그래도 조심해야겠군. “앞으로는 관리를 뽑을 때 출신도 부모도 묻지 않을 것이오.” 신하들이 술렁였어. “그럼, 서얼에게도 벼슬을 내리시겠다고요?” “아니 되옵니다!” 이러쿵저러쿵 반대가 많았지만, 정조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 “서얼도 조선의 백성이오.” 신하들이 쿵덕쿵덕 입방아를 찧었어. 정조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어. ‘신하들의 힘을 꺾지 않으면 왕실이 위험하겠구나.’ 정조는 정약용을 만나러 규장각으로 갔어. 규장각. 정조 때 만든 왕실 도서관이자 학문을 연구하던 곳이에요. 이대로 있다가는 왕실이 위험해지겠군. 정조는 정약용을 굳게 믿고 아꼈어. 정약용이 아직 성균관 유생일 때였지. 소과 시험이 열리자 많은 유생들이 시험에 참가했어. ‘오호, 이렇게 뛰어난 인재가 있다니!’ 정조는 비슷비슷한 답안지들 사이에서 뛰어난 답안지를 발견하고 무척 기뻐했어. 바로 스물두 살의 정약용이 낸 답안지였지. 그 뒤로 관직에 오른 정약용은 규장각에서 일하며 정조와 많은 일을 함께했어. 소과. 조선 시대 과거 시험 중에 생원, 진사를 뽑는 시험이에요. 소과에 합격해야 대과를 보고 관직에 오를 수 있었어요. 전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러자 신하들은 반대를 했고, 심지어 정약용조차 달갑지 않게 생각했어. 하지만 정조는 뜻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였어. 왕이 뜻을 펼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함부로 나섰다간 큰코다치겠군.’ 결국 반대만 일삼던 신하들도 몸을 낮추게 되었지. 우린 조용히 있어야겠어. 임금님은 우리가 지킨다! 화성을 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 가장 큰 문제는 무거운 돌을 쌓는 일이었지. 화성 짓는 일을 맡은 정약용은 끊임없이 노력했어. 백성들이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마침내 거중기를 만들었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기계이옵니다.” “오호, 힘도 덜 들고 시간도 덜 들겠구먼.” 정조의 눈이 반짝 빛났어. 오, 정말 획기적인 기계로구나! “아아, 피곤하구나.” 정조는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고는 기지개를 쭉 켰어. 궁궐로 돌아온 정조는 다시 열심히 일하고 책을 읽었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피울 틈이 없었거든. 안녕, 난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야. 아버지 사도세자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신 뒤 난 할아버지인 영조 임금 밑에서 자랐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지. 하지만 힘 있는 신하들은 내 편이 아니었어. 그래서 난 나와 뜻을 함께할 인재들을 길러 내기로 했지. 덕분에 난 마음이 맞는 신하들과 함께 조선의 낡은 제도들을 고쳐 나갈 수 있었어. 못마땅해하는 신하들도 있었지만 난 그런 신하들도 너그럽게 품어 주었어. 그래야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 1789년 현륭원에서 정조. |
제비 바위 선비의 꿈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옛날, 제비 둥지가 많은 바위 골짜기에 부지런히 농사지으며 사는 양반이 있었어. 양반의 이름은 박지원이라고 해. 박지원은 낮에는 땀 흘려 농사짓고, 밤에는 등잔불 밑에서 책을 읽거나 우습고 재미난 이야기를 썼단다. 박지원은 친구가 아주 많았어. 나이 많은 노인도, 가난한 총각도 마음만 맞으면 친구가 되었거든. “양반이 왜 아무하고나 어울리지?” 박지원을 보고 다른 양반들이 수군거렸어. 사람들이 뒤에서 흉을 보든 말든 박지원은 누구하고나 스스럼없이 어울렸어.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양반이 어떻게 아무하고나 어울릴 수 있지? 박지원은 생각이 앞선 사람들과도 친했어. 홍대용은 우주에 대해 잘 알았고, 박제가는 새로운 문물에 아주 밝았지. “공자 왈 맹자 왈 외우는 것은 학문이 아냐!”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해서 백성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박지원은 자나 깨나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했어. 하루는 홍대용이 박지원을 찾아왔어. 홍대용은 지구가 둥글고 하루에 한 바퀴씩 돈다는 것을 알려 준 친구였어. "얼마 전 청나라에 다녀왔네. 널찍널찍한 길에 수레가 다니더군." 홍대용은 청나라에서 보고 들은 신기한 것들에 대해 밤새 이야기했어. 박지원은 꼭 청나라에 가 보고 싶었지. 청나라에는 신기한 것들이 참 많다네. 난 언제쯤 청나라에 갈 수 있을까? 드디어 박지원에게도 기회가 왔어.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러 갈 건데 나와 같이 가지 않겠나?” 친척 형님이 청나라 사신으로 가면서 박지원을 데려가기로 한 거야. 청나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어. 하지만 박지원은 힘든 줄 몰랐어. 새로운 것들을 볼 생각에 들떠 있었거든. 청나라에서 돌아온 박지원은 친구들을 불러 모았어. “하루빨리 청나라의 앞선 문물을 배웁시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장사와 기술이 발달해야 나라가 튼튼해질 것이오.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등도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자고 했어. 이런 실학자들을 북학파라고 불러. 북학파들은 상공업을 중요하게 여겼어. 하지만 이익이나 정약용 같은 실학자들은 농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 “땅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가져야 해.” “농민들이 잘 살 수 있게 토지 제도를 바꿉시다.” 정약용은 농사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상공업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과 기계를 이용해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공업을 가리켜요. 토지 제도 땅을 이용하고 관리하며, 사고파는 것 등에 관련된 제도예요. 실학자들은 정조 임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 그러면 박지원이 꿈꾸었던 백성들이 잘사는 세상은 이루어졌을까?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어. 정조 임금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거든. 하지만 실학자들 덕분에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은 크게 발전했단다. 실학자들 중에는 나 김정호처럼 지리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어. 나 정약전은 우리나라 바다인 흑산도 주변에 사는 물고기를 연구하고 있어. 조선 시대의 학문은 일상생활과 거리가 멀었어. 그래서 백성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지. 관리나 양반들은 백성들의 형편을 헤아리기는커녕 오히려 못살게 괴롭혔어. 보다 못한 우리 실학자들이 백성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려고 나섰어. 어떤 실학자는 농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어떤 실학자는 발달한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지. 그런가 하면 조선의 역사, 지리, 국어, 자연 등에 관심을 기울인 실학자도 있어. 서로 주장은 달랐지만, 실학자들은 모두 백성이 잘사는 나라를 꿈꾸었지. 실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함께 알아볼까? 1800년 양양에서 연암 박지원. |
나도 양반이 될 테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최 서방은 벌써 모내기를 다 네.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순조 때 경상도에 살던 최 서방은 마을에서 으뜸가는 농사꾼이었어. 발 빠르게 모내기를 시작해서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하고, 가을이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곡식을 거둬들였지. 부지런히 일해야지. 난 언제 모내기를 끝낼 수 있을까? 참 부지런한 사람이군. 최 서방은 정말 대단해. 저 많은 걸 언제 다 했대? “남들이 논 한 마지기 모내기할 때 난 두 마지기 모내기하고, 남들이 밭 한 고랑을 매면 난 두 고랑을 매면 되지!” 최 서방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일했어. “저렇게 억척스러우니 부자가 되지.” 마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부러워했단다. “시장에 왔으니 집사람한테 뭘 사다 줄까?” 시장에는 탐나는 물건이 많이 있었어. “이게 좋겠군.” 최 서방이 노리개를 집으려는데, 옆에 있던 양반이 선수를 치지, 뭐야. “그 노리개 내가 사겠소.” 최 서방은 어쩔 수 없이 노리개를 양보했어. ‘쳇, 양반만 아니면 내가 사는 건데.’ 며칠 뒤 최 서방은 수레 가득 쌀가마니를 싣고 집을 나섰어.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운지 관아에서 부자들에게 공명첩을 판다는 소식이 들렸거든. 쌀가마니를 세어 본 이방은 이름도 없는 공명첩을 최 서방에게 내밀었어. “으하하, 나도 이제 양반이다!” ‘양반이 되었으니 슬슬 밖으로 나가 볼까?’ 최 서방은 뒷짐을 지고 걸었어. 그랬더니 모두 고개 숙여 인사하고 노비들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거야. “하하, 양반이 좋긴 좋군!” 최 서방은 침이 튀도록 호탕하게 웃었어. “흥, 무슨 양반이 저래?” 하지만 뒤에서는 숙덕숙덕 흉을 보았지. 하하, 기분이 참 좋군. 최 서방이 양반이 되다니, 참 별일이 다 있어. 저렇게 입으니 양반 같기는 하네. “아휴, 이거 못 해 먹겠어요.” 최 서방 부인이 투덜거렸어. “양반 부인은 함부로 나다니면 안 되고, 마음 놓고 떠들어도 안 된대요.” “나도 국밥 먹다가 트림 좀 했다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더라고.” 최 서방도 울상이었지. “양반 노릇을 배워야겠어.” 다음 날 최 서방은 사또를 만나러 갔어. “양반이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적은 걸세.” 종이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지. 그런데 이걸 어째! 최 서방은 글을 모르는걸. 이방은 글을 몰라 쩔쩔매는 최 서방에게 말했어. “급해도 뛰지 말고, 방귀도 뀌지 말고, 말할 때 침 튀기지 말고.” 어이쿠, 양반이 해서는 안 될 일이 이렇게나 많다니! 꼼꼼히 읽어 보고 잘 알아 두게나. ‘이거야 원, 양반도 못 해 먹을 노릇이군.’ 최 서방은 한숨을 푹푹 쉬며 장터에 왔어. 장에서는 탈놀이가 한창이었지. “에헴, 양반은 방귀를 이렇게 뀐다지.” 말뚝이는 방귀 뀌는 양반 흉내를 냈어. “뿌우우우우우우웅.” “깔깔, 양반도 방귀를 뀌네!” 구경꾼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어 댔단다. ‘나도 놀림당하는 거 아냐?’ 최 서방은 웃음거리가 된 양반이 떠올라 한잠도 못 자고 끙끙 앓았지. 날이 밝자 최 서방은 곧장 사또에게 갔어. “양반 노릇 그만하렵니다.” 사또가 놀란 눈으로 최 서방을 쳐다보았어. “그 좋은 양반, 댁들이나 실컷 하시오!” 최 서방은 방귀를 뿡뿡 뀌고, 트림을 꺽꺽 하며 부리나케 달려서 집으로 돌아갔단다. |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김갑돌이 누구냐? 군포를 받으러 왔다.” “갑돌이는 겨우 다섯 살인데요?” “어디서 말대답이냐! 김 영감 군포도 받아야겠군.” “우리 아버님은 십 년 전에 돌아가셨는걸요.” “시끄럽다! 여기 다 적혀 있어.” 글자를 모르는 농민들은 관리가 들이미는 장부를 끔뻑끔뻑 바라만 봤지. “세금 못 내면 노비 되는 거야!” 관리가 으름장을 놓았어. 순조 때 조선의 농민들은 정말로 살기 힘들었어. 돌무더기 땅에도 세금을 거두고 아예 없는 땅에 세금을 물리기도 했지. “양반들은 세금도 안 낸다는데...?” 힘 있는 양반들은 어마어마한 땅을 갖고도 세금을 안 내기도 했어. “봄에 빌려 간 쌀을 어서 갚아라.” “쌀이 온통 모래투성이였는데요?” 가난한 백성에게 빌려주는 쌀에 겨나 모래를 섞기도 했어. 심지어 억지로 빌려주고는 나중에 두 배로 받아 내기도 했단다. “에잇, 이렇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노비나 도둑이 되는 게 낫겠어!” “에헴, 양반 나가신다.” “아니, 저 양반은 밤톨 아비 아니야?” 사람들이 쑥덕거렸어. “밤톨이네는 돈 주고 양반 자리를 샀대요.” 순조 때는 나라에서 돈을 받고 양반 자리를 팔았거든. “누구는 돈이 많아서 양반이 되는데 우리는 먹을 쌀도 없으니, 원.” 가난한 농민들은 하나둘 땅을 버리고 떠났어. “평안도 광산에서 일꾼을 구한답니다. 거기 가서 금을 캡시다.” “다복동으로 가면 복이 쏟아진대!” 금이 난다고 소문난 다복동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평안도 사람 홍경래가 나서서 외쳤어. “우리는 굶어 죽게 생겼는데, 관리들은 눈도 꿈쩍 안 합니다!” “맞소, 관리들을 혼내 줍시다!” 태평소. 전쟁터에 나갈 때 연주하는 음악이 대취타예요. 대부분 타악기로 연주하는데 유일한 가락 악기가 태평소예요. 돌탑. 돌탑에 돌을 올려놓으며 가족이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어요. “농민들이 난을 일으켰대요!” 홍경래가 앞장선 농민군은 열흘 만에 고을을 열 군데나 차지했어. “농민군이 곳간을 열고 곡식을 나눠 주었대.” “평안도 사람은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봐.” 조선 시대에는 평안도 사람을 차별했어. 얼마 뒤 관군이 물밀듯이 밀려왔어. “고얀 놈들, 감히 나라에 대들다니!” 변변한 무기도 없고, 훈련도 받지 못한 농민군은 점차 힘이 빠져 갔어. “미안하지만, 난 이만 빠질게.” 목숨이 아까워 싸움에서 빠지는 사람도 하나둘 생겼지. “으앗, 성이 무너진다!” 넉 달 만에 관군은 정주성에 폭약을 터뜨렸어. 농민들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지. “홍경래는 어디로 갔소?” “모르오, 끌려가는 것만 보았소.” 농민들은 다시 숨죽이고 지내야 했어. 하지만 중요한 것을 깨달았단다. “언젠가 우리 농민의 힘을 보여 줄 거야!” 홍경래가 난을 일으킨 뒤 50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없었어. “굶주린 백성에게 빌려주어야 할 곡식을 사또와 관리들이 싹 쓸어 먹다니!” “태어난 지 사흘밖에 안 된 갓난아이 몫으로 세금을 내라고 합디다! 경상도 진주에서 백성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어. “관아로 가서 따집시다.” “흥!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게로구나!” 관아로 몰려온 농민들을 보고도 사또는 콧방귀만 뀌었어. 그러자 농민들은 더 화가 났지. “사또를 마을 밖으로 쫓아냅시다!” 일이 커질 듯하자, 나라에서는 그제야 농민들을 달래기 시작했어. “세금을 줄여 줄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 마침내 약속을 받아 낸 농민들은 집으로 돌아갔어. ‘우리도 할 수 있어!’ 마음속에 조그만 불씨 하나씩 품고서 말이야. 난 조선의 제23대 왕 순조란다. 겨우 열한 살에 왕이 되어 할머니 정순 왕후가 대신 나라를 다스렸지. 그러자 정순 왕후 집안사람들이 나랏일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했어. 그걸 두고 ‘세도 정치’라고 하더군. 그래서 조선의 백성들은 살기가 어려워졌어. 욕심 많은 관리들이 갖은 핑계로 세금을 거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난리에 전염병까지 돌았지. 그러자 참다못한 백성들이 들고일어났단다. 좋은 왕이 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야. 난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단다. 1832년 창덕궁 대조전에서 순조.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지자 여기저기서 백성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어요. 특히 오랫동안 차별을 받았던 평안도 사람들은 불만이 더 컸지요. 그러다 1811년에 홍경래가 앞장서 군사를 일으켰어요. 순식간에 여러 고을을 차지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관군에게 쫓겨 정주성에서 패배하고 말았지요. 홍경래의 난 이후에도 잘못된 세금 제도와 탐관오리들의 못된 짓은 여전했어요. 진주에서도 백낙신이 온갖 방법으로 백성들에게 곡식을 거두어 갔지요. 결국 수만 명의 농민들이 들고일어나 관청을 공격하여 탐관오리들을 벌주고 진주성을 차지했어요. |
문을 닫아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흥선군 이하응을 부르세요.” 자식이 없던 철종이 세상을 뜨자 왕실 최고 어른인 대왕대비가 말했어. “이하응? 그 제멋대로인 사람을요?” 대신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대왕대비에게는 다 생각이 있었지.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를 쥐락펴락하려면 똑똑한 왕은 필요 없었거든. 왕실. 임금의 집안을 말해요. 결국 이하응의 둘째 아들 명복이 왕의 자리에 올랐어. 아들이 왕이 되자 이하응은 흥선 대원군으로 불리게 되었지. 그리고 열두 살의 어린 아들을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어. “어라? 흥선 대원군이 나라를 잘 다스리네.” “어리숙한 줄 알았는데 조선을 싹 뜯어고치는군.” 흥선 대원군이 참 현명한 것 같소. 생각보다 조선을 잘 이끌고 계시는군. “이제부터는 양반에게도 세금을 걷으시오!” 흥선 대원군의 말에 양반들은 펄쩍 뛰었어.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 “서원을 없애라니, 조선은 선비의 나라가 아닙니까?” 나라를 좀먹고 있는 것들을 모조리 뜯어고쳤지. 나라의 창고는 넉넉해지고 백성들의 고통도 줄어들었어. “흥선 대원군이 성군일세!”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백성들은 흥선 대원군에게 실망하기 시작했어. “경복궁을 다시 짓는다고?” “창덕궁에 비가 샌대? 구들이 꺼졌대?” 경복궁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서 불평이 쏟아졌어. 하지만 흥선 대원군은 고집을 꺾지 않았지.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다시 지어 왕실의 힘을 내보이려고 한 거야. 경복궁을 튼튼하게 다시 지으시오! 새로 짓는 경복궁 공사장으로 가 볼까? 주작. 남쪽을 지키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커다란 새 모양을 하고 있어요. 경복궁 근정전 앞을 지키고 있지요. 당백전 들고 있는 사람. 당백전은 경복궁을 다시 짓기 위해 만든 돈이에요. 상평통보의 백 배라 해서 당백전이라고 해요. 아미산 굴뚝. 왕비가 생활하는 교태전 온돌방 밑을 지나 연기가 나가는 굴뚝이에요. 6각형 굴뚝 벽에는 박쥐, 봉황, 소나무 같은 무늬를 넣었어요. 기와에 깔린 일꾼. 경복궁을 지으려면 일손도 많이 필요했어요. 억지로 끌려 나와 일을 하는 일꾼들은 불만이 가득했지요. “힘없는 백성의 편은 없는 걸까?” 백성들은 다시 살기가 어려워졌어. “천주를 믿으면 임금도 신하도 양반도 천민도 똑같이 귀하답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천주교는 지치고 힘든 백성들을 달래 주었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천주교를 믿게 되었지. 여러분, 지친 마음을 하느님께 위로받으십시오! 다 같이 하느님을 믿읍시다. “서쪽 오랑캐의 꾐에 빠져 백성들이 제사도 지내지 않는답니다.” “뭐라고? 서양 귀신을 믿어?” 흥선 대원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 “천주교를 믿는 자들을 모조리 잡아 죽여라!”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어. 그중에는 프랑스에서 온 선교사들도 있었지. 이 소식은 프랑스 왕의 귀에도 들어갔어. “강화도에 이상한 배가 나타났습니다!” 이상한 배는 프랑스에서 보낸 것이었어. 선교사를 죽인 일을 따지러 온 거야. “고얀 놈들! 모조리 쫓아내라!” 흥선 대원군은 불같이 화를 내며 군사를 보냈어. 강화도로 건너가 삼랑성에 진을 친 조선군은 프랑스군을 모두 물리쳤지. 모두 가만두지 않겠다! “이상한 배가 또 쳐들어왔습니다.” 마음 놓고 있었더니 이번에는 미국 배가 나타났어. “오랑캐와 맞서 싸워라! 한 발짝도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 조선군이 온 힘을 다해 막아 내자 미국 배도 물러났지. 프랑스도 미국도 물러갔지만 흥선 대원군은 단단히 화가 났어. “서양 오랑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짓이다!” 흥선 대원군은 모든 백성에게 알리려고 비석에 글을 새겨 곳곳에 세웠어. 이 비석을 ‘척화비’라고 해 얼마 후 고종이 스무 살이 되었어. “조선은 이제 제가 다스리겠습니다.” 고종은 그동안 꼭꼭 걸어 잠갔던 나라 문도 열기로 했지. 고종 뒤에는 서양 문물에 호기심이 많은 명성 황후가 있었어. ‘나라의 문이 열렸으니, 오랑캐들을 어찌 막아 낼꼬.’ 흥선 대원군은 걱정이 앞섰지만, 고종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단다. 나라의 문을 열면 안 되는데. |
새야 새야 파랑새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녹두 훈장님!” 고부 마을의 한 초가집 마당으로 아이들이 소란스레 들어섰어. “녀석들, 콩 튀듯이 오는구나!” “히히, 훈장님이 콩이죠. 녹두 훈장님!” 몸집이 작아 녹두라 불려도 전봉준은 기분 좋게 허허 웃었어. 가난한 양반 전봉준은 늘 힘없는 백성들을 도우려 했지. 고부 마을 사람들은 못된 군수 때문에 하루하루 살기가 힘들었어. 힘들고 지쳐 화가 난 농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사발통문을 써서 이웃 마을에 돌렸어. 동학. 몰락한 양반인 최제우가 서학에 맞서 만든 종교예요.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내천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땅 갈고 밭 갈던 착한 농민들이 대나무를 깎아 죽창을 만들었어. 아직 바람이 차가운 1월의 밤이었지. “당장 쳐들어갑시다 !” 횃불을 높이 추켜든 전봉준이 앞장섰어. “전봉준 대장을 따르자. 녹두 장군을 따르자!” 천 명이 넘는 농민들이 관아로 쳐들어갔어. 에구머니나, 이게 웬 날벼락이야! 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관아로 쳐들어갑시다! 본때를 보여 주자! 군수는 벌벌 떨며 재빨리 도망쳤어. 그러자 나라에서 이 일을 처리할 관리를 내려보냈지.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새로 온 관리는 농민들을 더 괴롭혔어. “더 이상 참지 맙시다. 모두 뭉쳐서 싸웁시다!” 전봉준은 여러 지역으로 편지를 보냈어. 함께하겠다는 농민들이 점점 더 늘어났지. 아이고, 빨리 도망가자! 녹두 장군을 따라 고부 마을로 가 볼까? 죽창 만드는 농민. 죽창은 대나무를 깎아 만든 창이에요. 글 가르치는 전봉준. 몰락한 양반인 전봉준은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훈장님이었어요. 사발통문. 누가 우두머리인지 알지 못하게 하려고 사발을 엎어 원을 그린 다음 둘레에 이름을 써넣은 문서예요. “녹두 장군 만세! 농민군 만세!” 백성들은 동학 농민군을 두 팔 벌려 반겼지. 계속해서 동학 농민군에게 밀리자, 나라에서는 청나라에 도움을 청했어. 그러자 일본도 돕겠다며 군대를 보냈지 뭐야. 졸지에 조선은 남의 나라 싸움터가 되어 버렸어. 농민군은 싸움을 멈추기로 했어. “큰일 났어요, 녹두 장군님! 일본군이 경복궁으로 쳐들어왔대요.” 일본군은 청나라와 전쟁을 일으켜 우리나라를 손에 넣으려는 속셈이었지. 전봉준은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동학 농민들을 한데 모아야겠어!”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 그리고 멀리 황해도 농민들까지 똘똘 뭉쳤어.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던 전봉준은 일본군에게 붙잡혀 서울로 끌려와 처형당했어.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사람들이 녹두 장군을 그리워하며 부른 구슬픈 노래가 마음을 찡하게 해. |
나라를 넘긴 을사오적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1905년 늦가을의 어느 날, 일본의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가 한양에 도착했어. 대한 제국의 고종 황제를 만나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진짜 속셈은 따로 있었어. ‘청나라와 러시아를 이겼으니 이제 슬슬 조선을 차지해 볼까?’ 나의 원대한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토 히로부미는 고종을 만났어. “폐하, 일본 천황의 편지입니다.” 편지를 읽던 고종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어. 외교권을 일본에 넘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고종은 단칼에 거절했지. 조선은 일본의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며칠 시간을 드릴 테니 도장을 찍읍시다! 이토 히로부미가 협박하듯이 말했어. 며칠 뒤, 이토 히로부미가 다시 궁궐로 찾아왔어. “어서 도장을 찍으시오!” “이건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오. 대신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소.” 고종은 도장을 찍지 않고 머뭇거렸어. ‘흥, 언제까지 버티는지 두고 보자!’ 이토 히로부미는 입을 앙다물었어. 일본이 조선을 보호해 준다는데, 뭘 그렇게 망설이시오?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총칼을 든 일본 경찰이 궁궐을 에워쌌어.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 제국의 대신들을 불러 모았어. “난 찬성합니다.” 이완용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지. 그러자 한규설이 고래고래 소리쳤어. “외교권을 빼앗기면 대한 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오!” “청나라와 러시아를 이긴 일본이 우리를 지켜 준다지 않소?” 이완용이 능글맞게 맞받아쳤어. 일본이 우리를 지켜 준다는 말은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오! 대신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싸웠어. “이 조약은 반드시 맺어야 하오. 반대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다른 대신들의 반대에도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권중현, 박제순 다섯 명은 찬성을 밀어붙였어. 결국 대한 제국은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겼지. 이날 나라를 팔아먹은 다섯 명을 을사오적이라고 해.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어. “하루아침에 나라를 빼앗기다니! 억울하고 분하다!” “나라를 팔아먹은 다섯 명은 우리의 적이다!” 사람들은 나라를 잃은 슬픔에 땅을 치며 울부짖었어. “나라를 잃고는 살 수가 없구나!” 애국지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내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다! 나라를 잃고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애국지사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사람이에요. “을사늑약, 결사반대!” “일본군을 쫓아냅시다!” 화가 난 백성들은 일본군에 맞서 싸웠어. 하지만 을사조약은 취소되지 않았지. 일본은 오히려 대한 제국의 일에 더 시시콜콜 간섭했어. “황제가 서명하지 않은 조약은 무효다!” 고종은 억울한 사정을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기로 했어. 때마침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국 평화 회의가 열렸지. 고종은 이상설, 이준, 이위종을 보냈어. “이 일을 세상에 꼭 알려야 하오.”하지만 일본의 방해로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어. “감히 우리가 한 일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해?” 일본은 고종을 황제 자리에서 내쫓았어. 우리의 억울함을 들어 주십시오! 을사조약은 강제로 체결되었고, 황제가 인정한 조약이 아닙니다! 을사조약은 의미가 없습니다! 한편 이완용과 송병준 등은 일본 편에 붙어서 굽실거렸어. “이참에 우리는 일본과 합쳐야 합니다.” “하하, 좋지요!” “일본과 우리나라가 하나가 되면 어떨까요?”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오!” 일본 통감은 무릎을 치며 기뻐했어. 일본은 1910년 8월 22일에 총리대신 이완용에게 문서를 내밀었어. ‘대한 제국과 일본을 합한다.’는 내용이었지. 이게 바로 <한일 병합 조약서> 야. 이완용은 냉큼 조약서에 도장을 찍었어. 이렇게 우리나라는 식민지가 되어 일본의 지배를 받는 신세가 되었단다. |
버선 속에 꼭꼭 숨겨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쏜 뒤였어. 길에서도 학교에서도 총칼을 찬 일본 경찰들이 우리를 감시했지. 하루는 운동장에서 공치기 놀이를 하는데 언니들이 날 부르더니 속삭였어. “어떤 여학생이 보따리를 주면 받아서 곧장 지하실로 오렴.” "보, 보따리요?" "누가 따라오지 않게 몰래 와야 한다!" “이보오, 언니들!” 큰 소리로 불렀지만 언니들은 휙 바람처럼 사라졌어. ‘보따리? 무슨 보따리지?’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누가 뒤에서 불렀어. “화벽아, 안녕?” 아이코, 깜짝이야! 돌아보니 보따리 든 여학생이 생긋 웃고 있지 뭐야. “조금 이따 지하실에서 만나.” 여학생은 보따리 하나를 안겨 주고는 서둘러 가 버렸어. 난 엉겁결에 보따리를 받아안고 지하실로 달려갔지. "어머나, 이 보따리구나." "넌 잘할 수 있어!" ‘보따리 안에 뭐가 있는 걸까?’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두컴컴했어.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서 똑똑 문을 두드렸어. “계세요?” "왜 이렇게 컴컴하지? 너무 떨려." “쉿, 어서 들어오렴.” “이게 다 뭐예요?” 지하실 안에는 커튼을 자른 천 조각들과 물감 묻은 사발이 널려 있었어. “혹시 누가 쫓아오지 않았니?” 난 고개를 가로저었어. “바람처럼 쌩 뛰어왔는걸요.” “아주 잘했어. 이 일은 아무한테도 들키면 안 돼.” “화벽아, 보따리 안에 든 것을 꼭꼭 숨겨라.” “보따리 안에 뭐가 있는데요?” “우리가 꿈꾸는 것이 들었지.” "화벽아, 학교에서 총칼을 찬 선생님을 보았지?" "우리말 대신 일본말과 일본 역사를 가르치니 화가 나요!" "어제는 경숙이네 땅을 빼앗아 가 버렸대요." “독립 만세를 힘껏 외치면 곧 독립이 될 거야.” “그럼 나도 함께할래요!” 난 나라를 되찾을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졌어. "일본이 우리나라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어." "말도 안 돼! 잘못 없는 사람들을 왜 잡아가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대한 독립 만세를 크게 외치려고 해." 난 신고 있던 버선을 벗었어. 그러고는 버선목의 실밥을 터서 독립 선언서를 속에 감추고 다시 꼼꼼하게 꿰맸지. "이렇게 하면 아무도 모를 거야!" "화벽아, 정말 대단해!" 고향에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어. “다들 빈집에 모여 있겠지?” 날씨도 쌀쌀한 데다 두려움까지 더해져 몸이 오들오들 떨렸어. "왜 이렇게 춥지? 친구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때였어. “화벽아! 여기야, 여기!” 두 팔을 벌린 채 환히 웃고 있는 탁수와 친구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지. "화벽아! 여기야, 빨리 와!" “벌써 와 있었구나!” 고향 친구들 얼굴을 보니 얼마나 반갑고 든든하던지! 우리는 이내 빈집에 둘러앉아 밤이 꼬박 새도록 태극기를 그렸단다. 날이 밝자 우리는 마을로 내려갔어. 그리고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건네주었어. 난 장터 한가운데서 큰 소리로 외쳤어.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
내 이름은 히라누마가 아니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윤동주는 멀리 만주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태어났어. 일본이 강제로 우리나라를 빼앗고 마음대로 다스리던 무렵이지. 윤동주의 어릴 적 이름은 '해환'이었는데 말 그대로 해처럼 빛나는 소년이었단다. 나랑 같이 놀자니까? 왜 이리 도망가는 거야? 메롱! 너 놀리는 게 제일 재미있어! 너 자꾸 이러면 진짜 화낸다! 하지만 세상은 어둡고 답답했어. 일본이 점점 더 욕심을 부리며 우리 민족을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야. 윤동주네 가족은 일본군을 피해 용정으로 이사를 했어. 얼마 안 있어 학교도 옮겨야 했지. 신사 참배를 안 했다는 이유로 학교가 문을 닫았거든. '난 일본 신 따위에게 절하지 않겠어!' 윤동주는 일장기를 노려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어. 나 윤봉길은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 장교에게 폭탄을 던졌지. 나 이봉창은 일본 왕에게 수류탄을 던졌어. 동주야, 난 군인이 되어 일본과 싸울 거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나도 이봉창, 윤봉길 의사처럼 일본과 맞서 싸울 테야." 윤동주의 소꿉친구였던 사촌 송몽규는 군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어. '군인이 되어 총칼 들고 싸우고 싶지는 않아. 그럼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윤동주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지. "뭐라고? 우리가 일본 국민이라고?" 중국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일본은 아예 우리가 일본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 한글을 못 배우게 하고 일본 말만 쓰게 하면서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꾸게 했지. 만약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아예 없는 사람처럼 대했단다. 김영희? 이름을 안 바꿨으니 넌 입학 못 해! 구로야마 즈미아키는 일본 이름으로 바꿨으니 입학! 너 이름 안 바꿨지? 회사에서 당장 나가! 박덕분은 기차에서 내려! 김 머시기? 그런 사람은 없는데. "이광수가 가야마 미쓰로가 되었다며?" "일본의 앞잡이가 되었구먼!" 이광수 우리나라 근대 문학을 개척한 소설가예요. 그러나 일제 강점기 말기에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손가락질 받았어요. 귓속말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하나둘 앞장서서 일본 이름을 쓰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크게 실망했어. '우리글을 써서 유명해진 사람이 나라에 등을 돌리다니!' 대학생이 된 윤동주는 괴로운 마음을 꾹꾹 눌러 시를 써 나갔단다. 내선일체 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뜻이 참 인상적인데, 관련된 소설을 써 볼까? 이광수 소설가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실망이야. "이 시집을 보관해 줄래?" 윤동주가 후배 정병욱에게 시집 원고를 내밀었어. 그 속에는 윤동주가 쓴 시가 담겨 있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제목이 참 아름다워요." "나중에 책으로 낼 거니까 잘 간직해 두렴. 난 곧 일본으로 떠날 거야." 봄이 되자 윤동주는 대학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단다. "히라누마 도슈!" 일본인 교수가 출석을 불렀어. 일본에서 살기 위해 윤동주는 할 수 없이 히라누마 도슈로 이름을 바꿨지. 일본 이름을 써야 하는 가슴 아픈 마음을 윤동주는 글로 남겼단다. '내 이름을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렸습니다.' 윤동주는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뎠어.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헉! 벌써 출석 확인을 하네. 몰래 들어가야겠다. "히라누마 도슈가 누구냐?" 방학을 맞아 고향 집에 가려고 짐을 싸던 윤동주는 일본 경찰에게 붙잡혔어. "네가 조선 유학생들을 모아 놓고 민족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었다며?" 윤동주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잡혀갔어. "2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라. 당장 후쿠오카 형무소로 보내시오!" 판사가 망치를 땅땅 내리쳤단다. 후쿠오카 형무소에는 윤동주의 사촌 송몽규도 잡혀 와 있었어. 두 사람은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단다. 그리고 감옥에 간 지 일 년 만에 차례로 숨을 거두고 말았지. 감옥에서 쓸쓸히 눈을 감으며 윤동주는 되뇌었어. "난 히라누마 도슈가 아니야. 난 조선의 시인 윤동주야." |
엄마가 보고 싶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일제 강점기에 우리는 무척 힘들게 살았어. 그러던 어느 날 기쁜 소식이 들려왔어. 핵폭탄을 맞은 일본이 항복을 한 거야. 드디어 광복을 맞이한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 “드디어 광복이 되었다!” “만세,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어린 순덕이도 두 손을 번쩍 들고 외쳤어. “순덕아,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구나.” “엄마, 이제 우리도 자유로워지는 거죠?” 광복이 되자, 일본군에 끌려갔던 아빠가 무사히 돌아왔어. “아빠, 다시는 아무 데도 가지 마세요!” “그래! 앞으로는 꼭 함께 살자꾸나.” 아빠와 순덕이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어. 순덕이는 좋아서 폴짝폴짝 뛰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 옆집 영희 언니와 뒷집 만수 오빠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거든. 가족을 잃은 이웃들은 웃음을 잃었단다. 크르릉, 크르릉! 탱크가 거리에 가득해. 사람들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구해 준 은인이래. “아빠, 미국이 안 도와줬으면 우리는 독립을 못 했어요?” “미국이 도와준 건 맞아. 그러나 우리 힘으로도 독립할 수 있었을 거야.” “어떻게요?” 아빠는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3.1 만세 운동을 일으켜 우리나라가 자주 독립국임을 세상에 알렸어.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세워 나라를 되찾으려 했지. 일본 천황을 없애려고 목숨 걸고 폭탄을 던지기도 했어. 독립군을 훈련시켜 독립 전쟁을 준비했어. 광복 첫해 겨울 어느 날, 신문을 보던 아빠가 부들부들 떨었어. “말도 안 돼! 우리나라를 세우는 게 아니라 미국, 소련, 영국, 중국이 대신 다스리겠다고?” “38도선을 그어 우리나라를 둘로 나눌 때부터 이상했어요.”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 “신탁 통치 반대! 신탁 통치에 반대한다!” 대문 밖에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어. 순덕이는 갑자기 겁이 덜컥 났어. 남한에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지고,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으로 뽑혔어. 그러나 나라는 여전히 어수선했지. “여보, 큰일 났어요! 북한도 따로 정부를 세웠대요.” “그럼 이제 38도선을 못 넘겠군. 어머니와 형님네를 빨리 모셔 와야겠어.” 아빠는 그길로 북쪽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큰아빠 가족을 데려오려고 집을 나섰어. 그것이 순덕이가 본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었지. 우리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뉘고 얼마 뒤 북한군이 쳐들어왔어. 6.25 전쟁이 일어난 거야. 순덕이는 남동생 순남이를 업고 엄마와 피난을 떠났어. 막 한강 다리를 건넜는데 누군가 소리쳤어. “북한군이 못 넘어오게 한강 다리를 부순대요!” 그러자 정말로 쾅쾅 폭탄이 터지더니 한강 다리가 와르르 무너져 버렸어. “엄마! 엄마!” 애타게 불렀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단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순덕이와 순남이는 부산 피난촌에서 구걸을 하며 겨우겨우 지냈어. “맥아더 장군이 인천으로 상륙해서 북한군을 물리쳤다는구나!” 같이 피난 온 이북 할머니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어. “누나, 엄마 보고 싶어.” “그래, 엄마 보러 집에 가자!” 순덕이는 서울 쪽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 전쟁은 금방 끝나지 않았어. 중국군이 끼어들면서 남한군이 다시 밀렸거든. 그새 이북 할머니의 아들이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왔어. “넌 아저씨가 무섭지 않니?” 덕만 아저씨가 번쩍이는 쇠갈고리 손을 추켜올렸어. “아저씨 손은 무섭지 않아요. 저는 전쟁이 무서워요!” 3년 넘게 계속된 전쟁이 마침내 멈추었어. “안 돼! 이대로 전쟁이 끝나면 우리나라는 둘로 갈라진다고!” 이북 할머니와 덕만 아저씨는 땅을 치며 울었어. “아저씨, 전쟁이 끝나야 엄마를 찾으러 가죠.” 순덕이도 하나인 나라가 좋지만, 전쟁은 싫었던 거야. 결국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나뉘었어. 수많은 사람이 고향과 가족을 잃고 이산가족이 되었단다. 전쟁이 끝나자 순덕이와 순남이는 덕만 아저씨를 따라 서울로 돌아왔어. “집이며 공장이며 무엇 하나 남아난 게 없구나!” “엄마, 엄마!” 순덕이는 집이 있던 자리에서 큰 소리로 외쳤어. 그때였어. 멀리서 엄마가 절름거리며 다가오는 거야. “얘들아, 모두 무사했구나!” 순덕이와 엄마는 얼싸안고 떨어질 줄 몰랐단다. |
한눈에 펼쳐 보는 연표책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70만 년 전부터예요. 이때부터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할 때까지를 ‘선사 시대’라고 해요. 처음에는 돌을 깨뜨리거나 갈아서 만든 도구를 쓰다가 나중에는 청동을 녹여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고조선은 청동기 시대에 단군왕검이 세운 첫 나라예요. 땅 위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어요. 도구와 함께 발전한 선사 시대. 마을을 이루고 산 고조선 사람들 도구와 함께 발전한 선사 시대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열매를 따서 먹거나 사냥을 해서 먹었어요. 그래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무리 지어 동굴에서 살았지요. 이때는 돌을 깨뜨려서 만든 뗀석기를 사용했어요. 신석기 시대에는 사납고 큰 동물 대신 작은 동물이 많아지고 기후도 따뜻해졌어요. 사람들은 한곳에 움집을 짓고 머물러 살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이때는 돌을 갈아서 만든 간석기를 사용했어요. 마을의 우두머리가 죽으면 큰 돌을 올려 돌무덤인 고인돌을 만들었어요. 청동을 불에 녹여 여러 모양의 도구를 만들었어요. 마을 바깥에는 울타리를 두르고, 적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 망루를 세웠어요. 풀과 나무를 엮어 집을 짓고, 울타리를 쳐서 가축을 길렀어요.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우리 민족이 처음 세운 나라인 고조선이 멸망할 때까지의 주요 사건들이에요. 구석기 시대 시작.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어요. 신석기 시대 시작. 돌을 갈아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어 썼어요. 고조선 건국. 단군왕검이 우리 민족 최초로 나라를 세웠어요. 청동기 문화 보급. 청동기 문화가 널리 퍼졌어요. 신분이 나뉜 신라 사람들. 신라에는 골품제라는 독특한 신분 제도가 있었어요. 신분에 따라 옷의 색깔이나 집의 크기가 정해졌지요. 귀족들은 큰 기와집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어요. 일반 백성들은 흰옷을 입고 보리, 조, 수수 같은 잡곡을 먹었어요.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나라의 모습을 새롭게 갖추는 동안, 압록강 북쪽 고구려의 옛 땅에는 대조영이 흩어져 있던 고구려 유민들을 모아 발해를 세웠어요. 발해는 계속해서 힘을 키워 나갔고, 220여 년 동안 만주와 한반도 북부 지역을 무대로 크게 발전했어요. 나라를 안정시킨 통일 신라 역시 정치와 경제를 발전시키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지요. 이렇게 북쪽의 발해와 남쪽의 통일 신라로 나뉘어 있던 때를 ‘남북국 시대’라고 해요. 투박하면서도 힘찬 발해 문화. 발해의 도읍이었던 상경성 모습이에요. 상경성은 당나라 장안성을 그대로 본떠 만든 계획도시로, 발해의 강한 힘을 엿볼 수 있어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때부터 발해가 멸망한 때까지의 주요 사건들이에요. 통일 신라와 발해가 있었고, 뒤에 후백제와 후고구려가 생겨났어요. 신라, 전국을 9주 5소경으로 나눔. 신문왕은 통일 후 넓어진 땅을 새롭게 정리했어요. 발해 건국.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들을 모아 발해를 세웠어요. 발해, 당나라 등주 공격. 발해는 옛 고구려 땅보다 넓은 땅을 갖게 되었어요. 신라, 청해진 설치.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우고 해적을 없앴어요. 후백제 건국. 지방에서 힘을 키운 견훤이 완산주에 후백제를 세웠어요. 어느 봄날, 농부의 집. 따뜻한 봄날, 조용하던 집에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고양이가 몰래 병아리를 낚아채 달아난 거예요. 농부는 고양이를 잡으려다 마루에서 굴러떨어지고, 아내는 놀라 뛰어나오고, 어미 닭은 꼬꼬댁 꼬꼬 울기만 하지요. 빨래도 하고 머리도 감던 빨래터. 아낙네들이 개울가에 모여 방망이질을 하며 빨래를 하고 있어요. 빨래를 하고 나면 머리도 감고, 수다도 떨며 잠시 쉬어 갔지요. 바위 위에 아낙네들을 몰래 훔쳐보는 엉큼한 양반도 보이네요. 가을날 타작마당의 농부와 양반. 가을날, 농부들이 타작을 하고 있어요. 넓적하고 긴 통나무 위에 볏단을 힘껏 내리쳐서 벼를 터는 거예요. 농부들은 옷도 풀어 헤치고 힘들게 일하는데, 그 옆에서 비스듬히 누워 소작인을 관리하는 마름 좀 보세요. 고종은 외국의 앞선 문화와 제도 등을 받아들여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자 했어요. 강화도 조약 이후 일본과 서양에서 다양한 문물이 들어와 조선은 큰 변화를 맞이했어요. 그러나 일제의 침략에 대비하지 못하고 나라를 빼앗기는 비극을 겪어야 했지요. 일제는 우리 민족을 탄압하고 많은 것을 빼앗아 갔어요. 수많은 사람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해 마침내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했어요. 한양에 가 보자.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때 보신각 앞을 지나던 전차예요. 이 전차는 청량리와 서대문 사이를 오가던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교통이었지요. 양반이 타는 상등 칸과 일반 사람이 타는 하등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한 칸에 40명 정도 탈 수 있었어요. 석조전은 덕수궁 안에 지어진 최초의 근대식 건물이에요. 고종이 잠시 지냈던 곳으로, 유럽식 궁전 모양을 하고 있어요. 강화도 조약 이후부터 광복 전까지의 주요 사건들이에요. 일본과 서양의 근대 문물이 들어오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아픔을 겪기도 했어요. 임오군란. 신식 군대인 별기군과 차별 대우를 받자 구식 군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켰어요. 갑신정변. 김옥균, 박영효 등 개화파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며 개혁 운동을 일으켰어요. 갑오개혁. 실시 조선 정부는 나라의 낡은 제도를 새롭게 고쳤어요. 동학 농민 운동. 동학 교도를 중심으로 한 농민들이 관리의 횡포와 외세 침략에 맞서 싸웠어요. 을미사변. 일본 공사 미우라의 주도로 일본 자객들이 경복궁에 들어 가 명성 황후를 시해했어요. 대한 제국 선포. 고종은 나라 이름을 ‘대한 제국’으로 바꾸고 개혁을 펼쳐 나갔어요. 을사조약 체결. 일본이 대한 제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았어요. 한일 병합 조약. 일본은 대한 제국의 모든 권리와 우리 민족의 자유를 빼앗았어요. 3.1 운동. 온 국민이 들고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 만세를 외쳤어요. 8.15 광복.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했어요. 광복을 맞아 우리 겨레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곧 남북으로 분단되었어요. 1948년 8월 15일, 남한에서는 대한민국이 세워졌어요. 온 국민의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민주화도 이루어 냈어요. 그러나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으로 빈부 격차가 크고, 환경 오염과 통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이 남아 있어요. 서울, 60년 동안의 변화. 1954년 서울 중구. 1954년 서울 중구의 모습이에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거리에 차가 거의 없는 대신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여요. 1970년 서울 거리. 1970년 서울 거리예요. 학생들의 교복과 건물의 간판, 버스 정류장 등이 지금과 많이 다른 모습이에요. 1988년 서울 올림픽. 1988년에는 서울에서 올림픽 경기 대회가 열렸어요. 세계 160여 개 나라가 참가해 멋진 경기를 펼쳤어요. 1995년 삼풍 백화점. 1995년 6월에 서울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는 일이 벌어졌어요. 1970년 서울 거리. 1974년에 개통된 서울 지하철은 세계의 본보기가 되었어요. 과도한 개발 경쟁이 불러온 끔찍한 사고였어요. 2007년 서울 지하철. 2007년 서울 지하철 2호선 모습이에요. 현재 서울 모습. 지금의 서울 모습이에요. 서울의 화려한 밤 풍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해요. 1945년 8.15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주요 사건들이에요. 6.25 전쟁을 겪고 난 뒤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가 되었어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총선거를 통해 38도선 남쪽에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졌어요. 6.25 전쟁. 북한이 남한을 힘으로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어요. 4.19 혁명. 이승만의 독재에 항의하여 국민들이 시위를 벌였어요. 5.16 군사 정변.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힘으로 정권을 잡았어요. 5.18 민주화 운동. 전두환과 군사 정부의 탄압에 맞서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어요. 6월 민주 항쟁.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났어요. 서울 올림픽. 제24회 올림픽 대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세계에 알렸어요. 외환 위기. 외환 부족으로 국제 통화 기금의 지원을 받았어요. 남북 정상 회담.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회담을 가졌어요. APEC 정상 회의.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을 위해 부산에서 회의를 열었어요. G20 정상 회담.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 회의가 열렸어요. |
역사 문화 탐구장2 역사 보물지도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국가의 기틀을 다진 남북국 시대. 남북국 시대란 남쪽의 통일 신라와 북쪽의 발해로 이루어진 시기를 말해요. 삼국을 통일한 통일 신라는 더 이상 작고 힘없는 나라가 아니었어요. 대동강 남쪽의 넓은 영토와 많은 백성을 거느린 큰 나라가 된 거예요. 이 무렵 북쪽에 발해가 세워지면서 한반도에 남북국 시대가 열렸어요. 통일 신라는 정치와 경제를 발전시키며 우수한 문화를 꽃피웠어요. 발해는 고구려의 후예임을 내세워 힘을 키워 나갔어요. 삼국 시대. 기원전 57년 신라가 세워진 뒤 뒤를 이어 고구려, 백제가 생겼어요. 남북국 시대. 676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북쪽에는 고구려를 이어받은 발해가, 남쪽에는 통일 신라가 있었어요. 후삼국 시대. 900년 견훤이 세운 후백제, 901년 궁예가 세운 후고구려, 통일 신라가 힘을 겨루던 시대가 열렸어요. 통일 신라는 불교의 나라예요. 원래는 왕족과 귀족들만 부처님을 믿었지만, 원효 같은 승려들의 노력으로 신라 전체에 불교가 퍼졌지요. 그 뒤 신라에는 불교문화가 찬란하게 꽃피게 되었어요. 신라에는 서울이 다섯 개 있었다? 통일 신라는 전국을 9개의 주로 나누고 5소경을 두었어요. 한주 삭주 명주 웅주 전주 상주 강주 양주 무주 북원경 중원경 서원경 남원경 금관경. '소경'은 '작은 서울'이라는 뜻이에요. 신라의 도읍지인 금성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전국 방방곡곡 작은 지방까지 잘 살펴볼 수 있게 전국에 왕족을 보내 다스리게 했어요. 군사 제도는 9서당 10정으로 바꾸었어요. 9서당은 신라의 수도와 왕궁을 지키던 군대이고, 10정은 각 지방을 지키던 군대예요. 통일 신라는 누가 다스렸을까? 통일된 신라에는 당나라를 몰아내고 완전한 통일을 이루게 했던 문무왕부터 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성덕왕, 귀족들과 대결하며 신라를 다스렸던 경덕왕 등 여러 왕들이 있었어요. 이들 신라의 왕들은 통일 신라가 운명을 다하는 그날까지 나라의 기틀을 다져 나가며 나라를 발전시켰어요. 문무왕. 김유신과 함께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삼국 통일을 이룩했어요. 삼국 통일 후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힘썼고, 죽어서도 바다의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기 위해 바다에 묻혔어요. 신문왕. 문무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신문왕은 귀족들의 반란을 진압하여 왕권을 강화하고 국학을 설립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여 나라를 안정시켰어요. 성덕왕. 신문왕의 아들로, 왕권을 강화하여 정치를 안정시켰어요. 또한 당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신라의 국제적 지위를 드높이고, 국가 경제를 튼튼하게 하여 신라의 전성기를 이루어 냈어요. 경덕왕. 성덕왕의 셋째 아들로 왕위에 오른 뒤 끊임없이 귀족 세력과 대결했어요. 경덕왕은 왕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귀족들의 힘이 커지면서 신라는 점점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되었어요. 고구려의 후예가 세운 발해. 발해는 어떤 나라였을까? 어디에 세워졌나 옛 고구려 땅. 첫 임금님은 대조영. 발해의 지배층은 고구려인. 도읍은 동모산 중경 현덕부 상경 용천부 동경 용원부 상경 용천부. 발해 문화의 바탕은 고구려와 당나라의 문화. 종교는 불교. 언제 멸망했나 926년. 무슨 농사를 지었나 밭농사를 주로 지음. 발해가 무역을 한 나라는 당나라와 일본. 발해는 어떻게 해동성국이 되었을까? 발해는 신라로 가는 길과 당나라로 가는 길, 일본으로 가는 길 등 여러 방향으로 길을 냈어요. 그 길을 따라 여러 나라의 상인과 사신들이 교류하며 무역을 했어요. 당나라는 발해를 '해동성국'이라 불렀어요. 바다 동쪽에 있는 발전된 나라라는 뜻이지요. 하지만 이처럼 강했던 발해도 당나라를 멸망시킨 거란의 침입으로 무너지고 말았어요.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발해의 문화. 발해는 여러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발해만의 독특한 문화로 만들었어요. 연꽃무늬가 새겨진 막새기와와 거대한 석등과 석불, 정효 공주 무덤의 벽화, 온돌 등은 고구려의 문화를 닮았고, 상경성의 구조와 정효 공주 무덤의 벽돌 구조 등은 당나라의 문화를 닮았으며, 주둥이가 두 겹인 그릇은 말갈족의 문화를 닮았어요. 왼쪽은 발해의 수막새, 오른쪽은 고구려의 수막새야. 많이 비슷하지? 온돌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 방바닥을 덥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 장치로 고구려의 문화를 이어받은 것이에요. 상경성. 발해의 전성기 때 도읍지인 상경성은 당시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을 본떠 만들었어요. 상경성은 미리 설계하고 세운 계획도시로 남북으로 넓은 도로를 만들고 그 안에 궁궐과 사원을 세웠어요. 상경성은 당나라의 넓은 도로를 본떠 만들었어. 정효 공주 무덤. 발해 제3대 문왕의 넷째 딸인 정효 공주의 무덤이에요. 무덤 내부는 당나라식으로 벽돌을 쌓아 만들고, 천장은 고구려식으로 기다란 돌을 계단처럼 쌓았어요. 벽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옷차림을 알 수 있어요. 발해 백성들은 집단 무용인 답추를 즐겨 추었어요. 말갈족이 사용하던 도기의 영향을 받은 발해의 그릇이에요. 발해는 고구려가 멸망한 뒤, 흩어진 고구려 사람들과 말갈족을 모아 땅을 넓히고 나라의 기틀을 세웠어요. 그 뒤 상경성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와 교역을 펼치며 다양하고 세련된 문화를 발달시켰어요. 발해 백성들은 집단 무용인 답추를 즐겨 추었어요. 말갈족이 사용하던 도기의 영향을 받은 발해의 그릇이에요.발해는 상경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의 사신과 상인들이 길을 오가며 교류를 했어요. 수막새 기와. 고구려 기와의 영향을 받은 발해의 연꽃무늬 기와예요. 치미. 지붕 용마루의 양쪽 끝에 사용하는 기와로, 사납고 용감한 느낌과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동시에 주고 있어요. 대조영. 고구려가 멸망한 뒤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고 발해를 세웠어요. 돌사자상. 발해 제3대 왕인 문왕의 둘째 딸 정혜 공주의 무덤에서 나온 돌사자상이에요.이불 병좌상. 석가모니불과 다보불을 나란히 앉혀 놓은 불상으로, 중국 지린성 훈춘현 반라성지에서 출토되었어요. 석등. 상경성 절터에서 나온 높이 6미터의 석등으로, 현무암으로 만들어졌어요. 어지러운 후삼국 시대. 후삼국 시대란 통일 신라 말기의 신라와 후백제, 후고구려가 서로 힘을 겨루던 시기를 말해요. 통일 신라 말기에 나라가 혼란스러워지자 백성들은 봉기를 일으켰고 지방의 호족이었던 견훤이 후백제, 승려였던 궁예가 후고구려를 세웠어요. 후삼국은 각 나라의 위치를 다져 나가며 서로 맞섰어요. 최초의 농민 봉기.누가 일으켰나 원종과 애노. 어디서 사벌주, 지금의 상주. 왜 나라에서 세금을 과하게 걷자 반발하여 일어남. 결과는 농민들의 저항이 확대됨. 신라 말기 새로운 호족 세력. 호족이란 신라 말기에 지방에서 부와 권력을 누리던 세력. 대표적인 호족은 견훤, 궁예, 왕건 등. 세력을 키운 이유는 중앙 권력의 간섭에서 벗어나려고. 백제의 번영을 꿈꾼 후백제. 후백제는 어떤 나라였을까? 어디에 세워졌나 완산주, 지금의 전라북도 전주. 누가 세웠나 견훤. 어디까지 지배했나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 나라 이름이 왜 후백제일까 백제를 잇는다는 뜻에서. 후백제의 왕은 견훤,신검. 후백제의 자랑은 한때 후삼국 중 가장 강한 나라였음. 언제 멸망했나 936년. 견훤 신라의 장군. 특기 백성의 마음 얻기. 성격 화끈 시원시원! 희망 사항 넷째 아들 금강에게 왕위 물려주기. 고구려를 계승한 후고구려. 후고구려는 어떤 나라였을까? 어디에 세워졌나 철원 지역. 누가 세웠나 궁예. 어디까지 지배했나 철원을 중심으로 하여 강원 경기 황해도 대부분과 평안 충청도 일부. 나라 이름은 후고구려 마진 태봉. 후고구려의 왕은 궁예. 후고구려의 자랑은 후삼국 중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음. 언제 멸망했나 918년. 궁예 신라 왕의 후손. 특기 관심법. 성격 무조건 의심부터 함. 희망 사항 미륵이 되는 것. |
