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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소년, 탐험을 꿈꾸다. 프리드쇼프 난센은 1861년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근처에서 태어났어요. 오슬로에서 강을 끼고 쭉 올라가면 아름다운 마을이 나오지요. 바로 난센이 태어난 곳이에요. 마을은 무척 아름다웠어요. 집들은 동화에 나오는 그림처럼 아기자기했지요. 푸른 들판은 드넓게 펼쳐지고, 과수원에는 맛있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렸어요. 난센은 숲과 들판을 마음껏 뛰놀며 무럭무럭 자랐답니다. 난센의 아버지는 시내에 가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면 난센은 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앉아 아버지를 손꼽아 기다렸지요. 난센은 스키 타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형이 타던 스키를 혼자 뚝딱 고쳐서 타기도 했지요. 이웃집 아저씨가 그 모습을 보고 난센에게 새 스키를 선물했어요. "야호, 새 스키가 생겼다! 스키를 타고 눈밭을 휙휙 달려야지." 난센은 겨울 내내 스키 타기에 푹 빠졌어요. 추위에 코끝이 새빨개져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스키를 타고 달렸어요. 나날이 실력이 늘어 스키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지요. 난센의 일기 2. 오늘도 스키를 탔다. 칼바람이 뺨을 스칠 때는 무척 춥지만, 쌩쌩 달리면 어느새 기분이 산뜻하다. 요즘은 혼자 스키를 타고 숲 속을 달린다. 새하얀 눈밭에는 아무 발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따금 나무에 쌓인 눈이 털썩 땅에 떨어진다. 숲 속에서 내 친구는 고요한 자연뿐이다. 그럴 때는 조금 쓸쓸해진다. 어서 따뜻한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이면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인다. '난센, 포기하지 마라! 낯선 세계가 너를 기다린다!' 나는 어느새 힘든 것도 잊고, 힘차게 스키를 타고 달린다. 고등학생이 된 난센은 화학 실험을 하러 친구의 다락방으로 갔어요. "난센, 이게 무슨 약품이야?" "나도 몰라. 그냥 이것저것 섞어 보자. 뭐가 되든지 되겠지." 난센과 친구는 여러 약품을 섞은 뒤, 등불을 켜려고 성냥을 그었어요. 그런데 그만 불똥이 약품에 튀어 '펑!' 터졌지요. 난센이 재빨리 약품을 밖으로 던져 큰불은 나지 않았어요. 다행히 두 사람도 아무 일 없었어요. 하지만 온몸에 그을음을 잔뜩 뒤집어썼답니다. 이튿날 난센과 친구는 선생님에게 불려갔어요. 난센의 일기 3. 우리는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을까 봐 잔뜩 겁먹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오히려 우리가 다쳤을까 봐 걱정하셨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잘 모르는 것을 연구할 때는 조바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 어두운 곳을 걸을 때 빨리 뛰어가면 위험한 것과 똑같아." "늘 조심조심, 한 걸음씩 가야 한단다.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만 않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닿을 거야." 정말 좋은 말씀이다! 가슴에 꼭 새겨두어야지. 너의 꿈을 펼쳐라! '나도 벌써 대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다 됐어. 대학교에서 뭘 공부하면 좋을까?' '난 동물과 탐험 둘 다 좋아해. 하지만 한 가지만 정해야 하는데 어쩌지. 음, 동물을 공부하면 산과 바다에 갈 때가 많겠지?' '그래, 동물에 대해 배우자.' 난센은 대학교에 들어가 동물학을 공부했어요. 난센은 문학과 예술도 두루 좋아했지요. 특히 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좋아했어요. 얼마나 좋아했던지 스무 번도 넘게 읽었답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자연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혼자 힘으로 이겨 내지. 참 대단해. 나도 그런 기회를 갖고 싶어.' 때마침 코레트 교수가 난센에게 물었어요. "난센 군! 자료를 모으러 그린란드 해역에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나?" 난센의 일기 4. 코레트 교수님이 말씀을 꺼내시자마자 나는 얼른 "예,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교수님은 흐뭇하게 웃으며 떠나기 전에 챙겨야 할 것을 일러주셨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이라고 말이다. 하하, 건강이라면 걱정 없지. 나는 어릴 때부터 스키를 타며 힘을 길렀으니까. 얼음산이 두둥실 떠 있는 북쪽 바다! 어릴 때부터 꼭 가고 싶었던 곳이다. 아, 드디어 그린란드에 가는구나! 난센은 바이킹호를 타고 북쪽 바다로 떠났어요. 항해하던 난센은 폭풍을 만나 위험에 빠지기도 했어요. 뱃멀미에 시달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연구 자료를 모았어요. 그리고 뱃사람들도 부지런히 도왔지요. 뱃사람들은 난센에게 항해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어요. "자네는 훌륭한 뱃사람, 학자가 될 걸세. 몸도 튼튼하고 성격도 좋고, 무엇보다 씩씩하니 말이야." 난센은 항해를 하는 동안 일어나는 일을 잊지 않으려고 일기를 썼답니다. 난센의 일기 5. 밤 9시가 넘었지만 날이 환하다. 북쪽으로 갈수록 해가 더 늦게 지기 때문이다. 수평선 너머 해가 질 때, 하늘은 갖가지 물감을 푼 듯 오색찬란하게 빛난다. 어둠과 고요, 오로라만 남는다. 오로라까지 사라지면 주위는 칠흑같이 어둡고, 죽은 듯이 고요하다. 무섭고 외롭다. 하지만 어두운 저쪽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용기를 잃지 말자. 지금은 무섭고 외롭지만 큰 기쁨이 기다린다. 어둠과 고요는 나의 적이 아니다. 어려움을 이기는 힘을 길러 주는 친구이다. 바이킹호는 점점 더 북쪽으로 갔어요. 어느 날 난센은 얼음에 박혀 있는 소나무 토막을 발견했어요. '어, 이상하다.' '여기는 너무 추워서 소나무가 살지 않는데. 이 나무토막은 어디에서 왔을까? 시베리아에서 흘러온 것이 틀림없어.' 그런데 어떤 조류를 타고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언젠가 탐험을 하며 이런 궁금증을 풀어야지.' 어느덧 고향 노르웨이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어요. 긴 여행을 마친 난센과 뱃사람들은 가족을 만날 꿈에 부풀었지요. 난센의 일기 6. 노르웨이로 돌아오는데 바이킹호가 그만 얼음산에 갇히고 말았다. 크고 작은 얼음 덩어리가 바이킹호를 에워쌌다. 과연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걱정에 잠겨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다행히 바이킹호는 얼음 덩어리 사이를 빠져나와 노르웨이로 무사히 돌아왔다. 만세! 꿈을 이룰 계획을 세우다. 난센이 오슬로에 도착하자마자 코레트 교수가 달려왔어요. "어서 오게, 난센 군!" "좋은 소식이 있네. 베르겐 자연사 박물관에서 자네를 직원으로 뽑고 싶다고 연락이 왔네. 여러 동식물 표본을 정리하면 된다네. 어떤가?" "글쎄요." "허, 뭘 망설이나? 공부하기에 이보다 좋은 데가 어디 있다고." 난센은 한참 망설이다 대답했어요. "네. 박물관에서 일하겠습니다." 난센의 일기 7. 박물관에서 일한 지 몇 달이 지났다. 박물관에는 동식물 표본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많다. 박물관에서 일하면 공부가 많이 되지만, 왠지 안타까움이 남는다. 탐험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하지만 공부를 하며 지식을 쌓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 공부를 더 한다고 생각하고 뒷날을 준비하자. 난센은 박물관에서 6년 동안 일했어요. 그동안 뛰어난 논문을 발표해 동물학자로 이름을 널리 알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난센은 박물관을 그만두기로 했어요. "아니, 갑자기 왜 그만두는 거야?" 사람들이 깜짝 놀라자, 난센은 싱긋 웃으며 말했답니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 다녀왔어." "처음 가 보는 나라였는데 참 아름답더군. 문득 잊고 있었던 꿈이 생각났어. 가 보지 못한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꿈 말이야." "예전에 배를 타고 그린란드 해역에 간 적이 있는데, 계속 기억이 나. 그래서 멋진 계획을 세웠네. 나는 그린란드를 횡단할 거야!" 난센의 일기 8. 박물관은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떠나기로 결심했다. 언제까지 죽은 동식 물의 표본만 볼 수는 없다. 나는 살아 있는 자연 속에 있고 싶다! 그린란드를 횡단하다. 난센은 탐험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댔어요.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했지요. 위험한 계획을 세웠다고 난센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난센은 꿋꿋하게 계획을 밀고 나갔지요. "이제까지 그린란드를 횡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꼭 성공하겠습니다. 유명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린란드를 횡단하며 지식을 많이 얻으면 온 세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침내 난센은 탐험대를 이끌고 그린란드로 떠났어요. 난센의 일기 9. 드디어 출발이다! 우리 탐험대는 그린란드 동해안으로 가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동해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1년 내내 얼음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니까 되돌아가고 싶어도 되돌아갈 수 없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살 수 있다. 이런 각오로 간다면 그린란드 횡단에 성공할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자. 부디 성공하기를! 탐험대는 출발한 지 두 달 만에 그린란드 기슭에 다다랐어요. 대원들의 눈앞에 드넓은 얼음 땅이 펼쳐졌어요. 거센 바람에 대원들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앞으로 나아갔어요. 눈보라가 치면 바로 앞도 볼 수 없었지요. 대원들은 모두 힘을 모아 가파른 언덕 위로 무거운 썰매를 끌어올려야 했어요. 때로는 쩍쩍 갈라질 것 같은 얼음 땅을 아슬아슬 건너야 했지요. 시간이 흘러 식량도 점점 바닥이 났어요. 난센과 대원들은 추위에 살갗이 얼고, 배가 고파 무척 힘들었어요. 난센의 일기 10. 식량이 다 떨어져 간다. 추위를 이기려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물이 얼마 없어 제대로 마실 수도 없으니 정말 괴롭고 힘들다. 어제는 대원들과 함께 눈 위에서 신는 나무 신을 잘라 씹었다. 나무를 씹으면 목이 덜 마르니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드디어 그린란드에서 가장 높은 곳을 넘었다. 그때, 하늘로 날아오르는 한 마리 새를 보았다. 그린란드를 횡단하며 처음 본 생명이었다. 눈물이 울컥 쏟아지고 가슴이 벅찼다. 힘을 내자! 조금만 더 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난센은 씩씩한 목소리로 대원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어요. "자, 힘을 냅시다! 이제 산봉우리만 넘으면 그린란드 횡단을 마치고 고트호프에서 쉴 수 있어요." 탐험대는 마지막 힘을 다해 고트호프 가까이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수가 없었어요. '큰일이다. 이제는 썰매로 더 갈 수가 없어.' '길이 너무 위험해.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 그렇지! 육지가 위험하면 바다로 가면 되잖아. 배를 타는 거야.' 난센은 가지고 있는 도구로 겨우 배를 만들었어요. 배는 너무 좁아서 난센과 다른 대원 한 사람만 탈 수 있었지요. 두 사람은 꼬박 엿새 동안 노를 저어 얼음 바다를 헤쳐 갔어요. 마침내 난센은 고트호프에 이르렀어요. 고트호프에는 이누이트 마을이 있었답니다. 난센은 사람들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어요. 난센이 손을 번쩍 들어 흔들자, 이누이트 사람들도 함께 손을 흔들었답니다. 난센은 이누이트 사람의 도움으로 나머지 대원들도 고트호프에 데려왔어요. 난센의 일기 11. 우리는 고트호프에서 겨울을 나기로 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가 봄에 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 에스키모와 어울리며 편하게 지내고 있다. 어제는 에스키모의 집에 초대받았다. 나는 어느새 에스키모의 친구가 되었다. 함께 사냥도 하고, 옷도 만든다. 나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에스키모를 존경한다. 에스키모와 함께 지낸 일을 책으로 한 권 쓰면 어떨까. 제목은 '에스키모의 생활'이 좋겠다. 1889년 5월, 난센은 탐험대 대원들과 함께 노르웨이에 도착했어요. 사람들은 항구로 몰려와 박수를 치며 탐험대를 맞았지요. "난센이 그린란드를 횡단하겠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웃었어요." "어떤 탐험가는 실패할 것이라고 큰소리쳤어요. 하지만 난센은 멋지게 성공했어요. 대원도 모두 무사히 돌아왔지요. 난센은 노르웨이의 영웅입니다!" "난센, 만세!" 난센의 일기 12. 길고 힘들었던 탐험이 끝났다. 실패할까 봐 두렵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성공했다. 달콤한 성공의 기쁨도 잠시, 어딘지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렇다. 어느새 나는 다시 꿈꾼다. 또 다른 곳으로 탐험을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북극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찾고 싶다. 북극점에 가 보고 싶다. 오늘, 예전에 그린란드 바다에서 가져온 나무토막을 찾았다. 나무토막은 얼음에 박혀 시베리아 바닷가에서 그린란드 바다까지 흘러왔을 것이다. 나무토막이 흘러 온 조류를 따라가면 어떨까? 그쪽 바닷길에는 얼음 덩어리가 가득하겠지? 내일 당장 사람들에게 나의 계획을 알리고 도와 달라고 해야겠다. 인류의 희망을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난센은 3년 넘게 북극으로 탐험을 떠날 준비를 했어요. 거친 북극 바다를 헤쳐 나가려고 튼튼한 배도 만들었어요. 이 배의 이름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인 '프람'이었지요. 북극으로 향한 프람호는 얼음에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고, 스무 달 넘게 잘 헤쳐 나갔어요. 하지만 프람호는 더 나아갈 수 없었답니다. 바다의 흐름 때문이었지요. '여기서 그냥 고향으로 돌아갈까? 아냐. 포기할 수 없어.' 난센은 대원 한 명과 썰매를 타고 북극으로 가기로 했어요. 얼음산을 넘으며 힘껏 나아갔지만, 북극점에는 다다르지 못했어요. 하지만 난센이 다다른 북위 86도 14분은, 그때까지 사람이 가 본 땅 가운데 가장 북극점에 가까웠답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북극점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어요. 하지만 난센이 북극을 탐험한 뒤로 사람도 북극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난센의 일기 13. 나는 내 자신과 대원들이 자랑스럽다. 최선을 다 했으니까. 목표인 북극점에는 닿지 못했지만, 우리는 아무도 가지 못한 땅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았다. 우리를 이어 다른 젊은이가 북극점에 도전하겠지. 우리의 실패가 다음 세대에게 밑거름이 되기를! '나는 이제까지 인간이 가 보지 못한 땅을 탐험하며 보냈어. 탐험을 하며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인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 소중한 인간끼리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물학자이자 탐험가로 이름을 떨치던 난센은 세계 평화에 관심을 가졌답니다. 그래서 노르웨이의 대표로 평화 운동에 참여했지요. 국제 연맹 첫 회의가 열리던 날이었어요. 난센은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했어요. 사람들은 난센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요. 새하얀 머리카락과 콧수염, 큰 키에 다부진 몸을 가진 난센은 참 멋졌어요. 무엇보다 난센은 자기 나라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고 힘차게 자기 생각을 밝혔어요. 난센의 일기 14. 온 세계 사람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전쟁을 막도록 국제 연맹에서 활동하면 어떨까? 여러 나라가 모인 국제 연맹이라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길을 찾을 것이다. 국제 연맹은 새로운 배가 될 것이다. 인류의 희망을 싣고 미래로 나아가는 배! 앞으로 국제 연맹에서 일하면서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겠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국제 연맹은 난센에게 부탁했어요. "난센 선생님! 전쟁 때 남의 나라에 붙잡힌 사람들을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고, 고향 잃은 사람을 돕는 일을 함께해 주십시오." 그때 난센은 국제 연맹 활동을 그만두고 탐험을 계속하려고 했지요. 하지만 난센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도우려고 국제 연맹에서 다시 일하기로 했어요. 세계 평화를 위해 애쓴 난센은 1922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어요. 난센은 상금으로 받은 돈을 전부 전쟁 때 고향 잃은 사람들을 돕는 데 썼답니다. 난센이 숨을 거둔 날, 오슬로 시민은 모두 집 밖에 국기를 달았어요. 난센의 죽음을 함께 슬퍼한 것이지요. 난센은 늘 말했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요? 난센은 평생 자기의 참모습을 발견하려고 노력했어요.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실천했어요. 동물학자에서 탐험가로, 세계 평화의 파수꾼으로 자기의 세계를 넓히고 미래로 나아갔지요. 난센은 성공을 거두려고, 이름을 떨치려고 애썼던것이 아니었어요. 가슴 깊이 간직한 꿈을 펼치려고 한 걸음씩 꾸준하게 걸었지요. 결국 난센의 한 걸음은 인류의 희망을 앞당긴 한 걸음이 되었답니다.
이태영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첫 여성 변호사 이태영. 1952년 1월 21일, 한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어요. '별을 딴 여성이 나왔다. 가정부인으로서 우리나라 역사 이래 처음으로 당당히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의 주인이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여성은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남성들 말을 따르며 차별 속에 살아야 했지요. 그런데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여성 차별 문제에 눈을 뜬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설움과 눈물로 날을 지새우는 여성들의 고통을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수백 년 묵은 낡은 생각과 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똑같이 세상의 주인으로 바로 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그 사람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라는 별을 딴 이태영이랍니다. 나는 딸이에요. “태영아, 이제 그만 불 끄고 자렴.” 어머니가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이태영에게 말했어요. “조금만 더 읽다가 잘게요. 이 부분이 참 재미있어요.” 이태영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대답했어요. “공부 안 해도 되는 딸은 밤새워 책을 읽고, 열심히 공부해야 할 아들은 저렇게 잠만 자고 있으니.”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는 큰아들을 보며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었어요. 이 말을 들은 이태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옆집 옥이 어머니처럼 저는 딸이라서 공부 안 시켜 주실 거예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이태영을 보고 어머니는 당황했어요. “아니, 아니.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말실수를 했구나. 걱정 마라. 네가 원하는 만큼 공부시켜 주마.” “정말이지요? 어머니, 약속하신 거예요.” “그래그래. 대신 열심히 해야 한다. 알았지?” 이태영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태영은 1914년 8월 10일, 평안북도 운산군 북진읍 진동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위로는 오빠 둘이 있었지요. 이태영은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어요. 이태영이 막 첫돌을 지났을 때 광산에서 일하시다 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홀로된 어머니는 이태영과 오빠들을 엄하게 키웠어요.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라. 아무도 안 본다고 대충 해서는 안 된다.” 어머니는 맡은 일을 잘해 내면 칭찬도 아끼지 않았지요. “방을 깨끗이 치웠구나. 참 잘했다.” “물을 많이 길어 왔구나. 고맙다. 덕분에 내 일이 많이 줄었다.” 이태영은 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무슨 일이든지 끝까지 열심히 했어요. 학교에 서는 일 등을 놓치지 않는 뛰어난 학생이었고, 집에서는 어머니를 돕는 훌륭한 일꾼이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이런 이태영을 무척 귀여워했어요. “조그만 어린아이가 어찌 저렇게 총명할까?” “저리 똘똘하고 야무진 딸이 있으니 태영 어머니는 든든할 거야.” 이태영의 어머니는 다른 사람과 달리 아들과 딸을 똑같이 대했지요.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이 귀한 존재란다.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큰오빠도 이태영을 여자라고 깔보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어요. 똑똑한 여동생을 아껴 주었지요. “태영아, 너는 공부를 좋아하고 말을 잘하니 나중에 변호사가 되렴.” “변호사가 뭔데요?”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다.” “정말요? 그럼 나는 커서 꼭 변호사가 될래요.” 이태영은 그때부터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자랐어요. 꿈을 담은 책 보따리 두 개. 이태영은 열심히 공부해서 평양에 있는 정의여자고등보통학교를 일 등으로 졸업했어요.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집안 살림이 몹시 어려웠지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돈을 번 뒤 대학에 가자.’ 이태영은 광동보통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서 아무리 아껴 써도 돈이 모이지 않았지요. “어머니, 학비는 나중에 생각하고 이화여자전문학교 시험이라도 쳐 봐야겠어요.” “어머니, 저는 여성이 집에서 하는 일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여성을 종처럼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어요.” 어머니는 똑 부러지게 말하는 딸이 자랑스러웠어요. 1932년, 이태영은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요. 일 등을 하면 장학금을 받아 학비 걱정을 덜 수 있었거든요. 이태영은 밤낮없이 공부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늘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공부했지요. 대학에 들어간 다음 해, 수업 과목을 훑어보던 이태영의 눈이 갑자기 빛났어요. ‘가사과에도 법학 과목이 있다니!’ 어릴 때부터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 온 이태영의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이태영은 설레는 마음으로 법학 수업을 들었지요.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곧 담당 교수의 눈에 띄었답니다. “학생, 내가 학생에게 따로 법률 경제를 가르쳐 줄 테니 공부를 계속해 보지 않겠나?” “선생님, 그게 정말이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태영은 날마다 가사과 책 보따리와 법학 책 보따리를 들고 학교에 다녔어요. 두 보따리를 들고 바삐 뛰어다니는 이태영은 곧 학교의 명물로 널리 알려졌지요. 이태영은 법학 공부를 하면서도 가사과를 일 등으로 졸업했어요. 그 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자가 법학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없었어요.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학비가 없었지요. ‘돈이 문제구나.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학비를 모아서 법학 공부를 더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태영은 평양여자고등성경학교에서 교사로 일했어요. 내 꿈을 이해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길. 어느 날, 이태영은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어느 교회 목사 이야기였지요. “정일형이라는 젊고 잘생긴 청년이 노동자들을 위해 공장 창고에다 교회를 열었대요.” “미국에서 박사 학위도 받고, 연희전문학교에서 교수까지 지냈다지요?” 이태영은 정일형이라는 사람이 참 별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뒤, 이태영은 생각지도 못한 정일형의 전화를 받았어요. “한번 뵙고 싶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이태영은 별 다른 망설임 없이 정일형을 만났어요. “저는 이화 여자전문학교 크리스마스 음악회에서 태영 씨가 노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자전문학교 웅변대회에서 일 등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요. 성경학교 선생만 하기에는 태영 씨의 재주나 능력이 너무 아깝습니다.” 이태영은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열린 생각을 하는 남자를 만난 건 처음이었거든요. 이태영은 수줍어하면서 말했어요. “박사님 말씀처럼 저는 공부를 더 해서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루기 어려운 꿈일까요?” “어렵다니요? 저는 태영 씨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곁에서 힘껏 돕고 싶습니다.” 이태영은 무척 행복했어요. ‘이렇게 멋진 남자가 내 꿈을 이해하고 돕겠다니. 이런 사람 이라면 평생을 믿고 함께 할 수 있겠구나.’ 두 사람은 1936년 12월 26일, 이태영이 졸업한 정의여자고등보통학교 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결혼식에 온 도산 안창호 선생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신랑을 칭찬했어요. “신랑 정일형 박사는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청년입니다. 학문이 높고 겸손한 훌륭한 청년입니다.” 모두가 축복해 주는 행복한 결혼식이었지요. 하지만 곧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는 그때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일본의 다스림을 받고 있었어요. 생각이 올바른 사람들은 모두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정일형도 마찬가지였어요. 정일형은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외쳤어요. 독립 운동가를 모아서 강연회도 자주 열었지요. 일본 경찰이 그런 정일형을 가만히 둘 리 없었어요. 틈만 나면 정일형을 잡아 가두었지요. 정일형은 모진 고문으로 죽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감옥이 어찌나 추운지 발톱이 얼어서 모두 빠져 버린 적도 있었답니다. 정일형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시어머니와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은 모두 이태영의 몫이었어요. 게다가 고문으로 몸이 상한 정일형을 보러 갈 때는 주사약 값까지 챙겨 가야 했어요. 교사인 이태영의 월급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랐지요. 식구들은 소금물에 삶은 국수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았어요. 식구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다 못한 이태영은 이불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밤마다 물을 들인 천에다 솜을 넣은 뒤 재봉틀로 누벼 이불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낮에는 밤새도록 만든 누비이불을 머리에 이고 팔러 다녔어요. 이태영은 새벽까지 재봉틀 앞에 앉아 있느라 다리가 퉁퉁 붓고 눈도 침침해졌어요. 독한 염색약 때문에 기침이 끊이지 않았고, 잘 안 드는 가위로 가위질을 하느라 엄지손가락은 펴지 못할 정도로 굽었지요. 이태영은 이불을 만들면서 늘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잘 드는 가위 하나만 있으면 좋을 텐데.” 나중에 정일형은 먼 곳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올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이태영에게 좋은 가위를 하나씩 선물했어요.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어려웠던 때를 기억하며 살자는 깊은 뜻이 담긴 선물이었지요. 이렇게 선물로 받은 가위는 무려 200개가 넘었답니다. 별을 딴 첫 여성 변호사. 1945년 어느 봄날, 감옥에 있던 정일형이 드디어 풀려났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곧 독립을 했지요. 정일형은 기쁨에 겨워 달뜬 목소리로 이태영에게 말했어요. “여보, 이제 보따리를 바꿔 멥시다. 당신은 하고 싶었던 법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구려. 내가 당신을 힘껏 돕겠소.” 1946년, 마침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여학생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이태영은 서른세 살이라는 나이에 당당히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법학과에 들어간 여학생이었지요. 하지만 이태영은 아이들과 집안일을 걱정하느라 공부에 힘을 쏟을 수가 없었어요. 정일형은 이태영의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어요. “여보, 조금만 더 힘을 내요. 당신은 해낼 수 있어요.” 이태영보다 한참 어린 법학과 학생들도 발 벗고 나섰지요. “누님, 힘드시죠? 제가 뭐 도와 드릴 건 없나요?” “이건 제가 정리한 공책인데 한번 보세요.” 이태영은 남편과 동기생들의 따뜻한 격려와 도움으로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답니다. 어렵게 공부를 마친 이태영은 1950년에 제1회 고등 고시를 쳤어요. 하지만 떨어지고 말았지요.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학교를 다녀서 우리나라 역사를 잘 몰랐던 거예요. 이태영은 몹시 실망했어요. 그해 여름, 6·25 전쟁이 일어났어요. 이태영의 식구들은 부산으로 피난을 갔어요. 2년 뒤, 이태영은 제2회 고등 고시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태영은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온 식구가 단칸방에서 피난살이를 하는 처지라 고시 공부는 꿈도 꾸지 못했어요. 한숨만 쉬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던 정일형이 먼저 말을 꺼냈어요. “여보, 걱정 말아요. 내가 방을 하나 얻어 놓았소. 식구들 걱정은 하지 말고 거기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도록 해요.” 더운 여름 내내 이태영은 이를 악물고 공부했어요. ‘합격만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야!’ 1952년 12월, 이태영은 당당히 고등 고시에 합격했어요. 신문과 잡지는 이태영의 합격에 큰 관심을 보였지요. 처음으로 고등 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여성인데다가 서른아홉 살의 가정주부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던 거예요. 고등 고시에 합격한 이태영은 판사 일을 하고 싶었어요. 판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뒤에 변호사로 일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태영은 판사가 될 수 없었어요. 대통령이 이태영은 여성이라서 판사 일을 맡길 수 없다고 한 거예요. 이태영은 억울하고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곧장 대법원장을 찾아가 따져 물었지요. “여성이라서 판사를 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러자 대법원장은 딱하다는 얼굴로 조용히 말했어요. “내가 대통령께 계속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으니 변호사 자리를 알아보는 게 좋겠소.” 이태영은 여기저기에 하소연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들은 척하지 않았지요. 힘 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남자였으니까요. ‘그래,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몰라. 어릴 때부터 내 꿈은 변호사였잖아. 변호사가 되어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살자!’ 이태영은 굳게 마음먹었어요. 눈물짓는 여성들의 친구가 되어. 여성 변호사가 사무실을 열었다는 소식은 눈 깜짝 할 사이에 퍼졌어요. 그러자 억울한 일을 당한 여성들이 온 나라에서 몰려들었지요.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바람을 피웠고, 툭하면 욕하고 때린답니다. 헤어지고 싶어도 혼자 먹고살 자신이 없어요.” “이혼을 하면 남편이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하니 어쩌면 좋습니까?” 변호사 사무실은 밤이고 낮이고 눈물을 뿌리는 여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변호사가 아무리 많아도 돈 없고 힘없는 여성들한테는 그림의 떡이야. 돈을 받지 않고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 줄 무료 법률 상담소가 필요해.’ 이태영은 뜻을 같이할 사람들을 찾아 나섰어요. 하지만 여성을 위해 애쓴다는 여성 지도자들조차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마음이 몹시 상한 이태영은 마지막으로 여성문제연구회의 황신덕 원장을 찾아갔어요. 다행히 황신덕 원장은 이태영의 뜻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맞아 주었지요. “무료 법률 상담소라, 그거 참 좋은 생각이에요. 상담소를 따로 내려면 돈이 많이 들 테니 우리 사무실을 같이 쓰도록 합시다. 내가 힘껏 도와줄게요.” 1956년 8월 25일, 드디어 여성문제연구회 한쪽에 ‘여성법률상담소’가 문을 열었어요. 하지만 상담소는 돈이 없어서 몇 번씩이나 이사를 다녀야 했어요. 도움이 필요해서 상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길을 찾느라 애를 먹었지요. 상담소를 물어물어 찾아가도 이사를 가 버려서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가 일쑤였거든요. 이태영은 혼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상담이 필요한 여성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이태영은 도와주는 손길이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여성법률상담소를 연 지 10년이 지나서, 사람들을 불러모아 기념행사를 할 때 있었던 일이에요. 이태영은 눈물을 펑펑쏟으며 그동안 마음에 쌓아 두었던 말을 꺼냈어요. “여러분, 어쩜 그렇게 관심이 없을 수 있습니까? 상담소 일은 네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실컷 하다가 지치면 그만두어라 이겁니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들지 못했어요. “씩씩한 이태영이 얼마나 힘들면 저런 말을 할까?” 가까운 사람들부터 이태영을 돕기로 했어요. 달마다 조금씩 돈을 보내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1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내놓는 사람도 나타났답니다. 이태영은 이참에 제대로 된 상담소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구별 사전. 1956년에 문을 연‘여성법률상담소’는 좁은 방 한 칸에다 책상, 의자, 전화기만 하나씩 놓고 시작한 초라한 상담소였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태영은 다른 나라에 있는 교민에게도 모금을 하기로 마음먹고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여러분, 고국에는 불행한 여성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씩만 후원금을 내 주세요." "힘없는 여성들을 돕는 집을 짓겠습니다.” 이태영의 눈물 나는 노력으로 500달러씩 내는 회원 100명이 모였어요. 5만 달러면 지금 우리나라 돈으로 5,000만 원 정도니까 아주 큰돈이었지요. 지구별 사전. 막사이사이상은 필리핀의 전 대통령이었던 막사이사이를 기리려고 만든 국제 상이에요. 1975년에는 가난하고 억눌린 여성을 위해 애써 온 우리나라의 이태영이 상을 받았답니다. 또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1962년 장준하, 1963년 김활란, 1966년 김용기, 1979년 장기려, 1989년 김임순, 1996년 오웅진 신부, 2002년 법륜 스님이 상을 받았어요. 나라 안에서도 후원회를 늘려 ‘100인 회원’을 만들었고, 이태영이 1975년에 받은 막사이사이상 상금도 큰 보탬을 주었어요. 나머지 돈은 이태영이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모았지요. “나 죽으면 꽃 한 송이는 가져올 거지요? 그 꽃 값을 미리 주세요." "죽은 다음에는 안 와도 돼요.” 1976년, 나라 안팎에서 수많은 사람이 정성을 모아 보내 준 돈으로 드디어 ‘여성백인회관’이 세워졌어요. 이태영은 이곳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때로는 친구가 되어 주고, 때로는 엄마나 언니가 되어 주었지요. “가족법을 고치는 것은 여성에게만 좋은 일이 아닙니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가정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태영은 가족법을 바꾸는 데 평생을 바쳤어요. 가족법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을 만들고, 강연회도 수없이 열었지요. 1989년, 마침내 국회에서 세 번째로 가족법 개정을 받아들였어요. 이태영이 가족법 문제를 가지고 대법원장을 찾아간 날부터 37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흐른 뒤였지요. 그날, 이태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어요. “이번 가족법 개정은 내 삶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호주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호주제가 없어지는 날까지 다 같이 노력합시다!” 이태영은 다시 열심히 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호주제가 없어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지요. 2005년,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열매를 맺었어요. 드디어 호주제를 없애기로 한 거예요. 이태영이 살아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수백 년 묵은 남녀 차별이 이제야 사라졌군.” 1989년 12월, 국회가 가족법을 세 번째로 고치면서 지금의 가족법이 만들어졌어요. 어머니도 아버지와 똑같이 부모로서 자격을 갖는다. 이혼할 때 부부가 똑같이 재산을 나눈다. 아들과 딸이 똑같이 유산을 물려받는다. 이런 내용이 들어 있지요. 이처럼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고 이태영은 무려 37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다니며 싸웠던 거예요. 호주제는 호주(집의 주인)인 남성을 중심으로 가정을 이루고, 호주를 통해 대를 이어 가는 제도를 말해요. 아들이 딸보다 더 중요하며, 꼭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부추겼어요. 많은 여성이 이 호주제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했지요. 호주제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2005년에 이르러 없어졌어요. 교과서에도 없는 지구별 알짜정보. ‘처음’이라는 별을딴여성들. 옛날에는 무슨 일이든지 여성은 남성 다음에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어요. 하지만 그때에도 사람들이 바라보는 곱지 않은 눈길을 헤쳐 나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용기 있게 해낸 여성들이 있었어요. 바로‘처음’이라는 별을 딴 여성들이지요. 여성이라는 몸으로 세상에 처음으로 도전한 사람들, 어둠을 뚫고 새로운 길을 걸어간 새벽 같은 여성들을 한번 만나 볼까요? 선덕 여왕. 선덕 여왕(? 647년)은 신라의 제27대 왕으로 우리나라의 첫 여왕이에요. 선덕 여왕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백성의 세금을 덜어주고, 흉년이 든 해에는 백성을 힘써 도왔다고 해요. 또한 당나라의 앞선 문화와 불교를 받아들여 신라 문화를 크게 발전시켰답니다. 영화감독 박남옥. 우리나라의 첫 여성 영화감독은 박남옥(1923년 현재)이에요. 박남옥은 대구 매일신문사 기자로 영화 평을 쓰는 일을 하다가 1945년부터 영화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지요. 미망인이라는 영화가 바로 박남옥의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랍니다. 변호사 이태영. 내가 한국의 첫 여자 변호사 되어 세상이 우러르는 영광을 꿈꿀 때 나지막한 음성으로 나를 부르시고 우는 여성 가리키며 말씀하셨지요. 너는 정의의 변호사가 되어라. 너는 인권의 변호사가 되어라. 너는 우는 자의 변호사가 되어라. 너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라. 그 말씀 힘입어 삼십 년을 달려오고 그 말씀 받들어 칠십 평생 바쳤나이다. 그 사명 소중해 밤과 낮 뛰었나이다. 소처럼 일하고 뛰어왔나이다. 이태영이 쓴 시. ‘정의의 변호사’ 되라 하셨네 가운데에서. 이태영은 33세에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들어갔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법학과에 들어간 여학생이었지요. 또 학교를 졸업한 뒤, 1952년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제2회 고등 고시 사법과에 합격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변호사가 되었답니다. 이태영 정일형 부부가 서대문구 봉원동 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에요. 예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도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태영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진실과 자기 생각을 당당히 밝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도왔답니다. 이태영은 1956년부터 호주제를 없애려는 운동을 벌여 나갔어요. 그리고 50년이 지난 2005년,드디어 그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지요. “상담소 일은 내 행복의 한 부분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실천 운동 입니다. 이웃에게 내 시간, 내 지식, 내 지혜, 내 인생, 내 마음을 주는 운동이고, 고통과 체험을 나누는 운동입니다.” 이태영. 이태영이 여성법률상담소를 세운 것은 1956년이에요. 여성법률상담소는 차별받고 상처 입은 여성들을 위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만든 법률구조기관이었지요. 그 뒤 이태영은 10년이 넘도록 자기 삶을 이 상담소에 바쳤어요. 1966년 8월, 가정법률상담소로 이름을 바꾼 상담소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인권 기관으로 자리 매김 하여 사단법인이 되었고, 1976년 에 한국가정법률상담소로 다시 이름을 바꾸면서 공익법인이 되었답니다. 비행사 권기옥. 우리나라의 첫 여성 비행사는 권기옥(1901 1988년)이에요. 평양에서 태어난 권기옥은 중국으로 건너가 운남항공학교를 졸업하고 비행사가 되었지요. 조선총독부와 일본에 폭탄을 퍼붓겠다는 꿈을 가지고 말이에요. 권기옥은 비행기를 타고 여러 전투에 참가했으며, 독립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어요.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 운동가였지요. 서양화가 나혜석. 나혜석(1896 1948년)은 우리나라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양화가가 된 사람이에요.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유화를 공부했어요. 1922년부터 1932년 까지 꾸준히 조선미술전람회에 작품을 내어 상을 받은 뛰어난 화가였지요. 작품으로는 나부, 무희 따위가 있어요. 의사 박에스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성 의사가 된 사람은 박에스터(1877 1910년)예요. 원래 이름은 김점동인데, 15세 때 에스터라는 세례명을 받았지요. 미국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뒤에는 최초의 부인 병원이었던 보구여관과 평양 기홀병원에서 의사로 일했어요. 박에스터는 환자를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사회사업에도 몸 바쳐 일하다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답니다. 기자 최은희. 우리나라의 첫 여성 기자는 최은희(1904 1984년)예요. 동경 일본여자대학 3학년을 다니다가 조선일보사에 들어갔지요. 여성을 깨우치고 격려하는 기사를 주로 썼으며, 여성의 권리를 높이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1983년에는 최초의 여성 기자인 최은희의 이름을 딴 ‘최은희 여기자상’이 만들어졌어요. 영웅의 큰 꿈을 찾아 미로 여행을 떠나요! 일 등을 놓치지 않았던 당찬 아이. 어려서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다. 힘없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기를 꿈꾸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대학 가사과를 졸업한 뒤, 법과대학에 들어가다.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고등 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다. 차별받는 여성들의 벗. 차별받고 힘없는 여성들을 위해 상담소를 세우다. 여성의 손으로, 여성을 위해 만든, 여성의 집‘여성백인회관’을 짓다. 우리나라 여성 인권의 어머니, 이태영. 가족법을 고치고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며,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쓰다. 연표. 1914년 평안북도 운산군 북진읍 진동에서 태어나다. 1936년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일 등으로 졸업하고 정일형과 결혼하다. 1946년 여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들어가다. 1952년 제2회 고등 고시 사법과에 합격하여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되다. 1956년 여성법률상담소(지금의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세우다. 법무부 장관이 주는 인권옹호상을 받다. 1962년 처음으로 가정 법원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다. 1975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다. 1976년 여성백인회관을 짓다. 1982년 유네스코에서 주는 인권교육상을 받다. 1986년 국제법률가위원회 부회장을 맡다. 1990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여성전문인상을 받다. 1998년 12월 17일, 세상을 떠나 국립현충원에 묻히다. 내꿈을 찾아라. 이태영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변호사. 변호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변호사는 개인 간의 다툼에 관련된 사건이나 범죄에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나 단체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판에서 그들의 입장을 변호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법률 용어로써 변호는 재판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죄를 따질 때에 피고인을 보호하려고 하는 일을 말해요. 검사와 변호사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검사와 변호사는 재판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에서 주장을 펼쳐요. 검사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표해 범죄를 수사하고 재판을 청구하며,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벌을 내려 달라고 주장해요. 변호사는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죄를 지었는지 그 입장에서 다시 살펴보고 변호하는 일을 해요. 어떻게 변호사가 되나요? 사법 고시에 합격하여 사법 연수원 2년 과정을 수료하거나, 판사 또는 검사의 자격이 있거나, 군 법무관으로 10년 이상 근무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어요. 또는 3년제 석사 학위 과정인 법학 전문 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 자격을 얻어요. 변호사는 말을 잘해야 하나요? 말도 잘해야 하지만 법률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어야 해요. 풍부한 법률 지식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재판에 유리한 증거자료를 찾아, 논리와 근거에 의해 상대방을 설득해야 훌륭한 변호사예요. 변호사가 되고 싶은 어린이에게. 살면서 한두 번쯤 다른 사람들과 다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에요. 그러나 대부분 금세 화해를 하지요. 하지만 다툼이 심해져 법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우리 변호사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거나, 잘못된 판결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요. 가끔은 변호사가 나쁜 사람도 변호해 주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재판에서 죄가 인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나 무죄에요. 그래서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요. 어떤 직업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변호사의 꿈을 열심히 키워 보세요.
엘리너 루스벨트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1948년 12월 10일, 국제 연합 회의장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인류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한 할머니에게 보내는 사랑과 고마움이 담긴 박수였지요. 이날 국제 연합은 '세계 인권 선언'을 발표했어요. 인류의 인권과 평화를 지키자는 약속을 담은 소중한 선언이었어요. 각 나라 대표는 세계 인권 선언이 완성되기 전까지 자기 나라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까 봐 옥신각신 싸움을 벌였어요. 할머니는 여러 나라 대표를 설득하고 화해시켜서, 세계 인권 선언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애썼지요. 이 할머니가 바로 여성으로서 국제 연합 인권 위원회의 첫 번째 의장을 지낸 엘리너 루스벨트랍니다. 자신감이 없는 여자아이. 안나 엘리너 루스벨트는 미국의 이름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큰아버지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을 지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엘리너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여자아이이고,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구박을 많이 받았거든요. 엘리너의 어머니는 매우 아름다운 분이었어요. 어머니는 집에 손님들을 불러서 화려한 무도회를 자주 열었지요.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면 엘리너는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어요. 사람들이 자기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엘리너는 수줍음을 많이 타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로 자라났어요. 그때마다 아버지가 다가와 엘리너를 달래 주었어요. "엘리너, 걱정 마라.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성이 될 테니까." 한결 마음이 풀린 엘리너는 환한 웃음을 지었어요. "그래, 그렇게 웃으렴. 너는 웃을 때가 참 예쁘단다." 아버지는 엘리너에게 정답게 속삭였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아홉 살 때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났지요. 어린 엘리너한테는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엘리너는 두 남동생과 함께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외할머니는 무척 엄한 사람이었지요.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를 꾸짖고 나무랐어요. 엘리너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날마다 책을 읽었는데, 외할머니는 그런 엘리너를 볼 때마다 야단을 쳤어요. "책 좀 그만 읽어라. 남자는 지나치게 똑똑한 여자를 싫어한단다." "하지만 할머니, 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게 많아요." "세상은 남자들에게 맡기렴. 너는 결혼해서 아내와 어머니 노릇만 잘하면 된단다. 그러니 요리와 화장하는 법을 배우렴." 외할머니는 엘리너를 훌륭한 신붓감으로 키우고 싶어 했어요. 얼마 뒤, 외할머니는 엘리너를 영국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로 했지요. "앨런스우드 학교는 이름난 집안의 딸들이 다니는 곳이란다. 너도 이제 학교를 다니면서 교양을 쌓고, 결혼 준비도 해야지." 엘리너는 답답한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이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어요. 새로운 세계로 나가다. 엘리너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어요. 앨런스우드 학교의 규칙은 엄격했지만, 엘리너는 학교생활이 즐거웠어요. 교장인 수베스터 선생님은 엘리너의 외할머니와는 생각이 달랐거든요. 수베스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왜 여성은 투표권도 없고, 대학에도 갈 수 없을까요?" "왜 여성은 사회와 정치에 대해 몰라야 할까요? 그건 바로 여성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이나 하며 편안히 사는 게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살면 절대로 자유롭게 살 수 없어요." 엘리너는 수베스터 선생님의 말을 듣고 깨달았어요. '선생님 말이 맞아. 이제부터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자!' 엘리너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수베스터 선생님은 엘리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너는 머리가 좋고 생각이 참 깊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마음껏 꿈을 펼치렴." 엘리너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어요. 많은 것을 듣고 배우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자기 모습을 찾아냈고, 처음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요. 방학이 되자 엘리너는 수베스터 선생님과 함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여행했어요. 수베스터 선생님이 엘리너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려고 계획한 거지요. 엘리너는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았어요. "선생님! 저는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정치인 중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단다. 대부분 편안하게 자라서 대학을 마치고 넉넉한 생활을 누리다가 정치인이 되거든." "그러다 보니 자기가 돌보아야 할 힘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전혀 모르는 거야." "하지만 제가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여성인 데다가 투표권도 없는걸요." 수베스터 선생님은 엘리너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어요. "곧 여성도 투표권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날이 올 거야. 여성이 앞장선다면 세상 사람들은 더욱 행복해질 거란다." "엘리너, 너도 할 수 있어!" 엘리너의 가슴속에서 커다란 꿈이 자라기 시작했어요.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사회 운동가가 되다. 졸업을 한 해 앞둔 어느 날, 외할머니는 엘리너를 미국으로 불렀어요. 엘리너가 빨리 신랑감을 찾아 결혼하기를 바랐거든요. 엘리너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수베스터 선생님도 엘리너를 붙잡았지요. 엘리너는 학교와 선생님을 떠나기 싫었지만, 외할머니 말씀에 따르기로 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돌아가지만 절대로 이전처럼 살지는 않을 거야. 나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야!' 미국으로 돌아온 엘리너는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어요. 가난한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으러 온 이민자를 보살피는 일이었지요. 이민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일자리가 있더라도 돈을 못 받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엘리너는 이민자들의 끼니와 잠자리를 챙기고, 열심히 일한 이민자들이 월급을 제때에 받을 수 있도록 애썼어요. 또,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도 했어요.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았지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엘리너는 앨런스우드 학교에서 배운 가난과 불평등을 몸소 깨달아 갔어요. 엘리너는 뉴욕에서 살면서 외할머니가 있는 하이드 파크에 자주 찾아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기차 안에서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를 만났어요. 두 사람은 같은 루스벨트 집안으로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였지요. "엘리너, 영국에 공부하러 갔다더니 돌아왔군요. 학교생활은 재미있었소?" "네, 정말 즐거웠어요. 그리고 세상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당신을 별난 여성이라고 하더군요." "어머, 사회봉사를 하는 게 뭐가 별나다는 거지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건데요." 프랭클린은 엘리너의 야무진 대답에 놀라면서도 마음이 끌렸어요. 그날부터 두 사람은 부쩍 가까워졌어요. 프랭클린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엘리너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지요. 얼마 뒤 프랭클린은 엘리너에게 청혼했어요. "엘리너, 나는 당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소. 당신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소. 나와 결혼해 주겠소?" "네, 좋아요." 두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꾸렸어요. 엘리너는 결혼한 뒤에도 봉사 활동을 계속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첫아이를 낳고는 활동을 그만두어야 했지요. 시어머니가 그 일을 못 하게 했거든요. 여자는 집에서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요. 엘리너는 시어머니의 말을 따르면서도 사회 활동을 하겠다는 마음만은 버리지 않았어요. 마침 프랭클린이 젊은 나이에 뉴욕 주 상원 의원으로 뽑혔어요. 덕분에 엘리너는 시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따로 이사를 해야 했거든요. 엘리너는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강연회에 참석하고, 남편을 만나려고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정성껏 맞았어요. 엘리너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어요. "부인, 우리 흑인들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법이 필요해요."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엘리너는 마음이 몹시 아팠어요. 하지만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요. 엘리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남편에게 알려 주었어요. 엘리너 덕분에 프랭클린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에 점점 더 눈길을 돌리게 되었어요.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유럽이 불바다로 변했어요. 유럽은 미국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고, 결국 미국도 전쟁에 뛰어들었지요. 남성들이 전쟁터로 떠나자 많은 일이 여성들의 몫이 되었어요. 엘리너도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엘리너는 기차역에 있는 식당과 병원에서 일을 거들었어요. 전쟁터로 떠나는 군인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다친 군인을 보살피는 일이었지요. 엘리너는 봉사를 하며 군인에게 무엇이 정말로 필요한지 알 수 있었어요. 또한 엘리너는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지 똑똑히 보았지요. 그래서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큰 시련을 이기고. 전쟁이 끝난 뒤, 엘리너는 자기 삶을 되돌아보았어요. 그동안 프랭클린은 정치가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었지요. 엘리너는 더 이상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기의 길을 헤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얼마 뒤에 프랭클린에게 큰 어려움이 닥쳤어요. 두 다리가 마비되어 걸을 수 없게 된 거예요. 프랭클린은 깊은 슬픔에 빠졌어요. "이제 나는 꿈을 접어야 하오. 내가 치료받는 사이에 사람들은 나를 잊겠지. 기억한다고 해도 다리를 못 쓰는 나를 정치인으로 뽑지는 않을 거요." 엘리너는 희망을 버린 남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어요. "약한 소리 하지 마세요. 두 다리만 마비됐을 뿐, 머리와 마음은 멀쩡하잖아요." 남편이 치료를 받는 동안 엘리너는 사람들을 만나러 뛰어다녔어요. "어린이가 공장에서 일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어린이는 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어린이에게 놀이터와 점심을 주도록 나라에 요구합시다!" "여성도 능력을 길러서 일을 해야 합니다.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자유를 얻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엘리너의 연설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엘리너는 뜻을 같이하는 여성들과 함께 여성의 권리를 드높이려는 활동도 펼쳤어요. 사람들은 더 이상 엘리너를 정치인의 아내로만 보지 않았지요. 엘리너는 어느덧 이름난 정치가가 되어 있었어요. 엘리너는 정치 활동을 펴 나가면서 남편의 정치 활동에도 도움을 주었어요. 그동안 프랭클린은 다리 상태가 조금씩 좋아졌지요. 그리고 몇 년 뒤, 프랭클린은 뉴욕 주의 주지사로 당당히 뽑혔어요. 엘리너와 프랭클린은 이제 진정한 동반자가 되었어요. 엘리너가 프랭클린의 휠체어를 밀고 나타나기만 하면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렸어요.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낸 루스벨트 부부를 깊이 존경했거든요. 그런데 1929년에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닥쳤어요. 주식 시장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대공황이 일어난 거예요. 수많은 회사와 공장이 문을 닫고, 미국 경제는 위기에 빠졌어요. 하룻밤 사이에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지요. 도시는 누더기를 걸치고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사람으로 가득 찼어요. 프랭클린은 재빨리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돕는 정책을 폈어요. 엘리너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지요. 1932년, 나라가 어지러운 가운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어요. 프랭클린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지요. 엘리너도 남편을 도와 입술이 부르트도록 연설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뽑아 주십시오. 우리는 늘 가난한 사람들이 잘 사는 길을 찾아왔습니다. 루스벨트와 함께 이 어려움을 이겨 냅시다!" 차별받고 힘없는 사람들의 벗이 되어. 드디어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미국의 제32대 대통령으로 뽑혔어요.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에게 힘차게 말했어요. "국민 여러분, 미국은 어려움을 이기고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뿐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경제 정책을 펴 나가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어요. 곧 미국 경제는 되살아나기 시작했지요. 엘리너는 대통령을 조용히 뒷바라지하는 평범한 영부인으로 지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리가 불편한 대통령을 대신하여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국민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알아냈지요. 엘리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 말고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라디오나 신문에 부지런히 자기의 주장을 알렸지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도 틈만 나면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고요. 덕분에 흑인, 노동자, 여성,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많이 펼쳐졌어요. 프랭클린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첫해에 엘리너가 국민들에게 받은 편지는 30만 통이 넘었어요.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에서 자그마한 어린아이까지 엘리너에게 편지를 보내 마음을 털어놓았던 거예요. 엘리너는 편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직접 답장을 하거나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모든 편지를 하나하나 나눈 다음,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정부 여기저기에 전해 주었지요. 엘리너는 무엇보다도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엘리너는 여성들이 얼마나 차별받으며 사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쉽게 일자리를 얻고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엘리너는 일부러 여성 기자들만 백악관으로 불렀어요. 신문사에서는 당연히 여성 기자들을 뽑아 보낼 수밖에 없었지요. 또 엘리너는 흑인들이 차별받는 일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935년 어느 날, 엘리너는 남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어요. 엘리너가 도착하자 한 경찰관이 다가와 말했어요. "백인 자리로 가서 앉아 주십시오. 이곳 법으로는 흑인과 백인이 한자리에 앉을 수 없습니다." 남부에서는 노예 제도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흑인을 심하게 차별했던 거예요. 식당은 물론 화장실, 엘리베이터까지 백인용과 흑인용이 나뉘어 있었지요. 엘리너는 잠시 망설였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요. "그럼 여기에 앉으면 되겠군요." 백인 자리로 가는 대신 흑인과 백인 사이로 의자를 옮겨 앉은 거예요. 경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엘리너는 여성이나 흑인을 차별하는 데 반대했어요. 모든 사람은 똑같이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인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1939년, 또다시 전 세계가 전쟁에 휩쓸렸어요.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거예요.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어요.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대인을 600만 명이나 죽였지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영국, 소련과 힘을 합쳐 독일에 맞서 싸우며 '국제 연합' 만드는 일을 준비했어요. 엘리너는 전쟁이 어떻게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는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똑똑히 느꼈어요.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 꼭 국제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엘리너는 그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 번도 웃음을 잃은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죽자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했지요. 온 나라에서 엘리너를 위로하는 편지가 날아들었어요. "가난하고 힘없는 우리들의 벗이여, 부디 우리를 위해서라도 기운을 차리세요." 새 대통령 트루먼도 엘리너에게 부탁했어요. "엘리너, 힘을 내요. 아직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습니까?" 맞아요. 엘리너 앞에는 더 큰일이 놓여 있었어요. 인류의 어머니! 세계 인권의 어머니! 마침내 국제 연합이 만들어졌어요. 세계 평화를 바라는 인류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 거예요. 트루먼 대통령은 엘리너에게 국제 연합 회의에 참석할 미국 대표를 맡아 달라고 했어요. 엘리너는 국제 연합에서 아주 열심히 활동했지요. 곧 미국 대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 국제 연합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았어요. 얼마 뒤, 국제 연합은 인권 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세계 평화뿐 아니라 인권을 지키는 일에도 앞장서기로 한 거예요. 사람들은 인권 위원회를 이끌 첫 번째 의장으로 엘리너를 뽑았어요. 엘리너가 평생토록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살아온 것을 모두 인정한 것이지요. 엘리너는 곧바로 '세계 인권 선언'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어요. 온 세계가 지켜야 할 기본 인권을 정하는 일이었지요. 많은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 낸 끝에 마침내 세계 인권 선언이 만들어졌어요. "제1조,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 이 말에는 엘리너가 평생 그려 왔던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향한 바람이 담겨 있었어요. 세계 인권 선언이 국제 연합에서 통과된 날, 모든 사람은 엘리너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어요. 세계 인권 선언은 우리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 주는 중요한 문서랍니다. 그 뒤로도 엘리너는 평화와 인권을 지키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지요. 그런 엘리너가 1962년 11월 7일에 세상을 떠났을 때,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깊은 슬픔에 잠겼어요. 자신감이 없고 수줍은 어린아이였던 엘리너는 수베스터 선생님을 만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 뒤에는 세상에서 차별받고 고통받는 이웃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애썼지요.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평화 운동가, 인권 운동가가 되었어요. 일흔 살이 넘어서도 세계 곳곳을 돌며 평화와 인권을 외쳤던 엘리너 루스벨트. 엘리너 루스벨트는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였어요. "나는 희망을 믿어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도 자기를 바꿀 수 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그 사람이 몸담고 있는 세상까지도 바꿀 수 있지요." 엘리너 루스벨트.
아멜리아 에어하트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새처럼 하루 내내 하늘을 날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면 얼마나 신날까요? 빌딩 숲이 우거진 도시 위를 날아올라, 높은 산과 드넓은 들을 지나, 끝없는 바다 위를 마음껏 날아 보는 거예요. 때로는 지도를 떨어뜨려 다시 사러 내려와야 할지도 몰라요. 때로는 기름이 떨어져 조마조마하게 착륙할지도 몰라요. 때로는 폭풍우에 휘말려 한참을 곤두박질칠지도 몰라요. 무섭다고요? 겁내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한 뒤에 모험을 떠나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처음 나설 때의 두근거림,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누려 보는 거예요. 여자로서 대서양을 처음 건넌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처럼!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라. “너무 지루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어. 게다가 이 코르셋은 정말 숨이 막혀!” 오늘도 아멜리아 메리 에어하트는 파티 중간에 몰래 빠져나왔어요. 치마를 훌렁 벗어 던지고, 몸을 꼭 죄고 있던 코르셋도 풀어 버렸어요. “아멜리아!” 어머니가 아멜리아를 불렀어요. 아멜리아는 볼멘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말했어요. “여자는 그렇게 할 이야기가 없나요? 옷이나 보석 이야기, 신랑감 이야기. 너무 따분해요!” 아멜리아는 날아가는 새를 보며 말했지요. “새가 부러워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잖아요. 엄마, 난 저 새처럼 살 거예요. 새장에 갇힌 새처럼 살지 않을래요!” 아멜리아는 어렸을 때 소문난 말괄량이였어요. 치마를 입고 나무에 올라가는가 하면, 난간에 매달려 여동생 방으로 가는 모험을 하기도 했지요. 어느 날, 아멜리아는 롤러코스터가 타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생 뮤리얼과 친구 랠피를 끌어들여 롤러코스터를 만들었어요. 널빤지로 창고 지붕에서 땅바닥까지 길을 만들고, 다른 널빤지에는 바퀴를 달아서 타고 내려오는 거였지요. “야, 다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나서 소리쳤어요. 아멜리아가 가장 먼저 타려고 창고 지붕으로 올라갔어요. 덜커덩덜커덩. 아멜리아가 탄 널빤지가 아주 빠르게 미끄러졌어요. 우당탕 쿵쾅! 널빤지가 미끄럼 길에서 벗어나면서 아멜리아는 땅바닥으로 굴러떨어졌어요. 아멜리아는 발딱 일어났어요. 옷이 찢어지고 입술에서 피도 났지만, 아멜리아는 싱긋 웃었어요. “언니, 안 아파?” 뮤리얼이 걱정하며 묻자, 아멜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응, 하나도 안 아파. 진짜로 하늘을 나는 것 같았어!” 이것이 아멜리아의 첫 번째 비행이었지요. 도전하는 삶을 꿈꾸다.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어머니가 바라던 귀족 학교 오간츠 여자대학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에어하트는 따분한 교양이나 예절만 가르치는 대학 생활이 재미없었어요. 그래서 혼자서 다른 공부를 했지요. 도서관, 음악회, 박물관에 다니고, 신문도 열심히 읽었어요. 신문에 최초의 여성 변호사나 은행장 기사가 나오면 오려서 책상 앞에 붙이며 생각했지요. ‘나도 이 여성들처럼 언젠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지!’ 에어하트는 적십자사 봉사단에서 봉사 활동도 했어요. 전쟁에 나간 군인들에게 스웨터나 양말을 짜서 보내는 일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에어하트는 전쟁터에서 크게 다친 군인을 보았어요. 에어하트는 어머니에게 군인 병원에서 간호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얘야, 여기서도 봉사 활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단다. 꼭 멀리 있는 군인 병원까지 가야겠니?” 어머니가 걱정스러워서 말렸지만, 에어하트는 야무지게 대답했어요. “우리가 예쁜 옷을 입고 보석 이야기를 할 때, 군인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싸웠어요. 엄마, 지금 군인한테는 양말보다 붕대가 더 필요해요.” 에어하트가 군인 병원에 있을 때였어요. 에어하트는 붕대 감던 손을 멈추고, 다리를 잃은 공군 비행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독일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독일군 전투기가 공격해 왔어요. 살아남은 것만도 놀라운 일이지요.” “저런, 이제 하늘만 바라보아도 끔찍하겠군요.” 에어하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공군 비행사는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에요. 간호사님도 하늘을 한번 날아 보면 알 거예요. 땅에서 붕 떠올라 하늘에 혼자 떠 있을 때, 얼마나 자유로운데요. 정말 멋져요!” 에어하트는 쉬는 날이면 공군 비행사를 따라 비행장에 나갔어요. 그리고 하늘을 누비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마음먹었지요. ‘언젠가는 비행기를 꼭 타고 말겠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에어하트는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했어요. 악기를 배우는가 하면, 여자는 손도 대지 않는 자동차 고치는 기술을 배우기도 했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날다. 어느 날, 에어하트는 아버지와 비행 쇼를 구경하러 갔어요. 에어하트는 빙글빙글 돌면서 묘기를 부리는 비행기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요. 며칠 뒤에 에어하트는 아버지를 졸라서 다른 사람이 모는 비행기를 탔어요. 비행기에서 내리며 아멜리아는 굳게 마음먹었어요. ‘아, 가슴이 벅차올라서 터질 것 같아! 나는 꼭 비행사가 될 거야!’ 에어하트는 비행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았어요. 평일에는 전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비행 학교에서 비행 기술을 배웠지요. 비행 학교 선생님은 여성 비행사로 널리 알려진 네타 스눅이었어요. 에어하트는 스눅에게 비행기의 구조와 엔진에 대해서도 열심히 배웠어요. 에어하트의 비행 실력은 나날이 늘었지요. 스눅은 에어하트를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너는 정말 타고난 비행사구나!” 에어하트는 스눅의 칭찬에 뛸 듯이 기뻤어요. 지구별 사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비행 쇼가 많이 열렸어요. 공군 비행사들은 사람들에게 비행기를 알리려고 여러 가지 기술을 선보였어요. 그리고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가, 얼마나 빨리 나는가, 얼마나 멀리 가는가 등의 기록을 계속해서 세웠답니다. 비행이 위험하다고 반대하던 어머니도 마침내 마음을 바꾸었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딸에게 믿음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생일 선물로 에어하트가 바라던 비행기를 사 주었지요. “나는 네가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편안하게 살기를 바랐단다. 하지만 네가 자유롭게 사는 것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아! 엄마, 고마워요.” 비행기는 무척 낡았지만 에어하트에게는 어떤 비행기보다 멋져 보였어요. 에어하트는 조종석에 앉아 활짝 웃었답니다. 에어하트는 비행기의 이름을 ‘카나리아’라고 지었어요. 그리고 비행기를 노란색으로 칠했지요. ‘카나리아, 나와 함께 하늘을 즐겁게 날아다니자!’ 에어하트는 비행기를 쓰다듬으며 다짐했어요. 아침부터 로스앤젤레스 로저스 비행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에어하트가 비행 쇼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경꾼이 모인 거예요. 사람들은 에어하트가 탄 카나리아호를 바라보았어요. 그을린 얼굴에 머리를 짧게 자른 에어하트는 씩씩해 보였어요. 카나리아호는 힘차게 날아오르더니 파란 하늘 속으로 사라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카나리아호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설마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불안한 얼굴로 하늘을 살폈어요. 바로 이때 카나리아호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아멜리아 에어하트! 만 사천 피트까지 올라갔습니다.”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에어하트의 가족과 구경꾼들은 기뻐서 소리를 질렀어요. “야호! 아멜리아 에어하트 만세!” “아멜리아 에어하트가 여성 비행사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어!” 어느덧 에어하트는 결혼할 나이가 되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결혼해서 편안하게 살라고 하면, 에어하트는 이렇게 말했어요.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저는 제힘으로 살 거예요. 제 날개로 날지, 남편의 날개에 기대지 않을 거예요.” 에어하트는 데니슨 하우스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요. 데니슨 하우스는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살러 온 사람들을 도와주는 곳이었어요. 에어하트는 여러 나라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어요. 또, 데니슨 하우스 기금을 마련하려고 비행 쇼도 했답니다. 데니슨 비행장에서 에어하트가 비행 쇼를 펼쳤을 때였어요. 수많은 사람이 에어하트의 뛰어난 비행 솜씨에 감탄하며 비행 쇼를 끝마친 에어하트 주위에 몰려들었어요. 그때 한 기자가 다가와 물었어요. “에어하트 씨, 어떤 여성이 비행기를 몰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에어하트는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어요. “비행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비행사가 될 수 있어요. 당연한 것을 왜 묻지요?” 에어하트는 당찬 여성 비행사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지구별 사전. 찰스 오거스터스 린드버그는 우편 비행사였어요. 1927년, 혼자서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한 번도 쉬지 않고 대서양을 처음으로 건넜지요.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건너는 데는 33시간 30분이 걸렸답니다. 대서양을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 에어하트는 여성 비행사로는 처음으로 대서양을 횡단하게 되었어요. “이제 비행을 떠나실 텐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조지 퍼트넘이 에어하트에게 물었어요. 퍼트넘은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린드버그의 비행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사람이었지요. “대서양을 횡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꼭 성공하겠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깐이었어요. 에어하트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대서양을 건너가는 내내 남성 비행사가 조종하는 뒷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비행 일지만 기록했거든요. 사람들은 대서양 횡단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에어하트를 반갑게 맞았어요. “에어하트 씨! 당신은 여성 린드버그예요!” 하지만 에어하트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아니에요. 저는 비행기를 타고만 있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여러분이 저를 칭찬하는 것은 이 정도면 여성으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그다지 기쁘지 않아요. 언젠가는 제가 직접 비행기를 몰아 린드버그를 뛰어넘는 훌륭한 비행사가 될 거예요.” 어찌 되었건 에어하트는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여성 비행사로 널리 알려졌어요. 그 뒤, 에어하트는 20시간 40분이라는 책을 썼어요. 20시간 40분 동안 대서양 위를 날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렸지요. 여기저기에서 많은 사람이 에어하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어요. 에어하트는 글을 쓰고 강연하는 일로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짧은 머리, 상냥한 웃음, 늘씬한 키에 남성처럼 바지를 입은 당당한 에어하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성공한 여성의 모습이었지요. ‘사람들은 내 겉모습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나는 비행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1929년, 에어하트는 여성 비행 경주 대회에 나갔어요. 대회는 여러 날 이어졌어요. 그런데 마지막 날, 에어하트의 친구가 탄 비행기에 사고가 났어요. ‘경주에서 일 등을 하는 것보다 친구가 더 소중해.’ 아멜리아는 친구를 구하고 나서 뒤늦게 출발했어요. 결국 1등을 놓치고 3등을 차지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답니다. 퍼트넘은 늘 에어하트를 위하는 든든한 친구였어요. 어느 날, 퍼트넘이 에어하트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어요. “에어하트 씨, 나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당차게 해내는 당신을 사랑하오. 나와 결혼해 주겠소?” “좋아요.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요.” 에어하트는 퍼트넘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했어요. 퍼트넘은 좋은 친구이자 남편으로서 에어하트를 도왔어요. 덕분에 에어하트는 결혼한 뒤에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지요. 1932년, 마침내 에어하트는 혼자서 대서양을 건넜어요. ‘이제야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 에어하트는 열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긴 비행을 아무 탈 없이 끝마친 거예요. 에어하트는 무척 기뻤답니다. 새로운 비행에 도전하다. 에어하트는 계속해서 새로운 비행에 도전했어요. 미국 땅을 가로질러 건너는 비행에도 성공했지요. 1935년, 에어하트는 또다시 커다란 도전에 나섰어요. 바로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이었지요. 그러나 하와이를 떠나 캘리포니아까지 가는 비행은 너무 위험했어요. “에어하트 씨, 위험해요. 남성 비행사도 모두 실패했어요.” “미국에서 유럽까지 가는 것보다 먼 거리예요. 여성은 힘들어요.” 사람들이 말렸지만 에어하트는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비행을 떠났어요. 결국 에어하트는 위험한 항로를 쉬지 않고 비행하여 최초로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지요. 사람들은 에어하트에게 ‘하늘의 퍼스트레이디’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답니다. 하지만 에어하트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꿈이 있었어요. 바로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린드버그를 뛰어넘는 비행사가 되는 거였지요. ‘그래, 비행기로 세계 일주를 해 보자!’ 에어하트는 퍼트넘에게 결심을 털어놓았어요. “너무 위험해요. 하지만 당신이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소. 대신 곁에서 온 힘을 다해 돕겠소.” “여보, 고마워요. 당신이 도와주면 큰 힘이 될 거예요!” 에어하트가 세계 일주 비행을 떠난다는 소식은 곧 전 세계에서 커다란 이야깃거리로 떠올랐지요. “필요 없는 것은 다 떼어 내고, 대신 연료를 더 많이 싣겠어요.” 에어하트는 세계 일주 비행을 준비하면서 구명보트까지 내려놓았어요.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건 너무 위험해요.” 퍼트넘이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에어하트는 편안해 보였어요. 드디어 에어하트는 비행기‘엘렉트라호’를 타고 세계 일주를 시작했지요. 엘렉트라호는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로 날아갔어요. 온 세상 사람들이 에어하트의 비행에 관심을 쏟았어요. 인도와 싱가포르를 거쳐 오스트레일리아를 지날 때, 에어하트가 신호를 보내왔어요.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소식에 미국은 잔치 분위기였어요. 세계의 대부분을 비행한 에어하트가 도착 할날이 다가왔으니까요. 모두 에어하트가 건강하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에어하트가 다급한 목소리를 전해 왔어요. “방향을 잃었다. 연료가 떨어져 간다.” 가늘게 이어지던 신호가 그만 뚝 끊기고 말았어요. 에어하트는 그때 드넓은 태평양의 하늘을 날고 있었지요. 퍼트넘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어요. “사랑하는 아멜리아 에어하트!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요?” 에어하트와 엘렉트라호는 태평양 하늘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졌어요. 그 뒤로 에어하트와 엘렉트라호를 찾으려고 수많은 비행기가 여러 날 동안 태평양을 샅샅이 살폈어요. 하지만 에어하트도, 부서진 비행기도 찾지 못했지요. 결국 에어하트는 실종자로 이름이 올랐어요. “조지 퍼트넘 씨, 부인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나요?” 기자들의 질문에 퍼트넘은 아멜리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읽어 주었어요. ‘여성도 남성이 꿈꾸는 일을 모두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만약 실패해도 괜찮아요. 내가 실패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되잖아요.’ 미국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감동했어요. 에어하트는 늘 새로운 일에 도전했어요. 언제나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며,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어요. 에어하트는 오늘날 새로운 일 앞에서 망설이는 우리에게 도전하라고 속삭이지요. 새로운 일을 꿈꾸고 한 발짝, 또 한 발짝 열심히 나아가 보라고 말이에요.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못 다한 비행기이야기.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플라이어 1호’를 만들어서 하늘을 날았어요. 그 뒤, 비행기는 빠르게 발달했어요. 비행기로 편지를 나르고, 북극 하늘을 날기도 했지요. 공군 비행사는 비행쇼를 열어 여러 가지 비행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비행 학교에 다니며 비행사를 꿈꾸었어요. 아멜리아 에어하트도 그 가운데한 사람으로 대서양을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예요.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비행기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프렌드십호. ‘프렌드십호’는 대서양을 건널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든 비행기였어요. 바퀴 대신 보트를 붙이고, 조종석을 뺀 나머지 의자를 모두 없앴어요. 그리고 연료를 넣을 수 있는 곳을 크게 만들었지요. 긴 시간 바다 위를 날아가려면 연료가 넉넉해야 했으니까요. 에어하트는 프렌드십호를 타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대서양을 건넜어요. 에어하트는 대서양을 건넌 최초의 여성으로 환영받았지요. 하지만 에어하트는 조종사가 아니었어요. 남성 비행사 뒤에서 비행 일지만 기록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는 스스로 비행기를 조종해서 대서양을 건너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애비안호 에어하트는 책 20시간 40분을 쓰고 나서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비행할 계획을 세웠어요.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5,500마일을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행이었지요. 1928년 9월, 에어하트는‘애비안호’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어요. 애비안호는 작은 비행기인데 기능이 뛰어나 개인 항공기로 널리 쓰였어요. 베가호. 1932년 5월 20일, 혼자서 대서양을 건너기로 마음먹은 에어하트는 빨간색 비행기 ‘베가호’를 타고 캐나다를 떠났어요. 에어하트는 14시간 56분 만에 혼자서 대서양을 건너는 데 성공했지요. 비행을 마친 에어하트는 비행 기록을 3개나 세워 <기네스북>에 올랐어요. 가장 빠른 대서양 횡단 비행 기록, 여성 조종사로서 처음으로 대서양을 건넌 비행 기록, 여성 혼자서 처음으로 대서양을 건넌 비행 기록이지요 엘렉트라호. 에어하트는 세계 일주 비행을 계획하며 ‘엘렉트라호’를 마련했어요. 엘렉트라호는 대단한 비행기였어요. 엔진이 2개이고, 비행기 몸체도 나무가 아니라 은빛 금속이었지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퀴를 접어 넣을 수도 있었고요. 1937년 3월 17일, 에어하트는 엘렉트라호를 타고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올랐어요. 엘렉트라호는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를 지나, 6월 30일 태평양의 뉴기니섬에 도착했어요. 이제 미국 동쪽 바닷가로 가기만 하면 성공이었지요. 하지만 7월 어느 날, 에어하트가 탄 엘렉트라호가 태평양에서 사라졌어요. 엘렉트라호는 에어하트가 탄 마지막 비행기가 된 거예요. 영웅의 큰 꿈을 찾아 미로 여행을 떠나요! 비행사를 꿈꾸는 소녀. 새로운 일을 이루어 낸 여성의 신문 기사를 모으며 모험을 꿈꾸다. 군인 병원에서 일하며 비행사의 꿈을 키우다. 열정을 다하는 비행 학교 학생. 전화 회사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비행 학교에 다니다. 비행사 자격증을 따고, 비행 쇼에서 신기록을 세우다. 대서양을 건넌 최초의 여성 비행사.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건너는 비행에 성공하고, 새로운 비행에 도전하다. 비행 실력을 인정받으려고 여성 비행 경주 대회에 나가다. 모험을 사랑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혼자서 대서양을 건너는 비행에 성공하고, 계속해서 비행 신기록을 세우다. 세계 일주 비행에 도전하다. 연표. 1897년 미국 캔자스 주 애치슨에서 태어나다. 1920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 뒤, 비행사가 되기로 마음먹다. 1921년 커티스 비행 학교에서 네타 스눅에게 비행을 배우다. 1922년 비행사 자격증을 따고, 로스엔젤레스 비행 쇼에서 신기록을 세우다. 1928년 여성 최초로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다. 대서양을 횡단한 이야기를 20시간 40분이라는 책으로 쓰다. 1929년 첫 번째 여성 비행 경주 대회에서 3등을 하다. 1932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혼자 횡단하는 비행에 성공하다. 1935년 최초로 태평양 횡단에 성공하다. 1937년 세계 일주 비행을 하다가 태평양에서 사라지다. 내꿈을 찾아라. 아멜리아 에어하트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전 세계 하늘을 누비는 항공기 조종사. 항공기 조종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항공기 조종사는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하늘을 날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수송하는 여객기, 전투기, 헬리콥터 같은 항공기를 운전하는 일을 해요. 대부분의 항공기에는 두 명의 조종사가 타는데, 기장은 비행의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지고, 부기장은 기장을 보조하지요. 항공기 조종사는 무엇보다 안전하게 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므로 투철한 사명감도 가져야 하고, 튼튼한 체력을 기르는 것도 항공기 조종사가 해야 할 일이에요. 하늘에도 길이 있나요? 네, 하늘에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처럼 하늘길이 있어요. 하늘길은 전파로 알 수 있게 되어 있어, 항공기 조종사들은 항공기에 있는 기계로 이 전파를 받아 정확한 하늘길로 안전하게 항공기 운행을 한답니다. 항공기 조종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항공기 조종사를 키우는 교육 기관으로는 한국항공대학교, 공군사관학교, 한서대학교, 성화대학과 일반 대학교 출신자를 대상으로 조종 훈련생을 선발하는 훈련 기관이 있어요. 항공기 조종사가 되는 길은 민간 항공사에서 선발하는 신입 조종 훈련생이 되거나 경력 조종사로 선발되는 거예요. 공군에서 비행기 조종사로 근무한 경우나 여러 경로를 통해 비행 경력을 쌓은 사람이 경력 조종사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항공 관련 학교를 졸업해요. 민간 항공사 입사 시험을 봐요. 조종사 교육을 받아요. 비행 연습을 해요. 멋진 항공기 조종사가 되었어요.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어린이에게. 비행기를 좋아하나요? 비행기 모형을 조립하면서 진짜 비행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항공기 조종사에 도전해 보세요. 항공기 조종사는 전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아주 멋진 직업이랍니다. 또한 땅 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하늘의 멋진 풍경을 볼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항공기를 운행하려면 건강한 체력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외국어 실력이 필요해요. 꿈이 있다면 이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 쌓아서 항공기 조종사에 도전해 보세요.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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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여기,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한 여성이 있어요. 바로 영국의 총리인 마거릿 대처예요. 철의 여인이란 쇠붙이처럼 강한 여성을 뜻하지요. 대처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뛰어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 주었어요. 하지만 원칙을 지키며 강하게 뜻을 이루는 대처를 보고 사람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고 말했지요. 그럼 대처는 무서운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대처는 정치를 할 때는강하게 뜻을 이루는 철의 여인이었지만, 집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어머니이고 아내였어요. 시간이 흘러, 대처는 정치에서 물러나 평범한 할머니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영국을 이끌었던 철의 여인 대처는 세상에서 가장 지도력 있는 정치인으로 손꼽힌답니다. 야무진 여성으로 자라다. 마거릿 대처의 어렸을 때 이름은 마거릿 힐다 로버츠 였어요. 마거릿은 1925년 영국 링컨셔 그랜섬에서 태어났지요. 마거릿의 아버지는 식료품 가게를 하느라 바쁘지만, 늘 책을 가까이 했답니다. “마거릿, 도서관에 가서 책 좀 빌려오겠니?” "네, 아빠!" "얼른 빌려 올게요." 마거릿은 아버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기를 참 좋아했어요. 아버지와 이야기하며 역사, 사회 문제에 눈을떴지요. 하루는 유대인 아이가 집에 찾아왔어요. 아이는 독일군에게 도망쳐 왔지요. 그때 독일군은 수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빼앗았거든요. 아이는 독일군 이야기를 하며 너무 무서워 바들바들 떨었어요. 마거릿은 가여운 아이를 보며 생각했어요. ‘수많은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데 목숨을 잃다니! 사람들이 자기 생명과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해.’ “아빠, 이름난 연설가가 마을에 온대요. 연설 들으러 같이 가요.” 마거릿은 훌륭한 연설을 들으며 연설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가족과 함께 정치인의 선거 운동을 도우며 선거의 이모저모를 배웠어요. 마거릿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합창 대회나 하키 경기에도 노력을 다했어요. 그러다 친구와 어울리지 못해 걱정하면 아버지가 말했지요. “마거릿, 외톨이가 될까 두려워서 남이 하는 대로 할 필요는 없어. 언제 어디서나 네가 마음먹은 대로 하렴. 하지만 무슨 일이든 책임을 져야 한단다.” 그제야 마거릿은 자신감을 갖고 가슴을 쫙 폈어요. 어느 날, 시를 읊는 대회에서 마거릿이 상을 탔어요. 사람들은 마거릿에게 운이 좋은 아이라고 말했지요. 그러자 마거릿은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저는 운이 좋아서 상을 받은 게 아니에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상을 받았답니다.” 어느새 마거릿은 훌쩍 자라 옥스퍼드 대학교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분위기가 낯설어서 주눅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마거릿은 곧 마음을 다잡았지요. ‘내 자리를 빨리 찾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남보다 노력해야 해. 공부에 온 힘을 기울이면 주눅 들 틈도 없겠지.’ 마거릿은 씩씩하게 마음먹고 책을 폈어요. 마거릿은 화학을 공부했지만,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학교 안에 있는 정치 모임에도 들었지요. ‘내가 여성인 것이 꿈을 펼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없어.’ 마거릿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앞으로 밀고 나갔어요. 남학생을 제치고 모임의 회장까지 맡았지요. 마거릿은 정치 모임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한데 모으고, 모임을 이끄는 법을 배웠어요. 신념과 원칙을 지키다. 대학교를 마친 마거릿은 화학 연구자로 일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었어요. 열심히 노력해 뛰어난 남성들을 제치고 국회의원 후보로 뽑혔답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마거릿이 실망하고 있을 때, 옆에서 힘을 준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데니스 대처였어요. 마거릿은 데니스와 결혼해서 남편의 성을 따라 이름이 마거릿 대처가 되었답니다. 대처는 법을 공부해 변호사로 일했어요. 하지만 정치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변호사로 경험을 많이 쌓은 뒤, 정치에 다시 도전해야지.’ 대처는 다시 선거에 나가 하원 의원이 되었어요. 대처는 하원 의원으로서 첫 연설을 했어요.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안건을 내놓는 자리였지요. “국민이 원하는 것을 생각합시다. 의회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야합니다.” 대처는 자기의 생각을 차근차근 알기 쉽게 말했어요. 원고도 없이 27분 동안 말이에요. 연설이 끝나자 주위에서 박수 소리가 터졌어요. 대처는 두근두근 뛰는 가슴으로 의회를 나섰지요. ‘모두 내가 아무 준비 없이 연설한 줄 알겠지? 곳곳에 있는 자료를 다 찾아읽고, 열심히 준비한 줄은 아무도 모를 거야.’ 이날, 한 신문은 대처에 대해서 이렇게 썼어요. ‘대처는 한순간에 다른 의원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대처는 장관으로 활동하다가 당 대표를 맡았어요. 대처는 누구를 만나든 자신있게 말했지요. “저는 언제나 저의 믿음과 원칙대로 정치를 합니다.” 대처가 미국에 갔을 때였어요. 기자들이 대처에게 몰려들었어요. “여성이 당 대표가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기자의 질문에 대처는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저는 여성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평가받고 싶습니다. 여성이라는 사실을 내세우기보다는 남성과 똑같이 경쟁하겠습니다.” 대처는 나라 밖 문제도 대충 넘기지 않았어요. 한번은 대처가 연설을 하다가 소련을 독재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꼭 집어서 말했어요. 소련은 화를 내며 대처에 대해 말했지요. “대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철의 여인’입니다.” 철의 여인이란 쇠붙이처럼 차갑고 강한 여성이라는 말이에요. 하지만 대처는아무렇지 않게 말했지요. “나는 영국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철의 여인이 되겠습니다.” 이때부터 대처는 철의 여인이라 불렸어요. 유럽에서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되다. 마침내 대처는 영국의 총리에 올랐어요. 여성이 총리가 된 것은 유럽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사람들은 제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의 주장을 반대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굳은 의지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에게 신념과 용기를 주신 아버지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어요.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지요. 대처는 총리가 머무는 집이 있는, 다우닝 가에 도착했어요. 영국을 이끄는 새로운 총리, 대처를 반기는 사람들이 집 앞을 가득 메웠어요. 대처는 기쁨에 겨워 손을 높이 흔들었답니다. 대처는 영국 정치의 중심에 섰어요. 대처는 총리가 할 일을 빠르게 익혔어요. 대처의 책상 위에는 늘 서류가 잔뜩 쌓였지요. '나는 영국을 대표하는 총리야. 국민보다 더 부지런히 일하고, 나라의 앞날을 준비해야 해. 어려운 나라를 꼭 다시 일으킬 거야!’ 대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았지요. 대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대처를 무뚝뚝하다고 했지만, 대처는 가족 앞에서 정 많은 엄마이고 아내였어요. 남편은 아내 대처를 믿고, 정치 생활을 잘할 수 있게 도왔어요. 굳은 의지로 나라를 이끌다. 1982년 아르헨티나가 영국이 다스리는 포클랜드 섬을 차지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대처는 고민에 빠졌어요.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해야 할까? 아니면 포클랜드 섬을 포기해야 할까?’ 국민은 불안한 마음으로 뉴스에 귀를 기울였어요. 대처는 결정을 내리려고 차분하게 준비했어요. 생각을 거듭한 뒤, 마침내 입을 열었지요.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대처는 조마조마해하는 국민에게 말했어요. “여러분, 지난 날 빅토리아 여왕은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꼭 이길 것입니다.” 국민은 자신에 찬 대처를 보고 마음을 놓았어요. 드디어 영국 함대가 포클랜드 섬으로 향했어요.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 전쟁을 벌였지요. 영국군의 공격에 결국 아르헨티나 군은 항복했어요. 대처는 영국이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온 국민에게 외쳤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겼습니다! 기뻐 합시다!” 하지만 기쁨 뒤에는 슬픔도 있었어요. 전쟁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군인이 많았던 거예요. 대처는 숨진 군인을 떠올리며 슬픔에 젖었어요. ‘나도 아이를 낳은 어머니야. 어머니가 소중한 아이를 잃은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어.’ 대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의 가족에게 편지를 썼어요. 슬픔을 함께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에요. 강한 지도력을 펼친 철의 여인. 대처는 사람들이 망설일 때 재빨리 결정을 내렸어요. 언뜻 쉬운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처는 여러 자료를 살피고 몇 번이나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답니다. “대처는 어떤 문제든지 일단 결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군!” “일을 결정하고 마무리 짓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 국민은 대처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어요. 그래서 대처는 세 번이나 총리로 뽑혔어요.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영국 총리를 세 번이나 한 사람!” “1827년 뒤로 가장 오랫동안 일한 영국 총리!” 국민은 여성 정치인 대처의 힘을 믿었어요. 대처는 무너진 경제를 일으키는 데 힘썼어요. 점점 나빠지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날마다 밤을 꼬박 새도 모자랐지요. 대처는 국민에게 말했어요. “열심히 일해야 잘사는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처는 경제를 일으키려고 여러 가지 계획을 발표했어요. 먼저 잘못된 파업을 막으려고 했어요. 그 다음에는 나라에서 이끄는 기업을 개인이 맡도록 했지요.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었어요. 하지만 대처가 나랏일을 돌보자 차츰 좋아졌답니다. 대처는 멈추지 않고 여러 가지 계획을 내놓았어요. 그리고 흔들림 없이 계획을 밀고 나갔지요.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대처는 세계 평화를 위해 소련과 화해했어요. 그리고 소련의 정치인 고르바초프를 영국에 초대했어요. ‘고르바초프와는 말이 잘 통해. 앞으로 고르바초프는 가장 높은 지도자가 될 거야.’ 대처의 짐작대로 정말 고르바초프는 소련에서 가장 높은 지도자 자리에 올랐답니다. 대처는 영국 총리로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소련을 찾았어요. 소련 국민은 대처를 반갑게 맞았지요. 대처는 환하게 웃으며 고르바초프를 만나 세계 평화를 위해 이야기했어요. 그때 미국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대처에게 박수를 보냈어요. “대처 총리는 아무도 할 수 없던 일을 해냈습니다. 대처 총리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시다!" 유럽 여러 나라는 유럽 연합을 만들자고 했어요. 하지만 대처는 반대하며 정치에서 물러났지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선 순간, 대처는 왈칵 눈물을 흘렸어요. ‘정치를 시작한 뒤로 줄곧 목표를 향해 달려왔어. 이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후회는 없어.’ 대처는 눈물을 거두고 힘차게 버킹엄 궁전을 나섰어요. 대처가 나오자 국민이 힘차게 박수를 쳤어요. 대처는 국민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졌어요. ‘나에겐 남은 일이 있어.' '정치에서 얻은 깨달음을 여러 사람에게 전해야지. 계속 신념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갈 거야.' 굳은 의지로 나라를 이끈 철의 여인 대처! 사람들은 강한 지도력을 선보인 사람을 꼽을 때 늘 대처를 떠올린답니다.