역사 달력1 - 유물 따라 역사 나들이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구석기 약 70만 년 전. 만달사람 북한의 승호 구역 만달리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사람 뼈 화석이에요. 만달리에서 발견되어 만달사람이라고 불렀어요. 찍개 자갈돌의 한쪽 면을 떼어 날을 만들어서 동물이나 물건을 찍는 데 사용했어요. 긁개 나무껍질이나 가죽을 긁거나 다듬는 데 사용했어요. 주먹 도끼 한쪽은 손으로 잡아 쥘 수 있고, 다른 쪽은 날카로운 작은 도끼예요. 물건을 찢고 자르거나 땅을 파고 가죽을 벗기는 데에도 사용했어요. 한반도 첫 인류 화석, 흥수아이. 흥수아이는 우리나라 구석기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뼈예요. 아이가 죽었을 때의 나이는 4~6세이고, 키는 110~120cm로 생각되어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초의 구석기 시대 인류 화석이지요. 구석기 시대를 알려 줘! 구석기 시대는 선사 시대 가운데 신석기 시대에 앞선 석기 시대로, 동물 뼈나 돌 등을 도구로 사용했어요. 그중에서도 돌을 단순하게 깨뜨리고 떼어 낸 뗀석기를 가장 많이 사용했지요. 사람들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며 생활했어요. 경기도 연천 전곡리에서 유물.유적을 발굴하는 모습. 뗀석기 주먹 도끼.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신석기 약 1만 년전. 뼈낚시 짐승이나 물고기의 뼈로 만든 낚싯바늘이에요. 곰배괭이 땅을 파거나 흙을 잘게 부수는 데 사용했어요. 갈돌과 갈판 곡식이나 열매를 가루로 만드는 데 사용했어요. 돌그물추 그물이 물속에 잘 가라앉도록 그물 끝에 매달아 사용했어요. 신석기 유물, 빗살무늬 토기. 빗살무늬 토기는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이에요. 찰흙을 이용하여 그릇의 아래쪽을 뾰족하게 빚고, 표면에 빗살 같은 평행선이나 물결 모양을 이룬 점선 따위의 무늬를 넣었어요. 석기 시대를 알려 줘! 신석기 시대는 선사 시대 가운데 구석기 시대 다음의 석기 시대로, 돌을 갈아 만든 도구인 간석기를 사용했어요. 사람들은 땅을 파서 바닥을 다지고 기둥을 세운 뒤, 풀이나 갈대, 짚 등을 덮어 만든 움집에서 살고, 빗살무늬 토기를 사용했지요.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고조선 기원전 2333년. 고인돌 고조선 사람들은 우두머리가 죽으면 크고 반듯한 모양의 거대한 돌로 무덤을 만들었어요. 이러한 돌무덤을 고인돌이라고 해요. 베틀 베틀로 삼베, 모직, 비단 등의 옷감을 짜서 옷을 해 입었어요. 김치 채소를 소금에 절여 김치를 만들었어요. 솟대 높은 장대를 세우고 장대 끝에 나무로 만든 새를 매단 모양을 하고 있어요. 고조선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평화롭게 잘 살고 싶은 소망을 담아 솟대를 만들었지요. 첫 번째 왕, 단군왕검. 단군왕검은 평양에 도읍을 정하고 고조선을 세운 우리 민족의 첫 번째 왕이에요. 단군은 종교의 우두머리, 왕검은 정치의 우두머리라는 뜻이지요. 고조선을 알려 줘! 고조선은 청동기 시대에 단군왕검이 세운 첫 나라예요. 그의 할아버지는 하늘 나라 왕인 환인, 아버지는 환웅, 어머니는 땅의 여인 웅녀예요. 이 시대에는 청동으로 검과 생산 도구를 만들어 썼고, 8개로 된 법도 있었어요. 어흥, 마늘과 쑥은 정말 맛없어서 못 먹겠군. 조금만 더 버티자.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청동기 기원전 1000년쯤. 청동 거울 청동으로 만든 거울로, 고조선 사람들은 뒷면에 무늬를 넣기도 했어요. 이때는 지금과는 달리 지위가 높은 사람만 거울을 가질 수 있었어요. 반달 돌칼 반달 모양의 석기로, 곡식의 이삭을 따는 데 사용했어요. 비파형 동검 청동으로 만든 칼이에요. 비파라는 악기와 닮았지요. 민무늬 토기 청동기 시대에 사용한 무늬가 없는 토기예요. 빗살무늬 토기와는 달리 바닥이 평평했어요. 청동기 유물, 팔주령. 청동은 귀한 재료이면서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배층의 무기나 제사 도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했어요. 팔주령은 제사를 이끄는 제사장이 지니는 청동 방울로, 지배자의 권위를 높였지요. 청동기 시대를 알려 줘 ! 청동기 시대는 석기 시대와 철기 시대의 중간 시대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기원전 1000년 쯤에 시작되었어요. 여전히 농기구나 생활 도구는 돌이나 나무로 만들어 사용했고, 무기나 생산 도구와 같은 것들을 청동으로 만들어 사용했지요. 청동기의 사용으로 강력한 군대가 생기고 왕국도 생기게 되었어요. 청동 검. 청동 거울.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철기 기원전 300년쯤. 쇠칼 적과 싸울 때 쇠로 만든 칼을 사용했어요. 꺽창 창 몸을 자루에 끼우고 몸체의 두 구멍에 끈을 꿰어 사용하는 무기예요. 철제 도구 철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여 많은 곡식을 얻고,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었어요. 검은 간 토기 그릇의 겉면을 검고 반들반들하게 만든 토기예요. 철기 유물, 독무덤. 독무덤은 큰 독이나 항아리 등을 옆으로 이어 만든 무덤이에요. 우리나라 독무덤은 청동기 시대부터 나타나 철기 시대에 일정한 모양과 형식을 갖추었어요. 철기 시대를 알려 줘! 철기 시대는 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뒤를 이은 시대예요. 이때, 철로 만든 무기와 도구 및 기구 등을 사용했어요. 철제 농기구로 땅을 깊게 갈기 시작하면서 농업 생산량이 많이 늘어났지요. 또, 철제 무기를 사용하면서 서로 나라를 뺏는 전쟁이 활발해지고 여러 나라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부여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며 삶. 옥저 동예 해산물과 소금이 풍부하고, 곡식이 잘 자람. 마한 진한 변한 철로 만든 농기구를 사용해 농업 생산량이 좋음.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신라 기원전 57년쯤. 진흥왕 순수비 신라 진흥왕이 영토를 넓힌 다음, 나라의 경계를 둘러본 기념으로 세운 비석이에요. 천마총 금관 신라의 도읍지였던 경주에 있는 천마총에서 나온 금관이에요. 황룡사 9층 목탑 신라에서 가장 큰 절인 황룡사에 있던 목탑이에요. 선덕 여왕 때 승려 자장의 요청으로 세워졌어요. 고려 때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고 지금은 터만 남아 있어요. 토우 흙을 빚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작은 인형이에요. 죽은 사람의 무덤에 함께 묻어 그 사람이 다음 세상에서도 행복하기를 빌었어요. 첨성대 선덕 여왕 때 만들어진 것으로, 이곳에서 하늘의 별을 관찰했어요. 뛰어난 장수, 김유신. 김유신은 금관가야의 왕족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신라가 금관가야를 차지하자, 신라의 화랑이 되어 뛰어난 장수로 성장했지요. 선덕 여왕의 조카였던 김춘추와 함께 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힘을 보탰어요.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이 이끄는 백제군을 물리치고 백제를 멸망시켰어요. 박혁거세와 알영의 혼인 경주 황성 공원에 있는 김유신 동상. 신라를 알려 줘! 신라는 우리나라 삼국 시대의 삼국 가운데 박혁거세가 지금의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예요. 태종 무열왕 때에 백제를 멸망시키고, 문무왕 때에 고구려를 멸망시키며 삼국을 통일했어요. 935년에 고려 태조 왕건에게 멸망하였어요. 박혁거세와 알영의 혼인.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고구려 기원전 38년쯤. 광개토 대왕릉비 장수왕이 광개토 대왕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내성에 세운 높이 약 6미터, 너비 약 2미터나 되는 비석이에요. 거대한 돌의 네 면에 1,775자가 새겨져 있어요. 충주 고구려비 충주 고구려비는 장수왕이 한강을 넘어 충주 지역을 차지한 기념으로 세운 비석이에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구려 비석이에요. 장군총 장수왕은 광개토 대왕의 아들로, 고구려 제20대 왕이에요. 고구려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어요. 중국 지린성에 있는 장군총은 장수왕의 무덤으로 추정되어요. 광개토 대왕과 장수왕. 고구려의 전성기, 광개토 대왕 광개토 대왕은 고구려의 영토를 넓히는 데 힘쓴 왕이에요. 한강을 넘어 백제의 수도인 한성까지 쳐들어가 백제의 아신왕에게 영원히 고구려의 신하가 되겠다는 다짐을 받고, 신라와 가야에도 큰 힘을 보여 주었어요. 이후 요동 지역을 포함한 만주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고구려의 전성기를 열었어요. 고구려를 알려 줘! 고구려는 우리나라 삼국 시대의 삼국 가운데 동명 성왕 주몽이 세운 나라예요. 광개토 대왕 때에는 한반도의 남부에서 중국의 요동 지방까지 차지했어요. 668년에 신라와 중국 당나라의 연합군에게 멸망하였어요. 주몽과 소서노. 비류와 온조.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백제 기원전 18년쯤. 무령왕릉 1971년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에서 발견된 무령왕의 무덤이에요. 무덤 속에서 무덤의 주인을 알려 주는 받침돌과 황금으로 만든 장식품 등 3천여 점에 이르는 보물이 나왔어요.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 부여에 있는 백제의 석탑으로, 일본 석탑에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칠지도 칼날 양쪽에 작은 칼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3개씩 나와 있는 칼이에요. 근초고왕 때 일본의 왕에게 보낸 것으로, 일본의 국보예요. 백제 금동 대향로 향로에 새겨진 다양한 모습을 통해 당시 백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국보예요. 백제의 전성기, 근초고왕. 근초고왕은 백제의 영토를 넓히는 데 힘쓴 왕이에요. 마한을 무너뜨리고 지금의 전라도 지방을 차지한 뒤, 가야에까지 힘을 뻗쳤어요. 371년에는 고구려의 평양성을 공격하여 고국원왕의 목숨을 빼앗고, 황해도까지 땅을 넓히며 전성기를 맞이했어요. 그에 따라 문화도 매우 발달했지요. 백제를 알려 줘! 백제는 우리나라 삼국 시대의 삼국 가운데 한반도 서남부에 있던 나라예요. 온조왕이 위례성에 도읍을 정한 뒤,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어요. 근초고왕 때 땅을 넓히며 전성기를 맞이했지요. 중국 남조 및 일본과 사이가 좋아 일본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의자왕 20년에 신라와 중국 당나라의 연합군에게 멸망하였어요. 낙랑, 말갈족, 마한으로부터 백제를 지키는 데 힘쓴 온조.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통일신라 676년부터. 불국사 불국사는 '부처님의 나라'라는 뜻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인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이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에서 발견되었어요. 짐승 얼굴무늬 기와 집 안에 나쁜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무서운 짐승 얼굴을 새긴 기와예요. 석굴암 단단한 화강암을 둥글게 짜 맞추어 바위에 뚫린 굴처럼 만든 다음, 가운데 큰 불상과 벽면에 여러 불상을 새겼어요. 성덕 대왕 신종 아름답고 신비로운 종으로, 우리나라의 종 가운데 가장 커요. 바다의 왕, 장보고 장보고는 어려서부터 말타기, 활쏘기 등에 뛰어났어요. 당나라에서 실력을 뽐내고 인정받던 장보고는 신라 사람들이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리는 것을 보고 신라로 돌아왔어요. 흥덕왕에게 받은 군사로 청해진을 설치하여 해적을 없앴지요. 사람들은 장보고를 '바다의 왕'이라고 불렀어요. 장보고가 설치한 청해진. 통일 신라를 알려 줘! 통일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676년 이후의 신라를 말해요. 태종 무열왕에 이어 왕이 된 문무왕은 당나라와 힘을 합쳐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어요. 이후 옛 백제와 고구려 장수들과 힘을 합쳐 당나라군을 몰아내고 삼국을 통일했지요. 삼국 통일을 완성한 문무왕.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발해 698년부터. 석등 발해의 전성기 때의 도읍지인 상경성에서 나온 석등이에요. 현무암으로 만들어졌으며 높이가 6미터나 되어요. 영광탑 돌을 벽돌처럼 만들어 쌓은 탑이에요. 발해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 주지요. 온돌 대조영은 백성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온돌을 써서 집을 짓도록 했어요. 발해의 온돌은 고구려식 온돌 구조를 따르고 있어요. 기와와 벽돌 연꽃무늬 기와와 섬세한 조각이 돋보이는 벽돌이에요. 발해 사람들의 세련되고 독창적인 문화를 알 수 있어요. 발해의 전성기, 선왕 선왕은 발해의 제10대 왕으로 발해의 전성기를 이끌었어요. 선왕 때 발해는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고, 이웃 나라들과 활발하게 교류했어요. 당나라는 발해를 '해동성국'이라 부르며 높이 평가했지요. 선왕 때 발해와 교류한 나라들. 발해를 알려 줘! 발해는 고구려의 장수였던 대조영이 세운 나라예요. 대조영은 나라를 잃은 고구려인과 말갈족을 데리고 옛 고구려 땅인 동모산 근처에 나라를 세운 뒤, 고구려보다 넓은 땅을 차지하며 점점 더 발전시켰어요. 이로써 우리 민족은 통일 신라와 발해가 남과 북으로 마주한 남북국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지요. 해동성국을 이룬 대조영.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후백제 900년부터. 견훤 산성 경상북도 상주시에 있는 산성으로, 견훤이 쌓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기 전 군사를 모아 힘을 길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지요. 동고 산성 전라북도 전주시에 있는 산성이에요. 주 건물터에서 전주성이라고 쓰인 막새기와 등의 유물이 출토되어 견훤이 쌓은 산성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금산사 전라북도 김제시 모악산에 있는 절이에요.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 갇혀 있었던 곳이에요. 힘이 셌던 호족, 견훤 견훤은 신라의 호족인 아자개의 아들로 태어나 신라의 장수가 되었어요. 호족은 재산이 많고 세력이 강한 집안을 말하지요. 당시 신라의 왕실과 귀족들은 서로 다투느라 바빴고, 이때 견훤은 백제의 원한을 갚는다는 이유로 후백제를 세웠어요. 후백제를 알려 줘! 후백제는 견훤이 900년에 세운 나라예요. 견훤은 옛 백제 땅인 전라도 완산주에 도읍을 정하고, 군사력을 키워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일부까지 차지했어요. 후삼국의 하나로 세력을 떨쳤으나, 936년에 고려에 멸망하였어요. 후백제를 세운 견훤.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후고구려 901년부터. 미륵불상 경기도 안성에 있는 국사암에는 궁예가 만들었다는 미륵불상이 있어요. 백성들은 미륵불상을 만들어 놓고, 복을 받게 해 달라고 빌며 희망을 가졌어요. 정북동 토성 정북동 토성은 흙으로 쌓은 성이에요. 성안에는 주거지, 길, 돌무더기 등이 있어요. 궁예가 근거지로 삼았으나, 견훤이 빼앗아 토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명문기와 기와의 가장자리에는 구슬 무늬가 있고, 가장자리와 가운데 사이에는 연꽃무늬가 있어 아름다워요. 외눈박이 승려, 궁예. 궁예는 신라 왕족의 후손이었어요. 옛 고구려를 그리워하던 유민들의 마음을 얻어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고 했지요. 옛 고구려를 잇겠다며 후고구려를 세웠으며, 자신을 스스로 세상을 구하는 미륵불이라 불렀어요. 후고구려를 알려 줘! 후고구려는 궁예가 901년에 세운 나라예요. 송악에 도읍을 정한 후고구려는 905년에 도읍을 철원으로 옮기고, 경기도, 황해도, 충청도, 강원도 일부까지 차지했어요. 후고구려는 더 부강해졌지만, 궁예는 점점 이상해졌어요. 백성과 신하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죽였지요. 918년에 왕건에 의해 궁예가 쫓겨난 후, 후고구려는 고려로 이름이 바뀌어 이어졌어요.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고려 918년부터. 직지심체요절 금속 활자로 인쇄된 책 가운데 세계 최초이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책이에요. 현재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있어요. 하회탈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 쓰는 나무로 만든 탈이에요. 13종 14개 가운데 11개가 남아 있어요. 우리나라 국보예요. 고려청자 푸른 빛깔의 자기예요. 고려 시대에 만든 청자는 기술과 무늬가 독창적이고 섬세하여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지요. 팔만대장경 대장경은 불교의 경전을 모은 것으로 나무판에 새겨 보관했어요. 부처님의 힘으로 외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만들었는데, 경판의 수가 8만 1,258판에 이르러요. 합천 해인사에 있어요. 후손에게 전한 당부, 훈요십조. 훈요십조는 태조 왕건이 후손에게 전한 열 가지 당부의 말이에요. 후손들이 고려를 잘 지켜 주기를 바라면서 남긴 유언으로, 고려의 왕들은 훈요십조의 가르침에 따라 정치를 하였다고 해요. 훈요 10조 (부분) 불교를 장려할 것. 연등회와 팔관회를 성실하게 열 것. 절은 도선의 풍수지리설에 따라 세우고, 함부로 짓지 말 것. 중국의 풍습을 억지로 따르지 말고, 특히 거란의 언어와 풍습은 본받지 말 것. 고려를 알려 줘! 고려는 왕건이 개성에 세운 나라예요. 왕건은 궁예가 거느린 장군이었으나, 궁예가 사납고 악한 임금으로 변하자 궁예를 내쫓고 고려를 세웠지요. 이후 후백제의 견훤이 고려로 오고, 신라의 경순왕도 항복하면서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했어요. 불교와 유교를 모두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후손들에게 훈요십조를 남겼어요. 고려를 세운 왕건. 꼭 알아야 할 유물 이야기. 조선 1392년부터. 초충도 신사임당이 그린 병풍이에요. 풀과 풀벌레를 그렸지요. 대동여지도 김정호가 만든 조선의 지도예요. 조선백자 순백색의 바탕흙 위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 만든 자기예요. 청자에 비하여 깨끗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풍겨요. 철화 끈 무늬 병. 달 항아리. 병형 주전자. 수원 화성 정조가 왕의 힘을 키우기 위해 수원에 지은 성이에요. 효심이 깊었던 정조는 아버지 사도 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고, 새로운 도시 화성을 세웠지요. 나라의 문을 연 왕, 고종. 고종은 조선의 제26대 왕이면서 대한 제국의 제1대 황제예요. 고종은 닫혀 있던 나라의 문을 열어 일본의 학교와 공장, 군대 등 근대적 시설을 돌아보게 하고, 청나라의 앞선 문물도 배워 오게 했어요. 서양식 건물 석조전과 고종. 조선을 알려 줘! 조선은 1392년 태조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세운 나라예요. 한양에 도읍지를 정하고, 유교를 받들었어요. 전성기와 혼란한 시기를 지나며 1897년에 고종은 국호를 대한 제국으로 바꾸었어요. 고종실록. |
역사 달력4 - 화폐 속 비밀 찾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에요. 한글을 사용해요. 한국어를 사용해요. 이황. 대한민국의 화폐인 천 원 속에는 조선 시대의 학자 이황이 있어요. 호가 퇴계여서 퇴계 이황이라고 불려요. 인간의 심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조선의 성리학을 발전시킨 대표적인 학자이지요. 학문과 품행이 뛰어나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았으며, 안동에 도산 서당을 지어 제자들을 가르쳤어요. 이황은 벼슬보다 학문을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임금에게 여러 차례 벼슬에서 물러나겠다고 청하기도 했어요. 대한민국 국가는 애국가예요. 나라꽃은 무궁화예요. 국기는 태극기예요. 이이. 대한민국의 화폐인 오천 원 속에는 이황과 더불어 조선 성리학을 발전시킨 학자 이이가 있어요. 호가 율곡이어서 율곡 이이라고 불리지요. 신사임당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이이는 과거에서 아홉 번이나 장원 급제를 하였으며,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임금이 지켜야 할 도리를 담은 동호문답을 짓고, 성학집요라는 책을 남겼어요. 코리아라고 불려요.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불국사 등이 있어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세종. 대한민국의 화폐인 만 원 속에는 조선의 네 번째 임금 세종이 있어요. 세종은 백성을 매우 사랑했고, 능력 있는 선비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어요. 백성을 생각하여 나라말 훈민정음을 만들고, 백성들이 농사를 잘 지어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농사직설이라는 책을 펴냈어요. 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백성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해시계와 측우기도 만들었지요. 또한, 선비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현전을 확대했어요. 전통 의상은 한복이에요. 전통 음식은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 등이 있어요. 신사임당. 대한민국의 화폐인 오만 원 속에는 그림과 글씨, 시에 뛰어난 신사임당이 있어요. 호는 사임당이며, 율곡 이이의 어머니예요. 신사임당은 남편의 공부를 도와 벼슬길에 오르게 한 현명한 아내이자, 자식들까지 훌륭하게 키워 낸 어진 어머니로 꼽혀요. 꽃, 풀, 풀벌레를 주제로 한 초충도를 많이 그렸어요. 일본. 수도는 도쿄예요. 일본어를 사용해요. 전통 의상은 기모노예요. 노구치 히데요. 일본의 화폐인 천 엔 속에는 세균학자인 노구치 히데요가 있어요.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큰 화상을 입어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독사와 뱀의 독을 연구하였고, 파상풍과 황열병, 소아마비 등의 연구에도 참여했어요. 서아프리카에서 황열병을 연구하다가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어요. 일본의 지폐는 만 엔, 오천 엔, 이천 엔, 천 엔이 있어요. 이천 엔을 제외한 세 가지 지폐에 인물이 들어 있지요. 일본은 지폐와 함께 동전을 사용해요. 중국. 수도는 베이징이에요. 중국어를 사용해요. 전통 의상은 치파오예요. 마오쩌둥. 현재 중국에서 쓰는 대부분의 지폐에는 마오쩌둥이 있어요. 마오쩌둥은 지금의 중국을 세운 정치가이자 혁명가이며,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예요. 1949년부터 10년이 넘도록 국가 주석을 지냈어요. 오늘날까지도 중국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대부분의 중국 지폐 앞면에는 마오쩌둥이 있고, 뒷면에는 중국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장소들이 들어 있어요. 중국은 지폐와 함께 동전을 사용해요. 인도. 수도는 뉴델리예요. 힌디어를 가장 많이 사용해요. 세계 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이 있어요. 마하트마 간디. 인도의 모든 지폐에는 마하트마 간디가 있어요.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의 민족 운동 지도자로,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지요. 영국이 인도를 강제로 다스렸을 때, 간디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영국에 맞서 싸웠어요. 간디의 희생과 노력으로 1947년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어요. 간디는 하나의 인도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어요. 인도에서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폐의 금액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여러 개의 공용어로 지폐의 금액을 나타내고 있어요. 인도는 지폐와 함께 동전도 사용하지요. 오스트레일리아. 수도는 캔버라예요. 영어를 사용해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메리 레이비. 오스트레일리아의 화폐인 이십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속에는 메리 레이비가 있어요. 메리 레이비는 오스트레일리아 최초의 성공한 여성 사업가예요. 메리 레이비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선박과 부동산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어요. 또한, 돈이 없어도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무료 학교를 운영했어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지폐 대부분에는 남자와 여자가 앞뒤로 한 명씩 소개되어 있어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지폐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여성들이에요. 넬리 멜바. 에디스 코완. 메리 길모어. 오스트레일리아. 캥거루와 코알라가 유명해요. 세계 문화유산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있어요. 존 플린. 오스트레일리아의 화폐인 이십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속에는 세계 최초로 항공 의료 기관을 만든 선교사 존 플린이 있어요.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을 위해 왕립 항공 의료 서비스를 만들고, 비행기로 오스트레일리아 곳곳을 다니며 치료를 받게 해 주었지요. 이십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에 그려져 있는 비행기가 바로 존 플린이 타고 다닌 빅토리호예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지폐 대부분에는 남자와 여자가 앞뒤로 한 명씩 소개되어 있어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지폐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남성들이에요. 존 모내시. 데이비드 유나이폰. 반조 패터슨. 미국. 수도는 워싱턴 D.C.예요. 영어를 사용해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에이브러험 링컨. 미국의 화폐인 오 달러 속에는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있어요. 남북 전쟁에서 북군을 이끌어 민주주의의 전통을 지키고, 노예 해방을 이룬 대통령이에요. 1864년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었으나, 다음 해에 죽임을 당했어요. 남북 전쟁 때 죽은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게티즈버그에서 한 연설 가운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이 유명하지요. 오 달러 지폐의 뒷면에는 링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링컨 기념관이 있어요. 링컨 기념관을 둘러싸고 있는 36개의 기둥은 링컨이 죽임을 당했을 때의 미국 북부 연방 36개 주를 의미해요. 미국. 세계 문화유산인 자유의 여신상이 있어요.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금문교가 있어요. 미연방, 아메리카, 유에스에이 등으로 불려요. 벤저민 프랭클린. 미국의 화폐인 백 달러 속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있어요. 피뢰침의 발명과 같은 과학적 업적 이외에도 고등 교육 기관을 세우는 교육 및 문화 사업에도 힘을 썼지요. 벤저민 프랭클린은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을 써서 큰돈을 벌었지만, 번 돈 대부분을 도서관, 학교, 병원, 소방서 등을 짓는 데 사용했어요. 백 달러 지폐의 뒷면에는 미국의 독립 기념관이 있어요. 1776년 이 건물에서 독립 선언서를 발표하고, 1787년 미국 연방 헌법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면서 기념관으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멕시코. 수도는 멕시코시티예요. 에스파냐어를 사용해요.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호세 마리아 모렐로스. 멕시코의 화폐인 오십 멕시코 페소 속에는 호세 마리아 모렐로스가 있어요. 멕시코가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고 있던 때에 멕시코 독립을 위해 용감하게 싸운 인물로, 지금의 멕시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모렐로스는 멕시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인물이지요. 오백 멕시코 페소 속에는 멕시코에서 태어난 화가 부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가 있어요. 두 사람은 멕시코의 전통을 살리면서 멕시코 고유의 강한 색채를 많이 사용했지요.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칠레. 수도는 산티아고예요. 에스파냐어를 사용해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칠레의 화폐인 오천 칠레 페소 속에는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있어요. 시인으로 활동했으며, 그가 지은 시에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요. 또한,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를 돕기도 했어요. 1945년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어요. 칠레 페소 뒷면에는 동물들이 그려져 있어요. 지폐마다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요. 쿠바. 수도는 아바나예요. 에스파냐어를 사용해요. 쿠바 여성의 전통 의상은 하바나예요. 체 게바라. 쿠바의 화폐인 삼 쿠바 페소 속에는 체 게바라가 있어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의과 대학을 졸업하였으나, 가난과 독재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쿠바로 가서 혁명가로 활동했어요. 쿠바 정부에 반대하는 싸움에서 이긴 뒤에는 콩고와 볼리비아의 혁명을 위해 애쓰다 세상을 떠났어요. 체 게바라는 쿠바뿐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의 영웅이 되었지요. 현재 쿠바에서 만들어지는 지폐는 열 종류가 있어요. 천 쿠바 페소, 오백 쿠바 페소, 이백 쿠바 페소, 백 쿠바 페소, 오십 쿠바 페소, 이십 쿠바 페소, 십 쿠바 페소, 오 쿠바 페소, 삼 쿠바 페소, 일 쿠바 페소가 있지요. 쿠바에서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노르웨이. 수도는 오슬로예요. 노르웨이어를 사용해요. 전통 의상은 버나드예요.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 노르웨이의 화폐인 백 노르웨이 크로네 속에는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가 있어요. 섬세한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노르웨이 최고의 소프라노예요. 미국의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어요.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쳐 새로 유통된 지폐는 바다를 주제로 만들었어요. 노르웨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선 수출 등으로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바다가 매우 중요한 자원이지요. 노르웨이. 세계 문화유산인 브뤼겐 지역이 있어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에드바르 뭉크. 노르웨이의 화폐인 천 노르웨이 크로네 속에는 에드바르 뭉크가 있어요. 노르웨이의 화가이자 판화가로, 사랑, 슬픔, 고통과 같은 감정을 일그러진 형태나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환상적으로 그려 냈어요. 유명한 작품으로는 구불거리는 배경에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절규가 있어요. 뭉크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지폐뿐만 아니라 우표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지요. 노르웨이의 화폐인 오십 노르웨이 크로네 속에는 페테르 아스비에른센이 있어요.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민속학자예요. 쓴 책으로 노르웨이 요정 이야기가 유명해요. 노르웨이의 화폐인 오백 노르웨이 크로네 속에는 시그리드 운세트가 있어요. 덴마크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에서 자라고 활동한 소설가예요. 1928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어요. 덴마크. 수도는 코펜하겐이에요. 덴마크어를 사용해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카렌 블릭센. 덴마크의 화폐인 옛 오십 덴마크 크로네 속에는 카렌 블릭센이 있어요.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하며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썼으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블릭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화로도 만들어졌지요. 노벨 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지만 상은 받지 못했어요. 2009년부터 새로 유통된 덴마크의 지폐 앞면은 모두 다리 그림으로 되어 있어요. 뒷면은 이 다리 주변에서 출토된 유물이 그려져 있지요. 영국. 수도는 런던이에요. 영어를 사용해요.세계 문화유산인 스톤헨지가 있어요. 찰스 로버트 다윈. 영국의 화폐인 십 파운드 속에는 찰스 로버트 다윈이 있어요. 영국의 대표적인 생물학자로, 5년 동안 해군 탐사선을 타고 다니며 남태평양과 남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동식물을 탐사하고 화석과 생물을 모았어요. 생물은 환경에 맞게 진화한다고 주장하며 자연 선택에 의하여 새로운 종이 생긴다는 자연 선택설을 주장했어요. 1859년에는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냈어요. 영국의 십 파운드 지폐 속에는 다윈과 함께 벌새가 들어 있어요. 벌새는 작은 것은 길이가 5센티미터이고 몸무게는 2.8그램 정도이지만, 큰 것은 22센티미터까지 크기도 해요. 전 세계에 320여 종이 있어요. 영국. 유케이, 영본국 등으로 불려요. 지금도 왕이 있는 나라예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엘리자베스 2세. 영국의 모든 지폐 속에는 엘리자베스 2세가 있어요. 1952년에 영국의 왕위에 올라 70년 이상 영국을 다스린 여왕이에요. 국제 사회에서 영국의 위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신중하게 행동했으며,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엘리자베스 2세를 무척 사랑하며 신뢰하지요.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왕위에 머문 왕이에요. 이 왕관은 메리 왕비가 조지 5세 국왕에게 결혼 선물로 받은 것이에요. 손녀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혼을 축하하며 선물로 주었지요. 왕관 전체가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어요.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는 프리토리아, 케이프타운, 블룸폰테인이에요. 영어, 아프리칸스어, 줄루어를 사용해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해요.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모든 지폐 속에는 넬슨 만델라가 있어요.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흑인들이 받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싸우다가 붙잡혀 27년 동안 감옥에서 살았지요. 1990년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는 더욱 열심히 차별을 없애려 노력했으며,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1993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어요. 1994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어요. |
나대로 아저씨의 사계절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며칠 전부터 개나리와 진달래가 뒷산에 가득했어요. 햇볕도 따사로웠지요. “지윤아, 목도리 두르고 나가라.” 하지만 나는 할머니 말씀도 듣지 않고, 하루 종일 뒷산에서 뛰어놀았어요. 그러고는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고 목도 아팠어요. “에그, 꽃샘추위 때문에 우리 지윤이만 고생이네.” 나는 감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창밖만 내다보았어요. “찬바람을 막아 주는 예쁜 목도리예요. 봄에 딱 어울리는 패션 장갑도 있어요.”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대로 아저씨가 목소리 높여 물건을 팔았어요. 나대로 아저씨는 우리 집 아래층에 세를 들어 살았어요. 아무튼 난 나대로 아저씨가 잘해 주는 게 싫었어요. 며칠 전, 나대로 아저씨는 감기에 걸린다며 내 목에 목도리를 감아 주려고 했었어요. 그때 목도리를 둘렀으면 감기에 안 걸렸을 텐데. 할머니와 나대로 아저씨 말을 들었어야 했나 봐요. 그런데 나는 왜 나대로 아저씨가 싫을까요? 볼 때마다 예쁘다, 귀엽다 친한 척해서일까요? 아니면 하늘 나라로 간 아빠와 닮아서일까요? 다음 날도 나는 눈곱이 덕지덕지, 가래가 그렁그렁, 코가 막혀 숨 쉬기도 힘들었어요. 날씨가 따뜻해져서 친구들은 모두 놀러 나왔어요. “저녁부터 황사 바람이 불면서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진대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마스크 하나씩 사 가세요. 황사에는 마스크가 최고예요!” 하지만 아무도 나대로 아저씨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아침이 되자 하늘이 온통 누렇게 보이고, 거리의 자동차도 뿌옇게 먼지를 뒤집어썼어요. 사람들은 손으로 입을 막고 다녔어요. 코를 풀거나 콜록거리는 사람도 많았어요. ‘거봐라, 나대로 아저씨 말을 안 듣더니 쌤통이다.’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매미 소리가 요란한 여름이 왔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어요. 친구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뒷산 쪽으로 가는 게 보였어요. “명수야! 나도 같이 가!” 나는 후다닥 뛰어 내려갔어요.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나대로 아저씨가 말을 건넸어요. “어? 지윤이구나. 어디 가는 거야?”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쌩하니 뛰어갔어요. “지윤아, 모자 가져가! 자외선 크림이라도 발라야지!” ‘모자라도 가져갈까?’ 하지만 나는 저만치 앞서가는 친구들을 따라잡기에 바빴어요. “뜨거운 햇볕에는 모자가 딱이에요. 일사병 걸려 고생하지 마시고, 예쁜이 모자 하나 사 가세요!” 친구들이랑 호랑나비를 잡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 갑자기 힘이 쫙 빠지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어요.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친구들은 모자를 써서 괜찮은 것 같았어요. 나는 끙끙 앓아누웠어요. “쯧쯧, 그러게 모자도 안 쓰고 더운 데서 오래 놀면 어떡해?”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어요. 그때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나대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얼음주머니하고 약수예요. 지윤이 열부터 내리시고, 물도 많이 먹이세요.” 방으로 들어온 할머니는 얼음주머니를 내 이마에 올려놓았어요. “아유, 친절도 하지. 저럴 때 보면 네 아빠랑 꼭 닮았어.” ‘아빠랑 닮았다고? 치.’ 몸이 좀 나아졌어요. 밖에 나가려다가 나대로 아저씨가 오늘은 무슨 물건을 파는지 살펴보았어요. 나대로 아저씨 말을 안 듣다가 병에 걸려 두 번이나 아팠거든요. “장마가 시작된대요. 두 사람이 쓰고도 남을 커다란 우산 하나 장만하세요.” “햇볕이 따가운데, 무슨 장마야?” 사람들은 또 나대로 아저씨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쏟아졌어요. “하하, 거봐라. 나대로 아저씨 말을 들었어야지.” 그런데 내가 또 무슨 말을 하는 거죠?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밤! 눈사람을 껴안은 것처럼 시원한 죽부인이에요! 죽부인 하나 장만하세요.” 나는 계속 부채질을 하며 나대로 아저씨를 보고 키득거렸어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헤헤, 눈사람을 껴안은 것처럼 시원하대요. 할머니, 우리도 죽부인 하나 사요! 네?” 할머니가 물끄러미 내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할머니는 내 애교에 못 이겨 얼른 밖에 나가 죽부인을 사 왔어요. 할머니 배에 다리를 올리면 끈적거리는데, 죽부인 위에 다리를 올리니 시원했어요. 나대로 아저씨 말이 딱 맞았지요. 심부름으로 수박을 사러 나왔어요. “장마는 물러갔지만 이래저래 짜증만 나시죠?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수박화채 한 그릇이면 짜증도 물러갑니다.” “아저씨, 저 수박 한 통 주세요.” “지윤이구나, 그냥 가져가.” 나는 마다하는 아저씨 옆에 얼른 돈을 놓고 수박을 들고 왔어요. 나대로 아저씨 말대로 수박화채는 정말 시원했어요. “아유, 장마 끝인데도 수박이 참 달구나? 아무튼 나대로 총각은 날씨면 날씨, 물건이면 물건, 모르는 것도 없고 없는 물건도 없어.” 나는 괜히 할머니의 칭찬에 심통이 났어요. “이거, 나대로 총각한테 좀 가져다줄까?” “아저씨는 실컷 먹었을 텐데, 뭐.” 나는 입을 삐죽였지만, 남아 있는 화채를 보자 나대로 아저씨 얼굴이 떠올랐어요.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나뭇잎은 울긋불긋 단풍 들고, 나뭇가지에는 탐스러운 감들이 달려 있어요.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하는 야외 수업은 정말 신이 났어요. 나는 가방 가득히 감을 담아 왔어요. 쌩쌩, 휘익, 비바람이 몰아쳤어요. 바람이 창문을 두드려서일까요? 나는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았어요. 나대로 아저씨가 많이 아파서 오늘은 장사도 하지 못했대요. 웬일인지 걱정이 되었어요. 내일은 나대로 아저씨에게 감을 나누어 주어야겠어요.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 왔어요. 밖에서 나대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온몸을 따뜻하게 녹여 주는 어묵이오. 국물이 기막히게 맛있는 어묵 드세요!” 나는 장롱 서랍에서 아빠의 목도리를 꺼내서 밖으로 나갔어요. “아저씨, 고개 좀 숙여 보세요.” “아이고, 우리 지윤이구나.” 나는 아빠의 목도리를 나대로 아저씨의 목에 둘러 주었어요. “아저씨, 날씨가 추운데 이러다 감기 걸리면 어떡해요? 감기 걸리면 장사도 못 하잖아요.” 나대로 아저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
두목은 지도를 잘 그려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두목의 목소리가 동굴 안에서 쩌렁쩌렁 울렸어. 동굴 속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보물이 몽땅 사라졌거든. 부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알아보니 알리바바가 보물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당장 보물을 되찾아 오자!” 도적 떼는 낙타를 몰고 우르르 몰려 나갔어. 넓디넓은 사막을 단숨에 가로질러 산 하나를 금세 넘었어. 그런데 도적 떼들은 아무도 알리바바네 집을 몰랐지. “알리바바네 집부터 알아봐.” 두목은 똘똘한 부하에게 명령했어. 첫째 날, 알리바바가 시장 쪽에 산다는 걸 알아냈지. 둘째 날, 알리바바의 집이 골목 끝이라는 걸 알아냈어. 셋째 날, 알리바바가 흰 대문 집에 산다는 걸 알아냈어.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지. 도적 떼는 보물을 몽땅 되찾아 오기로 했어. 드디어 밤이 되었어. 도적 떼는 알리바바네 집으로 향했지. 그런데 이 일을 어쩌지? 마을엔 시장도 많고, 골목도 많고, 흰 대문 집도 많았어. 도대체 어느 집인지 찾을 수가 없었지. 게다가 엉뚱한 집에 들어갔던 도적 떼는 몽땅 잡히고 말았어. “부하들만 잃다니! 억울해!” 혼자 겨우겨우 도망쳐 나온 두목은 알리바바를 꼭 찾아서 혼내 주고, 부하들도 구하겠다고 마음먹었어. 두목은 수소문 끝에 알리바바네 집을 알고 있다는 할아버지를 찾아갔지. “알리바바의 집을 당장 알려 주시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내 일을 좀 도와주면 모를까.” 두목은 할 수 없이 가게를 쓸고 닦고 짐도 나르면서 열심히 일했어. “이 이상한 그림들은 뭐요?” 두목이 여기저기 펼쳐진 그림을 보고 할아버지에게 물었어. “예끼! 그 나이 먹도록 여태 지도도 몰라?” “지도? 지도가 뭐란 말이오?” 두목이 눈을 껌벅이며 물었지. “지도는 낯선 길을 잘 찾아갈 수 있게 그린 그림이야.” 이때 문득 두목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럼, 알리바바네 집이 나와 있는 지도도 있소?” “질문은 하루에 한 가지씩! 그건 내일 일하는 거 봐서 대답해 줄게.” 두목은 하는 수 없이 다음 날도 일했어. 밤이 되자, 두목은 알리바바네 집 지도를 달라고 했지. “그 지도는 아직 내 머릿속에 있어.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그려 줄게.” 할아버지는 하품을 하면서 자러 들어갔어. 아침 일찍부터 두목은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지도를 그려 달라고 졸랐어. 마침내 할아버지는 지도를 그려 주기로 했지. “지도를 그리는 데도 순서가 있어. 우선 땅을 그려야 해.” 할아버지가 커다란 종이에 시장을 중심으로 땅을 그리기 시작했어. “4는 왜 쓰는 거요?” “이건 동서남북 방향을 알려 주는 방위표야. 어디가 북쪽이고 어디가 남쪽인지 표시를 해야 집을 찾을 거 아냐?” 할아버지는 퉁명스럽게 두목에게 말했어. “아하, 그렇구나!” “시장에서 남쪽으로 천 걸음 걸어가면 첫 번째 골목이 나오니까 이만큼으로 그리고, 골목에서 오백 걸음 들어가야 하니까.” 할아버지는 혼잣말을 하며 열심히 지도를 그렸어. 두목은 지도를 그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멋져 보였지. “이게 뭔지 궁금하지?” 할아버지가 말을 건넸어. “저것은 산을 나타내는 기호고, 이것은 병원을 나타내는 기호야. 그리고 요것은 과수원 기호지.” “이게 뭔지 궁금하지?” 할아버지가 말을 건넸어. “저것은 산을 나타내는 기호고, 이것은 병원을 나타내는 기호야. 그리고 요것은 과수원 기호지.” “아하, 그렇구나!” “이제 기호를 보면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겠지?” 두목은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지. 이번에는 물감으로 색을 칠하기 시작했어. “색칠은 왜 하는 거죠?” 두목이 눈을 반짝이며 할아버지에게 물었어. “땅은 노란색으로, 물은 파란색으로 칠하면 알아보기 쉽잖아.” 마침내 지도가 완성되었어. 오늘은 꼭 알리바바네 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 두목은 지도를 들고 길을 나섰어. 한참을 가는데 날이 너무 더웠어. 두목은 오아시스에서 잠시 옷을 벗어 두고 목욕을 했지. 그런데 좀도둑이 두목의 옷과 신발을 냉큼 집어서 도망쳤어. 좀도둑이 도망치는 바람에 지도도 잃어버렸지. 두목은 다시 할아버지에게 돌아왔어. “할아버지, 지도 한 장만 더 그려 주세요.” “자네가 직접 그려 봐.” 두목은 할아버지가 그렸던 지도를 떠올리며 차근차근 그리기 시작했지. 할아버지는 두목이 그린 지도를 보고 깜짝 놀랐어. 두목은 지도를 정말 잘 그렸어. “자네, 지도를 계속 그려 보는 건 어때?” 두목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결국 도둑질을 그만두었지. 두목이 만든 지도는 아주 유명해져서 지도를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어. |
꼬마 농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나는 꼬마 농부예요. 못하는 게 없어요.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아빠가 하는 논일도 돕고, 엄마가 하는 밭일도 도와요. 1월. 아침 일찍 비닐하우스에 왔어요. 엄마를 도와 오이를 따기로 했거든요. 엄마는 손을 내밀어 뚝뚝. 나는 까치발을 하고 똑똑. 새파란 오이를 한 입 물면, 입 안에 가득한 오이 냄새. 엄마는 살짝 내 볼을 꼬집어요. 엄마 손에서도 오이 냄새가 나요. 2월~3월. 아빠는 마당에서 트랙터를 고쳐요. 겨울 동안 얼었던 땅이 풀리면, 땅을 갈아엎어 농사지을 준비를 한대요. 갈아엎은 땅에는 거름을 줄 거예요. 보리밭을 밟는 아빠를 졸졸 따라다녀요. 껑충껑충 토끼뜀도 뛰어요. 아빠가 나에게 농부는 땅을 아껴야 한다고 가르쳐 주어요. 4월. 날씨가 따뜻해졌어요. 아빠는 볍씨를 꺼내 물에 담가 놓아요. 볍씨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래요. 싹이 트면 모판에 옮겨 뿌릴 거래요. 엄마는 밭을 고르고 씨앗을 뿌려요. 나도 엄마 따라 한 줌씩 솔솔 씨앗을 뿌려요. 고추야, 무럭무럭 잘 자라라. 호박아, 얼른얼른 얼굴을 내밀어라. 네모반듯한 상자 속에서 쑥쑥 자라는 모. 들여다보는 아빠 얼굴에 웃음이 가득. 아빠는 나보다 모가 좋은가 봐. 심통이 난 내 얼굴을 보고 아빠가 웃음을 터뜨려요. 어느새 푸릇푸릇 싹이 돋아나요. 뾰족뾰족 올라온 모습이 가시 같아요. 5월. 오늘은 모내기하는 날. 아빠는 모판을 나르고, 엄마와 나는 모를 심어요. 윗집 아저씨와 뒷집 삼촌도 함께 심어요. 엄마 따라 줄을 맞춰 나도 쏙쏙 심어요. 둘러앉아 먹는 새참, 정말 꿀맛 같아요. 수북수북 밥을 떠서 한입에 꿀꺽. 체할라, 천천히 먹어, 등 두드려 주는 엄마. 아빠는 막걸리 한 사발을 벌컥벌컥. 6월. 논에 물길을 터 주는 아빠 뒤로 훌쩍 자란 벼들이 보여요. 나도 삽을 들고 아빠 흉내를 내요. 누렇게 익은 보리를 베러 가요. 푹신한 보릿단 위에 누웠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요. 7월 김매기가 한창인 논에 엄마 오리, 아기 오리 두둥실 떠다녀요. 엄마 오리 고개 숙여 벌레 잡고, 아기 오리 엄마 따라 벌레 먹어요. 오리 덕에 이젠 농약이 필요 없대요. 엄마 심부름으로 고추밭에 왔어요. 잘 익은 고추를 두세 개 따서 바가지에 담아요. 엄마가 된장찌개 끓여 준대요. 8월. 메뚜기가 폴짝 뛰면 나도 따라 풀썩. 살금살금 다가가서 날쌔게 잡아채요. 엉거주춤 일어나다 눈에 띈 벼꽃. 벼꽃이 지고 나면 낟알이 달린대요. 엄마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갈아엎은 밭에 거름을 주어요. 배추씨, 무씨를 살살 뿌려요. 9월. 헌 옷 입은 허수아비가 노란 들판에 서서 훠이 훠이. 꽉꽉 들어찬 쌀알을 탐내는 참새 떼들. 나도 허수아비 되어 휘적휘적. 내 두 손만큼 배추가 자랐어요. 엄마는 배추를 솎아 내요. 그래야 배추가 잘 자란대요. 엄마는 뽑고, 나는 바구니에 담아요. 10월. 고개 숙인 벼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려요. 윗집 아저씨와 뒷집 삼촌 모두 모였어요. 가을걷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줄줄 땀 흘리며 벼를 베는 아저씨와 삼촌. 아빠 옆엔 차곡차곡 볏단이 쌓여요. 나는 아빠 옆에서 벼 이삭을 주워요. 11월. 가을보리를 심어요. 엄마는 씨를 뿌리고, 나는 흙을 덮어요. 얼마 지나면 보리 싹이 돋을 거예요. 어린싹이 춥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김장 담글 배추와 무를 뽑아요. 엄마는 소금물에 배추 절일 준비를 하고, 아빠는 김장독 묻을 땅을 골라요. 나는 한 포기, 두 포기 배추를 날라요. 12월. 살얼음이 얼었어요. 엄마를 따라 비닐하우스에 가요. 덩굴을 감기 시작한 오이. 쑥쑥 자라는 오이처럼 내 키도 쑥쑥 컸으면. 꽁꽁 얼음이 얼었어요. 마을 아저씨들 모두 우리 집에 왔어요. 왁자지껄 떠들썩하게 이야기꽃을 피워요. 윗집 아저씨는 내년에 버섯을 키운대요. 뒷집 삼촌은 노란 딸기를 만들어 보겠다며 껄껄 웃어요. 나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요. 내 꿈은 멋진 농부가 되는 거예요. |
바닷가 소바리 마을 신문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여기는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 소바리예요. 남쪽 바다는 파도가 잔잔하고 바닷물이 따뜻하지요. 바닷가 마을에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바다에는 작은 고기잡이배들이 떠 있고 저 멀리 크고 작은 섬들이 보여요. 바닷가 마을 아이들이 모두 모였어요. 모두라고 해도 다섯 명이 전부지만요. 지금은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이에요. “오늘은 우리 마을을 소개하는 신문을 만들 거예요. 신문을 만들려면 먼저 취재해야겠죠.” 선생님이 펼친 신문을 보며 말했어요. 취재는 글을 쓰거나 신문 기사를 쓸 때 필요한 내용을 조사하는 일이에요 “우리 집 망구가 새끼를 낳았어요. 그런 것도 되나요?” 꼬마 정범이의 말에 모두 까르르 웃었어요. “그럼요, 우리 마을에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좋아요.” “신문요? 우리가 어떻게 신문을 만들어요?” 현서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가족들이 하는 일이나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개하면 돼요.” 정인이가 뒤따라 들어오며 말했어요. “아빠가 하는 일이 뭐 자랑이라고?” 마당에서 통발을 손보고 있던 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통같이 만든 고기잡이 기구예요. 정인이 와 정범이는 아빠를 따라 바다에 나갔어요. 통발을 건져 올리자, 그 안에 펄떡거리는 장어가 들어 있었어요. “우아, 장어다!” “운이 좋으면 우럭도 잡히는데, 오늘은 낙지랑 게밖에 없구나.” “물고기들은 바보인가 봐. 잡힐 줄 알면서 왜 통발로 들어갈까?” 정범이의 말에 아빠가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미끼를 먹으려고 들어오는 거야. 하긴 지나가다가 그냥 들어오기도 하니까 바보는 바보지.” 아빠와 정범이가 웃는 사이, 정인이는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어요. 현서는 아빠가 일하는 굴 양식장으로 갔어요. 굴 껍데기가 줄에 꿰여 줄줄이 매달려 있었어요. “아빠, 다 자란 굴은 어떻게 해요?” “뭍으로 가져가 껍데기를 까지. 녀석, 다 알면서.” “아빠, 내가 다 아는 거라도 하나하나 대답해 주셔야 해요. 오늘은 신문기자라니까요.” “그래, 그래.” 아빠는 환하게 웃었어요. 양식은 바다와 강에 사는 물고기, 해조류 등을 사람이 직접 기르는 거예요. 현서는 아빠를 따라 수협 공판장으로 갔어요. 바로 따서 껍데기를 깐 굴을 팔기 위해서예요. 아빠가 수협 공판장에 굴을 내려놓으니 , 공판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이 굴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어요. 현서는 이 모습을 열심히 스케치북에 그렸어요. 수협 공판장은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공동으로 파는 곳이에요. 이곳에서는 가장 비싼 값을 부른 사람에게 그 물건을 팔아요. 민주는 갯벌에서 일하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해수욕장을 지나면 갯벌이 나오는데, 해수욕장 곳곳에 더러운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어요. 지난여름 바닷가에 놀러 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 거예요. “아이, 속상해. 이런 쓰레기들 때문에 물고기가 다 죽잖아.” 민주는 이곳저곳을 찰칵찰칵 사진기로 찍었어요.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넓고 평평한 땅이에요. 갯벌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요. 갯벌에서 마을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조개를 캐고 있었어요. “우아, 바지락이 정말 많다.” 민주가 양동이를 들여다보며 말했어요. "민주 왔구나. 요즘 바지락 철이잖니.” 엄마는 호미질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어요. “어디 바지락뿐이야? 갯벌에 먹을 것투성이지.” 민주는 갯벌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어요. 정인이 와 건 이는 읍내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어, 너는 어디 가? 숙제는 다 했어?” “으응, 수협에 아빠 심부름 가.” “어? 나도 수협에 가는데. 우리 고모가 수협에서 일하잖아. 난 우리 고모에 대한 기사를 쓸 거다.” “와,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정인이 와 건이는 수협에 도착했어요. “건이야, 어쩐 일이야?” 건이 고모가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수협에 대해 취재하려고.” 고모는 씽긋 웃으며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수협은 은행처럼 돈을 관리해 주고, 어촌 사람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곳이야. 또 어촌의 특산물을 알리는 일도 해.” 건이는 수첩에 꼼꼼히 받아 적었어요. 수협은 ‘수산업 협동조합’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에요. 어촌의 생산물을 공동으로 판매하고 은행처럼 돈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곳이에요. 아이들이 다시 모였어요. “오늘은 취재한 것으로 신문을 만들 거예요. 기자가 되어 보니 어땠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 마을이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알았어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았어요.” 아이들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커다란 도화지에 기사를 쓰고 사진을 붙였어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색종이를 오려 붙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해서 드디어 마을 신문이 완성되었어요. 우리 아빠는 멋진 어부입니다. 아빠는 매일 새벽에 바다로 나가요. 전날 바다에 놓은 통발을 거두어들여요. 미끼를 먹으러 들어온 장어가 통발에 가득하면, 아빠는 우리에게 옷도 사 주고 공책도 사 주어요. 나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통발 낚시는 어린 물고기를 보호해서 좋아요! 그물을 쓰면 어린 물고기까지 모두 잡힌대요. 하지만 통발로 물고기를 잡으면 큰 물고기만 잡히고, 어린 물고기들은 통발 사이로 쏙쏙 빠져나가요. 통발은 어린 물고기들을 보호해서 좋아요. 우리 마을의 자랑, 맛있는 굴 우리 마을은 싱싱한 굴로 유명합니다. 바다에서 걷어 올린 굴은 수협 공판장으로 보내집니다.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할 만큼 몸에도 좋습니다. 손가락 암호로 굴을 사고파는 장면은 정말 신기합니다. 우리 집 굴도 비싼 값에 팔려 우리 아빠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정범이네 집 망구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어요. 엄청 귀여우니까, 강아지 키우고 싶은 사람은 빨리 오세요. 먼저 오는 세 사람에게만 줍니다. 바지락, 고둥을 먹게 해 주는 갯벌이 최고야! 우리 마을 갯벌에서는 고둥, 바지락, 낙지, 게가 아주 많이 살아요. 바로 삶아 먹으면 꼬들꼬들한 고둥에, 국물 맛이 끝내주는 바지락에, 쫄깃쫄깃한 낙지까지 모두 맛있어요. 지금 바지락을 캘 때니까 많이들 사러 오세요. 우리 마을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수협 수협은 읍내에 있어요. 그물이 망가지거나 배를 고치는 데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수협으로 오세요. 우리 마을 특산물도 선전해 준대요. 그것 말고도 정말 하는 일이 많아요. 참, 수협에서 일하는 우리 고모에게 어울릴 만한 신랑감이 있으면 연락하세요 현장 고발 지난여름, 우리 마을 바닷가에 놀러 와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을 고발합니다. 앞으로는 자기가 버린 쓰레기는 반드시 치우고 가 주세요. 쓰레기 때문에 바다가 숨을 쉴 수가 없대요. 소바리 마을 아이들이 해수욕장에 있는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여기저기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무척 많았습니다. 앞으로 피서객들이 해수욕장을 깨끗하게 이용하도록, 여름이 되면 마을 아이들이 모두 나서서 알리기로 했습니다. 우리 마을 바다는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
산지촌 얼음골에 봄이 왔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성호네가 서울로 이사를 갔어요. 떠나는 성호네도 손 흔드는 마을 사람들도 모두 표정이 어두웠어요. 성호 아빠가 굳은 얼굴로 트럭에 올라타자, 트럭은 얼음골을 떠났어요. 성호 할아버지는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였대요. 성호 아빠도 예전엔 광부였어요. 그런데 석탄을 쓰는 일이 줄면서 탄광이 문을 닫았지요. 성호 아빠는 그 뒤부터 약초를 캐다 파는 일을 했지만, 생활이 어려워 서울로 간대요. 그날 저녁 민박을 하는 보리네 집으로 봄이네 식구들이 놀러 왔어요. 꽃샘추위 때문인지 보리민박에는 손님이 없었어요. “그렇잖아도 조용하던 얼음골이 더 조용해졌네.” 보리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지요. “그러게요, 성호가 있었으면 시끌벅적 요란했을 텐데.” 봄이 엄마 목소리도 기운이 없었어요. 아이들도 풀이 죽은 모습이에요.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이 오늘따라 더 쓸쓸했어요. 봄이 아빠는 성호네 집 앞에서 잠깐 발걸음을 멈췄어요. 성호네 집을 비롯해서 불 꺼진 빈집들이 여러 채 보였어요. 수동이 할머니 집에서는 텔레비전 불빛이 새어 나왔어요.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긴 밤을 보냈지요. 봄이 엄마랑 아빠는 밤늦도록 이야기를 했어요. "서울에서 내려온 지 일 년이에요. 다들 떠나는 마당에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봄이 엄마가 말끝을 흐렸어요. "우리가 뜻이 있어서 내려온 거니까. 다 잘될 거예요." 봄이는 꿈을 꾸었어요. 봄이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어요. 한 걸음 두 걸음 언덕길을 올랐어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학교가 보일 거예요. 봄이가 언덕을 다 올라왔어요. 학교 교문이 보였어요. 그런데 운동장도 없고 교실도 없는 거예요. 봄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교실을 찾았어요. 하지만 산마루엔 덩그러니 봄이만 서 있었지요. 다음 날 아침, 봄이는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가자고 졸랐어요. 학교가 있나 없나 가 봐야 한다고요. 지난밤 꿈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봄이를 차에 태웠어요. 학교에 간다는 말에 범이는 잔뜩 부은 얼굴이에요. 이제 3학년이 되는 범이는 선생님 한 명에 친구도 몇 명 없는 산골의 작은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봄이네 가족이 학교에 도착했어요. “휴, 다행이다. 나는 학교에 못 가는 줄 알았어.” 서둘러 차에서 내린 봄이가 좋아서 운동장을 뛰어다녔어요. 깡충깡충 뛰어서 조회대로 올라갔어요. "치, 학교에 오면 뭐 해. 함께 놀 친구도 없는데. 아빠! 우리 다시 서울로 가요, 네?" 땅만 툭툭 차고 있던 범이가 볼멘소리를 했어요. 성호가 떠나니 범이가 심심했나 봐요. 여기는 하나도 재미없단 말이야. 보리하고만 노는 것도 재미없어. 한참 동안 운동장만 바라보던 봄이 아빠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어요. 할아버지는 늘 아빠한테 도시로 나가라고 하셨단다. 아빠는 서울에 있는 큰 회사에 취직을 했어. 그런데 늘 얼음골이 그리웠단다. 아빠에게는 이제 꿈이 생겼어. 자연에서 뛰놀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하다는 걸 도시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 너희도 아빠를 도와줄 수 있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면서도 범이와 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봄이네와 보리네는 얼음골을 산지촌체험마을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일 년 동안 준비한 일이지요. 산지촌 체험 마을은 도시 사람들이 얼음골의 생활을 그대로 체험해 보는 거라고 했어요. 그러다 보면 이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생길 거래요. 예전처럼 아이들도 많아져서 얼음골에 활기가 넘칠 거라고도 했어요. 봄이네와 보리네는 신이 나서 일을 했어요. 얼마 뒤면 ‘얼음골 산지촌 체험 마을’을 열어야 하거든요. 마무리를 하느라고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너와집 지붕을 손보고 있는 봄이 아빠의 팔뚝에 힘이 넘쳐났어요. 범이와 아빠는 너와집 방문에 창호지를 붙이고 있었어요. 구들을 깔아 놓은 이 방에서, 체험 학습을 온 손님들이 잘 거래요. 봄이와 엄마는 햇볕 가득한 마당에서 메주를 옮기고 있었어요. 장 담그기 체험을 할 때 쓸 메주예요. 보리와 엄마는 마당으로 나왔어요. 손님들과 함께 옮겨 심을 감자 모종을 살펴보기 위해서지요. 보리 아빠는 볕 좋은 곳으로 소달구지를 끌고 나왔어요. 도시 아이들이 탈 소달구지를 손보려는 거예요. 오늘은 ‘얼음골 산지촌체험마을’이 문을 여는 날이에요. 눈부신 봄 햇살이 얼음골을 비추고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도 봄볕 같은 웃음이 가득했지요. 저 멀리 버스 한 대가 올라오고 있었어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렸어요. 산지촌 체험을 하려고 온 도시 사람들이지요. 고요하던 산지촌 마을이 사람들 소리로 가득했어요. |
시골 영감 서울 구경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시골 영감이 쌈짓돈 모아 처음으로 하는 서울 나들이라네. 동그란 안경에 빨간 목도리, 우리 동네에서는 최고 멋쟁이지. 저기 보이는 게 서울이렷다! 신바람이 절로 나는구나, 얼쑤. 기차에서 내려 서울역 광장에 서니 여기가 정말 말로만 듣던 서울인가? 허허,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구나. 그럼, 허리띠 단단히 매고 서울 구경 한번 시작해 볼까? 많다, 많아! 짧은 치마 아가씨, 노랑머리 외국인. 교복 입은 여학생, 까까머리 군인. 우르르 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 후유, 사람이란 사람은 여기 명동에 다 모였구나. 덜컹덜컹 흔들흔들. 지하철 안은 또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을꼬? 아이고, 서울 구경하다 시골 영감 쓰러지겠네. 옆집 할아범한테 서울 자랑해야 하는데, 도대체 사람 말고 본 게 없으니 뭐라고 한담? 아하! 서울에 오니 사람이 무지하게 많더라, 이러면 되겠네. 아이고, 여기가 어디야?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구나.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기에 집이 이렇게 많은 게야? 왼쪽을 봐도 연립주택, 오른쪽을 봐도 연립주택, 뒤를 봐도 아파트, 집밖에 보이는 게 없구나. 에헴, 이곳에 올라가면 서울이 한눈에 다 보이겠지. 여기가 말로만 듣던 여의도의 63빌딩이로구나. 옆집 할아범 배 좀 아프겠어. 정말로 많다 많아. 성냥갑처럼 생긴 빌딩들이 한도 끝도 없네. 이게 다 회사야? 공장이야? 서울 사람들은 일만 하는 게야? 아하! 서울에 오니 아파트며, 빌딩이며, 건물들이 무지하게 많더라, 이러면 되겠네. 아이고, 침 넘어간다. 여기는 또 어디인고? 고급 음식점이 줄줄이, 고급 상점도 줄줄이. 오호라,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압구정동이로구나. 돈이 아까워서 사지는 못하겠고, 눈요기나 실컷 해야겠다. 우아, 정말로 많다 많아. 옷, 신발, 가방에 그릇에서 우산까지 없는 게 없네. 남대문 시장에 오길 정말 잘했어. 아하! 서울에 오니 온갖 물건 파는 상점이 무지하게 많더라, 이러면 되겠네. 하도 걸었더니 발바닥에서 불이 다 나네. 어디, 서울 택시 한번 타 보세. 그런데 택시 요금은 자꾸만 올라가는데 차는 왜 이리 못 갈까? 무슨 차들이 이리도 많아? 우아, 진짜로 많다 많아. 여기가 시청 앞 광장이렷다! 이리 가도 길, 저리 가도 길, 요리 가도, 조리 가도 모두 다 길이로세. 많고 많은 길에 버스며 택시며 자가용이 가득가득 차 있네. 이 영감 가슴이 울렁울렁, 울렁증이 생겼네. 아하! 서울에 오니 차가 무지하게 많더라, 이러면 되겠네. 아이고, 다리야. 비싼 택시 탄 거 다 소용없네.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서울 시내 한복판에 구중궁궐 공원이 다 있네. 서울 사람들은 일만 하는 줄 알았더니, 놀기도 하나 보구나. 한참을 쉬었더니 힘이 펄펄 나는구나. 시골 영감 공짜 좋아하는데 어디가 공짜인지 한번 알아보세. 길거리 공연장에서 공짜로 음악을 듣고, 도서관에서 공짜로 책도 보고, 미술관에서 공짜로 그림도 보고, 시골 영감 서울 사람 다 됐구나. 아하! 서울에 오니 공짜로 갈 곳이 무지하게 많더라, 이러면 되겠네. “옆집 할아범? 그래. 나야, 나. 서울에 와서 뭘 봤느냐고? 내가 뭘 봤느냐면. 사람을 무지하게 많이 보고, 건물도 무지이하게 많이 보고, 상점도 무지이이하게 많이 보고, 차도 무지이이이하게 많이 보고, 공짜로 갈 곳도 무지이이이이하게 많이 보고. 그럼 이따가 보세.” 말로만 듣던 서울에도 왔고 옆집 할아범한테 자랑도 했으니, 볼일 다 봤네그려. 서울 구경 한번 자알 했다! 얼른 내려가서 뒷집 할멈한테도 자랑해야지. |
팔도 총각이 왔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말 잘하고 인심 좋은 팔도 총각이 물건을 가득 싣고 전국을 달려요. “팔도 특산물이 왔어요!” 우리나라 팔도강산 안 가는 곳이 없지요. 무엇을 싣고 왔는지 한번 따라가 볼까요? 팔도강산 갈 데도 많고 좋은 것도 많아. 서울을 떠나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지나 고개 넘어 강원도,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한 바퀴 휘휘 돌아 팔도 특산물을 싣고 왔네. 경기도 특산물이오. 강이 많고 땅이 기름져서 곡식이 풍성한 경기도예요. 인심 좋은 팔도 총각이 경기도를 돌고 돌아 물건을 바리바리 싣고 왔어요. 경기도 특산물이 왔어요! 임금님께 바쳤던 기름기 좌르르 흐르는 여주 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천 도자기에, 골골하던 사람도 벌떡 일어난다는 가평 잣이오! 화문석이 왜 화문석이냐. 꽃무늬가 있는 돗자리라 이거지. 고려 시대부터 중국 사람들이 이 화문석을 갖고 싶어 난리였다네. 화문석 깔고 떡하니 누워 봐, 신선이 따로 없다니까. 아유, 곱기도 하지. 포천의 막걸리도 있어요! 저기 가는 아저씨, 동나기 전에 빨리 오세요. 와, 이 무는 이상하게 생겼네. 이건 강화의 특산물인 순무예요. 총각, 이거 안성 유기 맞지? 그럼요. 놋그릇은 유기, 유기는 안성 유기지요. 경기도를 아예 통째로 가져왔구먼. 충청도 양반들이 쓰고 먹던 거래유. 평평하고 넓은 땅에 점잖은 양반들이 사는 충청도예요. 말 잘하는 팔도 총각이 충청도로 굽이굽이 넘어가 양반들이 쓰던 특산물을 이것저것 모아 왔어요. 충청도 물건이에유~! 인삼 하면 금산, 금산 하면 충청도. 여름을 나려면 한산 모시를 입어야 하고, 물맛을 알려면 초정리 광천수를 마셔 봐야지유. 예절 바르고, 인심 좋은 거 하면 충청도잖아유. 입이 심심할 때 쫀득쫀득한 영동 곶감 한번 먹어 보슈. 천안 호두과자도 맛이 기막히지유. 역시 인삼은 금산이지유. 그럼유, 그럼유. 이 곶감은 어디서 온 거예요? 그야 물론 충청도 영동에서 왔슈. 쫀득쫀득한 게 얼마나 맛있다구유. 아니, 이 귀한 한산 모시도 있네. 청양 고추는 척 보면 딱 알아. 작은 게 아주 야물딱지게 생겼다니까. 어머, 난 천안 호두과자를 진짜 좋아하는데. 아가씨는 예쁘니까 이거 그냥 드릴게유. 전라도 진짜배기 물건들 보러 오소,잉! 넓디넓은 땅만큼 사람들 마음도 넉넉한 곳이 전라도예요. 넉살 좋은 팔도 총각이 전라도를 구석구석 돌아 기막히게 맛 좋은 것들을 가져왔어요. 진짜배기 전라도 물건이어라. 녹차는 보성 녹차가 으뜸이요, 임금님이 자시던 영광 굴비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당께라~. 오신 김에 머리통만 한 나주 배, 맛 한번 보고 가소. 갯벌에서 방금 잡아 온 목포 세발낙지요~. 발이 셋이라 세발이 아니랑께라. 발이 가늘어서 세발이지라~. 요놈은 요렇게 살았을 때 입에 쏙 넣어야 맛있당께. 어머, 어머! 어떡해, 어떡해! 이 대바구니는 어디서 왔는지 아신다요? 에이, 아저씨도. 죽세공품은 담양이지. 담양에서는 대나무로 못 만드는 게 없다잖아. 배는 역시 나주 배가 맛있어요. 당연하지. 배는 나주 배, 낙지는 목포 세발낙지지. 엄마, 저 강아지 갖고 싶어요. 싫어, 싫어. 난 진도로 갈 거야. 우리 엄마한테 갈 거야. 왈왈! 특산물이라카믄 경상도 아닙니꺼! 산도 좋고 강도 좋고 바다도 좋은 곳은 경상도지요. 발 빠른 팔도 총각이 이번에는 경상도에 가서 따 오고, 캐 오고, 건져서 트럭 한가득 특산물을 싣고 왔어요. 경상도를 가니 부산 자갈치 시장에 해산물도 많고, 청송에 사과도 많아. 통통배를 타고 울릉도에 가면 울릉도 오징어가 날 반겨 주네. 기장 미역은 기본이고예, 의성 마늘은 보너스고예, 성주 참외는 덤이라예.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으니 빨리 오이소! 총각, 내 이 빠지면 책임져. 아이고, 이 울릉도 호박엿은 절대로 이에 안 붙어예. 그러잖아도 기장 미역을 찾고 있었는데 잘됐네. 우리 딸이 애를 낳아서 말이야. 아주머니, 의성 마늘은 세어 보나 마나 여섯 쪽이에요. 하나, 둘, 셋, 넷 마늘은 육쪽마늘이 최곤데! 산 높고 바다 넓은 강원도 특산물이래요! 높은 산봉우리와 길게 뻗은 바닷가가 있는 강원도예요. 힘이 넘치는 팔도 총각이 대관령 고개를 넘어 바닷가를 돌고 돌아 강원도의 명물들을 가져왔어요. 이 쪽을 보면 산이 높고, 저 쪽을 보면 바다가 넓어. 강원도 어딜 가나 명물이요, 진품일세. 정선에 황기, 고성에 명태, 동해에 다시마! 딴 데 가서 찾지 말고 여기 와서 구경들 하드래요. 인제의 황태 빠진 해장국은 팥 없는 붕어빵이고, 긴긴 겨울밤에 평창 메밀묵이 빠지면 팔도 총각 없는 트럭이에요. 황태랑 명태랑 뭐가 달라요? 명태는 얼리면 동태, 반쯤 말리면 코다리, 바짝 말린 건 북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한 건 황태!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 건 강냉인데, 왜 강냉이는 없지? 어유, 답답해. 옥수수가 강냉이잖아! 안녕하시광? 제주도에서 왔수다! 말도 잘하고 인심도 좋고 게다가 넉살까지 좋은 팔도 총각이 물 넘고 바다 건너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화산이 폭발해서 생긴 섬 제주도에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귀한 것이 많지요. 바람 많고 돌도 많은 제주도에는 맛 좋고영양 좋은 특산물도 많지요. 은빛 고운 갈치는 아버지께 드리고, 탐스러운 전복은 어머니께 드리고, 새콤달콤 감귤은 친구랑 사이좋게 나눠 먹어요. 자, 방금 제주도 해녀가 건져 온 전복이 왔습니다. 너무 싱싱해서 바다로 돌아가기 전에 빨리 오세요. 설탕에 절여 놓았다가 유자차 끓여 먹어 봐요. 피부에 그만이죠. 이것이 그 귀한 제주도 옥돔? 정말 귀하게 생겼네. 제주도에서는 갈치를 날것으로도 먹는다지? 그만큼 신선하고 맛이 좋다는 거지요. 엄마, 이건 뭐야? 이건 백년초라는 손바닥선인장의 열매야. 문어 머리가 내 머리만큼 크다. 전국의 물건들이 다 모이는 서울입니다. 서울에 가면 옷도 많고, 채소도 많고, 과일도 많고, 없는 게 없어요. 전국에서 올라온 특산물이 다 모여 있지요. 그래서 서울 곳곳에는 아주 큰 시장들이 있어요. 서울에 가면 시장이 많아. 쌀도 많고, 생선도 많고, 옷도 많고, 채소도 많고, 과일도 많지. 필요한 건 뭐든지 다 살 수 있어. 이곳은 남대문 시장이야. 옷이며 신발, 가방, 없는 게 없지. 멋쟁이가 되려면 여기부터 와야 한대. 이곳에 오면 우리나라 전국 바다에서 나오는 온갖 수산물을 다 만날 수 있어. 새벽이 대낮처럼 밝아. 채소, 과일, 생선이 필요하면 이곳에 오면 돼.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몸에 좋은 한약 재료를 파는 곳이야. 전국의 귀한 약초가 이곳에 다 모여 있대. 트럭을 타고 경기도에 가서 도자기를 굽고 충청도에 가서 인삼을 먹고, 전라도에 가서 차를 마시고, 경상도로 넘어갔네. 경상도에 가서 사과를 먹고, 강원도에서 옥수수를 먹고,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갔네. 제주도에서 해녀도 보고 감귤도 먹고 서울로 갔지. “팔도 특산물이 왔어요!” 서울에 와서 남대문, 노량진, 가락동 시장에 가니 우리나라 팔도강산 특산물이 참 많구나! |
뗏목에서 우주선까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선사 시대, 그러니까 아주 먼 옛날 하늘에는 새만 날아다녔어. 사람들은 땅 위에서는 두 발로 걷고, 강이나 바다에서는 뗏목을 타고 다녔지. 오천 년 전 즈음, 사람들은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었지만, 꿈일 뿐이었어. 땅 위의 사람들은 무거운 돌을 나무 위에 놓고 굴리면 쉽게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그러고는 굴러가는 바퀴를 생각해 냈어. 바다에서는 배에 돛을 달아 힘들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어. 이천 년 전, 하늘에는 여전히 새들뿐이었어. 사람들은 수레에 바퀴를 달아 무거운 짐을 옮겼어. 바퀴 덕분에 아주 많은 일을 하게 된 셈이었지. 돛을 단 배는 크기도 커졌고 하는 일도 많아졌어. 노가 많아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배, 물건을 가득 싣고 가는 배, 그리고 전쟁에 나가는 배까지 생겼으니까 말이야. 천 년 전, 바다를 건너는 배가 많아지면서 해적선이 늘어났어. 땅에서는 사람보다 빠른 말이 수레를 끌었어. 마차에는 짐도 싣고 사람도 태웠지.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싣고도 더 멀리, 더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어. 천 년 전, 바다를 건너는 배가 많아지면서 해적선이 늘어났어. 배를 타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약탈하던 해적이 바이킹이야. 이들이 타던 해적선 가운데 하나가 바이킹선이야. 오백 년 전, 그러니까 1500년 즈음에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했어.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을,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방법을, 바다에서 더 멀리,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이백 년 전 즈음에 드디어 사람들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어. 커다란 풍선에 뜨거운 공기를 넣거나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어 공중에 붕 뜨게 된 거지. 바다에서는 물을 끓여 생기는 힘으로 움직이는 증기 배가 만들어지고, 땅 위에서도 증기기관차가 달리게 되었어. 하늘에 무언가 떠다닌다고? 바람의 힘으로 나는 글라이더야. 땅 위에는 기차가 늘어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도 나타났어. 바다에는 프로펠러를 단 쇠로 만든 배가 떠다녔어. 4,000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배도 나왔어. 석유 같은 연료를 이용한 자동차는 1870년쯤에 만들어졌어. 바다 위에는 기름을 실어 나르는 유조선이 나타났고, 바닷속에서는 잠수함이 다녔어. 이제는 물을 끓여 배를 움직일 필요가 없었어. 기름만 있으면 모두 움직일 수 있었지. 1903년은 정말 특별한 해였어. 라이트 형제가 기계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진짜 비행기를 만들었거든. 바다에는 여객선을 타고 먼 나라로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1930년이 되었어. 많은 사람들이 탄 비행기가 구름 위를 날고, 땅 위에는 갖가지 모습의 자동차들이 달렸어. 바다에는 비행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커다란 항공모함이 떠다녔어. 1950년, 지금부터 60년 전쯤이야. 바람처럼 빠른 제트기가 날아다녔어. 잠자리를 닮은 헬리콥터도 나타났지. 서울 거리에는 택시와 버스도 다니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자전거도 씽씽 내달렸어. 다른 기차보다 훨씬 빠른 고속 열차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대. 1964년에 최초의 고속 열차가 만들어졌어. 일본에서 만든 이 열차의 이름은 신칸센이야. 1970년 무렵에 사람들의 꿈은 우주로 향하기 시작했어. 1969년에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어. 바다에서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물고기를 잡고, 물건을 옮기고, 기름을 실어 나르고, 비행기까지 옮겼지. 이때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힘으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자동차의 이름은 ‘시발’이야. 1955년에 선보였는데 한 대 만드는 데 넉 달이나 걸렸대. 1980년 무렵에 엄마 아빠가 우리만 했을 때 비행기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어.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에 가는 것도 가능해졌어.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가득 차게 되었고, 땅속에는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했어. 그때의 지하철은 서울역과 청량리 사이만 오갔어. 지구 밖에는 우주선이 쉴 수 있는 우주 정거장이 생겼어. 사람들은 전기나 태양열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어. 바다에 가면 요트나 관광 잠수함을 탈 수 있지. 뗏목에서 우주선까지!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해. 더 멀리,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이러다 보면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머신도 만들 수 있을 거야. |
큰비가 쏟아져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철퍼덕, 철퍼덕. 물웅덩이를 밟는 장화 소리가 요란했어요. “수민이 이놈아야, 축대에서 놀면 되나 안 되나? 야가 금방 어데 갔나? 쥐새끼매냥 숨어서는.” “이크, 꼬챙이 할배다!” 나는 복실이를 안고 얼른 장독 뒤로 숨었어요. “이장, 나와 봐라. 마을 다리 언제 고칠끼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온 마당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어요. “어르신, 오셨심니꺼? 며칠 뒤에 면에서 고친다 캤는데.” 아빠와 엄마가 부리나케 마루로 나왔어요. “흥, 소 잃고 외양간 고칠끼가? 우째 이장이 지 할 일도 못하노.” 화를 버럭 내며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었어요. “면장이가? 여긴 꽃물리인디, 금이 간 다리 저리 놔둘라카나? 30년 전맹키로 물바다 되는 꼴 보고 잡나? 당장 와서 몬 고치나?” 할아버지는 목이 탔는지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어요. 나는 꼬챙이 할아버지가 무서워요. 인사를 제대로 안 한다고 콩 쥐어박고요. 어른이 묻는데 우물거린다고 혼내고요. 게다가 사내답지 못하다고 꾸중을 하지요. 할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며 아버지 흉을 볼 때는 정말 싫어요. 며칠 뒤 새벽이었어요. 후두두둑 후두두둑. 하늘에서 큰비가 쏟아졌어요. “태풍이 비켜 간다 캤는데, 와 이래 퍼붓노.” 아빠는 서둘러 마을로 나갔어요. 밤새도록 크르릉 쾅, 천둥 번개가 쳤어요. “얼른 비 단속해야 안 되겠나!”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빗속에 파묻혔어요. 날이 밝자, 사람들은 다리로 몰려갔어요. 밤새 쏟아진 비에 강물이 불어 다리 위로 넘칠 듯했어요. 비는 쉴 새 없이 퍼붓고 있었어요. 누런 황톳물이 마을을 덮쳤어요. 아빠가 내 손을 잡고 급히 뛰었어요. 겁에 질린 사람들은 부랴부랴 언덕으로 피했어요. “아이고, 우리 돼지 떠내려가네.” 옆집 아저씨가 강물로 뛰어들려고 하자, 어른들이 붙잡았어요. 나는 힘없이 마을을 내려다보았어요. 떠내려가는 돼지들이 꿀꿀거렸어요. 나는 덜덜 떨며 복실이를 안으려고 손을 뻗었어요. 그런데 복실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마을 사람들이 학교에 모였어요. 아저씨들은 교실 바닥에 다닥다닥 자리를 깔았지요. “어르신들이 구해 주시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계곡에서 내려온 피서객들은 아저씨들께 자꾸자꾸 인사를 했어요.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렸어요. “니는 안 먹나? 아부지가 걱정한다카이.” 엄마가 라면을 내밀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어요. 자꾸자꾸 복실이가 생각났거든요. “느그들, 30년 전 기억나나? 그때도 똑 이랬는디. 그래도 산 사람은 다 살아가는 기라.” 꼬챙이 할아버지였어요. “지도 눈에 선합니더. 영감님네 경수도 물에 그만.” 슈퍼마켓 수다쟁이 아줌마가 눈시울을 붉혔어요. “치워라, 마! 그게 언제 일이라꼬!” “생지옥이 따로 없었지예. 경수 어무이는 경수 구할라꼬 시커먼 물속에서 헤매고, 영감님도 정신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지 않았심니꺼?” 그 물난리로 할아버지는 아들과 아내를 모두 잃으셨대요. 나는 힐끗 할아버지를 쳐다보았어요. 입은 굳게 다무셨지만,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어요. 며칠 뒤에야 비가 그쳤어요. “신세 많이 졌습니다!” 길이 뚫렸다는 소식이 들리자, 피서객들은 돌아갔어요. 마을 사람들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이고, 우린 이제 어찌 사노!” 마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가축도 농작물도 복실이도 없었어요. 마을에 수해 대책본부가 꾸려졌어요. 군인 아저씨와 자원봉사자들이 내려와 마을 일을 도왔어요. 얼마 뒤, 사람들이 보내 준 물건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마을로 들어왔어요. 물살에 떠밀려 온 쓰레기들은 집게차가 말끔히 치웠지요. “봐라, 봐라. 여기도 치워야 안 되겠나!” 오늘도 꼬챙이 할아버지는 여전히 바빴어요. 나는 복실이를 찾아 나섰어요. 마을을 모두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무너진 강둑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드디어 복실이를 보았어요. 나는 복실이를 향해 내달렸어요. “안 된데이!” 누군가 소리쳤어요.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나는 그만 쭈르르 미끄러졌어요. 엉겁결에 나뭇가지를 움켜잡았어요. 힐끗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눈앞이 캄캄했어요. 콸콸콸 흐르는 누런 강물만 보였어요. 갑자기 줄이 당겨지고, 내 몸이 번쩍 들렸어요. 동네 아저씨들이 달려온 거예요. “울지 말그라, 살았으니까 됐다.” 꼬챙이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어요. “그냥 다리는 안 된데이. 백 년도 까딱없는 튼튼한 다리를 지어야 한다 아이가!” 어김없이 꼬챙이 할아버지가 참견했지요. 나는 슬며시 웃었어요. 오늘따라 할아버지의 잔소리가 정겹게 느껴졌어요. |
모두 소중한 가족이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우리 동네에는 아주 많은 가족들이 살아요. 그중에 우리 가족이 식구 수가 제일 많지요.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해요. “세상에 집만큼 편한 데는 없어.” 집이 편하다고요? “그럼요, 어머니. 집이 최고죠.” 어라? 이번에는 아빠도 집이 제일 좋다고 하네요. 날마다 먹고 자고 쉬는 집. 나는 집보다는 수영장이나 놀이동산이 훨씬 더 좋은데, 왜 다들 집이 좋다고 하는 걸까요? “집이 가장 좋은 이유는 가장 소중한 가정이기 때문이야.” 가정이라고요? 가정이 뭘까요? “가정은 그러니까” 엄마는 아주 천천히 말해요. 하지만 엄마의 말은 딱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가정은 한집에 사는 우리 가족을 말하는 거네요. 뭐, 엄마 말대로 우리 동네에는 아주 많은 가정이 있어요. 그중에서 식구 수가 제일 많은 집이 우리 집이에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아빠, 엄마 그리고 오빠와 나와 내 동생. 할아버지가 식구는 많을수록 좋대요.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아요. 엄마가 회사에 다닐 때 할머니와 고모가 나를 업어 키웠대요. 고모가 없었다면 엄마는 회사를 다니지 못했을 거래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족들이 모두 모여요. 가족회의라는 것을 하는데, 여럿이 모이면 문제가 잘 해결돼요. 하지만 언제나 좋은 건 아니에요. 다른 집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오빠한테 대들었다가는 할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어요. 사람마다 하는 일이 정해져 있어요. 엄마는 식사 준비를 하고 고모는 설거지를 해요. 아빠와 삼촌은 청소를 해요. 어른들이 계실 때는 큰 소리를 내면 안 되고, 얌전하게 행동해야 해요. 식구가 많을수록 좋다고? 우리는 좀 생각이 달라. 식구 수가 많으면 신경 쓸 일도 많아져.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집에 모여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우리는 우리 둘만 있으면 돼. 우리는 아기가 없기 때문에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주말에 시간이 나면 취미 생활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부모님을 만나러 시골에 가면 무척 반가워요. 하지만 언제나 좋은 건 아니야. 가끔 식구가 많은 집이 부럽기도 해. 힘든 일이 있을 때 부모님 생각이 나지만, 너무 멀리 있어 달려가기 힘들어요. 예쁜 아기들을 보면 내 아기였으면 하는 생각이 나요. 가족들이 나들이 나온 것을 보면 부러워서 자꾸 쳐다보게 돼요. 부모님은 답답한 도시보다는 공기 좋은 농촌에서 사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는 있어야지요. 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다니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아이들 크는 걸 보면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면 우리도 사는 보람을 느껴요. 부모님에게 아이들은 커다란 즐거움이에요. 부부 싸움을 하다가도 아이들 앞에서는 참게 돼요. 하지만 언제나 좋은 건 아니에요. 어떤 때는 아이들이 없는 집이 부럽고, 또 어떤 때는 식구가 많은 집이 부럽기도 하지요. 부부만 사는 집을 보면 부러워요. 시간이 나면 취미 생활을 즐기잖아요? 우리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어요.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아요. 이럴 땐 식구가 많은 집이 부러워요. 온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와도 집에 와서 편안히 쉴 수 없어요. 우리 아빠는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갔대요. 우리 가족도 둘뿐이어서 서로를 도와주어요. 엄마한테는 비밀이지만 아빠가 있는 친구들이 조금 부러워요. 나도 아빠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요. 나는 우리 엄마를 날마다 안아 줘요. 사람들이 나보고 어른스럽대요. 할아버지는 늘 우리와 이야기하려고 해요. 그래서 오히려 젊어지는 것 같대요. 엄마 아빠랑 살 때는 자주 혼났는데 할머니랑 같이 있으면 혼나지 않아요. 할머니가 나랑 놀아 주느라 많이 힘들어해요. 장난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우리는 엄마 아빠가 직접 낳진 않았대요. 나와 내 동생은 보육원에서 데려왔대요. 그리고 이렇게 한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우리는 엄마 아빠를 정말 사랑해요. 내가 엄마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우유도 먹지 않고 울기만 했대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우리에게는 새로운 동생이 생길 거예요. 동생이 생기면 정말 잘해 줄 거예요. 데려온 아이라고 놀리는 친구가 있어요. 나는 떳떳하지만 엄마가 가슴 아파해요. 우리는 우리뿐이에요.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없어요. 하지만 슬프지 않아요. 우리끼리 서로 믿고 도와주며 재미있게 살아요. 우리 힘으로만 살기 때문에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아야 해요. 어른들과 같이 살지 않아서, 집안일을 혼자 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각자 할 일은 알아서 해요. 우리 동네에는 아주 많은 가족들이 살아요. 둘이 살건 열 명이 살건, 엄마와 아빠가 있건 없건 가족의 모습이 어떤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가족이건, 서로를 사랑하고 아낀다면 정말 소중한 가정을 가진 거예요. |
병수 씨에게 딱 맞는 직업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아침부터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하나도 못 팔았어. 저 높은 건물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여기저기 안 가 본 곳이 없어. 우리 회사에서 만든 그릇이 얼마나 좋은지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는데 대체 왜 안 팔리는 거지? 휴, 모르겠다. 점심부터 먹고 보자. 아이고, 다리야. 이런, 구두가 벌써 다 닳았잖아! 하긴 매일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녔으니 구두가 성할 리가 있어? 구두가 닳도록 뛰어다니면 뭐 해? 아차차, 내 샌드위치! 흠, 바로 이 맛이야. 난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해! 그릇은 못 팔아도 먹는 거 하나는 자신 있지. 그래! 나라면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어. 싱싱한 재료를 골라 탁탁탁 썰어서 갖은양념을 넣고 끓이면 맛있는 해물탕 완성! 하지만 내가 만들 줄 아는 요리는 해물탕 하나뿐이잖아. 아무래도 나는 만드는 것보다 먹는 것이 더 좋아. 에, 에에, 에취! 벌써 며칠째야! 우리 동네 의사는 감기 하나도 못 고치나? 내가 의사를 해도 이보단 낫겠네. 어? 그러고 보니 내가 의사 가운을 입어도 멋지겠는걸. 아픈 사람을 고치면 얼마나 보람이 있겠어? 치과, 안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어떤 의사를 하지? 그래, 소아과 의사가 좋겠다! 난 아이들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의사라면 수술도 해야 할 텐데. 수, 수술? 으악! 나는 심장이 약하잖아. 수술하다가 무서워서 뛰쳐나와 버리면 어떡하지? 그래,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일은 아무나 하나. 그나저나 지난밤 야구 시합 결과가 어떻게 되었지? 뭐야, 또 졌어? 도대체 우리 팀은 뭘 한 거야? 그러니까 내가 야구 선수를 해야 하는데 말이야. 학교 다닐 때 내가 야구 선수였잖아. 내가 운동장에 들어서기만 해도 선수들이 벌벌 떨었지. 지금 나를 받아 줄 야구팀이 있을까? 휴, 이 뱃살을 빼기 전에는 안 되겠지?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저런, 필리핀에 태풍이 불었군. 우아, 러시아에서 또 우주선을 쏘아 올렸구나! 기자들은 좋겠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을 테니. 아, 나도 이 좁은 도시를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앗, 그런데 신문 기사는 누가 쓰지? 내가 써야 하나? 난 글 쓰는 건 아주 싫은데. 내가 일기 쓰기를 얼마나 싫어했는데. 삐뽀 삐뽀 . 아이코, 깜짝이야! 저런, 어디서 또 사고가 났나 보네. 큰일이 아니어야 할 텐데. 그래도 구조 대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 동네를 지켜 주는 슈퍼맨이 따로 없다니까 아픈 사람을 응급 치료하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불도 끄고 얼마나 보람되고, 일이야! 그런데 멋지다고 구조 대원이 될 수는 없잖아. 급한 사건을 해결하느라 밤새는 일도 많고,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해야 할 거야. 따르르릉. “여보세요? 아, 사장님! 그러지 않아도 찾아뵈려고 했는데 무슨 일이세요? 예? 그릇을 열 상자나 사신다고요? 정말입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네, 네. 지금 당장 찾아뵙겠습니다.” 역시 그릇 파는 건 내가 일 등이라니까. 우리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아. 어른이 되면 대부분 돈을 벌어야 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업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야.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직업이 있어. 수많은 직업 중에서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은 무엇일까? 또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자, 병수 씨의 하루를 살펴보면서 이 문제의 답을 함께 찾아보자. 좋은 직업이란 무엇일까요? 병수 아저씨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릇 파는 일이라고 깨닫게 되었어요. 이처럼 좋은 직업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이어야 해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직업이 있어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아요. 왜 다양한 직업이 생기는 걸까요?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생산 활동이 분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이 자꾸 생겨요. 또 사회의 변화와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함을 원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직업이 생기는 거예요. 옛날에는 이런 직업도 있었어요! 아빠, 엄마가 어렸을 때에는 버스 문을 여닫고 표를 받는 일을 하는 버스 안내원이 있었어요. 미래에는 이런 직업이! 바닷속 깊은 곳을 안내하는 해저 관광 가이드나 우주 관광을 도와주는 우주여행 가이드가 생길 거예요. 사람의 질병을 예방하거나 진단, 진료해 주는 직업이에요. 내과,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이 있어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출동하여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직업이에요. 119 소방 구조 대원이 대표적이에요. 음식을 만드는 직업이에요. 한식, 양식, 중식 등 요리 종류에 따라 다양한 요리사가 있어요. |
행복마을의 공공 기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핑키핑키별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요. 별이 어찌나 작은 지 하루면 핑키핑키별을 다 둘러볼 수 있어요. “여기는 너무 좁아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어디 좋은 별이 없을까?” 핑키핑키별에 사는 외계인들은 지구별이 살기 좋다는 소문을 듣고 지구별로 떠나기로 했어요. 망망이와 왕왕이 가족도 지구별로 가는 우주선에 올랐어요. 우주선이 도착한 곳은 대한민국의 행복마을이었어요. 외계인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 행복마을 지하에 집을 지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여기는 너무 넓어서 왕왕이네 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하루 종일 왕왕이가 사는 곳을 찾아다닌 망망이가 투덜거렸어요. “그러게, 누가 어디에 사는지 알 수가 없어.” 다른 외계인들도 투덜거렸지요. “그럼, 지구별 사람들은 어떻게 집을 찾는지 알아볼까?” 외계인들은 행복마을을 살펴보기로 했어요. 행복마을에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공 기관이 있었어요. “우리도 주민센터를 짓고 주소를 만들기로 하자!” “도둑이야!” “대체 무슨 일이야?” 지하도시에 도둑이 들었어요. 외계인들은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어요. 핑키핑키별에서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 없었거든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구별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보자!” “경찰서가 있으면 도둑들이 꼼짝도 못 하겠군. 우리도 경찰서를 만들어야겠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망망이였어요. 망망이는 핑키핑키별에 남아 있는 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었어요. 망망이가 우는 모습을 보자 다른 외계인들도 슬퍼졌어요. “지구별 사람들은 멀리 있는 친구가 그리우면 어떻게 할까?”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이를 어째. 빨리 양동이에 물을 담아 오라고 해. 어서!” 외계인들 모두 힘을 모아 겨우겨우 불을 껐지만, 왕왕이네 집은 다 타 버리고 말았어요. “우리 집이 타 버렸어. 엉엉!” 왕왕이네 가족은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더 이상 읽을 책이 없다고요. 망망이가 불만스럽게 말했어요. “음,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잠깐 기다려 보렴.” 망망이 엄마는 서둘러 행복마을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핑키핑키별에는 왜 이렇게 좋은 곳이 없나 몰라.” “도서관만 있으면 모두 척척박사가 될 거예요.” 드디어 멋진 지구별 지하도시에도 공공 기관이 생겼어요. “이제 우리도 이곳에서 편히 살 수 있겠구나.” 외계인들은 지하도시를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았지요. 망망이는 씽씽이에게서 온 답장을 읽느라 바빴어요. 망망아, 잘 있었어? 우리도 곧 그곳으로 갈 거야. 지하도시 핑키핑키 1번지를 찾아가면 되는 거지? 보고 싶어, 친구야. ‘공공’은 나라와 여러 사람에게 관계되는 것을 말해요. ‘공공시설’은 여러 사람이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만든 시설을 가리켜요. ‘공공 기관’은 여러 사람을 위한 일을 맡아보는 곳이에요. 농촌에는 주민센터나 구청 대신 면사무소나 읍사무소 같은 공공 기관이 있어요. 이곳에서 주민등록증 등 여러 가지 증명서를 만들 수 있어요. 그 밖에 마을 회관이나 농산물 저장 창고 등이 있어요. |
뿔나팔에서 인터넷까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오늘은 사냥을 하는 날이에요. 오늘은 사냥을 하는 날이에요. 강을 막 건널 때였어요. 앞서가던 무리가 손을 들었어요. 사냥감을 발견했다는 신호예요. 큰 바위 옆에 커다란 멧돼지들이 있었어요. 한 무리는 멧돼지를 쫓고, 다른 무리는 활을 겨누었어요. “멧돼지를 잡았다!” 둥둥둥 북을 치고 뿌우뿌 뿔나팔을 불었어요. 남자들은 강 건넛마을로 소식을 알렸지요. 마을에 남아 있던 여자들과 아이들은 나팔 소리를 듣고 강가로 갔어요. 사냥에서 돌아오는 남자들을 맞이했지요. 세월이 흘렀어요. 사람들은 농사를 짓게 되었고, 여기저기에 나라가 생겨났어요. 서로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도 했지요. 어느 날 한밤중에 이웃 나라 군대가 쳐들어왔어요. 산 위에서 국경을 지키던 병사가 적들을 발견하고는 봉수대에 불을 피웠지요. 불빛은 북소리, 나팔 소리보다 더 멀리 소식을 전했어요. 산 아래 병사들이 불빛을 보았어요. “적이 나타났다!” 병사들은 재빨리 싸울 준비를 했어요. 조금 있자 횃불이 또 하나 올랐어요. 적들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신호예요. 어느새 봉수대에는 횃불 다섯 개가 활활 타고 있었어요. 넓은 벌판에서 두 나라 병사들은 밤새도록 싸움을 했어요. 날이 밝자 싸움이 끝났어요. 봉수대에는 연기 하나가 피어올랐지요. 적들이 물러갔다는 소식을 전하는 거예요. 연기는 먼 곳까지 잘 보였어요. 옛날에는 어떻게 소식을 전했을까요? 아주 먼 옛날에는 사람이 소리를 질러서 소식을 알렸어요. 하지만 그 소리는 먼 곳까지 가지 못했어요. 북소리와 나팔 소리도 아주 먼 곳까지 들리지는 않았어요. 사람들은 더 먼 곳까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불을 이용했어요. 높은 산 위에 ‘봉수대’를 만든 뒤 밤에는 불을, 낮에는 연기를 피워 소식을 전했어요. 횃불의 개수에 따라 전하는 내용이 달랐어요. 비가 올 때에는 어떻게 했을까요? 비가 와서 불을 피우지 못할 때에는 뿔나팔을 불거나 화포를 쏘기도 했어요. 그러나 뿔나팔은 멀리서 들리지 않았고, 화포는 쏘는 법이 어려워 사용하기가 불편했어요. “이 편지를 한양에 있는 박 대감께 전해 드려라.” 돌쇠는 짚신을 여러 켤레 챙겨서 한양으로 떠났어요. 돌쇠는 걷고 또 걸었어요. 말을 타고 소식을 전하러 가는 병사들이 보였어요. 돌쇠도 말을 타고 싶었지만 말은 주로 나라의 중요한 일을 전하는 사람들만 쓸 수 있었어요. 돌쇠가 또다시 편지를 전하러 한양에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편지가 세 통이에요. 돌쇠가 한양에 간다고 하자, 최 대감도 김 선비도 편지를 맡겼거든요. 편지를 모아서 한꺼번에 가져가니까 편리했어요. 그래서 생겨난 곳이 우체국이에요. 많은 편지를 한곳에 모았다가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거예요. 사람이 일일이 가서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편리했지요. “소리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더 빠르고 편리하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그러다 전화가 생겨났어요. 멀리 있는 사람과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요. 오늘날에는 전화하는 사람의 얼굴도 볼 수 있어요. 삼국 시대부터 있었는데, 마패에 새겨진 말의 숫자만큼 말을 빌릴 수 있었어요. 주로 나라의 관리들만 이용했어요. 우체국이 생겼어요. 우체국이 생기자, 파발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하루 동안 들어온 우편물이 10통도 채 되지 않았대요. 전화기는 이렇게 발달했어요. 맨 처음 전화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놀랐어요. 이상하게 생긴 물건 속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니까 도깨비가 들어 있다고 생각했대요. 하지만 이제는 전화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다른 나라에서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고 싶었어요.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지요.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다른 나라의 경기 소식도 전해 주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소식도 전해 주어요. 우리는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산불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울 생각도 하게 돼요. 하지만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대부분의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에요. 내게 필요한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터넷이에요. “내일 박물관에 가야 하는데.” 보람이는 컴퓨터를 켜고 엄마와 함께 박물관을 찾아 보았어요.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내일 날씨가 어떤지도 알아보았지요. 날씨가 추울 거라고 해서 옷을 따뜻하게 입기로 했어요. 보람이네 가족은 인터넷을 자주 이용해요. 엄마는 인터넷으로 책이나 옷을 사요. 아빠는 외국에 있는 회사에 편지를 보내요. 오빠는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해요. 보람이는 박물관에 다녀온 이야기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요. |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집 짓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늑대가 또 나타나면 어쩌지? 집을 빨리 손봐야겠어.” 아기 돼지 삼 형제의 막내가 고민에 빠졌어요. 첫째와 둘째는 늑대라는 말에 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예전에 늑대에게 잡아먹힐 뻔했거든요. 첫째는 겁먹은 얼굴로 막내에게 뽀르르 달려왔어요. “뭐부터 하면 되는데?” 둘째도 후다닥 달려왔지요. “늑대가 들어올 수 없는 엄청 튼튼한 집을 빨리 짓자.” 그러자 막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어요. 우선 가장 튼튼하게 지은 집을 조사해서 찾아야 해. 그리고 직접 답사를 하고 똑같이 짓는 거야. 지난번처럼 급하게 대충 지으면 안 돼. “좋아, 좋아!” 첫째와 둘째는 신이 났지요. 늑대는 며칠 전에 잘못 주문한 고슴도치용 로션을 발랐다가 얼굴에 온통 빨간 뾰루지가 났거든요. “쳇,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늑대는 보자기를 머리에 두르고, 선글라스와 모자로 모습을 바꾸고는 집을 나섰어요. 아기 돼지 삼 형제는 튼튼한 집들을 찾기 위해 우선 조사 계획표를 짰어요. 엄청 튼튼한 집을 지으려고 빈틈없이 준비하네. 인터넷 쇼핑을 잘하는 첫째는 인터넷으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둘째는 책과 신문으로, 뭐든 직접 보고 들어야 하는 막내는 직접 돌아다니는 방법으로 튼튼하게 지은 집들을 찾아보기로 했지요. 드디어 튼튼한 집들을 조사하는 일이 끝났어요. 아기 돼지 삼 형제는 각자 조사한 내용을 모아 정리하고 분석했지요. “이 집은 창문이 높아서 좋아.” “늑대가 들어올 굴뚝도 없어.” 마침내 아기 돼지 삼 형제는 결정을 내렸어요. “이 집처럼 지으면 되겠다!” 첫째와 둘째는 귀찮았지만 안 간다고 할 수 없었어요.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건 정말 싫었으니까요. 첫째와 둘째는 하는 수 없이 막내를 따라나섰어요. 그런데 누군가 아기 돼지 삼 형제를 따라나섰어요. 바로, 멀리서 기회만 노리던 늑대였지요. 우아, 신난다. 아기 돼지 삼 형제는 답사할 집에 도착했어요. “우아, 사진보다 훨씬 튼튼해 보여.”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얘, 얘들아! 이렇게 튼튼하게 지으면 안 된다! 착한 어린이 아니, 착한 돼지는 그러는 거 아니야.’ 늑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어요. “안 되겠어. 지금부터 방해 작전 시작!” 첫째 돼지는 집 앞쪽을 살피며 혼잣말했어요. “문이 있는 앞쪽만 튼튼하면 늑대가 못 들어오겠지?” 첫째 곁에서 얼쩡거리던 늑대는 어이가 없었어요. 둘째 돼지는 마당 한쪽에서 수첩을 보고 있었어요. 옆에서 곁눈질하던 늑대가 불쑥 다가갔어요. 이렇게 엉망으로 써 놓으면 어떡해? 막내 돼지는 첫째나 둘째와는 달랐어요. 집 바깥부터 안까지, 그리고 옆과 뒤까지 꼼꼼하게 살피느라 바빴어요. ‘저 녀석은 어쩐다?’ 막내 돼지가 지붕으로 올라가자 늑대가 소리쳤어요. “얘야! 떨어지면 다칠라. 어서 내려오렴!” “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멋진 선글라스 씨!” 하지만 막내 돼지는 이곳저곳 살피느라 내려오질 않았어요. “에이, 아무래도 방해 작전은 실패야. 차라리 아기 돼지들이 답사 보고서를 만들면 그걸 확 빼앗아 버려야지.” 답사를 마친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집에 와서 답사 보고서를 만들었어요. 각자 알아 온 내용들을 모아 정리하니 완벽했지요. “와, 이제 집만 지으면 되겠다!”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이게 다 얼굴에 뾰루지가 난 늑대 덕분이야.” “잡아먹히는 줄 알고 얼마나 빨리 뛰었는데.” “나도, 나도!” ‘헉! 나 들킨 거였어? 뾰, 뾰루지도?’ 늑대는 너무 창피해서 답사 보고서를 빼앗으려는 것도 잊은 채 곧장 달아났어요. 아기 돼지 삼 형제는 답사 보고서에 느낀 점도 적었어요. ‘때로는 늑대 말을 듣는 것도 괜찮다.’ 답사란 무엇일까요? 답사란 역사, 지리, 정치, 문화 등에 관련된 내용을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조사하는 방법이에요.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요. 답사를 하려면 먼저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해요. 자료 찾기 인터넷이나 신문을 찾아보거나, 직접 돌아다니며 물어봐요. 답사하기 답사 계획서에 따라 답사할 장소에 가서 꼼꼼히 이것저것 살펴보고 조사해요. 정리 및 분석하기 조사한 내용을 모아 정리하고 분석해서 답사할 장소와 답사 방법 등을 정해요. 답사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답사를 하기 전에 먼저 답사 계획서를 만들어야 해요. 답사 계획서에는 답사 날짜, 답사 목적, 답사 장소, 답사할 내용, 답사 방법, 준비물 등을 잘 정리해서 써 놓아야 해요. 그래야 답사 장소에 가서도 조사할 내용을 빼먹지 않고 꼼꼼하게 조사할 수 있어요. 답사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답사를 다녀온 뒤에는 답사하면서 찍은 사진과 모은 자료를 잘 정리해서 답사 보고서를 써야 해요. 답사 계획서처럼 답사 목적, 답사 장소, 답사 내용뿐만 아니라 답사 결과와 답사하면서 느낀 점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야 해요. |
시골 마을 김장하는 날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이장님 목소리가 온 마을에 퍼졌어요. “아, 오늘은 부녀회에서 마을 김장하는 날입니다. 혼자 사시는 어른들께도 드리고, 노인정에서도 먹을 김장이니 마을 회관에 모여 주세요.” 우리 식구는 아침밥을 먹고 마을 회관으로 갔어요. 마을 회관 앞마당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소금에 절인 배추도 수북하게 쌓여 있었어요. “어서 와! 아침밥은 먹고 온 거야?” 부녀회장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마당 한쪽에서는 마을 아저씨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척척 움직이는 손길, 얼굴에는 함박웃음. 신나는 잔치 같아요, 김장 잔치! 저만치 누군가 종종걸음으로 지나가요.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요.” “아이고, 저 새댁은 마을 대청소할 때도 통 얼굴을 못 봐.” “그러게. 서로 도울 줄도 알아야 되는데, 쯧쯧.” 뒤에서 쑤군대자, 왕할머니가 딱 잘라 말했어요. “아따, 젊은 도시 사람이 시골로 시집와서 저만큼 잘 살면 됐지. 그만들 해.” “하긴, 이렇게 모여서 시끌벅적 일하는 게 우리나 재미있지, 젊은 사람이 어디 그렇겠어?” 우물가에서 박박 씻은 무를 아빠와 이장 아저씨가 손수레에 잔뜩 실어 왔어요. “자, 우리 집사람 종아리처럼 오동통한 무가 왔습니다.” 이장 아주머니가 눈을 흘겼어요. 모두 깔깔 웃으며 무를 받아 내렸어요. 부녀회장 아주머니가 무를 가늘게 채 쳤어요. 나는 작은 무채 하나를 베어 물었어요. “음! 무가 참 달다.” 왕할머니가 지친 듯 끙끙 앓는 소리를 냈어요. 나는 얼른 왕할머니 어깨를 주물렀어요. “아유, 고사리손이 참말로 약손이네. 옛날 두레에는 이런 고사리손도 일꾼으로 생각했지.” “왕할머니, 두레가 뭐예요?” “마을 사람들이 농사일을 다 같이 하는 것이 두레란다.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모내기나 김매기를 하는 날이면 농악 소리에 마을 고사까지 아주 흥이 났지. 그때는 너희만 한 꼬마들을 꽁배라고 불렀어.” “꽁배요?” “그래, 온갖 잔심부름을 다 했지.” “밭일도 마찬가지야. 오늘 우리 집 밭을 매면, 내일은 옆집 밭을 맸지. 그땐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누가 아픈지, 누구에게 좋은 일이 있는지 모두 알았어.” 왕할머니는 옛날이 그리운 것 같았어요. “와!” 마을 친구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게 노느라 정신없었어요. 이번에는 순이 언니가 술래였어요. 나도 그만하고 술래잡기나 할까요? 김장독이 들어갈 구덩이가 여러 개 생겼어요. 드디어 힘을 모아 김장독을 땅에 파묻었지요. 아주머니들은 김장독에 맛있는 김장을 차곡차곡 담았어요. 그리고 뚜껑을 닫은 다음 그 위를 짚으로 수북이 덮었어요. 엄마를 따라 위뜸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 집을 찾아왔어요. 할아버지는 어두운 방 안에 혼자 누워 있었어요. “할아버지, 김장 가져왔어요.” “에구, 요즘 세상에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고마워서 어쩌나? 콜록콜록.” 집 안 청소까지 마치고 돌아서는데 할아버지는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아무리 똑똑하고 힘센 사람이라 해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어. 우리는 누구나 어떤 공동체에 속해 있지. 우리 집도 우리 마을도 우리나라도 우리가 속한 공동체야. 그곳에서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우리 자신도 발전할 수 있는 거야.