제인구달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2003년 11월 8일, 제인 구달이 우리나라를 찾았어요. 가냘픈 몸매에 희끗희끗한 머리를 살짝 묶은 제인 구달은 맑은 눈을 반짝이며 차분하게 강연을 시작했어요. “저는 자연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 주려고 자연의 여신이 침팬지를 세상에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이 파괴되면 그 재앙은 우리 사람들에게로 돌아올 것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제인 구달은 작은 종 하나를 꺼내 흔들었어요. ‘짤랑짤랑’하는 맑고 고운 소리가 났지요. “이 종은 누군가가 밟은 지뢰가 터지면서 나온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끔찍한 무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변하는 것처럼,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이 세상도 더 아름답게 바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다. “안녕? 나는 ‘주빌리’야. 아프리카에서 온 침팬지란다.” 아버지가 침대에 누워 있는 아기에게 털북숭이 인형을 보여 주며 말했어요. 검은 털, 길게 늘어진 팔, 커다란 눈. 아기는 신기하게 생긴 인형을 바라보더니 활짝 웃으며 꼭 끌어안았지요.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말했어요. “우리 제인은 정말 특별해. 여자아이가 예쁜 공주 인형보다 동물 인형을 더 좋아하다니.” 제인은 자라면서 모든 동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하루 내내 숲에서 새를 쫓아다니거나 동물을 찾아다녔지요. 한 번은 침대에 지렁이를 늘어놓은 일도 있었답니다. “이런, 제인 때문에 우리 집이 동물원으로 바뀌겠군. 커서 무엇이 되려고 그럴까?”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가 웃으며 이야기했어요. "글쎄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동물학자가 되겠지요. 어쩌면 타잔처럼 밀림에 들어가살겠다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호호." 제인 구달은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어요. 그러나 어린 시절은 영국 남부의 ‘본머스’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지냈어요.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라야 한다고 생각한 어머니 덕분이었지요. 그래서 제인은 언제나 숲과 들판, 바다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과 식물에 대해 많이 알고, 더욱 좋아했지요. 제인이 네 살 때 일어난 일이에요. 보통 때처럼 점심을 먹자마자 집을 나섰던 제인이 어두워져도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제인! 제인! 어디 있니?” 온 가족은 깜짝 놀라 제인을 찾아 나섰어요. 그러나 제인은 어디에도 없었지요. 걱정이 가득해 발걸음마저 무거운 가족들이 집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닭장에서 누군가가 후다닥 튀어나왔어요. 바로 제인이었어요. “어머나, 제인! 대체 닭장에서 무엇을 한 거니?” “닭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달걀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거든요.” “오, 아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그러나 어머니는 제인을 야단치지 않았어요. 제인이 가진 호기심을 키워 주려고요. 동물학자가 될 거야! “제인! 어디 숨었니? 어서 나와 우리랑 놀자.”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한 숲속에서 친구들이 제인을 불렀어요.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자 한 친구가 말했어요. “제인은 또 토끼 굴을 찾아다니거나 벌레를 보고 있을 거야. 그냥 우리끼리 놀자.” 그제야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제인은 빙긋 웃었어요. ‘얘들아, 미안해. 오늘은 자연을 느끼며 책을 읽고 싶었어.’ 제인은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아 유인원 타잔이라는 책을 펼쳤어요. 뜻하지 않게 밀림에 떨어져 고릴라 손에서 자란 타잔이 ‘제인’이라는 멋진 여성과 함께 밀림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내용이었어요. 제인은 자기와 이름이 같은 여성이 타잔과 함께 밀림을 누비는 것이 퍽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정작 제인의 마음을 끈 건 엄마 고릴라였어요. ‘고릴라가 사람을 키우다니 정말 대단해. 그러고 보면 고릴라, 원숭이, 침팬지 같은 동물은 우리 사람과 참 비슷하게 생겼고 머리도 좋아.’ 제인은 학교에 들어가서도 동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 갔어요. 특히 고릴라, 원숭이, 침팬지 같은 동물에게 더욱 큰 흥미를 보였지요. 다른 여자아이들이 파티나 옷, 남자 친구에 관심이 많을 때 제인은 동물학책이나 자연 도감을 뒤지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동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 나갔지요. “나는 아프리카에 가서 동물을 연구하고 싶어.” 제인의 말에 친구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어요. “어머나, 제인! 숙녀가 동물학자라니. 그건 너무 험한 일이야.” 그러나 가장 친한 친구 ‘클로’는 달랐어요. “동물학자! 정말 멋지다. 너는 틀림없이 잘해 낼 거야.” 그러나 제인은 집이 가난해서 대학교에 갈 수 없었지요. ‘대학교에 가지 않아도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 길이 열릴 거야.’ 제인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서류 정리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영화사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인은 자기의 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지요. 제인은 동물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고,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가 많은 시간을 보냈답니다. 아프리카, 아프리카! 1956년 12월 18일 아침, 제인은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바로 제인과 가장 친했던 친구 클로가 보낸 것이지요. “제인! 그동안 무척 보고 싶었어. 여기는 아프리카에 있는 케냐라는 곳이야." "부모님이 케냐에 농장을 사셔서 우리 가족은 모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단다. 예전부터 너는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라고 늘 말했잖아? 지금도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면 이곳으로 오지 않을래?” 제인은 그날로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돈을 많이 주는 식당에서 일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았어요. 이렇게 다섯 달 동안 온갖 고생을 한 끝에 아프리카로 갈 수 있는 돈을 마련했지요. 1957년, 드디어 제인은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로 갔어요. “제인! 정말 아프리카에 왔구나. 환영해!” 클로는 제인을 반갑게 맞았어요.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 시원하게 펼쳐진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제인은 평생을 아프리카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제인은 클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돈을 벌려고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로 갔어요. 어느 날, 제인은 나이로비에 ‘루이스 리키’라는 이름난 고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인은 곧장 리키 박사를 찾아갔지요. 제인은 연구실에 있는 신기한 화석과 동물 뼈에 관심이 쏠렸어요. 그래서 리키 박사에게 허락을 받고 연구실을 구경했어요. 제인은 여러 동물 뼈를 쳐다보며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줄줄 이야기했어요. 때로는 리키 박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요. 리키 박사는 어느새 제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답니다. “동물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군요.” 리키 박사의 칭찬에 제인은 야무지게 대답했어요. “저는 동물에 관한 것이라면 어느 대학교 졸업생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만이 동물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키 박사는 제인의 당찬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인 양! 내 조수로 일해 줄 수 있겠소?” “제가 바라던 거예요.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인은 기뻐서 활짝 웃었어요. 침팬지 연구에 들어가다. 1859년에 찰스 다윈이라는 학자가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라는 진화론을 발표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어요. 리키 박사도 원숭이나 침팬지 같은 동물에 관심이 깊었어요. 다윈의 진화론이 맞다면 이런 동물을 연구해 석기 시대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리키 박사는 몇몇 남자 조수들에게 밀림에서 살고 있는 야생 동물을 연구하자고 말했어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지요. 가족을 떠나 위험한 밀림에서 야생 동물만 연구하며 보내는 나날은 정말 외롭고 힘들거든요. 하지만 제인의 생각은 달랐어요. ‘좀 위험하긴 해도 내 연구를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거야.’ 제인은 눈을 반짝이며 리키 박사에게 말했어요. “박사님! 저를 보내 주세요. 저는 침팬지에 관심이 많아요. 이번 기회에 침팬지를 제대로 연구해 보고 싶어요.” 리키 박사는 아주 좋아했어요. 제인은 또 하나의 기회가 열리는 것을 느꼈답니다. 리키 박사가 침팬지 연구에 대한 허락을 받고 돈을 마련하는 동안, 제인은 영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좀 더 깊이 침팬지를 공부했지요. “침팬지는 결코 사람과 친해질 수 없소.” “뜻은 좋지만, 이 일을 해내지는 못할 거요.” 주위 사람들은 제인을 말렸지만, 제인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어머니만은 제인을 북돋아 주었지요. “제인! 나는 너를 믿는단다. 난 너와 함께 밀림으로 들어가겠어.” 1960년 7월 16일, 제인은 어머니와 함께 다시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어요. 제인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 주신 침팬지 인형, 주빌리를 떠올렸어요. “어머니! 아버지는 제가 침팬지를 연구하는 학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제인의 말에 어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는 네가 타잔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구나. 밀림으로 침팬지와 살러 가다니, 타잔이 따로 없구나.” 침팬지와 함께 지내다. “어머, 제인! 이게 무슨 소리니?” 잠을 자던 어머니가 깜짝 놀라 물었어요. 새벽 5시 30분, 제인은 여러 도구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서다가 어머니를 돌아보았지요. “걱정 마세요. 대장 침팬지가 친구들에게 아침인사하는 소리예요. 이제 녀석들이 움직일 시간이니까 가서 관찰해야 해요.” 제인은 아침이면 곰베 숲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하루 내내 망원경으로 침팬지 무리를 관찰했어요. 침팬지들은 열매를 따 먹기도 하고, 기지개를 켜기도 했지요. ‘오늘은 한번 다가가 보자.’ 이제껏 늘 멀리서만 지켜보던 제인은 살금살금 침팬지 무리에게 다가갔어요. 그러자 유난히 몸집이 큰 침팬지가 이를 드러내며 제인을 위협했지요. 순간 제인은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꾹 참았어요. ‘내가 무서워하는 것을 알면 바로 공격할 거야.’ 제인이 물러서지 않자 그 침팬지도 멋쩍은 듯 눈을 끔벅거리더니 다른 곳으로 갔어요. 다른 침팬지들도 그 뒤를 따라서 모두 가 버렸지요. 그러나 제인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날마다 같은 시간에 무화과나 바나나를 가지고 침팬지에게 다가갔어요. 물론 침팬지들은 이내 다른 곳으로 가 버리고 말았지만요. “침팬지는 너와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나 보구나.” 제인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어요. “그래도 이제는 제가 다가간다고 화내는 녀석은 없어요.” “그래. 네가 꾸준히 진심으로 다가가면 언젠가는 녀석들도 마음을 열 거야.” 제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어요. “어머니! 침팬지도 사람처럼 성격이 있을까요?” “그럼. 모든 생물에게는 각자 다른 성격이 있단다.” 그러나 그때 살았던 동물학자들은 동물에게 성격이 없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제인은 자기를 바라보던 침팬지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지요. 그 속에는 제인을 향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어려 있었고, 더구나 제인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거든요. ‘어쩌면 동물학자들이 틀렸을 수도 있어.’ 제인은 이렇게 생각하며 날마다 침팬지 관찰일지를 써 나갔어요. 호수에서 약 150미터 위에 있는 봉우리에서 늘 침팬지를 관찰했다. 어느 날, 봉우리에 올라 숨을 돌리고 있는데 아래 계곡에서 침팬지 소리가 들렸다. 침팬지들은 큰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고 있었다. 나는 침팬지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망원경을 놓지 않고 따라다녔다. 그날부터 나는 날마다 침팬지에 관한 재미있고도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40미터 앞에 있는 풀숲에서 침팬지 그림자를 보았다. 재빨리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니 내가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침팬지였다. 다른 침팬지보다 나를 덜 무서워하는 어른 수컷 침팬지였다. 나는 그 침팬지의 뺨에 난 독특한 하얀 털 때문에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부르기로 했다. 침팬지들은 2시간 동안, 즙이 많은 음토보골로 무화과를 먹었다. 그런 다음 차례로 땅으로 내려왔다. 또 어른 침팬지들은 서로 털을 매만져 주었다. 어린 침팬지들은 서로를 쫓아다니거나 간질이며 장난을 쳤다. 낮 12시쯤에는 키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많은 침팬지가 드러누워 쉬었다. 몇 마리는 낮잠을 자기도 했다. 침팬지를 알아 갈수록 침팬지가 얼마나 사람과 비슷한지를 점점 더 깨닫는다. 하루는 데이비드가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몸을 긁다가, 갑자기 수풀까지 뛰어갔다. 데이비드는 조심스럽게 풀줄기 하나를 입에 물고는 어딘가로 향했다. 바로 흰개미 둑이 있는 곳이었다. 데이비드는 둑을 찬찬히 살피더니 곧 흰개미 낚시를 시작했다. 데이비드는 흰개미 둑으로 풀줄기를 찔러넣었다. 그렇게 찌르기를 여러 번, 데이비드는 풀줄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더니 무언가를 입 속으로 털어 넣었다. 나는 데이비드가 떠나자마자 흰개미 둑으로 가 보았다. 거기에는 버려진 풀줄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나는 시험 삼아 데이비드가 한 대로 따라 해 보았다. 그랬더니 흰개미들이 풀줄기를 물고 매달려 올라왔다. 침팬지와 친구가 되다. 침팬지 한 마리만은 제인을 피하지 않았어요. 제인은 그 침팬지의 뺨에 난 독특한 하얀 털을 보며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이름 지었어요. 데이비드 덕분에 다른 침팬지들도 서서히 제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요. 이제 마음껏 침팬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된 제인은 하루 내내 침팬지를 따라다녔어요.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지요. 바로 침팬지도 사람처럼 앞발로 도구를 쥐고 쓴다는 것이었어요. 데이비드는 작은 나뭇가지를 흰개미 둑에 넣었다가 흰개미들이 나뭇가지에 붙어 나오면 입 안에 쏙 넣었어요. 그뿐이 아니었어요. 잎이 많이 달려 있는 작은 가지를 주워서 잎을 떼어 내기도 했지요. 제인은 곧바로 이 사실을 리키 박사에게 알렸어요. “박사님! 역시 다윈은 옳았어요. 아무리 보아도 침팬지의 행동이 사람과 똑같아요. 도구도 사용한다고요." “역시 그랬군! 제인 양, 침팬지를 계속 잘 관찰해 보시오. 그 모습이 바로 석기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모습이니까 말이오.” 어느 날, 제인은 데이비드의 뒤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고 말았어요. 한참을 헤매다 겨우 호숫가로 왔는데, 데이비드가 먼저 와 있었어요. 데이비드는 제인을 보자 다정한 눈빛으로 일어섰어요. ‘어머! 이 녀석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제인은 손에 든 코코야자 열매를 내밀었지요. 데이비드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코코야자 열매를 툭 쳐서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어요. ‘왜 그러지? 나를 싫어하는 걸까?’ 그때 데이비드가 제인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어요. 마치 '코코야자는 필요 없어요.' '그저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하고 말하는 것 같았지요. 데이비드의 앞발에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제인은 속삭였어요. “그래. 동물한테도 성격이 있어. 어머니 말씀이 옳았어.” 제인은 침팬지를 알아 갈수록 깜짝깜짝 놀랐어요. 침팬지와 사람이 아주 많이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침팬지들은 서로 만나면 껴안고, 입을 맞추고, 등을 두드려 주었어요. 하지만 서로 다른 침팬지 무리끼리는 심한 싸움도 했지요. ‘사람의 나쁜 점까지 닮았구나. 그런 것은 닮지 않아도 좋은데.’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았어요. 한 침팬지가 어린 새끼를 남겨 두고 죽었는데, 며칠 뒤에 다른 침팬지가 새끼 침팬지를 날마다 보살펴 주는 거예요. “이럴 수가! 새끼 침팬지를 자기 자식으로 삼은 거구나!” 어느새 다른 침팬지들도 둘 사이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눈치였어요. 제인 구달은 지금까지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서 발표했어요. 그러나 사람만 성격이 있으며, 도구를 사용한다고 믿는 동물학자들은 제인의 논문을 믿으려 하지 않았지요. 1965년, 드디어 제인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나는 네가 틀림없이 해낼 줄 알았단다. 정말 자랑스럽구나.” 어머니는 제인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어요. 그 뒤로 제인의 연구는 더욱더 깊어지고 다양해졌어요. 1972년 어느 날 아침, 엄마 침팬지 플로가 냇물에 얼굴을 묻은 채 죽어 있었어요. 그러자 플로의 아들, 플린트는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계속 죽은 엄마 곁을 지켰어요. 결국 플린트도 얼마 뒤에 죽고 말았지요. “침팬지도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기까지 해. 사람과 다를 게 없잖아! 그래. 동물과 사람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야 해.” 제인은 이렇게 다짐했어요. 생명 사랑 운동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비참했어요. 사람들은 야생 동물을 잡아서 팔거나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지요. 어느 날, 제인은 아프리카의 한 시장에서 철창에 갇힌 아기 침팬지를 보았어요. 제인은 아기 침팬지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무서워요. 제발 부탁이니 나를 밀림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제인은 아기 침팬지의 슬픈 눈빛을 잊을 수 없었어요. ‘그래. 이제는 동물을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동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이야기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운동도 해야겠어.’ 그래서 제인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동물 보호와 환경 보호에 관한 책도 써냈어요. 이제 제인은 동물학자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뿌리와 새싹’ 운동을 펼치는 환경 운동가로 바뀌었어요. “뿌리와 새싹은 약하지만 벽도 뚫고, 바위도 뚫습니다. 지금 우리의 힘은 작지만 사람과 동물이 하나로 힘을 합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데 온 삶을 바친 제인 구달은 오늘도 온 세계 사람들에게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살 것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침팬지의 어머니’, ‘검은 침팬지의 하얀 친구’라고 불리는 제인 구달은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결국 제인 구달은 동물학자가 되었고, 무려 40여 년 동안 숲에서 침팬지와 함께 살며 침팬지의 특성을 연구했어요. 그 결과 동물도 사람과 같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지요. 그래서 이제 제인 구달은 동물학자에서 ‘뿌리와 새싹’ 운동을 벌이는 환경 운동가로 바뀌었답니다. 제인 구달이 말하는 ‘뿌리와 새싹’ 운동과 생명 사랑 십계명이 무엇인지 좀 더 알아볼까요? ‘뿌리와 새싹’ 운동. ‘뿌리와 새싹’ 운동이 무엇인가요? 제인 구달은 지구의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동식물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나아가 더 좋게 만들자는 뜻에서 ‘뿌리와 새싹’ 운동을 시작했답니다. ‘뿌리와 새싹’ 운동은 환경, 동물,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시작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을 바꾸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뿌리와 새싹’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뿌리와 새싹’ 회원들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나 특성에 맞는 환경 사랑 계획을 세워서 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어요. 어린이 회원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답니다. 환경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활동. 학교 뒷마당이나 주변에 꽃과 나무를 심고 잘 가꾸어요. 놀이터나 뒷산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요. 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활동. 자연 학습장으로 체험 캠프를 떠나거나 책을 보며 동물을 연구해요.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는 동물을 공부하고,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서 동물 보호 단체와 이야기를 나누어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활동.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무료 배급소나 복지관에서 봉사 활동을 해요. 제인 구달이 말하는 생명 사랑 십계명. 첫째, 우리가 동물 사회에 속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둘째,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 셋째, 마음을 열고 겸손하게 동물에게서 배우자. 넷째, 아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가르치자. 다섯째, 슬기로운 생명 지킴이가 되자. 여섯째, 자연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잘 보호해서 지켜 나가자. 일곱째, 자연을 해치지 말고 자연에서 배우자. 여덟째, 우리의 믿음에 자신을 갖자. 아홉째,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돕자. 열째,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가지고 살자. 수의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수의사는 동물들을 위한 의사예요. 주로 동물병원에서 아픈 동물을 치료하고 보살펴 주지요. 동물이 태어나고 자라고 새끼를 낳고 나이가 들때까지 살피고 돌보는 일을 한답니다. 수의사가 되는 길을 알려 주세요. 수의사가 되려면 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하고, 국가에서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답니다. 그러면 동물 병원, 연구소, 동물원, 보호소 등 동물과 관련된 곳에서 일할 수 있지요. 수의사로 일할 때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이 났을 때 어디가 아픈지 찾아내기가 어려워요. 또 진찰을 하려고 동물을 붙잡으면 겁을 먹고 흥분하거나 도망가는 일도 있어요. 동물이 다치지 않게 보살피는 일은 무척 힘들고 조심스러운 일이랍니다. 수의사가 되고 싶은 어린이에게. 수의사가 되고 싶은 어린이라면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 일 거예요. 이렇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정성을 다해서 동물을 이해하고 보살필 수 있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을 치료하려면 자세히 관찰하는 힘도 길러야 해요. 동물을 보살피고 병을 고쳐주는 일은 힘든 점도 많지만 보람도 큰일이에요. 병이 들어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동물이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수의사로서의 기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지요. 멋진 수의사가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주변 동물들의 몸짓을 잘 관찰 하여,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까워지도록 노력해 보세요.
페트라 켈리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창문으로 환한 햇빛이 비쳤어요. 독일에 사는 여자 아이 페트라 켈리는 몸이 아파 집에 누워 있었어요. 페트라는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책 읽기에 푹 빠졌지요. 페트라는 외할머니, 어머니와 같이 살았어요. 아버지가 가족의 곁을 떠났지만, 페트라는 구김살 없이 밝게 자랐답니다. 외할머니가 신문을 보다가 말했어요. “페트라, 여러 사람이 성명서를 발표했단다. 우리 독일이 원자 폭탄 같은 끔찍한 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왜 그런가요?” 페트라의 질문에 외할머니는 차근차근 대답했어요. “우리 독일은 두 번이나 세계 전쟁을 일으켰단다. 사람이 많이 죽거나 다쳤지. 전쟁 때문에 다시는 사람이 죽으면 안 되니까 무기를 못 갖게 한단다.” 페트라는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를 들으며, 사회 문제에 눈뜨기 시작했어요. 페트라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어요. 어머니가 미국 사람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요. “네가 페트라구나? 반갑다. 우리 앞으로 행복하게 살자.” 새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페트라의 손을 잡았어요. 페트라는 다정한 새아버지가 무척 좋았답니다. 행복한 하루하루가 흘러갔어요. 그동안 여동생 그레이스도 생겼지요. 페트라는 동생이 참 귀여웠어요. 페트라의 가족은 새아버지의 고향 미국으로 가기로 했어요. 하지 만 외할머니는 독일에 남았지요. 외할머니는 미국으로 떠나는 페트라를 힘껏 껴안았어요. “페트라,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약속해 주겠니?” “네, 할머니! 어서 커서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될 게요.” 페트라는 외할머니와 굳게 약속했어요. 페트라는 미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어요. 영어를빨리배우려고많이노력했지요.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고, 친구에게 자꾸 말을 걸어 친해지려고 애썼어요. 친구들도 페트라를 반겨 주었어요. 저 애가 독일에서 온 페트라래.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영어를 잘해. 뭐든지 열심히 해. 부끄러움을 잘 타던 페트라는 늘 밝고 힘찬 아이로 바뀌었어요. 학교 신문에 글과 만화도 내놓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잘했어요. 앞장서서 응원도 재미있게 잘했지요. 친구들은 페트라를 참 좋아했어요. 몸도 약해 보이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 걸까? 페트라는 참 대단해! 자유와 평등을 소중히 여기다. 그때만 해도 미국에서는 백인이 흑인을 많이 차별했어요.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흑인의 자유와 평등을 외쳤지요. “흑인과 백인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만듭시다! 피부색이 달라도 사람과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는 세상을 만듭시다!” 페트라는 킹 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맞아. 사람은 모두 소중해. 피부색이나 재산, 남성인지 여성인지 따위로 차별할 수 없어.’ 페트라는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데 함께했어요. 페트라가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한 지역 신문에 페트라의 기사가 났어요. 페트라는 웅변을 잘해서 학교에서 뽑는 ‘올해의 웅변가’로 뽑혔다. 또한 시에서 주는 ‘최우수 학생상’등 여러 상을 받았다. 페트라는 학교 신문도 열심히 만들고, 여러 단체와 모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린다. 페트라는 여러 신문에 ‘독자의 편지’를 보내 이름이 알려졌다. 페트라는 앞으로 국제 정치를 배우고 싶다. 페트라는 일을 맡으면 끝까지 해냈어요. 일을 시작하면, 밤이 새도록 책상에 앉아 온 힘을 기울였지요. 사람들은 뜻을 세우면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는 페트라에게 감탄했답니다. 옳은 길에 앞장서다. 페트라는 워싱턴에 있는 대학교에 가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야 했지요. “네가 바라는 대로 국제 정치학을 선택했으니 열심히 공부하렴. 너는 훌륭한 전문가가 될 거야.” 새아버지는 페트라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멀리 떠나는 페트라는 동생 그레이스가 몸이 약해 걱정이었답니다. “그레이스, 빨리 건강해지렴. 네가 정말 보고 싶을 거야.” 페트라는 그레이스의 뺨에 따뜻하게 입 맞췄어요. 페트라는 워싱턴으로 떠나며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워싱턴은 미국의 수도니까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야. 국제 정치를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이지. 낯선 곳이라 두렵기는 하지만 용기를 내자. 외할머니와 약속했잖아.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로!’ 페트라는 대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특별 장학생으로 뽑혔어요. 하지만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지요. 그때 미국에서는 외국 국적을 가진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주지 않았거든요. “외국 사람이라고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니. 너무 잘못되었어요!” 페트라는 로버트 케네디에게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 달라고 편지를 썼답니다. 그리고 ‘로버트 케네디 특별 장학금’을 만들어 대학교에서 돈을 모아 외국 사람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했지요. “문제를 느끼고도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러면 내가 받은 고통이 남을 위한 도움이 될 수 있답니다.” 이것이 페트라가 죽는 날까지 품었던 믿음이었어요. 페트라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했어요. 베트남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갔지요. ‘전쟁 때문에 소중한 생명이 쓰러지고 있어.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작지만 여럿이 힘을 모으면 도움이 될 거야.’ 페트라는 여러 정치인과 외교관*에게‘국제 주간* 행사’를 연다는 알림장을 보내 베트남 전쟁 등 국제 문제를 함께 고민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첫 번째 국제 주간 행사는 썰렁하게 막을 내렸어요. 사람이 별로 오지 않았지요. 페트라는 주저앉지 않고 두 번째 행사를 준비했어요. ‘이번에는 재미있는 문화 행사도 준비했으니까 사람이 많이 올 거야. 자신 있어!’ 행사가 열리는 날, 페트라의 바람대로 사람이 많이 왔답니다. “전쟁을 그만 하고 평화를 지킵시다!” 페트라가 힘차게 외치는 소리에 사람들은 크게 박수를 쳤어요.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다. 페트라는 외할머니에게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어요. “얘야, 동생 그레이스가 암에 걸렸단다.” 그레이스는 방사선 치료로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어요. 그레이스는 숨을 쉬기도 힘들었지만, 언니 페트라를 보고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언니, 교황님을 뵙고 싶어. 교황님을 뵙고 기도를 드리면 아픈 게 좀 나을 것 같아.” 페트라는 교황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교황은 페트라의 편지를 읽고 감동해 가족을 초대했어요. “그레이스, 교황님을 뵙고 기도해 달라고 하자.” “응, 언니!” 교황은 그레이스를 만나 정성껏 기도해 주었답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결국 어머니의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났어요. 페트라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그레이스, 너는 수술로 오른쪽 눈을 잃고 아픈데도 늘 웃으며 나를 반겨 주었지. 고마워! 나도 너의 너그러운 마음을 배울게.’ 페트라는 동생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고 동생의 이름을 따서‘그레이스 켈리 재단’을 세웠답니다. 페트라는 외할머니, 어머니, 친구와 함께 재단을 위해 일했지요. 그레이스 켈리 재단은 어린이를 보살피는 병원을 지으려고 돈을 모았어요. 오늘날 그레이스 켈리 재단은 독일 여러 곳에 어린이를 돌보는 병원을 세우는 재단으로 컸답니다. 그레이스가 죽은 다음 해, 페트라는 인도의 다람살라에 갔어요. 다람살라에는 티베트 사람이 사는 난민촌이 있었어요. 티베트로 쳐들어온 중국군을 피해 도망 온 사람들이었지요. 페트라는 난민촌에서 티베트 여자 아이를 만났어요. 아이는 제대로 먹지 못해서 나이보다 작고 가녀렸지요. 더구나 아이는 부모가 없었어요. “자유를 얻으려고 고향 티베트에서 이 먼 곳까지 왔구나.” 페트라는 가냘픈 아이를 따스하게 끌어안았어요.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내가 너를 돌봐 주면 안 되겠니?” 소녀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힘없는 나라의 사람은 왜 목숨을 잃거나 아픔을 겪어야 할까?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도우면 좋을 텐데.’ 페트라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늘 안타까워했어요. 평화로운 녹색 세상을 꿈꾸다. 대학교를 마친 페트라는 장학금을 받고 네덜란드로 갔어요. ‘국제 정치학을 좀 더 공부하고 싶어.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해야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공부를 마친 페트라는‘유럽 공동체’에서 일했어요. ‘유럽이 하나가 되는 시대가 왔어. 아직은 시작이지만, 서로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하나를 이룰 수 있을까?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는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을까? 직접 일을 하며 국제 관계를 배울 수 있는 기회야. 여자라고 움츠러들지 말고 열심히 해야지.’ 밤낮없이 일하는 페트라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어요. “페트라는 늘 열심이야! 참 부지런하고 꼼꼼해. 앞으로 큰 일꾼이 될 거야.” 페트라는 유럽 공동체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의 삶이 나아지게 하는 일을 했어요.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페트라가 힘차게 외치자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어요. “핵은 정말 위험합니다. 핵이 없는 세상을 만듭시다!” 페트라는 세계를 위험에 빠트릴 여러 문제를 힘주어 말했어요.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면 위험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로 방사능이 새면, 땅이 오염되고 인간도 끔찍한 아픔을 겪을 거예요.” 페트라는 큰 결심을 했어요. 단체를 만들어 의회 선거에 나가기로 한 거지요. “우리도 의회로 들어가 뜻을 펼칩시다!” 단체에서는 페트라를 후보로 뽑았어요. 페트라는 구슬땀을 흘리며 외쳤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구를 푸르게 지켜야 합니다!” 페트라는 열심히 뛰었지만, 의회로 나아가는 데 실패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지요. “많지는 않지만,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이 있어요. 희망을 가집시다.” 드디어 4년 뒤, 페트라는 녹색당을 만들어 당당히 의회에 나아갔어요. 페트라는 기쁨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요. “사람은 자연과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환경과 평화를 생각하는 사회를 위해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룹시다. 폭력과 전쟁을 멀리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듭시다!” “핵무기를 반대합니다! 우리의 미래와 아름다운 지구를 위해 핵무기는 절대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페트라는 녹색당을 나타내는 수선화를 들고 핵무기를 반대하는 데 앞장섰어요. 옳은 일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지요. 녹색당은 의회에 점점 더 나아가 오늘날 독일에서 중요한 정당이 되었어요. 녹색당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페트라는 온 힘을 다해 뛰었어요. “페트라는 독일의 정치인일 뿐만 아니라 지구의 환경과 평화를 지키는 녹색 천사입니다!” 사람들은 페트라의 한결같은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답니다. “푸른 지구를 지켜야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페트라는 푸른 자연과 함께하는 세상을 꿈꾼 녹색 천사였어요.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모차르트에 대한 3가지 이야기. 모차르트는 대단한 음악가란다. 다섯 살 때부터 곡을 만들었고, 누워서도 피아노를 칠 수 있었고, 어떤 곡이든 뚝딱 만들어 내던 천재였어. 그런데 천재이기만 하면 좀 재미없잖아? 말 안 듣는 모차르트, 화내는 모차르트, 놀기 좋아하는 모차르트, 장난꾸러기 모차르트! 모차르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번 알아볼까? 모차르트, 꼬마 천재 음악가로 이름을 알리다! 모차르트의 음악적 천재성을 맨 처음 알아본 건 음악가였던 아빠 레오폴트였어. "이 아이를 최고의 음악가로 만들어야지!" 레오폴트는 계획을 세워 '천재 모차르트' 키우기에 들어갔어. 악기를 가르치고, 음악가를 만나게 하고, 곡들을 작곡하게 했어. 모차르트는 천재답게 아빠가 시키는 것들을 척척 해냈지. 이런 모차르트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져서 모차르트는 음악을 좋아하는 귀족들의 집에 불려 다니게 되었어. 열네 살 되던 해, 모차르트는 부활절을 맞아 아빠와 함께 이탈리아로 갔어.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제레레라는 곡을 연주하는 날이거든. 이 곡의 악보는 교황이 절대로 밖에 내놓지 말라고 하여서 성금요일에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들을 수 있었어.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맘껏 못 듣는다니." 레오폴트가 한숨을 쉬자, 모차르트가 웃으면서 말했어. "제가 다 외웠어요. 악보를 그려 드릴까요?" "설마, 네가 아무리 천재라도." 모차르트는 의심하는 아빠 앞에 악보를 척척 그려 냈어. 레오폴트는 모차르트가 그린 악보를 합창단원들에게 보여 주었어. 합창단원들은 깜짝 놀라 눈이 커다래졌어. "세상에! 이럴 수가! 십 분이 넘는 곡을 한 번 듣고 외워서 그렸다고?" 미제레레의 악보를 밖으로 내놓지 말라고 했던 교황도 모차르트의 능력을 인정해 주었어. 그 후, 모차르트 덕에 미제레레 악보는 널리 알려져 누구나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단다. 그래, 전해지는 것처럼 모차르트는 진짜 천재야! 어릴 때 똑똑했던 아이들이 커서는 아닌 예도 있지만, 모차르트는 죽을 때까지 천재였단다. 문제는 천재가 반항을 시작하면 어떻게 되냐는 거였지! 모차르트, 궁정 음악가가 되다! 몇 년 뒤,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잘츠부르크 궁정의 음악가가 되었어. 처음에는 자신이 모시는 백작의 마음에 드는 음악가가 되려고 노력했어. 백작이 쓰라는 곡은 쓰고, 쓰고, 또 썼어. 하지만 음악을 잘 모르는 백작은 허튼소리를 해 댔어. "아냐 아냐, 너무 딱딱하다고! 달콤한 음악은 못 만드나?" 모차르트는 답답해서 아빠인 레오폴트에게도 하소연했지만 소용없었지. 마침내 모차르트는 폭발하고야 말았어. "이곳을 그만두고 딴 곳에서 일할 거예요!" 모차르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만 하고 살았어. 학교에 다닌 적도 없고, 친구를 사귄 적도 없었어. 게다가 그리 건강하지도 못했어. 그러다 보니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리지 못해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그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어. 모차르트는 일자리를 구하러 매일 돌아다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 모차르트는 무작정 '빈'으로 떠났어. "흥! 그깟 궁정 음악가 따위는 필요 없어. 피아노 선생이라도 하면서 먹고살 거라고!" 모차르트, 자유로운 음악가가 되다! 빈에 온 모차르트는 돈을 벌면서 틈틈이 곡을 쓰고, 연주회도 했어. 생활이 힘들기는 했지만, 쓰고 싶은 곡을 맘껏 쓰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했어. 게다가 모차르트는 새롭고 신기한 것이라면 뭐든 좋아했는데, 큰 도시인 빈에는 그런 것들이 가득해서 더욱 행복했어. "오호, 저게 터키풍이란 말이지?" 마침 빈에는 터키에서 온 신기한 물건들이 유행했고, 모차르트는 터키풍의 곡을 신나게 썼어. 모차르트는 이야기를 잘 쓰는 친구와 함께 귀족을 비웃는 내용의 오페라를 만들기도 했고, 몇몇이 모여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짧고 아름다운 곡을 만들기도 했어. 그야말로 모차르트는 하고 싶은 음악은 다 했던 거지! 모차르트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여전히 자유롭게 지냈어. 그러다 보니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어. 불평만 하는 귀족도, 무조건 참으라는 아빠도 없었지만 돈이 모차르트를 옭아맨 거야. 모차르트는 돈을 벌기 위해 밤낮없이 곡을 썼어. 모차르트의 곡 중에 어둡고 슬픈 느낌이 나는 곡은 이때 쓴 것들이 많아. 모차르트는 아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 어렸을 때 너무 힘들게 연주를 하고 다녀서 그랬다는 사람들이 많아.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모차르트의 곡은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단다. 이제, 할아버지가 생각하기에 가장 모차르트다운 곡 하나를 들려주마. 이 곡을 들으면서 잘 자렴. 좋은 꿈 꾸고.
음악의 성인 베토벤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늦은 밤,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있었어요. “루트비히, 연습을 했는데도 아직 그 모양이냐? 그 실력으로 어떻게 연주회를 연단 말이냐!” 어린 소년은 눈물을 참으며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고, 소년의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방을 나갔어요. 이 소년이 자라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때였어요. 베토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어린 나이부터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했어요. 게다가 엄마마저 돌아가시자, 어린 베토벤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어요. 그런 베토벤을 위로해 준 것은 네페 선생님이었어요. “베토벤, 너는 분명히 훌륭한 음악가가 될 거야.” 네페 선생님은 당시 유명했던 하이든에게 베토벤을 소개해 주기도 했어요. 스무 살 무렵, 베토벤은 고향을 떠나 음악의 도시 ‘빈’으로 갔어요. 어린 동생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거든요. ‘몇 년 전 만났던 하이든 선생님이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어. 거기서 공부를 더 하면 음악가가 되어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겠지.’ 하이든은 베토벤을 흔쾌히 제자로 맞아 주었어요. 또 베토벤을 위해 아는 음악가도 소개해 주었고요. 덕분에 음악가들이 넘쳐 나는 빈에서도 ‘베토벤’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베토벤은 피아노를 배우러 온 귀족의 딸 줄리에타를 만나게 되었어요. 베토벤은 줄리에타에게 반했어요. 그래서 그녀를 위해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월광을 만들었어요. 달빛같이 아름다운 이 곡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베토벤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서른쯤, 베토벤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너무 바쁘게 지내서 그런 거야. 좀 쉬면 낫겠지!’ 하지만 시골에 가서 쉬어도, 의사에게 가서 치료해도 귀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어요. “내가 음악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데, 이대로 음악가의 인생을 끝내야 한단 말인가!” 베토벤은 절망에 빠졌어요. 그때 베토벤에게 힘을 준 사람이 있었어요. 프랑스의 장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어요. 베토벤은 나폴레옹이야말로 못된 귀족을 몰아내고 시민의 권리를 찾아 줄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들리지 않아도 할 수 있어. 나폴레옹을 위해서라면!”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위한 교향곡을 썼어요. 처음에는 나폴레옹의 이름을 따서 보나파르트라고 제목을 붙였어요. 하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가 되자 실망하여 영웅으로 제목을 바꾸었어요. 그 후, 베토벤은 결심했어요. “앞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곡을 쓰지 않겠어. 내 명예를 위해서도 곡을 쓰지 않을 거야. 대신 내 음악적 재능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거야.” 베토벤은 보청기에 의지해 온 힘을 다해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귀가 멀기 전보다 더 좋은 곡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교향곡 제5번과 제6번을 한꺼번에 발표하겠다고 한 날, 사람들은 호기심 반, 비웃음 반으로 연주회장에 몰렸어요. “귀가 안 들리는 데 곡을 썼다고? 말도 안 돼!” 사람들의 쑥덕거림 속에 교향곡 제6번 전원의 연주가 시작되었어요. 새들이 지저귀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듯한 음악은 모든 고난을 겪고 난 베토벤의 마음 같았어요. “아, 정말 아름다워!” 베토벤은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그 바람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어요. 다음으로 교향곡 제5번 운명의 연주가 시작되었어요. “빠바바 밤!”이 장엄하고 우렁찬 가락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어요. 훗날 베토벤은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어요. 베토벤은 느닷없이 귀가 멀 운명에 처했지만, 그런 것에 지지 않고 음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곡에 담은 거였어요. 곡이 끝나자,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귀가 안 들린다면서 어떻게 이런 곡을!” 베토벤은 꿋꿋이 작곡을 계속했어요. 하지만 보청기를 껴도 들리지 않게 되자, 피아노가 놓인 바닥에 귀를 대고 울림을 느끼며 곡을 쓰기도 했어요. 열정적으로 작곡을 이어 가던 베토벤도 힘겨운 시간이 거듭되자 지치고 말았어요. 그 후로 베토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혔어요. 사람들은 젊은 작곡가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어요. 하지만 베토벤은 마음속에 있는 음악을 다시 꺼내고 있었어요. 미사곡부터 현악 4중주곡, 피아노 소나타에 변주곡까지 훗날 오래도록 가치를 인정받을 곡들을 말이에요. 그리고 마침내 30년 이상 써 왔던 교향곡 제9번 합창을 발표하겠노라 널리 알렸어요. 잊혔던 베토벤은 그렇게 세상으로 돌아왔어요. 연주회장에 합창단이 들어오자 모두 깜짝 놀랐어요. 이전까지의 교향곡은 악기로만 연주했었거든요. 신비로운 가락으로 시작한 곡은 환희에 찬 합창곡으로 끝을 맺었어요. 전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 베토벤은 평화와 화합의 바람을 음악으로 전했던 거예요. 곡이 끝나자 모두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지만, 베토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여 교향악단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합창단원 중 한 명이 관중을 볼 수 있게 베토벤을 이끌자 그제야 베토벤은 고개를 끄덕여 사람들에게 답했어요. 오직 음악만을 위해 살았던 위대한 음악가가 세상에 보낸 마지막 인사였어요.
가곡의 왕 슈베르트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금 떨어진 리히텐탈에 언제나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이 있었어요. 오늘도 그 가족은 함께 모여 작은 연주회를 열었어요. “우아, 저 소년의 바이올린 연주 솜씨가 아주 대단한데!” “형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아.” 가족 가운데 유독 한 소년이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어요. 그 소년은 바로 ‘가곡의 왕’이 될 슈베르트였어요.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으뜸인 궁정 기숙 신학교에 들어갔어요. 아버지는 그런 슈베르트를 무척 자랑스러워했어요. “슈베르트, 열심히 공부해서 꼭 교사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성적은 늘 바닥이었어요. 슈베르트는 음악 빼고는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었거든요. 슈베르트는 음악 공부에만 몰두한 채 궁정 예배당 합창단원으로, 학생 관현악단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열심히 활동했어요. 궁정 기숙 신학교의 생활은 무척 지루했어요. 하지만 슈베르트는 이곳에서 아주 큰 보물을 얻게 되었어요.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그의 앞날을 지지하는 좋은 친구들을요. “슈베르트, 너는 꼭 훌륭한 음악가가 될 거야!” “슈베르트, 난 네가 쓴 곡이 정말 맘에 들어!”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슈베르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나날이 더해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슈베르트에게 아주 특별한 일이 생겼어요. 궁정 악장 살리에리가 슈베르트를 찾아온 거예요. “네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나에게서 작곡을 배워 보지 않겠니?” 슈베르트는 뛸 듯이 기뻤어요. 살리에리의 지도로 슈베르트의 작곡 실력은 더욱 늘어 갔어요. 궁정 기숙 신학교를 나오던 해, 슈베르트는 큰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당시 오스트리아의 젊은이들은 누구나 군대에 가야 했는데, 군대에 가지 않으려면 교사가 되어야 했어요. ‘군인이 되면 음악을 할 수 없지만, 교사가 되면 틈틈이 음악을 할 수 있겠지.’ 결국,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슈베르트는 그토록 되기 싫었던 교사가 되기로 했어요. 교사로 있는 동안 슈베르트는 작곡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괴테의 글을 바탕으로 한 마왕과 실을 잣는 그레트헨, 들장미 등을 작곡했어요. 특히, 마왕을 작곡할 때, 슈베르트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어요. 친구들이 다가와 인사를 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슈베르트는 아주 독특한 작곡가였어요.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그는 늘 멜로디를 흥얼거렸어요. 그리고 그 멜로디를 단숨에 악보에 옮겼어요. 그래서 슈베르트는 990개가 넘는 작품들을 작곡할 수 있었어요. “내 음악이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 슈베르트는 엄격한 음악보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슈베르트는 수많은 작품을 작곡했지만,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슈베르트의 음악을 알아주는 이는 그의 친구들뿐이었어요. 친구들은 슈베르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그가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덕분에 슈베르트는 아름다운 곡들을 더 많이 작곡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친구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변변한 직업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기에 슈베르트의 생활은 여전히 궁핍했고 몸까지 점차 쇠약해졌어요. 서른 살이 되던 해, 슈베르트는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작곡했어요. 겨울 나그네의 쓸쓸하고 우울한 곡들은 마치 슈베르트의 가난하고 어려웠던 지난날 같았지요. 1828년 3월, 드디어 슈베르트는 자신의 곡으로 연주회를 열었어요. 연주회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슈베르트는 처음으로 큰돈을 벌게 되었어요. 슈베르트는 친구들에게 진 빚을 갚고 새 피아노도 장만했어요. “그동안 고마웠네. 모두 자네들 덕분이야!” 슈베르트는 모처럼 자신감을 얻었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슈베르트는 병에 걸려 몸져눕고 말았어요. 1828년 쓸쓸한 가을날, 슈베르트는 세상을 떠났어요. 그의 나이 겨우 서른한 살이었어요. 세상에 인정받지 못한 안타까운 음악가였지만, 슈베르트의 마지막 순간은 외롭지 않았어요. 슈베르트의 음악을 사랑하던 친구들이 있었으니까요. 친구들은 슈베르트의 바람대로 그가 그토록 존경하던 베토벤의 묘 근처에 그를 묻어 주었어요.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숲속 외딴곳에 사는 딩동 씨는 날마다 피아노를 쳤어요. 들어 주는 이 하나 없었지만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축제에 누구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딩동 씨는 축제에 꼭 가리라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피아노를 쳤어요. 기다리던 축제의 날이 되었어요. 딩동 씨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어요. 오솔길에 들어섰을 때, 사자가 딩동 씨를 불렀어요. "이봐, 어디 가?" 딩동 씨는 사자가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마을 축제에 피아노를 연주하러 가는 길이야." "으르렁! 축제에 내가 빠질 수 있나!" 사자는 성큼성큼 앞장섰어요. 딩동 씨가 농장 옆을 지날 때였어요. 수탉과 암탉이 딩동 씨를 불렀어요. "딩동 씨, 어디 가세요?" "마을 축제에 피아노를 연주하러 가는 길이야." "나도 축제에 가서 노래를 부를래요. 꼬끼오!" "노래라면 나도 자신 있어! 꼬꼬댁 꼬꼬!" 그러자 풀을 뜯던 당나귀도 풀쩍풀쩍 뛰었어요. "히힝! 축제라고? 나도 갈래." 연못가에서 거북과 코끼리를 만났어요. "딩동 씨, 어디 가세요?" "마을 축제에 피아노를 연주하러 가는 길이야." "딩동 씨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싶어요. 나도 따라갈래요.” 거북은 엉금엉금 느릿느릿 나섰어요. "거북아, 넌 너무 느려. 내 등에 올라타!" 거북을 태운 코끼리는 쿵쿵 쿵쿵 길을 나섰어요. 잠시 뒤, 캥거루를 만났어요. "딩동 씨, 어디 가세요?" "마을 축제에 피아노를 연주하러 가는 길이야." 주머니 속 새끼 캥거루가 얼굴을 쏙 내밀며 말했어요. "축제라고요? 엄마, 우리도 축제에 가요!" 캥거루는 겅중겅중 앞서 뛰어갔어요. 딩동 씨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강가에서 잠시 쉬기로 했어요. 물고기가 살랑살랑 헤엄치며 다가왔어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모두 바삐 어디론가 가던데." "오늘은 마을 축제 날이야. 나도 피아노를 연주하러 가는 길이란다." "아! 나도 데려가 주세요." 딩동 씨는 병에 물고기를 담아 함께 길을 나섰어요. 딩동 씨는 언덕 위 좁은 길을 지나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늙은 당나귀와 노새를 만났어요. 딩동 씨는 살금살금 지나려고 했지만, 당나귀를 살짝 건드리고 말았어요. "아이코! 깜짝이야! 누구야, 누구?" "아, 미안해. 마을 축제에 늦을까 봐 서두르다 그랬어." 늙은 당나귀는 벌떡 일어섰어요. "축제라고? 노새야, 우리도 축제에 가자!" 노새도 다각다각 따라나섰어요. 작은 숲을 지날 때였어요. 뻐꾸기가 아름답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딩동 씨는 가던 길을 멈추었어요. “뻐꾸기야, 나랑 함께 마을 축제에 가지 않을래? 너의 노래가 함께한다면 더 멋진 축제가 될 거야.” “좋아요! 나도 마을 축제에 갈게요.” 뻐꾸기가 마을로 휘리릭 날아갔어요. 딩동 씨는 정원 옆을 지나다가 새장에 갇힌 새들을 보았어요. “저런, 딱하기도 해라. 새들아, 나랑 함께 마을 축제에 가지 않을래?” 딩동 씨는 새장 문을 살며시 열어 주었어요. “우아, 신난다! 축제 구경하러 가자!” 새들은 마을로 파닥파닥 날아갔어요. 드디어 딩동 씨가 마을 광장에 놓인 피아노 앞에 앉았어요. 딩동 씨는 침을 꼴깍 삼키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너무 긴장해서 딩동 씨는 같은 음만 계속 쳤어요. 사람들은 꾸벅꾸벅 졸았어요. 화석이 된 것처럼 오도카니 앉아서요. 딩동 씨의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때였어요. 백조들이 피아노 곁에 날아왔어요. "딩동 씨 덕분에 축제에 올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백조들이 우아하게 춤을 추자 모두 손뼉을 치며 기뻐했어요. 마을 광장에 사람들과 동물들이 어울려 북적북적 즐거운 축제를 즐겼어요. 딩동 씨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서 흥겹게 춤을 추면서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최고의 축제였어요.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모두가 들뜬 밤, 바로 크리스마스이브예요. 클라라의 집에서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어요. 모두 춤추고 노래 부르며 즐겁게 지내는데, 드로셀마이어 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선물 상자를 가득 안고서요. “클라라, 네 선물이다! 딱딱한 호두를 까 주는 인형이란다.” 클라라는 드로셀마이어 아저씨가 준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를 모두 드러내고 이상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인형이었거든요. 하지만 클라라는 어쩐지 이 인형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우아, 신기하다!” 갑자기 오빠 프리츠가 호두까기 인형의 입 속에 호두를 마구 집어넣었어요. 그 순간, 호두까기 인형의 이가 세 개나 떨어져 나갔어요. “호두까기 인형아, 걱정하지 마. 이는 드로셀마이어 아저씨가 꼭 고쳐 주실 거야.”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의 턱을 하얀 끈으로 묶은 다음, 유리장에 넣어 두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클라라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어요. “찍찍! 찍찍!” 그것은 생쥐들의 소리였어요. 생쥐 대왕을 앞세운 생쥐들이 클라라를 향해 점점 다가왔어요. “저, 저리 가!” 클라라는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그때, 호두까기 인형이 생쥐 떼를 막아섰어요. “덤벼라, 생쥐들아!” 호두까기 인형은 병정들과 함께 생쥐 대왕과 생쥐들에 맞서 용감히 싸웠어요. 하지만 생쥐들의 수는 점점 늘어 갔고 생쥐 대왕은 꿈쩍도 안 했어요. 생쥐 대왕은 호두까기 인형을 구석으로 몰아갔어요. 호두까기 인형이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클라라는 슬리퍼를 벗어 생쥐 대왕을 향해 힘껏 던졌어요. “못된 생쥐! 내 인형 괴롭히지 마!” 클라라의 슬리퍼를 맞은 생쥐 대왕은 쿵 쓰러졌어요. 그러자 생쥐들도 모두 달아났어요. “만세! 생쥐들이 물러갔어!”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이 걱정되어 다가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호두까기 인형이 멋진 왕자로 변했어요. “클라라, 당신이 나를 구했어요. 당신 덕분에 마법에서 풀렸어요. 내가 살던 과자의 나라에 함께 갈래요?” 클라라는 왕자의 썰매에 탔어요. 썰매는 눈으로 덮인 멋진 곳에 멈췄어요. “이곳은 눈의 나라예요.” 눈의 요정들이 클라라와 왕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눈송이를 따라가세요!” 썰매는 눈송이들이 이끄는 대로 밤하늘을 둥실둥실 날았어요. 썰매는 한참을 날아 아주 신기한 곳으로 갔어요. 그곳에는 과자로 만든 성과 사탕이 열린 나무가 있었어요. “여기는 과자의 나라예요.” 왕자는 어리둥절해하는 클라라를 과자의 성으로 데리고 갔어요. “우아! 왕자님이 돌아왔다!” 사탕 요정들이 기뻐하며 왕자와 클라라를 반겨 주었어요. 왕자와 클라라가 성안으로 들어가자, 차 요정, 커피 요정 그리고 초콜릿 요정이 기쁘게 맞아 주었어요. “클라라 덕분에 마법에서 풀렸어요.” 왕자의 말을 들은 요정들은 큰 소리로 말했어요. “고마워요! 클라라 님!” 클라라와 왕자를 위한 흥겨운 파티가 열렸어요. 꽃의 요정들이 멋진 춤을 추었어요. 하느작하느작 빙그르르! 클라라도 왕자와 함께 춤을 추었어요. “정말 멋진 곳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모두가 사라져 버렸어요. “어? 어? 모두 어디 갔지?” “클라라, 어서 일어나렴.” 엄마가 클라라를 살며시 흔들며 깨웠어요. 클라라는 깜짝 놀라 눈을 떴어요. “어? 왕자님은요? 요정들은요?” “호호! 꿈을 꾸었나 보구나. 참, 아침 일찍 드로셀마이어 아저씨가 네 인형을 고쳐 주셨단다.”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을 꼭 안고 나지막이 중얼거렸어요. “참 행복한 꿈이었어요. 나의 왕자님.”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
예술경험
초등_저학년
옛날 어느 깊은 숲 외딴집에 피터라는 소년이 살았어. 피터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지만,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어. 오리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가끔 놀러 오는 새도 있었거든. 하지만 얼마 전 숲에 늑대가 나타난 후로는 집에만 있어야 했어. “피터, 사냥꾼이 늑대를 잡을 때까진 밖에 나가면 안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낮잠을 자는 틈을 타서 피터는 밖으로 나갔어. 쉬고 있는 피터에게 새가 비틀거리며 날아왔어. “짹짹! 나 날개를 다쳤어!” 피터는 새를 안아 다친 날개를 살펴봤어. 그러자 오리는 샘이 나서 쌀쌀맞게 말했어. “흥! 헤엄도 못 치는 새가 날지도 못하게 되겠네!” 그러자 새도 오리에게 쏘아붙였지. “체! 넌 날개가 있어도 못 날잖아!” 그때, 누군가가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어. 바로 할아버지의 고양이였지. 고양이가 달려들자 새와 오리는 깜짝 놀라 이리저리 우당탕! 요리조리 후다닥! 야옹야옹! 짹짹! 꽥꽥! 난리가 났어. 피터는 그 모습을 보고 깔깔 웃음을 터뜨렸어. 하지만 재미있는 순간도 잠시. 잠에서 깬 할아버지가 나와 피터는 집으로 들어가야 했어. ‘앗, 오리는 아직 못 피했네!’ 피터는 쪽문을 열고 오리를 얼른 불러들였어. “오리야, 얼른 들어와! 늑대가 올지도 몰라!” 하지만 이미 늦었어. 시커먼 늑대가 나타난 거야. 새는 파닥파닥 날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았고, 고양이도 후다닥 나무를 탔어. 오리만 어쩌지 못하고 그 자리에 바짝 얼어버렸어. “꽤꽤꽤꽤...... 꽥!” “뛰어!” 피터의 외침에 오리와 늑대는 함께 뛰기 시작했어. 오리는 피터에게로, 늑대는 오리에게로! 하지만 오리는 곧 늑대에게 잡히고 말았어. 늑대는 커다란 입을 벌려 오리를 ‘꿀꺽’ 삼켰어. 피터는 놀라고, 화가 나고, 슬펐어. “나쁜 늑대, 내가 꼭 잡고야 말겠어!” 피터는 튼튼한 밧줄을 멘 다음, 사다리를 타고 울타리에 올라갔어. 그리고 울타리에 걸쳐져 있는 커다란 나뭇가지에 올라탔지. 한편, 늑대는 새와 고양이까지 잡아먹으려고 여전히 나무 주위를 뱅뱅 돌고 있었어. 피터는 밧줄로 동그랗게 올가미를 만들어 새를 불렀어. “새야! 늑대 녀석을 정신 못 차리게 해 봐.” 새는 비틀비틀 늑대 코앞까지 날아갔어. 닿을 듯 말 듯, 닿을 듯 말 듯. 늑대가 이리 펄쩍, 저리 펄쩍! 새는 매번 늑대 코앞에서 포르르 날아갔어. 잔뜩 약이 오른 늑대는 입을 쩍쩍 벌리며 새에게 더욱 달려들었어. 늑대가 뛸 때마다 꼬리는 이리저리 움직였고 피터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어. 마침내 올가미에 늑대 꼬리가 쏙 들어갔어. 그 순간 피터는 온 힘을 다해 밧줄을 잡아당겼어. 늑대가 새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피터는 밧줄 한쪽을 나무에 묶고 올가미를 살살 아래로 내렸어. 바로 늑대의 탐스러운 꼬리를 향해서 말이야. “잡았다 !” 늑대는 풀쩍풀쩍 날뛰었어. “아파, 아프다고! 놔 줘!” 피터는 그런 늑대를 보고 코웃음을 쳤어. “흥! 내 친구 오리를 먹어 버린 주제에 뻔뻔하기는!” 그때, 수풀 너머에서 사냥꾼들이 나타났어. “늑대다, 늑대가 여기 있다!” 사냥꾼들은 늑대에게 총을 겨누며 살금살금 다가왔어. “꼬마야, 위험해! 어서 도망가!” 피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지. “늑대는 제가 잡았어요. 그러니 총은 쏘지 말고 동물원에 데려가요!” “너 같은 꼬마가 늑대를 잡았다고?” 사냥꾼들은 꼬리가 묶인 늑대를 보고는 총을 거두었어. “거참 대단하군!” 사냥꾼들은 늑대를 동물원에 데려다주기로 했어. 피터는 맨 앞에 서서 자랑스럽게 걸었지. 할아버지는 피터를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고양이와 새도 그 뒤를 신나게 따라갔어. 이건 비밀인데, 사실 늑대 배 속의 오리도 피터와 함께 걷고 있었어. 늑대가 꿀꺽 삼키는 바람에 멀쩡했거든. 혹시 알아? 동물원에 가면 늑대 배 속의 오리를 꺼내 줄지 말이야.
나는야 꼬마 피카소1(마음대로 그려봐요)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다빈치 아저씨의 모나리자는 많은 화가가 따라서 그렸어요. 뒤샹 아저씨는 다빈치 아저씨의 모나리자에 멋진 수염을 그리기도 했어요. 보테로 아저씨의 뚱뚱한 모나리자와 우주에 간 모나리자도 볼 수 있어요. 여러분의 모나리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모나리자의 얼굴을 마음대로 그려 보아요. 이 모나리자는 밥을 많이 먹었나 봐요. 뚱뚱한 모나리자의 얼굴을 사인펜이나 크레파스로 꾸며요. 우주복을 입은 모나리자도 멋있지요? 우주에 간 모나리자의 얼굴과 옷차림을 마음대로 꾸며요. 물감이나 색연필 등 어느 것을 사용해도 좋아요. 쇠라 아저씨는 점을 이용해서 멋진 그림을 그렸어요. 점을 찍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크레파스, 붓, 사인펜 등 무엇을 써도 좋아요. 여러분도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점을 찍어 보아요. 노란색, 빨간색 크레파스로 점을 빽빽이 찍어요. 멀리서 보면 어떤 색이 나올까요? 샤갈 아저씨는 상상력이 풍부해요. 샤갈 아저씨가 자신의 고향 마을을 그린 그림을 볼까요? 그림 속 염소 얼굴 안에는 또 다른 염소가 그려져 있고 하늘을 나는 사람도 보여요. 여러분도 상상을 펼쳐 샤갈 아저씨처럼 멋있는 그림을 그려 보아요.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상상해서 그려요. 몬드리안 아저씨는 네모를 좋아해요. 그림을 보면 온통 네모로 만든 세상이에요. 사람들은 몬드리안 아저씨의 그림을 자동차에도 그리고 예쁜 옷에도 그렸어요. 몬드리안 아저씨처럼 네모로 그림을 꾸며요. 몬드리안 아저씨처럼 네모 안을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해요. 뚫려 있는 구멍에 크레파스를 칠하면 무엇이 될까요? 알록달록 예쁜 우산이 만들어졌어요. 옆에 있는 우산도 네모 모양으로 꾸며요. 비가 빨리 왔으면 좋겠지요? 몬드리안의 작품이 살짝살짝 보여요. 색종이로 비어 있는 곳에 네모를 붙여 작품을 완성해 보아요. 앤디 워홀 아저씨는 같은 그림을 다양한 색으로 여러 장 만들었어요. 물감을 묻힌 수세미나 스펀지를 찍어서 같은 그림을 여러 색으로 만들어요. 스펀지나 수세미에 물감을 묻혀 다양한 색의 자동차를 만들어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에요. 물감을 묻힌 스펀지나 수세미로 세 가지 아이스크림 맛을 표현해요. 모두 똑같이 생긴 요정이에요. 물감을 묻힌 스펀지나 수세미로 요정의 모자를 서로 다르게 칠해요. 그러면 세 요정을 구별할 수 있겠지요? 정선 아저씨는 실제 경치를 보고 그림을 그렸어요. 산도 있고, 멋진 나무들도 담겨 있지요. 바깥 경치를 보고 정선 아저씨처럼 그려요. 놀이터나 공원에 가서 나무나 꽃, 잔디밭, 뛰어노는 친구 등 주위 풍경을 보이는 대로 그려요. 이중섭 아저씨는 편지나 엽서에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아저씨처럼 편지나 엽서를 쓸 때 그림을 함께 그려요. 엄마에게 보낼 그림 엽서를 만들어요. 아빠에게 보낼 그림엽서를 만들어요. 엽서를 예쁘게 꾸며요. 이 엽서는 누구에게 줄까요? 김환기 아저씨의 그림 속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요. 아저씨는 슬프거나 좋았던 기억을 점으로 표현했어요. 그래서 아저씨의 그림은 많은 점으로 가득하답니다. 여러분의 기억과 추억을 점으로 표현해 보아요. 얼마나 많은 점이 생길까요? 여러 가지 재료로 점을 찍어요. 우리 가족이 밤하늘을 구경해요. 밤하늘에는 별이 몇 개나 떠 있을까요? 크레파스로 찍어요. 어부 아저씨의 그물에는 무엇이 걸렸을까요? 커다란 물고기? 아니면 조그만 새우? 물감을 묻힌 붓으로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해요. 좋은 기억, 슬픈 기억을 점으로 자유롭게 찍어요. 어떤 기억이냐에 따라 점의 색깔과 크기가 달라져요. 백남준 아저씨는 텔레비전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텔레비전 화면 속에는 예쁘고 신기한 그림들이 가득해요. 여러분도 꼬마 백남준이 될 수 있어요! 텔레비전 속 화면을 예쁘게 꾸며요. 백남준 아저씨처럼 텔레비전 화면을 멋지게 꾸며요. 우리 가족들이 텔레비전 속 모델이 된다면 어떨까요? 텔레비전 속에 가족들의 사진을 오려 붙이거나 직접 그려요. 자, 멋진 작품이 되었나요? 이 소녀는 깜짝 놀란 것 같아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눈이 동그랗게 커져 있고 입을 벌리고 있거든요. 이 아이는 무척 슬퍼 보여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뽀로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닦고 있거든요. 여러분도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감정을 표현해 보아요. 엄마의 표정은 어떤가요? 엄마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그려요. 기분이 좋을 때 여러분의 표정은 어떤가요? 직접 그려 보고 언제 기분이 좋은지 엄마와 이야기해요. 기분이 슬플 때 여러분의 표정은 어떤가요? 직접 그려 보고 언제 기분이 슬픈지 엄마와 이야기해요. 많은 화가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계절의 변화는 무엇보다 먼저 바람으로 알 수 있지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각 계절의 바람을 표현해 보아요. 솔솔바람이 불면 풍차가 뱅그르르 돌아가요. 어떤 계절의 바람일까요? 은행잎과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어요. 어떤 계절의 바람일까요?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모자를 썼는데도 바람이 차가워요. 어떤 계절일까요? 많은 화가가 아프리카의 오래된 가면이나 방패, 조각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어요. 오래된 방패나 가면을 따라서 그림을 그려요. 아프리카의 오래된 방패 무늬예요. 오른쪽 지워진 부분에 멋진 무늬를 그려요. 아프리카의 오래된 가면을 보고 떠오르는 모습을 색연필이나 사인펜 등으로 자유롭게 그려요. 우리나라에는 하회탈이 있어요. 하회탈을 쓴 아이들의 모습을 완성해요. 여러분의 그림에서는 하회탈이 어떤 얼굴로 변했나요?
나는야 꼬마 피카소2(기법을 배워요)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우리 몸을 이용해 멋진 그림을 만들 수 있어요. 우리 몸에는 어떤 도구가 숨어 있을까요? 손바닥, 발바닥, 손가락 등이 모두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손바닥과 발바닥에 물감을 묻히고 찍으면 어떤 모습일까요? 내 손과 발을 찍어요. 손가락으로도 물감을 찍을 수 있어요. 손가락을 이용해 자유롭게 그림을 완성해요.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여러분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요. 물감이 마르면 눈, 코, 입도 그려요. 종이 위에 물감을 짜 넣어 반으로 접으면 오른쪽, 왼쪽이 똑같은 멋진 그림을 만들 수 있어요. 다양한 색의 물감을 사용해 멋진 그림을 만들어요. 종이를 점선에 따라 반으로 접었다가 펴요. 그런 다음 그림에 맞게 똑같은 색의 물감을 짜 넣어요. 다시 종이를 접었다 펼쳤더니 맛있는 사과가 완성되었어요. 종이를 점선에 따라 반으로 접었다가 펴요. 그림에 맞게 똑같은 색의 물감을 짜 넣어요. 다시 종이를 접었다 펼쳤더니 예쁜 나비가 되었어요. 종이를 점선에 따라 반으로 접었다가 펴요. 한쪽 면에만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마음껏 짜요. 다시 종이를 접었다 펼쳐요. 어때요? 정말 멋진 작품이 되었지요? 크레파스로 색칠한 종이 위에 다른 색을 덧칠해요. 그런 다음, 끝이 뾰족한 것으로 그림을 그려 멋진 작품을 만들어요. 검은색 크레파스로 색칠한 다음, 이쑤시개로 긁어서 그림을 그려요. 칠하고 싶은 색으로 거북의 등을 칠하고, 그 위에 검은색 크레파스로 다시 칠해요. 이쑤시개로 거북의 등에 무늬를 만들어요. 배에 달린 돛과 깃발을 좋아하는 색으로 칠하고, 그 위에 검은색 크레파스로 다시 칠해요. 이쑤시개로 무늬를 만들어요. 우리 주변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어요. 여러 가지 도구를 모아 그림을 만들어요. 벌거벗은 나무에 나뭇잎을 달아요. 여러 가지 동그란 물건을 물감에 찍어 기차 바퀴를 만들어요. 비가 와서 장화를 신었어요. 여러 가지 모양의 물건에 물감을 찍어 예쁜 장화를 만들어요. 크레파스와 물감은 섞이지 않아 그림이 번지지 않아요. 크레파스와 물감을 함께 사용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바다의 물결과 물고기를 크레파스로 그리고 물감으로 바다색을 칠해요. 가장 좋아하는 옷이에요. 크레파스로 예쁜 무늬를 그리고 물감을 칠해요. 얼룩말의 무늬가 사라졌어요. 검은색 크레파스로 얼룩무늬를 그리고 물감을 칠해요. 풀로 붙인다는 뜻이에요. 여러 가지 재료를 붙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요. 그림이나 사진을 오려 붙여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열리는 나무를 완성해요. 칫솔에 물감을 묻혀 뿌리면 작은 물방울들이 종이에 떨어져 멋진 작품이 돼요. 칫솔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요. 오른쪽에 그려진 모양을 가위로 오려요. 오려 낸 모양을 종이 위에 올려놓고 칫솔로 물감을 뿌려요. 칫솔로 물감을 뿌려서 꽃에 물을 줄까요? 물감을 뿌려서 알록달록한 마법 눈을 만들어요. 앞에서 오려 낸 모양을 종이 위에 올려놓고 물감을 뿌려도 좋아요. 그림에서 빈 곳을 찢거나 오린 색종이로 촘촘히 붙여요. 물감으로 칠한 것 못지않게 멋진 그림이 만들어져요. 당근은 어떤 색일까요? 당근 안을 채워요. 찢거나 오린 색종이로 양의 몸을 꾸며요. 하늘에 열기구가 떠 있어요. 찢거나 오린 색종이로 열기구를 알록달록하게 만들어요. 동전이나 나뭇잎 같은 올록볼록한 물체 위에 종이를 대고 크레파스로 문지르면 무늬를 똑같이 베낄 수 있어요. 여러분 주위에 무늬를 베끼고 싶은 납작한 모양의 도구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돼지 저금통 안을 가득 채워요. 지갑이 열렸어요. 동전이 와르르~. 종이 뒷면에 동전을 놓고 크레파스로 문질러요. 납작하고 올록볼록한 물건을 종이 뒷면에 놓고 크레파스로 문질러요.
루 아저씨의 소원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루 아저씨는 몽마르트르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예요. 아저씨는 언제나 자기처럼 작은 것들을 그리지요. 작은 집, 작은 의자, 작은 나무와 풀, 꽃, 그리고 꽃 파는 작은 소녀 콜롱브를 그려요. “이제 슬슬 콜롱브가 올 때가 됐군.” 루 아저씨가 시계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어요. 콜롱브는 매일 무용 학원 창가에서 까치발을 하고 수업을 엿봐요.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루 아저씨한테 쪼르르 달려오지요. “아저씨, 오늘은 이런 춤을 배웠어요. 어때요?” 어느 날, 무용 학원이 문을 닫게 되었어요. 더 이상 무용 수업을 구경할 수 없게 된 콜롱브는 어깨가 축 처졌어요. 루 아저씨도 덩달아 가슴이 아팠지요. ‘가엾은 콜롱브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루 아저씨는 언젠가 콜롱브에게 무용 학원 소녀들이 춤추는 모습을 그려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콜롱브는 무척 즐거워했었어요. 며칠 후, 루 아저씨는 콜롱브에게 스케치북을 보여 줬어요. “자, 이 그림을 보렴. 화랑에 걸려 있는 그림이랑 똑같이 그린 거야.” “와, 아저씨. 나도 저런 치마를 입고서 춤춰 보고 싶어요!” 콜롱브는 아저씨의 그림 속 여자들처럼 치맛자락을 들고 춤을 추었어요. 그날 이후, 루 아저씨는 춤추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어요. “콜롱브, 마을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그려 왔단다. 어떠니?” “와! 정말 멋진 춤이에요.” 콜롱브는 아저씨가 준 그림을 보고 흥겹게 춤을 따라 추었어요. 어느 날, 루 아저씨는 콜롱브에게 아주 특별한 그림 한 장을 보여 주었어요. 화려한 조명이 반짝이는 무도회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었지요. “아, 나도 무용수들이 춤추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요. 한 번만이라도.” 루 아저씨는 물끄러미 콜롱브를 바라보았어요. 루 아저씨는 주머니를 몽땅 털어서 공연장 표를 하나 샀어요. “작은 비둘기 콜롱브, 너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내가 공연장에 가다니! 이게 꿈이라면 절대로 깨고 싶지 않아!” 콜롱브는 뛸 듯이 좋아했어요. 공연장에 간 콜롱브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내가 아저씨 그림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 그때, 아름다운 옷을 입은 무용수가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콜롱브는 자기도 모르게 무대 위로 올라갔어요. 그러고는 무용수를 따라 춤을 추었지요. “어머, 무용수하고 똑같이 춤을 추네?” “무용수보다 훨씬 잘 추는데?” “무용 대회에 나가도 일 등 하겠는걸!” 공연장에 다녀온 콜롱브는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아니, 콜롱브. 갑자기 왜 그러니?” “아저씨, 곧 무용 대회가 열리는데 거기서 일 등을 하면 무용 학교에도 다닐 수 있대요.” 루 아저씨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몽땅 팔았어요. 그래도 참가비를 내기에 턱없이 부족했지요. 루 아저씨는 가장 아끼던 시계까지 팔아서 돈을 마련했어요. “콜롱브, 너는 대회에서 꼭 일 등 할 거야.” “아저씨! 아저씨는 제 소원을 모두 들어준 천사예요! 아저씨의 소원은 뭐예요? 말씀해 주세요.” 루 아저씨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어요. “요즘은 꽃 파는 소녀가 통 안 보이는 것 같아.” “그러게. 어디 먼 곳으로 이사라도 갔나?” 무용 대회가 끝났지만 콜롱브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콜롱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고 수군거렸지요. 일주일, 한 달, 두 달, 일 년. 시간이 흘러서 콜롱브가 떠난 지 여러 해가 지났어요. 하지만 루 아저씨는 여전히 콜롱브를 기다렸어요. 몽마르트르 거리가 시끌벅적해졌어요. “영국에서 유명한 공연단이 왔대!” “누구나 볼 수 있게 광장에서 공연을 할 거래!” “제목이 아주 특이하던데. 루 아저씨와 작은 비둘기라지?” 그 말을 들은 루 아저씨는 부리나케 광장으로 달려가 보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광장 곳곳에 큰 포스터가 붙어 있었지요. “오, 나의 작은 비둘기! 콜롱브가 돌아왔구나.” 그날 저녁, 광장의 야외무대에서 아주 화려하고 멋진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파란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가 춤을 추며 무대 위에서 폴짝 뛰어올랐어요. “와, 콜롱브다!” “역시 최고의 무용수다워!” 그 모습을 본 루 아저씨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오늘은 내 소원이 이루어진 날이구나. 나의 작은 비둘기, 콜롱브.’
잠 안 오는 날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나는 밤마다 잠이 안 와서 고생이야. 엄마가 그림책을 다섯 권이나 읽어 줬는데도 잠이 안 와. “엄마, 더 읽어 줘.” “양을 세어 봐. 잠이 올 거야.” 엄마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어. “잠이 더 달아나는걸?” 엄마는 “후유”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다른 책을 꺼내 들었어. 그런데 얼마쯤 지나자 책 읽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엄마가 먼저 잠이 들었지 뭐야. 다음 날에는 엄마 대신 아빠가 책을 읽어 주러 왔어. 아빠는 빠른 소리로 두 권을 읽고는 말했어. “자, 이제 자야지.” 하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어. 아빠도 엄마처럼 “후유” 하고 한숨을 내쉬었어. “이게 마지막이다. 알았지?” 아빠는 하품을 크게 하고는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어. 얼마쯤 지났을까. 아빠의 고개가 아래로 툭 떨어지더니,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어. 다음 날, 잘 시간이 되었을 때였어. 엄마랑 아빠는 내 방문 앞에서 가위바위보를 했어. “진 사람이 책을 읽어 주는 거야.” “좋아, 딱 한 판이야.” 그래서 내가 말했지. “책 안 읽어 줘도 돼. 오늘은 그냥 잘 거야!” 나는 침대에 누워서 양을 세기 시작했어. “양들아, 이리 와서 줄을 서. 내가 세어 줄게.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양을 백한 마리째 세고 있을 때였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엄마가 문을 열더니 이렇게 말했지. “엄마가 책 읽어 줄게.” 엄마는 책 한 권을 가져와서 읽기 시작했어. 하지만 한 권을 다 못 읽고 잠이 들었지. 엄마, 아빠는 참 이상해. 책만 읽으면 잠이 솔솔 오나 봐. 이야기를 듣는 나는 하나도 안 졸린데 말이야.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엄마, 아빠한테 내가 책을 읽어 주면 어떨까 하고. 다음 날, 나는 엄마, 아빠한테 읽어 줄 책을 골랐어. 하지만 엄마, 아빠가 보는 책들은 하나같이 두껍고, 그림도 없고, 글씨가 빽빽한 게 재미없어 보였어. ‘후유, 이런 책을 어떻게 읽지?’ 나는 책장을 한참 뒤적거리다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했어. 아주 큰 책이었는데, 그림이 잔뜩 나와 있었지. ‘엄마, 아빠도 그림책을 보나 봐.’ 어쩐지 나도 엄마, 아빠처럼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어. “어? 누가 떠나려나 보네. 짐을 잔뜩 싣고 있는 걸 보니 아주 먼 곳으로 가나 봐?”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신기하게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막 떠올랐어. 나는 그 이야기를 엄마한테 들려주기로 했지. “엄마, 오늘은 내가 책을 읽어 줄게.” “그래? 그럼 엄마는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거야?” 엄마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어. “응. 자, 여기 이렇게 누워 봐.” 엄마가 침대에 눕자, 나는 엄마처럼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어. “이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으니까 당연히 프랑스 사람이지. 지금 이 사람들은 싸우러 가는 거야.” “아니, 왜?” “총칼을 든 군인들이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막 죽이자 정의를 사랑하는 용감한 아줌마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자, 이제 우리가 나서서 군인들을 물리칩시다!’라면서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지.” 다음 날은 아빠 차례였어. “아빠도 여기 누워. 내가 책을 읽어 줄게.” 아빠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옆에 누웠어. “옛날 옛날에 남자들이 싸움을 했어. ‘전쟁이다. 내 칼을 받아라!’ ‘좋아, 덤벼라!’ 남자들이 싸우는 바람에 아이들이 넘어져 다치고 말았어. 그랬더니, 우리 엄마처럼 용감한 아줌마가 ‘싸움을 멈춰요! 아이들이 다치잖아요!’ 하고 소리쳤어.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남자들은 싸움을 멈췄대.” “아빠, 재미없어?” “으응, 사실은 조금 재미없어. 아주 조금.” 아빠는 계속 하품을 했어. 조금 있으니까 나도 하품이 나왔어. 나는 계속 하품을 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지. 다음 날, 잘 시간이 되자 엄마, 아빠는 그림책을 들고 내 방으로 왔어. “오늘도 엄마, 아빠한테 책을 읽어 주면 안 될까?” “좋아!” 나는 엄마가 펼쳐 준 책을 보았어. 거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솔로몬 왕 이야기하고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 나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시작했지. “옛날에 솔로몬이라는 아주 지혜로운 왕이 살았어. 어느 날, 두 여자가 아기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 아기라며 우기지 뭐야. 이 일을 어쩌면 좋아! 고민하던 솔로몬 왕은.” “이 아기를 둘로 나누어라! 그래서 반쪽은 이 여자에게,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갑자기 아빠가 소리쳤어. 나는 깜짝 놀랐어. 그러자 이번엔 엄마가 말했어. “안 돼요. 제발 아기만은 살려 주세요. 차라리 저 여자에게 아기를 양보하겠어요! 그랬더니 솔로몬 왕이 ‘저 여자야말로 진짜 아기 엄마다.’라고 말했지?” 그날 밤 엄마, 아빠는 하품도 하지 않고 한숨도 쉬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었어.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지. 그때 알게 됐어. 책을 읽어 주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말이야.