오늘은 아침부터 무척 바쁘단다. 잔치에 초대를 받았거든. 일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시골 마을 김장 잔치! 김장 잔치에서 시골 마을 공동체 생활의 참맛을 느껴 보자. 힘든 일을 함께해요. 우리 조상들은 힘든 일을 할 때에는 노래를 함께 부르거나 서로 도와 가며 일했어요. 특히 바쁜 농사철에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 일하는 풍습이 있어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두레는 마을 사람들이 일을 같이하기 위해 만든 공동체예요. 모내기와 김매기를 할 때 주로 이용되었고, 농사일 외에도 크고 작은 마을 일에 참여했어요. 지금도 두레의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 힘든 농사일에 많은 도움이 돼요. 두레가 주로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면, 품앗이는 여자들이 하는 일이었어요. 이웃끼리 김장 같은 집안일이나 밭일을 번갈아 가며 도왔어요. ‘품’은 노동력을 뜻하고, ‘앗이’는 바꾼다는 뜻이에요. 소겨리는 소 두 마리에 쌍멍에를 메운 것을 가리켜요. 소 한 마리보다 두 마리의 힘을 모아 일을 빨리 쉽게 하려는 거예요. 옛날부터 소는 농촌의 중요한 일꾼이자, 큰 재산이었어요. 하지만 가난한 농부들은 여러 마리의 소를 기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서로서로 도와 가며 소겨리를 했어요. |
야수에게 스마트폰이 생겼어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언덕 위 큰 성에 미녀와 야수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하루는 미녀가 밖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마을에 며칠 다녀올게요. 장도 보고 아버지도 잘 계신 지 보려고요. 야수는 미녀가 나가는 게 싫었지만, 미녀가 슬퍼하는 건 더 싫었어요. “그래요, 잘 다녀와요.” 미녀는 야수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어요. “내가 없어도 이게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 미녀가 똑같이 생긴 물건 두 개를 가져와, 하나를 야수에게 주었어요. “스마트폰이라는 건데, 내가 보고 싶으면 이걸 누르고.” 미녀는 야수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 주었어요. 통화부터 인터넷에 들어가는 것까지 몽땅 말이에요.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보면 안 돼요!” “내가 어린애요? 걱정하지 말아요.” 야수는 큰소리쳤어요. 미녀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성을 떠났어요. 야수는 미녀가 보고 싶으면 전화를 걸었어요. “여보세요?”“오, 당신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좋군요.” 전화를 할 수 없을 땐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보고 싶은 사람과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고, 영상 통화까지 할 수 있다니, 이것 참 좋은 물건이군.” 야수는 스마트폰이 참 신통했어요. 하지만 밤에는 스마트폰도 소용없었어요. “오랜만에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네요. 먼저 잘게요, 야수님.” 미녀는 일찍 잠들어 버렸어요. 야수는 미녀가 보고 싶어 눈이 말똥말똥했어요. 잠이 오지 않는 야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며 시간을 보냈지요. 그런데도 미녀 얼굴이 자꾸 아른거렸어요. “도저히 안 되겠어. 당장 미녀를 만나러 가야지!” 야수는 스마트폰으로 미녀 가족이 살고 있는 마을로 가는 버스 번호를 알아보았어요. “아, 여기는 깊은 산속이라 밤에 차가 다니지 않는구나!” 실망한 야수는 다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어요. 그러다 인터넷 창을 열게 되었어요. 스마트폰의 화면을 본 야수의 눈이 커졌어요. 화면 속에서 사람들은 사진과 함께 자기 이야기를 올리고 있었거든요. 글을 읽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느낌을 댓글로 적었어요. 글이 마음에 들면 사랑 표시를 누를 수도 있었어요. 블로그는 누리 사랑방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웹 사이트예요. 블로그에는 글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촬영한 동영상 등을 올려놓을 수 있어요. “오오, 그래! 나도 스마트폰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는 거야.” 야수는 블로그를 만들고 사진과 글을 올려 보았어요. 그러자 조금 뒤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야수는 사람들이 자기 글을 읽고 이야기하는 게 신기하고 고마웠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좋은 말을 하지는 않았어요. “괴, 괴물? 동물원에 가라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야수는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슬픈 게 아니라 점점 화가 났어요.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러지? 저 사람들이 잘못한 거야! 당장 가서 저들을 혼내 줘야겠어! 야수는 벌떡 일어나 밖에 나가려고 했어요. “가만, 뚱, 까까별, 맴맴 이라는 이름으로는 찾을 수가 없잖아?” 야수는 풀썩 주저앉았어요. “에이, 이렇게 나를 속상하게 하는 물건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겠어.” 아침이 되자, 야수는 스마트폰을 밖에 내다 버리려고 성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어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야수는 얼른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았어요. “현재 태풍 피해 상황을 보거나 겪으신 분들은 0000000번으로 연락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야수는 망원경을 가져와 성 밖을 자세히 살폈어요. 여기저기 다친 사람들과 무너진 지붕이 보였지요. 야수는 뉴스에서 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방금 본 상황을 알려 주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태풍 피해 상황을 확인해 보고, 빨리 복구하겠습니다.” 그러자 야수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야수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어요. “하긴, 좋은 데에만 쓰면 되지. 굳이 버릴 것까지 있나.” 며칠 뒤, 미녀가 돌아왔어요. “오오, 보고 싶었소!” “네, 저도요!” 미녀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나 좀 봐요!” “잠깐만요, 방금 당신 블로그를 찾았다고요. 댓글을 달아야죠!” 야수는 미녀의 스마트폰을 슬쩍 빼앗고는 말했어요. “나는 당신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네, 알겠어요.” 그 뒤로 미녀와 야수는 스마트폰을 꼭 필요할 때만 썼어요. |
심각한 인구 문제 연구소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유에프오 하나가 숲 위에서 빙그르 돌더니 커다란 흙덩이 하나를 툭 던졌어. 잠시 후 흙덩이 속에서 조르르 기어 나온 건 여러 가지 무늬의 별 개미들이었어. 별을 세 개나 단 여왕개미가 나오자 다들 머리를 조아렸지. “이곳이 우리 별 개미 왕국을 건설할 곳이구나.” “네, 여왕님.” “우리가 이 지구를 찾아낸 건 정말 기적이야! 그런데 왜 지구의 여러 나라 중 이곳에 왔느냐?” “바로 여기 한국이 지구에서 첫 번째로 인간들이 모두 사라질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래? 그럼 그때 별 개미 왕국을 크게 건설하면 되겠군.” 여왕개미의 말에 별 개미들은 더욱더 힘을 내며 별 개미 왕국을 지어 나갔어. 며칠 후, 먼저 도착해서 조사하고 있던 선발대가 달려왔어. “여왕님, 선발 대장 답답이가 왔습니다.” “오오, 그래. 언제쯤 우리가 한국을 차지할 수 있겠느냐?” 마음이 놓인 여왕개미는 한숨을 쉬며 답답이를 나무랐어. “도대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한국으로 올 때, 타임머신이 잘못 작동한 듯하옵니다.” 답답이가 쩔쩔매자 확실해가 앞으로 나섰어. “답답이 대장의 정보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60여 년 전만 해도 그게 사실이었거든요. 역시 인간들은 정말 어리석습니다.” 60여 년 전만 해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니 적당히 낳으라고 했어요. 10여 년이 지나자 둘만 낳으라고 했고요. 또 10여 년이 지나자 둘도 많다고 했고, 10여 년 후에는 딸이 부족하다고 골고루 낳으라고 했어요. 그래 놓고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이 너무 적어진 걸 알게 된 거예요. “흠, 그런데 언제까지 우리가 기다려야 하느냐?” 여왕개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어. 별 개미들은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지. “자, 자. 인간들이 왜 아이를 적게 낳게 되었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아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확실해가 앞으로 나서자 여왕개미는 고개를 끄덕거렸어. “좋아, 확실해 대장만 믿겠네. 다른 대원들은 모두 확실해 대장을 잘 도와주거라.” 확실해는 인구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대원들을 이끌고 통계 자료가 가득한 건물로 들어갔어. 자료를 한참 살펴보던 확실해는 고개를 끄덕였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옛날에는 아이가 많고 노인이 적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아이가 적고 노인이 많아. 아이가 적으면 십 년 뒤쯤 어른도 그만큼 적어지겠지? 어른이 적으면 그다음에 태어나는 아이의 수도 더 줄어들 테고. 그러다 노인만 많아지게 되면 어느 날 인간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 이건 어떻게 보는 거야? 아랫부분이 아기, 위로 갈수록 어른이야. 이 그래프는 아기는 많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의 수가 줄어든다는 거지. 오늘날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곧 길거리에 노인들만 가득가득해질 거야. “그런데 왜 인간들은 아이를 적게 낳게 된 걸까?” “그걸 지금 알아봐야 해.” 확실해는 대원들을 이끌고 공원으로 갔어. 공원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지. “나랑 결혼해 줄래?” 조사를 마친 확실해는 돌아와서 여왕개미 앞에서 보고하기 시작했어. “한국에서 사는 인간들이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아기들이 아주 적게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아기들이 적게 태어나는 이유가 뭐지?” “그 정도면 됐어. 인간들을 빨리 사라지게 할 계획이나 말해 보게.” 여왕개미는 마음이 급했는지 앞으로 나섰어. 확실해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어. “일단, 아기를 낳더라도 육아 휴직을 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모두 없애고, 젊은 사람들이 일할 자리도 모두 없애야 합니다.” “확실해 대장,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러자 확실해는 더듬거리며 말했어. “여왕님, 앞서 말한 모든 계획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 인간들을 그렇게 빨리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여왕개미는 말했어. “잘못하다가는 우리 별 개미 왕국이 더 빨리 사라질 수 있다. 차라리 우리가 한국의 인구 문제를 도와주고, 우리 별 개미 왕국을 보호받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산 아래에 커다란 간판이 걸렸지. ‘심각한 인구 문제 연구소’ 인구 문제 연구소는 인구 문제의 해결책을 연구하고, 매년 그 해결책을 인간들에게 알려 줬어. 그런데 심각한 인구 문제 연구소에 인간이 없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고 해. |
존중하고 사랑해 주세요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꿈이 있습니다. 다혜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혼자 걸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습니다. 힘들게 말을 해도 사람들은 다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다혜는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숟가락을 잡고 싶습니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다혜의 엄마는 다릅니다. 다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다혜의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다혜에게 꿈을 주고 싶습니다. 다혜 손에 엄마 손을 포개고 함께 크레파스를 잡습니다. 동그랗게 엄마 얼굴을 그리고 꿈을 그립니다. 친구가 생겼습니다. 카밀은 네팔이라는 나라에서 왔습니다. 아이들은 카밀을 놀립니다. 얼굴이 가무잡잡하다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손가락질합니다. 카밀은 늘 혼자입니다. 아무도 카밀 옆에 가지 않습니다. 카밀은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정구는 카밀이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토라지지 않고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정구가 카밀 옆에 앉습니다. 카밀과 손을 잡고 어깨동무합니다. 그리고 카밀을 친구라고 부릅니다. 이제 카밀은 고향보다 이곳을 더 좋아합니다. 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진아의 아빠는 한국 사람입니다. 엄마는 미국 사람입니다. 아빠의 피부색을 닮았습니다. 엄마의 눈을 닮았습니다. 승철이의 아빠는 몽골 사람입니다. 엄마는 한국 사람입니다. 아빠의 머리카락을 닮았습니다. 엄마의 코를 닮았습니다. 찬원이의 아빠는 한국 사람입니다. 엄마는 베트남 사람입니다. 아빠의 말투를 닮았습니다. 엄마의 마음씨를 닮았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린 모두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입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름이 다르고, 모습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릅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마음껏 뛰어놀고 싶습니다. 라비는 인도에 사는 남자아이입니다. 글을 읽을 수도 수를 셀 수도 없습니다. 마음껏 뛰어놀지도 편히 쉬지도 못합니다. 라비는 온종일 일을 합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나르느라 친구들과 놀 수도 없습니다. 라비의 이야기가 바람결에 들려옵니다. 바다 건너 멀리멀리 전해집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라비는 작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윤이는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를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슬픈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가족은 어린 동생과 병든 할머니뿐입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라고 놀림을 받았습니다. 할머니 대신 집안일을 해야 했습니다. 동생을 달래 밥을 먹이고 씻겨야 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윤이는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가족들이 생겼습니다. 김치를 담가 주는 김치 엄마가 있습니다. 쌀을 가져다주는 쌀 아빠가 있습니다. 연탄 오빠와 공부 언니도 있습니다. 윤이에게는 가족들이 참 많습니다. 희망이 생겼습니다. 집을 나온 아저씨가 있습니다. 차디찬 길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사람들이 코를 막고 지나갑니다. 아저씨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몸을 웅크리고 구석진 곳을 찾습니다. 점점 사람들이 무서워집니다. 아저씨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웃으며 말을 건넵니다. 따뜻한 밥과 국을 줍니다. 깨끗한 잠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아저씨에게 용기가 생깁니다.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다시 좋아집니다. 다정한 이웃입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방은 작고 어둡습니다. 늘 혼자 밥을 먹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방문을 두드립니다. 할머니의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준비해 온 반찬을 찬장에 넣습니다. 며칠 뒤 할머니가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아주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할머니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손을 내밀면. 넘어진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든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밉니다. 넘어진 아이도, 짐을 든 사람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서로서로 존중하고 사랑해 주세요. |
국기는 나라의 얼굴이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유치원에서 태극기를 그렸다. 친구들은 열심히 태극기를 그렸다. 하지만 나는 그리기 싫었다. 왜냐하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으 ,어려워 .저걸 어떻게 그려? 난 못해! 친구들은 바보 같다. 그렇게 어려운 걸 그대로 따라 그리려고 하다니. 그래서 나는 내 맘대로 그렸다. 하얀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을 뜻해요. 빨간색과 파란색의 태극 모양은 우주의 모든 것들이 서로 어울리며 만들어지고 발전해 가는 것을 뜻해요. 네 모서리에 있는 검은색 줄을 사괘라고 해요. 각각 하늘, 땅, 물, 불을 뜻해요. 내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말했다. “만수야, 왜 이렇게 그렸어? 장난한 거야?” 나는 억울했다. 내 그림을 보고 장난한 거라니. “아니요! 너무 어려워서 내 맘대로 그린 거예요.” 선생님은 “후유."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난 것처럼 갑자기 국기 카드를 꺼내어 칠판에 나란히 붙여 놓고 말했다. “지금부터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게.” "올림픽이 열리는 걸 본 적 있니? 각 나라의 선수들이 들어올 때 맨 앞에 뭘 들고나오지?" 우리는 힘차게 대답했다. “국기요!” 그래, 바로 국기란다. 국기는 그 나라의 얼굴이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야. 그러니까 자기 맘대로 그리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만수야? 그런데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궁금한 게 생겼다. 왜 일본 국기는 빨간색 동그라미일까?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물어봐야 한다. 선생님, 일본 국기에는 왜 빨간색 동그라미가 있나요? 난 파란색이 좋은데. 네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거 하고 일본 국기랑 무슨 상관이야? 만수야, 잠깐 앞으로 나오렴. 국기에는 빨간색이 많아. 그 까닭은 빨간색이 다른 색보다 눈에 잘 띄기 때문이야.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또 색깔이 갖고 있는 뜻도 있어. 빨간색은 정열, 협동 그리고 애국심을 뜻하는 경우가 많아. 아하! 그래서 빨간색이 들어간 국기가 많구나! 정열이 뭔지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파란색은 바다와 호수, 하늘을 뜻하기도 해.” “초록색은 주로 땅 등의 자연이나 이슬람교를 나타내지.” 색깔마다 이렇게 많은 뜻이 담겨 있을 줄이야! “노란색은 왕이나 태양,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경우가 있어.” “검은색은 땅이나 굳은 의지를 나타내기도 하고, 흰색은 평화와 순수를 뜻하기도 해.” 흰색에도 다 뜻이 있었구나. 나는 국기의 색깔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국기는 왜 그렇게 복잡할까? 나는 선생님한테 그것도 물어보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 선생님 그만 해요. 네? 선생님은 정말이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선생님은 항상 나를 예뻐해 주니까. 그런데 국기 속의 별이 내 눈에 쏙 들어왔다. “선생님, 왜 미국 국기에는 별이 많나요? 미국 사람들은 별을 좋아하나요?” 나는 다시 손을 들어 물어보았다. “미국 국기에 있는 별은 그 나라에 포함되는 여러 주의 수를 상징해. 다른 나라의 경우, 별을 보며 앞일을 점치기도 하고. 동서남북 같은 방향이나 뱃길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국기에 별을 넣기도 하지.” “별과 함께 많이 쓰인 것은 해와 달 모양이야. 해와 달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정신과 이슬람교 같은 종교를 상징하기도 해.” “이 밖에도 동물이나 식물의 모양이 들어간 국기도 있어.” “그리고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의 국기에는 영국 국기 모양을 넣기도 해.” 국기는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 내가 만약 우주에 나라를 세운다면 나는 국기를 이렇게 만들 거야. 어때, 내가 만든 국기! 멋지지? 국기는 나라의 얼굴이니까. 와, 정말 비슷하다! |
곰팡이를 먹는다고?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우리는 매일 밥을 먹어. 그래야 힘이 생겨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지. 밥상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음식이 있어. 그게 뭘까? 매콤하고 새콤한 김치야. 김치는 종류도 모양도 가지가지야. 배추로 만들면 배추김치! 열무로 만들면 열무김치! 부추로 만들면 부추김치! 얼음 동동 띄운 동치미! 김치는 오래전부터 먹어 온 우리 음식이야. 우리 음식은 김치 하나뿐일까? 무는 채 썰고 쪽파 등을 3~4cm 길이로 썰어요. 무채에 고춧가루를 넣고 새우젓과 굴, 다진 마늘, 생강 등을 넣어 버무려요. 배추를 반으로 쪼갠 뒤 소금물에 절여요. 배추 잎 사이에 양념을 골고루 넣어요. 보글보글 찌개 속의 된장! 국에 넣는 간장! 식은 밥에 넣어 비벼 먹는 고추장! 모두 옛날부터 먹어 온 우리 음식이야. 된장과 비슷한 청국장도 있어. 된장보다 냄새가 강하고 고소하지.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면 밥 한 그릇 뚝딱 먹고도 더 먹고 싶어질 거야. 청국장 만드는 방법 콩을 씻은 뒤, 콩 양의 세 배의 물을 부어 열두 시간 정도 불려요. 불린 콩을 불 위에서 다섯 시간 정도 삶아요. 삶은 콩을 건져 내어 시루나 소쿠리에 편 뒤 짚을 꽂아요. 따뜻한 방에 옮겨 놓고 이불로 감싼 뒤 2~3일 정도 발효시켜요. 청국장을 찧은 다음, 소금이나 마늘, 고춧가루 등을 넣고 숙성시켜요. 옛날부터 먹어 온 음식이 또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맛 없을 때 먹는 짭짤한 젓갈이야. 조개젓, 멸치젓, 오징어젓, 새우젓, 명란젓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에 소금을 듬뿍 넣어 만들지. 새우젓 만드는 방법 새우를 소금물로 씻어요.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빼요. 많은 양의 소금을 섞어서 담은 뒤 뚜껑을 닫아요. 시원한 곳에서 3개월 정도 발효시켜요.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우리 음식들. 비밀이 뭘까? 비밀은 발효야. 발효는 음식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말해. 그걸 어떻게 먹느냐고? 곰팡이가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해 주는데. 콩으로 만든 메주를 본 적 있니? 가을이 되면 시골 집집마다 새끼줄에 메주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메주에 솜털 같은 하얀 꽃이 피는데 그게 바로 발효를 돕는 곰팡이야. 곰팡이가 메주를 맛있게 만드는 거지. 오래된 빵에 생긴 곰팡이도 발효를 돕는 걸까? 아니야. 오래된 빵에 생긴 곰팡이는 우리 몸을 아프게 해. 그것을 먹었다가는 배가 아파 엉엉 울지도 몰라. 그러니까 음식을 상하게 하는 나쁜 곰팡이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사람들은 왜 발효 음식을 좋아할까? 발효 음식은 소화가 잘되게 해. 배탈도 나지 않게 지켜 주지. 그래서 발효 음식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 발효 음식은 나무에 햇빛과 물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몸에 꼭 필요해. 우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거든. 발효 음식은 오래 두고 먹기에도 최고야! 가을에 김장을 해서 겨울 내내 먹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까지 먹을 수 있거든. 젓갈이나 장아찌도 마찬가지야. 발효 음식으로 다이어트도 할 수 있을까? 그래! 맞아! 고추장이나 청국장을 자주 먹으면 뚱뚱하던 몸이 날씬해지기도 한대. 이게 바로 발효 음식 다이어트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어서 참 좋아! 삼겹살에 김치를 돌돌 말아 한 입 꿀꺽! 생각만 해도 입 안에 군침이 돌아. 청국장에 야채와 해물을 볶아 밥에 부어 먹는 청국장 덮밥은 또 어떻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김치피자도 정말 일품이야! |
솔잎 향기 솔솔 나는 우리 명절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음력 1월 1일 복을 주고받는 설 이야기 “복사세요, 복사세요. 새해 첫 복사세요.” 복조리 대롱대롱 대청마루에 걸어 두면 제비가 박 씨를 물어 오듯 복이 찾아온대요. 떡국에 명태포와 갖은 나물 대추, 밤, 배, 사과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 가지런히 차례상에 올려요. 고운 설빔 갈아입고 조상님께 두 손 모아 절해요. 신발을 훔치는 귀신이 있다고요? 한밤중에 내려와 신발을 훔쳐 가는 귀신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야광귀 이야기예요. 이 귀신은 설날 밤에만 내려와요. 그래서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몰래 신고 간대요.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일 년 내내 나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믿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야광귀가 들어오는 곳에 체를 걸어 두어요. 그러면 야광귀가 체의 구멍을 세다가 새벽을 맞게 되고 신발도 가져가지 못한 채 도망치게 된대요. 음력 1월 15일 더위를 파는 대보름 이야기 해님이 눈 뜰 무렵 밤, 잣, 은행, 땅콩 토옥~톡 부럼 깨고 있을 때 옆집 친구 문 활짝 열고 “내 더위 사 가라!” 큰소리쳐요. 친구가 먼저 더위를 팔아 내 양 볼에 부럼이 가득 내 마음속에 심술이 가득. 부럼은 일 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달라며 보름날 새벽에 먹는 밤, 은행, 호두 등이에요. 대보름 아침,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그 사람이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 가라.’며 더위를 파는 풍습이 있지요. 둥근 달님 떠오르면 짚이며 솔가지 모아 쌓은 달집에 불을 놓아요. 아이들 쥐불놀이에 들쥐 생쥐 꼼짝 못 하고 뽀얗게 피어오른 연기 위로 일 년 농사 풍년 바라며 두 팔 벌려 달맞이해요. 밥 훔치는 놀이도 있어요.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이에요. 대보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큼지막한 그릇을 들고 모여요. 날이 어두워지면 밥 훔치기가 시작돼요. 아이들은 소리가 나지 않게 부엌으로 들어가 가마솥에 있는 밥을 훔치지요. 들고 간 그릇에 밥을 한 그릇쯤 퍼 담고는 다음 집으로 향해요. 그렇게 여러 집을 다니며 훔친 밥을 모아서 고추장과 나물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며 밤새도록 놀아요. 밥 훔치기는 대보름에 하는 아이들의 놀이예요. 그래서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밥을 훔치러 오리라는 걸 미리 알고 가마솥에 밥을 많이 해 놓아요. 태어난 아이를 위해 내 나무 심는 날. 아들이 태어나면 산소 옆에 소나무 심고, 딸이 태어나면 밭두렁에 오동나무 심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위해서 나무를 심어요. 딸이 시집갈 때는 그 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주고, 아들이 죽으면 그 나무로 관을 만들었다고 해요. 한식날 비가 오면 한 해 농사 풍년 들고, 천둥 벼락 치면 한 해 농사 흉년 든대요. 식구들 둘러앉아 찬밥에 식은 반찬 나눠 먹으며 맘속으로 기도해요. ‘비야, 비야. 주룩주룩 내리고 천둥은 치지 마라.’ 개자추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요. 중국에 문공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여러 나라를 떠돌며 무척 고생을 했지요. 마음껏 먹을 음식조차 없었어요. 이때 개자추라는 신하가 자기 살을 떼어 문공을 먹여 살렸대요. 얼마 뒤에 그 문공이 왕이 되었어요. 문공은 자신을 돌봐 준 신하들에게 큰 상을 내렸지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개자추에게는 아무런 상을 주지 않았던 거예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왕은 급히 개자추를 찾았어요. 하지만 개자추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 버렸지요. 할 수 없이 개자추가 산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문공은 산에 불을 질렀어요. 그러나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버드나무 아래서 홀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 죽었어요. 그 뒤부터 개자추를 위로하기 위해 그날 하루는 불을 쓰지 않고 찬밥을 먹었대요. 그래서 한식이 생겨나게 되었어요. 음력 5월 5일 창포물에 머리 감는 단오 이야기 단옷날 이른 새벽 상춧잎에 맺힌 이슬.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고 창포물에 머리 감으면 고운 얼굴, 윤기 나는 머리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아요. 창포는 주로 연못에서 자라요. 창포의 뿌리나 잎을 삶아 그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하면 머릿결도 좋아지고 피부도 좋아진대요. 대문 앞에 쑥 한 다발, 머리에 꽂은 창포비녀, 허리에 찬 창포 뿌리에 들어오던 나쁜 귀신들 “아이코, 걸음아 나 살려라.” 멀리멀리 달아난대요. 댕기 머리 아가씨들 하늘 향해 높이 높이 흩날리는 치맛자락. 너 한 번 올라가면 나 한 번 올라가고 싱그러운 오월 하늘 그네 타며 훨훨 날아요. 힘자랑하는 젊은이들 허리띠 꽉 붙잡고 들배지기, 밭다리로 모래밭에 넘어뜨리면 천하장사 황소 타고 만세 만세 만만세! 들배지기는 상대방을 앞으로 끌어 올려 넘어뜨리는 씨름 기술이고, 밭다리는 상대방의 오른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씨름 기술이에요. 산 그림, 꽃 그림 그려 색깔 고운 단오 부채.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정성이 오고 가고, 솔솔바람 부쳐 주니 더위도 물러가요. 쑥으로 호랑이도 만들었대요. 단옷날에는 여러 가지 행사를 해요. 그중 인형 만드는 행사가 재미있어요. 짚이나 쑥으로 호랑이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서 천장이나 높은 곳에 걸어 두면 나쁜 귀신이 들어오다가도 그 냄새를 맡고는 멀리 달아난대요. 그리고 여자들은 쑥을 머리에 꽂기도 하고, 몸에 걸고 다니기도 했어요. 좋은 냄새도 맡고 나쁜 귀신도 물리치게 한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어요. 음력 8월 15일 풍년을 감사하는 추석 이야기 팔월 한가위 풍년 안고 돌아와요. 키다리 허수아비 훠이훠이 새를 쫓고 농부들의 땀방울이 황금물결 만들어요. 알알이 익은 벼에 농부들은 힘든 줄도 몰라요. 잘 익은 벼와 수수 이삭 한 줌 베어다가 기둥이나 대문에 고이 걸어 두면 농사지을 씨앗도 되고 신께 바칠 떡도 되지요. 추석 무렵에 벼, 수수, 조의 이삭을 묶어 집 안에 걸어 두는 것을 올게심니라고 해요. 온 식구 둘러앉아 송편을 빚어요. 반달 닮은 예쁜 송편 누가 누가 예쁘게 빚나. 솔솔 나는 솔잎 향기 웃음으로 피어나고 정성 담은 음식으로 조상님께 감사드려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두 모여 손을 잡고 강강술래~. 달 떠 온다 달 떠 온다. 강강술래~. 쟁반 같은 달님 보고 활짝 웃는 친구 보고 둥글게 손을 잡고 강강술래 강강술래~. 추석 때 왜 송편을 먹을까요?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이에요. 한가위라고도 하지요. 한 해의 농사가 잘된 것을 조상에게 감사하려고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차례상에는 송편과 과일들을 놓아요. 그런데 추석 때 왜 송편을 먹는 걸까요? 송편을 만들 때 반죽을 밀면 둥그런 보름달 모양이 되지요. 그다음 반달 모양으로 빚고요. 즉 추석에 송편을 먹는다는 것은 달이 가장 클 때 달 모양의 떡을 먹는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처럼 추석에는 하늘의 달을 뜻하는 송편과 땅 위의 열매를 나타내는 과일, 땅속 열매를 가리키는 토란으로 조상에게 감사를 드려요. 토란은 감자처럼 땅속에서 크는 열매예요. 모양도 작은 감자처럼 생겼지요. |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 문화유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인류의 흔적,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인류는 살아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어. 글이 없었던 시대에는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죽은 다음 세상을 기리며 커다란 돌을 쌓고, 왕들은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궁궐을 짓고, 적군을 막기 위해 성을 쌓기도 했지. 오락을 즐기기 위해 원형 극장을 세우기도 했어. 백 년, 천 년, 만 년. 이 흔적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지.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문화유산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야. 어디를 가나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유적들이 있어. 선사 시대의 돌무덤, 왕과 왕비가 살았던 궁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던 성, 왕과 왕비가 묻혀 있는 왕릉. 부처님의 나라 불국사. 부처님의 나라는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불국사는 부처님의 나라라는 뜻이야. 동쪽에 있는 청운교와 백운교를 지나서 자하문에 들어서면 부처님의 나라에 갈 수 있어. 그리고 서쪽에 있는 연화교와 칠보교를 지나 안양문으로 들어가도 부처님 나라에 갈 수 있지.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 앞에 가면 간결하고 소박한 석가탑과 화려한 다보탑이 있어. 사람들이 사는 땅 위에 세워진 부처님의 나라에서 부처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느껴 봐. 불교 조각의 최고 걸작품 석굴암. 굽이굽이 토함산 중턱에 오르면 화강암으로 만든 석굴암이 있어. 석굴암은 화강암을 쌓아서 만든 석굴이야. 석굴암 안으로 들어가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석가여래 불상이 맞아 주지. 어깨를 드러낸 옷과 주름선이 흘러내릴 것 같아. 그 뒤에 있는 11면 관음상, 용맹스러운 인왕상, 위엄 있는 사천왕상. 벽면에 도드라지게 조각된 불상들이 금세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왕과 왕비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유교식 사당 종묘. 쉿! 종묘는 우리 조상신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사당이야. 이곳에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가 모셔져 있어. 조선은 국가를 다스리는 이념을 유학으로 삼았는데, 유학은 ‘조상 숭배’를 중요하게 여기는 학문이었어. 잘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조상신 덕분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왕은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종묘에 나가 조상신들에게 알리고 바른 길을 물었어. 조상신들과 대화를 나눈 거지. 부처님의 말씀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 해인사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새긴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있어. 장경판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야. 숯, 소금, 횟가루, 모래, 진흙을 섞어서 다진 바닥 위에 수다라장과 법보전을 나란히 세웠어. 나무와 하얀 회벽, 나무 창살로 된 여러 개의 창.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건조할 때는 수분을 내뿜고 장마 때는 습기를 빨아들였어.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의 비밀이 담겨 있지. 동서양의 과학 기술과 예술을 꽃피운 수원 화성. 조선의 정조대왕은 새로운 학문인 실학을 받아들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싶었어. 효심이 깊었던 정조대왕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고, 새로운 도시 화성을 세웠어. 팔달산 밑 들판에 거중기와 녹로 등을 이용해 성벽을 쌓고, 그 안에 행궁과 전각, 백성들이 사는 마을도 지었지. 화성은 새로운 과학 기술로 실용적으로 건설되었을 뿐만 아니라 김홍도 같은 화가의 참여로 예술적인 아름다움도 간직하고 있어. 거중기는 수원 화성을 지을 때 처음 사용되었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궁궐 창덕궁. 조선 궁궐 중 가장 오랜 세월 동안 왕이 머물렀던 궁궐이 바로 태종이 세운 창덕궁이야. 북악산 줄기 산자락에 있는 창덕궁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땅 모양에 따라 중요한 건물을 지었어. 뒷동산으로 가면 왕이 산책을 하던 후원이 있어. 울창한 숲과 크고 작은 기이한 모양의 돌과 연못, 옥류천에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창덕궁에 가만히 서 있자면 눈뿐만 아니라 귀까지 즐거워져. 신라 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경주 역사 유적 지구. 경주는 신라의 옛 도읍지야. 신라 천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지. 경주에 가면 어디서든 불상과 탑, 산처럼 불룩불룩 솟은 왕과 왕비의 능을 볼 수 있어. 금 나와라 뚝딱! 왕릉에서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관이 나오고, 반질반질 매끄러운 구슬에 유리병도 나왔어. 신라 천 년을 지켜 온 여러 산성도 둘러봐. 그리고 신화의 숲 계림에 가면 바람이 들려주는 김알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거야. 한반도는 고인돌 나라. 고창, 화순, 강화 커다란 돌들이 나란히 땅속 깊숙이 박혀 있고, 그 위에 넓적한 돌이 덮여 있네. 이건 뭘까? 바로 고인돌이야. 고인돌은 아주 오랜 옛날 청동기 시대의 유적으로 신분이 높았던 사람의 무덤이나 장례 의식 기념으로 세운 거야. 고인돌은 지역에 따라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달라. 죽은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고인돌이 크지. 고인돌은 ‘괴다’와 ‘돌’을 합친 말로 거석문화라고도 해. 조선의 왕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조선 왕릉. 조선 왕릉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왕릉 가운데 가장 완전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유적이야. 왕릉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신성함을 유지하기 위해 두 겹 정도의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봉분을 쌓았어. 봉분 앞에는 돌로 만든 문신과 무신, 동물이 있지. 능 가까이에 제례를 준비하는 재실이 있고, 지붕 없이 붉은 칠을 한 홍살문이 있어. 조선 왕릉은 시대적으로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크게는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있지. 낙동강 품에 안긴 안동 하회 마을. 안동에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조선 시대의 전통 가옥들이 자리 잡은 하회 마을이 있어. 하회는 ‘물이 돈다’라는 뜻처럼 낙동강 물줄기가 S 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지. 어? 옆집도 유씨, 앞집도 유씨, 뒷집도 유씨잖아. 하회 마을은 풍산 유씨가 600여 년 동안 대대로 살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집성촌이야. 지금도 하회 마을에는 풍산 유씨의 후손들이 유교의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어.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가 어울려 사는 경주 양동 마을. 경주 설창산의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양동 마을에는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가 살고 있어. 아주 오랜 옛날 여강 이씨가 살던 마을에 경주 손씨 총각이 결혼을 해서 양동 마을에 살게 되었지. 이때부터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는 500여 년 동안 오랜 전통을 지키며 양동에 씨족 마을을 이루었어.아름다운 자연 속에 고색창연한 기와집은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정겨운 초가집이 기와집을 둘러싸고 있지. 낮은 돌담 길을 따라 조선 시대 여행을 해 볼까? 조선의 자주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쌓은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조선의 도읍인 한양의 남쪽을 지키던 산성이야. 험준한 남한산을 중심으로 굴곡진 산등성이를 따라 큰 돌 위에 작은 돌을 쌓은 성벽이 굽이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천혜의 요새지. 조선의 16대 왕인 인조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신라 시대 때 지어졌던 주장성터에 성벽을 튼튼하게 쌓았어. 그리고 행궁도 짓고 산성 곳곳에 군사 시설, 사찰, 우물 등 여러 시설을 만들었지. 남한산성의 성벽에서 내려다보면 적의 침입이 한눈에 들어와. 남한산성은 수차례 외적의 침략을 받아 아픔이 서린 곳이지만 우리 조상들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해. 동북아시아의 찬란한 문명 교차로 백제 역사 유적 지구. 백제는 고구려의 왕자였던 온조가 한강 유역에 위례성을 쌓고 세운 나라야. 백제는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따라 농사가 발달했고, 서해를 통해 중국과 활발한 문화 교류를 했어. 700여 년의 긴 역사를 간직한 백제는 도읍지를 공주(옛 이름 웅진)와 부여(옛 이름 사비성)로 옮기면서 찬란한 문명을 일구었지. 중국에서 받아들인 한자와 불교의 건축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일본에 전했어. 도읍지를 둘러싼 성곽과 왕과 귀족의 무덤인 고분, 절터에 남겨진 석탑에서 섬세하고 우아한 백제의 예술을 만나 볼 수 있을 거야. 물과 불의 화산섬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아주아주 오랜 옛날 불기둥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흘러나온 용암이 식어서 화산섬 제주도가 만들어졌어. 한라새둥지란, 한라솜다리, 두점박이사슴벌레, 산굴뚝나비 등 희귀한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 한라산. 성산 반도 끝 평평한 분화구 위에 99개의 바위 봉우리가 성처럼 둘러싸여 있는 성산 일출봉. 거문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으로 생긴 용암 동굴들. 그중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긴 만장굴과 용암 동굴이면서 석회암 동굴의 특징도 가지고 있는 용천 동굴과 당처물 동굴이 유명해. 지구의 콩팥 한국의 갯벌. 남실남실 바닷물이 스르르 빠져나가면 바다의 보물 창고가 열려. 바로 '지구의 콩팥'이라 불리는 갯벌이야. 갯벌은 홍수를 막아 주고, 먼 여행을 떠나는 철새들에게 먹이와 휴식을 주지. 그리고 칠게, 말뚝망둥어, 털보갯지렁이, 굴, 따개비 등 수많은 생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해.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 펼쳐진 갯벌로 여행을 떠나 볼까? |
우리나라 역사, 첫 번째 이야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고조선은 우리 조상들이 세운 첫 번째 나라예요. 서기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세웠지요. 고조선 사람들은 가축을 기르고 여러 가지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어요. 청동이나 쇠로 만든 농기구와 무기를 사용하게 된 고조선은 점점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었어요. 고조선 사람들은 집에 쪽구들을 놓아 따뜻하게 지냈어요. 고조선에서는 지배자가 정치와 제사를 함께 맡았어요. 고조선은 오랫동안 넓은 땅을 차지하며 살았지만, 중국 한나라의 공격을 받고 망하고 말았어요. 나라와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하여 법을 만들었어요. 왕이 죽으면 큰 돌을 얹어 고인돌을 만들었어요. 고인돌은 돌로 만든 무덤이에요. 고조선 다음의 나라들 고조선의 옛 땅에 부여, 옥저와 같은 나라들이 생겼어요. 한반도의 남쪽에는 삼한이 자리 잡았어요. 나라마다 독특한 생활 풍습과 문화를 이루며 살았어요. 부여 사람들은 추수가 끝나면 하늘에 제사를 지냈어요. 마한, 변한, 진한에서는 철이 많이 났고, 땅이 넓고 기름져서 농사짓기에 좋았어요. 옥저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결혼하는 풍습이 있었어요. 동예는 천을 짜는 기술이 발달했고, 여러 가지 특산물이 풍부했어요. 주몽은 우리 땅에서 중국 사람들을 몰아내고 고구려를 세웠어요. 고구려 사람들은 활을 잘 쏘고 말도 잘 탔어요. 사진은 북한의 덕흥리 벽화 무덤에 그려진 고구려 사람들의 모습이에요. 광개토대왕은 고구려를 강한 나라로 만든 훌륭한 왕이에요. 사진은 광개토대왕릉비예요. 고구려 사람들은 해마다 10월에 곡식을 거두어들인 것에 감사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어요. 이것을 동맹이라고 해요. 동맹은 춤과 노래를 즐기는 축제이기도 했어요. 신분에 따라 입는 옷이 달랐지만, 여자와 남자 모두 저고리와 바지를 즐겨 입었어요. 여자들은 바지 위에 치마를 덧입기도 했어요. 남자들은 풀, 가죽, 짐승의 털 등으로 공을 만들어 축구를 하거나 씨름을 했어요. 사진은 고구려 시대 무덤인 각저총의 씨름 벽화예요. 온조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아들이에요. 온조는 사람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갔어요. 한강 주변의 넓은 평야에 자리를 잡고 백제를 세웠지요. 백제는 농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고구려와 신라보다 기름진 땅이 많아 일찍부터 논농사가 발달했어요. 농사를 짓기 위해 저수지를 만들기도 했어요. 백제 사람들은 신분에 따라 옷을 다르게 입었어요. 왕은 자주색 두루마기를, 관인들은 다홍색 옷을 입었지요. 하지만 서민들은 이런 색의 옷을 입을 수 없었어요. 백제 사람들은 솜씨가 뛰어났어요. 부드러운 미소가 돋보이는 불상을 만들기도 했지요. 사진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에요. 박혁거세가 세운 신라 신라는 이웃 나라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발전한 나라예요.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지요. 신라는 귀족의 힘이 센 나라였어요. 나라의 중요한 일은 귀족으로 이루어진 화백회의에서 결정했어요. 귀족들이 모두 찬성해야 결정할 수 있었지요. 씩씩한 소년들을 뽑아 화랑도를 만들기도 했어요. 화랑도는 나라를 짊어질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닦았어요. 신라는 여왕이 있었던 나라예요. 또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은 신라에서 처음 시작되었어요. 추석 무렵에 여섯 부족의 여자들이 모여 옷감을 짜는 놀이를 했어요. 그리고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를 베풀었지요. 그리고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를 베풀었지요. 신라 시대에는 사람들이 입는 옷의 색깔, 옷감의 종류, 모자까지 신분에 따라 달랐어요. 집도 신분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달랐지요. 삼국을 하나로 만든 통일신라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리고 삼국을 통일했어요. 이때부터를 통일신라 시대라고 불러요. 처음에는 중국 당나라의 힘을 빌려 고구려와 백제를 공격했지만, 곧 고구려, 백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우리 땅에서 당나라 사람들을 몰아냈어요. 신라와 통일신라의 도읍지는 경주였어요. 경주는 금을 입힌 집이 있을 정도로 부유하고 번성한 곳이었어요. 통일신라는 중국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먼 나라와도 서로 물건을 사고팔았어요. 아라비아 상인들이 통일신라의 항구를 드나들었고, 아라비아에서 온 물건이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어요. 통일신라 사람들은 나라 곳곳에 절을 지어 부처님께 기도했어요. 사진은 경주에 있는 불국사예요. 통일신라 여자들의 치마는 길고 화려했어요. 또 중국의 옷이나 신발 모양을 따라 하기도 했어요. 석굴암은 커다란 굴 안에 부처님이 앉아 있는 사원이에요. 석굴암을 보면 통일신라 사람들의 뛰어난 솜씨를 느낄 수 있어요. 통일신라는 과학 기술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어요. 종이나 책을 만드는 기술도 무척 좋았지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이에요. 통일신라 때 만들어졌지요.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발견되었어요. 통일신라에는 바다의 왕 장보고, 불국사를 지은 김대성,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진리를 나누려고 했던 원효 대사와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대조영이 세운 발해 통일신라가 있던 시기에 한반도 북쪽에는 발해가 들어섰어요. 발해는 옛 고구려 사람인 대조영이 세운 나라예요. 발해는 계속 힘을 키워 나갔고 우수한 문화를 이루어 냈어요. 북쪽에는 발해가, 남쪽에는 통일신라가 있던 이때를 우리 역사에서는 남북국 시대라고 불러요. 발해의 백성은 옛 고구려 사람들과 말갈 사람들이었어요. 발해는 고구려의 우수한 문화를 이어받았어요. 중국 사람들이 발해를 해동성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발전했지요. 해동성국은 바다 동쪽에 있는 강한 나라라는 뜻이에요. 그림은 발해의 도읍지 상경성에 있었던 궁전터를 그린 거예요. 지금의 중국 흑룡강성에 상경성이 있었다고 짐작해요. 발해 사람들은 고구려 사람들처럼 활쏘기나 말타기를 즐겼어요. 말을 타며 공놀이를 하기도 했지요. 발해는 외국의 훌륭한 문화와 좋은 제도를 받아들여 나라를 발전시켜 나갔어요. 발해가 활동하던 지역에서 외국 돈이 나오기도 했어요. 발해는 일본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어요. 특히 발해의 특산물인 담비 가죽을 팔러 다니던 담비길이 유명했어요. 다시 삼국 시대로 통일신라는 왕실과 귀족들의 다툼으로 점점 힘을 잃게 되었어요. 지방에서 세력을 키운 통일신라 사람인 궁예와 견훤이 각각 나라를 세웠어요. 우리 땅이 다시 후고구려, 후백제, 신라 세 나라로 나뉘게 되었어요. 이때를 후삼국 시대라고 불러요. |
우리나라 역사, 두 번째 이야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하여 고려를 세웠어요. 나라 이름 고려는 고구려의 씩씩한 마음을 이어 간다는 뜻에서 지었어요. 고려는 밖으로 문을 활짝 연 나라였어요. 중국 송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일본, 멀리 아라비아 상인까지 고려에 들어와 장사를 했어요. 우리나라가 코리아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어요. 고려 사람들은 솜씨가 좋아서 독특한 색이 나는 아름다운 고려청자를 만들었어요. 고려청자는 오늘날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고려 시대에는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였고 금속활자가 발명되었어요.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에요. 새 나라를 세운 왕건, 과거 제도를 만든 광종, 국방과 외교에 힘쓴 문종, 기울어 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키려 애썼던 공민왕 등 훌륭한 왕들이 많았어요. 왕건은 자신의 뒤를 이을 왕들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열 가지 교훈을 남겼어요. 이것을 훈요 10조라고 해요. 왕건의 넷째 아들인 광종은 억울하게 노비가 된 사람들을 다시 평민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또 시험을 치러 관리를 선발하는 과거 제도를 실시했어요. 문종이 다스린 37년 동안 고려는 정치, 문화, 외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냈어요. 공민왕은 원나라에 빼앗긴 우리 땅을 되찾고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나라의 독립을 확실히 하려 했어요. 고려에는 백성들의 생활을 돌보기 위한 기관인 의창과 상평창이 있었어요. 의창은 백성들에게 곡식을 빌려주는 기관이에요. 상평창은 물가가 쌀 때 생활필수품을 사들였다가 물가가 오를 때 그 물건을 풀어 물가를 조절하는 기관이에요. 혜민국이라는 의료 기관을 만들어 병들고 아픈 백성들을 치료했어요.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목화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백성들이 무명옷을 만들어 입게 되었어요. 고려 시대에는 아들과 딸이 공평하게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았어요. 또 아들이 없으면 딸과 사위가 부모님의 제사를 맡기도 했어요. 의창에서 꾸어 왔니? 네. 가을걷이 때 갚으면 돼요. 우리나라는 바다와 대륙을 잇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 주변 나라의 침략을 자주 받았어요. 고려도 여러 차례 침입을 받았지만 슬기롭게 이겨 냈어요. 하지만 몽골의 침략을 받았을 때는 백성들 모두 큰 고통을 겪어야 했어요. 고려 성종 때 북쪽에 살던 거란이 쳐들어오자, 서희 장군은 거란의 장군을 직접 만났어요. 거란은 서희 장군의 용기와 뛰어난 말솜씨에 놀라 되돌아갔어요. 몇 년 뒤, 다시 거란이 쳐들어왔어요. 이번에는 강감찬 장군이 거란의 군대를 모조리 무찔렀어요. 몽골의 공격을 받은 고려는 도읍지를 강화도로 옮기고 땅과 바다에서 끝까지 맞섰어요. 하지만 결국 항복하고 말았어요. 왕은 항복했지만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바로 삼별초예요. 삼별초의 마지막 근거지가 있었던 제주도에 가면 몽골에 맞섰던 흔적들을 볼 수 있어요. 고려가 기울어 가자,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웠어요. 조선은 도읍지를 한양으로 정했어요. 한양은 지금의 서울이에요. 새로운 나라 조선은 왕권을 확립하고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켰어요. 조선은 유교 중심의 양반 사회였어요. 신분 구분이 명확하여 신분에 따라 하는 일도 달랐고 사는 모습도 달랐어요. 중인은 양반과 상민의 중간에 있는 계층으로, 관청에서 일하거나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일을 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인 상민의 수가 가장 많았는데 농민과 상인이 상민에 속했어요. 노비는 가장 낮은 신분인 천민이었어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백자는 깨끗하고 소박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잘 나타내는 예술품이에요. 백자는 생활필수품이나 문방구로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었어요.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 한글을 만들고 과학 기술을 발달시킨 세종, 새로운 정치를 펼치려 했던 정조 등 조선에는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왕들이 많았어요. 조선의 네 번째 왕인 세종은 정치를 안정시키고 찬란한 문화를 이루어 냈어요. 백성들이 쉽게 글자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든 한글은 우리 민족의 뛰어난 자랑거리예요. 조선의 스물한 번째 왕인 영조는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는 정책을 펼쳤어요. 또 가혹한 형벌을 없애고, 양반들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낭비를 금지시켰어요. 정조는 정약용에게 지금의 수원에 화성을 건설하도록 했어요. 이곳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펼치려 했지요. 정조는 백성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기도 했어요.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을 활발하게 운영하여 학문 연구에 힘쓰기도 했어요. 백성들의 생활 모습은 고려에서 이어진 것도 있지만 새로 만들어진 제도도 많았어요. 유교의 영향으로 예절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남자 중심의 사회가 되었지요. 조선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예절은 다음 네 가지예요. 조선 시대에도 상설 시장인 시전이 있었어요. 지금의 서울 종로에 있었지요. 시전에서는 가게마다 한 가지 물품만 팔았어요. 조선을 세운 지 200년이 지나자 나라가 어지러워졌어요. 이때 일본이 바다를 건너 쳐들어와 임진왜란이 일어났어요. 우리나라 곳곳에서 백성들이 일어나 일본에 맞서 싸웠지요. 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으로 일본을 무찔렀어요. 임진왜란은 7년 동안 계속되었어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른 우리 조상들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조선의 스물여섯 번째 왕인 고종은 1897년에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가 되었어요. 이때부터 우리나라에는 서양의 학문과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일본과 서양의 여러 나라들은 틈만 나면 대한제국을 침략하려고 했어요. 결국 1910년에 대한제국은 일본에 강제로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어요. 일본은 35년 동안 우리나라를 총칼로 다스렸어요. 우리 조상들은 나라를 되찾으려 노력했어요. 1919년 3월 1일, 마침내 온 백성들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어요. 일본에 저항하는 크고 작은 투쟁이 곳곳에서 일어났어요. 만주 지역에서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크게 무찌르기도 했어요. 이 시기에는 생활과 풍습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특히 조선의 신분 제도가 점차 사라졌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 시대와 비슷한 옷을 입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서양식 옷을 입기도 했어요. 1898년, 덕수궁에 전화가 처음 놓였어요. 궁중에서 신하들이 황제와 통화를 할 때면 큰절을 세 번 한 후에 무릎을 꿇고 통화를 했대요. 서양식 교육 기관인 학교가 세워졌지만, 대개는 일본 말을 가르치는 곳이 되고 말았어요. 전기 회사가 세워지면서 1899년에는 서울에 전차가 다니기 시작했어요. 움직이는 전차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 모습이 신기해서 무작정 타 보기도 했대요.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았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깐,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허리가 잘리고 말았어요. 남쪽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가 들어섰어요. 남한과 북한으로 나라가 나뉜 거예요.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군이 남한을 침범했어요.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 거예요. 같은 민족끼리 치른 전쟁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거나 고통을 겪었지요. 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잘살아 보려고 온 국민이 땀 흘려 일했어요. 그 결과 공업을 발전시키고, 수출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어요.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이룩했지요. 젊은이들은 잘살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어요. 인구가 많아지자, 도시에 아파트가 세워졌지요. 아파트를 처음 본 사람들은 저 높은 곳에서 어떻게 살까 걱정하기도 했대요. 야간 통행금지라는 제도가 있어서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다닐 수가 없었어요. 찌그러진 냄비나 깡통, 빈 병, 신문지 등을 모아 엿가락이나 강냉이와 바꾸어 먹기도 했어요. 종이 한 장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물자 절약을 했던 거예요. 쌀 수확이 넉넉하지 않아 쌀과 보리를 섞어 먹어야 했어요. 학교 점심시간에는, 보리 등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도시락을 싸 왔는지 검사를 하기도 했대요. 온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살림살이가 넉넉해지고 많은 발전을 이루었어요. 지금도 우리는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1988년에는 서울에서 국제 올림픽 경기 대회를 열었어요. 나라 경제가 어려웠던 1998년에는 국민들이 금을 모아 외국에 진 빚을 갚았어요. 솜씨 좋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 덕분에 나라 경제가 유지되고 있어요. 마라톤, 역도, 피겨 스케이팅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이 있어요. 뛰어난 예술가들이 대한민국의 나라 이름을 드높이고 있어요.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탐구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있어요. |
돈이 생겨난 이야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아주 오래전에 세 사람이 있었어. 세 사람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았어. 그러다가 한 사람은 산속에, 한 사람은 강가에, 나머지 한 사람은 들판에 자리 잡고 살기로 했어. 산속에 자리 잡은 사람은 멧돼지를 잡고, 강가에 자리 잡은 사람은 물고기를 잡았어. 들판에 자리 잡은 사람은 들에서 농사를 짓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고 살았어. 아주 오랜 옛날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썼어요. 이것을 자급자족이라고 해요. 어느 날, 산속 사람은 전에 먹었던 물고기가 생각났어. 열매도 생각났지. 강가 사람은 열매와 멧돼지고기가 먹고 싶었어. 들판 사람도 마찬가지였지. 아,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맞아! 열매와 물고기를 바꾸고 물고기와 멧돼지고기를 바꾸고 멧돼지고기와 열매를 바꾸면 되겠군.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필요한 모든 물건을 자급자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점차 물건을 맞바꾸게 되었어요. 이것을 물물교환이라고 해요. 이제 산속 사람은 물고기와 열매를, 강가 사람은 열매와 멧돼지고기를, 들판 사람은 멧돼지고기와 물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어. 모두 좋아했어. 어느 날, 산속 사람이 멧돼지고기 한 덩어리를 들고 강가로 왔어. 오늘은 사냥을 하지 못했어. 멧돼지고기 이만큼과 물고기 열 마리를 바꾸자. “쳇! 말도 안 돼!” 강가 사람이 화를 냈어. 결국 두 사람은 싸움을 벌였어. 다음 날은 강가 사람과 들판 사람이 싸웠어. 왜냐하면 강가 사람이 물고기 한 마리와 열매 스무 개를 바꾸자고 했거든. 세 사람은 각자 자기에게 이롭게 물건을 바꾸려고 했지. 점점 싸움이 늘면서 물건을 바꾸지 못한 날도 많았어. 세 사람이 모여 물건을 바꿀 때마다 싸우지 않는 방법을 찾기로 했어. 결국 물건과 물건을 직접 바꾸는 대신 특별한 무언가로 값어치의 기준을 정하기로 했지. 언제 어디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있는 물건으로 말이야. 열매로 할까? 열매는 금방 썩어 버려서 안 돼. 변하지 않는 걸로 해야 해. 그럼, 돌은 어떨까? 돌은 너무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 힘들어. 가벼운 깃털은? 아니야, 그건 너무 가벼워.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가 버릴지도 몰라. 그럼, 뭐가 좋을까? 세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어. 그때 갑자기 누군가 소리쳤어. 소금이 어떨까? 조개껍질, 가죽, 소금, 쌀과 같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을 정해 물건과 물건을 맞바꾸는 기준으로 삼았어요. 이것을 물품화폐라고 해요. 소금은 썩지 않고, 가지고 다니기 쉽고, 날아가 버릴 걱정도 없지. 음식 맛도 좋게 하니까 모두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잖아. 세 사람은 앞으로 물건을 바꿀 때마다 소금을 쓰기로 했어. 이런 약속도 했어. 소금 한 바구니에 열매 열 개이고, 소금 한 바구니에 물고기 다섯 마리이고, 소금 한 바구니에 멧돼지고기 한 덩어리다! 세 사람은 다투지 않고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어서 기뻤어. 비 오는 날이었어. 들판 사람이 소금을 가득 지고 산속으로 갔어. 멧돼지고기를 사려고 하는데, 소금이 비에 다 녹아 버렸지, 뭐야. 세 사람이 다시 모였어. 소금을 대신할 다른 물건을 찾기로 했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걸로 말이야. 마침내 누군가 입을 열었어. “은이 좋겠다!” 은은 썩거나 깨지지 않고 가지고 다니기 쉽고 변하지도 않아. 또 구멍을 뚫어 목에 걸고 다니면 반짝반짝 얼마나 멋진데. 산속 사람이 가지고 있던 은은 강가 사람에게 가기도 하고, 강가 사람이 가지고 있던 은은 들판 사람에게 가기도 했어. 은으로 물건을 사고파니까 계속 돌고 돈 거야. 은이 지금의 뭔지 아니? 바로 돈이야. 어때, 돈이 생겨난 이야기 재미있지? 금, 은, 동과 같은 금속이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이것을 금속화폐라고 해요. |
다파라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방법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표범 아저씨는 잠시 생각해 보았어. 멋쟁이 표범 아저씨는 문득 브라질에서 마셨던 커피가 생각났어. “은은한 향기에 맛이 참 고소했지.” 표범 아저씨는 커피를 사러 슈퍼에 가 보았어.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브라질에서 먹던 커피는 없었지. ‘직접 브라질에 가서 커피를 사 올까?’ 수다쟁이 토끼 아줌마도 필요한 것이 많았어. 그런데 아이들 때문에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지. 예쁜 바지도 사고 싶고, 새로 나온 가방도 사고 싶었어. 눈물 나게 재미있다는 책도 사고 싶었고 말이야. ‘나가서 쇼핑을 좀 할까?’ 토끼 아줌마는 잠시 고민했지. 일단 나갈 준비를 하면 아기 토끼들이 나가지 말라고 울기 시작할 거고, 신발을 신으면 같이 가자고 발버둥 칠 테고, 문을 열고 나가면 같이 간다고 여기 매달리고, 저기 매달릴 거야. 아이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 “그냥 사지 말아야겠다. 나가기 너무 힘들겠어.” 토끼 아줌마는 늘어진 바지로 갈아입었어.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다파라’ 가게가 새로 생겼어. “창밖에 내놓은 물건이 하나도 없네? 도대체 무슨 가게지?” 궁금해진 동물들이 가게 앞으로 하나둘 모여들었어. ‘대체 가게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동물들이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지. 가게에서 생쥐 청년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 컴퓨터 화면을 보던 표범 아저씨는 깜짝 놀랐어. 화면에 커피란 커피는 종류별로 다 있었거든. 우아, 브라질 커피가 여기 있네요. 주문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 줄 알아? 커피를 파는 가게의 컴퓨터가 딩동! 염소 아저씨가 컴퓨터를 보고는 주문한 커피를 포장해. 표범 아저씨가 큰 소리로 물었어. “생쥐 씨, 도대체 무엇을 파는 가게인가요?” 무엇이든 다 팔지요! 말만 하면 물건을 집까지 가져다드려요. “아, 그래요? 혹시 브라질 커피를 구해 줄 수 있나요?” 표범 아저씨의 말에 생쥐 청년은 톡톡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어. 무슨 일이 생겼을까? 토끼 아줌마도 컴퓨터 화면을 보고 눈이 똥그래졌어. 알록달록 멋진 옷과 가방, 새로 나온 책들이 가득했거든. 물건을 사용해 보고 적는다는 ‘사용 후기’에도 칭찬뿐이었어. 토끼 아줌마는 예뻐 보이는 나팔바지를 주문했지. 나팔바지는 다음 날 토끼 아줌마에게 배달되었어. 소문을 들은 숲속 마을 동물들은 날마다 다파라 가게로 몰려왔어. 구하기 힘들다는 귀한 레코드판도 살 수 있었고, 냉장고나 피아노처럼 무거운 물건도 집까지 가져다준다니 무척이나 편리했지. 화면 안에서 물건을 고른 후 마우스 단추를 딸깍딸깍하기만 하면, 고른 물건이 다음 날이나 그다음 날까지 집으로 배달되었어. 그런데 꼭 다파라 가게에 가야 할까요? 집에 컴퓨터가 있으면 집에서 물건을 주문할 수 있잖아요? “맞아요, 당장 컴퓨터를 주문해야겠어요.” 동물들은 하나둘 컴퓨터를 장만했어. 그러고는 컴퓨터로 직접 인터넷 쇼핑을 하기 시작했지.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을 장만한 동물들도 생겼어. 온 마을에는 빈 상자들이 쌓이고 또 쌓였지. 하지만 인터넷 쇼핑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어. 표범 아저씨는 직접 고른 커피가 입맛에 맞지 않았어. 미리 먹어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 토끼 아줌마는 새로 산 바지가 너무 작았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어. “다음번에는 좀 더 넉넉한 크기로 주문해야지.” 부엉이 아저씨는 작품 재료가 떨어질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재료를 사들였어. 낮이건 밤이건 말이야.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바로바로 살 수 있어 정말 편하군.” 동물들이 너도나도 컴퓨터로 인터넷 쇼핑을 하자, 다파라 가게에는 손님이 뚝 끊겼지. “또 이사 갈 때가 되었군. 인터넷 쇼핑을 모르는 마을이 또 어디 있으려나?” |
비싸도 잘 팔리는 동이네 감자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헉, 이게 뭐야?” 동이의 두 눈이 동그래졌어요. 여기도 똥 저기도 똥, 동이의 감자밭은 온통 똥 밭이었어요. 그동안 바쁜 일이 있어서 밭을 가꾸지 않았더니 개들이 마음껏 볼일을 본 모양이에요. 감자를 캘 때가 되자 동이는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갔어요. 그동안 잘 가꾸지 못해서 제대로 된 감자가 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열심히 호미질했어요. 그런데 우아! 세상에! 감자를 캐던 동이의 입이 쩍 벌어졌어요. 큰 감자들이 줄줄이 나왔거든요. 동이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어요. 동이는 수레에 감자를 가득 싣고 시장으로 갔어요. ‘감자를 다 팔면 큰돈을 벌게 될 거야.’ 동이는 생각만 해도 즐거웠어요. 시장에 도착한 동이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감자를 얼마에 팔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어요. 다른 장사꾼들을 엿보니 감자 한 바구니를 3,000원에 팔고 있었지요. 동이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같은 값으로는 감자를 다 팔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조금 싸게 팔아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지요.
“알이 굵고 맛있는 감자가 한 바구니에 1,000원!” 동이는 큰 소리로 감잣값을 외쳤어요. “어머, 저쪽보다 훨씬 싸네?” “알도 훨씬 굵어. 이렇게 싼 감자는 처음 봐.” 어느새 사람들은 동이네 감자 앞으로 모여들었어요. 동이에게 손님을 빼앗긴 다른 장사꾼들은 씩씩거리며 동이를 흘겨보고 있었지요. 결국 화가 난 장사꾼들이 동이한테 몰려왔어요. “난 많은 돈을 들여서 비료를 샀어.” 동이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어요. ‘그럼 내 감자가 더 크니까 값을 올리지, 뭐.’ 다음 날 시장으로 간 동이는 목이 터져라 외쳤어요. “어른 주먹만 한 감자가 한 바구니에 5,000원! 어서 와서 구경하세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감자를 사러 온 사람들이 화를 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감자를 사러 온 사람들이 화를 냈어요. “감자에 금이 들었나? 왜 이렇게 비싸?” “감자가 여기밖에 없나? 다른 데 가서 사야겠네.” 감자를 사러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투덜거렸어요. 동이는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버렸어요. ‘대체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 거야?’ 동이는 곰곰이 사람들이 했던 말을 떠올려 보았어요. “맞아. 더 비싼 값에 팔려면, 뭔가 특별한 감자여야만 해.” 동이의 고민은 풀릴 듯 말 듯 했어요. 감자에 금이 들었나? 비싸서 살 수가 있나! 답답해진 동이는 시원한 녹차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켰어요. 바로 그때 동이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 바로 이거야! 녹차 감자를 만들어 파는 거야!” 동이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어요. 동이는 감자 모종을 심고 녹차의 좋은 성분을 넣은 값비싼 비료도 뿌렸어요. 몇 달이 지난 뒤, 동이는 열심히 키운 녹차 감자를 캐러 밭으로 갔어요. “녹차 감자가 왔어요. 녹차 성분이 들어 있는 녹차 감자!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녹차 감자가 한 바구니에 5,000원!” 시장에 나간 동이는 큰 소리로 외쳤어요. 감자를 사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어요. “녹차 감자? 거참 신기하구먼!” “다른 감자보다 맛도 더 좋을 것 같은데?” 점점 녹차 감자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동이는 일꾼을 써서 더 많은 녹차 감자를 심고 가꾸었어요. 동이의 녹차 감자는 시장에서 가장 비쌌지만, 사려는 사람이 많아 무척 잘 팔렸어요. ‘또 어떤 감자를 만들어 볼까?’ 밭을 일구던 동이는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어요. |
1등 복숭아 생산하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오늘은 꼭 통통하게 살찐 토끼를 잡아 오리다!” 가난한 농부는 아내에게 큰소리치며 집을 나섰어요. 하지만 아내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지요. 먹을 것을 구하러 농부가 며칠째 사냥을 나갔지만 늘 빈손으로 돌아왔거든요. 배고프다고 우는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 말이에요. 숲으로 들어간 농부는 토끼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올가미를 놓았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올가미가 있는 곳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어요. 수풀을 헤치고 보니 올가미에 멧돼지가 걸려 있었지요. “우아, 멧돼지 아니야?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걸.” 농부는 멧돼지를 둘러메고 집으로 향했어요. 농부는 집으로 가는 길에 할머니 한 분을 만났어요. “우리 영감이 병에 걸렸는데 약은커녕 며칠째 굶고 있다오. 그 멧돼지를 나에게 주면 안 되겠소?”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농부에게 부탁했어요.‘나야 또 잡으면 되지.’ 농부는 할머니에게 멧돼지를 주기로 했어요. “복 받을 거요.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어요. “대신 이거라도 받아 줘요.”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커다란 씨 하나를 꺼내 농부에게 주었어요. 농부는 그 씨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갔지요. 집에 온 농부는 아내에게 멧돼지를 잡았다고 자랑했어요. “그런데 멧돼지는 어디 있어요?” 아내가 기쁜 얼굴로 물었어요. “그게 말이지.” 농부는 길에서 만난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멧돼지를 주고 고작 이 씨를 받아 왔다고요?” 아내가 화를 내며 씨를 창밖으로 던져 버렸어요. 며칠 뒤, 농부는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참 이상한 일일세.” 농부는 작은 나무를 정성껏 돌보았어요. 나무 주변에 난 잡풀도 뽑아 주고, 물도 듬뿍 주었지요. 작은 나무는 쑥쑥 자라 초록 열매를 맺기 시작했어요.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여보, 빨리 나와서 이것 좀 봐요!” 하루는 농부가 급하게 아내를 불렀어요. 아내가 나와 보니 나무에 분홍빛 열매가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어머, 복숭아나무 아니에요?” “그렇소, 당신이 버린 씨가 복숭아씨였던 거요. 복숭아가 다 익으면 팔아서 곡식을 사야겠소.” 농부와 아내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하지만 농부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땅 주인인 욕심쟁이 영감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거든요. “여긴 내 땅이니, 이 나무도 당연히 내 거야! 그래도 나무를 이만큼 키워 놓았으니 대신 그 옆에 있는 자갈밭을 주겠네.” 농부는 기가 막혔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내 땅이 없으니 열심히 키운 나무도 빼앗기고 마는구려. 비록 자갈밭이지만 내 땅이 생겼으니, 열심히 복숭아를 키워 보겠소.” 농부는 자갈밭에 서서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여보, 잘 생각했어요. 나도 열심히 도울게요.” 아내는 복숭아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왔어요. 농부는 자갈을 골라내고, 열매 속에 있던 복숭아씨를 꺼내 정성껏 심었지요. 다음 해가 되자 복숭아나무는 조금씩 자랐어요. 농부는 날마다 밭에 나가 복숭아나무를 돌보았어요. 하지만 땅이 거칠어서인지 복숭아나무는 잘 자라지 못했어요. 괭이도 금세 망가져 버렸어요. “어휴, 이걸 어쩌지?” 농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어요. 한편, 욕심쟁이 영감은 이번 해에도 값비싼 비료를 사다가 복숭아나무 주변에 뿌렸어요. “크고 좋은 복숭아야, 많이 많이 열려라. 흐흐, 땅만 있다고 다 되나. 돈이 있어야지, 돈이!” 욕심쟁이 영감은 농부에게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어요. 어느 날 아내가 장롱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어요. 그것은 아내가 가장 아끼는 반지였어요. “복숭아를 잘 키우려면 비료와 농기구를 사야 하잖아요. 이 반지를 팔아 돈을 마련하세요.” 농부는 아내의 말에 눈물을 글썽였어요. “내가 복숭아를 제대로 키워 보겠소. 그 복숭아를 팔아 더 좋은 반지도 꼭 사 주리다.” 농부는 아내의 반지를 팔아 좋은 비료와 튼튼한 농기구를 샀어요. 농부는 전보다 더 열심히 복숭아나무를 돌보았어요. 비료도 뿌려 주고 튼튼한 농기구로 땅도 골라 주었어요. 복숭아를 갉아 먹지 못하도록 벌레도 하나하나 다 잡았어요. 농부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런데 욕심쟁이 영감은 밭에 거의 오지 않았어요. 지난해처럼 복숭아나무가 잘 자랄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이따금 와서 누가 복숭아를 따 가지 않는지 살펴보기만 했어요. 드디어 복숭아를 따는 날이 되었어요. 농부와 아내는 아침 일찍 밭에 나가 복숭아를 땄어요. 복숭아는 무척이나 크고 탐스러웠지요. “당신이 일군 땅에서 날마다 열심히 일한 대가예요.” “비료와 농기구를 살 돈이 없었다면 이 복숭아도 없었을 거요.” 욕심쟁이 영감도 사람을 시켜 복숭아를 땄어요. 어느새 욕심쟁이 영감의 수레에는 복숭아가 가득 찼어요. “또 복숭아를 시장에 내다 팔아 볼까?” 욕심쟁이 영감은 수레 뒤를 따르며 천천히 시장으로 향했지요. 농부도 아내와 함께 수레에 복숭아를 가득 싣고 시장으로 갔어요. 농부와 욕심쟁이 영감은 시장에 자리를 잡고는 복숭아를 팔기 시작했어요. “이 복숭아가 맛으로 보나 생김새로 보나 최고군. 1등 복숭아야, 1등 복숭아!” 농부의 복숭아를 맛본 손님이 큰 소리로 외쳤어요. “1등 복숭아라고요? 어디 나도 좀 봅시다.” 사람들이 농부의 수레로 잔뜩 몰려들었어요. 농부의 수레는 금세 바닥이 났지요. 욕심쟁이 영감의 수레에는 파리만 날렸어요. |
일곱 난쟁이가 함께 지은 집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일곱 난쟁이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어. “우리, 언덕 위에 새집을 짓는 게 어때? 방이 일곱 개인 예쁜 집을 짓자고!” 꾀돌이가 친구들을 보며 말했어. “집? 그거 좋은 생각이야. 3층이면 더 좋겠어.” 난쟁이들은 예쁜 집에서 살 생각에 신이 났어. “바로 저기야, 저 언덕 어때?” 꾀돌이가 가리킨 곳은 정말 예쁜 언덕이었지. 난쟁이들이 언덕 위로 올라갔을 때 거인이 땅을 파고 있었어. “거인!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기에 내 집을 지을 거야.” “집이라고? 그럼, 우리와 함께 지으면 되겠네.” “그러게, 우리가 힘을 합치면 정말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을 거야.” 거인은 난쟁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그러고는 난쟁이가 다 올라가고도 남을 만한 커다란 삽으로 흙을 퍼내기 시작했지. 난쟁이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어. “언덕은 넓으니까 우리는 저쪽에다 짓자.” “그래그래,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문제없어.” “우리가 더 멋지고 튼튼한 집을 지어서 거인 코를 납작하게 해 주자!” “난 힘이 세니까 땅을 팔래.” 우락이가 말하자 꼼꼼이도 나섰지. “문 만드는 건 내 몫이야. 내가 제일 꼼꼼하잖아?” “으, 잘난 척하긴!” 난쟁이들은 각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맡았어. “난쟁이들이 감히 집을 짓겠다고? 내일부터 내 실력을 보여 주겠어.” 거인은 큰소리치며 집으로 돌아갔지.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 난쟁이들은 함께 해야 할 일을 먼저 한 다음에 각자 맡은 일을 하기로 했지. 여러 명이 달려들어 톱질을 하고서야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넘어뜨릴 수 있었어. 거인은 한낮이 되어서야 어슬렁거리며 나왔지. 톱으로 커다란 나무를 쓱싹 자른 뒤 한 손가락으로 살짝 밀자 나무가 쿵 하고 넘어갔어. 난쟁이들은 커다란 나무를 어깨에 얹고 하나 둘, 하나 둘 겨우겨우 옮겼지. 자른 나무들을 옮기는 데 한참 걸렸어. 거인은 커다란 나무를 들어 올리더니 어깨에 척 얹고서 가뿐히 옮겼어. 나무를 모두 옮기고는 벌렁 풀밭에 누웠지. “으하하, 난쟁이들은 나무 하나 옮기는 데도 쩔쩔매는구나.” 거인은 파 놓은 땅에 커다란 나무 기둥 네 개를 쿵쿵 쿵쿵 박았어. 진흙으로 만두같이 생긴 벽돌도 만들었어. 나뭇가지도 툭툭 분질러서 한곳에 모았지. “문과 창틀을 만들 나무도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거인은 난쟁이들이 일하는 곳을 훔쳐보았어. “킥킥, 아직 저것밖에 못 만들었다니. 이틀 후에나 다시 와야겠다.” 그러고는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갔어. 난쟁이들은 각자 맡은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했어. 우락이가 열심히 땅을 파면 날쌘돌이가 흙을 날랐지. 꾀돌이는 한쪽에서 벽돌을 만들었어. 커다란 구덩이에 나무 기둥까지 세워져 있었지. “거인이 좀 빠른 것 같아.” “이제 시작인데 너무 걱정하지 마.” 난쟁이들은 서로 다독이며 열심히 일했어. 이틀 뒤에 어슬렁거리며 나온 거인은 만두처럼 빚어 놓은 벽돌을 쌓기 시작했어. 하지만 번번이 무너져 내렸지. “아유, 이게 왜 이래?” 거인은 난쟁이들의 벽돌을 훔쳐보았어. 반듯반듯 네모난 벽돌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지. “아하, 모양이 반듯반듯해야 쌓을 수 있겠구나.” 거인은 아무렇게나 나무틀을 만들어서 그 안에 진흙을 꾹꾹 눌러 담았어. 그러고는 커다란 틀을 거꾸로 탁 뒤집었지. 순식간에 벽돌 수십 장을 만들었어. 다음 날 거인은 벽돌을 순식간에 쌓아 올렸어. 아무렇게나 쌓아 놓고는 난쟁이네 집보다 높이 쌓았다며 좋아했어. “우리는 2층까지밖에 못 쌓았는데.” 거인 집을 지켜보던 살림이가 한숨을 쉬었어. “걱정하지 마. 나는 어제보다 벽돌을 더 많이 쌓았어. 한 가지 일만 하니까 더 빨리 쌓을 수 있는걸?” “나도 그래, 창문을 다는 일이 어제보다 쉽고 빨라졌어.” “그럼 내가 밥만 맛있게 지어 오면 되겠네?” 살림이의 말에 차분이와 꼼꼼이도 밝게 웃었어. 거인은 아침부터 벽돌을 쌓아 올리더니 나뭇잎들을 모아서 지붕을 덮었어. “으하하, 드디어 내 집이 완성되었다. 난쟁이들아! 내 집을 보란 말이야!” 거인은 기분이 좋아서 집을 탁 쳤어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그 순간 집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어. 그때 난쟁이들도 지붕을 얹고 있었어. 거인의 집이 무너지자 모두 깜짝 놀랐지. 울고 있는 거인 옆으로 난쟁이들이 다가왔어. “어, 벽돌이 다 마르지 않았어.” 벽돌 모양도 크기도 모두 다르잖아? 이러면 쉽게 무너져 버린다고. “창틀도 반듯하지 않아. 창틀과 벽돌 사이에 틈이 생길 수밖에 없어.” 거인은 차분이와 꼼꼼이, 꾀돌이가 하는 말을 듣고 놀랐어. “너희들은 그런 걸 어떻게 알았니?” “그러게” “그건 아마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일 거야.” 꾀돌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 “이제 내 집은 어떡하지? 나도 새집을 갖고 싶었는데.” 난쟁이들은 거인이 불쌍했어. “걱정 말라고! 우리 집에 커다란 창고가 하나 있잖아. 거인이 쓰기에 충분할 거야.” “대신 함께 살려면 우리를 도와야 해.” “그래그래, 땅을 파거나 나무 베는 일은 이제부터 내가 할게.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다 나누어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거인과 난쟁이들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어. |
조개껍데기를 수출하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꼬북나라에 아침이 찾아왔어요. “얘들아, 아침밥 먹자!” 엄마 거북이 큰 소리로 아기 거북들을 불렀어요. “오늘도 똑같은 음식이야?” “웩! 난 차라리 굶을 거야.” “물풀하고 죽은 새우는 정말 싫어.” 식탁을 본 아기 거북들이 투덜거렸어요. “엄마, 이제 다른 것 좀 먹어요. 네?” “아이들이 요즘 통 먹으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도 그래요.” “뭔가 색다른 걸 먹이면 좋을 텐데.” 엄마 거북들은 모두 걱정이에요. 꼬북나라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아주 먹음직스러운 과일 사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너굴나라에 여행을 갔던 분이 찍어 온 사진이에요. ‘사과’라고 하는데, 새콤달콤한 것이 무척 맛있대요.” 사진 속의 사과는 정말이지 맛있게 보였지요. “그럼, 너굴나라로 가서 사과를 구해 옵시다!” 누군가의 말에 꼬북나라 어른들은 모두 찬성했어요. 꼬북나라 대표가 사과를 구하러 너굴나라에 갔어요. 그런데 너굴나라에 간 대표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어서 놀라고, 사과 맛이 좋아서 놀라고, 맛 좋은 사과가 값도 싸서 놀랐어요. 꼬북나라 대표는 당장 너굴나라 대표를 찾아갔어요.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수입하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너굴나라 대표도 기뻐했어요. 남아도는 사과를 팔아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좋습니다, 수출하도록 하지요.” 꼬북나라는 사과를 수입하고, 너굴나라는 사과를 수출하게 되었어요. “와!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야!” “이런 걸 꿀맛이라고 하는 거야.” “아는 척하긴, 이게 어디 꿀맛이야? 꿀 같은 사과 맛이지.” “피, 꿀도 못 먹어 봤으면서” 꼬북나라 거북들은 사과를 맛있게 먹었어요. 사과 맛을 본 꼬북나라 거북들은 다른 과일도 먹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새로운 과일들을 자꾸자꾸 수입했어요. 바나나도 사 오고, 복숭아도 사 오고, 수박도 사 왔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과일들을 수입하느라 돈을 다 써 버린 거예요. 이제 사과는 무슨 돈으로 사지? 우리도 무언가 수출을 해야겠어! 꼬북나라 어른들은 또다시 모였어요. 무엇을 수출할까 의논했지요. “옳지, 그게 좋겠다!” 너굴나라에 갔던 꼬북나라 대표가 말했어요. 너굴나라에는 맛있는 건 많지만 그릇이 없어요. 우리가 쓰고 있는 조개껍데기 그릇을 수출하면 어떨까요? 너굴나라의 너구리들에게 조개껍데기를 보여 주면 되잖아요. “조개껍데기는 모양도 좋고 종류도 많아요.” “오목해서 음식을 담기에도 좋아요. 자, 보세요. 어떻습니까?” 너굴나라 너구리들은 조개껍데기 그릇을 갖고 싶어 했어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나뭇잎에 담아 먹으면 쉽게 쏟아지고 맛도 없게 보였거든요. 조개껍데기 그릇을 수입한 뒤 너굴나라의 식탁이 달라졌어요. 음식이 깔끔하게 그릇에 담겨 식탁에 올라왔지요. 아기 너구리들도 예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보고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서 너굴나라는 조개껍데기 그릇을 더 많이 수입했어요. 너굴나라가 꼬북나라의 조개껍데기 그릇을 수입하는 만큼, 꼬북나라의 금고도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꼬북나라와 너굴나라는 모두 좋아졌어요. 과일과 조개껍데기 그릇을 사고팔면서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으니까요. 어느 날 꼬북나라 대표가 산책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 멀리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였어요. 가까이 가 보니, 아기 거북들이 진주를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그 순간 대표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번에는 진주를 수출하는 거야. 진주로 목걸이도 만들고 반지도 만들어서 팔아야지.’ 꼬북나라 대표는 신이 나서 펄쩍 뛰어올랐어요. |
악당에서 탈출하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그러게 말이야. 나만 보면 다들 도망가더라고!” “나는 어떻고? 게으른 흥부는 좋아하고, 열심히 일하는 나만 미워해!” “나야말로 아껴 가며 돈을 모았을 뿐인데.” 모두 목소리를 높였어요. 갑자기 후크 선장이 벌떡 일어섰어요. 우리가 나쁜 사람들이 아니란 걸 보여 주자! 돈을 모아서 좋은 일을 하는 거야. 어때? 하지만 스크루지와 놀부는 고개를 저었어요. “난 돈 한 푼 없다고.” “나도 도깨비들한테 다 빼앗겼는걸.” 모두가 한숨을 쉬었어요. 그때 놀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그러자 팥쥐 엄마가 집에서 가져온 김밥을 꺼냈지요. 자, 자, 내가 김밥을 싸 왔으니 우선 점심이나 먹고 생각하자고. 이렇게 맛있는 김밥을 먹어 본 적 있어? 없지, 팥쥐 엄마가 만든 김밥은 최고야. 최고! 놀부가 김밥을 우걱우걱 먹으며 맞장구쳤어요. 김밥 만드는 것 하나는 자신 있지. 그런데 재료는 무슨 돈으로 사고, 또 어디서 만들어?” 팥쥐 엄마의 말에 후크 선장이 한참 생각하더니 벽장에서 보물 상자를 꺼내 왔어요. 김밥 재료는 이 보물을 팔아서 사고, 김밥은 이 해적선에서 만들기로 하지. 대신 내가 김밥 회사의 주인이 되는 거야. 그럼 우린? 너희들은 일을 하면 돼. 내가 월급을 줄 테니까. 주인이 좀 맘에 안 들긴 하지만, 괜찮은 생각이야. 스크루지가 말했어요. 월급도 준다 하니 손해 보는 것 같진 않네. 그럼 해 볼까? 모두가 후크 선장의 뜻을 따르기로 했어요. 이렇게 해서 회사를 이끄는 일은 후크 선장이, 김밥 만드는 일은 팥쥐 엄마가, 수입과 지출을 셈하는 일은 스크루지가 하기로 했어요. 놀부는 발끈했어요. “난 뭐야? 다들 맡은 일이 있는데 나만 없잖아.” “김밥을 팔아야지. 넌 욕심이 많으니까 김밥도 많이 팔 수 있을 거야.” 그래서 김밥 파는 일은 놀부가 맡기로 했지요. 김밥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어요. 해적선 앞은 김밥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지요. 팥쥐 엄마는 김밥을 만드느라 팔이 아팠고, 놀부는 김밥을 파느라 눈코 뜰 새 없었어요. 스크루지도 계산을 하느라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였지요.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구름처럼 몰려들던 손님이 뚝 끊겼지요. 도대체 이유가 뭐지? 사람들이 모두 거기로 간다고! 놀부가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우리 김밥이랑 뭐가 다른지 알아보자!” 모두가 기운이 쏙 빠졌어요. “좋은 수가 없을까?” 후크 선장이 답답한 듯 물었어요. “아, 이웃 마을 막내며느리가 지혜롭다고 소문이 났지?” “맞아! 그 막내며느리를 우리 회사로 데려와야겠어!” 이렇게 해서 막내며느리는 해적선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어요. 김밥이 잘 팔리도록 기획하는 일을 맡게 되었지요. 별 모양, 꽃 모양 김밥을 만드는 게 어떨까요? 맛도 중요하지만 모양을 예쁘게 하면 훨씬 잘 팔릴 거예요.” 막내며느리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자 다들 손뼉을 치며 기뻐했어요. 그런데 찾아오는 손님은 여전히 없었어요. 김밥을 새롭게 바꿨는데도 손님이 왜 안 오지? 놀부가 투덜거렸어요. “광고를 하면 사람들이 새 김밥을 사러 올 거예요.” 그러면서 막내며느리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지요. “김밥을 다섯 줄 이상 사는 사람에게는 500원을 깎아 주기로 해요.” 놀부는 광고지를 들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녔어요. “별 김밥! 꽃 김밥!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모양 좋은 김밥이 새로 나왔어요!” 놀부는 너무 외쳐서 목이 아플 정도였지요. 다음 날부터 별 김밥, 꽃 김밥은 불티나게 팔렸어요. 너무 바빠 쉴 틈도 없었지만 다들 기쁘고 즐거웠지요. 월급날이 돌아오면 더욱더 행복했어요. 딱 한 사람, 스크루지만 빼고 말이에요. 월급을 계산하느라 무지 바빴거든요.! “후크 선장의 보물과 해적선도 큰 몫을 했어.” “맞아, 맞아. 우리 모두 잘한 거야.” 스크루지의 말에 모두 활짝 웃었어요. 김밥 회사는 점점 더 커지고 수입도 늘어났어요. 마침내 벌어들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지요. 사람들은 이제 악당들을 욕하기는커녕, 입을 모아 칭찬했어요. “글쎄, 아이들이 나더러 착하고 멋진 놀부래. 으하하!” “잘됐다, 놀부야! 나도 착해졌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다들 좋은 일을 해서 무척 행복해했어요. |
엄마의 알뜰 공책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엄마가 놀라서 급하게 달려왔어요. “왜 그래? 어디 다쳤어?” “나 저거 사 줘요.” 똘이가 화면 속의 최신형 게임기를 가리켰어요. “엄마, 저거 사 주면 엄마 말씀 잘 들을게요. 일찍 잘게요. 청소도 잘할게요. 이제 장난도 안 칠게요, 네?” 똘이가 엄마 뒤를 따라가며 말했어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며 씩 웃었어요. 똘이의 얼굴에도 활짝 웃음꽃이 피었지요. 엄마는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안 돼!” 이 말 한마디로 똘이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어요. “게임기가 꼭 필요한 까닭을 말해 봐. 없지? 그럼, 끝!” 엄마 나빠. 엄마 미워. 왕왕왕소금. 세상에서 최고 짠짠짠순이! 사 달라는 건 하나도 안 사 줘. 쳇! 어떤 물건을 사고 싶다면 먼저 생각해 봐. 꼭 필요한 것인지 그냥 갖고 싶은 것인지 말이야.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해. 하지만 모두 다 똑같이 중요하진 않아. 어떤 것들을 사야 하는지 생각해 볼까? 신발은 우리에게 꼭 필요해. 맨발로 다니면 위험하니까.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왔지만, 똘이는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똘이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구나?” 아빠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어요. “엄마 미워, 다른 애들은 다 게임기를 갖고 있단 말이야.” 똘이가 퉁퉁 부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정말 속상하겠다. 엄만 정말 짠순이야. 왕소금이고, 그치? 아빠도 사고 싶은 거 많은데 엄마가 안 사 줘. 그 말을 듣자, 똘이 마음이 조금 풀렸어요. 맞아, 지난번에 아빠가 휴대 전화를 새로 사고 싶다고 했는데 안 사 줬잖아. 그 말을 듣자, 똘이 마음이 조금 풀렸어요. “맞아, 지난번에 아빠가 휴대 전화를 새로 사고 싶다고 했는데 안 사 줬잖아. 아빠 휴대 전화는 진짜 고물이야.” 자기편이 생긴 것 같아 똘이의 목소리가 커졌어요. “그런데 말이야, 엄마가 너한테 보여 줄 게 있다는데 우리 나가 볼까?” 똘이 얼굴이 금세 밝아졌어요. 밖에 나가면 게임기가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자, 우리 똘이 나왔습니다.” 똘이는 잔뜩 기대를 하며 엄마 앞에 앉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똘이 앞에 내놓은 것은 ‘가계부’라고 쓰여 있는 공책 한 권뿐이었어요. 그것을 본 똘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지요. “똘이야, 이건 우리 집 가계부야. 엄마가 쓰는 거 너도 본 적 있지?” 입이 잔뜩 나온 똘이는 대답이 없었어요. “자, 봐. 엄마는 아빠가 받은 월급으로 이렇게 살림을 하는 거야. 반찬도 사고, 우리 똘이 책도 사고, 돈을 모아 자동차도 살 거야.” 필요한 물건을 사고 병원을 가기도 하고 저축을 하기도 해. 그런데 계획 없이 돈을 써 버리면 나중에는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게 돼. 왜냐하면 아빠나 엄마가 버는 돈은 정해져 있거든. 우리가 가진 돈이 1,000원이라면 2,000원을 쓸 수는 없잖아. 가계부는 알뜰한 살림살이를 꾸려 가기 위해서 필요한 거야. 가계부는 우리 집의 수입과 지출을 적는 공책이야. 수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얼마나 합리적으로 지출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단다. 수입에는 어떻게 해서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왔는지 적는 거야. 아빠, 엄마의 월급 등을 말하는 거지. 지출에는 어디에 얼마의 돈을 썼는지 적는 거야. 그러자 아빠가 대신 대답했어요. “아마 우리는 집도 없을 거야. 네가 좋아하는 태권도도 못 배울걸?” 똘이는 아빠가 말한 것을 상상해 보았어요. 그건 정말 슬픈 일이었지요. 똘이가 달라졌어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지요. 엄마가 반찬거리를 사려고 시장에 갔어요. “엄마, 사지 마.” 함께 간 똘이가 자꾸만 엄마를 말렸어요. 그 바람에 엄마는 아무것도 사지 못했어요. 문구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색연필 안 사도 돼. 민이한테 빌려 쓸 거야.” 엄마가 뭘 좀 사려고 하면 똘이가 말렸지요. 엄마, 아빠는 똘이 때문에 걱정이에요. 똘이가 엄마, 아빠 이야기를 잘못 알아들은 것 같았거든요. 지혜롭게 돈 쓰는 걸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돈은 무조건 안 써야 한다고 여기게 된 모양이에요.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엄마랑 아빠는 오랫동안 고민을 했어요. “왜 반찬이 이것밖에 없지?” 아빠가 물었어요. “엄마가 시장 보러 갔는데 내가 못 사게 해서.” “그랬구나. 돈을 아예 안 쓰니까 어때?” “불편해.” “그래. 엄마, 아빠도 불편해. 필요할 땐 돈을 써야 해. 그러기 위해 돈이 있는 거야.” 다음 날 엄마는 똘이에게 선물을 주었어요. “우리 똘이도 용돈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제부턴 용돈을 주려고 해. 이건 이번 주 용돈이고, 이건 용돈 기입장이야.” 용돈을 받자 똘이는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내 맘대로 써도 되는 거야? 진짜야?” 그래, 대신 용돈 기입장에 용돈을 어떻게 썼는지 적어야 해. 엄마는 가계부를 쓰고, 똘이는 용돈 기입장을 쓰는 거지. 잘할 수 있겠어? “네!” 똘이는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
아차차, 세금!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아차차, 세금! 오늘까지 내야 하는데 큰일 났다! 엄마가 바빠졌어. 지갑 찾고 가방 찾고 또 뭔가를 찾더니, 은행에 간다면서 후다닥 뛰어나갔어. 전에도 그랬어. 세금 내는 날이라며 오늘처럼 아차차 했지. 세금이 뭐지? 안 내면 큰일 나나? 경찰서에 잡혀가나? 도대체 세금이 뭐기에 우리 엄마가 꼼짝 못 하는 걸까? 세금은 우리가 나라에 내는 돈이야. 옛날에도 세금이 있었어. 백성들은 농사를 짓고 가을에 거두어들인 쌀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기도 했어. 인삼이나 굴비 같은 특산물이 나는 고장에서는 특산물을 세금으로 내기도 했지. 세금은 어떨 때 내는 걸까? 나도 세금을 내야 하나? 나는 아직 어리고 돈도 없는데. 옆집 재민이는 세금을 내고 있을까? 누가 언제 세금을 내는지 궁금해. 재산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해. 돈을 벌지 않아도 집이나 땅을 갖고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해. 재산세를 내는 거야. 재산이 많으면 많이 내고, 적으면 적게 내. 누구나 똑같이 내지는 않아. 세금으로 무엇을 하지? 나라에서 국민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데 어떤 일을 하는 걸까? 혹시 전철이나 버스도 세금으로 만들까? 그럼 날아다니는 버스도 만들면 좋을 텐데. 세금은 우리가 사는 곳을 깨끗하고 살기 좋게 만들어. 집마다 내놓은 쓰레기를 치우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넓은 길과 신호등을 만들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도 세금으로 만든 거지.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세금 덕분이야. 나라를 지키는 군대와 도둑을 잡는 경찰, 위급한 사람을 구하는 구급 대원이 있는 건 세금이 있기 때문이야. 우리가 편리하게 내일의 날씨를 알 수 있는 것도 세금으로 일을 하는 기상청이 있기 때문이지. 세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세금을 안 내면 좋을 것 같아. 아빠는 세금을 안 낸 만큼 월급이 많아지고, 과잣값도 내려서 엄마가 과자를 더 많이 사 줄지 몰라. 그럼 더 좋지 않을까? "아차차! 간장이 다 떨어졌는데 큰일 났다." 저녁을 하다 말고 엄마가 희망슈퍼로 뛰어갔어. 난 알아. 엄마가 산 간장값에도 세금이 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야. 나라는 그 돈으로 살림을 하지. 나라에서는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 거기에 필요한 돈을 우리가 나누어 내는 거야. "우린 세금을 내." "세금을 받아 주는 일을 해." "국민들을 위해 잘 써야 할 텐데... 아, 정말 나라의 살림살이는 힘들어."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해. 아빠는 직장에서 일하고 월급을 받아. 그중에 얼마는 세금으로 내지. 소득세를 내는 거야. 많이 벌면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 누구나 똑같이 내지는 않아. 희망슈퍼 아저씨도 세금을 내. 장사를 해서 돈을 벌 거든. 아빠가 다니는 회사도 세금을 내고 있어. 그런데 돈을 벌지 않아도, 재산이 없어도 누구나 다 내는 세금이 있어. 부가가치세야. 빵값에도 과잣값에도 연필 한 자루값에도 모두 세금이 들어 있지. 물건을 살 때 우리는 물건값에 포함된 세금을 같이 내는 거야. 세금은 우리가 사는 곳을 깨끗하고 살기 좋게 만들어. 집마다 내놓은 쓰레기를 치우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넓은 길과 신호등을 만들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도 세금으로 만든 거지. 세금은 우리가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줘. 마음껏 학교에 다니고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것은 세금이 있기 때문이야. 과학자가 연구를 하고 우주 탐험을 위해 우주선을 만드는 것도 모두 세금으로 하는 거야. 아니야, 세금이 없으면 이렇게 될 거야. 길은 좁고 삐뚤빼뚤해서 자동차도 못 다닐 거야. 돈이 없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친구도 생기겠지. 우리 동네 공원과 놀이터도 없어질 거야. 쓰레기가 넘쳐나도 치울 사람이 없어. 불이 나도 아무도 와 주지 않을 거야. 나라는 또 누가 지켜 주지? 그래, 맞아. 세금은 필요한 거야. |
왈라왈라가 찾은 민주 정치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옛날에 왕멋대로왕국이 있었어요. 왕멋대로왕국에는 멋대로왕이 살았어요. 멋대로왕은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는 왕이었어요. 매일 잔치를 열어 놀기만 하고 제멋대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멋대로왕은 새 궁전을 짓겠다며, 젊은이들을 잡아가기도 했어요. 신하들이 왕을 말렸지만 듣지 않았어요. 왈라왈라 가족은 새로운 왕국에 도착했어요. 그곳은 힘이최고왕국이었어요. 힘이최고왕국은 어디를 가나 시끄러웠어요. 누구나 큰소리치며 말을 했거든요. 하지만 왕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일도 없었고, 군사들이 강제로 곡식을 가져가는 일도 없었어요. 왈라왈라는 이곳에서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왈라왈라는 부지런히 일했어요. 가족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였지요.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왈라왈라의 밀 농사는 풍년이 들었어요. 왈라왈라는 밀을 팔려고 시장에 나갔어요. 왈라왈라가 가져간 밀은 좋은 값에 팔렸어요. “장을 보고 올 테니 여기 잠깐 있거라.” 왈라왈라는 시장 구석에 낙타를 매어 두었어요. 왈라왈라와 사내들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어요. 낙타는 결국 가장 힘이 센 사내가 데려갔어요. “힘만 세면 모든 게 해결되다니!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어. 여기보다 좋은 곳이 반드시 있을 거야.” 왈라왈라 가족은 다시 짐을 꾸렸어요. 며칠 뒤 왈라왈라 가족은 새로운 왕국에 도착했어요. 그곳은 뜻을모아왕국이었어요. 왈라왈라는 이번에는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모여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 보기로 했지요. 한 남자가 나서서 말했어요. “저는 우리 마을에 시장을 만들 생각입니다. 시장이 생기면 일자리도 많아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을을 부자 마을로 만들겠습니다.” 다른 남자도 나와서 말했어요. “저는 마을에 우물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면 멀리까지 물을 길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왈라왈라는 이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어요. 두 남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서 바구니에 대추를 넣었어요. 얼마 뒤, 한 노인이 바구니에서 대추를 꺼내어 세기 시작했어요. “무하드가 대추 20알을 더 얻었습니다. 따라서 마을의 촌장은 무하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환한 얼굴로 박수를 쳤어요. 왈라왈라는 촌장 선거에서 떨어진 남자에게 물었어요. “촌장이 되지 못했는데 화가 나지 않습니까?” “물론 내가 촌장이 되고 싶었지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무하드를 원하니 내가 따라야지요.”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은 왈라왈라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뜻을모아왕국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주인이구나.’ 뜻을모아왕국에서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문제가 생기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어 결정했으니까요. “이곳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곳이야.” 왈라왈라의 얼굴에 비로소 환한 웃음이 피었어요. 민주 정치란 무엇일까요? 나라 안의 여러 가지 문제와 다툼을 풀어 가는 것이 정치예요. 그럼, 민주 정치란 무엇일까요? 민주적으로 모든 문제를 푼다는 말이지요. |
만약에 법이 없다면?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내 거야!” 토란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꼭 붙잡았어요. 그런데 힘이 센 덩치가 빼앗았어요. “메롱! 이제 이건 내 거다! 난 빨간색 자동차를 좋아하거든.” 덩치가 혀를 쏙 내밀며 약을 올렸어요. “누구야? 내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상관하는 거야?” 덩치가 입을 실룩거리며 노려보았어요. 풀숲에서 맹꽁이 한 마리가 고개를 쑥 내밀었어요. “힘이 세다고 마음대로 하면 안 돼. 이 세상에는 법이란 게 있다고.” “법? 그런 게 어딨어!” 덩치가 맹꽁이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맹꽁이는 도망쳤지요. 덩치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맹꽁이를 쫓아갔어요. 토란이도 흙을 털고 부지런히 따라갔어요. 맹꽁이는 폴짝폴짝 공원 밖으로 뛰어갔어요. 덩치와 토란이도 맹꽁이를 쫓아갔어요. 둘은 숨이 차서 더 이상 달리기 힘들었어요. “안됐다, 빨간불이네. 메롱!”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맹꽁이가 덩치의 약을 올렸어요. “너 가만 안 둬!” 덩치는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로 뛰어들었어요. 끽!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지요. “후유, 큰일 날 뻔했다.” 덩치가 놀라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때 맹꽁이경찰관이 다가왔어요. “신호를 지키지 않았으니 벌금을 내라.” 덩치는 깜짝 놀랐어요 “법을 어기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야.” 맹꽁이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지요. “벌금? 난 돈이 없는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벌금을 내라는 거야?” 덩치는 마구 화를 냈어요. “교통 신호를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약속이야.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맹꽁이가 타이르듯 말했지요. “말도 안 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법 타령 그만하란 말이야.” 덩치는 맹꽁이에게 또 주먹을 쥐어 보였지만, 맹꽁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어요. “너야말로 주먹 타령 그만하고 법 좀 보란 말이야. 이 법전에 모든 법이 적혀 있다고!” 토란이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우아, 정말 두껍다.” “사람들이 살면서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이 많아서 그래.” “덩치야, 만약에 법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 맹꽁이경찰관이 덩치에게 말했어요. “법이 없으면 좋지요. 뭐든 내 마음대로 해도 되고, 벌금을 안 내도 되잖아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덩치가 큰 목소리로 말했어요. “좋아, 만약 법이 없다면 신호등도 필요 없고, 자동차도 마음대로 달릴 수 있어. 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될까?” 맹꽁이경찰관이 말했어요. “차들이 먼저 가려고 하다가 여기저기서 사고가 날 것 같아요. 그러면 무서워서 차도 못 타잖아요.” “마음 놓고 길을 건널 수도 없을 것 같아요.” 토란이와 맹꽁이의 말에 덩치는 시무룩해졌지요. “그래, 교통사고가 나고 사람들도 많이 다치겠지.”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는 어떻게 하지?” “난 힘이 세니까 도둑쯤은 무섭지 않아요.” 덩치가 으스대며 말했어요. “도둑이 너보다 훨씬 큰 사람이라면? ” 맹꽁이가 날카로운 질문을 했지요. “그럼 경찰관을 부를까?” “법이 없는데 어떻게 부르니?” 토란이가 말했어요. “법이 없으면 경찰관도 못 부른단 말이야?” “이런 경우도 한번 생각해 보자. 어떤 회사의 사장이 공장 쓰레기를 몰래 산에다 버렸어. 얼마 뒤에 그 마을 지하수가 오염돼서 물고기들이 죽고, 이상한 병에 걸린 사람도 많아졌어.” 맹꽁이경찰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덩치가 말했어요. “그 사장 정말 나쁘네!” “하지만 법이 없잖아?” “에이, 말도 안 돼요. 만약 그렇더라도 누가 나를 도와주면 되잖아요?” 덩치가 흥분해서 소리쳤어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바빠져서 한 달 동안 못 오면 어떻게 될까?” “그, 그럼 난 그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세수도 못 하겠네.” 덩치는 얼굴을 찌푸렸어요. “법이 있으면 누가 날 계속 도와줄 수 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법이 있거든.” “에이, 그럼 법은 있어야겠네! 아까 말한 거 다 취소예요, 취소! 도둑이나 나쁜 사장은 벌을 받고, 어려운 사람들도 계속 도와야 한다고요.” “그럼 벌금은?” 벌금 이야기에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덩치를 보고 모두 한바탕 웃어 댔어요. “아저씨, 그러니까 법은 벌금을 안 내려고 지키는 게 아니라 서로 편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지키는 거네요?” 맹꽁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어요. “법이란 게 생각보다 좋네.” 덩치가 혼잣말을 했어요. “진짜요?” “걱정 마, 법은 영원한 게 아니야. 조금씩 고칠 수 있어. 그리고 시대에 따라 필요한 법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단다.” “후유, 정말 다행이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덩치는 무언가 결심한 듯, 얼른 빨간색 자동차를 토란이에게 돌려주었어요. “토란아, 정말 미안했어. 경찰관 아저씨, 벌금은 용돈을 모아서 드릴게요.” 덩치의 말에 맹꽁이경찰관은 빙그레 웃었어요. “이곳에 처음 온 손님이니까 이번 한 번만 봐줄게.” 덩치는 토란이와 나란히 어깨동무하며 돌아왔어요. “토란아, 힘으로 뭘 빼앗으려는 친구가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 줘.” “알려 주면?” “내가 법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게.” 덩치와 토란이의 웃음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어요. |
법정에서 만난 잭과 거인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이곳은 와글와글 법정이에요.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잭이 도둑으로 고소가 되었대.” “아니, 콩나무를 키운 잭 말이야?”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법정으로 모여들었어요. 공정한 판사님이 입장하십니다. 모두 일어서 주세요. 판사가 들어오자 소란스러웠던 법정 안이 조용해졌어요. 한쪽에는 도둑으로 몰린 잭이, 다른 쪽에는 잭을 고소한 거인이 있었지요. 거인의 옆에 있던 치밀한 검사가 말했어요. “잭은 어머니에게 효도를 한다는 핑계로 거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 거인이 아끼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또 콩나무를 자르는 바람에 거인이 땅에 떨어져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따라서 잭을 절도죄와 상해죄로 기소합니다.” 법정 안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어요. 이번에는 꼼꼼한 변호인이 말했어요. 잭이 콩과 바꾼 소 한 마리는 잭의 집에 유일하게 남은 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꾼 콩이 하루 만에 자랐지요. 그 위에 보물이 있었다면 누군들 탐이 나지 않겠습니까? 병든 어머니의 약값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죠. 아니, 꼼꼼한 변호인! 그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잭은 남의 재산을 몰래 가져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은 도둑질입니다! 치밀한 검사의 말에 꼼꼼한 변호인은 풀이 죽었어요.“그러니까 제 말은 도둑질을 하려고 거인의 집에 일부러 들어간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재판장님께서 잭이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잭의 엄마는 잭의 뒤에서 흐느끼고 있었고, 꼬마 잭은 고개를 떨어뜨렸어요. 판사는 잭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검사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판결을 내려야겠소.” 판사가 입을 열자 순식간에 법정 안이 조용해졌어요. “효성이 아무리 지극하다 하여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오. 게다가.” 그때 법정 문이 벌컥 열렸어요. 머리가 하얀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비틀거리며 들어왔지요. “재, 재판장님. 드릴 말씀이.” 노인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서 있었어요. 꼼꼼한 변호인이 재빨리 노인에게 뛰어가서 어떤 이야기를 듣더니 손을 번쩍 들었어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노인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이때 치밀한 검사가 벌떡 일어났지요. “무슨 소리요? 재판 도중에 증인이라니요? 재판장님,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판사는 뒤늦게 온 노인을 증인으로 허락했어요. 노인은 증인석에 서더니 놀라운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잭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잭의 할아버지가 키우던 거위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었어요. 그때 저 못된 거인이 거위를 훔치고 집까지 모두 부숴 버렸답니다. 그러니까 잭이 훔친 거위와 황금알은 처음부터 잭의 것이었어요. 증인의 말을 끝까지 전해 들은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지요. 치밀한 검사는 증인의 말이 사실이냐고 거인에게 물었어요. 하지만 거인은 한마디도 못 했어요. 탕 탕 탕! “모든 것이 분명하게 밝혀졌습니다. 거위는 처음부터 잭의 것이었습니다.”“하지만 잭이 그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거인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가져왔다면 이 또한 잘못입니다. 따라서 잭과 거인 두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에 서로 화해하고 거인은 고소를 취하하도록 하세요.” 결국 거인은 고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지요. 잭과 잭의 엄마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법정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공정한 판사의 판결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재판이 끝난 뒤 사람들은 잭의 이야기를 하며 다음 순서를 기다렸어요. 와글와글 법정만의 자랑인 ‘와글와글 토론회’가 열릴 시간이었거든요. 마침, 먼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온 한스가 그 나라에서 만난 원님 이야기를 꺼냈어요. 치밀한 검사가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지요. 여러분, 여기 있는 한스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나라의 옷감 장수가 남의 무덤 앞에서 잠을 자다가 옷감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마을을 다스리던 원님이 도둑을 잡겠다고 무덤의 망주석을 가져다가 매질했다고 합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웃었고, 원님은 자신을 비웃었다며 웃은 사람들에게 옷감을 바치라고 했답니다. 치밀한 검사는 더욱 큰 소리로 말을 이었어요. “원님은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 번째는 남의 무덤 망주석을 망가뜨린 손괴죄입니다.” 공정한 판사는 치밀한 검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흠, 손괴죄라.” “또 하나는 직권 남용을 했다는 점입니다.” 치밀한 검사의 말에 법정 안은 시끌벅적해졌어요. 탕 탕 탕! “조용히 하세요. 검사는 왜 직권 남용이라고 생각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보세요.” “원님은 구경하다가 웃은 사람들에게 비단이라는 아주 값비싼 옷감을 바치라고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곤장을 때리겠다고 했지요. 원님이라는 자리의 힘을 빌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통을 준 것입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때 한스가 앞으로 나섰어요. 그 나라에서 본 가난한 집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보리죽을 먹으며 겨우 살아가던 그 사람들은 비단을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했습니다. 도둑질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한스의 말에 와글와글 법정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치밀한 검사도 더욱 소리 높여 말했어요. “원님은 사람들에게 너무 심한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분명 직권 남용죄에 해당됩니다.” 그때 꼼꼼한 변호인이 나섰어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꼼꼼한 변호인은 말을 이었어요. “한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비단을 훔쳐 간 도둑은 결국 잡았나요?” “네, 원님이 비단을 바치라고 한 덕분에 옷감 장수가 잃어버린 비단을 모두 찾아낼 수 있었지요.” “도둑을 잡은 다음 무덤의 망주석은 어떻게 되었나요?” “망주석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무덤의 자손에게는 마음고생을 했다고 원님이 비단을 주었고요.” 꼼꼼한 변호인이 계속 물었어요. “그럼, 사람들에게 거둬들인 비단은 어떻게 되었나요?” “도둑을 잡은 다음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주었지요.” 꼼꼼한 변호인은 이번엔 사람들을 향해 말했어요. “모두 잘 이해하셨을 것으로 압니다. 원님은 현명하게 일을 해결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이 구해 오는 비단 가운데 옷감 장수가 잃어버린 비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원님의 지혜에 저는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요?” 이야기를 듣던 판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원님은 비록 지혜롭게 도둑을 잡았지만 도둑을 잡는 과정에서 손괴죄와 직권 남용죄를 저지른 것이 일부 인정됩니다. 하지만 죄에 대한 보상을 한 점도 인정되는군요. 따라서 우리는 원님의 지혜로운 부분만 본받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럼, 오늘의 ‘와글와글 토론회’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탕 탕 탕! 공정한 판사는 망치를 두드렸어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지요. ‘원님의 지혜가 놀랍군.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어.’ |
철수 나라 만만세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그날도 철수네 집은 이랬어. 다른 날과 똑같은 일요일이었지. 아빠, 책 사게 돈 주세요. 그날 저녁때였어. 할머니가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았지. “우리 집엔 질서가 없어.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할머니의 말에 모두 아무 말도 못 했어. “지금부터 우리 집을 ‘철수 나라’라고 하겠다. 대통령을 뽑고, 일을 맡아 하는 행정부도 꾸리고, 모두가 지켜야 하는 법을 만들어야겠다.”가족들은 멀뚱멀뚱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어. 할머니는 정말 철수네 집을 나라로 만들려는 걸까? 할머니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할아버지는 대통령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얼른 찬성을 했지. 엄마는 왠지 집안일이 줄어들 것 같아 좋아했어. 철수는 나라 이름이 ‘철수 나라’여서 반대할 이유가 없었어. 영희는 ‘영희 나라’가 아니라서 화가 났지만, 할머니가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어. 아빠와 삼촌은 왜 찬성했느냐고? 그거야, 할머니 앞에서는 다들 꼼짝 못 하기 때문이지. 모두 할아버지를 좋아했거든. “자, 이제부터 할아버지가 철수 나라 대통령이다! 다들 알겠지?” 할머니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어. 이제 대통령을 도와 일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그건 대통령이 정하는 거야. 할아버지는 경제를 맡을 사람으로 아빠를, 문화를 책임질 사람으로 삼촌을 뽑았어. 아빠와 삼촌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함께해 보자고 했대. 엄마랑 할머니께서 가장 잘하실 것 같아. 여태까지 집안일을 모두 하셨잖아. 철수의 말에 엄마가 슬며시 웃었어. 투표 결과는 보나 마나였지. 할머니와 엄마가 국회의원이 됐고, 엄마는 할머니를 국회의장으로 추천했어. 할머니와 엄마는 가족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어. “가족 여행을 갔으면 좋겠어요.” “용돈을 올려 줬으면 좋겠어요.” 다음 날, 국회에서 만든 법이 거실 벽에 붙었어. “이제야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겠구나.” 할아버지는 몹시 기뻐했어. “뭐야, 난 이대론 못 살아.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회에서 멋대로 만든 법은 지킬 수 없어.” 삼촌은 내내 투덜거렸어. “텔레비전도 맘대로 못 보고. 이젠 무슨 재미로 사나?” 밤늦게 집에 돌아온 아빠는 한숨을 쉬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지. 하나 아침 7시에 일어나고, 밤 10시에 잠을 잔다. 둘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 국회의장인 할머니가 재빠르게 법을 만든 것에 대통령인 할아버지는 감탄했어. 대통령은 장관들을 모두 불러들였어. “국회는 재빠르게 움직이는데, 행정부가 이래 가지고야 어디 대통령 체면이 서겠어?” 머리만 긁적이던 아빠가 물었어. 그럼, 무엇을 하면 될까요? 장관이 할 일이 뭐야? 에잉. 우선 예산부터 짜서 보고하라고, 알았어? 두 장관은 생활비를 어디에 쓸지 정하기로 했어. 한참 끙끙거리더니 계획서를 만들었지. 두 장관이 만든 계획서는 국회로 전달됐지. 계획서를 꼼꼼하게 살펴본 할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어. “이건 안 돼!” 국회의장의 말에 두 장관이 화를 냈어. “이걸 만드느라 밤을 샜다고요! 뭐가 문제인데요?” 삼촌이 화가 나서 부르짖었어. “몰라서 묻는 거냐? 며칠 동안 집안 분위기는 으스스했어. 한마디로 행정부와 국회 사이가 나빠진 거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못 본 척했고, 엄마는 아빠한테 밥도 차려 주지 않았어. 삼촌은 여전히 빈둥거리다가 할머니에게 꾸중을 듣기 일쑤였어. 철수와 영희는 도대체 집이 어떻게 되어 가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어. 가장 먼저 아빠가 손을 들었지. 아빠는 싸움을 포기하고 기획재정부 예산을 새로 짰어. 자가용은 새로 사는 대신 깨끗하게 청소하기로 했고, 먹는 데 쓰는 비용은 줄이지 않기로 했어. 대신 대형 텔레비전은 사기로 했어. 철수와 영희가 너무나 간절히 원했거든. 금요일 저녁이었어. “장관들은 모두 내 방으로 모이도록!” 할아버지가 아빠와 삼촌을 불러 모았어. 말하자면 행정부 회의를 한 거지. 할아버지가 두 장관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 아빠와 삼촌은 얼굴이 빨개져서 할아버지 방을 나왔어. 토요일 아침이 되었어. 모두 일어나세요! 아침 운동 시간입니다. 게으름뱅이 삼촌이 집안 식구들을 모두 깨웠어.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지. 온 가족 모두 뒷산에 가서 운동하고, 약수도 길어 왔어. 철수와 영희는 장난감과 책을 정리해라. 방 청소도 하고. 아빠의 말에 아이들은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렸어. 아빠는 전등을 갈아 끼우고 고장 난 물건들을 고쳤어. 일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어. 한 달이 지났어. 아빠와 삼촌은 담장 벽을 고치고 있었지. 철수와 영희도 페인트칠을 도왔어. 엄마는 페인트를 너무 많이 샀다고 한마디 했어. 그러자 아빠가 변명하듯 말했어. 방문도 칠할 거야. 한꺼번에 칠해야 돈이 덜 드니까. 예산을 아끼고 있다고! 얼굴이 빨개진 아빠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어. |
좋은나라호 좋은 선장 뽑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좋은나라호의 선장을 뽑는대. 누가 다음 선장이 될까? 다들 눈을 빛내며 궁금해했어. 선장이 되겠다는 사람은 아주 많았어. 선장 후보가 자그마치 여섯 명이나 되지 뭐야. 사람들은 이름조차 외우기 어려웠어. 후보들 모두 자기를 뽑아 달라고 외치는 바람에 시끌벅적했어. 어떤 선장을 뽑아야 할까? 그동안 이 배에는 여러 명의 선장이 있었어. 많은 선장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선장을 잘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도대체 어떤 선장들이었는지 한번 들어 볼래? 한번은 욕심쟁이가 선장이 되었지. 선장이 되자마자 배의 금고를 열어 멋진 요트를 샀어. 아내에게는 번쩍거리는 보석을 사 주었지. 아들딸들도 떵떵거리며 살게 해 주었어. 그러나 자기가 하는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배 밑 지하 감옥에 가두었어. 사람들은 가난해졌고 불행했지. 싸움만 좋아하고 고집쟁이인 선장도 있었어. 선장은 다른 배들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켰어.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 그런데 그 선장은 좋은나라호를 위해서 전쟁한다고 말하곤 했어. 하지만 다른 배들이 힘을 합치는 바람에 좋은나라호는 지고 말았어. 사람들은 가난해졌고 말이야. 아유, 지난 선장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 새로운 선장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어. 후보들은 왜 자기가 선장이 되어야 하는지 한마디씩 했지. 그리고 이런저런 약속을 했어. 불끈불끈 힘센 배로 만들겠습니다.
모두 부자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돈을 내지 않고 병원에 다닐 수 있게 하겠어요. 다른 배를 빼앗아서라도 우리 배를 더 큰 배로 만들겠습니다.
수업을 모두 영어로 하겠습니다.
거짓말쟁이가 없는 배로 만들겠습니다. 드디어 선장을 뽑는 날이 되었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투표하러 왔지. 길게 늘어선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어. 투표가 끝나고 투표함이 열렸어. 한 표 한 표 나올 때마다 어떤 후보는 웃고 어떤 후보는 찡그렸어. 누가 선장이 되었을까? 6번 후보가 선장으로 뽑혔어.
사람들은 거짓말쟁이 없는 배가 최고라고 생각한 거지.
새 선장은 가장 먼저 자신을 도와줄 선원들을 뽑았어. 선장은 선원들과 함께 회의하고, 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어. 다치거나 아픈 사람은 없는지, 먹을 것은 넉넉한지 꼼꼼하게 살폈어.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을 했지. 다른 배에서 좋은나라호 선장을 초대했어. 넓은 갑판 위에 줄지어 늘어선 군악대가 팡파르를 울렸지. “축하드립니다. 서로 도우며 좋은 일을 해 봅시다.” 다른 배의 선장이 말했어. 좋은나라호 선장은 손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어. 두 선장은 싸우지 않고 함께 고기를 잡는 방법에 대해 밤이 깊도록 이야기했지. 평화로운 날들이 계속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망을 보던 선원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어. “해적이다! 해적이 나타났다!” 선장은 부리나케 뱃머리에 나가 망원경으로 바다를 살폈어. 이를 어째! 해적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거야. “공격하라! 공격하라!” 선장이 명령하자 선원들이 대포를 쏘았어. 좋은나라호 선원들은 칼을 휘두르며 해적들과 용감하게 맞서 싸웠지. 결국 해적들을 모두 사로잡았어. 선장은 열심히 싸운 선원들에게 잔치를 열어 주고, 금화 한 닢씩을 상으로 주었어. 상을 받은 선원들의 입이 딱 벌어졌지. 싸움에서 크게 승리한 기념으로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죄인들을 풀어 주기도 했어.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폭풍우가 몰아쳤어. 선장은 밤늦도록 배 안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안전한지 살폈어. 그런데 파도는 더욱 거세졌어. 몇몇 사람들이 물살에 휩쓸려 바다에 빠지고 말았지. 드디어 날이 밝았어. 지난밤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사람이 9명입니다. 좋은나라호도 심하게 부서져서 당장 고쳐야 합니다. 또 옷가지며 짐 가방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많습니다. 선장은 선원의 말을 들으면서 한숨을 내쉬었어. 폭풍우 때문에 좋은나라호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어. 선장은 머리를 감싸 쥐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 다음, 함께 일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았어.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나눠 주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배를 고치게 하고서 임금을 주도록 하세요. 부족한 돈은 내가 다른 배에서 빌려 오겠소.
선장의 말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어.
다른 배에서 빌린 돈으로 고기잡이배를 사서 물고기를 잡았어. 물고기를 판 돈은 빌린 돈을 갚는 데 썼지. 모두 열심히 일한 덕분에 좋은나라호의 살림살이도 차차 나아졌어. 어느덧 5년이 흘렀어. 선장의 얼굴에도 드문드문 흰 수염이 나 있었지. “좋은나라호를 이끌 좋은 선장을 뽑아야 할 텐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의 선장 같은 새 선장을 뽑자고!” 누군가의 말에 다들 맞장구를 쳤어. 알림. 좋은나라호를 이끌 새 선장을 뽑습니다. 절대로 오지 말아야 할 사람. 성질 고약한 사람, 남의 물건 훔친 사람, 나이가 40살 아래인 사람, 우리 배에서 생활한 지 5년이 안 된 사람 등. 꼭 와야 할 사람. 지금 선장같이 좋은나라호를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면 대환영! |
내 꿈은 외교관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여름 방학이 끝나고 유치원에 온 첫날, 장미반 친구들이 식당에 모였어요. 무엇이 그리 재미나는지 시끌시끌했어요. 얼굴이 까맣게 탄 성우, 방긋방긋 웃는 인애, 얼굴이 하나도 안 탄 민준이, 눈을 동그랗게 뜬 준형이의 모습도 보였어요. 방학 동안 인애네 집에 외국인 가족이 왔었는데, 동갑내기 줄리도 있었어요. “너, 영어 못하잖아?” 민준이 말에 인애가 입을 삐죽였어요. “치, 손짓으로 하니까 다 알아듣더라.” “인애야, 그동안 뭐 했어?” 준형이가 물었어요. “난 우리말 선생님 하느라 무척 바빴어.” “뭐, 우리말 선생님?”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줄리라는 친구에게 우리말을 가르쳐 줬거든.” “경복궁에도 가고, 민속촌에도 가고.” “우아! 재미있었겠다.” 갈 때, 줄리가 막 울었어. 한국이 좋아서 다시 오고 싶대. 우리 아빠가 나보고 외교관 해도 되겠다, 그러시던데. “줄리랑 놀이공원에도 갔었어.” 인애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어요. “그리고 또 뭘 했어?” 아이들은 궁금해서 인애에게 물었어요.