이상한 나라의 오래 사는것 열 가지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옛날, 옛날에 백성이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이상한 나라가 있었어. 걱정이 태산이었던 임금님은 자다가 꿈을 꾸었지. 꿈속에서 신선이 나타나 말하길, 보름 안에 오래 사는 것 열 가지를 구해 오면 백성이 오래오래 살 수 있다는 거야. 동쪽으로 간 신하는 마을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는 꼬부랑 할멈을 찾아갔어. “할멈, 오래 사셨으니, 큰 상을 받을 거요. 나랑 함께 대궐로 가십시다.” 신하를 따라나선 할멈은 한 고개, 두 고개, 세 고개를 넘기도 전에 그만 주저앉아 버렸어. “에고, 에고, 난 더 못 가. 저 산이 나보다 오래 살았으니 데려가.” “산님, 얼마나 오래 사셨소?” “글쎄, 저 할멈의 할멈의 할멈이 태어나기 훨씬 오래전부터 살았으니까.” 그 말을 들은 신하는 냉큼 함께 가자고 졸랐어. “이 큰 몸을 이끌고 가긴 어딜 가. 오래 사는 걸 데려가고 싶다면 바닷가에 사는 거북 더러 가자고 하게나.” 신하는 헐레벌떡 바닷가에 사는 거북을 찾아갔지. 거북한테 가자고 했더니, 좋다고 따라나서긴 하는데 걸음이 좀 느려야지. “이렇게 가다가는 보름 안에 도착하긴 틀렸네.” 신하가 재촉했더니, 거북이 주저앉으며 말했지. “에잇, 난 못 가겠으니 저기 저 구름을 데려가.”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게 낫겠어. 느려 터진 거북을 데리고 가는 것보단 구름을 데려가는 게 쉽겠지. 신하는 구름한테 대궐로 가자고 했어. 그런데 구름은 듣는 둥 마는 둥, 신하가 억지로라도 끌고 가려고 했더니 약 올리듯이 자꾸만 달아나. 지친 신하는 목을 축이러 강가로 갔지. 신하가 엎드려서 물을 벌컥 마시려다가, 물한테 물었어. “물님, 얼마나 오래 사셨습니까?” “글쎄, 산이 생겨나기 전부터 굽이굽이 흘렀으니까.” 신하는 입을 함지박만 하게 벌리더니 물한테 대궐로 가자고 했지. 그러자 물은 성큼 따라나섰어. “대궐이 어느 쪽이냐?” 신하가 서쪽을 가리키자, 물은 굽이쳐 흐르던 방향을 틀어 대궐을 향해 흘러갔어. 물이 들이닥치기 무섭게 대궐이 깊이 잠겨 버렸네. 화들짝 놀란 임금님이 큰 소리로, “물은 당장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할까!” 하고 호통을 쳤어. 그러자 간이 콩알만 해진 물은 얼른 동쪽으로 흘러갔지. 동쪽으로 갔던 신하는 울상이 됐어. 간신히 오래 사는 것을 데려왔는데 그대로 보냈으니 안 그렇겠어? “다른 신하들은 어찌 되었느냐?” 임금님이 신하들을 불렀지. 그러자 서, 남, 북으로 갔던 신하들이 달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어. “바위를 들고 오려고 했사오나 너무 무거워서 꿈쩍도 못 하겠고, 학을 데려오려고 했사오나 훨훨 날아가 버렸고.” “불로초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고, 해를 데려오려고 했사오나 너무 뜨거워서.” “저, 저는 사슴을 잡으러 갔다가 실패하여, 대신 소나무를 뽑아 왔는데.” 기어이 신선이 말한 날이 가까워졌어. 임금님은 땅이 꺼지라 한숨만 푹푹 내쉬고 신하들은 저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였지. 그때 꼬마 화원이 눈을 반짝이며 신하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산이 얼마나 크고 높은데. 그걸 누가 데려오겠어요.” “어디 산만 큰가? 대궐만 한 바위는 또 어떻고?” “물을 쫓아낸 건 임금님이시잖아요.” “물은 시원하기라도 하지. 뜨거운 해를 데려왔으면, 아마 대궐이 몽땅 타 버렸을걸요.” “아이고, 느려 터진 거북을 데려오려면 천 년은 걸릴 거요.” “구름은 어떻고. 둥둥 떠 있는 걸 무슨 수로 데려와.” “쳇, 구름보다 더 높이 날아가 버린 학은 어떻고?” “쇠스랑 같은 사슴뿔에 한 번 들이받혀 보시오.” “신선들이 먹는 불로초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자 있소?” “나는 거의 다 가져왔었소. 소나무가 말라 죽지만 않았어도.” 갑자기 꼬마 화원이 무릎을 '탁' 치며, “좋은 수가 있어요!” 라지 뭐야. 그 말에 신하들은 코웃음을 쳤어. 하지만 임금님은 달랐지. “무슨 수가 있느냐?” “예, 임금님. 저에게 커다란 종이와 먹, 물감을 주십시오. 그러면 그것들을 한자리에 모아 두겠나이다.” 이윽고, 꼬마 화원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뾰족뾰족 솟은 산 너머에 둥근 해가 떠 있고,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고, 그 아래로 학이 훨훨 날아다니고. 굽이쳐 흐르는 물가에서 거북이 헤엄을 치고, 바위와 소나무가 가득한 숲에는 사슴들이 뛰어놀고, 수풀 사이에는 불로초가 자라고 있는. 임금님은 당장에 신하들을 불러 모았어. “보름 안에 오래 사는 것 열 가지를 구해 오너라.” 신하들은 그 길로 곧장 대궐 문을 나섰어. 호기심 많은 꼬마 화원도 쭐레쭐레 따라나섰지. 그러자 모두 코웃음 치며 말리지 뭐야. “꼬마야, 넌 빠져. 그림이나 그리며 놀라고.” 신하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어. 꼬마 화원이 그림을 완성하자, 임금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지. “오, 천 년, 만 년 사는 열 가지 것이 다 모였구나! 어린 화원아, 네가 백성의 목숨을 구했도다. 이제부터 백성은 이 그림을 항상 곁에 두도록!”
얘들아, 놀자!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다섯 공기 중에 제일 날쌘 것을 골라 높이 던지고 주문을 외자. 공기야, 공기야, 천천히 내려오렴. 한 알 던지고 한 알씩 쓱쓱, 한 알 던지고 두 알씩 쓱쓱! 작은 손등에 알들이 풀쩍. 한 손에 잡아채면 오 년. 공기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4. 네 알 집기 공기 한 알을 위로 던져 올리고 바닥에 잽싸게 네 알을 놓은 다음, 떨어지는 한 알을 잡아요. 다시 한 알을 위로 던지고 나머지 네 알을 집어요. 5. 꺾기 다섯 알을 위로 던져서 손등 위에 올린 다음 공중으로 잽싸게 던졌다가 낚아채요. 6. 고추장 찍기 공기 네 알을 손에 쥔 상태에서 다른 한 알을 위로 던지고 검지를 펴서 ‘고추장’ 하고 말하면서 바닥을 꾹 짚어 줘요. 그리고 재빨리 떨어지는 공기를 받아야 해요. 쌔애앵 바람 분다. 바람개비 만들어 돌려 보자. 돌아라, 돌아라, 바람개비! 쌔앵쌔앵 잘도 도네. 바람 따라 빙글빙글 구름 따라 뱅글뱅글 바람개비 잘도 도네. 윷 나와라! 모 나와라! 재미있는 윷놀이에 모여 앉은 동네 아이들 어깨춤 절로 나네. 개 나왔네! 앞으로 두 칸, 걸 나왔네! 앞으로 세 칸. 말 잡을까, 업고 갈까! 앗, 뒤로 가는 도가 나왔네. 신나는 윷놀이에 온 동네 아이들 해 지는 줄도 모르네. 우리는 윷놀이를 하고 놀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모 나와라, 모! 도 개 걸 윷 모는 저마다 의미하는 짐승이 따로 있어요. 도는 돼지를 뜻하고, 개는 개를 뜻하고, 걸은 염소를 뜻해요. 그리고 윷은 소를, 모는 말을 뜻하지요. 윷놀이는 윷가락을 던져서 나온 동물의 빠르기만큼, 말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놀이예요. 말판의 규칙. 업고 가기 윷놀이에서는 윷가락을 던져서 나온 끗수(점수)에 따라 말판 위에 있는 말을 움직여요. 이때 만약 윷가락을 던져서 우리 편의 말 이 놓인 자리까지 갈 수 있으면, 두 개의 말을 한꺼번에 같이 움직일 수 있어요. 윷놀이의 말은 보통 한 편에서 네 개씩 움직여요. 말을 잡는다 윷가락을 던져서 나온 끗수만큼 움직여서 상대편의 말이 놓인 자리까지 가게 되면 그 말을 붙잡을 수 있어요. 붙잡힌 말은 처음부터 다시 출발을 해야 하지요. 우리 편이 가진 네 개의 말이 상대편보다 먼저 처음 시작한 곳까지 오게 되면 이기는 거예요. 휘익, 툭! 휘익, 택! 붉은 깃 달린 화살이 날아간다. 길을 비켜라! 으라차차, 항아리 안에 들어가야 할 텐데. 아뿔싸, 빗나갈라. 살살 던져! 주둥이로 쏙 들어가라, 화살아! 빗나갈라, 살살 던져! 신난다! 던져라! 투호 놀이는 이렇게 해요. 투호는 일정한 거리에 놓인 항아리 안에 화살을 던져 넣는 놀이예요. 화살에는 서로 다른 색깔의 깃털을 달아서 편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지요. 항아리 안에 들어간 화살의 점수가 높은 편이 이기는 것이랍니다. 하나, 둘, 셋! 제기를 차자. 땅 짚고 차자, 머리 위까지 차자, 하나, 둘, 셋! 제기가 풀썩 떨어지면 알나리깔나리 제기차기 졌네. 여러 가지 제기차기 방법. 땅강아지 (맨제기). 제기를 찬 다음에 재빨리 땅을 딛고, 또 제기가 떨어지기 전에 차요. 어지자지. 두 발로 번갈아서 제기를 차요. 헐랭이. 한쪽 발을 땅에 딛지 않고 계속 제기를 차요. 언지기. 제기를 차서 머리 위에 올렸다가 다시 떨어뜨려서 차요. 물지기. 높이 찬 제기를 입에 살짝 물었다가 다시 떨어뜨리고, 또 발로 차요. 무릎차기. 무릎으로 제기를 차요. 귀위차기. 제기를 귀 위까지 높이 차요. 키지기. 제기를 찰 때 자기 키를 넘을 만큼 높이 차요. 뒷발차기. 발을 뒤로 해서 제기를 차요.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어디, 어디 숨었나? 텃밭에는 안 된다. 상추 씨앗 밟는다. 꽃밭에도 안 된다. 예쁜 꽃잎 탈 난다.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종종머리 찾았네. 장독 뒤에 숨었네. 까까머리 찾았네. 방앗간에 숨었네. 빨간 댕기 찾았네. 기둥 뒤에 숨었네. 재미있는 여러 가지 술래잡기. 1. 까막잡기. 술래가 천으로 눈을 가리면 나머지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달아나요. 손뼉을 치는 아이들은 ‘나 잡아 봐라!’ 하고 말하며 위치를 알려 주면서 요령껏 술래를 피해 다녀야 해요. 그러다 술래에게 잡히면 그 사람이 다음 술래가 되지요. 2. 얼음, 땡! 술래는 한자리에 서서 열을 센 후에 아이들을 잡으러 가요. 술래에게 잡히기 전에 얼른 ‘얼음!’ 이라고 외치면 잡을 수 없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땡!’이라고 외 치며 손을 대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지요. ‘얼음’이라고 말해 놓고 ‘땡’ 이 되기 전에 움직이면 술래가 되는 거예요. 얼음! 땡! 3. 숨바꼭질. 나무 기둥을 ‘집’으로 정해요. 술래는 집에서 눈을 가리고 열을 세어야 해요. 그사이 나머지 아이들은 술래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요. 술래가 숨은 아이를 찾기 전에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서 손바닥을 짚으며 ‘깨똥!’ 하고 외치면 술래는 한 번 더 술래가 되어야 하지요. 4. 깡통 차기. 깡통 안에 돌을 넣어서 멀리 차면, 술래가 깡통을 주워서 제자리에 갖다 놔요. 그사이, 나머지 아이들이 재빨리 숨어야 해요. 술래가 아이들을 찾는 사이에 몰래 깡통을 차 버리 면 이기는 거예요. 깡통도 지켜야 하고, 아이들도 찾아야 하니, 술래가 몹시 힘들겠지요. 깡통아, 간다! 와, 정말 재미있는 술래잡기 놀이들이 많구나!
엄마와 함께 읽는 서양 미술 이야기1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먼 옛날 원시 시대의 사람들은 해와 달, 별 같은 자연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자연을 향해 먹을 것을 많이 얻게 해 달라거나 자식을 많이 낳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요. 동굴 벽에 사냥해서 잡고 싶은 동물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여자의 몸을 본떠 조각상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자연 또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제사를 드리는 의식을 위해 사람들은 제단을 세웠어요. 세상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미술도 서서히 나타나게 되지요. 물론 처음부터 미술 작품을 위해 만들거나 그린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원시 시대의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 중에도 오늘날 사람들이 말하는 멋진 그림이나 조각 또는 건축물이 있어요. 기원전 3만 5000년경 시작된 구석기 시대 후기에는 인류 최초의 조각과 그림이 나타나고, 기원전 6000년경 출발한 신석기 시대에는 인류 최초의 건축물이 나타나지요.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히 먼 옛날, 돌을 깨서 무기로 사용하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살았어요. 생각하는 힘이 약했던 이때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살아남기도 힘들었던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인류 최초의 그림을 그렸답니다. 옆에 보이는 곳은 동굴인데, 이곳의 벽과 천장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사슴 외에도 실제로 동굴 깊숙한 곳에는 말, 소, 돼지, 곰, 새 등의 동물들뿐만 아니라 상상의 동물이나 사람이 그려져 있어요. 지팡이를 가진 사람이나 옆구리에 창을 맞은 동물들도 생생하게 표현되었어요. 이 동굴의 그림은 1940년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에 사는 모험심 강한 네 소년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어요. 이 돌로 만든 구석기 시대 조각상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예술품이자 사람의 모습을 닮은 최초의 조각상이에요. 이때는 대부분의 조각을 짐승의 뼈, 상아, 돌, 사슴의 뿔로 만들었어요. 눈, 코, 입이 보이지 않는 머리와 뚱뚱한 몸, 커다란 엉덩이와 가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지금 우리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답니다. 원시 시대에는 사람이 살아남고 종족을 보존하는 일이 아주 중요했어요. 이 조각상의 모습에는 아이를 많이 낳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라는 곳에서 발견되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 불려요. 아마도 그 당시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을 거예요. 넓은 평원에 비석같이 생긴 돌들이 길게 세워져 있어요. 가끔 그 위에 가로로 놓인 돌들도 있네요. 돌덩어리들이 둥글게 놓여 있는 이것이 영국 최초의 건축물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이 돌덩어리들이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쓰였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제사 의식을 행하는 제단일 거라고 해요. 영국 월트셔 지방에서 발견된 이 돌덩어리들은 신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거예요. 신석기 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시작해요. 씨를 뿌리고 기다릴 줄 알게 되자 사냥해서 살았던 구석기 시대와는 많은 차이가 생겨나요. 사람들은 생각을 하게 되고 곡식이 잘 자라게 해 달라고 자연을 향해 기도했어요. 아마도 자연에 강한 힘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고대 사람들은 인류 최초의 문명을 만들면서 아름다운 조각상의 비례, 균형감 있는 건축 기술을 알게 되었어요. 조각상은 처음에 왕이나 신, 그리고 중요한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조각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솜씨가 훌륭해졌어요. 고대의 건축으로는 왕의 무덤에서부터 신전, 원형 경기장 등이 나타났는데, 크기가 웅장하고 장식이 화려했다고 해요. 고대의 그림은 조각이나 건축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작품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요. 대신 무덤 속 장식이나 도자기의 표면, 건축물의 장식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어요. 고대부터 비로소 인류의 문명이 발달해요. 문자가 발명되어 기록할 줄 알게 되고 힘이 강한 신이나 왕을 위한 예술 작품이 만들어져요. 기원전 3000년경 문명이 시작된 이집트를 포함해 그리스, 로마 등지에서 회화, 조각, 건축들이 나타나요. 서양의 문화 예술은 바로 이때 기초를 세우게 되지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어서도 그 몸을 잘 보존해 두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었어요. 이집트 왕들은 죽은 후에도 영원히 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미라로 만들어 단단한 석회암 재질의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무덤 안에 넣어 두게 했어요.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 이집트 사람들은 어떻게 아파트 50층 높이의 피라미드를 만들었을까요? 아직까지도 피라미드를 만든 기술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랍니다. 이집트의 기자 지방에 가면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의 3대를 위한 피라미드를 만날 수 있어요. 약 23년 동안 지어진 이 피라미드 앞에는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스핑크스가 조각되어 있어요. '대 스핑크스'는 바위산을 통째로 깎아서 만들어 크기가 어마어마하지요. 사람의 얼굴에 사자의 몸을 하고 있는 스핑크스는 왕의 강한 힘을 나타낸 거예요. 그리스는 지중해의 풍요로운 땅으로 서양의 문화 예술이 시작된 곳이에요. 그리스 사람들은 신들이 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들을 위한 집을 지었어요.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의 아테네 사람들 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위해 세운 거예요. 신전은 아테네 사람들이 사는 곳보다 높은 언덕 위에 세워져 모두를 지켜보고 보살펴 주는 것만 같았어요. 당시에는 신전 안에 들어가면 황금으로 치장한 아테나 여신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아요. 이 신전은 서양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비율의 네모 형태를 지니고 있어요. 나중에 사람들은 이 신전에 황금 분할이라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스 시대에는 신을 위한 아름다운 조각상이 많이 만들어져요. 처음에는 조금 딱딱한 표정이던 조각이 점점 살아 있는 사람처럼 사실적으로 변해 가요. 그 가운데 '라오콘 군상'은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혀요. 신의 노여움을 산 라오콘이 두 아들과 함께 뱀에게 감겨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죠. 찡그린 얼굴과 뱀을 피하려고 뒤틀고 있는 몸을 보면 차가운 돌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져요. 힘줄과 근육 같은 몸의 세밀한 부분까지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한 조각 이에요. 라오콘의 고통이 전해지는 것만 같아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으로 알려진 비너스의 모습이에요. 비너스 여신은 많은 조각상의 주인공이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밀로의 비너스'이지요. 밀로 섬의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해서 '밀로의 비너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조각상 전체는 얼굴을 기준으로 하면 열 부분으로 나뉘는 비례를 하고 있어요. 물결치는 듯한 머리카락이며 가슴에서 허리까지 내려오는 곡선이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워요.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자연스럽게 서 있는 이 거대한 조각상은 고대는 물론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조각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어요. 로마 사람들은 건축물이나 법률과 같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드는 데 많이 노력했어요. 건축에서 무지개 모양으로 된 문을 만들기도 하고,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더욱 튼튼한 건물을 짓기도 했어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장이나 축구장과 같은 원형 경기장은 바로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콜로세움'을 본뜬 거예요. '콜로세움'은 검투사들의 결투나 동물들의 서커스는 물론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는 곳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해요. 한편 로마의 건축가들은 신전, 수로, 극장, 공중 목욕탕도 지었는데, 이것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웅장한 규모를 뽐내고 있답니다. 그리스 조각이 아름다운 신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로마의 조각은 실제 살아 있는 인물을 위한 것이었어요.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한 것이 많았는데, 주로 로마가 여러 나라와 전쟁을 치러 승리한 이야기였어요. '트라야누스 황제의 기념 기둥'은 높이가 약 38미터나 돼요. 이 기둥에는 병사들이 전투를 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나타나 있어요. 중세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 미술이 가장 많이 나타난 시대예요. 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고난을 당하는 모습이나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기적의 순간을 표현했지요.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천장이 뾰족하고 긴 건축물을 만들고 그 안에 갖가지 색유리 조각으로 아름다운 창을 만들기도 했어요. 반짝이는 돌이나 조개껍질로 성당 안을 빛나게 장식하기도 했지요. 중세는 약 400년에서 1400년에 이르는 천 년의 시간을 말해요. 이 시기에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종교적인 미술 작품들이 다양하게 만들어 졌어요. 특히 성당을 짓기 위한 건축이 발달하고, 성당을 꾸미거나 성경의 내용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그림과 조각 작품이 활발하게 만들어졌어요. 성 소피아 대성당은 11세기에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1685년~1707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개축되었어요. 그리스 십자가 모양의 평면으로 설계된 성당은 돔에 금박을 입히고 지붕을 받치는 기둥에 화려한 장식을 새겼지요. 성당 안에는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제단 위의 돔에 그려진 '기도하는 성모'는 177종의 색유리 300만 개로 만들어져 경이로움을 자아낸답니다. 둥근 장미 모양의 이 창은 ‘장 드 셀’이라는 솜씨 좋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요. 화려한 색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이 창은 수천 개의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졌어요.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유리 조각들로 마리아와 예수님은 물론 성경에 나오는 여러 인물을 그려 놓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중세 시대 사람들의 신을 대하는 거룩한 마음이 느껴지지요. 중세 시대의 그림은 대부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그려졌어요. 하지만 조토의 그림은 조금 달랐답니다. '그리스도를 애도함'이라는 작품을 보아요. 그림 속의 사람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린 후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지요. 그림만 보고 있어도 사람들의 슬픔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사람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린 조토의 작품은 새로운 예술 세계를 열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했어요. 화려한 황금색을 배경으로 한 천사와 세 사람이 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이 그림은 1333년에 마르티니라는 화가가 시에나 대성당을 위해 그린 것이랍니다. 중앙에 흰 옷을 입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와 곧 아기를 갖게 될 것을 알려 주고 있어요. 놀란 나머지 읽다 만 듯한 책을 뒤로하고 몸을 비틀고 있는 마리아의 얼굴과 몸짓을 보아요. 몹시 놀랐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애쓰는 표정을 읽을 수 있어요.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하여 로마, 베네치아를 거쳐 유럽 전체에서 나타났어요. 이 시기에 예술은 중세 시대의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뀌었어요. 조각가들은 사람의 몸을 구석구석 해부하고 연구하여 살아 있는 듯한 조각상을 만들었어요. 화가들은 가까운 것과 멀리 있는 것을 실감나게 그릴 수 있게 되었지요. 신을 중심으로 한 예술 작품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일은 솜씨가 특별한 예술가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르네상스는 “다시 태어나다”라는 뜻으로 1400년경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이에요. 르네상스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이나 능력이 존중되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처럼 풍요롭고 웅장한 시대가 되길 바랐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천재 예술가들의 등장으로 르네상스 시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술을 활짝 꽃피웠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신이 중심이었던 중세 미술과는 다르게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이 나타나요. 인간의 눈이 판단하고 이끄는 사실적인 태도가 중요해진 거예요. 마사초는 르네상스 초기의 대표 화가로 '삼위일체'라는 작품에서 가깝고 먼 거리감을 정확하게 표현했어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앞뒤로 여러 공간이 가지런하게 펼쳐져 있어요. 이처럼 그림 속에 마치 진짜 공간이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원근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수학과 기하학으로 만들어진 원근법에 따라 그림을 그리면 실제 공간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어요. 원근법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는 기본적인 원리로 사용되지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파도의 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진주조개 위에 서서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바로 비너스랍니다. 발그레한 볼, 긴 목과 봉긋한 가슴, 곧게 뻗은 두 다리가 눈이 부실 정도네요. 보티첼리의 그림에는 마사초의 그림과는 또 다른, 좀 더 사실적이면서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르네상스가 시작될 무렵 최고의 조각가가 누구였는지 한번 볼까요? 르네상스 시대 조각가들은 사람의 몸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자신이 만든 조각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를 소망했어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가 도나텔로의 '다비드'를 보아요. 꽃이 달린 모자를 쓰고 긴 칼을 든 자신감 넘치는 소년이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 같은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나요? 매서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이 잘생긴 남성은 독일의 대표적인 화가 뒤러예요. 독일이나 네덜란드 화가들이 아주 작은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할 줄 알았던 것처럼 뒤러도 섬세한 표현에 능숙했어요. 뒤러는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자화상을 그렸다고 해요. 그 후로 세 점의 자화상을 더 그렸는데 하나같이 뛰어난 덕분에 ‘자화상의 화가’라는 별명까지 얻었지요.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뒤러는 그림을 그리고 난 다음, 자기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답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했어요. 사람의 몸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해부를 한 적도 있고 원근법과 색감까지도 연구했어요. 다빈치의 이러한 노력이 잘 살아 있는 그림이 바로 '최후의 만찬'이에요. 이 그림은 예수님이 죽기 전날, 열두 명의 제자와 함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 보아요. 마치 눈앞에서 진짜 예수님과 제자들이 식사를 하는 듯하지요?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다빈치는 그림의 구도나 인물들의 옷 색깔은 물론 동작 하나하나까지 연구했다고 해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 가운데 하나인 '모나리자'예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속 모나리자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부드럽게 어딘가를 바라봐요. 어떤 사람들은 모나리자의 얼굴을 볼 때마다 조금씩 표정이 달라 보인다고 해요. 이처럼 신비로운 느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정확한 스케치와 부드러운 색칠로 거리를 조절하는 공기 원근법 때문이에요.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 건축가이며 시인이기도 하지요. '피에타'는 마리아가 죽은 아들을 무릎 위에 안고 슬픔에 잠긴 모습을 조각한 거예요. 신이 내린 예술가라 할 만큼 최고의 솜씨를 지닌 미켈란젤로의 걸작이에요. 손끝이나 옷 주름 하나하나까지 너무나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졌지요. 죽은 예수를 아기처럼 품에 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은 경건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요.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 3대 천재 화가로 손꼽혀요. 라파엘로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고 꼼꼼히 연구한 끝에 두 화가의 장점만을 살려 작품을 완성하려고 노력했지요. '아테네 학당'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등 54명의 인물을 질서 있고 조화롭게 그린 거예요. 인물이 서 있는 구도나 배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안정된 자세와 균형 잡힌 모습은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받은 것이랍니다. 바로크 시대의 화가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규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화려하고, 웅장하며, 감정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바로크 시대에 그려진 미술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느껴져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 가운데는 네덜란드 화가들이 많아요. 이 시기에 네덜란드에서는 화가가 남에게 주문받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서 팔았다고 해요. 네덜란드에서 아름다운 작품이 많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환경 덕분이었을 거예요. 바로크란 ‘일그러진 진주’를 뜻해요. 르네상스 시대의 조화롭고 균형 잡힌 미술로부터 어떤 부분은 크기가 커지고 어떤 부분은 생략도 되는 식의 변화가 나타나요.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중엽까지 유럽에서 유행하던 예술 양식이지요. 미술 작품 속에는 원근감이 더욱 살아 있고, 인물의 감정이 풍부하게 나타나 있어요. 바로크 시대를 이끈 화가로는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호베마, 페르메이르 등을 꼽을 수 있지요. 시대를 앞선 천재 화가 카라바조는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인 그림을 그렸어요. 빛과 어둠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알았고 특히 어둠 속에 있는 대상을 표현하는 데 재능이 뛰어났어요. 하지만 카라바조가 살았던 시대에는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어요. 사람들은 카라바조를 형편없는 화가라고 손가락질하기 일쑤였지요. 그도 그럴 것이, 카라바조의 그림 속에는 예수님이나 성스러운 사람들, 신화 속 인물들이 너무 못생기고 볼품없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여기, 술의 신 바쿠스의 모습을 보아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젊은이의 모습이지요? 이 모습은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라고 해요. 사람들은 신성하고 위엄 있는 신의 모습 대신 평범한 보통 사람의 얼굴을 그렸다고 카라바조를 비난했어요. 하지만 카라바조는 끝까지 자기의 그림 기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지요.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조각가이며 화가이자 극작가이기도 했어요. 스물다섯 살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는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조각을 완성해 화제가 되지요. 바로 '성녀 테레사의 환희'라는 작품이에요. 꿈속에서 하느님을 만나자 감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테레사 수녀의 모습을 조각한 거예요. 베르니니는 조각을 하다가 잘되지 않을 때는 오페라 대본을 쓰기도 한 재능이 많은 예술가였어요. 로마의 분수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설계와 장식을 도맡기도 했지요. 베르니니의 조각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종교적인 엄숙함이 물씬 배어났어요. 이러한 조각 작품을 본 화가들은 앞다투어 베르니니의 작품을 흉내 내기 시작했어요. 바로크 시대에 가장 성공한 화가 중 한 사람은 루벤스예요. ‘화가들의 왕자이며 왕자들의 화가’로 불릴 만큼 재능을 인정받고 행복한 생활을 했지요. 6개국의 말을 할 줄 알았고 매력 넘치는 성격의 루벤스는 영국은 물론 프랑스, 에스파냐에까지 이름이 알려져서 외교관으로도 활약했지요. 루벤스는 신화 속 이야기나 예수님의 이야기 또는 귀족들의 모습을 때로는 멋지게, 때로는 경건하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그렸어요. 동화 '플랜더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가 죽기 전까지 보고 싶어 했던 그림이 바로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예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강한 대조를 특징으로 하는 루벤스의 그림은 과장된 몸짓이나 풍성한 표정에서 빛을 발하지요. 루벤스의 솜씨 있는 그림은 늘 사람들을 즐겁게 했어요. 흥겨운 순간을 잘 그린 네덜란드의 화가로 프란스 할스가 있어요. 할스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초상화가였어요. 할스의 그림에는 거리의 악사이거나 떠돌이 집사이거나 잘사는 시민이거나 모두가 웃으며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나타나요. 이들의 유쾌한 표정은 스케치를 할 때와 같이 빠르고 경쾌하게 붓을 움직여서 그림을 완성하는 할스의 재치로 만들어지지요. 할스는 밑그림 없이 단숨에 붓으로 칠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순간을 생생하게 표현했어요. 할스의 영향으로 네덜란드의 미술은 더욱 생동감 있고, 실제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들을 많이 낳았어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인 렘브란트는 유난히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을 많이 남겼어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얼굴이 그림이나 사진에서 더 잘생겨 보이거나 예뻐 보이길 원하죠. 하지만 렘브란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하고 성실하게 그림 속에 옮겼어요. 자신의 모습을 그릴 때도 그랬지만 다른 사람의 초상화에도 그 사람만의 독특한 느낌과 깊은 속마음까지 표현하고 있지요. 특히 화려한 색채가 아닌 빛과 어둠의 은은한 변화를 잘 살려 초상화를 완성했어요. 에스파냐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벨라스케스는 20대에 왕실의 화가가 되었어요. ‘모든 것을 자연에서 구하라.’는 스승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렸지요. 벨라스케스는 궁에 살면서 왕과 그의 가족들의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특히 펠리페 4세의 딸인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를 모델로 하여 여러 작품을 남겼지요. 그중 대표작은 유럽 미술사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시녀들'이에요. 다섯 살의 마르가리타 공주를 중심으로 양옆의 사촌들, 뒤에 있는 하녀, 왼쪽의 화가 벨라스케스, 오른쪽으로 왕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재주 많은 난쟁이와 소녀, 게다가 얌전히 앉아 있는 개가 등장해요. 어떤 학자는 그림 밖에 왕과 왕비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림 속 작은 거울 안에 왕과 왕비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에요. 벨라스케스는 여러 그림에서 거울로 새롭게 바라보는 표현을 시도했답니다. 렘브란트와 함께 빛을 잘 다룬 화가로 페르메이르가 있어요. 균형이 잘 잡힌 구도와 부드럽고 투명한 빛이 사람과 사물들을 생생하게 해 주지요. 페르메이르는 빛을 그림에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어요. '화가의 아틀리에', '우유 따르는 여인' 같은 작품에서 보듯이 페르메이르는 네덜란드 서민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어요. 페르메이르의 그림에서는 인물이 중심에 있고, 열린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이 조명처럼 인물을 밝혀 주며, 나머지 부분은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사람들이 정물처럼 움직임 없이 조용하게 표현되어 있지요. 호베마는 자연의 풍경을 아주 잘 그린 화가였어요. 호베마가 그림을 그릴 당시만 해도 화가들은 자연을 그림의 배경으로만 그렸어요. 그런데 호베마와 야코프판 라위스달 등의 화가는 자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하여 풍경이 있는 그림을 하나의 작품으로 끌어올렸답니다. 호베마는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름을 떨치지 못했어요. 하지만 숨을 거둔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그림들은 큰 명성을 얻기 시작했어요. 로코코 미술은 귀족들의 모습이나 꽃, 정원 등을 소재로 하는 것이 많았어요. 바토나 프라고나르 같은 화가들은 귀족들의 모습을 반짝이는 보석처럼 아름답게 표현했어요. 그렇지만 귀족들만 그리진 않았어요. 보통의 서민들이 생활하는 모습도 그렸어요. 로코코 시대에는 정물화도 많이 그려졌어요. 정물화의 원래 뜻은 ‘정지된 생명을 그린 그림’이에요. 죽은 동물, 움직일 수 없는 식물, 물건 등이 그림의 주인공이 된 거예요. 바로크 미술이 끝날 무렵인 18세기,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귀족의 시대를 로코코가 이어 가요. 로코코란 ‘조약돌’ 혹은 ‘조개 장식’을 뜻해요. 앙증맞고 귀여운 조약돌이나 장식품 같은 미술이란 뜻이지요. 우아함과 여성적인 취향을 위해 장식적인 곡선의 문양이 많이 나타나요. 미술뿐 아니라 건축, 공예에서 로코코의 장식성은 더욱 빛을 발했어요. 나무 소재의 가구에도 화려한 금칠이나 세공을 했답니다. 18세기 초 로코코 미술을 이끈 사람은 바토라는 화가였어요. 바토는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태어났다는 전설의 섬 키테라를 그린 작품으로 로코코 미술의 시작을 알렸어요. 그림에서는 전설의 섬 키테라로 나들이를 떠난 젊은 귀족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어요. 장식적이고 화려한 귀족들의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의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어요. 바다와 하늘이 모두 푸른빛이 감도는 뿌연 색이에요. 바토는 키테라 섬을 거니는 귀족들의 모습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매우 흐릿하게 표현했어요. 이것은 마치 꿈속 같은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서였지요. 장미꽃을 감고 있는 조각상은 미의 여신 비너스를 그린 거예요. 부셰는 명랑하고 아름다운 느낌의 신화를 즐겨 그렸던 화가예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은 부셰는 루이 15세의 궁정 화가가 되었지요.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은 부셰가 가진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그림 가운데 하나예요. 책을 읽고 있는 부인의 모습이 무척이나 우아하고 고상해 보이지요? 부셰의 그림은 귀족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았어요. 하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을 너무 많이 그린 탓에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기도 했답니다. 울창한 숲속에서 분홍빛의 화려한 옷을 입은 귀족 부인이 그네를 타고 있어요. 프라고나르는 그림처럼 귀족들의 우아한 모습이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많이 그렸어요. 이 그림도 프라고나르를 후원했던 생 쥘리앵 남작이 자신의 모습을 연인과 함께 그려 넣어 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그네를 타고 있는 귀족 부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따라가 보세요. 그곳에 쥘리앵 남작이 있을 거예요.
엄마와 함께 읽는 서양 미술 이야기2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신고전주의가 유행한 19세기 초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정치적으로는 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했지요. 경제적으로는 산업 혁명이 시작된 덕분에 아주 풍요로워졌고요. 이에 따라 예술가들은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과거 로마 시대를 본받아 예술 작품을 새롭게 만들고 싶어 했어요. 그 결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이 담긴 역사화, 초상화가 많이 그려졌어요. 유행이 돌고 돌듯이 그림을 그리는 방법 역시 반복돼요. 로코코 미술의 유행이 막바지에 이른 19세기에는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화려한 그림 대신 옛날 로마 시대 미술처럼 우아하고, 엄격하며, 기품 있는 그림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났어요. 이때 앞장을 선 화가로 다비드와 앵그르가 있어요. 이들을 ‘신고전주의 화가’라고 부르지요. 신고전주의 미술에는 영웅 이야기를 들려 주는 그림이 많아요. 특히 다비드는 고대 로마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즐겨 그렸는데 그림의 스케치와 채색, 그리고 구도가 아주 정확했어요.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프랑스 왕인 루이 16세가 주문한 것이라고 해요. 다비드는 역사 속의 이야기 말고도 현실의 인물과 사건 역시 열심히 그렸어요. 가장 자주 그려진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폴레옹 황제였어요. 나폴레옹은 서른다섯 살에 황제 자리에 올랐어요. 화가 다비드와는 1797년 나폴레옹의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만났다고 해요. 두 사람은 프랑스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뜻을 같이하며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지요. 황제가 된 다음, 나폴레옹은 다비드를 궁정 화가로 임명하여 중요한 그림을 그리게 했어요. 다비드의 제자였던 앵그르 역시 옛날 영웅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좋아했지만 자신은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해요. 앵그르는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정확하게 여성의 몸을 표현했어요. 특히 여성의 몸에서 나타나는 부드러운 선과 색채가 마치 살아 있는 여신처럼 보이게 하지요. '샘'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마치 그리스의 여신처럼 몸의 균형이 잘 맞아요. '목욕하는 여인들'이라는 그림에서 맨 앞에 앉은 여성의 뒷모습을 보세요. 앵그르가 그려 낸 여성들은 이렇게 완벽한 모습이면서도 생생하고 아름다웠답니다. 화가들은 틀에 박힌 듯 표정이 딱딱한 사람들의 모습 대신 감정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어요. 자유나 정의, 사랑, 자연에서 보고 느낀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그림 말이에요. 화가들이 사람의 마음속에 깃든 다양한 감정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거예요. 프랑스의 제리코와 들라크루아, 에스파냐의 고야, 영국의 터너 등 나라마다 서로 다른 느낌의 낭만주의 화가들이 나타났어요. 낭만주의 미술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영국, 에스파냐 등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난 운동이에요. 지나치게 엄격하고 균형 잡힌 신고전주의 미술과는 다르게 열정이 넘쳐나지요. 이 시기에는 연극 무대처럼 꾸며 놓은 그림이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열어 보이는 그림이 그려진답니다. 사람들이 정말로 사랑하고 꿈꾸고 바라는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고야는 태피스트리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부터 시작해 나중에 에스파냐의 궁정 화가가 되었어요. 사람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정해진 틀이나 규칙에서 벗어난 낭만주의 미술의 대표 화가답게 고야의 그림은 자유롭고 생생해요. 고야는 무서운 꿈에 나타날 법한 커다란 거인을 그리기도 하고 멋쟁이 귀족 아줌마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어요. 또 '1808년 5월 3일'처럼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과 항복을 외치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슬픈 역사적 사건을 그리기도 했지요. 1808년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가 에스파냐에 와서 반항하는 시민들에게 총을 들이대는 숨 막히는 순간을 담았어요. 흰 옷을 입고 두 손을 번쩍 든 저 사람은 “나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제리코는 프랑스의 낭만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랍니다. 1819년에 그린 '메두사 호의 뗏목'은 그를 낭만주의 미술의 영웅으로 만들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지기 3년 전인 1816년, 프랑스에서는 군함 메두사 호가 400여 명의 사람을 태우고 가다가 바다에서 난파를 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 가운데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 제리코는 뗏목 위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어요. 제리코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병원의 시체실에서 죽은 사람의 몸을 연구하기까지 했대요. 프랑스 낭만주의 미술의 또 다른 영웅은 들라크루아예요. 사람들의 생활과 가슴속 깊은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던 화가이지요. 들라크루아가 살았던 시대의 프랑스에서는 사람이 신분에 따라 존중받거나 무시당하거나 했는데 이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지요.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소리쳤답니다. 마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의 깃발을 든 여성과 소년과 시민들처럼 말이에요. 자유, 평등, 박애를 뜻하는 프랑스 국기를 든 여성은 고대 승리의 여신처럼 강하고 힘차 보여요. 하지만 바닥에는 여러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자유를 구하는 일은 이처럼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답니다. 영국의 낭만주의 미술은 터너가 그린 풍경화를 통해 꽃피었어요. 특히 터너는 바다 풍경을 많이 그렸지요. 그림을 보면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태양, 바람, 구름이 배와 함께 움직이는 것만 같아요. 터너는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보다 이렇게 빛과 색채에 표정을 담아서 그리는 것을 더 즐겼어요. 또 다른 화가들과 다르게 야외로 나가 자연 풍경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고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어요. 자연에 대한 터너의 태도는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답니다. 화가들은 산업 혁명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겨요. 우선 증기 기관차 같은 운송 수단이 발달하게 되어 여기저기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요. 또 기계가 발명되고 도시에 많은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세워지자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어요. 화가들은 이러한 눈에 보이는 세계의 변화를 사실 그대로 보여 주고 싶어 했어요. 19세기에는 사실주의라는 또 다른 미술의 움직임이 나타나요. 이제까지 화가들은 그림을 그릴 때,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경우가 별로 없었어요. 때로는 보지 않은 것들을 그리기도 했고, 어떤 때는 일부러 아름답게 보이도록 꾸몄지요. 그런데 이렇게 꾸민 그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람과 물건, 그리고 사건을 그리는 화가들이 생겼어요.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정확하게 그리고자 했던 이들을 사실주의 화가라고 불러요. 프랑스의 유명한 사실주의 화가 밀레는 바르비종이라는 시골에서 농촌 사람들의 생활을 그렸지요. 사실주의 화가 중에서 가장 철저한 사람은 쿠르베였어요.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쿠르베는 천사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은 그릴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돌 깨는 사람들'처럼 실제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그렸어요. 그림 속의 사람들은 쿠르베의 고향 오르낭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돌을 깨고 있어요. 너덜너덜하게 해진 옷까지 사실적으로 그렸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그린 사실주의 화가로 도미에를 들 수 있어요. 도미에는 어린 시절부터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타는 삼등 열차의 풍경을 그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그림 속에는 아기를 안은 엄마와 할머니, 소년 등이 등장 해요. 지쳐 보이는 소년과 무관심한 표정의 사람들이 좁고 어두운 삼등 칸에 앉아 있네요. 도미에는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들이 세상으로부터 따돌림당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밀레가 살았던 작은 마을 바르비종에는 농사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많았어요. 밀레는 이 시골 마을에서 땅의 소중함과 이곳에 뿌리내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그렸어요. '만종'은 하루 일을 끝낸 농부 부부가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일을 멈추고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 밀레는 땅이 언제나 뿌린 만큼 돌려준 다는 것을 믿고 사는 농촌 사람들의 진실함을 그렸어요. 과학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고 더 많은 도시가 생기면서 그림의 대상도 다양해졌어요. 사진기의 발명은 화가들에게 그리는 방법을 고민하게 했어요. 화가들은 사진기처럼 똑같이 그려 내는 것을 넘어서 사진기가 흉내 내지 못하는 느낌이나 인상을 표현하기 시작했지요. 이러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빛의 변화에 따라 대상을 묘사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인상주의는 모네가 그린 '해돋이 인상'을 보고 붙여진 말이라고 해요. 인상주의는 전통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 왔던 기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지요. 그래서 현대적인 미술이 인상주의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인상주의 화가들은 세상 모든 것에 정해진 색채가 있다고 보지 않아요. 빛이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다른 색채로,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여러 색채로 보일 수도 있어요. 이런 빛에 의한 색채의 변화에 더 주목하고 규칙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신인상주의 화가예요. 색을 섞어서 칠하지 않고 색점을 찍어서 표현하는 재미있는 방법을 보여 주었지요. 이렇듯 인상주의나 신인상주의 화가들은 전통적인 규칙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답니다. 인상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네는 전통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색칠과 명암이 특징이에요. 마네는 화가의 생각뿐 아니라 그리는 방법 또한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를 행동으로 옮겼어요. '풀밭 위의 점심'에서 시도한 그의 새로운 표현이 처음부터 높이 평가된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림 속의 옷을 걸치지 않은 여성의 표현을 특히 못마땅해했어요. 하지만 이 그림은 원래 르네상스 시대 화가 조르조네가 그린 '전원의 합주곡'이란 작품을 마네가 다시 그린 거예요. 두 그림 모두 여성이 옷을 걸치지 않고 있는데 어째서 한 작품은 칭송을 받고 다른 한 작품은 비난을 받았을까요? 사람들에게는 공원 같은 생활 속 풍경에 벌거벗은 여자를 그려 넣은 게 충격적이었나 봐요. 인상주의를 연 사람이 마네였다면 인상주의를 완성한 사람은 모네예요. 모네는 밖으로 나가 태양빛 아래 그림을 그려서 ‘외광파’라고도 불리지요. 모네의 1873년 작품인 '해돋이 인상'은 잔잔한 바다 위에 조금씩 파도가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 작은 배에 탄 사람들은 노를 젓는 것 같네요. 멀리 있는 풍경은 더욱 희미해져서 잘 보이지 않아요. 모네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순간의 인상을 태양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으로 표현했어요. '건초 더미'나 '루앙 대성당' 연작은 시간에 따라 빛과 색이 달라지면 같은 대상이라도 다른 인상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 주지요. 나이가 많이 든 후에 모네는 시골로 내려가 정원을 만들고 살았어요. 매일 정원으로 나가 물 위에 떠 있는 수련을 보고 그림을 그렸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변화하는 빛과 공기는 연못 위의 수련을 신비롭게 만들었어요. 1900년에서 1926년 사이에 모네는 눈이 몹시 나빠진 상태였는데도 이 연못을 100장이 넘게 그렸다고 해요. 드가는 모네처럼 밖에 나가 빛과 색의 변화를 직접 그리는 것보다 실내에 빛이 퍼지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어요. 드가는 발레하는 모습을 무척 많이 그렸어요. '발레 연습 무대'를 한번 보아요. 누군가가 발레하는 모습을 사진기로 찰칵 찍어 놓은 것처럼 움직임의 순간이 잘 느껴지지요. 발레하는 소녀들은 누가 지켜본다고는 상상도 못 하는 것 같아요. 드가는 사실적인 표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움직이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어요. 인상주의 화가들 가운데 누구보다 정확한 그림을 그릴 줄 알았던 드가는 나중에 눈이 많이 나빠져서 거의 못 보게 되었을 때에도 손끝의 감각으로 발레하는 소녀의 조각상을 멋지게 완성했어요. 르누아르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밝고 환하게 그렸어요. 꽃이나 나무, 바다의 순간순간 변화하는 색채를 표현하는 데도 능숙했지요.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사랑스럽게 그릴 줄 알았어요. 멋진 꽃 장식 모자를 쓴 그림 속의 두 사람을 보아요. 뽀얀 얼굴과 장밋빛 뺨에 행복이 번져 있네요. 르누아르는 아름다운 여인과 아이들의 행복한 순간을 자주 그렸지요. 피아노 앞에 앉아 있거나 평화롭게 책을 읽는 모습 등 르누아르의 그림 속 인물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 같아요. 르누아르는 그림의 행복한 느낌을 위해서인지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을 많이 썼다고 해요. 인상주의 화가들은 색채들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팔레트 위에서 다른 색을 만들려면 최소한 두 가지 또는 여러 색을 섞어야만 해요. 섞인 색은 그 자체로도 멋지긴 하지만 밝고 맑은 원래의 색은 없어져 버리지요. 그런데 쇠라는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지 않고 순수한 색채의 빛깔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바로 색깔이 있는 점을 연속해서 찍는 기법이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칠하는 기법을 점묘법 또는 색채 분할법이라고 불렀어요. 이렇게 색깔을 표현하는 데 뜻을 같이한 사람들을 신인상주의라 하며 대표적인 작가로 쇠라를 들 수 있어요. 색점들을 찍어서 그리기 때문에 그림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을 것을 걱정해서인지, 신인상주의 화가들은 가장 안정감 있는 구도를 선택했어요. 바다와 항해를 좋아했던 시냐크가 그린 '항구'예요. 평온한 바다 물결과 뭉게구름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줘요. 항해를 마친 배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리고 있어요. 항구 주변의 집들과 다채로운 색이 인상적이지요. 시냐크의 그림은 쇠라의 색점 그림에 영향을 받아 그린 것이었어요. 쇠라와 함께 시냐크는 색채와 색점에 대해 탐구했거든요. 시냐크의 그림 속 점은 쇠라 의 것보다 크고 마치 춤을 추는 것만 같아요. 시냐크는 색점을 그리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큰 점을 이용한 모자이크풍의 개성적인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려 그림을 그렸어요. 고흐, 고갱, 세잔은 모두 성격이 달랐어요. 그림에서 주제가 사라졌던 인상주의나 신인상주의 그림과 다르게 그린 사람의 감정뿐 아니라 정신까지 들어간 그림을 그렸지요.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순간의 모습을 포착해서 그리기보다 자기의 감정이나 정신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자 했어요.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 그림이 그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기 인상주의가 나타나지요.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는 고흐, 고갱, 세잔으로, 이들은 현대 미술의 선구자들이기도 해요. 화가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온 그림을 그렸어요. 폴 세잔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 중 현대 미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그래서 20세기 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지요. 인상주의 그림에서 대상의 형태가 없어지는 것을 본 세잔은 자신은 견고한 형태를 그리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세잔의 그림에는 인상주의에서 보기 힘들었던 무겁고 어두운 색이 많이 나타나요. 세잔이 그린 '사과와 오렌지'를 보아요. 어느 한쪽에서만 바라본다면, 그림은 보통 빛이 있는 쪽은 밝게, 반대쪽은 어둡게 보이도록 그려져요. 하지만 세잔의 그림에서 빛은 어느 한쪽만 비추지 않아요. 앞에서 보든, 뒤에서 보든, 옆에서 보든 똑같이 둥근 형태이고 밝은 쪽이나 어두운 쪽도 잘 드러나지 않지요. 그래서 세잔이 그린 그림은 사실적이면서 불안정한 느낌도 들어요. 빈센트 반 고흐는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주목받지 못해 가난하고 슬픈 삶을 살았지요. 고흐는 태양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 고흐에게 해바라기의 강렬한 노란색과 풍성한 꽃잎은 태양의 생명력을 표현하는 데 더없이 적합했지요. 이글거리는 태양의 움직임을 그대로 담은 듯 한 고흐의 '해바라기'에는 예술을 향한 고흐의 열정도 담겨 있어요. 덕분에 고흐는 해바라기의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가난한 예술가 고흐에게는 평생 해바라기 같은 마음으로 도와준 동생 테오가 있었어요.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는 책으로 나올 만큼 양이 아주 많았어요. 편지 속에는 고흐가 그리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친구 화가들의 얘기도 있었답니다. 고갱은 기차도 없고 공장도 없는, 오로지 자연만 있는 원시적인 풍경을 찾았어요. 산업이 발달하면서 원시적인 건강함이 사라진 도시를 떠나 고갱은 타히티 섬으로 갔어요. 강렬한 원색과 단순한 형태, 윤곽을 강조하는 고갱의 특징은 타히티 사람들과 풍경을 담은 그림에서 더욱 멋지게 드러나요. 그림 속 타히티 사람들의 건강한 피부색과 고집스레 다문 두툼한 입술을 보면 왠지 모르게 정직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해변의 두 타히티 여인'에서도 자연을 닮은 듯한 두 사람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지만 오른쪽 여성은 고갱을 경계하는 눈빛이에요. 이처럼 고갱은 아름답기만 한 것보다 진실된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로댕은 완벽한 비례와 균형을 자랑하는 그리스 시대의 조각상들과 다르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사실적인 조각을 했어요. 로댕은 '청동 시대'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졌는데, 처음에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모습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본을 뜬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어요. 그래서 사람이 실제로 걷는 모습을 조각한 '걷는 사람'을 내놓아 의심을 풀려고 하기도 했어요. 로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은 '지옥의 문'이에요. 로댕은 단테라는 문학가가 쓴 '신곡'을 읽고 이 작품을 만들었어요. '지옥의 문'을 완성하기 위해 로댕은 르네상스 시대 작품인 '천국의 문'을 공부하고, 수많은 스케치를 하고, 작게 축소해서 흙으로 빚어 보기까지 했어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공부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요. '생각하는 사람' 역시 아주 유명한 조각이에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의 이 조각상은 원래 '지옥의 문' 윗부분에 있었지요. 20세기 이후 미술은 예술가들마다 각기 다른 개성 있는 표현을 보여 주지요. 우선 강렬한 색채나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표현주의와 야수파가 있어요. 사물의 본질적인 형태를 발견하고 이것이 어느 방향에서 봐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입체파도 나타나지요. 이 외에도 추상 미술, 미래주의, 초현실주의, 팝 아트 등 다양한 미술의 실험이 펼쳐져요. 20세기에 이르러 세상은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여러 차례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술 역시 변화하지요. 과연 실제 사람이나 물건과 닮아야만 잘 그리거나 만든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지면서 모두 개성 있는 표현을 찾아내지요. 마티스는 사실적인 그림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고흐와 고갱의 그림을 보고 더 이상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마티스는 색을 선택했을 거예요. 색이야말로 대상을 알아보게 하는 형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붉은색의 조화'에서 마티스는 벽과 식탁에 똑같은 붉은색을 칠했어요. 거기에 똑같은 장식 무늬까지 있네요. 식탁과 벽이 구분되나요? 이처럼 마티스의 그림은 점점 실제 형태와는 멀어지고 평평하게 변해요. 이후 마티스는 매우 단순한 형태를 강렬한 색채와 추상적인 장식으로 그려 냈어요. 뭉크는 강렬한 색과 꿈틀거리는 듯한 붓놀림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유명한 '절규'를 한번 볼까요? 붉은 하늘과 굽이치는 강, 길게 뻗은 다리를 배경으로 놀라 소리치는 듯한 사람이 서 있네요. 사람이긴 하지만 그림을 보아서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어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슬픈 나머지 소리를 내면서 우는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뭉크에게는 슬픈 일이 많았거든요. 사랑하는 여동생이 어린 소녀일 때 아파서 죽은 일도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뭉크는 유령이나 천사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화려한 금빛과 여러 색의 무늬가 장식처럼 박혀 있는 클림트의 그림을 보면 눈이 부셔요. '키스'는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온갖 꽃들이 활짝 핀 정원에 서 있는 키 큰 나무처럼 아름답게 그렸어요. 꿈이나 환상 속 장면 같기도 한 이 그림의 모델은 클림트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라고 해요. 20세기의 천재 화가 피카소가 그린 이 그림에는 가면을 쓴 얼굴이 있어요. 게다가 몸은 둥근 부분과 각진 부분으로 이상하게 나누어져 있어요. 1907년에 이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지요. 피카소는 모든 자연물에 본질적인 형태가 있다는 세잔의 이야기가 옳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느 한쪽에서 본 모습만 그려서는 본질적인 형태를 나타낼 수 없겠지요. '아비뇽의 처녀들' 속 가면은 아프리카의 가면처럼 오른쪽과 왼쪽 눈의 높이가 다르고 코의 모양도 특이해요. 마치 앞에서 본 모습과 옆에서 본 모습이 함께 있는 것 같아요. 피카소는 여러 방향에서 본 사물의 모습을 어떻게 하나의 그림에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완성한 것이랍니다. 칸딘스키는 음악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림 속의 선이나 면 등이 음악의 선율처럼 표현되기를 바랐어요. 작품 제목에 인상, 즉흥, 구성 같은 단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칸딘스키는 예술이 정신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거꾸로 놓인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부터라고 해요. 그림 속 사람이나 풍경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데도 깊은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기에 대상의 형체가 사라진 추상화를 그렸던 거죠. 이렇게 칸딘스키에 의해 최초의 추상화가 탄생했답니다. 칸딘스키가 감정을 선이나 면, 그리고 색으로 자유롭게 표현한 것과 달리 몬드리안은 직선과 사각형을 아주 좋아했어요. 몬드리안은 신조형주의라는 단체를 만들어 뜻이 맞는 사람들과 활동하면서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 만들어진 사각형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몬드리안은 수평선과 수직선이 모든 자연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라고 여겼어요. 색도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과 흰색, 회색, 검정의 무채색만을 써서 표현했답니다. 몬드리안이 즐겨 그린 이 사각형과 색채는 그림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많이 쓰이게 되지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한순간도 그냥 있지 않아요. 항상 움직이지요. ‘쉿!’ 하고 조용히 있을 때에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처럼요.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미래주의 화가와 조각가들은 움직임을 그림으로 그리고 조각으로 만들고 싶어 했어요. 발라가 그린 '쇠줄에 끌려가는 개의 운동'을 보아요. 다리가 몇 개로 보이는지 셀 수조차 없어요. 개의 다리가 마치 흔들리는 먼지떨이 같아요. 이렇게 움직임을 붙잡고 싶어 했던 미래주의자들은 가만히 있는 그리스 신의 조각상 보다 재빨리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를 더 좋아했어요. 미래주의자들은 일을 하면 쉬어야 하는 인간과 달리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계를 대단하게 생각했지요. 예술이 반드시 새로 만들어진 것일 필요는 없어요. 뒤샹은 주변에 있는 평범한 물건도 예술가가 선택하면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 사람이에요. 처음에 뒤샹은 미래주의자들처럼 움직임에 관심을 가졌어요. 하지만 뒤샹은 그림을 그리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러 물건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지요. 그런 작품을 오브제라고 부르는데 원래는 물건이라는 뜻의 프랑스 말이에요. 뒤샹은 또 남자 화장실에 있는 소변기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써서 전시회에 내놓기도 했어요. 사람들은 너무 놀랐고 작품은 곧 전시장을 떠나야만 했어요. 자전거 바퀴를 의자 위에 올려놓아 만든 작품도 있네요. 자전거가 굴러갈 때는 바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못 했지만 의자 위에 올려지니 정말 새로운 느낌이에요. 어쩌면 예술가는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사람들인가 봐요. 사람들은 날마다 잠을 자고 꿈을 꿔요. 꿈은 우리가 머릿속에서 엉뚱한 생각을 할 때처럼 뒤죽박죽이에요. 하지만 때로는 꿈속에서 아주 멋진 상상을 하기도 하지요. 초현실주의는 그런 꿈이나 공상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요.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그리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컵, 사과, 우산, 바위 등을 전혀 다른 크기로 엉뚱한 장소에 놓아서 특별한 그림이 되게 하지요. 창문가에 놓인 이젤을 한번 보아요.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진짜 풍경일까요? 아니면 이젤 위에 놓인 그림일까요? 노랑머리 아줌마는 오래전 미국에서 유명한 스타였어요. 이름이 마릴린 먼로인 이 배우는 무척 인기가 많았어요. 영화에도 텔레비전에도 나오던 아줌마를 여러 명으로 만들어 준 사람은 워홀이에요. 처음에 디자이너로 유명해진 워홀은 나중에 판화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었답니다. 워홀은 추상화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 말고 쉽고 재미난 그림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슈퍼마켓에서 파는 비누 상자, 토마토 수프 깡통, 미키 마우스, 마릴린 먼로 등 친근한 물건이나 유명한 스타가 작품에 등장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너무 많은 노랑머리 아줌마의 얼굴을 보니 아줌마는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닌 것 같아요. 텔레비전이나 슈퍼마켓에 진열된 물건들처럼 보이기 때문이지요. 오랫동안 예술은 너무 고상하고 거창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워홀은 우리와 가까이 있는 것들을 통해 예술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엄마와 함께 읽는 한국 미술 이야기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우리 조상은 마음속에서 바라는 것들을 바위에 그리거나 새겼어요. 이처럼 바위에 새겨진 그림을 ‘암각화’라고 해요. 암각화는 농사와 사냥을 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 볼 수 있어요. 또한 주변에 널린 흙을 굽거나 돌로 생활에 필요한 그릇과 도구 등을 만들면서 무늬 같은 장식도 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미술은 마술적인 힘에 대한 바람과 생활의 편의를 위해 시작되었어요. 글자가 없던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돌을 깨거나 다듬어 만든 도구로 먹이를 구하며 살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하고 강한 무기인 청동기나 철기도 만들게 되지요.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 무기들로 사나운 짐승을 물리치고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기도 했어요. 또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우두머리가 생겼어요.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그림이에요. 1970년 울주군 반구대에서 찾은 바위 그림이 바로 암각화예요. 넓고 평평한 벽처럼 세워진 바위에 뾰족한 도구로 새기고 색을 칠해서 그린 것이지요. 그림에는 개와 늑대, 호랑이, 사슴, 멧돼지 같은 육지 동물과 물고기, 고래 같은 바다 동물, 그리고 사람도 그려져 있어요. 이때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 즉 동물을 많이 잡아서 배불리 먹고 자손을 많이 낳고 싶은 소원을 그린 거 같아요. 하지만 여기 그려진 동물들의 모습은 실제보다 훨씬 단순해요. 이 암각화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중한 보물로 보호하는 국보 제285 호이기도 하지요. 길고 평평한 돌들이 아래로는 세워지고 위로는 눕혀져 있네요.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만든 이것은 돌무덤이라고도 하는데, 보이는 것처럼 아래에 고이게 되어 ‘고인돌’이라고 불러요. 우리나라에는 세계 고인돌 수의 절반 정도가 있어요. 지금 보는 고인돌은 2000년 12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화 고인돌 중 하나예요. 강화도에는 고인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공원도 있답니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부족의 대장인 부족장의 무덤으로 보지만,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한 제단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 고인돌 주변에서는 토기 조각이나 돌검 등도 발견되었어요. 신석기 시대에 이르면 사냥이나 채집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농사를 짓게 돼요. 이 때는 힘이 세거나 강한 무기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곡식을 가졌어요. 그림에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청동기 시대의 유물로 방패 모양을 하고 있어요. 무당이나 권력자들이 몸에 달고 다니거나 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여요. 안쪽에는 농기구를 들고 밭을 가는 농부가, 뒤쪽에는 마주 보고 있는 새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고 해요. 선사 시대와는 다르게 삼국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또 불교라는 새로운 종교가 들어와 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넓은 대륙을 호령한 고구려는 웅장하고 씩씩한 미술 문화를 펼쳤고, 백제는 우아하고 섬세한 미술 세계를 꽃피웠답니다. 그리고 신라 미술에는 패기와 조화로움이 잘 드러나요. 가야 역시 섬세하고 세련된 공예 기술을 지닌 나라였어요. 우리나라가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로 나뉘어 있던 때를 삼국 시대라고 해요. 삼국은 서로 경쟁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어요. 각 나라의 지리적,문화적 특징을 잘 살린 문화를 꽃피웠고,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만들었어요. 먼 옛날 우리 조상이 가장 관심을 둔 것 중 하나는 사람이 죽은 후에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은 죽은 후에도 또 다른 세상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구려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죽은 사람을 위해 무덤을 만들었어요. 지금 보는 것은 357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덤이에요. 이렇게 흙으로 이루어진 무덤을 고분이라고 해요. 고분 안에는 이 무덤의 주인뿐만 아니라 부인의 초상, 행렬하는 모습, 부엌과 외양간 등 일상생활이 그대로 그려져 있어요. 이 무렵 그림에는 중요한 순서대로 인물의 크기를 표현했다고 해요. 가운데 커다랗게 그려진 사람이 바로 이 무덤의 주인이에요.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많아요.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말을 타고 달리는 기술이 발달했어요. 무용총이라는 무덤에는 고구려인들이 말을 타고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수렵도'가 있어요. 노루나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서 말을 타고 힘차게 달리는 무사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은 현재 중국 땅인 지안에 위치해 있어요. 지안에는 고구려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장군총과 무용총 같은 무덤들이랍니다. 이들 무덤은 그 자체로 웅장하고 화려한 고구려인의 표현력을 알려 주는 예술 작품이에요. 크기가 아주 큰 것으로 보아 왕이나 귀족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무덤이었던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장군총은 ‘동양의 피라미드’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크기와 멋진 벽화를 자랑하지요. 가지런하게 층층이 돌을 쌓아서 만든 무덤의 모습이 웅장할 뿐만 아니라, 무덤 안의 벽에 그려진 그림들도 고구려인의 빼어난 그림 실력을 알려 준답니다. 고구려는 불교를 일찍 받아들여 불교 문화가 발달했을 법하지만 그 흔적은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그중에 전체 높이가 16.2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부처님의 조각상이 있어요. 이 불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고구려인의 뛰어난 솜씨를 알 수 있지요. 백제의 미술은 세련된 아름다움과 우아함이 돋보여요. 그림과 조각은 물론 공예와 건축에 이르기까지 두루 발달한 백제의 미술은 멀리 일본이나 중국에까지 전파되었어요. 이 향로는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군 땅속에서 발견된 거예요. 높이가 64센 티미터나 되는 커다란 향로는 봉황 장식과 봉래산이 조각된 뚜껑, 연꽃잎으로 장식된 몸통, 용 받침의 4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도교의 신선들이 사는 세상을 잘 표현한 작품이지요.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수없이 겹쳐진 산과 계곡 사이로 신선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까지 찾아볼 수 있어요. 백제에서 만들어진 미술품들이 모두 빼어나지만 금속 공예품은 특히 아름다워요. 백제는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거든요. 화려한 왕관이나 귀고리 등의 장신구는 백제인들의 솜씨는 물론 왕족과 귀족들의 옷차림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어요. 백제를 대표하는 불교 조각상으로 '서산 마애삼존불'이 있어요. 충청남도 서산 산골의 높고 커다란 바위에 조각되어 있는 이 작품은 백제의 미소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지요. 둥글둥글하고 부드럽게 만져질 듯한 조각상은 따뜻하고 친근한 생김새의 부처님과 보살님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조각상에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머리나 몸 뒤에 빛이 표현되는데, 이것을 ‘광배’라고 해요. 연꽃과 불꽃으로 장식되는 광배는 부처님의 신성함과 무한한 정신 세계를 나타내요. 이 조각상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달라지게 조각되었다고 해요. 백제인들의 놀라운 조각 솜씨를 짐작할 수 있지요. 백제 미술의 특징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는 거예요. '산수봉황 무늬 벽돌'은 앞으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뒤로는 절벽과 산이 첩첩이 들어서 있는 풍경을 보여 줘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지요. 신라는 삼국 가운데 가장 늦게 발달한 나라였어요. 불교가 전파되면서 차츰 힘이 강한 나라가 되었고 그림과 조각, 공예도 불교와 함께 더욱 발전해 갔어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국보 제83호로 알려져 있어요. 이 불상은 다른 불상들과는 달리 독특한 자세를 하고 있지요. 이러한 자세는 현실 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명상에 잠겼던 부처님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해요. 얼굴에 보이는 잔잔한 미소에서 부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섬세한 옷 주름과 균형감 있게 앉은 자세에서 안정감과 평온함이 느껴지지요. 신라는 금이 많은 지역으로 왕관이나 모자, 허리띠, 귀 고리 등 다양한 금제품이 만들어졌어요. 대부분 고분에서 발견된 금제품은 탁월한 솜씨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요. 특히 금관의 화려함은 새 날개 모양의 장식을 꽂도록 된 것이나, 작은 구슬들을 달아 늘어뜨린 것, 또는 나무 모양을 단순하게 한 출자형 장식 등에 나타나지요. 신라의 귀족들은 금과 은으로 만든 장신구를 많이 사용했는데 일본인들이 신라를 금과 은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였어요. 신라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땅에 묻을 때 그 사람이 평소에 사용하고 아끼던 물건, 또는 실제로 데려갈 수 없는 가족이나 친구, 하인들을 흙으로 작게 만든 인형을 함께 넣어 주었어요. 1924년 금령총에서 발굴된 이 토기에는 화려한 장식을 한 채 말을 탄 주인의 모습과 수수한 차림으로 주인을 따라가는 하인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어요. 말은 지금처럼 자동차가 없던 시대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데 꼭 필요한 동물로 매우 소중했어요. 죽은 후에도 좋은 세상으로 편안하게 떠나기를 바라는 신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삼국 시대의 그림은 정말 보기 드물어요. 이것도 말의 안장 아래 흙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다래라고 하는 물건에 그려진 그림이에요. 천마총이라는 무덤에서 발견되었는데, 구름 위를 날고 있어서인지 '천마도'라고 부른답니다. 날개가 달린 하얀 말이 하늘을 나는 듯 힘차게 달리고 있네요. 흰색, 검은색, 빨간색 등으로 가장자리가 장식되어 있는데 조화로우면서도 색의 대조가 잘 드러나지요. 귀족들의 고급스러운 문화와 불교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던 통일 신라 시대의 미술 작품으로는 석굴암, 다보탑, 석가탑 등을 꼽을 수 있어요. 아쉽게도 그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이 시대의 미술은 조각과 건축을 중심으로 알아볼 수밖에 없답니다. 통일 신라 시대의 미술은 현실 세계와 이상의 세계, 통일과 균형의 조화가 어우러진 화려하고도 귀족적인 아름다움이 특색이에요. 통일 신라 시대는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통일을 이룬 668년부터 시작되었어요.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각 나라의 특징을 발달시켜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지요. 통일 신라 시대에는 불교가 크게 발전하여 불교 미술의 황금기라 불려요. 통일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불상이나 석탑, 범종의 아름다움은 지금까지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요. 통일 신라 시대 정치가였던 김대성은 작은 부처님의 나라라 불릴 만한 불교의 세계를 건축했어요. 현실의 부모님을 위해 불국사를 짓고 전생의 부모님을 위해 석굴암을 지었다고 해요. 경주 토함산 아래 지어진 불국사는 화려하고 정교한 건축물과 탑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불국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석굴암이 나와요. 신성한 부처님의 정신 세계를 건축해 놓은 석굴암에는 바위를 깎아 다듬은 신성한 조각상들이 가득해요. 석굴암 가장 안쪽에는 부처님이 크고 웅장하게 조각되어 있고 그 주변으로 보살상과 제자상이 둘러싸고 있어요. 부처님의 근엄하면서도 자애로운 표정까지 느낄 수 있는 뛰어난 조각술을 엿볼 수 있어요. 아침에 해가 뜨면 부처님의 이마에 있는 백호에 가장 먼저 비치도록 만들어져 있어 신라인들의 놀라운 과학 기술까지도 짐작하게 하지요. 그래서 석굴암은 우리의 예술뿐만 아니라 종교, 수학, 과학의 우수함을 알려 주는 세계적인 문화재라고 해요. 석굴암의 맨 안쪽 가운데는 부처님이 있고 그 뒤로 머리에 열한 개의 얼굴을 이고 있는 조각상이 있어요. 이 조각상을 ‘십일면관음보살상’이라고 부르지요. 불교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을 중생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착함과 악함에 따라 얼굴을 변화시켜 구원해 주는 이가 관음보살이에요. 연꽃 위에 서 있는 관음보살은 아름다운 몸매에 장신구가 많고 우아한 얼굴로 조각되어 있어요. 특히 몸에 가볍게 흘러내리는 듯한 옷 주름까지 섬세하게 조각해 놓아서 생생함이 느껴져요. 부처님 뒤의 양쪽 벽면 아래에는 10명의 제자들이 조각되어 있어요. 앞의 조각들보다는 덜 입체적으로 조각된 부조예요. 부처님의 제자이지만 신성하거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원래 제자들이 지닌 특징 그대로를 표현하여 주름이 많거나 볼품이 없어 보이기도 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하며 길을 떠나는 수행자의 정신적 아름다움을 잘 보여 주고 있어요. 김대성이 현실의 부모를 위해 지은 불국사에는 단단한 돌을 조각해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정교한 다보탑이 있어요.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듯 자유자재로 다듬어진 다보탑은 신라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한국의 석탑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요. 돌계단 위에는 네 마리의 돌사자상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빼앗겨 현재는 하나만 남아 있어요. 불국사 앞마당 다보탑과 마주 보고 있는 석가탑은 백제의 장인 아사달이 만든 탑이라고 해요. ‘그림자가 없다’는 뜻으로 ‘무영탑’이라고도 불려요. 다보탑과는 달리 석가탑은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녀 안정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답니다. 이 탑 안에서는 여러 가지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국보 제126호'도 여기서 나왔다고 해요. 지붕의 마루 끝을 장식했던 도깨비기와예요. 도깨비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이야기나 전설에 자주 나오는 귀신의 한 종류이지요. 몽당빗자루나 빨랫방망이 혹은 절굿공이 같은 것이 도깨비로 변한다고 해요.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도깨비는 집안으로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요. 기와 한 장에서도 통일 신라 사람들의 섬세함과 재치 있는 솜씨를 엿볼 수 있어요. 신라 경덕왕은 아버지인 성덕왕을 위해 종을 만들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어요. 이 뜻은 혜공왕에게 이어졌고 마침내 771년에 종이 완성되자 '성덕대왕신종'이라 불렀어요. 이 종은 처음에 봉덕사라는 절에 있었기 때문에 ‘봉덕사종’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 종을 만들 때 아름다운 소리를 위해 한 아기가 바쳐졌다는 전설도 있어 아기의 울음소리를 본떠 ‘에밀레종’이라고도 부르지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종으로 높이가 3.75미터, 무게가 18.9톤이나 된다고 해요. 고려 시대에는 임금과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왕실의 크고 작은 행사를 그림으로 그려 기록하는 관청이 있었다고 해요. 이곳이 바로 ‘도화원’이라는 곳이었지요. 불교의 번성으로 불화가 널리 그려졌을 뿐만 아니라 사찰 같은 건축물도 발달 했지요. 또 귀족들을 위한 공예품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 도자기를 으뜸으로 뽑았어요. 왕건이 세운 고려는 송나라와 문화적으로 친밀했어요. 고려 청자를 낳게 한 힘도 송의 도자기의 영향이었어요. 고려 시대에는 삼국 시대부터 계속해서 전해진 불교 말고도 송으로부터 유교 사상이 들어오게 돼요. 이 시절, 많은 귀족이 불교 사상과 유교 사상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귀족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와 종교, 그리고 예술이 크게 발달했어요. 고려 시대의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잘 보여 주는 그림이 바로 고려 불화예요. 고려 불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수월관음도'를 꼽을 수 있어요. 그림에 그려진 수월관음은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 주는 관음보살이에요. 바닷가 바위 위에 부드럽고 우아한 자세로 앉아 있는 수월관음에게서 신비로움이 느껴져요. 또한 투명하게 비치는 겉옷과 여러 장신구, 주변에 피어 있는 꽃은 고려 불화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지요. 고려 불화는 나라가 더욱 강해지길 바라는 왕실 가족들과 자신의 가족이 평안하길 기도하던 귀족들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이 그림에 보이는 아미타여래는 미래의 부처로 사람들이 죽은 후에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부처님이에요. 현재뿐만 아니라 죽은 후의 세상에서도 잘살 수 있기를 바라는 고려인들의 소망이 드러나지요. 하지만 고려 시대의 불화는 현재 알려진 100여 점 중 80점 이상이 일본에 있어요. 고려 시대가 끝날 무렵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왜구들이 빼앗아 갔기 때문이지요. 술을 담는 데 사용했던 이 '청자상감운 학문매병'은 고려 시대 상감 청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어요. 넓고 둥근 어깨에서부터 날씬하게 내려오는 곡선이 특징이에요. 몸통 부분의 작은 원 안에는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학과 구름무늬를, 원 밖에는 아래쪽을 향해 날아가는 학과 구름무늬가 반복적으로 새겨져 있어요. 화려한 문양과 푸른 빛깔에서 고려의 당당한 기품이 느껴져요. 원래 청자는 중국에서 만들기 시작했지만, 고려인은 중국의 청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고려인만의 독특한 방법을 개발하여 하늘처럼 맑고 푸른빛이 나도록 발전시켰어요. 그리고 청자를 이용해서 도자기와 향로, 연적이나 필통 등 여러 가지 공예품을 만들었어요. 이 향로를 보아요. 작은 물건 하나에도 고려인의 재치가 묻어나요. 고려 시대의 목조 건물은 통일 신라 시대의 건축 기술을 이어받아 세워진 것이 많아요. 안타깝게도 대부분 불에 타 없어져서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그러나 우리나라 목조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해지는 '봉정사 극락전'이나 '부석사 무량수전' 같은 건물들을 살펴보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고려의 미술 세계를 엿 볼 수 있지요. 봉황산 중턱에 있는 부석사에 위치한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봉정사 극락전 다음으로 오래된 건물이에요. 날렵한 지붕의 선과 배흘림기둥에서 고려 시대 장인들의 우수한 솜씨를 엿볼 수 있어요. 관촉사에 있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은 은진미륵이라고도 불리며 높이가 무려 18미터나 되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이에요. 귀의 길이만 해도 2.7미터나 된다고 해요. 고려에서는 큰 불상을 만드는 것이 유행했어요. 이렇게 불상이 크게 만들어진 것은 불교가 많은 사람에게 받아 들여지자 부처님의 위대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어요. 이 불상은 머리에 비해서 몸의 길이가 너무 짧아 보이기는 하지만, 고려인들이 지닌 독특하고 개성 있는 표현을 느낄 수 있어요. 조선 시대는 생활과 예술에서 유교의 영향이 커졌어요. 정의로운 선비 정신을 강조한 그림이 유행하는데, 특히 맑은 농담으로 이루어진 수묵화가 많이 나타났어요. 그림의 주제도 일상생활의 모습을 비롯하여 풀과 벌레, 새와 동물, 실제 산과 강, 역사적 사실, 초상화 등 무척 다양해졌어요. 또 조선 후기에는 서민들에 의해 특이한 구도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민화라는 그림도 많이 그려졌답니다. 조선 시대에는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믿도록 했어요. 신분 제도와 학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유교는 개인보다 국가를 중히 여겨 조선 왕조의 새로운 지배 정신이 되었어요. 회화와 건축, 공예 등 다양한 예술이 발전하고 고려 말에 발명된 금속 활자가 더욱 정교해져서 책의 인쇄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최고의 한지를 생산하게 되었어요. 조선 시대에는 회화가 크게 발달했어요. 조선 시대의 양반들은 글은 물론 그림까지 잘 그리는 사람을 ‘삼절, 세 가지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 하여 아주 높이 평가했답니다. 그래서 많은 선비가 글과 함께 그림을 공부하였고, 덕분에 그림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지요. 이것은 조선 시대 최고의 화원으로 손꼽히는 안견의 그림이에요. 안견은 세종 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 대군이 꿈에서 본 것을 듣고 그림으로 그렸어요. 화면 왼쪽에 그려진 현실 세계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이상 세계가 펼쳐지는 모습이에요. 절벽과 바위, 신선들이 산다는 신비로운 정원인 도원의 세계를 표현하여 '몽유도원도'라 하지요. 사흘 만에 '몽유도원도'를 완성하자, 안평 대군은 유명한 학자들에게 시와 글을 적어 이 그림을 칭찬하도록 했다고 해요.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이상적인 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귀한 작품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그림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 소장되어 있답니다. 인자한 아내이자 훌륭한 어머니로 대표되는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즐겼으며 바느질과 자수뿐만 아니라 시와 글, 그림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어요. 여성의 섬세한 감각을 살려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 낸 신사임당의 여러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초충도'예요. 수박 위로 날아다니는 나비의 모습, 가지 아래 보이는 방아깨비와 자그마한 개미의 모습까지 얼마나 자세히 그렸는지 몰라요. 보통 사람들은 지나쳐 버리는 작고 소박한 자연물을 그림에 담아낸 신사임당의 마음이 전해져 와요. 조선 시대에는 그림뿐 아니라 공예품도 활발히 만들어졌어요. 백자 위에 푸른색 물감으로 그려진 청화 백자에는 하늘빛을 닮은 상감 청자와는 또 다른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청화 백자에는 간단한 장식이나 문양을 그려 넣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어요. 종이에 산과 강, 인물을 그려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 듯, 청화 백자의 흰 바탕 위를 도화지 삼아 푸른 빛깔로 그림을 그렸어요. 쭉 뻗어 올라가는 나무의 옹이까지 자세히 그려 놓았지요. 조선 시대 초상화를 그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그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의 세세한 부분까지 빠뜨리지 않고 그렸지요. 이 그림은 조선 시대 학자이자 화가였던 윤두서가 자신의 모습을 직접 그린 자화상이에요. 우리나라 초상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윤두서의 자화상은 사진 못지않게 사실적이에요. 눈썹과 수염 한 올, 한 올까지 세밀하게 모두 표현한 작품으로, 마음을 수양하고 바른 이치를 공부하는 선비의 눈빛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조선 시대 후기에 가면 조선의 산과 강의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린 진경산수화가 나타나요. 정선은 젊은 시절에 중국의 여러 그림 기법을 보고 익힌 뒤, 조선의 풍경에 맞는 독창적인 산수화법을 만들게 되었어요. 조선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실제의 풍경을 그렸던 정선은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등 많은 작품을 남겼어요. '인왕제색도'는 일흔여섯 살의 나이에 그린 것으로 암벽들로 이루어진 인왕산의 윗부분을 힘차게 그려 내고 있어요. 산 아래쪽은 안개에 싸여 희게 표현해 윗부분의 검은빛과 대조를 이루도록 했네요. 이 그림은 훌륭한 글씨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에요. 김정희는 한국과 중국의 옛 비문을 연구하 여 추사체라는 글씨체를 만들었다고 해요. 김정희는 다 합쳐 13년이나 귀양살이를 할 정도로 파란만장 한 삶을 살았어요. 이 그림 역시 그의 귀양살이와 연관이 있어요. 쉰아홉 살에 제주도로 귀양을 간 김정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귀한 책을 챙겨서 보내 주었던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그림 안에 보이는 소나무와 잣나무는 곧은 선비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으며, 텅 빈 공간에 홀로 있는 집은 김정희의 쓸쓸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요. 이 그림의 왼쪽에는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김정희의 글과 '세한도'라는 작품을 보고 감탄한 여러 학자의 시를 담은 제발이 씌어 있어요. 조선 시대 후기에는 서민들을 주제로 한 그림도 많아져요. 단원 김홍도는 조선 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궁중 화가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지만, 특히 서민들의 소박한 생활을 많이 그렸어요. 이처럼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그림을 풍속화라고 해요. 김홍도의 풍속화는 꾸미거나 정교하게 치장하지 않고 특징을 잡아 재미나게 표현했어요. 이 작품 역시 지금의 초등학교와 같은 조선 시대 서당에서 훈장님께 혼나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화려한 색이나 장식은 없지만 조선 시대 서민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지요. 우스꽝스러운 표정 때문에 무섭기보다는 친근한 인상을 가진 호랑이, 그리고 이런 호랑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까치는 조선 시대 서민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재치 있게 담은 그림인 민화에 자주 등장해요. 이 그림은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는 까치와 신령스러운 동물이라 믿었던 호랑이를 함께 그려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어요. 이와는 다르게 호랑이는 능력 없는 관리로, 소나무 가지에 앉아 호랑이에게 지절대는 까치는 일반 백성으로 해석하기도 해요. 우유 빛깔에 커다랗고 둥그스레한 모습의 이 조선 백자는 그 모양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달과 같아서 달항아리라고 불러요. 커다란 달항아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나누어 만든 후 나중에 붙여서 완성시켰기 때문에 좌우가 약간은 비스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까지 사랑했던 우리 조상의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지는 작품이지요. 가장 오래 사는 열 가지는 무엇일까요? 옛날 우리 조상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자연에서 가장 오래 사는 신성한 것 10가지를 찾아 그림으로 그렸어요. 우리 조상이 가장 오래 산다고 믿었던 신기하고 성스러운 자연물은 바로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었어요.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요.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은 뒤부터 서구 문물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때 화가들은 서양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지요. 서양화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된 것은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등이 활동한 1930년대 무렵이었어요. 후 김기창, 이응노 등은 한국화를 추상화로 발전시켰고, 백남준은 세계 최초로 비디오 아트를 선보였어요. 한국의 근현대 역사는 힘들게 시작하였지만 점점 성장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어요. 일본이 한때 조선을 지배해서 나라를 잃은 때도 있었고 전쟁을 겪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서양 근대 문명이 들어와서 생활의 편의뿐 아니라 서양의 문화도 접하게 돼요. 미술에도 이러한 영향이 잘 드러나지요. 조선 시대 말에 신여성으로 불렸던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가 바로 나혜석이에요.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연필로 그리려 하던 소녀 나혜석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훗날 나혜석은 일본까지 유학을 가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소설가로도 활동했어요. 당시 조선미술 전람회라는 가장 큰 미술대회에서 여러 번 상도 받았지요. '자화상' 속 나혜석의 얼굴을 한번 보세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여성 화가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시절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한 슬픔이 담긴 듯해요. 여름에는 그늘이 되어 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이웃이 되어 주는 나무를 잘 그린 화가는 박수근이에요. 박수근은 착하고 고마운 나무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그렸어요. 이 작품 속 소녀는 6.25 전쟁으로 어려운 시절,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속으로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겠지만 등에 업힌 동생이 떨어질까봐 두 손으로 꼬옥 받치고 있네요. 이중섭은 소와 밝고 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어요. 위에 있는 그림을 보아요. 사내아이들이 게와 나비를 가지고 놀고 있어요. 아마도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였을 거예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은박지에 그렸다는 걸 알 수 있지요.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이중섭은 그림 도구를 살 수 없어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재료에 그림을 그렸어요.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 열정적인 화가였지요. 김환기는 우리나라 추상 미술의 선구자예요. 김환기는 일본 유학 시절에 배운 여러 가지 서양화법을 우리나라의 전통 정신과 문양, 달, 매화, 항아리 같은 소재들과 결합시켜 새로운 추상 작품을 그려 냈지요. 1965년, 뉴욕으로 건너간 김환기는 캔버스 위에 점을 가득 채우는 기법으로 독창적인 추상화를 완성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어요. 유영국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추상 화가예요. 우리나라의 산이나 강, 아름다운 경치 등을 그림의 소재로 삼아 단순화시킨 추상화를 그렸지요. 유영국에게 산은 매우 중요한 소재였어요. 대담하게 면을 나누고, 짙은 파랑과 녹색을 과감하게 섞어서 표현한 산을 보세요. 비록 모양은 단순해도 짙푸른 녹음이 가득한 산의 모습이 느껴져요. 우리나라의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합쳐진 유영국의 작품은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답니다. 고암 이응노는 먹으로 대나무를 그리는 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특정한 형식이나 재료를 고집하지 않았어요. 한지와 캔버스, 먹과 물감을 가리지 않았고 나무와 종이, 찰흙,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지요. 콜라주라는 서양의 기법으로 동양의 자연주의적 정신을 나타내기도 했어요. '군상'은 이응노가 1964년부터 죽기 전까지 그렸던, 여러 명의 사람을 주제로 한 그림이에요. 초기에는 2인상이나 5인상 등 인물의 수가 적었으나 1985년 무렵부터 많은 수의 사람이 나타나요. 때로는 한 줄로, 때로는 둥글게 서 있는 이 사람들은 함께 어우러져서 외롭지 않을 거예요. 백남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예요.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새로움을 향한 열정으로 텔레비전을 이용하여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비디오 예술의 세계를 만들었어요. 이 작품은 1003개의 TV 모니터로 구성되었고, 1003은 10월 3일 개천절을 의미해요. 원래 ‘다다익선’은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지만,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정보화 세계에서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표현해요. 모니터 각각은 다른 미디어 작품이 방영되고 한 층씩 올라가면서 모니터의 수는 작아지는데, 이는 탑을 떠올리게 해요.
교과서 속 미술 이야기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사람의 마음을 그린 화가 윤두서.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초상화'라고 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린 초상화를 '자화상'이라고 하지요. 왼쪽 작품인 우는 여인은 피카소가 그린 초상화이고, 오른쪽 작품은 조선 시대의 화가 윤두서가 스스로 자기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에요. 두 그림은 서로 다른 사람을 그렸고 그린 방법이나 색깔 등 다른 점이 많지만 그림을 통해서 인물의 기분이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윤두서의 자화상을 한번 자세히 살펴볼까요?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 들지요. 사진기가 없던 옛날에는 초상화가 사진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 초상화를 그릴 때는 무조건 아름답게 그리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세상을 꿰뚫는 눈을 가진 화가. 윤두서는 조선 시대의 선비로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났어요. 그뿐만 아니라 경제, 지리, 의학, 음악에도 재능을 보였어요. 젊어서 과거에 합격했지만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평생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았답니다. 특히 인물화를 잘 그리는 화가였지요. 윤두서의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붓놀림은 아직도 그림 안에 생생히 남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답니다. 윤두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풍만한 얼굴에 추켜 올라간 눈썹, 정면을 응시하는 눈,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긴 수염에서 선비로서의 굳건한 의지와 올곧은 성품을 엿볼 수 있어요. 윤두서의 자화상을 최고로 꼽는 까닭. 윤두서의 자화상을 가치 있게 여기는 까닭 중 하나는 바로 깊이 있고 선명한 눈동자 때문이에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화가라 할지라도 눈동자를 그리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랍니다. 중국의 유명한 화가인 고개지는 초상화를 그릴 때 그린 대상의 눈을 정확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 몇 년 동안 아예 눈동자를 그리지 못했다고 해요. 초상화 속에 나타난 눈은 형태나 모양이 정확해야 함은 물론이고, 대상의 마음까지도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 그림은 살아 있는 듯한 눈동자에다 얼굴에 난 털 한 올도 빠뜨리지 않고 그리려 했던 윤두서의 노력이 더해져 최고의 자화상으로 꼽히게 되었답니다.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완성시킨 화가 강세황. 강세황은 바위를 검푸르게 색칠하고 먹을 통해 밝고 어두움을 표현해 실제처럼 생생한 풍경을 그렸어요. 영통동구도는 송도기행첩이라는 화첩에 실린 그림이에요. 이 화첩은 1757년, 강세황이 개성 일대를 여행하고 나서 그린 그림을 모은 것이지요. 영통동구도는 실제의 경치를 보고 있는 그대로 그린 그림으로 경치의 멀고 가까운 정도가 한눈에 잘 드러나지요. 강세황은 바위 위에 초록색으로 색칠을 해서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끼가 끼게 된 크고 묵직한 바위의 느낌을 감각적으로 나타냈어요.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화가. 강세황은 조선 시대 후기에 활동한 화가이자 서예가예요. 강세황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을 그린 산수화나 사군자, 초상화, 꽃이나 새 그림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남겼어요. 그리고 서양 회화 기법에서처럼 멀고 가까움이 잘 살아 있는 그림을 그렸어요. 자기가 그린 그림은 물론 다른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잘 평가했던 사람으로 당시 예술계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서양의 원근법을 연구하여 그린 그림. 강세황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중국을 통해서 서양의 그림을 포함해 새로운 문물이 많이 전해졌어요. 서양의 그림을 보고 깊이 연구한 끝에 강세황은 이렇게 원근법이 잘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린 것이랍니다. 새로운 회화의 발판을 마련하다. 강세황은 자유롭고 새로운 화법을 많이 시도했어요. 또한 안목이 높은 데다 폭넓은 인간관계로 주위에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지요. 처음에는 중국의 화풍에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조선의 실제 경치를 대상으로 하여 그림을 그려 나갔어요. 그리고 먹을 이용한 농담의 표현과 색다른 구도, 색감 표현에서는 그가 서양의 화법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남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었던 강세황의 독창성은 조선 후기에 다양한 회화 작품이 나오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답니다. 조선 시대 서민의 일상을 재치 있게 그린 화가 김득신. 이른 봄날의 일이야. 영감이랑 부인은 툇마루에 앉아서 자리를 짜고 있었지. 그런데 봄이 되니 오죽 졸려? 꾸벅꾸벅 졸면서 자리를 짜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쌘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병아리를 잽싸게 채어 가네. 놀란 암탉은 꼬꼬댁, 꼬꼬댁! 자다 깬 영감은 놀라서 담뱃대를 들고 허둥지둥 고양이를 쫓으려다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지. 이 그림의 제목은 '야묘도추'인데 흔히 '파적도'라고도 불려요. 야묘도추란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난다."라는 뜻이고, 파적은 "고요함을 깨뜨린다."라는 뜻이에요. 동물을 잘 그렸던 김득신은 고양이가 병아리를 입에 물고 달아나는 순간적인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렸지요. 또 담뱃대를 휘두르며 고양이를 쫓고 있는 영감의 모습과 화들짝 놀란 듯한 부인의 얼굴을 통해서 우스꽝스럽지만 긴장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재치 있게 일상을 그린 화가. 김득신은 김홍도의 뒤를 잇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풍속 화가로 손꼽혀요. 김득신은 화가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삼촌의 뒤를 이어 도화서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지요. 김득신은 정조 임금님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에 참여했을 정도로 솜씨를 인정받는 화원이었답니다. 김홍도와 닮은 듯 다른 그림을 그리다. 선배 화가들 가운데 특히 김홍도를 좋아했던 김득신은 김홍도의 작품을 닮은 듯한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비록 비슷한 소재를 닮은 화풍으로 그렸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김홍도에 비하면 김득신의 그림은 선이 가늘고 배경 묘사도 더 자세하지요. 조선 시대 서민의 삶을 담은 그림. 김득신은 소박한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재치 있게 담아낸 화가였어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까지 놓치지 않고 멋지게 표현한 김득신의 그림에서 우리는 조선 시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자연의 모습을 단순화한 화가 유영국. 서양 문물이 활발하게 들어오기 시작하자 우리나라 화가들도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추상 미술의 1세대를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등이 만든 '신사실파'라는 이름으로 부르지요. 그러나 신사실파는 제대로 된 활동을 해 보지도 못하고 흩어졌어요. 6·25 전쟁으로 나라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전쟁이 끝난 직후, 우리나 라의 젊은 화가들은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기 시작했어요. 이때 가장 큰 활약을 했던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 유영국이에요. 유영국은 자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산이나 길, 나무 등 자연의 일부를 소재로 추상화를 그려 나갔어요. 그의 추상화는 아름답게 칠해진 색채의 비율, 그리고 강렬한 선과 면이 특징이에요. 남보다 앞서 서양 미술을 배운 화가. 유영국은 1916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나 1935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그림을 배웠어요. 그 후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우리나라 추상 미술의 선구자라 불리게 되었어요. 추상화의 아름다움에 눈뜨다. 일본 유학 생활은 형식을 싫어하고 자유를 즐기던 유영국과 잘 맞았어요. 이러한 환경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당시 일본에서 가장 실험적인 화풍이었던 추상 미술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유영국은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 것보다 선과 면, 색을 이용해서 새로운 형태로 그리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영국은 자기만의 독특한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그림. 유영국의 그림 속에는 해, 산, 바다, 들판 등 거대한 자연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들어 있어요. 강렬한 색채와 어우러진 단순한 자연의 모습에서 아름다움과 함께 경쾌한 리듬이 느껴지지요. 여기에는 자연을 사랑한 유영국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흙 토기와 토우. 흙으로 만든 그릇. 토기는 진흙으로 그릇의 형태를 빚어 말린 뒤 불에 구워 낸 것을 말해요.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토기가 바로 빗살 무늬 토기예요.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그릇이나 도구 등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어요. 그릇의 밑바닥이 뾰족한 것은 바다나 강 주변에 살면서 그릇을 바닥에 잘 고정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생명을 불어넣은 인형, 토우. 옛날 우리 조상은 흙으로 생활에 필요한 그릇이나 도구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인형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흙으로 만든 인형을 '토우'라고 불러요. 넓은 의미에서 토우는 사람의 모습은 물론 생활용품이나 집, 동물 등을 만든 것도 포함하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토우는 장난감으로, 또는 신에게 소원을 빌 때 사용되었고, 사람이 죽으면 무덤 안에 함께 넣어 주었어요. 죽은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담긴 토기. 신라 사람들은 사람이 죽은 후 땅에 묻을 때 그 사람이 평소에 사용하고 아끼던 물건, 또는 실제로 데려갈 수 없는 가족이나 친구, 하인들의 모습을 흙으로 작게 만들어 함께 넣어 주었어요. 1924년 금령총에서 발굴된 이 토기 역시 죽은 후에 좋은 세상으로 편안하게 떠나길 바라는 신라인들의 마음을 담고 있어요. 화려한 장식을 한 채 말을 탄 주인과 비교적 수수한 모습으로 말을 탄 하인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지요. 신라 시대의 토기에는 이처럼 토우가 붙어 있는 것이 많다고 해요. 정교한 솜씨로 빚은 도자기 청자와 백자.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도기와 자기. 우리가 흔히 도자기라고 하는 것은 도기와 자기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랍니다. 도기는 자기보다 덜 단단하고, 두드리면 둔탁한 소리가 나요. 하지만 자기는 단단할 뿐만 아니라 두드리면 맑은 소리가 나지요. 또 자기는 구울 때 도기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구워요. 조상의 지혜로 빚은 고려 청자. 자기 가운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을 꼽자면 고려 시대 청자와 조선 시대 백자를 들 수 있어요. 청자는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그 기술이 고려에 전해져서 우리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고려 청자로 발전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청자에 상감 기법으로 문양을 나타낸 것을 상감 청자라고 해요. 바탕흙으로 그릇 모양을 만들고 그 표면에 나타내고자 하는 문양이나 글자 등을 팠어요. 파인 홈을 다른 흙으로 메우고 표면을 고른 후 청자 유약을 입혀 구웠지요.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넣은 청화 백자.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백자는 그 빛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비들의 깨끗한 성품을 나타내지요. 청화 백자에는 간단한 장식이나 문양을 그려 넣는 데 만족하지 않았어요. 종이에 산과 강, 나무를 그려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듯, 백자의 흰 바탕을 도화지 삼아 푸른 빛깔로 그림을 그려 청화 백자를 완성했어요. 둥근달의 넉넉함을 닮은 백자 달항아리. 우윳빛에 커다랗고 둥근달을 닮은 조선 백자는 그 모양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비슷하다 하여 달항아리라고도 불려요. 달항아리는 크기가 커서 한 번에 만들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후 붙였어요. 그러다 보니 달항아리를 구우면서 붙인 부분이 갈라지거나 뒤틀리는 경우가 많이 생겼어요. 하지만 이러한 항아리의 자연스러운 모습까지 우리 조상은 사랑했어요. 조선 시대 사람들의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씨가 전해지는 작품이에요. 여러 빛깔로 만든 무늬의 아름다움 단청. 단청의 쓰임. 단청이란 여러 가지 물감을 사용해서 나무로 된 건물에 색을 입히는 것을 말해요. 원래 단청을 하는 것은 나무로 지은 건물이 갈라지거나 비바람 따위의 자연 현상으로 인해 부서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어요. 단청은 건물을 아름답게 꾸며 줄 뿐만 아니라, 더욱 웅장해 보이게 하지요. 옛날 사람들은 단청을 하면 나쁜 기운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불이 나지 않게 막아 주는 역할도 한다고 믿었어요. 같은 건물을 장식하는 단청이라 할지라도 건물의 목적에 따라 문양과 화려한 정도가 달라져요. 경복궁의 단청 가운데 왕과 왕비가 잠을 자는 교태전의 단청은 매우 화려하지요. 이곳은 왕비가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더 눈에 띄는 단청을 쓴 것이랍니다. 또 새로운 왕의 즉위식이나 궁궐에서 열리는 큰 행사, 왕의 결혼식 등을 치르는 곳인 근정전의 단청도 교태전 못지않게 화려해요. 단청의 색. 우리나라에서는 단청에 주로 오방색을 써요. 오방색이란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의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이에요. 청색은 동쪽, 흰색은 서쪽, 적색은 남쪽, 흑색은 북쪽, 황색은 가운데를 뜻해요. 우리 조상은 이 다섯 가지 색깔로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 칠하면, 오방신의 좋은 기운을 빌려서 나쁜 기운을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답니다. 단청의 문양. 단청에 가장 널리 쓰이는 문양은 연꽃이나 모란꽃 무늬예요. 또 해, 달, 별 같은 자연의 모습을 무늬로 그리기도 하고, 도형을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느낌이 나는 무늬를 넣기도 했어요. 궁궐에서는 일반 건물과는 차별을 두려고 용이나 주작, 백호 같은 동물을 그려 넣은 단청을 그리기도 했어요. 인간미 넘치는 탈과 마음을 지키는 수호신 탈과 솟대. 탈. 탈은 오랜 전통을 가진 민속 공예품이에요. 원래 탈은 신에게 기도를 할 때, 또는 신에게 소원을 비는 의식을 치를 때 썼어요. 하지만 점차 춤과 놀이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지요. 한국의 탈 중에는 양반의 얼굴을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만든 것도 있고, 새색시나 총각의 얼굴을 본 떠 만든 것도 있어요. 또 도깨비나 장군의 모습을 만든 탈도 있고, 무당이나 백정 같은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탈도 있지요. 나무를 깎고 색을 칠해 만든 우리의 전통 탈은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조각품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솟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마을 어귀에는 기다란 막대기가 꽂혀 있었어요. 이 막대기 끝에는 나무로 만든 새가 조각되어 있기도 하지요. 이것은 우리 조상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믿었던 솟대랍니다. 우리 조상은 하늘에 닿을 듯 긴 막대기를 꽂아 두고, 그곳에 농사를 지을 볍씨를 매달아 놓기도 했어요. 그러면 새해에 농사가 풍년이 들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또 땅에서도 살고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새를 조각해 두면 땅의 소식을 하늘에 전해 주고 하늘의 복을 갖다 줄 거라고 믿었지요. 그림과 글자의 만남 문자도. 우리 조상은 그림 안에 글자를 함께 넣어서 독특한 느낌의 민화를 완성했어요. 이것을 '문자도'라고 해요. 문자도는 주로 효도나 충성, 예의, 의리, 염치 같은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나 교훈적인 내용을 소재로 삼았어요. 깊은 뜻이 있는 글자들을 그림 속에 담아 쉽고 가깝게 접하면서 매일 그 가르침을 되새기려 했던 거예요. 또한 그림이 어우러진 글자는 집 안을 장식하는 역할을 했어요. 우리 조상은 문자도를 병풍으로 만들기도 하고, 자수를 놓아 옷이나 주머니를 장식하기도 했어요. 글자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림이 돼요. 한국의 추상 화가 이응노는 먹으로 쓴 글자를 가지고 독특한 추상화를 그렸어요. 뜻을 알 수 없는 글자들이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이 바로 이응노가 그린 추상화예요. 우리 고유의 글자인 한글의 멋스러움이 잘 살아 있지요? 그림에 쓰인 글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요. 글자를 통해 만들어진 색다른 그림의 아름다움을 마음 가는 대로 느끼면 돼요. 우리 생활 곳곳에 있는 그림으로 꾸민 글자. 글자는 그림처럼 생활 곳곳에 활용되기도 해요. 그림처럼 꾸민 글자가 산업 디자인이나 패션 디자인, 제품 디자인 등 여러 곳에 쓰인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글자들을 찾아보고 각각의 글자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 비교해 보세요. 농민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린 화가 브뤼헐. 브뤼헐의 그림에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어요. 아이들의 놀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갖가지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지요. 브뤼헐은 일부러 소박한 농민의 차림새로 다녔고 마을에서 열리는 여러 가지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었어요. 인간의 삶으로 눈을 돌린 화가. 브뤼헐의 초기 작품 중에는 자연의 풍경을 중심으로 그 가운데 있는 인간을 묘사한 그림이 많았어요. 하지만 점차 인간의 삶 자체를 깊숙이 연구하게 되었지요. 그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풍습, 미신 등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리고 이러한 작품에서 사회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한편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지요. 농민들로 가득 찬 풍경화를 그리다. 브뤼헐이 살았던 당시, 미술계는 농민들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하지만 브뤼헐은 달랐어요. 그는 그림 속에 농민들의 삶과 일, 놀이, 사냥, 음식, 축제 문화 등을 자세히 그렸지요. 날카로우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그는 '농민 브뤼헐'이라고 불리게 되었어요. 오늘날 브뤼헐의 작품은 16세기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어요. 자연을 닮은 건축물의 창조자 가우디. 최고의 건축가로 손꼽히는 안토니오 가우디가 지은 건축물 속에는 자연이 담겨 있어요. 가우디는 구엘의 후원을 받아서 화려하고 특이한 건축물을 많이 설계했어요. 가우디의 건축물이 완성되자 사람들은 예술 그 자체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무엇보다 가우디의 건축물이 빛을 발하는 것은 주변의 자연 환경과 놀랄 만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에요. 곡선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지붕, 자연의 색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화려한 벽, 그리고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들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살려 만든 기둥 등이 주위 환경과 하나로 어우러져 더욱 큰 아름다움을 발한답니다. 자연을 벗 삼았던 아이 가우디. 가우디는 1852년, 에스파냐의 북동부 지방인 카탈루냐의 레우스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구리로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대장간에서 무언가를 만들며 놀았던 가우디는 손재주가 남달리 뛰어났어요. 가우디는 어릴 때 관절염을 앓은 탓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 가우디에게 자연은 유일한 친구였지요. 가우디는 꽃이나 나무, 숲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이러한 경험은 훗날 가우디가 건축가가 되었을 때 많은 영감을 주었지요. 꿈을 담은 건축물을 만든 예술가. 1873년,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시립 건축학교에 들어가 건축 설계를 배웠어요. 이곳에서 가우디는 자기가 상상한 세계를 실제 건물로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학교를 졸업한 가우디는 본격적으로 건축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가우디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사업가인 구엘이에요. 구엘은 가우디가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어요. 덕분에 가우디는 자기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살아있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많이 남길 수 있었지요. 가우디는 구엘의 부탁으로 구엘 별장, 구엘 궁전, 구엘 공원 등을 만들었는데 이곳은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힐 만큼 유명하답니다. 자연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예술가 스미스슨. 나선형의 방파제는 1970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그레이트솔트 호수에 설치 되었어요. 나선의 폭이 4.6미터, 길이가 457미터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요. 이것은 흙으로 메워 만든 소용돌이 모양의 방파제예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스미스슨은 몇천 대의 트럭을 동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힘을 빌려야만 했어요. 이처럼 물질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해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을 대지 미술이라고 해요. 스미스슨은 대지 미술을 이끈 대표적인 예술가이지요. 대지 미술은 작품의 소재나 표현 방법이 매우 다양해요. 사막의 모래 언덕 위에 선을 그을 수도 있고, 해변의 넓은 땅을 파헤칠 수도 있지요. 또 땅에 커다란 그릇을 그려 놓고, 그 위에 잔디나 나무를 심어 둘 수도 있어요. 이러한 대지 미술 작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형체가 없어져 버려요. 하지만 자연 환경을 창조적으로 응용해서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답니다. 자연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예술가. 스미스슨은 1938년, 미국에서 태어난 화가이자 예술 평론가예요. 스미스슨은 자연 자체를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땅을 파고 그 위에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자신의 작품을 공중에서 사진으로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지요. 스미스슨은 안타깝게도 자기가 만든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았다고 해요. 대지 미술이란 무엇일까? 대지 미술이란 말 그대로 하늘과 땅과 바다와 산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뜻이에요. 대지 미술 작품은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어요. 게다가 처음 만들어진 상태 그대로 지속시킬 수도 없지요. 스미스슨은 미국 유타 주 그레이트솔트 호수의 진흙땅 위에 흙과 소금을 달팽이처럼 뱅뱅 돌아가게 늘어놓은 '흙 조각'을 만들었어요. 그러고는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 작품을 살 수 없고, 아무리 좋은 기술로도 이 작품을 보존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지요. 스미스슨의 말처럼 나선형의 방파제는 40여 년이 지나자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 버렸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람들이 평소 잊고 지냈던 자연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지요. 아름다운 방 실내 디자인. 실내를 꾸며요. 실내 디자인이란 건물의 안을 꾸미는 것을 말해요. 건물의 겉모습을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물 안을 어떻게 꾸미는가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답니다. 실내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좁은 공간도 더 넓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실내를 꾸밀 때는 가구, 벽지, 조명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느낌이 나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때 무조건 화려하고 값비싼 가구나 장식품을 놓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에요. 실내 공간의 쓰임에 따라 알맞은 가구를 배치하고, 공간을 쓰는 사람의 취향이나 용도에 맞게 디자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꾸며진 도시 도시 디자인. 도시 디자인. 도시 디자인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 그중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중심 지역인 도시를 더욱 쾌적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말해요. 건물과 주변 경치와의 관계는 물론 건물의 높이, 보도블록, 길거리의 표지판, 거리에 심은 가로수 하나하나까지 모두가 도시의 경치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요소들이랍니다. 도시 디자인을 할 때는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게 꾸미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훌륭한 도시 디자인은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그 도시를 알릴 수 있는 홍보 효과도 가져오지요. 주로 잠을 자는 안방은 편안하고 안락하게 꾸몄어요. 벽지의 색깔도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을 골라 사용했지요. 소박한 한옥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가구들로 실내를 멋스럽게 꾸몄어요. 표지판처럼 작은 디자인의 변화로도 도시의 환경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물건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 포장 디자인. 물건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포장. 우리 조상은 늘 쓰는 숟가락이나 젓가락 하나도 함부로 두는 법이 없었어요. 색색으로 수놓은 수젓집을 만들어서 고이 보관했지요. 그러면 더욱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저를 쓰는 사람에게도 좋은 느낌을 줄 수 있고, 꺼낼 때도 짝이 서로 바뀌거나 하는 일 없이 편리하게 쓸 수 있었어요. 포장을 하는 까닭. 포장은 물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물건을 쓰게 될 사람의 기대감을 높여 주지요. 또한 안에 들어가는 물건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해요. 이렇게 물건을 싸는 포장지나 포장 용기는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과 함께 실용성을 갖춘 것이어야 해요. 의미가 담긴 문자 마크 디자인.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쓰는 언어, 마크. 마크란 어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해 쓰는 부호나 문자를 말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수많은 기호가 사용되고 있어요. 이 기호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언어이지요. 예를 들어서 휴게소나 공원 등 공중화장실 앞에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마크가 그려져 있어요. 우리는 특별한 설명 없이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서 들어갈 수 있어요.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의미를 상징하는 기호나 부호가 사용되고 있어요. 가 미국의 화폐를 나타내고, !가 문장에서 감정을 강조할 때 쓰이는 것처럼요. 마크를 만들 때는 무엇보다 알리고자 하는 내용에 알맞은 것이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최고의 신 제우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제우스는 올림포스 십이 신 가운데 최고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었어요. 어느 신보다 강한 제우스는 하늘 높은 곳에서 온 세상을 다스렸어요. 신들과 인간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무시무시한 벼락을 던져 벌을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우스도 처음부터 최고의 신은 아니었어요. 제우스가 어떻게 최고의 신이 되었는지 알아볼까요? 올림포스 신들이 나타나기 전 세상은 티탄 신족들이 지배하고 있었어요. 티탄 신족의 우두머리는 크로노스였어요. 크로노스는 부인인 레아가 자식을 낳기만 하면 한입에 꿀꺽 삼켜 버렸어요. 레아가 울면서 말려도 소용없었어요. 왜냐하면, 언젠가 이런 신탁을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크로노스여, 너의 자식들 가운데 하나가 네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자꾸만 자식을 잃자, 레아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여섯째 아기를 낳기 전에 태초의 여신 가이아를 찾아갔어요. “가이아 님, 크로노스가 아기를 삼키지 못하게 도와주세요!” 가이아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지요. 얼마 뒤, 레아가 아기를 낳자 가이아는 아기만 한 돌덩이를 포대기에 싸서 건네며 말했어요. “레아, 이 돌덩이를 아기인 척 크로노스에게 건네라!” 그러고는 아기를 안고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레아는 가이아가 시킨 대로 했고, 크로노스는 돌덩이를 한입에 꿀꺽 삼켰지요. 가이아는 크레타섬의 동굴에 사는 님프에게 아기를 맡겼어요. “이 아기를 잘 돌보아라!” 이 아기가 바로 올림포스 신들의 왕이 될 제우스였어요. 님프는 제우스에게 염소의 젖과 꿀을 먹이고,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주며 정성껏 키웠어요. 크로노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요. 제우스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어요. 어른이 된 제우스는 바다의 여신 메티스를 아내로 맞았어요. 그런데 메티스가 보기에, 제우스는 늘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제우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나요?” “아버지가 삼킨 형제들을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소.” 메티스는 제우스에게 약병을 내밀었어요. "이 약병에 든 약을 크로노스에게 먹이세요. 그럼 형제들을 토해 낼 거예요.” 제우스는 메티스가 준 약을 크로노스에게 몰래 먹였어요. 그러자 크로노스는 지금껏 삼켰던 다섯 아기를 모조리 토해 냈어요. 마지막으로 삼킨 돌덩이도요. 제우스는 형제들을 올림포스로 데려와 궁전을 짓고 함께 살았어요. 원래는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 순으로 태어났지만, 제우스가 먼저 자랐기 때문에 형제들의 맏이가 되었어요. 형제들이 모두 어른이 되자 제우스는 말했어요. “힘을 합해 티탄 신족을 몰아내자!” 제우스와 형제들은 용감하게 티탄 신족을 공격했어요. 하지만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어요.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어요. 제우스는 가이아에게 가서 도움을 청했어요. “깊은 땅속에 갇혀 있는 헤카톤케이르 삼 형제와 키클롭스 삼 형제를 구해서 도움을 청하라!” 제우스는 땅속으로 내려가 헤카톤케이르 삼 형제와 키클롭스 삼 형제를 구해 냈어요. 그리고 올림포스로 데려가 신의 음료와 음식으로 잘 대접했어요. 외눈박이 거인인 키클롭스 삼 형제는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었어요. “우리를 땅속에서 구해 준 보답으로 특별한 무기를 만들어 주겠소!” 키클롭스 삼 형제는 제우스에게는 모든 것을 태울 수 있는 벼락을, 포세이돈에게는 구름과 비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삼지창을, 하데스에게는 모습을 감추게 하는 투구를 만들어 주었어요. 헤카톤케이르 삼 형제는 머리가 오십 개이고 팔이 백 개인 거인들이었는데, 제우스의 형제들과 함께 싸워 주기로 했어요. “우리는 팔이 백 개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거요!” 헤카톤케이르 삼 형제는 티탄 신족을 향해 바위를 마구 던져 댔어요. 그러자 티탄 신족들이 바위에 맞아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십 년 동안 이어진 싸움이 끝났어요. “우리가 이겼다!” 승리는 제우스와 형제들의 것이었어요. 제우스는 티탄 신족의 몇몇은 땅속에 영원히 가두었고, 몇몇에게는 벌을 내렸어요.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도 그때 제우스에게 벌을 받은 것이었어요. 세상을 차지하게 된 제우스는 포세이돈과 하데스에게 말했어요. “하늘과 바다, 땅속을 셋이 나누어 갖자. 나는 하늘을 맡겠다!” 포세이돈은 바다를 맡아 바다의 신이 되었고, 하데스는 땅속을 맡아 죽음의 신이자 저승의 왕이 되었어요. 티탄 신족의 시대가 끝나고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가 시작되었어요. 최고의 신 제우스가 온 세상을 다스리게 된 것이에요. 앞으로 올림포스에는 많은 신들이 태어나겠지요. 땅에서 지낼 인간도 만들어질 것이고요. 신들과 인간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최고의 여신 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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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헤라는 올림포스 최고의 여신이자 제우스의 아내예요. 어느 날, 구름이 몰려오더니 하늘 아래 세상을 가렸어요. 헤라는 화를 내며 말했어요. “제우스가 또 무엇인가를 감추려는 게 분명해!” 헤라는 구름을 헤치고 여기저기를 살폈어요. 그리고 잠시 뒤, 강가에서 아름다운 암소와 함께 있는 제우스를 찾아냈어요. 사실 제우스는 조금 전까지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헤라에게 들키자, 이오를 얼른 암소로 바꿔 버린 거예요. 강가로 내려간 헤라는 암소를 찬찬히 살피며 말했어요. “제우스, 이 암소는 누구 거예요?” 제우스는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어요. “흠흠, 이번에 새로 생긴 암소라오.” 그러자 헤라는 암소를 선물로 달라며 졸라 댔어요. 제우스는 땀까지 흘리며 쩔쩔매다가 결국 헤라의 청을 들어주었어요. “좋소, 당신이 가지시오!” 헤라는 이오를 눈이 백 개나 있는 괴물 아르고스에게 데려갔어요. 아르고스는 잠을 잘 때도 눈을 두 개만 감고 잤어요. “아르고스! 밤낮으로 이 암소를 지키거라!” 헤라가 떠나자 이오는 아르고스에게 간청했어요. “아르고스, 제발 나를 풀어 다오. 난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란다.” 하지만 이오가 아무리 말을 해도 소 울음소리만 나올 뿐이었어요. 그러니 아르고스가 알아들을 리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오는 아버지인 이나코스와 자매들을 보고 후닥닥 다가갔어요. 하지만 아무도 이오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참 아름다운 암소구나!” 이나코스는 이오에게 풀을 먹여 주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이나코스는 딸 이오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이오는 땅 위에 발굽으로 자기의 이름인 ‘이오’를 썼어요. 그제야 이나코스는 암소가 이오인 것을 알아챘어요. “아니, 내 딸 이오가 암소가 되었다니!” 그제야 이나코스는 암소가 이오인 것을 알아챘어요. 이나코스는 암소가 된 이오를 안고 엉엉 울었어요. 하지만 이내 아르고스가 달려와 이오를 언덕으로 끌고 가 버렸어요. 한편, 제우스는 무척 괴로웠어요. ‘아! 나 때문에 이오가 고통을 겪다니!’ 한참을 고민하던 제우스는 꾀가 많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불렀어요. “헤르메스, 아르고스를 죽이고 이오를 구해 내라!” 땅으로 내려간 헤르메스는 양치기로 변장했어요. 그리고 피리를 불며 양 떼를 몰았어요. 아르고스는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에 반해 먼저 말을 걸었어요. “이봐, 이리 와서 좀 쉬다 가게.” 헤르메스는 아르고스 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어요.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헤르메스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어요. 아르고스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들으며 눈을 스르르 감았어요. 그러나 눈 몇 개만은 여전히 말똥말똥 뜬 채 이오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제발 눈 좀 모두 감고 잠들어라, 이 괴물아!’ 헤르메스는 속으로 빌며 열심히 피리를 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피리 소리로는 도저히 아르고스를 잠재울 수가 없겠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헤르메스는 다시 꾀를 냈어요. 이번에는 피리에 얽힌 길고 긴 이야기를 아르고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었어요. “먼 옛날에 시링크스라는 님프가 있었는데.” 그제야 아르고스의 눈 백 개가 모두 감겼어요. 아르고스는 세상모르고 쿨쿨 잠들었어요. “이때다!” 헤르메스는 숨겨 둔 칼을 꺼내 아르고스를 베고, 이오를 풀어 주었어요. 하지만 이오의 고통은 끝난 게 아니었어요. 헤라가 소의 피를 빨아 먹는 벌레를 보내 몹시 괴롭혔거든요. 보다 못한 제우스가 헤라에게 싹싹 빌었어요. “내가 잘못했으니 제발 용서해 주시오! 다시는 당신을 속이지 않겠소.” 그제야 헤라의 마음이 풀렸고 제우스는 이오를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렸어요. 마침내 이오는 그리운 아버지와 자매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에요. 제우스의 형제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했어요. 제우스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거든요. 포세이돈은 성난 파도처럼 거칠고 무시무시했어요. 이런 포세이돈과의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먼 옛날, 크레타의 아스테리오스왕이 자식 없이 죽자, 그의 양아들들은 왕위를 두고 다툼을 벌였어요. 그중 하나였던 미노스는 신들이 자신에게 왕국을 맡겼다고 했어요. 그러고는 증거를 보여 주겠다며 기도를 올렸어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시여, 황소 한 마리를 보내 주소서. 제가 왕이 되면 그 황소를 당신께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미노스의 기도를 들은 포세이돈은 흰 황소를 보내 주었어요. 그 덕분에 미노스는 크레타의 왕이 되었어요. 포세이돈이 보내 준 황소는 아주 힘이 세고 멋졌어요. “음, 볼수록 이 황소가 무척 탐이 나는군. 제물로 바치기에는 너무 아까운걸.” 결국, 미노스는 다른 황소를 제물로 바쳤어요. 포세이돈과의 약속을 어기고 만 거예요. 포세이돈은 몹시 화가 났어요. “감히 나와의 약속을 어기다니! 용서할 수 없다!” 포세이돈은 왕비이자 미노스의 부인인 파시파에에게 저주를 걸어 황소를 사랑하게 만들었어요. 그날 이후, 파시파에는 황소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어요. “아, 사랑하는 나의 황소 님!” 열 달 뒤, 파시파에는 인간의 몸에 황소의 얼굴을 한 괴물을 낳았어요. 그 괴물이 바로 ‘미노타우로스’예요. 미노타우로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괴물이었어요. 미노스는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다이달로스를 불렀어요. “미노타우로스를 가둘 궁을 만들어라!” 다이달로스는 ‘라비린토스’라는 미궁을 만들었어요. 그곳에 들어가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었어요. 문은 하나뿐이었고 길은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얽혀 있었거든요. 미노스는 이 미궁 속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미노스에게 슬픈 일이 생겼어요. 아들인 안드로게오스가 아테네의 들판에서 황소의 뿔에 찔려 목숨을 잃고 만 거예요. 안드로게오스를 들판에 보낸 사람은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였어요 “내 아들을 죽게 만들다니! 아이게우스, 용서하지 않겠다!” 화가 난 미노스는 군대를 이끌고 아테네로 쳐들어갔어요. 오랜 싸움 끝에 미노스의 군대가 아테네를 이겼어요. 미노스는 아이게우스에게 말했어요. “해마다 청년 일곱과 처녀 일곱을 제물로 바쳐라!” 그 뒤,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미궁에서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어 사라져 갔어요. 아이게우스의 아들인 테세우스가 보다 못해 나섰어요. “내가 괴물을 죽이고 오겠어요!” 테세우스는 제물이 되어 크레타로 갔어요. 그런데 미노스의 딸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반해서 그를 돕겠다며 몰래 찾아왔어요. “이 실뭉치를 풀면서 미궁으로 들어가세요.”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미궁의 깊은 곳에 다다랐을 때, 테세우스는 끔찍한 미노타우로스와 마주쳤어요. 테세우스는 온 힘을 다해 미노타우로스와 싸워 마침내 그를 죽였어요. 그리고 실을 감으며 미궁을 빠져나왔어요. 그길로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몰래 크레타를 떠났어요. 미노스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어요. “아리아드네가 미궁을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았을 리가 없다. 아리아드네에게 방법을 알려 준 이가 있을 테니 찾아내라!” 미노스에게 잡혀 온 이는 바로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였어요.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미궁에 가두었어요. 하지만 가만히 있을 다이달로스가 아니었어요. 다이달로스는 깃털로 날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서 유유히 미궁을 빠져나갔어요. 미노스는 포세이돈과의 약속을 어긴 대가로 딸도, 뛰어난 재주를 지닌 신하도, 모두 잃고 말았어요.
전쟁의 여신 아테나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전쟁의 여신이자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는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채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어요.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이었지만 평화를 바랐어요. 남을 해치는 무자비한 전쟁을 무척 싫어하여, 사람들을 보호하는 전쟁에만 도움을 주었어요. 아테나는 태어나자마자 저승을 흐르는 스틱스강에 갔어요. 그곳은 신들이 특별한 맹세를 할 때 찾는 곳이었어요. 스틱스강에서 한 맹세는 어떤 신이라도 어길 수 없었어요. 아테나는 스틱스강에서 몸을 씻은 다음 맹세했어요. “나는 영원히 처녀로 살 것이다!” 아테나는 아티카라는 도시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런데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아티카를 탐냈어요. 신들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선물을 준 이에게 아티카를 주기로 했어요. 포세이돈은 말을,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선물로 주었어요. 신들은 올리브나무가 사람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여겼고, 아테나에게 아티카를 주었어요. 아테나는 아티카를 자기 이름을 딴 ‘아테네’로 바꾸고 소중하게 돌보았어요. 지혜의 여신답게 아테나는 아테네 사람들에게 농사짓는 법과 물고기를 잡는 법, 바느질하는 법과 베를 짜는 법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알려 주었어요. 또한, 아테나는 커다란 배를 만드는 법과 바퀴가 달린 전차를 만드는 법도 알려 주었어요. 그리하여 아테네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풍족하고 편리한 생활을 했어요. 훗날 아테네 사람들은 아테나를 위해 파르테논 신전을 지어 고마움을 전했어요. 아테네에 적이 쳐들어오면 아테나는 도시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껏 싸웠어요. 아테나가 제우스에게 받은 방패인 ‘아이기스’를 흔들 때마다 엄청난 폭풍이 일었어요. 그래서 모두 아이기스만 보아도 벌벌 떨며 달아났어요. 아테네 사람들은 아테나 덕분에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어요. 사람들을 아끼고 자비를 베푸는 아테나였지만, 화가 나면 무척 무서웠어요. 그런 아테나를 화나게 만든 사람은 바로 아라크네라는 아가씨였어요. 아라크네는 베를 아주 잘 짰어요. 사람들은 아라크네의 베 짜는 모습을 보며 말했어요. “아라크네의 베 짜는 솜씨는 아테나 여신에게 배운 걸 거야.” 아라크네는 사람들의 칭찬에 한껏 우쭐해졌어요. 아테나 여신과 베 짜는 솜씨를 한번 겨루어 보고 싶어요. 만약 내가 진다면 어떤 벌이라도 받겠어요. 이 소문은 아테나의 귀에도 들어갔어요. “감히 나에게 도전하겠다고? 아라크네를 타일러야겠군.” 아테나는 할머니로 변장하여 아라크네를 찾아갔어요. “아라크네, 신에게 함부로 도전해서는 안 돼. 그러니 아테나 여신에게 가서 기도를 드리고 용서를 빌어.” 하지만 아라크네는 아테나에게 쏘아붙였어요. “할머니가 무슨 상관이에요? 신 따위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자비로운 아테나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여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아라크네에게 말했어요. “아라크네, 네가 바라는 대로 한번 겨루어 보자.” 아테나와 아라크네의 대결이 시작되었어요. 둘은 베틀에 앉아 열심히 베를 짰어요. 아테나는 올림포스 신들의 늠름한 모습과 신에게 벌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베에 새겼어요. 아라크네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에게 안겨 있는 모습을 베에 새겨 신을 조롱했어요.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베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나도 훌륭했거든요. 하지만 신을 업신여기는 아라크네의 오만한 태도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아테나는 베틀의 북으로 아라크네가 짠 베를 내리쳐 쭉 찢어 버렸어요. 아라크네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서 스스로 목을 맸지요.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불쌍히 여기며 말했어요. “아라크네! 거미가 되어 영원히 매달려 있거라!” 그 뒤, 거미로 변한 아라크네는 몸에서 실을 뽑아서 영원히 그 실에 매달려 있게 되었어요. 아테나가 들고 다니는 방패 아이기스는 원래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에게 만들어 준 것인데, 제우스가 아테나에게 선물로 주었어요. 아이기스는 제우스의 벼락도 막아 낼 만큼 튼튼했으며 흔들면 천둥 벼락이 치고 폭풍이 휘몰아쳤어요. 훗날 아테나는 페르세우스가 선물한 메두사의 머리를 아이기스 중앙에 달았어요.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이자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였어요. 아르테미스는‘순결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이었어요. 그래서 평생 처녀인 채로 숲에서 자유롭게 사냥을 하며 지냈어요. 아르테미스는 순결을 맹세하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정성껏 보살펴 주었어요. 아테네 테세우스왕의 아들인 히폴리투스도 아르테미스를 따르며 마음을 다해 받들었어요. 아르테미스도 히폴리투스를 특별히 아껴 함께 사냥하러 다니곤 했어요. 아프로디테는 오직 아르테미스만 따르는 히폴리투스가 못마땅했어요. 그래서 히폴리투스를 괴롭히려고 에로스를 불렀어요. “에로스, 히폴리투스의 새어머니인 파이드라 왕비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렴.” 사랑의 화살을 맞은 파이드라 왕비는 히폴리투스에게 푹 빠지고 말았어요. 파이드라 왕비는 히폴리투스에게 사랑을 고백했어요. 하지만 히폴리투스는 냉정하게 거절했어요. 거짓 편지에 속은 테세우스는 히폴리투스를 저주하며 포세이돈에게 빌었어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시여, 히폴리투스를 벌해 주소서!” 얼마 뒤, 테세우스의 바람이 이루어졌어요. 히폴리투스가 마차를 타고 바닷가를 달릴 때였어요. 갑자기 무시무시한 황소가 나타났고, 말들이 깜짝 놀라는 바람에 히폴리투스는 마차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어요. 아르테미스는 히폴리투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테세우스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 주었어요. “이럴 수가! 내가 어리석어서 소중한 아들을 죽게 했구나.” 테세우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후회했어요. 아르테미스는 히폴리투스가 가여워 차마 저승으로 보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히폴리투스를 데려갔어요. “내가 무척 아끼는 사람이니 다시 살려 내 주시오.” 아스클레피오스는 특별한 약으로 히폴리투스를 다시 살려냈어요. 아르테미스는 자기를 따르면 사랑을 베풀었지만, 자기를 업신여기면 무척 잔인하게 대했어요. 그런 아르테미스의 심기를 건드린 이들이 있었어요. 바로 알로아다이 거인 형제였어요. “하하, 올림포스로 올라가서 헤라 여신과 아르테미스 여신을 데려다가 아내로 삼아 버릴까?” 알로아다이 형제는 신들을 우습게 여기며 마구 떠들어 댔어요. 게다가 사람들도 괴롭히기 일쑤였어요. 보다 못한 아르테미스는 알로아다이 형제를 벌하기로 했어요. 어느 날, 사냥을 간 알로아다이 형제 앞에 멋진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알로아다이 형제는 사슴이 탐나서 서로 먼저 잡으려고 창을 던졌어요. 그런데 사슴은 재빨리 달아나 버렸고, 창은 알로아다이 형제에게 엇갈려 날아갔어요. 결국, 알로아다이 형제는 둘 다 죽고 말았어요. 사슴의 정체는 알로아다이 형제를 벌하기 위해 변신한 아르테미스였어요.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르테미스는 님프들과 함께 동굴 속 연못으로 갔어요. “무척 덥구나. 시원한 연못에서 몸을 식히자.” 아르테미스는 옷을 벗고 연못에 들어갔어요. 마침 테베의 왕족인 악타이온이 사냥을 하러 왔다가 동굴 근처를 지나게 되었어요. 악타이온은 목이 몹시 말라서 물을 찾으러 동굴로 들어갔어요. 바로 그때, 목욕을 마친 아르테미스가 연못 밖으로 나왔고, 악타이온은 뜻하지 않게 그 모습을 보고 말았어요. “감히 내 벗은 몸을 보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아르테미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악타이온은 사슴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머리에는 삐죽삐죽한 뿔이 돋아났고, 목과 다리는 길쭉길쭉해졌어요. 사슴이 된 악타이온은 자신이 기르던 사냥개들에게 한참을 쫓기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아르테미스는 분이 가시지 않는 얼굴로 악타이온의 끔찍한 죽음을 끝까지 지켜보았어요. 아르테미스는 버릇없는 아이들에게도 엄했어요. 하루는 아르테미스가 아끼던 곰을 사람들에게 보내 주었어요. 사람들은 신성한 곰이라며 정성껏 보살폈어요. 그런데 곰이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자신을 괴롭히던 여자아이를 할퀴고 말았어요. 여자아이의 오빠들은 화가 나서 곰을 죽여 버렸어요. 그날부터 집집마다 아이들이 병에 걸려 앓아누웠어요. “곰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간절히 빌자 신탁이 전해졌어요. “여자아이들을 아르테미스 여신의 신전으로 보내라.” 그 뒤로 여자아이들은 아르테미스의 신전에서 아르테미스를 섬기며 현명해지는 교육을 받았어요. 그리고 여자아이들은 곰 털 색깔의 옷을 입고 들판에서 뛰놀고 춤을 추었어요. 들판을 달리며 사냥하는 여신 아르테미스처럼요.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아프로디테는 여신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어요. 아프로디테는 바다 거품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이름도 ‘거품에서 나온 여인’이라는 뜻이에요. 아프로디테가 태어나자 계절의 여신들인 호라이가 아프로디테를 예쁘게 꾸며 주었어요. 훗날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로 가서 ‘아름다움의 여신’이 되었어요. 아프로디테에게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특별한 허리띠가 있었어요. “호호! 이 허리띠는 모두의 사랑을 받게 하는 마법의 허리띠야!” 아프로디테가 그 허리띠를 하고 나타나면 모두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많은 여신이 아프로디테를 부러워했어요.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아프로디테도 사랑 때문에 힘들어한 적이 있었어요. 바로 아들 에로스 때문이었어요. 사랑의 신 에로스의 화살은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마법의 화살이었어요.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였던 에로스는 종종 이 화살로 신들과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장난을 쳤어요.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에로스와 즐겁게 놀고 있었어요. 에로스는 활을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어요. “음, 오늘은 누구에게 장난을 쳐 볼까?” 그런데 이를 어쩌죠? 에로스가 실수로 아프로디테에게 화살을 쏘고 만 거예요. 아프로디테의 상처는 꽤 깊었어요. “아무래도 키프로스 섬에서 상처가 나을 때까지 혼자 지내야겠구나.” 아프로디테가 키프로스 섬으로 가려고 한 것은 상처가 나을 동안 쉬려던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화살의 마법을 피하기 위해서였어요. 누구보다 화살이 지닌 마법의 힘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프로디테는 서둘러 백조가 끄는 마차에 올라탔어요. 하지만 아프로디테도 화살의 마법을 피할 수 없었어요. 때마침 숲으로 사냥을 하러 온 아도니스를 보고 말았거든요. 아도니스는 사냥을 즐기는 용감한 젊은이였어요. 아프로디테는 금세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 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어요. 키프로스 섬으로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에요.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와 함께 노는 것보다 사냥하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아도니스, 사냥은 위험하니 나와 함께 산책하자꾸나!” 아프로디테가 아무리 말려도 아도니스는 매일 사냥을 나갔어요. 할 수 없이 아프로디테도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처럼 꾸미고 아도니스와 함께 사냥하러 다녔어요.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가 다칠까 봐 늘 조마조마했어요. 하루는 아프로디테가 키프로스 섬으로 갈 일이 생겼어요. 떠나기 전 아프로디테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아도니스에게 단단히 일렀어요. “사랑하는 아도니스여, 토끼 같은 순한 동물만 사냥하고 멧돼지 같은 사나운 동물은 피하라!” 아프로디테는 백조가 끄는 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랐어요. 용감한 사냥꾼인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의 말을 들을 리 있겠어요? 오히려 아도니스는 사납고 덩치가 큰 동물만 잡으러 다녔어요. 그러다가 아도니스는 들판에서 커다란 멧돼지를 만났어요. “하하, 제대로 만났구나! 오늘 내가 너를 잡고 말 테다!” 아도니스는 멧돼지에게 창을 마구 던져 댔어요. 그러자 성난 멧돼지가 아도니스에게 달려들었어요. “아악!” 아도니스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말았어요. 아도니스의 비명은 바람을 타고 아프로디테의 귀에까지 전해졌어요. “앗! 저건 아도니스의 비명이 분명해!” 아프로디테는 급히 마차를 돌려 아도니스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아도니스, 제발 눈을 떠라!” 아프로디테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했어요. 하지만 아도니스는 죽고 말았어요. 아프로디테는 운명의 여신들에게 말했어요. “운명의 여신들이여, 무엇이든 그대들이 이기도록 하지 않겠다. 나의 아도니스가 흘린 피는 꽃으로 피어날 것이며, 그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피 위에 신의 음료를 뿌렸어요. 그러자 거기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일더니 빨간 꽃이 피어났어요. 안타깝게도 아도니스의 피에서 피어난 빨간 꽃은 금세 지고 말았어요. 그 빨간 꽃은 바람이 불면 꽃잎이 벌어지면서 활짝 피었고, 또다시 바람이 불면 꽃잎이 흩날리면서 져 버렸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꽃을 바람꽃, ‘아네모네’라고 불렀어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에요.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는 올림포스에서 자라지 못했어요. 헤라가 절름발이인 데다가 못생긴 헤파이스토스를 올림포스에서 내쫓아 버렸거든요. 다행히 바다의 님프들이 어린 헤파이스토스를 거두어 길러 주었어요. 헤파이스토스는 손재주가 무척 뛰어났어요. 거인 키클롭스의 도움을 받으며 헤파이스토스는 무엇이든지 뚝딱뚝딱 만들어 냈어요. 렘노스섬에 있는 헤파이토스의 대장간에서는 언제나 뚝딱거리는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훗날 헤파이스토스는 뛰어난 손재주를 인정받아 ‘대장장이의 신’이 되었어요. 헤파이스토스를 매정하게 내쫓았던 헤라였지만,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늘 궁금해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헤라는 한 여신이 걸고 있는 목걸이를 보고 물었어요. “멋진 목걸이군요. 어디에서 구했나요?” “렘노스섬에 사는 대장장이가 만든 거예요.” 여신의 말을 들은 헤라는 무척 기뻤어요. “그 대장장이는 내 아들 헤파이스토스가 분명해!” 헤라는 헤파이스토스를 다시 올림포스로 데리고 왔어요.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을 내쫓았던 헤라가 여전히 미웠어요. 그래서 헤라를 골려 줄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어요. ‘그래, 그거야! 황금 의자에 보이지 않는 사슬을 만들어 어머니에게 선물하자!’ 헤파이스토스는 황금 의자를 뚝딱 만들어 헤라에게 선물했어요. 헤라는 기뻐하며 황금 의자에 앉았고, 곧바로 꽁꽁 묶이고 말았어요. 헤라는 풀어 달라고 빌었지만, 헤파이스토스는 들은 체도 않고 가 버렸어요.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불렀어요. “헤파이스토스에게 가서 사슬을 풀 열쇠를 가져오너라.” 디오니소스는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열쇠를 달라고 졸랐어요.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는 열쇠를 내주지 않았어요. 디오니소스는 향기가 좋은 포도주를 가지고 헤파이스토스를 다시 찾아갔어요. “헤파이스토스, 이걸 마시고 기분 좀 풀게나.” 포도주를 잔뜩 마신 헤파이스토스는 취하고 말았어요. 디오니소스는 취한 헤파이스토스를 살살 구슬려 열쇠를 얻어 냈어요. 그제야 헤라는 황금 의자에서 풀려날 수 있었어요. 헤라에게는 고약한 황금 의자를 만들어 준 헤파이스토스지만, 다른 신들에게는 여러 가지 멋진 것들을 만들어 주었어요. 아폴론에게는 활과 화살을, 제우스에게는 벼락을 맞아도 끄떡없는 방패를 만들어 주었어요. 훗날 제우스는 이 방패를 아테나에게 선물했어요. 올림포스 신 모두 헤파이스토스를 소중히 여기며 고마워했어요. 제우스도 헤파이스토스를 무척 아꼈어요. 제우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척척 만들어 냈으니까요. 헤파이스토스는 프로메테우스를 묶을 단단한 쇠사슬도 만들어 냈고,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도 만들어 냈어요. 게다가 제우스의 벼락을 더욱 단단하게 해 주어 제우스를 무척 기쁘게 했어요. “헤파이스토스! 정말 대단하구나!” 어느 날,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에게 말했어요. “헤파이스토스를 아프로디테와 결혼시키겠다.” 벼락을 단단하게 해 준 헤파이스토스에게 상을 내린 거였어요. 모두 깜짝 놀라며 수군거렸어요. “아름다움의 여신이 저렇게 못생긴 신과 결혼을 한다니 말도 안 돼!” 아프로디테는 펄쩍 뛰었어요. “난 절대로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자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그래, 멋진 것을 만들어 아프로디테에게 선물하자.’ 그날부터 헤파이스토스는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었어요. 며칠 밤을 꼬박 새운 어느 날,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를 찾아갔어요. “당신을 위해 만들었소.”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허리띠를 내밀었어요. 그 허리띠는 모든 이의 사랑을 받게 하는 마법의 허리띠였어요. 아프로디테는 몹시 기뻐하며 허리띠를 받았어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새콤달콤한 포도를 누가 처음 기르기 시작했을까요? 바로 유쾌한 신 디오니소스예요. 디오니소스는 처음으로 포도를 기르고, 포도의 즙을 짜서 포도주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포도의 신’이자 ‘포도주의 신’이 되었어요. 디오니소스의 탄생은 무척 별났어요. 세상에 두 번이나 태어났거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어느 날, 제우스가 인간 세상에 내려갔다가 아름다운 세멜레 공주와 사랑에 빠졌어요. 그러자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는 몹시 화가 났어요. “나를 두고 감히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고? 가만두지 않겠어!” 헤라는 노파로 변장하고 세멜레를 찾아갔어요. “공주님이 만나고 있는 분이 정말 제우스가 맞나요? 자기가 제우스라고 거짓말하는 청년들이 있다던데.” 헤라의 말을 들은 세멜레의 마음에 의심이 싹텄어요. 헤라는 뱀 같은 목소리로 세멜레를 부추겼어요. “다음에 그분을 만나면 신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세요.” 며칠 뒤, 제우스가 인간의 모습으로 세멜레를 찾아왔어요. “제우스 님, 제발 저에게 신의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럴 수 없소. 인간은 신의 빛을 견디지 못하오.” 제우스는 한사코 말렸지만, 세멜레는 계속 졸라 댔어요. “어쩔 수 없구나. 어리석은 세멜레여, 내 모습을 보시오.” 눈 깜짝할 사이 제우스는 황금 갑옷을 입은 신의 모습으로 변했어요. 제우스의 빛이 너무도 강해서 세멜레의 몸은 불타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세멜레의 배 속에 있던 아기가 태어나 버렸어요. ‘세멜레는 잃었지만, 아기마저 잃을 수는 없지.’ 제우스는 덜 자란 채 세상에 나온 아기를 살리기 위해 자기 허벅지에 아기를 넣고 꿰맸어요. 몇 달 뒤, 다 자란 아기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났어요. 이 아기가 바로 디오니소스였어요. 디오니소스는 님프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났어요. 디오니소스는 님프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났어요. 어른이 된 디오니소스는 올림포스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어요. 디오니소스는 어디를 가나 인기가 좋아 늘 따르는 무리가 있었어요. 사티로스와 늙은 스승인 실레노스도 디오니소스와 함께했어요. 디오니소스는 무리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즐겁게 여행을 했어요. 디오니소스는 유쾌한 신이었지만, 때로는 아주 무서운 신이기도 했어요. 어느 날 디오니소스는 홀로 키오스섬의 바닷가를 걷고 있었어요. 그때, 물을 구하러 잠시 섬에 들른 어느 배의 선원들이 디오니소스를 보았어요. “잘생긴 젊은이로군. 잡아가서 노예로 팔면 제법 돈을 벌겠어.” 선원들이 디오니소스를 잡아 오자 선장도 무척 기뻐했어요. 선원들은 디오니소스를 잡아서 돛대에 꽁꽁 묶어 두었어요. 디오니소스는 조금도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미소만 지었어요. “선장님, 아무래도 이분은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정성껏 대접하고 돌려보내 드리는 게 좋겠어요.” 신의 기운을 느낀 키잡이가 두려움에 떨며 말했어요. 하지만 선장은 키잡이의 말을 무시하고 배를 출발시켰어요.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섰을 때였어요. 디오니소스를 묶었던 밧줄이 탁 풀렸어요. “보기보다 힘이 세군. 다시 단단히 묶어라.” 하지만 아무리 단단하게 묶어도 밧줄은 금세 풀렸어요. 쇠사슬로도 묶어 보았지만 소용없었어요. 선원들은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디오니소스를 바라보았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포도 덩굴이 솟아나 돛대를 휘감아 오르더니 이내 배를 뒤덮었어요. 갑판 위에는 붉은 포도주가 출렁대며 흘렀고요. “신을 욕보인 자를 가만둘 수는 없다. 크앙!” 어디선가 표범이 나타나 선장을 덮쳤어요. “으악, 신께서 노하셨다!” 선원들은 벌벌 떨며 이리저리 달아났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선원들의 등이 둥글게 휘기 시작하더니 주둥이가 튀어나오고 팔다리가 뭉툭해졌어요. 순식간에 선원들은 돌고래로 변해 바다로 풍덩풍덩 뛰어들었어요. 선원 가운데 돌고래로 변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신의 기운을 알아차린 키잡이였어요. “나와 함께 가겠느냐?” 키잡이는 디오니소스를 따르겠다고 했어요. 디오니소스는 키잡이를 데리고 무리로 돌아갔어요. 디오니소스는 다시 유쾌한 신이 되어 무리를 이끌며 즐거운 여행을 떠났어요.
제우스와 맞선 프로메테우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인간에게 무척 고마운 신이 있어. 바로 프로메테우스야. 프로메테우스는 티탄 신족 중 하나였어. 티탄은 올림포스 신들과의 전쟁에서 져서 모두 사라졌어.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는 제우스의 편을 들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 그럼 프로메테우스가 왜 인간에게 고마운 신인지 알려 줄게. 원래 하나였던 세상을 신들이 땅과 물과 하늘로 나누었어. 네발짐승은 땅에서, 물고기는 물에서, 새는 하늘에서 살게 했지.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불렀어. “세상에 우리를 섬길 좀 더 똑똑한 존재가 필요하다! 인간을 만들어라!” 프로메테우스는 흙을 반죽해서 신과 비슷한 모습으로 인간을 빚은 다음 칠 일 동안 햇볕에 말렸어. 그리고 생명을 불어넣으며 이렇게 말했지. “인간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거야.”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도 신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해 주었어. 덕분에 동물과 달리 인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어. 인간이 만들어지자 제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도 일을 시켰어. 당황한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갔어. “형! 큰일 났어! 인간에게 줄 능력이 없어!” 인간을 무척 아끼던 프로메테우스는 고민에 빠졌어. ‘인간에게 무엇을 주면 좋을까?’ 한참 뒤, 프로메테우스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래! 인간에게 불을 주자. 불이 있다면 그 어떤 것보다 강한 힘을 갖게 될 거야!’ 프로메테우스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마차에 있는 불을 홰에 옮겨서 가져왔어. 그리고 그 불을 인간에게 건네주었지. “우아! 신의 선물이다!” 인간은 불을 받고 무척 기뻐했어. 사실 불은 인간에게 주면 안 되는 것이었어. 인간이 불을 가지면 오만해질 거라며 제우스가 절대로 불을 주지 말라고 했었거든. 불을 가지게 되자 인간들은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어. 무기를 만들어 동물들을 사냥할 수도 있었고, 고기를 익혀서 맛있게 먹을 수도 있었어. 또 따뜻하게 지낼 수도 있었지. 인간들은 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고, 점점 신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어. 날이 갈수록 오만해지는 인간들을 보고 제우스는 불같이 화를 냈어. “이건 모두 프로메테우스가 내 허락도 없이 인간에게 불을 주었기 때문이야. 당장 프로메테우스를 잡아 와라!” 제우스에게 잡혀가게 되었으면서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에 대한 걱정뿐이었어. 그래서 아테나에게 부탁했지. “도와주는 신 없이 남겨질 인간들이 걱정이오. 나 대신 인간들을 좀 도와주시오.” 아테나는 프로메테우스의 진실한 마음에 감동하여 인간들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어. 제우스에게 잡혀 온 프로메테우스는 무척 당당했어. “나에게 죄가 있다면 인간들을 아낀 죄 밖에 없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산 바위에 단단한 쇠사슬로 묶어 버렸어. 그리고 독수리를 시켜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게 했지. 독수리가 간을 다 쪼아 먹으면 다음 날 새로운 간이 또 생겨났어.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매일 똑같은 고통을 당해야 했어. 제우스의 뜻을 따랐다면 프로메테우스는 이런 고통은 당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준 일을 후회하지도 않았고, 제우스에게 용서를 빌지도 않았어.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아주 오랫동안 벌을 받아야 했지. 헤라클레스가 구해 주기 전까지 말이야. 프로메테우스는 지금까지 인간에게 가장 고마운 신으로 남아 있어.
항아리를 연 판도라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는 이유로 프로메테우스에게 끔찍한 벌을 내렸어. 바로 코카서스산 바위에 묶인 채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거였어. 하지만 제우스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지. 인간들이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다가 프로메테우스만 따르는 게 너무나 괘씸했거든. ‘오만한 인간들에게 어떤 벌을 내릴까?’ 제우스는 여러 날을 곰곰이 생각했어. 마침내 제우스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래, 여자를 만드는 거야!” 그때까지 세상에는 남자만 있을 뿐 여자는 없었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거였지. 제우스는 당장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불렀어. “세상에 내려보낼 여자를 만들어라.”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파이스토스는 여자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어. 한참을 고민하던 헤파이스토스는 무릎을 ‘탁’ 쳤지. “그래,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본떠서 여자를 만들어야겠다!” 헤파이스토스는 진흙을 정성껏 빚어서 최초의 여자를 만들었어. 신들은 여자에게 선물을 한 가지씩 주었어.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주었고, 음악의 신 아폴론은 ‘아름다운 노래 솜씨’를 주었어. 또, 전령의 신이자 상업의 신인 헤르메스는 ‘남을 속이고 꾀어내는 말솜씨’를 주었지. “이제 여자의 이름만 지으면 되겠군. 어떤 이름이 좋을까?” 제우스는 여자에게 ‘판도라’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받은 여자’라는 뜻이었어. 판도라가 모든 것을 갖추게 되자 제우스는 판도라를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지. “에피메테우스,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에피메테우스, 제우스가 주는 선물은 절대로 받으면 안 돼!” 프로메테우스가 한 말이 걸리기는 했지만,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기꺼이 아내로 맞아들였어. 판도라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버렸거든.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지.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야. 에피메테우스의 집에는 항아리가 하나 있었어. 항아리 속에는 인간에게 해로운 것들이 들어 있었지.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에게 말했어. “판도라, 이 항아리는 절대로 열지 마시오.”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어.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판도라는 항아리를 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길래 열면 안 된다는 거지? 아, 정말 궁금해!’ 판도라는 항아리의 속이 너무 궁금해서 잠도 안 올 지경이었지. 모두가 잠든 밤, 판도라는 혼자서 항아리가 있는 방으로 갔어. 그리고 항아리의 뚜껑을 살그머니 열었지.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항아리 속에서 온갖 해로운 것들이 우르르 빠져나오기 시작했어. 인간의 몸을 괴롭히는 질병과 인간의 마음을 괴롭히는 욕심, 미움, 질투, 복수. “어머! 이를 어떡해!” 판도라는 깜짝 놀라 항아리의 뚜껑을 재빨리 덮었어. 하지만 이미 항아리에 들어 있던 해로운 것들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 뒤였지. 단 하나만 남기고서 말이야.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어. 인간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때 항아리 속에 희망이 남아 있었던 덕분이야. 그날 이후, 인간 세상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어. 여기저기에 아픈 사람들이 생겼고,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싸워 댔지. 평화가 깨지고 엉망진창이 되었어. 그러자 인간들을 아끼던 신들도 실망하여 인간들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어. 인간 세상이 변하자, 제우스는 신들을 불러 모았어. 인간들을 다 없애 버릴 생각이었거든. 제우스의 부름에 신들이 하나둘 올림포스로 모였어. 제우스의 뜻대로 인간들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지금의 우리가 없었겠지. 다행히 인간들을 도와준 신이 있었어. 그 고마운 신은 누구였을까?
신전을 지킨 바우키스와 필레몬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최고의 신 제우스는 때때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인간 세상에 내려오고는 했어.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였어. 어느 늦은 저녁, 제우스는 헤르메스와 함께 지친 나그네의 모습을 하고 한 마을을 찾아갔어. 쉴 곳을 찾아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지. “흠, 야박한 마을이군.” 제우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척 실망했어.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마지막으로 언덕 위의 외딴 오두막집에 들렀어. 그 오두막집에 사는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지. “누추하지만 하룻밤 쉬었다 가세요.” 필레몬 할아버지는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몸을 녹일 수 있게 난로에 불도 붙이고 따뜻한 세숫물도 떠 주었어. 바우키스 할머니는 제우스와 헤르메스에게 대접할 수프를 끓였지. 필레몬 할아버지와 바우키스 할머니가 준비를 하는 동안,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어. 마침내 저녁 준비가 끝났어. 따뜻한 수프며 싱싱한 사과와 꿀 그리고 포도주까지, 낡은 식탁 위에는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 차려졌어. 지금껏 먹었던 그 어느 식사보다 맛있고 소중했지.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무척 감동했어. 포도주를 따르던 필레몬 할아버지가 고개를 갸우뚱했어. “참 이상한 일이에요. 포도주를 따랐는데도 술병에 포도주가 가득 차 있어요.” 제우스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지. “왜 그럴까요?”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이 손님들이 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어. “아이코, 귀한 신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접을 소홀히 했던 것을 용서해 주세요.” 필레몬 할아버지는 하나 있는 거위라도 잡아 신들에게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거위가 어찌나 재빠른지 도무지 잡히지 않는 거야. 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우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대접은 충분했으니, 거위를 죽이지 말아라. 나는 곧 이 야박한 마을에 벌을 내릴 것이다. 너희는 구해 줄 테니 우리와 함께 산꼭대기로 올라가자!” 그길로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신들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어. 산꼭대기에 다다른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마을을 내려다보았어. 마을은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었지. 언덕 위에 있는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의 오두막집만 빼고 말이야. “세상에! 이를 어째!”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의 불행이 안타까워 눈물을 뚝뚝 흘렸어. 그렇게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데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오두막집이 신전으로 변한 거야. 둥근 기둥에 황금빛 지붕과 황금 장식의 문이 있는 으리으리한 신전이었지. 제우스가 인자하게 말했어. “착하고 어진 노부부여, 너희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소원을 말해 보아라!”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잠깐 상의를 하더니 입을 열었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신전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는 한날한시에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세월이 흘러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아주 쇠약해졌어. 어느 날, 둘은 나란히 신전의 계단에 서서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지난날에 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었지. 그때였어.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의 몸에 나뭇잎이 하나둘 돋아나기 시작했어.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어. “잘 가요, 영감.” “잘 가요, 할멈.” 바우키스 할머니와 필레몬 할아버지는 두 그루의 나무가 되었지. 바라던 대로 한날한시에 함께 세상을 떠나게 된 거야.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프리기아에 살던 가난한 노부부였어요.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나그네로 변신하여 인간 세상을 둘러보던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반갑게 맞아 주고 정성스럽게 대접한 유일한 사람들이었어요. 제우스가 야박한 인간들을 홍수로 벌할 때 두 사람은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따라 산 위로 올라가서 무사히 살아남았어요.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테베의 왕 라이오스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있었어. 왕비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거든. 라이오스 부부는 델포이 신전에 가서 간절히 기도를 했어. 무녀가 신의 말을 전해 주었어. “왕비가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는 아버지를 해치고 왕위를 빼앗을 것이다.” 신의 말대로 이오카스테는 아들을 낳았어. 그토록 기다렸던 아들이었지만, 라이오스는 아들을 없애기로 했어. 그래서 양치기를 불러서 말했어. “이 아기를 데려가서 없애라!” 양치기는 아기를 데리고 숲으로 갔어. 하지만 귀여운 아기를 차마 해칠 수가 없었어. 양치기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아기의 다리를 나무에 묶어 두고 가 버렸어. 다행히 지나가던 농부가 아기를 보게 되었어. “에그, 불쌍해라! 누가 아기에게 이런 짓을!” 농부는 아기를 코린토스의 왕에게 데려갔어. 아기가 없던 코린토스의 왕은 아기를 양자로 삼았어. 그리고 아기의 이름을 ‘오이디푸스’라고 지어 주었어. 오이디푸스는 ‘부은 발’이라는 뜻이야. 오이디푸스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럭무럭 자라, 늠름한 청년이 되었어. 어느 날, 오이디푸스는 마차를 타고 좁은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마차와 마주쳤어. 맞은편 마차의 시종이 큰 소리로 말했어. “어서 비켜!” 오이디푸스는 시종의 무례함에 화가 나서 비키지 않았어. 그러자 시종은 다짜고짜 오이디푸스의 말 한 마리를 베어 버렸어. 오이디푸스는 화가 나서 마차에 탄 사람들을 모두 죽여 버렸어.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명이 그의 진짜 아버지인 라이오스였어.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진짜 아버지를 죽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 한편, 테베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괴물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었어. 여자 얼굴에 사자 몸뚱이와 독수리 날개를 가진 ‘스핑크스’라는 괴물이었어.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막고 수수께끼를 냈는데,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하면 냉큼 잡아먹었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맞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테베 사람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지. 오이디푸스도 스핑크스의 소문을 들었어. “내가 그 괴물을 상대해 주지!” 그길로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를 찾아갔어. 오이디푸스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 “아주 쉬운 수수께끼로군. 그건 바로 인간이야. 아기 때는 두 손과 두 무릎으로 기어 다니고, 자라면 서서 두 발로 걷고,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 때문이지.” 마침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풀렸어. “내 수수께끼를 풀다니!” 스핑크스는 자신의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어. 그래서 바위 아래로 몸을 던져 죽어 버렸어. 테베의 사람들은 기뻐하며 소리쳤어. “오이디푸스여! 당신이 테베를 구했어요! 제발 우리의 왕이 되어 주세요!”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이 되었어. 그리고 라이오스가 죽은 뒤 혼자된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했어. 이오카스테가 자신의 진짜 어머니인 줄도 모른 채였지. 결국, 신의 말대로 되어 버린 거야.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테베에 무서운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어. 하루하루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들이 늘어났어. 오이디푸스는 델포이 신전에 가서 빌었어. 그리고 신의 말씀을 듣고 마침내 자기 죄를 깨달았지. “아! 내가 저지른 죄 때문에 하늘이 벌을 내린 것이었구나!” 오이디푸스는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스스로 눈을 멀게 했어. 그 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생을 마쳤어.
에로스의 연인 프시케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어느 나라에 아름다운 공주 셋이 있었어. 그중 막내인 프시케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지. “세상에! 아프로디테 여신보다 더 아름다워!” 사람들이 너도나도 프시케의 칭찬을 해 대자,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들인 사랑의 신 에로스를 불렀어. “아들아, 프시케가 내 명예를 넘보니 너무나 분하구나. 네 화살로 프시케에게 벌을 내려라!” 에로스가 쏜 사랑의 화살에 맞으면 누구라도 처음 만나는 이와 사랑에 빠졌어. 에로스는 어머니의 불평을 듣고 신이 났어. “헤헤! 장난치고 싶었는데 잘 됐다! 이번에는 샘물로 장난쳐 볼까?”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정원으로 갔어. 그 정원에는 두 개의 샘물이 솟는 분수가 있었어. 하나는 저주를 내리는 쓴 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단물이었어. 에로스는 쓴 물과 단물을 각각 병에 담았지. 깊은 밤, 에로스는 프시케의 방에 몰래 들어갔어. 에로스는 잠든 프시케의 입술에 쓴 물 몇 방울을 톡톡 떨어뜨렸어. ‘앞으로 아무도 너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문득 에로스는 프시케가 가엽단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곧 프시케의 어깨에 화살을 갖다 댔지. 그때 프시케가 살며시 눈을 떴어. 그때 프시케가 살며시 눈을 떴어. 에로스는 깜짝 놀라 화살을 치우다가 제 손을 찌르고 말았어. 에로스는 프시케를 사랑하게 되었지. 에로스는 급히 프시케의 머리카락에 단물 몇 방울을 뿌리고 후닥닥 사라졌어. 사랑하는 프시케를 저주 속에 살게 할 수는 없었거든. 하지만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저주를 풀지 못했어. 다음 날부터 프시케는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했어. 아무도 프시케에게 청혼하지 않았지. 두 언니는 벌써 결혼을 했는데 말이야. 프시케의 부모는 프시케가 걱정되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으로 사람을 보냈어. “프시케의 남편이 산꼭대기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는 신도 인간도 거스를 수 없는 괴물이다!” 신탁을 받은 프시케의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프시케를 데리고 산꼭대기로 갔어. 그리고 그곳에 프시케만 남겨 두고 산에서 내려갔어. 홀로 남은 프시케는 산속을 헤매다가 화려한 궁전을 발견했지. “누가 사는 궁전일까?” 프시케는 용기를 내어 궁전 안으로 들어가 보았어. 그러자 어디선가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어. “이 궁전은 당신의 것입니다. 방에 푹신한 침대가 있으니 푹 쉬십시오!” 그날 밤, 신탁이 알려 준 남편이 프시케를 찾아왔어. 남편은 깜깜한 밤에 왔다가 날이 밝기 전에 가 버렸어. 그래서 프시케는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매일 밤 남편은 프시케를 찾아왔어. ‘아! 내 남편은 어떻게 생겼을까?’ 날이 갈수록 프시케는 남편의 얼굴이 궁금해졌어. 프시케는 남편에게 한 번만이라도 얼굴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어. 하지만 남편은 프시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어.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오! 당신이 내 모습을 본다면 나를 신으로 섬길 것이오. 나는 당신에게 같은 인간으로 사랑받고 싶소.” 프시케는 남편의 말을 믿고 행복하게 지냈지. 그러던 어느 날, 프시케의 언니들이 궁전에 놀러 왔어. 언니들은 화려한 궁전에서 사는 프시케를 보자 샘이 났어. “프시케, 네 남편은 괴물이라고 하지 않았니? 언젠가 널 잡아먹고 말 거야!” “맞아, 네가 먼저 그 괴물을 죽여야 해.” 그날 밤, 프시케는 언니들이 시킨 대로 등불과 칼을 준비하고 남편을 기다렸어. 그리고 남편이 깊이 잠들자 등불로 남편의 얼굴을 비추었지. 그랬더니 이게 웬일이야! 남편은 괴물은커녕 무척 잘생긴 신이었어.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였으니까. 그때 등불의 기름이 에로스의 어깨에 떨어지는 바람에 에로스가 깨고 말았어. “어리석은 프시케여! 당신은 나를 믿지 못했군요.” 에로스는 하늘로 날아가 버렸고 프시케는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지.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여기저기 헤맸어. 하지만 어디에서도 에로스를 찾을 수가 없었어. 프시케는 땅의 여신 데메테르의 신전에 가서 도와 달라며 빌었어. 데메테르의 신탁이 내려졌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가서 용서를 빌어라. 그럼 네 남편을 돌려줄 것이다!” 프시케는 아프로디테를 찾아가서 용서를 빌었지만, 아프로디테는 화를 내며 말했어. “너 때문에 내 아들 에로스는 상처를 입고 몸져누워 있다. 네가 용서받는 길은 내 시험을 통과하는 것뿐이다!”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보리와 콩, 쌀 등이 뒤섞인 곡식 무더기 앞으로 데려갔어. “저녁이 되기 전까지 이 곡식들을 끼리끼리 나누어 놓아라!” “아! 이 일을 어떻게 한담!” 프시케는 한숨을 쉬었어.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에로스는 개미 떼를 시켜 곡식을 나누게 했어. 아프로디테는 에로스가 도운 것을 알고 매우 화가 났어. 그래서 프시케에게 더욱 힘든 일을 시켰지. “강가 숲에 사는 황금 양들의 양털을 가지고 오너라!” 프시케가 강가로 가자 강의 신이 갈대를 흔들며 속삭였어. “저 황금 양들은 무척 사나우니 잠들면 다가가세요. 그런 다음, 덤불과 나뭇가지에 황금 양털이 많이 걸려 있을 테니 그걸 가져가세요.” 강의 신 덕분에 프시케는 무사히 황금 양털을 안고 돌아왔어. 그래도 아프로디테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어. “저승의 왕비 페르세포네에게서 화장품을 얻어 이 상자에 담아 오너라!” 프시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눈물을 흘렸어.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와 저승으로 가는 길과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 주었어. 절대로 상자를 열어 보지 말라고도 말해 주었지. 프시케는 목소리의 도움으로 무사히 저승을 다녀올 수 있었어. ‘이 상자 속에 어떤 화장품이 들어 있는 걸까?’ 프시케가 상자를 살짝 열자 잠의 씨들이 나왔어. 그 순간 프시케는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지. 에로스는 나비에게 프시케의 소식을 전해 듣고 곧장 프시케에게 날아왔어. “아! 그대의 호기심 때문에 또 한 번 큰일이 날 뻔했군요.” 프시케를 깨운 뒤, 에로스는 혼자 제우스에게 찾아갔어. “제우스 님! 제발 프시케를 아내로 맞을 수 있게 제 어머니 아프로디테를 설득해 주십시오!” 에로스의 눈물 어린 호소*에 감동한 제우스는 아프로디테를 불러 잘 타일렀어. 그리고 전령의 신 헤르메스에게 일러 프시케를 올림포스로 데려오게 했지. “프시케는 영원히 살게 될 것이며, 에로스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제우스의 축복 아래 에로스와 프시케는 부부가 되었어. 훗날 둘 사이에 예쁜 딸이 태어났는데, 이름이 ‘기쁨’이었대.
태양 마차를 탐낸 파에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태양은 날마다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져요. 이건 모두 태양의 신 헬리오스 덕분이에요. 헬리오스는 새벽이면 활활 불타는 태양 마차를 몰고 하늘 높이 올랐어요.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헤치며 정해진 길로만요. 이 태양 마차가 딱 한 번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었어요.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 때문이었어요.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아들인 파에톤은 헬리오스와 떨어져 어머니와 살았어요. 어느 날, 파에톤은 친구로부터 놀림을 당했어요. “파에톤! 네 아버지가 태양의 신 헬리오스라고? 거짓말하지 마!” 파에톤이 울먹이며 어머니인 클리메네에게 물었어요. “어머니,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제 아버지인 거 맞죠?” 클리메네는 파에톤을 꼭 껴안으며 말했어요. “그렇단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를 찾아가 물어보렴.” 파에톤은 부푼 마음을 안고 태양이 떠오르는 곳으로 길을 떠났어요. 여러 날 고생한 끝에 파에톤은 눈부신 궁전에 다다랐어요. 파에톤은 당당하게 궁전으로 들어가 헬리오스를 만났어요. “헬리오스 님이 제 아버지가 맞나요? 다들 제 말을 믿지 않아요!” 헬리오스는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파에톤, 누가 뭐라 해도 너는 내 아들이다!” 그제야 파에톤은 마음이 놓였어요. “그렇다면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증거를 보여 주세요!” 헬리오스는 따뜻한 눈길로 파에톤에게 말했어요. “파에톤, 저승을 흐르는 스틱스강을 걸고 약속하마. 네가 내 아들이라는 증거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마.” 그러자 파에톤은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어요. “하루만 태양 마차를 몰게 해 주세요.” 헬리오스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스틱스강을 걸고 한 약속은 절대로 어기면 안 되었거든요. 헬리오스는 무턱대고 약속한 것을 후회하며 파에톤을 달랬어요. “파에톤, 태양 마차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도 함부로 몰 수 없단다. 그러니 제발 다른 소원을 말해 보렴.” 하지만 파에톤은 고집을 부렸어요. “얘야, 태양 마차가 지나가는 길은 무척 위험하단다. 무시무시한 전갈자리도 지나야 하고, 사나운 사자자리도 지나야 한다!” 헬리오스가 아무리 타이르고 달래도 파에톤은 막무가내였어요. 헬리오스는 파에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어요. “약속을 어길 수 없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파에톤, 고삐는 힘껏 움켜잡아야 하며 정해진 길에서 조금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헬리오스는 파에톤이 불꽃에 데지 않도록 마법의 약을 발라 주고, 황금관을 씌워 주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어요. 하지만 파에톤은 잔뜩 신이 나서 태양 마차에 올라탔어요. 말들이 하얀 날개를 퍼덕거리며 힘차게 날아올랐어요. 단숨에 구름 위로 날아오른 파에톤은 마치 태양의 신이 된 것처럼 우쭐댔어요. “내가 세상에 빛을 뿌려 주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태양 마차가 이리저리 덜컹거리기 시작했어요. 파에톤이 탔으니 태양 마차가 너무 가벼웠던 거예요. 말들은 제멋대로 날뛰었고, 태양 마차는 길을 벗어나고 말았어요. 태양 마차가 너무 가까이 지나가는 바람에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는 활활 불타올랐어요. 파에톤은 고삐를 이리저리 당겨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때, 전갈자리가 날카로운 집게를 쩍 벌렸어요. 파에톤은 깜짝 놀라서 고삐를 놓쳐 버렸어요. 태양 마차는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세상의 모든 것이 불타올랐어요. 올림포스는 활활 불탔고 땅은 쩍쩍 갈라졌으며, 강과 샘은 바짝바짝 말랐어요. 말들은 더욱 날뛰었고 땅 밑 세상에까지 불길이 번졌어요. 땅의 여신 데메테르가 울부짖었어요. “제우스여,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에 불길을 거두어 주십시오.” 데메테르의 울부짖음을 듣고 제우스가 나타났어요.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겠구나.” 제우스는 태양 마차를 향해 벼락을 던졌어요. 태양 마차는 산산조각이 났고, 파에톤은 한 점 불꽃이 되어 에리다노스강에 떨어졌어요. 헬리오스는 큰 슬픔에 빠져 하루 동안 태양 마차를 몰지 않았어요. 파에톤의 어머니 클리메네는 슬피 울며 아들을 찾아 에리다노스강으로 왔어요. “파에톤, 네 힘이 모자라는 것을 몰랐었구나. 하지만 그 용기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거야.” 님프들은 파에톤의 무덤을 만들고 비석을 세워 주었어요. “벼락을 맞은 파에톤, 이곳에 잠들다. 아버지의 태양 마차를 제대로 몰지는 못했으나 그 용기만은 훌륭했다.” 파에톤의 누이들은 파에톤의 죽음을 오래도록 슬퍼하다가 포플러나무가 되었어요. 그날 이후, 헬리오스의 태양 마차는 다시 정해진 길로 하늘을 달렸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온해졌어요.