“외교관?” 아이들 눈이 동그래졌어요. “외교관이면 영어를 잘해야 하잖아?” 얼굴이 하나도 안 탄 민준이가 끼어들었어요. “그럼 나도 외교관 해도 되겠네.” 민준이는 영어를 꽤 잘해요. 잘난 척하는 게 흠이지만요. 민준이는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상도 받았어요. “어제 정말 웃긴 일이 있었다.” 모두 민준이를 쳐다봤어요. “외국 사람이 어떤 형한테 길을 묻는 거야.” “그런데?” “그 형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냥 도망가 버렸어.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나 봐.” 그래서 민준이가 그 외국 사람에게 길을 안내해 줬대요. “그런데 그 아저씨가 말이야, 크크크!” 우체국으로 들어가려던 외국 사람이 민준이를 보고 윙크하면서 이렇게 소리쳤대요. “대 ~ 한민국!” “조금 창피했지만 기분은 정말 좋더라. 나도 외교관 해도 되는 거지?” 민준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어요. “성우야, 너는 뭐 했어?” 그러자 성우가 입 안에 밥을 가득 넣은 채 말했어요. “난 엄마 아빠랑 태국에 갔었어.” “우아, 좋았겠다!” 모두 부러운 눈으로 성우를 바라보았어요. “나, 그곳에서 새로운 별명이 생겼어.”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눈망울이 튀어나와 ‘개구리 왕자’라고 불리던 성우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별명이라뇨? “뭔데?” “태극기 소년.” 아이들의 웃음보가 터졌어요. “웃지 마, 호텔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올리고 경례를 한 거 있지.” 한참 동안 서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대요. 그래서 성우에게 ‘태극기 소년’이라는 별명이 붙었대요. “그랬더니 거기 태국 친구 몇 명도 태극기만 보면 나처럼 경례를 하는 거야. 태극기를 알렸으니까, 그럼 나도 외교관 해도 되는 거지?” 점심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내일 장래 희망을 발표할 거니까 하나씩 생각해 와요.” “우리는 벌써 생각했는데요.” 아이들의 뜻밖의 말을 듣고 선생님은 깜짝 놀랐어요. “그게 뭔데요?” “외교관요!” 아이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어요. “외교관? 외교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 선생님 물음에 교실이 조용해졌어요. 외교관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본 아이가 없었거든요. 준형이도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준형이의 사촌 형은 대학생으로, 집이 시골이라 준형이네 집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사촌 형은 준형이가 궁금해하는 건 뭐든지 척척 대답해 주었어요. 그래서 형에게 물어보기로 했지요. “형, 나 궁금한 게 있는데.” “그래? 잠깐만 기다려.” “형, 컴퓨터로 편지도 써? 누구한테 쓰는데?” “영국에 있는 친구한테 쓰는 거야.” 사촌 형은 한참 동안 편지를 썼어요. “형 여자 친구야? 외국인 여자 친구?” 사촌 형은 씩 웃었어요. “형은 반크라는 단체의 회원이야. 거기서 알게 된 친구에게 쓰는 거야.” “반크?” 준형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반크는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사이버 단체란다. 여기서 많은 친구들을 알게 됐어.” 그런 곳이 있었다니, 준형이는 신기했어요. “우연히 독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임스가 일본 땅으로 알고 있는 거야.”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했는데!” 준형이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어요. "그럼, 독도는 우리 땅이지. 하지만 일본 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동해를 일본해라고 생각하고." 사촌 형의 말에 준형이는 더욱 화가 났어요. “다음 주에 제임스가 우리나라에 온다고 하니까 그때 준형이가 외교관 역할을 하면 되겠네.” “아, 맞다. 외교관!” 준형이는 그제야 사촌 형을 찾아온 이유가 생각났어요. “우아, 굉장하다!” 준형이 입이 쩍 벌어졌어요. “그렇지? 그래서 외교관이 갖춰야 될 게 몇 가지 있어.” “형, 외교관은 뭘 하는 사람이야?” 준형이 질문에 사촌 형은 잠시 생각했어요. “외교관은 외국에 가서 우리나라를 알리는 사람이야. 다른 나라랑 다툼이 생겼을 때는 싸움을 말리고, 외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을 도와주기도 해.” “그게 뭔데?” 다른 나라에 가면 우선 말이 통해야겠지? 그러니까 외국 말을 잘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잘 표현해야 하고, 또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 물론 다른 사람을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우아, 정말 어렵다!” |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생활 도구로 무얼 했을까?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었던 우리 민족은 많은 도구를 이용했어. 농기구를 만들었던 재료는 나무, 짚, 풀 등이야.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지혜롭게 물건을 만들었는지 알아보자. 추울 때는 화로에 숯을 피워 언 손을 녹였어. 자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요강에 누곤 했어. 키에 곡식을 담고 흔들어서 알곡만 골라내기도 했지. 경대는 옛 여인들이 쓰던 거울이야. 알록달록한 반짇고리 안에는 바늘, 실, 골무, 가위가 들어 있어. 자, 인두, 다리미도 바느질하는 데 필요한 도구야. 횃대를 이용해 긴 옷을 걸어 두었지. 옛날에는 등잔불로 방 안을 밝혔어. 옛날에는 부채와 죽부인으로 여름을 났어. 낮에는 부채로 더위를 이기고, 밤에는 죽부인을 껴안고 잤지. 요즘은 집집마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사용하지만 옛날처럼 죽부인을 껴안고 자도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을 거야. 멋지고 아름다운 우리 옷. 아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서 재료를 구해 옷을 만들었어. 풀과 동물 가죽으로 옷을 해 입기도 했지. 그 뒤 실로 옷감을 지을 수 있게 되었어. 조상들은 더위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어떤 옷을 입었을까? 여름. 삼베와 모시는 식물의 줄기를 이용해 만든 옷감이야. 몸에 달라붙지 않아 여름옷으로 즐겨 입었어. 겨울. 무명은 목화에서 나는 솜으로 실을 만들어 짠 거야. 겨울에는 목화솜을 넣어 입기도 했지. 비단은 누에를 쳐서 나온 누에고치를 뜨거운 물에 담가 명주실을 뽑은 뒤 베틀로 짜서 만든 거야. 먼 옛날에는 어떤 옷을 입었을까? 선사 시대에는 동물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어. 조가비로 예쁜 목걸이를 만들어 걸기도 했지. 삼국 시대에는 긴 저고리와 통 넓은 바지를 입고 다녔어. 이 시대에는 여자들도 바지를 즐겨 입곤 했지. 고려 시대의 여자들은 치마를 입었어. 삼국 시대에 비해 저고리의 길이도 많이 짧아졌지. 조선 시대의 여자들은 움직이기 편하게 저고리를 짧게 만들고 옷고름을 맸어. 양반집 여자들은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지. 호기심 역사 속으로. 옛날에는 옷을 직접 만들어서 입었어. 우리 음식의 변화. 조상들의 지혜를 알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발효 음식이야. 발효 음식 덕분에 사시사철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지. 그리고 조상들은 명절과 절기에 맞춰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었어. 고소한 꽃전, 달콤한 팥죽 등, 생각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이는걸? 발효 음식이 뭘까? 김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이야.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도 빼놓을 수 없겠지? 이렇듯 곰팡이를 이용해 만든 것을 발효 음식이라고 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도 튼튼하게 해 주는 훌륭한 음식이야. 지역에 따라 김치의 종류도 달라!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것을 김장이라고 하는데, 김장은 보통 12월에 많이 해. 지역과 날씨에 따라 김치를 담그는 것도 달라. 북쪽은 겨울이 길고 추우니까 소금을 조금만 넣고, 남쪽은 더워서 음식이 빨리 상하니까 짜게 만들지. 계절에 따라 먹는 음식도 달라! 봄에 먹는 꽃전이야.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에는 진달래꽃으로 예쁘게 전을 만들어. 여름에 먹는 삼계탕이야.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삼계탕을 먹어. 가을에 먹는 송편이야. 그 해 처음 거둬들인 쌀로 예쁘게 송편을 빚어 추석 때 차례상에 올리지. 겨울에 먹는 팥죽이야.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팥의 붉은색이 나쁜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하지. 호기심 역사 속으로. 그리고 사는 곳에 따라 집의 모양과 재료도 달랐지. 처마는 비와 햇빛을 막아 줘. 용마루는 지붕 가운데 부분의 가장 높은 곳이야. 기와는 위로 볼록한 수키와와 아래로 오목한 암키와가 있어. 막새는 지붕의 맨 끝에 있는 기와야. 분합문은 여러 쪽으로 나누어 단 문이야. 솟을대문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가장 큰 문이야. 지방마다 집의 모양이 달라! 일자형.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어.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마루가 있어서 바람이 잘 통하고 시원해. 기역자형. 경기도나 충청도 등 중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어. 디귿자형. 남부, 중부, 북부 지방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어. 미음자형.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북부 지방에서 볼 수 있어. 미음자 구조가 바람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해. 관혼상제란 뭘까? 예부터 조상들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 등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했어. 따라서 그에 맞는 행사와 예절을 정해 놓았지. 관혼상제란 이처럼 사람이 살면서 거치게 되는 여러 가지 행사와 예절을 말해. 관례.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날이야. 남자는 열다섯 살쯤 되면 댕기를 풀고 상투를 틀었어. 여자는 머리를 올려 비녀를 꽂았지. 혼례. 결혼을 혼례라고도 해. 옛날에는 집안 어른들이 누구와 혼례를 올릴지 정해 주었대. 신랑과 신부는 혼례식 날 서로의 얼굴을 처음 보았지. 상례. 사람이 죽었을 때 치르는 의례야. 관혼상제 중 가장 복잡하고 엄숙하지. 옛날에는 오랫동안 상례를 지냈으나 요즘은 3일 동안만 지내. 제례. 크게 차례, 기제로 나눠. 차례는 설, 추석 아침에 올리는 제사이고, 기제는 해마다 사람이 죽은 날 밤에 지내는 제사야. 돌. 아기의 첫 번째 생일을 첫돌이라고 해. 호기심 역사 속으로. 옛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 앞에 금줄을 걸었어. 붉은 고추가 걸려 있으면 남자 아기가 태어났다는 뜻이고, 그렇지 않으면 여자 아기가 태어났다는 뜻이야. 금줄이 걸리면 아기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21일 동안은 그 방에 아무나 들락거릴 수 없었어. 우리 민속 이야기. 우리 조상들은 해마다 명절이나 절기가 되면 함께 어울려서 음식을 만들고 놀이를 즐겼어. 각 명절에 먹는 음식이나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우리 조상들의 생활까지 알 수 있을 거야. 설날. 음력 1월 1일이야. 새해 첫날이지. 웃어른께 세배하고 떡국을 먹어. 정월 대보름. 음력 1월 15일이야. 오곡밥을 먹고 부럼을 깨는 날이지. “내 더위 사 가라.”고 소리치며 상대방에게 한 해의 더위를 파는 ‘더위팔기’ 풍습이 있어. 단오. 음력 5월 5일이야. 농촌에서는 모내기를 끝내고 밤새 노는 날이야. 이날에는 창포물로 머리를 감아. 추석. 음력 8월 15일이야. 한가위라고도 하지. 이때에는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께 제사를 올려. 그 해 새로 나온 쌀로 송편을 빚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지. 절기가 뭘까? 일 년을 스물넷으로 나눈 것을 24절기라고 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계절적인 특징을 알 수 있어. 조상들은 각 절기에 맞는 농사일을 하기도 했지.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때고, 경칩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때야. 입하는 여름이 시작되는 때고, 대서는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야. 입추는 가을이 시작되는 때고, 추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야. 입동은 겨울이 시작되는 때고,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때야. 호기심 역사 속으로. 더운 7~8월에는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날이 있어. 예부터 이날에는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뜨거운 삼계탕을 먹곤 했지. 옛 도읍지로 떠나 볼까? 우리나라 오천 년 역사 속에는 많은 나라가 있었어. 그리고 그 나라들은 멋진 도시를 만들었지. 고구려와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의 옛 도읍지에는 아직도 신기하고 웅장한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어. 백제, 공산성. 두 번째 도읍지인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쌓은 산성이야. 고구려, 대동문. 평양시 대동강 기슭에 있는 평양성의 동쪽 성문이야. 백제, 부소산성. 마지막 도읍지인 부여의 부소산에 있는 성터야. 당시에는 사비성으로 불렸어. 신라, 동궁과 월지. 경주에 있는 신라 시대의 왕궁터와 인공 연못이야. 고려, 만월대. 개성시 송악산에 있는 고려 시대의 궁궐터야. 조선, 경복궁. 한양에 만들어진 5개의 궁궐 중 첫 번째로 지어진 곳이야. 조선, 흥인지문. 한양을 지키기 위해 만든 네 개의 문 중 동쪽에 세워진 문이야. 옛 호기심 역사 속으로. 옛날에는 한양에 네 개의 문을 두고 도읍지를 지켰어. 동쪽의 흥인지문, 서쪽의 돈의문, 남쪽의 숭례문, 북쪽의 숙정문이야. 세계 유산 속에 빛나는 우리 문화유산.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오면서 남긴 문화유산이 세월이 흐르면서 파괴되거나 사라지고 있어. 유네스코는 중요한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인류가 꼭 보존해야 할 세계 유산을 선정해 관리해 오고 있지. 유네스코가 선정한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 문화유산.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유적이나 건축물, 장소를 말해. 우리나라는 창덕궁, 수원 화성 등이 문화유산으로 선정됐어. 창덕궁. 조선 왕조의 독특한 궁궐 건축과 정원 문화를 대표하는 궁궐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지형에 따라 지어져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서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어. 강화·고창·화순 고인돌. 유적 커다란 돌을 다루어서 석상이나 무덤 등을 만들던 거석문화의 하나인 고인돌은 선사 시대의 유적으로, 전 세계에 약 6만 기가 있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한반도에 분포되어 있어. 자연 문화유산. 지구의 역사와 문화를 잘 나타내는 자연 생태물이나 그것이 있는 장소 및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를 말해. 우리나라의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 자연유산으로 선정됐어.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왕성한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섬 제주도는 한라산 천연 보호 구역·거문 오름 용암 동굴계·성산 일출봉 응회구 세 곳을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자연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어. 복합 문화유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을 말해. 우리나라에는 아직 복합 문화유산이 없어. 통가리로 국립공원. 세계 최초의 유네스코 복합 유산으로 뉴질랜드 북섬에 있어. 아름다운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마오리족의 문화까지 배어 있기 때문에 복합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어. 강강술래(2009년). 노래와 춤이 하나로 어우러진 부녀자들의 집단 놀이야. 판소리(2003년).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 말, 몸짓을 섞어 구연하는 민속 예술이야. 수궁가,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제주해녀문화(2016년). 제주도의 해녀들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을 걸쳐 독자적으로 전승되어 온 기술 및 문화야. 물질은 물론 민속 지식, 신앙, 노래, 작업 도구와 옷, 공동체의 습속이 포함되어 있어. 세계 기록유산. 유네스코가 고문서 등 전 세계적으로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선정하는 세계적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말해. 여러 경전과 법문에 실린 내용 가운데 좋은 구절만 뽑아 1377년에 만들었어. 조선왕조의궤(2007년). 조선 시대 국가 왕실에서 행해진 주요 행사의 여러 가지 의례의 전모를 자세하게 그린 책이야. 실록 등에도 의례의 기록이 남아 있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행차 모습 등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의궤로 제작했어. 신기하고 재미있는 건국 신화. 나라를 세운 왕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 바로 건국 신화야. 하늘을 다스리는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어. 인간 세상에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곰과 호랑이가 있었지.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먹으며 굴속에서 백 일 동안 견디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 호랑이는 곧 뛰쳐나갔지만, 곰은 참고 견뎌 여자로 변해 웅녀라는 이름을 얻었어. 웅녀는 환웅과 결혼해서 단군을 낳았지. 단군은 ‘고조선’을 세워 이천 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어.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 나라를 세우기로 한 여섯 마을의 어른들이 왕을 정하려고 높은 산으로 올라갔어. 그곳에 알이 하나 있었는데 그 속에서 박혁거세가 태어났지. 서울 사직 공원에는 단군왕검의 모습을 그린 영정이 있어. 이 영정을 모신 곳을 단군 성전이라고 해. 또 사직 공원은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직단이 있는 곳이야. 다양한 유물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알 수 있지. 신석기 시대. 갈돌과 갈판.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에 사용했던 간석기야. 빗살무늬 토기. 식량을 저장하거나 담기 위해 흙으로 그릇을 만들었어. 청동기 시대. 비파형동검. 청동으로 만든 칼로, 비파라는 악기와 닮았어. 팔주령. 제사장이 제사를 지낼 때 지니던 청동 방울이야. 화살촉. 돌로 만든 화살촉이야. 철기 시대. 꺽창. 철로 만든 무기야. 고구려 시대. 광개토대왕릉비. 고구려의 19대 임금인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야. 백제 시대. 금동대향로. 의식을 행하거나 제사를 지낼 때 향을 피우던 향로야. 그러다 보니 과학 기술이 다른 나라보다 더 발달하게 되었어. 팔만대장경. 팔만대장경의 경판은 고려 시대에 만든 나무 판각이야. 몽골군이 쳐들어왔을 때 부처의 힘으로 이겨 내고자 모두 힘을 모아 팔만여 개의 나무판에 글자를 새겼지. 첨성대. 첨성대는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시설이야. 높이는 약 9m 정도이고 마치 기다란 우물처럼 생겼어. 자격루. 자격루는 조선 시대에 장영실이 만든 물시계야. 물이 흘러 구슬을 떨어뜨리면 인형들이 종, 북, 징을 쳐서 시간을 알려 주었어. 앙부일구. 앙부일구는 조선 시대에 쓰던 해시계야. 해가 질 때 생기는 그림자로 시간을 알게 했지. 화차와 신기전. 화차는 전쟁 때 쓰던 수레이고, 신기전은 불을 달아 쏘던 화살이야. 불붙인 화살 수십 발을 쏘아 대면 참 무시무시했을 거야. 측우기. 측우기는 정확한 비의 양을 재기 위해 만든 거야.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농사에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 호기심 역사 속으로. 아주 먼 옛날에는 바위나 동굴 벽,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동물 가죽 등에 글자를 썼어. 우리나라 역사, 첫 번째 이야기. 단군왕검이 세운 고조선부터 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오천 년의 긴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기로 해. 첫 번째 나라 고조선. 약 오천 년 전쯤 단군이 첫 나라를 만들었어. 바로 고조선이야. 고조선이 생기기 전 사람들은 나무 열매를 따 먹고 동물을 잡아먹으며 동굴에서 살았지. 영토 넓은 고구려.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이 땅에 있을 때를 삼국 시대라고 해. 고구려는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나라였어. 고구려 사람들은 무덤 벽에 그때의 생활을 자세하게 그림으로 그려 놓았지. 왼쪽 사진은 북한의 덕흥리 벽화 무덤에 그려진 고구려 사람들의 모습이야. 찬란한 문화유산 백제. 백제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장사를 하고, 일본에 지식을 전해 주었어. 그리고 무엇이든 잘 만들었지. 고구려, 백제를 물리치고 한강을 차지한 신라는 삼국을 통일했지. 통일신라 시대의 사람들은 금관, 허리띠 등 금으로 만든 화려한 물건으로 몸을 장식했대. 오른쪽 사진은 신라 왕의 무덤으로 짐작되는 천마총에서 나온 금관이야. 호기심 역사 속으로. 서울 암사동은 지금으로부터 약 6000여 년 전 신석기 사람들이 살던 곳이야. 신석기 사람들은 강가의 야트막한 언덕에 억새풀로 움집을 만들어 살았어. 고려라는 이름은 고구려의 씩씩한 마음을 이어 간다는 뜻이지. 이 시대에는 중국 송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아라비아 상인까지 고려에 들어와 장사를 했어.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코리아로 알려지기 시작했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서 백성이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어. 오른쪽 사진이 바로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야.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일제 강점기 1910년 우리나라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어. 그 뒤 35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 우리 조상들은 나라를 되찾으려 노력했어. 1919년 3월 1일, 온 백성이 태극기를 들고 독립 만세를 외치러 나왔지. 6.25 전쟁. 1945년에 광복이 되었지만 남한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어. 그 후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남한을 공격해 전쟁이 일어났어. 수많은 사람이 피란해야 했고, 가족과 헤어지게 된 이들도 많았지. 전쟁은 끝났지만 지금까지도 두 나라로 갈라져 살게 되었어. 호기심 역사 속으로. 조선 시대에는 서울을 한양이라고 불렀어. 서울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 왔는지 볼까?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남자와 여자는 일곱 살 때부터 한자리에 같이 앉지 않는다는 뜻이야. 조선 시대 때는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남자와 여자는 함께 어울릴 수 없었어. |
아껴 쓰고 저축하자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동그란 동전, 종이로 만든 지폐는 모두 원하는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이야. 그럼, 돈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볼까? 물품화폐. 옛날에는 곡식이나 소금, 조개껍데기처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서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바꾸어 썼어.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정보와 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동전이나 지폐 이외에도 신용카드나 전자화폐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한국은행에서는 새로 만들 돈의 양과 모양을 정하고, 한국조폐공사에서는 동전이나 지폐를 직접 만들어. 돈은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거구나.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은행은 헌 돈을 모아 한국은행으로 보내. 한국은행에서 새 돈을 만들기로 결정해. 한 해 동안 찢어지거나 더러워져 못 쓰게 되는 돈이 9억 장이래. 5톤 트럭으로 194대분이나 된대. 정말 엄청나지. 돈을 깨끗이 쓰면 못 쓰게 되는 돈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새 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시장에는 무엇이 있을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쓸 수는 없어. 또 필요한 것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 오는 것도 불편하지.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시장이야.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은 모두 시장이라고 할 수 있어. 시장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시장에 가 볼까? 백화점과 대형 할인 마트처럼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시장은 종합 시장이야. 한 가지 물건만
파는 시장은 전문 시장이라고 하지. 동네에 있는 시장이나 백화점처럼 거의 날마다 문을 여는 시장을 상설 시장이라고 해. 반대로 정해진 기간에만 여는 시장을 정기 시장이라고 하지. 홈 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처럼 사고파는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은 시장을 보이지 않는 시장이라고 해. 일반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시장은 소매 시장이야. 집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러 직접 시장에 가지 않아도 돼.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도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지. 그리고 집에서 물건을 받아 볼 수 있어 편리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옷이나 신발, 가방, 생활용품 등 무엇이든
살 수 있어.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파는 물건도 쉽게 구할 수 있지. 택배 회사에서 상품을 배달해. 집에서 주문한 상품을 받아 볼 수 있어. 인터넷 쇼핑몰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상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점이야.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 물건을 사면 편리하지만, 개인 정보 유출, 충동구매 등 조심할 점은 조심해서 잘 이용해야 해. 그것은 어제보다 사과를 사려는 사람이 많은데 사과의 양은 줄어들었기 때문이야.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 물건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 왜냐하면 돈을 더 주고라도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질 테니까 말이야. 가루나 설탕처럼 재료를 사는 데 드는 돈, 재료비야. 빵을 만드는 사람에게 주는 돈, 인건비야. 빵을 실어 나르는 데 드는 돈, 운반비야. 이렇게 한 가지 물건을 생산하는 데 각각의 일을 나누어서 하는 것을 ‘분업’이라고 해. 분업을 하면 새로운 직업이 생겨. 오늘날에는 직업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 집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튼튼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 설계를 해야 해. 설계를 바탕으로 기초 공사를 해. 건물의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벽돌을 쌓은 뒤 시멘트를 발라 공간을 만들어. 건물의 공간을 쓰임에 맞게 예쁘게 꾸며. 분업을 하면 다 좋을까? 분업에도 단점은 있어. 근로자들이 한 가지 일만 반복해서 하므로 맡은 일이 지루해지고 일에 대해 쉽게 싫증을 낼 수 있어. 하지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분업을 하고 있어. 또 분업을 할 때에는 다 같이 잘해야 돼. 한 근로자가 맡은 일을 다 하지 못하면, 옆에 있는 근로자도 자기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야. 기업이 잘되면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많은 사람이 일을 할 수 있어. 또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서 나라 살림에 큰 보탬이 되기도 해. 그러므로 기업이 발전해야 경제도 발전할 수 있어.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상점이나 기업들은 서로 경쟁을 해. 다른 상점이나 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야.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상점이나 기업의 수가 많아질수록 경쟁도 치열해지지. 이렇게 바뀌었어! 드디어 소담이네 빵집을 찾는 손님이 다시 많아지기 시작했어. 손님들이 되돌아오도록 만든 비결이 궁금하다고? 먼저 소담이 아빠와 엄마는 다른 빵집보다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 얼마 전부터 손님이 줄어든 거야.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더니 소담이네 동네에 빵집이 무려 세 곳이나 더 생겼지 뭐야. 기업이 경쟁을 하면 어떻게 될까? 무역이란 무엇일까? 옛날 사람들은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썼어. 그러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맞바꾸기 시작했어. 또 우리나라에 없는 기계나 부품을 수입하면 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져서 더 세계적인 선진국이 될 수 있어. 수입과 수출, 무엇이 더 많아야 좋을까?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면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많아져. 그러면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의 생활도 힘들어지지. 반대로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아지면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더 많아져 나라의 살림도, 국민의 생활도 부유해져. 우리 나라에서는 석유가 나지. 우리 나라 나무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우리는 시계나 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 우리나라는 주로 반도체와 자동차, 휴대 전화를 수출해. 너희 나라는 자원이 부족해서 석유나 나무는 주로 수입한다며? 우리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거나 돕는 모든 활동을 ‘산업’이라고 해. 앞에서 이야기한 생산 활동보다 더 큰 의미야. 산업은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산 활동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축산업 가축을 길러 고기뿐만 아니라 우유, 달걀, 양털 등을 얻는 일이야. 임업 산나물이나 약초, 나무를 얻는 일이야. 수산업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김이나 미역 따위를 기르는 일이야. 2차 산업은 공장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산업이야. 광업은 땅에서 금속이나 석탄 등을 캐내어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야. 공업은 기계를 이용하여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이야. 3차 산업은 사람들의 생활에 편리함과 만족을 주는 산업이야. 도·소매업은 문구점, 슈퍼마켓 등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일이야. 운수업은 사람을 이동시켜 주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일이야. 보건업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이야. 그 밖에 영화를 만들거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처럼 여러 가지 볼거리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기쁨을 주는 일이 3차 산업이야. 우리나라 산업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196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 1차 산업에 해당하는 농업에 종사했어. 1960년대에는 가발이나 신발 만들기 등
기술보다는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경공업이 발달했어. 1970~1980년대에는 경제 발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자동차, 제철 산업 등의 중공업이 발달했어. 1990년대 이후에는 컴퓨터 및 반도체 산업, 정보 통신 산업 등 첨단 산업이 발달했어. 우리 가족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입을 것, 먹을 것 등 많은 것이 필요해. 하지만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어. 부모님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야. 어떻게 하면 용돈을 알뜰하게 잘 쓸 수 있을까? 용돈 기입장을 쓰자! 용돈 기입장은 용돈이 들어오고 나간 내용을 적는 장부야. 용돈을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쓰려면 용돈 기입장을 쓰는 게 좋아. 용돈 기입장은 어떻게 쓸까? 용돈을 받으면 쓰기 전에 반드시 어디에 쓸 것인지 먼저 계획을 세워. 용돈 액수와 돈을 쓴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해.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확인하고 반성해 보기도 해. 용돈 기입장을 쓰면 무엇이 좋을까? 또 앞으로 좀 더 풍족하고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 저축을 하기도 하지. 은행에서는 이런 일을 해. 예금과 출금
저축한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고, 이자를 붙여 돈을 불려 줘. 환전 외국 돈을 우리나라 돈으로, 우리나라 돈을 외국 돈으로 바꿔 줘. 먼저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 돈을 쓸 때는 먼저 저축을 한 다음, 남은 돈을 가지고 쓰는 게 좋아. 학용품을 사고 남은 동전이나 어른들에게 받은 용돈은 그때그때 저금통에 넣어. 저금통에 돈이 가득 차면 은행에 저금하면 돼.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는 가구 회사를 차리기로 했어. 그런데 돈이 부족했지. 한동안 고민하던 피노키오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리고 며칠 뒤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는 멋진 가구 회사를 차리게 되었어. 펀드란 무엇일까? 펀드는 주식과 비슷해. 돈이 필요한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거야. 이렇게 여러 사람이 돈을 내서 만든 회사를 주식회사라고 해. 회사를 만드는 데 돈을 냈으니 나도 이 회사의 주인이야. 회사의 주인을 주주라고 해. 주주란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주식은 회사의 소유권을 나누어서 표시한 단위라고 할 수 있어. 투자 상품을 사고파는 방법은 쉽지 않아. 언제 팔아야 할지, 어떤 상품이 좋은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무척 복잡하고 어렵지. 사람들은 왜 피노키오에게 돈을 빌려준 걸까?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가구를 팔아 생기는 이익금을 나누어 가지기로 했기 때문이야. 회사가 잘되면 주주들은 가지고 있는 주식의 양만큼 이익금을 나누어 갖게 되므로 회사가 잘 굴러가는지 늘 꼼꼼히 살펴보지. 가지고 있는 재산에 따라 내는 재산세. 물건을 살 때 물건값에 포함되어 있는 부가가치세. 귀금속처럼 값나가는 물건을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 땅이나 집, 자동차를 살 때 내는 취득세. 이외에도 주민세, 교육세 등 여러 가지 세금이 있어. 어린이도 세금을 낼까? 어린이는 돈을 벌지 않으니까 세금을 안 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예를 들어 문방구에서 파는 200원짜리 연필 가격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거든. 그러니 연필을 사면 자연히 부가가치세를 나라에 내게 되는 거야. 이처럼 세금이 붙은 상품을 과세 상품이라고 해. |
바르고 깨끗한 우리나라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사람은 누구나 국가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어울려 살다 보면 수많은 갈등과 다툼이 생기게 마련이야. 그래서 이런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규칙을 만들어 생활해 왔어. 정치는 뉴스나 신문에서만 보는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야. 하지만 정치는 우리 생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어. 학급에서 친구들과 함께 잘 지내기 위해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도 정치야. 민주 정치는 국민의 참여가 있어야만 더욱 발전할 수 있어. 민주 정치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야. 민주주의란 모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뜻이지. 그럼,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신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해.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성별, 신분, 학력 등에서 차별당하지 않아야 해. 이것을 평등이라고 해.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 이것을 자유라고 해. 민주주의의 이념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인간을 존중하는 생각이야. 인간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가치를 지니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 민주 정치를 위해 꼭 지켜야 할 것들과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 국민 주권, 삼권 분립, 입헌주의 등 민주 정치의 세 가지 원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 국민이 뽑은 대표자는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해.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아. 이것을 다수결의 원칙이라고 해. 하지만 무조건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아. 많은 사람의 의견을 따르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해. 조상들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했을까? 옛날에는 대부분 왕의 뜻대로 정치를 펼쳤어.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과 권리를 주장하며 정치에 참여했지. 투표를 하거나 직접 정치인이 되어서 나라와 지역의 일을 맡아 하는 것도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이야. 또 정당이나 시민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거나 신문, 잡지, 텔레비전 등의 언론 매체와 인터넷에 의견을 올리는 것도 정치에 참여하는 좋은 방법이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어. 이것을 기본권이라고 해. 나라는 이것을 헌법으로 정해 놓고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줘. 우리나라 국민은 만 18세가 되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야. 권리가 주어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나에게 권리가 주어진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어.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해. 가족은 여러 가지 일을 나누어 해. 만약 가족 구성원이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고 불편해질 거야. 이와 같이 개인이 살아가면서 꼭 해야 하는 일을 의무라고 해.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하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해. 교육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어. 그래서 국민 모두가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해. 국민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의무야. 다툼이 있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디로 가야 할까?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바로 법원이야. 법원은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을 돕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없도록 옳고 그름을 살펴 공정한 판결을 내려. 지방법원에서 해결되지 않은 재판을 하는 제2심법원이야. 대법원 우리나라 최고 법원이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주로 맡아서 판결하지. 마지막 재판을 하는 제3심법원이야. 가정법원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소년 문제를 주로 다뤄. 재판을 받은 사람이 판결에 따를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에는 다시 재판을 신청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사건에 대해 세 번까지 재판을 받을 수 있어. 이것을 3심 제도라고 해. 지방법원에서 받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다시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고, 고등법원의 판결도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어. 이렇게 여러 번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야. 옆집 사람이 꾸어 간 돈을 갚지 않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럴 때는 민사재판을 신청하면 돼. 민사재판은 국민 개인 간에 다툼이 벌어졌을 때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해 주는 재판이야. 도둑이 은행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럴 때는 형사재판을 신청하면 돼. 형사재판은 개인이나 집단이 법에 어긋나는 죄를 지었을 때 그 잘못을 가리고 법이 정한 벌을 주기 위한 재판이야. 국회는 국민의 뜻을 정치에 반영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 특히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행정부가 국민의 뜻대로 나라의 일을 잘하는지 감시하기도 하지. 국회가 하는 일은 입법에 관한 일, 재정에 관한 일, 국정에 관한 일로 나눌 수 있어. 국회 의사당 안에는 국회의원이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회의장이 있어.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 회의를 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지. 국회 본회의장의 정면에는 국회를 상징하는 마크가 있어. 국회 의사당 본회의장의 맨 앞에는 국회의장 자리인 의장석이 있어. 국회의원은 발언대로 나와서 의견을 이야기해. 국회의원들의 자리는 의장석을 바라보며 부채꼴로 배치되어 있어. 여의도에 있는 국회 의사당의 지붕은 반달 같은 돔 모양이야. 국회 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24개의 기둥은 24절기를 상징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을 뜻해. 기획재정부 나라에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예산을 정하고, 나라의 재산을 관리하는 곳이야. 교육부 학교 교육을 비롯해서 교육에 관한 모든 일과 인적 자원 개발 정책을 위한 일을 하는 곳이야. 법무부 나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범죄를 수사하거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곳이야. 국방부 우리 국방을 튼튼히 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세우고, 국군 장병들을 육성하는 곳이야. 농림축산식품부 농업, 임업, 어업 등과 관련된 정책을 세우고, 식품 산업의 발전과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일을 하는 곳이야. 보건복지부 국민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 제도나 편의 시설을 만들어 관리하는 곳이야. 대통령 행정부를 대표해. 국무총리 대통령을 돕고, 각 부서를 두루 살펴. 통일부 남한과 북한의 평화 통일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남북 간의 교류에 관한 일을 하는 곳이야. 행정안전부 공무원을 채용하거나 정부 조직 및 지방자치단체, 재해와 재난을 관리하는 곳이야. 환경부 국민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곳이야. 외교부 외국과의 무역이나 통상,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곳이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예술, 체육, 관광 등에 대한 일을 하는 곳이야. 이외에도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가 있어. 정부에서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네. 누구나 잘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해. 하지만 그 방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 정치를 하는 사람들 중에 나라를 이끄는 방법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만든 단체가 바로 ‘정당’이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나라의 일에 반영되도록 하고,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내서 자신의 정당에서 좀 더 많은 국회의원이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해. 또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 그래야 그 정당에서 내놓은 정책들이 힘을 얻어 나랏일에 잘 쓰일 수 있기 때문이야. 정당은 누가 만들어? 정당이라고 해서 정치가들만 모여 있는 게 아니야.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정당을 만들 수 있어. 단, 10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야만 해. 야당은 뭐고 여당은 뭐야? 여당은 대통령이 선출된 정당이야. 따라서 여당의 의견이 정치에 더 많이 받아들여지곤 해. 야당은 여당이 아닌 나머지 당을 말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어떤 정치를 하는지 감시하고 다음 선거 때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야당은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싸우기도 하지만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해. 옛날에는 권력을 쥔 한 사람이나 몇몇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정치를 했어. 그래서
죄 없는 사람들이 이유 없이 고통을 받는 일도 많았지. 이렇게 한곳에 권력이 집중되어 마음대로 정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오늘날에는 나라의 권력을 세 기관으로 나누었어. 바로, 국회와 행정부 그리고 법원이야. 이 세 기관은 서로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상대편이 지나치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도 하지. 언론은 신문이나 텔레비전, 라디오 같은 매체를 통해서 어떤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는 역할을 해. 언론은 여러 사람의 공통된 의견을 만드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쳐.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정치인들이 정치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어. 매일 신문이나 텔레비전, 라디오를 통해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알게 되지. 또한 언론을 통해서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알리기도 해. 언론은 국회, 행정부, 법원만큼이나 큰 힘을 가지고 있어.
나라의 정치가 올바르게 흘러가고 있는지 관찰하며 기사를 쓰고 뉴스를 만들지.
국민 대신 나라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가.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우리나라의 대표이며, 나라 살림을 하는 행정부의 대표이기도 해. 누가, 어떻게 뽑을까? 대통령은 직접, 비밀, 평등, 보통 선거로 국민이 직접 뽑아.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법적으로 한번 뽑힌 사람이 또다시 대통령을 할 수는 없어. 대통령은 누구나 될 수 있을까? 옛날에는 왕이 나라를 다스렸어. 아버지가 왕이면 그의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았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어. 강도, 살인 등 죄를 짓지 않았어야 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5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어야 해. 대통령이 꼭 지켜야 할 것도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지켜야 해.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켜야 해.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 그건 우리나라 최고의 법인 헌법에 자세히 정해 놓았어. 우리나라는 대통령 취임식 때 대통령으로서 성실히 일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하도록 하고 있어. 그럼, 대통령은 어떤 일을 하는 걸까? 북한과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해.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다양한 외교 활동을 해. 군대에서 가장 높은 사람으로서 군대를 지휘하고 이끄는 일을 해.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해. 하지만 그런 일들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것이 아니야. 대통령실에는 많은 비서가 있지. 이들은 대통령을 도와 우리나라가 행복하고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어. 오늘날 세계는 점점 가까워져 나라 간의 교류도 많아졌어. 세계 여러 나라는 이런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자기 나라와 국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렇게 한 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펼치는 모든 일을 ‘외교’라고 해. 외교관은 어떤 일을 할까? 나라와 국민을 위해 펼치는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외교관이야. 외교관은 외국에 살면서 자기 나라를 대표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해. 외교관이 되어 볼까? 외교는 외교관만 하는 것이 아니야. 우리도 훌륭한 외교관이 될 수 있어.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처럼 인터넷상으로 해외에 잘못 알려진 우리나라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고,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것도 외교야. 또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우리 문화를 외국에 널리 알리는 것도 외교라고 할 수 있어 광복 후 우리나라는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진 채 살고 있어. 사람들은 또다시 끔찍한 전쟁이 되풀이되기를 원하지 않아. 또 통일이 되어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 군사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그만큼
더 나은 곳에 쓸 수 있어. 남북한의 인구, 군사력, 경제력 등이 합해져서 우리나라의 힘이 지금보다 더 강해져. 떨어져 살던 가족을 만날 수 있어. |
추운 나라도 있고 더운 나라도 있어 | 사회관계 | 초등_고학년 | 동그란 공처럼 생긴 지구를 펼쳐 놓으면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나라마다 날씨가 달라요. 추운 지역의 사람들은 두꺼운 털옷을 입고 살며, 더운 지역의 사람들은 반소매 옷을 입고 살지요. 이렇게 지역마다 날씨가 다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역마다 햇빛을 받는 양이 달라져요. 햇빛을 많이 받는 곳은 따뜻하고, 조금 받는 곳은 추워요. 지구에는 크게 열대, 건조, 온대, 냉대, 한대 그리고 고산 기후가 나타나요. 북극곰이 사는 얼음 나라, 한대 기후 지역 우아, 세상이 온통 하얘요. 눈과 얼음으로 덮인 곳이 바로 한대 기후 지역이에요. 지구의 양쪽 끝인 북극 지역과 남극 지역이 한대 기후에 속하죠. 북극 지역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바다로 이루어져 있고, 남극 지역은 단단하고 두꺼운 얼음 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남극과 북극 지역의 얼음덩어리인 빙하가 녹고 있어요.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져서 우리가 살 수 있는 땅이 줄어들어요. 저길 봐요. 어미 곰과 아기 곰이 놀러 나왔네요. 흰 털이 복슬복슬한 아기 곰이 무척 귀여워요. 여름은 짧고 겨울이 길고 추운 북극 지역에서는 추위에 강한 동물들이 살아요. 남극 지역은 북극 지역보다 더 추워서 일 년 내내 얼음이 녹지 않아 식물이 거의 자라지 못해요. 남극 지역에서는 뒤뚱뒤뚱 걷는 펭귄 떼를 볼 수 있지요. 남극에서는 데스캄프시아와 콜로반투스라는 두 식물이 꽃을 피우는데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 보기 힘들어요. 북극해 주변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이 살았어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꺼운 털옷을 입고 얼음집에서 지냈어요. 이곳 사람들은 너무 추워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바다에서 물개나 물고기를 잡아 생활했었지요.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고 있어요. 여름에는 밭농사를 짓기도 해요. 북극해 주변에 사는 원주민을 이누이트라고 해요. 하지만 남극 지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요. 연구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만 있어요. 길고 긴 겨울이 이어지는 냉대 기후 지역 잎이 뾰족한 나무들이 마치 하늘을 찌를 듯 자라는 이곳은 냉대 기후 지역이에요. 러시아와 북부 유럽 등에 나타나는 기후이지요. 냉대 기후 지역은 한대 기후 지역보다 여름이 길고 날씨도 따뜻해요. 하지만 한대 기후 지역을 뺀 다른 지역보다는 겨울이 무척 길어요. 냉대 기후 지역의 흙은 회백색이에요. 날씨가 추워서 두꺼운 가죽과 털을 가진 동물들이 살아요. 쉿! 숲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요. 아하, 다람쥐가 나무 열매를 먹는 소리군요. 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치자, 담비와 사슴, 순록도 잠에서 깨어나네요.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작은 통나무집이에요.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사는 곳 같아요. 어쩌면 산타 할아버지가 저 집에서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을 포장하고 있을지 몰라요. 냉대 기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긴 겨울을 따뜻한 벽난로가 있는 집에서 보내지요.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건조 기후 지역 우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모래사막이네요. 사막에는 일 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한낮에는 모든 걸 태울 것처럼 태양이 이글거리고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지죠. 드넓은 사막이 펼쳐지는 이런 곳을 건조 기후 지역이라고 해요. 아프리카 북부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 지역 등이 건조 기후에 속해요. 환경 오염으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서 사막이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사막에서도 생명이 숨 쉬어요. 저기 짐을 가득 싣고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낙타 떼를 보세요. 낙타는 사막에 사는 대표적인 동물이에요. 사막에는 낙타처럼 물을 자주 먹지 않는 동물들이 살아요. 페넥여우나 방울뱀처럼 뜨거운 한낮에는 쉬고 저녁이 되면 활동하는 동물들이 많아요. 건조 기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오아시스 주변에서 살아요. 사막 가운데서 샘물이 솟고 풀과 나무가 자라는 곳을 오아시스라고 해요. 사람들은 오아시스 가까운 곳에서 염소와 같은 가축을 기르며 마을을 이루고 살죠. 사람들은 온몸이 가려지는 옷을 입어요. 이런 옷차림은 사막의 뜨거운 햇빛도 막고 모래바람도 막아 주어요. 동물들의 왕국 열대 기후 지역 쏴아 쏴아. 한바탕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더니 어느새 뚝 그쳤어요. 이곳은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내리고 일 년 내내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는 열대 기후 지역이에요. 아프리카의 중부 지역과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밀림, 동남아시아 등이 열대 기후에 속해요. 아프리카와 아마존 밀림이 환경 오염과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고 있어요. 이런 곳이 파괴되면 지구의 산소가 줄어들어 지금보다 훨씬 뜨거워질 거예요. 아루 후후. 비가 그치자, 긴팔원숭이들이 나무숲 사이를 뛰어다녀요. 오랑우탄이 숨어서 먹잇감을 노리던 비단구렁이와 악어를 보고 있어요. 오랑우탄과 눈이 마주친 비단구렁이는 나무 사이로 스르르, 악어는 늪으로 첨벙 들어가네요. 정글을 벗어나면 너른 초원이 나와요. 이곳에는 사자와 표범 같은 육식 동물도 살고, 기린과 얼룩말 같은 초식 동물도 살아요. 뜨거운 햇빛을 피해 낮잠을 자고 있는 아이가 참 편안해 보이죠. 옷도 별로 걸치지 않았네요. 열대 기후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좀 더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서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엮어 만든 집에서 살아요. 푸른 하늘 위로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철새 떼를 보아요.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온 철새들이에요. 이 새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다른 곳으로 갈 거예요. 온대 기후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어요. 옷만 바뀌는 게 아니에요. 계절에 따라 하는 일도 달라져요.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큰비를 피하고, 가을에 곡식을 거둬들여 겨울을 지내요. 온대 기후 지역에는 여름에 비가 아주 많이 내려요. 태풍이 오거나 큰비가 내리면 집이며 도로가 물에 잠기기도 해요. |