메두사의 머리를 벤 페르세우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에게는 아름다운 딸 다나에가 있었어요.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를 방에 가두어 놓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했어요. 다나에가 낳은 아들이 자기를 죽일 거라는 신탁 때문이었어요. “아무도 만나지 못하면 아들 따위는 낳을 수 없을 거야.” 어느 날, 제우스는 나들이를 나왔다가 다나에가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제우스는 황금빛 빗물로 변해 다나에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나에를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울지 말아라. 내가 옆에 있어 주겠다.” 그 뒤, 다나에는 제우스의 아들을 낳았어요. 그 아기가 바로 페르세우스였어요.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가 아기를 낳은 것을 알고는 무척 놀랐어요. “아니! 이럴 수가!” 아크리시오스는 차마 딸과 손자를 죽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커다란 상자에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를 넣어 바다에 던져 버렸어요. 얼마 뒤, 세리포스섬의 한 어부는 그물에 걸린 상자를 발견했어요. 상자를 연 어부는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어부는 다나에와 페르세우스가 잘 지낼 수 있게 돌보아 주었어요. 문제는 어부의 형이자 세리포스섬의 왕인 폴리덱테스였어요. 폴리덱테스는 다나에를 차지하고 싶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어요. 어느덧 페르세우스는 똑똑하고 용맹한 젊은이로 자랐어요.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를 없애고 다나에를 차지하려고 못된 꾀를 내었어요. “내가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하니 모두 축하금을 내도록 하여라!”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저는 돈이 없습니다.” 폴리덱테스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어요. “그럼, 메두사의 머리라도 구해 오너라!” 메두사는 고르곤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두 자매와 함께 살았어요. 누구든 메두사를 보기만 하면 돌로 변하고 말았어요. 다나에는 페르세우스가 돌아오지 못할 거라며 슬퍼했어요. 그러자 제우스가 나섰어요. “헤르메스, 아테나! 페르세우스를 도와주어라!” 페르세우스에게 헤르메스는 마법의 칼을, 아테나는 거울처럼 반짝이는 방패를 주었어요. 아테나가 말했어요. “메두사를 직접 보지 말고 이 방패에 비춰서 보아야 한다! 그리고 님프들이 가지고 있는 신의 도구가 필요한데 그라이아이 세 자매만이 그 님프들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단다.” 또한 그라이아이 세 자매에게는 눈이 하나뿐이라 셋이 번갈아 사용하니, 그 눈을 훔쳐서 거래하라고 일러 주었어요. 페르세우스는 그라이아이 세 자매가 사는 동굴로 갔어요. 마침 한 그라이아이가 눈을 빼서 다른 그라이아이에게 주려던 참이었어요. 페르세우스는 잽싸게 달려들어 눈을 빼앗았어요. “신의 도구를 가진 님프들이 있는 곳을 말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이 눈을 호수에 던지겠다.” 그라이아이 세 자매는 어쩔 수 없이 님프들이 있는 곳을 알려 주었어요. 페르세우스는 그라이아이 세 자매가 알려 준 곳으로 가서 님프들을 만났어요. 님프들은 페르세우스에게 신의 도구를 주었어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샌들, 모습을 감출 수 있는 투명 투구, 독을 견딜 수 있는 마법의 자루였어요. “행운을 빌어요, 페르세우스!” 마침내 페르세우스는 메두사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페르세우스는 투명 투구를 써 몸을 감추었고, 날개 달린 샌들을 신어 하늘을 날았어요. 그리고 방패로 메두사를 비춰 보았어요. 메두사와 두 자매는 쿨쿨 잠자고 있었어요. 페르세우스는 번개처럼 내려가 칼로 메두사의 머리를 베었어요.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잽싸게 마법의 자루에 넣었어요. 메두사의 머리는 잘린 후에도 여전히 돌로 변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거든요. 그때, 메두사가 흘린 피에서 거인 크리사오르와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가 태어났어요. 뒤늦게 잠에서 깬 메두사의 두 자매는 울부짖으며 두리번거렸어요. “누구냐! 누가 메두사를 죽인 거냐!” 하지만 투명 투구를 쓴 페르세우스를 찾을 수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페르세우스는 여러 모험을 했어요. 메두사의 머리로 거인 아틀라스를 돌로 만들었고, 괴물로부터 예쁜 처녀 안드로메다를 구해 결혼도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폴리덱테스를 돌로 만들고 어머니를 구해 내기도 했어요. 그 뒤로도 더 많은 모험이 페르세우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메두사 이야기는 고작 시작일 뿐이었어요.
페가수스를 얻은 벨레로폰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리키아 왕국에 ‘키마이라’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났어. 사자와 염소, 뱀의 모습을 한 괴물이었는데, 불을 뿜어 사람들을 마구 죽이곤 했지. 리키아의 왕 이오바테스는 키마이라를 없앨 용감한 무사를 찾았어. 어느 날, 한 무사가 이오바테스를 찾아왔어. 이 무사가 바로 벨레로폰이었지. 벨레로폰은 이오바테스에게 그의 사위가 보낸 편지를 건네주었어. 벨레로폰은 제가 본 중 최고의 무사입니다. 하지만 제 아내 안테이아가 벨레로폰을 지나치게 칭찬합니다. 부디 저를 대신해 벨레로폰을 없애 주십시오. 이오바테스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 “벨레로폰, 자네가 키마이라를 없애 주게!” 벨레로폰은 이오바테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어. 벨레로폰은 도움을 청하러 예언자 폴리이도스를 찾아갔지. 폴리이도스는 앞일을 점쳐 보더니 이렇게 말했어. “벨레로폰, 키마이라를 없애려면 페가수스가 있어야 하네. 오늘 밤은 아테나 신전에 가서 자게. 그럼 좋은 일이 있을 걸세.” 벨레로폰은 아테나 신전으로 갔어. 그곳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어. 꿈에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나타나 황금 굴레를 건네며 말했지. “페이레네 샘으로 가라. 그곳에 가면 페가수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벨레로폰은 깜짝 놀라 꿈에서 깼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꿈에서 아테나가 준 황금 굴레가 손에 그대로 놓여 있는 거야. 벨레로폰은 아테나가 일러 준 대로 곧장 페이레네 샘으로 향했지. 페이레네 샘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늘에서 퍼덕이는 소리가 들렸어. 바로 페가수스였지. 페가수스는 벨레로폰이 들고 있는 황금 굴레를 보더니 반가운 듯 콧김을 내뿜었어. 그리고 벨레로폰에게 다가와 얌전히 목을 내밀었어. “페가수스! 나와 함께 가자!” 키마이라를 잡으러 갈 준비는 다 끝났어.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키마이라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지. 키마이라는 벨레로폰을 보자마자 불을 뿜어 댔어. “페가수스, 키마이라를 물리쳐 볼까?” 벨레로폰을 태운 페가수스는 힘껏 날아올랐어. “키마이라, 내 화살을 받아라!” 벨레로폰은 키마이라의 입 속에 화살을 쏘아 댔어. 키마이라도 질 수 없다는 듯 시뻘건 불을 마구 뿜어 댔지. 이게 웬일이야! 키마이라의 입에 들어간 화살이 불에 녹아 목구멍을 막아 버렸어. 키마이라는 캑캑거리더니 죽고 말았지. “페가수스! 우리가 키마이라를 무찔렀어!” 벨레로폰은 이오바테스를 찾아갔어. “왕이시여, 키마이라를 없애고 왔습니다.”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이 살아 돌아오자 무척 놀랐어. “그것참 수고 많았네. 혹시 내 다른 골칫거리도 해결해 줄 수 있겠나?” 이번에도 벨레로폰은 고개를 끄덕였어. 다시 페가수스를 타고 솔리모이인과 아마존족을 차례대로 무찔렀지. 벨레로폰은 페가수스와 함께 다시 이오바테스를 찾아갔어. 그런데 길목에 수많은 병사가 기다리고 있지 뭐야? “이오바테스왕의 명령이다. 벨레로폰을 처치해라!” 벨레로폰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어. “왕을 위해 그토록 힘든 일을 했는데 나를 죽이라고 했다고?” “벨레로폰, 나를 용서해 주게. 자네야말로 신들에게 사랑받는 진정한 영웅이네.”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을 사위로 삼고 나라의 반을 주었어. 그 뒤로도 위대한 영웅 벨레로폰의 모험에는 페가수스가 항상 함께했지.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였어. 그때 흘린 메두사의 피에서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가 태어났어. 페가수스는 벨레로폰이라는 영웅과 함께 모험을 했지. 이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모험을 했는지 들어 볼래? 벨레로폰은 병사들을 해치우고 이오바테스를 찾아갔어. “왕이시여, 저에게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에게 사실대로 말해 주었어. 사위로부터 벨레로폰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이야. 하늘을 나는 말 페가수스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었을 때, 메두사의 목 또는 흘린 피에서 태어났어요. 당시 메두사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의 사이에서 생긴 페가수스와 거인 크리사오르를 품고 있었거든요. 페가수스는 원래 올림포스로 날아올라 가 제우스를 섬기며 벼락을 나르는 일을 했어요. 페이레네 샘에서 물을 마시다 벨레로폰을 만나 여러 모험을 함께했어요. 벨레로폰이 죽은 뒤 다시 신들에게 돌아갔으며, 그리스 전역에는 페가수스의 발길질 때문에 생긴 여러 샘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페가수스의 이름도 ‘샘’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어요. 키마이라는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태어난 괴물이었어요. 형제로는 저승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괴물 물뱀인 히드라 등이 있었어요. 머리가 셋 있는 동물이었는데, 사자, 염소, 뱀의 모습을 전부 가졌으며 입으로 불을 내뿜었어요. 가축을 잡아먹고 사람들을 괴롭히다가 벨레로폰에게 죽임을 당했어요. 벨레로폰은 키마이라의 입 속에 납으로 된 화살을 쏘았는데, 키마이라가 불을 내뿜자, 화살의 납이 녹아 키마이라의 목구멍을 막은 거였어요. 결국 키마이라는 숨이 막혀 죽고 말았어요. 벨레로폰은 페가수스와 함께 이름을 떨치다 스스로 신만큼 잘났다고 여기게 되었어요. 그래서 페가수스를 타고 신들이 머무는 올림포스에 올라가려 했어요. 그 모습을 본 제우스가 화가 나 벌레 한 마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쏘게 했어요. 깜짝 놀란 페가수스는 심하게 몸부림쳤고, 그 바람에 벨레로폰은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 뒤 벨레로폰은 절름발이에 장님이 되어 평생 사람들을 피해 이리저리 떠돌다가 비참하게 죽었어요.
여러 영웅들이 뛰어든 트로이 전쟁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바다의 님프 테티스의 결혼식에 모든 신이 초대받았어.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빼고 말이야. 에리스는 어디서든 늘 싸움을 일으키니 결혼식을 망칠까 봐 초대하지 않은 거야. 화가 난 에리스는‘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이 새겨진 황금 사과를 결혼식장 한가운데 툭 던지고 가 버렸지. 최고의 여신 헤라와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황금 사과를 서로 갖겠다며 나섰어. “최고의 여신인 내가 갖는 게 당연해.” “아름다움의 여신은 바로 나, 아프로디테라고요!” “난 외모도 아름답고 지혜도 뛰어나니, 내가 갖는 게 맞아요!” “제우스 님, 이 황금 사과를 누가 갖는 게 맞는지 가려 주세요!” 제우스는 여신들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를 데려와서 심판으로 세웠지. “파리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 사과를 바쳐라!” 헤라는 ‘권력과 돈’을, 아테나는 ‘지혜와 명예’를 주겠다고 했지만,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바쳤어.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게 해 준다고 약속했거든. “호호! 역시 나야말로 올림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지!” 아프로디테는 사과를 받고 무척 기뻐했어. 아프로디테는 파리스를 스파르타로 데려갔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인 헬레네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였거든.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꾀어내어 함께 트로이로 돌아갔어. 화가 난 메넬라오스는 그리스의 장수들을 불러 모았지. “파리스로부터 헬레네를 되찾아 오려 하니 제발 도와주시오.” 아가멤논이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십만여 명의 군사들을 배에 태우고 트로이로 향했어. 그리스군에는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같은 용감한 장수들도 함께했지. 트로이 사람들은 그리스의 십만여 명의 군사들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어. 철없는 파리스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으니, 말이야.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는 파리스를 꾸짖었어. “파리스, 네가 한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리스군과 싸워야 한다면 피하진 않겠다.” 트로이에서도 많은 장수를 불러 모았고, 파리스의 형 헥토르가 트로이군의 총사령관이 되었어.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이 시작되었어. 처음엔 그리스가 이길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양쪽을 편드는 여러 신이 끼어들면서 한쪽이 지지도, 이기지도 않은 채 구년이나 전쟁이 계속되었어. 그러던 중 그리스군 쪽에 큰일이 생겼어. 아킬레우스가 좋아하는 여인을 아가멤논이 데려가는 바람에 둘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거야. “다시는 싸우러 나가지 않겠소!” 그날로 아킬레우스는 혼자 자기 진영에만 머물렀어. 최고의 장수인 아킬레우스가 전쟁터에 나가지 않으니, 그리스군은 트로이군에 밀리기 시작했어. “아킬레우스가 필요해!” “이러다가는 트로이에 지고 말겠어!” 소식을 전해 들은 아킬레우스의 마음은 무척 무거웠어.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전쟁터에 나갈 생각이 없었어. 보다 못한 아킬레우스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나섰어. “아킬레우스, 그리스군이 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네! 자네가 전쟁터에 나가지 않겠다면 나라도 나갈 걸세!”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전쟁터로 나갔어.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이었지. “아니! 아킬레우스가 나타났다!” 트로이군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은 파트로클로스를 보고 벌벌 떨었어. “하하! 역시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오기를 잘했군!” 신이 난 파트로클로스는 도망치는 트로이군을 쫓아가다가 그만 헥토르의 창에 찔려 죽고 말았어. 헥토르는 죽은 파트로클로스에게서 갑옷을 벗겨 가져가 버렸지. 파트로클로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킬레우스는 다시 싸우러 나가겠다고 마음먹었어. “파트로클로스, 네 복수는 내게 맡겨!” 테티스는 그런 아들을 위해 하늘로 올라가 헤파이스토스에게 새로운 갑옷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 아킬레우스는 테티스가 가져다준 새 갑옷을 입고, 그리스의 장수들을 불러 모았어. “트로이군을 물리치러 앞으로 나갑시다!” 아킬레우스는 마차를 타고 전쟁터로 달려 나갔어. “아니! 저자는 죽었다던 아킬레우스가 아닌가!” 아킬레우스를 보고 깜짝 놀란 트로이 군사들은 여기저기로 달아났고, 성안으로 후닥닥 숨기까지 했어. 모든 트로이 군사들이 달아난 가운데 헥토르만이 아킬레우스와 맞섰어. “헥토르! 제발 아킬레우스와 맞서지 마라!”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가 헥토르에게 애원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지. 끝까지 맞서던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의 창에 맞아 죽고 말았어. 아킬레우스는 죽은 헥토르를 끌고 그리스군 쪽으로 돌아갔어. 그날 밤,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를 찾아갔어.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죽은 내 아들 헥토르를 돌려주시오.” 아킬레우스는 아들을 생각하는 프리아모스에게 감명받아 죽은 헥토르를 돌려주었어. 헥토르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전쟁은 잠시 멈추었어. 그동안, 아킬레우스는 우연히 프리아모스의 딸 폴릭세네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어. 아킬레우스는 폴릭세네와 결혼할 수 있다면 전쟁을 멈추겠노라고 했지. 하지만 파리스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결혼식을 의논하러 온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에 독화살을 쏘았어. 아킬레우스의 딱 하나의 약점이었던 곳을 골라서 말이야. 독화살을 맞은 아킬레우스는 허무하게 죽고 말았어. 그 뒤,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오디세우스가 입게 되었어. 트로이군이 계속해서 버티자, 오디세우스는 멋진 꾀를 내었어.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아테나 여신에게 바치겠노라, 떠들고 그 안에 군사들을 숨겨 전쟁터에 남겨 놓기로 합시다! 그리고 나머지 군사들은 배를 타고 고향에 돌아가는 시늉을 하는 겁니다!” 그리스군은 오디세우스가 낸 꾀대로 거대한 목마를 남겨 놓고 돌아가는 척했어. 그 모습을 본 트로이 사람들은 신이 나서 목마를 끌어 성안으로 들인 뒤 축제를 벌였지. 그날 밤, 목마의 숨겨진 문이 열리더니 그리스 군사들이 내렸어. 그리스 군사들은 성문을 활짝 열고 신호를 보내 가까운 곳에 숨어 있던 나머지 군사들을 불렀어. 축제를 마치고 잠들었던 트로이 사람들은 그대로 당했고, 트로이성은 그리스군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지. 이게 바로 십 년에 걸쳐 벌어졌던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이었어. 살아남은 그리스의 장수들과 군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떠났어. 그중에는 그리스를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도 있었지.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의 모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거친 바다의 모험가 오디세우스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십여 년간 이어졌던 트로이 전쟁이 끝났어. 오디세우스의 멋진 꾀 덕분에 승리는 그리스에 돌아갔고,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 되었지. 오디세우스는 부푼 마음을 안고 부하들과 함께 배를 타고 고향인 이타카로 향했어.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에는 온갖 험한 일들이 오디세우스를 기다리고 있었지. 오디세우스는 무사히 고향으로 갈 수 있을까? 오디세우스는 거친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다가 낯선 땅에 잠시 들르기도 했어. 그런데 가는 곳마다 위험하고 특이한 모험들을 겪어야 했지. 첫 번째로 간 곳에서는 원주민들과 싸워 부하들을 잃기도 했고, 두 번째 섬에서는 신기한 열매 때문에 부하들을 데리고 오지 못할 뻔도 했어. 식량을 구하러 간 세 번째 섬은 더욱 위험한 곳이었어. 그날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식량과 바꿀 술을 들고 섬에 내렸어. “저기 동굴 속에 무언가가 있는데요, 대장님?” 오디세우스는 부하의 말을 듣고 동굴로 향했어. 동굴 안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먹음직한 양고기와 치즈가 가득했어. “우아, 이 정도면 우리가 먹을 식량을 좀 얻을 수 있겠군.” 오디세우스는 동굴의 주인을 기다렸어. 그런데 잠시 뒤 동굴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주인을 보니,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아니겠어? 키클롭스는 오디세우스 무리를 보고 벼락 치듯 소리쳤어. “누가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있는 거냐?” 키클롭스는 양 떼를 동굴 안으로 몰고 커다란 돌로 동굴의 입구를 막아 버렸어. 오디세우스는 용감하게 나서서 키클롭스에게 말했어. “우리는 트로이 전쟁에서 싸우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리스인이오. 신들의 이름을 빌려 청하건대, 식량을 좀 나누어 주시겠소?” 키클롭스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오디세우스의 부하 둘을 집어 들더니 우적우적 먹어 치웠어. “난 키클롭스족의 폴리페모스다. 난 절대로 식량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가 이제 내 식량이다!”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깜짝 놀라 후닥닥 바위 뒤에 숨었어. 배가 부른 폴리페모스는 코를 골며 잠이 들었어. “대장님, 지금이 기회예요. 저 괴물이 자고 있을 때 없애 버립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생각은 달랐어. “그럼, 동굴 입구를 막고 있는 저 커다란 돌은 누가 치우겠나? 저 괴물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동굴에 갇히는 걸세.” 밤새 뜬눈으로 고민하던 오디세우스는 마침내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 ‘그래, 우리가 가져온 술을 이용하자!’ 다음 날 저녁,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에게 술을 권했어. “고기를 먹은 뒤에 이것을 마시면 입이 개운해질 것이오. 한 잔 마셔 보시오.” 폴리페모스는 오디세우스가 주는 술을 벌컥벌컥 다 마셨어. 그러고는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지.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하나밖에 없는 눈을 뾰족한 막대기로 찔러 버렸어. “아악, 내 눈! 이놈들, 다 잡아먹어 버릴 테다!” 하지만 눈먼 폴리페모스는 아무도 잡지 못했어. 다음 날, 폴리페모스는 양 떼를 내몰려고 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커다란 돌을 치웠어. 그리고 동굴 안쪽을 향해 무시무시한 소리로 말했어. “이놈들, 몰래 빠져나가다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라!” 폴리페모스는 양이 지나갈 때마다 일일이 쓰다듬어 확인했지만,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양의 배에 매달려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왔지. 그러고는 폴리페모스의 양 떼까지 배에 싣고 다시 고향으로 향했어. 그러던 어느 날, 오디세우스의 배는 마법사 키르케가 사는 아이아이에섬에 도착했어. 오디세우스는 몇 명의 부하들을 먼저 섬 한가운데 있는 궁전으로 보냈어. “저 궁전에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아라!” 하지만 부하들은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모두 돼지로 변하고 말았지. 다행히 한 명이 도망쳐 와서 오디세우스에게 사실을 알렸어.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을 구하러 가다가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만났어. 헤르메스는 마법을 물리치는 약초를 건네며 말했어. “칼을 겨누어 키르케의 무릎을 꿇게 한 뒤, 해치지 않는다는 맹세를 꼭 받아 내어라!”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가 시킨 대로 키르케의 무릎을 꿇게 했어. “키르케, 다시는 나와 내 부하들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시오!” 키르케는 맹세를 하고 부하들을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았어. 그리고 먹고 마실 것을 준비해 잘 대접해 주었지. 오디세우스는 아이아이에섬에서 일 년을 편히 지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떠나기로 했어. 키르케는 아쉬워하며 오디세우스에게 뱃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들을 막아 내는 방법을 알려 주었어. 오디세우스의 배는 거친 바다를 해치고 나아갔어. 하지만 키르케가 말한 괴물들을 피해 갈 수는 없었지. 먼저 음악으로 뱃사람을 꾀어내는 세이렌 자매들을 만났어. 오디세우스는 키르케가 알려 준 대로 말했어. “모두 귀를 밀랍으로 틀어막고 나를 돛대에 묶어라!” 오디세우스는 다행히 세이렌 자매들에게서 무사히 벗어났지만, 개의 머리가 여섯 개나 달린 스킬라에게 부하 몇 명을 잃고 말았어. 하지만 진짜 문제는 트리나키아섬에서 일어났어. “키르케가 이 섬의 소들은 절대로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팠던 부하들은 오디세우스의 말을 어기고 말았지. 고기를 먹던 부하들이 갑자기 소리쳤어. “으악! 이게 뭐야!” 고기가 우는 소리를 냈고, 가죽과 뼈들이 꿈틀꿈틀 기어다녔어.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도망치듯 섬을 빠져나왔지. 하지만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몰려와 배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어. 부하들은 모두 죽어 버렸고, 오디세우스만 바다의 님프 칼립소가 사는 섬에 떠밀려 왔어.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정성껏 돌보아 주었어. “당신을 죽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 줄 테니 여기서 나와 함께 살아요.” 칼립소가 애원했지만, 오디세우스는 한결같이 말했어. “아내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꼭 돌아가야 하오!” 칼립소는 칠 년 동안이나 오디세우스를 놓아주지 않았어. 최고의 신 제우스까지 나서서 칼립소를 타일러야 했어. “칼립소, 오디세우스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그제야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놓아주었어. 오디세우스는 뗏목을 타고 다시 거친 바다로 나가 많은 모험을 했어. 그렇게 오랜 떠돌이 생활 끝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 “오디세우스! 꼭 돌아올 줄 알았어요!” 그리운 아내를 만난 오디세우스는 그 뒤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어.
최고의 조각상은?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조용하던 시스티나 성당 안이 북적북적. 유명한 예술가의 조각 전시회가 열리거든. “거기, 살살 옮기라고!” “이봐, 그걸 함부로 만지면 어떡해?” “어이쿠, 조각상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 조각상들이 모두 자리를 잡자, 이번에는 조각상에 쌓인 먼지를 터는 일이 시작되었어. “이 조각상은 누가 만든 거지?” “그것도 몰라? 미켈란젤로지.” “아주 대단한 사람인가 봐.” 청소를 마친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어. 간혹 ‘똑’ 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깊은 어둠 속. 갑자기 고요를 깨고 요란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어. “콜록, 콜록. 아유, 답답해.” “답답할 때는 포도주 한잔 어떻소? 딸꾹, 인사나 합시다. 난 바쿠스라고 하오.” 바쿠스는 기분 좋은 소리로 다른 조각상들에게 포도주를 권했어. “먼지를 털려거든 제대로 할 것이지. 내 아들 무릎 위에는 먼지가 그대로 있네.”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콜록거리며 말했어. 그때 ‘딸꾹’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 그러자 긴 수염 조각상이 혀를 끌끌 찼어. “나는 답답하다고 해서 포도주를 마시진 않는다오. 최고의 조각상이니만큼 품위를 지켜야 하니까.” 그러자 뒤에 있던 조각상이 발끈했지. “최고라는 말은 나처럼 살아 있는 사람 같은 근육을 가진 조각상에게 어울리는 말이에요.” 그때 어디선가 굵은 목소리가 들렸어. “미켈란젤로의 최고 걸작은 바로 나, 세상에서 제일 용맹한 다비드요!” 순간, 모두의 눈이 중앙에 서 있는 조각상에게로 쏠렸지. “크기만 하면 최고인가? 미켈란젤로가 누구 때문에 유명해졌는데! 바로 나, 바쿠스 덕분이라고.” “미켈란젤로가 이름을 새긴 조각상은 나 하나뿐이에요. 그만큼 내가 자랑스러웠던 거지요.” 성모 마리아가 말하자, 다른 조각상들도 한마디씩 거들었지. 점잖게 지켜보던 모세가 구석을 향해 소리쳤어. “마태오, 당신은 왜 한마디도 하지 않는 거요?” “어? 저런 조각상이 어떻게 전시가 됐지?” “만들다 만 것 같은 조각상이잖아!” 그러자 모세가 모두에게 호통을 쳤어. “불쌍한 마태오에게 그만들 하시오! 마태오, 너무 마음 쓰지 마시오.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거요.” 그때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리더니, 성당 문이 활짝 열렸어. “누구지?” “쉿, 조용히 해요.” 문을 연 것은 경비원이었어. “분명히 말소리가 들렸는데.” 경비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두리번거렸어. 그러자 배불뚝이 경비원이 다가왔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니야. 내가 헛소리를 들었나 봐.” 경비원들은 불이 꺼진 성당 안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았어. “참, 이 중에 어떤 게 제일 유명한 거야?” 배불뚝이 경비원이 물었어. “유명한 걸로 치면 여기 있는 조각상들이 다 유명하지.” 드디어 전시회 날이 되었어. 시스티나 성당 앞은 미켈란젤로가 만든 조각상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어. 사람들은 모두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지. 사람들이 어떤 조각상 앞으로 모여들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가 1475년, 이탈리아 피렌체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 카프레세에서 태어난 미켈란젤로 부오나 로티는 열세 살 때부터 화가의 공방에 들어가 그림을 배웠어요. 그림을 배운 지 1년 만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진 미켈란젤로는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 에 피렌체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던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아 작품을 만들게 되었 지요. 사람들은 미켈란젤로를 신에게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은 예술가라며 칭송했어요.
위대한 나폴레옹은 누가 만들었을까?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어느 날, 군인인 나폴레옹이 화가 다비드를 찾아왔답니다. 나폴레옹은 다비드에게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앞다투어 초상화를 부탁하는 유명한 화가 다비드가 어찌 한낱 군인의 초상화를 그리겠습니까!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부탁을 거절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 나폴레옹이 어마어마한 권력을 얻게 되었지 뭡니까! ‘에잇, 그때 초상화를 그려 줄걸.’ 마침 나폴레옹이 다시 부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영웅의 모습! 보게, 이 얼마나 힘차고, 씩씩해 보이는가? 사실 나폴레옹은 쓰러질 듯 야윈 노새를 타고, 겨우겨우 알프스의 산을 넘었다지. 하지만 나는 마치 산을 단번에 뛰어넘을 듯한 나폴레옹을 그렸네. 사람들은 내 그림을 보고 나폴레옹의 용감함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지. 이것이 바로 프랑스 최고의 화가인 나,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이라네. 전 유럽을 발아래 두었던 위대한 정복자 나폴레옹! 나폴레옹 곁에는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화가 다비드가 있었어요. 나폴레옹이 프랑스를 다스리는 황제이듯 다비드는 화가들의 황제였지요. 하지만 나폴레옹이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자, 다비드도 다른 나라로 도망가야만 했답니다. 그리고 둘 다 외딴곳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지요. 자, 다비드와 나폴레옹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왕관을 씌워 주는 건 내가 할 일이야! 감히 교황인 내가 할 일을 황제가 빼앗아서 한다니, 이건 엉터리야! 엉터리! 이런 대관식은 절대 인정할 수 없어! 하하, 나는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떡하니 그려져 있다니! 다비드에게 고마워해야겠군. 이건 사기야, 사기! 우릴 모두 속이다니! 천하의 다비드라 할지라도 보지 않은 모습을 그려 낼 순 없겠지. 이건 전에 내 부탁을 거절한 것에 대한 복수야. 제야 하는 말이지만, 황제는 엄청나게 작고 못생겼어요. 그림에서처럼 잘생긴 게 아니라고요. 조세핀은 이렇게 젊지 않다고요. 이건 말도 안 돼요. 어? 나는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살아 있는 듯한 영웅을 그려 주시오. 다비드여, 나는 막 전쟁에서 큰 승리를 하고 돌아왔다네. 내 업적을 기리기 위해 초상화를 그리려 하네. 다비드여, 그대는 보지 않은 것도 본 것처럼 그릴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지? 바라만 보아도 저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위대한 영웅을 그려 주게. 흠, 날 시험할 모양이군. 좋아, 깜짝 놀랄 만한 초상화를 그려 주지! 나폴레옹! 어떡해요, 사람들이 사실을 알아챘나 봐요! 지금껏 감동했던 나폴레옹의 모습이 가짜라니! 24 참석하지 못한 폐하의 어머니를 그린 것도 나. 폐하가 왕관을 들고 있는 가장 멋진 순간을 그린 것도 바로 나 다비드랍니다. 아마 다른 화가들은 이런 그림을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나 다비드는 황제가 만든 화가가 아니라 노력해서 이 자리에 오른 화가이지요. 쳇, 끝까지 내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는군.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림도 그릴 수 있겠나? 다비드, 그대가 진정한 화가라면 보기만 해도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는 그런 초상화를 그려 보게. 많은 시민이 나를 믿고 따르게 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려 준다면, 그림 값은 자네가 원하는 만큼 주겠네. 새벽 4시가 넘도록 일하는 내 모습! 정말 믿음직스러운걸! 좋은 수가 없을까? 시계를 살짝 고쳐서. 그래! 바로 이거야. 새벽 4시 10분쯤으로 바꿔 놓는 거야. 어떻습니까? 자나깨나 시민을 걱정하고, 밤늦도록 시민을 위해 일하는 당신의 모습입니다. 나폴레옹의 모습은 내가 그린 거지! 나, 위대한 화가 다비드는 나폴레옹이 새벽 4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서재에서 일하는 모습을 그렸지. 다 타 버린 촛불만큼 짧게 남은 밤에도 일을 멈추지 않는 나폴레옹!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은 나폴레옹이야말로 진정 시민을 위하는 지도자라며 믿음직스러워했네. 모두가 인정하는 황제를 그릴 수 있겠나? 다비드, 그대야말로 위대한 화가. 나의 대관식 그림을 그릴 사람은 오직 그대밖에 없을 걸세. 나를 가장 멋진 황제로 그려 주게. 누구보다 위대한 황제 말일세! 만약 그런 그림을 그려 준다면, 자네가 원하는 지위를 주겠네. 내가 위대한 만큼 프랑스에서 가장 커다란 작품이 될 거야. 드디어 프랑스 최고의 화가가 되는구나! 모두가 무릎을 꿇을 황제의 모습을 그릴 거야! 화려한 대관식 그림은 걸작 중의 걸작이 될 거야. 조세핀의 얼굴은 활짝 핀 꽃처럼 젊고 아름답게 보이고, 작고 못생긴 데다 배까지 불룩 나온 나폴레옹은 젊고 늠름해 보이겠지. 모두가 왕관을 높이 치켜든 나폴레옹을 보고 감탄하고, 교황도 오른손을 들어 지지를 보내게 할 거야. 하늘이 내린 화가인 내가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그릴 수 있겠어? 다비드, 젊고 아름답게 그려 줘요! 하늘이 내린 화가라니, 말이 좀 지나치군. 다비드, 자네가 혼자 힘으로 유명해졌나? 화가라면 모두 나의 대관식을 그리고 싶어 했지. 그대에게 대관식을 그리게 한 건 바로 나, 나폴레옹. 그러니, 그대는 하늘이 내린 화가가 아니라 황제인 내가 만들어 준 화가라고 해야지. 흥,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시민이 사랑하는 황제의 모습은 사실 내가 만든 거나 다름없는데.
우리 형이 최고야!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야호, 자유다! 자유! 엘린, 이제부터 나 건드리지 마." 콜린은 팔짝 뛰어오르며 소리쳤어. 그러고 나서 재빨리 게임기를 켰지. "형, 미식축구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어?" "당연하지!" "형, 사자는 어디 살아?" "사자는 사막에 살아." "형, 바나나는 어디에 어떻게 열려?" "바나나는 큰 나무 줄기 끝에 대롱대롱 열려." "형, 토끼는 왜 눈이." "아유,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 콜린이 버럭 소리치자, 엘린은 시무룩해졌어. "엘린, 심심하면 인형을 가지고 놀든가, 밖에 나가서 놀아." "그럼 밖에 나가서 놀 거야." 콜린은 엘린을 밖으로 내보내고 게임을 계속했어. 그런데 창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지. 엘린이 은근히 걱정된 콜린은 밖으로 나가 보았어. "엘린, 여기서 뭐 해?" "사자가 사막에 산다고 했더니, 형보고 거짓말쟁이라잖아. 형, 애들한테 어서 사실이라고 말해 줘." 콜린은 엘린을 끌고 도망치듯 집으로 갔어. "형, 애들은 사자가 사막에 산다는 것도 모르고, 바나나가 어떻게 열리는지도 몰라. 모두 바보야. 그렇지?" "야, 진짜 바보는. 에잇, 관두자." 콜린은 다시 게임을 시작했어. 엘린은 아빠의 서재 안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꺼내 펼쳤지. "형, 이것 좀 봐! 형 말이 정말 맞았어!" 엘린의 고함 소리를 들은 콜린은 무슨 일인가 하고 서재로 갔어. 순간, 콜린은 깜짝 놀랐지. "세상에, 사자가 정말 사막에 있네?" 콜린과 엘린은 소파에 앉아서 책장을 천천히 넘겨 보았어. "우아, 형은 천재야! 앞으로 형 말만 들어야지!" 그때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가는 것 같았어. 바스락, 부스럭! 콜린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순간, 입이 쩍 벌어졌지. "여, 여기가 어디지?" "형, 저 파란 꽃 말이야. 저게 뭐지?" "연꽃같이 생겼는걸. 말도 안 돼. 연꽃은 연못에서 자라는데." "사, 사자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콜린은 간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어. "우아, 형! 바나나 나무 좀 봐. 정말 줄기에 바나나가." "엘린, 조용히 해!" 콜린은 엘린을 잡아끌고서 살금살금 도망쳤어. 콜린과 엘린이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밀림이 사라지더니 넓은 사막이 나타났어. "형, 저기 저 사자 좀 봐. 꼭 집시 아주머니를 재우고 있는 것 같아." 그때 사자가 콜린과 엘린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했어. "쉬, 조용히! 얘들아, 아주머니가 방금 겨우 잠들었어." 사자 옆을 살금살금 지나온 콜린과 엘린은 계속 앞을 향해 걸었어. "형, 배고파. 다리도 아프고 힘도 없고." "그만 칭얼거리고 업혀." 엘린은 업히기 무섭게 잠이 들었어. '여기에는 엘린이 믿는 건 뭐든지 다 있어. 도대체 이곳은 어디지?' 그때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렸어. "앗, 여기는 우리 집 거실이잖아." 콜린은 얼른 수화기를 들어 올렸어. "콜린, 엘린이랑 잘 놀았니?"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네, 결혼식은 끝났어요?" 그때 잠든 채 업혀 있던 엘린이 중얼거렸어. "나는 이 세상에서 형이 제일 좋아." 1844년, 프랑스 라발시에서 태어난 루소는 집안이 무척 가난했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어요. 어른이 된 루소는 돈을 벌기 위해 센강을 통해 파리로 들어오는 물건들을 검사하고 세금을 매기는 세관원이 되었지요.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자, 루소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평일에는 세관원으로 일하고, 휴일이 되면 붓과 팔레트를 들고 밖으로 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클림트의 황금 망토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빈 아저씨는 오늘도 생각 중이에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도무지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아요. 하얀 종이 위에는 몇 가닥의 선만 덩그러니 있어요. "조금 걷다 보면 생각이 날 테지." 빈 아저씨는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어요. 물론 나도 빈 아저씨를 따라 걸었죠. 바스락바스락. 숲에는 아저씨랑 내 발소리만 들려요. "나무와 나뭇잎을 가져갈 수만 있다면." 빈 아저씨가 멈춰 서서 두리번거렸어요. 그러더니. "아, 잡았다!" 빈 아저씨는 무언가를 얼른 옷 속에 넣었어요. 두 팔로 온몸을 감싼 아저씨는 지는 해보다 더 빨리 달려서 화실로 돌아갔어요. 빈 아저씨는 하얀 종이 앞에 섰어요. 그리고 두 팔을 활짝 벌렸어요. 그랬더니. 황금빛이 넘실거리는 구불구불한 나무가 종이 위에 내려앉았어요. 까만 새 한 마리가 가지 위에 앉자, 아저씨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어요. "옳거니, 되는구나!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어느 날, 빈 아저씨는 얇은 금박지를 붙여서 황금 망토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근사한 망토가 완성됐어요. “아저씨, 정말 근사해요! 그런데 이걸 어디에 쓰려고요?” 아저씨는 또 빙그레 웃기만 했어요. 빈 아저씨는 날이 밝자마자 황금 망토를 걸치고 해바라기가 핀 정원을 걸었어요. 그러다가 해바라기꽃 앞에서 멈춰 서더니, 황금 망토를 쫙 펼쳤어요. 그러자 커다란 해바라기꽃이 쑤욱 망토 안으로 빨려 들어왔어요. 아저씨는 집에 오자마자 무언가를 그리다 만 종이 앞에 섰어요. 아저씨가 망토를 쫘악 펼치자, 수많은 꽃잎이 날아올랐어요. 황금 물고기의 비늘을 닮은 황금 조각도 둥둥 날아올랐지요. 빈 아저씨는 긴 젓가락으로 황금 조각과 꽃잎을 쏙쏙 집어서 그림 위에다 붙였어요. 망토에 빨려 들어간 꽃들이 모두 그림이 되었어요. 이거 보세요! 빈 아저씨의 사랑이 황금빛으로 반짝거려요. 빈 아저씨는 황금으로 반짝거리는 그림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웃었어요. "다음에는 무엇을 그릴까?" 아저씨가 이번에는 커다란 자루를 메고 밖으로 나가요. 아저씨가 가는 곳은 자작나무 숲이에요. "아, 잡았다!" 빈 아저씨가 무언가를 재빨리 자루에 담았어요. 이번엔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빨강을 담은 게 틀림없어요. 아저씨는 달처럼 둥그렇게 부푼 자루를 메고 집으로 향했어요. 빈 아저씨가 자루를 묶은 끈을 살짝 풀자, 내가 이럴 줄 알았어요. 자작나무의 단풍색이 아름다운 여자 위로 내려앉았어요. 아저씨는 그 위에다 동그란 황금 조각을 붙였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또 옷 속 가득, 황금 망토 가득, 커다란 자루 가득 무언가를 담아 왔어요.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를 보렴! 사과가 정말 잘 익었는걸!" 황금빛 물결을 그린 화가 클림트. 가난한 어린 시절. 구스타프 클림트는 금을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하는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가 꿈이었던 어머니, 그리고 여섯 명이나 되는 동생들과 함께 자랐어요. 클림트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미술학교에 다닐 수 없었어요. 대신 기술학교에 들어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만 했지요. 벽화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든 클림트. 다행히 클림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1876년, 클림트는 빈에 있는 장식 미술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그곳은 당시에 내로라하는 미술가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유명한 학교였지요. 클림트는 간신히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늘 힘든 생활을 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물감이 아까워서 마음껏 그릴 수가 없었지요. 클림트는 빨리 졸업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1883년, 어렵게 학교를 졸업한 클림트는 '미술가 협회'라는 단체를 세웠어요. 거기에서 클림트가 한 일은 건물 벽에 그림을 그려 주는 것이었는데, 뛰어난 솜씨 덕분에 주문이 꽤 많이 들어왔지요. 솜씨를 인정받은 클림트는 점점 유명해져서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멀리 루마니아 왕궁의 벽까지 장식을 할 정도였어요. 또 체코슬로바키아의 온천 천장화를 그리기도 했지요. 개성이 넘치는 클림트만의 작품. 벽화를 그리는 일로 부유해진 클림트는 미술학교의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보수적인 화가들은 클림트를 받아 주지 않았어요. 클림트가 주로 그린 벽화를 미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예요. 클림트는 어떤 작가의 그림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새로운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과 함께 '분리파'라는 미술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화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더욱 개성 있고 독특한 자기만의 작품들을 만들었지요. 이렇게 자신의 예술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클림트는 1918년, 독감에 걸려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어요. 클림트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그림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클림트는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리며 기초를 쌓은 다음, 점차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클림트가 초기에 그렸던 사실적인 세계는 고스란히 그의 그림 속에 녹아들어 새로운 작품이 되었지요. 클림트 그림의 여자 주인공은 그의 여자 친구인 에밀리 플뢰게를 모델로 한 것이 많아요. 여자를 가진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마치 배 속에 있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지요. 그래서 클림트는 '희망'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봐요. 어때요? 그림에서 희망이 느껴지나요? 빈 아저씨는 종이든, 벽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마술을 부리지요. 그러면 황금 나무가 자라고, 황금 눈을 가진 새가 날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완성돼요. 빈 아저씨는 정말 특별한 화가예요. 클림트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그림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클림트는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리며 기초를 쌓은 다음, 점차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클림트가 초기에 그렸던 사실적인 세계는 고스란히 그의 그림 속에 녹아들어 새로운 작품이 되었지요.
부기우기 부기우기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오늘은 엄마와 마트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특히 블록을 사기로 한 날이라, 나는 아침부터 들떴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또 차 열쇠를 가지러 올라갑니다. 엄마랑 나가려면 언제든 한 번에 가는 법이 없습니다. 지갑을 열어 본 엄마가 깜짝 놀라서 은행으로 뛰어갑니다. 돈을 화장대 위에 두고 온 모양입니다. 엄마는 3년이나 운전했는데도 여전히 왕초보입니다. 차라리 버스를 타고 올 걸 잘못했습니다. 엄마는 책장을 고르고, 나는 블록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나는 정말 사고 싶었던 블록을 찾았습니다. "우아, 이거야!" "그거보다는 이게 훨씬 좋은 거야." "약속이 다르잖아요! 내가 사고 싶은 건 이거라고요!" "자, 책장을 구입하시면 몬드리안 블록을 덤으로 드려요. 어서들 오세요." 엄마는 내가 고른 블록 대신 몬드리안 블록을 준다고 합니다. 나는 엄마의 무서운 표정에 결국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안돼!!" "여섯 시에 배달한다고요? 그럼, 일곱 시쯤 받아 보겠네." "몬드리안 블록을 공짜로 가져가시다니,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새 블록을 사 주겠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따라나선 내가 바보 같습니다. "그 블록 정말 잘 산 거 같아. 색상도 좋고." "쳇, 산 거 아니잖아요." 단순하고 평범한 블록은 정말 별로입니다. 앞으로 엄마가 약속하는 것은 뭐든 절대 믿지 않을 겁니다. "어머, 저 차 좀 봐!" "이거 봐요, 아줌마! 차를 갑자기 세우면 어떡해요?" 엄마가 운전하다 말고 차를 급하게 세웠습니다. 우아, 정말 멋진 차가 서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봤을까요? 저 차 좀 봐! 으악! 빵! 빵! 빵! 끼익. "어머, 저 아가씨들 옷차림 좀 봐. 정말 멋쟁이들이네." 엄마가 호들갑스럽게 가리킨 누나들의 옷은 아까 그 자동차랑 비슷합니다. 그때 갑자기 블록이 생각났습니다. 블록과 자동차 그리고 옷. 나는 잠시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벌써 여섯 시네. 집에 빨리 가야겠다." 곧 물건이 배달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요? 마트를 출발한 배달차가 시청을 돌아 우리 동네로 오겠지요. 내가 고른 블록을 샀다면 지금쯤 얼마나 설렐까요? "우아, 정말 멋지다! 엄마가 살고 싶은 집이야." 우리 동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엄마가 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러더니 차 문을 열고 나가 외쳤지요. 나는 창피해서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와, 예쁜 집이다! 빵! 빵! 빵! 엄마의 요란한 운전 덕분에 우리는 배달차보다 한참 뒤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아빠가 먼저 퇴근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책장 정말 멋지지 않아요, 여보?" "흠, 이 블록 꽤 재밌겠는데." 엄마는 책장을 정리하고, 아빠는 블록을 만지작거렸습니다.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지요. 아빠가 블록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어? 생각만큼 쉽지가 않나 봅니다. 이 블록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나는 어느새 아빠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블록을 맞추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엄마를 따라 마트 문을 나설 때만 해도 기분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꽤 괜찮아졌습니다. 이게 다 몬드리안 블록 덕분입니다. 칸딘스키가 추상화를 탄생시킨 화가라면, 몬드리안은 추상화 속에 큰 의미를 담아 발전시킨 화가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흔히 칸딘스키의 그림을 ‘뜨거운 추상’이라고 하고, 몬드리안의 그림을 ‘차가운 추상’이라고 하지요. 1872년, 네덜란드의 아메르스포르트에서 태어난 몬드리안은 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에게서 아주 엄격한 교육을 받았어요. 아버지는 매우 성실하고 규칙적인 사람이었지요. 몬드리안은 항상 아버지와 함께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해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해야 했어요. 그런 어린 시절은 몬드리안의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지요.
깡통 괴물이 살고 있어요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팀, 버즈, 앤디는 세쌍둥이 형제입니다. 오늘도 빨간 집 근처에 모여 수군거리고 있지요. “저 집엔 분명히 괴물이 산다니까.” “그런 게 어딨어?” “쉿! 저기 온다!” 수프 깡통을 셀 수도 없이 잔뜩 담은 커다란 종이 봉지가 점점 가까워졌어요. “이번에도 수프 깡통이야!” “도대체 아줌마야, 아저씨야?” “깡통 괴물이 틀림없다니까.” 커다란 종이 봉지는 빨간 집 건너편 집으로 들어갔어요. 다음 날에는 콜라병을 잔뜩 담은 커다란 종이 봉지가 빨간 집 건너편 집으로 들어갔어요. “깡통 괴물이 산다며?” “그럼 깡통 괴물이 콜라도 마시나 보지 뭐.” “궁금해 죽겠네.” 그날 저녁이었어요. 어둠이 깔린 빨간 집 벽에 세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이내 건너편 집 벽으로 옮겨 갔어요. 그때였어요. 현관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새 둥지 같은 머리를 한 아저씨가 후다닥 뛰어나갔어요. 잠시 후, 열린 문 안으로 세 아이가 들어갔어요. 바로 팀, 버즈, 앤디였지요. 아이들은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 집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어요. 누구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요. 아이들은 가다가 흠칫하며 멈췄어요. “수프 깡통이다!” “저렇게 많이 쌓아 놓다니.......” “저쪽에 또 문이 있어. 분명히 그 안에 괴물이 있을 거야.” 팀이 빼꼼히 열린 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어요. 버즈와 앤디도 따라 움직였지요. 갑자기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왔어요. “캬오!” “엄마야!” 그러자 뒤에 있던 버즈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어떤 놈들이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현관 쪽에서 들려왔어요. 아이들은 부들부들 떨며 현관을 바라보았지요. 거기엔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그림자가 서 있었어요. 여기저기서 고양이들까지 튀어나왔어요. 새 둥지 같은 머리를 한 아저씨가 세쌍둥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어요.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경찰을 부를까?” “잘못했어요.” “우, 우린 그저 깡통 괴물을 보려고.......”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어요. “한번 들어온 이상 순순히 보내 줄 순 없다. 집에 가고 싶으면 내 일을 도와야만 해!”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간 방은 정말 굉장했어요. 온통 깡통들로 가득한 특별한 곳이었어요. “여기서 나가려면 내가 시키는 일만 하도록 해. 노란 티셔츠는 종이를 준비하고 빨간 티셔츠는 틀에 물감을 부어라. 파란 티셔츠는 이 스퀴지를 들고 밀기만 하고. 알았어?” “노란 티셔츠, 놀지 말라니까!” “아, 열심히 하잖아요! 깡통 말고 다른 건 없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화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왜, 깡통이 어디가 어때서?” “왜 이렇게 같은 걸 많이 찍어요?” “너희 할 일이나 해!” “우아, 이 아줌마 예쁘다!” 깡통 괴물 아저씨의 이름은 워홀이었어요. 워홀 아저씨는 그렇게 나쁘거나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어요. “자, 너희가 일한 대가다.” “어? 이건 우리잖아?” 워홀 아저씨가 주는 선물을 받고 세쌍둥이는 뛸 듯이 기뻐했어요. ‘내 공장을 방문한 세쌍둥이에게.’ "그럼 깡통 괴물은 없는 거야?" "우아, 난 노란색!" "이 바보야! 깡통 괴물은 바로 워홀 아저씨라고!"
꿈속에서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매창이는 내내 두고만 보았어. 파리가 잠든 동생을 괴롭혀도 말이야. '콧구멍 속으로 확 들어가 버려라!' 매창이는 혀를 쏙 내밀고 방을 나갔어. "매창아! 현룡이는 잘 자니?" 마루방에서 바느질하던 어머니가 물으시지 뭐야. 매창이는 뽀로통해서 대답도 안 했어. '만날 현룡이, 현룡이! 어머니는 현룡이만 예뻐해.' 매창이는 어머니랑 뜰로 나왔어. "어머니! 저것 보세요. 도마뱀이 자꾸만 뒤를 돌아봐요." 매창이 말에 어머니가 대답했어. "그러게, 누가 말을 거나 보다." "매창아! 이 꽃들 좀 봐. 어찌 이리 싱싱하고 빛깔이 고울까? 꼭 우리 매창이 같네!" 어머니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꽃이며 풀이며 벌레를 한참 들여다보았지. 마루방에 오르자, 어머니는 종이를 펴고 붓을 꺼냈어. 벌써 딱 알아채고 매창이가 외쳤지. "어머니! 그림을 그리실 거죠? 우리가 보고 온 꽃이랑 벌레 그림이죠?" 매창이는 어머니 옆에 납작 엎드려 지켜보았어. 쓱쓱, 빨간 맨드라미가 활짝, 싹싹, 파란 나비가 팔랑. '와아, 어머니 손은 요술이라도 부리나 봐. 나도 어머니처럼 그림을 잘 그렸으면.' '어, 여기가 어디지?' 매창이는 자꾸 두리번거렸어. 아무래도 이상했거든. 커다란 꽃과 풀들이 무성해! 언제 한번 와 본 것도 같은데. 그때, 갑자기 똥 냄새가 나지 뭐야. 옆을 보니 경단같이 생긴 똥 덩어리 하나가 돌돌 굴러오고 있어. 매창이는 옆으로 살짝 피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그만 똥 경단을 발로 툭 차고 말았지. "으앙! 안 돼요, 안 돼! 우리 아기를 찾아 줘요!" 쇠똥구리 아주머니가 울면서 쫓아왔어. 매창이가 차서 굴러간 똥 경단 안에 쇠똥구리 아기가 들었다는 거야. 으악! 똥 속에 알을 넣어 두다니. 똥 경단은 자꾸 굴러갔어. 쇠똥구리 아주머니는 똥 경단을 쫓아가고, 매창이도 그 뒤를 달리며 소리쳤어. "미안해요! 나는 정말 몰랐어요." 똥 경단은 쇠똥구리 아기를 품고 굴렀어. "저기야! 저기! 아직도 굴러가고 있다고." 잠자리는 뱅뱅 날며 소리치고, "이쪽! 이쪽! 이쪽이야." 사마귀는 휘휘 앞다리를 저으며 말했지. 앗! 똥 경단이 패랭이꽃 앞에 딱 멈췄어. 쇠똥구리 아주머니랑 매창이가 얼른 뛰어갔지. 그런데 들쥐들이 뛰어오지 뭐야. 둘은 얼른 몸을 숨겼어. 들쥐들은 수박을 갉아 먹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런데 그중에 한 놈이 씨를 퉤 뱉지 뭐야. 까만 씨가 하필 똥 경단에 톡 떨어지더니, 똥 경단이 다시 구르기 시작하네 "이 메뚜기한테 맡겨!" 폴짝 뛰며 소리치던 메뚜기가 갑자기 홱 도망쳤어. 개구리가 긴 혀를 날름대며 나타났거든. "그깟 똥 경단쯤 내가 잡아 주지." 딱딱 소리를 내며 기어 오던 딱정벌레가 중간에 도망쳤어. 기다란 도마뱀이 나타나는 바람에 깜짝 놀란 거야. 그때, 매창이 눈에 똥 경단이 쏙 들어왔어. 대나무 줄기에 툭 부딪히며 멈춘 똥 경단! 얼른 달려가 보니까 똥 경단 속 알은 상처도 하나 안 난걸. 동그란 소똥 안에서, 쿨쿨 쇠똥구리알이 자고 있었어. 쇠똥구리알을 보니 매창이는 새근새근 자던 현룡이가 떠올랐어. "매창아!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외할머니가 매창이를 깨웠어. 눈을 떠 보니 마루 한가득 어머니가 그린 그림이 놓여 있지 뭐야. 매창이는 발딱 일어나 방으로 가 봤어. 잠든 현룡이 얼굴 위로 파리가 앵앵. 매창이는 손을 저어 파리를 휘휘 쫓았어. 매창이는 자기가 꾼 꿈이 좋았어.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꿈속에서 보았던 것들을 그림으로 그렸대. 매창이는 어머니처럼 자기 딸한테 근사한 꿈을 선물해 줄, 그런 그림을 그릴 거래.
고양이의 외출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이곳은 화가 장승업의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야. 서쪽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면 구경 온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미술관 문은 굳게 닫혀. “아함!” “아, 하루 종일 참새만 쳐다봤더니 목이 빠질 것만 같아. 슬슬 구경 한번 나가 볼까?” 투덜거리던 고양이가 그림 밖으로 폴짝 뛰어내렸어. 순간 미술관 안이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졌어. “저기 봐. 고양이가 또 그림 밖으로 나갔어.” “지난번에도 말썽 피우다 혼났으면서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참새들은 큰일이라도 난 듯 한마디씩 거들었어. 고양이는 참새들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어. 미술관 안을 어슬렁거리던 고양이는 큰 산이 펼쳐진 그림 앞에 우뚝 멈춰 섰어. “바람이나 좀 쐬어 볼까?” 그 소리에 소를 타고 가던 남자아이가 깜짝 놀라 소리쳤어. “안 돼, 여기 들어오는 건 꿈도 꾸지 마!” 고양이는 그림 속으로 껑충 뛰어들었어. 그러자 아주머니는 광주리를 털썩 떨어뜨리고, 소는 놀라서 펄쩍 뛰어올랐어. 그 바람에 소 등에 타고 있던 남자아이가 ‘쿵’ 하고 굴러떨어지고 말았지. “아이코, 들밥을 쏟았으니 어쩌면 좋아?” 아주머니가 울상을 지었어. “아얏, 너 때문에 소 등에서 떨어졌잖아. 또다시 여기 들어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고양이는 뒷걸음질을 치더니 슬그머니 그림 밖으로 빠져나왔지. 고양이는 열심히 나무를 닦고 있는 소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그림 속으로 쏙 들어갔어. “스승님께서 손님이 나무에다 뱉은 침을 닦으라고 하시잖아. 어휴, 너무 힘들어.” “그래? 내가 좀 도와줄까?” 고양이는 씩 웃더니 진흙 속에 발을 푹 담갔어. 그러고는 나무 위에 발자국을 톡톡 찍으며 올라갔지. “뭐야, 나무가 더 더러워졌잖아!” 고양이는 얼른 그림 밖으로 나왔어. 이번에는 원숭이들을 만났어. “너 말이야, 한 번만 더 돌아다니면 우리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 “쳇, 너희같이 못생긴 원숭이들이 나를 혼낼 수는 없지!” “뭐? 우리가 못생겼다고?” “이 미술관에서 너희만큼 못생긴 녀석들도 없을 거야.” 화가 난 원숭이들은 팔을 쭉 뻗어서 고양이를 잡으려 했어. 한껏 약을 올리던 고양이는 급히 자리를 옮겼어. “아! 재밌다. 이제 또 어디로 가 볼까?” 바로 그때, 그림 속 할아버지들이 서로 자기의 나이가 많다고 우기는 소리가 들렸어. 궁금해진 고양이는 그림 속으로 폴짝 뛰어들었어. “안 돼, 저리 가. 들어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내 옷이 더러워지잖아!” “에, 에, 에취!” 할아버지들은 고양이를 피해 다니며 재채기를 해 댔어. “일하는 사람들이 들밥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쩌지?” “아무리 닦아도 나무에 묻은 얼룩이 안 지워져!” “우리가 그렇게 못생겼어?” “아이고, 에, 에, 에취! 에취!” 미술관 안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지. 그 순간,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손이 고양이를 덥석 붙잡았어. “장난은 이제 그만하고, 네 집으로 돌아가렴.” 그러고는 고양이를 참새들이 있는 그림 속으로 휙 던졌어. 커다란 손은 누구의 손일까? 미술관 안이 다시 조용해졌어. 다음 날 아침, 미술관 안으로 청소부 아저씨들이 들어왔어. “미술관 안이 온통 고양이 발자국으로 가득하구먼.” 뚱뚱한 청소부 아저씨가 말했어. “어, 여기 좀 봐. 사람 발자국도 나 있어.” 홀쭉한 청소부 아저씨도 소리쳤어. “그림은 모두 제자리에 있는데?” “대체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청소부 아저씨들은 바닥에 난 발자국들을 모두 닦아 내고서 미술관을 나갔어. 그래도 저기, 발자국 하나가 남았네. 바로 저기야. 웃고 있는 그림 아래에 검정 발자국 하나.
아빠, 사랑해요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1952년 7월 24일 날씨 : 사이좋은 해와 구름. 무서운 꿈 하늘이 까매지더니 ‘우르르 쾅쾅!’ 전쟁이 났다. 큰 탱크가 밀려오고, 사람들이 막 소리를 질러 댔다. 눈앞에 커다란 배가 있는데 서로 타려고 난리였다. 그런데 아빠가 배를 타기도 전에 우리가 탄 배가 출발했다. 나는 막 소리를 지르다가 잠에서 깼다. 1952년 10월 17일 날씨 : 흐림. 외할머니 집. 외할머니 집에 온 지 한참이 지났다. 아빠만 빼고 엄마랑 동생이랑 나는 일본에 와 있다. 오늘 외할머니한테 혼났다. 아빠가 보고 싶다고 했을 뿐인데 많이 혼났다. 제주도로 다시 가고 싶다. 아무리 돌아가자고 해도 엄마는 바느질만 계속한다. 제주도에서는 괜찮았지만, 부산에서는 항상 배가 고팠다. 지금은 외할머니 집에서 잘 먹고 있으니까 아빠도 우리 걱정을 조금만 할지도 모른다. 넉넉하지는 않았어도, 아빠와 함께 지냈던 제주도가 그리웠다. 1953년 5월 11일 날씨 : 초콜릿색 구름 싸움. 옆집에 사는 마사오가 나에게 아빠가 없다고 놀려서 힘껏 때려 주었다. 그 바람에 엄마한테 혼났다. 흥, 마사오 녀석! 우리 아빠는 마른 멸치 같은 네 아빠보다 열 배, 아니 백 배는 더 멋지다. 그리고 우리 아빠는 황소처럼 힘이 세다. 1953년 6월 3일 날씨 : 비가 옴. 그림 속 아이들은 좋겠다. 오늘은 아빠한테서 편지가 왔다. 아빠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 편지지에도, 엽서에도 그림을 그려 보낸다. 이번에는 복숭아나무에 매달려 노는 아이들을 그려 주었다. 그림 속 아이들은 좋겠다. 아빠랑 맘껏 놀 수 있을 테니까. 1953년 8월 11일 날씨 : 해가 반짝. 아빠가 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아빠가 왔다. 약속대로 나랑 동생을 보러 온 거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것 같다. 이젠 그림 속 아이들이 나를 부러워하겠지? 우리는 아빠가 와서 정말 행복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꿈만 같았다. 1953년 8월 12일 날씨 : 해가 쨍쨍. 소풍. 아빠랑 엄마랑 동생이랑 다 같이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아빠도 웃고, 엄마도 웃고, 나랑 동생도 웃고! 우리 가족은 하루 종일 웃었다. 그리고 외할머니도 오랜만에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1953년 8월 16일 날씨 : 웃는 해님. 잠자는 척했다. 잠이 막 들려는데 엄마랑 아빠 말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한단다. 안 돼. 아직 아빠랑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아빠가 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잠자는 척해야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1953년 8월 17일 날씨 : 어제랑 같음. 아빠, 안녕. 아빠를 배웅하러 항구로 갔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아빠가 배 위로 올라갔다. 나는 "아빠, 가지 마!"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너무 슬퍼 말은 안 나오고, 꿀꺽꿀꺽 울음만 삼켰다. 1953년 9월 1일 날씨 : 좋음. 아빠의 편지. 아빠한테서 편지가 왔다. 편지지에는 소달구지를 타고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고 있는 우리 가족이 그려져 있었다. 너무 보고 싶어서 못 참겠다고 편지하면 아빠 마음이 더 슬프겠지? 억지로 하는 거지만, 잘 있다고 답장을 해야겠다. 1953년 9월 13일 날씨 : 구름이 조금 낀 하늘. 아빠한테 드리는 복숭아. 외할머니가 복숭아를 사 왔다. 정말 달고 맛있었다. 아빠도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림엽서에다가 복숭아를 그렸다. "아빠, 태현이가 이다음에 크면 맛있는 복숭아 많이 사 드릴게요."라는 글도 썼다. 1953년 10월 22일 날씨 : 좋음. 일기. 아빠는 바다 건너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는 원래 나만 보는 거지만 아빠가 보여 달라고 하면 한 번은 보여 줘야지. 그런데 언제 이 일기를 아빠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아기를 업은 소녀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동네 아이들이 난주네 집 담벼락 아래에 모여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어요. 이제 난주 차례예요. 난주는 공깃돌을 다 따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분이가 코를 움켜쥐며 벌떡 일어났어요. "윽! 이게 무슨 냄새야? 개똥이가 똥 쌌나 봐!" "조금만 기다려, 금방 올게!" 난주는 얼른 집으로 가서 개똥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었어요. 아이들은 그새 저희끼리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지요. 난주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개똥이를 흘겨보았어요. 해가 질 무렵이 되자 개똥이가 칭얼대기 시작했어요. "꼬꼬닭아, 울지 마라. 멍멍개야, 짖지 마라." 난주는 개똥이를 달래려고 동네를 세 바퀴나 돌았어요. 그러다 시장에 갔던 분이 엄마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지요. "아주머니, 우리 엄마는요?" "글쎄다. 두부 다 팔려면 아직 멀었던걸." 어느새 해가 서산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아이고, 허리야." 시장에서 돌아온 엄마는 바닥에 앉자마자 개똥이를 품에 안았어요. 그러고는 잠든 난주에게 물었지요. "얘, 밥은 먹고 자니?" 난주는 눈을 뜨려고 했지만 자꾸 눈이 감겼어요. "우리 난주는 학교에 다닐 나이인데, 이렇게 작고 말라서 어쩌나." 엄마는 개똥이에게 젖을 물리며 말끝을 흐렸어요. 드르륵드르륵, 다르륵다르륵. 맷돌 가는 소리에 난주는 몸을 뒤척였어요. 엄마가 새벽부터 맷돌에다 콩을 갈고 있었어요. 드르륵 다르륵 무거운 맷돌 소리와 함께 엄마의 무거운 한숨 소리가 실려 왔어요. 난주는 엄마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몸이 자꾸 이불 속을 파고들었지요. 엄마는 해도 뜨지 않은 아침부터 함지박을 이고 시장으로 갔어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두부가 고소한 냄새를 풍겼지만, 아무도 사 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아휴, 내년에는 우리 난주도 꼭 학교에 보내야 할 텐데." 엄마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어요. 반나절이 지나도록 두부는 하나도 팔리지 않았어요. 엄마의 어깨는 갈수록 처져 갔지요. 그런데 감자를 팔던 분이 엄마가 불쑥 말을 꺼냈어요. "난주 엄마, 얘기 들었어? 아랫마을 최 부잣집 말이야. 자식이 안 생겨서 이번에 양자를 들이기로 했대. 이참에 개똥이를 그 집에 입양 보내는 게 어때?" "아니, 멀쩡한 아들을 남의 집에 보내라니!" 이야기를 들은 아랫집 할머니가 펄쩍펄쩍 뛰었지만, 웬일인지 난주 엄마는 잠자코 있었어요. "난주야, 일어나서 이거 먹고 자." 한밤중에 돌아온 엄마가 함지박에서 떡 하나를 꺼냈어요. "우아, 이게 웬 떡이야!" "최 부잣집에서 잔치를 한다고 해서 두부 팔러 갔다가 얻어 왔지." "아, 부잣집 애들은 좋겠다. 만날 맛있는 것만 먹겠지?" 난주가 떡을 오물오물 씹으며 말하자, 엄마는 개똥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이튿날, 난주는 개똥이를 업고 엄마를 마중 나갔어요. 마침 길 건너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였지요. 난주가 손을 흔들려는데, 비단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어요. 아주머니는 엄마의 손에 주머니를 쥐여 주었어요. 그때 분이 엄마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개똥이는 좋겠네! 최 부잣집 아들이 되면 날마다 호강이지. 개똥이 데려가는 대신 돈도 많이 준다니, 난주 엄마 고생도 끝이네." 순간, 난주는 얼굴이 새하얘진 채 마구 뛰었어요. "난주야, 개똥이는?" 일찍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집 안을 두리번거리며 물었어요. "개똥이 없어." "뭐?" "개똥이가 없어졌어. 낮에 잠깐 나갔다 들어와 보니까." 엄마는 난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누가 데려갔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 엄마는 개똥이를 영영 못 찾을 거야!" 난주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쳤어요. 개똥이의 이름을 부르며 온 동네를 뛰어다닌 엄마는 아랫집 할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왔어요. 그때 어디선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우리 개똥이 맞지? 개똥아! 개똥아!" 엄마는 허겁지겁 소리가 들려오는 뒷집으로 달려갔어요. 개똥이는 커다란 독 안에서 숨이 끊어질 듯 크게 울고 있었어요. "개똥아!" 엄마가 개똥이를 꺼내려고 할 때였어요. 난주가 엄마를 밀치며 소리쳤어요. "개똥이 못 보내! 개똥이는 내 동생이야!" 난주의 말을 들은 엄마는 털썩 주저앉은 채 꺼이꺼이 울었어요. 아랫집 할머니도 눈물을 훔쳤지요. 비단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또 엄마를 찾아왔어요. 난주는 개똥이를 데리고 얼른 사립문 뒤로 숨었어요. 혹시 개똥이가 보일까 봐 포대기를 머리까지 뒤집어씌워 놓았지요. 엄마는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연거푸 미안하다고 했어요. 주머니도 도로 주었지요. "개똥아, 누나랑 죽을 때까지 함께 살자. 알았지?" 난주네 마을에 봄이 왔어요. 나무에는 연둣빛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개나리는 노란 꽃망울을 터뜨렸지요. 난주는 벌써 이가 네 개나 난 개똥이 손을 잡고서 엄마 마중을 가요. 저기, 엄마가 오고 있어요. 난주가 힘껏 엄마를 불러요. 개똥이도 엄마를 향해 팔을 활짝 벌려요.
제멋대로 예술가 백 아저씨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고물 라디오로 만든 로봇. 음악가인 백 아저씨는 버려진 고물 라디오로 덜그럭덜그럭 무언가를 만들었어. 아저씨가 만든 건 움직일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로봇이었지. 그래! 바로 나 케이456이야. 백 아저씨는 날 데리고 공연장에 갔어. 그러자 무엇보다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장의 관장 바그너 씨가 눈살을 찌푸렸지. "설마 이 로봇과 함께 공연할 참인가요?" "로봇은 무대에서 공연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나요?" 물론 공연장에 그런 규칙은 없었지. 바그너 씨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어. 공연이 시작되자 백 아저씨가 무대 위에 놓인 깡통을 힘껏 걷어찼어. 그러자 유리가 산산조각 나고, 달걀이 깨지고 말았지. 뒤에 놓인 장난감 자동차가 미끄러져서 피아노에 쾅 하고 부딪혔고, 그동안 나는 아저씨가 시킨 대로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무대 위를 돌아다녔지. 뻥! 와장창! 쨍그랑! 우당탕! 콰앙! 삐걱삐걱! 백 아저씨는 무대에서 나는 소리들을 듣고서 매우 만족스러워했어. 그때 바그너 씨가 씩씩거리며 쫓아왔지. "공연장에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난 시끄러운 소리를 연주했을 뿐이에요. 꼭 아름다운 음악만 연주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나요?" 백 아저씨는 우리가 내는 여러 가지 소리가 모두 음악이 될 수 있다고 했어. 백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내 삐걱 소리도 음악인 셈이지. 공연이 끝났습니다! 백 아저씨의 또 다른 공연 날이 되었어. 이번에 아저씨는 얌전히 피아노 곡을 연주했어. 그런데 갑자기 백 아저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가위로 관객의 넥타이를 싹둑 잘라 버렸지 뭐야. 백 아저씨의 엉뚱한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아저씨는 관객에게 사과를 하기는커녕 머리 위에 샴푸를 잔뜩 들이부어 버렸지. 놀란 관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바그너 씨는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아저씨를 노려보았어. 맙소사, 갑자기 백 아저씨가 공연장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어. "이, 이게 뭐야?" 기막힌 관객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어. 붉으락푸르락해진 바그너 씨는 발만 동동 굴렀어. 그때 공연장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어. "여보세요?" 바그너 씨가 씩씩거리며 전화를 받았어. "바그너 씨, 관객들에게 전해 주세요." "공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그만 돌아가세요!" "공연을 하다 말고 사라지는 건 규칙에 어긋나요!" "제 공연은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위한 거였어요. 그러니 공연은 무사히 끝난 거나 다름없지요." "이런 엉터리, 당장 공연장에서 나가요!" 결국 백 아저씨는 공연장에서 쫓겨나고 말았어. 나도 덩달아 함께 길거리로 내던져졌지. 바그너 씨는 몹시 화를 냈어. 하지만 관객들은 바그너 씨와 달랐어. "백의 공연에서는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맞아, 백이 무슨 일을 벌일까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공연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도 참 재미있어." "그래, 하품 나는 연주회나 어려운 전시회하곤 달라!"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전시회. 몇 달 뒤, 백 아저씨가 새로운 곳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렸어. "텔레비전을 이용한 거라지?"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전시회라더군." 사람들은 모두 기대에 차서 말했지. 하지만 바그너 씨는 콧방귀를 뀌었어. "그깟 텔레비전이 무슨 예술 작품이 되겠어? 보나 마나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거야." 드디어 백 아저씨의 새로운 전시회 날이 되었어.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지. 전시장에는 아무도 없고 바닥에 13대의 텔레비전만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거야. 관객들은 화면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서 깜짝 놀랐어. "이야, 이건 꼭 날 위한 전시회 같아." "매일 보던 텔레비전이 이렇게 멋진 예술 작품이 되다니!" 관객들은 백 아저씨에게 아낌없이 큰 박수를 보냈어. 전시회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지! "앗, 내가 거꾸로 서 있네!" "와, 저건 내 얼굴이잖아!" "어머!" "내 얼굴이 나오다니!" 참, 바그너 씨는 어떻게 됐냐고? 백 아저씨의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듣더니 인상만 잔뜩 찌푸리더래. 속으로 '이럴 줄 알았으면.' 하고 후회했겠지?
그림 속에 담긴 신화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올림포스산은 아주 높은 산이에요. 산꼭대기에는 구름이 가득하지요. 그 구름 위에는 세상을 다스리는 열두 신이 살아요. 신들은 날마다 모여서 축제를 열고,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먹지요. 신들의 왕 제우스 제우스는 신들을 다스리는 최고의 신이에요. 제우스가 번개를 던지면 하늘도, 땅도, 세상 모든 신도 벌벌 떨지요. 하지만 제우스도 무서워하는 게 딱 하나 있어요. 바로 아내 ‘헤라’랍니다. 질투쟁이, 헤라 헤라는 아름답지만, 질투심이 아주 강한 여신이에요. 제우스가 다른 여자를 쳐다보기만 해도 잔소리를 퍼붓지요. 하지만 누구보다 제우스를 사랑하는 아내예요. 헤라는 이 세상 모든 부부의 사랑을 지켜 주는 신이지요. 프로메테우스의 선물 프로메테우스는 동물들을 만든 뒤에, 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 ’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리석은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동물들에게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빠른 다리와 날개를 주는 바람에 사람에게 줄 것이 없지 뭐예요. 프로메테우스는 신들만이 갖고 있는 불을 훔쳐다가 사람에게 주었어요. 이 일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큰 벌을 내렸어요. 판도라의 선물 상자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 하나를 선물하며 절대로 상자를 열지 말라고 경고했어요. 하지만 호기심 많은 판도라는 상자를 열고 말았어요. 그러자 미움, 욕심, 병, 죽음 등이 빠져나왔어요. 놀란 판도라가 다급히 상자를 닫았을 때에는, 그 속에 ‘희망’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요. 이때부터 사람은 불행과 고통을 당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희망만은 우리 곁에 남아 있지요. 치당한 페르세포네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딸이 있었어요. 그런데 죽음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에게 반해 버렸어요.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속여서 죽은 자의 나라로 데려갔지요. 데메테르가 슬픔에 빠지자 곡식이 시들고 사람들은 굶주렸어요. 보다 못한 제우스는 페르세포네가 일 년 중에 여섯 달은 땅 위에서 지내게 했지요. 프시케와 에로스의 사랑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자기보다 더 예쁜 프시케를 보자 질투가 났어요. 그래서 사랑의 신인 에로스에게 부탁했지요. 프시케가 못생긴 남자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요. 하지만 에로스는 프시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어요. 에로스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절대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프시케가 약속을 어기고 에로스의 얼굴을 보고 말았어요. 화가 난 에로스는 올림포스산으로 떠나 버렸지요. 아프로디테는 곡식들을 일부러 섞어 놓고, 프시케에게 하루 만에 종류별로 골라 놓으라고 했어요. 그러자 어디선가 개미들이 나타나 곡식을 골라 주었어요. 화가 난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황금빛 양의 털을 구해 오라고 했어요. 하지만 황금빛 양은 너무 사나웠어요. 그때 강의 신의 도움으로 황금빛 양털을 구했어요.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죽은 자의 나라에 가서 페르세포네에게 아름다움을 얻어 오라고 했어요. 프시케는 머리가 셋 달린 무시무시한 개 케르베로스 옆을 지나 죽은 자의 나라로 들어갔어요. 프시케의 용기에 감동한 페르세포네는 상자를 내주었어요. 다만, 조건이 하나 있었어요. “절대 상자를 열어 보면 안 돼요.” 하지만 프시케는 상자를 열었고 그 순간, 잠의 씨가 나와 깊은 잠에 빠졌어요. 에로스는 제우스에게 프시케를 살려 달라고 애원했어요. 결국, 프시케는 올림포스산에서 신들과 함께 살게 되었지요. 수수께끼 내는 괴물 스핑크스 스핑크스는 정말 괴상하게 생겼어요! 얼굴과 가슴은 여자, 나머지는 사자예요. 겨드랑이에는 독수리 날개까지 달렸어요. 스핑크스는 바위 위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냈어요. “아침에는 다리가 네 개, 낮에는 다리가 두 개, 저녁에는 다리가 세 개인 것은 뭐게?” 문제를 못 맞히면 스핑크스에게 잡아먹혔지요.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달랐어요. ‘사람’이라고 정답을 말했거든요. 반은 사람, 반은 말인 켄타우로스 켄타우로스는 몸의 위쪽은 사람인데, 아래쪽은 말인 괴물이에요. 켄타우로스들은 성질이 아주 거칠고 사나워서,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지요. 하지만 케이론이라는 켄타우로스는 달랐어요. 사람들에게 활을 쏘고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을 뿐만 아니라, 병을 고치는 기술도 가르쳐 주었지요. 무시무시한 괴물 메두사 그리스 아테네에는 머리카락이 고운 메두사라는 소녀가 있었어요. 메두사는 자기 머리카락이 지혜의 여신 아테나보다 예쁘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지요. 그 이야기를 들은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살아 꿈틀거리는 뱀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고 메두사에게 아주 끔찍한 마법을 걸었지요. 앗, 조심하세요! 메두사와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하고 말아요. 죽은 자의 나라로 가는 문을 지키는 개 죽은 자의 나라 문 앞에는 개 한 마리가 있어요. 케르베로스라는 머리가 셋 달린 괴물이지요. 목에는 징그러운 뱀들이 잔뜩 감겨 있고, 무시무시한 이빨이 번뜩거려요.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도 케르베로스를 피해 죽은 자의 나라로 갈 수 없답니다. 하늘을 나는 말 페가수스의 탄생 괴물 메두사를 물리친 건 젊은 페르세우스였어요. 페르세우스는 메두사가 공격하려고 하자 재빨리 거울을 꺼냈어요. 거울에 비친 자기 눈을 보게 된 메두사는 그 순간, 딱딱한 돌이 되었어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자 떨어진 핏방울에서 페가수스가 태어났어요. 불을 내뿜는 괴물 키마이라 키마이라는 사자와 염소, 용의 머리가 달려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에요. 커다란 입을 쩍 벌릴 때마다 뜨거운 불을 내뿜어요. 사람들을 괴롭히던 키마이라는 페가수스를 타고 나타난 영웅 벨레로폰의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답니다. 제우스는 신보다 용감하고 힘센 영웅 헤라클레스의 아버지예요. 그 사실을 알게 된 헤라는 불같이 화를 냈지요. 힘센 영웅이 자기가 아닌 다른 여인에게서 태어나자 자존심이 상했던 거예요. 헤라는 무서운 뱀을 보내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그 뱀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지요. 화가 난 헤라는 어른이 된 헤라클레스에게 끔찍한 저주를 걸었어요. 헤라클레스의 탄생 헤라의 저주로 헤라클레스는 자기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말았어요. 그 뒤, 헤라클레스는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렵고 힘든 일 열두 가지를 해야 했답니다. 헤라클레스가 해낸 열두 가지 일이 뭘까? 헤라클레스를 따라가 보자고! 1. 사자 가죽 벗기기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일은 네메아 계곡에 사는 잔인하고 사나운 사자를 붙잡아 가죽을 벗기는 것이었어요. 2. 괴물 히드라 물리치기 히드라는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뱀이에요. 칼로 머리를 베어도 금세 다시 살아나지요.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머리를 벤 뒤, 조카 이올라오스가 준 횃불로 그 자리를 지졌어요. 3. 황금 뿔 사슴 잡기 케리네이아산에는 황금 뿔을 가진 사슴이 살아요. 왕에게 그 사슴을 잡아 오라는 명령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사슴을 사로잡아서 보여 주기만 하고 곧장 풀어 주었답니다. 4. 멧돼지를 산 채로 잡기 에리만토스산에 사는 멧돼지는 엄청나게 빨라요.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그물을 던져서 달리는 멧돼지를 사로잡았답니다. 5. 가축 우리를 하루 만에 청소하기 헤라클레스는 30년 동안 청소하지 않은 우리를 치워야 했어요. 헤라클레스는 강물을 끌어와 어마어마한 똥을 말끔하게 치워 버렸지요. 6. 사나운 새 떼 쫓기 청동 부리와 발톱을 가진 새 떼는 틈만 나면 사람을 공격했어요. 헤라클레스는 아테나 여신이 준 종을 울려 날아든 새들을 화살로 쏘아 죽였어요. 7. 미친 황소 사로잡기 크레타섬에는 미친 황소 한 마리가 살았어요. 헤라클레스는 맨손으로 황소의 뿔을 붙잡아서, 꼼짝 못하게 만들었지요. 8. 사나운 말 길들이기 디오메데스왕의 말 네 마리는 성질이 몹시 사나워서 아무나 건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그런 말을 단숨에 온순하게 길들였어요. 9. 황금 허리띠 뺏기 헤라클레스는 아마존의 전사들과 싸워서 큰 승리를 거두고, 아마존의 여왕이 가진 황금 허리띠를 빼앗아 왔어요. 10. 붉은 소 잡아 오기 에리테이아섬에는 머리 셋 달린 괴물 게리온이 붉은 소를 키우며 살고 있었어요. 헤라클레스는 독화살로 게리온을 물리치고 붉은 소를 잡아 왔어요. 11. 황금 사과 따기 헤스페리데스 동산의 황금 사과는 거인 아틀라스만 딸 수 있었어요.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 대신 하늘을 떠받쳐 주고 황금 사과를 얻었지요. 12. 케르베로스 사로잡기 머리가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가 어디에 사는지 기억나나요? 헤라클레스는 죽은 자의 나라로 가서 맨 손으로 케르베로스를 사로잡았답니다. 아폴론이 에로스의 활이 장난감 같다며 놀리자 에로스는 몹시 화가 났어요. 그래서 아폴론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아서 요정 다프네를 사랑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다프네에게는 미움의 화살을 쏘아서 아폴론을 싫어하게 만들었지요. 이때부터 아폴론은 다프네를 쫓아다니고, 다프네는 아폴론을 피해 다니게 됐지요. 도망치다 지친 다프네는 나무로 변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러자 다프네의 몸은 점점 잎이 푸른 월계수로 변했어요. 거미로 변한 아라크네 아라크네는 베 짜는 솜씨가 아주 뛰어난 아가씨였어요. 아라크네는 자기가 아테나 여신보다 훨씬 솜씨가 좋을 거라고 자랑했지요. 그 이야기를 들은 아테나 여신은 아라크네에게 시합을 해 보자고 했어요. 결과는 아라크네의 승리였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된 아테나 여신은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고 평생 베를 짜며 살게 했지요. 수선화로 변한 나르키소스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나르키소스는 오로지 자기 모습을 가꾸는 것에만 신경을 썼지요. 슬픔에 빠진 에코는 목소리만 남게 되었어요. 그러자 신들은 나르키소스에게 마법을 걸어서, 물에 비친 자기 모습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지요. 나르키소스는 매일 호수만 바라보다 죽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서 한 떨기 꽃이 피어났어요. 사람들은 그 꽃을 수선화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목소리만 남게 된 에코는 메아리가 되었어요.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 악타이온은 무서운 사냥개를 끌고 다니는 사냥꾼이에요. 어느 날, 악타이온은 우연히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요정들이 목욕하는 것을 보았어요. 화가 난 아르테미스는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만들어 버렸지요. 그러자 사냥개들은 악타이온을 사냥감인 줄 알고 마구 쫓아갔어요.
일곱 개의 수염을 가진 호랑이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구불구불 굽이진 아흔아홉 고개를 어기여차 어여차 넘어가면, 얼룩얼룩 줄무늬가 있는 호랑이도 있고, 동글동글 점이 있는 호랑이도 있고, 점이 반, 줄무늬가 반인 호랑이도 있는 호랑이 마을이 나오지. 거기에는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맏형, 겁 많은 둘째 형, 호기심 많은 막내, 호랑이 삼 형제가 살고 있단다. 줄무늬 호랑이인 맏형 줄이는 아는 척을 잘하지. "고개를 넘어가면, 곶감이란 놈이 산대. 곶감은 호랑이를 보면 꿀꺽 잡아먹어 버린다지." 맏형 말을 들은 막내 범이가 고개를 갸웃했어. "형, 무서운 곶감이 나타나면 어떡해?" "도망가야지. 보나 마나 곶감한테 붙잡힐 테지만." "그럼 어떡해?" "어쩌긴, 너 같은 어린 호랑이는 고개 너머로 가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지." 동글동글 점무늬 둘째는 겁이 아주 많아. "고개 너머에는 곶감만 있는 게 아냐. 거기는 사람이 사는데, 우리를 보면 수염, 발톱, 눈썹까지 뽑아 간대." "그럼 어떡해?" "어쩌긴, 우리처럼 어린 호랑이는 고개 너머에 가면 안 되지." 형들 얘기를 들은 범이는 눈을 반짝거렸어. "엄마, 아빠와 곶감 중 누가 더 힘이 세요?" "그야 물론 아빠가 세지. 아빠는 호랑이 마을의 대장이야." "산신령님을 도와 산이 평화롭도록 보살피시지." 그래도 범이는 고개 너머로 간 아빠가 자꾸 걱정됐어. '아빠가 곶감이나 사람한테 붙잡히기라도 하면.' 이튿날, 범이가 고갯길 앞을 어슬렁거리는데, 그 모습을 본 까치 한 마리가 물었어. "꼬마야, 저 고개 너머로 가고 싶니?" "가고 싶긴 하지만 고개 너머는 아주 무서운 곳이래." "다른 짐승들은 벌벌 떨지만 난 아냐. 오히려 고개 너머 사람들이 날 무서워하지. 못 믿겠으면 마을까지 함께 가 볼래?" 까치는 냉큼 범이 등에 내려앉았어. 범이는 까치를 태우고서 고개를 넘어갔지. 마침내 범이는 아흔아홉 고개를 모두 넘어 사람들이 사는 마을까지 왔어. 범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을 잃었지. 그런데 까치가 갑자기 포르릉 날아오르더니, "네 덕분에 편히 왔다." "그럼, 잘 돌아가려무나." 하고 쌩하니 날아가 버리지 뭐야. 범이는 홀로 마을에 남겨지고 만 거야. 해가 저물어 어두운 밤이 될 때까지 마을을 헤매던 범이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어. 그때 길을 가던 한 소년이 범이를 보았어. "앗, 새끼 호랑이잖아. 이런, 기운이 없나 보구나." 소년은 범이를 집으로 데려왔어. 소년의 집에는 병든 어머니가 앓고 있었지. "먹을 게 곶감밖에 없네. 이거라도 먹으렴." 소년의 말에 범이는 겁을 먹고 털을 쭈뼛 세웠어. 그때 코끝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지 뭐야. 배고픈 범이는 소년이 내민 곶감을 넙죽넙죽 받아먹었어. 범이가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때였어. "엄마, 장터에 검은 줄무늬에 눈이 부리부리한 호랑이 한 마리가 붙잡혀 왔대요." 순간 범이는 아빠가 떠올랐어. '혹시 우리 아빠가 붙잡힌 게 아닐까?' 범이는 장터를 향해 번개처럼 달렸지. 소년은 헐레벌떡 범이를 뒤쫓았고. "아빠!"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달려간 범이는 우리 앞에서 울음을 뚝 그쳤어. 붙잡힌 호랑이는 아빠가 아니었던 거야. "이봐, 꼬마! 너도 붙잡힌 거냐?" "아니요, 아저씨. 저는 아빠를 찾고 있어요. 우리 아빠는 호랑이 마을의 대장이에요." "저런, 한발 늦었구나. 대장님은 산신령님을 모시고 옆 마을로 갔단다." 범이는 소년과 함께 옆 마을로 가 보았지만 거기서도 아빠를 만날 수는 없었어. 범이는 꼬리를 축 늘어뜨렸어. "이 나무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우리 같이 소원을 빌자." 소년은 아픈 엄마가 빨리 낫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 범이는 아빠를 꼭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산신령님을 모시고 고개 너머로 돌아가던 아빠가 나무 아래에 있는 범이를 발견한 거야. "범아!" "와! 정말 소원이 이루어졌어." 범이는 겅중겅중 뛰며 좋아했어. 그런데 범이는 혼자만 소원을 이룬 게 미안했어. "산신령님, 어떻게 하면 친구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을까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산신령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지. "사람의 병을 낫게 하려면 호랑이의 수염이 필요해." 범이는 기꺼이 소년에게 수염 하나를 뽑아 주었어. 그리고 소년은 범이에게 곶감을 주었지. 그날 밤, 범이는 아빠와 함께 호랑이 마을로 돌아왔어. 참, 소년의 엄마는 어찌 되었게? 산신령님 말씀대로 호랑이 수염 덕분에 병이 말끔하게 나았지. "범아, 곶감은 봤어? 내 말대로 아주 무섭지?" 맏형 줄이가 물었어. 범이는 킥킥 웃으며 소년이 준 곶감을 꺼내 보였지. "이게 뭐니?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줄이는 곶감을 한입에 꿀꺽 삼켰어. "형, 그게 바로 무시무시한 곶감이야!" 그 말에 얼굴이 빨개진 줄이는 깊은 산속으로 줄행랑을 쳤어. 굽이진 아흔아홉 고개 너머에 있는 호랑이 마을에 수염이 일곱 개밖에 없는 호랑이 한 마리가 있대. 그게 누군지 알겠니?
쨍강쨍강, 엿장수 마음대로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챙챙 채쟁챙 요란한 이 소리는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 소리가 틀림없어요. 아저씨는 열흘에 한 번씩은 꼭 규식이네 마을에 오거든요. 꼬마들은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엿장수 아저씨에게 달려갔어요. 규식이도 뒤질세라 힘껏 달려갔지요. 어느새 엿장수 아저씨 주변에 동네 꼬마들이 모두 모였어요. “와, 엿이다!” “아저씨, 아저씨! 엿 주세요!” “아저씨, 저도 엿 주세요!” 엿장수 아저씨는 엿 부스러기를 꼬마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었어요. “옜다, 맛이나 보거라!” “이 녀석! 그건 파는 엿이야!” 개복이가 기다란 엿가락에 손을 대려 하자, 아저씨가 개복이 손등을 탁 쳤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곧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지요. “기다란 엿가락이 먹고 싶으면 엿하고 바꿀 물건을 가져오거라!” 개복이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 마루 밑을 샅샅이 뒤졌어요. “야! 신난다. 빈 병이다!” 몽실이는 부엌으로 달려가서 선반을 이리저리 살폈지요. “야, 부러진 숟가락이다!” 영남이는 안방 문 앞으로 달려가서 냅다 소리쳤어요. “엄마, 엿장수 왔어요! 빨리요, 빨리!” 그러자 방문이 드르륵 열렸어요. “아휴, 시끄러워. 알았다, 알았어. 이걸로 사 먹어라!” 엄마가 귀찮다는 듯 동전을 휙 던져 주었어요. 규식이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루 밑부터 샅샅이 뒤졌어요. 부엌 선반도 요리조리 살폈지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 봐도 엿하고 바꿀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어요. 규식이는 금세 울상이 되었어요. 바로 그때 장독대 위에 있는 누나의 흰 고무신이 보였어요. “빈 병 하나에 엿 한 가락!” 개복이는 엿 한 가락, “숟가락 하나에 엿 두 가락!” 몽실이는 엿 두 가락, “동전 한 닢에 엿 세 가락!” 영남이는 엿 세 가락을 받았어요. “아저씨, 왜 나는 한 가락이에요? 내가 가져온 빈 병이 제일로 큰데!” 개복이가 투덜댔어요. “그거야 엿장수 마음이지!” 아저씨의 말에 친구들이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맞아, 맞아! 엿장수 마음이야!” “맞아! 엿 주는 건 아저씨 마음이야! 하하하!” “아, 아저씨, 고무신도 돼요?” 뒤늦게 고무신을 들고 온 규식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엿장수 아저씨는 고무신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어라, 새 고무신이네! 좋다, 너는 엿 열 가락이다!” 규식이는 입이 헤벌어졌어요. “우아, 정말 열 가락이나 주는 거예요?” “그럼, 엿장수 마음인데! 하하하!” 옥분이는 고무신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이상하다, 내 신이 어디로 갔지? 분명히 장독대 위에 올려놨는데.”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고무신은 보이지 않았어요. 때마침 규식이가 입 안 가득 엿을 물고 집으로 들어왔어요. 규식이를 보는 순간, 옥분이 얼굴이 벌겋게 변했어요. “규식이 너, 누나 고무신 못 봤어?” 규식이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 하자, 옥분이가 다그쳐 물었어요. “그런데 너, 그 엿 어디서 났어?” 하지만 규식이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챙챙 채쟁챙 챙챙 요란한 이 소리는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 소리가 틀림없어요. 이번엔 어쩐 일인지 아저씨가 이레 만에 왔어요. 아저씨는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어요. 챙챙 채쟁챙 “엿 사시오, 엿 사! 달달달 달콤한 쌀엿이오! 말랑말랑 구수한 고구마엿, 참깨 들깨 고소한 깨엿이오! 쫀득쫀득 맛 좋은 호박엿, 구멍 숭숭 기다란 가락엿이오! 엿 사시오, 엿 사!” “아저씨, 내 고무신 돌려주세요!” 옥분이가 엿장수 아저씨를 보자마자, 대뜸 소리쳤어요. “고무신이라니요?” “지난번에 제 동생이 고무신 가져와서 엿하고 바꿨잖아요!” “그랬던가? 나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엿장수 아저씨가 능청스럽게 대답했어요. 옥분이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간난이 시집가는 날 신으려고 아껴 둔 새 신인데.’ 옥분이는 너무 속상해서 훌쩍훌쩍 울고 말았어요. 옥분 씨, 여기서 왜 울고 있어요? 어느샌가 엿장수 아저씨가 다가와 옥분이에게 물었어요.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흑흑 그런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요? 그게 뭐 중요한가요? 엿장수 아저씨는 쑥스러운 듯 무엇인가를 옥분이에게 내밀었어요. 그건 흰 고무신이었어요. 아니, 이건 내 고무신이네! 옥분이는 고무신을 보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그때였어요. “누나, 아저씨하고 거기서 뭐 해?” 언제 왔는지 규식이가 불쑥 나타나 소리쳤어요. 옥분이와 아저씨의 얼굴이 앵두처럼 빨개졌지요. 규식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르며 놀리기 시작했어요.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누나하고 아저씨하고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화들짝 놀란 아저씨는 규식이를 잡아 세운 뒤 입을 막고 조용히 말했어요. “쉿,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규식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알았어요. 그 대신 앞으로 나한테 엿가락 많이 줘야 해요!” “그럼, 그럼. 많이 주고말고!” 엿장수 아저씨가 이번엔 사흘 만에 왔어요. “옜다, 규식아! 많이 먹어라!” 아저씨가 규식이에게 긴 엿가락을 주자, 개복이가 화를 내며 말했어요. “아저씨, 난 이렇게 큰 솥뚜껑 가져왔는데, 왜 규식이 먼저 줘요?” 그러자 규식이가 크게 소리쳤어요. “그야 엿장수 마음이지, 그것도 몰라?” 규식이의 말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어요.
우리 언니 시집가는 날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잔치 음식 냄새가 온 집 안을 감쌌어요. 맛있는 냄새는 늦잠을 잔 분이의 방에도 스르르 스며들었지요. “아이, 배고파! 무슨 냄새지?” 기지개를 켜던 분이의 입에 침이 가득 고였어요. “맞아, 내일이 언니 혼례 하는 날이지!” 마당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로 분주했어요. 고모랑 이모랑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것저것 부치고 지지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요. 부엌으로 달려간 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부뚜막은 온갖 맛있는 것들로 가득했거든요. 막 쪄내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약밥과 달걀옷을 입혀 노릇노릇 지져 낸 명태전, 불면 휙 날아갈 듯한 한과까지. “이야, 모두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한과를 잡으려고 분이가 손을 쭉 뻗는데, 이모가 손등을 찰싹 쳤어요. “안 돼! 그건 내일 쓸 거야.” 분이는 금세 울상이 되고 말았어요. 그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모가 고개를 돌려 마당을 보는 사이 분이는 한과 하나를 몰래 집어 입 안에 쏙 넣고는 할머니에게 달려갔어요. “할머니, 저 상자는 뭐예요?” “함이란다. 함 안에는 혼서와 혼수가 들어 있지.” 할머니가 분이 손을 지그시 잡으며 말했어요. “언니, 언니 혼례식에 쓸 함이 왔네?” 분이가 언니 방으로 달려가며 소리쳤어요. 언니는 다홍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어요. “우아, 치마랑 저고리 정말 예쁘다!” 작은 손으로 언니 한복을 만지작거리자, 사락사락 소리도 예쁘게 났어요. “언니, 이 옷 작아지면 나 줘라, 응?” 언니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옥이야, 안에 있니? 이거 먹거라. 봉치떡 위에 있던 밤과 대추란다.” 그런데 후다닥 분이가 앞을 가로막았어요. “내가 먼저 먹을래요. 나 배고프단 말이에요.” “안 돼! 이건 시집가서 잘 살라고 언니만 먹는 거야.” 샘이 난 분이가 소리쳤어요. “나도 언니처럼 시집가면 되잖아요!” 분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쳇, 나는 아직 한 끼도 못 먹었는데.” 뻐끔뻐끔 곰방대를 피우던 할아버지도, “분이야, 게 있지 말고 나가 놀아라.” 하며 아무도 분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어요. 심통이 난 분이는 할머니를 찾아가 떼를 썼어요. “할머니, 아침도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파요.” 그러자 할머니는“아이고, 가엾은 우리 손녀.”하며 닭찜이랑, 한과랑, 봉치떡까지 모두 내주었지요. “와, 맛있겠다!” 할머니가 준 음식을 신나게 먹고 있는데, 두런두런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누는 말소리가 들렸어요. “옥이는 어쩌면 그렇게 예쁜지 몰라.” “아까 족두리 쓴 걸 보니 꼭 선녀 같던걸?” “족두리?” 분이는 살금살금 언니 방으로 갔어요. 살짝 문을 열어 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었어요. “우아, 모두 처음 보는 물건들이네!” 언니 방에는 조금 전엔 없었던 예쁜 물건들이 많이 있었어요. 알록달록 고운 옷과 꽃신, 족두리, 커다란 비녀와 작고 예쁜 버선. 그중에서도 분이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반짝반짝 예쁜 구슬이 박힌 족두리였어요. “와, 정말 예쁜 족두리다!” 분이는 족두리가 너무 갖고 싶었어요. “다들 바쁘니까 가져가도 모르겠지?” 분이는 치마폭에 족두리를 감춰서 살금살금 언니 방을 나와 장독대로 달려갔어요. 그곳엔 분이만 아는 비밀 장소가 있거든요. 분이는 족두리를 꺼내 조심스럽게 머리 위에 올려 보았어요. “분이야, 분이 어디 있니?” 멀리서 분이를 찾는 소리가 들렸어요. 분이는 얼른 족두리를 감추었어요.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잖아.” “으응, 심심해서 혼자 놀고 있었어.” 분이가 우물쭈물 대답했어요. “그랬구나. 이젠 언니가 같이 놀아 줄게.” 언니를 보자, 분이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자, 분이에게 주는 선물이야.” 언니는 분이에게 빨간 댕기를 내밀었어요. 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언니를 보았지요. “너, 이 댕기 갖고 싶었지?” “정말로 이렇게 예쁜 걸 나한테 주는 거야?” “언니는 이제 댕기가 필요 없어. 왜, 마음에 안 드니?” 분이는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날 밤 분이는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잠이 든 할머니를 흔들어 깨웠어요. “할머니, 언니가 내일 시집가면 이제 우리랑 같이 안 사는 거예요?” “그렇단다.” 할머니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시집가면 아주 안 오는 거예요?” 분이는 갑자기 목이 메어 왔어요. 분이는 베개를 들고 살금살금 언니 방으로 갔어요. “여태 안 잔 거야? 이리 와, 언니랑 같이 자자.” 언니는 분이를 꼭 안아 주었어요. 언니도 분이처럼 잠이 오지 않았나 봐요. “분이야, 봄에 나물 캐러 갔던 거 생각나니? 그때 다리 아프다고 엉엉 울었잖아. 언니는 울보 분이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분이도 기억이 났지만 왠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언니, 시집 안 가면 안 돼? 함이랑 옷이랑 다 돌려주면 되잖아. 나랑 여기서 같이 살자, 응?” 분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언니는 분이를 꼭 안아 주었어요.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언니가 분이 보러 꼭 다시 올게.” “정말?” 분이가 눈물을 닦으며 물었어요. “그럼, 우리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할까?” 언니는 손가락을 걸며 분이의 손을 잡아 주었어요. 다음 날 아침, 분이가 잠에서 깨어 보니 언니는 벌써 일어나고 없었어요. 분이는 벌떡 일어나 장독대로 달려갔어요. 어제 몰래 가져다 놓은 족두리는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혼례식 할 때 족두리가 없어진 걸 알면 언니가 많이 슬퍼할 거야.’ 분이는 언니 방에 살짝 족두리를 두고 나왔어요. 혼례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당은 동네 사람들로 가득 찼어요. 멋진 그림을 수놓은 병풍이 쳐지고, 커다란 상 위에는 예쁜 촛대가 놓였어요. 그리고 파랗고 빨간 보자기로 싼 닭과, 소나무와 대나무 가지를 꽂은 꽃병이 준비되자, 화려한 예복을 차려입은 신랑 신부가 수줍은 듯 조심스럽게 나타났어요. 드디어 언니의 혼례식이 시작된 거예요. 언니는 눈이 부실 만큼 예뻤어요. 나물 캐러 가서 본 연분홍 진달래도, 장독대 옆 하얀 민들레도,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앵두꽃도, 족두리를 쓴 언니보다는 못했지요. 동네 사람들도 언니가 예쁘대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보다 더 아름답대요. 분이는 예쁜 언니가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백전백승 거북선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민욱이와 준수는 현충사에 갔어요. 거북선을 본 민욱이는 마치 자기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박사님인 것처럼 눈에 힘을 주고 설명했어요. "흠흠, 거북선은 소나무로 만든, 거북처럼 생긴 배야.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일본 배들을 무찔렀지.” 하지만 준수는 민욱이의 설명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에잇, 또 잘난 척! 나는 구슬이나 가지고 놀 거야.” 책을 보고 있던 민욱이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어 보니, 준수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어? 준수야!” “어, 준수야? 어떻게 된 거야?” 민욱이가 준수를 발견한 곳은 바로 그림 속이었어요. 그림 속에는 준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어요. 깜짝 놀란 민욱이가 준수에게 손을 뻗었어요. 휘리리릭! 민욱이도 어느새 그림 속 세상에 들어왔어요. “우아! 여긴 진짜 거북선 안이야!” “우리가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린 지금 조선 시대로 온 것 같아.” 당황한 민욱이가 책을 뒤적거리며 말했어요. “또 잘난 척! 책은 그만 들여다보고 저쪽으로 가 보자. 뭔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준수는 민욱이를 끌고 어느 문 앞으로 갔어요. “와, 이순신 장군이야!” 깜짝 놀란 민욱이가 소리를 질렀어요. 책에서만 봤던 이순신 장군이 진짜 눈앞에 있었어요. “이순신 장군? 많이 들어 보긴 했는데, 누구더라?”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으로 왜적을 물리치신 분이잖아. 장군님을 직접 뵙다니 정말 놀라워!” “장군님! 드디어 왜적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병사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어요. “전쟁이야! 진짜 전쟁이 일어났나 봐!” 민욱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전쟁? 그렇다면 우리도 도와야지!” 준수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준비가 된 것 같았어요. 왜적들의 배가 바다를 뒤덮자, 이순신 장군은 느닷없이 후퇴 명령을 내렸어요. “후퇴하라!” 덜컥 겁이 난 준수가 민욱이에게 물었어요. “야! 잘난 척!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민욱이도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만 저었어요. 왜적들의 배가 거북선 앞까지 다가왔어요. 민욱이와 준수는 너무 무서워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어요. 그때, 이순신 장군이 크게 외쳤어요. “공격하라!” 그러자 거북선은 무서운 속도로 왜적들을 향해 돌진했어요. 순식간에 우리나라 배들이 왜적의 배를 둥그렇게 둘러싸 버렸지요. “발포하라!” 이순신 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에서 대포가 발사되었어요. 준수와 민욱이는 그제야 후퇴한 것이 장군의 작전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난 다 알고 있었다고! 이게 바로 학익진이야!” 민욱이는 언제 겁냈냐는 듯 당당하게 말했어요. 사방에서 커다란 대포 소리와 왜적들이 바다로 떨어지는 소리, 배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연기와 함께 왜적의 배들이 하나둘씩 바다로 사라져 버렸어요.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조용해지더니 만세 소리가 들려왔어요. “만세, 이겼다!” “와! 만세!” 마침내, 거북선을 앞세운 우리 수군은 수많은 왜적을 무찔렀어요. 민욱이와 준수도 함께 기뻐하며 만세를 외쳤지요. 민욱이와 준수는 얼굴이 빨개졌어요. 하지만 기분만은 최고였어요. 오늘 누구보다 멋진 시간을 보냈거든요. 둘은 마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칠 년에 걸친 임진왜란은 우리나라에 수많은 인명 피해와 문화적 손실을 가져왔어요. 그 전쟁 속에서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켜 내고 민족을 구해 낸 최고의 공로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었지요. 왜군의 수가 우리 군사의 수보다 월등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앞세워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어요. “그러지 말고 잘 들어 봐! 거북선은 판옥선이라는 배를 고쳐서 만들었는데, 그 위에 덮개를 덮고 뾰족한 쇠를 심어서 위에서 뛰어 들어오지 못하게 했어.” 민욱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보면서 설명을 했어요. “어? 내 구슬!” 갑자기 준수의 손에서 구슬이 또르르 떨어졌어요. 이순신 장군은 우렁찬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소리쳤어요. “전 함대에 명을 내려라! 적함을 일제히 포위하여 물리칠 것이다. 진격하라!” 병사들은 이순신 장군의 지시에 따라 민욱이와 준수도 뭔가 돕고 싶었어요. 재빠르게 움직였어요. 각자의 자리로 가서 척척 싸울 준비를 했지요. 민욱이와 준수도 뭔가 돕고 싶었어요. “좀 더 속력을 내거라!” 둥둥 북소리가 울리고 하늘 높이 연이 떠올랐어요. 그러자 다른 배들도 빨간 깃발을 올렸어요. “북소리로 명령을 전달하고, 연과 깃발로 연락을 하는 거야. 이 시대엔 전화나 무전기 같은 게 없었으니까.” 민욱이와 준수는 현충사에 갔어요. 거북선을 본 민욱이는 마치 자기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박사님인 것처럼 눈에 힘을 주고 설명했어요. 흠흠, 거북선은 소나무로 만든, 거북처럼 생긴 배야. 민욱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전쟁? 그렇다면 우리도 도와야지!” 준수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준비가 된 것 같았어요. “만세! 거북선 만세! 이순신 장군 만세!”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지자, 민욱이와 준수가 눈을 번쩍 떴어요. 사람들이 모두 둘을 쳐다보고 있었지요. “어? 언제 우리가 다시 돌아왔지?”
살아 숨 쉬는 벽화 속 이야기
예술경험
초등_고학년
해를 다스리는 신은 모든 신들의 으뜸이었어요. 해신이 쏟아 내는 빛이 있어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달을 다스리는 신도 해신만큼 대단했어요. 달신이 세상의 모든 물을 다스렸거든요. 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살 수가 없지요. 해신과 달신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어요. 무럭무럭 자란 신의 아들은 이미 일곱 살에 활을 잘 쏘기로 소문이 자자했어요. 일단 활을 쏘면 날쌘 사슴도 무서운 호랑이도 단번에 맞혔어요. 신의 아들이 나타나면 세상 모든 동물들은 도망가기 바빴지요. 어엿한 청년이 된 신의 아들은 땅으로 내려가 나라를 세우기로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무시무시한 괴수가 나타나 신의 아들의 뜻을 꺾으려 했어요. 나는 해신과 달신의 아들이다. 누가 감히 내 앞길을 막는 것이냐! 이때 하늘을 나는 비어와 사람의 머리에 새의 날개를 가진 천추가 날아왔어요. 이들은 신의 아들을 도와 괴수를 물리쳤어요. 마침내 해신과 달신의 아들이 땅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대장장이 신과 수레바퀴 신이 찾아왔어요. “저희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나라를 세우려면 강한 힘이 필요하니까요.” 농사의 신도 급히 달려왔어요. “농사가 잘되어야 백성들이 모입니다. 제가 농사를 돕겠습니다.” 해신과 달신의 아들은 여러 신의 도움으로 나라를 세웠어요. 그러자 힘센 장수들과 주변에 있는 작은 나라의 우두머리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맹세했어요. “당신을 왕으로 모시겠습니다.” 왕은 넓은 대륙을 정복하기로 결심했어요. 대장장이 신의 도움으로 칼과 창을 만들고, 수레바퀴 신의 도움으로 수레도 만들었어요. 또 전쟁에서 싸울 많은 병사들도 모았지요. 왕의 군사들은 강하고 용맹스러운 군대로 길러졌어요. 마침내 전쟁이 벌어졌어요. 두꺼운 갑옷을 입은 왕은 말을 타고 큰 창을 휘두르며 용감하게 앞장섰어요. “용맹스러운 군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군사들은 왕의 뒤를 이어 씩씩하게 싸웠어요. 마침내 치열했던 전투가 끝이 났어요. 적의 우두머리는 무릎을 꿇고 항복했어요. 왕이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거예요. “모두들 궁으로 돌아가자!” 군사들이 흥겹게 악기를 연주하며 왕을 따랐어요. 둥둥둥 북을 두드리고 필릴리 필리 호각을 불며 모두들 승리를 기뻐했어요. 백성들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승리를 기뻐했어요. 모두들 마을 어귀로 달려 나와 자랑스러운 왕과 용맹한 군사들에게 오색 꽃가루를 뿌리며 맞아 주었지요. 왕의 백성들은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어요. 또 아슬아슬한 묘기도 부리면서 한바탕 잔치를 벌였지요. 왕은 흥겨워하는 백성들을 보자, 마음이 흐뭇했어요. 단아한 악기 소리가 달빛을 타고 울려 퍼지고, 왕과 백성들은 밤새도록 잔치를 즐겼어요.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이 흘러갔어요. 어느 날 왕은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요. “아들아, 이젠 돌아오너라! 네 고향 하늘로 돌아오너라!” 해신과 달신이 왕을 부르는 소리였지요. 왕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어요. 그때, 갑자기 북쪽 하늘에서 현무가 다가왔어요. “해신과 달신의 아드님! 저는 북쪽 하늘을 지키는 현무입니다.” 그리고 남쪽 하늘에서는 주작이 날아왔어요. “저는 남쪽 하늘을 지키는 주작입니다.” 잠시 뒤, 청룡과 백호도 날아왔어요. “저는 동쪽 하늘을 지키는 청룡입니다.” “저는 서쪽 하늘을 지키는 백호입니다.” 현무와 주작, 청룡과 백호는 왕에게 머리를 숙였어요. “저희들은 하늘을 지키는 사신입니다. 당신을 하늘길로 인도하겠습니다.” 왕은 사신의 보호를 받으며 하늘로 올라갔어요. 하늘에서는 축제를 열어 해신과 달신의 아들을 맞았어요. 흥겹게 축제를 즐기던 왕은 사신에게 땅의 나라도 지켜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뒤 하늘과 땅 모두에서 풍요로운 날들이 계속되었지요.
끙끙 혼자 눠요
신체운동_건강
유아
다섯 살 민지는 밥도 혼자 먹고, 옷도 혼자 입고, 무엇이든 혼자서도 잘해요. "이도 혼자 닦을래요." 치카치카, 푸카푸카, 오로록 퉤! "히히, 엄마 저 잘하지요?" 양치질을 하고 나니 배에서 부글부글! 똥이 마려웠어요. "똥도 혼자 눌 수 있어." 민지는 자신만만하게 변기에 털썩 앉다가 엉덩이가 변기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어요. 변기 시트가 위로 올려져 있었거든요. "으앙, 엄마!" 민지의 울음소리를 듣고, 엄마가 깜짝 놀라 달려왔어요. "어이쿠, 우리 민지. 많이 놀랐겠네." 엄마는 변기에 빠진 민지를 꺼내 주고, 깨끗이 닦아 주었어요. 엄마는 민지를 다시 변기에 앉혀 주었지만 똥이 배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끄응! 똥이 안 나와요. 안 눌래요." "끄응!" 민지는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어요. 엄마는 민지 배를 살살 문질러 주었어요. 그러자 다시 부글부글 똥이 마려웠어요. "민지야, 엄마가 도와줄까?" "아니요, 저 혼자 할래요." 민지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꼭 닫았어요. 먼저 변기 시트가 똑바로 내려졌는지 살폈어요. 그리고 팬티를 내리고, 조심조심 변기에 앉았어요. "끄으응, 끙!" "야호, 다 눴다!" 민지는 도로록 톡! 화장지를 떼었어요. 그리고 엉덩이에 대고, 앞에서 뒤로 쓰윽! 깨끗이 닦았어요 다 닦은 화장지는 휴지통에 버렸어요. 민지는 팬티를 올리고는 엄마를 향해 말했어요. "엄마, 혼자 똥 눴어요. 저 잘했죠?" "그래, 잘했다. 손도 깨끗이 닦았니?"민지는 손을 슬며시 뒤로 하고 빙긋 웃었어요. "똥이나 오줌을 누고 나면 손을 꼭 닦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세균이 입속으로 들어갈 지도 몰라!" 민지는 슬그머니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화장실에서 구린내가 퐁퐁! 변기 속에 똥이 둥둥! "아차차! 물을 안 내렸네!" 민지는 쏴 변기 물을 내렸어요. 그리고 뽀글뽀글 비누칠을 해서 물로 쓱쓱 싹싹 깨끗이 손을 씻었어요. "야, 우리 민지 최고다!" 엄마가 화장실을 둘러보며 칭찬했어요. 민지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저는 뭐든지 혼자 할 수 있어요!" 민지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어요. 그러다가 미끄덩 쿵!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지요. "이런, 민지야! 화장실 바닥은미끄러우니까 조심해야 해." 민지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밖으로 나오더니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어요. "엉덩이, 엉덩이!" 하면서요.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민지는 킥킥거리며 말했어요. "아까 유치원에서 준호 엉덩이 봤어요." 민지는 다시 까르르 웃었어요. "엄마, 준호는 바지를 엉덩이 밑으로 내리고 서서 오줌을 눠요!" 민지는 유치원에서 준호를 놀렸던 것을 떠올렸어요. "엄마, 준호는 왜 서서 오줌을 눠요?" 민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어요. "아빠도 서서 오줌을 누는걸!"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민지에게 말했어요. "아빠도요?" 민지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어요. "그럼, 남자와 여자는 서로 몸이 달라. 그래서 남자는 서서 오줌을 누고, 여자는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게 편하지." 민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어요. 문득 민지는 준호를 놀렸던 일이 미안했어요. "남자와 여자가 달라서 오줌을 누는 모습도 다른 거구나!" 민지는 예쁜 종이에 편지를 썼어요. 준호야 놀려서 미안해 민지
공주 양말
신체운동_건강
유아
“싫어, 까만색 양말 신기 싫어! 레이스 달린 분홍 양말 신을래!” 아침부터 송이는 심술이 났어요. “레이스 달린 분홍 양말은 빨았어. 오늘만 까만색 양말 신고 가.” 엄마는 송이를 겨우 달래서 까만색 양말을 신겨 주었어요. 유치원에 간 송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나리의 분홍 레이스가 달린 양말이 부러웠거든요. ‘나도 레이스 달린 분홍 양말 신고 싶은데.’ 송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친구들을 쳐다봤어요. 그때 나리가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었어요. “공주놀이 할 사람 여기 붙어라!” “나도 공주놀이 할래.” 송이가 다가가자 나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안 돼. 너는 바지 입고 까만색 양말 신었으니 공주 못 해!” “맞아, 공주는 까만색 양말 안 신어.” “흥! 나도 너희랑 안 놀아!” 그때 민호가 송이의 양말을 가리키며 놀렸어요. “송이는 남자 양말 신었대요.” “남자 양말 아니야! 이건 그냥 까만색 양말이야!” 송이는 힘껏 소리쳤지만, 이내 시무룩해졌어요. 집에 돌아온 송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어요. “으앙, 까만색 양말 싫어! 나도 레이스 달린 분홍 양말 신고 싶어.” 송이는 까만색 양말을 휙휙 벗어 던졌어요. 송이 혼자 방에 있는데 갑자기 동생 용이가 송이를 불렀어요. “누나! 짜잔! 내 레드 파워를 받아라!” 용이는 손에 빨간색 양말을 낀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 빨간색 양말은 송이에게 작아서 용이에게 물려 준 양말이었어요. 송이는 쿡 웃음이 났지만 꾹 참았어요. “누나, 나 멋있지?” “멋있긴 뭐가 멋있어! 여자 양말 손에 끼고서!” 송이는 버럭 화를 냈어요. 하지만 용이는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어요. “이거 여자 양말 아니야. 난 이 양말이 맘에 쏙 드는데? 그날 저녁, 빨래를 널던 엄마가 말했어요. “이를 어째! 송이의 레이스 달린 분홍 양말에 구멍이 크게 나 버렸네. 송이야, 엄마가 내일 레이스 달린 분홍 양말 꼭 사다 줄 테니, 내일도 다른 양말 신고 가야겠다.” 송이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잠을 자려고 누워도 머릿속은 온통 양말 생각뿐이었어요. 분홍색 양말, 까만색 양말, 레이스가 달린 양말. 온갖 양말들이 머리 위에서 둥둥 떠다녔어요. 그러다가 낮에 용이에게 화낸 일이 생각났어요. ‘용이는 양말 색깔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송이는 살그머니 용이 방으로 가 보았어요. 용이는 쿨쿨 잠을 자고 있었어요. 장난감 사이로 빨간색 양말이 보였어요. ‘용이 생각이 맞아, 여자 색깔, 남자 색깔이란 건 없어.” 다음 날 송이는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엄마가 송이의 방으로 들어왔어요. 엄마는 레이스와 리본을 단 노란색 양말을 들고 있었어요. “송이야, 분홍색 아니어도 괜찮니?” “네, 분홍색이 아니어도 마음에 쏙 들어요.” 송이는 거울에 양말을 비춰 보며 쌩긋 웃었어요. 유치원에 간 송이는 노란색 양말을 자랑했어요. 모두 송이의 양말을 보고 예쁘다고 했어요. 나리도 자기 분홍 양말보다 예쁘다며 부러워했어요. 송이는 아주아주 행복했어요.
쌍둥이 남매
신체운동_건강
유아
지훈이와 지희는 쌍둥이 남매예요. 같은 날, 같은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났지만 지훈이는 남자, 지희는 여자예요. 지훈이는 언제나 자기가 남자라며 으스댔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나는 남자니까 더 많이 먹어야 해."라고 말하고, 태권도 솜씨를 뽐낼 때도, "난 남자라서 힘이 세!"라고 말했어요. 그뿐 아니에요. "나도 태권도 배우고 싶어." 하고 지희가 말하면 지훈이는 금세 끼어들어 소리쳤어요. "태권도는 남자만 하는 거야!" 날이 갈수록 지훈이는 짓궂은 장난도 심해졌어요. "지희 다리는 무 다리래요! 무 다리!", "지희는 울보야! 울보!" 하며 놀려 댔어요. 또 지희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인형도 휙 낚아채 갔어요. "나 잡아 봐라! 헤헤!" 하루는 지훈이와 지희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어요. 지훈이가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소리쳤어요. "숨바꼭질할 사람 여기 붙어라!" 그러자 아이들이 너도나도 지훈이의 엄지손가락을 잡았어요. 지희도 잡으려 하자 지훈이가 휙 뿌리쳤어요. "남자끼리 놀 거야! 넌 여자니까 저리 가!" 지훈이는 남자아이들과 우르르 몰려갔어요. "술래가 못 찾게 저기 나무 뒤에 숨어야지." 지훈이는 풀숲 나무 쪽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나무 뒤에 조심조심 숨어 있었지요.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지훈이가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어, 어, 어!" 지훈이는 구덩이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떨어졌어요. 구덩이는 지훈이의 키보다 훨씬 깊었어요. "살려 줘요! 살려 줘요!" 지훈이는 엉엉 울며 소리쳤어요. "쿵!" 하며 지훈이가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엉엉, 여기가 어디지?" 그때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말했어요. "어머나, 남자가 왜 울고 있니?" 그러더니 여자아이들이 우르르 지훈이 쪽으로 모여들었어요. 여자아이들은 지훈이에게 소리쳤어요. "여자끼리 놀 거야." "넌 남자니까 저리 가!" 겁에 질린 지훈이는 눈물을 글썽였어요. 그러자 여자아이들은 지훈이를 놀려 댔어요. "남자가 겁쟁이래요! 겁쟁이!" "남자가 운대요. 엉엉 운대요." 그때 어디선가 지희가 달려와 소리쳤어요. "너희들 지훈이 그만 놀려! 남자도 겁낼 수 있고, 남자도 울 수 있어! 그리고 친구를 놀리는 건 나쁜 거야." 지희가 걱정스레 물었어요. "지훈아, 너 괜찮아?" "지희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지훈이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어요. "지훈아, 너 여기 있었구나. 얼마나 찾았는데?" 지희가 나무 뒤에서 자고 있는 지훈이를 흔들었어요. 지훈이는 눈을 번쩍 뜨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어요. "어? 여기가 어디지? 내가 꿈을 꿨나?" "지훈아, 괜찮아?" "어? 응. 지희야, 난 네가 있어서 정말 좋아." 지훈이와 지희는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향했어요. 지훈이는 이제 더는 남자라고 으스대지 않아요. 지희를 놀리거나 장난치지도 않고요. 오늘은 둘이 함께 가족 앞에서 태권도 솜씨를 뽐내요. "우아! 우리 지희, 지훈이 모두 똑같이 잘 하네!" "그럼요, 우리는 쌍둥이니까요!" 지훈이와 지희는 함께 방긋 웃었어요.
뽀뽀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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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내 단짝 친구야. 미국에서 태어난 토마스는 네 살 때 우리나라로 왔대. 나는 토마스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 토마스가 "안녕!" 하고 인사하면, 내 마음은 해님처럼 환해져. 토마스와 손을 꼭 잡으면, 내 마음은 장난감 북처럼 쿵쾅거려. 토마스는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라. 짓궂게 머리를 잡아당기지도 않고, 치마를 들치며 장난치지도 않아. 다른 남자아이들이 장난을 치면, "안 돼, 친구를 괴롭히지 마!" 하고 내 편을 들어 줘. 나는 그런 토마스가 정말 좋아. 오늘은 토마스네 가족이 우리 가족을 초대했어. '토마스네 집은 어떨까? 장난감도 많이 있겠지?' 나는 콩닥콩닥 설레는 마음으로 아빠, 엄마와 함께 토마스네 집으로 갔어. 엄마가 만든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도 가져갔지. 토마스네 아빠, 엄마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 토마스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어. "토마스, 만나서 반가워. 정말 귀엽구나?" 엄마가 토마스 볼에 뽀뽀를 하려고 했어. "아니요, 뽀뽀하는 것은 싫어요." 토마스가 손을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어. 나는 놀라기도 하고, 화도 났어. 그래서 토마스 방에 들어서자마자 물었어. "우리 엄마가 귀여워서 뽀뽀하려는데, 어떻게 싫다고 말할 수 있어?" "너를 위해 초콜릿 케이크도 만들어 왔단 말이야." "너희 엄마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토마스는 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어. "그냥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안거나 뽀뽀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 넌 그런 적 없어?" 토마스는 내 손을 잡으며 물었어. "없어, 난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나는 화가 나 토마스의 손을 뿌리쳤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 토마스에게 화를 내고 시무룩한 나를 보며 엄마도 토마스처럼 말했어.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안거나 뽀뽀하기 싫을 때가 있어."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단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어. "엄마랑 아빠, 삼촌도요?" "물론이지." 저녁때 삼촌이 우리 집에 놀러 왔어. 삼촌과 노는 것은 항상 재미있어. 삼촌은 목마랑 비행기를 태워 주고, 언제나 나와 신나게 놀아 주거든.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별로 놀고 싶지 않았어. '오늘은 그냥 그림책만 읽었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내 마음을 모르는 삼촌은 볼을 비비며 뽀뽀를 하려고 했어. "아유, 귀여운 우리 현이 잘 있었어?" "뽀뽀는 싫어요, 삼촌." 나도 모르게 토마스처럼 말을 해 버렸어. 혼자서 그림책을 보는 내내 삼촌이 화가 났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어. 하지만 삼촌은 여전히 다정하게 말했어. "우리 공주님, 오늘은 삼촌하고 뽀뽀하기 싫구나." 그러더니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 주고 예쁜 공주 왕관도 만들어 주었어. 나는 삼촌을 참 좋아하지만, 오늘은 뽀뽀하기 싫었어. 내 말에 삼촌은 화내거나 싫어하지 않았어. 토마스도 우리 엄마를 좋아하지만, 뽀뽀는 하기 싫었던 거야. '내일 토마스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지.' 토마스와 나는 더 친한 친구가 되었어. 하지만 달라진 게 있어. 남자아이들이 짓궂게 하면, "싫어, 하지 마."라고 내가 먼저 말해. 토마스가 내 손을 잡으려 할 때에도 잡기 싫을 때면 이렇게 말해. "미안, 지금은 손잡기 싫어."
도와줘요 빨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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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할머니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까만 비눗방울이 폴폴 날아와 펑 터졌어요. "아이코, 깜짝이야! 쯧쯧, 나쁜 사람들이 또 아이들을 괴롭히는 모양이군. 어서 가 봐야지." 소라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문이 닫히려는데, "잠깐만!" 하며 낯선 아저씨가 엘리베이터로 뛰어 들어왔어요. 낯선 아저씨는 소라에게 다가와 얼굴을 만지며 말했어요. "참 예쁘게 생겼구나!" 소라는 기분이 나빴어요. 엘리베이터는 2층을 지나고 있었어요. 소라는 떨리는 손으로 얼른 3층 버튼을 눌렀어요. 가슴에서 콩닥거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어요. 잠시 뒤에 엘리베이터가 멈췄어요. 소라는 재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소리쳤어요. "안 돼요! 싫어요!" 우리 소라 잘했구나. 다음에도 낯선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몸을 만지면 얼른 내리거라! 구슬이가 문방구에 갔어요. "아저씨, 색종이 주세요." "구슬이 왔구나. 오늘 예쁜 스티커가 새로 왔단다. 이리 가까이 와서 보렴." 구슬이는 아저씨 옆으로 다가가 스티커를 보았어요. 아저씨는 구슬이를 억지로 무릎에 앉히고, 엉덩이를 만지며 구슬이의 얼굴에 자기 뺨을 비볐어요. 구슬이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안 돼요, 싫어요!" 우리 구슬이 잘했구나. 다음에도 다른 사람이 몸을 만지면 얼른 자리를 피하거라! 하림이가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데, 자동차가 끼익 멈춰 섰어요. "얘야, 비가 많이 오는데 아저씨가 태워 줄게." 하림이는 싫다고 고개를 저었어요. 그런데 차에 있던 아저씨가 하림이 손을 잡으려고 했어요. 그러자 하림이는 아저씨 손을 뿌리치며 달아났어요. "안 돼요, 싫어요!" 우리 하림이 잘했구나. 다음에도 낯선 사람의 차는 절대로 타지 말거라! 수경이는 새 게임기를 선물 받았어요. "와, 멋진 게임기네!" 가끔 본 적이 있는 동네 오빠가 다가왔어요. "이리 와 봐. 내가 게임 방법을 알려 줄게." 오빠는 수경이를 으슥한 골목길로 데려갔어요. 그러고는 수경이 몸에 바싹 붙어 섰어요. "이렇게 하면 돼, 이렇게." 오빠는 점점 더 몸을 붙여 왔어요. 수경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빠의 발을 꽉 밟고 소리쳤어요. "안 돼요, 싫어요!" 우리 수경이 잘했구나. 아는 사람이라도 몸을 만지려고 하면 싫다고 꼭 말하거라! 송이는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다가 그만 꽈당 넘어졌어요. 멀리서 지켜보던 아저씨가 달려왔어요. "저런, 아저씨가 일으켜 줄게." 아저씨는 송이를 일으켜 세우며 슬쩍 엉덩이를 만졌어요. 또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 주는 척하며 몸을 쓱쓱 만졌어요. 송이는 얼굴을 찡그렸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송이를 번쩍 들어 올리려 했어요. 송이는 힘을 잔뜩 주고 몸을 공벌레처럼 움츠렸어요. "안 돼요, 싫어요!" 우리 송이 잘했구나. 다음에도 낯선 사람이 몸을 만지려고 하면 몸을 움츠리고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거라! 민하네 옆집에는 할아버지가 혼자 살아요. 민하가 피아노 학원에 가려는데 옆집 할아버지가 민하를 불렀어요. "민하야, 우리 집에 맛있는 케이크가 있는데 먹고 가렴." 할아버지가 민하의 손을 잡아끌었어요. "안 돼요! 싫어요!" 우리 민하 잘했구나. 아는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절대 따라가지 말거라! "오늘도 빨랫거리가 많군!" 빨래 할머니는 팔을 훌훌 걷어붙이고, 나쁜 사람들의 더러운 마음을 빨기 시작했어요. "빨래 할머니, 고맙습니다!"
나쁜 비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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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지나야. 나는 여섯 살인데, 예전에 많이 아팠어. 하지만 지금은 건강해. 엄마랑 아빠랑 선생님이 도와줘서 다 나았거든. 예전에 내가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데 동네 아저씨가 나랑 같이 놀아 줬어. 맛있는 것도 사 주고, 또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했어. 나는 친절한 아저씨가 싫지 않았어. "지나야, 아저씨 소원 하나 들어줄래?" "소원? 뭔데요?" "응, 재미있는 놀이야. 꼭 들어줘야 해. 약속!" "네, 들어줄게요. 약속!" 그런데 아저씨의 소원은 이상하고, 기분이 나쁜 놀이였어. 나는 이 놀이를 그만하고 싶었지만 아저씨는 억지로 시켰어. "약속을 지켜야 착한 어린이지. 가만히 있어." 아저씨는 꼭 뿔 달린 도깨비 같았어. "쉿!" 아저씨가 나랑 있었던 일은 절대 비밀이랬어. 안 그러면 엄마, 아빠를 혼내 주고, 친구들한테도 다 말해 버린댔어. 그리고 밤마다 도깨비가 날 괴롭힐 거라고 했어. 나는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났어. 쿵쾅쿵쾅! 그날 밤에 무서운 도깨비 꿈을 꿨어.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않았는데 자꾸 꿈에 도깨비가 나타났어. 너무너무 무서웠어. "악!" '엉덩이가 너무 아파. 어떡하지?' 나는 무섭고 속상해서 밤새 울다 잠이 들었어. 다음 날에도 기분이 안 좋았어. 그래서 엄마한테 마구 소리를 지르고, 괜히 친구와 싸웠어. 왜 그런지 계속 기분이 나쁜 거야. "싫어!" 시무룩한 나를 보고 엄마가 물었어. "지나야, 어디 아프니?" "무슨 일 있어?" "엄마한테 말해 봐. 뭐 때문에 화가 났니?" "지나야, 엄마한테는 무엇이든지 말해도 괜찮아. 엄마는 항상 지나 옆에 있으니까 이야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알았지?" 엄마는 나에게 무엇이든 말해도 괜찮다고 했어. '엄마한테 말할까? 아니야, 아저씨가 절대 비밀을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비밀을 말하면 아저씨가 엄마를 때릴지도 몰라. 아, 어떡해야 할까?' 나는 너무 무섭고 겁이 났어.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말했어. "엄마, 저 엉덩이가 아파요." 나의 엉덩이를 본 엄마는 깜짝 놀랐어. "어머, 엉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랐네! 지나야, 누가 그랬니?"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아프게 했어요." 엄마는 나를 꼭 안아 주었어. "지나야,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니? 엄마에게 말해 줘서 고마워." 나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면서 눈물이 났어. 다음 날 나는 엄마 손잡고 장난감 선생님을 만나러 갔어. 그리고 선생님이랑 재미있는 놀이를 했어. "지나는 뭐가 제일 무섭고 싫지?"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어. "도깨비요." 선생님과 나는 경찰 놀이를 했어. "지나를 괴롭히는 도깨비는 성에 갇혔어. 이제 다시는 못 나와." "와, 신난다." 선생님이랑 노니까 기분이 훨씬 좋아졌어. "그동안 나쁜 비밀이 우리 지나를 슬프고 힘들게 했구나. 지나야, 기분 나쁜 비밀은 지키지 않아도 돼. 그리고 지나를 아프게 한 아저씨는 나쁜 어른이야. 나쁜 어른은 경찰 아저씨들이 혼내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어. 아직도 난 가끔 화가 나고, 도깨비 꿈을 꿀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엄마, 아빠한테 다 말해. 그러면 기분이 많이 좋아지거든. 그리고 나를 도와주는 장난감 선생님도 있어서 이제 무섭지 않아. 너희도 나처럼 나쁜 비밀이 생기면 엄마, 아빠나 선생님한테 다 말해 봐.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야.
반가워, 콩콩아! 반가워, 팥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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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의사 콩콩이는 가방을 챙기느라 바빠요. 장난감, 달콤한 사탕, 동물 모양 과자가 망가질까 부서질까 조심조심! 섬 마을로 의료 봉사를 갈 거래요. 로봇 예삐도 가방을 챙기느라 바빠요. 청진기, 오줌 검사할 컵, 주사기에 나쁜 균이 묻지 않도록 조심조심! 콩콩이를 도와야 하거든요. 콩콩이와 예삐가 탄 배가 섬마을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아요. "엄마, 외계인 의사랑 로봇 간호사예요." "그래, 참 신기하구나." "이름난 신장 내과 의사라던데." "신장 내과? 콩팥을 치료하는 곳이군." 여기는 끼룩끼룩유치원이에요. 아이들이 콩콩이를 보고 이리저리 도망가는데 나리는 쪼르르 달려와 장난을 치네요. "깜짝이야!" 콩콩이는 문득 별별유치원에 다니던 때가 떠올랐어요. 꼬마 콩콩이가 지구에 와서 별별유치원에 간 첫날이었어요. 아이들이 앞구르기를 하며 즐거워하는데, 팥동이는 구경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팥동이가 갑자기 픽 쓰러지지 뭐예요!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걸었어요. "별별유치원인데 아이가 쓰러졌어요. 어서 와서 도와주세요." 금세 도착한 119 구조대 아저씨들이 팥동이를 구급차에 싣고 떠난 뒤, 선생님이 말했어요. "팥동이는 아기 때부터 콩팥이 약했대요. 병원으로 갔으니까 괜찮아질 거예요." "선생님, 콩팥이 뭐예요?" "콩팥은 우리 몸속에서 생긴 불필요한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해요. 바로 오줌으로 말이에요." 콩콩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콩팥에 대해 찾아보았어요. '콩팥이 어떻게 생겼지?' 콩팥 피를 깨끗이 걸러 내어 오줌을 만들어요. 방광 오줌을 모아 두는 오줌통이에요. 요관 콩팥에서 방광으로 오줌을 보내는 오줌관이에요. 요도 오줌을 몸 밖으로 내 보내는 오줌길이에요. 사람은 콩팥이 두 개다. 콩팥에서 몸속의 찌꺼기를 걸러 내어 오줌을 만든다. 팥동이처럼 콩팥이 아픈 친구를 낫게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콩콩아, 선물 다 나누어 줬어." 예삐가 말했어요. "어! 잠깐 옛날 생각을 하고 있었어." 콩콩이가 나리 배 속의 소리를 듣는 동안 예삐는 아이들에게 컵을 나누어 주었어요. "얘들아, 여기에 오줌을 받아 오렴." "우헤헤, 오줌을 받아 오라고?" "에이! 싫어, 싫어!" 아이들이 처음엔 요리조리 피했지만 이내 컵을 들고 화장실로 갔지요. 예삐가 아이들의 오줌을 검사해 보니 나리만 빼고 모두 건강했어요. '나리는 피 검사도 해 봐야겠다.' 나리는 피를 뽑을 때 팔이 따끔, 눈물이 찔끔! 나리의 피 속에 콩팥에 해로운 것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콩콩이가 서두르며 말했어요. "나리야, 콩팥을 치료하려면 신장 내과에 입원해야 해. 어서 가자." 나리는 콩콩이가 일하는 병원의 신장 내과에 입원했어요. 콩콩이는 날마다 나리를 살피러 갔지요. "나리야, 기쁜 소식이야." "드디어 네 콩팥에서 나쁜 균이 없어졌어. 주사를 그만 맞아도 되고, 내일은 섬마을에도 갈 수 있지." "와, 신 난다! 콩콩아, 나 좀 봐. 이젠 밥도 잘 먹고 기운도 세졌어." 콩팥 수술을 하러 수술실에도 들어갔죠. 콩콩이는 나리 말고도 치료해야 할 환자가 많았어요. 콩콩이는 틈나는 대로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콩팥에 관해서 공부할 것이 아주 많았거든요. 오늘은 의사들이 각자 공부한 것을 발표하는 날. 콩콩이가 발표를 마쳤을 때 한 신장 내과 의사가 다가왔어요. "반가워, 콩콩아. 나 별별유치원에 다니던 팥동이야." "정말? 와, 반가워, 팥동아. 너 아주 건강해졌구나!" "응, 콩팥 치료를 열심히 받았거든." 콩콩이는 팥동이가 건강해져서 무척 기뻤답니다. 콩콩이와 팥동이는 힘을 합쳐 일하기로 했어요. 얼마 뒤, 콩콩이와 팥동이는 콩팥튼튼병원을 열었어요. 가족들이 축하해 주러 왔는데. 하하!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겠죠?
피가 붉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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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어이쿠, 이게 무슨 일이죠? 하늘에서 우주선이 떨어졌어요. 우주선에서 외계인들이 하나 둘 기어 나오네요. "으악, 이게 무슨 일이야?" 외계인 의사들이 많이 다친 것 같아요. 환자를 치료하러 가던 와우별 우주선 병원이 고장 나서 지구에 잘못 떨어진 거예요. 우주선이 떨어지면서 다친 사람은 외계인만이 아니었어요. "으앙!" 병찬이도 무릎과 팔꿈치를 다쳤어요. 우주선을 피하려다 넘어졌대요. 으앙! 힘들다. 아파요. 악! 우주선에서 꾸물꾸물 기어 나온 외계인 의사 또로링이 외쳤어요. "잉? 저 꼬마는 피 색깔이 우리랑 달라." 빨간색이다! "어, 외계인이다!" 병찬이와 주변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또로링과 외계인 의사들이 병찬이에게 모여들었어요. "피가 왜 붉을까?" "내가 연구해 볼게." 또로링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서자, 외계인도 지구인도 모두 좋다고 했어요. 또로링은 병찬이를 우주선으로 데려왔어요. 다행히 혈액 내과는 크게 부서지지 않았어요. "혈액 내과는 피에 생긴 병을 치료하는 곳이야. 네 상처는 금세 나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 좀 도와줄래?" "응, 좋아!" 지잉! 로봇 도우미 밍이 사진을 찍자, 병찬이의 몸속이 훤히 들여다보여요. "쉬지 않고 움직이며 피를 돌게 하는 심장이 어디 있나?" 심장을 찾던 또로링은 깜짝 놀랐어요. "와, 지구인은 왼쪽 가슴 아래에 심장이 있어. 우리는 배꼽 밑에 있는데 말이야. 신기하다!" 또로링과 밍은 두 번째 사진을 찍었어요. "지구인도 몸속에 핏줄이 퍼져 있네." "또로링, 핏줄이 뭐야?" "피가 다니는 길이야." 핏줄은 동맥과 정맥, 모세 혈관이 있어. 핏줄 피가 다니는 길. 동맥 피가 심장에서 온몸으로 나가는 길이에요. 정맥 온몸으로 나간 피가 심장으로 들어오는 길이에요. 모세 혈관 온몸에 그물 모양으로 퍼져 있는 매우 가는 핏줄이에요. 또로링은 꼼짝도 않고 피를 연구했어요. "이번 연구는 너무 어려워!" 또로링은 꽤 오랫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드디어 알았다, 알았어!" 또로링이 밖으로 나오네요. 모두가 연구 결과를 궁금해했지요. 또로링이 차분하게 발표를 시작했어요. "지구인의 피는 혈장 속에 백혈구, 혈소판, 적혈구로 이루어져 있어. 피 속에서 하는 일은 각각 달라. 백혈구는 병균을 죽여서 우리 몸에 병이 생기지 않게 하고, 혈소판은 상처가 나면 피를 굳게 해." "적혈구는 산소를 허파에서 온몸으로 나르고, 온몸을 돌며 모아 온 이산화탄소를 다시 허파로 보내. 붉은 피의 비밀은 바로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 헤모글로빈에 있는 빨간 색소 때문에 피가 붉은 거야." 발표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쳤어요. 적혈구 산소를 날라요. 산소는 공기의 주성분이야. 몸에서 생긴 이산화탄소를 적혈구가 다시 허파로 날라요. 그러는 동안 고장 났던 우주선을 말끔히 고쳤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우주선 병원에 찾아왔어요. 결국 또로링과 외계인 의사들은 오랫동안 지구를 떠나지 않고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대요. 피는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무슨 일을 하나요?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은 뼈 속의 골수에서 만들어요. 피는 몸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실어 나르는 일을 해요. 작은창자에서 얻은 영양분과 허파(폐)에서 얻은 산소를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하지요. 그리고 쓸모없는 찌꺼기인 노폐물을 모아 다시 허파나 콩팥으로 보내서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해요. 그 외에도 몸에 병균이 들어왔을 때 병균을 잡아먹어서 병에 걸리지 않게 하지요.
눈이 좋은 눈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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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중요하게 여기는 눈이조아별이에요. 쉿! 비밀 하나를 알려 줄까요? 눈이조아별에서는 눈이 반짝반짝 건강해야 진짜 진짜 멋쟁이래요. 눈뿅뿅은 의사예요. 눈이조아별에서 눈을 치료하죠. 텔레비전을 보던 눈뿅뿅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저런, 지구에 안경 쓴 아이들이 저렇게 많다니! 내가 가서 치료해 주어야겠다." 눈뿅뿅은 로봇 초롱이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향해 먼 여행을 떠났어요. 우주는 은빛 가루를 뿌려 놓은 듯 별빛으로 가득했어요. "지구에서는 안과에서 눈을 치료한다지?" 눈뿅뿅은 마음이 설레었답니다. 지구로 간 눈뿅뿅은 튼튼병원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오늘은 눈뿅뿅이 진료하는 첫날. 벌써 환자들로 북적거리네요. "눈이조아별에서 안과 의사가 왔대!" "눈을 잘 치료한대!" 초롱이가 환자를 데리고 들어왔어요. 일곱 살 찬이는 잔뜩 겁먹은 표정이에요. "눈뿅뿅, 눈이 간질간질하고 눈꺼풀 속에 작은 알맹이 같은 게 만져져." 눈뿅뿅이 찬이의 눈을 검사하려고 하자, 찬이는 주춤 뒤로 물러서요. "이것 봐, 곰 인형은 하나도 안 무섭대. 찬이도 곰 인형처럼 용감할 것 같은데?" 눈뿅뿅이 곰 인형의 눈을 살피며 말하자 찬이의 얼굴이 밝아졌어요. "맞아, 나도 곰 인형처럼 용감해!" 눈뿅뿅이 찬이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눈꺼풀에 만져지는 알맹이는 다래끼야." 눈뿅뿅의 말에 찬이가 또 움츠러들어요. 눈뿅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찬이를 달래요. "찬이야, 다래끼는 별것 아냐. 눈에 안약을 넣고 약을 먹으면 금세 낫는단다. 더러운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으면 다래끼는 다시 안 생길 거야." 그제야 찬이는 마음이 놓인 듯 재잘거려요. "놀이터에서 놀다가 더러운 손으로 눈을 비볐어. 앞으로는 안 그럴 거야. 눈뿅뿅, 안녕!" 안녕? 눈뿅뿅! 안녕? 눈뿅뿅! 이번에는 꼬마 아가씨가 들어오더니 초롱이에게 인사를 하네요. "안녕, 네가 눈뿅뿅이니? 난 희수야." "후후, 나는 간호사 초롱이야." 희수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어요. "미안, 밖에서도 강아지랑 화분이 눈뿅뿅인 줄 알고 인사했지 뭐야." 희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해요. "눈뿅뿅, 얼마 전부터 눈이 잘 안 보여." 눈뿅뿅이 희수의 눈을 검사하면서 안경처럼 생긴 것을 씌웠어요. "이제야 네가 잘 보인다. 나도 아빠처럼 안경을 쓰는 거야? 멋지겠는걸!" 희수가 신나서 소리치자 눈뿅뿅이 말했어요. "안경을 쓴다고 멋쟁이가 되는 건 아니야. 눈이 반짝반짝 건강해야 진짜 멋쟁이지." 눈으로 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 줄게. 1. 빛이 들어와요. 2. 각막과 수정체에서 눈으로 들어온 빛을 모아요. 3. 망막에 뒤집힌 모양을 만들어요. 4. 시신경이 뇌에게 어떤 모양인지 알려 줘요. 쉿! 조용히 하세요. 눈뿅뿅이 잠들었거든요. 낮에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고, 밤에는 지구에서 의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느라 엄청 피곤했나 봐요. "초롱아, 지구에서 의사 자격증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의 눈을 치료할 수 있대. 음냐음냐!" 하하, 눈뿅뿅이 잠꼬대까지 하네요. 쿨쿨, 의사 자격증. 음냐음냐! 눈뿅뿅의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게 지나갔어요. 어, 눈뿅뿅의 눈이 더 커지더니 밖으로 툭! 툭! 툭! 튀어나와요. 이건 무척 기쁜 일이 생겼다는 뜻이죠. "초롱아, 내가 지구 안과 의사 시험에 합격했어." 와! 눈뿅뿅이 외계인 1호 안과 의사가 됐군요. 축하해요! 방송국에서 눈뿅뿅을 인터뷰하러 왔어요. "별똥별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눈뿅뿅은 어떤 의사가 되고 싶나요?" "반짝반짝 초롱초롱 건강한 눈을 위해 우주 최고의 의사가 될 거예요. 외계인과 지구인이 예쁜 세상을 잘 볼 수 있게 해 주고 싶거든요." 눈뿅뿅은 모든 사람의 눈이 건강해질 때까지 지구에 계속 머물 거랍니다. 물론 초롱이도 함께요.
별걸 다 하는 소중한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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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릉이는 와구와구 별에서 온 외계인이에요. 살짝 무섭게 생겼어도 착하고 순진하답니다. "오늘은 사람들이랑 꼭 친해져야지." 쿠릉이가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히죽! 쿠릉이 딴에는 예쁜 미소였지만, 사람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어요. "아이참, 날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폴, 그러다가 다친다!" "괜찮아요, 엄마. 야호, 재밌다!" 장난꾸러기 폴이 쇼핑카를 밀고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머리가 띵하다며 주저앉아요. 깜짝 놀란 쿠릉이는 폴에게 달려갔어요. 쿠릉이는 똑똑병원 신경외과 의사거든요. "이런, 빨리 병원으로 가자." 쿠릉이는 폴을 똑똑병원 신경외과로 데려왔어요. 신경외과는 뇌와 신경을 치료하는 곳이에요. 신경은 우리 몸과 주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챈 뒤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일을 하지요. 삐걱삐걱, 낡은 로봇 알프레드가 폴을 진료실로 안내하네요. "폴, 쿠릉이는 좋은 의사니까 겁낼 필요 없어. 삐빅!" "자, 무서워하지 말고 앉아." 히죽! 쿠릉이 딴에는 상냥하게 웃지만 폴은 너무 무서워서 침을 꼴깍! "폴, 혹시 머리를 부딪쳤니?" "응, 아까 인라인스케이트 탈 때 나무에 꽝." 눈동자가 빛에 반응하는지 검사해요. 망치로 무릎뼈 아래를 쳐서 척수를 다쳤는지 검사해요. 척수 뇌에서 뻗어 내려오는 신경 다발의 기둥이에요. 소리를 잘 알아채는지 검사해요. 똑바로 잘 걷는지 검사해요. "어, 또 어지러워." 울상 짓는 폴을 쿠릉이가 달랬어요. "걱정 마. 크게 다치진 않았을 거야." 쿠릉이는 여러 가지 검사를 했어요. "폴, 뇌와 신경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어. 뇌가 가벼운 충격을 받은 것뿐이야. 푹 자면 괜찮아져!" "정말? 휴, 고마워!" "폴, 이번에는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지만 머리를 다치면 위험해질 수도 있어. 뇌를 다치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생각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을 잘 못할 수도 있어." 쿠릉이의 말에 폴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뇌가 생각하고 감정을 조절한다고?" 슬픔. 놀라움. 기쁨. 화남. 즐거움. "이게 우리의 뇌야. 삐빅!" 알프레드가 컴퓨터 화면을 보여 주었어요. "히히, 호두처럼 생겼잖아." "맞아, 쭈글쭈글 주름이 많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건 다 뇌 덕분이야." 전두엽 생각과 의식을 담당하며 뇌의 다른 기능도 모두 지휘해요. 해마. 두정엽 피부에 닿는 느낌과 말하는 것을 담당해요. 측두엽 코로 냄새를 맡고, 귀로 소리를 듣고, 맛을 느끼는 것을 담당해요. '해마'에서 기억을 저장해요. 후두엽 눈으로 보는 것을 담당해요. 소뇌 몸의 균형을 유지해요. "우리 몸에 그물처럼 얽힌 신경과 머릿속의 뇌는 이어져 있어. 생쥐가 네 손가락을 앙! 물면 어떻게 될까?" "으악!" 순간 폴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손을 피했어요. 생쥐가 손가락을 물면 손가락의 신경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뇌에게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요. 그러면 뇌는 얼른 손을 치우고 비명을 지르라고 아주 빠른 속도로 명령해요. 으악! 그때 폴의 배꼽시계가 꼬르륵, 꼬르륵! "폴, 그 소리는 네가 배고프다는 것을 뇌가 느끼고서 보내는 신호야. 밥을 먹어야 한다고 알려 주는 거지." 알프레드가 삐걱거리며 끼어들었어요. "나도 녹이 슬면 기름을 치라고 머릿속 컴퓨터가 알려 줘. 삐빅!" "뇌는 머리뼈의 보호를 받긴 하지만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쿠릉이가 이마를 쑥 내밀자 폴이 또 화들짝! "그럼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 헬멧을 써서 머리를 보호해야겠다." "물론이지! 앞으로는 헬멧을 꼭 챙긴다고 약속해!" "알았어, 쿠릉아." "삐빅! 쿠릉아, 내 헬멧도 멋지지?" "그건 가발인데 너한테 잘 어울린다." "헤헤, 네가 환자 돌보고 공부하느라 피곤해 보여서 기운 내라고 장난친 거야." 쿠릉이는 환자들을 돌보는 틈틈이 열심히 공부해요. 고향으로 돌아가면 꼭 할 일이 있거든요. 이야, 와구와구별 우주선이에요! 지구에서 경험도 쌓고 공부도 많이 한 쿠릉이를 데려가는 거랍니다. 알고 보니 쿠릉이가 꼭 하려던 일은 와구와구별의 머리를 다친 친구를 치료하는 거였어요. "삐빅! 고향에 돌아가면 쉬고 싶어." "무슨 소리! 와구와구별에 쿠릉알프레드 신경외과를 열 거라고!" "삐이!"
똥을 잘 누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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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 낑낑! 똥꾸가 화장실에서 배에 잔뜩 힘을 주네요. 볼이 벌게지도록 힘을 주어도 똥은 나올락 말락, 나올락 말락! 아무리 힘을 주어도 엉덩이로 쏙 숨어 버린 똥은 나올 생각을 안 해요. 똥꾸는 끄응별 의사예요. 똥을 만드는 큰창자를 치료하지요. 끄응별에서는 너나없이 똥을 잘 못 누어요. 끄응별 임금님은 똥꾸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지구에 가서 건강 똥을 누는 비밀을 알아 오너라." 그즈음 끄응별에 지구 이야기가 퍼졌어요. "지구에 건강 똥을 누게 해 주는 병원이 있대." "정말 그런 병원이 있어?" 똥꾸는 로봇 뽀옹과 지구로 향했어요. "지구에서 병원을 찾아보자!" 삐비빅, 삐비비빅! 조용히 날던 우주선이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깜박거려요. "좋은병원 발견! 좋은병원 발견!" 지구에 무사히 도착한 똥꾸와 뽀옹은 좋은병원으로 갔어요. "와! 똥꾸, 지구에는 똥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화기 내과가 있어." "내가 찾던 바로 그곳이야! 소화기 내과에서 일하면서 건강 똥을 누는 비밀을 알아보자." 똥꾸가 진료하는 첫날, 경수가 왔어요. 경수는 똥꾸를 보자마자 휴지를 들고 급히 뛰어나가요. "아침부터 배가 살살 아프더니 물 같은 똥이 푸드득푸드득 쏟아져. 얼른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똥꾸가 경수를 진찰하며 말해요. "이런! 설사를 했구나. 배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들어 볼래?" 꾸르륵 꾸륵! 우르르 쾅쾅! "우아, 내 배에서 천둥소리가 들려." "경수 창자가 화가 난 거야." 똥꾸의 말에 경수가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기름지고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상한 음식을 먹으면 창자는 화가 나서 엄청 빨리 움직여. 그러면 물을 충분히 빨아들이지 못해서 뿌지직 설사가 나와. 자, 경수 배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까?" 식도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이에요. 위 음식물을 흐물흐물 죽처럼 만들어요. 작은창자(소장) 음식물을 소화시키면서 양분을 빨아들여요. 식도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이에요. 위 음식물을 흐물흐물 죽처럼 만들어요. 작은창자(소장) 음식물을 소화시키면서 영양분을 빨아들여요. 큰창자(대장) 음식물 찌꺼기에서 물기를 빨아들이면 나머지는 똥이 되지요. 항문(똥구멍) 똥이 마려워지면 똥을 밖으로 내보내요. 똥꾸는 환자들을 돌보면서 지구인들이 어떻게 뿌우욱, 뿌우욱 건강 똥을 누는지 연구했어요. 끄응별 임금님, 안녕하세요? 임금님의 명령으로 지구에 온 똥꾸예요. 드디어 건강 똥을 누는 방법을 알아냈어요. 건강 똥을 누는 방법. 첫째, 똥이 마려우면 참지 말고 화장실에 가기! 둘째,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기! 셋째, 물을 자주 마시기! 넷째,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이 방법을 잘 지키면 똥을 쑥쑥 눌 수 있대요. "뽀옹, 오늘도 똥이 쑤욱 나왔어. 황금색이고 뽀옹 너를 닮은 건강한 똥이야." "우웩! 똥 얘기 좀 그만해." 똥꾸를 찾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어요. "아이고, 피곤하다! 그래도 환자들이 건강해지면 행복해." 똥꾸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어요. "소화 기관을 치료하는 자격증을 따서 고향에 돌아가 소화기 내과를 열어야지. 누구나 똥을 잘 누는 끄응별을 만들 거야." 똥꾸는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야호! 신나는 잔치가 벌어졌네요. 똥꾸가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거든요. "똥꾸, 끄응별에서 축하 선물이 왔어!" 뽀옹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왔어요. 똥꾸가 상자를 열어 보니. 우웩! 커다란 똥 덩어리가 들어 있지 뭐예요. 그런데 똥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요. 가만 보니 똥 모양의 초콜릿케이크예요. 똥꾸가 활짝 웃으며 말했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똥일 거야."
슝슝 콧구멍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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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슝이랑 로봇 코코가 탄 우주선이 지구의 싹다나병원 창문으로 쏙 들어가더니 쿵 떨어졌어요. 얌전히 오려고 했는데 그만 소란을 피웠네요. "안녕! 난 벌름벌름흥별에서 온 슝슝이야." "우리 때문에 놀랐지? 미안해. 내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우주선까지 고장 났지, 뭐야." "슝슝, 이비인후과는 이쪽이야." "안녕, 슝슝. 난 너를 담당할 의사란다. 싹다나병원이 너희 별에까지 소문났다고?" "응. 나는 코골이 수술을 받으러 왔어. 지구에서는 이비인후과에서 귀, 코, 목구멍을 다 치료한다며?" "맞아. 네 코골이 수술은 내일 하자." 와! 이비인후과는 정말 놀라워요. 이젠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지 않고 새근새근 잘 수 있게 됐어요. 슝슝이도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슝슝이는 열심히 공부해서 이비인후과 보조 의사가 되었고, 코코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됐답니다. 히히, 오늘은 슝슝이가 진료하는 첫날이에요. 현우가 코를 훌쩍이며 진료실로 들어왔어요. 콧속을 치료하는 기계를 대니 현우가 고개를 요리조리 피하네요. "뽕뽕 동굴에 뭐가 숨었나? 누런 코가 쭈욱 삐져나왔네." 현우가 생끗 웃는 사이 콧속에 기계를 쏘옥 넣고 슝! 콧물을 빼내 주었죠. 깨끗해진 콧속을 살펴볼까요? 우아, 콧구멍을 지나 목구멍으로 길이 이어지는 게 신기하죠? 코로 냄새를 어떻게 맡는지 알려 줄게요. 냄새를 느끼는 곳. 기관지 공기가 지나다니는 길. 식도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 숨을 쉬면 냄새 알갱이가 콧속으로 들어와요. 그러면 사람의 눈으로는 안 보이는 아주 작고 가느다란 털들이 냄새 알갱이가 들어왔다고 뇌에 전하죠. 그럼, 뇌에서 어떤 냄새인지 알려 주는 거예요. '고소하다! 구리다! 향기롭다!' 이렇게 말이에요. 슝슝이가 현우의 콧구멍에 약을 적신 솜을 쑥쑥 넣었어요. "윽, 으윽! 슝슝, 코가 답답해." "조금만 참아. 코딱지를 함부로 파서 생긴 상처랑 코감기 때문에 부은 콧속을 치료하는 거야." 이번엔 콧구멍에 넣었던 솜을 쏙쏙 꺼냈어요. "흠흠, 코가 뻥 뚫리니까 시원하다. 슝슝! 코딱지가 생기면 그냥 두어야 해?" "아니, 그러면 안 돼. 코딱지에 대해 알아볼까?" 콧속으로 들어간 공기 중의 먼지나 세균 등이 코털에 걸려요. 먼지나 세균 등이 콧물과 섞여 뭉치면 코딱지가 돼요. "우웩! 코딱지는 더러운 거네." "그냥 둘 수도 없고 함부로 파도 안 되고. 으앙, 그럼, 코딱지를 어떻게 해?" "좋은 방법이 있지! 코딱지가 생기면 콧속을 물로 적셔서 촉촉하게 하고 코를 살살 푼 다음 손을 깨끗이 씻으면 돼." "응, 고마워, 슝슝! 앞으로는 코를 함부로 파지 않을게." 슝슝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넋을 잃고 장난감을 구경하는 꼬마를 보았어요. "꼬마야, 아이스크림 다 녹는다." 꼬마는 들은 척도 안 해요. 슝슝이는 좀 더 큰 소리로 말했어요. "뭐라고? 잘 안 들려." 슝슝이는 꼬마 귀에 대고 외쳤어요. "이, 비, 인, 후, 과, 에, 와, 서, 나, 한, 테, 귀, 검, 사, 받, 아." "쳇, 외계인이 지구인의 귀를 알겠니?" 슝슝이는 귓속에 대해 꼼꼼히 알려 줬어요. 세반고리관 몸의 방향이나 균형을 느끼게 해요. 고막 소리의 떨림을 안쪽으로 전달해요. 달팽이관 소리의 떨림을 속귀 신경에 전달해요. 며칠 뒤, 꼬마가 병원에 왔어요. 슝슝이는 꼬마의 귓속을 자세히 살펴보고 귀가 잘 들리는지 검사했어요. 꼬마는 왼쪽 고막을 다쳐서 잘 못 들은 거였어요.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서 조금만 치료하면 되지요. 슝슝이가 정식 의사가 되었어요. 환자들을 치료하는 틈틈이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 시험을 준비하던 날들이 떠올랐어요. "이야! 슝슝, 축하해. 너 합격했어." "정말? 신난다, 드디어 내 꿈을 이루었어." 슝슝이는 이비인후과를 열었고 지구인 친구들이 더 많이 생겼답니다. 코코가 멋진 캡슐 우주선을 만들어 낸 날, 슝슝이는 코코에게 말했어요. "코코,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와! 뭐야, 뭐야?" 코코에게 준 선물은 바로 귀마개예요. 슝슝이가 잠자면서 뿡뿡 요란하게 뀌어 대는 방귀 소리 때문에 코코는 잠을 설치곤 했대요. 그런데 코마개는 필요 없다고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방귀 냄새를 못 맡나 봐요. 내일은 코코의 콧속을 검사해 봐야겠어요.
이런! 뼈가 부러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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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와! 눈이다. 얼른 쥬리스에게 알려 줘야지." 로봇 간호사 다다가 쥬리스를 찾느라 바빠요. 다다가 정형외과 곳곳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정형외과는 뼈와 근육을 치료하는 병원이지요. "눈 구경하러 공원에 갔나?" 튼튼병원 정형외과 의사 쥬리스는 일 년 내내 여름만 있는 후끈후끈별에서 왔어요. 그러니 눈이 얼마나 신기하겠어요. "와, 하얀 눈송이 좀 봐!" 쥬리스는 고향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실컷 자랑했답니다. 쥬리스가 신 나게 눈밭을 뛰어다녀요. 다른 사람들은 미끄러질까 넘어질까, 조심조심 비틀비틀하는데 말이에요. 드디어 다다가 쥬리스를 찾았어요. "쥬리스, 눈 오는 날에는 환자가 늘어나! 그만 병원에 돌아가자!" "으악!" 눈썰매장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어요. 쥬리스가 휘리릭 날아가 살펴보니 털보 삼촌의 발목이 퉁퉁 부어 있어요. 지후의 눈썰매를 끌어 주다가 미끄러졌대요. 쥬리스는 털보 삼촌을 정형외과로 데려왔어요. 털보 삼촌이 얼굴을 찡그리는 걸 보니 많이 아픈가 봐요. "뼈 사진을 찍어 보자." 다다가 촤르륵, 뼈 사진을 찍었어요. 털보 삼촌의 발목뼈가 부러져 있어요. "우아, 이게 몸속 사진이야? 나도 한 장 찍어 줘!" 지후는 털보 삼촌이 걱정되어 안절부절못하더니 이내 다다를 졸라 대요. "응, 알았어. 기다려 봐." 짠! 사람의 뼈는 모두 206개야. 이 많은 뼈가 모여 우리 몸의 형태를 만들고 지탱해 준단다. 또 우리 몸속에 있는 뇌, 심장, 창자 등 중요한 기관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지. "다다, 고마워. 내 몸에 이렇게 뼈가 많은 줄 몰랐어." 쥬리스는 털보 삼촌의 부은 발목이 가라앉자 석고 붕대를 감아 주었어요. 석고 붕대는 석고 가루를 굳혀서 단단하게 만든 거예요. "뼈가 부러지면 부러진 곳에서 새로운 세포가 나와 다시 붙어. 세포들이 자라고 나서 단단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석고 붕대를 하고 기다리는 거야." 쥬리스는 환자들 돌보랴 발 전문 의사 시험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털보 삼촌이랑 지후가 또 병원에 왔어요. 발목뼈가 잘 붙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거래요. 다행히 뼈는 잘 붙고 있었어요. "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는 조심해야 해. 참, 이건 평상시에 뼈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이야." 쥬리스는 털보 삼촌에게 쪽지를 건넸어요. 뼈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 첫째, 자세를 바르게 한다. 둘째, 칼슘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 셋째,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 드디어 털보 삼촌이 붕대를 푸는 날! 쥬리스가 석고 붕대 자르는 기계를 켰어요. "고향에서 가져온 건데 소리가 조금 요란해." 지후는 윙윙 돌아가는 기계 소리에 깜짝 놀랐다가 털보 삼촌의 다리를 보고 더 놀랐답니다. 삼촌의 다리는 온통 털로 뒤덮였거든요. 쥬리스가 웃으며 말했어요. "며칠 지나면 원래대로 될 거야. 앞으로는 다치지 않게 조심해." "응! 쥬리스, 다다, 안녕." 여러분, 쥬리스 좀 보세요. 정형외과 전문 의사 시험에 합격했대요. "다다, 내 꿈을 펼칠 때가 되었어." 쥬리스의 꿈이 뭘까요? 바로 발만 치료하는 발 전문 병원을 여는 거래요. 쥬리스 병원이 있는 한 여러분의 발은 아무 문제 없어요. 쥬리스의 근육 퀴즈. 뼈가 있어도 근육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요. 근육은 뼈에 붙어 있는 힘줄과 살인데, 뼈를 잡아당겨 움직이게 해주어요. 우리는 근육이 있어 활짝 웃고, 다리를 움직여 자전거를 타고, 박수를 칠 수 있어요.