조선 최고의 여류 화가 신사임당 | 예술경험 | 유아 | 조선이 낳은 최고의 여류 화가. 신사임당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신사임당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오늘날까지도 현모양처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여성이에요. 또한 신사임당은 효심이 지극하기로 유명했는데, 사임당이 결혼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사임당은 삼년상을 치르고서야 시댁에 가서 시어머니께 처음으로 인사를 드렸다고 해요. 이처럼 효심 깊은 딸이자, 착한 아내요, 어진 어머니로서 오늘날까지 많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신사임당은, 조선 시대 최고의 여류 화가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답니다. 사임당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하고 정겨운 소재인 풀과 벌레와 꽃, 그리고 새 등의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사임당의 그림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산뜻한 채색이 돋보이기 때문에 여류 화가의 개성과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답니다. 초충도 8폭 병풍. 신사임당은 풀과 벌레, 꽃과 새 같은 친숙한 소재를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채색을 통해 잘 그렸어요. 조선 후기의 학자였던 송상기는 그런 사임당의 초충도를 보고 이렇게 평했다고 해요. “내게 친척 한 분이 있어 말하기를, ‘집에 율곡 선생 어머님이 그린 풀벌레 그림 한 폭이 있는데, 여름철이 되어 볕을 쪼이려고 마당 한가운데 내놓았었네. 그런데 이것을 본 닭이 진짜 풀과 벌레인 줄 알고는 와서 쪼아 그만 종이가 뚫어지고 말았지 뭔가.’라고 했다. 내가 그 말을 듣고 이 그림첩을 보니, 꽃, 오이, 곤충 등 여러 가지가 정교했다. 특히 곤충과 나비 따위가 더욱 신기하고 그 모양이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여 내가 들은 것이 빈말이 아님을 알게 됐다.” 이처럼 사임당의 작품은 문인들에게까지 인정받을 만큼 빼어난 예술성을 지니고 있었답니다. 오른쪽 면에 있는 그림이 바로 사임당이 그린 초충도 8폭 병풍 그림이에요. 숙종 때 벼슬 자리에 있던 신정하는 사임당의 또 다른 풀벌레 그림을 보고 다음과 같은 시를 썼어요. “오이 넝쿨 언덕 타고 감겼는데 밑에선 개구리가 더위 잡고 올라가네 참외들이 온 밭에 깔렸는데 단내 맡은 굼벵이가 흙 속에서 나오는구나 수박 위에 찬비가 내리는데 쓰르라미 쓰렁쓰렁 깃을 털기 시작하고 원추리 꽃잎 빛깔 변하는데 그 밑에 귀뚜라미 쉬지 않고 우는구나 붓 솜씨 더 묘하여 새빨간 저게 바로 맨드라미 아닐런가 붉은 여뀌 다시금 쓸쓸한 채 무거운 꽃 약한 잎 드리워 한들한들 다시 보매 벌이 있네 그 곁에는 나비로고 꽃에 붙고 잎에 붙고 서로 와서 감도누나 봄바람 그윽하다 붓 아래로 불러들여 찍어 놓은 한 점 한 점 하늘 조화 빼앗았구나” 수박과 쥐. 빨간 속을 드러낸 수박, 나비 두 마리, 빨간 패랭이꽃과 수박 씨앗을 갉아먹고 있는 생쥐가 정겨워 보여요. 이 그림은 색깔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오래오래 기쁨을 누리며 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나이 드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린 그림일까요? 가지와 벌, 나비. 보라색 가지 사이에 하얀색 가지도 보여요. 보라색 가지는 솜털까지 섬세하게 그려 넣었고, 개미와 방아깨비도 금방이라도 그림 밖으로 나올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렸어요. 사임당의 뛰어난 색감과 섬세한 묘사를 엿볼 수 있어요. 오이와 개구리. 개구리는 앞에 있는 땅강아지를 잡아먹으려고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노려보고 있네요. 오이와 강아지풀의 잎사귀는 푸 른색이 유난히 선명하지 않나요? 돌을 빻아서 만든 석채 물감을 칠했기 때문이랍니다. 개양귀비꽃과 도마뱀. 개양귀비꽃은 봉오리가 아래를 보고 있다가 꽃이 필 때 위를 본다고 해요. 그림 속 활짝 핀 개양귀비꽃은 위를, 봉오리 를 터트리지 않은 것은 아래를 보고 있네요. 사임당의 뛰어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를 엿볼 수 있어요. 맨드라미와 쇠똥구리. 하늘을 향해 고개를 세운 맨드라미와 나비, 그리고 자기보다 몇 배는 더 큰 쇠똥을 나르는 쇠똥구리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표현된 그림이에요. 쇠똥을 나르는 쇠똥구리의 힘겨운 몸짓과 달리 나비들은 맨드라미에 앉을까 말까 한가로워 보여요. 원추리와 개구리. 가는 원추리 줄기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매미가 얄미워 보여요. 저러다 원추리 줄기가 휘어지면 어쩌죠? 가운데 주황색 원추리꽃은 매미가 힘에 겨운지 까맣게 변해 가고 있네요. 원래는 주황색이었는데, 색을 만들기 위해 섞은 하얀색이 오래되어 변했기 때문이랍니다. 도라지와 부용화. 부용화는 부귀영화를 뜻해요. 꽃잎과 줄기, 날아다니는 나비, 폴짝거리는 여치,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는 개구리가 매우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어요. 여뀌와 나팔꽃. 빨간 이삭이 맺힌 것이 여뀌라는 식물이에요. 사임당의 그림에는 제철에 따라 피는 꽃과 풀들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 역시 마디가 뚜렷한 여뀌의 줄기와 그 줄기를 감고 올라가는 나팔꽃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답니다. 염원이 담긴 초충도. 사임당의 또 다른 초충도도 감상해 볼까요? 오이와 메뚜기. 팔랑팔랑 날갯짓하는 나비와 붉은 패랭이꽃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되었어요. 나비와 패랭이꽃은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대요. 주렁주렁 달린 오이는 자식들을 많이 낳으라는 뜻이랍니다. 수박풀과 쇠똥구리. 사임당은 작은 꽃과 풀, 벌레들을 즐겨 그렸는데, 이 그림 역시 사임당의 섬세한 붓놀림과 뛰어난 관찰력이 살아 있는 작품이랍니다. 수박풀의 꽃은 원래 매우 진한 색깔을 띠는데, 이 작품에서는 흐리게 나타나 있네요. 수박과 여치. 사임당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수박과 나비는 모두 ‘오래도록 기쁨을 누리며 사세요.’ 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또 수박은 씨앗이 많아 그만큼 자손을 많이 낳고 넝쿨처럼 만대에까지 이르라는 뜻이 있어요. 가지와 사마귀 탐스럽게 잘 영근 보랏빛 가지와 붉은 꽃이 잘 어울려 있어요. 옆에 있는 사마귀는 마치 가지를 따려는 듯 앞다리를 들고 있네요. 어쩌면 나비가 가지나무 잎사귀에 앉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르지요. 맨드라미와 개구리, 가선화와 풀거미. 맨드라미는 닭의 볏처럼 생긴 꽃이라 하여 ‘계관화’라고도 해요. 닭의 볏은 앞이 낮고 뒤가 높아 마치 벼슬하는 사람들이 쓰는 모자처럼 생겨서, 관직에 오른 사람을 ‘볏을 한다’라고도 하였어요. 여기에서 ‘벼슬한다’는 말이 생기게 된 거랍니다. 사임당의 남편은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학문을 게을리 하여 벼슬길에 나가는 것이 늦어졌어요. 아마도 사임당은 남편이 벼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닐까요? 가선화는 양귀비와 비슷한 꽃으로 꽃대가 가늘고 길어요. 꽃은 마치 고운 한지 같답니다. 가선화 아래에 있는 풀거미는 지금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일까요? 봉선화와 잠자리, 원추리와 벌. 아래의 두 그림은 사임당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붓 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글씨와 시에 뛰어났던 조선 중기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정호는 이 그림을 보고 이렇게 평했어요. “옛날 성현들은 도덕이 온전하고 재주를 갖춘 이를 군자라 일렀다. 이것은 남자를 위해서 한 말이요, 부인에게는 상관없는 말이다. 그러나 어찌 여자라 하여 군자라 일컫지 못할까. 사임당 신부인의 그림을 보니, 벌레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풀포기들의 향기롭고 깨끗한 것이 저 하늘의 조화를 빼앗았다는 그것이 아닌가 싶었다. 과연 여자 중의 군자라 하여도 좋지 않겠는가.” 포도 먹의 짙고 옅음만으로 표현했는데도 주렁주렁 달린 포도 송이가 정말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아래로 내리 뻗은 포도 덩굴과 싱싱한 포도 잎사귀는 생기가 넘쳐요.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들은 자손들을 많이 낳고, 또 그 자손들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아버지 교훈 아래 자라난 부인, 우리 동방 어진 인물 낳으셨나니 사람들은 포도 그림만 좋다 하면서 부녀 중의 이영구라 일컫는구나” 조선 중기의 시인 이병연이 사임당의 포도 그림을 보고 지은 시예요. 또 하나의 포도 그림 하루는 어떤 집에서 잔치가 열렸어요. 잔치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을 때, 일을 돕기 위해 왔던 한 부인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어요. 집안이 넉넉지 않았던 그 부인이 잔치에 오려고 빌려 입었던 치마가 그만 더럽혀지고 말았던 거예요. “걱정 마세요.” 당황하는 부인을 안심시키고 사임당은 더러워진 치마에 포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마 위의 그림과 같은 탐스러운 포도 그림이었을 거예요. 사임당은 치마를 돌려주며 시장에 내다 팔라고 했어요. 치마는 사임당의 그림 덕분에 비싼 값에 팔렸고, 그 부인은 새 치마를 사서 주인에게 돌려주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때 사임당이 치마에 그렸다는 포도 그림은 전해지지 않고 있어요. 조선 중기의 학자였던 어숙권은 “신씨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공부했는데, 그녀의 포도와 산수가 뛰어나 사람들은 모두 안견 다음가는 화가라고 칭찬하고 있다.”고 했답니다. 연꽃 열매와 백로. 두 마리의 백로와 연꽃 열매가 있는 그림이에요. 연꽃 열매와 백로는 두 번의 과거 시험에 연달아 합격하라는 뜻을 담고 있지요. 사임당의 남편인 이원수는 학문을 게을리 했어요. 그래서 사임당은 남편이 공부에 전념해 과거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떨어져 살기로 하였어요. 이 그림도 남편의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일 거예요. 강릉에서 태어나다. 조선 시대 연산군 때인 150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사임당의 어릴 적 이름은 ‘인선’이에요. 부모님이 어질고 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 준 이름이지요. 늦은 나이에 진사가 된 아버지 신명화는 덕이 높고 인자한 분이었어요. 어머니 이씨는 아들이 없는 집안의 외딸로 태어난 까닭에 결혼해서도 계속 친정에서 살았지요. 이러한 가정환경은 사임당에게도 영향을 주어 사임당과 결혼한 선비 이원수 역시 사임당이 친정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답니다. 부모님의 따뜻한 관심 속에 자란 사임당은 어려서부터 한자와 글씨를 익혔고, 바느질과 자수 등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어요.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여 일곱 살 때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거의 똑같이 그려 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답니다. 산수도 “흔들리는 배는 어스름한 물가에 머물고, 날은 저물어 나그네 수심은 더해 가는구나 들은 넓은데 하늘 그림자 나무에 이르고, 강은 푸르러 달그림자 사람에게 다가오네” 왼쪽 산수도는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맹호연의 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산수화예요. 물안개가 내린 바다 풍경과 나그네의 쓸쓸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요. 아마도 고향인 강릉 바다를 그린 것 같아요. “맑은 하늘에 한 마리 기러기 저 멀리 날고, 넓은 바다에 외로운 돛단배 더디어지네 하얀 해는 장차 저물어지려는데, 파도를 마주하니 만날 기약하기 어렵네” 아래 산수도는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이백의 시를 표현한 산수화예요.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이의 쓸쓸한 마음이 그림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어요. 사임당의 성품을 닮은 그림, 화초어죽. 다음은 꽃과 풀과 물고기와 대나무를 그린 사임당의 ‘화초어죽’ 그림이에요. 수박. 사임당은 수박을 자주 그렸어요.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모양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 봐요. 어쩌면 수박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게 둥글게 한평생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던 건 아닐까요? 대나무. 대나무는 선비의 곧은 성품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중국 전국 시대 때 맹종이라는 사람이 겨울에 대나무 죽순을 어머니께 올렸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효를 뜻하기도 하지요. 사임당이 살았던 강릉 집에는 줄기가 검은 대나무가 자랐는데, 사임당은 이러한 여러 가지 뜻을 담은 의미로 이 대나무를 그린 듯해요. 오이. 오이 줄기는 굵은 털이 있고 덩굴손으로 감으면서 다른 물체에 붙어 길게 자라요. 오이꽃은 노란색으로 암꽃에는 가시 같은 돌기가 있는 씨방이 아래쪽에 있어요. 오이의 오돌도돌 돌기가 재미있게 표현된 그림이에요. 쏘가리 쏘가리를 나타내는 한자인 ‘궐’자는 대궐의 ‘궐’자와 발음이 같아요. 그래서 쏘가리는 두 마리를 그리면 안 되었어요. 두 마리를 그리면 임금이 계신 대궐이 둘이라는 뜻이 되어 반역을 나타내기 때문이지요. 사임당은 중국의 그림본에 나타난 것을 그대로 그리던 당시의 습관을 따르지 않고 이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 속에 있는 쏘가리는 중국의 쏘가리가 아닌 우리나라에 사는 쏘가리랍니다. 그림이 많이 손상되어 보이는 건 한국 전쟁 때 땅속에 묻어 두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자수 병풍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이다. 사임당은 자수에도 뛰어난 재주를 보였는데, 화가 허백련은 사임당의 자수 병풍을 이렇게 평했다고 해요. “자수 병풍을 보니, 여인의 수놓는 법에 대한 평은 감히 할 수 없으나 그림 그리는 법에 있어서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어 보통 도안과는 견주어 말할 수 없다.” 수박과 석죽화 수박과 석죽화가 어울려 있는 그림이에요. 석죽화는 패랭이꽃을 말하는데, 기쁨을 누리면서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풀과 나비. 민들레 잎을 수놓은 푸른 실과 꽃잎의 노란색이 검정의 비단 바탕에서 두드러져 보여요. 노랑과 검정의 대비되는 색으로 처음 수를 놓았을 때 무척이나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멋을 뽐냈을 것 같아요. 풀꽃. 한 땀 한 땀 촘촘히 수놓은 꽃잎과 잎사귀에서 느껴지는 자수의 질감이 마치 진짜 꽃을 말려서 비단에 붙여 놓은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전해 줘요. 자연 속에서 자란 풋풋한 풀꽃 내음이 풍겨 오는 것 같지 않나요? 가지와 벌. 자수 병풍 속 가지는 아랫부분과 가운데, 끝부분이 각기 다른 색으로 수놓아져 있어 재미있어요. 앙증맞게 표현된 가지 꽃은 원래 보라색인데 색이 변했나 봐요. 가지의 열매꼭지와 잎, 꽃, 뿌리는 약으로도 썼답니다. 풀과 도마뱀, 풀과 개구리. 검은 비단 바탕에 여러 가지 색실로 수놓은 풀과 꽃들, 나비와 잠자리, 개구리와 도마뱀 등이 섬세하게 표현됐어요. 모두들 고향의 뒤뜰과 동산에서 볼 수 있는 정겨운 자연의 모습이에요. 사임당은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어머니와 고향을 생각했을 거예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꽃이 있는 곳에는 나비도 항상 같이 있지요? 꽃이 있는 곳에 나비가 있어야 꽃이 더욱 돋보인다고 해요.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안정된 구도와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 그리고 밝고 어두운 부분이 잘 나타나 있어요. 초충도에서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어요. 풀과 쥐. 가느다란 넝쿨에 손바닥 모양의 잎을 가진 하눌타리를 수놓은 것 같아요. 뿌리는 고구마같이 굵어지고 줄기는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가요. 그림을 잘 보세요. 하눌타리의 줄기가 가늘고 길면서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지요? 단풍잎처럼 갈라진 하눌타리의 잎도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어요. 탐스럽게 귤색으로 익은 열매는 씨와 함께 열매로 쓰인대요. 풀과 여치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여치 한 마리가 서둘러 풀쩍풀쩍 뛰어가고 있어요. 여치 뒤에서 여유 있는 모습으로 가만히 서 있는 주홍빛의 노란 꽃은 원추리예요. 원추리의 여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뿌리는 약으로 쓴답니다. 어머니를 그리며 시를 짓다. 오른쪽의 시들은 모두 사임당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것이에요. 사임당은 효심이 지극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향에서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늘 안타까워했어요. 그래서 그의 시들을 보면 어머니에 대한 사임당의 각별한 효심을 느낄 수 있답니다. 여성들의 활동이 그리 자유롭지 못하던 조선 사회에서 사임당이 뛰어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가정환경 때문이었을지도 몰라요. 외동딸이었던 사임당의 어머니는 결혼 후에도 친정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임당은 어려서부터 어머니는 물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일반 가정의 여자 아이들보다 글공부는 물론, 바느질과 자수, 그림과 글씨 등 학문과 교양을 더욱 자유롭게 익히며 자랄 수 있었지요. 아버지 역시 친구들로부터 화첩을 빌려와 사임당이 그림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음은 물론이에요. 사임당도 친정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결혼 후 많은 시간을 친정에서 보냈는데, 이것은 당시의 상속 제도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조선 시대에는 아들 없이 딸만 있는 집의 경우, 딸이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아 제사를 모실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임당은 아들 역할까지 감당해야 했고, 남편이었던 이원수는 그런 사정을 알고 사임당이 친정에 있는 동안 한양에서 강릉까지 오가는 힘든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어요. 후에는 율곡이 사임당의 뒤를 이어 외조부모의 제사를 맡게 되었는데, 이를 ‘외손 봉사’라고 해요. 이처럼 사임당이 자신의 재능을 어려움 없이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과 결혼 후에도 친정에서 지내면서 마음껏 예술 세계를 펼칠 수 있었던 특수한 배경이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답니다. 그리고 이런 배경은 사임당으로 하여금 부모님을 더욱 사랑하고 공경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밤마다 달을 향해 비옵는 마음 살아 계실 제 다시 한 번 뵈옵고저 산 첩첩 내 고향 천리이련만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 한송정 가에는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톱에 모였다 흩어지고, 고깃배들 바다 위로 오고가리니 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 가 어머님 곁에서 바느질할꼬.” 사임당과 작은 사임당. 사임당이라는 호는 어떻게 지어진 것일까요? 사임당은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을 존경해 본으로 삼았어요. 태임은 원래 중국 지나라 임금의 둘째 딸로, 문왕을 임신했을 때 좋지 않은 것은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해요. 사임당은 그러한 태임의 뜻을 본받아 ‘사임당’이라 스스로 호를 정하고 태임처럼 훌륭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사임당은 아들 넷과 딸 셋을 낳았는데, 그중에서도 맏딸인 매창이 어머니를 닮아 학식과 글씨, 그림, 자수 등 모든 것에서 뛰어난 재능을 나타내 ‘작은 사임당’이라 불렸어요. 후에 율곡 선생이 의논할 일이 있으면 누이인 매창을 찾아갔을 정도로 매창의 학식과 지혜는 탁월했다고 해요. 달과 매화. 매창이 그린 매화 그림이에요. 둥그런 보름달 아래 화사하게 핀 매화꽃의 가지는 ‘눈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 그려진 매화는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그 가지를 뻗고 있네요. 추운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이기고 꽃을 피우는 매화, 차가운 달빛 아래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매화는 선비의 굳은 의지와 뜻을 나타내는 듯해요. 참새와 대나무. 매창의 솜씨가 돋보이는 그림이에요. 날카로운 참새의 부리와 대나무 잎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마주 바라보고 있는 참새는 기쁨을 뜻한답니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 참새 두 마리는 사이좋은 부부 같아요. 검은 용이 꿈에 보이다. 산고의 고통에 지친 사임당이 잠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꿈속에 바다가 소용돌이 치더니 검은 비늘을 가진 한 마리의 용이 치솟는 거예요. 그 용은 사임당이 누워 있는 방 앞에 잠시 앉아 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이때 사임당이 낳은 아이가 바로 조선 중기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 선생이에요. 이러한 태몽 때문인지 율곡의 어렸을 때 이름은‘검은 용’이라는 뜻을 가진‘현룡’이었어요. 율곡은 열세 살에 과거 시험에 첫 번째로 합격하고, 이후 아홉 번이나 일등으로 시험에 합격했어요. 학문이 뛰어난 율곡은 여러 벼슬을 거치면서 나라를 위해 힘써 일했답니다. 율곡이 쓰던 벼루 이 벼루의 밑바닥에는 정조 임금님의 노래가 새겨져 있어요. “용은 하늘로 돌아갔건만 구름은 먹에 어려 학문이 여기 남았구나” 옥산 이우. 옥산 이우는 사임당의 넷째 아들이에요. 옥산도 거문고, 글씨, 시와 그림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었어요. 특히 글씨 쓰는 재주가 뛰어나 깨알 하나에 거북 구자를 썼고, 팥 하나를 둘로 나누어 한쪽 바닥에 스무 자의 글씨를 썼다고 해요. 율곡은 옥산이 학문에 힘썼으면 자신이 그보다 못했을 거라고 했을 정도로 동생의 재주를 높이 평가했어요. 다음은 옥산의 시예요. “한 바다 푸른 물결 아득도 한데, 점점이 구름 산들 뒤에 둘렸네 하늘은 조화 부려 경치 만들고, 높은 선비 그 뜻 알아 정자 지었네 달빛 아래 분명하니 호수와 바다, 선경이라 맑은 기운 뜰에 찼구나 높이 오른 나그네 예가 어디인고, 아마도 은하수에 배 띄웠는가.” 초서 옥산 이우가 15세 되던 때 썼던 글씨예요. 높은 곳에서 물이 흐르듯 거침없이 흘려 써 내린 글씨체가 호방해 보여요. 그 나이에 이만한 글씨를 쓸 수 있었으니 후에는 얼마나 뛰어난 명필로서 이름을 떨쳤을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매화. 조선 중기 시인인 이병연은 옥산 이우의 그림을 보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답니다. “구름 물결 출렁이는 넓은 거울 같은 호수 언덕 위엔 매화가 있고, 습기 진 곳엔 난초가 있구나 옮겨 오고 싶지만은 일할 사람이 없어 옥산의 끼친 그림 빌려다 감상하네.” 수박 앞에서 본 사임당의 수박 그림과 어떻게 다른지 한번 비교하며 감상해 보세요. 그 느낌이 조금은 다르지요? 국화. 옥산 이우가 그린 국화 그림이에요. 앞에 있는 매화 그림과는 달리 부드러운 느낌이 나지요. 포도. 포도 넝쿨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요. 사임당이 그린 포도 그림과 비교해서 감상해 보세요. 어머니와 아들, 비단과 종이에 따른 차이가 느껴지나요? 동자견려도, 옥산과 김시에 관한 일화. 어느 날, 금강산을 둘러본 김시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가슴 가득히 넘쳤어요. 그런데 종이나 천 등 그림을 그려 넣을 것이 없어 그릴 수가 없었지요.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오던 김시는 우연히 주막집에서 만난 선비가 좋은 종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어요. “내가 그림을 대충 그릴 줄 압니다. 내외 금강산을 두루 돌아보고서 참으로 붓을 휘두르고 먹을 뿌려 보고 싶으나 종이가 없습니다. 두어 장 빌려 주시면 앉은 자리에서 붓을 휘둘러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선비는 “옥산 선생을 찾아뵙고 그 글씨를 받고자 해서 종이를 갖고 온 것이니 말씀을 따를 수가 없습니다.”라고 거절했어요. 그 말에 김시는 매우 한탄하며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답니다. 옥산에게 간 선비는“선생님 글씨를 받기 위해 좋은 닥종이를 많이 가져왔는데 길에서 만난 한 유람객이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면서 종이를 청하였습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지요.” 하고 주막집에서 있었던 일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어요. 그 말에 옥산은“양송당이 금강산을 구경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짐작하건대 그림의 구상이 가슴에 벅차올라 그런 말을 했을 것이오. 이름 있는 화가를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때를 만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다시 없는 기회를 놓쳤군요.” 하며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해요. 오른쪽에 있는 그림이 바로 옥산이 인정했던 김시의 그림이랍니다. 조용히 세상을 떠나다. 오랫동안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던 사임당의 남편이 드디어 과거 시험에 합격하여 수운판관이라는 벼슬을 하게 되었어요. 세금으로 낸 곡식을 배에 실어 바닷길을 통해서 한양으로 실어 나르는 책임을 맡게 된 거예요. 하지만 남편이 관직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임당은 몸이 아파 자리에 눕게 되었답니다. 큰아들과 율곡은 그때 아버지와 함께 평안도에 있었지요. 집에 남은 식구들이 이 소식을 전하려고 했지만 사임당은 나랏일이 먼저라고 하면서 남편에게 알리지 말라 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답니다. 바로 그날, 한양에 도착한 남편과 아들들은 사임당의 죽음을 알고 소리 높여 울었어요. 율곡은 이때 평안도에서 가지고 온 놋그릇이 모두 빨갛게 변하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율곡은 어머니 사임당의 시신이 묻힌 파주 두문리 산소 옆에서 삼 년 동안 시묘살이를 하면서 ‘어머님 행장’이라는 글을 지었답니다. 오천 원권. 새로운 문양으로 발행된 새 오천 원권의 앞면에는 율곡 이이, 강릉 오죽헌, 그곳을 상징하는 검은 대나무가, 뒷면에는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그려져 있어요. 새 지폐에 새겨진 그림은 ‘초충도’ 8폭 중 3개 그림에서 한 부분씩 따서 재배치한 것이에요. 왼쪽은 ‘오이와 메뚜기’, 가운데는 ‘수박과 여치’, 그리고 오른쪽 맨드라미는 ‘맨드라미와 개구리’의 한 부분이지요. 여치는 수박덩이 사이에 있던 것을 약간 오른쪽으로 옮겼고, 수박도 원래 그림에는 비슷한 크기이나 지폐에는 왼쪽의 것을 크게 그려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었어요. 달개비와 나비 색의 명암을 같게 하여 자칫 수박과 다른 그림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맨드라미는 계관화라고도 하는데 맨드라미 꽃 모양이 마치 닭의 볏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이것은 닭의 볏이 벼슬아치들이 쓰던 관모처럼 생겨서 벼슬이 높아지길 바라는 뜻을 담은 것이랍니다. |
조선 여성의 아름다움을 그린 신윤복 | 예술경험 | 유아 | 신비의 화가 김홍도,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 시대 3대 풍속화가로 꼽히는 혜원 신윤복은 그의 이름에 비해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어요. 아버지 신한평과 같이 조선 시대 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국가 기관인 도화서의 화원으로 첨절 제사 벼슬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어떤 기록도 없지요. 아버지 신한평이 김홍도와 함께 영조와 정조 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데 참여했다는 것이 알려져 그의 그림 솜씨가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있어요. 신윤복은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 화가로, 그의 그림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매우 진솔하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요. 쉽게 볼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생활까지 익살스럽게 그려 내, 우리네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요. 비록 도덕을 중요시했던 당시의 유교 사회에서 너무 충격적이었을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그림을 그려 김홍도처럼 임금 밑에서 일하지는 못했지만,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창안 하여 풍속화의 대가가 되었어요. 아버지 신한평에게서 받은 신윤복의 은밀하고 매혹적인 그림을 보기 전에 신한평의 그림을 먼저 감상한 뒤, 신윤복의 초기작을 살펴보면서 아버지 신한평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해 보세요. 원교 이광사 초상 학자로서 글씨를 아주 잘 썼던 이광사를 그린 거예요. 정자관을 쓴 이광사의 눈빛과 수염을 자세하게 잘 그렸지요? 사진을 보는 것처럼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그린 신한평의 솜씨가 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예요. 신윤복의 집안은 중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통역관과 화원이 많이 나왔어요. 화가인 아버지 신한평 역시 영조의 어진을 그리는 데 세 번이나 참가할 정도로 인물화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고 해요. 아기 업은 엄마. 신한평의 ‘젖먹이기’와 같이 신윤복은 이 작품에서 모성애를 그리고 있어요. 짧은 저고리에 몸이 다 드러나고 둥그렇게 부풀어 오른 치마는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어요. 가체를 한 엄마 등에 업힌 아이는 마냥 좋은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화면 밖을 바라보고 있네요. 아버지의 그림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쌓아 가는 신윤복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작품이지요. 다림질 아버지 신한평은 인물화뿐만 아니라 풍속화도 잘 그렸어요. 그의 솜씨를 이어받은 신윤복은 아버지의 그림을 보면서 풍속화의 기틀을 잡았는데 이 작품이 신윤복의 초기작이에요. 오늘날의 다리미는 전기 코드에 꽂아 쓰지만, 옛날에는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쟁반처럼 생긴 둥그런 다리미에 뜨거운 숯을 넣고 옷감의 주름진 부분을 다렸어요. 왼편에 앉은 할머니의 버선 벗은 발과 부채가 놓여 있는 것을 보니 한여름인가 봐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나는 여름철의 다림질, 얼마나 더울까요? 옛날에는 다리미 말고 ‘인두’라는 다림질 도구도 있었어요. 역시 다림질할 때 썼던 것이지요. 끝이 뾰족한 세모꼴이고 불에 달구어 썼어요. 다리미가 큰 옷감을 다렸다면, 인두는 작은 옷의 잔주름을 펼 때 썼지요. 조선 여인들의 생활 모습을 그리다, ‘여속도첩’ 서민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던 김홍도와 달리 신윤복은 주로 기생과 벼슬 없이 지내던 양반을 소재로 당시의 풍류와 사회상을 다루었어요. 또한 조선 시대 미인의 모습과 여인들의 자태를 담은 ‘여속도첩’을 그려 세태 풍속과 더불어 당대의 문화를 담았지요. 이 화첩은 조선 여인들의 옷차림과 장식 및 놀이 등을 보여 주고 있어요. 그 당시 조선의 여인들은 어떤 옷을 입었고, 또 어떤 놀이를 즐겼는지 한번 구경해 볼까요? 처네 쓴 여인 머리에 처네를 쓰고 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그렸어요. 뒷모습이라 표정은 알 수 없지만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담벼락을 따라 푸르스름한 처네를 쓰고 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이네요. 인물의 표정을 보여주지 않아도 배경을 통해서 인물의 마음을 알 수 있게 표현한 신윤복의 솜씨가 대단해요. 전모 쓴 여인. 전모는 원래 천한 신분의 사람들이 쓰던 것이에요. 대나무로 만든 살 위에 기름종이를 붙여 햇빛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썼던 모자지요. 안쪽에는 쓰기 편하도록 머리에 맞춘 테가 있고, 양쪽에 길게 끈을 달아 턱 밑에 맬 수 있게 만들었어요. 박쥐나 나비, 꽃무늬 등을 장식하기도 했지요. 그림 속에 있는 여인은 기생인 듯해요. 옛날에는 양반집의 부인들만 치마를 왼쪽으로 돌려 입고, 그 외의 사람들은 오른쪽 방향으로 돌려 입었어요. 이 여인은 치마가 끌리지 않게 무릎 가까이까지 들어 올려 오른쪽으로 묶었어요. 양반집 부인의 모습은 아닌 것 같죠? 아래로는 속곳으로 입은 바지가 드러나네요. 신윤복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치마는 바닥까지 끌릴 만큼 길어요. 치마가 길어서 걸어 다닐 때는 많이 불편했을 거예요.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묶었던 건 아닐까요? 거문고 줄 고르기. 대표적인 선비 악기로 알려진 거문고를 여인들도 많이 연주했나 봐요. 기생으로 짐작되는 여인들이 거문고의 줄을 갈고 있어요.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각기 굵기가 다른 줄들을 가장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상태로 조정하고 음을 잘 파악해야 하거든요. 왼쪽에 있는 여인은 오른손으로 거문고 아래 돌괘를 조정하고, 왼손으로 줄을 잡아당기고 있어요. 오른쪽에 있는 어린 여자아이는 두 손을 모으고 다소곳하게 앉아서 지켜보고 있어요. 무슨 생각을 하며 보는 걸까요? 어물 장수. 머리에는 생선을 가득 담은 광주리를 이고, 오른쪽 어깨에는 채소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멘 젊은 여인이 중년의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잠깐 동안 정지된 화면을 빠르게 그린 것처럼 배경은 그리지 않고 젊은 여인이 걸어가는 발걸음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 이 그림은 김홍도가 그린 ‘행상’과 비슷해요. 나무통을 진 남자가 생선 장수로, 아기 업은 엄마가 할머니로 바뀌었을 뿐, 구도와 인물들의 자세를 똑같이 그렸지요. 김홍도의 그림과 비교해 볼까요? 김홍도의 ‘행상’과 비슷한 이 그림은 신윤복만의 특징이 있어요. 김홍도의 그림은 직선적이고 강한 붓 선으로 남성적인 분위기가 있는 반면, 신윤복은 여리고 부드러운 선으로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겨요. 왼쪽 어물 장수의 짚신 코를 보세요. 김홍도의 둥그렇고 뭉툭한 선이 신윤복의 그림에선 뾰족하면서 부드러운 선으로 바뀌었어요.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살펴볼 신윤복의 그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답니다. 연당의 여인. 연잎이 가득한 집 뒤뜰의 연못가에 기생이 마루에 앉아 생황을 불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생황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지 못해 중국에서 수입해 왔어요. 풍속화를 그린 신윤복이나 김홍도의 그림에는 생황이 무척 많이 보이는데, 그만큼 생황이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됐다는 얘기겠지요. 생황을 든 기생의 모습에서 당시 기생들의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어요. 기생들도 등급이 있어서 일패, 이패, 삼패로 나뉘었대요. 황진이는 당시의 대학자였던 서경덕과 더불어 문장과 시를 읊을 정도로 학문이 뛰어난 기생이었어요. 또 유학자들을 길러 내던 유명한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에는 유교의 책인 ‘대학’을 줄줄 외우던 기생도 있었답니다. 함경도나 평안도 지방은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이 많아서 기생들도 말을 타고 무예를 익히기도 했지요. 이렇듯 기생들은 춤과 무용 등을 익히며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지켜 온 예술인이었어요. 마루와 방문을 표현하기 위해 죽죽 내리그은 직선과 연못을 둘러싼 돌들, 그 틈으로 뚫고 올라온 부드러운 곡선의 커다란 연잎과 연꽃, 한여름의 고요함이 오히려 아늑해 보이네요. 신윤복의 무르익은 화풍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에요. 장옷을 입은 여인. 가운데에 장옷을 입은 여인은 거인처럼 보일 정도로 크게 그렸고, 왼쪽에 아기를 업고 있는 소녀와 아기는 유난히 작게 그려져 있어요. 그 이유는 이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림 밖으로 나와서 장옷을 입은 여인을 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려진 것일 수도 있어요. 이들이 여인을 지켜봄으로써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인물들 사이에 긴장감을 생기게 하고, 그 느낌을 우리가 느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신윤복은 그런 미묘한 감정까지도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양반과 기생의 사랑을 그리다, ‘혜원전신첩’. 국보 제135호로 지정된 ‘혜원전신첩’은 신윤복의 섬세하고 유려한 필선과 아름다운 채색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화첩이에요. 30점의 주옥같은 그림이 담겨 있는 이 화첩은 시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제를 화사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또한 남녀 간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와 낭만적인 분위기가 효과적으로 나타나 매우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지요. 신윤복의 그림은 조선 시대 사람들이 무슨 옷을 입었고, 무엇을 했으며, 어떤 악기와 놀이를 즐겼는지,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등을 잘 알 수 있게 아주 작은 것까지도 세밀하게 나타내 그 어떤 기록보다도 더 정확한 자료가 되고 있답니다. 월하정인, 달빛 아래 연인. “달빛 침침한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 초승달을 닮은 눈썹과 붉고 작은 입술, 갸름한 얼굴의 여인과 그 여인을 은밀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선비가 담 모퉁이에 서 있어요. 조선 시대 한양에서는 밤 8시쯤에 보신각에서 종을 28번을 치는 인경을 알려 사람들이 거리를 다닐 수 없도록 통행을 금지시켰어요. 그리고 새벽 4시쯤에 종을 33번 쳐서 통행금지 해제를 알렸지요. 그래서 남녀 간의 만남이 더욱 자유롭지 못했어요. 넓은 갓과 허리띠, 태사혜를 신고, 중치막을 입은 젊은이가 사각의 붉은 등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을 품속에 넣어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네요. 아마 쓰개치마를 쓴 여인에게 선물을 주려고 하나 봐요. 쓰개치마는 양반집 여인들이 얼굴만 망사로 가리는 너울 대신 간편하게 썼던 옷이에요. 서민 여인들은 넓은 소매와 고름이 있는 장옷을 썼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구별은 점점 없어졌어요. 시간과 감정까지 담아내는 신윤복의 붓질이 뛰어난 작품이에요. 단오풍정. 신윤복의 그림 가운데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중의 하나예요. 개울가에 앉은 여인들이 몸을 드러내 놓고 목욕을 하고 있어요. 오른쪽 위의 두 여인은 목욕을 마치고 가체를 매만지고 있어요. 긴 길이로 보아 무척이나 가체가 클 것 같아요. 종으로 보이는 한 여인은 보퉁이를 이고 오네요. 목욕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얼굴을 씻는 여인, 머리를 만지는 여인, 팔을 닦는 여인 등 다양하게 그렸어요. 왼쪽 위의 까까머리 승려들이 여인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엿보고 있는 부분은 흥미를 더하네요.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연하게 채색되어 있지만, 그네를 타는 여인의 옷차림에는 강렬한 색을 거침없이 사용해서 신윤복만의 특징을 살리고 있어요.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의 뾰족하고 날렵한 신발코를 보세요. 신윤복의 섬세함이 잘 드러나 있지요. 목욕하는 여인들을 몰래 숨어서 엿보는 인물이 승려인 점에서 조선 시대에는 고려 시대와 달리 불교가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음력 5월 5일 단오는 신라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큰 명절이었어요. 이때부터 여름철이 시작되기 때문에 더위를 이기는 건강식으로 쑥과 쓴맛 나는 익모초를 뜯어 즙을 내어 마셨지요. 조선 시대에는 이날 임금이 신하들에게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뜻으로 ‘단오선’이라는 부채를 나누어 주었어요. 남자들은 씨름을 하고, 여인들은 창포 물에 머리도 감고 그 뿌리에 ‘수복’이라는 글자를 새겨 비녀를 만들어 꽂으며 행운을 빌었어요. 이렇게 하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나고 빠지지 않는다고 믿었지요. 또 단오에는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그네도 탔어요. 여기에 나오는 여인들은 기생들 같아요. 양반 부인들이 입는 삼회장저고리를 입었지만, 개울가에서 몸을 드러내 놓고 목욕을 한다는 것은 당시 양반 부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 는 일이었으니까요. 주사거배, 선술집. 이 그림은 조선 시대 술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옷차림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예요. 신윤복은 각 인물들의 신분을 옷차림으로 표현하고, 그에 맞는 장식품들도 함께 그렸어요. 가운데 서 있는 선비는 중치막을 걸치고 폭이 넓은 바지를 입었어요. 그 앞에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노란 초립을 쓴 별감이에요. 초립은 성년식을 치른 사람이 쓰던 갓으로 누런 빛깔이 나는 풀로 엮어서 만들었어요. 오른쪽의 갓이 아닌 뾰족한 모자를 쓴 사람은 의금부 나장이에요. 철릭 위에 걸친 까치두루마기로 나장임을 알 수 있지요. 의금부는 임금의 명령을 받아 죄인을 벌하는 곳이어서 사람들은 의금부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었대요. 그러니 제일 낮은 벼슬의 나장이라도 이런 곳에서는 그 힘을 무시하지 못했을 거예요. 맨 왼쪽에 서 있는 젊은이는 중노미라고 해요. 술잔을 나르거나 허드렛일을 했어요. 술을 파는 여인은 주모라고 하는데 주모가 들고 있는 것을 구기라고 해요. 구기는 국자와 비슷한 용도의 도구로, 술이나 죽, 기름을 뜰 때 썼고 국자보다는 짧고 바닥이 오목해요. 마루 안쪽에는 쌀을 넣어 두는 뒤주가 보이고, 주모 앞 부뚜막에는 가마솥이 놓여 있고, 술잔과 안주 그릇들이 놓여 있네요. 선술집은 원래 ‘술을 서서 마신다’ 라는 뜻이에요. 이 그림에서도 앉아 있는 사람은 주모밖에 없고 모두 서 있네요. 주막. 이 그림은 김홍도가 그린 주막이에요. 김홍도가 그린 주막은 어떤가요? 이 그림에서 주모는 국밥을 파는 아줌마 같아서 신윤복이 그린 ‘주사거배’의 아름다운 주모와는 느낌이 다르지요? ‘주막’에는 장사꾼으로 보이는 서민들이 등장하지만, ‘주사거배’에는 양반층이나 낮은 벼슬아치의 선비들이 등장해요. 초가집 바닥에 널브러져 앉아 밥을 먹는 식당과 기와집에 너른 대청마루가 있는 선술집,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에서 당시의 사회 모습을 읽을 수 있어요. 청루소일, 기생집에서의 한때. 탕건을 쓴 남자는 방 안에 앉아 있고, 생황을 든 기생은 마루에 앉아서 집으로 들어오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 여인은 전모를 쓰고 그 속에 검은 가리마를 덮어썼어요. 어디 나들이를 갔다 오는지 뒤따라오는 아이는 보퉁이를 들었네요. 여인 뒤에 있는 아이가 너무 작아 보이지 않나요? 물론 어린아이라서 아직 작겠지만, 예부터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작게, 중요한 사람은 크게 그렸어요. 이 그림에서 심부름하는 아이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중요도에 따라 인물의 크기가 다르게 그려지기도 했답니다. 유곽쟁웅, 싸움. 기생집 앞에서 싸움이 벌어졌어요. 왼쪽의 흐트러진 상투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사람이 아마 이 싸움에서 진 것 같아요. 가운데 떡 버티고 서 있는 남자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벗어 던졌던 옷을 다시 입고 있어요. 붉은 옷을 입은 별감은 싸움을 말리며 진 사람을 다독이고 있네요. 오른쪽에 떨어진 갓을 줍고 있는 남자는 술이 취했는지 얼굴이 붉고 옷은 흙투성이가 되어 있어요. 아마 싸움에 진 사람과 한바탕 뒹굴었나 봐요. 큰 가체를 한 기생은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는 듯 담뱃대를 들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네요. 신윤복은 당시 도덕과 질서가 무너진 양반 사회의 흐트러진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 주고 있어요. 혹시 이런 그림을 그려서 양반 사회에서 쫓겨나 이곳저곳을 떠돈 것은 아닐까요? 연당야유, 연못가의 유희. 갓 양쪽에 구슬처럼 길게 내려온 노란색의 끈과 도포에 두른 자주색과 붉은색 끈은, 정삼품 이상의 당상관들만 사용할 수 있는 장식품이에요. 또한 소나무 아래에 기와를 이은 돌담과 아래쪽에 연꽃을 심은 호사스러운 연못이 있는 고급 주택으로 보아 높은 벼슬에 있는 양반들의 풍류를 그린 그림이에요. 화사하게 핀 연꽃과 오른쪽에 양반이 깔고 앉은 죽부인은 여름철에 기생들을 불러 유희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요. 조선 시대에는 넓은 정원과 연못이 있는 집들이 많았어요. 조선의 양반집이었던 강릉의 선교장에는 아직도 연못이 남아 있답니다.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반듯하게 차려입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두루마기도 입지 않고 집에서 쓰는 정자관까지 벗어 놓은 걸 보니 주인인 듯해요. 옛 선비들은 기생과 함께 놀이를 즐기는 일도 양반이 지녀야 할 풍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걸까요? 하지만 가운데 서 있는 선비는 기생을 앞에 앉혀 놓은 주인집 양반을 쳐다보기만 하네요. 그 옆에 앉아 있는 기생은 심심한 듯 담뱃대만 물고 있어요. 가야금 타는 여인 앞에 놓인 것은 화로인데, 담뱃불을 붙일 수 있게 곱돌로 아주 작게 만들어서 집 안에서 썼어요. 기녀들의 옷맵시나 선비들의 옷매무새, 가야금, 우아한 정원의 나무들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이 그림은 단순히 풍경만을 그린 게 아니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양반의 모습은 위엄 있고 절개 있는 모습이지만, 이 그림 속에 나오는 주인집 양반은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요. 신윤복은 양반 사회를 비꼬면서 그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풍자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연소답청, 나들이. 진달래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봄날이에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선비들과 기생들이 말을 타고 나들이를 나왔어요. 선비들은 앞자락을 뒤로 돌려 묶고, 기생들은 짧은 저고리에 몸이 드러나지 않게 가슴 싸개를 했어요. 누비 옷자락을 쓴 것을 보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나 봐요. 오른쪽에 있는 기생은 머리에 진달래꽃을 꽂고 담뱃대를 물고 있어요. 위쪽 행렬 끝에 갓을 든 사람의 얼굴 표정이 이상해요. 왜 그럴까요? 아하! 오른쪽 끝의 선비와 벙거지를 바꾸었군요. 봄날 여인들과의 나들이에 흥이 났는지 모자까지 바꾸어 쓰고 기생의 말구종 노릇을 하고 있어요. 서둘러 가는 말과 서서 기다리는 말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어요. 상춘야흥, 봄날의 흥겨움. 아랫부분에 돌로 쌓은 축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양반집 정원인 듯해요. 죽부인에 의지하여 앉은 두 선비는 높은 벼슬에 있는 사람들이 입는 넓은 소매의 도포에 자주색과 붉은색 끈을 둘러 묶고 갓도 큰 것을 썼어요. 큰 가체를 하고 앉아 있는 기생들과 왼쪽 아래에 작은 가체를 한 채 술상을 들고 잰걸음으로 오는 하녀의 모습이 대조적이지요? 얼마나 바쁜지 하녀는 머리카락이 삐져나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요.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들은 대나무로 만든 피리인 대금과 해금, 거문고를 연주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춘의만원, 봄빛이 가득. 물오른 나뭇가지와 봄빛이 가득한 어느 날, 나물 캐러 들로 나간 여인의 바구니를 덥석 잡은 저 선비는 누구일까요? 띠를 맨 부분에 주름이 잡힌 것으로 보아 철릭을 입었네요. 철릭은 군인 벼슬을 하는 사람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 무당이나 왕이 밖으로 행차할 때 시중드는 신하가 입기도 했어요. 술을 마셨는지 선비의 얼굴은 울긋불긋하고 가체가 작은 여인은 서민인 것 같아요. 서로 아는 사이인 듯 바구니에 어떤 나물을 캐 왔는지 장난삼아 보려고 하는 것 같지요? 휴기답풍, 가을 나들이. 길을 가던 선비가 쓰개치마를 두른 여인의 시선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출 듯 발걸음을 멈칫하고 있어요. 같은 일행이었으면 선비의 발이 가마꾼의 발과 같은 방향이어야 할 텐데 약간 옆으로 비켜서 있어요. 여인은 담뱃대를 물고 지붕이 없는 가마를 타고 있어요. 지붕이 있는 가마는 양반집 여인들만 탈 수 있었고, 지붕이 없는 가맛바탕은 기생이나 첩이 타고 다녔어요. 가마를 멘 두 사람은 어깨에 가마의 무게를 지탱하는 줄을 메고 있고, 손으로는 가마 자루를 붙잡고 있어요. 이것이 가마를 메는 방법이에요. 뒤에 있는 댕기 머리 총각은 단풍잎을 머리에 꽂았어요. 바람이 부는지 갓을 잡고 있는 선비의 모습과 휘날리는 갓끈이 그림 속의 날씨를 잘 표현하고 있어요. 쌍검대무, 칼춤. 넓은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칼춤을 추는 기생의 모습을 그렸어요. 어떤 배경도 없이 칼춤을 추는 광경을 화면 가득 채워 시선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 신윤복의 솜씨에 또 한 번 감탄사가 나오네요. 무용수의 옷에 청색과 홍색의 대조적인 색깔을 입힌 대담성도 엿보여요. 칼춤을 추는 기생을 한가운데에 두고 해금, 피리, 젓대, 장고, 북을 연주하는 악공들을 맨 아래쪽에 순서대로 배치하고, 맨 오른쪽에는 머리에 전립을 쓰고 북채를 잡은 장악원 악사를 그렸어요. 장악원의 악사들은 궁 안이나 민가에 나와서 연주를 하기도 했어요. 연회를 열 때 장악원의 악사들만으로 그 수가 모자라면 악기를 다루는 민간인을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지휘자인 북채 잡은 사람만 빼고 모두 민간인 악사인 듯해요. 왼쪽 아래에 앉아 수염을 쓰다듬는 양반은 사선을 들고 있어요.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사람은 아니었나 봐요. 장악원의 악사들과 민간인 악사까지 부른 걸 보니 이 잔치는 높은 관직을 가진 사람이 개최한 자리로군요. 가장자리에 파란 띠가 둘러진 돗자리 위에 죽부인에 기대앉아 있는 사람이 이 잔치의 주인공인 것 같아요. 도포에 자주색 띠를 매고 짙은 하늘색 끈으로 노리개 장도를 차고 있어요. 앞에 놓인 장죽의 길이가 무척 긴 것으로 보아 꽤 세력 있는 집안인가 봐요. 옛날에는 이런 긴 담뱃대나 부채, 장도의 손잡이 같은 것에 여러 모양의 장식을 했대요. 주인이 나들이 갈 때는 하인이 담뱃대, 담뱃갑, 재떨이 등을 들고 다녔지요. 무용수들의 옷차림은 군관들이 입던 옷이에요. 왼쪽에 있는 무용수는 가체에 깃털이 달린 전립을 쓰고, 소매가 좁은 겨자색 저고리 위에 주황색으로 된 겹옷인 전복을 입었어요. 폭 넓은 붉은색 치마는 하얀 버선을 돋보이게 하네요. 오른쪽에 있는 무용수는 춤추는 동작이 꽤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옥색의 치맛자락 끝을 묶고 몸은 활처럼 휜 자세를 취하고 있어요. 붉은색 치마를 입은 무용수보다 얼굴을 선명하게 그린 것은 왼쪽에 사람들을 많이 배치해서 자칫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한 신윤복만의 구도가 아닐까요? 날렵한 동작으로 리듬감이 묻어나는 무용수들의 춤사위에 절로 신바람이 나네요. 무녀신무, 굿. 흰쌀이 담겨 있는 소반 앞에 한 여인이 두 손을 모으고 무언가 간절히 빌고 있어요. 노랑 저고리를 입은 소녀는 턱을 괴고 무당의 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보통 굿은 여러 명의 악공으로 이루어지는데, 제물이나 참가한 사람의 수로 보아 서민의 굿이에요. 붉은 철릭을 입고 춤추는 무녀 한 명과 피리 불고 장구 치는 박수가 한 명씩이에요. 원래 조선 시대에는 유교를 나라에서 지정했기 때문에 불교를 믿거나 굿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어요. 그러나 비밀리에 절에 가거나 굿을 하기도 했지요. 정조 임금 때는 승려나 무당들을 모두 성 밖으로 내쫓아 성 안으로 드나드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했어요. 그러나 서민들에게는 굿이 하나의 놀이였어요. 그런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신윤복은 이 그림 속에서 담 밖에 서서 굿하는 광경을 구경하는 남자처럼 자신을 투영시켜 또 하나의 관객이 되었지요. 하지만 비밀리에 하는 굿이 못마땅한지 잔뜩 인상을 쓰고 있고 이를 본 여인은 계면쩍은 표정이에요. 납량만흥, 춤을 즐기다. 바위산을 배경으로 오목하게 자리 잡은 곳에서 중치막을 입은 선비와 기생이 춤을 추고 있어요. 바위산이 커다랗게 표현되어 오히려 사람들이 움츠러들어 보이네요. 테가 넓은 갓을 쓰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점잖은 양반의 모습이 아니라 완전히 자세가 늘어져 갓끈까지 풀어놓았어요. 기생은 몸에 꼭 맞는 저고리에 허리까지 둘러싼 가슴 싸개와 그 아래 배춧잎처럼 풍성한 치마를 입었어요. 몸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 양반들도 부인들에게 이런 옷차림을 하도록 요구했대요. 연주하는 사람들은 민간 악공들로 장구와 피리 둘, 해금으로 이루어져 높은 벼슬의 양반들이 초청한 ‘쌍검대무’나 ‘상춘야흥’에 비해 악기의 수준이 차이가 나요. 조선 시대에는 기생들의 춤과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기생을 찾아가거나 초청해야 했어요. 원래 양반들은 기생들이 사는 기방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양반들은 이들을 자신의 집이나 밖으로 불러내 즐겨야 했지요. 기생과 함께 악공을 부르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들을 초청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높은 벼슬을 하는 양반이에요. 신윤복의 그림에는 이처럼 당시의 사회생활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요. 임하투호, 숲속에서의 투호 놀이. 투호는 12개의 화살을 화살 길이의 2.5배 되는 거리에서 병 속에 던져 넣는 놀이예요. 궁중의 잔치나 양반들의 행사는 물론 선비들의 여가 활동으로도 인기가 있었지요. 혼자서 할 수도 있고 편을 나누어 하기도 했어요. 투호 병은 질그릇이나 사기그릇이 대부분이지만 구리나 놋쇠로 만든 것도 있어요. 병 속에 팥을 채워 넣기도 했는데, 화살이 떨어질 때 소리 나는 것을 막고, 또 흙으로 구워 만든 병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투호는 삼국 시대 때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조선 시대에는 유교 문화의 하나로 여겨져 궁중에서 왕자와 공주들이 시합을 하는 등 투호 놀이를 즐겼지요. 퇴계 이황은 투호를 좋아해서 혼자 하기도 하고 제자들과 편을 갈라서 하기도 했대요.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안동 도산 서원 전시실에는 그가 즐겨 했던 투호가 전시되어 있어요. 오른쪽에 있는 기생과 왼쪽의 선비가 차례를 기다리고, 갓까지 벗어 던진 선비는 중치막을 맨 띠조차 방해가 되는지 옆으로 돌려놓았어요. 소매까지 걷어붙인 채 열심이지만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쌍륙삼매, 쌍륙 놀이에 빠지다. 쌍륙은 서양장기처럼 말을 옮겨 상대방의 궁에 먼저 들어가는 쪽이 이기는 놀이예요. 주사위 두 개를 굴려서 나온 숫자대로 옮기는데, 말을 어떻게 잘 옮기느냐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말은 보통 검은 말 16개, 흰 말 16개인데 나무로 만들거나 동물의 뼈로 만들어 썼지요. 이 놀이는 아시아 쪽에서 중국으로, 다시 우리나라로 전해졌다고 하며 주로 부녀자들이 즐겼대요. 왼쪽에서 놀이를 지켜보는 남자는 갓 속에 검은 복건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벼슬이 없는 유생이에요. 오른쪽 남자는 탕건을 벗고 배자만 입은 채 쌍륙에 열중하고 있어요. 그림에서는 푸른색과 붉은색의 말로 편을 갈랐어요. 기생 쪽만 푸른 말 두 개가 나와 있는데, 판 위의 말은 모두 각 14개씩이에요. 아마 붉은색 말 두 개는 남자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놀이에 정신을 쏟고 있는 막상막하의 긴장된 순간을 오른쪽에 시로 써 놓았답니다. “기러기 비켜나는 울음소리 역력한데, 인적은 고요하고 물시계 소리만 아득하다.” 주유청강, 맑은 강에서 뱃놀이하다. 양반들이 기생들과 함께 한강에 와서 뱃놀이를 하고 있어요. 뱃놀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바위산이 크게 자리 잡고 있네요. 햇빛을 가리는 차일 아래에서 갓을 쓰고 오른쪽에 서 있는 남녀를 바라보는 나이 든 양반을 보세요. 보통 도포의 띠는 검은색, 붉은색, 자주색인데, 중치막에 흰색 띠를 맸어요. 물놀이를 하며 장난치는 기생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이도 흰 띠를 매고 있어요. 집안 어른이 세상을 떠나면 그 자손들은 슬픔을 나타내기 위해 흰 갓을 쓰고 흰옷을 입었어요. 여기에는 법이 있어서 사람마다 신분에 따라 흰옷을 입는 날짜가 달랐지요. 조선 시대 양반들은 부모가 돌아가신 뒤 3년 동안 부모를 생각하며 지냈어요. 그림 속에 있는 사람은 27개월이 지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28개월이 끝나기 전이에요. 이때는 그림처럼 검은 갓과 흰옷, 흰 띠를 매야 하지요. 젊은이는 수염 난 양반의 아들인 것 같네요. 상중임에도 기생들과 뱃놀이를 나왔군요. 이 그림 하나로도 당시의 장례 문화를 알 수 있어요. 신윤복의 그림은 아주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어요. 맨 오른쪽 끝에 앉아 생황 부는 기생과 대금을 불고 있는 총각이 악공 역할을 하는군요. 양반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집에 악기를 잘 다루는 하인을 데리고 있는 것이었어요. 대개 노래는 하녀의 몫이었고, 대금이나 피리를 부는 것은 남자 종이 했어요. 신분이 낮은 하인이라도 하는 역할에 따라 그림에서 크거나 작게 그려지는데, 이 그림에서는 작게 그리지 않았네요. 이승영기, 여승과 여인. 버드나무 가지에 새 잎이 돋는 봄날, 장옷을 입은 여인과 보퉁이를 든 여인이 절에 가는 모습을 그렸어요. 대삿갓을 쓴 여승이 웃으며 맞이하고 있네요. 버드나무와 개울을 가까이 그리고 다른 배경은 생략해 전체적으로 여백의 미를 살려 주고 있어요. 치마는 양반집 여인들만이 왼쪽으로 여미게 되어 있는데, 이 그림 속의 여인은 기생이지도 않은데 오른쪽으로 돌려 여몄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뒤따라오는 여인이 양반집 여인들의 치마 여밈을 하고 있어요. 앞선 여인과 그 하인으로 보이는 여인의 치마 여밈이 바뀐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신윤복이 김홍도처럼 그림을 바꿔 그렸을까요? 이것은 당시 사회가 어땠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어요. 이 당시에는 서민들이 장사 등 상업적인 수단으로 큰 부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장옷을 입은 여인이 큰 부자가 된 서민인듯 하네요. 또 아무리 양반집이었다고 해도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벼슬에 오른 사람이 없으면 먹고살기가 힘들었지요. 그래서 먹고살기 위해서는 남의 집일을 돌보기도 했어요. 이 그림 속의 보퉁이를 든 여인은 가난한 양반집 여인인 것 같아요. 남의 집일을 돌봐야 했지만, 차마 기생의 시중은 들 수가 없었으므로 서민 부잣집 여인의 시중을 들었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따라오는 여인의 얼 굴 표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요. 노상탁발, 거리 탁발. 거리에서 길 가는 사람들에게 탁발을 하기 위해 법고를 치고 있어요. 승려들은 모두 네 사람인데, 법고를 두드리는 사람만 까까머리이고, 목탁을 치는 사람은 감투를, 꽹과리를 치는 사람은 패랭이를 썼어요. 큰북은 법고라고 하는데 대개 아침, 저녁 부처님에게 예를 올릴 때 두드리지요. 이들은 모두 승려들이 입는 소매가 넓고 길이가 긴 장삼이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걸쳐 입는 가사를 입지 않았어요. 승려들이 평소에 입는 옷이 일반 사람들이 입는 옷과 같았다고는 하지만, 거리에서 탁발을 하는데 제대로 옷도 갖춰 입지 않은 모습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조선 시대에는 불교를 믿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절의 살림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어요. 승려도 아니고 일반 서민도 아닌 사람을 거사라고 하는데 이들은 광대같이 북과 징을 울리며 염불도 외우면서 부적 같은 것도 팔았지요. 이런 거사들은 거리에서 탁발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추운 겨울에는 절에서 생활하기도 했답니다. 물론 이들은 자기들끼리 절도, 집도 아닌 건물을 짓고 사주, 관상, 손금 등을 보기도 했어요. 임진왜란이 끝난 뒤 떠돌아다니던 많은 사람들이 절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런 일들을 했대요. 한 무리의 여인네들이 길을 가다가 이들의 염불 소리에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군요. 문종심사, 종소리를 들으며 절을 찾다. "소나무 숲 사이 절은 보이지 않는데, 종소리만 들린다." 말구종하는 아이까지 데리고 있는 것을 보니 점박이 말 위에 올라탄 여인은 양반집 여인이에요. 신분을 말해 주듯 삼회장저고리도 입었어요. 보퉁이를 든 하인이 뒤따르고 절에서 나온 고깔 쓴 승려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을 보니 꽤 권력이 있는 가문인가 봐요. 여인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승려는 사람들이 길을 오가며 소원을 비는 돌무더기 앞까지 마중 나왔어요. 왼쪽에는 배경을 비워 두고, 오른쪽에는 커다란 바위와 절로 가는 길목에 홍살문을 그렸어요. 원래 홍살문은 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금의 묘나 사당 등의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 놓는 문인데, 사대문 밖에 세워 놓기도 했답니다. 이것은 조선 시대 불교를 억누르던 정책 때문에 성 안이 아닌, 성 밖에 절을 세워야 했던 당시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보여요. 절 입구에는 일주문이라고 해서 지붕이 있는 문을 세워 놓았어요. 그래서 이 그림에 보이는 ‘절’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절이 아니라 ‘노상탁발’에서 나온 거사들이 생활하는 곳을 표현한 것일지도 몰라요. |
하늘이 내린 천재 화가 장승업 | 예술경험 | 유아 | "나도 원이다!" 무슨 뜻이냐고요? 바로 장성업의 호인 '오원'을 뜻하는 말이에요. 조선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화가였던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호에 있는 '원'이라는 말을 따서, 장승업 자신도 그들만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뜻으로 지은 거래요. 이것만 보더라도 장승업이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겠지요? 장승업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살았어요. 그러다 통역관이었던 이응헌이라는 사람의 집에서 하인으로 지내게 되었지요. 이응헌은 이상적(1803~1865)의 사위였는데, 이상적은 글씨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그림인 세한도를 가지고 있을 만큼 글씨와 그림을 모으는 데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어요. 이응헌의 집에서 물도 긷고, 장작도 패고, 마당도 쓸어 주며 끼니를 잇던 장승업은 비록 글씨는 배우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이해할 정도로 머리가 뛰어났다고 해요. 이응헌은 이름난 중국 사람들의 그림과 글씨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그의 집에 자주 모였어요. 장승업은 이들의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는데, 하루는 붓을 들어 직접 그림을 그리니, 대나무, 난초, 바위, 산수가 되어 마치 신기한 기운이 도는 듯했다고 해요. 장승업의 그림을 본 이응헌도 그의 뛰어난 재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그래서 장승업에게 종이와 붓을 주며 그림에만 힘쓰라고 격려했지요. 그 후로 장승업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그에게 그림을 청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답니다. 장승업은 주로 영모화나 인물화, 기명절지화를 많이 그렸어요. 하지만 산수화에도 뛰어난 재주를 보였답니다. 방확학산초추강도 확학산초가 그린 가을 강 그림을 보고 그림. 황학산초는 원나라 왕몽(1309~1385)의 호예요. 장승업은 그의 그림 기법을 좋아하여 그것을 따라 그린 그림이 많아요. 또한 중국 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보고, 배우며 자기 나름의 화법을 발전시키는 데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지요. 이 작품은 산과 바위를 표현한 방법이 풍림산수도와는 많이 달라요. 장승업이 화가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굳힌 시기에 완성된 것으로, 그림책에 그려진 대로 보고 그리던 것과는 달리 무척 부드러워졌어요. 나무에도 변화를 주어 붓질이 자유로워진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또 왼쪽에 배를 타고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은 고요함 속에 지루하지 않도록 움직임을 느끼게 해 주어요. 풍림산수도 단풍나무 숲을 그린 산수. 중국 당나라 때 시인인 두목(803~852)의 산행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거예요. 장승업의 산수화 가운데서도 초기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그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보고 그린 그림처럼 조심스러움이 나타나 있어요. "수레를 멈추고 앉아 저녁 단풍나무를 사랑하니 서리 맞은 단풍잎 2월의 꽃보다도 붉네." 화면 전체가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어요. 가운데 있는 정자는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사방으로 트여 있어요. 상 위에는 병 하나와 책들이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잘 정리되어 있네요. 아, 정자의 주인이 오른쪽 끝에서 수레를 타고 오고 있어요. 수레를 미는 아이는 저만치 정자가 보이자 마음이 급해졌는지 걸음걸이를 크게 하고 있어요. 무림촌장도 우거진 숲 속의 집. 조선 후기, 난초를 잘 그렸던 민영익(1860~1914)의 아버지인 민태호에게 그려 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장승업이 마흔 살 이후에 그린 산수화들은 예술적으로 완전히 자기의 것이 되어 나타난답니다. 특히 스스럼없이 표현된 붓질이 아주 자유롭게 나타나 있지요. 스승 없이 혼자 그림을 배웠을까? 장승업이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화가라고 해도, 처음부터 이렇게 뛰어난 그림들을 혼자만의 힘으로 그릴 수 있었을까요? 장승업보다 열여섯 살이 많은 혜산 유숙(1827~1873)의 그림과 장승업의 그림을 비교해 보면, 장승업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유숙은 산수화와 인물화, 영모화는 물론 풍속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그림을 모두 잘 그렸는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승업은 서른한 살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그림을 보여 주기 전이었답니다. 스승 없이 혼자 그림을 배웠을까? 장승업이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화가라고 해도, 처음부터 이렇게 뛰어난 그림들을 혼자만의 힘으로 그릴 수 있었을까요? 장승업보다 열여섯 살이 많은 혜산 유숙(1827~1873)의 그림과 장승업의 그림을 비교해 보면, 장승업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유숙은 산수화와 인물화, 영모화는 물론 풍속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그림을 모두 잘 그렸는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승업은 서른한 살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그림을 보여 주기 전이었답니다. 여러 동물을 담아내다. 묘작도 고양이와 참새. 오른쪽으로 비죽 튀어나온 바위 사이로 노란 국화가 피어 있어요. 바위와 국화는 오래 살라는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또 고양이도 그런 뜻을 나타내지요. 기쁨을 뜻하는 참새와 함께 그려졌으니, 기쁨을 누리며 오래 살라는 뜻으로 그려진 그림이에요. 영모도 왼쪽에 있는 사슴은 영지를 먹고 있어요. 사슴과 영지는 모두 오래 살기를 바라는 뜻을 가진 십장생에 속한답니다. 가운데 있는 병풍 그림에는 몸을 동그랗게 움츠리고, 순식간에 앞발을 뻗어 날벌레를 잡아챌 것만 같은 모습의 고양이가 그려져 있어요. 오른쪽의 그림은 갈대 속에서 뒤뚱뒤뚱 걸어가는 게의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요. 연못가의 물촉새. 커다란 연잎을 검은 먹으로 대담하게 그려 넣었어요.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분위기를 푸른색의 이파리로 산뜻하게 마무리했어요. 물촉새의 무게에 고개를 숙인 갈대가 잔잔했던 물 위에 동그란 물결 무늬를 만들었어요. 작은 물고기들은 먹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는지 물촉새가 있는 줄도 모르고 겁 없이 달려드네요. 게. 연못가의 물촉새와 함께 그려진 작품이에요. 같은 붓놀림으로 갈 대 잎을 툭툭 쳐 내듯이 그려 넣었고, 많은 게들도 역시 같은 붓 선으로 표현했어요. 위쪽의 게들은 거리감을 주느라 흐리게 그렸고, 아래쪽에 있는 게들은 가까운 곳이어서 진한 먹으로 표현했어요. 연못가의 물촉새는 그림의 무게 중심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게는 여기에 맞추기 위해 왼쪽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빈 공간도 위와 아래로 나누어 균형을 잘 맞추었어요. 집게발이 세 개인 게는 없나요? 모두 제대로 그려졌나 자세히 살펴보세요. 장승업이 또 다른 장난을 치지는 않았는지 말이에요. 게의 집게발에 대한 재미 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어요. 당시의 유명한 서예가 오세창(1864〜1953)이 장승업에게서 그림 한 폭을 얻었는데, 두 개의 집게발이 달려 있어야 할 게가 세 개의 집게발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세창이 장승업에게 물었어요. "어찌 세 개를 그리셨소?" 오세창의 질문에 장승업은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이 사람아, 다른 게 좀 있어야지. 똑같으면 보는 재미가 없지 않나." 버들과 까치.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지른 굵은 둥치에서 다시 아래로 내리뻗은 작은 버드나무 가지 위에, 한 쌍의 까치가 다정스레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아요. 푸른 잎들은 까치 들의 비밀 이야기를 감춰 주듯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까치의 긴 꼬리와 아래로 늘어뜨린 버드나무 가지, 길게 그려진 이파리가 서로 잘 어우러져 있어요. 유리딱새. 휘어진 나뭇가지 위에 앉은 작고 통통한 유리딱새와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이 잘 어울리게 그려져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에요. 버들과 까치는 오른쪽으로 선을 그으며 올라갔는데, 유리딱새는 왼쪽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지요? 이것도 역시 그림의 무게 중심을 생각해서 그린 거예요. 버들과 까치가 더 무거워 보이지만 작은 유리딱새를 아래쪽에 그려 넣었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고 멋들어져 보여요. 화가의 빈틈없는 그림 배치와 구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산수영모. 이 병풍은 오른쪽부터 제1폭의 원숭이 그림을 시작으로, 꽃과 새, 사슴, 닭, 잉어와 게, 고양이와 참새, 매, 연못의 오리, 산수, 앵무새의 순서로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제9폭만 산수화이고, 나머지는 모두 새나 고양이를 그린 영모화예요.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원숭이를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이 그림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해요. 10폭의 병풍 안에 꽃과 새, 나무와 산수, 동물 등 장승업의 붓놀림에는 막힐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든 소재를 뛰어난 솜씨로 그려 냈어요. 오른쪽 원숭이 그림부터 마지막 앵무새 그림까지 천천히 감상해 볼까요? 각각의 동물 그림과 함께 그려진 나무와 꽃들이 다른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처럼 보여요. 말 그림을 그리다. 장승업은 말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의 그림에는 얼룩말, 검정말, 흰말 등 다양한 종류의 말들이 등장하지요. 사람과 말의 교감이 느껴지는 그의 그림을 감상해 볼까요? 쌍마인물도 두 마리 말과 사람 얼룩이 검정말과 갈색 말, 두 마리의 말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은 넓적한 얼굴의 사람, 그리고 자연을 모두 잘 표현해 내는 장승업의 뛰어난 솜씨가 한 장의 그림에 모두 펼쳐져 있어요. 팔준도 여덟 마리의 말. 배경이라고는 앞쪽에 놓인 시커먼 바위가 전부인 그림이에요. 여기에 여덟 마리의 말과 네 사람을 그려 넣었어요. 여덟 마리의 말은 저마다 생김새와 색깔은 물론, 동작까지도 모두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세 사람은 말을 타고 사냥을 떠날 채비를 하려는 것 같은데, 어깨에 매가 앉아 있는 한 사람은 말을 타지 않았어요. 자신이 타고 갈 말을 고르기 위해 살펴보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사람이 타지 않은 말들은 고삐가 없는데 가운데 있는 흰말에만 고삐가 매여 있어요. 어쩌면 말을 타지 않은 사람이 흰말의 주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그 말 대신 다른 말을 타려고 하는 걸까요? 말들이 모두 멋있고 튼튼해 보여, 어떤 말을 선택할지 어려울 것 같네요. 거칠 것이 없어라. 장승업이 하늘만큼이나 높은 임금의 명령을 어기고 궁궐을 빠져나온 일이 있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장승업이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이 온 나라에 퍼지자, 고종 임금은 그를 궁으로 불러들여 궁중의 화원으로 삼았어요. 그러고는 장승업이 워낙 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술을 주기는 하되 많이 주지는 말라고 명령했어요. 하지만 장승업은 궁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감시하는 사람에게 물감을 구하러 나간다며 궁궐을 몰래 빠져나왔답니다. 화가 난 고종 임금은 장승업을 잡아 오게 하여 감시를 더욱 엄하게 하였지만, 그는 또다시 달아나기를 두세 번이나 거듭했다고 해요. 술을 좋아한 장승업은 그림의 대가로 받은 돈이 얼마가 되든 신경 쓰지 않고, 술집에 맡겨 놓고 되는대로 술을 마셨어요. 그리고 한껏 취해야 그림을 그렸답니다. 늘 술집과 그림을 부탁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을 돌아다니며 생활했던 그에게는 가정생활도, 임금님의 명령도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어요. 오직 흥이 일었을 때 그것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종이와 먹, 붓만이 필요했을 뿐이지요. 비록 떠돌이 같은 삶을 산 장승업이지만, 예술에 대한 그의 자존심은 매우 강했어요. 권력과 돈을 이용한다고 해서 어느 때라도 그의 그림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오른쪽은 거칠 것 없었던 장승업의 삶처럼, 하늘에서 거칠 것 없이 살아가는 매를 그린 호취도예요. 괴석과 매. 좁고 긴 비단 폭에 높다랗고 괴상하게 생긴 바위가 있고, 그 바위 꼭대기 위에 매 한 마리가 앉아 있어요. 홀로 있는 매 한 마리는 먼 곳을 주시하고 있는 눈빛 때문에 외로워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아주 강인해 보여요. 매. 굵게 아래로 내리뻗은 가지 위에 앉아 있는 매, 매의 날카로운 눈과 부리만큼 매섭게 표현된 위로 뻗은 나뭇가지, 그리고 이와 대비되듯 나무 아래로 토끼 한 마리가 살금살금 기어가고 있어요. 그 기척을 알아차린 걸까요? 매의 몸은 달아나는 토끼와 반대쪽을 향하고 있지만, 매의 눈동자는 토끼 쪽을 향하고 있어요. 활짝 펼친 발톱도 심상치 않아 보이네요. 꿩과 메추라기. 매 그림과 같은 때에 그린 그림이에요. 바위 뒤쪽에서 뻗어 나온 나무줄기 위에 앉은 꿩과 그 아래 메추라기를 그렸어요. 장승업 특유의 거친 붓 선과 함께 매 그림에서 느낄 수 없었던 부드러움이 꿩이나 메추라기, 작은 꽃잎 등에 나타나 있어요. 주변의 것들을 화폭에 담다. 솥, 꽃병, 소반, 화로, 화분 등의 여러 가지 그릇에 과일, 야채, 물고기, 문방구 등을 함께 그린 일종의 정물 그림을 말해요. 이런 그림들은 조선시대의 민화인 책거리 그림에서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김홍도의 포의풍류도예요. 장승업의 기명절지 그림은 중국 청나라 기명절지 그림의 형식을 빌려 와 자기만의 화법으로 발전시켜 그린 거예요. 기명절지. 양쪽에 귀가 둘 달리고 다리가 셋인 정이 소반 위에 놓여 있어요. 그 아래에는 거꾸로 엎어져 있는 벼루와 수선화, 난초가 뿌리 뽑힌 채로 놓여 있어요. 양반들의 대표적인 문방사우 중 하나인 벼루를, 거꾸로 엎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던 장승업이 글자를 모르는 자신에게 '문자의 향기'가 나는 그림을 바라던 양반들을 비웃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기명절지. 기다랗게 그려진 탁자 위에 쟁반과 수선화가 놓여 있고, 그 아래 정과 난초, 그리고 또 다른 수선화와 입이 찌그러진 시커먼 그릇이 놓여 있어요. 장승업의 기명절지 그림에는 이처럼 비뚤어진 입과, 왼쪽과 오른쪽이 잘 맞지 않는 그릇, 유난히 길어 불안해 보이는 탁자의 다리 등이 거리낌 없이 그려져 있어요. 자로 잰 듯 정확한 형태의 사물보다는 오히려 사실적이고, 또 인간적인 분위기까지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아요. 탁자 아래 놓인 정을 한번 살펴볼까요? 원래 정은 중국 하나라 때 우임금이 아홉 개의 솥을 만들어 왕위를 물려주는 상징적인 그릇으로 사용한 데서 국가나 왕권을 나타내는 뜻으로 쓰였어요. 나란히 서 있는 세 개의 다리는 나라들 사이의 힘의 균형을 나타내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상징하지요. 하지만 장승업이 그린 이 정은 그러한 힘을 적당히 나누기에는 불안해 보이는군요. 