치과의사 치카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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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뿌우웅 뿡! 치카뿡은 오늘도 졸면서 방귀를 뀌어요. 로봇 포포는 방귀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했죠. "어유, 냄새! 고기만 먹으니까 이렇게 냄새가 지독하지! 으, 방귀쟁이!" 치카뿡은 빤딱별에서 이를 치료하는 치과 의사였어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서 쫓겨나고 말았죠. 글쎄, 치과를 무서워하는 왕자가 가까스로 온 날, 치카뿡이 뿌우웅, 지독한 방귀를 뀌었지 뭐예요. 왕자는 으앙, 울면서 뛰쳐나가 버렸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왕은 펄쩍펄쩍 뛰었어요. "뭐라? 치과에 갔던 왕자가 치카뿡의 방귀 때문에 그냥 나왔다고?" 불같이 화가 난 왕이 말했어요. "치카뿡은 지구에 가서 착한 일 세 가지를 하여라. 그러기 전에는 돌아올 생각도 말라!" 치카뿡은 지구에서도 게으른 의사로 소문났어요. 보다 못한 포포가 말했어요. "게으름뱅이 치카뿡! 착한 일은 언제 할 거야? 지난번에 딱 한 번 유치원에 가서 건강한 이에 대해 알려 준 것밖에 없잖아!" 사랑니가 나기 전 모습. 큰 어금니 음식을 갈아 줌. 작은 어금니 음식을 으깸. 송곳니 음식을 잘게 찢음. 앞니 음식을 자름. 치카뿡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말했어요. "알았어. 착한 일을 찾아볼게." 치카뿡은 빤딱별에서 가져온 요술 망원경으로 병원 밖 놀이터를 보았어요. "포포, 저기 이가 잔뜩 썩은 아이가 있어. 어서 가 보자!" 치카뿡이 놀이터로 가 보니 아이는 이가 아파서 엉엉 울고 있어요. "어쩌다가 이가 이렇게 많이 썩었니?" 치카뿡의 물음에 친구들이 대신 대답했죠. "애는 사탕을 무지 좋아해!" "초콜릿도 날마다 먹어!" "칫솔질도 잘 안 한대!" 치카뿡은 아이를 치과로 데려왔어요. "조금만 참자. 썩은 이를 긁어내야 해. 치료가 끝나면 선물로 멋진 칫솔을 줄게." "어 어 으앙!" 꾹꾹 잘 참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 스스슥! 치료가 끝났답니다. "앞으로는 이를 잘 닦으렴. 초콜릿과 사탕도 조금씩만 먹고. 알았지?" 아이는 치카뿡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어요. 다음 날에도 치카뿡은 요술 망원경으로 밖을 보았어요. "포포, 한서한테 가 봐야겠어. 이를 빼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네." 치카뿡은 한서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뼈 속 영구치가 자라면서 젖니의 이뿌리에 닿으면 그 부분이 녹아 없어져요. 젖니가 흔들리고 영구치는 위로 더 올라와요.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와 뿌리를 더 단단하게 내려요. "으앙, 싫어. 이를 빼는 건 무섭단 말이야." 치카뿡은 한서를 달래며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흔들리는 이 밑에서 새 이가 나오려고 해." "내가 아프지 않게 한 번에 쏙 빼 줄게. 흔들리는 이를 제때 빼 주지 않으면 덧니가 될 수도 있는걸. 그럼 이를 닦기도 힘들어지고 못난이가 될 텐데." 한서는 못난이가 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났어요. "한서야, 치과가 무서운 곳인 줄 알았지? 우리 치과는 재미있는 곳이란다! 이렇게 예쁜 의자가 있는 건 몰랐지?" 한서는 방긋 웃으며 의자에 누웠어요. 치카뿡은 이를 한 번에 쏙 빼 주었고요. 와! 어느새 치카뿡이 착한 일을 세 가지 했네요. 치카뿡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포포, 내가 도와준 친구들이 고맙다고 할 때 마음이 뿌듯했어." "지구에서 착한 일을 더 하고 싶어." "와, 치카뿡! 그게 바로 보람이라는 거야. 그럼 앞으로도 이가 아픈 아이들을 찾아서 아프지 않게 치료해 줄 거야?" "당연하지!" 이제 치카뿡은 방귀쟁이도 게으름뱅이도 아니에요. 지구에서도 빤딱별에서도 인정받는 치과 의사지요! 어린이 이 건강에 도움을 주어서 표창장도 받았어요. 치카뿡은 오늘도 요술 망원경으로 이가 아픈 아이들을 찾아내서 치료해 주었대요.
꼬꼬는 피부 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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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꼬마 아가씨 안나가 투덜거려요. “목욕했더니 손바닥이 쭈글쭈글해졌어!” 꼬꼬가 웃으며 대답해요. “손바닥 피부가 물을 머금어서 부풀어 오른 거야. 물기가 마르면 다시 팽팽해져.” 꼬꼬가 누구냐고요? 꼬꼬마별에서 온 외계인이에요. 꼬꼬마별 외계인들은 어른이 되어도 언제까지나 꼬마의 모습이에요. 꼬꼬는 푸른 지구가 좋아서 로봇 핑퐁이랑 지구로 왔고 피부과 의사가 되었지요. 어른들은 꼬꼬를 좋아하지 않아요. 꼬마라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꼬꼬는 슬프지 않답니다. 피부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많고 꼬마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좋거든요. “꼬꼬, 안나가 왔어.” 핑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나가 우당탕탕! “이것 좀 봐! 넘어져서 다쳤어.” “저런, 소독약 발라 줄게. 피부가 까지면 세균이 들어갈 수 있어.” 안나가 눈물 한 방울을 찔끔! “앗, 따가워!” “호 해 줄게. 피부가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야. 아픔을 느끼니까 더 큰 위험을 피할 수 있단다.” “피부로 따뜻한 것을 느껴.” “차가운 것도 느끼지.” “부드러운 것도 느끼고.” “따끔한 것도 느껴.” “그래? 핑퐁은 어떤지 만져 볼까?” “나는 단단한 로봇이지.” 피부에는 털뿌리와 땀구멍이 있고, 죽은 세포가 쌓여 단단하게 굳은 각질과 먼지와 땀이 섞인 때가 있어. 우리 몸에 난 수많은 털은 먼지와 병균을 걸러 주고 추위도 막아 줘. 피부는 더우면 땀구멍으로 땀을 내서 열을 내보내고 추우면 땀구멍을 닫아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말괄량이 안나가 꼬꼬의 볼을 콕 찌르더니 말했어요. “나도 꼬꼬처럼 피부가 매끈하면 좋겠다!” “내가 피부 미남이긴 하지. 헤헤. 하지만 매끈한 피부이든 아니든 우리 몸을 지켜 주는 건 똑같아.” 안나가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뭐, 피부가 우리 몸을 지켜 준다고?” “응. 안나의 피부가 어떤지 볼까?” 안나가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해요. “목욕할 때 주근깨도 벗겨졌으면 좋겠어.” “하하, 어른이 되면 없어지기도 하니까 걱정 마.” 안나가 쌩긋 웃으며 말했어요. “와! 꼬꼬는 피부에 대해 모르는 게 없네. 완전 척척박사야.” “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거야.” 꼬꼬가 손을 흔들며 말했어요. 안나는 복도에서 누리랑 딱 마주쳤어요. “누리야! 너도 꼬꼬랑 놀려고 온 거야? 그럼 나도 같이 놀자!” 안나가 신이 나서 누리의 팔을 잡으려 했죠. 핑퐁이 얼른 안나를 붙잡았어요. “누리는 팔을 다쳐서 온 거야.” 그제야 붕대를 감은 누리의 팔을 보고 안나는 화들짝 놀랐어요. “어쩌다 다친 거야?” 꼬꼬가 덴 상처를 치료하는 곳으로 누리를 데려가며 말했어요. “누리는 뜨거운 물에 데었어. 그래서 원래 피부와 다르게 보여.” 안나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꼬꼬가 누리의 상처를 치료하며 말했지요. “하지만 원래의 피부처럼 감쪽같이 치료할 수 있어.” 오늘은 누리가 새로운 피부를 붙이는 날! 꼬꼬는 정성껏 수술을 했어요. 누리의 팔은 하루하루 좋아져서 데기 전과 거의 비슷해졌어요. 밝은 표정의 누리에게 꼬꼬가 말했어요. “누리야! 전기밥솥, 다리미, 프라이팬, 라면 국물처럼 뜨거운 것을 조심해.” 누리는 깨끗이 나았어요. 이제 어른들도 꼬꼬의 실력을 알게 되었지요. 꼬꼬는 화상에 대해 밤낮없이 공부했어요. 꼬꼬의 새살새살피부과에 가면, 최고의 꼬마 의사를 만날 수 있답니다.
버릇없는 아기 돼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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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 아기 돼지 삼 형제가 집을 짓고 있었어요. 첫째가 짚을 얼기설기 엮어서 초가집을 만들었지요. “야호, 다 만들었다!” 그때 늑대 할아버지가 똑똑똑. “얘야, 너무 춥구나. 네 집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겠니?” 첫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흥, 할아버지는 너무 더러워요. 새집이 더러워지면 어떡해요?” “잠깐이라도 쉬게 해 주렴.” 첫째가 화를 버럭 내며 창문을 쾅 닫았어요. “안 돼요. 저리 가요. 저리 가!” 그러자 늑대 할아버지도 화를 냈어요. “어른에게 말버릇이 고약하구나! 혼 좀 나야겠군.” 늑대 할아버지가 입으로 바람을 후! 짚으로 만든 집이 단숨에 후드득. 집이 날아가 버렸어요. “으악!” 첫째가 깜짝 놀라서 달아났어요. 첫째는 둘째가 만든 통나무집으로 쏙! 그때 늑대 할아버지가 똑똑똑! “얘들아, 춥고 배고파서 그래. 나 좀 쉬어 가게 해 주렴.” 둘째가 창으로 고개를 내밀었어요. “싫어요! 할아버지한테서 지독한 냄새가 나요. 새집에 냄새 배면 어떡해요?” 늑대 할아버지가 간절히 부탁했어요. “그럼 먹을 거라도 조금만 주렴.” “안 돼요. 저리 가세요, 가!” 늑대 할아버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가라니? 어른에게 버릇이 없구나!” 늑대 할아버지가 통나무집을 밀기 시작했어요. 흔들흔들 흔들흔들. 통나무집이 한순간에 와르르. 첫째와 둘째는 셋째가 만든 돌집으로 숨었어요. “셋째야, 문을 꼭 잠가! 무시무시한 괴물 늑대 할아버지가 쫓아와.” 그때 늑대 할아버지가 똑똑똑! 첫째와 둘째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문을 열면 안 돼!” 하지만 셋째는 이미 문을 활짝 열었어요. 셋째는 늑대 할아버지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어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희 집에 잘 오셨어요.” 셋째는 늑대 할아버지를 식탁으로 모시고 가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 드렸어요. “맛있게 드세요.” 벽난로에 불도 활활 피웠어요. “금방 따뜻해질 거예요.” 늑대 할아버지는 셋째의 침대에서 잠도 주무셨어요. 얼마 뒤, 늑대 할아버지가 일어났어요. “셋째야, 넌 참 예의 바른 아이구나.” 할아버지가 첫째와 둘째에게 다가갔어요. “첫째, 둘째야, 화를 내서 미안해.” 기운을 차린 늑대 할아버지는 밖으로 나갔어요. 짚을 모아 얼기설기, 통나무를 뚝딱뚝딱. 늑대 할아버지가 다시 집을 지어 주었어요. 첫째와 둘째도 할아버지에게 사과했어요.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이제부턴 예의 바르게 말할게요.” 꼭꼭 약속해. 어른에게 예의 바르게 말하기. 어른이 부르면 큰 소리로 대답해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요!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해요! 엄마 아빠에게 반말을 하지 않아요! 어른과 헤어질 때도 공손하게 인사해요! 어른에게 높임말을 해요!
어리의 포근포근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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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와 동생이 잠에서 깼을 땐 이미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후였어. 텔레비전을 켜보니 날씨를 전해주는 기상 캐스터가 대설 소식을 전하고 있었지. “오늘 많은 눈이 내리겠으며 빙판길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런 날 일기예보를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해. ‘길이 미끄러워서 학교에 늦겠는걸? 선생님께 미리 연락해야겠어.’ 날씨 뉴스를 보던 어리가 중얼거렸어. 어리는 학교에서 배운 겨울철 안전 수칙을 떠올렸어. ‘외출할 때는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해. 내복을 입으면 체온을 보호할 수 있어. 두꺼운 옷을 한 겹 입기보단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눈과 비에 젖지 않는 외투를 선택해야 하지. 또 모자와 목도리 장갑 등도 체온을 유지해 줘. 신발은 미끄러지지 않는 겨울 신발을 신어야 하지.’ 신발은 눈이나 빙판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것을 신어요. 포근하고 따뜻하게 입은 어리와 동생은 집을 나섰어. 골목을 들어서며 어리는 동생에게 주의를 주었어. “오늘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안 돼. 겨울에는 땅이 얼어서 미끄러지기 쉬운데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서 넘어지기 쉽고, 크게 다칠 수 있어. 걸을 때는 빙판길이 있는지 주변을 잘 확인하고, 빙판을 피해서 천천히 걸어야 해” 어리와 동생은 건널목에 다다랐어. “오빠 초록불이야!” 신호가 바뀌자마자 뛰어가려는 동생을 어리가 붙잡았어. ‘끼이익’ 하고 차도 멈춰 섰어. 콩닥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어리가 말했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초록 불로 바뀌었다고 막 뛰어가면 안 돼. 먼저 차가 멈췄는지 확인해야 해. 눈이 내리면 도로가 꽁꽁 얼어서 차도 빨리 멈추지 못하고 미끄러지기도 하거든.” 학교에 도착한 어리는 등교하는 동안 젖은 양말을 갈아 신기 위해 가방에서 새 양말을 꺼냈어. 친구들도 젖은 양말을 갈아 신거나 수건으로 젖은 머리와 손발을 잘 닦았지. 젖은 옷을 그대로 두면 감기나 동상에 걸릴 수 있어.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여분의 양말과 장갑 등을 준비해서 가지고 다녀야 해. 점심시간이 되었어. 어리와 친구들은 한껏 들뜬 채 급식실로 향했지. “으악! 엄마야!”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친구가 미끄러졌어.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난간을 잡아야 하고 절대 뛰면 안 돼. 계단에 남은 물기가 얼면 평소보다 훨씬 미끄러워서 쉽게 다칠 수 있거든. 실내화도 바르게 착용해야 해. 꺾어 신으면 안 돼요. 바닥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실내화를 신어요. 물기를 잘 털어서 신어요. 발의 크기에 잘 맞는 실내화를 착용합니다. 하교 후 친구들과 놀러 간 호수에서 어리는 그만 큰 사고가 날 뻔했어. 꽁꽁 언 것 같았던 호수로 신나게 걸어 들어가는 순간 ‘와자작 와자작’하고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거든. “어리야 위험해!” 친구들의 다급한 외침에 재빨리 돌아 나왔지만, 가슴이 쿵쾅거렸어. 동상이란? 사람의 몸은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신체의 중심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말단으로 가는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손끝과 발끝 등 말단부위의 피부조직이 얼어버려서 동상이 발생합니다. 동상의 증상 동상은 주로 얼굴, 코, 귀, 손끝, 발끝에서 발생합니다. 손상 부위가 차갑고 창백해지면서 처음에는 따갑고 저리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감각이 둔해집니다. 또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물집이 생기기도 합니다. 동상은 심한 경우 손상 부위의 절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초기대응이 필요합니다. 동상의 초기 대응은? 손상 부위가 저리면서 감각이 둔해지면 부모님, 선생님 및 주위 어른들께 즉시 알립니다. 가까운 피부과를 방문합니다. 응급상황의 경우 응급의학과를 방문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집들 지붕에는 모자를 쓴 것처럼 큰 눈이 쌓여 있었어. 어리와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데 지붕에 쌓여있던 눈이 순식간에 와르르 쏟아졌어. 지붕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도 떨어져서 하마터면 머리에 맞을 뻔했어. 어리는 선생님이 조심하라고 얘기했던 걸 하나씩 차근차근 다시 떠올려 봤어. 대설, 한파 이렇게 위험합니다! 옷과 신발이 젖어 동상에 걸릴 수 있어요. 어리와 동생은 친구들과 안전한 놀이터에서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어. 신나게 놀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깨끗하게 씻고 곧바로 새 옷으로 갈아입었어. 동생의 내복 입기를 도와주며 어리가 말했지. “눈 놀이를 하고 난 후에 집에 오면 새 옷으로 갈아입거나 젖은 옷을 잘 말려서 입어야 해. 혼자서도 잘할 수 있지?” 보송보송하게 마른 옷을 입은 동생이 어리에게 물었어.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한데 어른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해?” 119와 112 혹은 주민 자치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해. 소방관과 경찰관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일을 하는 분들이야. 주민자치센터는 우리 마을의 위험한 곳을 손질하고 정리하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웃의 연락처도 알아둬야 해. 어리는 이야기를 이어갔어. “만약 어른이 아무도 없는데 폭설로 집에 혼자 갇혔다면 119에 구조 요청한 후 소방관 아저씨들이 올 때까지 집안에서 안전하게 기다려야 해.” “아하! 119, 119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 동생이 잊지 않으려고 전화번호를 계속 중얼거렸어. “오빠. 눈이 올 때 우리가 할 일은 없어?” “눈이 많이 쌓이거나 얼지 않도록 길을 쓸어야 해. 모든 사람이 내 집 앞과 골목의 눈을 내가 치운다는 마음을 가지면 눈길에 넘어지는 일도 줄어들겠지?” “안전 수칙을 잘 지키면 눈이 많이 오는 겨울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겠구나! 우리 지금 당장 눈 쓸러 가자!” “지금은 밤이니까 내일 쓸자.” 갑자기 서두르는 동생을 보며 어리가 웃었어.
함부로 먹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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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유치원의 해님반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한결이는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붕붕 소리를 내며 신나게 놀고 있어요. 수진이는 귀여운 곰 인형을 안고 놀아요. 그때 선생님께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어요. “모두 모이세요.” 아이들이 모이자 선생님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화학제품은 집에서 쉽게 볼 수 있어요. 화학제품은 손에 닿거나 모르고 먹었을 때 위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화학제품은 어른들만 사용하는 거예요. 샴푸, 향수, 매니큐어, 세제들이 모두 화학제품이랍니다.” “지금 보이는 사진에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료수가 있고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화학제품이 섞여 있어요. 어떤 화학제품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겉모습은 음료수처럼 보여요. 우리 친구들은 만지거나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입 안을 헹구는 구강청결제를 들고 설명했어요. “구강청결제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하고 있어서 맛있는 음료수와 비슷해 보여요.” “와 파란색이 제가 좋아하는 음료수랑 비슷해 먹어보고 싶어요.” 한결이가 이야기하자 선생님께서 말씀했어요. “구강청결제는 알록달록 색깔 때문에 음료수로 보일 수 있어요. 그래도 마시면 절대 안 돼요.” 선생님은 이번에는 비눗방울을 들고 얘기했어요. “비눗방울은 재미있게 부는 건데 간혹 맛이 궁금하다고 먹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조금 먹어 봤는데 맛은 없고 배만 아팠어요!” 은수의 말에 친구들이 모두 하하 웃었어요. 선생님은 웃음을 그치고 심각하게 얘기했어요. “맞아요. 비눗 방울을 먹으면 배가 아주 많이 아파져요.” “절대 먹으면 안 돼요.” “어린이 친구들, 이런 물건을 집에서 본 적이 있나요?” 선생님께서 방향제를 들고 이야기했어요. “네!” 해님반 친구들이 대답했어요. “모기약, 방향제, 섬유탈취제는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함부로 만져서는 안 돼요. 스프레이 통을 들고 뿌리거나 장난치면 안 돼요.” “나쁜 성분이 입이나 코로 들어갈 수 있어요.” 선생님은 유치원에서 그림 그릴 때 쓰는 도구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사인펜, 색연필, 크레파스 등을 입에 물면 될까요? 안 될까요?” “안 돼요.” 아이들이 대답했어요. “잘 맞추었어요.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색연필, 크레파스뿐만 아니라 사인펜 뚜껑도 입속에 넣으면 안 돼요. 화학성분들이 입속으로 들어가면 중독 사고가 생길 수 있어요.” “먹는 약은 꼭 부모님께서 주실 때만 먹어야 해요. 약이 맛있다고 몰래 먹어서는 안 돼요.” “앗, 지난번에 한결이가 맛있다고 나눠줘서 먹었어요.” “네가 먹고 싶다고 달라고 했잖아!” 한결이와 경찬이가 서로 선생님께 일렀어요. 선생님이 차분하게 다시 타일렀어요. “그때는 몰라서 그랬던 거죠? 지금 배웠으니까 다시는 그러지 말기로 해요.” “선생님, 놀이터에서 놀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쉬고 있는데, 친구가 먹으라고 약을 줬어요. 그것도 먹으면 안 되나요?” 수진이가 선생님께 물었어요. “아픈 사람마다 증상도 다르고 먹어야 하는 약도 달라요. 모르는 사람이나 친구가 주는 약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해요.” “자 이번에는 좀 어려운 질문이에요. 쓴 약을 먹을 때 달콤한 콜라나 주스, 우유와 함께 먹어도 될까요?” “우유는 몸에 좋은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너무 쓴 약은 콜라랑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모두 그럴듯한 대답이지만 약은 반드시 물과 함께 먹어야 해요. 주스나 콜라, 우유에 들어 있는 성분이 약효를 떨어트릴 수도 있거든요. 잘 알아 들었죠?" “네!” 선생님의 설명에 친구들이 모두 입을 모아 대답했어요. “사탕처럼 예쁜 색깔을 가졌거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들을 함부로 먹으면 안 돼요. 겉모습은 사탕처럼 보이지만 약이거나 화학제품일 수 있으니 조심해요.” 선생님의 설명에 진호가 대답했어요. “저는 안 먹는데요, 동생 안호가 아무거나 집어 먹어요.” “동생이 위험한 화학제품을 먹지 않도록 진호가 잘 보살펴 주도록 해요.” 선생님의 말씀에 진호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약 먹을 때 이런 행동을 하면 안돼요! 약을 혼자서 찾아 먹는다. 친구가 권해주는 약을 먹는다. 낯선 사람이 주는 약을 먹는다. 조금만 아파도 약을 먹는다. 약이 쓰다고 콜라, 주스, 우유와 함께 약을 먹는다. 많이 아프면 무조건 많은 양의 약을 먹는다. 아프지 않아도 약이 맛있어서 먹는다. “우리 친구들, 오늘 화학제품과 약에 대해서 배운 내용 잘 기억할 수 있나요?” “네, 잘 기억할 수 있어요!” “그럼 우리, 앞으로 화학제품과 약을 함부로 만지거나 먹지 않기로 약속해요!” “네, 약속해요!” 해님반 친구들은 다 같이 화학제품은 조심하고 약은 처방에 따라 먹기로 서로서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어요.
나쁜 비밀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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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좋은 오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산호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여요. “다녀왔습니다.” “산호 왔니?” 시무룩한 산호의 표정을 보니 오늘 산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산호야, 무슨 일 있었니?” 엄마의 말에도 산호는 입을 꾸욱 다물고 말이 없어요.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앞에 두고도 쳐다 보고만 있네요. “엄마는 산호 편이니까 산호의 고민을 도와주고 싶은데 말해줄 수 없을까?” 산호는 한참을 고민하다 엄마에게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산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엄마, 오늘 집으로 오는 좁은 골목에서 이웃집 아저씨를 만났어요. 좁은 골목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조금 무서웠지만, 난 우리동네 길도 잘 알고 빨리 집에 오고 싶었거든요.” “산호구나? 집에 가니?” “네, 안녕하세요?” “산호야, 아저씨 좀 도와줄래? 아저씨네 잠깐 들렀다 가렴.” “엄마가 아무나 따라가지 말라고 그랬는데” “아저씨는 산호도 알고 아빠, 엄마랑도 친구잖아.” 이웃집 아저씨는 아는 사람이니까 따라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아저씨네 집으로 갔어요. “이야 산호 키가 많이 컸구나, 어디 고추도 얼마나 컸는지 아저씨가 한번 볼까?” 아저씨가 이렇게 말하며 내 옷을 벗기려고 했어요. 나는 깜짝 놀라서 바지를 꽉 잡고 보여주지 않았어요. “안 돼요!” 너무 창피하고 싫어서 크게 소리쳤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억지로 나를 안아서 고추를 만지고 뽀뽀를 했어요. “아저씨는 산호가 귀엽고 아들 같아서 그러지!” 나는 아저씨가 나를 만지는 것이 기분이 나빠서 크게 소리쳤어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싫어요! 나에게 나쁜 일이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옷이나 팬티를 몰래 숨기지 않아요. 추후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를 대비하여 필요한 증거물을 보존하세요. 바로 엄마, 아빠에게 얘기해요. 속상한 마음에 야단치지 마세요. 아이가 죄책감과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씻지 말고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아요. 가능한 한 빨리 아동 성폭력 관련기관이나 가까운 병원에서 필요한 상담과 진료를 받으세요. 잊어버리기 전에 그림으로 그리거나 녹음을 해둬요. 아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묻거나 다그치지 마세요. 나만 보는 소중한 곳은 어디일까요? 왜 다른 사람이 만지거나 보면 안 되나요? 어른이 되면 아기를 만드는 중요한 곳이에요. 나의 소중한 몸은 아무나 만지거나 보면 안 되는 내 것이에요. 이럴 때 싫다고 말해요. 내 몸의 중요한 곳을 억지로 보려고 하고, 만지거나, 만지려 하는 행동 모두 성폭력이에요. 다른사람이 자기의 잠지, 고추, 가슴 등을 만져달라고 하거나, 보여주는 것도 나쁜 행동이에요. 잠지나 항문에 무언가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행동은 성폭력이에요. 원하지 않는데 몸의 중요한 부위들을 부비거나 빠는 것 모두 나빠요. 행동으로 하지 않아도, 신체부위나 성적인 말로 농담을 하거나 놀리는 것도 성폭력이에요. 성기나 가슴과 같은 중요한 부위가 아니어도 다른사람이 내 몸을 더듬거나 만져 이상한 기분이 든다면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해요. 나쁜 접촉과 좋은 접촉의 차이를 설명하여 주세요. 좋은접촉 : 진찰을 위한 탈의, “엄마, 아빠가 나를 안아주고, 뽀뽀를 해요.” 등 나쁜접촉 : “창피해서 싫은데, 병원놀이를 하자고 옷을 벗으라고 해요.” 등 그러자 아저씨가 갑자기 무서운 얼굴로 사납게 말했어요. “이놈! 어른한테 그러면 못써!” 아저씨는 산호가 예뻐서 그러는 거야!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이야. 엄마한테 말하면 아저씨가 때려 줄 거야! 나는 무서워서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뛰어왔어요. 산호의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가 말했습니다. “산호가 매우 무서웠겠구나. 말해줘서 고마워.” “근데 아저씨는 아빠, 엄마랑 친한데 나한테 왜 나쁜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무섭게 생기고 모르는 사람만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다. 이웃집 아저씨가 산호의 몸을 만졌으니 나쁜 어른이지 산호의 잘못이 아니야.” 오늘처럼 누군가 강제로 산호의 몸을 만지려고 하면 큰 소리로 싫다고 말해야 해. 누군가 너를 억지로 안으려고 하면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 힘을 주고 큰소리로 도와달라고 외치렴.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니까 거절해도 괜찮아. 누군가 너를 억지로 안으려고 하면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 힘을 주고 큰소리로 도와달라고 외치렴. 산호는 아빠에게도 아저씨와 있었던 일을 그림으로 그려 보여줬습니다. “근데 아빠 아저씨가 다른 사람에게 아저씨랑 약속한 비밀을 말하면 우리집에 와서 엄마랑 아빠랑 다 때려 주겠다고 했어요. 나 때문에 우리 가족이 다치면 어떡해요? 나는 너무 무서워요.” 아빠는 산호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다 듣고 나서 산호를 안고 다독이며 말했습니다. 아빠한테 아주 용기 있게 잘 말해줬어. 너를 아프고 무섭게하는 나쁜 비밀은 지킬 필요가 없어.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한 것 때문에 네가 나쁜 아이가 되지는 않아. 아빠, 엄마가 산호를 지켜줄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무섭지 않아요! 초콜릿 케이크도 먹고 싶어졌어요.” “그래, 우리 다 같이 맛있게 먹자!” 산호네 가족은 앞마당으로 나가 케이크를 먹기로 했어요. 산호는 콩닥콩닥 뛰었던 무서운 마음이 바람에 다 날아가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가지고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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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여기는 튼튼 어린이 병원이에요. 서영이는 이마를 다쳐서 엄마와 함께 병원에 왔어요. “안녕? 반가워! 나는 지은이야.” “나는 호준이야, 얘 이름은 지우야.” “안녕? 참 예쁘게 생겼구나. 이 아가는 민호야. 민호야, ‘누나 반가워.’ 해 봐.” “아~ 안녕. 나는 서영이 라고 해.” 병원에서 만난 친구들은 왜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먼저 서영이가 어쩌다가 이마를 다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서영이와 친구들은 서영이 집에 모여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어요. “백까지 센다! 하나, 두울, 세엣.” “쉿! 애들아 우리 삼촌 방에도 숨자.” “저기 삼촌 방에는 신기한 것도 많고 숨을 곳도 많아.” 숨바꼭질하던 친구들은 삼촌 방에서 숨을 곳을 찾다가 침대 밑에서 장난감 비비총을 발견했어요. 한 친구가 장난삼아 비비총을 발사했어요. 그런데 그만 총알이 친구들을 찾으려고 방문을 열던 서영이의 이마로 날아갔어요. “앗 아파!” 서영이의 이마에는 금세 빨간 피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세게 날아온 총알을 맞은 서영이의 이마에는 깊은 상처가 나고 말았어요. 민호의 누나 태연이가 민호가 병원에 온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어요. 태연이랑 친구들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어요. 건전지를 넣으면 저절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였지요. 그런데 쌩쌩 잘 가던 자동차가 갑자기 멈췄어요. “왜 안 움직이지? 이상하다?” “어디가 고장 났는지 한번 뜯어 볼까?” “여기 건전지 넣는 곳이 있어.” “이것 봐, 아주 작은 건전지가 들어가 있어.” “건전지가 다 닳았나?” 태연이와 친구들이 건전지를 빼서 옆에 두고 장난감 자동차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어요. 그때 무엇이든 우선 입에 넣는 먹보 동생 민호가 그만 건전지를 삼키고 말았어요. “안 돼!” 이번에는 코를 다친 지은이가 얘기했어요. 지은이는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작고 네모난 블록과 인형들이 앙증맞기도 하고 귀여웠어요. 감촉은 미끈미끈 반질반질했어요. “어머 매끈매끈하다.” “어디든 쏙쏙 잘 들어갈 것 같은데!” 지은이는 반질반질 동글동글한 인형을 코에 넣어 보았어요. 신기하게도 인형들이 콧구멍에도 쏙 들어가고 귓구멍에도 쏙 들어갔어요. 하지만 다시 빼려고 하니까 너무너무 아프기만 하고 안 빠졌어요. 콧구멍과 귓구멍 속에서 염증이 생겼는지 금세 퉁퉁 부어 올랐어요. 할 수 없이 엉엉 울면서 엄마와 병원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호준이는 왜 배가 아팠을까요? 호준이랑 지우는 놀이방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알록달록 맛있게 생긴 장난감을 집어 들며 말했어요. 그날 밤이었어요. ‘꾸르륵 꾸르륵’ 호준이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이상하다. 딸기 모양 장난감은 맛있었는데, 왜 배가 아프지?” 그리고 살살 배가 아프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많이 아프고 울렁거리기까지 했어요. 토하고 어지러워서 병원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지우가 다친 이야기를 했어요. 그날은 지우의 생일이었어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즐거운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지우의 생일 축하합니다!” “지우야 생일 축하해!” 친구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친구들은 작은 폭죽도 터트렸어요. “펑!” “아야!!” 친구들이 터트린 폭죽이 지우의 이마를 때렸어요. 너무 가까이에서 터트렸기 때문이에요. “어머! 어떡해!” “지우야 괜찮아?” 이마가 금방 부풀어 오르고 눈 위가 찢어지고 폭죽 가루들이 눈에 들어가고 말았어요! 조금만 비껴갔어도 눈에 맞을 뻔했어요. “지우야 많이 아팠지? 아픈 주사도 용감하게 잘 참았네.” 지우 엄마가 약을 가지고 오셨어요. “얘들아 이제 장난감 조심해서 가지고 놀고 다시는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치료를 마친 지우가 먼저 인사를 했어요.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조심해야 할 것들을 배웠어요. 장난감을 잘못 가지고 놀다가 다치는 일이 이제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똑똑 수사관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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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들? 저는 사이버 수사국의 똑똑 수사관 ‘미로’ 라고 해요. 오늘은 친구들에게 ‘사이버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특별출동을 했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우리가 모두 즐겁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이제부터 다 같이 ‘사이버 폭력’에 대해 알아볼까요? 먼저 사이버 언어폭력이 무엇인지 알려줄게요. 인터넷 게시판이나 이메일 및 채팅방,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욕설이나 나쁜 말 등을 하여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모든 행동이 사이버 언어폭력이에요. 사이버 폭력은 사이버 공간 안에서 다수의 사람이 손쉽게 폭력 행위에 가담하면서 다수가 개인을 공격할 수 있는 무서운 행동입니다. 친구를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집단으로 공격하고 놀리고 욕설을 하는 사이버 따돌림은 친구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해서 감옥에 갇힌 느낌까지 줍니다. 대화방에서 나가면 불이익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사이버 따돌림입니다. 사이버 폭력은 친구의 게임 아이템이나 음악을 빼앗거나 대신 사도록 강요하는 ‘사이버 갈취’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친구의 와이파이를 빼앗아 쓰는 건 괜찮은 일일까요? 힘없는 친구에게 무선인터넷을 함께 쓰도록 강요하고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게 하여 공짜로 데이터를 이용하는 식의 행동은 금전적 피해를 주는 학교폭력 행동입니다. 친구의 데이터를 빼앗고 괴롭히는 ‘와이파이 셔틀’은 짓궂은 장난이 아닌 신종 사이버 폭력의 한 유형입니다. 우리 친구들도 SNS를 많이 이용하고 있지요? SNS를 이용할 때는 개인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주소 등에 관한 정보를 보호해서 사이버 성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사이버 공간의 채팅, 이메일, 쪽지 등을 통해 음란한 이야기와 장면을 보게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창피한 마음이나 위협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사이버 성폭력이라고 합니다. 온라인에서 무심코 장난처럼 한 행동이나 올린 글이 친구에게 큰 상처와 폭력이 될 수 있어요. 사이버 폭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친구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말과 글을 쓰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퍼뜨리지 않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SNS에 글을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올릴 수 있겠죠? 사이버 언어폭력을 당한 친구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얼굴이 불안하게 바뀌면서 스마트폰, 인터넷을 자주 확인해요. 소셜 네트워크 SNS의 사진이나 글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계정을 탈퇴하여 아이디를 사라지게 하기도 해요. 사이버상에서는 이름보다는 상처를 주는 별명이나 욕으로 불리며, 부모님이 자신의 정보통신기기를 만지거나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사이버 폭력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심각하고 지속적인 괴롭힘을 언제든지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장난이라고 할지라도 공개된 공간에 올린 글이나 이미지 등으로 상대방의 명예가 실추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게 되는 경우 모욕죄로 벌을 받을 수 있어요. 온라인 게시물은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내가 남긴 글을 지웠다고 해도 다른 곳에 남아있을 수 있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해요. 얼굴 표정은 어두워지고 노트에 부정적인 단어를 쓰기도 해요. 풀이 죽고 맥이 없거나 입맛이 없다면서 평소 좋아하는 음식에도 손을 대지 않아요.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해서 갑자기 평소보다 성적이 떨어지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없어요. 두통, 복통 등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하며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해요. 등·하굣길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등·하교하는 경우가 많아요. 심할 때는 몸에 상처가 나거나 옷이 찢어져 있기도 해요. 주변 친구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선생님과 부모님께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해요.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들은 부모님에게 평소보다 많은 용돈을 달라고 하거나 과다한 데이터 요금이 나오기도 해요. 갑자기 짜증이 많아지고 자신의 신변에 대해 가족과 대화를 회피해요. 또,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녀의 이야기나 소문을 알고 있어요.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고 친구에게 전화가 오는 것을 싫어하며,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져요. 온라인에 접속한 후 또는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를 본 후에 당황하거나 괴로워 보여요. 만약 내가 사이버 폭력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사이버 폭력 가해자에게 싫다는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알려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반드시 아이의 어려움에 공감해 주고,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며 끝까지 지켜줄 것을 약속합니다. 피해 학생의 부모님이라면 “절대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라며 아이를 지지해 주세요. 반대로 가해 학생의 부모님이라면 피해 학생에게 폭력의 원인을 찾지 마세요. 사이버 폭력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사이버 폭력의 증거를 삭제하지 말고 저장한 후에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여 해당 자료 삭제를 요청합니다. 신고 전에 나를 알리지 않고 Wee 상담시스템에 글을 남겨 상담을 받을 수도 있어요. 위급한 때에는 전화 117로도 신고할 수 있답니다. 사이버 폭력 피해를 당한 친구는 부모님도 함께 참여해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가해 학생에게는 상담을 통해 조건 없는 처벌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여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하지만 먼저, 우리 모두 사이버 예절을 지킨다면 사랑하는 친구가 상처받는 일은 없겠죠? 사이버 폭력의 대처 방법. 가해자의 행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구한다. (부모님, 학교 선생님, 전문기관) 원하지 않는 메일이나 쪽지, 메신저 등에는 답변하지 말고 보복 대응하지 않는다.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것이 자신의 탓이 아니므로 자책하지 않는다. 대화 시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하루의 안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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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하루는 오늘 아빠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준 뒤 다래와 함께 벚꽃 공원에서 나들이할 계획이에요. “랄랄라 부엉아, 빨리 가자!” 다래를 만나서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하루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어요. 급한 마음에 하루는 앞도 보지 않고 서둘러 걸어갔어요. 서둘러 가는 하루를 부엉이가 붙잡았어요. 붙잡힌 하루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부엉이를 뒤돌아봤어요. 부엉이가 말했어요. “하루야, 앞을 봐.” 하루의 앞에는 길고 가파른 계단이 있었어요. “계단에서 그렇게 서둘러 뛰어가려 하다간 크게 다칠 수 있어. 계단에서는 사고가 나기 쉽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천천히, 한 칸씩 조심해서 손잡이를 잡고 내려가야 해.” 라고 부엉이가 말했어요. “알았어. 오른쪽에 서서 천천히 갈게.” 부엉이의 말을 듣고 천천히 한 칸씩 계단을 내려가던 하루는 계단에서 밀고 당기며 장난을 치고 있는 친구들을 봤어요. 한 친구가 세게 밀자 다른 친구가 뒤로 휘청하고 넘어지려 했어요. 부엉이가 휙 날아가서 뒤로 넘어지려는 친구를 붙잡아 주었어요. 하루는 모두에게 말했어요. “계단에서는 장난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부엉이도 말했어요. “계단에선 한 칸씩, 천천히! 장난치지 말고 질서를 지켜서 오른쪽으로 다녀야 해요.” 장난치던 친구들은 계단을 다닐 때 조심하기로 약속했어요. 하루와 부엉이는 아빠가 일하고 있는 공사장으로 향했어요. 하루는 아빠가 일하는 공사장 앞에서 아빠를 찾아봤어요. 공사장 안쪽을 이곳저곳 여기저기 두리번거렸어요. 하지만 아빠는 보이지 않고 어질러진 공사장만 보였어요. “아빠가 어디 계실까?” 하루는 다래와 만날 시간에 늦을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아빠에게 도시락을 빨리 전달하려고 부엉이가 말릴 새도 없이 공사장으로 들어섰어요. 공사장 안의 길은 여기저기 보도블록이 파헤쳐져 있고 철근과 벽돌이 쌓여 있었어요. 하루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아빠를 찾았어요. 그때, 위에 있던 공사 자재들이 하루 앞으로 떨어졌어요. “아악!!” 하루는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하루야!!!” 그 모습을 본 하루 아빠는 놀라서 달려왔어요. 그리곤 하루가 무사한지 살피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어요. 하루 아빠는 놀란 하루에게 안전모를 씌워 주며 말했어요. “공사장에서는 쌓아둔 건축 재료가 무너질 수도 있고 큰 중장비가 드나들어서 위험하단다. 중장비가 지나갈 땐 꼭 서서 기다려야 해. 공사장 앞은 길이 좁고 차도로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안전한 길로 돌아가야 한단다.” 하루와 부엉이는 안전한 길로 돌아가기로 아빠와 약속하고 도시락을 전달한 뒤 공사장을 나왔어요. 다래를 만나기로 한 벚꽃 공원을 가리키는 도로표지판이 나왔어요. 반가운 마음에 하루는 표지판을 보며 팔짝팔짝 뛰었어요. “하루야 잠깐만 발밑을 봐.” 부엉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표지판을 보고 있는 하루를 불렀어요. 하루의 발밑에는 더운 바람이 술술 나오는 환풍구가 있었어요. “환풍구와 맨홀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야. 잘 닫혀있지 않으면 빠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어. 비 오는 날엔 감전될 수도 있어서 더 위험해. 길을 걸을 때는 맨홀과 환풍구를 피해서 다녀야 해. 다른 사람이 지나가려 할 때도 올라서지 말라고 말해 줘야 해.” 그때, 하루와 부엉이는 맨홀 위로 지나가는 꼬마를 봤어요. “어어 안 돼!” 꼬마는 꽉 닫히지 않은 맨홀 뚜껑 위에 올라섰다가 그만 맨홀에 빠져 버렸어요. 하루는 맨홀에 빠진 꼬마에게 괜찮은지 물어봤어요. “괜찮아? 움직일 수 있어?” “응 괜찮아 엉엉...” 놀란 꼬마는 울기는 했지만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루는 주변 가게에 들어가 도움을 구하고 119에 신고했어요. 하루의 신고를 받고 온 구급대원들이 맨홀에 빠진 꼬마를 구조해 주었어요. 한 구급대원이 하루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네가 직접 구하려고 섣불리 다가가지 않은 건 아주 잘한 일이야. 섣불리 다가갔다가 같이 떨어졌더라면 더 큰 사고가 됐을 거야.” 하루는 구급대원의 칭찬에 뿌듯해졌어요. 드디어 벚꽃 공원에 도착했어요. 하루와 부엉이는 안전한 길로 돌아왔는데도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어요. “하루야 안녕?” 하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다래가 보였어요. 하루는 오는 길에 있었던 일들과 배운 것에 대해 다래에게 말할 생각에 들떠서 달려갔어요.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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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엄마, 아빠 이 멜빵 치마 예쁘죠? 내일 놀이공원에 갈 때 입을 거예요.” 놀이공원에 갈 생각에 지윤이는 벌써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좋아?” “신나서 예쁜 옷도 미리 준비했구나.” 엄마와 아빠도 하하 웃으셨습니다. 웃으시던 엄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지윤이에게 말씀하셨어요. “지윤아, 놀러 갈 때는 예쁜 옷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놀이공원처럼 넓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길을 잃어버리기 쉬워.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꼭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다녀야 해.” “하나, 멈추기!” 길을 잃게 되면 그 자리에 멈춰서 서 있어야 해. 그래야 엄마 아빠가 너를 찾으러 갔을 때 서로 길이 어긋나지 않고 더 빨리 만날 수 있어. “둘, 생각하기!” 멈춘 다음엔 당황하지 말고 엄마 아빠 이름과 지윤이 이름, 그리고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차근차근 외워 보는 거야. “셋, 도움 청하기!” 기다려도 엄마 아빠가 오지 않으면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을 구해야 한단다. 특히 경찰관, 아이와 함께 있는 아주머니, 상점 안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거야. 한 번 따라 해볼까? 다음 날 지윤이네 가족은 놀이공원에 놀러 갔어요. 놀이공원 입구에 들어가자 회전목마가 보였어요. “엄마 아빠 저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회전목마가 있어요. 와 재미있겠다. 우리도 어서 타러 가요. 빨리요 빨리.” “지윤이가 회전목마가 타고 싶구나? 그래, 우리도 저쪽으로 가서 줄 서서 기다리자.” 신이 난 지윤이는 폴짝폴짝 뛰어서 회전목마로 향했어요. 회전목마를 워낙 좋아하는 지윤이는 기다리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곧 광장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람 부탁 드립니다.” 지윤이도 퍼레이드가 보고 싶어졌어요. 지윤이는 엄마와 아빠가 따라 오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 뒤를 따라 광장으로 걸어갔어요. 지윤이는 전날 엄마가 말해 주었던 ‘부모님 손잡고 다니기’와 ‘혼자 다니지 않기’도 잊어버린 채 퍼레이드를 보러 가는 사람들 뒤를 따라갔어요. “히히, 내가 일등으로 가서 앞에서 봐야지” 처음에는 신나게 뛰었지만, 곧 덥고 힘이 들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놀이공원에 놀러와 신났던 지윤이는 이제는 미아가 되어버렸어요. “무서워...” ‘퍼레이드 보려고 사람들 따라가지 않고 멈췄으면 이렇게 멀리 오지 않았을 텐데 잠깐, 멈췄으면?’ 지윤이는 어제 엄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그래 맞아! 엄마가 꼭 기억하라고 알려 주신 세 가지! 하나, 멈추기! 놀이공원에서 엄마, 아빠를 잃어버리고 혼자가 되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서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내가 부모님을 찾으러 여기저기 움직이면 더 만나기가 힘들어진다고 제자리에서 기다리면 엄마, 아빠가 날 찾으러 온다고 하셨어.’ 지윤이는 어제 엄마가 일러준 얘기를 하나하나 떠올렸어요. ‘어제 자기 전에 엄마랑 함께 전화번호를 외워 두길 참 잘했어.’ 하지만 번호를 다 외우는 동안에도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어요. 지윤이는 다음에 엄마가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했어요. ‘세 번째는 뭐였지? 세 번째는... 맞아! 도움 청하기, 어서 주변을 둘러 보자. 엄마가 도움을 청할 때는 특히 경찰관, 아이와 함께 있는 아주머니, 상점 안에 들어가서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지윤이 눈에 마침 놀이공원 안내소가 보였어요. ‘저기 안내원 아저씨들에게 엄마 아빠를 찾아 달라고 하자.’ 지윤이는 다리 아래 있는 놀이공원 안내소로 향했습니다. “그래 지윤아 혹시 부모님 이름과 휴대폰 번호 알고 있니?” “네! 알아요! 엄마랑 같이 외웠어요!” 지윤이가 말한 전화번호로 안내원 아저씨는 부모님에게 전화도 해주었고 놀이공원 안에 크게 들리도록 안내 방송도 해주셨어요. 안내원 아저씨와 잠시 기다리니 멀리서 엄마, 아빠가 뛰어오셨어요. “지윤아! 아이고 우리 딸!” “엄마, 아빠 보고 싶었어요. 다음부턴 절대 혼자 다니지 않을게요.”
안전하게 씽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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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오늘도 경주할까?” “좋아, 내가 이길 거야!” 언덕 윗동네에 사이좋은 쌍둥이 형제 승현이와 재현이가 살았습니다. 둘이는 작은 트랙에서 매일매일 인라인스케이트와 킥보드를 타고 놀았습니다. 승현이와 재현이는 오늘도 트랙에 나와 인라인스케이트와 킥보드를 탈 준비를 합니다. “비켜 비켜!” “너무 좁아서 속도가 안 나!” 승현이와 재현이는 더 빨리, 더 신나게 달려보고 싶은데 트랙이 너무 작아서 속도를 충분히 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너무 많아서 피해 다니기 바빴어요. “아랫동네에 가보자. 거기 근사한 트랙이 있대.” “와 정말? 그럼 친구들이랑 형들도 많겠다!” 어느 날 둘은 처음으로 넓은 트랙이 있는 아랫동네에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인라인스케이트와 킥보드를 타고 아랫동네를 탐험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랫동네에는 키도 크고 멋있게 잘 타는 형들도 많을 테죠? 둘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곳으로 향했어요. 승현이와 재현이는 과연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요? 승현이와 재현이는 늘 타던 작은 트랙을 빠져나와 주택가 골목을 달렸습니다. “어어어 꽈당!” “아이쿠야!” 얼마 못 가서 바닥에 깔린 모래에 미끄러지고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습니다. 제법 요란하게 넘어졌지만 모두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골목을 벗어나서 계단을 만났습니다. 한 번 넘어지고 난 뒤라 겁이 와락 났어요. 계단이 높아서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것 같았거든요. “나 이거 벗고 천천히 내려갈래.” “그러면 나도 킥보드 들고 가야지.” 승현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벗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재현이는 킥보드를 들고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덕분에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계단을 내려올 수 있었어요. “우와! 저절로 내려간다!” “날아가는 것 같아!” 계단이 끝나자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 나왔습니다. 이전까지 탔던 곳과 다르게 길이 매끄러운데다가 내리막길이라 조금만 달려도 속도가 막 났어요. 승현이와 재현이는 신나게 달렸습니다. 부드럽게 굴러가는 바퀴도 만족스러웠어요. “달린다, 달려!” 내리막길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어요. 옆 골목에서 노란색 자동차가 한 대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신나게 달리던 승현이와 재현이는 깜짝 놀랐어요. “저기 자동차가 오는 것 같아!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부딪히겠어!” “으악! 얼른 속도를 줄여!” 그런데 이미 멈추기에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앗! 어떡하죠? 너무 위험한 상황이에요, 큰일 나겠어요! 킥보드와 인라인스케이트는 빠른 정지가 쉽지 않아서 더욱 걱정입니다. 승현이와 재현이가 다치지 않아야 할 텐데요. 사고가 날까 봐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삐죽 났어요. “끼이익” “조심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달려오는 승현이를 보고 자동차가 급정거했습니다. 승현이는 자동차와 부딪히기 전에 가까스로 멈추었습니다. 재현이도 킥보드를 늦지 않게 멈출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다가 이 모습을 본 아주머니와 꼬마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힘들게 아랫동네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넓은 트랙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랫동네에는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길도 너무 복잡했어요. 승현이와 재현이는 작지만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윗동네가 그리웠습니다. “차라리 윗동네가 더 나았던 것 같아.” “그렇지? 여기는 너무 복잡해서 못 타겠어.” 넓은 트랙을 찾는 대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가자.” “응 다리도 아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려갈 때보다 힘이 들었습니다. 앗, 저기 빵집이 보이네요? 승현이와 재현이는 힘을 내기 위해 달콤한 빵을 사 먹었어요. “아 맛있다. 이제 힘이 나는 것 같아.” “응, 나도 기운이 나는 것 같아! 그럼 이제 올라가 볼까?” 그리고 영차영차 힘을 내서 오르막길을 올라갔습니다. 열심히 인라인스케이트와 킥보드를 타다 보니 승현이와 재현이는 너무 지쳐 녹초가 되었어요.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이 되었습니다. “어어, 앞이 어두워서 잘 안 보여.”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걷자.” 둘에게는 아주 익숙한 집 앞이지만 바닥이 어두우니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그날 밤 승현이와 재현이는 너무나 고단해서 저녁을 먹기가 무섭게 잠이 들어버렸어요. 꿈속에서 승현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재현이는 킥보드를 타고 우주 저 멀리까지 신나게 달렸습니다. 우주의 트랙에는 갑자기 달려 나오는 자동차도 없고 붐비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잠자는 둘의 얼굴 위에 즐거운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두리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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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아라는 수업시간에도 늘 피곤한 모습으로 자주 졸던 두리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요즘 들어 두리는 결석도 자주 해요. 두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보건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어요. “친구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모두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아라는 두리가 걱정이 되어서 기운이 나지 않았어요. 1교시는 보건 선생님의 수업이에요. “오늘은 우리 함께 아동학대에 대해 배워 볼 거예요. 아동학대란 어른이 아이를 나쁘게 대하고 힘들게 하는 것을 말해요.” 성 학대 내 소중한 부분을 만져요. 이상한 그림이나 몸의 일부를 보여줘요. 어른들만 가는 곳에 데리고 가요. 방임 돌보지 않음 밥을 안 줘요. 아픈데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아요. 학교에 보내주지 않아요. 집에 혼자 있게 하고 안 들어와요. 학대를 당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요. 사고로 다칠 수 없는 곳이나 같은 곳에 자꾸 상처가 나요. 집에 가기 싫어하고 부모님을 지나치게 무서워해요.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지나치게 주눅 들어 있어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몸이 청결하지 못해요. 수업시간에 졸거나 이유 없는 결석을 자주 해요. ‘내가 만약 저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하지?’ 아동학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아라는 겁이 덜컥 났어요. 마치 아라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얘기하셨어요. “학대를 당했을 때는 믿을 수 있는 어른들에게 학대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리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 어린이들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직접 학대 신고를 할 수도 있답니다.” 아라는 하굣길에 울고 있는 두리를 만났어요. “두리야 왜 울어?” 아라가 물어도 두리는 대답을 안 했어요. “학교에는 왜 안 왔어? 짝꿍인 네가 없어서 나는 종일 심심했단 말이야.” 아라의 말에 두리가 희미하게 웃더니 말했어요. “엄마, 아빠가 학교에 못 가게 했어.” 아라는 오늘 학교에서 배운 것이 생각났어요. “두리야! 우리 같이 선생님께 얘기하러 가자.” 아라는 머뭇거리는 두리 손을 잡고 학교로 갔어요. 마침 교무실에 계시던 보건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어요. “두리야 얼굴이 왜 이래? 멍이 들었네. 오늘 학교에도 안 오고 무슨 일인지 선생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 두리는 힘들게 지금까지 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했어요. 두리의 부모님은 두리를 때리기도 하고 가끔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했어요. 학대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학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는 우선 자리를 피해요. 학대 사실을 주변의 믿을 수 있는 어른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요. 도움을 요청받은 어른은 학대를 당한 증거를 확보하고 피해 사실을 기록해요. 아동학대 신고 기관에 신고해요. 신고 국번없이 112로 전화해요. 24시간 관할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방문해서 신고해요. 상담 아동보호전문기관 02-558-1391 건강가정지원센터 1577-9337 보건복지 콜센터 129 학대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학대를 당한 아동의 이름, 나이, 성별, 주소를 말해요. 학대 행위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세요. 학대를 받았다고 의심되는 이유도 알려주세요. 두리의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두리가 아동학대를 받았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신고했어요. 신고를 받은 경찰은 두리네 집으로 가서 조사했어요. 집은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저분했고, 술병이 굴러다녔어요. 경찰은 두리의 몸 여기저기에 있는 상처와 멍을 발견했어요. 여러 증거가 모여 두리가 부모님에게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조사를 끝마친 후 두리는 부모님과 떨어져 친절한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아동보호소에서 잠시 지내게 되었어요. 낯선 환경이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상냥한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두리는 마음을 열었어요. 일찍 일어나서 제때에 꼬박꼬박 맛있는 밥을 먹고 학교도 빠지지 않았지요. 밤에는 아무 걱정 없이 잠도 잘 자면서 두리는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받았어요. 두리 부모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모님도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요.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겹쳐서 두리 부모님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대요. 게다가 아이를 돌보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더욱 두리를 힘들게 했다고 합니다. 두리 부모님도 심리 치료를 받고 아동발달과 부모 역할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몇 개월이 흐른 뒤 부모님과 두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왔어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집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어요. “두리야 미안해.” “이제부터는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 두리 부모님은 진심으로 두리에게 사과했어요. 두리는 활짝 웃으며 부모님 품에 안겼어요. “아라야 안녕!” “두리야 안녕? 일찍 왔네.” 요즘 두리는 결석을 하지 않고 일찍 학교에 온답니다. 수업 시간에는 졸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며 즐겁게 놀아요. “우리 교실까지 누가 먼저 가나 경주할까?” “깔깔깔” “하하하” 두리와 아라의 웃음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어요.
창문 쿵! 높은 곳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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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미요네 집으로 안전신문이 도착했어요. “이런, 매일 10명의 어린이가 낙상사고로 다친다는구나!” 거실에서 신문을 읽던 아빠가 혼잣말을 했어요. “아빠, 낙상사고가 뭐예요?” 미요의 동생 봉이가 물었어요. “낙상사고는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말해. 우리 같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할까?” “낙상사고의 대부분은 가구를 통해 발생한단다. 침대, 의자, 책상, 소파와 같이 미요와 봉이가 평소에도 자주 올라가는 가구에서 낙상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구나.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높이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에는 직접 가구를 이용해 올라가지 말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렴!” 의자 위에 올라가 선반 위에 있는 장난감을 잡으려다가 봉이가 떨어졌어요. 미요가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아빠! 봉이가 의자에서 떨어졌어요!” 아빠는 황급히 달려와 봉이를 살펴보았어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구나. 무릎이 살짝 까졌으니 연고를 바르면 금방 나을 거야.” “낙상사고는 이렇게 순식간에 벌어진단다. 다음부터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은 어른에게 꺼내 달라고 해야 한다.” “쿵!!” 새들은 짹짹 차들은 빵빵 아이들은 꺄르르 창문 밖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어요.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진 봉이와 미요는 고개를 쑥 내밀고 쳐다봤어요. 그 모습을 본 아빠는 깜짝 놀라서 말렸어요. “얘들아!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면 떨어질 수도 있어.” 봉이와 미요는 밖이 보이는 창가 근처에서 놀고 있었어요. 방충망에 몸을 기대고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창 밖을 구경했어요. 엄마가 정색을 하고 말씀 하셨어요. “얘들아 창문이나 베란다 방충망에 기대면 위험해! 방충망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약해. 방충망에 기대면 창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단다! 방충망의 역할은 모기와 곤충을 막아주는 것이지 기대고 노는 것이 아니야.” 창문 밖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미요는 상상해 봤어요. 삐뽀 삐뽀 구급차가 달려오고 구급대원이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들것에 싣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여러분 뒤로 물러나주세요. 환자 이송합니다.” 구급대원의 황급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어휴 끔찍하다. 머리, 팔, 다리 안 다친 곳이 없네. 상상만으로도 엄청나게 무서운 걸.’ 미요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거나 방충망에 기대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아늑하고 편안한 집 안에도 의외로 위험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블라인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으면 블라인드 줄을 가지고 놀다가 안전탐험대 의자와 침대 같은 가구에 올라가는 것은 안전할까요? 베란다나 창문에 기대거나 몸을 밖으로 내미는 것은 위험한 행동인가요? 방충망을 밀거나 방충망에 매달리는 것은 안전할까요? 블라인드 끈은 질식사고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베란다에 혼자 가는 것은 안전할까요? 창문, 베란다 낙상사고 예방 매뉴얼 1. 의자, 침대 등 가구들을 창문 가까이 두지 않습니다. 가구를 딛고 올라가 창문에서 추락할 수 있습니다. 2. 추락의 위험이 있는 창문과 베란다에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지, 설치상태는 견고한지 수시로 흔들어 보아 점검합니다. 3. 가정 내 모든 창문에 낙상 방지용 난간을 설치합니다. 방충망은 어린이 낙상을 예방해주지 못합니다. 4. 블라인드 끈은 질식 사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이의 손이 닿지 않도록 높이 감아 올려 놓도록 합니다. 5. 베란다에서는 가급적 어린이 혼자 놀지 않도록 합니다. 베란다도 위험한 곳 중의 하나랍니다. 아빠가 안전신문에 나온 베란다 난간에 관한 기준을 읽어 주셨어요. “높이가 1미터 20센티미터 이상이면 우리 봉이가 기어 올라갈 염려가 없겠다.” 하지만 베란다 난간이 기준에 맞게 설치되어 있어도 난간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면 사고가 날 수 있어요. 블라인드는 어떤지 한 번 볼까요? 걸려 넘어질 수 있어요. 꽈당! 목에 줄이 감겨 질식할 수 있어요. 켁켁! “투투투투투투 슈웅 슈웅” 미요가 베란다에 나와 장난감 헬리콥터를 가지고 놀다가 잘못하여 손에서 놓쳤어요. 장난감이 베란다 아래로 떨어졌어요. “아얏! 아파.” 지나가던 친구가 떨어지는 장난감에 머리를 맞고 비명을 질렀어요. 엄마가 깜짝 놀라서 뛰어 내려갔어요. 살짝 스쳐서 다행이었지만 큰일날 뻔했어요. 뒤따라 내려온 미요도 사과했어요. 다음 날 저녁이 되었어요. 미요와 봉이는 베란다에 나와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렸어요. 저기 아래 아빠의 모습이 보였어요. “아빠, 여기 보세요!” 미요와 봉이는 베란다 잠금장치를 열고 아빠를 부르려고 했어요. “얘들아, 위험해!” “너희들 손으로 잠금장치를 풀어서 창문을 자주 열고 닫다 보면 무시무시한 낙상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엄마가 뒤에서 주의를 주었어요. “엄마, 베란다 화분에 물을 줄 때가 된 것 같아요. 베란다에 함께 가요!” “우리 미요가 베란다에 혼자 가지 않는 것을 보니 낙상사고에 대해 많이 배웠구나. 엄마나 아빠가 함께 있으면 너희가 혼자서 사고를 당할 위험이 줄어들게 되지.” 미요는 엄마와 함께 베란다에 나가 화분에 물을 주었어요. 물을 주니 화분의 꽃들이 고맙다고 방긋 웃는 것 같았어요. 봉이와 아빠도 킁킁 싱그러운 꽃향기를 맡았어요. ‘앞으로도 꼬옥 엄마, 아빠와 함께 베란다에 가야지’ 미요와 봉이는 자진해서 낙상사고 지킴이가 되었어요. 창 밖으로 고개를 쑥 내민 친구나 창틀에 올라가는 친구를 발견하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가 말린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해요. “창문에 그렇게 매달리면 위험해! 얘들아 내가 낙상사고에 대해 지금부터 알려줄게!”
동물원에서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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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행복유치원 친구들이 동물원을 견학하는 날이에요. 동물원에 들어가기 전에 선생님께서 물으셨어요. “어제 우리가 배운 것 잊지 않았죠? 무엇에 대해 배웠나요?" “동물원 안전 수칙이요!” “즐거운 견학이 될 수 있게 안전 수칙을 잘 지켜주세요” “네!” 일일 안전 지킴이가 된 보은이와 찬솔이도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모두 함께 원숭이를 보러 가는 길에 키가 큰 기린이 두리 눈에 보였어요. “우와 내가 좋아하는 기린이다!” “두리야 혼자 가면 안 돼!” 혼자 다른 길로 가려는 두리를 보은이가 붙잡았어요. 선생님과 친구들도 두리를 불렀지요. “선생님과 친구들을 놓치면 미아가 된다고 배웠잖아!” 미아가 되면 이렇게 해요. 혼자 다른 곳을 보다가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놓쳐서 길을 잃어버리고 미아가 되었다면, 길을 잃은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보호자가 데리러 와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길을 잃었을 때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미아가 되었을 경우, 보호자를 빨리 찾기 위해서 부모님 연락처를 외워요. 연락처를 외우지 못하면 메모지에 부모님과 선생님 등 보호자의 연락처와 주소를 적어서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두고 도움을 요청할 때 보여주면 좋아요. 만약 길을 잃은 장소에서 기다려도 보호자가 오지 않는다면 멀리 이동하지 말고, 가까운 곳에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찾아 도움 요청해요. 예를 들어 안전요원이나 사육사, 그리고 옷에 이름표를 달고 있는 상점 직원에게 길을 잃었다고 도움을 요청해요. 길을 잃은 장소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호자를 찾아주겠다고 해도 따라가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해요. 같이 보호자를 찾으러 가자고 몸을 잡거나 만지려고 하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멀리 떨어져요. 경훈이가 사탕을 들고 원숭이 우리 앞에 갔어요. 원숭이가 경훈이의 손에 들려진 사탕을 보고 다가왔지요. “사탕이 먹고 싶어?” 경훈이가 원숭이에게 사탕을 주려고 손을 뻗는 순간, 여유롭게 놀고 있던 원숭이들의 관심이 경훈이에게 집중됐어요. “경훈아 사탕을 주면 안 돼!” 찬솔이가 경훈이를 말렸어요. “참! 어제 유치원에서 배웠는데 깜빡했어!” 경훈이는 찬솔이 덕분에 어제 배웠던 안전 수칙을 떠올렸어요. 원숭이는 머리가 똑똑하고 사나워요. 공격을 할 수 있으니 우리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함부로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위험해요. 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 꼭 지켜요! 동물원에서 먹이를 줄 때는 먹이를 보고 흥분한 동물이 달려들 수도 있으므로 사육사나 어른과 함께 줍니다. 먹이를 함부로 주면 안 돼요!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이라도 동물들에게는 건강을 해치는 해로운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동물들에게도 정해진 식단이 있답니다. 맹수에게 먹이를 줄 때는 꼭 도구를 사용합니다. 우리의 손도 맹수에게는 맛있는 먹이로 보입니다. 동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물건을 던지면 위협을 느낀 동물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고, 물건을 먹이로 생각해서 삼킨 동물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다정이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양떼가 있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 내 모자!” 다정이가 손을 뻗어 모자를 주우려고 하자 보은이가 뒤에서 다정이를 안았어요. “다정아! 울타리를 넘어가면 위험해!” “그렇지만 내 모자가” 다정이가 울먹였어요. “울타리 안으로 물건이 떨어지면 우선 선생님께 말씀드려야지!” 보은이가 안전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울타리에서 떨어져서 관람해요. 울타리에 올라타거나 울타리 너머로 손이나 발 등 몸의 일부분을 넣으면 동물이 먹이로 알고 공격할 수 있어요. 사진을 찍을 때 울타리에 너무 가까이 가면 동물에게 공격받을 수 있어요. 울타리 안으로 물건이 떨어지면 안전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요.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구역으로는 절대 가지 않아요. 사파리 관람 시 꼭 지켜요. 1. 안전벨트를 착용해요. 2. 문의 잠금장치를 꼭 확인해요. 3. 창문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아요. 4. 창문을 열거나 차에서 내리지 않아요. “우와 말이다, 말아 안녕! 여기 좀 봐!” 말을 좋아하는 준호는 신이 나서 인사했지만,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풀을 뜯기 바빴지요. “야아아!” 심통이 난 준호가 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소리를 질렀어요. 하지만 말이 머리를 흔들며 투레질만 하고 다가오지 않자 준호는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야아아아아아!” “히히잉” 준호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자 화가 난 말이 달려와 준호를 공격할 것처럼 위협했어요. 사육사의 노트 안녕하세요, 친구들? 우리 친구들이 동물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행동 중 특히 하면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을 알려줄게요! 유리창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 시끄러운 소리에 놀란 동물이 흥분해서 공격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함께 관람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답니다. 동물의 몸을 만지거나 때리는 행동 털이나 꼬리를 잡아당기는 행동도 동물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물건을 던지거나 막대를 휘두르는 등 동물을 위협하는 행동 생명이 위험하다고 느낀 동물이 강한 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성난 말 때문에 놀라 넘어진 준호가 손을 다쳤어요. “으앙!” 울음이 터진 준호를 선생님과 보은이가 의무실로 데려왔어요. “이만하길 다행이구나, 화가 난 동물이 공격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단다.” 의무실 선생님이 보은이와 준호를 안심시키고 타이르듯 얘기했어요. “다시는 동물을 괴롭히지 않을게요.” 치료를 받던 준호가 말했어요. 즐거운 동물원 관람이 끝났어요. 동물원 관람을 모두 마친 뒤에는 혹시 모를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깨끗하게 손을 씻어요. 손을 씻는 습관은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이에요! “아직 손을 안 씻은 친구들은 줄을 서서 기다려요.” 선생님이 얘기하지 않아도 행복유치원 친구들은 손을 씻기 위해 줄을 서서 어떤 동물이 제일 좋았는지 서로 얘기했어요. 보은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목욕한 뒤, 옷을 갈아입었어요. “엄마! 오늘 진짜 곰돌이를 봤어요!” “보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곰을 봤구나! 어땠어?” “처음에는 너무 커서 무서웠는데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소리를 지르거나 괴롭히지 않았더니 하나도 무섭지 않고 귀여웠어요!” 보은이와 엄마는 하하 호호 웃으며 오늘 동물원에서 배운 안전 수칙에 관해 얘기했답니다.
스마트폰 게임은 너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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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맞은 지훈이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어요. “얘들아 이것 좀 봐. 나 스마트폰 생겼다! 이걸로 게임도 할 수 있어!” 지훈이는 부모님을 졸라 선물 받은 스마트폰을 친구들에게 자랑했어요.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용사의 모험’이라는 스마트폰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참을 떠들었어요. 친구들은 지훈이의 스마트폰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어요. “지훈아 밥 먹어야지!” “잠시만요! 지금 중요한 상황이란 말이에요.” 엄마가 아무리 말을 해도 지훈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요즘 지훈이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에도 항상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아요. 지훈이는 스마트폰 게임이 정말로 재미있어요. 용사와 함께 모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훈아 술래잡기하자! 얼른 와.” “뭐 해? 지훈아 빨리 와!” “나 바빠! 게임머니 모아서 아이템 사야 된단 말이야. 너희들끼리 놀아.” 친구들이 아무리 지훈이를 불러도 지훈이는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느라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이랑 놀지 않아도 게임 속에서 더 많은 재미있는 친구들이 지훈이와 놀아주었으니까요. 지훈이는 요즘 밤에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아요. 밤이 아주 늦도록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고 수업시간에는 깜빡 잠이 들 때도 있어요. 오늘은 지훈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시간에도 졸았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은 지훈이를 걱정했지만 지훈이는 꾸벅꾸벅 졸음을 참지 못했어요. 가끔 잠꼬대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라니까요! “너 눈 좀 봐봐. 엄청 빨개. 토끼 같아!” “지훈아 요즘 왜 우리랑 안 놀아? 매일 게임만 하고.” “수업시간에도 요즘 맨날 잠만 자고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친구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훈이에게 물었어요. 거울을 보니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어요. 요즘 들어 눈이 좀 침침한 것 같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게임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거든요. 지금 막 영웅의 오랜 적인 대장 악마를 잡으려고 한다고요. “나 게임 좀 하게 저리 비켜!” “으앗!” 지훈이는 걱정하는 친구를 떠밀었어요. 스마트폰으로 노는 것이 친구들보다 더 재미있었거든요. 당황한 친구들은 입을 삐죽이거나 화를 내며 하나 둘 지훈이 곁을 떠나갔어요. 친구들은 더이상 지훈이와 놀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국어시간이 되었어요.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친구들은 척척 대답을 했어요. 하지만 지훈이는 대답하지 못했어요. 지난 시간에 배웠는데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그 때도 선생님 몰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느라 제대로 듣지 않았거든요. 지훈이는 친구들이 다 자기를 비웃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면 불안함이 밀려오고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혼동하기도 해요. “아깐 너무 창피했어. 요즘 친구들이랑 사이도 멀어진 것 같은데. 스마트폰 게임은 오늘까지만 딱하고 앞으론 하지 말아야겠어.” 지훈이는 내일부터는 스마트폰 게임을 안 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또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게 되었어요. ‘조금만 더하고 내일부터 그만 하지 뭐.’ ‘조금만 더 하면 레벨이 오르겠는걸?’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 빨간 불인데도 몇 발자국 횡단보도로 내려갔어요. “앞을 보고 다녀야지 위험하잖아!” 달려오던 자동차가 급정거 했고 놀란 운전자 아저씨가 소리를 질렀어요. 지훈이도 놀라서 “꽈당” 하고 넘어졌어요. 손에서 놓친 스마트폰은 시멘트 바닥과 부딪혀서 화면에 금이 가버렸어요. “나 이제 스마트폰 안 해!” 지훈이는 다친 곳이 너무 쓰라려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어요. 지훈이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기 위해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스마트폰에 사용시간을 줄이기 위한 예방 앱을 깔고, 정해진 시간에만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등 규칙을 세우고 지키기로 약속했어요. 약속을 잘 지킬 때마다 칭찬 나무에 사과 모양 스티커를 붙일 거예요. 스마트폰을 줄이기로 다짐했지만 재미있는 스마트폰 게임이 항상 눈에 아른거렸어요. 그 때마다 지훈이는 고개를 저으며 다짐했어요. “아냐 참을래 약속했잖아.” 칭찬 사과나무에 사과가 가득 열리면 친구들과 별을 보러 가기로 했어요. 지훈이는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는 상상을 하며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을 조금씩 지워나갔답니다. 요즘 지훈이는 스마트폰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어요. 발명대회에 나가 상도 타고, 재밌는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거 알아요? 세상엔 스마트폰 게임보다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아주 많아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친구들과 같이 놀아요! 스마트폰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스마트폰은 우리의 뇌를 힘들게 해요.
불이야! 불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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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아파트의 소방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날입니다. 잠시 화재경보음이 울리겠습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안내 방송이 나왔어요. 정후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화재경보음이 뭐예요?” “불이 났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소리야” “불이 나요? 우리 아파트에도 불이 날 수 있어요?” “불은 어디든 날 수 있어. 만약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볼까?” 화재경보음 소리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요. “불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줘. 어두운 곳을 환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지난번 캠핑 기억나니? 우리 모닥불 앞에서 추운 몸도 녹이고, 고기도 숯불로 구워 맛있게 먹었잖아!" “또 있었어요. 아빠가 가스 램프를 켜니 어두웠던 캠핑장이 대낮 같이 밝아졌어요.” 취사나 불을 피우는 행위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실시합니다. 모닥불 등을 피울 때는 주변의 인화물질을 제거한 뒤 피우며, 불씨가 날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불을 끌 때는 잔불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확실히 진화합니다. 가스, 전자레인지 등을 아동 혼자서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라이터, 성냥, 양초 등은 안전한 곳에 보관하며, 아이들이 가지고 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불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지! 하지만 이렇게 착한 불들도 언제나 활활 타오르고 싶어해. 촛불의 작은 불도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큰 불이 될 수 있어. 큰 불을 만난다면 누구든지 당황스럽고 두려울 거야. 때로는 너무 무서워서 우왕좌왕 하다가 연기에 질식되거나,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해. 어떤 경우에는 혼자 불을 끄려고 노력하다 불이 무시무시하게 커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불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도 숨어 있어. 전기 히터나 다리미 등을 아주 오래 켜 두거나 하나의 콘센트에 많은 전기 기구를 꽂아서 쓰면 꽁꽁 숨어있던 불이 나타나지. 특히 전선의 껍질이 벗겨져 있거나 콘센트 주변에 쌓인 먼지들이 전원을 켤 때 생기는 작은 불꽃을 만나게 되면 불은 더욱 쉽게 생겨.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도 잘못 사용하면 커다란 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해.” 가까운 곳에 있는 화재경보기를 누르는 것도 좋아! 화재경보기의 소리는 우리 목소리 보다 훨씬 커서 먼 곳까지 잘 들리거든. 절대 혼자서 불을 끄려고 하면 안돼!” “불을 피할 때는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가야 해. 비상구 표시를 따라가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어. 물건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나오기 위해서 멈추거나 되돌아가면 절대 안 돼.” “엄마, 계단보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더 빠르잖아요?“ "불이 나면 엘리베이터는 연기로 가득 차기 때문에 매우 위험해. 불 때문에 전기가 끊겨서 멈출 수도 있어.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가야 해." “불이 나면 건물이나 물건들이 타면서 나쁜 연기가 생겨. 그래서 눈도 따갑고 숨쉬기도 어렵지. 연기 속을 지나 갈 때에는 몸을 최대한 숙이고 가는 게 좋아. 나쁜 연기 아래에는 맑은 공기층이 있거든. 한 손으로 코를 막고 팔과 무릎을 이용해 비상구로 기어 나가.” 방문을 열기 전에 먼저 문손잡이를 손등으로 만져서 손잡이가 얼마나 뜨거운지 살펴봅니다. 뜨겁지 않으면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만약 문손잡이가 뜨거우면 문을 열면 안됩니다. “안전한 곳으로 나왔다면 불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겠지? 침착하게 119를 누르고, 불이 난 곳을 말하면 소방관 아저씨들이 빠르게 와서 불을 꺼 줄 거야. 정확한 주소를 모르면 주위에 있는 큰 건물이나 전화번호를 알려줘도 괜찮아. 우리 119에 신고하는 연습 한 번 해 볼까?”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겁이 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침착하게 행동해야 해. 창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좋아. 밖에서 연기가 들어 올 때에는 창문을 닫고 기다려. 아무리 무서워도 책상 밑이나 장롱 속에 숨으면 안 돼! 소방관 아저씨들이 찾지 못할 수도 있어.” 만약 옷에 불이 붙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해서 뛰거나 몸을 흔들면 불이 머리카락 같은 곳에 번져서 더 커질 수 있어. 그럴 땐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에 엎드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거야. “성냥과 라이터를 함부로 만지지 않아요!” “전기제품을 쓴 뒤에는 플러그나 전원을 꼭 꺼요!” “난로나 가스레인지 가까이에서 장난치지 않아요!” 엄마의 긴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정후는 불 속을 탈출하는 모험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방에서 뭔가 타는 냄새가 났어요. “킁킁킁 엄마, 이게 무슨 냄새예요?” “앗! 내 정신 좀 봐.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려 두고 깜박했네!” “엄마, 가스나 촛불을 켜 놓고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요. 깜박하면 큰불이 된다고요!” 정후가 꾸중하듯 말했어요. “하하 미안해. 오늘은 엄마가 우리 정후한테 혼이 나네.” “불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다고 엄마가 말했잖아요.” “그래 우리 조심 또 조심하기로 약속하자.” 엄마와 정후는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어요.
언니, 지금 사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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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이에 첫눈이 왔어요.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어요. “우와, 눈이다!” 우당탕퉁탕! 아인이가 놀이터로 뛰어나갔어요. “야호! 눈사람 만들자!” 은규도 장갑을 끼고 달려갔어요. 눈 쌓인 놀이터는 추운데도 춥지 않게 느껴졌어요.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가 춥지 말라고, 눈이 포근하게 덮어주는 것 같았거든요. 미끄럼틀도 머리에 따뜻한 눈모자를 쓰고 있어요. 아인이와 은규는 영차영차 눈사람을 만들고 있어요. “이 막대기로 눈썹을 붙이자.” “나는 입을 만들게.” 아인이와 은규가 눈사람 얼굴을 만들었어요. 어라? 화가 잔뜩 난 눈사람이 되었네요. “하하! 아인아, 이 눈사람 표정이 꼭 우리 형 같아.” “깔깔! 나는 우리 언니 닮았다고 생각했어.” “너네 언니도 화를 잘 내니?” “너희 형도 심술쟁이야?” 은규의 말에 아인이가 맞장구를 쳤어요. 은규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어요. “우리 형은 중학생이 되더니 정말 이상해졌어. 집에 오면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나랑 놀아 주지도 않아.” “우리 언니도 6학년이 되면서 변했어. 인사도 잘 안하고, 알아서 할 테니 참견 말라고 엄마한테도 막 대들어.” 아인이가 말했어요. “형 목소리도 굵게 변했어. 옷 갈아입을 때 살짝 봤는데 겨드랑이에 털도 났어. 무슨 병에 걸린 건 아닐까?” 은규가 걱정스럽게 말했어요. 아인이도 덩달아 걱정이 됐어요. “설마 우리 언니도 아픈 걸까? 언니 팬티에 피가 묻은 걸 봤어.” “얘들아, 걱정하지 마. 사춘기라서 그런 거야.” 옆에서 눈구경을 하던 1층 할머니가 말했어요. “사춘기요?” 아인이와 은규가 물었어요. “너희들 언니나, 형 처럼 몸이 성숙하게 변하고 마음도 변하는 시기를 사춘기라고 해.” 할머니가 설명을 시작했어요. “사춘기가 되면 얼굴에 여드름이 돋기도 하고 몸의 여기저기에 털이 난단다.” “에이, 징그러워요!” 아인이의 말에 할머니가 대답했어요. “징그럽지 않아. 어른이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야.” “우리 아빠는 가슴이랑 다리에도 털이 아주 많아!” 은규의 말에 할머니가 말했어요. “여자나 남자 모두 겨드랑이와 생식기 주변에 털이 나지. 그런데 남자는 턱에도 수염이 나고, 대체적으로 다리털도 더 굵고 길어져.” “사춘기가 되면 여자는 월경을 한단다. 여자의 몸 안에 있는 자궁 속 난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난자를 내보내는데, 이 난자는 남자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정자와 만나면 아기가 생기기도 한단다.” “그런데 이 난자는 임신을 하지 않았을 때는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월경이야. 언니 팬티에 묻은 피는 아마 월경할 때 묻은 것일 거야.” 할머니가 자세히 설명했어요. “남자는 월경을 안 하나요?” 은규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어요. “남자는 사정을 한단다. 사춘기가 되면, 남자는 고환에서 정자를 만든 후에 음경 밖으로 내보내는데, 이것을 사정이라고 한단다. 아직 완전히 어른으로 자라기 전에는 자면서 사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몽정이라고 불러. 몽정도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사춘기에는 몸만 변하는 게 아니라, 마음도 변해. 간섭 받기 싫어하고, 가족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되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누군가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사춘기의 특징이야.” 할머니가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맞아요. 우리 언니는 거울을 백 시간이나 봐요!” 아인이가 고개를 끄떡였어요. 집에 돌아온 아인이가 언니를 만났어요. “언니는 사춘기라서 가슴이 자라고, 월경도 하는 거라면서?” “네가 그런 것도 알아?” 언니가 신기해하며 웃었어요. "사춘기가 지나야 어른이 되는 거라며?" "헤헤 꼬맹인 줄만 알았는데 다 컸네." 은규도 형에게 물었어요. “형, 수염 났어?” “당연하지! 만져 봐, 까칠까칠 하지?” 형이 턱을 내밀며 자랑했어요. 정말 형의 턱은 까끌까끌했어요. “나도 빨리 사춘기 되면 좋겠다.” 은규는 어른이 되고 있는 형이 조금 부러워졌어요.
도와달라고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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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 철이. 어린이를 지키는 천하무적 로봇이야. 너희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이 있으면, 내가 짠! 하고 나타나서 구해줄 거야. 오늘은 내가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성폭력이 뭐냐고? 어른이나 우리보다 큰 형 또는 누나가 우리 어린이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강제로 우리 몸을 만지고, 안고, 뽀뽀하는 행동이 성폭력이야. 성폭력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한단다. 성폭력을 당하면 몸이 아파지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아프게 될 수 있어. 정말 무섭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맞아. 예방이 중요하단다. 우선 절대 혼자서 다니지 않도록 해. 특히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두운 곳에는 가지 마. 외출할 때는 부모님에게 어디에 누구와 가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 꼭 얘기하고 가는 것도 중요해. 급할 때 연락할 수 있도록 부모님 휴대전화 번호와 집 전화번호, 집 주소는 꼭 외우고 있도록 해. 자녀가 부모님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를 외우도록 평소에 신경 써 주세요. 어? 저기 송이가 뭐 하나 같이 보자. “얘야, 아저씨가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줄까?” “네? 아저씨, 저 알아요?” “그럼, 아저씨는 네 아빠랑 친한 친구란다.” 네가 송이라면 어떻게 할래? 아무리 아빠와 친한 친구라고 말해도 너 혼자서 낯선 어른을 따라 가면 절대 안 돼. 얼른 다른 어른들이 있는 곳으로 피하거나 집으로 가야 해. 수민이한테는 자동차 안의 아줌마가 말을 시키네. “얘야, 별님 유치원이 어디니?” “별님 유치원은 우리 유치원인데요.” "차에 타서 알려 줄래?" 수민이가 차에 타면 될까? 당연히 안 되지. 낯선 사람이 탄 차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자녀에게 '어른은 아이에게 길을 묻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아.' 라고 분명하게 알려주세요. 이번에는 나은이가 뭘 하고 있나 보자. 안 돼! 사촌오빠가 나은이 옷을 들치고 몸을 만지려고 하네. “나은이 얼마나 컸나 오빠가 한 번 볼까?” “싫어, 오빠라도 만지는 건 기분 나빠!” 휴, 다행이다. 잘 아는 사람이라도 몸을 보여 달라거나 만지는 건 절대 허락하면 안 돼. 빨리 도망쳐서 부모님께 알려야 해. 엘리베이터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어. 저기 송이가 엘리베이터에 탄다. 음, 10층 아저씨도 같이 타네. “예쁘게 생겼구나, 한 번 안아볼까?” “답답해요, 놔주세요!” 엘리베이터에 타면 되도록 버튼 가까이에 서도록 해.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서 엘리베이터가 빨리 서게 해. 최대한 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도움을 요청해. 엘리베이터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 탈 때는 여러 사람과 같이 타라고 가르쳐 주세요. 직접 만지는 것만 성폭력인 것은 아니야. 어린이에게 성적인 그림이 그려진 책이나 만화,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성폭력이란다. 어어, 저기! 옆집 누나가 수민이에게 이상한 사이트를 보여주려고 해. “수민아, 이리 와. 누나가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 이상해요, 안 볼래요.” 휴, 수민이 잘했어. 싫다고 하고 부모님께 말씀 드리렴. 어린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건 아니야. 만약 어른이 강제로 만지거나 낯선 곳에 같이 가자고 하거나, 차에 타라거나 이상한 그림을 보여준다고 하면 단호하게 싫다고 하는 게 잘하는 거야. 절대로 혼자서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마. 그리고 주변의 다른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해. 잠깐만! 가현이 너 뭐 하고 있어? “킥킥, 화장실 간 송이를 몰래 보는 중이야.” 야, 너 그런 것도 성폭력인 거 몰라? “응? 난 그냥 장난인데··” 친구의 치마 들치기, 화장실 엿보기, 다른 친구의 성기 만지기, 똥침 등은 장난처럼 시작되는 성폭력의 씨앗이야. 아무리 친해도 하면 안 돼. 얘들아, 잘 들어.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야. 내 몸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주변의 어른들에게 바로 도와달라고 얘기해. 그리고 내 몸이 소중한 것처럼 친구들의 몸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 알았지? 꼭 기억하는 거다. 자, 약속! 아동 성폭력이란 어른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나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이용해서 어린이에게 가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합니다. 실제로 아동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뿐 아니라 만지지 않은 행동도 아동 성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접촉 행위에는 아동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 몸을 만지거나 볼이나 입술에 뽀뽀하는 행동, 억지로 껴안는 행동 등이 있습니다. 접촉이 아닌 성폭력에는 성적인 말을 하거나 성적인 사진이나 그림,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포함됩니다. 성폭력의 예.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 것. 몸의 중요한 부위인 성기나 유방, 엉덩이나 배 등을 만지거나 비비는 행동. 뺨이나 손, 머리 등 다른 신체 부위라도 어른의 즐거움을 위해 이용당한 느낌을 받게 하는 행동. 어른이 자기 몸을 보여주거나 만져 달라고 하는 것. 신체 부위나 성행위에 대한 말로 농담하거나 놀리는 것. 강제로 또는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야한 비디오나 사진 등 음란물을 보여주는 것. 어린이는 힘이 없습니다. 어린이는 친절하게 행동하는 모든 성인을 믿습니다. 어린이는 성인의 동기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어린이는 성인에게 순종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배웁니다. 어린이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호기심이 많으나, 성에 관한 지식은 부족합니다. 성 안전에 대해 배우지 못한 어린이들은 성폭력이 잘못된 행동이란 것을 모릅니다. 어린이는 성폭력을 애정 표현이나 애정의 증거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은 나쁜 사람은 험상궂은 인상을 하고 가면을 쓰고 심한 폭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당한 폭력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벌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에 가지 마라.', ‘~하면 큰일 난다.’ 는 식의 교육을 지나치게 하게 될 경우, 성폭력 사고를 당한 아이의 마음속에는 ‘내가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야’, ‘나는 엄마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벌 받는 게 당연해’ 라는 식의 잘못된 죄책감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아동이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든지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 혼자 속으로 고민하지 않고 쉽게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폭력 예방에 대한 지식은 자연스럽게 알려 주면서, 어린이가 다른 사람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이 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먹을 것이나, 장난감 등을 사준다 해도 절대 따라가지 않습니다. 낯선 사람이 길을 물으면 알려만 주고, 따라가거나 차를 타지 않습니다. 낯선 어른이 도와달라 하면, ‘어린이라서 도와드리기 어려워요.’라고 말합니다. 보통 어른은 어린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외출할 때 부모님께 가는 장소와 돌아오는 시간을 꼭 이야기합니다. 집 주소, 전화번호, 부모님 휴대전화 번호를 외웁니다. 집 열쇠고리를 목에 걸고 다니지 않습니다. 늦은 시간에 혼자 심부름을 가거나 학원에 가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이 강제로 어딘가 데리고 가서 성폭력 행동을 하는 경우, 함부로 저항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망칠 기회를 엿보아야 합니다. 음란물이나 음란사이트를 보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인터넷에서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아이가 쓰는 컴퓨터에 꼭 설치해 주세요. 성폭력은 내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며, 남자아이도 성폭행당할 수 있습니다. 믿기 어렵지만, 아동 성폭력의 65%는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집니다. 잘 아는 가까운 사람이 계획적으로 의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성폭력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주변에서 아무도 모를 수 있습니다.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아이에게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을 경계시켜야 하고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여 아이의 심리 상태나 신체적 변화를 빨리 감지하여야 합니다.
아영이 팬티는 노랑 팬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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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동네방네 소문난 장난꾸러기 석후가 놀이터에 나타났어. 이번에는 무슨 장난을 칠까, 두리번두리번. 어? 저기 아영이가 친구들과 놀고 있어. 석후가 살금살금 아영이 뒤로 다가가네. 앗! 아영아, 위험해! 석후가 아영이 치마를 몰래 들쳤어. "꺅!" 아영이가 소리를 질렀어. “ 아영이 팬티, 노랑 팬티!” 석후가 놀리면서 도망쳤어. 아영이는 속이 상해서 주저앉아 울었어. 석후가 매미채를 들고 나무 위를 쳐다보고 있어. 맴맴 우는 매미를 잡으려고 정신이 팔려있어. 엥? 아영이가 석후 뒤로 몰래 다가가네? 아영이는 석후 바지를 확 끌어내렸어. 팬티까지 벗겨져서 엉덩이가 다 보였지 뭐야. “ 석후 엉덩이, 오리 궁둥이!” 아영이가 놀리며 도망쳤어. "아아악!" 석후가 소리를 지르며 바지를 추켜올렸어. “너 잡히면 가만 안 둬!” 석후가 도망가는 아영이를 따라 뛰어갔어. “누가 내 치마 들치래?” 아영이는 혀를 내밀고 더 빨리 뛰었어.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하는 말이나 행동이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자녀에게 알려주세요. 화가 난 석후가 아영이를 잡으려고 뛰다가 넘어졌어. “아앙, 엉엉!” 석후는 약이 오르는 데다, 넘어져서 무릎까지 다치니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어. “ 석후는 겁쟁이래요. 남자가 징징 운대요.” 아영이가 더 놀렸어. 석후가 아영이의 머리를 잡아당겼어. “아얏!” 아영이는 비명을 지르며 석후의 발을 걸었어. 그 바람에 석후와 아영이 둘 다 넘어졌어. 싸우느라 지친 둘은 아예 벌렁 누워서 씩씩거렸어. “야, 너는 여자애가 왜 이렇게 사나워?” 석후가 볼멘소리로 불평했어. “너는 남자애가 왜 이렇게 힘이 약해?” 아영이도 지지 않고 따졌어. "아파, 이거 놔!" "싫어, 네가 먼저 놔." 아영이 엄마가 지나가다가 그 모습을 보셨어. “얘들아, 거기서 뭐 하니?” "아영이가 제 바지를 벗겼어요!" "석후가 먼저 치마를 들쳤어요!" 아영이와 석후는 저마다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일렀어. “저런, 둘 다 잘 못 했네.” 아영이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어. “얘들아, 친구의 치마를 들치거나 바지를 벗기는 건, 정말 나쁜 장난이야. 친구가 안에 있는데 화장실 문을 열어도 안 돼. 우리 몸의 약하고, 중요한 곳인 엉덩이나 성기가 보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도 아영이와 석후는 서로 상대가 잘못했다고 우겼어. “쟤는 여자인데 정말 사나워요.” “너는 남자가 징징 울었잖아?” “얘들아, 여자는 얌전해야 하고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건 틀린 생각이야.” 아영이 엄마가 둘을 타이르셨어. “성별에 따라 행동이 달라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남자가 울어도 창피한 게 아니에요?” 석후가 물었어. “그럼, 창피한 일이 아니고 말고. “여자가 힘세고 싸움 잘하는 건?” 아영이가 물었어. “힘센 것이 창피한 건 아니지만 싸움은 나쁜 거지. 싸움하는 건 남자나 여자나 잘못하는 거야.” 아영이 엄마가 대답하셨어. “친구의 몸을 대상으로 장난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야. 그리고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저래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바르지 못한 생각이란다.” “남자와 여자의 몸은 다르게 생겼지만 성격이나 잘하는 일이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니거든.” 아영이 엄마의 설명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어. “아영아, 치마 들쳐서 미안해.” 석후가 사과했어. “나도 바지 벗겨서 미안해.” 아영이도 사과하며 화해했어. 아영이 엄마가 잘 했다고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어. 친구랑 화해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먹고! 아영이와 석후는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며 웃었어. 주변의 어른이 무심코 하는 성차별적인 말에 어린이들은 잘못된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가지기 쉽습니다. 다음과 같은 말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자녀에게 알려주세요. 성별로 차별하는 잘못된 말들. 여자는 얌전하고 다소곳해야 한다. 남자는 용감하고 힘이 넘쳐야 한다.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 옷을 입어야 한다. 남자는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울면 안 된다. 여자는 얼굴만 예쁘면 된다. 남자가 속이 좁으면 안 된다. 여자는 친절해야 한다. 속담 속에 나타난 성차별. 남자는 태어나 세 번 운다. (남자는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다. (여자보다 남자를 더 높이 생각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의 목소리가 크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 웃음이 담장을 넘어가선 안 된다.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 친구 사이에 지켜야 할 성 예절에 대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쳐 주세요! 다른 사람의 신체 변화나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 놀리지 않는다. 장난으로라도 타인의 몸을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친한 사이라도 속옷이나 잠옷 차림을 보이는 것은 삼가한다. 신체의 특징으로 별명을 지어 놀리지 않는다. 친구가 싫다고 하는 별명이면, 그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중지하고, 다시 하지 않는다. 싫은 것은 싫다고 하고, 기분이 나쁠 때는 나쁘다고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한다. 성차별과 성차이. 남자와 여자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성차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별에 따라 이렇게 해야 한다고 차별하는 성차별은 잘못입니다. 어떤 것이 성차이이고 어떤 것이 성차별인지 알아봅시다. 성차이. 여자의 성 염색체는 XX이고 남자의 성염색체는 XY이다. 자궁은 여자에게만 있고 전립선은 남자에게만 있다. 여자는 아기를 낳는다. 여자와 남자는 자라면서 신체구조가 다르게 변한다. 성차별. 남자는 씩씩해야 하고, 여자는 다소곳해야 한다. 대장은 남자, 부하는 여자가 해야 한다. 남자는 밖에 나가 돈을 벌기 때문에 집안일을 안 해도 된다. 남자는 여자들보다 강하기 때문에 슬퍼도 울면 안 된다. 여자는 집안에서 아기를 키우고 살림을 해야 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야 한다.
자꾸 고추에 손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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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여기는 꿈동산 유치원입니다. 가을이가 민정이, 여름이와 병원 놀이를 하고 있네요. 민정이는 의사, 가을이는 간호사, 여름이는 환자예요. “감기가 아주 심하군요.” 민정이가 여름이 셔츠를 위로 올리고 장난감 청진기를 가슴에 대어보며 말했어요. 여름이가 '콜록콜록' 가짜로 기침을 했어요. "자, 주사를 맞으세요." 가을이는 여름이의 치마를 들치고 팬티를 벗기려고 했어요. "꺅! 뭐 하는 거야?" 여름이가 소리 지르며 팬티를 잡아당겼어요. "주사 맞으려면 팬티를 벗어야지." 가을이가 계속 팬티를 벗기려 하자 여름이가 울음을 터트렸어요. 그때 선생님이 다가와서 말했어요. "얘들아, 병원놀이할 때는 옷을 벗는 척만 하는 거야." "왜요? 병원에 가면 진짜 벗잖아요." 가을이가 불만스럽게 물었어요. “병원에는 진짜 아파서 가는 거잖아. 진짜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이 진찰하고, 주사를 놓아주시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놀이할 때 벗으면 왜 안 돼요?” 민정이가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우리 몸의 가슴과 엉덩이, 성기는 아주 중요하고 약한 곳이야. 친구들끼리 함부로 만지거나 남에게 보이면 아플 수 있어. 그래서 속옷을 입어서 잘 보호하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단다.”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여름아 미안해.” “몰라서 그런 거니까 괜찮아.” 가을이가 사과하자 여름이도 활짝 웃었어요. 하준이와 은아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어요. 하준이는 아빠, 은아는 엄마예요. “여보 사랑해.” 하준이가 은아의 입술을 향해 입술을 쭉 내밀며 말했어요. “어서 불 끄고 잡시다.” 은아는 돗자리를 깔고 하준이 옆에 누웠어요. “얘네들 뽀뽀해요!” 가을이가 소리를 질렀어요. “얘들아, 엄마 아빠 놀이할 때 진짜 입을 맞추거나 함부로 몸을 만지는 건 잘못된 행동이야.” 선생님이 주의를 주었어요. 놀이 시간이 끝나고 미술 시간이에요. 하준이는 고무찰흙으로 로봇을 만들고 있어요. 여름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그리네요. 어? 그런데 가을이는 도화지를 앞에 두고도 그림은 그리지 않고 바지 안에 손을 넣어서 고추를 만지고 있어요. “가을이는 그림 그리는 게 재미없구나? 저기 하준이랑 같이 고무찰흙 만들기 해볼까?” 선생님이 가을이를 고무찰흙 놀이로 데리고 갔어요. 가을이는 바지에서 손을 빼고는 신나게 여러 가지 동물을 만들었어요. 가을이가 집에 돌아왔어요. 아빠는 신문을 보고 엄마는 책을 읽고 있어요. 그림책을 보던 가을이는 심심해졌어요. 저절로 바지 속으로 손이 들어갔어요. 심심할 때 고추를 만지면 재미있거든요. 고추를 만지다가 아빠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가을아, 고추를 만지면 기분이 어때? 아빠도 어릴 때 만져봤는데, 아빠는 기분이 좋았어. 아 참, 고추의 바른 명칭은 음경이란다.” “맞아요, 기분 좋아요. 근데 가끔 아프기도 해요.” “음경을 만지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자주 만지거나 심하게 만지면 병에 걸릴 수 있어.” 아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우리 집짓기 놀이 할까?” 아빠가 베란다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내 왔어요. 냉장고를 쌌던 상자라 아빠가 들어가도 될 만큼 컸어요. 영차, 영차! 아빠와 엄마, 가을이가 상자를 자르고 구부리고 테이프로 붙이며 집을 만들고 있어요. 가을이는 땀까지 뻘뻘 흘리네요. 멋진 집이 완성되었어요. 종이 상자로 만든 집에 ‘정가을’이라고 쓴 문패를 만들어 매달았어요. “오늘은 이 집에서 잘래요.” 가을이가 상자 집에 쏙 들어가서 누웠어요. ‘영차 영차’ 땀 흘리며 집을 만든 가을이는 눕자마자 쿨쿨 잠이 들었어요.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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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이 끝난 뒤, 밍밍이가 집에 가고 있어요. 집이 멀지 않고, 늘 다니는 익숙한 길이라 밍밍이는 혼자서도 잘 갈 수 있어요. 어? 저기 예쁜 나비가 날아가네요. “나비야, 나랑 놀자!” 밍밍이는 나비를 따라갔어요. 정신없이 나비를 따라가다가 이웃 동네까지 왔어요. “여기가 어디지?” 밍밍이가 두리번거렸어요. “너, 밍밍이지? 왜 여기까지 왔어?” 같은 동네에 사는 꿀이 오빠였어요. “나비 따라서 오다가, 길을 잃었어요.” 밍밍이가 말했어요. “이리 와,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꿀이 오빠는 밍밍이의 작은 손목을 꼭 잡았어요. 오빠에게 손목을 잡히자 밍밍이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났어요. 꽉 잡힌 손목이 아파서 빼고 싶었지만, 꿀이 오빠가 화를 낼까 봐 참았어요. 꿀이 오빠는 자꾸 낯선 길로 갔어요. “우리, 저기 공원에 가서 놀자.” 꿀이 오빠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숲속을 가리켰어요. 밍밍이는 무서워서 싫다는 말을 할 수 없었어요. “밍밍이 엉덩이는 참 보드랍구나!” 꿀이 오빠가 밍밍이의 엉덩이를 만졌어요. “엄마, 아빠처럼 뽀뽀해 줄게.” 꿀이 오빠는 밍밍이의 입술에 뽀뽀했어요. ‘싫어요, 싫단 말이야!’ 밍밍이는 소리도 못 지르고 바들바들 떨기만 했어요. 꿀이 오빠가 막 밍밍이의 손을 자기 바지 속에 넣으려고 했을 때 지나가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밍밍이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어요. “ 살려주세요! ” ”도와주세요!” “방금 무슨 소리 들렸지?” 냥이가 귀를 쫑긋 세우며 말했어요. “응, 저기 숲속이야.” 멍멍이가 앞장서 달리고, 냥이가 뒤따랐어요. “멍멍! 기다려!” “야옹, 야옹! 지금 간다!” 친구들 소리를 들은 꿀이 오빠가 말했어요. “여기서 있었던 일을 말하면 혼내 줄 테다.” 냥이와 멍멍이가 밍밍이를 발견하고 물었어요. “무슨 일이야?” “밍밍이가 길을 잃어서, 내가 데려다주려고 해.” 꿀이 오빠가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냥이와 멍멍이도 겁이 났지만, 용기 내서 말했어요. “밍밍이는 우리 친구니까 우리가 데려다줄게요.” 집에 온 밍밍이는 당장 목욕을 하고 싶었어요. 꿀이 오빠가 만진 곳이 더러워진 것 같았거든요. 엄마가 따라와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밍밍이를 잡았어요. “밍밍아, 무슨 일 있었어?” 밍밍이는 금방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언제든,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해. 엄마는 언제나 우리 밍밍이 편이란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밍밍이는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밥도 안 먹고, 멍하게 있는 밍밍이에게 아빠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물었어요. “배 안 고프면, 밍밍이 좋아하는 코코아 마실래?” “사실은요...” 밍밍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밍밍이는 울면서 꿀이 오빠가 한 일을 얘기했어요. “괜찮아, 괜찮아... 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엄마도 눈물을 글썽이며 밍밍이를 꼬옥 안아주었어요. “말하기 힘들었지... 이제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우리 밍밍이, 진짜 용감하구나!” 엄마는 밍밍이 몸에 상처가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주었어요. “그런 나쁜 녀석은 신고해서 벌을 받게 해야 해.” 아빠는 당장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어요. 부엉이 경찰 아줌마가 와서 밍밍이와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밍밍이 아빠의 신고로, 꿀이 오빠가 경찰에게 잡혀갔어요. 밍밍이 말고도, 많은 어린 친구들을 괴롭혔던 사실이 밝혀져서 꿀이 오빠는 큰 벌을 받을 거래요. "으아앙, 잘못했어요!" 밍밍이는 엄마와 함께 상담 선생님에게 갔어요. “밍밍아, 너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란다. 엄마, 아빠,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 네 편이니 걱정 마.” 상담 선생님의 말에 밍밍이는 마음이 놓였어요. 어른들은 더 세심한 보호의 손길로 밍밍이를 보살펴 주었어요. 밍밍이의 마음은 이제 많이 편안해졌어요. 그러나 밍밍이는 이제 유치원이 끝나도 절대, 혼자 집에 오지 않아요. 낯선 곳에 혼자 가지도 않아요. 친구들과 재잘재잘, 부모님과 도란도란! 언제나 어디든 안전하게! 함께 다닌답니다.
화장실이 급해요,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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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조개껍질 주워서 목걸이 만들어요!” “아빠, 아주 큰 모래성 같이 쌓아요.” 재은이네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바닷가에서 물놀이할 생각에 재은이는 신이 났습니다. 아빠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웠습니다. “버스, 트럭, 승용차, 파란 차, 빨간 차, 노란 차... 우와! 차가 백 대도 넘어!” 재은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휴게소에는 먹고 싶은 것도 많이 보였습니다. “엄마, 저 핫도그 사 주세요. 알감자도요!” “화장실에 먼저 다녀와서 먹자.” 엄마가 말했습니다. 휴게소의 화장실은 어마어마하게 컸습니다. 급한 마음에 재은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때 엄마가 재은이를 불렀습니다. “ 재은아, 급해도 줄을 서야지.” 돌아보니 화장실에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재은이는 놀라서, 줄 끝에 있는 엄마 옆에 가서 섰습니다. 공중화장실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줄을 서서 차례차례 이용합니다. “저기, 어린이 전용 화장실이 있어요.”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알려 주었습니다. 엄마와 재은이는 어린이 전용 화장실로 갔습니다. 문도 작고 변기도 작고, 세면대 위치도 재은이 키에 꼭 맞게 낮았습니다. “엄마가 도와줄까?” 엄마가 물었습니다. “아뇨, 이제 컸으니까,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재은이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꼭 닫았습니다. 그리고 변기 시트가 잘 내려져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재은이는 팬티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습니다. 아이 시원해! 졸졸졸 오줌이 나왔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퐁당’하고 똥도 한 덩어리 나왔습니다. 볼 일을 다 본 재은이가 화장지를 떼어 엉덩이를 닦았습니다. 앞에서 뒤로, 변이 묻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화장지를 접어가며 여러 번 닦았습니다. 재은이는 엉덩이 닦은 휴지를 어디에 버렸을까요? 네, 맞습니다. 변기에 버렸습니다. 똥과 오줌이 들어 있는 변기에서 냄새가 났습니다. 재은이는 코를 꽉 싸쥐고 변기 뚜껑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쏴아아 시원하게 물을 내렸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엄마가 손을 씻고 있었습니다. 비누 거품을 충분히 내서 쓱쓱 싹싹! 재은이도 손을 씻었습니다. 손을 다 닦은 재은이는 수도물 잠그는 것을 잊어버리고 손을 말렸습니다. “재은아, 물 먼저 잠가야지. 집에서도 밖에서도 물을 아껴 써야 하는 거야.” 식당에서 아빠를 만났습니다. “남자는 왜 서서 오줌을 눠요?” 재은이가 물었습니다. “남자는 여자랑 오줌 나오는 곳이 달라. 그래서 남자는 서서 누는 게 더 편하단다. 공중화장실에 있는 남자 소변기는 집에 있는 좌변기와는 다르게, 서서 오줌을 누기 편리하도록 생겼어.” 아빠가 설명했습니다. “야호, 바다다!” 바닷가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재은이는 신이 나서 엄마, 아빠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아빠가 재은이를 튜브에 태워주었습니다. 철썩철썩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갔습니다. 끼룩끼룩 갈매기가 반갑다고 인사하고, 뭉게뭉게 흰 구름이 한가롭게 떠 있었습니다. “아빠, 나 오줌!” 튜브에 타고 있던 재은이가 급하게 소리쳤습니다. “급한데, 그냥 물에다 싸면 안 돼요?” 재은이가 묻자, 아빠가 말했습니다. “저기, 화장실에 가서 눠야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보이지 않는다고 전부 물속에서 쉬를 하면 어떻게 될까?” 아빠는 재은이를 튜브에서 내려주었습니다. 해수욕장의 공중화장실은 밖에까지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재은이는 의젓하게 줄 끝에 가서 섰습니다. 그때 재은이보다 작은 꼬마가 뛰어와 줄을 헤치고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얘야, 줄을 서서, 차례로 들어가야 하는 거야.” 재은이가 말했습니다. “예쁜 아가씨, 가르쳐 줘서 고마워요.” 뒤따라온 꼬마의 엄마가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요령은 앞에서 배운 화장실 사용 요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중화장실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곳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더 신경 써서 깨끗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줄을 서서 차례차례 이용합니다. 공중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노크를 해서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나도 동생이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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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라운 바람이 살랑살랑, 따사로운 햇살은 보들보들! 현이는 나비처럼 팔랑팔랑 뛰어서 놀이터에 놀러 갔어요. 단짝 친구 지아가 먼저 나와 있어요. 지아 엄마와 지아 동생도 함께 있네요. “현이 안녕? 우리 같이 그네 탈까?” 지아가 손을 흔들며 인사 했어요. “잠깐만 아기 먼저 보고 타자.” 현이는 그네보다 지아 동생이랑 더 놀고 싶었어요. 아기가 입을 ‘앙’ 벌리고 하품했어요. 작은 손으로 눈도 비볐어요. “한 번, 만져 봐도 돼요?” 현이는 아기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봤어요. 아기는 현이의 손가락을 꼭 쥐었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정도였어요. 동생이 있는 지아가 정말 부러웠어요. 어떻게 하면 아기 동생이 생길까? 현이는 몹시 궁금했어요. 집에 가다가 산책하던 고양이를 만났어요. “야옹이 아줌마, 어떻게 하면 아기 동생이 생길까요?” “니야옹! 아기 고양이라면 알려 줄 수 있어. 내가 뱃속에서 두 달 동안 키우면 아기 고양이가 태어난단다. 네가 잘 키워준다고 약속하면 한 마리 줄 수도 있어.” “아기 고양이도 좋지만 저는 제 동생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기 동생을 가질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며 걷다가 현이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어요. “저런, 앞을 잘 보고 다녀야지. 넘어져서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발밑에 있던 노란 민들레가 현이에게 말을 걸었어요. “어? 민들레구나. 어떡하면 아기 동생을 가질 수 있을까?” “글쎄... 아기 민들레라면 내 홀씨를 나누어 줄 수 있는데...” “고맙지만, 괜찮아.” 짹짹짹, 짹짹짹! 나무에 달아 놓은 새장에서 새끼 참새가 울었어요. 엄마 참새가 벌레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 주었어요. “참새 아줌마, 아기 동생은 어디서 나요?” 날아가려던 엄마 참새가 대답했어요. “내가 12일쯤 알을 품고 있으면 아기 참새가 나온단다. 너도 엄마한테 알을 품으라고 얘기해 봐.” “정말이요?” 신이 난 현이는 집으로 달려갔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이는 냉장고를 열고 달걀을 꺼냈어요. “엄마, 엄마! 빨리 이 알을 좀 품어 보세요!” 엄마가 어리둥절해서 물었어요. “무슨 소리야? 달걀은 왜 꺼냈어?” “참새 아줌마가 그러는데 알을 품으면 아기 참새가 나온대요. 그러니까, 엄마도 알을 품어서 아기 동생을 만들어 주세요!” “하하하! 우리 현이가 동생이 갖고 싶구나?” 엄마는 달걀은 품을 생각도 안 하고 태연하게 웃기만 했어요. “지아도 동생이 있고, 강수도 동생이 있단 말이에요. 얼른, 이 달걀로 나도 동생 만들어 줘요.” 현이가 떼를 썼어요. “아기는 달걀에서 나오는 게 아니란다. 우리 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먼저 얘기해 줄게.” 엄마가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할 때 부모는 야단을 치거나 말문을 막지 않아야 합니다. 얼버무리거나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됩니다. 부모가 대답을 회피하면 자녀는 ‘성에 관한 질문은 어른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또래나 큰아이들, 인터넷 등을 통해 왜곡된 성 지식을 습득하기 쉽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아주 많이 아끼고 사랑했단다. 그래서 두 사람을 꼭 닮은 아기를 가지기로 했지. 엄마, 아빠는 귀엽고 소중한 아기를 갖기 위해 사랑을 나눴어. 그때 엄마 몸속에 있던 아기 씨와 아빠 몸속에 있던 아기 씨가 만나서 하나의 수정란이 되었단다. 엄마가 가진, 아기 씨는 난자, 아빠가 가진, 아기 씨는 정자라고 불러. 그때 아빠의 몸에는 1억 개가 넘는 정자가 있었어. 그중에서 제일 빨리 헤엄친 단 하나의 정자만이 엄마 몸속의 난자를 만나서 수정란이 되었고, 그 수정란이 자라서 지금의 현이를 만든 거야.” “내가 언제? 나는 헤엄을 못 치는데?” 현이가 물었어요. “아빠 몸속에 아기 씨로 있을 때는 헤엄을 아주 잘 쳤어.” “엄마, 아빠의 아기 씨가 합쳐져서 어떻게 됐어요?” “엄마의 아기집 속으로 쏙! 들어가 280일 동안 살았어. 아기집은 자궁이라고 하는데, 그 속에서 사는 동안 눈도 생기고, 코도 생기고, 머리카락까지 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생겨난 거야.” “현이가 아기집에 있는 동안 엄마와 아빠는 좋은 음악을 들려 주기도 하고 책도 읽어 주었단다. 예쁜 것만 골라서 먹고 착한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어. 현이는 가끔 엄마 배를 발로 차서 ‘나 잘 있어요!’하고 알려주기도 했어.”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현이는 엄마 배 속에 있었던 기억을 까맣게 잊은 것이 속상했어요. “40주가 지나고 진통이 시작되었어. 소리를 지를 만큼 진통이 심했지만, 사랑스러운 우리 현이를 만난다는 기쁨에 아픈 것도 참을 수 있었어.” 무사히 세상에 나온 우리 현이는 우렁차게 ‘응애’하고 울었어. 건강하고 예쁜 네가 와 주어서 엄마랑 아빠는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단다.” 눈을 반짝이며, 엄마의 이야기를 다 들은 현이는 엄마 배에 귀를 대어 봤어요. “혹시, 동생 소리가 나나 들어보는 거예요.” “호호! 미안해서 어쩌지? 엄마의 아기집에는 아무도 없단다.” “없으면, 만들어 주세요!” “아빠, 일찍 퇴근해서 동생 만들어 주세요!” 현이가 아빠에게 전화하네요. 아빠는 현이의 소원대로 일찍 퇴근할까요? 현이에게 예쁜 동생이 생기면 참 좋겠죠? 아기는 어떻게 생길까? 아기는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만나는 ‘수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수정이 일어나려면 먼저 1억 마리가 넘는 정자가 여자의 생식기관인 질을 통해 자궁으로 들어갑니다. 정자들은 긴 수란관을 열심히 헤엄쳐서 수란관 끝에서 난자와 만납니다. 1억 마리 정자 중에 단 하나만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란이 됩니다. 우리는 모두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정자와 난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정자는 남자의 생식기관 중 정소에서, 난자는 여자의 생식기관 중 난소에서 만들어집니다. 난자와 정자는 모두 남성 호르몬, 여성호르몬이 나오는 사춘기 때 배출됩니다. 남자의 정자는 사춘기 때 처음 만들어지는 데 비해 여자의 난자는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 시절에 이미 어느 정도 만들어진 상태로 태어납니다.
축구 잘하는 다혜 인형 놀이하는 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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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는 활달한 여자 어린이예요. 태권도를 배워서 벌써 빨간 띠를 땄어요. 다혜는 축구를 제일 좋아해요. 지후는 차분한 남자 어린이예요. 발레를 배워서 다리찢기도 할 수 있어요. 지후는 인형 놀이를 제일 좋아해요. 다혜는 긴 머리카락이 귀찮았어요. 앞 머리카락은 눈을 자꾸 찌르고 뒷머리는 목을 덮어서 땀이 났어요. 그래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얼레리꼴레리 다혜는 남자래요.” “머리가 하나도 없대요.” 다혜의 짧은 머리를 보고 친구들이 놀렸어요. “남자만 짧은 머리 하라는 법 있어?” 다혜가 덤벼들자, 아이들은 더 큰 소리로 놀리면서 도망갔어요. 다혜는 화가 나고 속상했어요. ‘여자는 머리가 짧으면 안 되나?’ 다혜가 생각에 잠겨있는데, 지후의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지후야, 왜 울어?” “ 엉엉! 애들이 놀려서 우는 거야. 내가 인형 놀이 한다고 여자라고 놀려.” “얼레리, 꼴레리 지후는 여자래요.” “여자처럼 인형 갖고 논대요.” “여러분, 모두 모이세요!” 옆에서 지후와 다혜의 대화를 들은 선생님이 유치원의 모든 아이들을 모이게 했어요. “오늘은 여자와 남자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할 거예요.” 지후와 다혜는 물론, 놀리던 친구들도 모두 선생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웠어요.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선생님이 물었어요. “여자는 인형을 좋아해요.” “남자는 운동을 잘해요.” “여자는 가슴이 나와요.” “남자는 고추가 있어요.” “맞는 대답도 있고 틀린 대답도 있어요. 틀린 대답은 뭘까요? 아는 사람?” 선생님이 질문하자, 형우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 인형 싫어하는 여자도 있어요. 우리 엄마요!” 형우의 대답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요. 인형을 좋아하는 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남자도 인형을 좋아할 수 있고, 여자도 인형을 싫어할 수 있어요.” “지후는 남자인데 인형을 좋아해요.” 은아가 짓궂게 말했어요. 지후의 얼굴이 빨개졌어요. “아까 얘네들이 인형 놀이 한다고 지후를 놀렸어요.” 다혜가 씩씩거리며 말했어요. “머리가 짧다고 남자라고 저도 놀렸어요.”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여자와 남자의 몸은 태어날 때부터 달라요. 우선, 아까 친구들이 말한 것처럼 생식기가 다르게 생겼어요. 언니나 형처럼 자라면서 가슴이나 수염 등 몸의 달라지는 부분이 더 많아져요. 하지만,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남자인지 여자인지와는 상관없는 거예요. 분홍색을 좋아하는 남자도 있고 치마 입는 것을 싫어하는 여자도 있어요.” 선생님은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 것도 여자, 남자라는 성별과는 관계없어요. 권투를 잘하는 여자도 있고, 요리를 잘하는 남자도 있어요. 집에서 아기를 키우는 아빠도 있고, 회사에 다니며 일하는 엄마도 있어요.” 선생님의 얘기를 듣는 친구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졌어요. “우리 집은 엄마가 회사 가고 아빠는 집에서 일해요. 그래서 조금 창피했어요.” 준우가 머뭇거리며 말했어요. “엄마도 아빠도 준우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거예요. 집에서 일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니고, 나가서 일하는 게 더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에요.” 선생님이 준우를 보며 얘기했어요. “나는 엄마가 나갔으면 좋겠어. 게임 실컷 하게.” 은찬이 말에 친구들이 모두 웃었어요. 은찬이가 지후에게 사과했어요. “지후야 아까 놀려서 미안해.” “그래,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지후가 은찬이의 사과를 받아주었어요. “인형 놀이 재미있어? 나도 해볼까?” 은찬이가 공주 인형을 집어 들고 물었어요. “같이 놀자. 나는 공주, 너는 왕자 할까?” 지후가 신이 나서 대답했어요. “나도 같이 하자. 나는 도둑을 잡는 경찰 할래.” 다혜가 함께 놀자고 다가왔어요. “그러면 나는 아픈 사람 돌봐주는 간호사다.” 준우도 끼어들었어요. “머리 짧다고, 또 놀리지 않을 거지?” 다혜의 말에 준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친구들은 여자, 남자, 구별하지 않고 즐겁게 놀았어요. 성차별이란 무엇일까요?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심했고 남아선호사상이 심했습니다. 성차별은 성 역할 고정관념 때문에 생겨납니다. 남자와 여자를 능력이 아닌 성별에 따른 선입견으로 판단하여 차별하는 성차별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남자는 남탕으로, 여자는 여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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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와 다롱이는 여섯 살, 쌍둥이 남매입니다. 280일 동안 엄마의 배 속에서 사이좋게 함께 지내다가 같은 날 세상으로 나왔어요. 아롱이가 3분 먼저 나와서 오빠가 되었고, 다롱이는 3분 늦어서 동생이 되었어요. 아롱이와 다롱이는 무엇이든 함께했어요. 밥도 함께, 놀이터도 함께, 그림책도 함께, 목욕도 함께! 무엇이든 함께하면 훨씬 더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함께할 수 없는 일이 생겼어요. 어느 일요일, 아롱다롱이 가족이 동네의 대중목욕탕에 들어갈 때 일어난 일이에요. “다롱아, 오빠랑 같이 가자.” 아롱이는 언제나처럼 다롱이의 손을 잡아 끌었어요. “다롱이는 엄마 따라서, 여탕에 가야 한단다.” 아빠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어요. “집에서는 맨날 목욕 같이 했는데?” 다롱이가 볼멘소리를 했어요. “여기는 여러 사람이 오는 대중 목욕탕이라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따로 들어가야 해.” 엄마가 설명했어요. 아빠와 아롱이는 남탕으로. 엄마와 다롱이는 여탕으로. 하는 수 없이 아롱이와 다롱이는 서로 다른 입구로 들어갔어요. “와! 여기서는 수영도 할 수 있겠어요.” 아롱이가 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욕조를 보고 기뻐서 소리를 질렀어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아빠가 주의를 주었어요. 비누칠을 하는 아저씨, 머리를 감는 형아, 탕 안에 몸을 담그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할아버지... 목욕탕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몸을 씻고 있었어요. “아빠, 고추는 남자들만 있는 거지요?” 아롱이가 아빠에게 물었어요. “네가 아기 때는 알아듣기 쉽게 고추라고 불렀지만 고추의 정확한 이름은 ‘음경’이란다.” “안경이요?” “하하! 안경이 아니라, 음경이야.” “음경 아래 있는 작은 주머니는 뭐예요?” 아롱이가 아래를 들여다보며 물었어요. “남자의 아기 씨를 만드는 고환이란다. 음낭이 잘 싸서 보호해 주고 있어.” 아빠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샤워기가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봐요!” 난생처음 대중목욕탕에 간 다롱이는 모든 게 신기했어요. 주름이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예쁜 언니의 등을 밀어주고 있고, 커다란 탕 안에는 다롱이 또래의 친구들이 물장난을 하고 있었어요. 여탕 안의 사람들을 쳐다보던 다롱이가 물었어요. “엄마, 여자는 왜 고추가 없어요?” “여자는 고추 대신 잠지가 있잖아. 다롱이도 아기가 아니니까 이제부터는 ‘음순’이라고 부르자. 잠지의 바른 이름은 음순이란다. “여자에게는 음순이 있고 아기가 사는 집인 자궁도 있어. 여자의 아기 씨를 키우는 난소도 있지.” 엄마의 말을 들으니, 몸 속에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개운하게 목욕을 마치고 탈의실로 나왔어요. 아롱이 얼굴이 뽀드득, 깨끗해 보이네요. 속옷을 입던 아롱이가 물었어요. “왜 나는 고추에, 아니 음경에 털이 없어요?” “지금은 털이 없지만 중학교에 갈 나이쯤 되면 너도 턱과 겨드랑이, 음경에도 털이 나게 될 거야.” 아빠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다롱이와 엄마도 목욕을 끝냈어요. 다롱이가 장난스럽게 엄마의 속옷을 가슴에 걸치며 물었어요. “엄마, 나는 왜 가슴이 이렇게 작아요?” “걱정 마세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 지금은 작아도 더 자라서 사춘기가 되면 다롱이 가슴도 더 자랄 테니까.” 엄마가 대답했어요. 목욕을 마친 아롱이네 가족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어요. 화장실에 다녀온 아롱이가 물었어요. “남자는 왜 서서 오줌을 누나요?” “남자의 음경과 여자의 음순은 몸에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여자는 앉아서 남자는 서서, 오줌 누는 게 편리하단다.” 엄마가 설명해 주었어요. “나도 서서 쉬를 해봤는데 팬티가 다 젖었어.” 다롱이가 웃으며 말했어요. 꿈나라로 갈 시간이에요. “남탕에는 엄청나게 큰 욕조가 있어.” “여탕에는 샤워기가 백 개는 있는 것 같아.” 침대에 누운 아롱이와 다롱이가 소곤소곤 얘기했어요. “빨리 형아들처럼 커서 수염이 나면 좋겠다.” “나는 언니들처럼 가슴이 커지고 싶어.” 아롱이와 다롱이는 쑥쑥 자라서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하며, 잠이 들었어요. 아기의 성별은 언제 결정될까? 아기의 성별은 남자의 아기 씨인 정자와 여자의 아기 씨인 난자가 만나 수정하여 수정란이 되는 순간에 결정됩니다. 수정란은 엄마와 아빠의 염색체를 하나씩 받아서 만들어지는데 여자인 엄마는 X염색체를 주고 남자인 아빠는 X 또는 Y 염색체를 준답니다. 우리가 흔히 고추라고 부르는 남자 생식기의 바른 이름은 음경입니다. 음경 아래에는 음낭에 쌓여있는 고환이 한 쌍 있습니다. 고환은 남자의 아기 씨인 정자와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잠지라고 흔히 부르는 여자 생식기의 바른 이름은 음순입니다. 음순은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도와 아기가 나오는 길인 질을 감싸고 있습니다. 여자의 몸 안에는 난자와 여러 종류의 성호르몬을 만드는 난소, 난소와 자궁을 이어주는 난관, 태아가 성장하는 자궁 등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이런점이 달라요! 남자는 서서 소변을 보고 여자는 앉아서 봐요. 하지만 양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자도 있어요. 남자는 팬티만 입고 여자는 팬티에 더해 가슴을 보호하는 속옷인 브래지어를 입어요. 하지만 브래지어를 꼭 입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남자는 자라면서 근육이 발달하고 힘이 더 세져요. 겨드랑이와 음경 주변에 털이 나요. 코밑과 턱에 수염도 자라기 시작해요. 여자는 자라면서 유방과 골반이 커져요. 겨드랑이와 음순 주변에 털이 나요.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시작해요.
유치원에 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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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침은 늘 이랬어요. “여보, 수도꼭지를 잠가야죠.” “응, 응. 알았어요.” “여보, 화장실 불도 꺼야죠.” “응, 응. 알았어, 알았어요.” 저녁도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 “여보, 휴지는 쓸 만큼만 떼어 써요.” “응, 응. 알았어, 알았어요.” “여보, 텔레비전 안 볼 거면 꺼요.” “응, 응. 알았어요, 알았어.” 결국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말았어요. “맨날 알았다고만 하지 말고 좀 고쳐요!”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제야 아빠가 걱정스럽게 물었지요. “수빈아, 엄마 화났어?” 아, 못 말리는 우리 아빠. 나는 잠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나도 아는 걸 아빠는 왜 모르는 걸까?’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어요. ‘그래, 나는 유치원에서 다 배우잖아. 아빠를 유치원에 데려가는 거야.’ 그래서 아빠를 유치원에 데려오게 되었지요. 미술 시간부터 아빠는 엉망이었어요. 한 번 쓱 그리고 휙. 또 한 번 쓱 그리고 또 휙. 스케치북에 선 하나만 그리고서는 함부로 버렸어요. “아빠, 아빠! 함부로 버리면 어떡해.” “응, 응. 알았어, 알았어.” 아빠는 대답만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딱 보고 말았어요. “저, 아버님. 이러시면 안 돼요.” 그러고는 친구들을 보며 말했어요. “종이는 어떻게 써야죠?” “종이는 소중해요. 함부로 쓰면 안 돼요!” 친구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아빠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되었어요. 점심을 먹고 나서도 아빠는 똑같았어요. 아빠가 세면대 앞에서 양치질했어요.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로 말이지요. 물이 계속해서 콸콸 쏟아졌어요. “아빠, 아빠! 수도꼭지를 잠가야지.” “응. 알았어, 알았어.” 아빠는 대답만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딱 보고 말았어요. “아버님, 잘 아시겠지만 이러시면 안 돼요.” 그러고는 친구들을 보며 말했어요. “물은 어떻게 해야죠?” “물은 소중해요. 흘려 버리지 말고 받아서 써요!” 친구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아빠 얼굴이 단풍잎처럼 빨갛게 되었어요. 머리를 긁적이며 아빠가 말했어요. “수빈이 친구들도 다 아는 걸 아빠만 모르고 있었나 봐.” “괜찮아, 아빠. 유치원에서 잘 배우면 돼. 힘내!” 나는 아빠 손을 꼭 잡아 주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말했어요. “바깥 놀이 시간이에요. 모두 놀이터로 나가세요.” 그때 아빠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선생님, 제가 전깃불을 모두 끄겠습니다. 전기는 소중하니까 나갈 때는 꼭 꺼야죠!” “어머! 수빈 아버님 최고예요.” 선생님 칭찬에 아빠 얼굴이 사과보다 단풍잎보다 더 빨갛게 되었어요. 그날 저녁이었어요. “유치원에서는 잘했어요?” 엄마가 아빠에게 물었어요. “아, 물론이죠. 내가 누군데요! 선생님이 칭찬도 해 주셨는데. 그렇지, 수빈아?” 아빠가 한쪽 눈을 찡끗하며 말했어요. “응, 엄마. 선생님이 우리 아빠가 최고랬어.” 나는 아빠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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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운동_건강
유아
엄마와 길을 가던 하민이가 가게 하나를 발견했어요. “와, 신기한 가게네? 엄마, 우리 구경하고 가자!” “아무것도 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약속!” 하민이는 손가락까지 걸고 꼭꼭 약속했어요. 가게 안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했어요. “엄마, 나 이 시계 하나만 사면 안 돼?” “조금 전에 엄마랑 한 약속 잊었어?” 그때, 신기한 가게 주인 할아버지가 하민이에게 다가왔어요. “네가 고른 시계는 약속 시계란다. 선물로 줄 테니 잘 사용하렴.” 하민이는 신이 나서 손목에 약속 시계를 찼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시계를 차고 있었지요. “하민아, 집에 돌아오면 바로 손 씻기로 엄마랑 약속했지?” “엄마, 잠깐만. 나 너무 힘들어.” “약속 시계를 차고도 약속을 안 지키는 거야?” ‘아, 손 씻기 귀찮은데.’ 그때 갑자기 시계에서 불빛이 번쩍거렸어요. 하민이는 누군가에게 잡아끌리듯이 화장실로 갔어요.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뽀드득뽀드득 손을 씻었지요. 우리 하민이 벌써 손 씻고 나왔구나? 약속 시계를 차더니 정말 약속을 잘 지키네? 하민이는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했어요. 시계는 다시 잠잠해졌지요. “어? 만화 영화 할 시간이네?” “만화 영화는 한 편만 보기로 약속했지?” “응, 한 편만 보기, 약속!” 텔레비전을 보던 하민이는 시계를 확인했어요. 약속한 시간이 아주 조금 남아 있었지요. “아, 재밌다. 텔레비전 계속 볼까?” 잠시 후 약속한 시간이 지나자 시계가 또 번쩍거렸어요. 하민이의 손이 번쩍 들리더니 누가 잡아끌기라도 하듯 몸이 앞으로 나아가 텔레비전을 껐지요. 하민이는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조금은 무서웠어요. 다음 날 하민이와 엄마는 공원에 나왔어요. “하민아, 이제 한 바퀴만 더 도는 거야!” “응, 엄마. 한 바퀴만! 약속!” 씽씽카를 타고 씽씽 달리다 보니, 공원 한 바퀴를 금세 다 돌았어요. ‘한 바퀴 더 돌자고 할까? 아니야, 엄마랑 약속했잖아.’ 하민이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신기한 가게 앞을 지났어요. “엄마, 나 할아버지한테 시계 돌려 드리고 올래!” “왜? 약속 지키는 걸 도와줘서 참 좋은걸?” “이제 시계 없이도 잘 지킬 수 있어!” 하민이는 주인 할아버지에게 약속 시계를 건넸어요. 할아버지는 시계를 받아 들고는 미소만 지었지요. 하민이는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손을 씻었어요. 어질러져 있던 장난감도 정리하고 책도 책꽂이에 착착 꽂았지요. 저녁 먹기 전에 놀던 것들을 정리하기로 엄마와 약속했거든요. 저녁을 먹고 잘 시간이 되었어요. 침대에 누우니 약속 시계가 떠올랐지요. ‘난 이제 약속 시계가 없어도 약속을 잘 지킬 거야. 참 고마운 시계지만, 어쩐지 기분이 으스스했어.’ 며칠 뒤 하민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던 길이었어요. 신기한 가게를 나서는 아이를 보았지요. 약속 시계를 찬 아이는 기분이 무척 좋은지 활짝 웃고 있었어요. 며칠 전 기억이 떠오른 하민이 얼굴에도 슬쩍 미소가 떠올랐어요.
엄마가 들려주는 마음씨 이야기
신체운동_건강
유아
“거북은 느림보래요.” 토끼는 거북만 보면 놀려 댔어요. 거북이 아랑곳하지 않자 토끼는 심술이 났어요. “거북아, 나랑 달리기 시합하자.” 토끼는 거북 앞을 딱 막아서며 말했어요. 거북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지요. “좋아, 만약 내가 이기면 느림보라고 놀리지 마.” ‘거북 네가 이긴다고?’ 토끼는 속으로 쿡쿡 웃었어요. “준비, 땅!” 토끼와 거북이 산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토끼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거북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역시 느림보! 오고 있기는 한 거야?" 토끼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았어요.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지요. “조금만 힘내자. 하나 둘, 하나 둘. 거북은 쉬지 않고 기어 어느새 토끼 앞에 다다랐어요. 거북은 조용조용 토끼 앞을 지나갔지요. 드렁드렁 토끼의 코 고는 소리가 응원 소리처럼 들렸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거북은 숨이 턱에 찼지만 멈추지 않았어요. “아함, 잘 잤다.” 토끼가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켰어요. “아직도 안 왔나?” 토끼는 산 아래를 바라보며 거북을 찾았어요. 그때 산꼭대기에서 소리가 들렸어요. “잠꾸러기 토끼야! 나 이제 느림보 아니지?” 거북이 나무 아래에서 하하 웃고 있었어요. 찍찍골에 사는 쥐들은 아무 걱정이 없었어요. 먹을 것도 많은 데다 아무도 쥐들을 괴롭히지 않았거든요. 커다란 고양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우아, 맛있는 쥐가 이렇게 많은 마을이 있었다니!” 고양이는 찍찍골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아예 찍찍골에 살면서 날마다 쥐들을 잡아먹었지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쥐들이 쥐구멍에 쏙쏙 모여들었어요. 고양이에게 들킬까 봐 조심조심 살금살금 움직였지요. “고양이 때문에 무서워서 못살겠어요.”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가지도 못한다고요.” 수염을 쓰다듬던 할아버지 쥐가 입을 열었어요. “이렇게 당하기만 할 수는 없지.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고양이가 오는 것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쥐들이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똑똑하게 생긴 쥐가 앞으로 나섰어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요. 그럼 고양이가 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쥐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찬성했어요. “오!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고양이에게 잡히는 일은 없을 것 같았지요. 쥐들의 이야기를 듣던 할아버지 쥐가 껄껄 웃으며 말했어요. “좋아요, 그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습니까? 그러자 모두가 입을 다물더니 서로 눈치만 힐끗힐끗 보았어요. 쥐들은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결국 찍찍골은 고양이들이 잔뜩 이사를 와서 야옹골이 되고 말았어요. 사랑에 빠진 사자. 작은 오두막에 아버지와 딸이 살았어요. 공주처럼 예쁜 딸이라고 소문났지만 아무도 딸을 볼 수 없었어요. “얘야, 밖에는 사나운 동물이 많으니 절대 나가면 안 된다.” 아버지는 사냥을 나설 때마다 딸에게 일러두었요.하루는 사냥을 간 아버지가 해 질 녘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왜 안 오실까?' 아버지를 기다리던 딸이 빼꼼 문을 열었을 때, 어슬렁거리던 사자가 딸을 보고 말았어요. “세상에! 이렇게 예쁜 사람이 있다니!” 사자는 볼이 빨개지고 심장이 콩닥거렸어요. 사자는 문을 쾅쾅 두드렸지요. “아가씨, 얼굴을 한 번만 더 보여 주세요.” 딸은 화들짝 놀라 얼른 문을 닫고 오두막 안에서 벌벌 떨었어요. 마침 아버지가 사냥감을 잔뜩 들고 돌아왔어요. “어흥, 아가씨를 만나게 해 줘!” 마음 급한 사자가 으르렁거렸어요. 사자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데 두렵지 않은 사람 있겠어요? 아버지는 덜덜 떨렸지만 용기를 냈지요. “내 딸이 자네를 보고 놀라면 어쩌나?”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사자가 꼬리를 축 늘어뜨렸어요. “이빨과 발톱을 싹 뽑고 오게. 그러면 딸을 만나게 해 주지. ” 아버지는 하나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어요. 사자가 터덜터덜 돌아간 뒤 아버지는 털썩 주저앉았지요. 다음 날 사자가 오두막 문을 쾅쾅 두드렸어요. 아버지는 하나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어요. 사자를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는 몽둥이를 들고 나왔어요. “이놈! 아직도 내가 널 두려워할 줄 아느냐?” 아버지는 사자를 흠씬 두들겨 주었어요. 아버지에게 배우는 가치. 용기. 무서운 사자가 딸을 만나고 싶다니! 아버지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하지만 아버지는 두려움을 이기고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 있게 나서는 마음을 용기라고 해요. 여우와 악어. “나보다 더 운동을 많이 하는 동물은 없을걸." 여우는 날마다 강가에서 달리기를 했어요. “하루도 운동을 빼먹으면 안 돼.” 악어는 날마다 팔굽혀펴기를 했지요. 그러다 여우와 악어가 딱 마주쳤어요. 우아, 악어는 정말 튼튼한 몸을 가졌구나. 치! 그렇지만 운동은 내가 더 많이 할걸. 여우는 고개를 홱 돌렸어요. ‘여우의 저 날씬한 허리 좀 봐, 흥! 그래도 내 몸이 더 튼튼하다고.’ 악어는 괜히 여우를 쏘아보았지요. “여우야, 넌 참 불쌍하구나.” 악어가 팔굽혀펴기를 더 빨리하며 말했어요. “뭐? 내가 왜 불쌍해?” 여우는 기분이 나빴어요. “그렇게 허약한 몸을 가졌으니 불쌍하지.” 여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요. 하지만 억지로 웃었지요. “하하! 악어야, 넌 참 안됐다.” 누가 봐도 튼튼한 악어에게 불쌍하다니! 악어는 어이가 없었어요. “내가 왜 안됐냐?” “넌 피부가 거칠거칠하잖아. 나처럼 매끄러운 털도 없고.” 악어는 화가 나서 발을 쿵쿵 굴렀지요. “흥! 말라깽이 여우가 까불고 있어!” “치! 울퉁불퉁 못난이 악어야!” 여우와 악어는 서로 엉켜 싸우기 시작했어요. 여우의 날씬한 몸도, 악어의 튼튼한 몸도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어요. 사이좋은 늑대와 양. 아기 양과 아기 늑대는 둘도 없는 친구예요. 날마다 같이 놀다 보니 엄청 친해졌지요. 그날도 아기 양과 아기 늑대는 산속을 뛰어다니며 놀았어요. 그러다 목이 말라 연못을 찾았어요. “물이다! 꿀꺽꿀꺽.” 아기 늑대는 허겁지겁 연못의 물을 마셨어요. 아기 양도 질세라 물을 할짝할짝 마셨지요. “이 연못의 물은 내가 다 마실 거야.” 아기 늑대는 혼자 다 마시고 싶어졌어요. 물맛이 너무 좋았거든요. “왜 욕심을 부리고 그래? 연못에 물이 이렇게 많은데." 아기 양이 말하자 아기 늑대는 슬슬 화가 났어요. 자기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 아기 양이 못마땅했거든요. 그래서 거짓말을 지어냈지요. “네가 작년에 내 욕을 하고 다녔다며? 그러니까 이 연못에서 물 마시지 마!” 아기 늑대가 목소리를 높였어요. “작년에 우리는 태어나지도 않았잖아.” 아기 양도 지지 않고 대꾸했어요. “그럼 너랑 닮은 형이 그랬나 보지.” 아기 늑대는 아기 양이 지지 않고 말을 하니 더 화가 나서 버럭버럭 소리를 쳤어요. “나는 형 없거든?” 아기 양은 억울했어요. “그럼 네 친구가 그랬나 보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아기 늑대는 급기야 아기 양을 잡아먹어 버리고 말았어요. 아기 늑대는 한참을 씩씩거리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내가 왜 아기 양을 잡아먹었지? 아기 양은 내 친구인데.” 아기 늑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후회했어요. 양치기 소년은 날마다 양들을 지켰어요. 드넓은 들판에는 양들이 풀 뜯어 먹는 소리만 가득할 뿐 말 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었지요. “아, 심심해. 뭔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양치기 소년의 머릿속에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생각만 해도 헤벌쭉 웃음이 나왔지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늑대가 양들을 다 잡아 가요!” 양치기 소년이 마을을 향해 크게 소리쳤어요. “늑대라고?” 마을 사람들이 괭이와 몽둥이를 들고 양치기 소년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어요. “어디? 늑대가 어디 있니?” “어? 분명 늑대였는데 어디로 갔지?” 소년은 키득키득 웃었어요. 며칠 뒤, 또 심심해진 소년은 큰 소리로 외쳤어요. “늑대! 늑대가 나타났어요!” 깜짝 놀란 마을 사람들은 이번에도 달려왔어요. “내가 잘못 봤네요. 늑대가 아니라 강아지였어요.”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쿡쿡 웃었어요. 그런데 며칠 뒤 진짜 늑대가 나타났지 뭐예요. 늑대는 양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어요. “진짜 늑대가 나타났어요. 진짜 늑대예요, 정말이에요!” 소년은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어요. “저 녀석이 또 거짓말을 하는군.” “또 잘못 본 거겠지.”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어요. “아이고, 평소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소년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미 늦었지요. 결국 양들은 다 잡아먹히고 말았어요. 말과 당나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었어요. 장사꾼이 말과 당나귀 한 마리씩을 이끌고 길을 가고 있었어요. “헉헉, 아이고 힘들어.” 당나귀는 숨을 몰아쉬었어요. 당나귀 등에만 짐이 잔뜩 실려 있으니 힘들 수밖에요. “뭐 그 정도 가지고 힘들다고 그러니?” 아무것도 싣지 않은 말이 가볍게 걸으며 말했어요. 당나귀는 땀이 줄줄 흐르고 다리가 휘청거렸어요. 참다못한 당나귀는 간절한 눈빛으로 말을 보았어요. “말아, 내 짐을 반만 나눠 실어 주면 안 될까?” 하지만 말은 콧방귀를 뀌었지요. “내가 왜? 주인님이 너한테 실어 준 짐이잖아. 말은 쌩하니 앞장서 가 버렸어요. 얼마 가지 않아 툭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지쳐 버린 당나귀가 그만 쓰러졌지 뭐예요. 장사꾼은 당나귀 등에 실려 있던 짐을 말의 등에 모두 옮겨 실었어요. “으악! 너무 무거워서 걸을 수도 없어요.” 하지만 장사꾼은 당나귀까지 말의 등에 실었어요. “쓰러진 당나귀를 그냥 버리고 갈 수는 없지.” ‘헉헉헉, 당나귀가 힘들다고 할 때 도와줄걸.’ 말은 당나귀까지 싣고 비틀비틀 길을 떠났어요. 동물 친구들의 우정. 거북, 까마귀, 산양, 쥐는 서로 친구였어요. 생김새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늘 서로 아끼고 도왔지요. 거북의 생일날, 쥐와 까마귀와 산양은 거북네 집으로 생일을 축하해 주러 갔어요. 그런데 맨 뒤에 오던 산양이 갑자기 사라졌지 뭐예요. “산양 살려! 나 여기 있어!” 산양이 그물에 걸린 거였어요. “산양아, 걱정 마. 우리가 구해 줄게. 까마귀는 훌쩍 날아올라 밧줄을 쪼고, 쥐는 쪼르르 나무를 타고 올라가 밧줄을 끊었지요. “친구들이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왜 이렇게 안 오지?” 친구들을 기다리던 거북은 집을 나섰어요. 그때였어요. 거북을 본 사냥꾼이 그물을 휙 던졌어요. 거북은 그물에 걸리고 말았지요. “거북아, 거북아, 어디 있니?” 때마침 거북네 집에 친구들이 도착했어요. “어? 저기 거북이 있어!” 까마귀가 거북을 발견했어요. 거북을 지키고 있는 사냥꾼도 보았지요.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거북을 살릴 수 있을지 궁리했어요.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산양은 사냥꾼이 잘 보이는 곳에서 벌러덩 누웠어요. “하하,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군. 산양까지 잡게 되다니.” 사냥꾼이 산양에게 다가갔어요. “지금이야!” 까마귀와 쥐는 산양이 사냥꾼의 눈을 끈 사이 거북을 구해 냈어요. 그러고는 거북, 까마귀, 쥐가 하나로 뭉쳐 사냥꾼을 향해 돌진했어요. 깜짝 놀란 사냥꾼은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지요. 개구리의 심술. 작은 마을에 사는 시골 쥐가 다른 마을에 가게 되었어요. 엄마 쥐가 친척 집에 다녀오라고 심부름을 보냈거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작은 마을에서 벗어난 시골 쥐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어요. 두리번거리며 길을 가다가 개울을 만났어요. “난 헤엄을 못 치는데.” 친척 집에 가려면 개울을 꼭 건너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때 개울가에서 노래하고 있는 개구리를 보았어요. “개구리야, 나 좀 도와줄래?” “뭔데?” 개구리가 다가왔어요.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내가 헤엄을 못 치거든." 개구리는 히죽 웃더니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자, 내 다리에 네 꼬리를 묶어." “정말 고마워, 개구리야.” 시골 쥐는 개구리가 시키는 대로 했지요. ‘히히, 골탕 좀 먹어 봐라.’ 개구리는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어요. “어푸어푸, 시골 쥐 살려!” 물에 빠진 시골 쥐는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이히히, 재밌다.’ 개구리는 시골 쥐를 물속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녔지요. 하늘에서 빙빙 돌던 매가 이 모습을 보았어요. “저런 심술쟁이 개구리 같으니라고! 내가 잡아먹어야겠다.” 매는 쏜살같이 날아와 개구리를 낚아챘어요. 시골 쥐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매는 심술쟁이 개구리와 시골 쥐를 냠냠 맛있게 먹었지요. 개구리의 심술 때문에 시골 쥐까지 잡아먹힌 거예요. 사자를 구한 생쥐. 어느 날 오후, 큰 나무 아래에서사자가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쪼르르 지나가던 생쥐가 사자를 보았지요. 생쥐는 사자가 깰까 봐 살금살금 조심조심 기어갔어요. 그런데 그만 사자의 콧수염을 건드렸지 뭐예요. 간질간질 킁킁, 사자가 눈을 번쩍 떴어요. “누가 잠자는 사자의 콧수염을 건드리는 거야?” 사자가 소리치자 생쥐는 놀라서 얼음처럼 굳어 버렸어요. 사자가 생쥐를 앞발로 휙 낚아챘지요. “이 조그만 녀석이 감히 내 잠을 깨워? 출출한데 꿀꺽해야겠군." “사자님,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생쥐는 앞발을 모아 싹싹 빌었어요. “엄마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사자님, 제발요.” 생쥐가 눈물을 뚝뚝 흘리자 사자는 마음이 약해졌어요. “에잇, 먹어 봐야 배도 안 부르겠네. 귀찮으니까 빨리 가.” 사자는 생쥐를 슬쩍 놓아주었어요. 생쥐는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지요. 며칠이 지난 뒤, 사자는 어슬렁어슬렁 먹이를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갑자기 뒷발에 밧줄이 휙 감기더니 그물에 갇히고 말았지요. “누가 사자 좀 살려 줘요.” 숲속이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때, 생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왔어요. “사자님, 어쩌다 그물에 갇히셨어요?” 며칠 전 사자가 잡아먹으려다 놓아준 생쥐였어요. “제가 이빨로 그물을 끊을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생쥐 덕분에 사자는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요. “내가 너처럼 조그만 녀석 덕분에 목숨을 건질 줄이야. 생쥐야, 정말 고맙구나.” “사자님도 저를 살려 주셨잖아요.” 사자와 생쥐는 서로에게 고마워했어요. 바람과 해님. 따뜻한 봄날, 바람은 심심해서 휙휙 불어 댔어요. 가만히 있는 해님도 괜히 툭 건드렸어요. “나는 나무도 부러뜨릴 수 있어. 내 힘이 세상에서 제일 세지!” 해님은 방긋 웃기만 했지요. 마침 나그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나가고 있었어요. “해님아, 누구 힘이 더 센지 내기할래?” 해님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쪽이 이기는 거야. 내가 먼저 할게.” 바람이 자신 있게 나서서 후후 하고 입김을 불었지요. 나그네의 외투가 벗겨질 듯 펄럭거렸어요. “어휴, 갑자기 웬 바람이 이렇게 불지?” 나그네는 외투를 움켜잡았어요. “어라? 좀 더 세게 불어야겠군.” 금방 벗겨질 것 같던 외투가 안 벗겨지자 바람은 더 세게 입김을 불었어요. 그럴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더 단단히 붙잡았지요. “으으, 약 올라!” 바람은 온 힘을 다해 입김을 후우 불었어요. “바람이 너무 센걸. 이러다 정말 옷이 날아가겠어.” 나그네는 외투를 더욱 단단히 움켜쥐고 쪼그려 앉았어요. 얼굴이 빨개진 바람은 헉헉 숨을 내쉬었지요. “자, 내가 하는 걸 잘 봐.” 해님은 나그네의 머리 위에서 방실방실 웃었어요. “내 힘으로도 외투를 못 벗겼는데 웃기만 하는 해님은 어림도 없지.” 바람은 콧방귀를 뀌었지요. 해님이 웃을 때마다 따스한 햇살이 나그네를 어루만졌어요. “아, 덥다. 외투를 벗어야겠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나그네가 외투를 벗었어요. 그 모습을 본 바람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지요. “힘으로도 못 벗긴 외투를 웃음으로 벗게 만들다니!” 바람은 창피해서 날아가 버렸어요. 해님은 여전히 방긋 웃고 있었지요. 여우와 두루미. 여우와 두루미는 아주 친했어요. 하지만 여우는 숲속에, 두루미는 호숫가에 살아서 자주 만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여우는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여우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줘야지.” 두루미는 아침도 먹지 않고 집을 나섰어요. 배 속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우네 집으로 갔지요. “여우야, 초대해 줘서 고마워.” “어서 와, 두루미야.” 여우가 두루미를 식탁으로 안내했어요. “두루미야, 내가 준비한 음식이야. 많이 먹어.” 두루미는 기대에 부풀어 식탁에 앉았어요. 그런데 음식을 하나도 먹을 수가 없었어요. 부리만 접시에 콕콕 찧었어요. “왜 그래? 맛이 없어?” 여우가 걱정스레 물었어요. “아, 아니. 난 부리가 길어서 납작한 접시에 담긴 음식은 먹을 수가 없어.” 결국 두루미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여우는 정말 배려심이 없어.” 두루미는 여우네 집에서 당한 일을 똑같이 갚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우를 초대했지요. “여우야, 잘 왔어.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 “고마워, 두루미야. 나는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걱정 마.” 그런데 두루미가 내온 음식을 본 순간, 여우는 할 말을 잃고 말았어요. 음식이 기다란 병에 담겨 있는 거예요. 기다란 부리로 병 속 음식을 맛있게 먹던 두루미가 말했어요. “여우야, 왜 안 먹어? 맛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 “내 뭉툭한 주둥이로 병 속에 있는 음식을 어떻게 먹니? 넌 왜 이렇게 배려심이 없는 거야?” “흥! 그러는 넌 나를 배려했어?” 그날 이후로 여우와 두루미는 다시 만나지 않았어요. 소와 사자 이야기. “우아, 멋지다 멋져.” 소는 용감하게 사냥을 하는 사자에게 한눈에 반했어요. “어쩜, 얌전하기도 하지.” 사자도 조용히 풀을 뜯는 소에게 한눈에 반했지요. 사랑에 빠진 소와 사자는 결혼을 했어요. 사자는 사랑하는 소를 위해 종일 사냥을 했지요. “맛있는 거니까 소에게 줘야지.” 사자는 소에게 날마다 고기를 가져다주었어요. 소는 사랑하는 사자를 위해 종일 풀을 뜯었어요. “맛있는 풀을 사자에게 주고 싶어.” 사자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생각하니 풀 뜯기가 즐겁기만 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날이 갈수록 사자는 점점 더 야위어 갔어요. 갈기털이 뭉텅뭉텅 빠지고 꼬리는 축 처졌지요. 소도 점점 말라 갔고, 나중에는 풀을 뜯을 기운도 없었어요. “소는 내가 풀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걸 왜 모를까?” 사자는 소에게 서운했어요. “사자는 내가 고기를 먹고 살 수 없다는 걸 왜 모를까?” 소는 사자가 미워졌지요. 서로를 이해할 줄 모르는 소와 사자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고 말았어요. 농부와 그의 아들들. 어느 마을에 늙은 농부와 세 아들이 살고 있었어요. 농부는 늙고 병들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지요. ‘내가 죽으면 저 녀석들을 어쩐담.’ 병이 점점 깊어지자 농부는 세 아들을 불렀어요. “얘들아, 내가 포도밭에 보물을 숨겨 두었단다. 내가 죽거든 그 보물을 찾아서 나눠 갖도록 해라.” 농부가 숨을 거두자 세 아들은 포도밭으로 달려갔어요. “보물만 찾으면 평생 놀면서 살 수 있겠지?” “그런데 이 넓은 밭에서 보물을 어떻게 찾아?” “밭을 셋으로 나눠서 찾아 보자.” 세 아들은 각자 맡은 밭에서 보물을 찾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을 하려니 무척 힘들었지요. “밭을 다 파헤쳐서라도 보물을 찾아야 해.” 세 아들은 한마음이 되어 밭을 파헤쳤어요. “이 밭에는 없는 것 같은데, 저기 버려진 땅에 있나?” 밭에서 보물이 안 나오자 버려진 땅까지 파헤쳤어요. 버려진 땅에는 돌이 많아서 더 힘이 들었지요. 땅을 파고 파고 또 팠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없잖아?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신 거야.” 어느새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자, 포도나무에 포도가 지난해보다 열 배나 많이 열렸어요. “우리가 힘을 모아 밭을 파헤친 덕분에 포도나무에 포도가 많이 열린 거야.” 세 아들은 그제야 아버지가 숨겨 놓은 보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버려진 땅에도 포도를 심자.” 세 아들은 서로 힘을 모아 일하며 아주 잘 살았어요.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 “장군, 배가 열두 척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부하가 이순신 장군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어요. “왜군이 백여 척의 배를 이끌고 오고 있다 합니다.” 부하들은 이순신 장군이 싸움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장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할 뿐이었지요. “장군! 어서 도망가야 하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순신 장군이 눈을 번쩍 떴어요. “우리는 도망가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말했어요. “열두 척의 배로 백여 척을 어찌 이긴단 말입니까?” 부하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척의 배를 더 구했으니 모두 열세 척이다. 나 이순신이 있는 한 우리는 지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자신 있게 말했어요. 그 모습을 본 부하들도 용기를 갖게 되었지요. “모두 나를 따르라!” “와아!”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졌어요. 이순신 장군은 바다에 함정을 만들어 놓고 왜군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왜군이 나타났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공격하지 않고 기다렸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왜군의 배 오십여 척이 함정에 빠져 허우적댔어요. 이순신 장군의 계획이 먹혀든 거였어요. “지금이다! 공격하라!” 결국 우리 군은 백 척이 넘는 왜군의 배를 물리쳐 버렸지요. “우리가 이겼다!” 병사들은 만세를 불렀어요. 이순신 장군의 자신감이 없었다면 열세 척의 배로 백여 척의 배를 이길 수 있었을까요? 스티븐 호킹 이야기. 스티븐 호킹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꾸만 넘어졌어요. 다리와 팔이 잘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었지요. 병원을 찾은 호킹은 엄청난 말을 들었어요. “호킹 씨, 당신은 루게릭병에 걸렸습니다. 팔다리를 점점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숨도 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의사는 호킹이 이 년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호킹은 슬픔에 빠졌어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냈지요.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보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것은 아니야. 단지 불편할 뿐이지.” 호킹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걸을 수 없게 되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휠체어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어.” 호킹은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가고, 좋아하는 연구도 계속했어요. 그런데 얼마 뒤에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호킹은 연구를 멈추지 않았지요. 호킹의 사정을 들은 한 컴퓨터 회사에서 자판을 누르면 말소리가 나는 장치를 만들어 주었어요. 장치를 이용해서 호킹은 대학교에서 강연도 했어요. 결국 호킹은 블랙홀의 비밀을 밝혀낸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었어요. 호킹은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과학적 업적을 이루어 내고 있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호킹은 이렇게 말했어요. “움직이지 못한다고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제 몸은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언제든 우주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이런, 이 전구는 오 초밖에 켜지지 않는군.” 에디슨의 얼굴이 일그러졌어요. 오랫동안 켤 수 있는 전구를 만드는 것이 에디슨의 꿈이었지요. 벌써 수백 번째 반복하는 실험이 또 실패를 하고 만 거예요. “그래! 잘 끊어지는 재료로 필라멘트를 만들어서 실패한 거야.” 에디슨은 무릎을 탁 쳤어요. 무엇 때문에 오 초밖에 불이 켜지지 않았는지 알아내자 기분도 좋아졌지요. “잘 끊어지지 않는 재료를 찾으면 돼.” 결국 에디슨은 더 질긴 필라멘트 재료를 알아냈어요. “이번에는 불이 오랫동안 켜지겠지?” 에디슨은 기대에 부풀어 전구에 불을 켰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불빛이 너무 약했어요. “흠, 좀 더 밝은 빛을 내는 필라멘트를 만들어야겠어.” 에디슨은 실험하고 또 실험했어요. 칠백 번이 넘는 실험을 하고서야 사십 시간 넘게 빛을 내는 백열전구를 만들어 냈지요. 수없이 많은 실패를 했지만 에디슨은 실험을 멈추지 않았어요.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마침내 전구를 발명하고 유명해진 에디슨은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한 번도 실험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마다 또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으니까요. 실패한 실험은 모두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에디슨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결국 전구를 발명할 수 있었던 거예요. 촛불 하나도 아끼던 카네기. “구두쇠로 유명한 강철왕 카네기가 과연 돈을 기부해 줄까?” 학교를 더 넓게 지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어요. 몇 번이나 망설이던 교장 선생님은 카네기의 집 문을 두드렸어요. “들어오세요." 교장 선생님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카네기는 켜져 있던 촛불 두 개 중 한 개를 훅 꺼 버렸어요. ‘촛불 하나 닳는 것도 아까워 꺼 버리다니, 구두쇠라는 소문이 사실이군.’ 교장 선생님은 기부금을 받기는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카네기가 정중하게 물었어요. “학교가 너무 좁아서 아이들이 불편해합니다. 학교를 좀 더 넓게 지으려고 하는데 돈이 많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돈이 얼마 정도 필요한가요?” “만 불 정도만 기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기부하겠습니다.” 카네기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어요. 그러더니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얼마나 많은 시멘트와 유리창이 필요한지 꼬치꼬치 물었어요. 교장 선생님은 돈을 주기 싫어 트집을 잡는 줄 알고 기분이 나빠 그냥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카네기가 십만 불짜리 수표를 내주었어요. “그 정도 학교를 지으려면 만 불이 아니라 십만 불은 필요하겠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카네기의 집을 나서며 교장 선생님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어요. “왜 제가 들어오니까 촛불을 하나 끄셨습니까?” “책을 읽을 때는 촛불이 두 개 필요하지만 이야기를 할 때는 촛불을 하나만 켜 놓아도 되니까요.” 교장 선생님은 카네기가 부자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간디의 신발. 치익치익, 기차가 출발하려고 했어요. “간디 선생님, 빨리 오세요.” 함께 가는 사람들이 소리쳤지요. 간디는 정신없이 뛰어 겨우겨우 기차에 올라탔어요. 기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때였어요. 툭! “앗! 내 신발이.” 간디의 신발 한 짝이 기차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해어지고 늘어난 신발이었어요. 하지만 간디에게는 귀하디귀한 신발이었지요. “이를 어쩌나!” 사람들이 소리쳤어요. 하지만 칙칙폭폭 기차는 달리고 신발은 점점 멀어져 갔어요. 그런데 간디가 남은 신발 한 짝을 힘껏 던지는 게 아니겠어요? 던진 신발은 먼저 떨어진 신발 옆에 떨어졌어요. “선생님, 한 발이라도 신발을 신으셔야지요!”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어떤 사람이 그 신발을 주웠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짝은 아무런 쓸모가 없지만 두 짝을 주우면 쓸모가 있지 않겠어요?” 맨발이 된 간디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이처럼 간디는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지요. 인도 사람들은 이처럼 모든 것을 나누어 주는 간디를 지도자로 여기며 따랐어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칸트. 독일의 어느 마을에 칸트라는 철학자가 살았어요. 칸트는 약속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지요.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어나야지.” 자기 자신과 약속을 했어요. 그런데 아침이 되자 조금 더 자고 싶었어요. 전날 밤에도 늦게까지 책을 읽었거든요. “안 되지 안 돼. 약속을 어기면 하루가 엉망이 된다고.” 결국 벌떡 일어났어요. 칸트는 낮 열두 시 정각에는 점심을 먹었어요. 오후 세 시 반에는 산책을 나갔지요. “칸트가 산책을 나온 걸 보니 세 시 반이군.” 동네 사람들은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시곗바늘을 세 시 반으로 맞추었어요. 마을에서 칸트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칸트가 산책을 나서는데 마차 한 대가 멈추었어요. “칸트 씨, 산책 가시죠?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칸트는 마차를 탄 덕분에 평소보다 오 분 일찍 공원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공원 주변에 난리가 났어요. “칸트가 공원에 온 걸 보니 세 시 반인데?” 약속 시간에 늦게 왔다고 친구와 싸우는 사람, 세 시 반인 줄 알고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아이들. 사람들이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칸트는 후회하며 말했어요. “다시는 마차를 타지 않겠어!” 그 뒤로 칸트가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었어요.
토끼와 거북이 시합을 한대요
신체운동_건강
유아
산 너머 마을에 사는 토끼는 아주 유명해요. 왜 유명하냐 하면 바람처럼 씽씽 달리는 걸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토끼는 주위에 누가 있건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시장을 가던 고슴도치 아주머니도 과일 가게에서 일하던 곰 아저씨도 토끼를 만나면 정신이 없었답니다. 이 마을에 사는 거북도 아주 유명했어요. 왜 유명하냐 하면 언제나 느릿느릿 서두르는 법이 없고 항상 친절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토끼는 늘 주변을 살피며 남을 돕는 거북을 싫어했어요. 거북이 매일매일 칭찬만 받는 것이 샘났거든요. 어느 날 토끼는 거북을 찾아가서 킥보드를 타고 경주하자고 했어요. 바람처럼 씽씽 달리는 토끼는 거북을 이길 거라고 자신했지요. 우당탕, 쿵쾅! 저런, 토끼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하지만 토끼는 거북의 충고를 들은 척도 안 했어요. 그 바람에 아주 혼쭐이 났지요! 킥보드를 탈 땐 이렇게 준비해요. 헬멧 팔꿈치 보호대 손목 보호대 무릎 보호대 시합을 하려면 반드시 경기장에서 해요. 킥보드는 한 사람이 하나씩 타요. 킥보드를 타기 전에 고장 난 곳은 없는지 살펴보세요! 어, 너무 어두워서 앞이 안 보여. 저 산에서 시합하자. 안 돼. 경기장에서 해야 해. 같이 타자. 안 돼. 한 명만 타야 해. 바퀴는 왜 살피는 거야? 응, 고장이 났는지 살펴보는 거야. 다음 날, 토끼는 거북에게 다시 경주를 하자고 했어요. 이번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달리자고 했지요. 토끼는 꼭 거북을 이기고 싶었거든요. 거북은 시무룩해진 토끼가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거북이 먼저 자전거를 타고 경주하자고 했지요. 거북은 토끼의 경주 준비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인도에서 타면 위험해! 내리막길에서는 천천히 달려야 해! 잠깐! 준비가 필요해요 터널이나 어두운 곳에서는 전조등을 달아야 해! 토끼가 막 출발하려고 할 때였어요. “안전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수 없어!” 심판을 보던 곰 아저씨가 소리쳤어요. 뱅그르르, 쿵! 저런, 토끼가 스케이트장 벽에 머리를 부딪혀 울고 있어요. 스케이트를 탈 땐 이렇게 준비해요. 헬멧. 팔꿈치. 보호대. 장갑. 무릎. 보호대. 스케이트는 속도가 무척 빨라서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타야 해요. 다른 사람과 부딪히면 위험하니까 앞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타요. 스케이트장 벽에 부딪히면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땐 이렇게 준비해요. 헬멧, 팔꿈치 보호대, 손목 보호대, 무릎 보호대. 차나 자전거 뒤를 따라가면 위험해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위험해요. 가파른 내리막길로 달리면 위험해요. 잠깐! 준비가 필요해 토끼는 거북이 계속 이기자 화가 났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래프팅 경기를 하자고 했지요. 토끼는 물 위에서라면 안전 보호 장비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잠깐! 준비가 필요해요 다음 날, 토끼가 스케이트를 들고 나타났어요. 이번에는 스케이트 경주를 하자고 했지요. 토끼는 얼음판 위에서라면 마음껏 달려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풍덩, 어푸어푸! 저런, 토끼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어요. 래프팅을 할 땐 이렇게 준비해요. 헬멧 구명조끼 운동화 래프팅을 할 때는 반드시 어른과 함께 타야 해요. 날이 덥다고 구명조끼를 벗으면 절대 안 돼요. 보트에 있는 밧줄에 발이나 손을 끼우면 안 돼요. 제멋대로 행동하는 토끼를 거북은 불평 한마디 없이 도와주었어요. 거북 때문에 토끼는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안전 보호 장비를 꼭 사용하고, 주위도 살피게 됐지요. 고슴도치 아주머니에게 인사도 잘하고, 곰 아저씨의 과일 가게 일도 도와주었어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거북과 자전거를 타고 놀러 가기도 했답니다. 죄송합니다! 전조등을 켜니까, 잘 보이지? 내리막길에서는 조심해야 해. 경찰관 아저씨, 안녕하세요? 제가 시장바구니 들어 드릴게요. 야호, 너무 재밌어. 제가 도와드릴게요.