한 손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 것 같은 것이, 기다란 탁자의 다리와 함께 위태로운 느낌을 주고 있어요. 국석도 국화와 바위. 국화와 바위를 그린 그림이에요. 고결한 아름다움이 군자와 같다는 '사군자'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가 있는데, 예부터 선비들 사이에서 자주 그려지던 그림의 소재였어요. 하지만 장승업은 이런 그림들을 많이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게서는 흔히 말하는 '문자의 향기'가 없다고 해요. 대신 그의 그림은 거칠고 힘 있는 굵은 붓 선을 자랑하지요. 이 그림은 장승업이 그린 몇 안 되는 사군자 중 국화 그림이에요. 원래 바위 위의 국화는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그려졌어요. 하지만 이 국화는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것처럼 보여요. 아래 작은 꽃과 이파리들은 같은 방향으로 그려져 있는데, 큰 국화꽃은 바람의 방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해요. 백물도권 여러 가지 사물 그림. 기다란 비단에 갖가지 물건과 채소, 꽃들이 가득 그려져 있어요. 맨 왼쪽에 인삼을 비롯하여 연밥과 게, 조개, 무와 가지, 일그러진 벼루 등 여러 가지 사물들을 길게 늘어 놓았는데도 결코 지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요. 기명절지. 오른쪽 폭에는 둥근 정과, 꽃이 꽂혀 있는 기다란 꽃병이 있고, 그 앞에는 뚜껑 열린 주전자와 복숭아, 그리고 영지도 놓여 있어요. 왼쪽 폭에는 네모난 화분과 벼루가 그려져 있어요. 각각의 폭에 둥글고 네모진 물건들을 따로 배치하여 변화를 주고 있네요. 꽃. 작은 소반 위에 목이 긴 항아리가 놓여 있고 그 안에 꽃가지가 꽂혀 있어요. 아래쪽에 있는 작은 소반 위에도 화로에 꽃이 걸쳐져 있고, 그 앞에는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배추 한 포기가 있어요. 장승업은 어느 것이나 잘 그렸지만 특히 영모와 기명절지를 잘 그렸다고 해요. 아마 거대한 자연을 담아내야 하는 산수화보다 그리고 싶은 특정 대상들만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영모화와 기명절지화가 더 쉬웠던 건 아닐까요? 국화와 감. 유난히 다리가 긴 탁자 위에 있는 화분을 보세요. 탁자의 다리가 나뭇가지보다 가늘고 길어 화분이 위태로워 보여요. 또, 화분 속에 심어져 있는 국화의 활짝 핀 탐스러운 꽃송이가 그 위태로움을 더하는 것 같아요. 여러 인물을 그리다. 장승업의 인물화에 나오는 인물의 모습은 이전에 김홍도나 정선이 보여 주었던 것들과 많이 달라요. 이것은 아마도 당시 청나라와 여러 서양의 문물들이 들어오면서 생긴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사람들의 요구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장승업 역시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싶었겠지만,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했던 화가로서 사람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장승업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비록 중국의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받아들였지만 그것을 자기 방식대로 발전시켜 그리기도 했어요. 선비들의 그림뿐 아니라, 직업적인 화가들이 즐겨 쓰던 채색화까지도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렸답니다. 그런데 장승업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얼굴은 약간 갸름한 편인 그는 조선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노란 눈동자를 가졌다고 해요. 술을 많이 먹는 사람들 얼굴에서 나타나는 붉은 반점 때문인지 코끝이 조금 불그스레했지요. 오뚝한 코밑에는 까무잡잡한 수염이 우스꽝스럽게 붙어 있었는데 마치 카이저 수염 같았대요. 그다지 잘생긴 편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맑고 깨끗한 빛이 감돌아 멀리서 보아도 좋은 기운이 도는 사람처럼 훤해 보였다고 합니다. 화가는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림 속 인물을 그린다고 해요. 장승업이 그린 여러 인물도를 보면서 장승업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왕희지관아도 왕희지가 거위를 바라보다. 중국 동진 때의 인물인 왕희지(303 ∼361, 혹은 321∼379)는 글씨를 매우 잘 써서 '서예의 성인'이라고 불렸어요. 그는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거위를 보고 '왕희지 글씨체'를 만들었다고 해요. 거위를 바라보는 왕희지의 얼굴이 흐뭇한 미소로 가득 차 있네요. 왕희지득아도 왕희지가 거위를 얻다. 10폭으로 이루어진 병풍의 한 폭으로, 거위를 얻어 돌아가는 왕희지의 만족스러운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아이도 거위를 받쳐 들고 왕희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네요. 선동 아이와 소. 더벅머리 소년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네요. 같이 가던 검은 소도 주인을 따라 고개를 쳐들고 있어요. 소의 뿔로 보아 물소를 그린 듯한데, 장승업이 과연 물소를 본 적이 있었던 걸까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원숭이도 그린 그였으니, 물소 그림도 문제없었겠지요? 휘몰아치듯 거칠게 표현된 나무에서 장승업의 얽매이기 싫어하고 스스럼없는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세동도. 중국 원나라의 화가였던 예찬(1301∼1374)에 관한 고사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에요. 예찬은 맑은 성품에 너무나 깔끔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는 돈 많고 속된 사람이나 세속의 권력가들은 멀리했어요. 오동나무 옆에 있는 소년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예찬이에요. 어느 날 한 손님이 예찬을 찾아왔다가 나무에 침을 뱉고 갔는데, 하필이면 그 나무가 예찬이 아끼던 오동나무였지요. 손님이 돌아가자 예찬은 소년을 시켜 나무를 닦게 했어요. 괴상하게 비틀려 올라간 나무의 모습이 불쾌한 마음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는 예찬의 표정과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덕망이 높은 승려를 그리다. 인물화 가운데 도교의 신선이나 선녀, 불교의 덕이 높은 승려를 그린 그림을 도석 인물화라고 해요. 대체로 산수를 잘 그린 사람은 인물화에선 재주가 떨어지고, 인물을 잘 그린 사람은 산수를 잘 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장승업은 앞에서 보았듯이 산수화는 물론, 인물화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주고 있답니다. 삼인문년도 세 사람이 시간을 묻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삼인문년도가 화려한 색으로 그려져 있는 데 반해,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색이 어두워요.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 안정된 사회적 바탕 위에서 밝게 그려졌다면, 장승업의 이 그림은 당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장승업은 고종 황제의 황후였던 명성 황후가 일본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 뒤, 크게 화가 나 다시는 진고개(당시 일본인들이 모여 살던 거리)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해요. 당대의 위대한 화가이기 전에, 한 사람의 조선인으로서 장승업의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예요. 삼인문년도는 나이 많은 것을 자랑하는 세 신선에 관한 이야기예요. 한 신선은 소년이었을 때 까마득한 옛날 세상을 만든 반고와 알고 지냈다고 하고, 또 한 신선은 바다가 변해 뽕나무 밭이 되는 것을 볼 때마다 나뭇가지를 하나씩 놓았는데, 그 나뭇가지로 이미 열 칸 집을 다 채웠다고 말해요. 또 한 신선은 천도복숭아를 먹을 때마다 그 씨를 중국의 곤륜산에 버렸는데, 그 높이가 곤륜산과 같아졌다고 하며 서로 자기의 나이가 가장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런 도석 인물화는 여러 번 자주 그려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같은 주제로 그린 장승업의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삼인문년도 세 사람이 시간을 묻다. 원래 작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간송미술관의 삼인문년도와 비슷하여 장승업이 그린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요. 넘실대는 파도 아래 구름이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있어 마치 하늘나라 신선들을 그린 것 같아요. 오른쪽 바위 틈을 비집고 나온 나뭇가지에는 신선들이 먹고산다는 천도복숭아가 열려 있고, 뒤에 서 있는 신선이 든 지팡이 끝에는 먹으면 오래 산다는 영지버섯이 달려 있어요.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신선의 푸른 옷자락 끝에는 '목숨 수'자가 무늬처럼 쓰여 있네요. 위쪽 두 신선들의 옷자락에도 파도와 바위가 그려져 있어요. 파도를 이렇게 그리는 것은 민화 십장생 그림에서 자주 표현되는 방법이에요. 송하노승도 소나무 아래 늙은 스님. 비틀려 올라간 소나무 아래 노승이 앉아 있고, 그 옆에 호랑이 한 마리가 얌전히 자리 잡고 있어요. 노승의 뒤로는 지팡이를 쥐고 있는 동자승이 고요함 속에 표현되어 있지요. 옆에 보이는 동물은 언뜻 보면 표범처럼 생겼지만, 아마도 점박이 호랑이일 거예요. 우리나라 호랑이 가운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줄무늬 호랑이(참호랑이)와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점박이 호랑이(개호랑이)가 있었다고 해요. 예부터 호랑이는 신령한 동물로 여겨져, 산신과 함께 많이 그려졌어요. 풍진삼협도 세상에 의로운 세 사람. 중국 수나라 말에서 당나라 초에 활동했던 이정과 홍불기, 규염객을 나타낸 그림이에요. 홍불기는 유명한 기생이었는데, 전쟁에 필요한 기술과 군사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이정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해요. 규염객은 두광정이 지은 규염객전의 주인공으로 붉고 구불거리는 수염이 있어 규염객이라고 불렸대요. 선인채지도 신선이 영지를 얻다. 수염과 눈썹이 하얀 신선이 바구니에 가득 영지버섯을 담았어요. 여기에 그려진 신선은 그다지 중국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없어요. 비교적 배경을 간단히 나타냈는데, 이전의 화가들이 손을 잘 그리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신선의 손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어요. 절벽 위의 나무와 바위 등은 거침없는 선으로 그려진 데 비해, 신선의 얼굴과 옷 등은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어 이 한 장의 그림 안에서도 그리는 방법을 달리하고 있어요. 특히 신선이 딛고 서 있는 바위는, 물을 머금은 먹이 비단에 빨려 들어가는 점을 이용하여 그린 것으로, 그의 뛰어난 재주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지요. 바람과 같이 사라지다. 장승업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1897년 55세로 죽었다는 말이 있지만 정확히 알려진 사실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장승업은 평소 자신을 삶과 죽음을 떠도는 구름에 비유하며 얽매이지 않았다고 해요. 비록 장승업이 그림을 그리며 떠돌이 생활을 하였지만, 그도 마흔 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어요. 하지만 하룻밤만 지내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대요. 규칙적으로 밥 먹고 생활해야 하는 일에 얽매이기 싫어했던 그에게, 결혼 생활은 어쩌면 구속처럼 여겨졌을지도 몰라요. 그래서인지 장승업에겐 자식도 없었지요. 마치 떠도는 구름처럼, 그 거처를 알 수 없이 자유롭게 살다간 장승업은, 오직 위대한 그림만으로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을 남긴 조선의 마지막 최고의 화가였답니다. 송풍유수 솔바람 소리와 흐르는 물. 세 그루의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그 아래 편하게 옷을 입은 사람 둘이 앉아 있어요. 소매와 바지가 짧고 손에 부채를 쥐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무더운 한여름인가 봐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아이가 차를 끓이려는지 화덕 앞에 앉아 있네요. 산꼭대기에 숨어 있는 절 아래로 이리저리 물줄기를 바꾸며 흘러내리는 폭포는 뿌연 물안개가 되어 주위의 경치를 삼켜 버리고 있어요. 여름날, 시원한 폭포 소리를 벗 삼아 따뜻한 차를 마시는 기분은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세요. 가을. 장승업의 다른 산수화와 달리 아주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오른쪽 위 소나무 숲으로 가려진 부분에는 절의 지붕이 있고, 그 아래로 이어진 누각(사방을 내다볼 수 있도록 높이 지은 집) 옆에는 폭포의 물줄기가 커다란 강이 되어 흐르고 있어요. 물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초가로 지은 작은 정자도 보여요. 이 정자 아래에서 무르익은 가을 경치를 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
서민들의 꿈과 소망을 그림 민화 | 예술경험 | 유아 | 소박한 멋, 친근한 아름다움. 위엄 있고 무서워야 할 호랑이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어울리지 않게 자그마한 까치와 함께 있는 그림을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지 않나요? 민화라고 불리는 이런 그림들은 주로 조선 시대에 많이 그려졌어요. 민화는 수묵화와 같은 정통 회화에 비해 무언가 어설프고 투박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서민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하나의 미술 양식이었답니다. 민화가 언제 처음 그려졌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어요. 멀게는 삼국 시대에 그려졌던 고분 벽화에 그 기원을 두기도 하지만 조선 시대에 와서 가장 많이 그려졌지요. 민화는 아주 실용적인 용도로 만들어졌는데, 주로 집안을 장식하는 데 사용했어요. 그 당시에는 대부분 집집마다 이곳저곳에 민화를 붙여서 장식을 하는 것이 기본이었답니다. 민화는 그림의 주제에 따라 의미하는 것이 다 달랐기 때문에, 각 방이나 위치마다 그 성격에 맞는 그림을 붙이거나 혹은 병풍으로 만들기도 했지요. 또 민화는 장식적인 용도뿐 아니라 복을 바라는 마음, 혹은 화를 막아 주길 바라는 마음 들이 담겨 그려지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호랑이가 그려진 그림을 대문에 걸어 두곤 했는데, 그것은 호랑이의 용맹함이 액운을 막아 주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여의운룡도. 무시무시하게 생긴 황룡이 검은 구름 속에서 용트림을 하며 여의주를 바라보고 있어요. 용은 물을 다스리는 동물이라 여겨져서 이렇게 먹구름 사이에 그려진 용 그림은 가뭄에 비를 내려 달라고 하늘에 비는 기우제에 사용되곤 했지요. 용은 왕실에서부터 서민층까지 두루두루 아주 폭넓게 즐겨 사용된 소재일 정도로 친숙한 영물이었답니다. 벽사금계도 귀신 쫓는 닭. "꼬끼오!" 수탉이 울면 어두운 밤은 물러가고 환한 새벽이 밝아 오지요. 날이 밝아지면 빛을 두려워 하는 잡귀들이 도망친다는 생각 때문에 새벽을 알리는 수탉 그림은 악을 쫓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답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문에 닭이 그려진 그림을 걸어 두거나, 병풍에 그려 넣곤 했어요. 암탉과 병아리들을 지키기 위해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바위 위에 올라선 수탉의 당당한 모습이 아주 믿음직스러워 보이네요. 민화는누가그렸을까? 민화를 그린 이들은 정식으로 미술 공부를 하지 못한 화가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들은 화구를 챙겨 떠돌아다니며 장이 서는 곳에서 주문을 받기도 했고, 그림을 원하는 집이 있으면 그 집에 머물며 그림을 그려 주기도 했답니다. 민화는 화가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담긴 그림이라기보다는, 주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보편적인 소망이 담긴 그림으로 그 종류와 형태가 매우 한정적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민화에는 누가 그렸다는 표시로 찍는 낙관이 거의 없답니다. 또 민화는 전통 회화의 화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스러운 구도로 그려졌기 때문에, 실제로 보는 것과 똑같게 그려지기보다는 그리는 사람의 시각과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됐어요. 이처럼 민화는 그림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그린 사람들의 소박함이 잘 배어 있어 푸근하고 친숙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랍니다. 민화는 본그림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위에 종이를 대고 따라 그린 후에 채색을 해서 그림을 완성시켰답니다. 직접 밑그림을 생각해서 그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그림을 빨리 완성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림 실력이 꼭 뛰어나지 않더라도 웬만한 그림은 그려 낼 수 있었지요. 하지만 본그림을 따라 그렸다고 해서 모든 그림이 다 같지는 않았어요. 같은 본을 이용해 그린 그림이더라도 그린 이들의 실력과 개성에 따라 완성도나 느낌이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났답니다. 까치와 호랑이. 왕방울만 한 큰 눈에 마치 돼지 코를 연상시키듯 뒤집어진 작은 코, 솜으로 만든 장갑을 낀 것처럼 푹신해 보이는 발의 모습까지 정말 독특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의 호랑이예요. 비록 못생긴 호랑이지만 이래 봬도 새끼 호랑이가 세 마리나 딸린 어미 호랑이랍니다. 새끼 호랑이들은 마치 겁을 주려는 듯 무서 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고양이보다도 작고 왜소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귀엽기만 해요. 이렇게 민화는 정통 회화에서 보여지는 위엄 있고 고상한 모습보다는 어딘가 좀 부족한 듯하면서도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편안하고 친근감 넘치는 해학적인 모습의 그림이 많답니다. 부부의 화목을 바라다 화조도. 화사하게 핀 꽃나무 사이로 한 쌍의 새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어요. 마치 아름답게 잘 꾸며진 정원의 한 장면을 화폭에 옮겨 놓은 듯한 화조도는 민화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그림이에요. 자연을 사랑하며,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했던 옛 조상들의 마음과 슬기가 이러한 꽃과 새가 등장하는 그림으로 표현되었지요. 화조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어요. 그것은 그림 속의 새들이 꼭 사이좋은 한 쌍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이에요. 이것은 사이좋은 한 쌍의 새처럼 부부의 금슬이 좋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안방에 걸어 두기도 하고, 결혼한 신랑 신부의 신혼 방이나 혼례 때 병풍으로 사용하곤 했지요. 그 밖에도 화조도는 새와 꽃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화조도. 꽃과 새 그림으로 이루어진 병풍의 한 부분이에요. 병풍 하나하나마다 각각 다른 꽃과 다른 새들이 그려져 있지요. 이름 모를 들새, 혹은 원앙과 기러기 같은 새들이 깃털 하나까지 세밀하고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활짝 피어 있는 연꽃 사이사이마다 쌍쌍이 어우러져 노닐고 있는 새들의 모습은 부부의 화목을 기원하는 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답니다. 유개백자도. 탐스럽게 잘 익어 당장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석류의 알갱이들이 탐스럽게 맺혀 있어요. 그 밑에는 멋진 수석이 있고, 주변에는 기품 있는 모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네요. 다정하게 서로 바라보고 있는 새들은 봉황이랍니다. 봉황은 배가 고파도 대나무 씨앗이 아니면 먹지 않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한 번 날개를 펴면 9만 리를 날며, 성현 성군이 다스리는 시대에만 나타나는 고귀한 새로 여겨졌어요. 이 그림에서 석류는 많은 자손을, 봉황은 좋은 시절을 의미한답니다. 즉, 봉황이 노니는 좋은 시절에 많은 자손을 낳고 복을 누리며 살라는 뜻으로 그려진 그림이지요. 화조도. 흐르는 듯 아주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단순하면서도 밝고 경쾌하게 그려진 꽃과 새 그림이에요. 남색과 주황색 단 두 가지만 사용했는데도 아주 화사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어요. 점을 찍어 재미있고 간결하게 표현한 꽃나무 가지에 두 쌍의 새들이 정답게 앉아 있네요. 까치와 호랑이가 만나다 작호도.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그림을 '작호도'라고 해요.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작은 까치와 호랑이, 그 둘이 함께 등장하는 그림이 민화에서는 굉장히 많이 그려졌어요. 무슨 까닭에서 옛 조상들은 의외의 두 동물을 함께 그렸던 걸까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림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답니다. 그러면 직접 그림을 보면서 한번 알아볼까요? 까치와 호랑이. 호랑이가 익살스럽고 재미난 표정으로 자신보다 몇 배나 작은 까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대화이기에 저렇게 즐거운 표정일까요? 까치는 예부터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길조로 여겨졌어요. 그리고 사람의 길흉 화복을 주관한다고 알려졌던 서낭신의 심부름꾼이기도 하지요. 또한 호랑이는 까치가 가져온 소식을 다른 곳에 전해 주는 심부름꾼이에요. 혀를 살짝 내밀고 웃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까치가 호랑이에게 좋은 소식을 알려 주고 있나 봐요. 마치 새의 날개 같은 눈 모양에 시원시원하고 단순한 굵은 필체로 그려진 털 무늬가 아름다운 호랑이 그림이에요. 까치와 호랑이. 옆의 그림과 비슷한 구도의 까치와 호랑이 그림이에요.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호랑이가 옆의 그림에서처럼 순박하게 웃고 있는 표정이 아니라 오히려, 벌컥 화를 내는 것처럼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나무 가지에 꿋꿋이 앉아 있어 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보통 이런 그림에서는 호랑이는 부패하고 타락하여 권위를 잃어버린 양반을, 까치는 그러한 양반을 조롱하고 비웃는 서민들을 의미한답니다. 그림에 꿈을 담다 어해도. 마치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 있는 듯 실감나게 그려진 물고기들과 해초예요. 물고기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아주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물고기 그림을 '어해도'라고 불러요. 어해도에는 붕어, 잉어, 숭어, 방어, 병어, 피라미, 쏘가리, 송사리, 메기를 비롯해서 상어, 고래, 도미, 가자미, 가오리, 홍어, 꼴뚜기, 게, 새우, 심지어 홍합과 전복, 대합 같은 조개류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다양한 물속 생물들이 등장해요. 정말 대단하지요? 어해도는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그림이 뜻하는 바도 다르답니 다. 어떤 것은 시험에 붙어 벼슬길에 나서길 염원하는 것이고, 어떤 것은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바라는 것, 또 어떤 것은 대대로 많은 자손을 낳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지요. 어해도. 직접 연못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세하고 실감나게 그려진 물고기 그림이에요.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생동감 있게 느껴져요. 물고기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감상하며 조금이나마 답답한 현실에 서 벗어나고 싶었나 봐요. 물속을 그린 민화에는 새우나 조개, 게 같은 갑각류가 그려진 그림이 많은데, 이런 그림들은 주로 축하와 화합의 의미로 회갑 등의 잔치 선물로 사용되었어요. 그 이유는 새우의 한문 독음인 '하'와 조개의 '합'이 축하의 '하'와 화합의 '합'과 소리가 같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등이 굽은 모양을 하고 있는 새우는 바다의 노인을 상징 해서, 새우 그림은 부부가 평생 함께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군자어해도.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잉어들이 모여 있어요. 마치 할아버지와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대가족이 모두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밑에 게 한 마리도 모임에 끼고 싶어 엉금엉금 기어 오네요. 한 마리의 쏘가리는 외로운 듯 위를 향해 가려고 해요. 예부터 잉어와 게, 쏘가리는 모두 출세를 상징하는 의미로 그려졌어요. 게는 임금이 과거에 장원한 사람에게 하사했던 음식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쏘가리를 한문으로 읽으면 '궐어'가 되는데, 여기서 궐자가 궁궐의 궐과 발음이 같아서 '과거에 급제하여 대궐에 들어가 벼슬살이를 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됐답니다. 약리도 후한서에 보면 중국 황하 상류에 용문 폭포라는 큰 폭포가 있었다고 해요. 이른 봄철이 되면 강물이 불어나 거슬러 흐르는 물결이 생겨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늙은 잉어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폭포를 향해 앞다투어 뛰어오른다고 해요. 그리고 폭포를 뛰어오른 잉어는 우레와 번개가 일어나 꼬리가 불타 사라지고 용이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그래서 잉어가 용으로 변하는 것처럼 과거에 급제해 출세하는 것을 '등용문'이라고 해요. 옛날에는 과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잉어가 힘차게 뛰어오르는 그림을 선물로 주곤 했답니다. 글씨 그림으로 훈계하다 문자도. 글씨를 이용해 그린 그림을 '문자도'라고 해요. 문자도는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윤리 덕목에 관련된 글씨를 그림으로 표현한 거예요. 병풍에 쓰인 글자는 왼쪽부터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 이렇게 여덟 글자이지요. 이 문자도는 각각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형제간의 우애, 그리고 나라에 대한 충성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 예의 바르고 의리 있는 것과 청렴결백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숨기지 않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그래서 주로 사랑방이나, 글을 배우는 어린이들의 방에 병풍으로 만들어져 장식되곤 했지요. 문자도. '효'라는 글자 속에 잉어와 죽순 부채가 함께 그려져 있어요. 이것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어요. 옛날에 왕상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는 아픈 계모를 위해 엄동설한에 강에 나가 잉어를 잡아 정성을 다해 잡수시게 했다고 해요. 그리고 맹종이라는 사람은 죽순을 먹고 싶어 하는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에 대나무 숲에서 어렵게 죽순을 구해다 드렸지요. 또 황향이라는 이는 여름철 무더위 내내 부모님 곁에서 부채질을 해 드렸다고 해요. 이러한 일화로부터 잉어와 죽순, 부채가 효를 의미하는 소재로 함께 그려지게 된 것이랍니다. '제'라는 글자에는 주로 할미새와 산앵두꽃이 등장해요. 사이좋게 먹이를 나누어 먹는 할미새의 모습을 통해 형제간의 우애, 정을 나타내고 있지요. '충'이라는 글자에는 임금을 의미하는 용이 그려져 있어요. 임금에 대한 충성이 곧 나라에 대한 충성이라 여겼기 때문이지요. 그 밑에는 잉어나 거북, 그리고 새우와 조개 들을 그렸는데, 그것들은 화합과 충절 등을 의미한답니다. 편지를 입에 물고 있는 흰 기러기가 등장하는 '신'이라는 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언약과 믿음을 의미해요. '예'라는 글자에는 책을 등에 지고 있는 거북이 주로 등장한답니다. 고대 중국 설화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우라는 사람이 거북의 등에서 얻은 글을 통해 천하를 다스리는 홍범구주라는 법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 법에 예의 기본이 되는 삼덕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예'글자 그림에는 거북이 책을 지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게 되었답니다. '의'라는 글자에는 복숭아꽃과 연꽃, 그리고 물수리 두 마리가 그려져요. 여기서 복숭아꽃은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은 일화에서 유래해 그린 것이지요. 청렴한 것과 정직한 것을 뜻하는 '염'이라는 글자에는 주로 봉황이나 게가 그려졌어요. 상상의 새인 봉황은 무리 지어 번잡하게 살지 않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대나무의 깨끗한 열매만 먹는다고 알려져 그 고고한 품성 때문에 '염'자를 상징하게 됐지요. 또 나아갈 때나 물러날 때나 항상 조심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게도 '염'에 자주 그려지게 되었답니다. '치'라는 글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옛날 은나라의 백이와 숙제는 나라가 멸망하자 스스로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산속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고 살며 절개를 지켰다고 해요.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은거하며 살았던 백이와 숙제를 상징하는 의미로 달과 매화, 그리고 탑 등이 '치'자에 그려지게 되었지요. 금강내산총도. 겸재 정선은 우리나라의 산수를 자기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려 내어 진경 산수화풍을 확립시키고 동시에 진경 산수화의 발달에 큰 공로를 남긴 화가예요. 여러 차례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100여 폭에 이르는 많은 금강산 그림을 남겼지요. 그의 화풍은 훗날의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그 영향은 민화에까지 이르렀답니다. 소상팔경도. 소상팔경이란 중국의 소수와 상수가 합쳐지는 소상강 주변의 경치를 말해요. 산수화를 소재로 한 민화의 경우 우리나라의 금강산 이나 관동팔경처럼 중국의 경치 좋은 곳들도 많이 그려졌지요. 물론 이것도 대부분 상상으로 그려진 그림들이지만요.이런 그림들은 주로 병풍으로 만들어져 손님방이나 사랑방에서 사용됐는데, 전해 들은 이야기와 상상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풍경이 아주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답니다. 신선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담다 신선도. "삼신산에는 선인들이 살고 있고, 불로장생하는 선약이 있으며, 모든 새와 짐승들은 하얀 색이고, 금은으로 지은 화려한 궁전이 있다고 한다. 또 신선의 모양은 구름과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면 금세 나무 밑에 있고 더욱 가까이 가면 바람이 몰고 가 버려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역사책인 사기의 봉선서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도교로부터 유래된 신선 사상은 세속을 떠나 자연에 묻혀 살기를 염원했던 옛 조상들의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마음이 민화에도 반영되어 그려진 것이 신선도예요. 호랑이를 거느린 신선 표정은 아주 온화해 보이지만, 한쪽 발로 호랑이의 머리를 누르고 그 위에 태연히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위엄 있어 보이는 신선 그림이에요. 불로장생과 더불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살고 싶어했던 옛사람들의 소망과 부러움이 신선이라는 존재를 통해 잘 나타나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림 속 신선의 손에 먹으면 늙지 않는 불로초로 알려진 영지버섯이 있네요.수성노인도. 머리가 마치 산처럼 높이 솟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신선이 험악하게 생긴 푸른 빛깔의 사슴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어 요. 손에는 먹기만 하면 천 년을 살 수 있다는 장수의 열매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네요. 이 신선은 수성노인이라고 불리는데, 인간의 수명을 맡고 있다고 여겨졌지요. 이런 그림은 회갑같은 날에 장수를 기원하는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답니다. 신선도. 신선도에 등장하는 신선은 대부분이 남성의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간혹 이렇게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근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 신선도 있었어요. 그림 속의 신선은 '서왕모'로 봉황의 일종인 난새를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에요. 전체적인 색감도 아주 부드럽고, 새를 타고 너울너울 내려오는 모습이 매우 신비롭게 느껴지는 그림이에요. 장수를 바라다 십장생도. 예나 지금이나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나 봐요. 옛 조상들은 거북, 소나무, 대나무, 해, 사슴, 학, 돌, 물, 구름, 불로초 이 열 가지가 불로장생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십장생이라고 부르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으로 그렸지요. 그것이 바로 '십장생도'예요. 십장생 그림은 회갑과 같이 장수를 축원하는 자리에 병풍으로 사용되거나, 집 벽에 붙여져 마치 부적과 같은 용도로 쓰이기도 했답니다. 십장생도. 높다랗게 자란 잘생긴 소나무와 짙푸른 바위산, 삼천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다시 삼천 년이 지나야 열매가 맺힌다는 천도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들, 땅에는 영지버섯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그 속에서 사슴들이 한가로이 뛰어다니고 있어요. 하늘에는 붉은 해가 떠 있고, 우아한 학은 날기도 하고 소나무에 앉아 쉬기도 하며, 넘실대는 바다에는 거북들이 헤엄을 치고, 호기심 많은 사슴 한 마리가 그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네요. 과연 세상 어디에 이런 환상적인 곳이 있을까요? 무병장수를 꿈꾸었던 옛 조상들의 꿈 같은 소망이 그림을 통해서나마 이렇게 멋있는 환상의 세계를 펼쳐 놓을 수 있게 했답니다. 일월오악도 임금이 앉는 어좌 뒤에 둘러쳤던 병풍 그림인 일월오악도는 대부분 도화서의 화원들이 많이 그렸어요. 타오르는 듯 붉은색으로 칠해진 소나무와 산의 푸르름, 그리고 하늘의 군청색과 더불어 물과 달에 군데군데 칠해진 하얀색이 잘 어우러져 민화만의 독특한 색감이 뚜렷이 나타나는 그림이지요. 다섯 개의 봉우리는 동악 금강산, 서악 묘향산, 남악 지리산, 북악 백두산, 중악 삼각산을 의미하고, 하늘에 동시에 떠 있는 해와 달은 각각 왕과 왕비를 뜻해요. 산, 바위, 물, 나무, 해, 달 모두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임금의 위엄과 국가의 안위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책을 벗 삼다 책거리도. 온갖 다양한 책들이 가득 쌓여 있고, 세상의 진귀한 물건들은 다 모여 있는 듯한 멋진 서재가 있어요. 이 방의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옛 조상들은 책 더미와 각종 문방 용품들, 그리고 여러 장식품을 그림으로 그려, 주로 남성들의 서재로 사용되었던 사랑방을 장식했어요. 이런 그림을 '책거리도'라고 하는데, 책거리에서 '거리'는 구경거리를 뜻하지요. 이런 책거리 그림에는 글 읽는 것을 즐기고, 학문의 길을 걷는 것을 중하게 여겼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답니다. 책거리도. 책거리 그림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것은 그려진 물건들을 바라본 시점들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에요. 어떤 것은 오른 쪽에서, 어떤 것은 왼쪽에서, 또 어떤 것은 위에서 바라본 다양한 시점의 구도가 모두 한 화면에 그려져 있지요. 원래 이런 다시점 현상은 정통 회화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민화에서 특히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 중 하나예요. 또 어떤 물건들은 뒤쪽으로 갈수록 더 넓어지게 그리는 역원근법을 사용하기도 했지요. 이런 경우는 그 물건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이거나, 혹은 책더미 건너편에 앉아 있는 주인의 시각에서 본 것처럼 그렸기 때문이랍니다. 호피장막도. 호랑이 장막 사이로 마치 비밀 창고인양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어요.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책들과 안경, 바닥에 있는 벼루와 먹, 특이한 모양의 연필꽂이에 꽂힌 붓도 보여요. 공작 깃털과 촛대, 다양한 모양의 주전자들, 심지어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보이네요. 책장 위에는 접시에 담긴 석류도 있어요. 조선 후기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양반 계층이 많아지고, 청나라와의 교류로 인해 외래 문물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어요.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서적과 문방구뿐 아니라, 각종 사치품들까지도 많이 수입됐지요. 진귀한 물건들을 몰래 감추어 놓고 혼자만 즐기다가, 잠시 자랑이라도 하듯 호피 장막을 살짝 걷고 물건을 보여 주는 것 같은 구성이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풀과 꽃, 나비가 어울리다 초충도. 화려한 날개를 자랑하며 각양각색의 나비들이 활짝 핀 꽃 주변을 너울너울 날고 있어요. 땅에는 작고 귀여운 개미들이 먹이를 발견했는지 줄지어 지나가고요. 마치 향긋한 꽃향기가 날아들 듯 식물과 곤충들을 아름답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 그림을 '초충도'라고 해요. 키가 큰 나무를 많이 그려서 남성적인 느낌이 컸던 화조도에 비해 초충도는 작은 풀과 꽃들, 그리고 그 주변의 곤충들을 오밀조밀하게 그려 내 단아하고 여성적인 느낌이 들지요. 그래서인지 초충도는 부인들의 방에 많이 걸리곤 했답니다. 조선 시대 초충도의 대표적인 화가로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도 유명한 신사임당을 들 수 있어요. 신사임당이 그려낸 초충도의 섬세한 필치와 아담한 정취는 민화에도 그대로 전해졌는데, 민화의 초충도도 그것만을 전문적으로 그려 내는 화가가 있을 정도로 아주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졌답니다. 초충도 수박과 쥐. 이 그림은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예 요. 신사임당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여류 화가로 주로 초충도를 많이 그렸 어요. 탐스럽게 열린 수박과 화려한 모양새의 나비들이 등장하는 그림이에 요. 귀여운 생쥐 두 마리가 먹성 좋게 수박의 밑둥을 갉아먹고 있어요. 수박의 속과 나비, 그리고 가장자리에 다소곳이 피어 있는 패랭이꽃의 빨간색이 잘 어우러져 단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세련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요. 초충도. 화사하게 피어난 나리꽃 속에 작은 노랑나비가 깊숙이 안겨 있어요. 향기로운 꽃향기에 취해 있는 걸까 요? 커다랗고 멋있게 생긴 검은빛 나비도 향기를 맡았는지 꽃을 향해 날아오네요. 잎사귀에는 뭐에 그리 놀랐는지 동 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재미난 표정의 사마귀가 그려져 있어요. 마치 그림을 바라보는 이와 눈이 마주쳐서 놀란 것만 같아요. 사마귀의 그 동그란 눈이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듯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따뜻하고 화사한 색감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잘 이루어 평온하면서도 정감 있는 그림이에요. 편복도. 예부터 박쥐는 서양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동물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박쥐가 복을 상징하 는 동물로 여겨졌어요. 박쥐를 한문으로 '편복'이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복'자가 우리가 흔히 아는 '복'자와 발음이 같았기 때문이지요. 또 어두운 밤에 박쥐가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재산을 물어 온다고 해서 집 안에 많은 보물이나 돈 등 귀중품을 넣어 두는 궤짝의 손잡이에 많이 그려졌어요. 백접도. 군접도, 호접도 등으로도 불리는 백접도는 활짝 핀 꽃송이나 꽃잎을 배경으로 화려한 나비를 그린 그림을 말해요. 대부분 나비는 남성을, 꽃은 여성을 의미하지만 백접도에서는 아름다운 한쌍의 나비를 부부로 표현하고 있어요. "우리 둘이 사랑타가 생사가 한이 있어 한 번 어차 죽어지면 너의 혼은 꽃이 되고 나의 넋은 나비 되어 춘삼월 춘풍 시에 네 꽃송이에 내가 앉아 두 날개 활짝 벌리고 너울너울 춤추거든 네가 나인 줄 알려무나." 춘향전 사랑가 중에서 이도령이 춘향에게 불러 준 노래예요. 이 시에서처럼 나비 그림 민화에서 나비는 총각을 의미하고, 꽃은 처녀를 의미해요. 그리고 나비 한 쌍은 남녀 한 쌍을 상징하지요. 나비는 사랑과 기쁨, 그리고 부부간의 화합을 뜻한답니다. 상상이 만들어 낸 동물들 영모도. 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을 '영모도'라고 해요. 영모도에는 상상 속의 동물들이 많이 그려졌어요. 호랑이나 말, 사슴, 거북 등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들도 그려지긴 했지만, 용이나 봉황, 기린, 해태, 사불상, 불가사리, 천록, 삼두독수리 등 이름조차 낯선 동물들이 많이 그려졌지요. 이런 상상의 동물들은 여러 동물들의 신체 각 부위를 조합해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봉황은 닭의 머리에 뱀의 목을 하고 앵무새의 부리,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가진 아주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옛 사람들은 이런 신비한 동물들이 악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고 믿고, 그림을 그려 집 안에 걸어 두곤 했답니다. 청룡도. 예로부터 신비롭고 귀한 존재로 여겨졌던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에요. 몸통은 비늘이 있는 커다란 뱀과 같이 생겼고, 네 개의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나 있어요.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고, 등에는 81개의 비늘이 있어서 사람이 이 비늘에 닿으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토끼 같은 눈, 소의 귀, 뱀의 목, 호랑이의 발바닥, 매의 발톱, 이무기의 배를 가졌다고 전해져요. 검은 먹구름 속에 몸을 가리고 날아오르는 듯한 청룡의 모습이 힘 있게 느껴지는 그림이에요. 귀신 잡는 개. 네 개의 눈, 네 개의 귀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조금 은 징그럽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이 동물은 귀신 잡는 개랍니다. 눈과 귀가 두 배로 많아졌으니, 얼마나 잘 보고 잘 들을 수 있을까요? 귀신을 내쫓아 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동물까지 상상해서 만들어 낸 옛사람들의 생각이 참 기발하네요. 해태. 중국의 박물지에 이물지라는 문헌이 있는데, 거기서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어요. "해태는 중국 동북 지방 깊은 수풀이나 산속에 사는 짐승으로 신선이 먹는다는 먹구슬 나무 열매만 먹어서 그 둘레에는 파리 한 마리 꾀지 못한다는 성스러운 짐승이다. 소의 머리와 말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발톱은 둘로 갈라져 있고, 온몸에는 푸른 비늘이 돋아 있다. 힘이 어찌나 센지 어떤 동물도 당해 낼 수 없지만 성질이 올곧고,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중 사악한 자에게 대들며, 사람이 논쟁하는 것을 들으면 부정한 쪽에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곧 옳고 그름을 능히 판단하는 충직한 짐승으로 아홉 가지 덕까지 갖추고 있다." 넓은 들판을 누비다 수렵도. 광활한 산과 들판을 뛰어다니며 말을 탄 사람들이 사냥을 하고 있는 그림을 '수렵도'라고 해요. 수렵도는 그 기원을 고구려 고분 벽화에 두고 있는데, 주로 무관이 거처하는 방이나 군사 시설 등에 사용되기도 했고, 일반 가정에서는 집 안에 잡귀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용도로도 쓰였답니다. 수렵도. 8폭의 병풍이 이어져 하나의 광활한 풍경을 이루고 있어요. 그림의 내용은 왼쪽부터 시작돼요. 사냥을 하기 위해 말을 타고 등장하는 사냥꾼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이제 본격적인 사냥을 하기에 앞서 여우나 멧돼지처럼 비교적 작은 동물을 잡으려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밑으로 내려가면 사냥은 더욱 열기가 더해져 호랑이 사냥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지요. 간결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된 산과, 힘차게 말을 타고 사냥에 몰두하는 사냥꾼들의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 아주 생동감 있게 전해져요. 수렵도. 어색한 표정과 동작으로 호랑이를 향해 창을 겨누는 사냥꾼과, 그에 맞서 창을 막아 내는 겁 없는 호랑이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담긴 수렵도예요. 하늘에는 꿩 세 마리가 줄을 지어 날아가고, 나무들은 앞쪽에 있는 것이나 뒤쪽에 있는 것이나 상관없이 크기나 모양이 모두 작고 볼품없게 그려져 있어요. 현란한 색감과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표현들이 어우러져 아주 독특하고 재미난 풍경을 이루고 있는 그림이에요. 그림 속에 펼쳐진이야기 설화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유명한 옛 소설이나 전설 등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것을 '설화도'라고 해요. 여기에는 주로 삼국지나 춘향전, 구운몽처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소설들이 주된 소재로 사용됐어요. 이 이야기 그림은 책 한 권의 주요 장면을 여덟 폭 정도로 간추려 그려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도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답니다. 구운몽. 최초의 한글 소설인 구운몽은 김만중이 유배 생활 중에 홀로 계신 팔순의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쓴 소설로, 하룻밤 만에 완성했다고 전해져요. 주인공이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것을 꿈속에서 이루게 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모든 부귀영화는 한낱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여덟 폭 병풍으로 만들어진 이 그림은 보는 이들이 소설의 내용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장면, 장면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졌어요. |
한 권으로 읽는 교과서 우리 집1 | 예술경험 | 유아 |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는 집. 집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사람이나 동물이 더위나 추위, 비바람을 피해서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고 해요. 하지만 현대인들은 집을 더 이상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주 세련되고 현대적인 기능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편안한 공간을 원하지요. 그래서 해마다 아파트와 최신식 고층 건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래전 우리 조상들의 멋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옛집을 그리워합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높다란 아파트 사이에서는 마음껏 햇볕을 바라볼 수도 없고, 예쁜 꽃 한 송이도 기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바로 우리의 옛집을 살펴보기 위해 꾸며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의 집이 어떻게 변해왔나 살펴보고, 팔도강산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옛집을 꼼꼼히 둘러볼 거예요. 풋풋한 풀잎 향이 나는 초가집과 솟을대문 안에 듬직하게 앉아 있는 기와집 속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발로 밟아 보고, 으리으리한 궁궐과 사천왕이 지키는 사찰, 글 읽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서원의 특징과 그 의미도 새길 수 있을 거예요. 알면 알수록 귀하고 소중한 우리 옛집을 공부하며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느끼길 바랍니다. 집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우리 옛집은 자연을 억지로 집에 들이지 않고, 집과 산천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도록 했어요. 산에서, 들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얻은 재료로 집을 짓고, 쑥쑥 키 재기하는 나무로 정원을 만들었지요.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넓은 대청마루에 누워 있으면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보이고,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풀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지요. 그리고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굴뚝은 마치 하늘과 대화를 하는 것 같답니다. 장작을 아궁이에 넣고 고슬고슬 쌀밥을 준비하면 따뜻한 기운이 온돌을 데워 방 안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지요. 동굴에서 기와집까지.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이나 강가에 기둥을 세우고 풀과 갈대를 이어 막집을 짓고 살았어요. 그들은 열매와 곡식을 채집하고, 뾰족한 돌을 이용해서 사냥을 했지요. 그리고 식량이 떨어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답니다. 터를 잡고 움집을 짓다.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정착 생활을 했어요. 그들은 넓은 터에 자리를 잡고 움집을 지었답니다. 신석기 시대의 움집은 땅을 둥글게 파낸 뒤 나무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 짚, 풀, 동물 가죽 등을 얹어서 지붕을 만들었어요. 움집의 바닥 한가운데에는 불을 피우기 위한 화덕을 설치하고, 주변에는 곡식을 담을 수 있는 토기를 놓아두었지요. 영차 영차, 땅 위에 집을 짓자. 수확한 곡식이 점점 많아지자 사람들은 저장하는 공간과 평소에 생활할 수 있는 방을 구분하기 시작했어요. 땅 위에 짓는 집은 거센 바람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뼈대가 튼튼해야 했답니다. 먼저, 기둥을 곧게 세우고 기둥머리에서 가로, 세로 방향으로 나무를 튼튼하게 엮어 사각형의 뼈대를 만들었어요. 기와집의 뼈대 위에 경사진 지붕을 얹고, 기둥 사이에는 고운 흙을 발라 벽을 만들었지요. 또한 벽에는 햇살을 담아 줄 예쁜 창이나 문을 달았답니다. 기와를 빚어 만든 기와집. 기와집은 기와로 지붕을 얹은 집이에요. 기와는 흙을 빚어 불에서 구워 냈기 때문에 모양이 썩거나 변하지 않았어요. 또한 기와에는 여러 가지 문양이 새겨져 있어 지붕의 모습도 아름다웠지요. 기와를 얹는 지붕은 풀이나 짚으로 만든 초가지붕보다 무겁기 때문에 튼튼한 기둥과 뼈대를 만드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했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기와. 기와는 만드는 재료에서부터 자연과의 조화를 느끼게 해요. 우리의 전통 기와는 찰흙을 반죽하여 구워 만든 토기와예요. 토기와에는 광택을 내지 않은 무유와와 광택을 낸 시유와가 있지요. 무유와 중에서 저온으로 구운 것을 적와라 하고, 완전히 구워지기 전에 솔잎 연기로 구운 것을 훈와라고 해요. 색깔은 흑회색이랍니다. 우리 옛집은 맞춤형 가옥. 우리 조상들은 추위와 더위를 막기 위해서 어떤 집을 지었을까요? 우리나라는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겨울에는 춥고 건조하고, 여름에는 북태평양 기단에 들기 때문에 무덥고 습기가 많으며, 봄과 가을에는 맑고 건조한 날이 많아요. 이러한 날씨와 지역적인 특성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은 지역마다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되었답니다. 지혜가 가득 담긴 우리 옛집.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은 크게 북부 지방의 ㅁ자 집, 중부 지방의 ㄱ자 집과 ㄷ자 집, 남부 지방의 一자 집으로 나눌 수 있어요. 겨울에도 기온이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는 집을 지었고, 중부 지방에서는 북부 지방의 특징과 남부 지방의 특징이 고루 갖추어진 집을 지었어요. 또한 북부 지방은 여름에도 덥지 않아 바람이 많이 통하지 않는 집을 지었답니다. 지방마다 집의 모양이 달라요.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은 크게 북부 지방의 ㅁ자 집, 중부 지방의 ㄱ자 집과 ㄷ자 집, 남부 지방의 一자 집으로 나눌 수 있어요. 一자 집은 주로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지었던 집의 모양이에요. 안방, 사랑방, 부엌이 일렬로 붙어 있어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했답니다. ㄱ자 집은 一자 집에 또 다른 一자 집을 합쳐 놓은 모양이에요. ㄱ자 집은 방과 방 사이에 마루를 놓아 다니기에 아주 편하도록 했어요. 경기도와 충청도에서는 ‘고패집’, 전라도에서는 ‘곱은 자 집’이라고 불렀어요. ㄷ자 집은 방과 부엌, 외양간 등을 모두 붙여서 지은 집으로 주로 중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ㄷ자 구조는 거친 바람을 막아 내기에 안성맞춤이었지요. ㅁ자 집은 추운 북부 지방의 집 모양이에요. 사방을 모두 막아 놓았기 때문에 집은 따뜻하지만 햇볕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았어요. 겹집과 홑집은 무엇이 다를까? 겹집이란, 여러 채의 집이 겹으로 된 집을 말해요. 이런 집은 두꺼운 벽, 작은 창문, 낮은 천장이 특징이며, 주로 추운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집 구조랍니다. 홑집은 겹집과 반대로 집 한 채만으로 이뤄진 구조예요. 넓은 대청마루, 넓은 창문, 높은 천장이 특징이에요. 어떤 재료로도 집을 지을 수 있어요. 남북으로 긴 우리나라는 북쪽과 남쪽의 기후가 많이 달라요. 그래서 지역마다 자라는 나무나 식물도 다르지요. 각 고장에서 나는 재료들을 이용해 집을 짓기 때문에 지역마다 집의 종류에도 큰 차이가 있답니다. 다양한 집의 재료와 종류들을 함께 알아볼까요? 너와집과 귀틀집. 산골 마을에서는 볏짚을 쉽게 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를 이용해서 집을 지었지요. 나무를 쪼개 만든 집을 ‘너와집’이라 하고, 통나무를 쌓아 벽과 지붕을 만든 집을 ‘귀틀집’이라 해요. 너와로 지붕을 올린 집은 백 년 동안 유지될 만큼 튼튼했답니다. 투막집. 울릉도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그 피해를 막기 위해 ‘투막집’을 지었어요. 투막집은 지붕과 처마를 온통 억새풀이나 싸리가지로 지은 집이에요. 이렇게 만들어진 벽을 ‘우데기’라고 해요. 샛집. 강과 들이 가까운 지역에서는 억새나 갈대 따위의 새를 베어서 지붕을 엮었어요. 이 같은 집을 ‘샛집’이라고 해요. 이 풀들은 수명이 아주 오래가서 한 번 지붕을 덮으면 수십 년은 끄떡없답니다. 굴피집.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는 이십 년쯤 자란 굴참나무의 껍질을 떼어 내 ‘굴피집’을 지었어요. 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하여 나무껍질을 두 겹으로 덮었답니다. 벽도 재료에 따라 이름이 있어요. 우리 옛집의 벽은 대부분 흙으로 만들어져서 전통 옛집을 흙벽집이라고 부르지요. 그 밖에는 거푸집을 놓고 그 사이에 흙을 다져 넣은 둑집, 흙과 돌을 번갈아 쌓아 얼기설기 짜 맞춘 흙담집, 돌을 쌓고 그사이에 흙을 채워 넣으면서 쌓아 올린 돌담집 등이 있답니다. 아기자기한 한옥의 구조. 한옥은 기둥, 보, 도리로 건물의 뼈대를 완성한 뒤에 지붕을 올리고, 벽을 바르고, 집 안을 꾸미는 순서로 지어져요. 이때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자연에서 얻은 것이에요. 한옥을 만드는 순서를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먼저, 흙이나 돌을 다져 여러 겹의 기단을 쌓았어요. 그래야 땅의 습기가 집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나무를 이용해 기둥과 서까래를 놓고 문과 대청마루를 내었어요. 벽은 짚과 흙을 섞어 바르고 창에는 한지를 발랐어요. 방바닥에는 고운 한지를 깐 뒤 콩기름을 발라 윤이 나게 했어요. 그리고 까치발을 하면 집 안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나지막한 담을 쌓고, 담장에는 아름다운 장식을 새겼지요. 이 장식들은 모두 풍요로움과 행복을 비는 마음을 담은 것이랍니다. 한옥은 첨단 과학으로 지어요.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살던 집은 마루와 온돌이 있는 한옥이에요. 한옥은 짚이나 기와로 지붕을 얹고, 여름에는 시원한 마루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온돌에서 생활하도록 지은 집이지요. 한옥은 지방에 따라, 그리고 주인의 신분에 따라 그 규모가 달랐어요. 이제 전통 한옥의 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솟을대문. 집을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높은 대문이에요. 그런데 왜 대문을 높고 커다랗게 지었을까요? 그것은 가마나 말이 집 안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나지막한 담 위로 높다랗게 오른 솟을대문은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건 물론이고 위엄이 느껴져요. 사람 몸 크기에 적절한 높이와 크기의 솟을대문은 담백한 한옥이나 서원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답니다. 사랑채. 남자들이 휴식을 취하던 곳으로 손님이 찾아오면 이곳에서 식사와 잠자리를 대접했어요. 그리고 집안의 어린 자녀들에게 학문과 예의를 교육하는 장소로도 쓰였답니다. 곳간. ‘칸’ 수가 많은 기와집에는 곳간이 별도로 있었지요. 오래 저장해 두어야 할 음식이나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보관했어요. 별채. 집주인의 딸이 머물던 곳으로, 안채의 뒤쪽에 위치해 있었어요. 결혼하지 않은 딸이 머무는 별채는 ‘초당’으로도 불렸어요. 사당. 안채나 사랑채 뒤쪽에는 조상을 섬기던 사당이 자리해 있었어요. 조상의 위패를 모셔 두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랍니다. 안채. 집 안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으로, 대문에서 가장 깊숙한 안쪽에 위치해 있었어요. 이곳은 여성들이 아이를 출산하고 집안의 살림살이를 보살피는 공간이랍니다. 집의 모양을 결정하는 지붕. 한옥의 지붕은 기와를 올리는 구조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어요. 크게 팔작지붕, 우진각 지붕, 맞배지붕으로 나누고 이것을 변형한 사모지붕, 육모지붕, 팔모지붕으로 세분화된답니다. 팔작지붕. 우진각 지붕 위에 맞배지붕을 올려놓은 것과 같은 형태예요. 용마루와 내림마루, 추녀마루가 모두 갖추어진 가장 화려하고 장식적인 지붕이랍니다. 우진각 지붕. 집의 네 면 모두에 지붕이 있는 형태예요. 우진각 지붕에는 용마루와 추녀마루만 있으며 내림마루는 없어요. 맞배지붕. 한옥 지붕의 기본이 되는 맞배지붕은 지붕의 양면이 사를 이루고 있어요. 그 모양은 마치 책을 반쯤 펴놓은 것 같은 팔 자형이지요. 지붕과 관계된 용어. 용마루는 지붕의 앞면과 뒷면이 만나는 부분. 내림마루는 용마루의 옆면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부분. 추녀마루는 지붕의 네 꼭짓점으로 향하는 부분. 재미있는 모양의 모임지붕. 모임지붕은 지붕의 추녀마루가 경사지게 올라가 지붕 가운데에서 합쳐지는 지붕이에요. 이러한 모임지붕은 평면 모양이 사각형인 경우에는 사모지붕, 육각형인 경우에는 육모지붕, 팔각형인 경우에는 팔모지붕이라고 불러요. 다양한 모양을 가진 모임지붕은 주로 정자 건물에 많이 사용되었답니다. 지붕을 꾸미는 예쁜 장식들. 용마루 양쪽에는 새의 날개나 물고기 꼬리 모양의 장식 기와가 올라가는데 이를 ‘치미’라고 해요. 그리고 지붕 양면의 테두리 끝에 용머리 모양의 장식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를 ‘용두’라고 부르지요. 추녀 끝에 올리는 사람이나 동물 모양의 기와는 ‘잡상’이라고 한답니다. 지붕에 잡상을 올린 이유는 지붕을 멋스럽게 보이게 하고, 화재나 나쁜 악귀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시원하고 따뜻한 한옥.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날씨가 뚜렷하게 달라요. 한옥은 이러한 우리나라 기후에 가장 적합한 가옥이랍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마루에서 더위를 식히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추위를 이겨 낼 수 있으니까요. 옛 기록을 보면 마루는 남쪽 지방에서 시작되어 북쪽 지방으로 전해졌고, 온돌은 북쪽 지방에서 시작되어 남쪽 지방으로 전해졌다고 해요. 따끈따끈 온돌방.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바닥을 따뜻하게 덥히는 장치예요. 이런 온돌로 집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 기술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난방법이랍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마루.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여름날이면 온 집 안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게 돼요. 이럴 때 차가운 마루에 누워 있으면 더위는 어느새 멀찌감치 도망가지요. 이렇듯 마루는 무덥고 습기가 많은 우리나라의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고안되었답니다. 온돌의 구조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뜨거운 공기가 부넘기를 넘어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방바닥을 따뜻하게 해요. 아궁이에서 생기는 연기는 개자리에 머물다가 굴뚝으로 빠져나간답니다. 대청마루는 가장 큰 마루를 가리켜요. 온 식구가 앉아도 넉넉할 만큼 넓은 공간으로, 조상들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누마루는 높은 누대 위에 마루를 깐 것이에요. 어떤 집에서는 대청마루와 누마루가 연결되어 있기도 해요. 헌함 건넌방이나 누각, 대청 밖으로 연결시킨 작은 마루예요. 툇마루는 기둥 안쪽으로 나무를 대어 길게 연결한 마루예요. 쪽마루는 기둥 바깥에 평상을 붙여서 만든 마루예요. 가족의 생활이 시작되는 방과 부엌. 안방에서는 여자들이 지내며, 잠을 자고 식사를 했어요. 또한 사랑방에서는 남자 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맞거나 글공부를 했지요. 한편, 부엌은 여자들만의 전유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안방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답니다. 부엌에는 여자들의 손길이 그대로 묻어 있는 갖가지 물건들을 보관하는 찬방이나 고방도 있었어요. 반들반들 한옥의 방. 한옥 방의 사면에는 깔끔하게 창호지를 바르고, 바닥에는 한지를 깐 뒤 콩기름을 발라 반질반질하게 윤을 냈어요. 콩기름을 바른 또 다른 이유는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지요. 부잣집에서는 바닥에 비단을 깔기도 하고, 솔방울이나 은행잎 등을 찧어 얇게 펴 바르기도 했답니다. 장지문은 안방이나 사랑방과 같은 큰 방이나 마루와 방 사이를 분리할 때에는 장지문을 달았어요. 장지문 안쪽에서는 안주인이 잠을 자거나 개인 생활을 했지요. 그러므로 하인들은 항상 그 바깥쪽으로 드나들어야 했답니다. 부엌을 맡고 있는 조왕신. 부엌살림을 도맡아 하던 어른 여자들은 불의 신이면서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그래서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욕설이나 험담을 하지 않았으며 부뚜막에 걸터앉거나 발을 디디는 것도 금했지요. 부뚜막 벽에는 제비집 모양의 대를 흙으로 붙여 만들고 그 위에 조왕 중발을 올려놓았어요. 아침마다 조왕 중발에 깨끗한 물을 떠 올리고 집에 좋은 기운을 기원하며 절을 했답니다. 구수한 냄새가 솔솔, 부엌. 음식을 만들던 부엌은 여성들의 공간인 안방 가까이에 있었어요. 보통 부엌에는 두 개나 네 개의 아궁이가 있었는데, 그 위에 흙과 돌을 쌓아 부뚜막을 설치했어요. 이곳에 솥단지를 걸쳐 놓고 음식을 만들었답니다. 부엌. 부엌에는 여러 개의 아궁이가 있어 국이나 밥을 따로 끓일 수 있어요. 고방. 부엌 한쪽에는 반찬을 만들거나, 반찬거리, 또는 그릇 등을 넣어 두는 고방이 있어요. 굴뚝. 부엌에서 불을 때면 연기는 굴뚝으로 나와요. 창호지로 스며드는 불빛. 한옥의 창과 문은 모두 외부와 소통하는 통로였어요. 우리 조상들은 바람 한 줄기도 모두 드나들 수 있도록 창과 문에 창호지를 붙였지요. 창호지로 스며드는 불빛이 나무의 부드러움과 어우러져 한없이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 낸답니다. 재미있는 이름의 창. 우리 조상들은 햇빛이 잘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이 들게 하기 위하여 정성스럽게 창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창호지를 발라 한층 부드러운 멋을 냈답니다. 창의 종류에는 봉창, 광창, 교창, 눈곱재기창, 살창, 갑창 등이 있어요. 눈곱재기창은 밖을 내다보기 위해 만든 아주 작은 창이에요. 이름만큼이나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어요. 살창은 곧은 수직 방향으로 살을 꽂아 만든 창으로 바람이 잘 통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답니다. 주로 부엌에 설치했어요. 봉창은 벽을 뚫어서 조그만 구멍을 내어 만든 창이에요. 전통 한옥의 창에는 창호지를 붙였기 때문에 햇빛이나 바람이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었어요. 교창은 대청의 분합문 위쪽이나 다락의 창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교창은 문살의 모양에 따라 격자 교살, 아자 살, 정자 살 등이 있답니다. 쓰임새가 다양한 문. 사람이 다니는 문의 위치나 쓰임새에 따라 문의 모양은 달랐어요. 집의 얼굴인 대문,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조그맣게 낸 협문, 그리고 남자들이 머무는 사랑채와 여자들이 생활하는 안채 사이의 중문이 여러 공간들을 연결해 주었어요. 그 외의 대표적인 문으로는 판장문, 골판문, 맹장지 문, 도듬문, 불발기 문, 장지문, 분합문, 두껍닫이 문 등이 있어요. 분합문은 대개 방과 대청 사이에 있는 문으로 두 공간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했어요. 도듬문은 전통 한옥의 다락문으로 두꺼운 종이를 안팎으로 싸서 발랐어요. 불발기 문은 한 가운데 부분만 빛이 통하게 하고, 나머지는 맹장지로 되어 있는 문이에요. 판장문은 부엌의 출입구나 뒷문에 다는 두꺼운 문이에요. 골판문은 문짝의 틀에 널빤지를 끼워서 만든 문이에요. 바람을 막기 위해 대청 뒤쪽에 달았어요. 아름다운 담장 길을 걸어요. 우리 전통 가옥의 담은 까치발을 하고 서면 집 안이 들여다보일 만큼 나지막하고, 소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장식이 돋보였어요. 담장에 새긴 무늬는 풍요로움과 행복을 비는 마음을 담은 것이에요. 전통 가옥을 보면 담 대신 풀이나 나무 등을 얽어서 집을 둘러막은 ‘울’이 있어요. ‘울’은 높고 위협적인 담보다도 더 정이 느껴지지요. 이렇듯 우리나라의 담은 우리 집과 너희 집을 나누는 벽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열린 문과 같았어요. 삼국유사를 살펴보면, 옛날 담장은 경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장식물이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왕이나 귀족은 담에 아름다운 글씨나 모양을 새겨 넣었답니다. 토석담은 돌과 흙을 함께 사용해 만든 담이에요. 토담은 흙을 사용해 만든 담이에요. 막돌 담은 다듬지 않은 막돌로 쌓은 담이에요. 와편 담은 기와를 이용해서 쌓은 담이에요. 한옥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꽃담. ‘꽃담’은 순우리말로 고운 무늬나 그림을 그려 넣어 장식한 담을 가리켜요. 꽃담에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은 글자나 사슴, 학, 소나무, 국화 무늬가 새겨져 있어요. 경복궁의 자경전과 교태전의 꽃담은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답니다. 대나무는 사람들은 대나무를 태우면‘탁탁’ 큰 소리가 나기 때문에 나쁜 귀신이나 기운을 달아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어요. 석류는 껍질 속에 알이 가득 담긴 과일로, 결혼해서 석류처럼 많은 자손을 낳길 바라는 소원을 담았어요. 매화와 복숭아는 병들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에요. 번영과 행복을 상징하는 모란은 자손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새겼어요. 자경전의 꽃담에 새겨 있는 육각형 연속무늬는 ‘석쇠무늬’예요. 그물을 엮은 모양과 닮았다 하여 ‘벽사무늬’라고도 해요. 전염병이나 나쁜 악귀가 그물에 걸려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돌아가라는 바람을 담은 것이랍니다. |
Subsets and Spl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